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나무 아래
아이미 지음, 이원주 옮김 / 포레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조차 끔찍하게 구속하는 사회에서의 슬픈 사랑 이야기.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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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4-11-1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께 선물 드려 보세요. 엄마들이 은근 몰입을 잘 하시더라구요. 저희 엄만 쑨젠신앓이를 심하게 하셨어요 ㅋ

다락방 2014-11-18 09:13   좋아요 0 | URL
어휴 제가 그때 태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그렇게 몰래 숨어서 만나야 하는 연애라니...답답하고 짜증나더라고요. 쑨젠신앓이 ㅎㅎㅎㅎㅎ
 

그 대화가 모린에게 오래 남았다. -레이철 조이스,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中

 

 

 

 

 

 

 

'매튜 맥커너히'가 분한 남자 주인공 '쿠퍼'는 뛰어난 파일럿이며 우주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가 집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장인어른에게 '우주를 생각하면 흥분돼요'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는 정말 놀랐다. 나는 우주에 전혀 관심이 없었으므로. 물론 나도 알고 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다른 모두에게도 관심 분야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의 관심 분야와 내 관심 분야는 아예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책에 관심이 많고 영화에 관심이 많고 남자에 관심이 많지만(응?), 누군가는 애니매이션에, 인형에, 축구에, 야구에, 암벽등반에, 동물에 관심이 많을 수 있다는 걸 지극히 잘 알고 있단 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에 나는 '우주'를 끼워두질 않았다. 우주는 내게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이었고, 먼 곳에 있으므로 먼 것이었다. 우주선 이라는 단어, 외계인이라는 단어는 내 귀에 와 닿는 단어가 아니었고, 그런 소재로 만들어진 책이나 영화를 나는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저기 저 스크린 속에서 맥주를 마시는 저 초섹시한 남자가, 우주를 생각하면 흥분된다고 말한다. 와- 뭐지, 우주를 생각하면 흥분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쿠퍼의 말이 내게 오래 남았다. 지금까지도.

 

 

영화속에서 나오는 대화를 모두 다 이해할 순 없었다. 왜 어느 행성에서의 한시간이 지구에서의 칠년과 같은지, 그 시간의 상대성 이론에 대해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더라. 다만, 그 행성에서 사고로 시간을 지체했을 때, 그래서 이십년이상을 잃어버렸을 때, 그때 눈물이 났다. 어린 딸에게 '돌아온다'고 약속했는데, 이십년 이상이 이미 훌쩍 지나버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 허망함 앞에서, 아빠가 돌아오겠다고 한 약속을 잊을 거란 그 절망 앞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무엇보다 그 잃어버린 이십년 동안, 자식들의 중요한 일 앞에, 그는 있어줄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 아들과 딸을 사랑했지만, 아들이 졸업을 하고 아이를 낳을 때도 아빠는 거기 없었고, 딸이 박사가 됐을 때도 아빠는 거기 없었다. 누구보다 그들을 사랑했지만, 아이들이 커가는 걸 볼 수 없는 아빠라니. 맙소사.

 

 

가지말라고 말하는 어린 딸아이의 울부짖음이 가슴 아팠고, 지구로부터 아주 먼 곳에 떨어져서 이십년 이상이 훌쩍 지나버렸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아버지 앞에서도 울었다. 나는 우주에 대해 쥐뿔도 모르고 칠판 가득 쓰여진 수학인지 화학인지 모를 공식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며, 시간의 상대성 이론은 무슨 변종괴물들이나 쓰는 말 같았지만, 그 이론들 틈틈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배신하고 구원하려고 하는 모습들 때문에 자꾸만 마음이 움직였다.

 

게다가 이 영화속 매튜 맥커너히가 보여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내 로망의 실현이었다. 강하고 자상한 아버지. 아...정말 이런 아버지를 갖고 싶다, 라고 말하고 그의 프로필을 검색해보니 나랑 별로 차이가 안나는구나..내 아버지가 될 수가 없는 나이야. 나는 아마 앞으로 자식을 가질 일이 없을것 같지만, 만약 내가 자식을 갖게 된다면, 내 아이의 아버지는 반드시 저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런 사람이 아니라면 내 아이의 아버지로 만들어주지 않을테닷, 하는 굳건한 의지 같은 게 생겼달까. 만약 저기에서 조금 부족하다면 '인터스텔라 보고 배워' 라고 해야겠다. 아버지가 아이를 보호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건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강하고 큰 아버지가 어린 딸을 보호해주는 사소한 장면들에 마음이 휘청휘청했다. 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안아서 데리고 가는 장면, 차안에서 잠든 딸아이에게 한 손으로 운전하며 조심스레 한 손으로 이불을 덮어주는 장면 같은 것들. 그런 아버지인걸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우주에서 까먹은 이십년에 너무 분한 마음이 생겼다.

 

 

어린 딸은 어쨌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우주로 가는 아버지를 말린다. 울면서 가지말라고 말한다. 그 장면이 나는 또 무척이나 좋았다. 제 할머니가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면 내 조카도 어김없이 가지마, 라고 울면서 소리친다. 이제는 제법 참기도 하지만 엉엉 울며 가지말라고 말할 때는 진짜 가슴이 찢어지는데, 나는 내 조카가 그랬듯이, 영화속에 딸이 그랬듯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여과없이 그대로 드러대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마냥 좋았다. 그래, 슬프면 슬프다고 말하고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게 싫으면 떠나보내는 게 싫다고 엉엉 우는 거, 그게 맞는 거지. 그런데 왜 나는 그렇게 못할까.

 

 

무엇보다 인간을 구원하는 게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이 이 영화의 큰 미덕이다. 나는 그런 메세지들에 아주 크게 기댄다.

 

 

 


매튜  맥커너히를 사랑하게 됐다.

 

 

 

 

 

 

이 영화는 재미있다. 많이 웃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미덕은 '평범한' 남자와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거다, 라고 쓰고보니 남자는 의사..가 됐고 여자는 어린 나이에 팀장의 자리에 올랐으니 안평범한가...여튼 남자와 여자가 그간 로맨스 영화에서 보여졌던 것처럼 미남 미녀가 아니라는 사실에 공감이 크게 된다.

 

남자는 여자를 보고 반했지만 여자에겐 애인이 있었다. 그런 여자가 친구가 되자고 내미는 손을 남자는 잡는다. 그들은 사이좋게 지내고 대화도 잘 통해 아주 친한 사이가 되는데, 감정이란 게 언제나 그렇듯이 '그렇게 오래' 숨길 수는 없는 법이다. '권여선'의 소설 《레가토》에서도 그런 말이 나온다. '그렇게 오래 숨길 수 있는 건 없어.' 라는. 자신을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남자가 한 말이다. 그래서 이 친구들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여자는 남자에게 '처음부터 나를 여자로 봤으면서 나를 속였'다고 화를 내며 남자 앞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러다가 자신이 그를 좋아하고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 둘이 재회했을 때 남자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관계가 뭐든간에 나는 지금 이걸 잃고 싶지 않아.

 

 

 

 

 

 

 

 

잃고 싶지 않은 사람, 잃고 싶지 않은 관계가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는 대화를 나누며 미소를 짓는 남자와 여자를 볼때마다 매우 흡족해진다.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사실 이런 게 아닌가 싶어진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대화할 수 있는 관계. 그것이 거창하게 세계 평화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도, 단순히 오늘 면도하지 않은 턱수염에 대한 것이어도, 들어줄 수 있고 맞받아 대응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물론 그 대화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것이어도 좋고 말이다.

 

 

그렇지만 나의 경우라면..

우주에 대한 얘기에는 드립력이 발휘될 수 없어....ㅠㅠ 매튜 맥커너히, 안녕... ㅠㅠㅠ

 

 

 

 

 

 

 

 

하아- 자정을 넘겼으니 지금은 월요일...인건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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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11-1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머피가 브레이킹던 시리즈의 르네즈미더라구요. 많이 자랐어요. 총명하고 이쁜 얼굴로~
인터스텔라를 보고 돌아오는 길, 얼마나 벅차던지요. 아, 쿠퍼 짱...
아, 그리고 앤 해서웨이 짱 예뻤어요. 짧은 머리가 훨씬 낫더라구요. 전성기 때 데미 무어 같아요.^^

다락방 2014-11-17 10:37   좋아요 0 | URL
르네즈미 폭풍성장 했죠!! 그리고 똘똘한 역할이 아주 잘 어울렸어요. 그 나이에 풀어내는 모스부호라니..난 뭔 말인지도 모르겠더만...나중에 `유레카` 외치는 나이든 머피도 참 근사했어요. 저는 똑똑한 사람한테 진짜 무한 매력 느끼는 것 같아요. 모르는 거 물어봤을 때 대답해주는 남자가 섹시한 것처럼요. 히융

안그래도 앤 헤서웨이 나오는 [비커밍 제인] 요즘 다운 받아 보는중이거든요. 글쎄 굳 다운로더에서 무료더라고요! 그거 보던 중에 인터스텔라 보니까 앤 해서웨이가 또 나오지 않겠어요? 숏 컷 잘 어울리더라고요. 난 안될거야..라고 생각했어요. -0-

마태우스 2014-11-1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 배우가 매튜 메커너히군요 전 뜬금없이 밴 애플릭인 줄 알았다는.... 글구 전 딸이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됐다˝고 하는 데서 마음이 아팠어요. 아무튼 참 재미있게 봤고, 보면서 이 극장은 왜 3D가 아니냐고 흥분했더랬지요. 저역시 다락님처럼 우주에 대한 관심이 없어요. 잘 모르는 곳은 가지 않는 주의라 전 절대 안갔을 거에요. 가장으로서는 제가 더 좋지 않을까 싶네요. 인류를 구원하는 사람은 될 수 없는 그런 인간형이 바로 저...^^ 님도 그러신 거 같은데, 같이 지구를 지켜요

다락방 2014-11-18 09:15   좋아요 0 | URL
저도 인터스텔라 보기 전에 왜그런지 모르겠는데 벤 어플렉 주연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왜그랬는지 모르겠네요.
맞아요, 마태우스님. 딸이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됐다` 고 할 때 어휴, 막 진짜 마음이 무너지더라고요. 마태우스님 말씀처럼, 훌륭한 파일럿 아버지 보다는 옆에서 내가 자라는 걸 봐주는 아버지가 더 좋다는 생각을 저는 했어요. 실상 나에게 필요한 건 전 인류를 구원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나 하나 잘 구하고 식구를 잘 보살피는 가장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을 한 아버지는 자랑스럽긴 하지만, 무척 야속하고 원망스러울 것 같아요. 그 시간 동안 내 옆에 없었다는 사실이 말이지요.

네, 지구를 지킵시다, 마태우스님!!

그렇게혜윰 2014-11-1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남은 아니지만 매튜메커너히는 쭉 멋이 있는 것 같아요.아~~ 영화보고싶다.^^

다락방 2014-11-18 09:16   좋아요 0 | URL
아니, 그렇게혜윰님!! 저는 매튜 맥커너히야 말로 미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완전 근사하지 않아요? 이렇게 나이 드는 남자라니, 이런 남자가 아빠라니, 딸이 부럽던데요! ㅎㅎ
이 영화 좋습니다, 그렇게혜윰님!! >.<

푸른바다 2014-11-1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링차변에서의 매튜 메커너히가 훨씬 더 잘 어울리더군요. 솔직히 인터스텔라 별로였어요. 질소를 잔뜩 넣어서 크기는 빵빵한데 정작 먹을 과자는 별로 없는.^^;

다락방 2014-11-20 11:58   좋아요 0 | URL
저는 우주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으므로 어떤게 질소이고 어떤 게 과자인지 구분이 안되서 잘 모르겠어요. 다만 인간들의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링컨차에서의 매튜는 진짜 최고죠!

2014-11-18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0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1 0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4-11-1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습니다. 우주라는 것이 사전적 의미를 부여하기보단 주관적 판단으로 따진다면 어디에도 있는게 우주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면 겹겹 둘러친 살코기와 비계의 앙상플이나 소고기의 불규칙적인 방사형 마블링에도 우주는 존재하는 것이겠죠. 고로 쿠퍼가 말하는 ˝우주를 보면 흥분돼요˝ 란 말을 듣고 다락방님이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구퍼의 말은 곧 다락방님이 말하는 ˝고기를 보면 흥분돼요˝ 와 전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락방 2014-11-20 11:5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뭔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싶으면서도 뭐 아닐 건 또 뭐람? 하게 되는 댓글이네요, 메피스토님? ㅎㅎㅎㅎㅎ 저를 흥분시키는 건 많죠, 메피스토님. 고기도, 술도, 재이슨 스태덤도... ( ˝) 그들은 제게 우주입니다. 킁.
 
Damien Rice - My Favourite Faded Fantasy
데미안 라이스 (Damien Rice) 노래 / 워너뮤직(WEA)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데미안 라이스의 노래는 나를 어쩐지 우울한 기분에 젖게 하지만 그래서인지 이 계절에 무척 잘 어울린다. 이 앨범을 배경으로 걸으면 나는 멜랑콜리한 영화속의 여주인공이 된 느낌이랄까... 볼에 닿는 바람이 더 차갑게 느껴지지만, 정말이지 싫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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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11-1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내내 이 음반을 듣고 있어요. 좋아용 ♡

다락방 2014-11-14 10:55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 처음 몇 곡 들었어요. 분위기가 참 좋아요. 우리 이거 틀어놓고 술마시자!!!!!

웽스북스 2014-11-1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주부터 계속 이 음반!!!

웽스북스 2014-11-1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노래가 너무 좋아요 It Takes A Lot To Know A Man

다락방 2014-11-14 10:55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딱 꽂히는 노래는 없는데 웬디양님이 좋다고 하니 그 노래를 다음엔 유심히 들어볼게요. 불끈!
 
다운 리버 - 모두가 미워하는 자가 돌아온다 뫼비우스 서재
존 하트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1. 좀 산만하다.
2.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파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3. 남자는 나를 배반하지만 일은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 일을 선택해! 남자를 버려!
4. 그러나 그는 돌아왔고
5. 그래서 그녀는 뉴욕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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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3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14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르고숨 2014-11-1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과감하고 친절한 스포-백자 고맙습니다. 지금 보니 이 책의 부제가;; 4번까지 미리 얘기해주네요?ㅋㅋㅋ 거의 <존은 끝에 가서 죽는다> 수준. 저 오늘 읽은 <더 박스>와 같은 옮긴이도 반가움! 첫눈 온 불금 잘 보내세요 다락방 님.

다락방 2014-11-17 00:25   좋아요 0 | URL
에르고숨님. 벌써 일요일이 다 갔어요. 이제 어떡해요? 엉엉 ㅠㅠ

사실 이 책은 `로빈`이 주인공이 아니에요. 당연히 로빈의 사랑이야기를 말하고자 하는 책도 아니고요. 제가 언제나 그렇듯이 삼천포로 빠져 다른 사람을 주인공 만들고 스포를 했습니다. 에라이, 품절이니 다른 사람 읽지도 못하고 해보자, 하고 과감하고 친절하게(응?) 스포를 했지만, 사실은 이게 스포가 아니라는 사실?? 도 스포인가.. 하하하하하.

아, 월요일이 와서 지금 정신이 혼미해요. 받아들일 수 없어요!! ㅠㅠ
 


여자는 남편의 이탈리아 출장길에 동행한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해서 남편은 바쁘고 자신은 혼자 관광을 한다. 남편은 여자와 놀아주기에 지나치게 바쁘고 피곤하다. 그러다 여자는 열아홉의 청년을 마주치게 되는데, 이런 상황 설정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와 비슷하다. 뭐, 사랑통역~ 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열아홉 청년대신 나이 많은 빌 머레이 아저씨를 만났지만. 어쨌든 두 여자 모두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남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 했던 남편이 아니라.


영화속 여자는 처음, 당연히 이 열아홉 청년으로부터 도망친다. 넌 이게 뭐하는 짓이냐, 너 원래 이렇게 여자를 유혹하는 게 취미냐, 라는 식으로 모질게 말을 하고 그의 키스를 뒤로한 채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러나 남편은 여자에게 시선을 잘 두질 않고, 진지하고, 재미없고, 피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남편과 잘 지내보려고 한다.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청년에 대해 생각하면서, 오랜만에 남편과 손을 잡고 이탈리아 거리를 걷고, 밥을 먹고, 사진을 찍고. 늘 그랬듯이 일상을 보낸다.


사람은 속에 있는 말을 다 하고 살 수가 없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상대는 알 수가 없다. 설사 말했다고 해도 그 말이 반드시 진실 혹은 진심이란 법도 없다. 우리는 아주 많은 생각들을 혼자서만 간직한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상대에게 웃고 떠들며 이야기할 수도 있다. 거짓된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행복조차 꾸밀 수 있다. 남편은 모르겠지만, 여자는, 남편과 손을 잡고 걸으면서,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면서, 다른 남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미 그렇게 된 이상 게임 끝이다. 순간순간이 즐거워야 한다는 이 젊은이를, 그녀가 어떻게 잊을 것인가. 그간 남편의 문제점, 혹은 약점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않았던 여자지만, 이 즐겁게 사는 젊은이를 만나고 난 후로 남편의 재미없음과 진중함이 크게 눈에 띈다. 그래서 여자는, 청년의 집 앞으로 찾아가 노크한다. 진지해질 필요를 버리고서.



뭐 특별할 것 없는 뻔한 영화다. 딱히 재미있지도 않고, 생각했던 그대로 흘러간다. 청년은 여자에게 '아름답고 섹시하다'고 말하지만, 내게는 모든 캐릭터들이 딱히 매력적이질 않았다. 남편의 상반신이 조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 건, 아마도 와이셔츠 탓이겠지? (응?) 그런데 이 청년과 여자 사이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 둘이 처음 만나 함께 밥을 먹고난 후,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고 레스토랑에서 도망친 것. 경찰이 쫓아와요! 라면서 마구 도망치며 그는 말한다. 돈이 없어서 음식값을 못냈다고.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고 도망친다. 한참을 도망친 후에야 청년은 숨을 고르면서 '사실은 당신 화장실 갔을 때 계산했어요' 라고 말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에게도 정확히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장면이 너무 특별했다. 차이가 있다면 내쪽의 친구는 실제로 계산을 했고, 영화속 청년은 아마도 실제로 돈을 안낸 것 같다는 것? 여튼 나한테 조용히 나가서 도망치자고 했던 친구에게 이 장면에 대해 얘기하니 다음엔 밥먹고 도망치게 달리기 연습을 해두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돈 내고 걸어나가자고. 크- 난 참 바람직한 삶을 살고 있구나. 멋져. 떳떳해. 정정당당 다락방!! (  ")



영화속 청년은 여자에게 말한다. 


난 당신을 만나면 진정이 안돼요.


여자는 청년에게 대꾸한다.


난 너를 만나면 진정이 돼.







하아- 진정 안되는 청년이든  진정 되는 여자든, 도무지 이들은 일상을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강렬한 만남이 있는데, 일상을 어떻게 유지하지? 다 망가지잖아? 다 뒤죽박죽되잖아? 


여자는 티베트에 함께 가자는 청년의 제안에 남편에게 고백한다. 나 사실은 다른 남자 만난다고. 여자는 남편이 자신의 달라진 점을 눈치채주길 바랐다. 남편이 아니라 다른 남자를 만나는 자신을 눈치 채주기를. 그러나 남편은 여자를 보지 않았다. 


You don't see me.


여자는 그렇게 울부짖고, 남편에게 말한다. 나는 그와 떠날거야. 그러자 남편은 다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그녀몫의 비행기 티켓을 내밀며 말한다. 그게 너의 마음이 편해지는 길이라면 그렇게 해. 그랑 떠나. 다녀와. 다만, 이 티켓을 줄테니 그걸 가지고 우리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 돌아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그와 떠난다고 말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한 후 돌아와' 라고 말하는 남자의 마음은 어떤걸까? 이건 이런 방식의 '사랑'인걸까? 이게 그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인걸까? 여자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자신을 보지 않는다, 자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라고 말하지만 남편은 자기 '나름대로의' 사랑을 하고 있었던 걸까?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걸까? 돌아오라는 건, 사랑으로 인한 걸까? 너가 원한다면 원하는 대로 해, 다만 돌아와. 이건, 사랑에서 근거한 것인가? 아니면 가정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온 것인가? 내가 고민해봤자 답을 내릴 수가 없다. 그저 나는 각자에게 나름의 사랑 방식이 있으니, 어쩌면 남편은 자기 나름대로 아내를 사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해보았다. 재미없고 진중하지만, 아무것도 아내에게 궁금한 게 없지만, 부부 사이에서 별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없었지만, 그는 사랑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재미없고 진중한 이 남편도, 다른 여자를 만난다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많이 웃고 많이 이야기 나누고 많이 궁금해했을 런지도 모른다.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해도, 다른 여자를 만난다면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다른 반응이 나올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 역시 순간순간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여자로부터 얻을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기회가 없을 수도 있고. 그에게 그저 삶은 이렇듯 재미없고 진중하게 흘러가는 것이 맞는지도..


영화의 마지막 즈음, 누군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이런 가사였다.


혼자이던 그때 내 마음은 가벼웠지

다시 혼자로 돌아가고 싶다


혼자이던 그때 내 주머니는 무거웠지

다시 혼자로 돌아가고 싶다


이 가사는 영화의 결말을 암시하고 있었고, 여자는 내가 생각한 대로 행동했다. 얼마전에 읽은 '파비오 볼로'의 《아침의 첫햇살》의 결말도 이러했다.


















어제는 오후무렵부터 외로웠다. 외롭다는 감정은 좀처럼 나에게 잘 찾아들지 않는 감정인데 갑자기 폭풍처럼 밀려와 당황스러웠다. 뭘 어떻게 할지 몰라 원인을 분석하고 싶었다. 왜 외롭지? 왜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이것저것 이유를 생각해보았지만 좀처럼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퇴근을 하고 강남역까지 걷자, 싶었다. 이 기분으로는 그냥 집에 갈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그러나 얼마 걷지 않았는데 걷기가 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나는 p 에게 급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퇴근 했어? 이제 하려고. 소주 한 잔 할래? 뜨끈한 국물에 그렇게 할까? 그래서 p 와 나는 부랴부랴 강남역에서 만나 뼈해장국을 앞에 두고 소주를 마셨다. 나는 p 에게 고맙다고 얘기했다. 나와줘서 고맙다고, 나 오늘은 정말 소주를 마시고 싶었다고. p 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가는 길, 마침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남동생과 비슷하겠길래, 남동생과 나는 집에서 맥주를 마시기로 쇼부를 치고 그렇게 했다. 방 안의 불을 끄고 잠들기 전에는 기분이 한결 나아져 있었다. 


그런데 악몽을 꿨다. 악몽이라기 보다는 막장 꿈이라고 하는 게 나을텐데. 꿈에서 어떤 소녀가 차에 치어 죽었는데 장례식장에 모델 같은 여자가 찾아왔다. 아주 키가 크고 멋진 여자였는데 저 소녀는 자기 딸이라는 거다.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나는 소녀의 엄마에게 이게 어찌된 일이냐 묻자 여러명의 자식을 둔 소녀의 엄마는 잽싸게 신발을 신고 도망쳤다. 그녀는 굉장히 파워가 센 여자였는데, 주변 모두를 휘두르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래서 어찌된거냐 따질 때 두려웠다. 나를 왕따 만들까봐. 그러나 왕따에 대한 두려움보다 소녀의 출생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게 더 우선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겁나면서도 물었던 것. 나는 그 키 큰 모델녀의 말이 사실이란 걸 깨닫고 소녀에게 이 진실을 밝혀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만 소녀는 이미 시체..아, 너무 속상해서 그 시체를 흔들며 울부짖었다. 소녀야, 너의 친엄마는 네가 알던 그 엄마가 아니야, 라고. 그러자 죽어 있던 소녀의 시체에서 영혼이 스르륵 빠져나오며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럼 누가 친엄마죠? 라고. 나는 방금 나간 모델녀라고 답하며, 그런데 너는 지금 힘이 없으니 내가 가서 데리고 올게,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하며 그녀를 찾으러 다다다닥 뛰어 나갔다...가 깼다. 난 막장 드라마도 잘 안보는데 왜 이런 막장 꿈을??




여튼, 점심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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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4-11-1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꿈은 정말로 드라마틱해요. +_+;;;;; 저는 최근에 한국시리즈 보러 가야 하는데 제가 표를 안 가지고 와서 집에 표 찾으러 가는 꿈을 꿨어요. 택시는 없고 버스도 안 오고 막 뛰어가는데 사자가 길 막고 있는 그런 꿈이었어요. 네. 사자입니다. -_-;;;;

순간순간이 즐거워야 한다는 열아홉살 짜리는 도저히 감당안 될 거 같은데요. -_- 일찌감치 도망가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재미없는 인간입니다. (_ _);;;;

다락방 2014-11-14 09:20   좋아요 0 | URL
사자라뇨, 문나잇님. 뭔가 엄청난데요? 분명 일상적인 꿈인듯 한데 사자라뇨. 그건 다르잖아요! 로또 사셨습니까. 우앙- 사자라뇨!! 좋다. 저 사자 좋아해요. 하핫

저도 십구세 청년 감당할 자신은 없지만 며칠간 같이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

꼬마요정 2014-11-15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공주가 되어 납치된 이집트 왕자를 구하러 가는 꿈을 꾸었더랬죠. ㅋㅋ 커다란 배에 왕자가 있는데 배 밑에 구멍을 뚫고(엉?) 들어가서 왕자를 구하는데.. 배는 결코 가라앉지 않더라구요.. 왕자를 구했는데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어 제가 사는 집 내리막길에서 둘이 썰매를 타고 있었죠.. 일어나서 한참을 어이가 없어서..^^

저 내일 홍대에 프란세시냐 먹으러 갑니다요~ 서울에 지인 결혼식이 있어 가는데 간 길에 들르려구요~ 혹시 여름에 어떤 사람이 다락방님께 마카오에 프란세시냐 파는 데 어딘지 아느냐는 질문 하지 않던가요? ㅎㅎ

위의 영화.. 적어도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시나요의 결말보다는 마음이 홀가분할 것 같은데요~^^

다락방 2014-11-17 00:27   좋아요 0 | URL
이집트 왕자는 잘생겼던가요, 꼬마요정님? 현빈처럼 생겼나요? 현빈은 동양의 왕자니까 이집트 왕자랑은 거리가 먼가...이집트 왕자면 부자겠네요? ㅋㅋㅋㅋ 이런 속물적인 질문 ㅋㅋㅋㅋ

오, 꼬마요정님. 여름에 마카오 프란세시냐 질문 받고 제가 홍대를 알려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꼬마요정님의 지인 분이었던 겁니까? 하하. 지금쯤이면 드셨을 것 같은데 어떻던가요? 꼬마요정님 마음에 들었나요? 전 거기서 와인하고 닭하고 아주 배터지게 먹고 취해가지고 까페 꼼마가서 책도 막 지르고 그랬어요. 아하하하하.

꼬마요정 2014-11-1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집트 왕자 얼굴은.. 안 나왔어요 ㅎㅎㅎ 여름에 마카오.. 신랑이었답니다. 제가 다락방님 덕분에 프란세시냐를 알게 되어 신랑한테 마카오가면 꼭 먹자고 했는데, 신랑이 검색해서 다락방님을 찾아낸거죠 ㅎㅎ 나중에 알고 깜짝 놀랐답니다.^^

가르쳐주신 곳 일요일에 갔다 왔는데, 너무 맛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