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두고 읽지 않는 데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도 너무나 다양하겠지만, 이 책의 경우는 사두고 안읽은 게 표지 때문인것 같다. 이거 실물로 똭 보면 뭔가 읽기 싫게 생겼어. 물론 표지 보고 안읽었다는 건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사두고 안읽은 책이 어디 한두권이어야 말이지. 어쨌든 몇 년만에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들고 읽으면서도, 그리고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참 표지가 지루하게 생겼다고 거듭 생각했다. 이 책은 내용은 전혀 지루하지 않은데 표지 정말 지루하게 생겼다.. 만약 서점에 직접 가서 사려고 했다면 안샀을 것 같아.. 나는 표지보고 책 사고 표지보고 책 읽고..하는 것과는 거리가 좀 먼 사람이기는 한데, 왜냐하면 표지가 어떻든 그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표지가 지루하게 생겨서 손이 안간건 사실이야. 이쯤하고.



'윌리엄 켄트 크루거'의 《철로 된 강물처럼 Ordinary Grace》은 '추리/미스터리' 소설로 분류되어 있다. 화자인 열세살 소년 '프랭크' 주변에서 일어난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범인을 찾는 것이니 그 분류에 맞는 내용이라 하겠는데, 그런데 문체가 좋다. 이것은 원서의 문체 자체가 그러한 것인지 번역에서 그렇게 된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읽는 내가 좋아하는 조용한 문체. 살인범을 찾고 프랭크는 호기심이 많고 말도 안듣는 소년인데도 책은 가만가만 조용히 흘러간다. 나는 이렇게 가만히 조용한 문체를 좋아해서 이 책을 읽는게 좋았다. 책의 원제는 ordinary grace 인데, '철로 된 강물처럼' 이라고 철교에 대해 비유하는 문장이 본문에 나오긴 하지만, 굳이 제목을 그렇게 해야 했나 싶다. 


프랭크가 사는 작은 마을에서 한 아이의 시체가 발견된다. 연달아 그 동네 떠돌이가 죽고 그리고 주인공의 누이도 죽는다. 이 모든 죽음들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범인을 찾아가는데, 읽으면서 자연스레 과연 누가 죽인걸까 마을 주민인 사람들을 나 역시 차례로 의심해보기도 했다. 중간을 지나면서부터 살인 도구에 대해 언급되는 걸 보고 아, 이거 누가 썼더라, 하면서 막 생각도 하고 그랬어. 그렇지만 어쨌든 이것은 상실에 관한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살아가야 하는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가능할까. 딸의 죽음으로 엄마는 무너진다. 속이 빈 계란껍질 같이 망가져버리는데, 그런데 그런 엄마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은 가능할까? 누나의 죽음으로 프랭크와 동생인 제이크가 상실감에 허우적거리고 또 같은 상실감으로 자신들을 돌보아주지 않는 엄마 때문에 외로워야 하는 것들을 표현한 것은 이 책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바가 아닌가 한다. 작은 마을에서 사람들이 죽었지,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실감을 느껴야했어, 그들은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을까, 그들은 남아있는 자들끼리 다시 결속할 수 있을까, 그들은 그 상실을 계기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것들. 그렇다해도 지나치게 많은 죽음이 나와서 좀 과하다 싶었지만, 그러나 죽음이란 것은 인간에게 반드시 찾아오는 것이기에 어쩌면 죽음과 죽음과 그 다음 죽음을 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다.



최근에 강한 태풍으로 산사태가 일어나는 뉴스를 보면서, 산이 무너지고 있는 현장의 근처에 있던 사람들, 아파트 주민이나 공장 직원들은, 저 산이 무너져 내가 다칠 수도 있다, 죽음의 위험에 놓일수도 있다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라고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인간이 태어나 살아가면서 죽음은 필연적으로 찾아올 것인데,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죽음이 찾아올지 알 수 없다. 늙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죽는 것, 아프지 않고 죽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지만, 우리는 사고로 죽을 수도 있고 자연 재해로 죽을 수도 있다. 때때로 어차피 죽을 거라면, 우리는 왜 살아야 하는걸까, 라고 되묻게 되지만, 제대로된 답을 내리지 못하면서도 어제를 살고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산다.



그리고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이 책에는 사랑이 나온다. 왜 아니겠는가. 어느 책에서든 어느 영화에서든 사랑을 다루지 않는 것이 있던가. 그러나 사랑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사실 필요를 사랑으로 착각하지 않는가, 욕망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않는가. 사랑이란 이름을 덮어 씌우면 그것이 마치 아름답고 긍정적인 무엇이 되는 것처럼, 사실은 가지지 말아야 할 감정에 대해 사랑이라 이름 붙이지 않는가. 그렇게 사랑은 집착을, 폭력을 숨겨버리지 않는가.

어느 순간부터 사랑은 집착이 될까. 어느 시점에서 사랑은 집착이 될까.



일전에 읽었던 프랑스 소설에서 자신은 상대를 사랑하고 헌신하는데 그것이 자기가 생각하는대로 돌아오지 않자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내용이 나왔더랬다. 사랑은 그대로의 사랑이어야 할 것인데 지나치게 자기 희생적이 되는 순간부터 망가져버리는 것 같다. 사람은 자기가 준 것만큼 받고 싶어한다.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내가 하나 주었으니 너도 하나를 주렴, 하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나같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하나를 주었다고 해서 반드시 하나를 받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대체적으로 그런 일은 가장 공평해보이고 가장 상식적으로 보이지만, 그러나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내가 하나를 주고 두 개를 주고 열셋만큼 주어야 비로소 하나가 오기도 하고, 내가 스물만큼 주어도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기도 한다. 반대로 내가 둘을 주었는데도 나에게 열일곱이 돌아올 때도 있다. 그러면 나는 그 차이인 열다섯을 어딘가에서 얼만큼은 쓰고 있을 것이다. 내가 너에게 하나 너가 나에게 하나, 로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세상이 굴러가는 건, 너가 나에게 열일곱 내가 너에게 둘, 내가 저사람에게 넷, 다른 저 사람에게 서른,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열넷... 하는 식으로 굴러가는 거다. 그러다보니 내가 많은 걸 준 상대가 내게 적게 주었을 때 억울하고 속상한 사람이 생긴다. 그럴 때 내가 상대에 대해 가졌던 선한 감정은 변질되고 만다. 내가 이만큼이나 했는데 너는 왜?


필요도 있다. 필요.

사람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는 데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누군가는 '내가 너에게 이만큼이나 필요한 존재지'를 느끼면서 그 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세상 그 어떤 말보다 '너가 없었으면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란 말로 자기 인생을 긍정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이 사람이 나를 이만큼이나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삶을 유지하는 가장 큰 축일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무너질 것 같다던가 위태롭다던가 하면, 그걸 바로 세우기 위해 나는 잘못된 선택과 판단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저지르는 가장 일반적이고 큰 실수가, '내가 사랑하는 이 사람에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못견디기 때문에 일어난다. 나는 너에게 우선순위어야 해, 나는 너에게 일순위어야 해, 나는 너에게 유일해야 해. 그것이 유지되어 오는 것 같다가 어느 순간 그 사람이 꼭 내가 아니어도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면 마음이 난장이 되어버려.. 그것을 다스리지 못하는순간 파국을 불러온다. 그래서 내가 누누이 예전부터 지금까지, 쭉, 한결같이, 한 사람만으로는 안된다고 하는거다. 그 사람만 보는 걸로는 삶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가 없어. 우리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게 건강하게 지낼 수 있으려면, 내 인생에 너만이 유일해서는 안된다. 네 인생에 나만이 유일해서도 안되고. 그렇다면 그 다음에 일어날 예기치 못한 일들에 우리가 대처할 수가 없단 말이다. 주저앉고 무너지고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야. 휴우-




프랭크 아버지의 직업은 목사다. 프랭크의 어머니는 목사랑 결혼한 게 아니었다. 변호사 지망생과 결혼했고, 남편은 제일가는 변호사가 될 줄 알았는데, 참전후에 돌아온 남편이 갑자기 목사가 되어버린다고 하는거야... 빡이 치는거죠..나는 변호사랑 결혼하는건줄 알았는데... 아버지의 신앙은 대단했고 언제나 신앙을 중심으로 세상을 살았고, 아버지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은 하나님이었다. 가족의 상실을 같이 겪었는데 아버지는 신앙에 기대려하고, 딸을 잃는것에 있어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하나님 아버지를 내 앞에서 언급하지 말라고 엄마는 말한다. 한 번만 더 하나님 찾았다가는 당신을 떠날거야, 라고 말하고, 직업이 목사인 이 신앙인은, 아아, 하나님 나한테 가장 중요한 거 알면서 어떻게 그래, 라고 하는 바람에 엄마는 짐을 싸들고 떠나버려.. 프랭크는 이런 부모님을 보고 엄마가 하나님과 아버지를 같이생각하고 있다고 하는데, 얼마전에 읽은 '안정혜'의 《비혼주의자 마리아》가 겹쳐졌다. 그 책에서는 영적 아버지에 대해 언급한다.






















하나님 아버지, 친아버지, 영적인 아버지의 트라이앵글, 이라고 이 책에선 표현하는데, 아마도 목사는 하나님 아버지를 대신하는 존재라고 교회 자체가 씌어놓은 이미지에 많은 신앙인들도 그렇게 겹쳐보지 않나 싶다. 《비혼주의자 마리아》에서 성폭행의 피해자들이 목사를 혹은 교회를 떠나면서 영적인 아버지를 배신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 《철로 된 강물처럼》에서 아내는 하나님을 찾고 있는 목사인 남편이 꼴도 보기가 싫다. 하나님이 뭘 해줬는데? 라는 아내 혹은 엄마의 말은 네가 뭘했냐, 기도말고..의 다름 아니다.



프랭크의 아버지는 참전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가족들도 그 상처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지 않지만, 목사가 된 이후의 그는 신앙에 충실하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으로 감싸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이 나쁘다고 욕하거나 차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편견을 갖지 않으려한다. 마땅히 그래야 할 자세이지만, 가끔은 원망스럽기도 하다. 아마 나도 속된 인간이라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서 아버지인 목사님이 장례를 집전하며 했던 말씀이 좋더라. 이런 말씀을 특히나 상실감에 쌓였을 때 듣는다는 것은 좋을 것 같다. 길지만 좀 인용해 보겠다.




아버지는 시편 23편을 읽은 후 롬 8장 38절과 39절 말씀을 읽었다.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아무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아버지가 성경을 덮었다.

"우리는 자꾸만 우리가 걷는 인생길을 홀로 걷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이 남자조차도 하나님께는 알려져 있었고 하나님은 줄곧 이 남자와 함께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쉬운 삶을 약속하시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고통 받지 않게 하겠다고, 절망과 고독, 혼돈, 자포자기의 감정을 느끼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시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은 우리를 고통 중에 혼자 있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로는 우리가 눈이 멀고 귀가 먹어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보고 듣지 못하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 곁에, 우리 주위에, 우리 안에 계십니다. 우리는 결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다른 것을, 모든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약속해주셨습니다. 바로 끝이 있게 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우리의 아픔에, 우리의 고통에, 우리의 외로움에 끝이 있게 하겠다고,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있게 하겠다고 그리고 하나님을 알게 하겠다고, 그래서 그곳이 천국이 되게 하겠다고 얏곳하겼습니다. 살았을 땐 지독한 외로움을 느꼈을 이 남자도 이젠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살았을 땐 끝없는 기다림의 나날을 보냈을 이 남자도 이젠 더 이상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는 하나님이 마련하신 자기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기뻐하는 이유입니다." (p.112-113)



기뻐하기까지 하는 건 좀 오버인것 같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는 나랑 같지 않을 것이다.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이미 죽은 자에게는 죽음 자체가 슬픔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은 남은 자의 몫, 누군가를 상실한 살아있는 자의 몫이라는 생각.



프랭크는 누나를 잃고 자신의 가족이 이대로 붕괴되어 버릴것 같다는 느낌에 두려워한다. 아버지와 엄마가, 자신과 동생이 모두 마음적으로 뿔뿔이 흩어질까봐. 그러나 그들은 그 가족 내의 구성원이었고, 모두의 공통된 슬픔에 각자의 슬픔을 얹어 괴로워한 후, 흩어지는 대신 결속하게 된다. 하나님은 끝이 있게 하겠다 약속하셨다는데, 그 약속에 대해서라면 잘 모르겠다. 이런 종류의 상실감이, 끝이 있긴 한걸까?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지는 건 아닐까? 그러나 혼자 있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이 가족에 대해서라면 지켰다고 해도 좋겠다. 각자의 고통을 겪고 영혼이 빠져나갈 것 같은 상실감 속에서도, 그러나 그들에게는 서로가 있었으니까.



"행복이란 게 뭘까, 네이선? 내 경험으로는, 길고 험난한 길을 가는 중간중간 잠시 쉬었다 가는 것, 그게 행복이던데. 항상 행복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 행복이 아니라 지혜라는 변덕스럽지 않은 미덕을 갖게 되길 바라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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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9-09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거 친구 공개글이네요? 락방 님 글에 친구공개 글 있으니까 이상하다. ㅎㅎㅎ

2020-09-14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0-09-0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다락방님 글 뒤에 친구로고가 붙어있었군요. 전 그게 왜 붙어 있는줄 궁금궁금하고 있었더랬죠. ㅎㅎ
저는 책 표지의 아름다움을 많이 많이 따져요. 책의 만듦새가 맘에 들면 책이 더더더 좋아지고요. 맘에 안 들때는 책을 읽는 내내 우울해요. ㅎㅎ 철로 된 강물어럼 저 책도 읽으려고 했었어요. 제목이 진짜 멋지잖아요? 근데 정말 표지가 뜨악....ㅠ.ㅠ

2020-09-14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09-0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저도 교회에서, 선교단체에서 워낙 많이 들었던 이야기라.... 참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드네요. 페미니즘 책 읽다가, 남성적인 신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여신의 존재와 영향력을 말살하기 위한 시도와 의도에 대해 읽을 때도 그랬죠.
복잡합니다. 복잡하고 다단하고... 복잡다단 ㅠㅠ

다락방 2020-09-09 13:56   좋아요 0 | URL
저는 십대 시절에 교회에서 벗어난 사람이고 이제 교회에 대해서는 악감정만 남은 사람인데.. 그래서 여성혐오에 대해서만 볼 수 있는데, [비혼주의자 마리아]에서는 신앙을 간직하면서 성경을 여성혐오적으로 해석하지 않는, 오히려 예수는 여성에 대한 족쇄를 끊어내려고 했던 존재라는 의견들도 보여주더라고요. 저자 안정혜가 신앙인인데 사회에서 보는 것과 내부에서의 해석에 대해서 균형잡힌 시각을 갖고 쓰려고 애쓴 흔적이 보였어요. 그래서 저에겐 되게 의미있는 독서였어요.
결국 기독교의 여성혐오적인 시각은 하나님이나 예수님이 시킨게 아니라, 성경을 해석하고 전파하는 교회 내의 남성집단들이 한거라는 거죠. [비혼주의자 마리아] 에서는 ‘예수가 끊어내기 시작한 저주의 사슬을 교회가 다시 옭아맸다‘고 표현하더라고요.

공교롭게도 [철로 된 강물처럼]도 목사가 나와서 비혼주의자 마리아 랑 연결되는 독서를 할 수 있었는데요, 목사인 아버지가 하는 말씀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들이 좋았어요. 저런 말씀이라면 듣고 사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여성혐오는 기독교에만 있는게 아니라 모든 종교에 해당되고, 종교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정치며 교육에도 해당되죠. 우리는 계속 복잡하고 갈 길이 멀게 느껴지고..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더 아는 게 많아지도록 합시다. 머릿속에 넣을 걸 죄다 있는 힘껏 넣어보자고요! 그게 어떤 상황에서든 맞서 싸우는 힘이 될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0-09-09 14:54   좋아요 0 | URL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나의 기억력 ㅠㅠ).... 거다 러너의 <역사 속의 페미니스트>인가요. 그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종교 창시 초창기에는 여성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또 실제로 여성들이 지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요. 그런데 종교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그 때 다시 가부장제의 피바람이 불어와, 여성들은 자신들의 자리에서 쫓겨나 보조적인 역할만을 맡게 된다는 거죠.

예수님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로 여성에 대한 태도가 파격적이셨죠. 문제는 그 다음이고... 그 다음에는 말하는 사람이 남성들이니까, 예수님의 메시지는 수정 & 변형된 형태로 전해질 수 밖에 없었던 거죠. 남자의 목소리로요.

다락방 2020-09-09 15:53   좋아요 0 | URL
[비혼주의자 마리아]에서는 실제 사례를 가져왔거든요. 제가 백자평에 기사 링크 올리기도 했지만, 그 목사는 청소년들을 상대로 성교육, 성상담을 주로 해줬고 혼전순결에 대해 강조했다고 해요. 혼전순결을 강조한 목사가 그런데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거죠. 자기가 하는 말, 자기가 전하는 가치와, 자기가 행하는 것이 달랐던거에요.
어느 조직 내에서든 그 조직이 전하고자 하는 가치,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어떤건지 아는 것과는 별개로, 남자들이 그 안에서 권력을 쥐면 행동은 아는 바와 다르게 하게 되죠. 정말 지긋지긋해요.

잠자냥 2020-09-09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표지 보고 예전에 제가 읽다만 소설 표지랑 너무 비슷해서 깜놀했어요. ㅋㅋㅋ
다시 보니 별로 안 닮은 거 같네요;;
그 책 표지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4408298

다락방 2020-09-09 14:17   좋아요 0 | URL
저 링크 가보자마자 오옷!! 했어요. 닮았어요, 비슷해요! ㅋㅋㅋㅋㅋ 착각하기 쉬울듯요 ㅋㅋㅋ
근데 링크해주신 책은... 듣도 보도 못한 책이네요. 아아 책의 세상은 너무나 넓어서 저는 그 안의 한 줌 먼지같은 존재인 것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0-09-09 15:25   좋아요 0 | URL
이제부터 이런 이미지는 뭔가 지루한 책 표지의 대명사로;;; ㅋㅋㅋㅋㅋ
근데 제가 읽다만 그 책은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서 읽던 터라.... 기간 만료료 걍 갖다 줬는데요. 언젠가는 다시 읽을 생각이에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0-09-09 15:55   좋아요 1 | URL
‘헝가리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소설 분야에서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세계적으로도 약 20개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라고 하네요. 이 소설은... 음...... 저도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서 읽는 쪽으로 해야겠어요. ㅋㅋㅋㅋㅋ ‘언젠가‘ 다 읽게 되시면 리뷰 부탁합니다, 잠자냥 님!
 
비혼주의자 마리아 - 그때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안정혜 지음 / IVP / 201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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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여성혐오를 주제로 토론하는 독서모임 회원들이 자신이 겪었거나 목격한 교회내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목사, 전도사의 청소년에 대한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교회의 보호, 영적 아버지라는 호칭까지.
징그러운건 종교가 아닌 그 안의 남자인간.
균형적인 시선을 위해 애쓴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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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9-08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18838
 

같은 책을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아마 내가 알라딘을 이렇게나 오래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지 않나 싶다. 다른 책을 권하고 소개를 받고 또 공통적으로 읽은 책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라도 나눌 수 있다는 것. 언젠가는 다른 알라디너들이 '이 작가처럼 쓰고 싶다'라는 글을 쓴 걸 보고 좋아하기도 했다. 설사 그들이 되고 싶어하는 작가가 내 취향의 작가가 아니어도, 어떤 식의 글을 쓰고싶다, 라는 걸 읽는 건 진짜 짜릿해.


얼마전에도 언급했지만 지독하게 미스테리 책만 읽으려는 편협한 취향의 남동생에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스테리 소설을 읽고 권하고 있는데, 어제 그 중 한 권을 다 읽었다며 남동생이 톡을 보내왔다. 최근 읽은 책중에 '재미있다'라고 표현한 건 아마 이 책밖에 없지 않나 싶다.




위에서 말한 책은 바로 이 책.
















이 책도 사두고 안읽었다가 남동생 미스테리 줘야한다, 허겁지겁 읽기 시작했었는데, 초반에는 북유럽의 낯선 지명과 이름에 몰입이 좀 힘들었는데, 와, 이건 대단한 이야기였다. 여성대상 범죄를 풀어가는 이야기이긴 한데 난민이 언급된다. 난민에 대한 혐오와 그렇지만 혐오할 수밖에 없는 그 지역 사람들의 사정도. 난민 혐오를 한 번 짚어주자는 거구나, 싶었는데 결론에서 맞닥뜨리는 반전은 느낌표 백 개 생기게 하고, 아, 그 때 나왔던 그 대사가 바로 여기에 적용되네 싶으면서 이 소설은 놀라운 소설로 바뀌어버린다. 아, 그 얘기 하고 싶었던 거구나. 그냥 짚고 넘어가는 수준으로 끝내고 싶었던 게 아니라, 결국 그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였어!


반전을 가장 효과적으로 장치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을 남동생에게 건네면서 재미있다고 하기는 했지만, 그 낯선 지명과 이름 때문에 끝까지 넘길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을 했었다. 어쩌면 에잇, 다른 거 읽을래, 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남동생은 다 읽었다고, 재미잇었다고 톡을 보내왔다. 아흑 너무 짜릿한 순간이었다 진짜. 좀 더 욕심을 내자면 나는 남동생이 저런 식의 간단명료한 감상이 아니라, 어쩌고 저째서 이러저러하니 요러케죠로케 됐다...같은 평을 기대하지만, 아니, 다 읽었고 재밌다고 말해주는 게 어디야. 그래.. 좋다.



미스테리, 추리 소설에서 작가들이 반전을 장치하면서 뭐랄까, 이것봐라 반전이지롱~ 하고 싶어서 한거구나 싶은 그런 작위적인 느낌을 받을 때도 더러 있는데, 이 책의 반전은 '치밀한' 장치였다. 너무 좋아서 얼마전에 친구에게도 추천했는데(항상 나에게 재미있는 책 추천해달라고 하는 친구다), 그 친구는 이미 이책을 읽었다며 자신도 재미있었노라 말했다.


여러분 이 책 읽어보세요, 끝까지 읽다보면 느낌표 백개 찾아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오십개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찾아오긴 찾아와요...



마지막에 남동생이 '어느정도 예상했었어'라고 해서 빵터졌다. 저놈은 소설을 한 40권쯤 읽었을 때,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이제 써야겠어"


라고 말했던 놈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번은 로맨스 소설을 추천했었는데 한 십분의 일정도 읽더니


"이건 안읽어도 돼. 내용 뭔지 다 알아. 책을 하도 많이 읽어서 이젠 제목만 봐도 내용을 알겠어." 라고 하는게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좀 더 길게 말해주렴, 동생아. 앞으로는 좀 더 길게..감상을 말해줬으면 해..... ♡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신간 소식은 항상 짜릿할 것이다. 특히나 좋아하는 작가, 기다리는 작가가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좋은가. 나는 호프 자런의 신간 소식을 알게 되었다. 일전에 《랩 걸》을 읽으면서, 수화기 너머로 애인과 대화하던 생각도 떠올랐다. 그는 나에게 언제나 요즘은 뭘 읽는지 물어왔고, 나로부터 책 이야기를 들었고, 그 책에 대한 감상을 들었고, 내가 말하는 줄거리에 대해서 자신의 감상을 얘기하기도 했다. 랩 걸 에서는 작가의 절친한 남사친이 나오는데, 남자와 여자 사이의 친구관계.. 에 대해서도 말했었다. 어느 날 호프 자런은 남편을 두고 그 남사친을 만나 여행하는데, 거기에 전혀 이성적인 혹은 연애적인 감정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물론, 남사친의 기분은 내가 알 수 없다), 그 일에 대해 얘기했을 때 애인은 '그거 괜찮겠어? 나는 싫을 것 같아' 라는 이야기를 했던 거다. 호프 자런, 이라고 하면 또 생각나는 건, 그녀의 실험실에서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던 선배 여성에 대한 얘기였다. 호프 자런은 그 여성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또 좀 꼰대라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그러나 나는 그 여성이 늦은 밤에 집에 데려다주려고 애쓰는 것, 호프 자런은 좀 과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내 보기엔 전혀 과하지 않은 범죄에 대한 우려 같은 게 느껴져서 그 선배 여성이 고마웠더랬다. 호프 자런, 이라고 하니까 이렇게 호프 자런의 책을 읽었던 기억들이 우수수 쏟아지는데, 그 호프 자런의 신간이 나온 거다.



















아 너무 좋지 않나요 여러분... 책 읽기는 진짜 만세만세 만만세야. 짱이다.



사람마다 책을 읽고난 후의 반응이 다르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고 느끼면서 그것을 혼자 간직하는 게 기쁨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면서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 거 진짜 나는 너무 좋아. 그래서 알라딘을 하고 있는 거다, 내가. 누가 읽든 안읽든 내가 주절주절 책에 대해 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 그게 내 스스로 너무 좋아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데, 그러다보면 그 글을 읽는 사람이 생기고 또 그 중에 소수는 그 글들을 좋아해주기도 한다. 가끔 계속해서 보고 있는 눈팅족이었다거나 하는 댓글을 만날 때면 얼마나 가슴 가득 뻐근함이 느껴지는지...




어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9월 도서인 《페미니즘:교차하는 관점들》을 읽으면서 또 아직 읽지 못한 여성학자들의 책을 검색해보았다. 물론 내가 읽었던 작가와 책들이 수차례 나오긴 하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들과 작가들도 나오는 거다. 왜 아니겠는가. 그러나 슬픈 건, 내가 읽고 싶다고 해서 읽을 순 없다는 거였다. '케이트 밀레트'의 《성의 정치학》은 절판인데다가 개인 중고판매자들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책정해놓았다. '메리 데일리'도 읽고 싶은데, 역시나 절판이다. 이런 책들, 다들 어딘가에서 개정판을 준비중이라면 좋겠다. 성의 정치학과 메리 데일리의 책 모두 오늘 생각나는 출판사에 문의 넣어볼 참이다. 이 책들 개정판 좀 내주시면 안될까요?


















빨리 점심시간 왔으면 좋겠다. 내가 만든 진미채(어제 페이퍼 참조) 도시락 반찬으로 싸왔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인 것이다.

다이어트는 빼고..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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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9-07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야기 친구의 소중함이야 이루 말할수가 없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코로나 시대에 책친구는 비상식량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수, 라면급이죠.
책친구도 좋지만 다락방님 책동생도 부럽네요. 다락방님이 읽고 골라준 책만 읽는다니 정말 남동생분의 큰누나 100% 활용법에 박수를 백번이나 치고 싶어요.
커피가 유독 향긋한 아침이네요. 전 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가 알라딘 커피중에 제일 좋네요^^

다락방 2020-09-07 11:39   좋아요 0 | URL
아아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의 댓글을 읽으니 너무나 라면이 먹고싶어집니다... 나가서 라면 사올까..... 아아 라면 겁나 땡기네요. 흑흑. 그렇지만 제가 만든 진미채를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왔으니 얌전히 도시락을 먹겠어요.

단발머리님의 말씀 너무나 감사하고 소중하지만, 제 동생이 저의 소중함을 알런지 모르겠네요. 이런 누나가 있다는 걸 고마워할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혀 모를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노므시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복에 겨운 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커피 향이며 내리는 게 너무 좋아서 너무 듬뿍 마셨어요. 아이참. 뭐든 적당히를 모르네요, 저란 사람은.. 향긋한 커피와 함께 시작하는 하루라니, 단발머리님의 오늘 하루가 나쁘지 않은 하루가 될듯합니다.
샤라라랑~

감은빛 2020-09-0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서 꼼짝없이 집에만 있는 몸이 되고 보니 확실히 책만큼 좋은 친구가 없네요. 다행히 우리 집엔 평생 읽어도 다 못 읽을만큼 책이 있으니 걱정이 없네요. ㅎㅎ

퇴원 후 처음엔 약이 너무 졸려서 거의 하루종일 잠만 잤는데, 약을 바꾼 후엔 깨어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가끔은 드라마도 보고. 요즘 이렇게 아무생각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믿기지 않네요.

다락방 2020-09-08 08:04   좋아요 1 | URL
역시 책은 일단 사놓고 봐야 합니다. 그래야 언제든 읽을 수 있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책은 사두는 게 진리...

감은빛님 그간 너무 열심히 살아오셨잖아요. 쉴 시간도 없이 항상 바쁘다고 하셨고요. 글 읽을 때마다 늘 바쁘다 하셨는데, 이렇게라도 쉴 수 있다니 놓치지 마세요. 회복에 집중하시고, 그간 시간 없어 못하셨던 것도 다 해보시고요. 그간 에너지 소진한 거 이번 참에 차곡차곡 다시 쌓으시라 주어진 시간이 아닌가 합니다. 그게 꼭 이렇게 몸 아프게 해서 찾아왔어야 했을까, 좀 아쉽지만..
얼른 회복하세요, 감은빛님! 얼른 회복하셔서 좋아하는 술도 드시고 또 수다도 떨고 그래야지요!!

비연 2020-09-08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이 책이 제게 옵니다. ㅎㅎㅎ ㅜㅜㅜ

다락방 2020-09-08 14:00   좋아요 1 | URL
호프 자런 말씀이십니까!!!!!

비연 2020-09-08 14:15   좋아요 0 | URL
.... 애프터 쉬즈 곤. 휘릭 =3 =3

다락방 2020-09-08 14:23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9-08 14:3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ㅜㅜㅜ

다락방 2020-09-08 14:34   좋아요 0 | URL
비연님, 화이팅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비연님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

han22598 2020-09-11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랩걸에 대한 추억을 나눠주시니...저도 랩걸을 읽었을 때가 떠오르네요 크크크크... 재밌게 읽긴 했지만 호프자런이 우리 교수님이었으면 정말 싫었겠다 싶었어요(너무너무 싫어요..일중독....연구 너무 좋아하는 너드 ㅠㅠ) 호프자런이 게으른 학생에 대해서 아주 잠깐 묘사한 부분이 있는데 (3-4문장도 안될거에요..)...그 부분 읽으면서 심장이 조여왔어요 으으윽 ㅠㅠ 나는 너무나도 게으른 학생이었기에...

자주 댓글을 달지 않지만 항상 다락방님 글을 즐겨보면서 소개시켜준 책도 장바구니에 넣기도 하고 리뷰 보면서 많은 것을 공감하고 배우곤 한답니다. (아마도 저같은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지만 용기내어 고백해봅니다 ㅎㅎ)

다락방 2020-09-11 08:55   좋아요 0 | URL
오오, 역시 어떤 책이든 간에 보는 사람에 따라서 인상깊은 부분도 다른것 같아요. 저는 게으른 학생에 대해 묘사했다는 것은 아무 생각이 안나요. 사람들은 역시 자기 기준으로 책을 읽는군요! 이런 거 너무 재밌어요. 나에게 인상 깊은 부분을 다른 사람은 모르고 다른 사람에게 인상 깊은 부분은 내가 모르고. 책은 작가의 손을 떠난 순간 읽는 자의 몫이 되는게 너무나 당연한 것 같습니다.

히히. 글 읽어주시고 또 이렇게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누군가 읽고 감상을 남겨준다거나 의견을 교환해주는 건 참 소중한 일이에요. 그래서 아마도 알라딘에 이토록이나 오래 머무르는 것 같고요. 또 만나요!
 















선하고 지성적이며 지혜롭고 검소한 남자와 선하고 지성적이며 지혜롭고 검소한 여자가 만나서 아이를 낳았더니 그 아이는 선하고 선하고 선하고 선하고 선하며 지성적이며 지성적이며 지성적이며 지성적이며 지혜롭고 지혜롭고 지혜롭고 검소하고 검소하고 검소하고 검소한 어른으로 성장해갔다. 자라는 동안 선한 아버지와 선한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세상에 혼자 남은 고아가 되었지만 이렇게나 선하고 선한 인물에게 나쁜 일이 생길게 무언가. 그녀의 선함과 검소함과 지성은 모두의 칭송을 받고 철저한 신분제 사회에서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으로부터도 존경을 받는다. 지위가 낮은 사람들을 살게 해주기 위해 그녀는 기꺼이 소녀들의 교육에 힘을 썼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인물이 있나 싶을 정도의 인물들이 이 책 안에서는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보여지는데, 이 책의 저자인 '조피 폰 라 로슈' 는 선한 인물에 대한 어마어마한 판타지를 갖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중간까지 읽으면서는 미덕 컴플렉스 있나, 미덕이란 말이 뭐 이렇게 나오나 할 정도였고, 이렇게 미덕과 미덕이 결합하여 미덕으로 탄생한 이야기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려고 이렇게 하나, 싶었다. 사실 자신이 가진 지위나 재산으로 더 낮은 지위의 자들에게 돈을 주어 돕고 교육을 시키고 하는 이런 행동들도, 분명 선한 의도에서 나온 거였지만, 그거 너무 잘 알지만, 그러나 신분을 없애기 보다 신분을 더 공고히 하는게 아닌가, 이것은 지위가 낮은 자들을 너무나 자기보다 하등하게 보는 시선이 아닌가 하는 불편함도 좀 느꼈고 말이다. 게다가 책 속의 목사 입을 빌어 여성이 남성의 미덕을 따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여자에게는 여자의 할 일이 있고 남자에게는 남자가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 라고 말을 해서, 역시 옛날 작품이군...할 수밖에 없었단 말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슈테른하임 아가씨는 곤경에 처한다. 심지어 납치도 당해. 그것은 난봉꾼인 한 남자에 의해서인데, 그녀에 대해서는 다른 여자들과 다른 매력이 있고 그래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비밀 결혼까지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지 않자 해를 입히는 거다. 이토록이나 선하고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지만, 그러나 남자에 의해서라면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때 범죄의 피해자가 된다. 작가는 전혀 그런 의도로 쓴 책 같지는 않지만, 그러나 어쩔 수없이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범죄를 저지르는 남자의 존재는 예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잘 알겠다.



1730년에 태어난 작가이니만큼 이 책 속의 사랑 이야기는 도무지 답답해 따라 읽을 수가 없다. 신분제 때문에 사랑을 속이는 거야 그렇다쳐도, 자기 사랑을 왜 자기가 말을 못하고 누가 대신 말해줘야 하고 누가 대신 청혼해야 할까. 그리고 감정이 되게 과잉되어져 있는데, 이런 것들을.. 견딜 수 없는 것은 내가 지금의 사람이라서인가. 내가 1730년에 태어나 작가와 같은 하늘 아래 살았다면 나도 이런 삶속의 한 사람이 되어 있었을까. 아무튼 미덕이란 단어는 이 시대의 소설이기 때문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슈테른하임 아씨가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당연히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들도 여럿 생기는데, 공교롭게도 시모어 경과 또 시모어경의 사촌형인 리치경이 그녀를 사랑한다. 둘다 슈테른하임의 미덕, 지성, 영혼을 사랑한 것이었지만, 그녀가 살면서 고민한 남자들도 이 둘이었지만, 그러나 동시에 두 명과 결혼할 수는 없고 한 명만 슈테른하임의 남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리치 경은 동생인 시모어 경에게 양보하는데, 그런 시모어의 마음을 자기가 대신 가 슈테른하임에게 전한다. 슈테른하임은 리치경도 나를 좋아하는데 어쩌나 했지만, 리치 경은 이제 슈테른하임을 여동생처럼 대하겠다고 한다. 내가 사랑한건 어차피 너의 영혼이었으니까 그게 가능해!




내가 사랑했던 것은 레이디 시모어의 영혼이요, 정신이었습니다. 그녀가 아주 솔직한 마음으로 쓴 글들이, 그녀가 자신의 능력에 있는 최고의 것을 내게 선물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내 성품에 대한 진실한 존경, 진정한 신뢰, 내 행복에 대한 사랑스러운 기원이 들어 있지요. 한 번 품었던 좋아하는 마음의 풀 수 없고 수수께끼 같은 고집이 오랫동안 자신도 모르게 그녀 마음의 성향을 옭아매었지요. 그녀 영혼의 높은 가치를 나는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우정은 어떤 다른 사람의 포옹보다 더 사랑스럽습니다. 이제 내가 처한 인생의 가을이 나를 우정의 순수하고 달콤함을 모두 조용히 누리게 할 것입니다. 난 이 행복한 사람들 곁에 살 것이며, 둘째 아들은 리치 경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고 내 마음의 아들이 될 것입니다! 매일 나는 레이디 시모어와 이야기할 것이고, 그 정신의 아름다움은 내 소유가 될 것이며, 나는 그들의 행복을 위해 기여하겠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사랑하는 시모어에 대한 내 결심을 축복해주셨고, 내 행복은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존경스럽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에 달려 있지요. 친구요, 곧 나는 그녀를 보고 그녀와 말하게 될 겁니다. -p.386




하아.... 이게.....이게 어떻게 가능해....이게 어떻게 가능해.... 내가 사랑한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물론 그것은 그녀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 사람 곁에서 그사람과 대화하며 그 사랑스러운 영혼을 매일 보면서 사는 삶이 어떻게 가능해.. 그것도 평생... 정말 괜찮아? 하아. 나만 속물이야? 나만 욕망의 동물이야? 


그런 한편,


부럽다.. 정말 부러웠다. 비록 내 옆에서 나랑 함께 잠들고 내게 팔베개를 해줄 순 없지마는... 그래도 눈뜨면 만날 수 있고 대화할 수 있어. 사랑, 애정이란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그것은 대화로 완성되는 게 아니던가. 너의 생각과 의견 내가 듣고 나의 감상을 또 너에게 말하고... 결혼, 함께 산다는 것은 육체적 사랑이 그 안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텐데, 사실 나이 들면서..섹스 같은 거 없어도 살 수 있고 안해도 사는데 지장 1도 없으며, 오히려 임신에의 공포로부터도 멀어질 수 있어. 그렇다면, 영혼의 파트너가 되는 것, 게다가 그것도 매일 만나면서 그렇게 될 수 있는 것..넘나 부럽지 아니한가. 궁극적인 행복의 목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베스트프렌드가 되는 것이지만, 그러나 사랑의 상대 따로 있고 베스트프렌드 따로 있는 것은 또 그대로 나쁘지 않잖아. 친구, 친구로 지내는 것은 이렇게나 좋을텐데. 아싸리 멀어져버리는 것보다 친구로 만나는 것이라면, 길지 않은 인생, 그걸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거다.




아주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내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그 때 티비 드라마중에 남녀고등학생들이 주연인 학교물이 있었고, 제목이 전혀 생각안나고 다른 등장인물 전혀 생각안나는데, 어쨌든 남자 주인공은 '이민우' 였다.이민우에게는 베스트프렌드 여사친이 있었는데, 어느날 이 동네에 공부 잘하고 예쁜 부잣집 여학생이 전학을 오고, 그 전학생과 이민우는 사귀게 된다. 이에 여사친은 자신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던 이민우가 이제 그런 시간을 여자친구에게 투자하게 되니 서운하고 속상해한다. 잘 기억은 안나는데 어쩌면 여사친은 이민우를 이성으로도 좋아했기 때문에 속상했던걸까? 그런데 불분명한 기억에 의지하자면, 전학생의 부모가 이민우를 싫어했던 것 같고, 그렇게 이민우와 전학생은 사귀는 사이었다가 헤어지게 된다. 이 때 왜 오지랖넓게 이민우의 여사친이 그 전학생을 만난건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그 때 '네가 좋아하는 이민우와 사귀었다'고 으스대는 전학생에게 여사친은 이렇게 말한다.



"너는 이민우와 사귀었다고 으스대지만 결국 헤어져서 이제 다시 볼 수 없지. 그렇지만 나는 그의 친구로 남아 앞으로도 오래 옆에 있을 수 있어."



그때 고개 끄덕이며 그 장면을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이 드라마 때문은 아니고, 나는 어쨌든 아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좋아하는 상대와는 사귀기 보다는 친구가 되자고 마음 먹었던 사람이다. 내게 연애는, 사귀는 것은 언제나 끝을 생각하게 했기 때문에, 사귄다는 것은 언제든 헤어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했고, 그래서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는 그 헤어짐이 오지 않을 친구 상대이고 싶었던 거다. 오, 나여... 나는 도대체 왜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이 오기도 전부터 헤어짐을 생각하고 고통스러워 하는가.... 




그래서 내가 기어코 기어코 사귀지 않으려고 했던 내 인생의 사랑을 나는 그렇게나 친구로 두려고 했었다. 그러니까 연락도 이메일로만 하고 싶었다니까? 아니면 문자메세지나? 그런데 왜 매일 전화를 해가지고 나를 그렇게 만들었어. 내가 분명히 내 생각도 전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하고 헤어지는 거 싫어서 나는 사귀고 싶지 않다고. 그런데 니가 먼저 옆구리 콕콕 찔렀잖아, 그래도 한 번 가보자고, 왜 끝을 생각하냐고, 그렇게 옆구리 콕콕 찔러가지고 내가 안그럴라고 안그럴라고 했는데 사귀었고, 그러다보니까 헤어져서 이제 영영 안보는 사이가 되었잖아, 이 쌍놈아... 내가 그래서 헤어지고 나서 혼자 일자산을 오르면서 엉엉 통공을 했더랬다. 거봐, 내가 안사귄다 그랬잖아, 왜 사귀자 그래가지고 아예 존재 자체를 내 옆에 없게 만들어, 그냥 가끔 연락하는 친구 사이었으면 우리가 계속 연락하는 친구 사이로 지낼 수 있었잖아, 왜 그렇게 그 누구보다 가깝게 옆에 와가지고 아예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느냐고, 왜, 왜, 왜, 왜.......





그래서 리치 경이 부러웠다. 그러고도 살 수 있냐고 묻고 싶지만, 그렇게 살 수 있다니 부러웠다. 어쩌면 리치 경과 슈테른하임 사이에 섹스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관계일지도 모른다. 성인 남녀라면 누구나 알고 있잖아요. 몸을 섞은 사이는 몸정..도 있고 몸이 몸을 기억해서.... 뭐 그래서 이성으로 스스로를 다스리면 좋은 친구 관계 될 수 있지마는..그것은 케바케고 사람나름이라 나는 ... 아니 그래도 지금은 또 나이도 들고 체력도 떨어지고 뭐 여차저차 이러저러해서 친구 할 수 있으니까... 우리의 섹스 잊으면 되니까, 그러면 되니까, 나도 리치경처럼 좋은 영혼의 단짝 되어서 그렇게 매일 안부를 주고 받고 생각도 주고받고, 무엇보다 뒷담화 함께 까고... 뒷담화, 정말, 어떤 뒷담화는 너여야만 되는게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다 이해 못해줘도 너만 이해해주는 그런 게 있단 말이다... 나 잘난척도 하고 싶고 뒷답화도 하고 싶고 그런 영혼의 파트너... 있어서 좋겠어요, 리치 경... 나는 미덕이 부족해서, 지성과 지혜와 검소함이 부족한 욜로족이라서 영혼의 파트너가 없는건가요... 내가 안한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하아 그러면 지금쯤 그 누구보다 영혼의 파트너 되어서 베프 되어서 사이좋게 살 수있었을텐데..



그러나 시간을 돌려서 나에게 다시 선택하라고 하면 그 때도 나는 아마 그 순간 눈을 질끈 감고 친구를 택하는 대신 아마도 그 불길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겠지. 팔베개를 선택했겠지. 누드 팔베개... 인생....... 친구란 무엇이고 연인이란 무엇인가. 우정이란 무엇이고 사랑이란 무엇인가.




다음주 점심 도시락 반찬을 만들기 위해 진미채를 사왔고, 여동생으로부터 레서피를 받아 진미채볶음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써는 걸로 시작해야 한다.




그릇에 진미채를 쏟고 가위를 들어 조솨버릴라고 하는데 엄마가 빽 소리를 지르시며 지금 뭐하냐고, 하나씩 들어서 얌전히 잘라야 한다는거다. 그냥 조솨버리면 안돼? 했더니 그러면 안된다고, 다 고르게 자르지도 못할뿐더러 또 섞인다고, 제발 차분히 앉아서 하나씩 자르라고 한다. 나는 그래서 앉아서 차분히 하나씩 들고 가위로 자르기 시작하는데... 아아 차라리 책을 읽는 게 낫지, 이런 단순노동은 나에게 명상의 시간을 가져다줄줄 알았건만, 과거의 시간을 붙들어와 하나하나 후회를 하게 만든다.


그때 왜 그랬을까

그 말은 왜 했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나는 한숨을 거듭 거듭 쉬었고, 엄마는 옆에서 너 도대체 왜 한숨 계속 쉬냐고 했고, 나는 엄마, 이렇게 가위질을 하노라니, 내 인생의 오점들이 떠올라...했다. 아, 인생의 오점이여. 거기에서 사라지렴. 왜 거기 있는거니. 이렇게 진미채 자를 때 예고도 없이 불쑥 튀어나오면 내가 곶통...



그리고 만들었다. 진미채를!




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어서 좀 짜게 됐지만 그런대로 맛있는 진미채가 완성되었다. 다음주의 점심 도시락은 월요일도 진미채 화요일도 진미채 수요일도 진미채 목요일도 진미채 금요일도 진미채가 될것이다.



이제 포장주문한 족발을 찾으러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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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9-06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마트에서 진미채를 사와서 집에서 만들까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그러지 않기로 결정한 데는 나도 모르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군요. 역시나. 역시 나.

다락방 2020-09-07 07:43   좋아요 0 | URL
진미채는 밑반찬으로 좋잖아요. 저는 엄마가 만들어주는 진미채가 제 입에 썩 좋지 않았거든요. 여동생이 만드는 진미채는 너무 좋았는데 요즘은 여동생을 만날 수가 없어서 여동생에게 레서피 다오, 해서 제가 만들어 보았습니다. 저 도시락 반찬으로 싸왔는데 너무 떨려요. 월,화,수,목,금.. 까지 먹을 수 있을까? 제가 오늘 다 먹어 치우는 건 아닐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지간에 제 인생의 오점에 대해 충분히 반성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만 총총.

수이 2020-09-06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미채 사려고 방금 마트에서 골랐다가 아 이걸 언제 다 찢어;;;; 이러고 내려놓았는데 역시 잘한 선택이었다는 결론!

다락방 2020-09-07 07:44   좋아요 0 | URL
아휴 그냥 과거의 말과 행동들이 저를 후려 갈기는 바람에 마음 수양..같은 건 잘 되지 않았네요. 그렇지만 이번에 맛있게 잘 먹으면 다음에 또 해볼 거에요. 다음에는 고추장을 지금보다 조금 덜 넣어서 좀 더 입맛에 맞게 할 수 있게 되겠지요. 후훗.

바람돌이 2020-09-06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동네 반찬가게가 나보다 진미채를 훨씬 맛있게 만들어줘요.ㅠㅠ

다락방 2020-09-07 07:45   좋아요 1 | URL
저는 울엄마보다 반찬가게가 더 잘하는 것 같아서, 어디 한 번 그럼 내가 해보자! 하게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진미채 비싸더라고요. 페루산 350g 에 8,500 원.... 저만큼이 8,500원어치에요.. .비싸..........
 















여성주의 관련 책들을 읽어오면서 한 번쯤 그 흐름에 대해 정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흐름의 정리를 내가 하는 것은 내 역량 밖의 일일 것 같아 누가 대신 해줬으면 했는데, '로즈마리 퍼트넘 통'과 ' 티나 프르난디스 보츠'가 해줬네. 그렇다면 그들의 노고가 담긴 책을 나는 읽는 것으로써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로 끝나면 너무나 간결한 해피엔딩이겠지만, 이 책은 그렇게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읽기 전에 마련해두고 책을 한 번 휙- 훑어보면서 아아, 뭔가 논문인가..읽을 수 있을 것인가 했는데, 어떤 스토리보다는 역사, 개요에 관한 참고서같은 책이라서 수월하게 읽어낼 수가 없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멤버 한 명은 노트를 꺼내놓고 읽어야 한다고 했는데, 나 역시 다이어리를 꺼내서 메모를 하면서 읽고 있다. 


그동안 읽어왔던 여성주의 책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 책도 서문,서문,서문으로 시작한다. 그중에는 역자인 '김동진'의 서문이 있는데, 그 서문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도 이 책에 실린 다양한 페미니즘 관점 중 가장 좋아하는 관점 혹은 페미니스트를 한 명쯤은 만날 수 있기 바랍니다. -역사서문중, 김동진


저 구절을 읽는데 어떤 기대감이 생겼다. 이 책을 다 읽은 사람들과 너는 어느쪽에 제일 마음이 가? 어디를 지지하는 것 같아? 라는 물음과 대답을 교환하다보면 아주 재미있고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은거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급진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페미니즘, 미국의 유생인종 페미니즘, 전세계 유색인종 페미니즘, 정신분석 페미니즘, 돌봄 중심 페미니즘, 에코 페미니즘, 실존주의 페미니즘, 제3의 물결 페미니즘과 퀴어 페미니즘 등이 차례대로 나와있는데, 현재 제1장 자유주의 페미니즘까지 읽기를 마친 후에 이 책을 읽는 것은 내 생각보다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어떤것인지, 누가 어떤 걸 주장하면서 흘러갔는지도 보여주고 또 그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비판도 들려준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아 그러했군, 하면서 읽게 되었다면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음 역시 맞는 말이야, 하게 되는 거다. 그런식으로 읽다 보면 결국 나는 어느 지점에 제일 가까운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대표는 '베티 프리던'이 있다. 가정주부들의 '이름 없는 문제'를 지적하고 언급했던 페미니스트, 그 유명한 [여성성의 신화]를 쓴 페미니스트. 그 책을 우리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서 함께 읽기도 했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나도 아쉬운 점을 적어두기도 했었다. 그러나 베티 프리던이 그 당시에 그런 책을 쓸 수 있었다는 것 자체는 우리가 환영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모짜르트의 천재성을 보여줬던 영화 [아마데우스] 에서 아주 인상적인 장면을 보았더랬다. 궁중 작곡가인 '살리에리'가 작곡을 하나 하고는 뿌듯해하며 모짜르트에게 들려주는거다. 이거봐, 내가 작곡했어 좋지? 하는데, 모짜르트가 그걸 들어보더니 음 좋긴 한데, 그걸 이렇게 하면 어때? 하면서 거기에 살을 붙여가지고 더 근사한 곡으로 만들어버리는 거다. 한 번 듣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을지를 머릿속에서 파바박 생각해서 살을 붙이는 것은 모짜르트가 천재라는 것에 확신을 더해주는 일화일 것이다. 그러나 '더 좋은 곡'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곡'이 우선해야 했다. 살리에리가 만들어둔 곡이기 때문에 모짜르트는 거기에 살을 붙일 수 있었다. 애시당초 그 곡에 대해서라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은 살리에리다. 그리고 그 유를 더 근사한 유로 만들어 버린게 모짜르트고. 아, 물론 모짜르트는 천재적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작곡가이긴 하지만 말이다.


베티 프리던이 자신의 사상과 책으로 비판과 비난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 비판과 비난을 받았다는 것 역시 베티 프리던의 작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 이런 생각이 있어, 이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야, 라고 세상에 내보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건 이런 점에서 잘못되었어', '그보다는 이런 식으로 나아가야 했지'라고 덧붙일 수 있었다. 결국 처음부터 완벽한 방법을 내보일 순 없지만, 서서히 우리는 좀 더 나은 것을 향해 힘을 모을 수 있게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잘못된 것일지라도 무언가가 존재해야 한다. 베티 프리던은 그 당시에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사람이었고, 후에 사람들은 거기에 살을 붙이고 있다.

비판과 비난을 가득 받을지언정 일단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았다는 것은 그 성과를 인정해줘야 마땅하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는 내가 급진주의 페미니즘에 가장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은 자유주의 페미니즘 밖에 읽질 못해서 확신할 순 없지만, 저자 서문에서의 짤막한 개요들을 읽다보니 나는 어쩌면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더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그 모든 페미니즘들에 대하여 차근차근 다 읽다보면 내가 어느 쪽에 가까운지 좀 더 분명해지리라. 




페미니즘에 대해서 이 공간에 여러차례 얘기하곤 했지만, 나랑 같은 페미니즘을 지향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내게 남을 순 없다. 마찬가지로 나랑 다른 페미니즘을 지향한다고 해서 내가 내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현재 나와 다정하게 지내는 사람들 중에도 내가 지향하는 페미니즘을 페미니즘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나랑 바라보는 바가 같았으나 내가 딱히 친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페미니스트는 완벽한 인간, 흠없는 인간이란 뜻이 아닌데,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하는 순간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여러가지를 덧씌우고 억압하고 제약하고 그리고 또 기대를 한다.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줘야지, 라는 식의 억압도 존재하고 너는 페미니스트라면서 거기서 왜 그렇게 행동해? 라는 제약도 들어온다. 나는 이 모든 사건들을 수차례 마주하면서 아프고 고통스럽기도 했다. 갈등과 번민도 있었지만 정말 끔찍하고 싫은 기억도 있다. 어떤 순간들의 선택에는 후회하고 또 어떤 순간들의 선택에는 내가 잘했다고 쓰다듬게도 되는데, 최종적으로 지금은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을 보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가자고 다짐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인정 자체에 대해 아무런 욕망도 갖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페미니스트가 되는 건 아니니까. 설사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말을 들어도 아 임 오케이. 페미니스트라는 정체화나 타인의 인정같은 게 내게 중요치 않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그보다는 내가 보는 방향을 향해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참고서 같은 책을 읽는 것은 매우 힘겨운 시간이 되겠지만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또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기대되고 친구들과도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될지 궁금하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읽기는 마쳤고(그렇다고 모든 걸 다 습득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음은 급진주의 페미니즘 차례다. 그렇지만 오늘은 자유주의 까지만 읽고 마쳐야지. 머리도 좀 쉬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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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9-06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많은 사람의 다양한 생각을 하나의 이즘으로 묶는 것 자체가 무리죠. 가장 진보적인 사상을 가졌던 사람이 자기 집에서는 가장 억압적인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말이죠. 결국 어떤 사람이든 생각의 층위는 다양하고 무슨 이즘이라는건 그것의 대표흐름만을 표현할뿐인듯싶어요. 그래도 그런 분류가 필요한건 그속에서 내가 동의하는 생각 그리고 삶의 방향들을 더 쉽게 찾아낼수 있는 길잡이정도로러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어려운 책은 읽기 싫어서 그냥 다락방님을 비롯한 다른분들의 글을 눈팅하는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네요. ^^;;

다락방 2020-09-07 07:4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바람돌이님.
어제 이 책의 2장 급진주의 페미니즘을 읽는데, 그걸 읽으면서도 또 제가 백프로 급진주의와 같다고 생각하지도 않게 되었거든요. 앞으로 남은 장들을 읽으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바라보며 나아가는게 다른 사람들과 언제나 일치할 순 없는 것 같아요. 세상은 워낙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살고 또 처한 상황도 역시 다르니까요.
바람돌이님, 책을 읽으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면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책을 읽고 쓴 글을 읽는 것도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면 ‘그 책이 정말 이렇게 말했나‘ 라는 의심이든 ‘그 책에서 이런 좋은 말을 하다니!‘라는 궁금증이든 어떻게든 책으로 다가설 수도 있게 될테고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는 것은 그대로 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

syo 2020-09-06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 모차르트는 살리에리가 좋은 곡을 만들지 않았어도 바로 더 좋은 곡을 내놓을 수 있었을 거예요.... 물론 그렇게 만든 곡은 살리에리의 곡을 바탕으로 한 곡과 전혀 다른 곡일 테지만, 오히려 처음부터 모차르트가 만들어서 훨씬 더 좋은 곡일 확률도 없지 않아요.

천재와 수재의 차이는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천재 좋겠어-_ㅠ

다락방 2020-09-07 07:42   좋아요 1 | URL
맞아요, 모짜르트는 너무나 쉽게(영화여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살리에리의 곡을 변형시켰어요. 그건 그 사람의 재능의 극히 작은 일부일 뿐, 애시당초 무에서 유를 창조한 곡이 살리에리가 만든 곡보다 훨씬 많고 성공했죠. 천재는... 뭐랄까.. 제가 감히 뭐 어떻게 흉내내볼 수도 없는 저어어어어어어어기 어디쯤에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천재로 산다는 건 어떤걸까요? 어쨌든 지금 내 삶과는 다르겠죠.... 이건 아닐거야, 이건....... 하하하하하.

- 2020-09-08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빨리 읽고 싶다...!!!...

다락방 2020-09-08 08:27   좋아요 1 | URL
저도 그 다음장도 빨리 읽고 싶은데 어제는 다른 책 읽느라 멀리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