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쌓이는 시간들은 곧 실력이 됨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오랜 시간 '오늘의 요리'를 올리면서 18번째 요리까지 왔다. 감개무량이다. 나는 역시 짱이다. 뭐하나 딱히 성공한게 없었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오는 정신! 나는 정말이지, 뭘 해도 될 사람이라는 생각이 예전부터 들었다. 물론 언제 뭐가 될지는 모르겠다. 아직까지 안된걸 보면 도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건지, 원... 그렇지만 어쨌든 나는 또! 했다.


요즘 엄마랑 백종원이 나오는 프로를 즐겨보는데,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시리즈를 다 본터라 무척 아쉬웠다. 맛있게 먹으면서 그 음식과 문화에 대해 설명해주는 걸 엄마랑 나는 아주 재미있게 보던 터였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시리즈를 다 봐서 다른 프로그램을 찾아보았지만 그 프로만큼 만족감을 주는 프로가 없어서 요즘엔 그냥 나오는대로 아무곳이나 보곤 했는데, 그러다 우연히 백종원이 음식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을 봤다. 그 누구냐, 남상미가 나오는 프로였다. 백종원 요리 만드는 거 볼까, 하면서 보는데, 아니 글쎄, 칠리새우를 너무 간단하게 하는거다! 그전에 새우튀김도 너무 간단하게 하던터라 보면서 '엄마, 내가 새우튀김 만들어볼게!' 했었는데, 아무래도 기름이 많이 들어가고 튀긴 후에 그 기름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해 금세 포기했다. 그런데 '버터갈릭새우'와 '칠리새우'를 너무 간단히 하는게 아닌가. 평소에 새우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버터갈릭과 칠리라면 양념 맛으로 먹는게 아닌가. 으하하하하. 그렇게 지난 토요일, 두 요리에 도전했다.


일단 버터 갈릭 새우는, 기존에 오일파스타 혹은 감바스 요리에 쓰기 위해 준비해둔 작은 새우가 좀 남아 있어서 그걸로 했다. 본격적인 요리는 칠리새우인지라, 조금 있는 새우로는 갈릭버터새우에 도전한 것.


1.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간마늘을 볶는다.

2. 간마늘이 노릇해지고 좋은 향이 나면 새우를 때려넣고 볶는다.

3. 새우가 익은것 같으면 버터를 크게 한스푼 넣고 볶는다.

4. 액젓을 '조금' 넣고 볶는다.

끝!


여기서 키포인트는 4번이다. 액젓. 백종원 레서피에는 한스푼이라고 되어있지만 다른 블로거들이 쓴 글을 보니 '액젓이 신의 한 수' 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액젓 한 스푼은 너무 많다'는 글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반스푼만 넣었는데, 넣자마자 망삘... 으윽, 넣지말걸, 하는 생각을 넣자마자 했다. 마늘향과 버터향으로 온 집안을 향기롭게 하던 것이, 액젓 넣는 순간 꾸리꾸리해지는 거다. 그리고 맛을 보니 너무 짰다. 으윽. 액젓을 넣으라고 했는데 넣지 않는 건 아마도 맛이 없을 것 같고, 다음에 할 때는 액젓을 조금, 아주 조금, 넣었다는 시늉만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작은 새우로 완성한 <갈릭 버터 새우>






본격적 요리,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칠리 새우에 도전한다.



1.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간 마늘을 볶는다.

2. 마늘이 노릇해질때쯤 새우를 넣고 볶는다.

3. 새우를 넣고 볶다가 버터를 넣고 볶는다. (여기까지는 위의 갈릭버터새우와 동일하다)

4. 케찹2+고춧가루1+설탕1+식초1+간장1 을 넣고 볶다가 물을 조금 넣어 마저 볶는다.


끝.

그렇게 완성된 <칠리 새우>




맛은 있었지만, 내가 중화요리집에서 먹었든 칠리새우와는 약간 다른 맛이었다. 엄마는 계속 맛있다고 했지만(갈릭버터새우 보다 칠리 새우가 더 좋다고 하셨다), 나는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어쨌든 지난번 실패에 이어 이번엔 성공해보고자 시금치베이컨볶음도 했던 터라, 그렇게 한상을 차려냈다.





근사한 술상이었고 맛있게 먹었다.



최근에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일상이 좀 바뀌었고, 바뀐채로 고정되고 있다. 금,토요일에는 이렇게 술상을 차려서 <하이에나>를 본다. 특히나 토요일의 <하이에나>는 너무 너무 좋았고 재미있었다. 혼자였던 정금자가 패거리를 만들게 되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게다가 치열하게 싸울 것 같아 너무 좋다.

<하이에나>가 끝나면 <부부의 세계>가 하는데, 이건 토요일자를 보고 엄마랑 '이 프로는 다시는 보지말자' 했다. 다음주부터는 안보고 자야겠다. 보고나면 재미있는 게 아니라 짜증만 나서... 아무튼, 엄마랑 그렇게 둘이 잘 지냈고, 일요일에는 집에 오신 아빠를 위해 칠리새우에 다시 도전했다. 전날 엄마랑만 먹어 미안했기에 아빠에게도 해주겠노라 큰소리 쳤었다.



다시 도전하는 칠리새우에 나는 케찹을 더 많이 넣었다. 달콤새콤이 좀 적었던 느낌이야. 케찹과 설탕을 좀 더 많이 넣고 식초도 좀 더 많이 넣었다. 물도 더 많이 넣었는데 처음엔 으윽 망..인가, 했지만, 볶다 보니 이게 더 나은 것 같았다. 그리고 완성된 칠리새우는, 두번째 답게, 더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았다. 두번째가 항상 더 나은 법이지 않나. 첫연애의 나쁜점은 두번째 연애가 보강해주고, 첫섹스의 서투름은 두번째 섹스가 합이 맞도록 도와주고, 첫요리의 서투름은 두번째 요리에서 좀 더 나아진다. 아닌가요, 여러분?






그의 경험상, 두 번째 섹스는 항상 더 근사했다. 여전히 새로우면서도 약간은 익숙한, 여전히 낯설면서도 약간은 친숙한 두 번째 섹스. 그래서 첫 번째 섹스보다 언제나 더 만족스러웠다. 첫 번째 섹스때 터너는 정말 대단했다. -책속에서








4시간 뒤,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내 가장 오랜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섹스는 두 번째 할 때가 최고다.' 첫 번째 섹스 때는 피차 가식이나 예의를 어느 정도 유지하려는 경향이 ㅇㅆ지만 두 번째 섹스 때는 그런 것들을 개의치 않게 된다. 상대방에게 썩 괜찮은 섹스 파트너로 보이기 위해 본인으로서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 기교를 굳이 발휘할 필요더 없어진다. 따라서 정신이 분산되지 않으니 당연히 흥분이 고조되고 만족감이 상승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대방의 몸을 이미 알고 있으니 상대방에게 극도의 쾌감을 안겨줄 수 있는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두 번째 섹스에서는 첫 번째와는 차원이 다른 절정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책속에서





아무튼 그렇게 완성한 두번째 <칠리 새우>




매우 맛이 좋았다. 나중에 이모 놀러오면 해줘야지. 후훗. 시간도 얼마 안걸리고 재료도 집에 있는 것들로 충분하다. 새우를 좀 더 큰 거 살까 망설였는데, 엄마는 이정도 사이즈가 한입에 쏘옥 들어가니 좋다고 하셨다. 백종원, 땡큐!




주말동안 책을 한 장도 읽지 않았지만 토요일에는 책장 정리를 했다. 여기에 있는 책을 빼고 저기에 있는 책을 여기로 옮기고, 그렇게 팔 책들을 또 빼내면서, '아아 괜히 시작했다' 하고 이천번쯤 후회했다. 책을 빼고 다시 꽂는 상황이 너무 힘든거다. 흑흑 ㅠㅠ 그러다보니 책을 읽을 의욕 같은게 1도 생기질 않았어. 어쨌든 그렇게 몇 권의 책을 빼서는 중고샵에 판매를 등록했고, 어젯밤에 그 중 두 권에 대한 주문이 발생했다. 한 권은 천원에 판매하는 책이었다. 아하하. 나 표지 없어서 500원에 파는 책도 있다. 밑줄 그은 책은 천 원에 판다. 아주 저렴하게 모십니다. 게다가 여전히 만족도 100프로 달성... 완벽한 인간인 것이다, 나는...



다락방 알라딘 중고샵은 여기 ☞ https://www.aladin.co.kr/shop/usedshop/wshopitem.aspx?SC=12609





어젯밤에는 집앞에 나가 밤벚꽃을 보았다. 엄마는 낮에 보았으면 더 좋았겠다고 했지만, 낮에는 지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기에 나올 수 없었다. 어젯밤에는 거리에 지나는 사람이 없었다. 집 앞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길인데, 그 길은 갈 일이 별로 없어 그렇게나 벚꽃이 지천인지 어제 처음 알았다. 엄마는 신나했고 거리는 조용했고 나는 그렇게 벚꽃 아래 엄마 사진을 뒤에서 찍었다.


 



꽃은 도대체 뭐길래 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좋을까. 한 밤의 꽃구경이었다.








월요일이 오는게 싫어서 잠을 자지 않고 버텼던 어젯밤이 있고 덕분에 오늘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었다. 그래서(!) 책을 샀다. 커피도 샀다. 내게로 오고 있다. 월요일은 무릇 이런것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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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4-06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락방셰프님 맛있겠어요. 보기도 예쁘고^^ 저는 <하이에나>도 <부부의 세계>도 잠깐 보고 더 안 봐도 되겠다 생각했는데 <하이에나>는 재밌나보군요. @_@;;;

다락방 2020-04-06 09:57   좋아요 0 | URL
하이에나는 갈수록 재미집니다. 토요일 회차는 진짜 좋았어요. 으앗 좋다, 하면서 다음을 아쉬워했지요. 부부의 세계는 너무 제타입 아니더라고요 ;;

2020-04-06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6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6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4-06 10:47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불끈!!
포르노 세상 다 부숴버릴 거에요!!

2020-04-06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6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록별 2020-04-06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똑쏘는 사이다 말씀이 그리웠는데 이젠 안주까지 만드시네요~~^^ 맛은 눈으로 하는 것이라던데 눈이 즐겁네요. 이런 식으로 하시면 우리집 부부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ㅎㅎ. 아무튼 오늘도 멋진 음식과 책소개 감사드려요...

다락방 2020-04-06 10:45   좋아요 1 | URL
사실 제가 요리를 너무 못해서 저것도 보이는것보다 맛이 덜하다고 솔직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
제 여동생은 요리를 잘하는데 저는 요리에 소질이 너무 없어서요. 레서피를 무시하면 엄청나게 엉망진창이 나오고 레서피대로 하면 그냥 맛없는 요리가 나오는.... 그래도 이번건 조금...조금 맛있었네요. 하하하핫.
위의 메뉴들은 너무나 간단하고 재료도 특별히 팰요 없는 것들이라(새우는 사야하지만!) 초록별 님이 직접 요리 하셔서 아내분과 좋은 저녁식사 혹은 술자리 가지시면 될 것 같습니다. 후훗.

단발머리 2020-04-06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투표를 권하지 않았지만 시즌이 시즌이다 보니 저는 칠리새우에 한 표를 하고 싶네요.
진짜 요리에 소질 있으신것 같아요. 너무 맛나 보여요! 꿀꺽!!!
다락방님 중고샵 가서 구경했는데, 체 게바라 평전 500원 이거 너무 웃겨요. 가격 책정 원칙 무엇인지 사뭇 궁금합니다.
혹 그 책이 표지 없는 책인가요?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20-04-06 10:47   좋아요 0 | URL
아주 잘 선택하셨습니다. 칠리새우가 그나마 더 낫습니다. ㅋㅋㅋㅋㅋ 요리에 소질 없어요. 정말이지 예전에 비하면 물론 나아지긴 했지만, 저는 요가도 그렇고 요리도 그렇고... 발전이 매우, 매우 느린 사람인 것 같습니다. 발전 속도가 너무 더뎌서 발전하는줄을 아무도 모를것 같아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체게바라가 500원, 그 책이 표지 없는책 맞습니다. 표지를 통 어쨌는지 기억이 안나요. 그래서 책을 읽고픈 누군가, 겉모습에 신경쓰지 않는 누군가가 가져가겠지 싶어서 단돈 오백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제가 밑줄 그은 책은 무조건 천원입니다. 새책 느낌이어도 밑줄 있으면 무조건 천원, 천원! ㅋㅋㅋㅋㅋ

blanca 2020-04-06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커피 만들고 시음하는 후기 꼭 올려주기요.새우는 버터새우 한번 시도해 볼게요. 애들 때문에 액젖은 빼야 할듯해요. 다락방님 부모님은 좋으시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정하고 착하고. 흑, 나도 그런 딸이 될래요.

다락방 2020-04-06 12:03   좋아요 0 | URL
제가 다정하고 착한 시간은 사실 별로 없어요.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쌀쌀맞고 팽- 돌아서버리는 딸이랍니다. 으하하하핫. 그렇게 좋은 딸은 되지 못해요 ㅠㅠ
액젓은 빼고 하셔도 충분히 맛있을 겁니다. 사실... 마늘과 버터와 새우가 들어갔는데....맛이 없을 수가 없잖아요? 하핫.

얼음장수 2020-04-0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 블로거러 전향하시겠는데요 ㅋㅋ

다락방 2020-04-06 12:42   좋아요 0 | URL
아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참 멀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아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4-06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맛나 보여요~

다락방 2020-04-06 13:53   좋아요 0 | URL
맛있었습니다. 완전 다르긴하지만, 저는 그런데 삼겹살이 더 좋아요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0-04-07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들 삼 시 세끼 반찬 메뉴로 골치가 아팠는데 이젠 삼겹살 그만 굽고...칠리새우랑 버터갈릭새우 저걸 한 번 해봐야겠어요...올리신 레시피를 보니 도전해볼까??!!!!불끈~~백종원씨의 요리 스타일은 설탕이 많이 들어가서 좀 별로다!! 생각하다가도 요리 프로그램 한 번씩 보면 정말 간단하게 뚝딱!!!만들어 내서 한 번 해봐??그러면서 몇 개 만들어 먹은 게 있어요....그러면서 설탕 들어가야 하는구나!!!그러면서요ㅋㅋㅋ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도 챙겨볼만 하겠다~~찜해뒀어요^^
저는 남상미 나오기전 그 김국진이랑 오종혁? 암튼 그 사람들 나온 시즌1때 한참 즐겨봤었어요(프로그램 이름이 생각안나네요ㅋㅋ) 시즌2 는 출연진들 바뀌고 메뉴도 바뀐 게 영 익숙치 않아 몇 번 보다 안본~~계속 봤더라면 요리실력이 좀 늘었을라나요??ㅋㅋㅋ
암튼 술상이라고 하지만 밥 한 공기 들고 식탁에 앉아도 한그릇 뚝딱이겠습니다.^^

하이에나, 김혜수 멋있어서 열심히 정주행 하다가 ‘이태원 클라스‘랑 ‘슬기로운 의사생활‘ 본다고 잠깐 멈췄었는데 다시 챙겨봐야겠군요^^
요즘 코로나덕에 영화랑 드라마 많이 보게 되는 나날들이네요ㅋㅋ
맛난 음식 많이 드시고 면역력 잘 키워 건강한 나날들 되소서~^^

다락방 2020-04-07 08:23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제가 진짜 요리를 못하고 요리하기 싫어하는게 요리할 때 시간이 오만년 걸려서 그렇거든요. 아무리 간단한 요리도 부엌 초토화 만들고 몇시간씩 걸리고 맛은 그다지 없으면서 치우는데 한나절.. 그래서 요리를 의욕뿜뿜해 시작했다가도 빡쳐서 뻗어버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백종원이 알려준 저 칠리새우나 버터갈릭새우는 정말 간단하더라고요. 물론 저는 백종원보다 저것도 오래 걸렸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제가 요리 고자라서..어쩔 수 없는 부분... 책나무님이라면 저보다 뚝딱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 칠리새우의 경우 밥도둑임에도 틀림없습니다. 고춧가루를 아이들 입맛에 맞추긴 해야겠지만, 저 소스에 밥 비벼 먹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저 새우 칠리양념 푹 찍어서 밥위에 얹어 먹으면 또 기가 막혀요. 저희 아버지는 술을 안드셔서 밥반찬으로 맛있다고 드셨어요. 충분히 도전해보실만 합니다. 물론 새우를 사러 한 번 나갔다 와야겠지만요...이왕 나가시는 거 새우 왕창 사서 쟁여두세요. 그리고 오늘은 버터갈릭새우 내일은 칠리새우 이렇게 해주시면 될듯요. 정말, 정말 간단하고 맛있는 요리입니다. 칠리새우 이렇게 간단한데 중국집에서 왜그렇게 비싼건지 모르겠어요...

면역력 핑계대고 너무 잘먹어서 살찌고 있어요. 어제부터 다이어트, 새롭게 태어나겠다! 결심했는데,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늦은밤 혼자 순댓국집 들어가 소주 시켜놓고 한숨 쉬며 먹었어요. 인생 뭘까요? ㅠㅠ

책나무님도 아이들과 건강한 매일매일 보내세요! 댓글 반가웠습니다. 훗 :)
 

요즘 사무실에서 알라딘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어제 술(쑥부침개+와인)을 마신 탓인지 오늘은 꼭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었다. 출근길에 부러 맥도날드에 들러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를 주문해 가지고 와 사무실에서 마시는데, 으앗, 첫입부터 너무 썼다. 아니.. 이거보다 더 진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마시던 나인데..이게 왜 쓰지? 다시 마셔보았다. 역시나 썼다. 으앗. 이걸 어쩐담?

하는수없이 어제 사두었던 츄러스랑 같이 먹었다. (응?)


왜 이 아메리카노가 쓰게 느껴질까. 어쩌면 그간 사무실에서 커피메이커를 이용해 내려마시던 커피에 길들여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원두를 주문할 때 핸드드립용으로 분쇄 옵션을 선택하고 사무실에서 커피메이커를 이용해 내려마시면 맛이 진하지가 않다. 그래서 원두를 많이 넣는데, 아무리 그래도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같은 맛은 나지를 않아. 내심 아쉬워하며 그냥 마시던 터였는데, 아쉽다고 하면서도 그 맛에 길들여져버린 모양이었다. 맥도날드 아메리카노가 쓰다니...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사무실에서 내려마시는 원두로 돌아서야 하는걸까. 그래야 하는걸까. 그렇다면..... 흐음.... 핸드드리퍼 살까? (그거 아냐) 좀 저렴한 거 사서 기분이 꿀꿀할 때면 향을 음미하며 내리면 좀 낫지 않을까? (그러지마) 매번 하는 건 귀찮아도 어떤 날에는 핸드드립 하고 싶지 않을까? (어리석은 생각이야) 매번 하면 스트레스여도 어쩌다 하면 .... (너 니 성격 알잖아, 잘못된 선택을 하지마..)


그렇게 혹시 알라딘에서 드리퍼를 살 수 있나 검색해보았다. 나는 커피를 공부한 것도 아니고 공부할 것도 아니라서 좋은건 필요 없었다. 저렴한 게 있다면 갖고 있다가 어느날 내리고 싶다면 내려 마시면 되잖아?


















검색해보니 이 두 종류의 드리퍼가 나왔고 가격은 3,600원으로 저렴했다. 회사에는 이미 오른쪽(칼리타 드리퍼)용 여과지가 있으니까 드리퍼만 사면 되잖아? 했는데, 후기를 보니 왼쪽(하리오 드리퍼)이 훨씬 낫다는 게 아닌가. 응? 그래서 빨간 드리퍼 후기를 보니 그건 다 평이 괜찮았다. 저렇게 커피 나오는 부분이 넓으냐 좁으냐에 따라서 커피 맛이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내가 그 맛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같은값이면 후기가 좋은 걸 사는게 낫지 않을까.


저 원뿔형 빨간 드리퍼를 사도 내가 가진 여과지를 쓸 수 있나 보았더니, 저건 또 저것대로의 여과지가 필요했다. 흐음..


















왼쪽이 하리오 여과지 오른쪽이 칼리타 여과지.


아니, 저 드리퍼를 사면 여과지를 또 따로 사야한단 말인가... 흐음...... 나는 망설이기 시작한다.....이를 어쩌나. 기존에 사둔 원두는 산수유이고 아직 남았는데, 요즘 이걸 내리면 딱히 향이 잘 나질 않는다. 아마 로스팅한지 좀 되어서가 아닐까. 새로운 커피를 사서 새로운 향을 가득 맡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한데, 여동생이 알라딘에 에티오피아 새로 나왔는데 산미 강하니까 참고해, 라는 말을 하는게 아닌가. 뭔데, 뭐가 새로나왔는데.


















사...사.....사고싶다. 나는 '마시고' 싶은 것인가, '사고' 싶은 것인가.

어쨌든 그래서 드리퍼, 여과지, 커피...를 넣었더니 '으응 드리퍼 저려미네~' 하면서 좋아했다가 갑자기 장바구니 금액 넘나 늘어나버리는 것. 인생이란 무엇인가요?????????? 소비란 무엇이죠? 구매란 무엇인가요????????? 갑자기 장바구니 금액 커지니, 아아, 이를 어쩌나, 아무것도 사지말까... 어차피 나란 여자, 핸드드립 하면서 온갖 스트레스 다 받을텐데, 그냥 커피 메이커에 내려 마시면 되고, 그러면 여과지도 안사도 되고, 남은 커피나 내려 마시면 원두도 안사도 된다. 어머님은 늘 내게 말씀하셨지, 돈은 안쓰면 모이는거라고....



엄마...



나 아직 동백 원두도 안마셔봤는데... 알라디너라면 동백 원두는 필수코스 아닌가요?


















그래서,

혼란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왜 알라딘에서 책지름에 대한 고민에 커피 지름에 대한 고민까지 더해야 하는것인가..

알라딘 탈퇴할까..




책이나 살까.



















아, 맞다. 나 어제부터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읽고 있는데, 읽기 싫다... ㅠㅠ

그렇지만 조카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으니 꾹 참고 읽기로 한다..


















그대 맘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대가 말한 온갖 작품을 가슴 속에 새기고 듣고 보고 외워도 우리의 거린 좀처럼 좁혀지질 않네요

얽매이는 기분이 들면 안되니까요

나는 다가서다가도 물러나요

보여주고 싶지만 드러낼 순 없기에

그대의 옷자락 끝만 붙잡고 있는걸


(심규선, 담담하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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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4-0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다락방님. 알라딘 탈퇴라뇨. 그냥 필터 하나 더 구매하더라도 마음에 드는 걸로 사소서..
라고 말하다가 나도 혹 하고 있음... 하나 살까? 드리퍼랑 커피랑 필터랑...? ㅡㅡ+

다락방 2020-04-03 10:27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이게 이거 살까 그러면 이것도 사야되잖아, 다살까... 이러다보면, 으음, 탈퇴가 답인가? 이렇게 된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또 막 다 비싼게 아니라서 더 고민돼요. 앗싸리 비싸면 뒤돌아서겠건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세상틈에 2020-04-03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적으로 하리오는 신 맛을 더 좋게 하고 칼리타는 반대로 신 맛이 죽습니다. 에티오피아나 케냐 쪽 좋아하시면 하리오 추천욤. 참고로 내리는 거 자체는 하리오가 쉽고 편해요. 거의 들이붓는 수준.ㅎㅎ;;

다락방 2020-04-03 10:37   좋아요 0 | URL
하리오 후기에 안그래도 신맛이 더 좋아진다는 게 있더라고요. 너무 신기해요. 어떻게 드리퍼가 신맛을 조절할 수 있는지. 물 들이붓는 수준이라면, 하리오가 제게는 좀 더 낫겠네요. 후훗. 전 천천히 내려가는거 너무 못견디겠는 터라... 에티오피아, 하리오는 셋트로 가야겠네요. 사려면 이렇게를 셋트처럼 사야겠어요. 하하하하하.

로제트50 2020-04-03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맛나는 커피좋아하는데 칼리타드리퍼가 있고요 ㄱ-
오늘 구매는 에티오피아 셋트에 책 끼워서 *^^*

다락방 2020-04-03 11:10   좋아요 0 | URL
아 뭔가..여러분들 댓글을 읽으니 제가 에티오피아 셋트를 구매해야할 것만 같은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이 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티오피아 셋트에 책 끼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티오피아 셋트... 아 어뜨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02moon 2020-04-03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젯밤에 알라딘 커피 원두 검색하고는 고민했어요. 책이랑 살까, 아침에 책 왔는데- 꽂을 공간 없는데 어디에 둬? 그래도 사고 싶은데 이러다가 알라딘 창 꺼버렸어요. 다시 고민해야 할까 봐요. 다른 지기님들 서재 돌아다니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책들 찾아내고 좋아하다가 또 흠칫하기도 하고. 끝이 없는 듯, 정말 알라딘 탈퇴가 답인 걸까요. T-T

다락방 2020-04-03 12:10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얼마전에 컴백하신 글 봤습니다, 302문님. 오랜만이에요. 후훗.

저는 아침에 에티오피아 셋트와 책을 구매했다가 다시 결제 취소했어요. 다음주에 월급날이 있으니, 그 때 구매하자, 하고요. 왜냐하면 제가 월급날에는 꼭 책을 구매하는데, 이번에 구매하면 월급날 어차피 또 할거라... 이중으로 구매할 것 같아서, 꾹 참자, 꾹 참고 월급날 한 번만 하자, 하고는 결제 취소를 눌렀답니다? 하하하하하.
제가 뭐하고 사는건지 모르겠어요. -.-

blanca 2020-04-0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 맘 이해해요. 저도 한창 커피까지 같이 지르면서 알라딘의 호구가 되어가는가 싶더라니까요. 해피포터 ㅋㅋㅋ 저도 애 때문에 사실 억지로 시작하기 전에 엄청 읽기 싫은 거예요. 진짜 표지가 솔직히 비호감--;; 그런데 시작해 보세요. 분명 후회 안 하실 겁니다. 나중에 막 감동 받아서 울었어요. 작가가 진짜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이건 이야기가 내렸다, 싶더라고요.

다락방 2020-04-05 15:58   좋아요 0 | URL
저는 2권째 읽는데 아직까지 별 재미가 없거든요. 순전히 조카에 대한 사랑으로 끝까지 읽어보리라, 하는데 해리포터가 글쎄 뱀의 언어를 한다는거에요? 갑자기 이야기가 재미있어질 느낌입니다. 뱀의 언어라니요, 맙소사... 아무튼 저의 해리포터 완독을 응원해주세요! 으하하하하

- 2020-04-0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 칼리타 사야해요? 산미나는 커피 좋아하는 데.. (전 플라스틱 하리오 드리퍼로 마시고 있습죠. 산수유도 동백꽃도 제 입엔 산미가 아쉬웠는 데 ㅡ에티오피아 후기 궁금해요~)

다락방 2020-04-06 07:52   좋아요 0 | URL
산미는 하리오가 맞습니다, 쟝쟝님. 하리오를 가지고 계시다면 더할나위없이 훌륭한 드리퍼를 가지고 계신 것입니다! ㅎㅎ

에티오피아 방금 주문했어요. 마셔보고 말씀드릴게요. ㅋㅋㅋㅋㅋ

noomy 2020-04-1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잘 들었습니다. 가사가 아우 진짜~

다락방 2020-04-13 10:33   좋아요 0 | URL
크- 월요일 아침, 노래 잘 들으셨습니까! 감성 충만해지셨나요? ㅋㅋㅋㅋㅋ
 
창궐 - 아웃케이스 없음
김성훈 감독, 현빈 외 출연 / 인조인간 / 201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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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너무 좋아, 영웅 짱이야, 영웅 남자들이 다하자!!
영웅 놀이에 푹 빠진 알탕 영화. 그들의 자의식 과잉 그리고 열등감이 화면밖으로 철철 넘쳐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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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4-06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싫다는 거 맞죠?ㅋㅋㅋㅋㅋ 근데 왤케 이 백자평이 웃기죠?ㅋㅋ 재밌으신 다락방님ㅋㅋㅋ

다락방 2020-04-06 07:52   좋아요 0 | URL
네 영웅주의 빠진 남자들 너무 싫다는 거였어요. 영웅을 지나치게 부각함으로써 오히려 열등감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었네요. 으하하하...
 
로마법 수업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천 년의 학교
한동일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교양선택 강의 같다. 내 학창시절을 미루어보면 이 수업 여러차례 빠졌어도 어쩐지 시험 보면 잘 볼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저자의 전작인 [라틴어 수업]도 가지고 있는데, 음, 로마법 수업 읽어보니 라틴어 수업까지 굳이 읽진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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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오로는 "여자들은 교회 집회에서 말할 권리가 없으니 말을 하지 마십시오. 율법에도 있듯이 여자들은 남자에게 복종해야 합니다.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집에 돌아가서 남편들에게 물어보도록 하십시오. 여자가 교회 집회에서 말하는 것은 자기에게 수치가 됩니다."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1434~35) p.98









한동일은 이 책에서 여자들이 '미사보'를 쓰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종교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한 얘기였는데, 남자들은 머리에 무언가를 쓰면 자신의 머리, 그리스도를 욕되게 하는 것이지만 여자들은 머리에 무엇을 쓰지 않으면 남편을 욕되게 하는 것이었다고. 남자는 하느님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여자가 머리에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그것은 머리를 민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별 이상한 논리를 다보겠지만, 어쨌든 머리를 가리는 것이 남편을 그리고 신을 욕되게 하지 않는다는 것임은 잘 알겠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윤김지영 선생님을 처음 뵀을 때가 생각났다. 첫 책이 나오고 독자와의 대화를 하셨는데, 그 때 철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미사보'라고 하셨다. 성당을 다니고 있었는데 여자들만 미사보를 쓰고 있었고 본인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써야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 왜 여자들만 써야하느냐 물으면 대답은 항상 '원래 그래' 였다는 거다. 원래 그런게 어딨어, 하다보니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고 철학을 공부하려다 보니 프랑스에 가서 하자, 하게 된 것. 그렇게 윤김지영 교수님은 지금 철학자가 되셨다.

 

 

성당 미사보에 윤김지영 선생님이 언제나 바로 생각나지만, 위의 인용한 구절을 읽고서는 대뜸 '남자가 더 모르는 게 많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은 교회에서 말도 하지 말고 궁금한 건 집에 가 남편에게 물으라는데, 그런데 남편이 모르면? 남편이 나보다 더 아는게 없으면? 그때는 어떡하나?? 왜 남편은 아내에게 모든 걸 답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물론 저 당시에 저렇게 말할 수 있었던 까닭은 여성에게는 그만큼 교육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이 아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일테고.

 

 

그러나 교육이란 게 그렇다. 모두 알지 않나. 학교 교과서로 배운 거 달달 외워서 법대나 의대를 갈 실력이 된다해도 그것이 바로 지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 네이버용 지식을 머릿속에 가득 넣어서 얄팍하게 이것저것 아는척 할 수는 있지만, 자기 자신이 스스로 호기심을 갖지 않고 의문을 갖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단순히 아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아는 것은 그저 아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응용으로 연결되어야 하지 않는가.

 

 

학창시절에 어느 과목 선생님이었는지 기억이 희미한데, 그 선생님이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해준 적 있다. 지금 당장은 국어가, 영어가, 수학이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지만 이건 나중에 우리가 삶을 살아갈 때 필요하다, 무언가 모르는 게 생겨서 그것을 알고자 할 때, '그렇다면 이것을 어디서 찾아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우리가 뭔가 모르는 게 생겼을 때 해결할 방법을 어디서 찾아야할지를 지금 우리의 교과 과정이 알려주는 거라고. , 이건 과학쪽에서 찾아볼 수 있겠구나, 아 이건 역사를 들여다보면 되겠구나, 하고. 그 당시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렇게나 오래 기억이 난다.

 

로마의 여성은 공적 생활에 참여할 수 없었고 법적 지위도 없었습니다. 또 오늘날의 초등교육에 해당하는 교육 이외의 모든 고등교육에서 배제되었지요. 그러나 지배계층과 남자들이 정해놓은 틀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그 틀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해낸 여자들도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p.103)

 

 

 

여성이 교육에서 배제되어 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게 생기면 남편에게밖에 물어볼 수 없는게 그 당시 여자들의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많은 여성들이 배움은 짧아도 숱한 과정에서 '흐음, 그게 아닌 것 같은데' 라든가 '흐음, 이 사람이 말하는 게 다는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숱하게 하지 않았을까. 다시 말하지만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 명문대를 간다는 것이 그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고 관찰하면서 호기심을 갖고 생각하고 깨닫고 그것을 다시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반드시 배움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니까.

 

 

 

아주 오래전에 <엄마의 바다>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너무 오래전이라 프로그램 제목이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맞는지 모르겠지만, 여자주인공인 고현정은 학원 선생님인 최민수와 오랜 연인관계였다. 김나운은 그런 고현정의 단짝 친구였는데, 김나운은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최민수의 동생 허준호와 요샛말로 썸을 타게 된다. 고현정과 김나운의 직업이 뭐였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어쨌든 이들은 대학까지 졸업했고 최민수도 졸업했지만 허준호는 그렇지 못했다. 허준호의 직업이 뭐였는지도 역시 생각나지 않지만 극중에서 배움이 짧고 좀 건달로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그가 김나운에게 호감을 갖게 됐는데, 어느날 허준호와 김나운이 같이 티비를 보면서 영어 대사를 알아듣는 김나운을 놀란 듯이 허준호가 보는 거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묻는다.

 

 

"너는 저 영어 알아들을 수 있어?"

 

 

이때 김나운은

 

 

", 고현정은 나보다 더 잘해."

 

 

라고 답했었는데, (정확한 워딩은 아니다. 오래됐으니) 그 때 허준호가 한참이나 기가 죽었던 거다.

 

 

 

또 있다. 이것 역시 아주 오래전의 예능에서 꽁트처럼 해준거라 프로그램명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사랑학개론>이엇을 거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됐고 결혼을 하게 됐는데, 여자가 남자보다 더 똑똑한거다. 어느날 뉴스를 보다가 남편이 뉴스에서 하는 얘기를 못알아 들으니까 아내가 '저거 몰라? 그거잖아~' 하면서 얘기를 해주는데, 남편이 버럭 화를 내는 거였다. 아마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한 번 그런 일이 있고난 후로는 남편이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

 

 

 

 

위의 103페이지에서 인용한 것처럼 그 당시 로마에서 여성들을 고등교육에서 배제한 것, 그리고 '모르는 건 집에 가서 남편에게 물어봐라' 로 결국 이어지게 한 건, 바로 이런 부분에서 나왔던 게 아닐까 싶다. 남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 안된다는 것, 남편의 기를 죽이면 안된다는 것. 남편은 아내보다 위에 있고, 그러므로 남편을 존중하고 하늘같이 받들어야 하는 것, 당연히 고개를 숙이는 것이 여자이자 아내의 도리임을 사실화 하기 위해서는 여성에게 교육을 주면 안되는 거였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똑똑할 때, 그러니까 여자친구로서 혹은 아내로서 더 똑똑함이 드러날 때 그게 너무 신경질나서 예로부터 남자들은 그렇게나 자기보다 더 배운 여자들에 대한 경멸감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닐까. 나는 남자들이 그렇게나 이화여대를 싫어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본다. 어디 하나 꿀릴 데 없이 너무 잘난 여자들이어서.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 이 얘기는 한 번 했던 것도 같은데, 남자 수학선생님이 여자 무용선생님 뒷담화를 수업시간에 한거다. 그러면서 말한게, '그 선생님이 이대거든' 이였다. '이대 나온 여자를 남자들이 싫어해', '그렇게 이대 나오면 싸가지가 없어' 였던 거다. 그렇게 남자 수학선생님은 이화여대 나온 무용선생님을 욕했지만, 이화여대 나온 무용 선생님이 남자 수학선생님을 욕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남자 선생님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를 모른다. 그러면서 이화여대에 대해서 '남자들이 싫어하는구나'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지. 그 때 그 말이 되게 강하게 남아있었는데, 그 수학선생님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머저리였음이 드러났다. 이것까지 쓰면 너무 길어지고...

 

 

 

영화 그을린 사랑에도 교육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여자는 종교가 다른 남자로부터 아이를 낳았다. 여자가 사는 곳에서는 종교가 다른 남자와 사랑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명예살인에 처해져야 했다. 이에 여자의 할머니는 몰래 여자가 아이 낳는 것을 돕고, 아이의 발에 표시를 한 뒤 다른 곳에 보낸다. 그리고는 여자에게 말한다. 도시로 도망가라고, 도망가서 교육을 받으라고, 교육을 받아서 다른 삶을 살라고.







아마도 여자들은, 아니 남자들도, 알고 잇었던 것 같다. 여자들이 교육을 받으면 다른 삶을 살게 될 거라는 것을. 그래서 여자들은 교육을 원했고 남자들은 여자들이 교육받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모르는 건 집에 가서 남편에게 물어보라니.

 

 

스물다섯에 만났던 남자 친구 생각이 난다. 그 당시에 내가 먼저 좋아했고 내가 많이 좋아했었는데도, 사실 사귀면서 고개를 갸웃하게 될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때 생각하면 내 가슴을 여러번 주먹으로 치게 되는데, 그를 기다리면서 도스트예프스키의 책을 읽다가 그가 와서 덮었더랬다. 그러니까, 그는 내가 책 읽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다. 그는 그날 데이트를 하다가 나랑 사소한 말다툼(기분 나쁜 말다툼이 아니라 웃으면서 하는거였다)끝에,

 

 

"너 책 읽지마. 책 그만 읽어. 신문도 읽지마."

 

 

라고 했던 거다.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는게 책을 읽어서라고, 이제 그만 읽으라는 거였다. 그 당시엔 웃으면서 넘어갔지만 지금 그 때를 생각하면 내가 진짜 자꾸 주먹으로 내 가슴을 친다..... 그는 그당시에 서갑숙의 책을 읽었더랬다. , 여러분이 아는 그거...나도 그가 읽길래 읽어보았다가........ 그만두자...... 어쩌다 읽는 책이 왜..................

(이보시게, 나는 책을 읽다 못해 쓰는 사람이 되었네.... )

 

내가 왜 그를 좋아했을까. 진짜 그를 좋아했던 나 때문에 가슴이 찢어진다 정말 ........ 하아- 그 당시에 나 좋다던 얌전한 남자 뻥 차버리고 이 마초를 만났는데 진짜 내 실수다 ㅠㅠ 내가 잘못했어 ㅠㅠㅠ 언젠가 별자리 보러 갔을 때 선생님이 그런 얘기 했다. 너 주변에 너 좋다는 얌전한 남자를 골라 사귀어라, 네 마음에는 흡족하지 않겠지만 그게 네 인생에 낫지 않겠냐, 안그러면 다시 마초가 온다, 마초 사귀면 너 자꾸 화난다....... 마초 뭐야 이것들아. 으윽...

 

 

..무슨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왔지??????????????????????????????????????????????????????????????

 

 

 

아무튼,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 너무 한심하다는 거다.

 

 

 

 

 

며칠전 퇴근길에 갑자기 벚꽃을 마주쳐서 깜짝 놀랐다. 그러고보니 여긴 항상 언제나 가장 먼저 벚꽃을 볼 수 있는 길이었다. , 언제 이렇게 핀거야. 분명 엊그제까지 못본것 같은데! 하면서 좋아했는데, 주말을 지내고 오니 더 활짝 피어 있었다. 스맛폰을 만지고 가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의 장관을 마주하고, 아아, 내가 왜 스맛폰 따위나 보고 있었을까 이렇게나 아름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하면서 멈춰서 바라보았다.








 

 

부러 어딘가를 찾은 것도 아니고 퇴근길에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이 이렇다. 매해 이맘때쯤 항상 이 길을 걷는걸, 그래서 나는 좋아했었다. 낮이면 낮인대로 밤이면 밤인대로 벚꽃나무 길을 걷는게 좋았다. 꽃이 피면 활짝 핀대로 지면 꽃잎이 떨어진대로 좋았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모든 것들이 예정대로 되지 않는다고 우울해 있는데, 이렇게 때가 되니 꽃은 피었다. 참 신기하지. 꽃은 대체 뭐길래 존재를 드러내는 것만으로 이토록 인간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걸까. 그저 좋았다. 어쩔 수 없이 좋았다.어쩔 수 없이 그리웠다









4

 

-이응준

 

 

 

내가 기차같이 별자리같이

느껴질 때

슬며시 잡은 빈손을 놓았다.

 

 

누군가 속삭였다. 어쩔 수 없을

거라고. 귀를 막은 나는

녹슨 피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너의

여러 얼굴들을 되뇌었다.

 

 

벚꽃 움트는 밤 아래

무릎 꿇었다.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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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 2020-04-0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죽지‘ 않고 겸허히 서로 모르는걸 나눌수 있는 남성동료들 소중합니다.. 회사에 마초빌런이 몇분 계셔서ㅠㅠㅋㅋ

다락방 2020-04-01 09:07   좋아요 1 | URL
저는 회사에는 죄다 맨스플레인 쩌는 무능력자 남자들 밖에 없어요. 스물다섯의 남친도 사내연애였다능 ㅎㅎ
오히려 사적으로 만나는 남자사람들 중에는 다정하고 현명한 남자들이 있지요. 그래서 친구로 잘 지내고 있고요. 후훗.

2020-04-01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4-01 11:02   좋아요 0 | URL
한국 천주교회의 여성 신자들은 아직도 상당수가 미사보를 쓰지만, 유럽 교회에서는 요즘에는 미사보를 쓴 여성 신자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P.98


이 책에서도 한국이 아직도 미사보를 쓰는 여성 신도가 많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어차피 여자들은 써야 하는 것이니 이걸 쓰지 않겠다고 거부하기 보다는 쓰는 거 멋있잖아 라고 생각하는 게 쓰는 쪽에서는 더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댓글 읽고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머큐리 2020-04-0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거리미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죠.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는 이제 갓 신학대를 졸업한 분이었고 미사 집전을 도와 주시는 수녀는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었어요. 미사 후 미사를 참관하시는 중년의 신부님과 인사하게 되어서 묻게 되었습니다. 미사는 왜 신부만 하고 수녀는 하지 않느냐고. 신자들이나 일반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은 왜 꼭 신부여만 하느냐고 질문햇더니 굉장히 불쾌해 하셨습니다. 초면에 공격적인 느낌이셨나 봅니다. 그 거리미사는 아마 해고된 쌍차 노동자들을 위한 미사였어요. 사회문제나 계급문제에 대해서는 나름 진보적이라고 생각되는 분들이 젠더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무감각한 모습에 좀 충격이었어요... 다락방님 글 보니까 갑자기 생각난 에피소드...ㅎㅎ

다락방님의 꾸준한 여성주의 책읽기를 항상 응원하면서... 참고로 다락방님 소개한 책들을 저도 주의깊게 보고 독서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락방 2020-04-01 14:05   좋아요 0 | URL
종교에서도 중요한 위치에는 여자를 주지 않죠. 그저 보조자로서의 여성을 인정할 뿐. 어느 종교나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종교는 인류를 사랑하고 인류를 구원해야 한다고 부르짖지만 정작 젠더감수성에 있어서는 아주 보수적인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종교에도 더 관심을 가져보려고 해요. 제가 신앙으로 믿는게 아니라, 여성학 쪽으로요. 한편 정희진 선생님이 종교학을 전공하셨는데 여성학자가 된 것도 그런 지점에서 시작된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머큐리님은 저의 글쓰기를 응원해준다 하시고 꾸준히 읽는다 하시지만, 저는 어제 오늘 고민이 좀 많았어요. ㅠㅠ 제가 어디에 정리해서 올리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저는 제 글이 어떻게 끝맺게 될지 저도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제 의도는 그렇게 여성주의적 시점으로 혹은 남성을 비난하는 의도 없이 처음엔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쓰다보면 저도 모르게 자꾸 여성주의적 글을 쓰는거에요. ㅠㅠ

오늘은 점심 먹으면서 어떻게 이걸 좀 조절할 수 있을까 ... 고민하다가, 그냥 먹는 얘기를 쓸까, 먹는 얘기를 쓰면 굳이 여성주의적으로 가지 않을 수 있지 않나...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흑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