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좋은 친구로 지내자는 식으로 괜히 멋진 척하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 그래도 앞으로 서로 각자의 길을 열심히 걸어 가서 또 언젠가 어디에서 소중한 친구로 재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

하루카는 시게유키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지금까지는 "그런 생각은 말고 병을 고치는 데 전념하면 좋겠어"라고 응해왔는데 왜 그런지 더 이상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시게유키의 진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루카의 머릿속에는 내내 사실은 시게유키가 아니라 자신이 그에게 더 기댔던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칠 년 동안 타이완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시게유키라는 존재가 일본에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p.491)

















'하루카'에게는 오랜 연인 '시게유키'가 있다. 타이베이로 발령받아 일 때문에 오게 됐지만, 휴가를 내서 간혹 시게유키가 있는 도쿄로 가 그를 만나고 오곤 했다. 메일을 가끔 쓰고 전화를 가끔 하면서 그들의 관계는 계속 유지되고 있었는데, 시게유키가 언제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멀리 있어서 바로 알아채진 못했지만, 요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시간을 내 그를 찾아간다. 그녀에겐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오래전 타이베이 여행중에 만난 남자 '렌하오(에릭)'이 있지만, 그에게도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말할만큼, 그래서 그와는 연인관계로 발전하지 않을만큼, 그만큼 오래된 연인 사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들 사이에 뜨거운 사랑이라든가 설레임이라든가 하는 것은 없어진 것 같았다. 게다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시게유키는 기분이 순식간이 바뀌곤 했던 터라, 자신의 연인이 힘들것 같아 '헤어지자'는 뜻을 밝히지만, '하루카'는 '이렇게 시게유키가 힘든 상황에 나마저 그와 헤어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그의 헤어지자는 말들을 그냥 넘겨버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그에게 부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게유키의 건강이 어느 정도 좋아졌을 때, 그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는 그녀는 묵묵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제야 스스로를 인정한다. 그가 자신에게 기댄 게 아니라 자신이 그에게 기대고 있었음을.



'애인' 혹은 '연인'으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때로 그 사람의 성격이나 그 사람을 향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런 포지션에 누군가 '있다'는 것 때문에, 그러니까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 때문에 상대에게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딱히 이제는 더이상 사랑한다고 생각되어지지 않더라도, 나에게는 애인이 있다, 하는 것이 단단하게 스스로를 받쳐주고 있을 때가 있는 것이다. 하루카가 일본에 있는 연인과 7년간이나 떨어져 있으면서 다른 남자들을 만난다거나 외롭다거나 하지 않고 일에 열중할 수 있었던 건, 분명 '아 매일매일 더 사랑해' 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아니어도, '내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휴가 때마다 자신의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 중에 얼마간의 시간은 애인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자주 연락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녀에게는 어쨌든, 사귀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 '존재'의 고마움 때문에 그녀는 헤어짐을 미루고 또 미뤘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걸 깨닫기 전까지는 자신의 존재가 그에게 분명 필요할 거라고 생각을 했을 거고. 칠 년을 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연애를 했고 그 전에도 같은 나라에 살면서 연애를 했다. 그 시간은 분명 긴 시간이었으나, 그들은 이제 이별을 했다. 죽을것처럼 좋아했던 사이가 아니었다고 해도, 그 오랜 관계가 돌아서버린 지금, 그들 사이에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왔던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리고 말았으니, 마음이 휑할것이다.





'하루카'는 아주 오래전 타이베이에 여행을 갔을 때, 그곳에서 그 나라의 대학생 '에릭'으로부터 길 안내를 받게 되고 하루를 같이 보내게 된다. 바로 다음날이 일본으로 출국하는 날이라 아쉬운 마음을 안고 헤어져야 했는데, 그때 에릭은 연락하라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그녀에게 건넨다. 자신이 공항으로 타고 가야 할 버스까지 배웅을 나온 그에게 버스안에서 꼭 전화하겠다고 한 뒤에 그녀는 일본으로 돌아가는데, 일본으로 돌아와 가방을 샅샅이 다 뒤지고 또 뒤져고 그로부터 건네받은 종이는 없다. 그녀는 전화번호를 주지 않은 상황에서 그에게 연락할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녀는 그에게 연락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가득하지만 연락할 수 없다. 이듬해에 다시 타이베이로 가, 그와 함께 갔었던 그의 아파트를 찾아보려고 하지만 아무리 그 근처인 듯한 곳을 서성여봐도 도무지 길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런채로 내내 그를 그리워만 한다. 그렇게 그리워하며 그녀는 직장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일하다 타이베이로 발령을 받게 된다. 타이베이에 가서 일해볼텐가? 라는 상사의 말에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한 것이다. 이곳에 애인이 있지만, 5년예정을 '1~2년쯤' 이라고 속인 후에 그녀는 타이베이에 간다. 그곳 직장에서 사귄 직장 동료에게도 나는 사실 그 때 만난 에릭이란 남자를 찾고 있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네, 라며 자신의 안타까움을 들려준다. 


에릭은 에릭대로 그녀의 전화를 기다린다. 내일은 오겠지, 내일은 올거야, 분명히 전화한다고 했는데, 그 눈빛은 그 말이 진심이라 말했는데, 왜... 그래서 그는 그녀가 탄 비행기의 무사도착을 확인해보고 도서관에 가 일본 신문을 뒤적여보며 그녀의 이름을 찾고자 한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해서. 그러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걸 알게되고 무작정 일본으로 간다. 그녀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면서, 연락처도 모르면서, 무작정 지진이 일어난 곳으로 가 혹시 '하루카'라는 이름의 여성을 아느냐고 물으며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그도 그 하루의 추억이 몹시 소중하고 가슴에 남아 늘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거다. 그런채로 그들은 9년이나 만나지 못하게 된다.



















내가 어마어마하게 사랑하는 영화 『브로큰 잉글리쉬』에도 이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좀처럼 안정적인 연애를 하지 못했던 여자는 어느 파티에서 프랑스 청년을 알게된다. 이 젊고 키가 크고 잘생긴 청년은 잠깐 미국에 여행중이었는데, 그녀와 며칠을 함께하고는 이제 프랑스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때, 그녀에게 함께 가지 않겠느냐 말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남자는 떠나면서 자신의 프랑스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간다.


여자는 자신의 삶의 터전이 미국이었으므로, 또 그 남자와는 며칠간을 함께 보냈던 것이므로 선뜻 그를 따라 나서지는 못했지만 그가 그립다. 그를 만나고 싶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프랑스 파리로 간다. 친구는 다른 볼 일이 있었고, 여자는 가서 그 남자를 만나리라!! 결심했던 것. 그러나 파리의 호텔에 도착해 그에게 연락하려던 그녀는 멘붕에 빠진다. 그가 적어준 전화번호가 쓰여진 쪽지를 잃어버린 것. 짐을 다 뒤져도 그의 전화번호가 나오질 않는다. 결국 그녀는 그가 프랑스 파리에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해 그를 만날 수가 없다. 그래서 파리의 며칠간을 오롯이 혼자 여행하며 보낸다.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거리도 걸어보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돌아갈 시간이 되어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향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공항으로 향하던 지하철 안에서 그를 마주친다. 와우-



남자도 그녀를 알아보고 그녀를 데리고 지하철에서 내린다. 그리고는 까페로 들어가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니까 당신은 나를 만나러 여기에 왔고, 그런데 나를 만나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 돌아가려는 거에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랑 조금 더 있어요, 당신은 비행기를 놓치겠지만.





(아아 이 남자 진짜 너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꺼이 비행기를 놓치겠어!!)





아니, 그러니까 나는 답답한 거다. 소중하잖아, 소중한 번호잖아. 이 사람 꼭 다시 만나고 싶잖아. 그런데 내가 아는 게 그가 적어준 전화번호 뿐이라면, 그걸 좀 더 잘 다뤄야 하는 거잖아. 쪽지라면 잃어버리기 쉽잖아, 그건 누구나 다 아는 거잖아? 그렇다면 그것을 쪽지로 가지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라도 잘 적어두어야 하는 거잖아. 왜 그 당연한 걸 안하는거지? 쪽지는 잃어버리기 쉬우니까 내 수첩에, 혹은 가지고 있던 책에, 일기장에... 어디든 적어 둬야 하는 거잖아. 어쩌면 그렇게 그 쪽지 하나만 달랑 믿고 있을 수가 있는걸까? 그러니까 9년간을 만나지 못하고, 파리에 가도 만나지를 못하잖아?



참 사람들 신중하지도 못하고 꼼꼼하지도 못하네...




내 경우엔 소중한 사람의 전화번호를 핸드폰에도 저장해두지만 다이어리에도 따로 적어둔다. 사실 이렇게 해놓고서 번호를 외워버린다. 내가 외우는 전화번호는 한두개가 아니다. 필요한 번호는 외워버리는 거다. 사람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사람일 진짜 모르는건데, 내가 아무리 꼼꼼하게 폰에 저장해두고 다이어리에 적어두어도, 폰도 다이어리도 없는 상황에서 급하게 전화를 해야 될 수도 있잖아? 그럴 때를 대비해 외워버리는 거다, 나는. 언제나 어디서나, 공중전화 밖에 없는 상황이라거나, 낯선 곳에서 나만 홀로 핸드폰이 없을 때, 누군가에게 빌려서라도 전화를 할 수 있도록 나는 전화번호를 외워버린다고! 아니, 그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대체 왜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아? 내 경우엔 주소까지 외워버린다. 아니, 대체 왜 외우지 않는거야????????????????

이 사람이 소중하다, 이 사람에게 반드시 연락할 것이다, 싶으면 외워버리라고!!!!!!!!! 위워, 외워, 외우라고!!!!!!!!!!!





안타깝게 전화번호를 잃어버렸지만 그들은 정말 간절히 상대를 생각했다. 너무나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상대가 있는 곳으로, 실은 정확히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면서, 그 먼 거리를 움직인다. 그랬더니, 어떻게든 상대에게 닿았다. 닿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뚜벅뚜벅 걸으면, 결국엔 가야할 곳으로 가게 되는 법. 전화번호를 잃어버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지만, 어쨌든 그들은, 상대에게 닿는다. 그리고 그런 날이 오게될까, 라고 기대했으나 차마 있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날이, 



온다.




9년전 헤어졌던 그 호텔의 로비에서 그들은 재회한다.





드넓은 대리석 로비에 에릭이 오도카니 서 있었다. 로비에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하루카는 한눈에 그의 모습을 알아봤다. 에릭도 똑바로 하루카를 보고 있었다. 말을 건네면 들리는 거리였지만, 왠지 두 사람 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역시나 둘 다 뜻대로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p.242)



에릭이 가까이 다가왔다. 한발짝씩 다가올 때마다 구 년의 세월이 좁혀지면 좋겠다고 하루카는 생각했다. 나, 변했지? 늙었지? 자조하듯 질문이라도 할 수 있다면 마음이라도 후련해질지 모르지만, 물론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그렇지만, 이라며 하루카가 생각을 고쳤다. 에릭이 여기까지 와줬다고. 눈앞에 서 있는 에릭도 나와 마찬가지로 구 년 만의 재회를 기대해줬다고. 그 순간, 뭔가가 툭 끊어진 것처럼 긴장했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p.243)




무엇보다 좋은 건, 나만 상대를 그리워했던 게 아니라는 것. 나중에야 알게되지만, 에릭이 하루카를 걱정해서 고베로 갔듯이, 하루카도 에릭이 걱정돼 타이베이에 또 왔었다는 것. 상대방이 사는 나라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결국 흐르고 흘러 에릭이 일본에 살게 되고 하루카가 타이베이에 살고 있는 건, 서로가 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는 것. 상대를 만났었으므로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마주 섰다는 것. 나의 간절함이 당신의 간절함이기도 했다는 것.



"……그래서 나는 너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렇잖아, 만약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타이완 신칸센 일을 하지도 않았을 거야."

하루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거면 됐다고 생각했다. 꽤 시간이 흐른 후 렌하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만약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도쿄에서 일하지는 않았을 거야."

설령 똑같은 마음을 품었다고 해도 그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역시 나를 찾을 수 없었다. 단수이 거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의 아파트를 찾던 내가 지금 여기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렌하오가 찾았던 내가 여기 있고, 내가 찾았던 그가 여기로 와줬으면 좋을 텐데 하고. 그러나 여기 있는 사람은 역시 내가 찾아내지 못한 그였고, 그가 찾아내지 못한 나일 뿐이다. (p.404)




일상은 힘이 세다. 아무리 사랑하고 아무리 그리워한들, 하루하루 해야 할 일들을 하노라면 오늘은 내일이 되고 한달 뒤가 되고 또 일 년 뒤가 된다. 서로를 그리워하고 찾고 싶은 마음이 있었도, 둘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나이를 먹어가며 자신만의 다른 관계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지금이 되었다. 이 책에서 하루카와 에릭의 이야기가 조금 더 비중이 많았으면 좋았겠다고, 조금 더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그들에게 더 많이 차지하는 비중은 당연히 일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틈틈이 혹은 가끔, 어쩌면 '오랜만에' 연락할 수 있는 사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그들은 재회후에 일 년이 지나고 또 한 해가 지나고 또 한 해가 지나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싶다. 이것도 나쁘지 않겠어, 어쩌면 이게 더 좋을 수도 있겠어. 이들이 구 년이나 지내고서야 만나게 된 건, 그게 더 나았기 때문일 수 있었을 거다. 그 편이 서로에게 더 좋아서. 이런식으로 상대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서.




책을 읽는 내내 타이베이에 가고 싶어졌다. 하루카와 렌하오의 사연이 있는 타이베이에 가서, 하루카처럼 혼자 어슬렁 돌아다니다가 쑥- 음식점에 들어가 혼자 밥도 시켜 먹어보고 그렇게 지내보고 싶어졌다. 개인의 사연은 내밀한 것이라, 사실 그 사연이 아름답다한들 타인에게는 그다지 영향력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주 오래전, '익스트림'의 <when i first kissed you>를 듣고, 엠파이어에 가보고 싶었었다. 그 때부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나의 로망이었다. 또한 '엘리자베스 게이지'의 [스타킹 훔쳐보기] 시리즈를 읽고는, '할'과 '로라'가 재회했던 센트럴 파크의 벤치에도 꼭 가보고 싶었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홀든이 '겨울에 오리는 어디로 가지?' 궁금해했던, 그 센트럴 파크에 꼭 가보고 싶었었다. 그러나 내가 뉴욕에 갔을 때, 센트럴 파크에 가보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가 봤을 때, 거기에서 내가 아름다운 사연을 만나지도 못했고 아름다운 사연을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화동>에 꽂혀서 이화동에도 가봤지만, 그곳은 그저 작은 동네, 그 뿐이었다. 그들의 사연이 오로지 그들만의 사연인 까닭이다.  



요즘에 베트남에 가야겠다고 자꾸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빌려주었던 베트남 국수여행 책을 다시 돌려달라 말했다. 그 책에서 국수가게가 밀집된 어느 지역이 있었는데, 거기가 어딘지 보고 짧게 거기로 갈 생각이었던 거다. 국수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베트남에 가서 국수를 먹으면 어쩐지 뭔가 다 괜찮아질 것 같은 거다. 그래서 베트남에 가야지 생각했다. 혼자서 멀리 나가본 적이 없으니, 이렇게 일단 가까운데부터 시작해서 먼 데로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계속 어딘가를 가고 싶어하고, 어딘가에 가서 다른 이의 사연을 만나고 싶어하고, 어딘가로 가서 그 곳의 음식과 술을 먹고 싶어하니, 혼자 가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았다. 내게는 좋은 여행 친구가 있지만, 언제나 타이밍을 그리고 가고 싶은 곳을 맞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언제든 원하는 때에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곳으로 다녀오려면 혼자가 제일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니 가까운데부터, 그 시작은 베트남 국수여행으로!!!


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요시다 슈이치'의 책에서 타이베이에서 재회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아아, 국수고 뭐고 그냥 타이베이에 가고 싶다..... 싶어지는 거다.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먹을 거 생각하면 베트남 가고 싶고 뭔가 마음이 애잔한 건 타이베이이니, 아아, 나는 어쩌란 말인가.



그러다 문득 역마운 이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아니, 대체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막 돌아다니게 됐을까. 어쩌다 나의 친구들은 막 지방에 있고 그렇게 됐을까? 친구 만나러 비행기 타고 부산 가고 기차 타고 대전 가고 ktx 타고 대구 가고 막...아아,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왜 자꾸 어딘가로 가고 싶어할까, 여행을 싫어하는 내가 아니었나.. 며칠전에 사주까페에 가서 사주를 봤는데, 사주 봐주시는 분이(이런 분을 도사님이라고 부르는건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건가...) 내게 역마운이 있다고 하셨다. 사주에 원숭이랑 쥐가 있다고, 얘네들이 한 순간이라도 가만 있는 걸 봤냐고, 이 두마리가 함께 있으면 역마운이 있는 거라고.... 아...... 역마운... 이라고? 그런 게 나한테 있어? 


어쨌든 베트남에 먹으러 갈 것이냐 타이베이에 사연을 만나러 갈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좀전에 다른 부서의 남자과장과 복도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향수 냄새가 진하게 났다. 나는 남자들 향수 뿌리는 거 너무 좋다. 향수 냄새도 좋다. 아, 향수 냄새 좋다, 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뭔가, 나랑 별 관계도 아닌 남자 향수 냄새 좋다고 생각하는 내가 갑자기 너무 짜증나서, 콧구멍을 확 틀어막아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콧구멍은 제 역할을 너무나 잘해낸다. 콧구멍아, 관계도 없는 남자의 향수 냄새 같은 거 맡고 그러지마!!!!


이루지 못한 마음은 날이 갈수록 미화되게 마련인지 이렇게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때 뻥 뚫린 구멍이 메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져만 갔다. (p.95)

곰곰이 회상하듯 중얼거리는 민스에게 "그래. 길지, 팔 년은"이라며 렌하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스스로도 바보스러운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타이베이에서 고작 하루를 같이 보낸 일본 아가씨에게서는 그 후 연락이 없었다. 따져보면 그런 이야기는 쓸어버릴 정도로 많다. 그런데도 자기들의 만남만은 다르다고 굳게 믿었다.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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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행기를 놓치지 않아도 돼.
    from 마지막 키스 2022-07-22 15:36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일단 한숨 한 번 쉬고 시작하자.나는 비포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비포 선셋>을 가장 좋아한다. 여자와 남자 주인공 둘만 나오는 영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둘이서 수다 떨면서 걷기만 하는 영화인데 이게 어찌나 좋은지. 아마도 서로에게 가장 충실하고 서로가 서로만 관심있어하고 서로가 서로에게만 집중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1편에서는 낯선 너와 내가 만났고 2편에서는 너와 내가 9년만에 너와 나
 
 
건조기후 2016-04-2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을 건네면 들리는 거리였지만, 왠지 두 사람 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역시나 둘 다 뜻대로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눈물 나려고 하네요. 제 목이 다 막히고 얼굴이 굳는 느낌...

전화번호 쪽지는 이해가 돼요 ㅎㅎ 간직하고 싶잖아요. 직접 적어준 필체도 손자국이 묻은 종이도. 내가 외우거나 옮겨적은 번호 말고 적어준 번호를 보고 그 번호대로 연락을 해서 만나고 싶은... 더 완벽한 인연을 위한 고집이랄까요 ㅎㅎㅎ

다락방 2016-04-25 17:55   좋아요 0 | URL
처음 읽으면서는 별 거 아닌 것 같은 소설이었는데 읽다보니 마음을 움직이더라고요. 이들이 어서 만났으면, 만나고나니 어서 빨리 뭔가 특별한 관계가 되었으면, 싶어지는 거에요. 휴... 건조기후님은 인용문 만으로도 움직이셨네요. 건조기후님 조으다.. ♡

당연히 그의 손글씨 하나라도 간직하고 싶죠. 그리고 그거 보고 전화하고 싶고요. 더 완벽한 인연을 위한 고집이란 말에, 고개를 끄덕여요. 그렇지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니까...그거 보고 전화하겠지만, 일단 써두고 외워뒀으면..그랬으면..

그런데 이게 다 운명의 흐름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러니까 9년전에 이 남자를 나한테 딱 던져주고 잠깐 만나게 한 뒤에, 너는 오랜 시간 후에 이 남자를 다시 만나게 될거야, 일단 얼굴이나 미리 봐둬, 하는 그런 흐름이요. 그리고 그 때 그들이 금세 연락하고 만났다면, 그 마음이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저 위에 95쪽의 인용문 보면 나오잖아요. `이루지 못한 마음은 날이 갈수록 미화되게 마련`이라고요. 그들은, 그 타이밍에 만났어야 했을 거에요. 사실은, 전화번호를 잃어버렸으므로 거기서 끝날 운명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 사연속의 주인공들은 서로를 강하게 원해서 원하는 방향 쪽으로 움직인거죠. 저는 운명과 운명의 흐름을 어느정도 믿지만, 거기에는 자신의 의지로 바뀌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음..댓글이 왜 이지경까지 됐죠??

꿈꾸는섬 2016-04-25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곤한 오후였는데 다락방님 글 읽으며 엄청 웃었어요.
그렇게 소중한데 외웠어야죠. 다른데라도 메모해뒀어야죠.ㅎㅎ

베트남 쌀국수 먹고싶어요.

별관계 아닌 남자의 향수 냄새 ㅎㅎㅎ맡아도 되는거잖아요. 주변 사람들 좋으라고 뿌리는거 아닌가요? 향수ㅎㅎ 전 남자들 은은한 스킨향이 좋더라구요. 강한향말고 은은한향요.

다락방 2016-04-25 17:5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사람들이 왜이렇게 꼼꼼하지 못하고 소중한 인연을 그냥 쉽게 얻으려고 할까요? 노력을 해야죠. 수첩에 적고 머릿속에 기억하는 노력!! ㅎㅎㅎㅎㅎ

맞아요, 꿈섬님. 누구나의 향수냄새를 맡아도 되죠. 맡으라고 뿌리는 거니까요. 게다가 전 향수냄새 진한 것도 좋아해요. 전 땀냄새보다는 진한 향수냄새를 선호합니다. 향수냄새 맡는 거 좋아해요. 그런데 아까는 순간적으로, `이남자 향수냄새 따위 맡고싶지 않아, 콧구멍을 틀어막아버리고 싶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서요 ㅜㅜ

2016-04-27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7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8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8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이바 2016-04-29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소중한 건 외워둬야 하는데 인생이란게 맘대로 흘러가지 않더라고요... 다락방님은 일상은 힘이 세다고 하셨지만 추억도 힘이 세요. 말씀하신대로 미화되니까요. 어쩌면 그런 가능성, 있었을 법한 가능성에 대해 자꾸 생각하고 되뇌게 되는 것은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뜻도 되겠죠? 마음이라는게 뜻대로 되지 않지만요. 브로큰 잉글리시 저도 무척 좋아해요. 포지 파커의 섬세한 연기도 좋았지만 멜빌 푸포를 미국 영화에서 봐서 더 놀란 것도 있어요. 저는 이 배우를 프랑수아 오종의 타임 투 리브에서 처음 봤는데 십년이 지나 브로큰 잉글리쉬에서 봤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미모가 예전같진 않았지만 ㅜㅜ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는 두사람이 거리를 걷다가 남자가 i`m hungry라고 하는데, 여자는 i`m angry로 듣고 깜짝 놀라는 거예요. 불어에서 h가 묵음이거든요. 두 사람이 분명 호감을 느끼는 중인데 약간 쭈뼛쭈뼛한 분위기, 어색한 와중 여자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오랜만에 느끼는 로맨틱한 감정을 숨길 수 없는, 서툴러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좋았어요.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건 여자가 친구를 먼저 보냈던가요? 파리에 남아서 이젠 할 만큼 했다! 하고 맘편히 관광하고 돌아오는 길에 남자를 만나게 되잖아요. 남자가 반가우면서도 약간 황당한 얼굴을 하는데, 여자가 미국에 돌아갈 거라고 하니까 조금 화냈던가 그랬던 것 같아요.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만났는데 넌 지금 집에 간단 말이야? 그 복잡한 감정이 드러난 얼굴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오종 영화에서 시한부 인생을 연기한 멜빌 푸포의 미모 감상하세요 ㅜㅜ https://youtu.be/qW7AdifqU2g
찾아냈어요! 마지막 장면... 다시봐도 좋네요ㅜㅜ https://youtu.be/rN8DOKphMDc

다락방 2016-04-29 12:03   좋아요 0 | URL
아아 에이바님 ㅠㅠ 에이바님 사랑합니다 ㅠㅠㅠ 에이바님도 이 영화를 좋아하시는군요! 아아 반가워요 진짜 ㅠㅠ 전 이 영화 진짜 너무 좋아해요. 처음에 극장에서 보고 친구랑 바로 레스토랑으로 직행해서 와인 마셨었어요. 이 영화 보면 와인이 너무 마시고 싶더라고요. 저 남자 배우는 저 영화에서 처음 봤는데 엄청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올려주신 동영상보니 오오 꽃미모 청년이로군요. 근데 전 짧은 머리가 더 좋아요. 저는 어른이 되고나서는 남자들 짧은 머리가 좋더라고요. ㅎㅎ

저도 앵그리 헝그리 기억해요! ㅎㅎ 그러고 같이 까페엔가 갔을 때 여자가 전남친 맞닥뜨리잖아요. 그리고나서 막 기분 안좋아서 집에 와서 혼자 우울해하고 우니까 이 멋진남이 `옆에 있어줄까요 나가있을까요` 물어보는게 그때도 너무 좋았어요.

마지막 장면 진짜 압권이죠, 저 완전 사랑해요. 저는 이 영화 너무 좋다고 노래를 불러가지고 친구가 dvd 도 선물해줬어요. 그래서 가지고 있어요. 누구 빌려주지 않았다면 여전히 집에 있을 거에요. 힛. 집에 가서 찾아봐야겠어요. 아 저 이 영화 너무 좋아요. 굿 다운로더 있나 보고 다운도 받아놔야겠어요. 왜냐하면 너무 좋은 영화니까요. 아하하하하.

에이바님 사랑합니다. 에이바님은 진짜 짱멋진 것 같아요 ㅠㅠ

잠자냥 2022-07-22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까지 와서 , ˝콧구멍을 확 틀어막아버리고 싶다˝에서 빵터짐요.....
아, 저 <브로큰 잉글리시> 남 배우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멜빌 푸포네요?
전 저 남자 나온 영화 <타임 투 리브>랑 <여름 이야기> 봤던 기억이 나요
참 느낌도 좋고 잘 생겨서 ㅋㅋㅋㅋ <브로큰 잉글리시>도 분명히 본 거 같은데.... 와, 이 영화는 1도 기억이 안나네요;;

- 2022-07-24 20:2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여기까지 왔어요 ㅋㅋㅋㅋㅋㅋ 멀리서 오셨네요ㅋㅋㅋㅋ 전 2016년의 다락방님이 남자 향수 좋아하는 이야기가 너무 놀랍네요.... ㅋㅋㅋㅋ 무슨 사상적 전환(?)이 생겨서 이렇게(?)되신겁니까.. 저 브로큰 잉글리쉬 보고 싶은데.... 와샤에도 넷플에도 없고... 어디서 봐야할지 알 수가 없네요.... ㅋㅋㅋ
참... 잊지 않고 소중한 건 외우도록 하겠습니다. 010....

다락방 2022-07-25 08:05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위의 에이바 님도 그렇고 이미 멜빌 푸포를 아시더라고요. 저는 이 영화로 처음 봤어요. 물론 그게 오만년 전이지만... ㅋㅋㅋㅋㅋㅋㅋ코엑스 에 메가 박스 있었을 때..(지금도 있나?) 아무튼 이 영화 저는 너무 좋아해서 디비디도 있답니다? 껄껄.

공쟝쟝 님/저 진짜 남자의 단단한 육체(‘단단한‘에 밑줄 그어주세요)와 향기(냄새 아닙니다)에 대환장하는 여자였어요. 사실 그건 지금도 변치 않아..단단한 육체에 환장하는 편. 흑흑.
브로큰 잉글리시 둘다 없나요? 힝 ㅜㅜ 검색해보니 네이버로도 볼 수 없네요. ㅠㅠㅠ
 

<이벤트 참여 글입니다. 이벤트는 여기에 ☞ http://www.aladin.co.kr/events/eventbook.aspx?pn=160422_question>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걸 좋아합니다. 가장 집중이 잘 되거든요. 까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책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종이책을 읽습니다. 읽다가 밑줄 긋고 싶어지는 문장이 나오면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이는데, 지금 당장 포스트잇이 없다면 접어둡니다. 밑줄 그을 문장이 페이지의 위쪽에 있으면 위쪽 귀퉁이를 접고 아래쪽에 있다면 아래쪽 귀퉁이를 접어요. 이건 거의 언제나 그런데, 메모를 하는 건 늘상 있는 일은 아닙니다. 책의 어느 부분을 읽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면 연필로 밑에 적거나 연필이 없다면 펜으로 적을 때도 있는데, 대체적으로는 포스트잇에다 메모를 하고 그 페이지에 붙여놓습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침대 머리 맡에는 여러권의 책들이 있어요. 대체적으로는 출퇴근길에 미처 다 읽지 못한 책들을 계속 읽곤 하지만, 가방에서 그걸 꺼내기 싫을 때 읽으려고 충동적으로 한 권 두 권 가져다놓아서 쌓이게 되죠. 최근에는 '이도우'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꺼내놨어요. 찾아보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꺼내놨는데 아직 찾아보진 못했어요. 지금 읽고 있는 '요시다 슈이치'의 『타이베이의 연인들』도 침대 머리 맡에 두게 되겠네요. 너무너무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을 다시 샀어요. 아마도, 이 책도 침대 머리 맡에 당분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줌파 라히리의 원서도 있어요. 그건.. 그냥...그냥 있어요.....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줄이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대체적으로 읽고나서 다시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들은 바로바로 알라딘 중고샵을 통해 판매해요. 그리고 그 돈으로 또 책을 사고.... 그런데 참 이상하죠? 아무리 팔아도 책은 줄기는 커녕 계속 늘어나요.....

배열은, 전집은 전집대로 하고 그 외에는 작가별로 해요. 무라카미 하루키나 이승우, 로맹 가리, 존 쿳시, 코맥 매카시 등은 책장에서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해요. 그리고 '저의 소중한 한 칸'이 있어요. 그 책장에는 줌파 라히리와 다니엘 글라타우어가 있어요. 줌파 라히리의 모든 책이 그 곳에 있고, 『스토너』, 『지평』,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올리브 키터리지』, 『포기의 순간』, 『사랑의 미래』 가 거기에 있어요. 거기에 있는 책들은 침대 머리 맡에 있지 않아도 가끔 자꾸 꺼내서 들여다봐요. 

그런데, 사랑에 미래가 있나요?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어렸을 때는 손에 잡히는대로 책을 다 읽었는데, 그냥 책이 다 좋았어요. 뭐니뭐니해도,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다락방의 꽃들』시리즈를 엄청 좋아했죠. 흠뻑 빠져서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책을 다 찾아 읽으려고 했어요. 다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해요. 중학교 1학년때였나, 세로쓰기로 읽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었는데, 이것도 꽤 인상깊게 남아있어요. 내용보다는 세로쓰기 였다는 점에서요..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글쎄요...음...책장에 있는 책들은 늘 제가 언급하던 책들이라 놀랄 일이 없을 것 같고, 전자책 중에는 놀랄만한 게 있겠네요. 한 번 리뷰를 썼던 책이라 어쩌면 놀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펠리시아 조폴'의 『섹스 매뉴얼』이에요. 섹스를 배우고 싶다는 말에 친구가 선물해줬죠. 좋은 친구에요....

역시 인간은 사회적동물 인가봐요... 친구를 잘 사귀어두면 이렇게 도움을 받아요! -0-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저는 사실 작가를 만나고 싶진 않아요. 저 만날 시간에 자신의 생활을 흠뻑 즐기고 또 즐겨서 좋은 책을 더 써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코맥 매카시, 무라카미 하루키, 줌파 라히리,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이승우..아 정말 많은 작가를 좋아하지만, 안만나도 돼요. 저는 언제나 충실한 독자일테니, 그들은 계속 책을 써주길 바랍니다. 자신의 자리에서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 조정래의 『아리랑』이요. 이걸 읽어야 될것 같은데 아직 못읽었어요. 이번 해에는 도전하자 싶어서 1권을 장바구니에 넣어뒀습니다. 이번 해 안에 다 읽는 게 목표에요. 잘 될진 모르지만.....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 하하하, 네 몇 권 되지요. 이건... 앞으로는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강신주는 못 끝낼거에요. 팔아버렸거든요..절반 이상 읽었는데....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 아 이것은 너무나 어려운 질문...생각이 많이 필요한 질문이네요. 일단 읽은 책들 중에서 두 권을 가져가야겠어요. 그리고는 읽지 않은 책들 중에서 한 권을 가져갈래요. 다섯 권쯤으로 해주지...
















만약 다섯권으로 늘려주신다면, 이 두 권을 추가할게요.

















그렇지만 무인도에 가고 싶지 않아요........ 무인도에 술이 있을까요? 전 남자는 없어도 되는데 술은 있어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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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6-04-2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잼있숑!

그래서 [섹스메뉴얼]은 추천도서입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04-22 16:08   좋아요 0 | URL
노!!!

섹스는 책으로 배우는 게 아닙디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건조기후 2016-04-22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 추가하신 두 권은 저도 무인도같은 곳에나 가야 완독할 수 있을 듯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04-22 16:2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는 율리시스도 그렇고 완독하려면 저 책들은 무인도에나 가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6-04-22 16:23   좋아요 0 | URL
저두요~~~~~~
아니면 폭설로 고립되거나, 아니면 장마철... 앗! 장마철에는 안 되겠네요.ㅎㅎ

왼쪽 책은 집에 있는대요. 쩝쩝....

다락방 2016-04-22 16:25   좋아요 0 | URL
서는 율리시스는 확실히 팔았고, 서양미술사를 팔았나 안팔았나 모르겠어요. ㅋㅋㅋㅋ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아직 사지도 못했고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궁금한데..읽을 엄두가 안나요. 아하하핫

단발머리 2016-04-22 16:32   좋아요 0 | URL
저는 <율리시스>는 확실히 안 샀고, 저는 안 살거예요. 자신이 없어요. ㅎㅎㅎ

<서양미술사>는...
빨간책방에서 이동진이 그러더라구요. 심은하씨가 촬영장에서 항상 읽던 책이라구요.
전 서양미술사는 읽을 거예요. 심은하씨가 만만해서가 아니구요.ㅎㅎㅎㅎㅎㅎ
곰브리치의 다른 책 읽었는데 아주 재미있었거든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아.... 그 사람의 다른 책 읽을까 하고 있어요.
한 권은 읽으려고요. 예의상^^

건조기후 2016-04-22 16:33   좋아요 1 | URL
저두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정말 읽고 싶은데 페이지 압박때문에 주문을 계속 미루네요. 대체 본성이 선하다는 걸 저렇게 두껍게 설명해야 할 정도면 우리 본성에 선한 천사는 없는 거 아닌가요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6-04-22 16:40   좋아요 0 | URL
저는 가격의 압박도 만만치 않았어요. 너무 두껍고 너무 비싸요.

천사는 찾게 되시면 연락바래요~~
저도 할 말이 있거든요.ㅎㅎㅎㅎ

다락방 2016-04-25 09:05   좋아요 0 | URL
저 오늘 아침에 책장 보니까 [서양미술사] 있더라고요. ㅎㅎ 안팔았어요. 만세! (마치 무인도에 곧 갈것처럼 이런다 ㅎㅎㅎㅎ)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저도 사실 가격의 압박이...그것보다 분량의 압박도 크긴하지만..아니 이런거저런거 다 떠나서 내용의 압박....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거요. 내가 읽고 소화해낼 능력이 될까?????


단발머리님께는 `나윤선`의 <천사>를 추천해드립니다.

`한가지 부탁 해도 될까요?
시간을 잠시 멈춰주시면
제가 오늘 좀 늦었거든요
초면에 죄송해요 뚜뚜뚜~`

라고 천사에게 부탁하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입니다. 좋은 노래입니다. 아주 좋은 노래에요. 하아- 여러가지 사연이 있는.. 노래인 것입니다. 인생...

몬스터 2016-04-22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 섹스 매뉴얼이라 , 글 잼나요

다락방 2016-04-25 09:06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그렇지요? 섹스 매뉴얼보다 제 글이 더 재밌는 것 같아요. ㅎㅎㅎ

heima 2016-04-2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미래 궁금하네요 다락방님의 top 3 중 하나라니~~~ ^^

다락방 2016-04-25 09:07   좋아요 0 | URL
헤이마님, 안녕?
:)

[사랑의 미래]는 사실 내용적으로는 탑3에 못들어요. 탑3이 뭐에요, 탑 30에도 못들어요. ㅎㅎㅎㅎㅎ 300은 될까몰라. 그렇지만 그 책이 품고 있는 제 개인적인 사연 때문에 가져갈만한 책이 되는 거에요. 책 쓰다듬으면서 떠올릴 것들이 많을 것 같아서요. 어떤 사람들은 추억을 먹고 사는데, 저는 대표적으로 그런 케이스거든요. 그래서 미처 읽지 못한 두꺼운 책을 한 권, 정말 좋아하는 소설을 한 권, 그리고 추억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책을 한 권... 이렇게 선택하게 된거랍니다. 하핫 ;;

2016-04-25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5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아의서재 2016-04-23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정래의 <아리랑>은 아주 쉽게 읽으실수 있어요. 팁은, 3권부터 아주아주 야합니까..얼렁 3권까지만 가시면 야한 장면들을 바로 끝나는 지점에서 아리랑의 제맛들이 시작되니까...저도 대학때 선배의 이 말에 낚여서 완독하고 말았어요 ㅋㅋ

다락방 2016-04-25 09:08   좋아요 0 | URL
오... 그렇다면 다음번 지름에서는 아리랑을 기필코 넣어서 쭉쭉 진도 뽑아야겠네요. 야하다..야하다...아아, 저를 낚에 너무나 충분한 추천사인 것입니다. 꺅 >.<

마태우스 2016-04-27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작명이유가 혹시 저 책과 관계가 있나요? 암튼 책을 사랑하는 분의 이야기는 언제든 흥미롭습니다. 요즘 점점 그런 분이 희귀종이 돼가는 느낌...ㅠ

다락방 2016-04-27 13:58   좋아요 0 | URL
네네 맞아요. 중학교때 저 책 읽고 완전 인상이 강해서 제 닉네임이 다락방 이 된 것이랍니다. 헤헷.
저희 회사만 해도 책 읽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알라딘에만 오면 책 읽고 또 많이 사는 사람들이 수두룩해서 너무 좋아요. 아 마태우스님! [인물과 사상] 4월호 읽었거든요. 다는 안읽었지만 어쨌든 마태우스님의 리뷰,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
 

며칠전에 읽은 '필립 로스'의 『유령 퇴장』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젊은 시절 4년을 살고(상대는 이미 나이들어 있었다), 그 후의 오십년간을 그 4년의 기억으로 버텨온 여자가 나온다. 영화 『루시아』에서 남자는, 어느날 우연히 바닷물속에서 섹스한 이름 모를 여자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 새로운 여자가 생겨도 그랬다. 여자 역시 마찬가지, 애인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 이름 모를 남자와의 격렬한 물속의 섹스가 잊혀지지 않았고 그 날 밤으로 인해 임신도 해서 아이도 낳았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여자와 남자는 기차안에서 우연히 만나 꼬박 하루를 함께 지낸다. 함께 걸어다니고 이야기하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싹트게 되지만, 그들은 연락처를 주고 받지 않는다. 4년은, 하루에 비해 길긴하지만 어쨌든 이 모든 이야기들에서는 '단 한 번의 만남'이 아주 강렬한 영향을 미치고, 그 기억 혹은 그 상대를 도무지 지워낼 수 없다는 공통점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찾으려고만 하면 내가 예로 든 것 보다 더 많이 찾아낼 수 있다. 예전 이승환 노래중에 '남잔 첫사랑을 잊지 못한대~' 라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가 있었는데, 그건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고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첫사랑이어서 잊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잊지 못하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 그건 첫사랑일 수도 있고 열일곱번째 사랑일 수도 있다. 그건 남자도 그렇고 여자도 그렇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그 누군가에 대한 강렬한 기억을 가진채로, 그러나 저기 저 배꼽 밑으로 꼭꼭 숨긴 채로, 그렇게, 그런 일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연애도 하고 이별도 하고 또 결혼도 하고.... 그러면서 살게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가슴에 품었다면, 언젠가는 그게 바깥으로 튀어나오게 되는 것 같다. 영화 『루시아』에서 남자는 여자를 찾아가게 되고 비포 시리즈는 안봤지만 그들도 뭐 어떻게든 만나게 되지 않던가. 영화 『세렌디피티』도 마찬가지. 결혼한 상대가 있었음에도 남자와 여자는 서로가 서로를 찾기 위해 험난한 시간들을 보낸다. 이건 곁에 있는 사람한테 너무 상처가 되니, 누군가를 가슴에 품었다면, 그 가슴에 품은 사람과 결국은 함께하게 되는 것이 서로를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최선인 것 같다. 뭐, 사람일이 그렇게 내 생각대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아, 이런 얘기를 왜 했냐면, 최근에 읽는 책 역시 그런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루카는 6년전에 혼자 타이베이로 여행을 갔다가 단 하루, 남자대학생을 만나 안내를 받고 그 남자로부터 강한 기억을 받는다. 자신이 사는 나라 일본으로 돌아와 그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남자가 준 전화번호를 잃어버려서 연락할 수가 없다. 시간은 흘렀고 그녀는 직장을 다니고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그런데 회사 업무상 타이베이로 발령받게 되고, 그렇게 6년만에 타이베이로 다시 날아가게 된 것이다. 타이베이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 해가 지나고 또 한 해가 지나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의 영어이름이 '에릭'이라던 그 남자를 만날 수가 없고, 가끔, 그 남자일지도 모르는 남자가 찍힌 신문기사의 사진을 오려낸 것을 들여다본다. 그러다 8년만에 그 남자의 소식을 직장 동료로부터 듣게되는데, 그가 일본에 있다는 것이다!!!!!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에릭 역시 그녀를 잊지 못했고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러던 중 고베지진이 발생해서 걱정되는 마음에 무작정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다는 거다. 맙소사.....그렇다면 지금 그가 일본에 가 있는 까닭도, 어떻게든 우연히 그녀를 만나길 원하기 때문일까? 그 오래전의 단 하루의 만남, 그것이 하루카를 타이베이로 오게 하고 에릭을 일본으로 가게한 것일까?



아직 8년차 밖에 읽지 못했고 앞으로도 몇 년의 이야기다 더 남아있다. 나는 아직 책의 절반도 읽지 않았다. 그러니 8년차에 만나는지, 아니면 9년차, 10년차에 만나게 되는지, 만나긴 만나는지 알 수가 없다. 책 자체의 문체라든가 분위기 같은 건 내 취향이 아닌데,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롭다. 만나라, 만나라, 만나라... 나는 자꾸 바라고 있는 것이다. 가슴 속에 품은 사람은, 만나야해! 왜, 일전에 가네시로 가즈키도 자신의 단편소설 <연애소설>에서 그랬잖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놓으면 안된다고!! 


만.나.라.

만.나.라.



만.나.라. 라고 쓰는 순간 쟌다라 생각이 나는군.....쟌다라...

















돈을 벌어야 된다. 돈을 벌어야 돼. 저렇게 가슴 속에 누군가를 품고 있는데, 그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은데, 근데 그 사람이 비행기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비행기 값을 벌어야 되잖아......게다가 간다고 만날지 못만날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잠잘 곳이 필요하고, 먹을 것도 사 먹어야 하고.... 역시 돈이 필요하다. 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데 돈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 일단 그 사람을 만나면 비행기값 갚을게요, 만나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비행기값을 먼저 내게 하진 말아요....라고 하면 비행기를 안태워주겠지. 


내 머릿속엔 뭐가 들었을까?

갑자기 글 쓰다가 궁금해졌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아직 에릭의 이야기가 나오질 않았다. 왜 일본에 갔는지, 결혼은 했는지 어땠는지... 하루카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아 졸 좋아!'의 느낌이 아니다. 이건..이럴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가슴 속에 누군가를 품은 채로 다른 사람을 좋아하거나 사귈 수는 있지만, 가슴 속에 누군가를 품은 채로 '아 졸 좋아 영혼이 찢겨나갈 것 같아' 하게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만약 누군가를 만났는데 진짜 너무 좋아서 미치고 팔짝 뛰겠다면, 가슴 속에 품은 누군가가 지워지게 된다. 사람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게 가능할 수 있지만, 그 사랑의 강도가 똑같기는 힘든 것 같다. 어느 한쪽에는 좀 애정이 덜간달까.. 어쨌든, 에릭은 일본에 가있고 하루카는 타이베이에 와있다. 각자의 나라에 있을 때도 만나지 못했는데 지금은 서로의 나라에 가있어서 만나지 못했다. 이들이 만난다면,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펼쳐갈까? 



"고작 하루 타이베이에서 함께 지냈을 뿐이잖아. 그 후로 한 번도 못 만났어. 그런데도 왠지 서로에게 마음이 남았고 한쪽은 타이완에서 일본으로, 다른 한쪽은 일본에서 타이완으로 와서 일하잖아." (p.161)


회사 때려치고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러 밖으로 나갈까, 하다가, 비행기값... 같은 거 모아두려면 돈은 벌어야 되고....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남의 연애 얘기에 내 돈벌이를 버릴 생각을 하지 말자, 라고 다시 결심을 굳히게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사주를 본다면 나의 4월엔 '립스틱운'같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며칠 전 밤에 혼자서 술을 마시다가 취해서 티븨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는데, 오, 견미리가 화장품 홈쇼핑을 하고 있다. 그런데 피부가 완전 물광..이야.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 저건 사야해! 하고 질러버렸다. 하나는 엄마 쓰라고 줘야지, 생각하면서. 다음날 점심 시간때쯤, 아아, 지금 쓰고 있는 팩트가 있는데........아직 많이 남았는데...........이건 과소비야 싶어서 전화를 걸어 주문을 취소하겠다고 했더니 이미 출고작업이 되었다며 반품을 하라는 거다. 음... 그냥 쓸게요, 했다. 그래서 어제 그 박스가 도착했는데, 사은품으로 주는 립스틱이 들어 있었다. 홈쇼핑 광고 할 때부터 립스틱 3종중에 색깔은 랜덤발송이라 했던 터라, 으으, 두근두근, 무슨 색깔일까, 궁금했더랬다. 그랬는데.... 하아-



오렌지... 가 왔다. 오렌지.... 오렌지.....


내가 살면서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는 색이며, 앞으로도 살 일이 없을거라 생각되는 색이며, 발라볼 욕망을 1도 느껴본 적이 없는 색인데....오렌지...........오렌지라니.............토마토 색깔 같은 거 올것이지...............

그렇게 실망을 했지만, 특유의 긍정적 성격이 발현된다. 부르르, 긍정적 생각이 나를 싸고돌며 이렇게 생각하게 만든다. 어차피 내가 내 돈주고 살 생각이 아니니 발라볼 일 없는 거였잖아, 그렇다면 이렇게 공짜로 주어졌을 때 발라보면 되잖아? 라고. 부르르.....내 온 몸을 싸고도는 긍정적 기운......



색깔은 오렌지와 다홍이 섞인 빛인데, 으음, 자, 한 번 발라보자!! 그렇게 나는 발라본 것이다.


사실 발색샷 찍으면서 그냥 아이폰 카메라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wondercam 어플로 찍으니 이 어플이 자체 뽀샵을 해주는데 피부를 물광으로 만들어주고 눈동자 크게 만들어주고 잡티 다 없애주고 얼굴 턱선 깎아주기 때문에, 댓글들에서 피부 좋다..는 말이 자꾸 나오고...그것은 나의 양심에 너무 거리끼는 것이었다. 아아, 아닌데... 저건... 내 얼굴이 아닌데... 싶어서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폰으로 찍었는데...하아- 도저히 못봐주겠는 거다. 삭제삭제. 다시 그냥 어플로..... 그렇게 찍은 발색샷!




색이 얌전하고 실제로 보면 저거보다 약간 찐하다. 발라보니 내 생각과 달리 너무나 잘 어울리고 편한 거다. 회사 동료1도 보고는 '너무나 잘어울린다'며 호들갑 떨었고, 다른 부서의 동료2는 나를 보자마자 립스틱 색이 너무 예뻐요~ 한다. 아...나는 어떤 색을 사도 상관없겠다. 뭘 발라도 다 잘어울려!! 그래서 동료에게 말했다. 난 왜 다 잘어울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아무 색이나 바르기만 하면 다 어울려, 다!!!!!!!!!!!!




최근에 헤어진 애인은 나보다 나이가 어렸다. 뭐, 그 전에 헤어진 애인도 나보다 어렸지만.. 음.. 나에겐 연하의 남자를 유혹하는 치명적인 매력같은 게 있나? 어쨌든 이 애인은 나보다 어린데 심지어 동안이라서, 간혹 이십대로 오해받기도 하더라. 나는 동안도 아닌데다 그보다 나이도 많았던 터라, 뭐랄까, 좀 신경 쓰였더랬다. 지금이라도 좀 관리를 해줘야 되지 않을까... 나이 많은 게 티나더라도 이모뻘로 보일순 없지 않나, 싶어서, 생애 처음으로 아이크림을 샀었다. 고가의 아이크림.... 그간 아이크림을 발라온 적이 없었고, 선물 받거나 샘플을 받게 되면 죄다 엄마를 줬더랬다. 아이크림은 나와는 아주 상관없는 아이템 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젊은 남자를 만나(응?) 처음으로!! 눈가 관리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백화점에 가, 고가의 아이크림을 질러버렸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왕 사는 거, 나이 들어 시작하는거니 좋은 걸로 사자!! 


해서 사서 쓰고 있었는데, 이 아이크림을 이제 다썼다.




펌핑해도 더이상 나오지 않는 아이크림을 손에 쥐고 여러가지로 생각이 복잡해졌다. 이거 비싼데...다시 사야하나......라고 생각하다가, 이제 그만두자, 했다. 부질없어..아이크림 쓴다고 갑자기 내가 동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사실 이거 발랐다고 눈가가 환해지거나 한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리고 이제 연하의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걍 말자. 그 돈으로 스테이크나 사먹자. 인생......



오늘은 동료직원과 오후에 간식으로 할라피뇨와퍼를 먹기로 약속했다.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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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6-04-2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크림 사세요. 스테이크도 드시고.
인생 별거 없음. ㅎ

버거킹 할라피뇨와퍼 맛있어요.

다락방 2016-04-22 11:14   좋아요 0 | URL
아....아이크림...살까요? ㅎㅎㅎㅎㅎ
스테이크도 먹고....

하아. 좋은데, 참 좋은데.... 다 카드빚이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blanca 2016-04-22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ㅋㅋ 귀여워요. 그리고 나 요새 드는 생각이 갑작 꼭 동안이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갑작 들었어요. 그냥 그 나잇대의 아름다움이 있는 듯. 그래도 흑... 요새 다크 서클 보면 한숨 나옵니다.

다락방 2016-04-22 11:13   좋아요 0 | URL
네, 블랑카님. 저도 동안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지나친 동안 보면 저는 좀 별로기도 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나잇대의 아름다움을 저도 선호해요. 그렇지만..제 다크가 너무 심해요 ㅠㅠ 그래서 아이크림을 사기로 마음먹고 써본건데...이 다크서클이 아이크림으로는 전혀 나아지질 않네요? ㅠㅠ 결국 수술이 답인가..싶었는데 수술도 하기 싫고요. 하아... 저는 동안이 되고싶다는 희망은 1도 없는데, 다크서클은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ㅜㅜ

건조기후 2016-04-22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첫사랑이어서 잊지 못 하는 게 아니라 잊지 못 하는 누군가를 첫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거 굳이 구분하는 사람들 많잖아요. 순서상 처음 사귄 사람이냐 자기가 처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냐... 바보같더라고요. ㅡㅡ 당연히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 사랑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도 가볍게 사귀는 거까지 뭐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또 뭐 꼭 그렇게 여러 사람 앞에서 짚고 넘어갈만큼 자랑거리도 아닌데 어찌나 뻐기는 표정인지... 음 근데 왜 여기서 흥분 ;;; ㅎㅎㅎㅎㅎ

아이크림은 화장품 중에서 양도 제일 적으면서 비싸기는 또 엄청... 효과는 있었어요? 나는 아이크림 발라서 효과 본 적이 없어요. 생각해보면 그렇게 꾸준히 발랐던 적도 없긴 하지만 ㅋㅋㅋㅋㅋ 나이 먹는 거 숫자 자체는 별로 상관이 없었는데 나이 먹는 내 모습을 내 눈으로 보는 건 가끔 슬퍼요. 그러다 또 별 생각없이 살지만 한 번씩 깜짝, 놀라요. 세상에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은 거예요... 나는 아직 내가 어른같지도 않은데... ㅜ

다락방 2016-04-22 13:18   좋아요 0 | URL
많이 사귄 게 자랑인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죠. 특히 남자들이 그런 게 심한데, 여자 많이 사귀어본게 자랑인 줄 알아요. 제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하나가 자기는 스물아홉명을 사귀어 봤다고 말했었대요. 얼마나 못났으면 그렇게 자꾸 여자들과 헤어졌겠어요. 교제를 어떻게 하는건지 원... 그걸 왜 자랑처럼 떠벌릴까요. 많은 여자들과 자봤다는 게 자랑일까요? 그러면 누가 아이쿠 부럽다 잘했다 라고 할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음..어쩌면 그걸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똑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말이에요.


아이크림은 저도 효과를 1도 못본 것 같아요. 아이크림이란게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지금 꾸준히 발라두면 노년에 확실히 다른거다, 라고 하는데...그건 그냥 팔아먹기 위한 말이 아닌지... 앞으로를 위해 지금부터 발라줘야 하는 게 맞는건지....다 부질없는 짓인건지..... 모르겠네요. 저는 나이 먹는 걸 실감하게 될 때 슬퍼요. 얼마전에 페이퍼에도 언급했듯이 피부가 건조해지고 머리카락이 힘이 없어지고 생리 일수가 짧아지고..이러니까 별 생각 없이 살려다가도 `아 늙어가네` 싶더라고요. 게다가 요즘엔 취침 시간도 점점 더 빨라져요. 예전엔 새벽 두세시까지는 안잤었는데 이젠 열한시도 되기전에 잠들어버려요. 아아,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요. 노화는 막을 수가 없어요 ㅜㅜ

건조기후 2016-04-22 13:34   좋아요 0 | URL
하... 아이크림 그렇게 오랫동안 바르느니 그냥 피부과 가서 시술 한 번 받는 게 낫겠어요. 근데 피부과도 또 다니려면 꾸준히 다녀야하고... 뭐가 이렇게 사는 게 힘든가요 ㅋㅋㅋㅋㅋ ㅜㅜ

저도 이제 12시만 넘어가도 눈이 뻑뻑해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며칠 전엔 페이퍼 쓰는데 도저히 잠이 와서 쓰고 싶은 말을 다 못 쓰고 잤어요. 막 쓰면서도 아 이건 길어질 거 같으니 빼야겠다 이러고 ㅋㅋㅋㅋㅋ 내 참 그런 내 자신이 얼마나 웃프던지.

저도 이제 밤 한 번 새면 속 쓰리고 어지럽고 ㅎㅎㅎ ㅜ 우리 건강 잘 챙깁시다 다락방님. 영양제같은 것도 꼭꼭 드시고요. 막을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고 했어요! ㅜㅜ

다락방 2016-04-22 13:40   좋아요 0 | URL
저는 심지어 영양제도 안먹어요. 저는 대신에 밥 잘먹고 고기 잘먹고 야채 잘먹고 술도 잘마시니(응?) 잘 먹고 살고 있으니 괜찮을거다, 라고 생각하며 영양제를 먹고 있진 않은데... 이러다가 또 갑자기 영양제가 필요할 나이다, 라고 생각되어져서 먹게 될 수도 있겠지요.

시술이든 수술이든 가급적 안받고 살고 싶어요, 저는. 특히나 그게 더 젊어 보이기 위한 것이라면 말이지요. 그냥 늙고말지....라고 생각해서 지금 너무 늙어있나.....음.... ㅎㅎㅎㅎㅎ

저는 밤은 샐 생각도 안하고요 무조건 일찍 집에가서 일찍 자고 싶다 이런 생각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예전엔 잠을 안자고 싶었었는데 이제는 막 자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건조기후님, 우리 건강 잘 챙깁시다. 잘 챙겨서 서재에서도 오래오래 친구하고 지냅시다. 서로의 글 읽고 또 격려하고 그러면서오. 우리 오래오래 함께해요! ♡

아무개 2016-04-2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킨푸드의 아이크림을 몇년전에 잠시 사용했었는데
바르자마자 효과가 있었던거 같은데요.
근데 귀찮아서 안쓰는.....

버거킹 할라피뇨 와퍼
먹고싶다.
먹고싶다.
먹고싶다.
하지만
꾹 참고 낼 삼겹살 먹어야겠음요.

다락방 2016-04-22 13: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먹고싶은 거 안 참고 순간순간 다 먹으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

레와 2016-04-22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렌지색 립스틱 바른 다락방 입술 이쁘요!! +_+


인생.
요즘 걱정이 많아요. 걱정&생각만하다가 인생 종칠거같아. 쓰고보니 이것도 걱정이네..

다락방 2016-04-25 09:27   좋아요 2 | URL
난 요즘 인생에 낙이 없어요. 살아갈만한 즐거움을 찾아보려고 애쓰는데 뭐 하나 떠오르는 게 없어요. 걱정은 없는데 즐거움이 없어요. 하아-

오렌지색 바른 입술 저도 마음에 들어요! ㅎㅎ

감은빛 2016-04-22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글 읽으면서 저에게는 누가 남아있나 잠시 생각했어요.
너무 많이 남아서...... 는 농담이구. ^^

저 역시 단 하루 만났던 여성이 떠오르네요.
공통의 관심사가 많았던, 생각보다 대화가 무척 재밌어서,
낮부터 밤 늦게까지 순천과 여수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녔던,
늦은 시간 돌산대교를 내려다보며 함께 보냈던 시간은 잊혀지지 않네요.

다락방 2016-04-25 09:28   좋아요 2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뭐니뭐니해도 영혼을 꽉 채워주는 사람을 잊기 힘든 것 같다고요. 그리고 그런 사람을 잃으면 역시 영혼이 공허해지는 것 같아요. 섹스는 없이 살 수 있는데 대화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그런점에서 대화가 무척 재미있었다면, 그 상대가 아주아주 오래 남는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아요, 감은빛님. 조만간 이야기 많이 나눕시다!

Forgettable. 2016-04-22 17: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단 그 사람을 만나면 비행기값 갚을게요, 만나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비행기값을 먼저 내게 하진 말아요....
이거 누구한테 하는 말입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 돈 ㅠㅠ 돈을 벌어야 해요 진짜 ㅠ

다락방 2016-04-25 09:28   좋아요 2 | URL
음.. 그러니까... 승무원?????????????? 한테 하는 말인가????????????????? 나도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쓰다말고 내 머릿속엔 뭐가 있나..하는 궁금증이 일었던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월 2016-04-27 1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못 만나는 이야기가 아마 이영훈 작곡, 이문세가 부른 노래겠죠. 그렇게 못 잊는 사람을 다시 못 만나고 다른 사람과 살면서 놓은 듯 놓지 않은 듯 그렇게 사는 이야기요.

다락방 2016-04-25 09:30   좋아요 1 | URL
아, 그런 노래가 있나요? 사실 사람들이 사는 건 대부분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간절히 원하는 상대와 함께하는 게 어느모로 보나 맞겠지만, 사람의 사정이라는 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니까요....

인생은..정말 뭘까요? ㅜㅜ
 
유령 퇴장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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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들릴까 말까 한 소리로 말했어요. `면도하고 이발하고 싶어. 깨끗해지고 싶어.` 그래서 이발사를 불렀어요. 매니가 머리를 가누지 못해서 이발하는 데 한 시간도 넘게 걸렸죠. 이발이 끝난 뒤 나는 이발사를 문간까지 배웅하고 이십 달러를 줬어요. 침대로 돌아와보니 매니는 숨이 멎어 있었어요. 죽었지만 깨끗해졌죠." 이 말을 하고 난 다음 그녀는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갑자기 이야기를 멈췄고, 나도 어쨌든 할 말이 없었다. 나는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이제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와 만난 건 그때 한 번뿐이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난 그 시간을 지나왔고, 내가 그랬다는 게 기뻐요. 그 사 년의 시간을요." 그녀가 말했다. "매일 그리고 밤낮으로 말이에요. 나는 그의 벗어진 머리가 독서등 아래서 빛나는 걸 보았죠. 매일 저녁식사가 끝나면 거기 앉아 책을 읽으며 신중하게 밑줄을 긋고 잠시 멈춰 생각에 잠기고 스프링 노트에 문장을 적는 그를 보면서 나는 생각하곤 했어요. 저런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거라고요." (p.201-202)

사 년의 시간을 기억하며 오십 년을 산 여자. 그녀의 전 생애가 그 사 년에 의해 규정되어 있었다. (p.202)

우리가 떠난 후 뒤에 남은 이들이 늘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그리 놀랄 일도 아닌데도 우리는 다시 돌아왔을 때 그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놀라는 동시에 잠시 감동을 느낀다. 또한 늘 변함없는 좁은 장소에서 평생을 보내면서도 떠나고자 하는 욕망을 느기지 않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p.40-41)

"오힙대 후반에 첫 장편을 쓰다니. 백혈병이 그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 소설이 그를 죽였을 거예요."
"왜요?"
"그 주제 때문에요. 프리모 레비가 자살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아우슈비츠에 수용되었던 후유증 때문이라고들 했어요. 난 아우슈비츠에 대해 글을 써서라고, 마지막 저작에 너무 쏟아부어서라고, 공포감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해서라고 생각했죠. 그런 책을 쓰기 위해 매일 아침 눈을 떠야 한다면 누구라도 죽고 말았을 거예요."
그녀는 레비의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p.19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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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4-20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제일 사랑하는 바로 그 작품...
아, 나도 다시 읽고 싶어요^^

다락방 2016-04-21 08:18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페이퍼 보고 이 책을 샀고, 그리고 읽은 거에요. 필립 로스는 원래 호감작가이기도 했고요. 사실 저는 일흔 넘은 노인이 사십살 연하인 여자에게 욕망을 느낀다, 사랑을 느낀다, 는 것에 흥미가 일어 보기 시작했는데 정작 책을 읽고나자 마음을 끄는 부분은 따로 있더라고요. 위에 인용한 것처럼, 나이 많은 작가와 자신의 젊은 시절에 4년을 함께 보낸 여자, 그녀가 그 후로 오십년을 거기에 매어 사는 부분이요. 아니, 그 추억을 곱씹으며, 이미 죽은 남자와 늘 대화한다고 하는 것들이 참 인상깊었어요. 요즘엔 이런 이야기들이 참 눈에 들어오네요. 예전부터 있었는데 제가 잘 몰랐던건지 모르겠지만, 얼마전에 읽은 파스칼 키냐르 작품에서도 너무 사랑한 남자를 평생 그리워하며 계속 걷기만 하는 여자가 나왔는데, 이 책 필립 로스의 책에도 사 년을 함께하고 오십년을 추억하는 여자가 나와요. 저는 [유령퇴장]이 딱히 좋진 않았거든요. 책장이 잘 안넘어가더라고요. 그렇지만 사 년의 시간을 기억하며 오십 년을 산 여자가 참 인상깊어요.

웽스북스 2016-04-2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뭔가 압도적인 한문장이네요

다락방 2016-04-21 10:53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끄덕끄덕)
 

주말에 조카들이 왔었다. 둘째 조카는 병원에 들르느라 좀 늦었고 첫째 조카는 울엄마랑 먼저 도착했는데, 식탁 위에 내가 까놓은 오렌지를 보고는 '와 오렌지다' 하며 덤벼들었다. 나는 응, 이모가 타미 먹으라고 까 놓은 거야, 먹어, 했더니, 먹으면서 연신 맛있다고 두 개 먹겠다고 하며 입에 오렌지를 넣더라. 그걸 보는데 너무 예쁘고 좋은거다. 행복해지고. 아, 나는 이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싶었다. 먹는 걸 보는 게 너무 좋으면, 그건 바로 사랑이 아닌가. 반대로, 먹는 게 꼴도 보기 싫다면, 그 관계는 이미 끝장난 것 같다...


칠 살 조카가 일전에 우리집에서 내가 쪄놓은 달걀을 오물오물 먹을 때도 너무나 행복했는데, 이번에 오렌지를 먹는데도 너무나 예뻐서,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조카는 내 영혼의 치료제야, 싶었다. 이 아이, 계속 계속 먹이고 싶어. 다음날에는 다같이 피자 시켜 먹었는데, 내가 먹기 좋게 가위로 다 잘라줬다. 조카 입에 피자 들어가는 게 너무 예뻐서. 당신이 먹는 모습을 보며 내가 행복하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겁니다.....


이뿐 것들 ㅠㅠ


과자 먹고 싶다고 해서 집에 있는 홈런볼과 새우깡을 각자의 그릇에 담아 각자에게 건넸더니, 둘 째 네 살 조카가, 이모도 먹어봐 맛있어, 하며 입에 넣어준다. 아...이놈들 ㅠㅠ 사랑 ♡



나랑 손 잡고 걷는 칠 살 조카




나랑 손 잡고 걷는 네 살 조카



우산을 자기가 들고 가겠다고 달라더니, 자기가 감당하기에 너무 우산이 길어서 어쩔 줄을 모르더라. '이모가 우산 들고갈까?' 했더니 응, 하며 우산을 건네준다. 아구 이뽀 ㅠㅠ




어제는 퇴근 길에 너무 배가 고팠고 뭔가 '잘' 먹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 근처의 '보리밥과 청국장' 집에 들어가 혼자 앉았다. 두루치기는 2인이상 주문가능하다는데, 저기 혹시 1인은 안될까요? 했더니, 사장님께서 웃으시며 해드릴게요, 하셨다. 그래서 나는 한 상 가득, 흡입했다. 다 먹고 계산하는데 후식 꼭 좀 드시라고, 맛있다고 연신 권하셨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두 나한테 잘해준다고.



먹기전 사진을 찍었는데, 내가 이렇게 잘 먹고 다닌다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떠올라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나 이렇게 잘 먹고 다녀요, 라고 보냈다. 그러자 답장이 왔다. '잘 먹고 있다니 정말 반가운 소리구나' 하고. 



엊그제부터 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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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6-04-19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을 누가 좀 봤음 싶군요. ^^:::::::

다락방 2016-04-19 12:10   좋아요 0 | URL
링크를 보내세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6-04-1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그대로 진수성찬~~ 완전 건강식, 웰빙이네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다락방 2016-04-19 12:10   좋아요 0 | URL
그쵸? 혼자서 막 쌈 와구와구 싸먹는데 참 좋았어요. 와, 나 참 잘 먹네..하면서. 흐흣

건조기후 2016-04-1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네요. 예뻐요. 조카들도, 먹는 걸 보는 게 행복하면 사랑이라고 말하는 다락방님도, 밥상도.. ㅎㅎㅎ

다락방 2016-04-19 12:11   좋아요 1 | URL
조카들이 너무 예뻐서 제가 다 미칠 지경입니다. 으흐흐흣 조카들 있어서 너무나 좋아요.
먹는 거 보는 게 좋으면 사랑이 맞아요. 전 상대가 먹는 거 보고 정떨어진 적도 있거든요. 그건 다시 회복이 안되더라고요. 정 떨어지는 거의 끝장, 끝판이 먹는 게 보기 싫어지는 것.. 아닌가 합니다. 아핫
건조기후님은 저런 밥상을 앞에 둔 저를 예쁘다 하시니 저를 사랑하는 걸로... ( ˝)

순오기 2016-04-1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는 조건없이 이쁘죠.^^
조카가 그렇게 이쁜데 내 새끼는 얼마나 이쁠지... 상상이 되시나요?^^♥

다락방 2016-04-19 18:00   좋아요 0 | URL
아뇨.. 상상이 안되는데, 앞으로도 저는 경험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0-

몬스터 2016-04-19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 동감 , 먹는게 뵈기 싫으면 그 관계는 끝장난거라는 말이요 ,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먹는거 보는거 참 행복한 거라는거도요.

2016-04-20 0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6-04-2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말 있잖아요?
내 새끼 입으로 들어가는 거 보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전 절대 그 말 안 믿었거든요.
아니 내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지도 않는데,
어떻게 내 배가 부르냐구요!

어렸을 때 GOD 노래에 나온 일화를 직접 겪었어요.
엄마와 어딜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점심때가 한참 지났었고,
전 배가 고팠어요.
제 주머니엔 누군가에게 용돈으로 받은 5백원이 있었죠.
저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자고 했고,
짜장면 값 5백원으로 한 그릇을 시켜 둘이서 먹었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한 두 젓가락도 제대로 안 드시곤
맛이 없다며 제가 먹는 모습만 보셨죠.

언제였던가 아이들과 놀다가 시내에서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그 음식점이 엄청 비싼 곳이더군요.
그렇다고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 메뉴를 골라 들어왔는데,
그냥 나갈 수도 없고,
가격 대비 괜찮을 듯한 메뉴로 두 개만 시켜 먹었어요.
우리는 다 먹성이 좋아서 저도, 큰 아이도, 작은 아이도 다 잘(많이) 먹거든요.

제가 막 먹으면 한창 자랄 나이인 아이들 먹을 게 없을까봐
일부러 애들 눈치보면서 아주 조금 먹은 후
아이들 먹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어찌나 예쁘게 잘 먹는지,
진짜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더라구요.
비록 내 배는 채우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물론 그보다 더 좋은 건 제가 만든 음식을 잘 먹는 모습이지요.
저는 당연히 대식가라서 음식을 잔뜩 만들기 때문에 모자라는 일이 없어요. ^^

다락방 2016-04-25 09:33   좋아요 0 | URL
아 감은빛님! 제 로망입니다. 제가 만든 음식을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잘 먹는 거요. 몇 년전에 첫째 조카가 세살 때였나, 스파게티를 만들어줬는데, 물론 소스 사다가 부은 간단한 요리이긴 했지만, 잘게 잘라줬더니 포크로 막 먹으면서 맛있다고 하는 거에요. 정말이지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신나서는, 그 다음에 조카가 왔을 때 또 해줬거든요. 그 때는 안먹더라고요??????????????? 아하하하하.

저도 뭔가 자신있는 요리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먹는 걸 보고 싶어요. 이런 저런 요리들에 도전해보지만, 계란말이나 계란찜 같은것도 언제나 대실패로 끝나요.. 참담한 기분입니다.. Orz

그래서 돈을 열심히 벌어야해요. 저는 제가 요리를 해줄 수가 없으니 ㅠㅠ 너무 맛이 없어서 ㅠㅠ 돈 주고 사먹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ㅠㅠ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직장을 관두고 싶은 마음이 언제나 가득하지만 참고 다녀야하는 이유죠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