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트 Toast - 완벽하게 모던한 사계절 토스트 50
라켈 펠젤 지음, 나윤희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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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보는게 즐겁다. 먹음직스런 음식들이 예쁜 그릇에 담겨 있는 걸 보는 것도 너무 좋다. 보기만해도 그 맛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하는 푸짐한 음식들을 보는 것은 행복하다. 쉽게 말해 나는, 음식 사진을 보는 게 무척 좋다. 알라딘에도 그렇지만 SNS 에서도 가끔 자신들의 앞에 있는 밥상을 사진 찍어 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런 사진들을 보는게 참 좋다. 특히나 그 상차림의 주인이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 좋다. 내가 좋아하는 건 단순히 음식 사진인걸까, 곰곰 생각해봤는데, 음식 사진을 본다고 내가 또 다 좋아하지도 않고, 음식 사진을 보면서 내 마음대로 이건 누구랑 어디서 이런 얘기 하면서 먹으면 좋겠다, 하고 마음껏 상상을 해대니, 어쩌면 나는 음식 사진을 보며 하는 상상을 즐긴다고 할 수도 있겠다.


몇개월전에 유튭에서 어떤 영상을 검색하려다가 우연히 '먹방'이라고 하는 것을 보게 됐다. 그런 사람들을 뭐라고 하지? 개인 방송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라면 세개(어쩌면 네 개 혹은 다섯 개)와 치킨 두 마리, 튀김까지, 여러명이 함께 모여 먹을 음식을 앞에 두고는 혼자서 다 먹는 걸 보여주더라. 그 밑에는 댓글도 많이 달려있었다. 보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렸다. 그냥.. 그냥 그 많은 음식들을 먹기만 하면서 방송이 진행되는 것 같던데, 그걸 보고 나는 진짜 이런 기분이었다.



?????????????????????????????????????????????????????????????????????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냥 한 사람이 일인분 이상의 음식을 계속 먹고 또 먹기만 하는 방송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음식 사진 보는 걸 좋아하니, 그 방송을 하고 또 즐겨 보는 사람들도, 내가 음식 사진 보고 좋아하는 것처럼, 타인이 먹는 걸 보는 게 너무나 좋은걸까? 잘 모르겠다. 

나는 나의 조카가 내 앞에서 무언가 먹는 걸 보면 너무 예뻐서 미치겠는데, 어떤 사람들은 타인이 먹는 걸 봐도 예뻐서 미치겠는걸까?? 음.. 잘 모르겠다.



이 책, 《토스트 TOAST》는 제목 그대로 토스트 사진이 가득하다. 그래서 너무 좋다. 토스트가 다 너무 먹음직스럽고 예쁘다. 게다가 만드는 방법까지 나와있다. 진짜 너무너무 내 스타일의 책인 것이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책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만드는 방법이 나와있다한들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재료부터 다 멘붕.... 게다가 식빵 사서 하는데도 오븐이 필요할 때가 숱하게 나오는데, 아아, 간단히 먹는 토스트를 만드는 것이 뭐 이다지 어렵단 말인가! 난 심지어 요리바보이기까지 한데.... 물론 단순히 '보면서' 즐기려고 이 책을 갖고 싶었지만, 그래도 '볼 수밖에'없다는 건 초큼 슬프다... 일단, 이 책이 얼마나 무서운(!!) 책인지 목차를 보자.




어떤가. 정말이지 


'………………………………………………………'


이렇게 되지 않는가. 만체고 치즈와 향신료에 볶은 피칸을 곁들이고 사이더를 발라 구운 스쿼시 토스트 ...는 뭐란 말인가. 데브 페럴먼의 맥주를 넣은 콜리플라워 레어빗 토스트는 또 뭐고... 히융...  목차에 큰 의미를 두지말고, 자, 아름다운 토스트 사진을 보기 위해 책장을 넘기자!



이건 그냥 토스터에 식빵 넣고 구워서 크림을 바르는 간단한 것이렸다? 그렇다면 이건 너무나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겠지. 자, 그 재료와 방법을 보자.



이름하여 <마카다미아 카다멈 버터 토스트>란다. 음.. 이 책의 저자는 글쓰는 솜씨도 뛰어나서, '카다멈은 나의 마음과 상상력을모두 빼앗아버리는 향신료다' 같은 문장으로 이 요리법을 시작한다. 저 문장이 너무 좋아서 들여다보며 으음, 나도 언젠가 이 문장을 꼭 써먹어야지 생각했다. 이를테면, 음, 칠봉이는 나의 마음과 상상력을 모두 빼앗아버리는 남자''다, 같은 걸로 응용 가능하겠다. 소주는 나의 마음과 상상력을 모두 빼앗아버리는 술이다, 같은 걸로도 가능하고. 아,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이 빵 위에 바르는 저 버터도 오븐을 예열해서 어쩌고 해가지고 만들어야 한단다. 게다가 재료좀 봐, 카다멈 파우더는 뭐고 굵은 코셔 소금은 뭐야...그나마 이게 가장 간단한 재료에 속한다. 다른 토스트들로 넘어가면 아주 난리가 난다.





크, 여기서도 예의 멋진 문장이 나온다. '나는 당신의 세상을 바꿀 두 단어를 알고 있다.' 이것 역시 너무나 응용하고 싶어진다. '나는 당신의 세상을 바꿀 한 남자를 알고 있다' 같은 걸로...아..근사해..... 마지막에 보면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토마토 소스를 풍성하고 극적인 뉘앙스를 가진 라구 소스로 만들어줄 것이다' 라는데, 아, 또 응용의 욕구가 생기지 않는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자를 풍성하고 극적인 뉘앙스를 가진 여자로 만들어줄 것이다' 라고. 누가? 당신이. 크- 좋구먼... 이것은 단순 요리책이 아녀....빵 책이 아녀.... 예술인 것이여.....


어쨌든 들어가는 재료는 굉장히 적어보이고 만들어진 토스트도 간단해 보이지만, 스모크 파프리카 파우더와 페드 페퍼 플레이크..같은 것이 필요하단다. 뭔 말이여... 패쓰하자. 





자, 이름도 어려운 <만체고 치즈와 향신료에 볶은 피칸을 곁들이고 사이더를 발라 구운 스쿼시 토스트>의 재료를 보자. 아주 난리가 났다. 아이싱 슈거, 가람 마살라, 카옌 페퍼 파우더, 곱게 다진 신선한 로즈마리, 깍둑 썬 버터넛 스쿼시.... 이거슨 외계어인가... 너무나 낯설다. 아니, 이 재료들을 대한민국에서 구할 수 있는 겁니까? 나는 요리바보라 이런 재료를 아예 처음 들어 보는데, 요리를 좀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흔하게 쓰이는 뭐 그런 재료들인건가? 나는 이 토스트 사진을 보고 너무나 아름다워 한참이나 가만히 들여다보지만, 역시나 고개를 젓는다. 음, 만들 순 없어. 그렇지만 나는 보는 걸로도 충분히 행복해!





아, 이 사진을 좀 봐.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썰어 먹으면서 와인을 혹은 커피를 마시면 너무나 좋을 것 같다. 위에도 말했지만, 이런 것들의 사진을 보면 나는 단순히 이 사진을 보는 것에 멈추는 게 아니라, 아주 있는 힘껏 상상을 한다. 이건 이렇게 먹으면 좋겠지, 앞에 이 사람을 앉혀두고 같이 먹으면 좋을거야, 먹다가 깔깔대고 웃겠지, 와인 잔을 부딪히며 건배도 하고... 아, 너무나 행복하다. 나는 수시로 맛있다고 좋아하겠지. 음.. 하면서 감탄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건 진짜 너무 좋잖아! 그래도 체통을 지켜야지. 빵을 다 먹은 다음에 접시 바닥에 남은 소스를 핥진 말아야지. 우아한 모습을 보여줘야지!




이 책에 실린 모든 토스트들의 특징은, 토스트의 기본이 되는 '빵' 없이도 너무나 맛있을 수 있다는 것. 사실 내 입장에선 빵 없이 먹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이 잘 믿지 못하지만, 나는 빵을 딱히 좋아하진 않거든. 정말이다. 특히나 바로 위의 <봄베이 버블 & 스퀴크 토스트>는, 진짜 빵 없이도 너무나 맛있을 것 같다. (미안하다, 스쿼트 토스트라고 처음에 읽었다, 그것도 여러차례) 토스트란 대체적으로 간단한 아침식사 대용일텐데, 나는 어째 죄다 술안주로 보여...





책에 실린 모든 토스트들이 굉장히 우아해 보이는데, 특히 <스파이시 랍스터 발차오 토스트>는 더하다. 이건 간혹 길에서 내가 사먹곤 하는 토스트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토스트가 아닌가. 무려 랍!스!터! 란다. 아니, 랍스터는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그냥 먹어도 누구랑 나눠먹기 싫은데, 왜 그것을 빵 위에 얹는건가.... 이 책에는 스테이크를 얹은 토스트도 나오는데, 어쨌든 이렇게 우아한 토스트를 잔뜩 준비해서는, 다정한 사람 몇 명을 불러놓고 파티를 하면 좋겠다. 조용한 음악을 틀어놔도 좋을테고. 다정한 사람과 함께 맛있는 걸 먹는 건, 진짜 살면서 그리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는 사치가 아닌가. 이것만큼은 내가 손에서 놓지 않은채로 살고 싶다. 오래오래, 다정한 이들과 맛있는 음식을!





<피클피클한 에그 샐러드 토스트>는 내가 한 번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잠깐 욕심내봤다. 달걀을 삶을 줄 알고, 마뇨에즈 사면 되고, 피클 사면 되고... 셀러리나 장식용 샐러드 같은 건..패쓰해도 되니까. 이건..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건 내가 언제고 도전해볼 참이다. 나는 요리 블로거니까... (응?)





<장미향을 가미한 리코타 치즈와 구운 딸기를 올린 토스트>는 진짜 너무 예쁜데, 이건 간단해 보이지만 무려 딸기를 오븐에 구우란다. 패쓰. 그렇지만 이 토스트, '라우라 에스키벨'의 《탈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생각나게 한다. 그 책속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담아 준 장미꽃잎으로 만든 요리를 먹고(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다), 여자의 언니인 '헤르트루디스'가 사랑의 열정에 휩싸이게 되는 거다. 온 몸이 뜨거워지게 된 것. 결국 그녀는 발가벗고 춤을 추게 되고, 그 장면을 본 한 남자가 그녀를 말에 태워서.....


헤르트루디스는 그가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을 보고 달리던 걸음을 멈추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강렬하게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허리춤까지 늘어뜨린 헤르트루디스는 천사와 악마를 반반씩 섞어놓은 모습이었다. 가녀린 얼굴과 순결한 처녀의 육체는 눈과 땀구멍에서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는 열정이나 관능과는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오랫동안 산에서 싸우며 억눌러왔던 후안의 욕정과 맞물리면서 크나큰 장관을 이루었다.

후안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말을 멈추지 않은 채로 몸을 숙이더니 헤르트루디스의 허리를 낚아채서 자기 앞에 앉혔다. 하지만 자신과 마주보도록 앉힌 채로 함께 말을 타고 갔다. 겉으로 보기에 말은 주인의 명령에 따르고 있는 듯했다. 후안이 헤르트루디스를 열정적으로 껴안고 키스하느라 말고삐를 놓았지만 말은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확실하게 아는 것처럼 계속 질주했다. 전력 질주하면서 어렵사리 첫 번째 결합을 이루었을 때는 말의 움직임과 그 둘의 움직임이 하나가 되어 구분조차 되지 않았다. 

후안이 너무 빨리 달렸기 때문에 뒤를 따르던 혁명군 부하들은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실의에 빠진 대원들은 포기하고 돌아갔다. 나중에 그들은 대장이 전투 중에 갑자기 미쳐서 부대를 이탈했다고 보고했다. -라우라 에스키벨,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中, p.63


내가 이 <장미향을 가미한 리코타 치즈와 구운 딸기를 올린 토스트> 만드는 법을 반드시 익혀서(!!), 마음에 드는 남자가 나타나면 집으로 초대해 반드시 대접해야겠다. 그날의 나는 헤르트루디스가 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꺅 >.<

나는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대, 말을 타고 달려 내게로 와요!




나는 음식 사진을 보는 게 너무나 즐겁다. 음식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언제나 상상을 하게 되니까. 이건 이럴 때 먹으면 좋겠지, 이건 이렇게 먹으면서 이런 얘기를 하면 좋겠다, 우리는 함께 웃겠지, 우리는 정말 즐거울거야, 같은 것들. 음식 사진은 나를 상상하게 해주기 때문에 너무나 좋다. 그러고보면 내가 음식 사진을 사랑하는 이유도 언제까지나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이란 생각도 든다.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인간을 좋아하고, 그리고 나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내가 다정하게 대하는 모든 이들을 좋아한다. 그들과 함께 오래오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가장 좋은 수단이 되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잘 먹는 걸 보는 게 너무 즐겁고, 누군가 먹는 걸 보며 기뻐할 때마다 내 안에 샘솟는 사랑을 느낀다. 나는 당신이 먹는 걸 보는 게 좋아, 그런걸 보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게 틀림없어.


그래서 만들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토스트 사진들로 가득한 이 책이 너무나 좋다. 가끔 나는 내가 먼 나라로 이사를 가는 상상을 하는데, 그럴 때 내가 가진 책들의 대부분을 정리하고 가야할거라고 혼자 생각한다. 소중한 몇 권의 책은 내가 어디로 거주지를 옮기든 가져갈텐데, 그때 이 토스트 책은 넣고싶다. 어느 깊고 외로운 밤, 잠도 오지 않는다면,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면서 마음껏 상상할 수 있으니까. 인간에게 상상력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내게는 공감능력도 있지만 상상력도 있다. 내 상상력은 비록 2020년의 지구를 상상할 순 없지만, 더 나은 기술개발을 상상할순 없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 지낼까, 무슨 얘기를 할까, 어떤 관계가 될까 같은 것들을 끊임없이 상상한다. 너무나 좋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즐겁고 위로가 되고 마음껏 상상하게 만들고 또 그런 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이 책은, 오빠가 선물해줬다.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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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7-08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토스트들은 토스트인데도, 웬지 근사하고, 영양적으로도 우수할 것 같아요. 너무 뽀대나요.
나는 프렌치 토스트를 해 먹어요. 달걀물과 식빵, 버터가 없을 때는 올리브오일로 ㅠㅠ
그래도 맛있다고... 우리집 어린것들은.... 우적우적....

단발머리님, 이거 먹어봐요~ 하면서,
다락방님이 내 접시에 올려줬던 두껍디 두껍던 계란말이가 생각나네요.
맛난 계란말이, 좋은 사람들, 좋은 기억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07-08 12:41   좋아요 0 | URL
그치요? 너무나 근사한 토스트이지요? 토스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맛있을 것 같고 와인이나 커피와 함께해도 너무나 좋을것 같아요. 프렌치 토스트, 저도 좋아해요! 식빵 자체를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토스트에 딱히 매력을 느끼지 못하긴하는데, 여기 나온 토스트는 빵을 빼고 다른 재료들이 너무나 고급져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좋아요. 특히나 비쥬얼도 근사한 딸기 토스트, 진짜 한 번 만들어서 남자를 초대해 대접하고 싶어요. 불타는 밤을 보내자꾸나!!! 하면서요. 아하하하핫.

제가 계란말이를 단발머리님 접시에 올려드렸던가요? 오, 그렇다면 저는 단발머리님을 좋아하는가 봅니다!!

라영 2016-07-0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저는 그냥 영원한 눈팅족으로 남고 싶었는데에.... ㅎㅎㅎ
희망을 드리자면, 인용하신 대부분의 재료는 심지어 마트에서도 구입이 가능해요. 약간 레벨업된 재료들은 조금의 손품(?)을 팔면 구할 수 있구요. 한 번 시도해 보시면 어떨지.. :)

다락방 2016-07-08 12:42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커밍아웃 하셨군요. 반갑습니다, 눈팅족이셨던 여름빛하루님!

아, 저게 다 마트에서 구입이 가능한 것들이군요. 다 어려운 이름들인데... 저도 한두가지쯤은 언젠가 반드시 시도해보리라 마음먹고 있어요. 특히 잘 만드는 토스트가 있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먹어도 좋을테니까요. 히힛.

레와 2016-07-0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의 유일한(??) 옵빠(!!)가 올리는 스테이키 사진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오늘 불금이니 올리실라나...ㅎㅎ ㅎㅎㅎㅎ


올려준 사진들을 보니 저런 토스트를 만들어 파는 토스트전문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되도록 우리집 가까운 곳에. 와인이나 맥주도 팔고.
아.. 근사하다!!! +_+



다락방 2016-07-08 12:43   좋아요 0 | URL
우리 오빠가 올리는 스테이크 사진은 진짜 최고죠! 제가 따라갈 수가 없어요. 레알 스테이크인 것입니다. ㅎㅎㅎ 그러게요, 오늘 불금인데 올리시려나.. 애피타이저는 뭘 드시려나... 와인은 어떤 걸 드시려나... ㅋㅋ

그러게. 저런 토스트전문점이 있으면 수시로 가서 먹을 것 같아요. 와인도 함께 팔면 진짜 좋겠다. 천국일거야 ㅠㅠ

moonnight 2016-07-08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_@;;;;;;



어쨌든^^;
토스트나 샌드위치류를 좋아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ㅜㅜ 저역시 만들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음식사진 가득한 책 보는거 참 좋아하지요^^

다락방 2016-07-08 12:45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디너가 이 책을 선물주셨는데, 그 분이 책을 사주시며, 고마우면 오빠로 불러도 된다셨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저의 하나뿐인 오빠가 되셨지요.

저는 샌드위치 좋아해요! 햄버거보다는 샌드위치 쪽입니다. 샌드위치 맛있어요 ㅠㅠ
문나잇님도 음식 사진 보는 거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문나잇님이 올리시는 술사진도 진짜 좋아합니다!! >.<

시이소오 2016-07-0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스키벨의 인용하신 문장은 실로 작두탄 문장이 아닐런아닐런지요.읽을때마다 절로 탄성을 내뱉게 되네요. 다락방님이 요리 블로거이신줄은 미처 몰랐어요. 응?에서 뿜고 가요 ㅋ ㅋ ㅋ ㅋ ㅋ ㅋ ㅋ

다락방 2016-07-08 15:13   좋아요 0 | URL
진짜 저 문장 좋지요? 저 이야기가 좋아요. 막 열정에 가득차고 저쪽에서 남자가 말을 타고 달려오고...크- 너무나 관능적이에요. ㅎㅎㅎㅎ 자유로운 영혼과 뜨거운 열정, 관증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문장인 것입니다!!

제가 요리 블로거인것, 아직 모르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ellas 2016-07-09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재료와 제조법을 보니 아 몰랑이 되네요 ㅋㅋㅋㅋ 코셔 소금이라..... 아몰랑. 이렇게요 ㅋㅋ 사진은 너무나 아름다우나 멀고멀어서 전 제가 할수 있는 범위의 음식책이 좋은가봐요:)

다락방 2016-07-11 08:43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정말 아름다운 것입니다! ㅎㅎㅎㅎㅎ 재료와 제조법을 보면 진짜 저도 읭?????????????????하게 되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저는 요리 바보라...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외계어같아요, 외계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칭찬은 확실히 나를 자극한다. 누군가는 채찍에 더 자극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내 경우엔 칭찬이다. 그러니까 '너 뭐 잘한다' 라고 하면 그걸 더 잘하고 싶어진달까. 반면 '너 이거 못하네'라고 하면 그건 그냥 내가 못하는 거구나, 라고 아예 포기해버리고 만다. (그런데 왜 요리는 포기가 안되고 생각나면 또 도전할까????????????)


그렇지만 그런 칭찬이라고 해서 그저 그냥 뜻없이 내뱉는 말이어서는 안된다. 듣는 사람도 다 안다. 저게 그냥 하는 말인지, 아니면 나를 정말로 저렇게 생각하는건지. 며칠전에 남자동료1을 아주 오랜만에 만났었다. 다른 지역의 공장에 근무하는데 서울에 일이 있어 들렀던 것. 오랜만이라 반갑다는 인사를 하며 내게 살빠지셨어요~ 했다. 야..... 어디 그런 개뻥을....개구라를....... 내가 진짜 살이 빠졌을 때 살 빠졌다고 하면 오오, 티나게 빠졌군, 하겠지만, 아니, 내가 살이 쪘는데!! 거기다 대고 살빠졌어요, 하면... 내가 니 말을 믿니 안믿니? 어디서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아- 내가 차장이라고 그렇게 막 아무 말이나 기분 좋으라고 던지는 거, 그런 거 하지마.... 느끼는대로 살아......알겠나? 


자잘한 장점들, 다른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나의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해주는 사람이 좋다. 아니, 생각날 때마다 콕 집어 얘기해주는 것도 좋다. 그러면 기분도 좋아지고 어깨에 뽝 힘도 들어가고, 뭔가 내가 잘하고 있구나 스스로 뿌듯해지고, 앞으로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

'베티 그린'의 《독일 병사와 함께한 여름》에서 '안톤'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한다. 이 장점들이 순전히 어머니 개인의 것이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안톤은 캔버스천으로 된 접의자에 등을 기댔다.
"어머니는 자잘한 장점이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도 힘들어요."
그는 몸풀기라도 하듯 장점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를 하고, 꽃을 학명으로 부를 줄 알고, 또 은주전자에 든 차를 따르는 법을 태어날 때부터 아는 분 같죠. 어머니에겐 적어도 두 가지 큰 장점이 있어요. 따뜻함과 뛰어난 유머감각. 채소 가게에 다녀오는 길에도 흥밋거리를 찾아내는 특별한 재주가 있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성품이 따뜻한 분인 거죠." (p.123-124)
















어머니 개인의 장점이지만, 저런 장점들을 보고 찾고 알 수 있으려면,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라면 장점이라고 입밖으로 낼만한 것이 아니기도 하니까. 그러나 내가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온다. 그냥, 그 사람이 그런 것도 잘해, 그런 거. 꽃을 학명으로 부른다니, 이건 4개국어를 하는 내 친구만큼이나 멋있다. 내 친구는 4개국어를 하고 거기에다가 2개 국어는 추가로 간단한 회화도 한다. 2개국어 이상을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은데, 아 진짜 멋져. 그건 정말 큰 장점이다. 똑똑해..멋져.. 나는....... 한국어로 된 책만 읽도록 하자. 패쓰.

그런데 안톤이 말한 어머니의 장점들 중, 따뜻함과 뛰어난 유머감각이 쏘옥- 눈에 들어온다. 내 얘기 하는 줄 알았잖아. 으하하하하.

안톤이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장점들을 저렇게 읊고 있는 걸 보는 게 너무 좋았다. 아, 나도 누군가의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하고 싶다, 누군가 나의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해주었으면 좋겠다.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할 수 있다면, 그건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니까. 애정도 없이, 관심도 없이, 상대의 자잘한 장점들을 알아챌 수 있을 리가 없다. 너는 어떤 사람일까, 계속계속 바라보고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자잘한 장점이니까. 누군가에 대해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하게 된다면, 그 순간은 눈이 반짝반짝 거릴것이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말해야 하니까.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하게 될 때, 그때에 '그 사람은 페미니스트야'로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하던 중간에 툭, 그 문장이 들어가도 좋을 테고, '마지막으로 그 사람은 페미니스트이기도 해' 라고 말해도 좋을 테다. 

아, 자잘한 장점을 열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거 진짜 너무나 따뜻하다. 너무나 좋다. 나의 좋은 점을 알아봐줄 수 있는 사람이란...



열두살 소녀 '패티'는 호기심이 많다. 정확한 어휘를 구사하고 싶어 매일 사전을 읽는다. 아버지의 관심을 받고 싶어 아버지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아버지는 패티를 귀찮아한다. 게다가 패티가 '제 말 먼저 들어보세요' 라고 해도 그 말을 듣지 않은채, '왜 내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냐'며 패티의 뺨을 때리고, 벨트를 풀어 때린다. 패티의 어머니는 패티에게 '왜 너는 머리스타일이 그모양이냐' 라고 푸념하고 '왜 네친구처럼 친구가 많지 않냐'고 비교한다. '싫다'고 하는데도 미용실에 보내 강제로 패티의 머리를 파마하도록 한다. 가장 사랑받고 싶은 부모에게 패티는 아무리해도 사랑받지 못한다. 부모에게 패티는 그저 밉고, 말 안듣고, 지나치게 고집이 세고, 저혼자 똑똑한 아이다. 

그런 패티가 독일인 전쟁포로 '안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안톤의 탈출을 돕게 된다. 독일인 전쟁포로의 탈출을 돕는 미국 유대인 소녀 패티는, 며칠동안 그를 숨겨주면서 그를 사랑하게 된다. 흑인 가정부 '루스' 말고는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이 없었는데, 안톤은 너무나 다정하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믿고 그를 떠나보내며, 그가 자신에게 얼마나 따뜻하고 예의바르게 대했는지를 기억한다. 패티는 이제 열여덟살이 되어 부모를 떠날 수 있기만을 기다린다. 그 날이 오면, 나는 독일로, 안톤이 있는 곳으로 갈거야!


그러나 삶은 패티가 생각한대로만 흘러가질 않는다.





안톤은 어머니의 자잘한 장점들을 열거할 수 있었지만, 패티의 엄마는 패티의 나쁜 점들만 봤다. 머리가 왜그런건지, 왜 예쁘지 않은건지, 왜 친구들은 별로 없는건지... 패티의 아빠는 패티의 장점조차도 단점으로 바꿔버린다. 



아빠의 벌건 얼굴이 자주색에 가깝게 바뀌는 것이 보였다. "어린애라고! 잘 들이시오, FBI 양반." 아빠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저건 어린애가 아니오. 어린애다운 적이 없었지. 태어날 때부터 지금 당신들보다 머리가 좋았다니까. 알겠소?" (p.235)



패티의 아빠에겐 패티가 머리가 좋은 게 너무나 화가 나는 일이다. 패티 아빠는 패티를 무시하고 패티를 때리는데, 그건 패티가 머리가 좋아 언젠가는 아빠를 이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이렇게 힘으로 잡아놓지 않으면 큰일나, 라고 생각했던걸까.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까지 풀러 자신의 딸을 때리는 아빠지만, 동네의 모든 여자들에게는 다정하게 대하는 남자다. 대체 이런 남자들의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자신의 어린 딸을 때리는 남자가, 좋은 남자일 수 있을까?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며 '미국도서관협회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골든 카이트 상 등을 수상했다(책날개中)'고 한다. 몇해전만해도 나는, 내가 소설을 쓴다면 꼭 무슨 상을 받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그런 글이라는 뜻 같아서. 그렇지만 .. 상 받은 소설이 다 재미있다거나 좋거나 하질 않았고, 오히려 그렇지 않은 책들 중에 계속계속 오래 남는 책들이 있더라. 그래서 내가 추구하는 바도 바뀌게 됐다. 나 역시 무슨 상을 받아서 인정 받기 보다는, 적은 사람에게라도 오래 기억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고. 그 편이 훨씬 낫겠다고 생각한거다. 그러니까 이 얘길 왜 하나면, 우수도서로 선정되고 무슨 상을 탔다고는 하지만, 이 책이 그렇게 내게 깊게 남을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모든게 그렇지만 책도 역시, 내가 좋은 게 좋은 것 같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안톤은 패티의 비밀아지트에 숨어 있었다. 전쟁 포로의 신분으로 탈출중이라 잡히는 순간 그는 끝장이다. 그런 그가, 패티가 아빠한테 맞는 걸 보고는 비밀 은신처로부터 튀어나온다. 말리려고. 다행스럽게 들키지 않고 다시 들어가긴 했지만, 그가, 그랬다. 



안톤은 이마로 손을 가져갔다. "내가 은신처에서 뛰어나갔죠- 맙소사, 내가 그랬어요, 그랬죠?" 그가 손을 옆으로 내린 덕분에 나는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그의 멋진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거의 이 년간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겁쟁이로 지내다보니 내가 남을 위해 선뜻 위험을 무릅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럴 수 있다니 기쁘네요. 아직도 그럴 수 있다니 기뻐요." (p.184)



안톤은 자신이 다른 사람을 위해 위험을 무름쓸 수 있는 사람이란 것에 기뻐한다.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럴 수 있다니 기쁘다고. 아, 정말 좋다. 그러니까 남을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도, 자신이 여전히 그런 사람이라는 것에 기뻐하는 것이 너무나 좋다. 그걸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이. 아마도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자잘한 장점들을 볼 수 있는 사람이되었을 것이다. 


나도 여러차례 생각했다. 내가 만약 안톤을 만났다면, 나는 그를 숨겨줄 것인가, 나는 그를 신고할것인가.. 나는 그를 숨겨준 후, 그를 숨겨줄 수 있는 사람이란 것에 기뻐할 수 있을 것인가.. 숨겨주고는 싶지만 내가 그 위험을 무릅쓰고 살 수 있을까..생각해보다가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그냥 내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쪽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그 후의 패티의 삶은 어쩌나, 싶었는데, 이 책의 후속작이 있단다. 《오랜 시간 뒤에 온 아침》 이라는데, 이 책이 그렇게까지 좋진 않았지만 패티를 어쩌나 싶어서 궁금하긴 하고.... 아, 진짜 살다보면 어떤 식으로 어떤 책을 만나게 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내가 읽을 책이지만 내가 몰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 후속작은 아직 번역이 안된 것 같다. 검색해보니 안나오네. 

라고 써놓고는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초궁금하네.... 흠.......




그나저나 외서이벤트 굿즈 에코백 넘나 갖고 싶은데 외서는 살 게 없어서 넘나 속상하다 ㅠㅠ 사면 뭐해 진짜 장식용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글북은 이벤트해당국내도서 3만원이상만 사도 저 에코백 받을 수 있다는데, 이미 가진 책이거나 안갖고 싶은 책들만 수두룩 ㅠㅠㅠㅠㅠㅠ 처음엔 정글북 에코백 넘나 갖고 싶었는데 최종적으로 월든을 선택하지 싶다. '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에서 팅커가 바지 뒷주머니에 월든 맨날 꽂아 가지고 다니던 거 생각나고.. 엊그제부터 계속 장바구니에 이 외서 저 외서 넣어놓고 이거 사서 뭐하나....자꾸 이러고 있다 ㅠㅠ 에코백은 넘나 갖고 싶은데 ㅠㅠㅠ 월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거 받으려고 장바구니 이렇게 만들어놨다.



하아-

인생......................

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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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6-07-0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잘한 장점, 자잘한 칭찬... 좋네요. 자잘해서 좋고 자잘해야 좋은 것들이 많아요.
저도 월든 받으려고 책은 다 골라놨는데 이미 두 번이나 주문을 해서 좀 더 있다가 하려고요 ㅋㅋ 어차피 할 건데 조금 미루는 게 무슨 차이인가 싶지만 어쩐지 텀을 둬야 죄책감이 덜 들어요. 스스로에게 조삼모사하고 있습니다 ㅎ

다락방 2016-07-06 10:09   좋아요 0 | URL
자잘한 장점들 너무 좋죠. 누가 말해줘도 좋고, 누군가의 자잘한 장점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좋아요. 그걸 찾는다면, 그건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거니까요. 좋아요!

저도 월든 받고 싶은데 전 아무리 생각해도 외서를 사는 게 너무 쓸모 없을것 같아서, 저렇게 어떻게든 쓸모 있는 것들로만 채워놨는데, 그랬음에도,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내일로, 내일로 하루씩 미루고 있어요. 영어공부를 진작 해뒀다면 외서 사는데 두려움이 없었을 것을... 하아.......

건조기후 2016-07-06 11:21   좋아요 0 | URL
영어공부 늦지 않았어요 ㅜ 저도 공부삼아 사는 거예요. 회화는 당장 안 내키고 책이라도 좀 읽어야지 싶어서요. ; 사실 영어를 누구나 잘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책 원문이 궁금할 때도 있고 외국 언론들 칼럼이나 기사도 좀 빨리 읽고 싶은데 그런 사소한 거에서 제약을 느끼니까 불편하고 짜증나요. 이런 불편과 짜증을 느낀 지도 오래됐고 그 때마다 마음을 먹었으나 여전히 실패한 채로 있다가 다시 또 마음 먹고 공부하는 모드로 전환 중입니다 ㅎ 또 실패하더라도 어쨌든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글줄 하나라도 읽게 되니까. 꼴랑 한 줄 한 장 읽으려고 엄청난 마음을 먹는 건 웃기지만 그 또한...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 우리 공부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6-07-06 11: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건조기후님.
저는 여행 가서 할 수 있는 말들이 제한적이니까 답답하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원서를 읽고 싶기도 하고요. 원서를 읽고 싶어서 방통대 영문과 편입했다가 반학기 다니고 자퇴했었죠. 공부는 안돼...하고요. 요즘에도 또 공부좀 할까 싶어서 방법을 생각중이에요 ㅠㅠ 그렇지만 공부도 의지의 문제고 제 의지는 공부와 다이어트에는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성향이 있어서 ㅠㅠ 이러다 금세 포기하지 싶어요. 어쨌든 영어를 잘하고 싶기는 해요. 친구중에는 영어를 포함해서 다른 언어들까지도 말하고 쓰고 번역 통역 다 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저는 영어만이라도 잘하고 싶은데... 공부하기가 넘나 싫으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지만 다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공부합시다 건조기후님 ㅠㅠㅠ

건조기후 2016-07-06 13:35   좋아요 0 | URL
와, 편입까지 하셨던 거예요? 말이 쉽지 실행에 옮기기는 힘든 일인데 대단해요 다락방님. 시작했(었;)다는 것만으로요.

통번역이 다 되는 친구님들은 참 부럽네요. 하지만 나는 그만큼 노력한 것도 아니니 부러워하는 것도 어불성설 ㅜ 일단 읽는 거라도 열심히 읽고 조금씩 더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야겠어요.

다락방 2016-07-06 14:03   좋아요 0 | URL
등록금만 날렸죠 뭐 ㅠㅠ 3학년 1학기 다니고 2학기에 자퇴했어요. 저는 공부를 안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공부 안하면서 등록만 되어있는 상태가 대체 뭐란 말이냐... 싶어서 자퇴했어요. 스스로에게 실망도 했었고요. 영어 원서 한 권 낑낑대며 책장 넘기기보다 번역서 여러권 읽자..라고 그때 체념했었죠. 그래도 가끔 원서 읽고 싶은 마음이 쏙쏙 샘솟아요. 요즘엔 회화를 잘하고 싶어져서 스크린 영어회화 이런 걸로 공부해볼까 싶어요. 그래봤자 또 사놓고 안하겠지만.... ㅠㅠ

공부합시다!

북깨비 2016-07-0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예쁜 가방들은 어떻게 받을 수 있나요? 본투리드 가방 때문에 예정에 없던 충동구매를 하고 지금 후폭풍으로 고생중인데 이 가방은 또 웬거란 말입니까 으흑흑 ㅠㅠㅠ

다락방 2016-07-06 11:42   좋아요 2 | URL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151153

북깨비님. 위의 링크 들어가보세요. 에코백 진짜 환상적으로 예뻐요! 전 정글북에 완전 꽂혔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월든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월든을 꼭 받고말테닷!! 하고 있는데, 외서라서 망설이고 있어요. ㅠㅠ

단발머리 2016-07-06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은 장점 많은 게 단점이라면 단점..앗! 장점을 말해주는 사람이 좋다고 했죠? ㅎㅎ
일단 오늘의 장점은 장바구니 가격을 기막히게 맞추는 감각?!? 맛난 점심드세요~
당신의 체력이 우리나라의 국력^^

다락방 2016-07-06 12:11   좋아요 0 | URL
오늘은 아침밥을 많이 먹었는데도 어쩐지 당떨어지는 느낌이라 점심에 짜장면 시켜가지고 밥 비벼 먹으려고요. 당을 섭취해야해, 당을... ㅎㅎㅎㅎㅎ
저걸 사느냐 마느냐 지금 어쩌지를 못하고 있어요. 에코백은 갖고 싶고 외서는... 멘붕이고. 으하하하하. 그래서 읽을 책 대신 부록을 주는 일본잡지를 선택했는데, 이거슨 현명한 것일까.... 생각하고 있고요 잉.

단발머리님도 점심 맛있게, 많이 드세요! 그나저나 저도 작은것들의 신 읽으려고 준비해뒀는데 아직도 안읽고 있네요? 오늘은 요 네스뵈 들고 나왔어요. 훗

psyche 2016-07-0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숨어있는 팬이에요. 다락방님 글 너무 좋아하는데 글쓰기 쑥스러워서 조용히 좋아요만 누르고 가곤 했는데요 저 에코백 이야기를 보니 저도 모르게 댓글을...
저는 심지어 미국에 살고 있는데도 저 에코백때문에 외서를 사야할까 하고 있답니다.말도 안된다는거 알면서도 자꾸만 장바구니창만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네요.

다락방 2016-07-06 12:12   좋아요 0 | URL
크- 저 숨어있는 팬 넘나 좋아하고요, 숨어있는 팬이라시며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시면 행복해지기까지 하는 것입니다. 숨어있는 팬이 되어주셔서, 이렇게 인사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아, 점심 먹으러 가기 전에 행복해집니다. 살다보면 이렇게 행복해지는 순간들도 곧잘 찾아와요. 이런 순간이 바로 올리브 키터리지가 말한 `작은 기쁨` 의 순간 같은 건가 봅니다. 예상치 못하게 일상에서 마주친 작은 기쁨. 그러나 큰 행복... 히히.

에코백은 어떤 게 마음에 드세요? 저는 월든으로 찜해놨는데, 사실 저기 에코백들은 넘나 예뻐요. 다 예뻐서 다 갖고 싶어요. 정글북도 색 특이하고요. 아아아아. 어쩌죠. 살것이냐 말것이냐... 에코백...지금도 많긴한데.... 하아-

psyche 2016-07-06 15:56   좋아요 0 | URL
이렇게 반겨주시니 진작 커밍 아웃을 할껄 그랬네요. ㅎㅎ
제가 맘에 드는 에코백은 몽땅 다요!!! 맨처음에는 월든이었는데 정글북도 이쁘고, 노인과 바다, 모비딕 다 가지고 싶어요. 거기에 오스카 와일드 팬인 큰 딸을 위해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받고싶고....
지난번에 셜록 에코백 받아서 한국의 동생집에 배송시켜놓은것도 아직 못받았거든요. 집에 에코백이 넘치는데 그때도 너무 맘에 들어 이거 주문하면 안되는데 하면서 손이 지맘대로 주문한건데... 이번에는 외서라고 하니 진짜 마음에 갈등이...흑

다락방 2016-07-06 16:55   좋아요 0 | URL
흐흐. 제가 또 마침 오늘 셜록에코백을 들고 오지 않았겠습니까? 움화화화핫. 셜록 에코백 요즘 들고 다니거든요. 여름이라 더워서 무거운 숄더백이나 토드백 가지고 다니기 싫더라고요. 그렇지만..에코백이라도 무거운 게 함정 ㅠㅠ 책을 넣어 가지고 다니니 에코백이라고 가볍지도 않네요 ㅠㅠ
그러니까 이렇게 셜록 에코백도 있는데..왜때문에 또.. 에코백을 받고 싶은 걸까요. ㅠㅠ
지를까말까 지를까말까 아까부터 고민하고 있어요.

고양이라디오 2016-07-0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잘한 장점, 자잘한 칭찬. 칭찬은 너무 좋은데 하기는 쑥쓰럽고, 받기는 더 힘든거 같아요ㅠㅋㅋ

다락방 2016-07-07 12:59   좋아요 1 | URL
저는 칭찬 잘 하는 편인데요, 상대방에게서 장점을 찾고 또 그걸 말해주는 게 너무 좋아요. 그것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잘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히힛

레와 2016-07-0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완료!!

마음이 이렇게 잔잔해지는것을.............................................................. 과연??? ㅎㅎㅎㅎ;;;;

다락방 2016-07-11 08:43   좋아요 0 | URL
그래. 지를까 말까 너무나 갈등될 때는 지르는 게 답이야. 지르기 전까지는 계속 갈등할테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창백한 잠 밀리언셀러 클럽 145
가노 료이치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망설이는 시간이 너무 길었던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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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걸
메리 쿠비카 지음, 김효정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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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07-0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며 실제로도 그렇게 느끼며 산다는 글귀가 생각나요. 오늘이 당연히 내일도 있을듯이. 이 밤이 당연히 내일도 있을듯이.

다락방 2016-07-05 17:16   좋아요 0 | URL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건 이 세상을 나 혼자 살지 않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요. 다른 누군가와 만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죠. 완전히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요.
북프리쿠키님, 잘 지냅시다. 오늘 하루도, 내일도.

북프리쿠키 2016-07-05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작가님의 ˝독서공감,사람을 읽다˝를 시작해야겠어요 며칠전 빌려놓고(죄송ㅠ.ㅠ)이제 차례가 왔습니다ㅎ
소중한 만남으로 기억하겠습니다ㅎ

다락방 2016-07-05 17:37   좋아요 0 | URL
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읽어보셔야 소중한지 아닌지 알죠. 읽었는데 완전 `읭?????이게 뭐여?????` 이럴 수도 있잖아요. 으흐흐흐흐

북프리쿠키 2016-07-05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낄낄낄!!믿~씁니다

다락방 2016-07-05 17:52   좋아요 0 | URL
화이팅!! ㅋㅋㅋㅋㅋ

2016-07-06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06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디어 마이 프렌즈》를 6화까지 보았다. 이것은 놀라운 이야기다. 내가 보았던 6편까지의 이야기들 속에, 이 나라에서 여자들이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꼰대질에 맞서야 하는 젊은 여자가 나오고, 남편에게 맞고 사는 아내가 나온다. 게다가 성추행당했다는 어린 딸에게 '그러게 왜 치마를 입고 다녀!'라고 말하는 아버지가 나온다. 어린 딸은 '바지 입었는데도 그랬다고!!' 하며 울부짖는다. 미친듯이 고생해 이제 쉬어도 될 때쯤, 몸이 아파 요양원에 누워있어야 하는 여자의 삶은 어떤가. 수많은 식구들의 삶을 온전히 유지하도록 돕느라 자신의 삶을 돌보지 못한 삶은? 


나이들어가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를. 물론 나는 내가 나이 들어가는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긍정한다.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을 적에 내가 했던 어떤 말이나 행동에 대해 부끄러워한다. 알라딘에 내가 쓴 과거의 글들만 뒤져도, 아아, 어쩌면 이런 생각을 잘도 바깥으로 꺼내서 말했을까,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진다. 그보다 더 어릴 적에 내가 했던 말들, 혹여라도 누가 그걸 기억하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후회되는 말들도 많다. 그리고 그것을 후회하고 부끄러워하며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지금의 내가 된것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물론 지금의 나를 또 훗날 부끄러워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의 내가 찬란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십대가 또 어떤 사람은 이십대 젊은 시절이 본인에게 가장 찬란하다 생각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지금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말들을 조심스럽게 해야하는지, 어떻게 더 조심스럽게 상대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싶다. 조금 더 젊었을 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수십 수백번 생각하지만, 그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고, 지금의 나와 젊었을 적의 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지금이다.


그러나 육체적으로 내가 기울어져가고 있음도 사실이다.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운동하는 삶을 살고 있고 예전보다 조금 덜 먹는 삶을 살고는 있지만(그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들이 있다. 시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고 머리카락에 힘이 없어지는 것 같다. 생리일수는 확 줄었고 취침시간도 빨라졌다. 이런 것들은 노화가 가져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반면, 예상치 못했던 것들이 훅훅 찾아와 나를 놀라게 한다. 나는 감기도 잘 걸리지 않고 여전히 과음 후 다음날에 숙취도 별로 없어서 친구들로부터 체력이 짱이라는 말을 듣고 살지만, 사흘동안 연달아 술마시면 코피가 터지고(응?), 피로감을 느낀다. 그런 와중에 며칠전엔 아침에 일어나서 귀가 잘 들리지 않고 멍멍했다. 금세 낫겠지 하고 하루를 보내는동안, 머릿속엔 점점 더 안개가 차는 느낌이었다. 종국에는 머리의 반쪽에 가득 안개가 찬 기분이 되고, 그러자 곳곳에서 들리는 소리를 견딜 수 없어지게 되었는데, 오후에, 팩스가 들어오는 소리와 프린터에서 출력물이 나오는 소리가 동시에 들리자 정말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었고, 창문 밖으로 떨어져버리고 싶어지는 거다. 사무실인데, 크게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도 참느라 폭발할 지경. 결국 나는 부랴부랴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이게 뭔지 일단 병원가서 치료하자, 귀지가 있다면 파내고, 염증이 있다면 약을 먹어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자, 싶었던 것. 이비인후과의 닥터는 내 증상을 듣고 일단 콧구멍 양쪽을 살피고 귀도 양쪽을 살펴 사진을 찍었다. 모두 이상없이 깨끗하다고 했다. 선생님, 그렇다면 저는 왜그런가요? 왜 이렇게 멍멍하죠? 그러자 닥터는 청력 검사를 해보자고 했고, 청력검사를 한 뒤에 '한 쪽 귀의 청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돌발성난청 이란 병입니다


라고 했다.



................뭐라고요?............................ 이게 무슨 소리야, 지금? 나는 닥터가 입밖으로 낸 '병'이란 단어에 놀란다. 이거 치료가능한가요? 물었더니 닥터는 가능하다고 약을 먹으면 된다고 했다. 약을 처방받고 돌발성난청에 대해 여러차례 검색했다.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재발 가능성이 높다, 그중 몇 프로는 아예 귀가 안들리게 된다 등등, 여러가지 것들이 나왔다. 나는 평소에 건강한 사람이니, 금세 낫겠지. 무섭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약을 먹었다. 이게 너무 서러웠다. 나에게 한 번도 찾아올 줄 몰랐던 병이, 심지어 그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병이 나에게 찾아왔다니. 어째서 이럴까. 왜 지금 찾아왔을까. 그게 너무 슬펐다.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늙어감이 이렇게 드러나는 거야.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희자(김혜자)는, 일흔의 나이로, 계속 자신에게 새기는 말이 있다. '혼자 할 수 있어', '혼자 살 수 있어'가 그것이다. 망상증 초기를 진단받고 막내 아들이 씨씨티비로 그녀의 안전을 살펴야 하는 순간을, 그녀는 견디기가 너무 힘이 들다. 자신의 존재가, 자신이 살아가는 일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야 한다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다들 자기 삶을 살고 자신 역시 혼자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너가 혼자 살 수가 없어'라고 모두가 그녀에게 얘기한다. 그녀는 절망스럽다.



이런 잔병치레쯤은, 얼마든지 내가 병원에 스스로 찾아가 약을 처방 받을 수 있으니 괜찮다. 사실, 내가 잘 낫지 않고 귀가 멀어버리는 건 아닐까 너무 무섭기도 하다. 그런데 십년후 이십년후엔 어떨까. 더한 어떤 병이 찾아온다면, 그런데 내가 혼자 살고 있다면, 내가 혼자 할 수 없고 혼자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 누워서는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할까. 나는 아마도 계속 혼자 살테고, 혼자 지내게 될텐데, 자주 친구들을 만난다고 해도 그들과 늘상 함께 붙어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내 몸을 가눌 수 없게 된다면 어쩌나. 왈칵 두려움이 밀려왔다. 돈을 벌어야겠다, 돈을 벌어서 차곡차곡 모아야겠다, 모아서, 내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징후가 생겨온다면, 내 돈을 챙겨 요양원에 들어가자, 그런 생각을 했다. 어제, 일자산에 오르면서, 여기에 주말마다 오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 건강하자, 조금 더 신경쓰자, 지금보다 술을 좀 줄이고, 이제 영양제를 챙겨먹자. 영양제는 나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고 자만해왔지만, 앞으로도 아주 오래 '혼자 할 수 있고' , '혼자 살 수 있'으려면, 영양제를 먹는 걸로 생각을 바꿔야겠다. 면역을 좋게 해준다는 프로폴리스도 사먹고, 비타민 씨..같은 거 사먹을까. 보약을 한 재 지어먹는건 어떨까. 내가 나를 조금 더 챙기자, 생각했다.



토요일엔 이비인후과 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나는 내가 나아짐을 느꼈다. 분명 완치됐을거야, 생각하고 병원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날이 좋았고, 나는 가슴골이 보이는 원피스를 입었다. 이런 옷 입고 나가는 걸 알면 분명 아빠 엄마가 뭐라 할텐데 싶어서, 아빠 엄마가 안계신 틈을 타 후딱 집을 나왔다. 그런데 집 앞 횡단보도에서 엄마를 똭- 마주쳤다. 으이크, 한소리 듣겠군, 했는데, 나를 마주친 엄마는 멀리서 손을 흔들었고, 가까이 와서 나를 보고는 '예쁘네'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 만세!!!!!!!!!!!!!!!!!!! 룰루랄라 병원에 갔다. 그리고 청력 검사를 했다. 안들리면 어떡하지, 하고 잔뜩 긴장했는데, 정말 잘 안들렸다.


.....


당황스러웠다.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닥터는 완치가 안됐다고 했다. 약을 더 먹으라며 처방전을 또 써줬다. 생활하는 데 지장 없을 정도이긴 하지만 아직 치료를 더해야겠다고. 병원을 나오는 내내 너무나 우울했다. 너무 우울해서, 정말 우울했다. 너무 우울해서 정말 우울하다는 개같은 문장을 쓸 정도로 우울했다. 그래서 그 날, 떡이 될 정도로 술을 마셨다. 대낮부터 밤늦게까지 마셨다. 



완(고현정)과 연하(조인성)에 대해 생각했다. 5,6화에서의 완과 연하는, 나를 완으로 만들고 또 연하로 만들었다. 저렇게 지내는 거, 저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때는 사랑하는 사이었다가 지금은 멀리 떨어져 연락만 하고 지내는 상태. 그렇지만 상대를 '여전히', '아직도' 사랑하는 상태. 널 사랑해, 라고 말하고 나도 너를 사랑해, 라고 말하는 상태. 서로를 사랑함을 인정하는 상태, 그러면서 친구로 지내는 것도, 괜찮을 거야, 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완은 연하에 대한 기억을 잊지 못하고, 지울 수 없고, 머릿속을 지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동진선배(신성우)를 이용한다. 동진선배랑 가까워지지만, 완이 동진선배를 선택한 건, 연하를 잊기 위해서였다. 결국 완은 동진선배에게 '미안'을 말해야 한다. 자신이 잘못했음도 뉘우치고. 그래, 저건 별로야. 이 사람을 잊기 위해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고 하는 거,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척 하는 거. 그건 결국 우리 모두에게 좋지 않아. 나는 이런 식으로 사람을 사귀어본 적이 있었고, 그 후에 늘상 자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떤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나는 그걸 이제 경험으로 안다. 사랑은 다른 사람으로 잊혀질 수 있겠지만, 사랑을 잊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은 딱히 권할 만한 일은 아니다. 특히나 어떤 사람에겐 더 그러한데, 나는 그런 '어떤 사람'중에 한 명이다. 억지로 누군가를 만나고 억지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억지로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려는 일을 나는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거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건 사랑하기 때문인거지,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나는 그냥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거야. 나를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지 않고, 그냥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거야. 내 사랑은 그런 거야.




오늘 아침 출근하기 위해 집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소리를 쳐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스맛폰을 보고 있다 고개를 드니, 저기 반대편에 나의 남동생이 자신의 차 안에서 내게 손을 흔들고 있다. 녀석이 출근하는 방향과 내가 출근하는 방향이 다른데, 우리는 서로에게 손을 흔들면서 웃었다. 좋았다. 방금전에 집 안에서 만나놓고는, 이렇게 집 밖에서 만나도 소리쳐 불러 손을 흔드는 사이라는 것이. 방금 봤는데 또 반가웠다. 아아, 돌발성난청, 아직 가족들에게 얘기안했는데... 낫겠지?



그리고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동료1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노래 하나를 링크해주었다. 들어보았더니, 와, 끝내주더라.





너무 좋아서 반복해 들으면서 동료에게, 나는 이런 기분으로 출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 이 기분으로 출근 못해, 라고 했지만, 출근했다. -_-

인생............



토요일에 술을 떡이 되도록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니 남동생이 내 얼굴을 보고 말했다.

얼굴이 두꺼비가 됐냐.

ㅎㅎㅎ 거울을 보니 어처구니 없는 얼굴이 되어 있더라. ㅋㅋㅋㅋㅋㅋ 에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ㅏㅏㅏㅏㅏ모르겠다 진짜. 뭘? 


참. 김이듬 시인이 신간을 낸 것 같던데???? 슬로베니아 여행기로 알고 있는데, 아니, 연하가 있는 곳이 슬로베니아잖아??? 게다가 겨울휴관의 김이듬 이잖아? 그러면 이 책 사야겠네, 또?????
































말할 수 없는 애인

 

 

물이 없어도 표류하고 싶어서

외롭거나 괴롭지 않아도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 돌아오거나 영 돌아오지 않겠지

가까운 곳에서 찾았어

우리는 모였지 인도 아프리카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람들과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학생들

지난해 여름부터 나는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었어

불한당 청년들의 표류처럼 불규칙적이었지만

무서운 속도로 어휘와 문법을 습득하는 그들이 참 신기하더라

말이 무색해서 팔다리를 브이 자로 벌렸지

매알매일 뱃멀미가 났어

멀리서 돈 벌러 온 한 이방인에게 나는 미약했지만

그의 까만 손가락이 내 얼굴을 두드렸지

장난스럽게 단지 두드리는 시늉만 했는지 몰라

전혀 두드리지 않았는지 몰라

적절한 문장을 못 찾겠어 도무지 사랑할 수밖에

그는 자신의 긴 이야기를 음악 소리로 듣는 마을에 가서

내 갈색 귀에 다 털려버렸지 코 고는 소리도 뭔가 이상했어

외국인 남자는 어떨까 상상하지 않았다면

말 못할 관계로 가지 않았다면 나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어

생면부지의 것들을 만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사귀지 않는다면

위험하지 않다면 살아 있는 게 아닌 건 아니지만

끝없이 문제를 만들어야 했어

시험 문항을 만들고

혼혈의 아이들을 낳아 식탁에 둘러앉아 각자의 모국어를 섞어 말할지도 몰라

콩밥을 나누고 에이즈 환자 모임에 가야 한다 해도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그를 사랑했어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나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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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라슈 2016-07-0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 좋아서 들어와 글 보다가 돌발성 난청이란 병 보고 댓글 남깁니다. 아무쪼록 빨리 완쾌되시길 바랍니다.
글 잘봤습니다^^

다락방 2016-07-04 14:17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잘 보셨다니 좋네요. 흣 :)

레와 2016-07-0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병들거나 내 주변에 누군가가 병들거나.
지금은 이 `병` 들수도 있다는 현실이 너무 버겁고 무서워. 다락방.





다락방 2016-07-04 15:52   좋아요 0 | URL
응. 아프다는 소식도, 누군가의 부고도, 예전보다 더 많이 듣게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우리가 나이 들고 있다는 거겠지.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듣게 되겠지. 그런것들을 다 감당하고 또 꿋꿋이 버티는 게 삶인걸까.

치니 2016-07-0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힝, 그래서 오늘은 좀 어때요? 오늘도 병원 가보셨어요?

다락방 2016-07-04 17:09   좋아요 0 | URL
약간 불편해요. 모레쯤 다시 가보려고요. ㅠㅠ

야홍이 2016-07-0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정인이 부른 ˝뜨거운 안녕˝ 때문에 가슴이 확 다 뜯겨나갔는데 이런노래를 또 ... 요즘 가슴이 너덜너덜합니다.
저는 양성돌발성체위성현훈증 이라는 너무나 긴 병명을 병원에서 들었는데... 그냥 좀 어지러운 병입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얼른 완쾌바랍니다.

다락방 2016-07-04 17:58   좋아요 0 | URL
야홍이님, 그 이름도 긴 병명을 검색해보니 이석증 비슷한건가 봐요. 그건 완치가 되는건가요? 어휴..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뜨거운 안녕은 토이의 노래를 정인이 다른 버전으로 부른거네요? 이 댓글 읽고 방금 검색해봤어요. 오늘 아침의 정인의 <장마>내내 반복해 들으면서 어휴,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요. ㅠㅠ

이래저래 잘 지냅시다 ㅠㅠ

singri 2016-07-04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매달 4-7일만 되면 어김없이 파내고 싶을 정도로 눈이 건조해져서 결국 염증생기고 낫기가 반복이라 대학병원 가서 검사 다해봤는데도 건조증에 인공눈물 처방만 나와요. 반년됐는데 다시 건조증 없는 눈은 안돌아 오는 건지..ㅜㅠ

글 읽으니 예전에 귀지로 염증이 생겨서 일주일 어지럼증으로 고생했던거 생각나네요ㅡ 치료 잘 하셔서 완쾌하시길 바랍니다. 아프지 마세요 ㅡ

디마프는ㅜㅜ 건조증인데도 막 엉엉 울었던 적 몇번 됨. 인생 드라마

다락방 2016-07-05 08:13   좋아요 0 | URL
아, 위에 야홍이님도 그렇고 싱그리님도 그렇고.. 각자 자기만의 질병을 갖고 사는군요 ㅠㅠ 저는 알러지성 비염이라 환절기마다 혹독하게 앓아요 ㅠㅠ 크..인간이란 이토록 불완전한 존재로군요 ㅠㅠ

어제는 디마프 7화를 봤어요. 또 눈물이 왈칵차오르더라고요. 어휴, 이 드라마는 사람 울리기로 작정했어요. 우앙 ㅠㅠ

세실 2016-07-04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힘내요. 다락방님^^
완치될때까지 술은 조금만 마셔요^^

다락방 2016-07-05 08:13   좋아요 0 | URL
네, 세실님 고마워요.
안그래도 어제 삼겹살 먹는데 술은 한 방울도 안마셨어요! 으하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