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같이읽기 도서인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는 정말이지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다. 짜릿하기까지 해서 어떤 페이지에는 벅찰 정도로 밑줄을 많이 긋게 된다. 1장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2장 성적 권력을 지나면, 3장은 내가 들어본 적 없는 이름, 혹은 들어봤어도 잊었던 이름인 '조세핀 버틀러'에 대해 언급한다. 이 책의 저자인 캐슬린 배리는 저항의 첫 번째 물결이 '조세핀 버틀러'라고 보았고, 3장 전체를 조세핀 버틀러가 한 운동과 그 의의(부작용도 있었다)에 대해 할애하고 있다. 캐슬린 배리는 조세핀 버틀러에 대해 꼭 얘기하고 싶어했다.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조세핀 버틀러를 들어본 적이 없고 들었다 해도 기억에 없는데, 이렇게 내가 들어보지도 못한 그리고 기억하지도 못하는 여성운동가는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게 됐다. 캐슬린 배리도 20년간 연구하고 운동하면서 이 책을 써냈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여성의 권리를 위해 애썼던 여성학자들, 여성운동가들이 존재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묵직해진다. 캐슬린 배리는 아마 내가 지금 캐슬린 배리에게 느끼는 이 감정을 조세핀 버틀러에게 느꼈던 것 같다.


조세핀 버틀러는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제도화된 매춘과 싸운' 사람이다. 매춘 여성 구제를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이고.


1798년 의사 두 사람이 파리의 매춘부를 검진한 뒤 성병 감염 사실을 경찰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맡았다. 1802년에는 진료소가 생겨났고, 경찰은 모든 매춘부들을 등록하기 시작했으며, 일 주일에 두 번씩 의무적인 검진을 하도록 요구했다. 1871년 비엔나에 있는 국제의학협회(International Medical Congress)에서 전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매춘 관리를 위한 국제법이 상정되었다. 19세기 중반까지 이 법 체게는 국가가 매춘을 지원하는 형태의 관리로 발전했다. (p.123)



매춘 관리법이 생겨나면서 매춘은 합법화 되고, 매춘이 합법화 되면서 미성년자를 유인하거나 성인 여자를 납치해 성매매에 끌어들이는 일이 생겨났다.



관리를 통해서, 국가 행정 기관이 매매춘 지역의 매춘을 허가하는 것은 세 가지 지속적인 효과를 낳았다. ① 매춘을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것으로 다루게 되었고, ②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학대와 여성 매매를 은폐하였으며, ③ '강제적' 매춘과 '자발적' 매춘 사이의 새로운 구별을 만들어 냈다. (p.124)



합법화된 매춘은 그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응할 수 없었다. 버틀러는 합법화된 매춘에 반대했다. 개인적으로 학대당하는 매춘 여성들을 자신의 집에서 돌보아주기도 했으며 외적으로 캠페인을 벌여 실상을 알리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강제적 매춘과 자발적 매춘을 구별해버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긴 했지만, 버틀러는 매춘을 합법화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그것은 결국 여성에 대한 폭력에 다름아니기에 국가와 남자에게 정화를 요구한거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애써도 사람들이 실상을 들여다보려 하지도 않고 운동이 크게 확산되지도 않아, 그녀는 자신과 뜻을 같이한다는 남자들의 힘을 빌린다.


그중에 다이어라는 남자는 종교,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을 출판하는 사람이었는데, 버틀러와 뜻을 같이한다며 실상을 알리는데 함께하겠다고 한다. 버틀러의 말이 사실인지, 정말 세상이 그렇게 국제적으로 미성년자를 유인해 매춘에 끌어들이는지 확인한 후 그걸 책으로 쓰는 과정에서 다이어는 피해자를 만났고 피해자는 다이어가 그녀의 탈출을 도와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는 대신 당국에 신고했고 그녀의 탈출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경찰은 대충 조사하고 모든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다이어가 탈출하고 싶다고 말하는 여성들을 자유롭게 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경찰이 업소에 전하도록 함으로써 그 여성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주목해 보아야 할 일이다. 남성이 매매춘 관리에 반대하는 캠페인, 특히 구제 사업과 조사 연구에 참여했을 때, 이들은 피해자들의 운명을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면서 자신들은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정의로운 영웅심에 지배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강제된' 매춘과 '자유로운' 매춘을 구분하는 것은 온정주의에서 드러나는 남성들의 영웅 심리를 조장한다. (p.139)



언론인 스테드(W. T. Stead)는 어떠한가. 버틀러는 스테드의 작품과 신문이 존경을 받고 있었기에 그의 캠페인 참여를 받아들였다. 힘있는 언론인이 캠페인에 참여해 도와준다면 그녀의 운동이 더 힘이 실리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미성년자 피해자와 성인 여성 피해자를 만들어낸다.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짓을 그대로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 거다. 스테드라는 저 남자의 뜻은 글쎄 처음에는 버틀러와 함께 했을지 모르겠으나 결국 매춘여성을 구해주는 스스로에게 도취된 것 같다. 피해자를 구제한다면서 피해자를 만드는 것이 대체 무슨 막짓이란 말인가.




조세핀은 자신의 운동을 확립하기 위해서 온정주의적인 남자와 정치적인 연대를 모색하는 전술상의 과오를 범했다. 필연적으로 이것은 그녀가 반대해왔던 순결 운동가들을 자신의 깃발 아래로 끌어 모으게 되었다. 그녀가 그들과 어느 정도의 신념을 공유했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정치적인 목표는 그녀와 명백히 달랐다. 그들은 영웅처럼 행동했고, 사회적으로 주목받기를 원했으며, 여성과 소녀는 남자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화시켰다. 그들은 여성의 의존성을 강화시켰고 여성의 조건으로서 순결을 강조하였다. (p.145)




나는 순수하고 명징하게 조세핀의 뜻에 함께하는 남자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여성들이 여성을 위해 연대할 때, 순수하게 진심으로 그 연대에 뜻을 함께하는 남자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이지, 실제로 많은 남성들은 자신의 영웅심에 도취된다. 설사 처음엔 순수하게 제도화된 매춘에 반대한다는 뜻을 가지고 참여했을지언정, 어느순간 그들의 그 뜻은 '제도화된 매춘에 반대하는 나를 봐!'가 되어버리고 만다. 다른 부분들에서도 영웅심리가 작동하겠지만, 특히나 이 매춘에 대해서라면 남자들은 그 영웅심리를 도무지 어쩌지를 못하겠는가보다. 그들은 매춘여성 구원서사에 등장해 반드시 그 영웅이 되고자 하지 않나.




자, 매춘여성을 구해주고자 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면도날》을 볼까? 우리의 백남 '서머싯 몸'은 얘기한다.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나쁘진 않을 거야.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매춘부하고 결혼한 친구들이 있지. 한 명은 스페인 사람이고 두 명은 동양 사람인데, 전부들 아내를 현모양처로 바꿔놨다구.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줬으니 고마워서라도 잘하겠지. 게다가 남자를 만족시키는 방법까지 잘 알고 있으니까." (p.343)



매춘부와 결혼해 현모양처로 바꾸는 것은 이토록 선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쁜 여자라고 할 순 없지. 존경받는 사람들 중에서도 술을 좋아하고 아무하고나 자는 사람도 많아. 물론 좋은 습관이라고는 할 수 없지.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처럼 말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 난 거짓말을 하거나 사기를 치는 사람, 혹은 불친절한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하거든." (p.341)



매춘부가 그렇게 나쁜 건 아니라니까? 나쁜 여자라고 할 수 없지. 그렇지만 현모양처로 거듭날 수 있어. 빠샤!!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 남자들의 영웅심리. 약한 여자를 구원해주고 영웅이 되어 이름을 떨치자는 그 영웅 심리. 애초에 그 여자들의 성을 사고자 한 것도 남자고, 성을 사겠다고 납치하고 유인한 것도 남자다. 게다가 아내가 있든 없든 여자들 찾아가서 성을 사는 것도 남자고, 자기들이 성을 사놓고서는 매춘부를 매춘부라 험담하는 것도 남자다. 지들이 몰아넣은 구멍에서 설사 꺼내줬다한들, 그게 그렇게 자랑할만한 일인가. 아주 놀고들 있다.





매춘 여성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아니 꼭 매춘 여성에 대한게 아니어도, 여성주의 모든 부분에 걸쳐 결국 언어에 대해 궁금해진다. 자유라는 것은 그 단어가 품은 뜻이 긍정적이기에, 자유라 이름 붙이면 반박의 여지를 없애버리는 효과가 있다. 선택도 마찬가지. 성적 자유의지라는 것은, 결국 누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가. 매춘을 선택한다는 것은 역시 또 누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가. 자유와 선택이라는 능동적인 단어가 정말 능동으로 쓰이는가. 그것의 뜻에 갇혀 오히려 억압받지 않는가.


나는 언어가, 그 언어가 가진 힘이 궁금하다. 더 많이 알고 싶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언어는 항상 그래 왔듯이 이런 특징을 아주 강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너는 우리를 선하게 만들어 주어야 하고, 그렇게 지켜 주어야 해. 우리는 우리 자신이나 너를 위해 기도할 시간이(하고 싶은 마음도) 없기 때문에 네가 우리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야만 해. 우리의 일상을 편하게 만들어 주고, 우리의 영혼을 구원해야만 해. …… 어떻게 해서든 너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고, 종국에는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해야만 해. 어떻게 하는지 알지! 우리는 너에게 그걸 맡기겠어. 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해." 내가 만약 남자였다면 자신의 영혼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도덕적·영적 책임을 여자에게 맡기는 것을 부끄러워했을 것입니다. (조세핀 버틀러, p.129)




상류 계급 여성들은 남성들의 부와 지위 때문에 매춘을 했다는 혐의를 거의 받지 않는다. 마차를 타고 거리를 다니는 숙녀들은 괴롭힘당할 아무 위험도 없다. 그러나 노동자 계급 여성은 어떠한가? 노동자 계급 남자의 딸, 누이, 아내들이 밤에 외출하면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험난한 세상에서 아버지, 어머니, 친구 들을 잃게 되었거나, 그들과 멀리 떨어진 채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소녀들은 어떤가? (조세핀 버틀러) - P134

매춘 경험과 관련하여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것은 섹스를 거래될 수 있는 것으로 환원시킨다는 문제이다. 제삼자의 개입은 여성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인데, 버틀러는 매매춘에서 제삼자인 포주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바라‘과 ‘강제된‘ 매매춘의 구분을 강조했다. 일단 매춘이 이런 식으로 구별되면 ‘강제적‘매춘에 반대하는 캠페인은 제삼자에 의해 강요되지 않은 매춘을 암묵적으로 용인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버틀러는 매매춘을 용인한 것이다. 이것이 그녀의 새로운 캠페인의 기본적인 약점이다. - P148

남자가 섹스를 하기 위해 여자의 몸을 살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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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8-1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이 가요. 가치 중립적인 언어는 없는것같아요. 또 절대선으로 여겨질 언어도 마찬가지고요.

다락방 2020-08-19 14:51   좋아요 0 | URL
단어 그 자체가 선한 단어라 할지라도 맥락에 놓고 보면 억압의 수단일 수 있더라고요. 그런걸 보면 모든 학문, 모든 지식은 결국 다 연결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언어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또다른 학문을 여러모로 뒷받침 해줄 것 같아요. 세상에 알아야할 건 대체 얼마나 많은 걸까요..

단발머리 2020-08-19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정리를 잘해 주셔서 따라 읽기 좋을 것 같아요. 남성들의 선의가 어떤 식으로 변해가는지, 저도 관찰해 봐야겠어요.
제가 진도가 지지부진해서 이런 말하기 참 부끄럽지만, 이 책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좋은 책을 우리가 같이 읽고 있네요.

다락방 2020-08-19 16:49   좋아요 0 | URL
큰일났어요. 벌써 완독한 분이 계신데 저는 아직 159 라서... 물론 저보다 느린 분들도 계시지만.....
좋은 책인건 분명합니다. 속도가 더디지만 읽는 건 참 신나는 일이에요. 단발머리님도 부지런히 읽으시고 좋은 글 많이 많이 써주세요! 빠샤!!
 

꿈을 꿨다. 코요테 떼를 만났고 무서웠다. 이 자리를 어떻게 피하나 고심하다가 꿈에서 깼고 어휴 무서워... 했다. 그 시간이 자정쯤 되었더랬다. 다시 바로 자려고 시도했지만 한동안 무서운 마음이 너무 커서, 아 이 무서움을 가라앉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두려워하다가 한참 후에 다시 잠이 들었다.


코요테 무리가 뜬금없이 꿈에 나온 건 내가 읽은 이 책 때문이었다. '딘 쿤츠'의 《사일런트 코너》.
















이 책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제인은, 전혀 그럴 리 없는데 남편인 닉의 자살을 맞닥뜨리고 급작스레 자살자가 늘어난 것에 의문을 갖고 수사하기 시작한다. 전혀 그 사람 답지 않은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다른 사람들의 가족들을 만나면서 점점 더 여기에는 어떤 음모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그녀는 누군가가 그들의 뇌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을 주사해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계적인 부자이자 천재적인 과학자가 사람들을 통제하고자 하는 것. 세상을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움직일 것 같은 사람을 미리부터 없애고자 하는 거다. 그렇게 그는 자기가 바라보는 방향을 함께 바라보지 않는 사람에게 자살을, 자기의 뜻을 이루기 위해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복종을 프로그래밍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면 여자다. 그는 아주 아름다운 여자들 몇도 프로그래밍해 가둬둔다. 그곳에서 그녀들은 텅 빈 눈으로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고객인 남자들이 원하는 대로의 성행위와 즐거움을 주고자 한다. 코요테 역시 이 천재 과학자가 프로그래밍했다. 자신의 드넓은 자연 속의 집을 지키는 데 사용하는 것.




'딘 쿤츠'의 《어둠의 눈》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더 읽어보고자 두 권쯤 더 사놨는데, 이 《사일런트 코너》를 읽고 나니 더이상 딘 쿤츠를 애써 읽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의 눈에서도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그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 여자에게 능력을 부여하고 또 사건을 해결하는 중심을 맡긴다. 여자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가진 작가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자들이 어느 지점에서 무얼 느끼는지도 최대한 성의껏 그리려고 했다. 그렇다한들 그는 본인이 남자임을 어쩔 수 없이 드러내고 만다. 전직 FBI 요원인 제인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만나는 모든 남자들이 그녀의 미모에 넋을 잃는 거다. 진짜 어처구니 없어서. 예쁜게 죄는 아니지만 예쁜 여자 포기 못하는 이 남자다움 어쩔거야... 하아- 게다가 그녀를 도와주는 남자는 군인인데 군인으로서 얼마나 충실하고 의리 있는지, 이미 제대한지 오래인데도 그 군인을 돕고자 다른 전직 군인들이 힘을 써준다. 군인에 대한 판타지 역시 대단하다. 이 책은 그러니까 졸라 예뻐서 모든 남자들로 하여금 반하게 만드는 미모의 FBI 와 졸라 의리 있는 전직 군인이 힘을 합치는 아름답고 정의로운 이야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총에 대해서도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도 그리고 몸을 피하고 싸우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아는 제인이지만, 우연히 맞닥뜨리는 남자들은 그의 미모에 반해버려...



세상에는 악한 사람이 있고 선한 사람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악을 그리고 선을 가지고 태어난 것인지 자라면서 그렇게 된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을 놓고 봤을 때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여기서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이 저기에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 수도 있고 여기에서 좋은 행동을 한 사람이 뒤에서 또 치명적인 단점으로 누군가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딘 쿤츠는 나쁜 사람들이 나쁜 행위를 하고자 하는 악을 드러내면서, 그런 악을 막고자 하는,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선한 인물을 대입시킨다. 물론 그 선한 인물은 사람을 죽이면서 갈등을 한다. 이래야 했을까? 이래야 했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죽게 하는 일에 있어서 갈등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딘 쿤츠는 좋은 사람을 돕는 좋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지나치게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제인의 시아버지가 제인에게 가진 절대적 신뢰라는 것은, 과연 이렇게까지 누군가 할 수 있을 것인가.. 싶었으니까. 어쩌면 그 절대적인 신뢰가 부러워서 그러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저는 제인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걱정스러워서 왔습니다."

실버먼에게 옆모습을 보이며 마당과 저 너머 들판을 응시하던 앤설이 말했다. "무슨 일을 벌이든, 옳은 일일 거요. 끝장을 보고 말 거고. 어떤 사람인지 알지 않습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실버먼이 말했다. "아들은 여기 데려다 뒀습니까?"

"아니, 여기 없소. 내 말이 안 믿기겠지만, 사실입니다."

"제인은 아들 때문에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마 그럴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을 거요."

"아이가 왜 위험에 처해 있을까요? 누구에게서?"

"우리 모두 이 세상에서 위험에 처해 있소, 실버먼 씨. 세상은 대체로 평화로운 곳이 아닙니다."

"제인이 법을 어긴다면 제가 뒤를 봐줄 수 없습니다, 호크 씨."

"그애가 그걸 바라고 있지도 않을 거요."

실버먼은 내용물이 반쯤 남은 병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저는 제인의 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그러시겠지. 나야 그런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니."

"그녀에게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 모르면 제가 도울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 그녀가 먼저 연락할 거요." (P.320-321)



한결같이 그 사람이 그랬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다, 필요하다면 그 애가 필요한 일을 할 거다, 그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옳은 일일거다, 라고 절대적 신뢰를 보일 수 있다는 건 판타지가 아닌가. 아니, 누구나 살면서 인생에 단 한명쯤은 그렇게 나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는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절대적 신뢰를 받을만한 사람인가? 나는 언제나 털면 털릴 게 많은 사람이라서 정치를 할 수 없다고 말해오곤 했는데, 내 과거를 알면서도 나를 계속 좋아할 순 없을거라고 말해오곤 했는데, 그런데 누군가 만약 나를 저렇게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면, 나는 그 신뢰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나는 내가 욕하던 행동을 내 스스로 한 적도 있는걸. 나 무단횡단 해서 딱지도 뗐던 사람이야. 내가 하는 일이 항상 옳은 일이라고 어떻게 신뢰할 수 있어. 나도 나를 신뢰 못하는데. 나 더한 짓도 많이 했어. 만약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나를 칭하며 '다락방이 하는 짓이라면 그럴만한 짓일거야', '다락방은 항상 옳은 일만 하지', '다락방이 필요하다면 그건 필요한 일일거야' 라고 한다면, 아아, 그 절대적 신뢰가 고맙기 보다는 너무 양심에 찔려가지고 ㅠㅠ 반사해야 할 것 같아. 저..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아니에요. ㅠㅠ 저 불법도 저질렀고 ㅠㅠ 도덕적으로도 올바르지 못한 짓도 저질렀고요 ㅠㅠㅠ 그리고 또 앞으로도 사적인 이익에 더 눈이 멀어 어떤 짓을 저지를지 저도 제 자신을 몰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한결같이 꼿꼿하고 싶지만 그러나 한결같이 꼿꼿할 수 있을까. 아니야, 그럴 수 없어. 물론 나는 심하게 의리가 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럴 때는 좀 맹꽁이 같은 면이 있긴 하지만, 그러나 그렇지 않은 많은 면을 가지고 있다고! ㅠㅠ




넌 너무 이상적이야 니 눈빛만 보고 네게 먼저 말 걸어줄 그런 여자는 없어 나도 마찬가지야 이렇게....





그리고 자존심..자존심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위에서 이미 말했다시피, 천재적인 과학자는 다른 인간에게 약물을 주입해 그 사람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코요테도 통제한다. 코요테의 본능과 의지는 아무 상관없이 자신이 코요테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통제해서 성적으로 순응하게 만들고, 인간을 통제해서 자기에게 복종하게 만든다. 이거, 너무 자존심 상하지 않냐. 그게.. 정말 좋으냐? 나는 이거 진짜 자존심도 없는 새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싫다는 사람에게 폭력을 써서 내 옆에 있게한 거랑 그게 뭐가 달라. 싫다는 사람에게 폭력을 써서 노예로 부려먹는거랑 뭐가 달라. 주먹 대신 약을 썼다는 것 말고는 똑같은 거잖아. 내 옆에 있겠다는 것, 나를 사랑하겠다는 것, 내 말을 잘 듣겠다는 것, 나를 지켜주겠다는 것..그게 뭐가 됐든 그것이 순순히 본인의 뜻이 아닌, 자신이 죽을까봐 무서워사 하는 행위라면, 자신이 괴롭힘을 당할까봐 겁먹어서 하는 거라면, 그런 복종과 사랑을 가장한 행동들 앞에.. 행복하냐? 나는 그 자존심 없음이 너무 불쌍하다. 천재적인 과학자면 뭐해, 그래봤자 약으로 사람이든 동물이든 통제하려고 하는데..그게 뭐야 너무 쪽팔리지 않아? 무릇 사람이란 자기 자신에게 쪽팔리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여... 휘성이 그러잖아. 그 사람 사랑하면서 내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그게 뭐냐.. 쪽팔리지 않냐. 그러면 행복하냐. 그 사람의 마음과 정신은 다른데 가있는데 억지로 내 옆에 붙들어 두는거, 그게 진짜 좋냐? 그 사람의 뇌를, 눈빛을, 생각을 텅 비게 만들어서 말 듣게 하는 거, 그게 좋아? 진짜 자존심도 자존감도 좆도 없는 새끼... 너무 시르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꿈속에서 코요테를 만났고 넘나 무서웠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어휴.. 코요테 무서워요 ㅠㅠ





빨리 점심시간 됐으면 좋겠다.



바로 여기에 오버턴 같은 남자의 문제가 있다. 제인은 생각했다. 그는 부로 인해 타락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부를 이용해서 하겠다고 선택한 일로 인해 타락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보통 인간의 경험에서 단절시켰고, 이어 자신을 대중보다 우월한 존재로 격상시켜 윤리는 물론이고 전통의 속박을 거부했다. 심지어 양심까지 미신 같은 정신의 무가치한 인공물로 치부해서 폐기하는 행위를 정당화해버렸다. 자신을 인간 공동체의 악성 종양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 P255

살아 있을 때 이 금발 여자는 루링처럼 아름다웠고, 완벽한 얼굴, 에로스가 조각한 것 같은 몸매를 자랑했으리라. 외모에 관한 한 루링과 마찬가지로, 제인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미모였다.
제인은 생각했다. 이건 내가 될 수도 있었다. 이건 나다. 이런 권력을 지닌 자들을 이길 방법이란 없으니. 이건 내일의, 다음 주의, 한 달 후의 나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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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8-19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었는데... 딘 쿤츠는 여기까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나쁘지 않으나 또 아주 좋지도 않아서 좀 쉬고 싶다는 생각. 근데 미국 사람들은 딘 쿤츠를 많이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 책보다 리뷰가 좋아서 한마디 남긴^^

다락방 2020-08-19 13:4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비연님. 나쁘지 않은데 딱히 좋은건 아니에요. 이 책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미있는 상업영화 나올것 같아요. 뭐랄까, 두루두루 다 좋아할 것 같은 책이긴 한데 저는 그만 읽어도 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8-1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 코요테는 그 코요테 아니 잖아요 ㅋㅋㅋㅋ 반칙이야.

다락방 2020-08-19 13:41   좋아요 0 | URL
이 코요테에 저 코요테를 끌고온 다락방은 정말이지 귀엽고 깜찍하지 않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0-08-19 14:06   좋아요 0 | URL
오늘 혹시 참치전 상했었어요? 후다닥=3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8-19 14:08   좋아요 0 | URL
아뇨? 너무나 맛있게 잘 먹었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토록 멋진 곤충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지음, 니나 마리 앤더슨 그림, 조은영 옮김, 최재천 감수 / 단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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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어릴 적에 [파브르 곤충기]를 읽었었다. 꼬맹이어서 내가 읽었었단 사실만 기억날 뿐 그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처럼 곤충에 대해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은 이 책을 보는게 좋을 것이다. 친절하고 다정한 설명과 그림은 내가 곤충에 대해 알지 못했던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준다. 학창시절 곤충은 머리,가슴,배로 나뉘고 다리가 여섯개라는 걸 배워 알고 있었지만, 거미는 곤충이 아닌것을 다리가 8개인 걸로 알 수 있다고 해서 엇, 정말 그렇네! 했다.


<동물의 왕국>이란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조카 생각이 나서 이 책을 부러 구입했다. 나는 곤충에 대해 알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오늘 새벽에도 벌떡 일어나 모기랑 싸웠고 내가 졌다 ㅠㅠ), 조카는 제아빠와 집 앞에 매미 구경하러도 잘가고 어릴 때 걷다가 쪼그리고 앉아 개미도 한참 보았던 터라, 이거 주면 재미있게 보겠구나 싶어 사서 조카에게 주기 위해 구매했는데, 먼저 읽어보길 잘했다. 모르는 거 많이 알게 되어서 좋아. 그렇지만, 어떤 건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더라. 이를테면 진딧물 .. 에 대한 거. 아아, 진딧물 너무 무서워요. 좀비같아....




이거봐.. 암컷이 자신을 복제해 수컷이 없어도 새끼를 낳을 수 있는데 다 자란 진딧물을 낳고..그 새끼 진딧물 뱃속에는 또 새끼 진딧물이... 아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고 있구나. 잘살자... (응?)



내가 곤충에 대해 이 책을 읽기 전보다 좀 더 알게 되었다고 해서 바퀴벌레가 좀 더 좋아지거나 하진 않았다. 다른 곤충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존재를 모르면서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릇된 면이 있지만 안다고 해도 좋아지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만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곤충을 관찰하고 애정어린 눈으로 봐주고 공존하길 원하는 마음에 이렇게 책을 써주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조금 따뜻하게 느껴진다.



좀 더 많은 곤충을 얘기하는 좀 더 두꺼운 책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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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남자 두 명과 나를 포함한 여자 두명(혹은 세명)과 함께 고깃집에 가 고기를 굽고 술을 마셨다. 함께 있던 남자들은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해서는 한껏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내가 듣기에도 너무 시끄러운데 주변 테이블은 얼마나 더 시끄러울까 신경이 쓰였다. 남자1이 유독 큰 목소리로 떠들때마다 우리 옆 테이블 아저씨들이 쳐다보았고, 나는 죄송합니다, 대신 사과했다. 그리고 남자1에게 좀 조용히좀 하고 술 좀 그만 마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취한 사람에게 내 말이 가 닿겠는가. 그는 여전했고, 나는 이제 그만 마시고 집에 가자고 했다. 그렇게 자리를 파하기 전에 남자들이 화장실 가겠다고 자리를 비웠는데, 고깃집의 사장님이 왜 벌써 가느냐고 물었다. 저희가 너무 시끄러워서요, 했더니 괜찮다고 다른 테이블들 다 이미 갔다는 거다. 아뇨 우리 옆테이블한테 너무 미안해요, 했더니 옆테이블도 자리 정리중이라면서, 디저트를 준비했으니 이거라도 먹고 가라며 새로운 테이블에 디저트를 놓아주시는 거다. 인원 수대로 앞접시에 디저트가 담겨 있었는데, 그 디저트는 치킨과 과일이었다. 음.. 치킨이라니...


화장실에 갔던 남자들이 돌아왔고 나는 그들에게 여기 새로운 테이블로 와서 사장님이 준비해주신 디저트를 먹고 집에 가자 했다. 새로운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은 남자 1은 벌떡 일어나더니 '우리가 남긴 술, 그거 다 마셔야지!' 하는게 아닌가. 나는 굳이 다 마시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디저트만 먹자고 했더니 부득이 우리 테이블로 가 소주 반병 이상 남은 걸 챙겨와서는 잔에 따르고 마신다. 어휴 꼴보기 싫어.... 잔뜩 취해가지고 또 술 마시는 꼴이라니..저 술 다 마시고 간다하니 나랑 나눠마셔야 빨리 끝나겠다 싶어서 나도 좀 달라 했는데, 아니 글쎄 이놈이 술을 마시다가 "나는 락방이 집에 데려다주고 갈거야!" 하는게 아닌가. 뭐래..잔뜩 취해서 제정신도 아닌 놈이 누굴 데려다준다는 거야. 나는 그에게 "야, 술 그만 마시고 너나 잘챙겨!" 했는데, "너 데려다 줄거야! 여기 올 때부터 생각했어!" 하는 거다. 으윽 말이 안통해. 나는 더이상 대꾸를 안하고 이것만 다 먹은 다음에 어차피 저새끼 취해서 휘청거리니 나 데려다준다고 깝죽대기 전에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자마자 생각한 건 '언행불일치' 였다. 언행불일치하는 새끼네...라는 생각.

아니, 나를 데려다주고 싶었으면 술을 그렇게 쳐마시고 취하지를 말아야지, 그렇게 취해서 뭘 데려다주겠다는건지. 아무리 자기의 마음이 나를 데려다주길 원했다고 한들, 몸이 휘청이고 흔들리는데 뭘 어떻게 데려다준다는거야. 게다가 나랑 술마실 정도면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사람인데 술 처음 마셔보는 것도 아니고, 머릿속에 '나는 오늘 저사람을 데려다줄것이다'가 있었으면, 술을 마시면서 좀 절제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말은 '나는 널 데려다줄거야' 하면서 술을 먹고픈대로 다 마시면 데려다준다는 생각이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지나. 말과 행동이 너무 달라도 다른게 아닌가 말이다.

행동, 행동이 중요하다 그 말이다. 자신의 생각, 의지, 욕망을 나타내기 위해서라면 말만으로는 안된다. 그건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해. 날 데려다주고 싶은 그의 마음이 설사 진심이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그는 나를 데려다주지 못했다. 남은건 그가 나를 데려다주지 못했다는 사실만이 남아. 거기다 대고 내가 '그의 마음만은 진실했어' 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는 그렇게 술을 마셔서는 안되었다.


그는 진심으로, 한 점의 거짓없이,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 싶었을 수 있다. 꿈의 그 단편적 상황만으로 그가 나를 왜 데려다주고싶어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나를 데려다주고자 했다면 거기에는 그의 어떤 목표, 의지,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자신의 마음을 보이겠다는 생각.


1. 지난번에 신세진 것도 있으니 집에 데려다주면서 고마움을 표현하자.

2. 늦은 밤길 여자 혼자 가기 무서우니 내가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주자.

3. 특별히 할 말이 있으니 집에 데려다주는 길에 둘만 있을 때 하자.

4. 한껏 나를 어필해서 가급적 섹스를 하자.


뭐가 됐든 그러니까 목표가 있었을 거라는 거다. 의도. 그러나 그는 술을 마셔버렸기 때문에 결국 자기의 의도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취했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성공할 수 없었다. 취해서 횡설수설, 고마움을 표현하는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의도가 2번이었다면 휘청거리는 몸짓으로 누굴 보호해. 치한이 시비라도 걸면 주먹질이라도 할 수 있겠냐. 4번 역시 마찬가지. 그렇게 잔뜩 취해가지고 발기는 되겠냐? 쓰러지기나 하겠지. 의도가 뭐였든 아무것도 못한다고, 아무것도.

그러나 술을 누가 마셨나? 자기 자신이 마신 거다. 자기에게 술을 누가 부었나? 자기가 부었다. 그렇게 취하게 만든게 누구인가? 자기가 그런 거다. 결국 집에 데려다주지 못한건 누구 탓인가? 자기 자신이다. 진짜 세상 제일 싫다. 말 해놓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 재수없어.



연애상담을 많이 하잖아요? 저는 이미 상담이 필요한 상태라면, 사랑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만족스럽고 행복하면 상담이 필요 없죠. 또 상담을 해 봤자, 자신이 변하든 상대가 변하든 해야 하는데, 그게 상담으로 가능한가요? 자기 변화가 얼마나 힘든지 아시잖아요? 저도 연애 상담을 많이 받는데, 실은 정보를 제공할 뿐이에요. 좋게 끝내고 싶다? 좋으면 왜 끝나겠어요? 상대방의 진심? 그런 건 없어요. 모든 것은 행위가 말해줍니다. 행위로만 판단하면, 의외로 인생이 편해집니다. 쓸데없는 기대와 고민이 사라지니까요. -정희진, 2015.04.29 경향신문 中


출처: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1504291910121&utm_source=urlCopy&utm_medium=social_share




꿈에 나온 저 언행불일치 남자가 내가 아는 남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저렇게 취해서 헤롱거리는 거 진짜 내 타입 아니라서. 누군지 모르겠지만 꿈에서도 나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잔뜩 취해서 네가 너를 데려다줄거야! 하는데 꼴보기 싫다고 생각했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를 데려다준다고 말했으면 나를 데려다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어야 한다. 그래서 나를 데려다주는 걸 행동으로 옮겼어야 해. 이 미련한 놈아. 으이그..별로야 진짜.

천개의 진심을 꾹꾹 눌러담았다고 천 번 말해보았자 데려다주지 않은 행동만이 남았다.


갑분꿈속남자욕하기.... 인생이여.....




어제 퇴근길에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8월 도서인 '캐슬린 배리'의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를 읽으면서 갔다. 지하철에서 읽는데 와 너무 좋은 거다. 이대로 집에 들어간다면 나는 지금 매우 피곤한 바, 씻고 바로 잘게 뻔해. 조금만, 조금만 더 읽다가자, 하고는 지하철에서 내려 집 근처의 까페로 쏙- 들어갔다. 사이렌오더로 그 뭣이냐... 그 민트맛 나는 티..를 주문하고서는 자, 책을 읽자고 펼쳤다. 어떤 페이지는 숫제 한 장 전체에 밑줄을 긋고 싶은, 그런 책이다.


















한시간은 읽어야지 마음 먹었는데 까페 안이 너무 추워서 한 30분 있다가 나온 것 같다. 히히히히히.



그리고 어제는 책들이 한꺼번에 도착했다. 생일이라고 또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쁘다는 이유로, 아무튼 별별 이유로 사람들이 책을 보내줘서, 어제 내가 주문한 것까지 총 네 개의 알라딘 박스가 내게로 왔고, 저 책들 중에서 6권이 선물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생일 좋아. 생일 짱이야. 매일매일이 생일 같아라. 책 선물 넘나 기분 좋은 것...





그나저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9월 도서 디게 두껍네...



아무튼 언행불일치한 삶을 살지 않도록 하자. 딱 싫어, 딱.

뭐, 나도 다시태어나자는 내 말에 책임을 지고 있지 않긴 하지만... 음... 킁킁...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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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8-1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이거 정말 꿈 맞아요? 꿈 디테일 돋네... ㅋㅋㅋㅋㅋ
(왠지 데려다주겠다고 한 가장 큰 이유는 4번일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생일선물로 받은 책들이 다 엄청 좋은 책이네요.선물하신 분들 안목이 휘유~ +_+

다락방 2020-08-14 10:16   좋아요 0 | URL
몇 번이어도 다 한심하지만 4번이면 진짜 더 한심하죠. 술 잔뜩 취해서 어떻게 섹스를 해요. 지 몸 하나 버텨내지를 못하는데. 한심하기 짝이없는 언행불일치 새끼에요. 꿈속의 남자한테 분노 터지네요 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분노쟁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슴에 화가 많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결국 섹스를 못해서인가?)

네, 다 좋은 책들이라서 또 초조해요. 아 이거 언제 다 읽지, 이제 진짜 책 그만 사자, 이 책들 다 언제 읽지, 뭐부터 읽지 이러면서 초조해요. 아오 성격 진짜 빡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0-08-1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침부터 웃습니다.

다락방 2020-08-14 13:44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히 안녕하세요, 가슴 속에 화가 많은 다락방입니다!
 
드립백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레코 - 10g, 1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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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를 뜯자마자 딸기향이 나고 내릴 때도 딸기 향이 강하게 나지만, 메주인지 된장인지 무언가 발효된 장 냄새 같은 것도 약간 섞여서 나니 이 커피에 한해서라면 원두를 사기 전에 드립백을 먼저 사서 시음해보기를 강력 권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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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8-14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된장이라니 젠장 내 원두 200그램...

다락방 2020-08-14 09:28   좋아요 0 | URL
다른 친구는 전혀 장냄새 못느꼈대요. 잠자냥 님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드셔보세요!!

바람돌이 2020-08-1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테오피아 예가체프는 제가 좋아하는 커피인데 장냄새라뇨. ㅎㅎ 그나저나 알라딘 커피는 포장이ㅜ진짜 멋지네요.

다락방 2020-08-14 13:45   좋아요 0 | URL
커피 매니아 분들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좋아하시는가봐요. 커피를 아는 분들의 커피랄까요. 이 커피에 대한 리뷰에 폴스타프님도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좋아한다고 쓰셨더라고요. 참말로 여러분께 민망하네요... 장냄새라고 해버렸으니 이를 어쩜 좋단 말예요? 하하하하하

저도 알라딘 커피 포장이 너무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커피도 포장 디자인 너무 예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