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이 개봉한다고 했을 때 나는 잔뜩 기대했었다. 그러니까 스파이더맨이 그렇게 하듯이, 배트맨이 그렇게 하듯이, 지금 여기의 현실에서 범죄가 일어나는 곳에 찾아가 물리치는, 그런 영웅일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쟁을 막으러 갈 줄은 몰랐어.. 내가 지금 여기의 범죄를 막아주기 바란 건, 어떻게든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에게 공포를 안겨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여자영웅이 나타나 성범죄가 일어나는 곳이면 그 어디든 찾아가 성범죄자를 사지절단 내버리는 그런 영화를 원했다. 강간하지 말라고, 성적대상화 시키지 말라고 아무리 말해도, 그러니까 '여자도 남자랑 같은 인간이야, 인간이 인간에게 그런 짓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해봤자 씨도 안먹히고,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가볍기만 하니까, 그래서 했던 놈이 또하고 새로운 놈이 또하고 성범죄 난리법석인 세상이 되니까, '아아 이러다가 나도 사지 잘릴 수 있겠구나' 하는 공포라도 심어주면 덜하지 않겠느냐 싶었던 거다. 실제에서 그런 영웅은 없다고 해도, 그런 영웅물이 자꾸 나온다면, 성범죄를 어떻게든 공포스럽게 응징하는 것들을 자꾸 접한다면, '아이구 이러다 큰일나지' 하고 범죄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생각을 했던건데, 배트맨과 스파이더맨 역시 그런 일을 해주지 않았던 것처럼, 원더우먼도 그걸 안해줘서 내가 너무나 실망을 했어. 성범죄자 사지절단물을 원해..



나는 성범죄가 살인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이사카 고타로'는 자신의 책 《골든 슬럼버》에서 주인공 아버지의 입을 빌어 '성범죄는 명분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정확한 워딩은 이게 아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차에, 나는, 이런 영화를, 어제, 드디어, 보았다.

















여자주인공 '돈'은 고등학생이다. 고등학생이면서 순결 서약을 하였고, 다른 학교에 순결에 대한 강연을 하러 다니기도 한다. 그러다 학교에 잘생긴 남학생 '토비'가 전학오는데, 이 녀석은 '돈'의 순결서약을 자꾸 무너뜨리고 싶게 만든다. 토비 역시 순결서약을 했다고 말하면서 돈과 가까워지는데, 서로에게 성적으로 끌리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함께 수영을 하다 동굴에 들어간다. 돈은 재차 '지킬 거지?'를 묻고 토비 역시 그렇다고 하는데, 다른 남자라면 몰라도 토비는 좀 다르지 않을까, 라고 영화보면서 나 역시 생각했던 터라, 갑자기 토비가 옷을 벗고 '참을 만큼 참았어!' 하면서, 싫다는 돈에게 '가만히 있어!' 라고 할 때는, 와, 진짜 역겨웠다. 이날까지 살면서 내가 '이 놈이나 저 놈이다 다 거기서 거기다'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역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선 다르게 보려는 게 자꾸 나오는 것 같아. 돈이 되어서 영화에 몰입해 있었기 때문에 싫다는데도 강제적으로 밀고 들어오며 '넌 정신적으로는 순결해!'라는 개소리 하는 토비를 보니 진짜 오만정이 다떨어지고 남자 따위, 다 사라져버려라, 하는 심정이 되는 거다. 



그런데!

그렇게 강제적으로 성기 삽입을 했던 토비는 어떻게 되냐면,


고추가 


잘려서 


죽는다.


뎅강.



저기엔 어떤 가감도 없다. 말 그대로 정말 '고추가 잘린다'. 



돈 역시 이런 일이 처음이라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진 토비의 고추를 보고 놀라는데, 집에 돌아가서 교과서를 열어 여성의 성기 모양을 보고 인터넷에 성기 돌연변이에 대해 검색해보며 '바기나 덴타타'라는 용어를 접하게 된다.




자기 안에 정말 이상한 게 있는건지, 자기는 살인자가 되었으니 자수를 해야할 것 같고, 돈은 어쩔줄 몰라하며 산부인과에 찾아가 검사를 받는다. 산부인과 남자 닥터는, 지극히 정상이고 너는 자라고 있다, 그런데 유연성 검사를 해보겠다며 손 하나를 모두 돈의 질 속에(도대체 왜!) 집어 넣고, 아프고 끔찍해서 소리지르는 돈의 안에서 닥터의 손가락도 잘린다.



엄마는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상황. 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어서,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는 돈은 너무 외로워서, 돈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 남자아이를 찾아간다. 내 안엔 이상한 게 있고, 내가 사람을 죽인 것 같고, 자수를 해야할 것 같고, 그런데 얘기할 사람이 없어, 하며 우는 돈을 이 남학생은 달래주는데, 그러면서 섹스를 시도한다. 돈 역시 싫지 않아 섹스에 응했는데, 이 남자아이가 무사한거다. 어쩌면 이건 신화에서 말하는 영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신이 난 남학생은 한 번 더를 외치고, 돈과 남학생은 한 번 더 섹스를 하는 와중에, 남학생과 친구가 통화를 하면서 '내기에서 이겼다'는 말을 하는 걸 들은 돈이 도대체 무슨 소리냐 묻게 되고, 그제야 돈은 이 남학생이 자신의 순결을 뺏을 수 있느냐를 두고 친구와 내기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 남학생의 성기가 자신 안에 있는 채였고, 돈은 이 말을 듣고 빡이 치고, 그렇게 이 남학생의 성기도 잘린다.



이제 돈은 알게 됐다.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질 안에 있는 이빨이 상대를 물지 않는다는 걸. 그러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자신을 화나게 한 상태로 삽입을 시도한 상태에서는 상대의 고추를 잘라버릴 수 있다는 것을. 이 이빨은 굉장히 강력해서, 그저 물었다 놓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냥 잘라버린다. 컷. 커팅. 뎅강 잘라버리는 거다. 



자신 안에 일어나는 변화가 뭔지 몰라 당황하고 무서워했던 돈이 자신이 가진 능력(!!) 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겪는 변화가 고스란히 나오는데, 성적 욕망 앞에 인내심을 기르려고 책까지 읽었던 그녀가, 이제 자신이 가진 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히치하이킹을 해줬던 할아버지가 늦은 밤에 차를 세우고 차 문을 잠가 그녀를 나가지 못하게 했을 때, 이 차안에서 자신에게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당황하고 겁을 먹었던 돈은, 이내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를 알게 되고 서늘하게 웃는다.





그동안 이런 표정의 학생이었는데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것은 영화니까, 응당 나는 그런 것을 기대했다. 그러니까 그녀의 '진실한' 혹은 '진정한' 사랑 같은 것. 그녀가 질 안에 달린 이빨을 쓰지 않으면서 행복하게 섹스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상대. 처음에 나는 토비가 그런 상대일 거라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영화에서 그녀를 강간하려고 하거나 성적 대상화 시켜버리는 대상들 말고, 그녀를 동등하게 대우해주는 그런 남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건 다시 말해서, 고추가 잘리지 않을 놈이 없었단 얘기가 된다. 영화에서는 이런 그녀라도 사랑하는 남자에겐 이빨을 사용하지 않지, 같은 메세지 같은 건 끼워넣지 않는다. 강제로 밀고 들어와? 잘라버려. 나를 성적대상으로만 대해? 잘라버려. 




처음에 말한 성범죄자 사지절단에 대해서는 사실 내가 그런 판타지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문제가 당연히 많다. 어쩌면 무고한 누군가의 사지를 자를 수도 있다는 걸. 아주 적긴 하지만 무고한 사람이 있긴 있을 터. 내가 생각하는 영웅물이 완전하고 완벽할 순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기나 덴타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스토리에선 무고함이 있을 수가 없고, 많은 성범죄 가해자들이 무고죄로 상대를 고소하는 일도 일어날 수가 없다. 당사자인 내가 싫다는데 밀고 들어오면, 내 안의 이빨이 물어뜯어 버릴테니까. 여기에 어떤 무고가 있을 수 있겠는가. 내 안에서 니 고추가 무사히 빠져나가느냐 아니냐로 이것은 강간이거나 섹스이거나 할 수 있을텐데. 바기나 덴타타는 남자의 거세공포증을 일컫는 용어라는데, 나는 남자들이 그 거세공포증을 정말로 가졌으면 좋겠다. 


모든 여자가 질 안에 이빨을 품고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평생 건강하게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면, 최소한 어릴때부터 있다가 완경 무렵에 서서히 이빨이 무뎌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내 안에 날카로운, 아주 날카로운 이빨을 품는 것이, 나에게도 어쩌면 피곤한 일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이빨을 품고 있어서 모든 남자들이 '강제로 하는 순간 고추가 잘린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이건 강제로 해도 쉴드쳐주는 인간들 투성이니 무서운 줄 모르고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사는 것 같다. 하지 말아야 할 짓에 대해서 말이다.


자연발생적으로 이빨이 생길 수 없다면, 인공시술이어도 좋을 것 같다. 원하는 사람들만 이 기능을 시술로 내 안에 넣는 거다. 혹은 모든 여자들에게 생기는 게 아니라 랜덤으로 생기는 것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강간하기 전까지는 누구 안에 이빨이 있는 지를 모르니, '어쩌면 이 여자 안에 이빨이 있을 수도 있다'라는 공포로 범죄는 줄어들지 않을까.



이 영화에는 초반에 좀 거슬리는 장면이 하나 나오긴 하지만, 큰 장점 몇 가지를 가지고 있다. 일단 그녀의 이빨이 결코 무디지 않다는 거. 물었다 놓는 이빨이 아니라 그냥 뎅강 하고 잘라버린다는 거. 얄짤 없이 그게 뭐든 잘라버린다. 고추든 손가락이든. 또하나. '사랑하는 남자라면 물지 않아요', '진실한 사랑은 찾아와요' 같은 친절한 멘트 따위 없다는 거. 사방을 둘러봐도 성적대상화 시키고 성희롱 하는 놈들 투성이인데, 영화라고 다를까. 친구부터 의붓 오빠 그리고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까지 여자를 성적으로 보는 남자가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니 돈이 처음엔 자신이 돌연변이가 아닐까 걱정하고 속상해했지만, 결국 자신이 가진 게 뭔지 알며 차게 웃을 수 있는 거 아닐까. 

게다가 이렇게 강간에 대해서 다루는데도 자극적인 섹스 장면이 나타나지 않는다. 강간 장면은 특히나 보기 되게 끔찍한데,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끔찍한 장면을 내보내지 않는다. 어제 《제2의 성》 읽으면서 어떤 장면에서 너무 힘들어서 덮을까 했는데, 보부아르가 나 힘들라고 그렇게 쓴 게 아니라, 실제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져와 얘기한건데도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었더랬다. 끔찍하고 자극적으로 묘사한 게 아닌데도 그랬다. 이런데 자극적인 묘사를 가져오는 책이나 영화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할까. 질 안에 있는 이빨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그런 끔찍한 장면을 넣지 않은 게 이 영화의 장점중 하나다. 아, 고추 잘리는 장면은, 나올때마다 끔찍하지만.



포스터에 '그녀를 사랑하면 잘린다' 라고 되어있는데, 그녀를 '사랑'하면 잘리는 게 아니라 '강간'하면 잘리는 거다. 포스터 문구 똑바로 쓰세요. '사랑'하면 잘리지 않습니다. '강간하면' 잘려요. 강간이요.



이렇게 보는 동안만이라도 쪼그라들게 만드는 영화가 네이버에서 천원만 내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하하하.




영화 보면서 내가 분명 바기나 덴타타를 내가 읽은 책에서 접했는데 그 책에서 인용문 갖고 오자...싶었지만, 그 책이 뭔지를 모르겠더라. 아마도 페미니즘 도서가 아니었을까 싶어 그 앞에서 이 책 저 책 찾아보며 훑어봐도 밤만 깊어갈 뿐 원하는 걸 찾을 수가 없었어.... 내가 기억력이 좋았다면, 아, 이건 누구의 어느 책에서 이렇게 나왔었지, 할 수 있을 텐데. '어디서 분명히 읽었는데!! '하고 그게 어딘지를 모르겠으니 낭패다... ㅠㅠ 결국 네이버 검색으로 가져오는 비루한 나... Orz


페미니즘 관련 글 쓰면서 친구취소하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ㅎㅎ 이 글 보면 친구취소 또 생기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에 제육볶음 먹고왔는데 열내서 페이퍼 썼더니 금세 배가 고파지네. 헤헷. 호두과자 먹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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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2-1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영화, 흥미돋는데요? ㅎ

다락방 2017-12-14 09:53   좋아요 0 | URL
짱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17-12-1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간이 살인보다 끔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 속의 이빨이라니,,!! 좋은데요!! 그런 엄청난 호신용 무기가.. 갖고 싶어요 ㅎㅎ
근데 저 포스터 문구는 정말 아니네요. 문구 만든 사람이 사랑=섹스=강간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다락방 2017-12-14 11:03   좋아요 0 | URL
사랑하면 잘린다니, 어떻게 저렇게 쓸 수 있나 몰라요. 저 사람에게 강간은 사랑과 동의어인가 봐요. 확 짜증나죠.
저도 질 속의 이빨 갖고 싶어요. 여자들 모두에게 있다면 좋겠어요.

에이바 2017-12-1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소설도 있을걸요? 본 기억이 있어요. 영화도 언제더라 영화제 출품했을 땐가 봤는데... 와우ㅋㅋㅋㅋ 외국에서 피임도구로 비슷한 거 나와서 욕 먹었던 거 같아요. 여성이 바기나 덴타타처럼 저런 걸 넣어두고 있다가 남성기를 잘라버리는거요.

다락방 2017-12-14 11:06   좋아요 0 | URL
외국에서 저도 이런 비슷한 거 나왔다고 사진 본 기억이 나요.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당시에 왜 여자가 이런 걸 해야 하느냐고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실제로 이것이 기구로써 장착할 수 있는거라면 일단 엄청 불편할거고, 장착할 수 있다는 건 또 빼낼 수도 있다는 거니까 그렇게 큰 효용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그 기구를 스치듯 봤지 제대로 본 게 아니라서 음 뭔가 말을 보태기는 조심스럽네요.

질 안의 이빨! 저도 보면서 와우- 했어요. 강간범들 확다 뿌리 뽑아버릴 수 있을텐데요!!!

레와 2017-12-14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기나 덴타타˝
책속에만 있는 질속의 이빨이 아니라 현실에도 있으면 진짜 진짜 좋겠어요.

와. 대박이다.

다 잘라버려야죠. 잘라버리기 전엔 안 없어질거에요.

다락방 2017-12-15 08:29   좋아요 0 | URL
ㅎㅎㅎ 회사 직원한테도 얘기하니까 ‘진짜 그랬으면 좋겠네요‘ 하더라고요. 아아, 이 여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란! ㅎㅎ

사랑은 야야야 2017-12-1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했어요. 영화 보면서 엿자락처럼 댕강 댕강 잘리는 남성 성기를 보고 어어어어어 놀다가 결말이 좀 씁쓸했네요. 이 영화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다 기억나네요.ㅋㅋ

다락방 2017-12-15 08:30   좋아요 0 | URL
저는 돈이 히치하이킹 할 때부터, 아 저 운전자 새끼 다른 의도로 태웠을텐데.. 싶더라고요. 그러다가 이내 ‘건드리기만 해봐라 아주 그냥 잘라버릴 테니까‘ 하게 됐어요. 이걸 이미 예전에 보셨군요!

카스피 2017-12-15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영화는 아닌데 이런 비슷한 소재의 오래된 일본 영화를 본 기억이 나네요.아무래도 타스를 제작한 이들이 참고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지난 주말에 친구들 만나서 놀다가 영화 《루시아》얘기를 했다. 내가 페이퍼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여자주인공이 남자와 헤어지고나서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배가 고파 식당에 들어가는데, '빠에야'를 주문하자 '그건 2인분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여주인공이 먹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는 거다. 나는 가뜩이나 애인하고 헤어진 것도 서러운데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하게 된 게 너무 서러워서 빠에야에 대해서 '슬픈 음식'이라는 게 확 박혀버렸는데, 주말에 친구들한테 얘기하니까 다들 진짜 모두 하나가 되어 이러는 거다.


"혼자 2인분 시켜 먹으면 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친구들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괜히 애인하고 헤어져가지고 '혼자인 나'에 꽂혀서, '그런데 빠에야는 2인분부터' 이러고 흙흙 서러워, 서러워, 외로운데 서러워, 이랬는데, 그렇게 서러워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냥 2인분 시켜서 먹으면 되고, 먹다가 다 먹으면 다 먹고 배 두드리면 되고, 다 못먹으면 남기면 되는 것이여. 뭘 그렇게 감정에 허덕이다가 외로운데 서럽기까지해 우앙- 하고 울음 터져버렸나(주인공은 울지 않았다) 생각하게 됐다. 
















그러고보니 그렇게 '혼자 가서 2인분 시켜먹는' 사람의 대표 인물로는 내가 있었다. 내가 그러고 다니는 사람이었어. 그러니까 올해 쿠알라룸푸르에 갔을 때, 혼자 식당에 가서는 '락사'도 먹고싶고 '캉콩'도 먹고싶다 으아아아악- 욕망에 시달리다가, 에라이, 둘 다 시켜 먹지, 내가 언제 여기와서 이걸 또 먹을 줄 알고, 먹을 수 있을 때 다 먹어!! 이렇게 됐던 것.



둘다 먹어보는데 엄청 맛있어가지고,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나는 맥주도 시켰던 것이야!!




여기가 천국....




아, 근데 내가 이 얘기 하려던 게 아니고,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었는데? 왜 ... 아 근데. 혼자 가서 뽀지게 시켜서 잘 먹는 거, 저 때 말고 또 했었는데? 을지면옥에 혼자 가가지고 평냉 시키고 제육 시키고 소주 시켜서 혼자 따라마시던 일.... 내가 그런 거 하는 여자사람이다. ㅎㅎㅎㅎㅎ





히히. 보기만 해도 넘나 좋으네. 오늘 집에 가다 순대국 먹을까? 순대국에 또 소주가 딱이지!




아아, 자 그러니까 나는 《고마워 영화》라는 영화 관련 책을 읽다가 책을 사고 싶어지는 것이다. 네?
















영화 《실비아》관련 글에서, 책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가 언급되는 것이다.



그녀가 이토록 남성에 집착하는 게 병적이지 않나 싶었는데, 그게 여덟 살 적에 목도한 아버지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여성이 갖지 못한 것을 태생적으로 지닌, 상대적으로 우월한(우월하다고 학습된) 남성에 대한 질투심도 작용한다. 그 사실은 영화에서 언급되지 않지만 이 영화의 토대가 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The Journals of Sylvia Plath>를 보면 영화에선 과감히 삭제된 스미스대학 시절의 그녀 내면세계를 읽을 수 있다. 1950년에서 1962년까지 적어 놓은 실비아의 일기를 이렇게 자서전 격으로 묶어낸 사람은 그녀가 한눈에 반한 후 '사악한 약탈자'라고 칭한 테드 휴즈다. (p.286)



실비아란 영화를 보면서 당연히 실비아 플러스의 일기를 떠올리는 그 순간의 기분은 어땠을까. 나는 둘 다 보지 않았으면서, 하나를 보면서 다른 하나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그 순간의 기쁨에 대해 생각한다. 이래서 많이 보고, 읽고, 듣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를 그 하나로만 보고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하나를 혹은 둘이나 셋을 소환해낼 수 있다는 거. 그게 우리가 차곡차곡 읽고 듣고 보는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나는 《벨자》를 사두고 아직 읽지 않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를 읽고 싶어지는 거다. 벨자보다 이게 더 좋을 것 같아! 하는 생각으로. 그래서 검색해보았다.


















그런데...709쪽이나 된단다. 그래서 아, 잠깐만...보류...... 하고 말았지 뭐야? 왜냐하면 나는 지금 《제2의 성》도 넘나 무거워....380쪽 정도 읽고 있는데 무겁다... 두꺼워..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이 책은 전자책으로도 있으니 오오, 전자책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여러분 전자책 대여는 7,800원이닷!!!)



고마워 영화를 읽다가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가 읽고싶어졌다면, 제2의 성을 읽다가는 스탕달을 읽고 싶어졌다. 보부아르가 이 책에서 멍청한 작가들 죄다 까는데, 스탕달은 아닌 것이야!! 발자크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친구가 발자크의 여성비하에 대해 발자크 책 읽으면서 막 얘기해줬었는데, 보부아르도 엄청 발자크 뭐라 한다. 읽다보면 발자크..쯧쯧 하게된달까. 발자크도 그런 면에서 한 번 읽어야겠다 싶은데, 스탕달..스탕달이 그랬다고?



















여기서는 여자가 단순히 타자가 되어서는 안 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여자는 그 자신이 하나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스탕달은 결코 여자 주인공을 남자 주인공과의 관계에서만 쓰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여성 인물에게 그녀 자신의 운명을 빠짐없이 부여하고 잇다. 그뿐 아니라 더욱 희귀한 일을 시도했다. 그것은 어느 소설가도 일찍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그런 시도로, 자기 자신을 한 여성인물 속에 던져 버린 것이다. (p.319)



내가 꼬꼬마 시절에 스탕달의 《적과 흑》을 읽었었는데, 이게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줄거리는 남아 있지 않고, 총각이 어떤 부인을 좋아했던 것 같은.... 데..... 집에 적과 흑 있으니까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희귀한 일'을 시도한 작가라니. 오, 멋져. 내가 스탕달을 다시 읽어주겠다. 유명한 고전이란 거 읽으면서 남자작가들한테 실망하고, 2017년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슬프게 깨닫는 한 해였는데, 스탕달을 읽으면 조금 바닥을 밀고 올라올 수 있는 걸까.






















그런 의미에서 그 뭣이냐, 발자크에 대한 부분도 잠깐 보고 가실게요~ 본문에 대한 각주로 나온 부분이다.



발자크의 《결혼의 생리》참조. "여자의 불평·외침·고통을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오. 자연은 여자를 우리가 쓰도록 만들었소. 여자는 어린아이·고뇌·남자의 주먹·고통을 다 감당하게 되어 있소. 냉혹함을 자책하지 마시오. 자칭 문명국의 모든 민법전(民法典)에, 남자는 여자의 운명을 규정하는 법률을 다음과 같은 피 어린 서론 밑에 제정하고 있소. '약한 자여! 불행할지어다!'" (p.328)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째서 왜때문에 루이 랑베르 사고싶지...집에 나귀가죽 있는데.... 난 없는 게 뭐지?


(너!)



오늘 아침 출근하는데 엄마가 이번 토요일에도 외출하냐 물으셨다. 왜? 물으니, '너 바쁜 것 같아서 주말만이라도 좀 집에서 푹 쉬라고' 하시더라.



- 엄마. 나 토요일에 아침에 운동갔다올건데 점심에 맛있는 거 먹을까?

- 그러자.

- 그리고 집에 와서 한 숨 잔 다음에 저녁엔 술마시자.

- 야, 너 그러다 간 상해.

- 아니야. 낮에 갈비찜이든 만두전골이든 거기에 소주 한 잔 걸치고, 집에 와서 한 숨 자면 다 회복돼. 그리고 저녁엔 와인 마시자.



엄마는 아침부터 빵터져서 깔깔깔 웃으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올리브랑 치즈는 사놨으니까, 저녁 메인 안주는 뭐로 할까. 후훗. 뭘 한 번 만들어본담? 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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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3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12-13 09:30   좋아요 0 | URL
어므낫! 이 뜬금없는 사랑고백이라닛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사랑은 고백해야 맛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공개 2017-12-13 09:30   좋아요 0 | URL
ㅎㅎ 페이퍼 보면서 갑자기 고백하고 싶어져서요 ㅋㅋㅋ

다락방 2017-12-13 09:34   좋아요 0 | URL
이런 일이 종종 있었으면 합니다. ㅎㅎㅎㅎㅎ

스윗듀 2017-12-1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락방님 굴 어때요 굴! 겨울엔 굴이죠!!! 반각굴에다가 청량고추 마늘 레몬 곁들여서 샤블리랑 한잔 캬...스읍
(몰랐던 실비아, 루시아와 친구가 된다)

다락방 2017-12-13 09:45   좋아요 0 | URL
크- 뭣 좀 아시는 스윗듀님!
제가 굴에 화이트와인 조합을 정말 사랑하는데요, 굴을 잘 못먹는다는 게 함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굴 한 두개 먹으면 못먹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굴을 싫어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굴을 싫어하는데 굴과 화이트와인 조합을 사랑해요. 그냥 좋음 ㅋㅋㅋㅋㅋㅋㅋ 못먹는데 좋아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미친 아이러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윗듀님, 참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루시아 야해요.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스윗듀 2017-12-13 09:52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ㅣ히히히히 그렇잖아도 지금 찾아보고 오는 길입니다🤭 6년 전 생애 최고의 섹스, 라니 멘트는 좀 후지지만 개궁금하군요🤩 맞다...그렇다면 굴 대신 홍합은 어때요!!!!!

다락방 2017-12-13 09:57   좋아요 0 | URL
아 스윗듀님 나한테 실망하겠다..
저 굴, 홍합, 조개 다 싫어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역국에 조개 넣으면 먹지도 않는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해요 이런 나라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너무 고기고기한 삶을 살아요. 으엉 ㅠㅠ


이게요, 남자가 작가인데 이름도 모르는 여자랑 바닷가 물속에서 달빛 아래 섹스를 하거든요. 그런 일이 있고난 뒤에 루시아란 여자를 만나 동거를 하게 되는데, 이 남자 머릿속에 이 달빛 아래 여자가 이름도 모르는채로 강하게 남아있는 거죠. 그건 달빛 여자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좋아하는 스토리... 그렇지만 제가 루시아의 입장이 되면 세상 슬픈 이야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잊지 못해. 우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윗듀 2017-12-13 10:22   좋아요 0 | URL
우엉ㅠㅠㅠㅠㅠㅠㅠ우엉우엉 저도 조개들어간 미역국은 안먹습니다..... 소고기를 넣어야 미역이 미끌미끌 윤기있게 잘 풀어지고 후루룩 넘어가며 입안을 부드럽게 유영하기 때문이죠 후후....

다락방 2017-12-13 10:55   좋아요 0 | URL
미역국엔 역시 소고기죠! 소고기 짱!! 으하하하핫.
저는 미역국도 사랑해요 ♡

비연 2017-12-1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과 와인 먹고 싶어지네요.. 이 아침부터 ㅎㅎㅎ

다락방 2017-12-13 10:55   좋아요 1 | URL
아, 모닝 와인! 그 이름도 아름다운 모닝 와인!
비연님, 저랑 한 번 만나서 와인 드십시다. 후훗.

비연 2017-12-13 12:28   좋아요 0 | URL
알라딘 와인동호회 만들어도 좋을듯요 ㅋㅋㅋㅋㅋㅋ

에이바 2017-12-1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자크 대문호... 이럴 때 쓰려고 이 문장을 외웠나봅니다. 얼불노 왕좌의 게임 드라마에서 봤는데 소설에도 있는 것 같아요. The laws of my fist are about to compel your teeth. 당신의 강냉이는 소중합니다...

그런데 저도 2인분 시키면 되잖아 생각했어요. 빠에야는 2인분 시켜도 거뜬하던데요? 제가 탄수화물 덕후 한국인이라 그런가 ㅋㅋ 아이 참 루시아는 바보야... 저는 나이들었다는 걸 언제 느끼냐면 소화가 안 되서 먹고싶은 걸 다 못 먹을때예요. 인간이 운동을 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사량을 높여서 맛있는 걸 많이 먹고 튼튼해질 수 있도록 말이죠..!

아 그리고 발자크는 빚 갚는다고 글 엄청 써제꼈는데 저런 글을 남겼다니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ㅋㅋ 발자크 루이 랑베르가 시리즈잖아요. 저도 사 두곤 읽지 않았는데 그것보다 결혼의 생리를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17-12-13 10:58   좋아요 0 | URL
네네 맞아요, 에이바님. 맛있는 것 먹고 싶은 것 잘 먹고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운동해야겠어요. 근육이 단단해지게 운동해서 계속 먹고 마시는 삶을 살겠습니다. 불끈!!

발자크는 여성혐오 글로 이미 유명한 것 같아요. 보부아르도 지적했지만, 제 친구도 얼마전에 발자크 책 읽다가 지적했거든요. 결혼의 생리 저도 읽어보고 싶은데 발자크로 검색하면 번역된 도서로는 아직 그 책이 없는 것 같아요. 발자크 대문호.. 빻았네요 ㅠㅠ 다들 왜들 이러시는지... 이참에 스탕달을 다시 읽어볼까봐요.

스탕달도 읽어야 되고 발자크도 읽어야 되고, 그런데 저는 오늘 그들과 전혀 상관없는 책을 또 한 박스 주문하고!! 꺅 >.<

잠자냥 2017-12-1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에야는 원래 혼자서 2인분 먹는 음식 아닌가요?;;; *멀뚱*
아침부터 빠에야 먹고 싶어지네요.....

<루이 랑베르>는 생각보다 재미없...;을 수 있고요.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는 생각보다 가벼울 수 있습니다. 근데 전자책 참 저렴하네요...

다락방 2017-12-13 11:00   좋아요 0 | URL
아아 다들 빠에야 2인분 혼자 먹는 거라 하시니 제 마음이 너무나 좋습니다. 알라딘 사랑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천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루이 랑베르는 재미..없나요. -0-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는 오늘 대여하려다가, 오늘 한박스 책 지른 게 있어 내일 마일리지 쌓일테니, 그걸로 대여해야겠어요. 우하하하핫. 10년간 볼 수 있다는데, 설마 10년간 안읽지는..않겠죠?

카스피 2017-12-1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맛있는 음식사진을 보니 저도 모르게 침이 넘어 가네요^^

다락방 2017-12-13 11:36   좋아요 0 | URL
오늘 뭔가 맛있는 거 드십쇼. 후훗.

2017-12-13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12-13 11:37   좋아요 0 | URL
저도 전자책 대여를 한 번도 안해봐서 몰랐는데 10년이나 하네요. 너무 좋아요!
그런데 집에 사두고 안읽은 책들을 떠올려보면... 10년..... 안읽고 후딱 지나가버릴 것 같기도 해요.
장거리 여행갈 때 크레마 들고 가면 되니까 거기에 얌전히 넣어두어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sijifs 2017-12-1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인분을 먹을 수 있는 위장이라니 부럽습니다.
스페인 여행 가서 2인분을 못 먹어 혼자서는 빠에야 2인분은 힘들어서요.
스페인 음식점에서는 빠에야를 1인분씩 팔거나 메뉴 델 디아에서 소량으로 빠에야를 파는 곳도 있습니다. 영화 루시아 여주인공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울지는 않았을텐데요

다락방 2017-12-13 13:29   좋아요 0 | URL
루시아가 시내에 있었던 게 아니라, 동거남이 자신과 살면서 다른 여자를 그리워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절망해서 무작정 떠나거든요. 오토바이 타고 막 달리다가 들른 식당이었고, 거기에서 메뉴를 보고 빠에야를 선택하는 거였어요. 루시아가 식당에서 일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루시아도 그 점은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다만, 그 날 그 때 그 기분에 찾아간 식당이 그렇지 않아서 속상했던 거지... 사실 루시아는 울진 않았고요 ㅋㅋ 제가 울었습니다. 아아 너무해 너무해 ㅠㅠ 이러면서요 ㅋㅋㅋㅋㅋ

사실 저도 예전엔 거침없이 2인분 먹을 수 있긴 했는데, 나이드니까 양이 좀 줄긴 하더라고요. 저도 2인분은.. 좀 남길 것 같아요. 아하하핫

독서괭 2017-12-1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발자크... 정말 헛웃음밖에 안 나오네요. 욕도 아깝습니다.
저 장염 걸려서 죽만 먹고 있는데 이렇게 맛있는 사진들을.. 저 모유수유 중이라 술 못 마시는데 이렇게 부러운 술상 자랑을... ㅠㅜ 빠에야.. 흑흑 먹고 싶어요.
다락방님 주말에 어머니랑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다락방 2017-12-14 09:25   좋아요 0 | URL
발자크 얘기는 몇 번 나오는데 이 사람은 버리고 가야할 사람인 것 같아요. ㅎㅎ
보부아르 진짜 세상 똑똑한 사람이네요. 읽으면서 감탄하고 있스빈다.

아니 장염..모유수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 못할 짓을 했네요. 엉엉 ㅜㅜ

주말에 뭐 먹을지 아직도 결정을 못했어요. 신중하게 생각해서 현명한 결정 해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 장염 어서 빨리 나으세요!!

Forgettable. 2017-12-14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에야 ㅋㅋㅋㅋㅋㅋ 이게 혼자 양이 많아서 못먹는게 아니라 비쌈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흑

다락방 2017-12-14 09:25   좋아요 0 | URL
아 빠에야 비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싸도 서럽네... 아니 이별해서 괴로운데 밥 먹을랬더니 비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어떻게 살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유부만두 2017-12-1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인분 그냥 시키지, 왜? ,,,,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역시!

그나저나 발자크 읽지마요. ㅜ ㅜ 고통과 역겨움 ... 이름 값 덕에 책으로 나오는 거에요. 소설로 하나도 추천할 건덕지가 없어요!

다락방 2017-12-17 20:41   좋아요 0 | URL
앞으로는 혼자 음식점을 찾아서 두 메뉴가 먹고 싶으면 거침없이 두 메뉴를 시키겠어요. 아 물론 전에도 그랬지만... 먹고 싶은 걸 참지 않겠어요. 불끈!!

발자크는 이렇게 패쓰하고 금욜에 추천해주신 책을 읽어야겠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ㅎㅎ
 















책의 목차에 친절하게도 영화의 제목이 나와있어, 이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이면 아마도 그렇게 하겠지만, 내가 본 영화는 몇 편이나 있나 세어보았다. 자전거를 탄 소년을 내가 보았나 안보았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본문으로 읽어보니 전혀 기억이 안나는 걸로 보아 안보았구나. 가만있자, 그렇다면 내가 본 소년이 나오는 영화, 대필해주는 여자가 나오는 영화가 뭐더라...하고 머리 싸매고 끙끙대다가 그제서야 내가 본 영화는 《중앙역》이라는 게 떠올랐다. 어찌됐든 내가 '보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영화는 이 책에 실린 51편의 영화중에 21편 이더라. 언젠가부터 영화를 많이 보지 않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겹친다 싶다. 어쨌든 처음부터 차례로 읽어가다가, 아, 이렇게 읽으면 안돼, 그러지 말고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부분을 보자, 해서는, 내가 본 영화를 우선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같은 영화이지만 내가 본 영화와 이 책의 저자가 본 영화가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됐다. 특히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영화 《Take this waltz》에 대해 '틈'을 얘기하다니, 그 영화 그렇게나 좋아해놓고서 틈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나여... 다른 영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내가 본 영화와 그녀가 본 영화가 같은 게 맞나 싶다. 그렇게 읽어가다가, 내가 아직 보지 않은 영화중에, 그러니까 보고 싶었지만 놓쳤던 영화중에 '아 진짜 놓친 게 아쉽구나' 하는 영화를 만났다.



















'최상의 파트너', '완벽한 파트너'의 이야기라는 게 진짜 너무 좋은 거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특별한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라, 앞에 놓이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를 같이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는 거. 결국 현실적으로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 라는 답을 내린다는 것에서 이 영화를 강렬하게 보고싶어졌는데, 후다닥, 네이버 굿다운로더 검색해보니 이 영화는 굿다운로더 목록에 없어 ㅠㅠ 슬픔 ㅠㅠ 슬픔의 새드니스.


또, 이 영화를 이런 내용이라니 보고 싶다는 것과는 별개로, 밑줄 그은 부분에서 다른 것들을 소환해냈다. 비포 시리즈가 그것이다.



















그러니까 《어웨이 위 고》에서 남자와 여자가 길을 떠나며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들의 삶에 대한 고민에 답을 얻는 바로 그 부분에서 나는 비포 시리즈가 생각난건데,


시작되는 모든 연인들이라면 으레 그렇듯이,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에서 남자와 여자는 상대만 쳐다본다. 상대의 얘기에만 귀를 기울이고, 상대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상대에게 호감을 주기 위해 내 모든 말과 행동에 신경을 쓰면서 상대에게만 오롯이 집중하는 거다. 다른 것들이 끼어들 틈이 없고 다른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시작되는 그 지점에서 중요한 건 상대를 향한 최선의 노력과 집중이니까.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에서도 '에미'와 '레오'의 이메일은 서로에게만 향한다. 서로의 일과와 감정 연애 그리고 각자가 서로의 메일을 기다리는 시간에 집중한다. 그 둘 사이에서 대화의 촛점은 오직 둘을 향해서만 맞춰져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이나 사회에 대해 딱히 얘기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뭐 입고 자요?' 같은 것들인 것이다.



자, 다시. 그런데 남자와 여자가 만나 연애가 진행되고 그들이 공식적 커플이 되고나서는, 이제 둘 이외의 것들을 봐야한다. 내가 비포시리즈에서 가장 좋았던 건, 영화가 이걸 드러내준다는 데 있다. 자연스럽게 그걸 표현해줬다. 《비포 미드나잇》에서 남자와 여자는 이제 훌쩍 나이들어 버렸고, 함께 살며, 아이도 있다. 이들의 삶은 자연스레 서로에게 녹아들었는데, 이제 커플로 굳어져버린 그들에게는 '오롯이 상대만'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리스에 갔고,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보지만, 다른 사람들과도 섞인다.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에서는 없었던 장면. 그들은 그들 커플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도 섞여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삶을 보기도 하는 거다. 그들이 오롯이 서로에게만 집중하는 시점을 넘어갔기 때문에 서운한 게 아니라, 그랬기 때문에 그들이 단단한 커플이 될 수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 서로를 봤고 그렇게 서로에게 섞여들었다면, 함께 다른 사람들에게 섞여내는 것이 그들에게 남은 일이고 과정일 테니까. 그들은 둘이서 달콤한 시간을 보내기로 한 호텔에 갔다가 싸우고 돌아서고 말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지냈음에도 다시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이라고 말을 할 수 있는 단단한 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이것이 그들이 개인이 아닌 그들로서 다른 사람들과 섞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가 이 사람의 옆자리에 있고, 이 사람의 내 옆자리에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내보일 수 있는 건 굉장한 특권이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인데, 《고마워 영화》에서 만난 《어웨이 위 고》에서, 이 커플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다른 곳에 가는 이 장면에서 바로 비포 미드나잇의 '다른 사람들과도 섞이는 장면'이 떠올랐던 거다. 



새벽 세시의 에미와 레오는 어떤가. 그들이 그렇게 서로에게 집중해 연인이 되었다면, 그 후에 그들은 이제 서로가 아닌 다른 것들이 보이고 얘기를 나누게 될것이다. 이봐,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데 어떻게 생각해? 라든가, 한국의 한끼줍쇼 프로그램 너무 엿같지 않아? 라든가, 개그프로그램에서 여자의 외모를 비하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거 진짜 구리지? 라든가. 기타 등등. 우리 주위를 둘러싼 것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되지 않을까. 



















아 너무 좋지 않은가. 

나와 너였다가 우리가 되고, 그렇게 우리로서 다른 사람들과 섞이는 것. 그것이 반드시 친구들일 필요도 없다. 그저 여행지에서 만나 스쳐지나는 사람들일 수 있고, 자주 가는 카페 직원일 수도 있다. 응, 우리는 우리야, 할 수 있는 거. 그리고 그런 우리로서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거.


어웨이 위 고 너무 보고싶은데 ㅠㅠ 굿다운로더에 없어서 ㅠㅠ 진짜 슬픔의 새드니스.




나는 우울해지면 이상하게 아름다운 요리책이 보고싶어지는데 그래서 킨포크 테이블 사고싶다. ㅠㅠ

사진 보면 막 힐링힐링 될 것 같아.

살까... ㅠㅠ
















토요일에 친구들 만나서 여러 좋은 이야기들 함께 나누었는데, 그 중에 가장 좋았던 건 한 친구가 나한테 '잘생겼다'고 말한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잘생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 화장실 갔다오면서 거울 들여다봤다. 내가 뭘 그렇게 잘생겼다고, 거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정도면 그냥 평범한거지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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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12-1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른 이 아름다운 책 <고마워 영화> 시작해야겠어요. 사실 저는 안 본 영화가 41편일거라는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거든요. ㅠㅠ
비포 시리즈도 저를 기다리고 있지만서도, 이 책 읽으면 더 많은 영화들이 나도! 나도! 할 것 같아요.
얘들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다락방 2017-12-11 12:10   좋아요 0 | URL
비포시리즈는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님. 1편부터 3편까지 정말 다 좋아요! >.<
이 책 읽다 보니 [어웨이 위 고] 너무 보고싶은데 지금 이걸 어떻게 봐야하나 생각하고 있어요. 하하하하. 지금 저한테 너무나 필요한 영화인것 같은데 말이죠.

2017-12-11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7-12-1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생겼...^^;;;;;; 비포 시리즈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ㅎ

다락방 2017-12-11 14:57   좋아요 0 | URL
비포 시리즈는 진짜 명작인것 같아요. 저도 다시 보고싶네요. DVD 도 셋트로 다 사고 싶고요! >.<

transient-guest 2017-12-1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영화광이었던 적이 있어요. 20상영관을 가진 극장의 영화를 모두 보고, 다른 인디나 아트무비까지 다 보던 시기였는데,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몇 번 중 하나에 속하는, 꿈과 시간은 많고 현실은 어려웠던 시기였어요. 갑자기 이 책을 보니 그때가 생각이 나서 저도 보관함에 담았어요. 프레이야님이 쓰신 두 번째 책이라니, 저는 첫 번째 책도 모르는데 말이죠. 궁금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영화들 중 제가 아는 건 몇 개나 될지...

다락방 2017-12-12 09:08   좋아요 1 | URL
현재까지는 제가 가장 많이 겹치는 것 같은데(이상한 경쟁심 ㅋㅋ) 아마도 이 책을 받고 목차를 펼쳐드신다면, 게스트님은.. 저보다 더 많은 영화가 겹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중학생때 비디오 플레이어를 아빠가 사셨거든요. 너무 신나서 매일매일 미친듯이 비디오샵에 가서 테이프 빌려다 봤어요. 방학때면 삼남매가 난리가 나서, 비디오샵 사장님이 나중엔 하나 빌리면 하나 서비스로 더 빌려주시고 그러셨어요. 그때는 그런데 미성년자여서... 더 많은 영화를 다양하게 보진 못했던 것 같아요. 대신에, 이름도 알지 못하는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영화들을 싹 다 봤었죠. 다 지난 일이네요.
불과 몇해전만 해도 보고싶은 영화 있으면 평일에 극장 달려가서 보고 그랬는데 이젠 늙어서(응?) 평일 극장은 힘들어요. 주말이면 내리 두 편을 보기도 했는데, 그역시도 힘들어졌고요. 체력이 될 때 독서든 영화든 여행이든,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거 죄다 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잘 지냅시다, 게스트님.
 

'엠마뉘엘'은 동생 '파스칼'로부터 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병원에 바로 간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다다다닥 나가다가, 뉘엘은 자신이 콘택트렌즈를 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올라가 렌즈를 낀다. 그리고 내려와서는 택시를 잡으려다 줄이 길어서 지하철이 더 빠르겠다 하고는 지하철을 타러 간다. 아버지는 괜찮을거야, 자신에게 속삭이다가, 무슨 일이 있었으면 파스칼이 연락을 했겠지, 하다가, 갑자기 아버지와의 어릴 적 일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초조한 마음으로 어서 빨리 병원에 닿기를, 어서 빨리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제 눈으로 확인하길 원한다. 그렇게 지하철 안에서 끊임없이 마음이 소란스러운데, 누군가 그녀에게 말을 건다.



나는 덩치 큰 남자 옆에 앉는다.

지하철 신호음, 열차의 문들이 닫힌다.

옆의 남자가 이내 커다란 파리 시내 지도를 펼친다. 남자는 나에게 지도에서 현재 위치를 가리켜달라고 영어로 말한다.

도톰한 광택지 지도가 내 무릎 위에 펼쳐진다. 나는 우리가 탄 지하철 노선에 손가락을 올린다.

지도의 밑에서부터 위까지 관통하는, 장밋빛 스파게티 같은 긴 선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바둑판무늬가 크고 작은 묘지와 십자가처럼 보인다.

땡큐. (p.12)

















낯선 이, 외국인이 내게 지도를 내밀며 위치를 알려달라고 하는 그 말이, 그 때의 뉘엘에게 가 닿았다는 게 놀랍다. 지금 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갔다 해서 렌즈도 빼먹을 정도로 정신이 사나운데, 그 상황에서 낯선 이에게 지도를 같이 보고 손가락으로 위치를 가리킬 수 있다는 게, 바로 인간의 놀라운 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평온한 듯 앉아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 어떤 생각들이 가득할지 모르고, 내가 웃는 듯 보여도 그 안에 어떤 사정들이 뜨겁게 들끓어 오를지도 모르는데, 그런데도 사람들은 변함없이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일을 하러 가고, 사람들을 만난다. 


뉘엘에게 저 시간 지하철안은, 아니 그게 어디라도, 너무나 힘든 곳이었을텐데, 그런데 다른 이에게 마치 자신에게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위치를 가리켜줄 수 있는 일, 인간이 자신의 인간적 특성의 가장 깊은 부분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저 낯선이에게 지하철 옆자리의 뉘엘은, 그저 파리에 사는 현지인으로 보였을 것이다. 지도를 내밀며 여기가 어디야?라고 물을 때 그에게, '혹시 저 여자에게 어떤 사정이 있어서 지금 정신이 사납거나 하진 않을까?'같은 걸 생각하진 않을테니까. 나는 방향치에 길치이며 지도를 봐도 여기가 어디고 저기는 어딘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낯선 이에게 길을 묻는다. 건대 앞에서도 그랬고 창원에서도 그랬고 대전에서도 그랬고 싱가폴에서도 그랬고 뉴욕에서도 그랬다. 쿠알라룸푸르에서도 그랬고 하노이에서도 그랬다. 그렇게나 자주 낯선이에게 길을 물을 때, 나는 한 번도 내게 길을 알려줄 사람의 개인적 사정 같은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금 이 사람의 내면에 어떤 감정이 자리잡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길을 알려달라는 이방인의 이 '사소한' 질문. 그러니까 나는 이것이 너무나 '사소'해서 상대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거다. 


그러나 뉘엘에게, 뉘엘에게는 어땠을까. 뉘엘에게는 지금 일분 일초가 너무나 급하고 초조하고 애가 탔을텐데, 머릿속에 여러가지 기억과 생각과 추억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을텐데, 그런데 지도를 같이 들여다보고 손가락으로 위치를 짚는 일이, 과연 사소했을까? 


내가 길을 물었던 그 많은 순간에 내게 답을 해준 사람들에게도, 매번 사소했을까?

나 역시 누군가에게 길을 알려준 적이 많았는데, 그때 나는 늘상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이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지금 여기야' 혹은 '응 저 길로 가서 왼쪽으로 돌면 돼' 같은 것을 말하는 것, 그게 인간적 특성인 건 아닐까. 대답하지 않아도 될것이고, 지금 마음이 시끄러우니 '몰라요' 라고 해도 됐을텐데, 그런데 기어코 대답을 해주고야 마는 바로 그 지점 말이다. 나에겐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겐 결코 그 사소하지 않은 순간이, 그 누군가의 배려로 사소함으로 유지될 수 있는 바로 그 지점. 그게 인간이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이 부분에서 괜히 감동을 받아가지고, 뉘엘, 당신이 대답하지 않아도 아무도 당신에게 뭐라 하지 않았을 거예요, 속으로 말했다. 




뉘엘의 아버지는 휠체어를 타야 하고, 여기저기 아프고, 그간의 삶이 행복했고, 지금의 자신의 모습은 자신이 아닌 것 같다. 이제 그 삶을 스스로의 결정으로 끝내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딸에게 '끝내게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다'(p.61)고 말한다. 깊은 고민과 대화 뒤에 뉘엘과 파스칼은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러나 파리에서는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아 스위스에 가 그 일을 진행하기로 한다. 언제가 좋을지 시간을 정하고 호텔을 예약하고, 안락사를 돕는 스위스 단체와 만나 이야기도 나눈다. 그 과정에서 뉘엘은 '스위스 부인'에게 혹여나 결정해놓고 나중에 취소한 경우는 없었는지 묻는다.



어쩌면 베른에 도착하니 아버지 생각이 바뀌어서 우리는 파리로 함께 돌아올 것이다.

나는 스위스 부인에게 환자 중에 계획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는지 물었다. 스위스 부인은 그런 일이 딱 한 번 있었다고 대답했다. 중병에 걸린, 나이가 지긋한 남자였는데 젊은 아내와 동행했다. 부부는 베른 시내로 산책을 나갔고 마지막 저녁을 위해 아내에게 빨간 드레스를 선물했다. 남편은 아내가 드레스를 갈아입는 동안 호텔 바에서 기다렸다. 빨간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난 아내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남편은 살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부부는 스위스 부인을 초대헤서 샴페인을 마셨고, 다시 떠났다. (p.211)




아.... 빨간 드레스 차림의 아내가 너무 아름다워서 살기를 결심할 수도 있구나. 그래, 그럴 수도 있구나. 




그런데, 윌은 다른 선택을 했지. 아침에 눈을 뜨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클라크인데, 그런 클라크가 있어도 '자신이 아닌 것 같은' 삶을 끝내려 했었지.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 얘기다.
















"혹시 이런 거 알아요?"

밤새도록 그렇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도 좋았다. 특유의 눈가에 잔주름이 지는 웃음. 목이 어깨로 이어지는 그 지점.

"뭔데요?"

"가끔은 말이에요, 클라크. 이 세상에서 나로 하여금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오로지 당신밖에 없다는 거." (p.388)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클라크, 그런 클라크가 자신의 옆에 있는데도, 윌은 자신의 삶을 끝내기로 결심한다. 아니, 이건 내가 원하는 내 삶이 아니에요, 하면서. 아침에 눈을 뜨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데도, 그는 그랬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은 빨간 드레스 입은 아내가 아름다워 살기를 결심할 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수도 있는 거다. 아, 윌 ㅠㅠ



"미안해요. 내겐 충분하지 않아."

나는 그의 손을 내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는 말하기 전에 잠시 기다렸다. 이번에는 꼭 정확한 단어들을 골라야만 하겠다는 듯이.

"난 그걸로 안 돼요. 이, 내 세상은, 아무리 당신이 있더라도 모자라. 진심으로 말하지만, 클라크, 당신이 오고 나서 내 삶 전체가 좋은 방향으로 달라졌어요. 그렇지만 그건 충분하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에요."

이제는 내가 물러설 차례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괜찮은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걸 알겠어요. 당신이 곁에 있다면, 어쩌면 썩 괜찮은 삶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내'인생이 아니에요. 당신이 얘기를 나누었던 그 사람들과 나는 달라요. 그건 내가 원하는 삶과 전혀 다르단 말입니다. 비슷한 구석도 없다고요." (p.471-47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윌의 말을 이해한다. 사고로 신체에 마비가 찾아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거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 사람으로 인해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싶어졌지만, 그러나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거. 그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어야 했는데, 스스로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는 거. 그렇지만, 그렇지만.... 죽음은 자신의 선택이지만, 남아있는 클라크는, 도대체 그 슬픔을, '나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며 죽음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을 보는 클라크는, 어쩌나. 



음... 페이퍼를 쓸 때만 해도 미 비포 유 까지 가져올 생각을 하진 못했었는데... 음.....

아... ㅠㅠ



그러나 윌이 클라크 만으로, 그러니까 아침에 눈을 뜨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라고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결코 클라크의 잘못이 아니다. 클라크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차은주는 자신의 노래 <알 수 없어요>에서 '내가 많이 부족한가요' 라고 떠난 연인에게 물었지만, 박화요비는 자신의 노래 <그런 일은> 에서 '내가 미워졌나요?' 라고 물었지만, 아니, 윌이 자신의 결정을 한 것은 결코 클라크가 부족해서도, 모자라서도, 잘못해서도 아니다. 클라크가 춭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클라크 자체로는 충분하고 완벽했다. 클라크가 거기에서 더 무엇을 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윌이 원하는 삶은 클라크가 전부인 삶이 아니었던 거다.



제기랄..

인간의 대단함, 위대함, 복합적임 뭐 이런 것에 대해 얘기하려다가 사랑과 이별로 끝나버렸네...





오늘 아침엔 스벅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데, 오랜만에 반가운 직원의 얼굴이 보인다. 사실 그간 이 직원분을 볼 때 딱히 어떤 느낌이 있다거나 감정이 들었던 건 아니었는데, 오늘 뭔가 며칠 만에 보니 막 반가워? 나도 모르게, '언제 근무하시는 거예요? 되게 오랜만이에요' 했더니, 그 직원분이 막 웃으시면서 '고객님들이 그 말씀 진짜 많이 하시는데 저 이번 주에 하루 밖에 안쉬었어요' 하더라. 아 그래요? 했더니, '제가 근무중인데 바깥에 나와있지 않을 때도 있거든요' 하면서, '내일도 모레도 월요일도 근무할거예요' 하시더라. 그렇게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나도 막 웃게되고, '오랜만에 뵙게 되니 너무 반가워요' 했다. 나도 모르게 절로 그런 말이 나왔어. 그렇게 웃으면서 대화를 하고 나오는데, 텀블러에 커피를 채워가지고 나오면서 활짝 또 웃게 됐다. 걸으면서도 계속 웃었다. 그리고 직원 분과 대화하느라 빼놨던 이어폰을 다시 귀에 꽂으니, 이어폰에서는 '박정현'의 <꿈에>가 나오고 있었지. 이 뭔가 언밸런스한 조화라니.... 노래를 들으니 또 슬프고 감상에 푹 젖어버리는데, 입으로는 활짝 웃고 있었던 나여...





그나저나, 빨간 드레스라...빨간 드레스면... 되는 건가. 당신이 살아갈 충분한 이유 같은 거 말이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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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2-0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의 스벅은.. 참 좋아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음료를 사먹었죠. 돌체 라떼. 수첩 받기 위한 시도였지만, 꽤 맛난.

다락방 2017-12-08 13:07   좋아요 0 | URL
저도 스노우돌체라떼는 괜찮더라고요. 무지방우유라 좋아요. 물론 아메리카노가 짱이지만요! 우후훗.

비연 2017-12-0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Me before you˝를 읽으면서 윌의 저 심정이 이해가 되었더랬어요.
사랑 때문에 살 수 있어... 가 아닌, 내가 나를 바라볼 때 이쯤에서 끝내야겠다는 마음. 그건 사랑과는 별개의.
그래서 좀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더랬죠... 아 소설 다시 읽어야겠어요. 요즘 넘 건조한 책만..ㅜ

다락방 2017-12-08 13:1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윌의 심정이 이해가 됐어요. ‘이렇게는 사는 게 의미가 없다‘, ‘이것은 내 삶이 아니다‘ 하는, 그 마음. 사랑말고도 다른 것들이 내게 필요한데,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충분치 않은 그거요. 그것도 이해되는데, 그런 한편, 저는 생에 대한 욕망이 강해서 ‘그럼에도불구하고‘ 삶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미 비포 유 읽으면서 이거 소설이니까 그나마 윌이 부자 남자라 이렇게 간병인 두고 살지, 보통 사람에겐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펑펑 울었어요. 나로는 충분치 않다는 게, 알겠는데, 서운하잖아요. ㅠㅠ

one fine day 2017-12-08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재밌게 보고있는 미드 굿닥터라고 있는데 찰리와 초콜릿공장의 주인공 소년이 자폐 외과의사로 나와요. 우리나라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미드지만 원작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서 재미있게 보고있어요. 어제 본 에피소드는 자발적 희생이라는 주제였는데 최고 프로게이머가 팔을 쓸 수 없게되서 처음엔 간단한 수술인줄 알았는데 뇌에 종양이 발견되서 곧 죽을 거라는 선고를 받습니다. 프로게이머는 처음엔 충격을 받지만 곧 자기는 정상을 올라가 봤다며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담담하게 얘기해요. 그러면서 담당의에게 당신은 당장 죽어도 좋을 삶을 살고있느냐고 되묻죠. 그순간 저도 자신에게 물었어요. 이대로 죽어도 좋겠느냐고. 그래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한가해지면 읽으려고 사둔 재미난 책때문에 안되겠다라구요. -,-;
이 드라마의 결말은 반전이 있습니다. 수술을 하면 생명을 건지겠지만 왼쪽은 불구가 될거라고 그래도 수술을 받겠느냐고. 프로게이머에게 건강한 팔은 목숨보다 소중할터이니 당연히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환자는 수술동의서에 바로 싸인을 하며 나는 게이머이고 다시 인생을 살 것이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면된다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저도 어제 윌과는 다른 결정을 내린 게이머를 보며 미비포유를 생각했었는데 반갑네요.

다락방 2017-12-10 22:54   좋아요 0 | URL
윌의 결정은 이해가 되고 저였어도 그랫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야속하기도 해요. 살아주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죠. 그렇지만 그건 ‘남아있는 자‘의 바람이죠. 그래서 윌의 선택을 뜯어말릴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책 [다 잘된거야]에도 아버지의 안락사 선택을 어떻게든 뜯어 말리려는 사촌이 나오거든요. ‘경찰에 신고해버릴거야!‘ 라고 하기도 하고요. 실제로 경찰에 신고가 되기도 햇습니다. 사촌이 신고한 건 아니었지만요. 윌과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세상 어딘가에 더 많이 존재할테지만, 책으로 읽으면서 주인공인 윌을 만나버리는 바람에, 윌에 대해 더 아쉽고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클라크를 알기에 더 그런거겠죠.

저는 지금 죽는다면 여한이 없는가, 라고 물었을 때, 아직 못해본 것도 많아서 죽기 싫지만, 그런걸 떠나서도 삶을 계속 살고 싶어요. 당장은 우울하고 슬프고 힘든 일들이 있어서 지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는 계속 살고 싶어요. 더 살아서 계속 삶을 유지하고,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도 유지하고 싶어요. 저는 생에 대한 욕망이 엄청 강한 사람이구나 싶어요.
말씀하신 드라마에서 나온 게이머처럼,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겠지만 그렇게 삶을 선택하는 게 또 좋으네요. 그런 한편, 윌도 다른 삶을 받아들여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같은 책을 읽는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원 파인 데이님. 이렇게 다른 걸 보면서도 같은 책을 떠올릴 수 있다니, 정말 근사하지 않아요? 우울한 일들로만 연속되는 삶이 아니라는 걸 이럴 때 또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사소한 즐거움 같은 것들이 일상에 더 많이 끼어들었으면 좋겠어요.
:)
 
프랑켄슈타인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을 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내가 아는 프랑켄슈타인 괴물의 모습을 지우는 것'이다. 역자 후기에도 이 말이 가장 먼저 나와있는데, 내가 영화에서 봤던 모습과 익히 프랑켄슈타인 괴물이라고 알려진 모습이 너무 머릿속에 박혀 있어서, 이 책의 몰입을 방해한다. 내 머릿속에 박힌 그 괴물은 흉측하다기 보다는 어눌하고 좀 맹한 느낌이었달까. 그러나 이 책속에서 메리 셸리가 그려낸 괴물은 겉모습이 거대하고 우리랑 다른, 그래서 흉물이라 모두가 놀라 비명을 지르긴 하지만, 굉장히 명민하고 사랑과 박애가 넘치는 캐릭터다. 빅토르는 그와 말도 섞어보지 않은 채로 자신이 만들어놓은 살아 숨쉬는 육체가 눈을 뜨자마자 '으앗 괴물이다' 하고 그로부터 도망치지만, 그는 제대로 사랑할 줄도 알고 감동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으며, 자연과 햇살 바람과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날씨로부터도 행복을 느끼는 존재였던 거다. 게다가 그가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꽤 흥미로운데, 한 가족을 엿보면서 사랑과 우아함을 알기도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언어를 습득하기도 하는 거다. 놀라운 건, 그가 책을 읽고 아주 많은 것들을 습득하고 고뇌한다는 데 있다. 그는 우연히 《실낙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젊은 베르테리의 슬픔》을 읽게 되는데, 이로부터 주인공들의 처지에 공감도 했다가 자신과 다른 점도 찾으면서 지식과 삶에 눈을 떠가는 것이다.


그런 그가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가족을 보면서 그들과 함께 사랑을 주고 받는, 그들의 그 다정함 속에 자신도 섞이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데,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그들의 성품이 얼마나 온화하고 인자한지를 확신한 후에, 맹인인 그 가족의 아버지만 남았을 때 찾아가 말을 건다. 괴물의 겉모습을 알지 못한 아버지는 그에게 친절하게 대답해주고 또 그의 친구가 되어줄 준비를 하는데, 괴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다른 가족들은 속히 그 집으로부터 떠난다. 당연히 그 괴물로부터도 멀리.


괴물은(사실 그 괴물에게 이름이 없다) 이에 절망한다. 물가에 빠진 어린아이를 구해줬는데, 그 어린 아이의 가족 조차도 그를 경멸한다. 그는 인간에게 절망하고 실망하고 분노하면서, 이에 자신의 외로움을 구원해줄 존재를 절실히 원하게 되고, 자신을 만들어준 빅토르를 찾아가 '나같은 여자존재'를 하나 더 만들어달라고 한다. 만약 나의 창조주인 당신이 나같은 존재를 만들어준다면, 나는 그 여인과 함께 인적이 드문 먼 곳으로가 우리끼리 그냥 잘 살겠노라, 인간에게 어떤 피해도 입히지 않겠다고 맹세하노라, 얘기를 한다. 이 과정에서 그가 빅토르에게 하는 말들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심지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의 설득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어낼만큼 논리적인데, 그런 괴물의 얘기를 들으면서 자꾸 머릿속에 내가 아는 괴물의 모습이 그려지면 너무 매치가 안되는 거다.


빅토르는 이미 자신의 가족을 잃어 가슴이 아팠고, 그를 괴물로 마음과 머리로 인정해버린 터라, 그의 말을 듣기를 거부했지만, 듣다보니 그의 말에 한 점 틀린 게 없어, 그래, 너같은 존재, 여성인 존재로 만들어주마, 말을 한다. 자료를 다시 수집하고 연구를 거듭하여 이 괴물의 여자 존재, 괴물에게 친구가 되어줄 존재, 괴물의 외로움을 함께 나눠줄 존재를 만들려던 빅토르는, 그러나 '그 새로 만들어진 존재가 지금 괴물같은 존재가 될 줄 어떻게 알겠는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된다. 이 괴물은 만들어진 직후 자연의 경이로움을 알고, 지식을 습득하고, 사랑과 박애와 동정심을 갖게 되었지만, 새로 만들어진 존재가 그렇지 않다면? 또한, 새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무리 자신과 같은 존재라 해도 그 괴물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인간을 사랑한다면? 그럴 경우엔 같은 종족으로부터 버려진 괴물은, 지금보다 더 괴물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그로하여금 다른 존재를 만드는 걸 포기하게 하고, 이에 괴물의 분노는 폭발해서 자신의 창조주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빅토르는 소중한 모든 걸 잃게 되고 몸도 쇠약해지게 되는데, 이 때 항해하던 로버트 월턴을 만나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로버트 월턴도 이 괴물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괴물을 괴물로만 대해 그를 물리치려 하다가 괴물의 죄책감을 알게 된다. 



괴물은, 괴물로 태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괴물은 괴물로 만들어졌다. 더 거슬러 올라가 빅토르는, 그렇게 한 생명을 만들어내는 데 흥분해 그 후를 생각하지 않고 절대권력자가 되어서는 안되었다. 만들어놓고 뒤도 안돌아보고 쌩까서도 안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생명체를, 그냥 버려두는 거다.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은 옳을까? 이 책에서 빅토르는 공부와 연구를 거듭해 육체를 만들고 생명을 넣을 수 있는 걸 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 없이 했다. 그에게는 그때 이것이 윤리적으로 어떤 것일지, 이 생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우리가 하나의 생명(혹은 그보다 더 많이)을 만들어내고 혹은 맡게 되었을 때, 그것을 한 순간의 감정으로 내치는 것은 과연 옳은가? 

선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선한 행동, 선한 마음가짐은, 애시당초 장착된 게 아니라 상대의 겉모습을 보고 우리가 선택한 게 아닐까. 나라면 이 괴물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겉모습만 보고 괴물이라 칭하지 말아야지, 얘기해보면 저 존재는 나에게 소중해질지도 몰라'를 생각할 수 있었을까? 

친구란 무엇일까? 빅토르가 자신이 만들어낸 존재에 대해 절대 권력을 갖기 보다, 그와 대화해서 그가 삶에 눈뜨는 것들을 함께 바라봐주고 또 그가 지식 습득하는 과정중에 함께 했다면, 그렇다면 그들은 오히려 누구보다 더 좋은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물론 친구든 애인이든 본인이 원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거지만 말이다.

외로움은 무엇일까. 언젠가 페미니즘 강연 들을 때 '외로움이 가장 무섭다'는 얘길 들었었는데, 괴물이 자신에게 '나 같은 존재'를 만들어달라 청한 건 지극히 본능적인 요구는 아니었을까. 사랑과 외로움을 알게 되었는데, 그가 어떻게 혼자 지낼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는 우아함과 다정함 그리고 따뜻함이 무엇인지도 아주 가까이에서 목격했는데. 우리가 일단 사랑에 관련된 감정들을 알게 되고 느끼게 된다면, 그것이 얼마나 자신을 충족시키는지를 안다면, 그것들 없이 살아가는 건 너무도 힘겨워지지 않을까.

그러나 새로 만들어진 존재가, 빅토르의 의심대로, 자신과 같은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이 괴물을 사랑하리란 보장은 또 어디에 있는가. 사랑이란 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던가. 어쩌면 괴물은 '나같은 존재'로 부터도 버려졌다는 사실에 더 큰 슬픔에 잠길 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누군가를 쉽게 괴물로 칭해놓고서, 그러나 그 존재에게 '그렇다고 해서 너가 그렇게 쉽게 괴물이 되어서는 안돼'라고 말해도 되는걸까. 그건 옳은가. 우리는 선하지 않았고, 선하게 다른 존재를 대한 것도 아니면서, 그러나 그에게 '악마가 되어서는 안돼'라고 말할 수 있는걸까? 



'나를 혐오하는 그들을 어찌 내가 증오하지 않겠는가?"(p.133)



의문문으로 시작하지도 끝을 맺지도 않은 이 한 권의 소설에서, 그러나 읽는 동안 수만 개의 의문문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많은 것들을 묻게 하고 그러나 확신을 가진 답을 할 수 없게 한다. 자연, 인간으로서 맞닥뜨리게 되는 수많은 감정들, 그리고 지식의 습득까지 이 놀라운 소설 한 권에 다 들어있는데, 아이구야, 메리 셸리는 이 대단한 소설을 자신의 나이 19세에 썼다고 한다. 그녀가 19세에 이 소설을 썼다는 걸 알지 못하면서 읽었을 때에도 '천재다 천재' 라고 계속 감탄했는데, 뭐라고? 19세라고? 이건 뭐 어떻게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구나. 나는 그저 독자의 자리에서 감탄만 끊임없이 하다가 책을 덮을 뿐이다. 



가끔, 나는 왜 소설을 좋아하는가, 를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데, 이 책을 읽노라니 자연스레 이런 답이 내려진다.


'소설이 이러니까.'


진짜 소설이 이러니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심지어 괴물이라 칭해지는 존재 안에 너무나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섞여있어서, 그 내면이 얼마나 복잡한지, 그 순간 순간의 감정이 어떠했을지 손에 잡히는 듯해서, 인간이란 건 그렇게 쉽게, '선한' 혹은 '악한'으로 나눌 수 없다는 걸, 이렇게 잘 보여주니까. 소설이 이러니까. 소설이 이러니까 좋아한다. 이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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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2-07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이미 있었는데 모르고 또 산 건 비밀 ^^

syo 2017-12-07 10:27   좋아요 1 | URL
이 비밀은 분노의 포도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서.....

다락방 2017-12-07 10:29   좋아요 1 | URL
아 맞다. 나 그것도 그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란 인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7-12-07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이것도 보관함에... 아.. 근데 이 글 읽으니 바로 사야 할 것 같아요..ㅜㅜ

다락방 2017-12-07 11:19   좋아요 1 | URL
네 비연님. 보관함의 그 많고 많은 책들 사이에 포함하지 마시고 이것은 바로 장바구니로 넘겨도 되실겁니다. 후훗.

비연 2017-12-07 13:25   좋아요 0 | URL
아아... 락방님.... 장바구니... 방금 넣었는데... 어찌 아시고...ㅜㅜㅜㅜㅜㅜㅜ

다락방 2017-12-07 13:35   좋아요 1 | URL
달려요, 달렷! 으하하하하. 자, 질렀으니 열심히 읽어봅시다!!

비연 2017-12-07 15:34   좋아요 0 | URL
락방님... 프랑켄슈타인만 사야지 했다가 12권 주문..ㅠ 저 중독인 듯.
.. 그러나 도자기 식판 동그란 거 주문! 크하하하하하

다락방 2017-12-07 16:16   좋아요 1 | URL
아니, 열 두권이라뇨, 비연님! ㅎㅎㅎㅎㅎ
어쨌든 식판 하나 받으시는군요! 우히히히.
저는 언제쯤 식판에 안주 담아서 술 마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언제 하지? 헤헷. 즐거운 고민!

레와 2017-12-07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많은 생각과 물음을 던지는 소설이네요!! 와.. 다락방 리뷰만 읽었는데 엄청난 책이다.
열아홉살때 작품이라니.. 와.....

다락방 2017-12-07 16:17   좋아요 0 | URL
나는 .. 나는.... 아아 비교하지 말아야지. 감히 천재작가와 나를 비교하려 하다니.
메리 셸리 진짜 대단해요! 이렇게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다니 진짜 짱이에요. 레와님도 꼭 읽어봤으면 해요! >.<

hellas 2017-12-08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두고 책장에 방치했는데. 얼른 읽어야 겠다!! 생각하게 되네요:)

다락방 2017-12-08 08:00   좋아요 1 | URL
저는 읽고 엄청 재미있었는데요, 헬라스님께도 그런 책이 된다면 좋겠어요!! >.<

보물선 2018-03-1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커버판 소개에 다락방님 리뷰가 첨부되었어요!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18-03-16 10:45   좋아요 0 | URL
오옷 그래요? 가서 봐야겠네요. ㅋㅋㅋㅋㅋ
이게 알라딘에서는 볼 수가 없는가봐요? 실물 찾아봐야겠네요. 이런 ㅋㅋㅋㅋㅋ


보물선 2018-03-1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175496

보물선 2018-03-16 11:16   좋아요 0 | URL
친절한 보물선! ㅎㅎㅎ

다락방 2018-03-16 14:54   좋아요 1 | URL
제가 못찾고 있으니까 다른 친구가 알려줘서 봤어요. ㅋㅋㅋㅋ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ㅎㅎㅎ

잠자냥 2025-11-06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멋진 소설입니다. 다시 읽으니 참 더 대단한 소설....+_+
괴물이 처음 자기 존재를 드러내려고 시도한 사람이 그 아름다운 가족의 장님 할아버지 잖아요?(물론 결국 실패하지만.. ㅠㅠ)
그러고 나서 인간은 눈으로만 본다 이런 말을 하는데 정말 캬....... 인간은 정말 그런 존재 같기도 해요... 흠...

다락방 2025-11-06 16:29   좋아요 1 | URL
저도 되게 인상깊은 장면이었으요. 보이지 않을 때에는 진실한 인간의 교류가 되는것 같았는데요, 보이는 가족들이 찾아오니 그 아름다움이 완전히 달라지잖아요. 그런데 정말, 인간이 그런 존재인 것 같기는 합니다. 사실, 저부터도 그럴 것 같고요..... 메리 셸리가 진짜 대단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