오늘자 중앙일보 북색션에 '북아트전'을 기획하는 김나래씨에 대한 기사가 났다.

책을 예술품으로 만드는 사람이고, 북프레스라는 출판사를 운영하는데, 여태 50종의 책을 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들은 종 당 20권이 넘게 만들어진 일이 없다고 한다.

서울 사람들은 좋겠다. 6월 4-9일 코엑스 전시장에서 11개국에서 온 아트북을 선보이는 북아트전을 연다니...

 

직접 못보는 대신 www.bookarts.pe.kr 홈페이지 구경을 했다.

그런데, 이건 책이 아니라 '예술'이다.  

마치 밥그릇과 물병 만들기부터 시작한 도예가 또다른 추상 예술로까지 발전한것처럼...

아래의 '작품'들은 '책'에 가깝다.



 

 

 

 

 

 

 

 

 



 

 

 

 

 

 

 

 

 

 

그런데, 이 작품들은 '예술'에 가깝다.


 

 

 

 

 

 

 




 

 

 

 

 

 

그런데 도예와는 달리 어째 북아트는 '주객전도'라는 사실에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드이더 새로운 예술 장르를 받아들이기에 머리가 굳은 것인지? 아니면 '책'이 밀려났다는 것에 저항하는 것인지 감이 잘 안잡힌다.

 

그런데 서울사람들 부러운게 하나 더 있다! 

이 북프레스라는 곳에서 수강 코스가 있는 것이다. 기초, 중금, 고급 과정이 있고, 또 원데이 워크샵이란 것도 있다.

아, 책을 만들어볼 생각을 (다른 서재쥔장들이 만드는 것을 보면서도) 그동안 왜 안했을까!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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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29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매너님도 그럼 이때까지 <북 아트>를 하신거였구나.^^
멋지다...퍼가요, 가을산님.^^

다연엉가 2004-05-2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제가 서울이 부러운 이유가 또 여기에 있었네요.^^^^

비로그인 2004-05-3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
 

진우맘님의 서재에 댓글을 달다가, 문득 때와 장소에 따라 적합한 책에 대해 정리해 볼 생각이 떠올랐다.

때와 장소에 관계 없이 필이 팍 꽃힌 책을 읽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옷을 입을 때도 때와 장소에 따라 옷을 입으라 하는데, 책에도 분명 이런 것이 있을거라 생각된다.

* 화장실

우리집 화장실 변기 옆에는 잡지꽂이가 있다. 

바깥 화장실에는 나나 남편이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우리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하게 모은 책들을 펼쳐서 꽂아 놓는데, 몇일에 한번씩은 펼쳐진 쪽을 바꾸어 놓는다. - 예를 들면, 아빠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책이나, 노빈손 시리즈, 먼나라 이웃나라 같은책들.

안방 화장실에는 남편 눈에 띄라고 '10대 자녀와 대화하는 법' 등 자녀와의 대화와 관련된 책들 중에서 주요 페이지를 펼쳐서 꽂아 놓는다. 남편의 취미 관련 서적도 그 뒷편에 꽂혀 있다.

* 자동차 안 (진우맘님 서재의 코멘트와 같음)

저도 운전중 신호대기할 때나, 갑자기 기다려야 할 때 보는 책을 찻속에 두고 다니는데, 줄거리가 길거나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스토리가 궁금해질 정도의 책은 적절하지 않다. (다음 줄거리가 궁금해서 파란 불이 들어와도 책에서 눈을 못 떼거나 중간에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읽을 수 있음.)

내용이 너무 어렵거나 문장이 너무 길어서 중간에 끊겼을 때 읽은 부분이 도로묵이 될 책도 좋지 않다.

'한국의 미 특강', '오역을 하지 않기 위한 영어 번역사전' 메모의 기술' 등 실용서나 짧은 지식을 전달하는 책들이 적당한 것 같다. 평소에는 신호에 자주 걸리거나 여러 번 신호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길이 막히면 신경질 날 때가 있는데, 책을 두고 다니면 '야~ 길막힌다!' 하고 마음이 느긋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

* 병원(직장)

진료실 책상에는 메모지에 금년 들어서 독서에 균형을 잡자고 결심을 하면서 부족하다 생각한 분야의 리스트가 있다.

1) 의학 서적 
2) 영문 뉴스 기사, 영문 책,
3) 그때그때 대두되는 주요 이슈와 관련된 책  
4)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에 관한 상세 정보 찾기
5) 필요한 정보나 기사는 한글/영어로 번역하기

진료실에는 곧 반드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골라놓은 책 17권이 창가의 독서대에 쌓여 있다. 이 17권 외에 작년 12월에 정기구독 신청을 해놓고 한권도 제대로 보지 못한 '행복이 가득한 집' 5권이 차곡차곡 쌓여 나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건 집의 침대맡에다 가져다 두어야겠다.)

작업실 한쪽 책상에는 기계톱과 나란히 제약회사나 학회에서 받은 자료집, 그리고 여러 NGO들의 회지들이 쌓여 있다. 이것들은 내가 틈이 날 때 읽고 버리던지 보관되던지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데, 심한 경우 거의 1년 가까이 대기중인 것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 가방

가방에는 내가 '현재 읽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가지고 다닌다. 스터디 자료로 프린트한 글들도 있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책들도 있다. 물론 만화책도 간혹 있다. 이들 중에서 주위 환경이나 내 기분에 따라 고를 수 있게 항상 서너권은 가지고 다닌다. 

* 응접실

보통은 가지고 다니는 가방의 책들을 꺼내 읽는다. 아주 가끔은 식탁에 아이들 모아서 공부 시키고 나도 같이 책을 읽는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기 전에는 대개 집중 시간이 길지 못하다.

아이들이 잔 후에는 조금 조용한 '나만의' 시간이 드디어 생긴다! 그런데 요즘은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주위가 조용하면 금방 졸음이 오는 현상이 벌어진다. 엊저녁도 남편에게 머리가 굳어지는 것 같다고 투덜투덜 댔다. 눈은 분명히 글을 읽고 있는데, 머리에서 연산이 안되는 것이다! 남편은 자기보다 다섯살이나 젊으면서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핀잔인지 위로인지를 해주었다.

마흔이 넘으면 새로운 것을 익히기 어려워 진다던데...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 침대 옆

침대 바로 옆에 전등을 올려놓고, 책을 꽂을 수 있는 작은 잡지꽂이가 있다. 침대에서 책을 읽을 때는 주로 마음이 푸근해지는 내용의 책을 선호한다. 시골 마을이나 자연, 문화유산에 대한 화보집이나 미술 화보집도 좋고, 평전이나 자서전 계통도 좋고, 종교나 철학적 내용의 가벼운 명상집도 괜찮다. 취미인 목공에 관한 책도 몇 권 가져다 두었다.

혹시 잠을 자고싶은데 잠이 안올 경우를 위한 책도 필요하다. 그런 경우 필요한 것이 들뢰즈 등의 포스트모던 철학자들의 책이나 의학 저널집이다! 5분도 안되어 졸음이 오기 시작하니, 수면제보다도 효과 직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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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4-04-14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대 옆에 책을 두고 읽을 수 있는 가을산 님이 몹시 부럽습니다. 책 읽다가 스르륵 잠 드는 모습이 좋아보였는데 저희 신랑은 스탠드 불빛에도 잠을 못잔다고 질색을 한답니다. 게다가 잠드는 순간까지 티비는 켜 두는 최악의 경우지요. ^^

마립간 2004-04-14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을 갖기 전까지는 한권의 책을 읽은 다음 다른 책을 읽었는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권의 책을 집으로 직장으로 책을 가져고 다니기가 귀찮아져 여러권을 동시 다발적으로 읽어 있습니자. 잠자는 곳 1권, 거실 1권, 화장실용 1권, 양복 주머니 1권, 직장 책상 1권, 가방속 1권 이렇게 읽으니까 한 권 읽는데 몇달 걸리기도......

가을산 2004-04-14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emuko님/ ㅋㅋ 사람은 적응시키기 나름입니다! 남편도 종종 자기 옆 전등을 켜놓고 자기 때문에 불평이 없지만, 간혹 전등을 침대 옆의 바닥에 내려놓고 읽기도 합니다. 아니면... 제가 응접실 소파로 나가든지요.
nemuko님은 TV켜기와 전등 켜기를 상호 인정하는 조약을 맺으시면 젤 좋겠네요.
마립간님/ 장소별로 책을 준비하는게 저와 같네요.

waho 2004-04-1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때와 장소에 따라 틈틈이 책을 읽는다니 정말 멋지네요. 전 책을 이 책 저 책 읽질 못하지만( 한 번 잡으면 재미 없어도 끝을 봐야 하거든요) 울 남편은 화장실 갈 때 자기 전 직장에서 가가 다른 책을 읽더군요. 화잘실에선 가벼운 책, 직장에선 짧은 단편, 자기전엔 뭐 여러 종류...책은 습관이 중요한 듯..

가을산 2004-04-15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다기보다는 그냥 옆에 둔다는것에 의의를 둡니다. --;;
실재 독서량은 많지 않아요. 단지 읽을 거리가 옆에 없을때 불편할 뿐이죠.

마태우스 2004-04-15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둘러싸여 사시는군요! 들뢰즈 책은 정말 좋은 수면제죠. 왜 그렇게 심오한 것인지...

ceylontea 2004-04-16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자요.. 읽던 안읽던 책은 꼭 갖고 다녀야 직성이 풀린다는...
특히 책이 얼만 안남으면.. 다음에 읽을 책까지 갖고 다니게 되죠...
가방 살때..항상 고민하는 것은.. 책이 적어도 한권은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정말 예쁜 핸드백 하나 없게 되더군요.

치유 2004-05-19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쁘게 사실것 같은 예감..
그런데 너무 책속에 묻히시면...얼굴 노랗게 뜨는데...ㅋㅋㅋ
저희집도 여기 저기 책을 분산 시켜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다 보고 어쩌다 한번 볼것 같은 책만 서재에 틀어 박혀 있답니다..그것들은 불쌍한책..아님 행복한책들인가??
 

얼마 전부터 기후 변화에 의한 위기보다 에너지나 식량 위기가 먼저 대두될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해서 '에너지 대안센터'라는 단체에 인터넷 회원으로 가입 했다. 매월 1만원씩을 내는 유료 회원제이지만, 대안에너지와 에너지 절감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면 언젠가는 1만원 이상의 절약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이런 연구를 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의미에서이다.

 

그런데 지난 2월, 이 단체에서 책을 하나 보냈다. 

이필렬씨의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라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이필렬씨가 에너지대안센터의 대표쯤 되는 사람이라,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번주에 또 한권의 책이 배달되었다!

 

프란츠 알트의 '생태적 경제기적'이라는 책인데, 이 책은 발간된지 몇일 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안그래도 인터넷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그 내용이 궁금했던 책이다.  ^^ 

홈피를 둘러보면 1-2년 전보다는 활동이 조금 적은 듯 하지만, 그래도 강좌와 자료를 계속 준비하는 모습도 보이고...

이리하야 에너지 대안센터는 나에게 상당히 좋은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 것 같다. (공짜가 좋긴 좋군... ... ...  공짠가? 어쨌든... )

 

어제 저녁엔 작은 아들의 친구 생일선물을 사러 갔는데, 책을 사주자고 아들을 꼬셔서 서점에 갔다. 

서점을 둘러보는데 존 설의 '정신, 언어, 사회'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워낙 각 분야에서 '포스트모던'이 행세를 하는 터라, 꿋꿋하게 계몽주의를 옹호하고 있는 저자가 오히려 신선하다, 용감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언어를 통한 소통, 그리고 같은 사실을 보고 해석하는 것이 개개인의 입장과 가치관에 따라 너무도 다른 요즘 세태가 갑갑하던 차에 제목이 눈길을 끈 것인데, 과연 납득할만한 계몽적인 결론을 제시해 줄지 기대된다.

  

참, 잊을뻔 했다.

하룻밤의 지식여행 시리즈 중 스티븐 호킹편도 샀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주제에 관해 가능한 쉽게 해설 해주면서, 각 장의 3분의 2 이상이 독특한 그림(만화, 사진, 낙서 등의 꼴라쥬)들로 채워서 가능한 졸리지 않으면서 인상에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몇년 내에 우리 큰애가 이 시리즈를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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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4-05-19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ㅈㅣㄴ짜..
우연히 생긴 책도 있었지......내게도....
 
 전출처 : balmas > 들뢰즈 주제 서평-대학신문

* 4월 12일치 [대학신문]에 실릴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에 관한 주제서평입니다. 번역자들이 저와 가까운 관계에 있고 어떤 식으로든 번역에 영향을 미친 터라 서평의 객관성이 심히 의심스러울 수 있지만(^^), 들뢰즈의 저작들 및 국내의 들뢰즈주의를 보는 한 가지 시각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국내의 들뢰즈주의에 대해 별로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이는 제가 들뢰즈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만한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국내에서 들뢰즈에 관해 출간된 책이나 글들의 수준이 (몇몇 드문 경우들을 제외한다면) 그야말로 스콜라쉽이 의심스러운 수준이어서, 읽기도 힘들 뿐더러 논평하기는 더더욱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순전히 개인적인 심미적 취향 때문에 연구자로서의 책무를 등한시해온 셈인데,  앞으로는 기회가 닿는 대로 이런저런 지면을 빌려서 좀더 책임 있는 논의를 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대학신문]과 비슷한 서평을 [문학과 사회]로부터도 청탁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두 서평의 분량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서 이 글을 약간 보충해서 [문학과 사회]에도 실을까 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적은 분량의 서평들을 좀더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문학과 사회] 서평은 전혀 다른 내용으로 쓰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이 완성되면 같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구조주의의 형이상학, 또는 들뢰즈주의의 쉬볼렛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에 관하여

 

  오랫 동안 기다려 왔던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과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가 마침내 번역, 출간되었다. 들뢰즈를 사랑하는 독자들만이 아니라 다른 철학 전공자들도 크게 기뻐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들뢰즈의 저서들 중에서도 난해한 것으로 알려진 책들을 원서의 가치에 걸맞는 노력과 정성으로 잘 번역해 냈으니, 더욱 기뻐하고 고마워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약 30여년 전 프랑스에서 구조주의 운동이 절정을 지나 숨가쁜 갈등과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분화를 거듭하고 있을 때, 프레드릭 제임슨은 구조주의 운동을 20세기의 독일 관념론 운동으로 지칭한 적이 있다. 서양 근대철학의 중대한 전환점을 이룩했던 독일 관념론 운동과 마찬가지로 구조주의 운동은 레비-스트로스, 라캉, 캉길렘, 알튀세르, 푸코, 들뢰즈, 데리다 등과 같이 다채로운 재능을 지닌 수많은 철학자-사상가들이 각 분야에서 하나의 시대를 가름하는 중요한 업적들을 배출했을 뿐아니라, 롤랑 바르트, 알랭 로브그리예, 장-뤽 고다르, 피에르 불레즈 같은 탁월한 예술적 재능들이 철학과 정치를 가로지르며 20세기 후반 문화의 면모를 일신했기 때문이다.
  제임슨의 예견의 정확성 여부는 나중의 철학사가들에게 맡겨 두더라도,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구조주의 운동은 20세기 프랑스 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 역시 구조주의 운동의 흐름 속에서 파악될 때 그 의의와 중요성이 좀더 정확히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차이와 반복』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후에 발견된 저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68년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이 책은 푸코의 다소 과장된 예언(“언젠가 이 세기는 들뢰즈의 세기가 될 것이다”)을 제외한다면, 풍부한 내용과 비범한 깊이에도 불구하고, 재능있는 한 소장 철학자의 학위논문으로 이해되었을 뿐이다. 이 책의 중요성과 가치가 발견되고 재발견된 것은 『앙티 오이디푸스』(1972), 또는 좀더 정확히 말하면 『천 개의 고원』(1980) 이후의 일이다.
  이처럼 이 책이 사후에야 재발견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책이 지닌 내용상의 특성 때문이다. 전성기 구조주의 철학들과 비교할 때 이 책은 두 가지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구조주의 운동은 형이상학, 더 나아가 철학 자체에 대한 가혹한 비판과 고발, 탄핵의 움직임과 분리될 수 없는 반면, 『차이와 반복』은 20세기에 보기드문 거대한 형이상학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둘째, 다른 구조주의 사상가들이 마르크스와 니체, 프로이트, 소쉬르 같은 사상가들의 작업에 기초하고 있는 반면, 『차이와 반복』은 스토아학파에서 둔스 스코투스, 스피노자, 니체, 베르그송으로 이어지는 매우 낯선 철학적 계보의 끝자락에 자신을 위치시키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처음에는 매우 유별난 것으로 간주되었던 『차이와 반복』의 형이상학적 건축, 그 철학적 계보는, 구조주의의 다양한 경향들을 아우를 뿐만 아니라, 구조주의 운동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던 서양 철학사의 감춰지고 잊혀진 흐름들을 길어내고 있음이 사후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초월론적 경험론 또는 존재의 일의성이라는 개념으로 집약되는 우리에게 낯선 이 철학은 (주체론을 포함하는) 실체론에 대한 비판으로서, 따라서 관계론으로서의 구조주의가 이루는 거대한 저수지들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주름』에서 라이프니츠의 철학이 주름이라는 표제로 재창조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접고 펼치고 다시 접는 주름의 운동으로서 라이프니츠 철학은 『차이와 반복』에서 전개되는 내적 차이화의 운동을 간명하게 표현해줄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내면성이 어떻게 외부의 운동에 의거하고 그로부터 구성되는지, 따라서 주체성이 어떻게 외부적인 관계들에서 파생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들을 구조주의의 형이상학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들뢰즈주의의 쉬볼렛이라 불러야 마땅할 것 같다. 앞으로 사람들이 이 책들을 통해 들뢰즈주의의 식별 기준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스스로를 들뢰즈주의자라 부르기 위해서는 이 책들을 제대로 읽고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도 그렇다. 따라서 이런저런 개념들을 되는 대로 주워섬기며 들뢰즈주의자로 자처해온 이들에게 이 책들은 오히려 큰 도전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도 이 책들은 사후성의 저작들이라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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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4-10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는 '들뢰즈로부터 들림 받았다'고도 하던데... 난 솔직히 들뢰즈 말은 도무지 잘 모르겠다. 이 책들을 읽어보면 좀 알아들을 수 있으려나?
 

그동안 지구 전체의 지질사나 지각 이동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들이 있어는데, 한반도에 중점을 둔 지질사에 대해서는 접해보지 못했었습니다.

과학동아 4월호에 이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고 해서 퍼와봅니다. (광고 아님..  ^^;; )

인간끼리 지지고 볶고 하는 것이 거대한 스케일 앞에서는 참으로 초라함을 다시 느낍니다.

2억년 후면 한반도가 티벳처럼 대륙 중심의 고산지대가 된다 하는데... 

그때의 인류 후손들은 어떻게 생겨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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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과학동아는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한반도 30억년 자연사 속에서 벌어진 10대 사건을 선정해 과학동아 4월호 특집으로 다뤘다. 그 자체가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반도 땅에서 벌어진 중요한 사건을 알아보자.

①29억년 전 한반도 탄생=지구는 46억년 전 탄생 직후 온통 불덩어리였다. 점차 용암이 식어가면서 44억년 전 육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반도는 그로부터 15억년이 지난 후 맨틀에서 분리된 암석이 지표로 올라오면서 태동했다. 최근 경기도, 강원도, 영남지역에 분포한 고(古)지층의 나이를 조사한 결과 강원 화천군 화천읍 대이리의 변성암에서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29억년 전의 지르콘이 발견됐다. 지르콘은 열과 화학반응에 강해 타임캡슐 같은 역할을 하는 광물이다.

②한반도, 바다 위로 떠오르다=강원 태백시 일대는 고생대의 기록이 남아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 지층에서는 조개류 화석 위에서 식물 화석이 나와 당시 한반도가 바다에서 육지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원도는 고대 대륙인 곤드와나 대륙의 가장자리인 남위 10∼20도의 적도 근처에서 북상하던 중 바다에서 육지로 떠올랐다. 강원도의 시멘트 산업을 일으킨 석회암은 바다에서 형성된 것이며, 석탄은 한반도가 육지로 바뀐 뒤 식물이 땅에 묻혀 만들어졌다.

③두 땅이 통일되다=중생대 초기 초대륙 판게아는 남반구의 곤드와나와 북반구의 로라시아 대륙 두개로 나뉘었다. 곤드와나 대륙에서 북중한판이 먼저 떨어져 나와 북상하고, 이어 남중한판이 분리돼 역시 북반구로 향했다. 두 대륙판은 커다란 로라시아 대륙에 가로막혀 서로 충돌하면서 하나가 된다. 이 충돌로 북중한판은 두 조각으로 나뉘고, 그 사이로 남중한판이 끼어들어 3개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1억5000만년 전쯤 오늘날의 한반도가 됐다.

④중생대 땅속은 불구덩이=한반도의 암석 3분의 1 이상이 화강암이다. 석굴암이나 다보탑을 만든 이 화강암의 대부분은 중생대에 마그마가 땅속에서 굳어서 생겨난 것이다. 당시 한반도의 땅속은 온통 불구덩이였다는 것. 북한산, 관악산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바위산들이 이때 형성됐다.

⑤공룡천국 경상도=중생대 마지막 지질시대인 백악기가 되면서 땅속 마그마의 활동이 잠잠해진다. 이때 한반도는 공룡들의 낙원이었다. 이 시기 지층에서는 다양한 공룡화석이 발견된다. 특히 경상도 지역은 따뜻하고 호수가 발달돼 있어 공룡들이 번식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백악기 후기에는 다시 격렬한 화산활동이 시작되면서 한반도 공룡의 자취는 사라진다.

⑥동해가 열리다=애초 일본은 한반도에 붙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2500만년 전쯤 일본이 떨어져나가면서 동해가 열리기 시작했다. 동해 형성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론이 있는데 하나는 일본열도가 북쪽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남쪽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확장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양산단층 등 한반도와 일본에 위치한 두 개의 단층에 힘이 작용해 이들이 미끄러지면서 확장했다는 주장이다. 동해는 1200만년 전 확장을 중단했고, 지금은 조금씩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⑦독도 탄생=독도 바다 밑에는 바다의 산, 즉 해산 3형제가 잠겨 있다. 독도해산, 탐해해산, 동해해산이 그 주인공. 해산은 정상부 지름이 20∼30km에 달하고 높이는 2000m나 된다. 수심 200m 아래 독도해산의 정상부에는 지름 500m밖에 안 되는 부분이 수면 위까지 솟아있는데 이것이 독도다. 해산이 형성된 시기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독도는 독도해산이 생겨난 후 450만년 전부터 250만년 전까지 화산이 폭발해 형성됐다.

⑧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몇년 전 한 텔레비전 역사 드라마에서는 고려 태조의 두 아들이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내려다보는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오늘날과 같은 천지를 보지 못했다. 천지는 1205년의 화산 폭발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백두산은 2840만년 전부터 최근까지 화산 폭발했다. 한라산은 백두산보다 늦은 170만년 전부터 화산 폭발했고 백록담은 5000년 전쯤에 완성됐다.

⑨간빙기의 선물 서해 갯벌=수만년 전 빙하기까지만 해도 서해는 지금보다 해수면이 100m 이상 낮아 육지였다. 그러므로 한민족의 조상은 걸어서 서해를 지나 한반도로 이주했을 것이다. 서해의 해수면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1만5000년 전부터 빙하가 녹으면서 급격히 상승했다. 서해 갯벌은 5000년 전에 해수면이 지금과 비슷해지면서 형성됐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경사가 완만한 지형 덕분에 서해에 세계적인 갯벌이 만들어졌다.

⑩2억년 후 한반도는 대륙의 중심=지구의 땅덩어리는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2억년 후쯤에는 흩어져 있던 대륙들이 한데 뭉쳐 초대륙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때 한반도는 그 중심을 차지하게 된다. 한반도 주변으로 북미 대륙, 호주대륙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또 이들 대륙이 유라시아 대륙과 충돌하면서 한반도 주변에는 히말라야와 같은 거대 산맥이 형성된다. 거대 산맥은 대기순환을 차단해 한반도를 사막으로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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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04-0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경상도에서 공룡 화석이 많이 나왔다고 들었을 때 괜히 경상도에 심통이 났던 적이 있었어요. 왜 내가 사는 동네엔 화석이 없냐고-_-;라면서;; 제가 사는 강원도와 경상도를 비교하던 어린 시절-_-;;

가을산 2004-04-05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답니다.
괜히 산에라도 가면 우연히 화석이나 유적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요.
사실 우리 나라는 어디든 잘만 파면 유적이 나올 것도 같아요. 워낙 역사가 오래되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