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이고 있었다. 핸드폰의 지도를 보고 가만있자, 3번 출구라고 해서 3번으로 나왔는데 그 다음 어느 쪽으로 가는거야.

지도를 보고 가려면 지도에 그려진대로 나를 맞춰야했다. 이 건물과 저 건물 사이의 골목길로 핸드폰의 방향을 일치시켜야만 내가 목적지를 향해 오른쪽으로 가야할지 왼쪽으로 가야할 지 알 수 있으니까. 그런데 어제는 지도랑 내가 서 있는 곳을 일치시켜 방향을 잡으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 뭐여..그러니까 이게 여기라는거여 저기라는거여..핸드폰을 요케요케 바꾸고 있는데, 나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한 친구가 어쩐 일인지 뒤를 돌아보다가 길바닥에 멈춰서 핸드폰을 요케요케 돌려가며 움직이지 않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고, 나는 그렇게 친구가 가리키는 대로 쫄쫄 뒤따라가서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친구는 지도를 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여기 전에 와봤어? 친구는 아니라고 했다. 아까 지도 봤잖아, 라는게 친구의 대답이었는데, 아니, 어떻게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지도 한 번 보고 끝내버리는가... 대단하다.........


나는 지도를 볼 수 있다. 지도를 보고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지도를 보고 길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린다. 그냥 지도보다는 네비게이션을 걷는 모드로 해놓고 따라가는 게 좀 더 쉬운데, 왜냐하면 그 경우에는 네비게이션 상에서의 내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목적지가 왼쪽에 있는데 내가 그쪽을 향해 가는지 아니면 반대쪽으로 걷고 있는지 금세 파악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정된 지도라면 얘기가 다르다. 일단 내가 어디 서있는지 파악해야 하고 그 다음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해야 한다. 내가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찾기 위해서는 긴 시간 지도를 들여다보고 주변 건물을 보면서 아, 그렇다면 지도의 방향이 이렇게 되는구나, 지도의 방향과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치시키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지도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중간중간 오케오케, 여기 맞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주 많이, 으이크, 왜 여기까지 왔지? 목적지랑 전혀 상관없는데? 하는 일이 벌어져버려, 나는 왔던 길로 돌아가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제의 친구처럼, 일단 지도를 한 번 스윽- 보면 방향을 제대로 찾아내는 친구들이 있다. 나랑 같이 여행을 다니는 친구는 지도를 보고 나면 머릿속에 그게 똭 새겨지는 모양이었다. 한 번 보고나면 여기서 저기로 가서 저기로 가라고 나오는데, 이 골목으로 가면 좀 더 빠를것 같아, 막 이런게 돼? 칠봉이도 그랬다. 목적지까지 내가 지도를 보며 안내하고 있는데 가도 가도 안나오는 것 같고, 아아 나는 또 헤매이는가, 쪼그라들어 있으니 줘봐, 하고 지도를 보고서는 맞게 가고 있네, 하면서 성큼성큼 가버려...



대전의 수목원에 갔을 때였다. 그 때의 동행과 나는 수목원을 걷다 나와서 버스를 타기 전까지 한두정거장을 좀 걷기로 했는데, 우리가 가는 방향에 맞춰서 나는 핸드폰을 자꾸 고쳐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앞으로 가면 네비게이션 안의 나도 앞으로 가야 하는거야. 가리키는 방향이 뒤쪽인데 내가 앞으로 가고 있으면 내 사고가 응용을 못해. 그걸 보고 동행이 막 웃었다. 너 똑똑한데(이 친구는 나를 되게 똑똑하다고 생각해준다. 좋은 사람 ♡) 지도는 못보는 거 너무 웃겨, 하면서. 본다니까? 다만, 방향을 일치시켜야 할 뿐이야...



뉴욕에 갔을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그러니까 식당에 갔는데 밥을 다 먹고 나서 나가야 할 때, 출구가 아닌 커다란 유리창 앞에 가서 문이 왜 안열리지? 갸웃 거리고 있었던 것. 그러자 동행이 빵터져서 '너 거기서 뭐하나 했어, 우리 여기로 들어왔잖아' 하며 다른 문을 가리키는 거다. 나는 한 번 간 곳, 처음 간 곳에서는 너무나 헤매인다. 들어갔던 문으로 나가는 것도 못해... 내 여행친구와 칠봉이는 며칠을 함께 묵던 호텔에서조차도 객실 밖을 나서면 엘리베이터가 어디있는지 방향을 알려줘야 했다. 문밖에 나오는 순간 나는 난 누구 여긴 어디? 이렇게 되어버려. 나와 함께 낯선곳에 자주 갔던 이들은 걍 으레 그렇듯이 나를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향으로 인도한다. 자연스럽게. 어깨를 잡고 혹은 손가락으로 방향을 표시하면서.



오늘 아침에 갑작스레 이런 일들이 떠오르면서,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그 과정이, 그러니까 목적지에 가기 전에 주변에 뭐가 있나 살피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러다 가면서도 수시로 내가 맞게 가고 있나 혹은 틀리게 가고 있나를 들여다보는 그런 과정들이, 내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도를 보고 목적지로 가는 것이 자신의 삶과 비슷하다, 라고 모두에게 적용시킬 수는 없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비슷하다. 특히나 자꾸 수시로 멈춰 내가 맞게 가는가, 길을 잘못들진 않았는가 살피는데 있어서는 더 그렇다. 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 앞에서 내게 몇 번이나 되묻고, 시간이 좀 지난 후에는 '시간을 돌려도 다시 그 선택인가?' 또 멈춰서기도 하니까.


다른게 있다면 어제의 친구처럼, 내 여행친구처럼, 내가 길을 찾지 못한다는 걸 알고 누군가 도와주는 것은, 정말로 지도를 보고 길을 찾을 때 뿐이라는 거다. 여행지에서도 나는 서투른 영어로 길을 묻고 낯선이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서는 딱히 방향에 있어 도움을 받게 될 일이 없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운이 좋은 누군가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앞으로 착착 나아가고 또 누군가 끌어주거나 밀어주거나 방향을 가리켜 줄 수도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그런 식의 방향에 대한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마도 남들보다 더 느리지 않나, 라는 생각을 수시로 하게된다. 여기까지 그리고 지금까지 다 내가 찾아냈고 내가 들여다보고 내가 멈춰서고 내가 걸어서 왔으니까. 앞선 누군가가 나를 보고 여기로 가면 어때, 이건 어때 라는 식으로 수많은 인생의 방향에 대해 알려주었다면 나는 전공을, 직업을, 취미를 다르게 갖게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내가 지금 서있는 이 자리를 싫어한다거나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나에게 수시로 물었던만큼 내가 여기까지 잘 왔다고 생각하고 또 많은 선택들에 있어서 정말 잘했다고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기도 한다. 다만, 이것이 내가 원하는 방향이었다면 조금 더 빠르게 갔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하는거다. 인생에 있어서 기쁜 순간 행복한 순간 평온한 순간들이 찾아온다면, 그건 좀 더 빨리, 가급적 더 이른 나이에 찾아오는게 좋지 않을까. 순간의 판단 실수로 어떤 관계에 대해서 혹은 어떤 실적에 대해서는 '하, 그때 그러지 말걸, 내면에서 하는 말을 애써 무시하지 말걸' 하는 후회도 당연히 찾아오지만, 대체적으로는 잘 온 것 같다. 그간 살아온 경험에 의하면 나는 머리로 하는 생각도 중요하지만 내 감각이 말하는 게 더 중요하고 더 옳은 방향을 가리킨다고 생각한다. 물론 생각과 감각은 전혀 동떨어진 게 아닌, 서로 연결된 것이지만. 내 마음과 감각이 '그러지마' 라고 하는 것을 때때로 머리가 '괜찮아' 하고 억지로 시키려고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도 내 감각에 귀를 기울이는 훈련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점점 더 나아지고 있지만 앞으로 더 나아져야 해. 나는 나를 괴롭히는 결정을 하지 않겟다.




거의 40일만의 외식이었다. 누군가를 만나 함께 밥먹은 지도 오래되었는데, 반가웠다. 세 명이서 각자 다른 음료를 앞에 두었다. 한 명은 소주, 한 명은 맥주, 한 명은 콜라... 하하하하하하하하. 외계인과 섹스해서 지구를 구한 나의 과거의 꿈에 대해 얘기했다가 '너는 한 번이라도 외게인과 섹스할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거야!'라는 얘기를 듣고 아냐, 아냐, 그럴리 없어! 열심히 나를 변호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로이트 까기 전에 프로이트를 좀 알아야 할 것 같아, 얘기했고, 우리 푸코 같이 읽으면 어떨까, 얘기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다보니 어느새 집에갈 시간이 되었는데, 약속장소에서 집이 가까웠단 말야. 지하철 역으로 모두 합쳐 열정거장도 안될텐데, 집까지 한시간 이상 걸렸다. ㅠㅠ

일단 지하철 역에서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린게 8분쯤 되었고 ㅠㅠ 그다음 오금에서 5호선을 기다린게 15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강동역에 도착했더니 마천행이 들어올 예정이래. 상일동행은 안내판에 언제 올지 뜨지도 않아 ㅠㅠ 집에 오니 열한시가 넘어있었고 기진맥진했다.



목적지에 간다는 게 이렇다. 내가 혼자 결정하고 혼자 걸어가는 이 길, 알던 길이라도, 지하철의 아다리가 안맞으면 이렇게 시간이 곱 이상으로 들어버려. 빈번하게 나는, 그리고 우리는, 목적지로 가다가 멈춰 서야 하고 기다려야 하고 길을 잃고 헤매여야 한다.

오늘도 평소처럼 일찍 일어났고, 내 수면시간은 그로므로 극히 짧았고, 바로 몇시간전에 머물렀던 역들을 다시 거쳐서 사무실에 도착했다.




집에서 직장까지의 거리가 편도 한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십년쯤 이걸 반복하다보니, 내 앞으로 남은 직장생활은 얼마일까, 남은 동안이라도 좀 편하게 다니자, 하는 마음이 불쑥 생겨서, 얼마전에는 회사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 가장 싼 집을 알아보았다. 월세를 내서라도 회사 앞에서 다니고 싶다, 그러면 얼마나 편할까, 일어나서 샤워하고 문밖을 나서면 바로 회사야. 그래, 돈 아깝게 생각하지 말고 1,2년이라도 편하게 다니자! 하고 알아보았는데, 모텔같은 원룸, 아주 작은 원룸, 현관문을 열면 바로 그냥 룸 하나만 딸랑 펼쳐진 그 곳이 월세 90만원이었다. 호기롭게 월세가 얼마든 내겠어! 하였지만 90이라는 구체적인 가격을 보자 아니다.... 하게 되었다. 이번 생에서 편한 삶은 이 직장을 관둬야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다시 태어나야지.




좋아하는 다정한 친구가 일전에 '존 버거'의 《결혼을 향하여》를 추천해주어 사두고 아직 읽지 않았는데, 어제 이 책의 개정판 소식을 들었다.

















표지 너무 좋구먼... 이걸로 새로 살까?



궁금한 신간들도 쏟아져나왔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매번 사두고 안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왜냐하면 이것이 지난주이므로...




그러므로 책 안사, 안사, 안살거야, 안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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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9-25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속속들이 잘 몰랐었네요. 전 다락방님이 지도 보고 길을 무척이나 잘 찾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외국 여행도 많이 다니시고 같이 있을 때도 길을 잘 찾으셔서.... 지도 한 번 보고 길 찾는 친구들이 있긴 있더라구요. 전 친구랑 같이 있을 때는, 그 친구가 어떤 친구든지, 핸드폰을 아예 안 꺼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친구 따라가면 되니까요. 며칠을 묵던 호텔방을 나오면 전 반드시 엘리베이터 반대방향으로 돌진합니다. 체크아웃 하는 그 순간까지도요. 저 자신을 믿지 말아야겠나요?

결심과 반대로, 당신은 이번주 내로 또 책을 주문하게 될 것입니다.


다락방 2020-09-25 11:0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에 가서도 사람들한테 엄청 길 물어보고 다녀요. 요즘 구글지도가 잘 되어 있어서 너무 편하고 좋긴한데 그래도 또 어딘가에서는 사람에게 반드시 물어야만 하게되고 그렇습니다. 커다란 빌딩 안에서 상점 찾는게 더 힘들기도 해요. 도대체 어디 붙어있다는 것이여...하고 말이지요. ㅎㅎㅎㅎ
아니, 어떻게 그렇게 호텔바을 나오면 반드시 엘리베이터 없는 방향으로 몸을 트는 걸까요? 몇 번 들락날락 했으면 안그래야 되잖아요? 그런데 왜 어김없이 또 그럴까요? 사실은 침대에 있고 싶다는 잠재의식 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사면 인증하겠습니다. (안됏!)

수이 2020-09-2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보고 저 혼자서 대꾸했습니다. ˝진짜루?!˝ 즐거운 시간 보내셨다고 하니 좋습니다. 귀가하는 여정은 너무 고되었지만 -_-

다락방 2020-09-25 11:03   좋아요 0 | URL
진짜에요, 진짜라구욧!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저도 진짜인지..잘 모르겠어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blanca 2020-09-25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 완전 지독한 심한 길치라 완전 공감해요. 책탑은 ㅋㅋㅋ 난 정말로 11월달에 주문할 거예요. 그렇지만 존 버거의 <결혼식 가는 길>을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두겠습니다.

다락방 2020-09-25 11:02   좋아요 0 | URL
아주 그냥 방향 감각도 없어서 돌아버리겠어요. 그래서 저는 초행길은 예상시간을 좀 넉넉히 잡는답니다. 내가 어디서 어떻게 헤맬지 몰라..
그나저나 존 버거 저 책은 이미 구판으로 가지고 있는데 또 사고 싶어서 돌아버리겠네요. 으으으.
혹시 읽게 되시면 꼭 감상 들려주세요, 블랑카님!!

잠자냥 2020-09-25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 외계인 어떻게 생겼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9-25 11:01   좋아요 0 | URL
에일리언(20%)+프레데터(80%) ......................................


자성지 2020-09-25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라방 님 알라딘 활동은 미미한 편이라 먼저 댓글 달기를 저어했는데 제 서재에 들러줘 감사합니다. 깊은 생각에서 나오는 농익은 다락방 님의 글을 보면서 공감하며 지냈습니다. 저도 방향감각을 잃고 헤맬 때가 많은데 위로가 되네요.

다락방 2020-09-25 13:28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갱년기 관련 글을 보면 너무 공감이 되어서.. 뭐랄까, 나이 드는 것에 대해 막 초조해지고 그러거든요. 뭘 알아야 제 몸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요. 시간이 흐르면 나이드는 건 자연스런 일이지만 시간을 붙잡고 싶어지고 그래요 ㅠㅠ

난티나무 2020-09-2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엘리베이터 반대방향파인데 반가워요.^^
폰의 구글 지도를 보면서 헤매는 거도 똑같고요..ㅠㅠ
그나저나 에일리언 프레데터 라니@@ 우왓 ㅎㅎㅎㅎㅎ

다락방 2020-09-25 13:29   좋아요 0 | URL
엘리베이터 반대방향 왜이렇게 많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어딜가도 엘리베이터랑 꼭 반대방향으로 나갈까요? 그것참 신기하네요. 엘리베이터의 자기장이랄까, 뭐 그런게 저를(우리를) 밀어내는가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님, 지금 이렇게 지구에서 즐겁게 지내시는 건 다 제가 외계인과 그것을 하는 희생을 무릅썼기 때문임을 잊지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0-09-25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방향치.. 찌찌뽕입니다. ㅎㅎ
살다가 길때문에 가장 난감했을 때가 해외나가서 시골에서 버스를 잘못내렸어요. 구글이 일반적이지 않을때라 지도와 머릿속에 넣어둔 기억들을 가지고 찾아가야 되는데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 온거죠. 도대체 거기가 어딘지 알수 없으니... ㅎㅎ 저도 사람들한테 잘 물어보는데 거기 너무 시골이라 사람이 한명도 없는거예요. ㄱ있는거라곤 고양이 한마리 강아지 1마리... 얘들아 여긴 어디니 하고 있었죠. ㅎㅎ

다락방 2020-09-25 22:49   좋아요 0 | URL
아니, 바람돌이님! 해외..시골..버스.... 너무 어려운 삼중어택인데요? 게다가 주변에 사람도 없엇다니.. 저는 주변에 사람 없으면 일단 불안해요. 기본적으로 저는 인간을 좋아하고 신뢰하는가 봅니다. 사람이 있으면 어떤 어려움에도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고양이와 강아지 뿐이라면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그래도 바람돌이님 잘 헤쳐나오셨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알라딘에서 이렇게 댓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흑흑. 잘 헤쳐나오셔서 다행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여기서 만날 운명이었는가 봐요... 데스터니.......(와인 두 잔 함)

바람돌이 2020-09-25 22:56   좋아요 0 | URL
그럼요 한 30분쯤 헤매다 마지막 수단으로 예약했던 호텔에 전화걸었어요. 영어가 안돼서 애먹었지만 어쨌든 나 길 잃었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는데 뭐라 쓰여져 있는 간판 하나 있네. 제발 날 구해줘. 뭐 이렇게요. ㅎㅎ 정말 헬프 미 연발!!! 호텔에서 차 가지고 구하러 와줬어요. 호텔도 쬐끄만 호텔이었는데 엄청 고마워서 딴데 가서 밥 안먹고 그 집에서 끼니 다 해결했어요. ㅎㅎ

다락방 2020-09-26 20:26   좋아요 0 | URL
저도 영어를 못해서 전화로 그 상황을 해결해야 했으면 아오 스트레스 받았을 것 같아요. 제가 실제로 사람을 만나서 얘기하는 거면 손짓발짓 눈빛으로 어떻게든 되는것 같은데 그런거 전혀 없이 전화 통화만으로는 잉글리쉬가 네버 네버 안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 ㅋㅋㅋㅋㅋㅋㅋㅋ 호텔에서 구하러 와줘서 정말 다행이에요. 바람돌이 님이 헬프미 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바람돌이님, 이곳에서 우리 다정하게 오래오래 잘 지냅시다. 앞으로도 어려운 일들을 다 헤쳐나갑시다. 빠샤!!
 
















얼마전에 체호프의 소설을 읽으면서 러시아에서는 소설 천재들이 탄생하는가, 러시아는 소설을 위한 땅인가 생각했는데,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책을 읽으면서 오오, 역시 러시아!! 했다. 이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겠지만, 그러나 러시아 작가들 왜이렇게 글 잘쓰는것인지... 러시아 작가들은 모두 천재인가? 라고 생각했을 때, 빅토리아 토카레바를 만나기 전까지는 모두 남자였다. 체호프도 도스트예프스키도 톨스토이도 모두 남자였잖아. 흑흑. 그런데 러시아는 소설 천국이구먼, 할 때 이제 떠올릴 여자 작가가 있다는 것이 너무 반갑고 기쁘다. 게다가 현존하는 작가인 것이야! 만세!



이 책은 단편 다섯개가 실려있는데 <티끌 같은 나>와 <이유>는 중편에 가깝다.



<티끌 같은 나>의 '안젤라'는 가수가 되고 싶어 오디션을 보겠다고 시골 집을 떠난다. 술만 퍼마시는 아빠와, 알코올중독 때문에 교사직을 그만두고 소 치는 일을 하는 엄마와 함께 살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 모스크바로 떠나게 된 것이다. 모스크바에 가 오디션을 보았지만 떨어지고, 그녀는 가사도우미 일을 시작한다. 일단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다행히 주인집 여자는 영화계로 발이 넓어서 안젤라에게 오디션의 기회를 마련해주는데, 가까스로 피디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나자, 피디는 그녀의 노래가 마음에 든다면서 너의 노래가 필요하니 작곡가에게 곡을 사가지고 오라고 말한다.



"그럼 작곡가에게 돈을 내야 하는 쪽은 나와 선생님 중 누구인가요?" 안젤라가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어떨 것 같은데?" 마에스트로가 지친 목소리로 되물었다.

"내 돈으로 곡을 사서 노래도 내가 부를 거라면 선생님은 왜 필요한 거죠?" 안젤라는 정말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르트노프카 사람들은 다 아가씨 같은가?" 마에스트로가 심문하듯 질문했다.

"선생님은 어떤 분인데요? 머릿속에 온통 쩐 생각뿐이잖아요. 재능이라는 것도 있는데 말이죠……. 커다란 경기장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 중에는 재능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겠죠."

"아가씨가 어떤 생각을 하든 그건 아가씨 자유지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낼 것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스타스가 끼어들었다.

"왜 선생님들은 되고 나는 안 되죠?" 안젤라가 다시 물었다.

"부탁하러 온 건 우리가 아니라 당신이니까."

"그럼 들어온 것처럼 다시 나가 드리죠." 안젤라는 출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문을 나가기 전에 뒤돌아서서 말했다. "그럼 다음에 뵐게요. 그땐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닐 겁니다." 그녀는 자신 있게 호언장담을 했다. -<티끌 같은 나>, P.34-35



안젤라는 티비에 나와서 유명해지고 싶었고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그래서 가난한 동네를, 집을 떠나서 도시로 왔다. 그러나 오디션을 볼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오디션을 보고 노래 실력을 인정받는다 해서 바로 가수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는수없이 그녀는 이 집 저 집의 가사도우미 일을 하면서 돈을 모은다. 작곡가에게 곡을 살 돈이 필요하고 시디로 제작할 돈이 필요하니까. 그녀의 유명해지고자 하는 꿈, 보란듯이 성공하는 꿈은 자꾸만 멀리 달아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그녀는 늙은 부자 남자를 만난다. 자신의 아내에게 질려버린 오십세의 남자가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안젤라에게 반한 거다. 그는 안젤라와 함께 동거하면서 그녀에게 필요한 집과 밥을 마련해주고 그녀의 애인이 된다. 그가 영화감독을 만나 제작비도 후원해주겠다고 안젤라를 출연시켜달라 하고 안젤라에게 집을 사주기도 하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안젤라는 '성공한'걸로 보인다. 부자 남자...




"너 잘나가잖아. 그러니까 나눌 줄도 알아야지. 성경의 십일조처럼 말이야. 성공에 대한 보수라고나 할까."
"내가 성공하다니요?" 안젤라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니콜라이 말이야……."
"아……." 안젤라는 영혼 없이 '아'를 길게 발음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성공이 아닌 자기 자신의 성공을 원했다. <티끌 같은 나> -P.122



안젤라의 꿈은 '부자 남자를 만나 손 하나 까딱않는 삶'이 아니었다. 안젤라의 꿈은 자기 노래 실력으로 가수가 되는 것이고, 자기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사람들 덕에 자기가 유명해지고 성공하는 것이었다. 순수하게 자기 자체로 성공하는 삶.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그녀에게 성공했다 말한다. 젊은 여자가-이제 고작 스무살이 됐을 뿐이다- 쉰 살의 늙은 돈 많은 남자를 만나 돈 걱정 없이 살고 있으니, 아아, 너는 성공했구나! 라니. 그것을 성공이라고 한순간도 생각해본 적 없고, 스스로의 성공을 원했던 안젤라에게는 당황스러운 말이다. 안젤라의 꿈은, 안젤라가 생각하는 성공은 부자 늙은이 만나 팔자 고치는 게 아니란 말이다. 내 스스로의 능력으로 성공하는 삶이었지. 다른 사람의 성공이 도대체 나와 무슨 상관인가, 다른 사람의 돈이 도대체 왜 내 성공이 된단 말인가.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자기의 성공을 원한다한들, 삶이 그녀의 뜻대로 펼쳐지질 않는다.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것도 그녀가 원하는 식의 배역도 아니었고, 보란듯이 성공해 자신을 무시했던 피디 앞에 가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사랑을 찾았지만 그 불같은 사랑과 열정도 그저 찰나의 순간이었다. 부자 남자의 돈은 그녀에게 평생 살 수 있는 안락함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인가 했지만, 그녀의 마음이 그에게 가있지 않은 한 대체 그 돈은 다 어떤 소용이 있단 말인가. 게다가 삶이란 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던가. 가수가 되고 싶어서 왔지, 늙은 유부남의 정부가 되고 싶어서 온 게 아닌데, 가수가 되지 못하고 늙은 남자의 정부가 되었더니 왜 성공했다고 하는거야. 세상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라는 것을, 스무살의 안젤라는 도시에 와 깨닫게 된다. 삶이란 것이 그렇게 내가 마음 먹었다고 그대로 나아가지는 게 아님을 알게 되는거다.

그러나 그녀는 젊다. 깨달은 만큼 성숙할 것이고 성숙한 만큼 또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녀에게는 아직 그녀가 가보지 않은 멀고도 먼 길이 쭉 뻗어 있다. 그 길에서 무얼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한편 안젤라의 늙은 애인인 니콜라이의 아내, '레나'는 어떤가.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지만 남편은 젊은 여자에게로 가 자기에게 오지 않는다. 기다리지만, 그는 점점 더 멀어진다는 것만을 아프게 깨달을 뿐이다. 그 큰 집에 혼자 머물면서 그녀는 외롭다. 늙은 남자는 젊은 여자를 애인이라 사귀면서 보란듯이 자랑하고 다니는데, 왜 나는 젊은 남자를 만나면 안된단 말인가.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직원과 섹스를 한다. 그러나 젊은 남자와의 섹스가 마냥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는 양팔을 뻗어서 팔베개를 했다. 겨드랑이에서 말 오줌 냄새가 났는데, 고약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약초 비슷한 냄새가 강렬했다.<티끌 같은 나> P.145



아아, 하필 섹스한 남자가 겨드랑이에서 말 오줌 냄새 나는 남자란 말인가... 그녀의 연애는, 그녀의 뜻대로 되질 않는데, 왜냐하면 사실 남자란 게 다..그모양이기 때문이다. 함께 스키장에 가서 없는 객실 나도 다오, 실랑이를 한참 하고났더니, 이 젊은 남자는 다른 사람과 실컷 놀고 있는게 아닌가. 왜 이 돈을 쓰는 것도 이 고생을 하는 것도 나여야 하지? 그녀는 그 호텔에 그를 두고 그냥 가버린다. 말 오줌 냄새 났을 때 그냥 버리지 그랬어요.....






첫번째 단편 <티끌 같은 나>가 '안젤라'의 젊고 찬란한 어느 한 시절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유>는 '마리나'의 전 생을 보여준다. 부모님의 무관심속에 동네 마당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을 거쳐 훤칠한 미남의 '옆에 있던 친구'와 결혼한 젊은 시절을. 그러나 남편은 마리나에 대해 계속 알고 싶어하면서 아이만 낳게 하고 돈을 벌어오지 않았어.. 마리나가 자꾸 돈 벌어오라고 하자 남편은 바람을 핀다. 결국 돈 버는 것도, 가사노동도, 육아도 모두 마리나의 몫이었고, 그런 마리나가 빡쳐서 섹스를 안해주자 남편은 다른 여자 찾아 집을 나가버려. 아아, 인생이란 무엇인가. 그런 그녀의 앞에 오오, 인생사랑이 등장하니... 마리나의 입을 빌면 '흰 셔츠에 하얀 이와 밝은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P.194)', 오마 샤리프였다. 그런 그가 그녀에게 반했다, 그런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 이 둘의 관계는 잘못 걸려온 전화로 시작된 것인데, 그렇게 통화하다가 만나기로 하고, 그러니까 서로가 서로를 알아봐야 하잖아? 그래서 마리나는 숄을 두르고 있기로 한다.



"이렇게 하죠. 저는 흰색 바탕에 검은색 도트 무늬가 있는 숄을 두르고 있을 겁니다. 만약 내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지나가세요." 마리나가 상황을 정리하여 제안했다. -<이유>, P.193




그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그녀에게 반했고, 그녀와 사랑한다.

오오 그의 이름 루스탐.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아제르바이젠 남자인가요. 루스탐과 마리나는 뜨겁게 사랑한다. 아주 뜨겁게 사랑한다. 겁나 뜨겁게 사랑한다. 얼마나 사랑하냐면, 교사로 근무하는 마리나의 학교에 수업 시간에도 찾아가서 마리나의 얼굴을 본다니까?



루스탐은 트렌치 코트를 낚아채듯 들고 밖으로 뛰어 나가서는 전차에 올라탔다. 20분 후에는 그녀의 학교 근처였다. 그는 벤치에 앉아서 고개를 들고 시선을 2층에 고정했다. 마리나가 창가로 다가왔다. 루스탐을 발견하고는 그녀 역시 시선을 그의 눈높이에 맞췄다. 그들의 시선이 만나는 자리에 엄청난 양의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 전기장에 모기나 딱정벌레가 앉는다면 그대로 죽어서 떨어질 것이다.
마리나는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교장 눈밖에 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마리나는 그들의 사랑과 아무 연관도 없는 아이들에게 '새 한 마리 그리기'같은 과제를 주곤 했다. '나는 어떻게 여름을 보냈는가?'라는 주제로 작문을 쓰라고 할 때도 있었다. 그러고는 또다시 창가로 가서 그대로 붙박이곤 했다. 딱정벌레가 그들의 사랑이 만든 전기장에 걸려들면 죽어서 떨어지곤 했다. -<이유>, P.197



아니, 둘 사이에 너무나 뜨거운 전류가 흘러서 모기도 죽을 수 있을 정도라는데, 대체 왜 학교에 찾아가는거야 이 밥통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을 하라는거야 말라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토록이나 뜨거운 열정을 품게한 남자가 교실 밖에 있는데 안에서 내가 어떻게 수업에 열중하냐 이 빵꾸똥꾸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는 집에서 네 일을 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이렇게 뜨겁게 사랑하잖아? 너무 사랑하잖아? 불같은 사랑이잖아? 이당시에 마리나가 애가 둘 있는 여자였지만 총각 루스탐과 이렇게 뜨겁게 사랑하고, 당연히 루스탐의 어머니는 마리나늘 싫어한다. 애가 있는 여자라서이기도 하지만 아제르바이젠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루스탐의 어머니는 루스탐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주는데, 또 이 여자도 나쁘질 않아? 그래서 루스탐은 그녀와 결혼을 하고(네?) 두집 살림을 산다. 이런 염병할..그러면 죽을 죄를 지었다, 내가 너 몰래 결혼을 했어, 엄마가 시켰지만 어쨌든 했지, 이제 우리는 못만나 굿바이, 하고 작별인사를 해야 하잖아? 그러나 그는 마리나를 속인다. 결혼하지 않은 것처럼, 결혼한 적 없는 것처럼, 일주일에 두 번만 마리나를 찾아오면서...그렇게 이 연애를 지속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연애도 끝나고. 마리나는 늙어가고 자식들은 다 자라서 뿔뿔이 흩어지고, 그런데 자식들이 또 엄마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니까, 저 사람하고 결혼해서 돈 많게 좀 지냈으면, 했지만 자식들도 다 가난한 사람과 결혼해서 가난하게 살아. 똥꼬가 찢어진다. 마리나는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두면 그 돈을 자기를 위해 쓰지를 못해. 그래서 돈을 내가 벌면 내가 쓰면서 살아야 한다니까? 다 모아봤자 내 고생은 지속되면 이것이 뭐여, 이것이 인생이여?




마리나가 오갈 데 없이 되었고, 그런 마리나가 생각한 해결방법은 남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있다면 내게 머물 곳이 생기고 먹을 것이 생긴다. 그러니 누군가 있어야 한다,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그녀에게 남자를 소개시켜주겠다는 사람이 있다. 그래, 만나자, 만나보자. 그녀는 그 남자와 전화통화를 하고 만나기로 한다. 그 옛날 젊은 시절 루스탐을 만났던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어떻게 알아볼까요? 남자는 양손에 신문을 들고 있겠다고 한다. 자, 가자, 고고씽. 누구든 상관없어!




마리나는 전에 루스탐을 만나러 갈 때처럼 약속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도트 무늬 숄 대신 절반쯤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가릴 요량으로 베레모를 썼다.

마리나는 기차역에서 나와 지하철역까지 걸어갔고, 도착하기가 무섭게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비치 씨를 발견했다. 그는 회색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큰 키에 필통처럼 직사각형 같은 사람이었다. 흰 머리는 단정하게 빗어서 뒤로 넘겼으며 회색빛 얼굴에 콧날이 오똑했다. 꼭 고인 같았다. 전화로 약속한 것처럼 양손에 신문을 쥐고 있었다.

마리나는 멈춰 서지 않았다. 걷는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옆을 지나갔고, 플랫폼까지 걸어가서는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는 바로 출발했다. 마리나는 뒤따라오는 사람을 따돌린 것처럼 기뻤다.

기차에서 내내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 스토리는 과거와 완벽하게 일치하면서도 완벽하게 반대였다. 과거에도 만나기 전에 전화 통화로 목소리부터 들었다. 손에 신문을 들고 있는 것도 그렇고, 운명이 바뀌기를 기대한 것도 그랬다. 하지만 그때는 손을 잡고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뛰었다. 하지만 지근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비치 씨는 세로로 세워 둔 관처럼 서 있었다. 얼굴도 관처럼 핏기가 없었다. 오마 샤리프, 도대체 어디 있는 건가요? 당신은, 내 젊은은, 내 도시는 어디 있는 거죠?

마리나는 새끼손가락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조용히 울었다. -<이유>, P.260-261




오..마리나여...누구든 상관없다고 했잖아요. 누구든 상관없다며. 그런데 왜 도망가, 왜. 왜 그냥 지나쳐, 왜. 왜 루스탐이 아닌 남자는 받아들이지 못하는거야. 왜, 왜, 왜, 왜... 왜 지나쳐, 왜. 왜 도망가. 그 남자는 뭐가 돼 그러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나 슬픈 이야기.



아니, 생각해봐. 내가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나 역시 상대를 모르는데, 내가 생수 두 통을 들고 서있을게요, 하고 서있는데, 그런데 나를 알아본 상대가 나를 보고서는 으힉, 이를 어째, 나 아닌척 지나가자, 하는 건데, 이거 너무 슬프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일전에 페이퍼 쓴 적 있지만, 저 도망가는 마음 뭔지 너무 잘안다, 진짜. 나도 도망갈라 그랬어. 물론 내가 도망간 이유는 상대의 외모에 실망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기 때문이었다. 여자인줄 알고 나갔는데 남자가 있어가지고, 도망가자, 하고 그대로 나 아닌척 지나쳐서 지하철역으로 쏘옥- 들어가버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에 대해서는 이 페이퍼에 자세히.. ☞ https://blog.aladin.co.kr/fallen77/11831915 )



마리나, 도망갔네요. 도망갔어요. 결혼한 사실 얘기하지 않고 두집살림한 남자 그리워하느라, 도망갔어요. 그렇지만 만약 루스탐이 아무리 그립다고 했더라도, 그 때 양 손에 신문을 들고 서 있었던 남자가 다니엘 헤니 같았다면... 마리나도 내려서 그의 앞에 서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인생 드럽구나 내가 갈 곳은 없구나 나는 불법체류자가 되고 난민이 되고 갈 곳이 없어 외롭다 주변에 사람도 없어 자식도 없고 손주와도 함께살 수 없고 나는 모두에게 민폐구먼, 나는 이제 어쩌나, 쓰러진 나무에 걸터앉은 그녀에게 비슷한 또래의 부자 여자 닥터를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렇게 마리나는 그녀의 집안 일을 봐주면서 또다시 돈을 벌고 먹고살 수 있게 된다. 마침 닥터도 외로웠던 터라 퇴근 후에 누군가 음식을 차려주는 것도 참 좋아. 그런데 마리나, 그녀는..좋긴한데.. 외로움도 달래주고 수고했다고 따뜻한 음식도 차려주기는 하는데, 도통 남의 물건을 사용할 때 허락을 받을 줄을 몰라...허락 좀 받고 사용하라고 말하면, 너는 많은데 이게 아까워? 이러고 있다.. ㅠㅠ 마리나여...



"나한테 먼저 허락을 구할 생각은 못 하나 보지?" 안나가 살짝 언짢은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이게 아까운 건 아니죠? 사모님한테는 이런 상자가 발에 밟히잖아요." 마리나는 정말로 놀란 듯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인에게 먼저 허락을 구하는 것이 순서였다. - <이유>, P.294



마리나여, 많게 가지고 적게 가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에 손을 댄다면 손을 대기 전에 미리 물어야 합니다. 허락을 구해야 해요. 마리나는 살면서 한 번도 많이 가진 적이 없어서 누군가가 허락을 받고 마리나의 물건을 사용한 적이 없다. 그러니 허락을 구하고 물건을 사용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 이 일을 어쩌면 좋아. 그런데 이렇게 여태 살아왔다.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거쳐 중년의 삶을 살고 있어.



마리나의 이야기 혹은 삶이 여기서 끝나는가 하면 아아, 이야기는 여기서 막을 내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마리나가 그렇게 사랑했던 그렇게 기다렸던 사람과의 재회, 한번쯤 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가 어땠는지에 대해선 비. 밀. 그녀와 왜, 어떻게 재회했는지도 비. 밀. 그것은 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빅토리아 토카레바'는 '로맨스 코메디' 소설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는 것. '빅토리아 토카레바'는 인생의 어쩔수 없음, 비루함, 내 뜻대로 되지 않음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썼다는 것, 인간은 누구나 다 부조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



이쯤하자.




좋은 소설을 읽으면 읽으면서도 좋지만 다 읽고 나서도 너무 좋고 짜릿하다. 얼마전에 친구의 글이 좋아 '오늘 네 글 좋네' 했더니, 친구가 읽은 소설을 언급했다. 그 소설 읽었더니 이런 글을 쓰고 싶어졌어, 라고. 역시 소설 만만세다, 라고 내가 결론 내렸는데, 소설을 읽노라면 소설 속의 이야기에 흠뻑 빠지기도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보여주는 게 다른 곳의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이기에 나 역시 이곳에서의 내가 사는 삶을 떠올리게 된다. 나와 다른 것들 그리고 나와 같은 것들에 대해서.


어릴적에는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화목하게 온 가족이 하하호호 웃으면서 사는 삶이 평범한 삶인줄 알았다.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고, 그게 평범한 삶일거라고 짐작한거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항상 그런 식의 가족을 보여주지 않았나. 그러나 어린 시절을 거쳐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사회생활을 지금까지 해오면서 내가 생각했던 그 평범한 삶이야말로 가장 평범과 멀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것 자체도 순탄하게 되지 않을 뿐더러, 사랑에 빠지는 것 자체도 사랑인지부터 되물어야 한다. 사랑이란 이름을 쓴 다른 관계가 아닌지. 혹시 폭력을, 억압을 견뎌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설사 사랑에 빠져서 결혼한 게 사실이라 해도, 그래서 그 다음은? 이라고 물으면 그 다음도 역시 꽁냥꽁냥 행복하다, 하는가도 또 다른 문제다. 가사노동과 육아가 여성에게 집중되면서 그 안에서의 삶은 평등하게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가 만나 아이들을 낳고 부족함 없이 사는 삶이야말로, 이상향에 가깝다. 안나 까레니나의 첫구절처럼,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 니까.



이 책의 책 소개에는 '평범한 여성'이 주인공이라고 되어있는데, 정말 그렇다. 평범한 여성은 세상을 쉬이 살아가지 못한다. 물론 모든 인간이 쉽게 살 수 없겠지만, 내 꿈은 여러차례 내 의도와 다르게 좌절되고, 내가 인간으로서 가진 능력보다는 내 육체라는 여성성이 사람들의 눈에 부각되며, 내가 여성이라는 육체로 돈을 벌기를 사회가 강요한다. 사랑이라고 찾아오는 남자들은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원하는 건 자기만 생각하는 삶이고, 내가 아무리 이 남자를 사랑한다 해도 순간순간 '이건 아니잖아'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럴때마다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그래도 이정도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넘겨가고 있고. 사실, 나는 이제 이런 거 그만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빅토리아 토카레바는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 평범한 여성들의 쉽지 않은 삶. 뜻대로 되지 않는 삶,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데 자꾸 태클 걸리는 삶.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도 좋을듯하다. 오래전 알라딘이라면, 이런 책이 나왔을 때 머릿속에서 이 책을 좋아할 것 같은 사람들 떠올리며, 누구누구누구가 이 책 좋아할 것 같다, 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후훗, 이 책에 대해서라면 소설을 좋아하는 누구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굳이 타겟을 정하자면, 징구 좋아했던 사람, 러시아 소설 좋아하는 사람, 로맨틱 코미디는 영화에서나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 정도가 되겠다. 음화화핫.



나는 빅토리아 토카레바가 너무 좋아서, 오호라, 좋군, 하면서 씐나는 마음으로 토카레바의 소설을 한 권 더 장바구니에 넣었다. 찾아 읽을 작가가 있다는 것은 몹시 짜릿해. 만세만세 인생만세다.




















그녀는 두 부류의 남편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부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고, 두 번째 부류는 돈 많은 남자였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남편은 아내한테 붙어서 살아간다. 그러면 여자는 둘이서 함께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물론 힘든 일이다. 반면 돈 많은 남자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무례하며 결국은 아내를 버린다. 무거운 짐을 홀로 지고 가는 당나귀로 살 것인지, 자기를 마구 짓밟고 척추를 부러뜨려도 참고 살 것인지 선택은 자기의 몫이다. 물론 지조와 성공 두 가지를 갖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잏는 법이다. <티끌 같은 나> - P96

니콜라이는 안젤라를 끌어안았다.
"오늘은 안 하면 안 돼요? 그럴 기분이 아니에요." 안젤라가 부탁했다.
"자기는 조금 있으면 스무 살이잖아. 앞으로 기회가 얼마든지 많지만 난 하루하루가 소중하다고."
"알았어요……."
안젤라는 한숨을 쉬고 나서 그가 원하는 자세로 누웠다. 속으로는 ‘인도적 지원이라 치자. 적십자.‘라고 생각했다. <티끌 같은 나> - P129

레나는 마음속 깊이 니콜라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가 없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들의 삶도 바다 위 두 개의 얼음 덩어리같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고 있었으며, 둘 사이의 간격은 점점 더 넓어질 뿐이었다. 이젠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뛰어 건널 거리를 넘어섰다. 게다가 이젠 그들의 가정사가 담장을 넘어버렸다. 사실은 가장 속상한 일이었다.<티끌 같은 나>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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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9-2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에 정말 천재 작가 많죠. 정말 그래요.. 아 러시아란 무엇인가.... 무엇이 이렇게 소설 잘 쓰는 사람들을 만드는 것인가... 암튼 빅토리아 토카레바는 동시대 여성이라 더 좋습니다요. 앞으로도 번역 많이 되면 참 좋겠어요-
전 지만지에서 나온 토카레바 단편집도 전자책으로 사놨는데요, 읽고 나면 좋은지 알려드릴게요. 뭐 당근 좋겠지만 ㅋㅋㅋㅋ

다락방 2020-09-23 11:40   좋아요 2 | URL
너무 좋아요, 잠자냥 님. 인생이 뜻대로 살기 힘든 거라고 말하지만, 그러나 여기에 끔찍한 범죄가 끼어들진 않잖아요. 잔인한 폭력을 보여주는게 아닌데도 여성들에게 삶이 그 자체로 후려칠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거라서 너무 좋아요. 토카레바 알게된 건 잠자냥 님 덕입니다, 감사해요! 그렇지만 그런 잠자냥 님 서재를 내가 찾아냈고 내가 즐찾했고 내가 리뷰를 읽었고 내가 책을 샀지. 결국 제가 잘나서 이런 책을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세!! 앞으로도 잠자냥 님 서재 자주 방문할테니 좋은 책 읽고 리뷰 많이 많이 써주세요. 저는 토카레바를 알게 되어서 씐나요. 소설은 정말 짱이에요. 소설이 최곱니다. 저도 지만지에서 나온 것까지 같이 살까, 하다가 일단 눈사태만 사려고 합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0-09-23 11:46   좋아요 0 | URL
아 미쳐 증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났어 증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9-23 11:4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잘난척 대마왕입니다. 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0-10-26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두번째 단편 끝내고 가슴이 벅차요 ㅠ 너무 잘써 ㅜㅜㅜㅜㅠㅠㅠㅠㅠ

다락방 2020-10-27 08:20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히 다행이다. 재미있어서.
쟝님, [징구]는 읽어봤어요? 이 다음 책으로 징구 추천합니다. 아주 얇은 소설이라서 금세 읽힐거에요. 근데 엄청 재미있어요!! >.<

- 2020-10-27 08:36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가님 있어용? 너무 ㅠ 최고

- 2020-10-26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ㅠㅠ

다락방 2020-10-27 08:20   좋아요 1 | URL
저는 소설 전도사 입니다. 샤라라랑~
 
페미니즘 : 교차하는 관점들
로즈마리 퍼트넘 통.티나 페르난디스 보츠 지음, 김동진 옮김 / 학이시습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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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입문서로도 좋고 이미 다른 여성학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써머리로도 좋다.
정리가 잘 된 여성학의 참고서 같은 책이라 책장에 꽂아두면 요긴하게 꺼내볼 수 있을 듯.
그렇지만 어쩐지 이 책을 읽고 나면 완성된 느낌보다는 더 많이 공부해야 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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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같은 나
빅토리아 토카레바 지음, 승주연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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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는 확실히 소설 천재들이 많이 태어나는가.
여성에 대해서도 삶에 대해서도 그리고 여성의 삶에 대해서도 허투루 써진 구절들이 없다.
찰나의 순간이든 전 생애를 다루든 찬란하고도 보잘것 없는 모든 순간을 녹여낸 책.
무너지지 말고 앞으로 가자고, 꺾이지 말자고 꾸욱 눌러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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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9-22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는 의욕 생길 때... 첫만남을 앞두고 상대의 외모 확인한 다음에 그대로 자기 아닌 척 도망가버린 거 써야돼. 전기가 흐르는 사랑이랑..... 지금은 힘이 없다.

잠자냥 2020-09-22 16:4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이 책 안 읽은 사람은 알 수 없는 내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대합니다.

다락방 2020-09-22 16:45   좋아요 1 | URL
도망가는 거 너무 예의 아니지만 뭔지 알겠고 막 그래요 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rasibaya 2021-01-13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티끌 같은 나‘를 번역한 승주연입니다. ^^ 티끌 같은 나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21-01-13 07:47   좋아요 0 | URL
오, 안녕하세요, 번역가님.
제가 이 소설을 막 추천해가지고 친구들 사서 읽고 그랬답니다? 후훗.
좋은 소설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부탁드려요!

krasibaya 2021-01-14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감사합니다 ^^ 2월 말에 은행나무출판사에서 러시아 베스트셀러 한 권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락방 2021-01-14 07:55   좋아요 0 | URL
네, 잘 알겠습니다!!
 















각 사상들에 대해 정리를 하고 싶지만 그럴 깜냥은 안되고 누군가 정리해준다면 좋겠다고 늘 기다리던 차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몇년간 강의를 따라다니면서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흩어졌던 조각들이 이 책으로 하여금 정리될 수 있었다. 물론, 더 제대로 머릿속에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러번 읽어야할 것 같지만 말이다.


읽기전에 내가 가장 크게 지지할 수 있는 건 급진주의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아닐까, 짐작했는데 역시 그랬다. 그러나 자유주의부터 마지막의 제3의 물결까지, 내가 온 마음으로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백프로 지지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가장 많은 부분은 급진주의에 그리고 또 어떤 부분은 사회주의에 어떤 부분은 에코페미니즘에 동의했다. 정신분석 페미니즘 읽을 때는 이것이 페미니즘과는 좀 멀다고 생각했고(나는 프로이트가 너무 성에 편집증적인 것 같아서 영...), 가장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 지지를 딱히 보내게 되지 않는 건, 마지막의 제 3의물결 페미니즘, 퀴어 페미니즘 이었다. 이성애에 대한 전복적 시선은 유의미하지만, 내 경우에는 언제나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여성 대부분 그리고 여성으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그들을 위해 가장 나은게 무얼까, 라고 했을 때 제3의 물결과 퀴어페미니즘이 딱히 그들의 자유를 위해, 비성적대상화를 위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질 않았다.


일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가장 크게 관심을 두는 게 무엇인지, 가장 크게 개선하고 싶은게 무엇인지에 따라 지지하는 사상에 대해서도 당연히 차이가 생길 것이다. 나는 여성과 아이들을 향한 성폭력과 성적대상화에 가장 큰 관심이 있고 가장 먼저 없애고 싶다. 여기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하다보면 결국은 급진주의 문화 페미니즘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페미니즘에 대해 좀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숱하게 강의를 따라다니고 숱한 책들을 읽고 생각하면서 결국 나는 이렇게 되었다.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것,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결코 완벽한 인간이 된다는 것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여성도 인간이라는 것, 남성과 동등한 기회 및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 평등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딱히 선하고 정의롭고 어떤 일에서나 옳은 선택을 한다는 것이 결합되진 않는다. 인간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불완전했고 부조리했는데, 페미니즘을 알고 접한다고 해서 딱히 완벽하게 조리있는 인간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개인적 특성, 그 사람이 인간으로 가졌던 특성은, 페미니즘을 알기 전이나 후에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게으른 사람은 여전히 게으르고, 뒷담화 하는 사람은 여전히 뒷담화 하고, 집착하는 사람은 여전히 집착한다. 징징대는 사람은 여전히 징징대고,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은 여전히 약속을 잘 지키지 않으며, 거짓말 하는 사람은 여전히 거짓말 한다. 여기에서 했던 말 저기로 옮기고, 저기에서 했던 말 여기와서 옮기는 입 가벼움도 페미니즘을 접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을 뿐, 결코 완벽해지지도 않고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사람, 페미니스트에게 그들이 완전한 애정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페미니즘을 접하기 전에도 여성과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들을 괴롭히는 게 너무 싫었고, 그 상대들이 대부분 남자들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런 성향이 페미니즘을 만나면서 좀 더 강화되고 또 원인을 분석하고 현상을 제대로 보게하는데 도움이 된건 사실이지만,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해보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나라는 인간 자체가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된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게으르고, 입이 가볍고, 말 전하는 걸 좋아하고, 사적인 비밀을 쉽게 폭로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을 싫어한다. 개인의 영역을 존중하지 않는 것도 싫고 집착하는 사람을 보는 것도 끔찍하며 치대는 인간도 싫다. 내가 페미니스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가졌던 성향이고, 페미니즘을 알고 나서도 변함없는 나의 성향이다. 나를 괴롭히는 인간들은 여전히 나를 괴롭힌다. 내가 페미니스트였을 때도 그리고 그 전에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싫어하고 또 새롭게 나를 싫어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나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내가 하는 다소 과격한 주장들에도 여전히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또 새롭게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나라는 인간을 보고 그렇게 된것이다. 나는 기존의 나이고 페미니즘을 알고 나서는 페미니즘을 아는 변함없는 나이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어떤 인간이기를 인정받고 싶어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보든 말든 니 마음대로 해라, 나를 싫어하려면 그 역시 네 멋대로 해라, 나는 너의 인정도 관심도 필요없다.


나는 내가 내리는 결정들이 여성과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것이기를 원하고, 그걸 생각하다보면 결국 급진주의 페미니스트가 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짓밟게 하는 계기가 된다.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너는 페미니스트잖아' 라면서 이상한 방식으로 다양하게 나를 괴롭힌다. 내가 무시할 수 있는 성차별주의자들이라면 상관없는데, 그렇지 않은 인간들이 그걸 이용하려고 들때면 몹시 괴로워진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와 이수정 이 롤모델이 되어버린 것 같다. 스스로 여성주의자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 거기에 대해서는 딱히 큰 관심을 주려하지 않는 사람. 그러나 가는 길이, 하는 행동이 다른 여성들에게 모범이 되는 사람. 그 존재 자체로 열심히 공부하고 행동하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사람.



사상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책을 읽는건 매우 유익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시대적으로 정리한 책을 좀 더 보고 싶다.

언제나 그렇듯이 좋은 독서였다.

이번달에도 어김없이 기한 안에 완독했다. 졸라 멋져... 셀프 쓰담으로 페이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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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1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1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0-09-2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날이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듯 해요. 체계가 없는 독서를 하면서도 굳이 체계를 세워 읽어야만 길이 있는 건 아닐거야_ 그런 고집을 피우면서 살았는데 여성주의를 함께 읽으면서부터 체계를 세워 구체적인 독서를 하고싶다는 마음이 강해지고 있어요. 두꺼워서 늦게 읽기 시작해서 바들바들 떨었는데 좋은 책인지라 집중도 있게 쑥쑥 잘 읽혔어요. 고마워요, 다락방님. 덕분에 힘을 받는 느낌인지라. 점심 맛나게 드시고 10월 도서로 만나요 두근두근.

다락방 2020-09-21 12:41   좋아요 0 | URL
다른 책들도 그렇겠지만 페미니즘 책들은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차곡차곡 내 안에 쌓이는 것 같아요. 그건 결국 다른 페미니즘 도서들을 읽을 때 튀어나오더라고요. 읽는 그 당시에 바로 즉각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할지라도, 다른 페미니즘 도서를 읽으면서 ‘아 그 때 그 책이 말한 게 이거였겠구나!‘ 불현듯 깨달음이 오고 그래요. 그 순간순간들이 짜릿하고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서 내 것이 되는것 같아요. 이번 도서처럼 정리가 잘 된 책은 읽으면서도 좋지만 몇 번 더 재독하는게 좋을것 같고 또 일단 한 번 읽어서 아는 이상 다른 도서들을 읽을 때, 아 그 책에서 뭐라했더라, 하고 찾아볼 수도 있을것 같아 책장에 꽂아둬야 할 것 같아요.

이번책 중에 정신분석 페미니즘 읽으면서 프로이트가 너무 싫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애기들한테도 성적인 걸로만 생각하게 만들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 이런 변태새끼가..라는 생각했는데, 우리 10월에 프로이트 입문서 읽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10월 도서로 그리고 글로 만납시다, 수연님.

2020-09-22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9-23 08:20   좋아요 1 | URL
ㅎㅎ 잘난척 되게 꼴불견으로 보일 수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잘난척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더 잘난척하는 다락방이 되도록 하겟습니다. 그러니까 님도 열심히 힘내서 잘난척 하면서 살자. 내 안에 어떤 잘남이 있는지 자꾸 들여다보고 입밖으로 꺼내요. 내가 꺼내면 남들도 아, 저거 쟤 잘남이구나, 한다. 우리의 잘난척 삶을 위하여, 화이팅!!

2020-09-23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