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이맘때 쯤 이 책의 상권'만' 완독했었다. 완독이라는 말은 적합한 단어는 아니다. 하권은 시도하다 말았으니까. 어제 이 책을 읽으려고 펼쳤는데 으으 그 글자들의 촘촘함과 이 책의 두께와, 이미 한 번 읽었기 때문에 결코 읽기 쉽지 않은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터라 읽기 싫다...


읽기 싫다

읽기 싫다


이 마음이 오천번쯤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갔다 했다. 하아, 이번 도서만 완독하지 말까, 이번 도서는 포기할까, 하는 약한 생각도 수없이 반복했다. 여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를 제 때에 완독해왔었는데,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은.. 이번 한 번만은 그냥 포기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러나 나의 동지들은(아, 동지들이여!)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북플에 올리자마자 이런 알은척을 해주는 것이었다.




아아, 여러분, 내가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읽고있어요 올리니까 여러분들 이렇게... 여러분.. 흑흑 ㅠㅠ




어제 이 책을 읽어야지, 꺼내놓고 너무 읽기 싫고, 스콘은 너무 먹고 싶어서... 이 책을 싸들고 스콘 먹으러 나갔다. 스콘을 먹고나면 기운 내서 읽을지도 모르잖아. 게다가 이상하게 독서는 까페에서 잘되지 않나요, 여러분? 그렇게 동네 스타벅스로 가 스콘과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아아, 우리 동네 스타벅스는 도서관이다. 한 자리 남아 간신히 앉았는데,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공부를 하고 있었다. 책 읽는 사람, 아마도 과제를 하는 사람, 놋북을 펼쳐녹고 뭔가를 막 다다다닥 치는 사람... 아무튼 나도 그중에 한 명이 되었다.





플레인 스콘 먹고 싶었는데 남은게 초코 스콘 뿐이라서.. 힝 ㅠㅠ 어쨌든 초코 스콘 시켜서 딸기쨈도 돈 주고 사먹었는데. 으하하하하하. 초코 스콘에 딸기쨈은 비추. 여러분 초코 스콘만 먹어도 됩니다. 딸기쨈까지 쳐발쳐발하지 마삼.. 아무튼 독서대까지 가져가서 책 읽으며 스콘을 맛있게 먹는데, 저기 스벅 봉투에 머핀 있는 건 비밀..

그렇게 호텔 뒤락을 다 읽고 제2의 성을 읽어보자, 했는데 갑자기 배가 아픈 거다. (응?)


나는 갈등한다. 이렇게 싸들고 왔는데 집으로 갈것인가, 스벅의 화장실에 갔다 올것인가.. 그러나 배아픈 것은 집이 제일 편안한 것을. 아아 점점 더 배가 아파온다. 나는 모든 짐을 다시 후다닥 싸가지고 집으로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천국을 만나는 것이다. 네...



아무튼지간에 그리고 다시, 힘겹게 제2의 성을 집어든다. 와, 재작년에도 내가 페이퍼 쓰면서 보부아르 천재인가요 생각한 적 있는데, 어떻게 이 많은 남자들의 말을 다 이 안에 넣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떠올린걸까 메모해둔걸까. 뭐가 됐든 자신이 쓰고자 한 책에 이 많은 것들을 다 가져올 수 있었다는 것은 그녀가 이 많은 남자들의 말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걸 뜻한다. 대단하다. 그뿐인가, 보부아르는 신화에서도 많이 가져온다. 나는 덕분에 다시 저 안에 잠들어있던 [그리스 로마 신화사전]을 꺼내와서 펼쳐 들어야 했다. 어휴.. 보부아르를 읽는 일은 이렇게나 어려워.





프롤로그만 읽고 다운돼서 뻗으려다가, 조금만 더 읽자, 하고는 제1편의 제1장 <운명>을 조금 읽었다. 요 꼭지는 다 읽고 싶었는데 기운 딸려버림..


자, 프롤로그에 있던 숱한 남자들의 말을 가져와본다. 이 남자들이 유명한 남자들이었고 권위를 가진 남자들이었기에 이 남자들이 한 말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또 다른 남자들이 여자를 무시하는 근거가 되었을지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여성은 어떤 질적인 '결여'때문에 여성이다. 우리는 여자들의 본성에 타고난 결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야 된다." 그리고 성 토마스도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이어받아, 여자는 '불완전한 남자'이며 '우발적인' 존재라고 단정했다. 보쉬에(프랑스 주교 ·신학자 ·설교가. 디종 태생. 1627-1704)의 말에 따르면, 이브가 아담의 '여분의 뼈' 하나로 만들어졌다고 전하는 '창세기'의 이야기는 여자의 불완전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인간은 남성이고, 남자는 여자를 여자 자체로서가 아니라 자기와의 관계를 통해서 정의한다. 그들은 여자를 자율적인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미슐레(19세기 프랑스 대역사가. 1798-1874)도 '여자, 상대적인 존재 ……' 라고 썼다. 방다(프랑스 철학자 ·비평가. 현대문학 경향에 대한 지적 전통의 수호자. 1867-1956)도 《유리엘의 보고》에서 '남자의 육체는 여자의 육체와의 의미를 제외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여성의 육체는 남성의 육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의미를 갖지 못한다. 남자는 여자 없이도 생각할 수 있지만, 여자는 남자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라고 확언했다. 말하자면 여자란 남자가 규정짓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프랑스에서 여자를 '섹스(性)'라고 부르는 것은, 남자가 여자를 본질적으로 성적인 존재로 봄을 뜻한다. 남자에게 여자는 섹스이다. 여자는 남자와의 관계에 따라 한정되고 달라지지만, 남자는 여자에 대하여 그렇지 않다. 여자는 우발적인 존재이다. 여자는 본직적인 것에 대하여 비본질적인 것이다. 남자는 '주체'이고 '절대'이다. 그러나 여자는 '타자(他者)'이다. -프롤로그, p.18-19





'방다'가 한 말은 너무 잘못됐다. 남자는 여자 없이도 생각할 수 있지만 여자는 남자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니. 남자가 무슨 여자 없이 생각할 수 있어, 여자 생각밖에 안하잖아. 그것도 인간 여자가 아닌 성적대상화된 여자. 얼마나 성적대상인 여자를 생각하냐면 화장실에 카메라 설치해 몰카도 찍어야 하고, 섹스 중에도 그걸 촬영해서 유포해야 하고, 여자 닮은 인형까지 사서 섹스를 하려고 하잖아. 너무 여자여자한 삶을 사는 거 아니냐, 진짜. 아 토나와..

그에 비해 지금의 여자들이라면 남자 없이 살기 위해 얼마나 분투하고 있는가. 게다가 최전방에 있는 여자들은 비혼과 비섹스 비연애까지 주장하고 있다. 코르셋을 벗어던지고자 하는 여자들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험한 욕을 하는 남자들을 보노라면, 남자는 여자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이 아니라, 여자가 남자 생각을 안할까봐 쪼그라든 가엾은 존재로밖에 안보인다.



프롤로그에서 보부아르는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남자들의 말을 이렇게나 쏟아내고 있는데 앞으로 나올 것들은 어떨까. 생물학적 조건과 정신분석적 견해에 이르면 우수수 이것보다 더 쏟아지겠지. 와, 남자들 진짜 말 많다.. 너무 많은 남자들이 너무 많은 말들을 하고 산다. 그리고 그 쓸데없는 말들에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 있다. 그 말들이 힘을 가진다. 이삭 토스트 신메뉴와 함께 씹어먹어버려야 할 말들. 이토록 많은 남자들의 말이 이토록 오래 남아있었다면 이제는 그 말들에 실린 힘을 빼버려야 한다. 이제 힘을 가진 말들은 다른 말들이 되어야 할것이다. 이 말들이 예전에는 힘을 가졌지, 소위 권위있는 남자들이 이런 말을 했어 부끄럽게도, 라는 말들을 이제는 우리가 할 수 있어야 할것이다.



어제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여동생이 단톡방을 통해 일요일 오후를 어떻게 보내느냐 물어왔다. 나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읽고있다고 했는데 여동생은 보부아르를 알지 못했다. 여동생은 학창시절 나보다 훨씬 공부를 잘하는 아이었는데 여동생이 모르는 보부아르를 내가 어떻게 알지? 보부아르는 교과서에 나온 게 아니었나? 나는 그냥 책을 통해 알고 있나? 역시나 학창시절 나보다 내신이 좋았던 남동생도 시몬은 진시몬밖에 알지 못한다고 답해왔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언젠가 돌아올거라 믿었는데~ 그대여 제말 내게 돌아와줘요~ ♪♩



아... 나도 모르게 저절로 흥얼거리면서 뿜었잖아...남동생이여.....





아직도 모르겠어 난 정말 꿈이라 생각해야하는지 너 떠난그 길목에서 널 기다리는데 세월 모두 흘러간나 잊혀진 건 아닌데 되돌아 보는 그 길은 너무나도 멀었어 **널 매일 생각했어 보이지 않는 환상을 쫓고있어 그리워 목이메여 눈물 흘려도 눈물 닦아도 언제간 돌아 올꺼라 믿었는데 그대여 제발 내게로 돌아와줘요 내 맘은 오직 그대 뿐인걸 꿈속에서도 눈을 떠봐도 온통 너의 모습 그 뿐인걸




자, 제2의 성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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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10-1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으면서 찬찬히 내리는데 스콘 사진 보고서... 앗! 이거 초코 스콘인데.... 다락방님 플레인 좋아하는데...
플레인에 딸기쨈 아니면 플레인에 버터...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밑에 설명이 있네요. 남은 게 초코 스콘 뿐이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겁나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번째 사진 오른쪽에 사전 맞나요? 무슨 용어 사전인가요? 궁금궁금^^

다락방 2019-10-14 10:41   좋아요 0 | URL
네, 그러합니다. 저는 플레인 스콘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플레인 스콘이 없다고 해서 다른 스벅갈까 고민했는데 걸어가기가 너무 싫더라고요. 그래서 차선책으로 걍 초코스콘 먹은건데 스콘은 역시 플레인이 짱이에요 ㅠㅠ 따뜻한 플레인에 버터와 딸기쨈이 천국이건만 쵸코스콘이라니 ㅠㅠ

펼쳐둔 사전은 <그리스 로마 신화사전> 입니다. 보부아르가 신화도 너무 많이 알아가지고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는 거 너무 많으셔서 책이 어려워요 흑흑 ㅠㅠ

감은빛 2019-10-1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콘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보니 ˝퀵 브레드˝라는 역시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가 나오네요.
다락방님이 올리신 사진을 봐도 뭔지 모르겠어서 그냥 포기하겠습니다.

저도 대학 시절 이 책을 시도했다가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젠가 다시 시도하면 과연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다락방 2019-10-16 08:13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도 이 기회에 한 번 읽어보세요, 제2의 성! 확실히 누군가 같이 읽으면 더 의욕 생기고 읽게 되기는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지난 일요일에 읽고 여즉 멈춰 있습니다. ㅎㅎ 아오 어려워..

스콘을 모르신다니.. 아, 너무 슬프네요.
걍 가까운 스벅 가서 사서 드셔도 되고요 제과점에 가도 스콘은 팝니다. 감은빛님 커피는 잘 드시던가요? 이게 또 커피랑 먹으면 진짜 존맛탱인데... 하아. 이 기쁨을 모르시다니 ㅠㅠ 속상하네요 ㅠㅠ
 

몇달전 퇴근길이었다. 양재역으로 가 평소와 다름없이 지하철을 타려는데, 양재역 앞 KFC 에는 핫치즈징거버거를 하나 먹으면 징거버거를 그냥 준다는 프로모션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핫치즈징거버거는 뭐람? 나는 들어가 주문을 했고, 핫치즈징거버거는 내가 먹고 징거버거는 포장해와 아빠를 드렸다. 그런데 핫치즈징거버거가, 와, 너무 맛있는거다. 두툼한 튀긴닭살에 자극적인 소스라니.. 대박.. 너무 맛있네. 나는 아무리 고기를 좋아해도 햄버거는 딱히 좋아하질 않는데, 그건 패티 특유의 순수하지 못한 고기 때문이다. 난 고기는 고기 그 자체로 좋은데, 그걸 가지고 갈아다가 뭐 섞어서 다시 쪼물락 거려서 만들고 이러는 거 너무 질색팔색이고, 게다가 그런 고기 자체도 싫은데 그걸 심지어 빵에다 끼워.. 그렇게 아무 맛도 없는 빵...으, 역시 내 타입 아니여.. 했는데, 얼라리여~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핫치즈징거버거에 꽂혀버리다니... 나여.....


나여...


그렇게 며칠 후에 또다시 가서 사먹었는데, 그리고난 며칠후에는 1+1 행사가 끝나있었다. 너무 아쉬웠지만, 얼라리여~ 이번에는 프로모션으로 핫치즈징거버거를 구매하면 감자튀김과 콜라까지 셋트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거다. 나는 그렇게 씐나가지고 먹었단 말이야? 그렇게 가끔 가서 아 졸라 맛있어~ 이러면서 먹다가, 그 날도 어김없이 헤헷 핫치즈징거버거 먹어야지, 하고 갔더니 프로모션 메뉴에 핫치즈징거버거가 없었다. 거기에는 대신 트리플 어쩌고.. 하는 버거가 있었어. 나는 갈등했다. 흐음. 핫치즈징거버거 맛있고 그거 먹으러 왔는데, 감자튀김과 콜라까지 주는 이벤트가 이제 트리플 버거라면.. 흐음.. 트리플 버거도 맛있겠지, 뭐, 치킨 들어가니까 뭐, 이러면서 내 인생에 처음, 그 트리플 어쩌고 버거를 주문해 먹는다. 읏. 맛없어. 햄버거에 대한 정이 다시 떨어지려고 한다. 아아, 핫치즈징거버거를 원했다면, 사람은, 핫치즈징거버거를 먹어야한다. 그것과 비슷한 다른 무엇을 시도했다가는 망하는 것이여. 결코 원하는 바로 그것이 주었던 그 만족감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 나는 그 맛없는 버거를 다 먹고 나와서는 '다음부터는 이렇게 아류에 손 내밀지 않고, 내가 바로 원하는 그것에 돌진하겠다' 마음먹는다. 그렇게 또 가끔 가서 으응 졸라 맛있어 이러면서 핫치즈징거버거를 먹었는데,



며칠전에도 핫치즈징거버거가 먹고싶었다. 흐음... 먹자, 먹으러 가자. 그렇게 퇴근 길에 KFC 에 들렀는데, 아니.. 이번에 프로모션은 또 무슨 블랙 어쩌고 버거다.. 블랙 어쩌고 버거를 먹으면 감자튀김과 콜라를 줘.. 흐음.. 이미 지난번에 실패한 경험이 있던 터라 나는 내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 괜히 눈돌리지마, 원하던 바로 그것을 먹어!! 그렇지만.. 이 블랙어쩌고 버거는 트리플과는 또 다른 거잖아. 어쩌면.. 맛있을 수도 있어.. 나는 그렇게, 아아 어리석은 인간이여, 다시 눈을 돌렸고, 그렇게 블랙 버거를 먹으면서.. 아아, 스스로에게 빡이 치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인간은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하아... 감자튀김과 콜라 따위 없어도 그냥 핫치즈징거버거가 더 큰 만족을 주는 것을... 저리 치워라 블랙버거여, 콜라여, 감자 튀김이여.. 그리고 KFC 감자 튀김 맛대가리 없어.. 히잉...



블랙버거 따위를 먹어보았자 나의 욕망은 충족되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섰지만, 나는 이걸 반드시 채워야만 했다. 여러분, 욕망이란 무엇인가. 반드시 채워야만 하는 그 무엇.. 아니던가(네?)! 그렇게 나는 어제, 다시 KFC 로 향한다. 그리고 다른 것에 눈돌리지 않고(사실 치킨 이벤트에 끌려서 살짝 갈등하긴 했다) 핫치즈징거버거를 주문했다. 그리고 먹는데 으응 맛있어, 역시 이거야, 이것이 궁극의 버거다! 궁극의 버거가 있다면 괜히 다른 데 눈돌리면 안돼, 그것이 바로 궁극이란 것이다!! 속으로 울부짖으며 맛있게 핫치즈징거버거를 먹었는데!!



그런데 어제는 내가 개피곤한 날이었다. 전날 부터 아 몹시 피로하다...라는 생각이 들더니 입술에 헤르페스가 올라와버렸어. 하아, 이거 또 올라왔네 ㅠㅠ 나는 울면서 비타민비, 비타민씨,비타민디... 를 몽땅 내 입안에 털어부었다. 흑흑. 더 올라오지마. 그리고 가지고 있던 헤르페스용 연고를 발랐다. 흑흑.. 올라오지마. 그리고 어제는 진짜 간신히 회사를 버텨냈다고 할만큼 피로가 오지게 쏟아져버려 ㅠㅠ 그러니까 맛있는 핫치즈징거버거가 필요했어 ㅠㅠ 그렇게 가서 핫치즈징거버거 먹었는데, 너무 피로핫 탓인지, 히잉, 먹은 것 같지도 않은 거다.. 더 먹고 푹 자야 한다...라는 생각이 간절해져서, 나는 핫치즈징거버거를 다 먹고 다시 키오스크 앞으로 가 텐더 두 조각도 주문한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 피로여...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집에 가 씻고 일찍부터 잠을 청했다. 피로가 몸에 너무 쌓여있던 터라, 언젠가 친구가 선물해준 눈이 따뜻해지는 수면안대까지 착용하고 잤다. 새벽에 두어차례 깨긴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몸은 한결 나아 있었다. 헤르페스는 더 커지지 않았지만 아직 거기에.. 차라리 크게 두고 터뜨리는 게 좋았을까.. 헤르페스야, 너는 나를 어쩔 셈이니? 내 입술 이렇게 에일리언처럼 둘셈이야? 얼른 사라져, 얼른...



결국은 다시 돌아오는구나, 궁극의 것으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어제 핫치즈징거버거 먹으면서, '핫치즈징거버거 먹고 싶으면 핫치즈징거버거를 먹어야해' 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일전에 여동생과 베트남쌀국수 집에 갔다가 매콤한 볶음 쌀국수를 시켜서는 '흐음, 해물볶음우동을 먹고 싶었는데, 이건 그 맛이 아니네...' 그러자 여동생은 말했었다. '언니, 해물볶음우동을 먹고 싶었으면 해물볶음우동을 먹어야 그 맛이 나지.'


아아, 너무 당연한 게 아닌가! 해물볶음우동 같은 다른 무엇은 다른 거다. 해물볶음우동이 아니다. 핫치즈징거버거의 맛은 핫치즈징거버거만이 줄 수 있다. 블랙어쩌고도 트리플 어쩌고도 안돼. 가을방학도 이 사실을 알고 노래한 바 있지 않은가.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너 같은 사람은 없다. 너만 있다.

나 같은 사람은 없다. 나만 있다.

두 유 노 왓 아 민? 유 가릿?




이것이 바로 나의 핫치즈징거버거 철학이다....나의 인생관이여...

궁극의 것을 찾았다면 괜히 다른 데 눈돌리지 말지어다, 그래봤자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돈 낭비... 궁극의 것을 찾았다면 그것만을 바라보아야 하고 그것만을 잡고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당신의 궁극임을 잊지마.



















크- 크레마는 잊고 다니다가도 가끔 세상 고마울 때가 있다. 며칠 전에도 가방이 무거워서 책 대신 크레마를 가져왔는데, 자, 이 안에는 뭐가 있나 뒤져보다가 얼라리여~ 오만년전에 사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있네. 크레마안에도 역시 안읽고 쌓아둔 책이 많지만(여러분 모두 그렇지 않나요?), 그러다보니 내가 읽고 싶었던 책들이 그 안에 많다. 물론 어느 날에는 이렇게 책이 많아도 읽을 책은 없네? 이러면서 또 주문해 쌓아두게 되기도 하지만... 뭐, 그것은 책 읽는 사람들의 인생패턴.. 이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사피엔스를 읽기 시작했다. 재미없고 지루하겠지, 좀 보다가 별로면 다른 거 읽어야지,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오, 재미있다!


아직 이 책의 10프로 정도를 읽어서 뒤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오오 짜릿할만큼 재미있네? 몇 장 읽고 말겠지 싶었다가 십프로나 읽었어.. 우앙.


우리가 보통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고 하는데, 그게 다 이렇게나 근거 있는 말이었구나. 머리가 커지면서 근육은 퇴화해버렸어.. 머리가 좋아진 것은 많은 면에서 매우 유리하지만, 그러나 저 문장, '침팬지는 인간을 헝겊 인형처럼 찢어버릴 완력' 에서 우앗, 너무 무서운 거다. 근육운동을 인간이여, 열심히 할지어다.


얼마전에 근육인 만나서 술을 마시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근육을 너무 좋아해서 '당신 인스타 보면서 너무 좋아, 근육 짱짱이야' 했더니, 내 앞에 앉아 맛있게 양꼬치 먹던 근육인은 자신은 더 많이 운동 영상을 올리고 싶은데 너무 관종처럼 보일까봐 올리지 못한다며, '영상 찍어서 앞으로 계속 보내줄까?' 이러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건..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그러진 마."

"그건 아니야?"

"응, 그건 아니야.. SNS 올리면 내가 열심히 볼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겁나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근육 만만세. 침팬지가 나를 찢어버리려고 하면 맞서 싸울 수 있도록 근육을 키우자 만세!!





재미있고 또 흥미로운 부분은 언어에 관한 거였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다른 종들보다 더 오래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고유한 언어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나열하는 언어가 아닌, 상상할 수 있는 언어의 힘. 그것이 사피엔스를 이만큼이나 오게 만들 수 있었던 거라고.






와, 나는 너무 좋은 거다. 언어 진짜 짱이야! 유발 하라리는 상상력, 그러니까 호모 사피엔스가 하는 말은 눈앞의 독수리를 가리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독수리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음에 대해 얘기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하고, 이것은 상상력이고, 이것은 수없이 많이 뒷담화를 하게 하지만 그러나 뒷담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앞으로 올 수 있었다는 것.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사피엔스가 약 7만 년 전 획득한 능력은 이들로 하여금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수다를 떨 수 있게 해주었다.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있으면 작은 무리는 더 큰 무리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사피엔스가 더욱 긴밀하고 복잡한 협력 관계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속에서





인간 진짜 너무 좋아...

동료들에게 "저기 사자가 있어!"라고 말하면 그 순간 사자를 피해 도망갈 수 있다. 그러니 죽음 전에 피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죽음과 매우 가까이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사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사자에 대해 얘기한다면 우리가 그 위험에서 피해갈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그러니 생존하고 발전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닌가. 책 속의 예문인 "오늘 아침 강이 굽어지는 곳 부근에서 한 무리의 들소를 쫓는 사자 한 마리를 보았어"는 어쩐지 위험을 피하기 위한 문장이라기 보다는 시를 짓는 문장에 가까워 보이지만, 어쨌든 강이 굽어지는 거기에 사자 있었다는 거잖아? 아, 시도 이 때 탄생한건가..

아무튼 재미있게 읽고 있다. 며칠전에 책 다섯 권 사진 올려서 으악 읽고 싶은데 몸이 하나다..이랬건만, 막상 지금 읽는 책은 그 때 그 책들 중에 포함된 것도 아니여.... 독서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갖기는 갖는 것인가, 의미여...




아무튼지간에 오늘 저녁에는 족발 먹으러 갈거다. 족발을 먹으며 수다 떠는 삶에는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현대 사피엔스가 약 7만년전 획득한 능력이라잖아. 의미가 있지. 아무렴, 있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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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10-11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피엔스를 정독 1회, 대충 1회, 가끔씩 펼쳐보는 1인이자, 이야기꾼 유발 하라리의 왕팬으로서,
진짜 이 페이퍼는 유발 하라리틱합니다.

<핫치즈징거버거와 사피엔스의 도발 : 유발 하라리, 다락방 서재에서 울고 가다>

다락방 2019-10-11 09:13   좋아요 0 | URL
베스트셀러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아니, 제목은 딱딱해가지고 내용은 엄청 재미있잖아요? 전자책으로 가볍게 보고 있지만 종이책으로 살 걸 그랬나 싶더라고요. 밑줄 치면서 읽게될 것 같아서 말예요. 걍 종이책 사버릴까.. 재미있는 책 너무 많아서 진짜 행복하고 고민되고 네, 그렇습니다. 회사를 관둬야 이 많은 책들을 지금보다 더 많이 읽을텐데 말이지요. 흑흑 ㅜㅜ

핫치즈징거버거의 철학이 페이퍼에 잘 묻어났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0-11 09:16   좋아요 0 | URL
으흠.... 참고로 책을 잘 안 사는 저도 이 책은 구입했다는 걸 알려드리며,
다락방님 페이퍼 읽고, 나도 전자책 살까? 고민중이라는 것도 알려드립니다.
재미있죠? 기술이 아주 100입니다. 물론 다락방님 핫치즈징거버거를 이길 수는 없지만요.

다락방님 철학이 너무 잘 묻어나서 동네 KFC 어디 있나 찾아보려구요.
저희 동네는 두 군데나 폐업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9-10-11 09:20   좋아요 0 | URL
아니 금요일 아침에 왜이리 멋진 여성 친구들이 ....! 나도 책 .. 사러 가야겠네요.

다락방 2019-10-11 09:22   좋아요 1 | URL
일단 종이책은 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읽는 건 전자책으로 다 읽은 다음에, 나중에 두권 다 펼쳐서는 전자책의 밑줄을 종이책에 옮겨야겠어요. 크흐- 그건 또 그 나름의 공부가 되겠네요. 씐나.. 재밌어요!!

마침 제가 원하던 중고도 등록됐다고 하니, 저도 책 사러 갑니다. 슝-

단발머리 2019-10-11 09:22   좋아요 1 | URL
앗, 유부만두님~~
좋은 아침입니다.
책 이야기 하기에 딱 좋은 아침이네요^^

북다이제스터 2019-10-11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는 정말 글솜씨가 다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읽어 본 <사피엔스> 리뷰 중 최고인 것 같습니다. ^^

다락방 2019-10-11 23:02   좋아요 0 | URL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좋아한다 ㅋㅋ)

카스피 2019-10-12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다락방님 저도 양재역 KFC를 많이 봤어요.하지만 저는 버거킹파라 양재역 KFC보다는 양재역 버거킹에만 간 것 같아요.그래선지 KFC프로모션은 아예 몰랐는데 다락방님 글을 보니 가끔은 KFC도 둘러봐야 될것 같아요^^

다락방 2019-10-14 07:54   좋아요 0 | URL
저는 버거킹의 할라피뇨 와퍼를 좋아했었는데 그게 일시적 와퍼였더라고요. 그래서 안가는데 며칠전에 갔더니 쥬니어 와퍼로는 할라피뇨 와퍼가 있는걸 보았어요. 오랜만에 먹어보았는데 제 기억만큼 맛있질 않아요..
KFC 는 맥주도 팔고 있습니다. 퇴근 후에 가서 치킨과 맥주를 시켜 혼자 홀짝이노라면 크- 하루의 피로가 좀 사라집니다.

psyche 2019-10-13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책으로 사놓고 읽어야히 읽어야지만 하던 ‘사피엔스‘를 꼭 읽어야겠네요. 거기에 ‘핫치즈징거버거‘가 너무너무 먹고싶은데요. 미쿡 kfc에도 그런 메뉴가 있으려나...

다락방 2019-10-14 07:55   좋아요 0 | URL
오오 미국 KFC 에도 있다면 좋겠어요! 프시케님 한 번 맛보시게 말입니다. 후훗.
사피엔스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너무 좋아요. 물론 지금 또 다른 책들 들춰보느로 멈춰 있지만, 읽어 보시면 생각보다 재미있어 읽을맛 나실겁니다, 프시케님. 으하하하.

- 2019-10-14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피엔스... 중간에 한번 흐름 끊겨서 다시 못잡고 있어요! 저 핫치즈징거버거 좋아해요 ㅠㅠ (사실 치킨 패티 들어간 매콤버거눈 다❤️❤️) 새벽한시인데 먹고 싶다... 뀨!!!!!

다락방 2019-10-14 07:56   좋아요 1 | URL
오오 공쟝쟝님도 사피엔스 시도 하셨군요! 이게 맥 끊기면 다른 어떤 책도 다시 잡기 힘든데 저도 지금 다른 책 들춰보느라 사피엔스로 언제 돌아갈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종이책 사버리고 싶기도 한데 하아- 종이책 너무 많고 ㅠㅠ
핫치즈징거버거 너무 맛있어요 공쟝쟝님 ㅠㅠ

- 2019-10-14 08: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ㅋㅋ 사피엔스 읽다가 너무재밌어서 하라리 최곤데?? 호모데우스랑 21세기 어쩌고는 바로 (뮤거워서) ebook으로 사놓고... 세월아 내월아~~~ 하고 있네요.. ㅋㅋㅋ 징거버거 아침에두 먹고 싶네요~ 락방님 월요일 빠샷!
 

현실같지 않은 이야기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는 편이라 상상으로 만들어진 세계에 관한 영화라면 잘 보지 않는다. 책도 마찬가지. 특히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거나 같은 시간대에 반복해 갇히는 이야기에 대해서라면 읽으면서도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책이나 영화를 통틀어 그런 작품을 많이 본 건 아닌데, 그간 내가 시간 반복 혹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영화를 보고나서 알게된 건, 우리가 그 시간대를 '다시' 살아도, 시간을 '거슬러' 가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어 그 때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어도 지금의 나, 즉 미래의 내가 그다지 크게 다르게 살게 되지는 않는다는 거였다.
















'리타(에밀리 블런트)' 와 '케이지(탐 크루즈)'는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에 맞서 싸우는 시간에 살고 있다. 싸우는 건 딱 질색이고 종이에 베는 것도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케이지는 전쟁에 직접 참여하고 싶진 않았는데, 싸우기 싫다고 징징대는 케이지를 밉게 본 높은 사람이 최전방에 그를 보내버리고 만다. 하는수없이 싸움 1도 못하는 케이지는 갑옷을 조작할줄도 모르면서 전쟁 한복판에 놓이게 되는데, 당연히 전쟁 한복판에 놓여 외계인을 맞닥뜨리자마자 죽게된다. 그리고 다시, 그는 최전방에 배치되는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자기가 죽을 때마다 다시 최전방에 배치되는 이 때로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되고, 그는 같은 상황에서 죽지않게끔 그 상황을 피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 동료의 죽음으로부터 아예 벗어나지는 못하고 조금씩 뒤로, 뒤로 그 시간을 늦출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돌아가고, 돌아가고 또 돌아가고.. 그 과정에서 그는 갑옷에 익숙해지고 외계 괴물과 싸우는 훈련도 열심히 해서 누구보다 뛰어난 전사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전쟁 영웅 리타를 알게 된다. 리타로부터 특훈을 받고 또 리타 역시 자신과 같은 현상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 외계 괴물을 물리치고자 노력하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는 건 과거에서 역시 또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전보다는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길게 왔지만 어쨌든 다시 돌아가는 일의 반복. 그리고 어느 순간. 케이지는 리타에게 말한다.


'결코 여기를 벗어난 적이 없어'


그는 리타를 살리고 싶었는데, 이쯤에서 리타가 어김없이 죽는다. 리타에게 헬리콥터 대신 자가용을 타자고 아무리 설득해도 리타는 헬리콥터가 있는데 왜 자가용을 타야 하냐며 또다시 헬리콥터에 올라 시동을 걸고 또다시 죽는다.


자, 과거가 반복되는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무언가 바꿔보고자 해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 그리하여 애정하는 마음을 가진 상대의 죽음을 반복해 볼 수밖에 없다는 것. 애초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된 이유 자체가 그 죽음을 피하고자 하는데 있었다. 아니, 이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많은 이유들이 바로 거기 있었다. 이 죽음에서 피해야 한다, 이 죽음이 닥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 혹은 이 고통이 닥치지 않도록 손을 써야 한다, 쓸 수 있다, 다른 걸 택하자.


'애쉬톤 커쳐' 주연의 [나비 효과]가 그랬고, 최근에 읽은 '문목하' 작가의 [돌이킬 수 있는] 이 그랬다. 고통과 아픔 혹은 죽음을 피하고자 다시 과거의 어느 때로 날아가지만, 내가 앞으로 벌어질 미래를 알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봤자 그 미래는 크게 변하지 않을 뿐더러 같은 고통을 어김없이 받아들여야 하고 아니면 다른 고통에 속수무책 노출되어 버린다.

어쩌면 운명이란 정해져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 모든이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간 타임루프 관련 작품을 보면서 딱히 어떤 감흥을 느끼지는 않았었는데, 어제 [엣지 오브 투머로우]를 보면서는 다시 그 시간대로 돌아가게 된다면, 에 대해서 오래 생각했다. 대부분의 선택 앞에서 나는 다르지 않은 걸 선택하겠지만, 어떤 선택 앞에서라면 다른 걸 선택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계속 그 후의 일들을 그려본다. 그 때 내가 그렇게 말하지 말고 이렇게 말했다면, 그 때 그런 선택을 하지 말고 저런 선택을 했다면, 그 다음은 어땠을까...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선택한 것에 대해 수도 없이 돌려봤다. 그 순간을 참고 넘겼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의 옆에 없으면서 괴로운 게 더 클까, 그의 옆에 있으면서 괴로운 게 더 클까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나는 차라리 그의 옆에 없기를 택했고 그래서 결국 지금의 삶을 살고 있다. 그 시간들은 고통이 수시로 찾아들었고 어쩌면 내가 잘못 선택했는지도 모른다고 수도 없이 자신을 원망하게 했던 거다. 만약 그 때 내가 그의 옆에 있는 괴로움을 택했다면, 그랬다면 지금과 달라졌을까?


아니.

나는 그와의 이별을 좀 더 늦출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가 내 옆에 있다는 기쁨으로 하루를 혹은 몇 개월을 혹은 일 년을 더 견딜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어차피 결과는 지금과 같아질 터였다. 나는 그걸 그렇게 오래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고, 그 때도 이미 견딜 수 있는 한계치에 다다라 있었으니까.




야광토끼도 말했잖아. 만약에 그녀보다 내가 먼저 널 만났더라도 넌 그녈 택했을 거라고.. 그것이 운명..이란 것인거야..









엣지 오브 투머로우에서 케이지가 자신의 죽음을 혹은 동료들의 죽음을 조금씩 뒤로 늦출 수는 있었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여기서는 더 빠져나가지 못해'라고 한것처럼, 나는 내 이별을 최대한 뒤로 늦출 수는 있었을지언정, 이별 자체가 없는 일이 되도록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 시간은 혹여 돌린다면, 내가 혼자 돌리는 거니까. 내가 '다른' 선택을 한다해도 상대가 다른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니까. 상대는 자신의 성격대로, 성향대로 살았을 것이고, 그는 내가 늘 불만이었던 그 지점에 대해서 아마도 계속해서 가져갔겠지. 그러면 나는 끊임없이 아팠을 거고, 그 아픔에 어느날 폭발해버렸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시간으로 오면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그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가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가 다른 마음을 갖지 않는다면, 내가 시간을 천 번 만 번 돌려봤자 어차피 지금이다. 그리고 그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 건 내 몫이 아니다. 내가 어찌할 수가 없다. 다만 그의 마음은 그정도, 그만큼 이었던 거구나 생각할 뿐이다. 더 먼 미래까지 가려는 나와 더 먼 미래까지는 내다보지 않았던 사람이 만나면 결국은 딱 그정도에서 끝나는 거였구나, 내가 시간을 만번쯤 돌려도 어차피 결과는 같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나는 그 숱한 타임루프속의 주인공들이 그랬듯이, 번번이 괴로워해야 했을 것이다. 이 고통, 지난번에도 겪었는데 또, 또, 또, 또....




엣지 오브 투머로우 에서 케이지가 그리고 돌이킬 수 있는 에서 윤서리가 마주하는 건 반복되는 상실과 고통이다. 거기에서 피하려고 해도 자꾸만 그 고통을 당해야 한다. 그 영혼이 어찌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쩌면 최선은 우리가 시간을 거스르지 않고, 다시 그 때로 돌아가지 않고, 지금 현재만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일테다. 그것이 최선이기에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테고,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건 아마 그 때문일거다.





"그 지방 설화에 따르면 숲속 어딘가 깊숙한 곳에 석탄처럼 까만 사과가 열리는 나무 한 그루가 숨겨져 있대요. 그런데 그 나무를 찾아서 열매를 먹으면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백작은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이 소소한 민담을 끄집어낸 것에 흡족해하며 몽라셰를 넉넉히 들이마셨다.

"그럼 당신은?" 여배우가 물었다.

"뭐 말입니까?"

"당신은 숲속에 숨겨진 사과를 찾으면 그걸 먹을 거예요?"

백작은 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에는 확실히 매력적인 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어떻게 집과 여동생과 학창 시절의 기억들을 포기할수 있겠어요." 백작이 탁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이 기억을 포기할 수 있겠어요?"

안나 우르바노바가 냅킨을 접시에 내려놓고 의자를 뒤로 밀치면서 일어나더니, 탁자를 돌아서 백작에게 다가가 백작의 옷깃을 잡고 그에게 키스했다. (p.196)





좋은 기억만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나 좋은 기억들이 많이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내가 그 때, 바로 그 때 그런 선택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 기억들에 좋지 않은 것들을 훨씬 더 많이 끼워넣게 됐을지도 모른다. 종국엔 서로를 미워했을지도..(이건 잘 모르겠다)


만약 까만 사과가 눈앞에 나타난다면, 역시나, 나는 먹지 않기를 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타임루프가 소재인 영화를 봤느냐,

내가 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외계괴물과 싸우는 영화를 봤느냐,

내가 왜!!

현실과는 거리가 먼 영화를 도대체 내가 왜!! 봤느냐.

왜 봤을까요?

왜 봤을까?



그것은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했다. 누군가 트위터에 '에밀리 블런트'의 플랭크 사진을 올려둔 것. 근데 졸라 멋진 거다. 아 쉬바.. 나는 근육이라면 대환장해서 온 몸이 저릿저릿해지는 사람인데, 에밀리 블런트 저 근육.. 무엇?

나는 그 알지도 못하는 트위터리안의 트윗에 들어가 대체 저 짤이 어디서 나온 짤인가 훑기 시작했고, 그렇게 '탐 크루즈'랑 같이 나오는 영화라는 걸 알게 됐다. 나는 네이버에 에밀리 블런트와 탐 크루즈의 이름을 동시에 넣어 검색을 했고, 네, 그렇게 찾아낸 영화가 바로 [엣지 오브 투머로우] 였던 것이다!! 보다보니 재미있어 끝까지 보긴 했지만, 사실 나는 보면서도 '에밀리 블런트 플랭크 씬 대체 언제 나와, 그것만 보고 끄자' 한 것이야. 나는 외계 괴물 상상해서 전쟁하고 이러는 거 진짜 재미 1도 없다니까? 흥미, 관심 완전 노노. 그러나 근육, 근육 이라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근육에 대환장하냐면, 헤어진 남자가 나랑 헤어진 뒤로 웨이트 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헤어짐을 후회할 정도이다. 만날 때는 그다지 그에게 섹시함이나 성적 충동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웨이트 열심히 한다는 말에 갑자기 온 몸의 흥분 세포가 발작을 일으켜버려... 아아, 나 만날 때 웨이트 한다고 반복적으로 얘기했으면, 그러면 내가 그만 보자는 말대신 눈에서 하트 발사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나 그런다한들 아마 조금 뒤로 늦춰졌겠지, 그 관계 역시..


이렇게 근육은 나를 대환장 만드는 것인데 에밀리 블런트의 근육을 내가 보아버렸쓰.. 그래서 존재조차 몰랐던 영화, 아니 제목도 엣지 오브 투머로우 라니.. 내타입 넘나 아닌 것.. 여튼 그렇게 보게된 것인데.. 아아, 아니 이게 짤에서는 그저 플랭크였지만, 영화에서 보니 요가 하잖아요. 에밀리 블런트, 리타, 짜투랑가 하는거잖아요. 에밀리여..


잠깐 짧은 영상 보고 가실게요. 플랭크에서 업독으로 이어집니다. 아아, 다운독까지 연결되는 걸 보여주지.. 목마르잖아요..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언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라고 쓰지만 프로필 보니 언니 아니네요.. -0-


얼마전에 인스타에서 운동하는 지인을 보았다. 등근육 멋짐 뿜뿜해버려.. 근육이라면 전완근이 으뜸이고 견갑골.. .저 디지거든요.. 그런데 등근육 그렇게 움직이는 거 누구 보라고 올린거야? 나 기절하라고 올린거야? 나는 홀린듯이 댓글을 달았다.


나 당신 사랑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얼른 만날 약속을 잡았다.


우리 만나요..


나란 녀자... 근육인이라면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관계를 시작합니다. 아, 근육이란 무엇인가. 진짜 상상만해도 짜릿해지는 것...너무 좋아 진짜 흥분 세포가 파티를 한다..



어제 빈야사 시간. 반복되는 업독과 다운독으로 주저앉아 버리고 싶고 무너지고 싶었지만, 에밀리 블런트를 생각하며 버텼다. 업독, 한 번 더 하자, 좀 더 견뎌봐, 에밀리 블런트를 생각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에밀리 블런트 만큼만 하자.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다 보면 혹시 아니, 나도 에밀리 블런트같은 근육인 될지... 내 온 몸을 끌어안고 사랑의 키스를 날려버리는 날이 올지도 몰라.. 플랭크, 업독, 다운독... 이예~



근육은 진짜 상상만으로 저릿저릿해지는 그런 게 있다니까?


에밀리 블런트 운동하는 영상 보고 싶어서 인스타에 에밀르 블런트 넣고 검색했는데 그런 건 안나왔다. 힝- 근육 보고 싶은데..

근육..

근육이란 무엇인가..

아 근육..

이제부터 요가할 때마다 에밀리 블런트를 생각하겠다. 에밀리 블런트처럼 업독하기!! 꺅 >.<

언젠가 나도 이 공간에 업독하는 영상을 올릴 수 있겠지.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요가에 힘 빠샥 주는거야.

흐음.. 사실 이번 등록기간 끝나면 관둘까... 생각 하고 있었는데.. 그게 11월인데.. 흐음... 나는 요가를 관둘것인가 계속해서 에밀리 블런트처럼 될것인가......

에밀리 블런트는 무슨, 난 걍 다락방인걸.. 인생 다시 돌려봤자 난 다락방....





인터넷에서 주문한 원피스의 소매가 개똥같다는 걸 입어보고서야 알았는데, 걍 불편해도 입자, 이렇게 하등 쓸데없는 소매를 왜 만들었을까... 했다. 소매가 손으로 갈수록 통이 넓어지고 리본도 달려있는 것. 이렇게 생김.




그런데 오늘 아침에 입고 나오려는데 왼쪽의 소매 리본이 풀려 있는 거다. 나는 대부분의 일을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혼자 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궁극적으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뭐든 누군가한테 의지하거나 부탁하거나 혹은 민폐가 되고 싶진 않다. 내 스스로 내 앞에 닥친 모든 문제를 풀어내고 싶어.


그러나 이 리본 묶기가 안됐다. 혼자서 할 수가 없어. 출근길 버스 안에서 오른 손으로 아무리 아무리 왼쪽 소매의 리본을 묶으려고해도 되지를 않는거다. 아니, 혼자라는 게 이럴 때 막혀버리네. 바로 그 때. 외로움이 뼈를 강타했다. 하아- 후우- 혼자라는 건 왼쪽 소매의 리본을 오른손이 묶을 수 없는, 바로 그런 것인가. 이것이 바로 뼛속까지 외로운 그런 기분인건가...


씨부럴..



이 무능력함..이 무용함.. 하아- 이 무기력함.....



회사에 출근해서 동료 직원에게 손을 내밀고 말했다. 이거 리본좀 묶어줘요... 하아. 너무 싫은 기분이야.... 내가 한낱 리본 달린 소매 때문에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다니..


가위로 리본 잘라버릴까...

집에 가면 저기에 리본 고정시켜서 꾸매버릴까...

뭐든 생각하면 답이 나오겠지..





좋은 것을 얘기할 때 반짝이는 눈이 좋다. 사랑하는 사람을 볼 때 뜨거운 눈이 좋다. 총명한 눈이 좋고, 불안에 흔들리지 않는 눈이 좋다. 여름이 갔고 돌이켜보면 함께 했던 모든 날들이 좋았다.

이 노래처럼, 해가 저물도록 나는 여기에 있다.










멀어져 가는 오후를 바라보다
스쳐 지나가 버린 그때 생각이나
기억 모퉁이에 적혀 있던 네가
지금 여기에 있다
이젠 멈춰버린 화면 속에서
내게 여름처럼 웃고 있는 너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Goodbye
오래 머물러 주어서 고마워
이 말이 뭐라고 그렇게 어려웠을까
이제 Goodbye
우린 다른 꿈을 찾고 있던 거야
아주 어린 날 놀던 숨바꼭질처럼
해가 저물도록 혼자 남은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
이미 멈춰버린 화면 속에서
내게 여름처럼 웃고 있는 너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Goodbye
오래 머물러 주어서 고마워
이 말이 뭐라고 이렇게 힘들었을까
손에 꼭 쥐었던 너와의 Goodbye
끝내 참지 못한 눈물이 나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 Goodbye

함께 했던 모든 날이 좋았어
이 말이 뭐라고 그렇게 어려웠을까
이제 Goodbye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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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9-10-0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밀리 블런트 저 장면 좋아합니다. 근데 도저히 따라할 수가 없어요ㅠㅠ 복근 힘이ㅠㅠㅠㅠ 전 극장에서 봤는데 재밌게 봤어요. ㅎㅎ 전 모든 것이 끝난 뒤 나는 알고 너는 모르는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했어요. 다행히 바뀐 상황만으로도 보상이 되는 삶이라... 혼자 여러 번 살아서 이젠 거의 특수부대원급이 되어버리고 말이죠.

전 소매가 길거나 불편하면 살짝 집어서 옷핀으로 고정시켜버려요. 아주 쿨하게 그러면 다들 디자인인 줄 알더라구요. 전 귀찮아서 그랬는데 ㅎㅎ 한 손으로 리본 묶는 사람은 특수부대원일 거에요. 그런 능력자라니.. ^^

다락방 2019-10-08 11:15   좋아요 0 | URL
저는 요가 2년 했는데도 아직 푸쉬업도 못하는걸요 ㅠㅠ
예전에 비하면 복근에 힘 많이 생긴것 같지만 아직 한참 멀었어요. 에밀리 블런트의 저 장면을 따라하려면 저는 요가 5년은 더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뭔가 목표로 하는 게 있다는 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이제 에밀리 블런트 생각하면서 요가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며칠이나 이런 마음가짐이 유효할진 모르지만요. ㅎㅎ

혼자 여러번 살아서 이젠 거의 특수부대원급이 되어버린 건 좋지만, 그렇지만..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쨌든 반복되는 자기 훈련이 있었잖아요. 그리고 돌아갈 때마다 매번 리타를 잃어야 했고 ㅠㅠ 어휴..
인간이 지금 이렇게 한 번의 유한한 삶을 사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저도 옷핀으로 고정할까 하다가 접었는데 접어서 입다보면 다시 내리고 싶어지는 거에요. 그래서 내리면 다시 또 올리고 싶고.. 아 뭘 어쩌라는건지. 진짜 가위로 오려버려야겠어요. ㅜㅜ 잘라버릴거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syo 2019-10-0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읽기 시작할 때 글이랑 끝낼 때 글이 진정 같은 글이란 말인가?!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번쩍번쩍 홍길동체, 다락방님 짱조아요😀

다락방 2019-10-08 11:15   좋아요 0 | URL
응? 왜? 뭐! 왜!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10-08 11:18   좋아요 0 | URL
되게 아무렇지도 않게 순한 양처럼 다락방님 지팡이가 가리키는대로 이쪽 저쪽 우르르르 몰려다니다 보면 어느새 내 양털 다 깎여 있고 막 그런 상황?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0-08 13:51   좋아요 0 | URL
다락방은 syo의 목자시니 syo에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soy로 하여금 푸른 풀밭에 눕게 하시며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여 주시네.
비록 털은 다 깍일지언정... =3=3=3=3=3=3=3=3=3=3=3=3=3=3=3=3=3=3=3

단발머리 2019-10-08 12:25   좋아요 0 | URL
아~~~~~~멘! 🤗

다락방 2019-10-08 13:09   좋아요 0 | URL
믿습니까!

단발머리 2019-10-08 13:11   좋아요 0 | URL
거기요~~ 양털 다 깍이고 양인지 개인지 고양이인지 구분 잘 안 되는 어린양님!
믿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0-08 13: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나 참 댓글이 산으로 가버리지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뭐 본문도 늘 산으로 갔으니.... 하하하하ㅏㅎ하ㅏㅎ하ㅏ핳하하하

syo 2019-10-08 13:16   좋아요 0 | URL
털을 깎여보니까 저는 바로.... 🐒🐒🐒🐒

다락방 2019-10-08 13:23   좋아요 0 | URL
설마 저거 다람쥐에요???????????????????????????????????????

단발머리 2019-10-08 13:37   좋아요 0 | URL
번외편 : 원숭이의 굴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10-08 13:32   좋아요 0 | URL
다람쥐🐿 원숭이🐒
다람쥐🐹 원숭이🐵

......젠장, 다람쥐가 더 귀엽잖아.....

다락방 2019-10-08 13:35   좋아요 0 | URL
아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피씨로 보는데 다람쥔줄 알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발님 댓글보고 스맛폰으로 봤더니 원숭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쇼님은
양이였다가
원숭이였다가
다람쥐였다가...

...미안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0-08 13:37   좋아요 0 | URL
번외편 2: 다락방님의 사과와 원숭이의 고민

오늘의 관전 포인트, 이 ‘미안해요‘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syo 2019-10-08 13:41   좋아요 0 | URL
🐵 : 바나나를 순순히 내놓으신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다락방 2019-10-08 13:51   좋아요 0 | URL
syo야, 명심하여라.

다락방은 syo의 목자시니 syo에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soy로 하여금 푸른 풀밭에 눕게 하시며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여 주시네.

단발머리 2019-10-08 13:52   좋아요 0 | URL
그 풀밭 나도 자주 가는 곳이라 완전 잘 아는데, 풀도 좋고 물도 깨끗하나......
바나나 없음! 확실함!!!

다락방 2019-10-08 13:53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야, 단발머리야. 지금 단발머리는 시험에 든 것 같구나...마음의 악을 쫓아내야 한다.....

단발머리 2019-10-08 13:54   좋아요 0 | URL
양단간에 syo는 결심을 해야 한다.

다락방 목자님 vs 풀밭 선경험자 단발머리

syo 2019-10-08 13:54   좋아요 0 | URL
와.... syo의 목자시고 syo에게 부족함이 없는데 왜 정작 풀밭에 눕게 하시는 애는 soy에요??
원숭이 -> 다람쥐로 모자라 이제 syo -> soy....

syo 2019-10-08 13:56   좋아요 0 | URL
빡친다. 나 절 간다. 절 오빠 된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다락방 2019-10-08 13:56   좋아요 0 | URL
으이크 이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쇼가 아니라 콩이 되어버렸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0-08 13:56   좋아요 0 | URL
고치면 반칙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0-08 13:57   좋아요 0 | URL
쇼님은 절 오빠 단발머리님은 교회 누나 다락방은 목자....

잠자냥 2019-10-08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근육과 리본 ㅋㅋㅋㅋㅋ 저 리본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0-08 17:41   좋아요 0 | URL
리본이 저를 딥빡치게 합니다....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잠자냥 2019-10-08 18:01   좋아요 0 | URL
다락방 탈리본 선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풍선인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싫어...


세번째 단편은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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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9-10-11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그렇게 싫었나요ㅠㅠ 무슨 내용인지 기억도 잘 안나긴 하지만..

다락방 2019-10-11 09:20   좋아요 0 | URL
세번째 단편에서 킬러가 의뢰인에게 비용을 ‘몸으로 지불하라‘고 해요. 의뢰인이 배우였는데 성상납 해서 뜬 배우라며 ‘이미 처음도 아니고 여러차례 해봤으니‘ 자기한테도 그렇게 하라고요. 와 세상 토나왔어요.. 미친놈이다 싶고. 무엇보다 작가가 여배우와 성상납을 이렇게 다룬 게 너무 싫었어요. 그러면서 되게 성적인 시선으로 여자를 그려놓고요. 게다가 여배우의 의붓딸은 십대인데 이미 몸을 함부로 굴리는 캐릭터라며 킬러에게 자기 몸 줄 생각을 하죠. 와 진짜 미친 단편이에요. 이 단편에서 작가가 여자를 보고 그리는 시선이 그냥 이 작가를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대해 제대로된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릴 때 그림책으로 보았던 것 같기도 하지만 제대로된 이야기가 뭔지는 모르겠다. 그저 내가 아는 거라고는, 마녀의 저주에 걸린 공주가 평생 잠만 자는데 왕자의 진정한 사랑이 담긴 키스를 받으면 그 저주에서 풀려난다..는거.


공주가 왜 저주에 걸렸는지, 왕자는 어떻게 진정한 사랑을 품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는 그 이야기를 떠올릴 틈도 없었으니까. 딱히 관심도 없었고. 그러다가 백설공주를 비롯해서 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까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이 영화를 보면서 들었다. 어떻게 한 번 본 사람이, 처음 본 사람이 상대에게 '진정한 사랑'을 품을 수 있을까. 이게 말이 되나? 처음 본 사람에게 반할 수는 있지만, 반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데!



'말레피센트'에 대해서라면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봤다. 졸리가 나온다고 해서 봤다. 동화 같은 이야기, 마녀 이야기, 판타지 스러운 분위기일것 같아 관심도 없었는데, 마침 넷플릭스에 있더라. 오호라, 한 번 볼까, 하고 찜해두고 있었는데, 아아아아 일요일밤은 왜때문에 잠이 안오는걸까. 하긴 오후에 커피를 마셨지, 잠이 안오는 게 당연하다, 나는 말레피센트를 재생시켰다. 조금만 보다가 졸리면 자야지, 했는데 우후후훗 새벽 두시가 다 되도록 이 영화 다 보고 잤다. 나여...



'말레피센트'는 요정이었다. 다정하고 밝고 활기찬 요정. 어릴 적부터 마법의 숲에서 다른 마법의 존재들과 함께 어울려 즐겁게 살다가 그 숲에 몰래 들어온 인간 소년 스테판을 만나게 된다. 숲의 물건을 훔쳤다가 숲의 요정들에게 들킨 것. 말레피센트는 훔친 물건을 돌려달라 한 뒤에 인간 소년과 가까워진다. 열여섯살이 되었을 때 인간 소년은 말레피센트에게 입맞춤을 하며 진정한 사랑을 맹세하는데, 그러나 인간 스테판의 마음속에는 탐욕이 가득해, 점점 말레피센트를 잊어가고 어떻게든 왕이 있는 성에 들어가기를 꿈꾸며 권력을 갖고 살고 싶어한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던 차, 마법의 숲을 공격했던 인간 세상의 왕이 말레피센트와 싸우다가 부상을 입고, 왕은 '가서 말레피센트를 죽이고 오는 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내 딸을 주겠다'고 한다. 이에 스테판은 오만년만에 말레피센트를 찾아가 '위험을 알려주려고 왔어'라며 다정하게 접근한 뒤 (아마도)술을 주고 그녀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다. 하아- 오랜만에 찾아온 인간 스테판을 말레피센트는 다정하게 대해줬건만, 그러나 스테판은 말레피센트의 날개를 잘라서 훔친다. 제버릇 개 못준다더니...

잠에서 깨어 날개를 잃은 걸 알게된 말레피센트는 울부짖는다. 그녀는 애정을 품었던 상대에게 배신당했다. 날개를 잃어서 고통스럽고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에 고통스럽다. 자신의 종인 까마귀를 시켜 알아보니, 스테판은 왕이 되고 싶어 이 일을 꾸민거였다. 하아- 왕이 되려고 내 날개를 잘라갔구나...


스테판은 정말 왕이 되었고 그리고 아기를 낳았다. 말레피센트는 스테판을 찾아가 아이가 예쁘고 우아하게 자라겠지만, 16살이 되기 전에 물레바늘에 찔려 깊은 잠에 들것이고, 진정한 사랑이 담긴 키스만이 그 잠에서 그녀를 깨울 수 있다고 저주를 내린다. 영원히, 영원히...



스테판은 이에 아기를 숲에 숨기는데, 그러나 말레피센트는 아기가 어디 있는지 알고 쭉 지켜보고 있다. '나는 네가 싫어'라고 말하지만, 아기가 말레피센트를 보며 방긋방긋 웃는다. 아기를 돌보던 요정 세 명은 아기를 본 적이 없어 너무 서툴고 아기를 굶게 하고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말레피센트는 나타나 아기를 돕는다.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고 말레피센트의 존재를 알게 되고 말레피센트와 우정을 나눈다. 말레피센트의 남아있던 마음 한 조각은 이 아기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점점 더 움직이고 결국 이 저주를 풀고자 하지만, 애초에 '영원히'라는 단서를 달았던 터라 이 저주를 풀 수가 없다. 이것이 너무 괴로워... 그렇게 아기 오로라는 열여섯살이 되는데, 열여섯살을 하루 앞둔 날 이웃 나라 왕자를 숲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둘은 서로의 외모에 반하게 돼...



저주는 힘이 세서 공주는 성에 가 16년만에 아버지를 만나지만 결국 물레 바늘이 찔려 잠이 든다. 말레피센트도 오로라 공주를 지키던 요정들도 이웃나라 왕자를 헐레벌떡 공주가 잠든 침대 앞으로 데려간다. 그녀에게 키스해, 키스해!! 키스하란 말이야!! 왕자는 '그러면 안될 것 같아요, 우리는 한 번 밖에 안만났는데요' 라고 말한다.


이건 정말 중요한 지점 아닌가.

그래 한 번 밖에 안봤다. 게다가 그녀는 잠들어 있다. 그런데 키스라니, 말이 되는가. 잠들어 있는데 키스하면 어떡해!! 상대의 동의 없이 키스하면 어떡하냐고. 그리고 한 번 봤는데 무슨 진정한 사랑이야, 그게 말이 돼?

애초에 진정한 사랑 따위는 없기 때문에 그 저주에서 깨어날 수 없을 거라고 믿었던 말레피센트지만, 그러나 혹시나 하며 몰래 지켜본다. 어쩌면 저 저주를 풀어줄지도 몰라..하면서. 요정들 셋은 키스하란 말이야!! 왕자에게 외치고, 왕자는 그렇게 공주에게 키스한다. 그러나 공주는 깨어나지 않는다. 왜? 처음 본 사이에 무슨 진정한 사랑이 끼어들 수가 있냐.



이 영화를 보다보면 왕자가 등장하기도 전부터 '어떤 왕자가 나타나도 키스로 그녀를 깨울 수는 없을 것이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아니, 말이 안되잖아. 한 번 보고, 처음 보고 무슨 진정한 사랑이 나타나.. 애시당초 말레피센트는 남자의 진정한 사랑 따위를 믿지도 않았고. 그렇다면 공주는 저주에서 깨어날 수 없느냐? 아니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이 키스가 누구의 키스여야 하는지 다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스포일러를 팡팡팡팡 파바바바바바바바방 터뜨릴까말까, 그 키스는 누구의 키스일까요?




영화는 좋다. 안젤리나 졸리 너무 좋고 안젤리나 졸리가 실제로 저렇게 날아다녔으면 좋겠다. 날개 너무 거대해서 좀 무섭기도 하지만..

안젤리나 졸리는 마지막에 스테판 왕과 싸운다. 스테판 왕은 .. 하아- 답이 없어. 말레피센트는 자신을 죽이려던 스테판 왕을 그래도 용서하고 돌아서려는데, 아아, 인간 남자여.. 왜그리 어리석은가, 왜 한 치 앞을 보지못해, 왜 네 생각만 하는가. 네 명을 네가 재촉하는구나, 스테판이여, 인간 남자여, 남자 왕이여....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생각이 났다. 제인 에어에서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의 결혼을 방해하던 '미친' 버사부인, 그 버사부인의 입장에서 쓰여졌던 소설. 그녀는 왜 미쳤는가, 그녀는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의 결혼을 방해하는 '악인'인가, 그녀가 왜 미쳤는지, 왜 거기에 갇혀있는지, 진 리스는 모든 이야기에는 다른 면이 있다면서 버사 부인의 입장이 되어 글을 써낸 것이다.

















말레피센트 역시 마찬가지. 공주는 왜 저주에 걸렸는가. 물론 말레피센트가 저주를 걸 대상은 냉정히 따지자면 오로라 공주가 아니라 스테판 왕이 되었어야 했다. 말레피센트를 고통에 놓이게 한 건 오로라가 한 게 아니라 스테판이 한 거니까. 어쨌든 말레피센트는 인간 남자로부터 고통을 당했다. 배신을 당했다. 인간 남자를 괴롭히기 위해 인간 남자의 딸에게 저주를 걸었는데, 스테판이 딸에게 걸린 저주로 인해 남은 평생을 괴롭게 살았으니 복수에 성공했다 보여지지만, 사실 스테판이 괴로운 건 딸이 저주에 걸렸다는 것보다, 언제 말레피센트가 자신에게 찾아와 괴롭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말레피센트를 괴롭혔으니까. 누구보다 자신이 괴롭힌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말레피센트로 인한 두려움에 떠는 거다. 자기가 나쁜 짓을 안했으면 그토록 두려워할 일도 없는데.



말레피센트는 그러니까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다른 이야기' 이다. 다른 버젼. 모든 이야기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거라고 진 리스가 그랬다.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거예요. 항상." -진 리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183쪽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내용인 것도 좋았고, 그렇게 공주가 저주에 걸린 게 사실은 공주의 아빠 때문이라고 얘기해줘서 좋았다. 무엇보다, 한 번 봤는데 무슨 잠자는 여자에게 키스를 해, 그건 안될 말이고 왕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인간 남자의 진정한 사랑 따위..... 그 따위 것 없다고 말하는 것도 좋았고. 그렇다고 해서 '진정한 사랑' 자체가 없느냐?


아니요.


그런 이성애가 아닌 다른 사랑, 다른 방식으로의 진정한 사랑이 있다고, 그게 엄마나 아빠일 필요도 없는 거라고 말레피센트는 말해준다. 아무튼 짱좋네, 졸리. 날아다니고 힘도 세고 인간 남자의 진정한 사랑따위 없어!! 이러고. 졸리가 짱이다 진짜.


말레피센트2 보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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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10-07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요즘에 말레피센트2 광고 많이 하더라구요. 다음에 1 부터 한번 봐야겠네요. ^^

다락방 2019-10-07 14:29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까 10월 중순에 개봉하더라고요. 개봉하면 2편은 극장 가서 봐야겠어요. 어휴 졸리 진짜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9-10-0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1도 안 궁금했었는데 이 글 보니까 좀 보고 싶어지네요. 왕자가 키스 망설인다는 설정도 재미나고 무엇보다 그 스포일러가 몹시 궁금하네요. 으으. 봐야 하나! ㅎㅎ

다락방 2019-10-07 14:30   좋아요 0 | URL
저도 진짜 1도 안궁금했는데 어쩌다 뭣 때문에 보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졸리 나와도 안궁금한 영화였거든요.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볼까? 이렇게 된것인지..
그런데 재미있었어요. 조금만 보려다가 내처 다 보았네요.
그치만.. 밤늦게 봤더니 자기 전에 초큼.. 무서웠어요... ㅜㅜ

단발머리 2019-10-07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유투브에서 12분 영상으로 봤는데 결말이 완전! @@ 맘에 들더라구요.
저도 안젤리나 졸리 좋아요. 그녀 말고 다른 사람 누가 가능했을까 싶어요. 그걸 알고 캐스팅했겠지요.

다락방 2019-10-07 16:04   좋아요 0 | URL
결말도 마음에 들고 그간 알던 동화보다 완전 현실적이죠! 뭐랄까, 소녀에게 왕자는 필요없다는 걸 바로 증명하는 것 같았어요. 후훗.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존재 형태도 너무 좋았고요.
저도 졸리여서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다 보고나서 졸리 말고 누가 가능했을까, 생각해봐도 다른 사람은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잘 웃지 않는 졸리가 영화 속에서 가끔 살짝 웃을 때, 진짜 너무 좋아요. 온몸이 짜릿해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