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들에 대해 말하기 위해 페이퍼창을 열었는데 그전에 읽고 싶은 책에 대해 먼저 얘기해야겠다.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는 페미니즘 책을 읽다보면 자주 언급되는 이름이다. 여성학 책, 특히 돌봄노동이나 가사노동 관련 책에서는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기에 언젠가 읽어보아야지 했었는데, 이렇게 [페미니즘의 투쟁] 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다.


여러차례 얘기했지만, 내 서재방에는 '페미니즘' 책장이 따로 있다. 책장 하나가 전부 페미니즘 관련 책인데, 그러다보니 책 제목에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누가봐도 아 여기는 페미니즘 책장이구나, 하게 되는거다.


지난주에 조카들이 왔는데, 큰조카는 오자마자 내 방에 들어가 책들을 구경하면서 미니도서관이야, 하고 좋아했다. 이 책 저 책 꺼내보며 이모, 나 이 책 빌려가도 돼? 물었고 나는 응 그렇게 해, 하고 빌려주었다. 페미니즘 책장 앞에서는 아직 초등학생이인 조카가, 나 페미니즘 알아, 하면서 남자와 여자가 평등하다는 거잖아, 했다. 나는 어떻게 아느냐고 놀라 물었더니, 조카는 헤르미온느가 유엔 연설하는 영상을 보았다는 게 아닌가. 조카는 해리포터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헤리미온느를 좋아한다. 헤르미온느 역을 맡은 엠아 왓슨의 영상이라니 아마 본 게 아닌가 싶다. 아, 유명인의 영향력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이름을 알린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는지를, 세계 곳곳에서 다들 보고 있구나. 그리고 이렇게 알게 되는구나. 

그런 조카와 다음날에 교보문고를 가다 영화 얘기를 하게 됐고 최근에 재미있게 보았다던 [고스터바스터즈]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 영화 처음 나올 때, 남자들이 막 욕했었어. 여자들이 무슨 유령을 잡느냐고. 그러자 나의 조카는 말했다. "그게 뭐야, 그 사람들 페미니즘을 모르네." 

아 조카야... 내 조카야.....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는 친애하는 친구 여러명이 동시에 너무나 좋은 책이라고 추천한 책이다. 사실 판타지..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래 알겠다 바로 얘기하고 1,2권을 주문했다. 걍 한 질 통째로 사버릴까 하다가, 내가 판타지..진짜 별로 안좋아한단 말이야..그래, 너무 모험 크게 하지 말자, 하고 1,2권만 중고로 일단 주문해두었다. 으앗 떨려. 나는 이 책을 잘 읽을 수 있을까?


'김영옥' 외 여러명이 함께 지은 [새벽 세시의 몸들에게]는 요즘의 내가 노화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내 몸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읽어보아야겠다고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이다. 


'월터 르윈'의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은 물리학 전혀 모르는 나... 중학교때 과학 선생님 너무 좋아해서(젊은 여성 선생님), 과학 잘 모르면서 미친듯이 공부해가지고 높은 점수 받았던 것 말고는..선생님 바뀌고 나서는 점수 급하락했던 과학... 과학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래서인지 이과생에 대해서 동경하는 마음이 되고..조금이나마 이과적인 그 어떤 것을 나에게 좀 주자..싶어서, 친구의 추천으로 역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그러나 이렇게 사고 또 읽는다고 나에게 어떤 이과적인 무엇이 스며들까...나 사실 좀 회의적이야..... 그래도 안읽는 것 보다 낫겠지. 아니, 안 사는 것보다 낫겠지...(정말?)

음..그런데 열심히 공부해서 점수 잘 받았다는 건, 나에게도 과학을 잘 할 잠재력이 있다는 거 아닌가? 나 그냥 '나는 못해'하고 안해버려서 일이 이지경까지 되어버린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구먼.



그리고 연휴동안 몇 권의 책을 읽었다.



 '박수현'의 [나는 갱년기다]는, 자신의 몸에 난자가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갱년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 박수현이 쓴 책이다. 갱년기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었지만 막상 갱년기에 대한 책은 많지 않았다고. 그래서 직접 자신의 경험과 또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를 넣어 이 책 한 권을 만들어냈다.


나는 요즘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많이 나고 또 자다가도 땀이 나서 깰 때가 있다. 갱년기 증상 중에 자다가 땀이 나서 깨는게 있다길래, 아, 나 이렇게 갱년기 시작인가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속히 읽고 싶었다. 내가 준비해야 할 게 있다면 얼른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갱년기 증상 중에 우울감도 있다는데, 나는 내게 그런 우울감이 찾아올까봐 두려웠다. 오래전에 생리전증후군으로 극심함 우울에 시달렸던 적이 있었다. 한동안 생리전이면 자살충동까지 생길정도로 우울했었다. 내가 죽어야 된다, 내가 죽어야 끝나..하면서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혔었는데, 생리전증후군인걸 인지하고 약을 먹었고, 운동도 했고, 또 내가 나에게 '이거 생리전 증후군이야, 지나갈거야' 라고 다독이면서 그 시기들을 넘겨서 지금은 생리전증후군으로 우울이 찾아와도 자살 충동까지 생기진 않는다. 생리전 증후군으로 그런 우울을 겪어본 적이 있던 터라, 갱년기에도 그런 우울이 다시 찾아오면 어쩌나 걱정이 된거다.


박수현은 이 책에서 약을 따로 복용하지 않고 또 호르몬 치료도 받고 있지 않다고 했는데, 사람들마다 증상이 다르듯이 증상이 생겼을 때 대응하는 방법도 다르다. 내가 어떤 방법을 쓰든지간에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게 낫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점점 생리의 양이 줄어가는 것도 갱년기가 올 거라는 신호일테다. 땀도 마찬가지이고, 또 호르몬의 이상은 살이 찌게도 만들고 박수현 역시 살이 쪄서 힘들어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갱년기에는 우울감이 가시질 않아 다이어트도 마음처럼 쉽지 않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알고 있다면 모르는 것보다 대처하기 쉬울 것이다. 안그래도 노화가 오는 걸 실감하고 있고 그러니 먹는것도 운동도 좀 더 신경쓰자고 마음 먹었던 터라, 이 책을 읽고나니 내 건강에 그리고 내 몸에 좀 더 신경써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박수현이 이 책을 써준 건 갱년기를 맞이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이 책은 책의 특성으로만 보자면 매우 아쉽다. 저자인 박수현이 출판사를 운영하며 편집까지 해서 이 책을 냈던데, 오타가 너무 수두룩한거다. 내가 쓴 글의 오타를 내가 찾아내기는 역시 어려운 법.. 최근에 읽은 책중에서 가장 분량이 적으면서 가장 오타가 넘쳐났던 책이다. 




'오라시오 키로가'의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는 순전히 리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읽었다. 소설이니 아무래도 더 잘읽히고 내가 할 말이 많을 줄 알았지. 지난번에 인문학 책을 리뷰대회 때문에 읽으면서 '아니, 소설이면 리뷰를 쓸게 많을텐데 인문학책은 쓸 게 없네?' 라고 친구에게 말했었는데, 인문학이나 소설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그냥 리뷰를 못쓰겠어. 에라이 모르겠다. 읽는 내내 글에 대한 영감이 1도 안떠올라. 만약 내가 이 책을 리뷰대회 때문에 읽은 게 아니라면 읽다가 쓸 말 많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각잡고 뭔가 쓰려고 마음 먹으면... 나는 아무것도 쓸수가 없어요. 왜죠? 안돼...


리뷰 대회.. 포기한다. 리뷰 등록 안합니다. 안녕, 굿바이, 사요나라...

행복하렴...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는 처음 나온다고 했을 때부터 내 관심 밖이었다. 이 책을 내가 좋아할거란 생각이 전혀 안들었었고 그래서 읽을 생각도 없었는데, 시간은 흘러 이 시리즈는 어느틈에 중단되었다. 이 책 한참 나오기 시작할 때 김혜수 인터뷰에서 요즘 매그레 시리즈를 재밌게 읽고 있다는 걸 본 것 같은데, 제대로된 기억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는 매그레 시리즈이고, 최근에 내가 뭣때문이지? 오, 나도 심농 한 번 볼까? 하고 이 책을 일단 1권만 사두었고, 그렇게 [수상한 라트비아인]을 읽었는데, 오!!


1권만 산 나 칭찬해... 무턱대고 시리즈 다 안산 나..칭찬해..잘했어. 매그레 시리즈는 안읽는 걸로.. 나랑은 맞지 않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뭘 느껴야 되는지 또 1도 모르겠고.. 뭐 그냥 막 자기 혼자 갑자기 얘가 범인이고 얘가 이랬고 이런거 알아서 나는 좀 그래... 다만, 


조르주 심농이 궁금해졌다. 뒤에 작가 연보 보니까 누구 반해서 결혼하고 누구 반해서 정부 삼고 부인하고 이혼하고 정부랑 결혼했는데 나중에 정부의 하녀와 연애하고 아주 난리가 터짐. 그래서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기 에세이에서 심농의 색욕(!)에 대해 언급했는가보다. 그렇지만 매그레는 안녕~





그리고 이런 책들을 읽기 위해 책장에서 꺼내두었다.




















이번 추석 때는 할머니도 오시지 않았고 여동생네도 오지 않았다. 남동생네가 추석 전날 들를 예정이었고 다음날인 추석에 모두가 집을 비워 나 혼자 집에 있게 되었다. 나는 마침 고향에 가지 않은 친구들 생각이 나, 우리 집에 저녁 먹으로 오지 않을래? 물었고 친구들은 오겠다고 했다. 나는 그런 친구들에게 명절 기분도 내는 음식 그리고 접대 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싶었다. 제일 처음 생각한 건 잡채였다. 잔치 음식의 대표가 아닌가! 지난번 잡채는 딱히 흡족하질 않아, 이번엔 다른 방법으로 만들었는데, 크- 성공했다. 야채가 풍성한 잡채로 만들고 싶었는데 내 의도대로 됐다. 나는 잡채장인으로 거듭날 것이야!!




좋았어! 나는 육전과 동태전을 꼬박 서서 만들었고 뭇국을 끓였다. 내가 먹을 요리를 내가 직접 한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내가 싫어하는 것도 내가 넣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잡채에도 뭇국에도 고기를 넣지 않았다. 그리고 친구들이 도착했고, 어차피 시간 약속을 해둔 터라, 상을 준비하고 친구들을 맞았다.





송편은 시장에서 사온 것이고 와인은 내 와인냉장고에서 내온 것이다. 밥을 먹을 것이니 배고픈 상태로 와라, 그래야 맛있게 먹는다, 친구들에게 말해두었는데, 그래서 친구들은 배고프게 도착했고 맛있게 먹었다. 밥통에서 밥을 꺼내면서 앗차, 밥도 새로 할 걸,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어서 후회가 됐는데 ㅠㅠ 육전하느라 정신이 .. ㅠㅠ 다음에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ㅠㅠ


마침 천안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이모가 샤인머스캣을 잔뜩 갖다주어서 밥을 다먹고 디저트로 내어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오늘 마트 가서 보니까 샤인머스캣 1.5kg 27,000 원이었어. 대박..이모 아니면 내가 이걸 어찌 먹어. 그리고 친구1이 사온 티라미수와 흑임자케익으로 함께 디저트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아니, 친구1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친구2도 티라미수를 사가지고 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티라미수 부자 돼가지고 오늘도 커피랑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네시에 도착한 친구들 열시반 갈 때까지 꼼짝않고 저자리에서 쉬지 않고 수다떨었는데, 내 방 책장을 구경했던 친구들인지라 고전과 소설에 대해 얘기하게 됐고, 나는 얼마전에 페이퍼 쓴것처럼 새벽 세시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렇지만 레미제라블 읽어봤냐, 너무 좋아 얘기했다.



다락방: 레미제라블 5권에서 장발장 죽을때 엄청 눈물콧물 흘리면서 읽었어.

친구2: 장발장 죽어? 지금 스포한거야?

다락방: (크게 당황하여) 아니. 그게... 스포 아니지! 사람은 누구나 다 죽으니까 장발장도 죽지! 그건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

친구1: 스포 아니지. 장발장이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지 아닌지는 얘기 안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무슨 바보들의 대화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내가 이틀간 요리 한다고 무리를 해서... 원래 그걸 안하던 사람이라서..... 어제는 자고 일어나니 편도가 좀 부은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니 어제 뭐 한 게 없는것 같네? 하루를 그냥 보냈어... 만두 넣고 라면 끓여 먹은게 내가 한 일의 전부인가..아무튼 침대에서 딩굴거리고 널브러졌다. 역시 나는 회사 다니고 여행다니는게 체질에 맞구나. 동태전이며 육전 .. 잡채 같은 거 한다고, 아니 이거 얼마 하지도 않았고 종류도 몇 개 안되는데, 간단한건데 내내 서서 해서 그런지 ... 명절때마다 시댁가서 음식 준비하는 분들 대체 그걸 어찌 하십니까. 나는 나 좋자고 한 것도 이리 피곤한것을...오늘도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보다 컨디션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의욕상실의 상태. 엄마랑 양평 가기로 했었는데 다음에 가자, 하고 걍 침대에 널브러져서 책만 보다가, 읽었던 책들 다 읽고 뭐읽을까, 하고 [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들] 서문 읽다가, 아아, 이 사람 출판일 하면서 요가 수련까지 하는 사람이 아닌가! 갑자기 요가 의욕 뿜뿜돼서 오랜만에 한시간 요가 하며 땀 뻘뻘 흘리고 매트에 떨어지는 땀방울 보면서, 역시 갱년기인가... 했다.



좀전에 여동생이 그렇게나 요가를 했는데도 왜 푸시업은 잘 안되는지 모르겠다며 남동생에게 푸시업 잘하느냐고 단톡방에서 물었다. 나는 남동생과 일자산에 가면서 남동생이 턱걸이 할 때마다 개수 세주던 사람이라(나 턱걸이 개수 세는 거 좋아하고 푸시업 개수 세주는 거 대박 좋아함), 얘 푸시업도 잘하고 턱걸이도 잘해! 했는데, 남동생은 이렇게 답을 보내왔다.


<푸시업은 애들 장난이고 턱걸이는 그냥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 미친 잘난척 가족 유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여동생에게 일전에 본 적 있던 영상을 링크해줬다. 푸시업 한달 챌린지해서 몸이 달라지는 영상인데, 이거 가면 갈수록 푸시업 자세가 점점 어려워지고 마지막날에는 팔짝팔짝 뛰면서 푸시업을 해...미쳤다 진짜.....









암튼 장래희망 잡채장인에는 가까워진 것 같으니 푸쉬업 장인에 도전해봐야겠다. 

아, 지금 말고 나중에... (  ")



근데 이 페이퍼 왜 푸시업 얘기로 끝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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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10-03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매그레 시리즈 나온 건 다 샀고 좋아하기도 한답니다 ^^; 시리즈 중단되어서 아쉬워하는 일인.. 책이 예쁜 것도 좋아요ㅎㅎ; 김혜수씨가 매그레도 언급했었군요. 예전에 요즘 읽고 있는 책으로 <털:체모의 문화사>를 얘기해서 깜짝 놀랐어요. 원래 좋아했던 배우지만 더 호감이^^
잡채 등 명절 분위기 물씬한 한 상이네요. 맛있겠어요! 요리도 잘 하시는 다락방님♡

다락방 2020-10-04 15:47   좋아요 0 | URL
매그레 시리즈 좋아하는 사람들 엄청 많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취향이 아니어서... ㅋㅋ
김혜수가 매그레 얘기한 건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표지가 하얗고 미스테리 시리즈였는데, 이거 말고 일본 소설이었던가 싶기도 하고요. 어쨌든 분명 책 많이 읽는 분이심에는 틀림없습니다. 문나잇님 언급하신 털 체모의 문화사 그 책 저도 검색해 넣어야겠어요. 좋을 것 같아요!!
요리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잘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조금씩 시도는 계속 해볼 예정입니다. 제가 밥 차려놓고 손님 불러서 먹여 보내는 거 좀 좋아하는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10-03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미제라블 얘기에서 완전 급빵 터져.. 먹던 커피 쏟을 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매그레 시리즈가 안 맞다니 슬프지만.. 누구나 취향이 있는 것이니. 전 다 샀고 좋아하고 다 안 나와 (인기가 없는 지 다 안 나옴) 완전 아쉽아쉽 상태로... 그냥 내주면 안 되겠니 라고 늘 두손모아 비는 사람.. 다락방님이 시리즈 읽어주면 재미있는 페이퍼 나올텐데..흑흑. 이것도 아쉽.

잡채 완전 맛나 보이는데... 이걸 다락방님이 만들었다는 것에 더욱 감탄하며... 저 푸쉬업 동영상 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그냥 커피 마시다 비숲 보기로 ㅋㅋ

다락방 2020-10-04 15: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완전 빵터졌어요. 레미제라블 얘기할 때 엄청 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매그레 시리즈 1권 읽어보니 쓸 말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시리즈 다 읽는다고 뭔가 더 쓰게될지는 모르겠어요. 거기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어쨌든 세상에 읽을 책 너무 많으니 매그레 시리즈는 포기하는 걸로... ㅋㅋㅋㅋ

저 푸쉬업은 원래 운동하던 사람이 찍은것 같아요. 푸쉬업 하나 하기도 힘든데 나중에 막 몸을 공중으로 띄워가며 푸쉬업 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인간이 아닌 것 같아요. 메뚜기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0-10-03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이트 컴플렉스와 케이트 밀렛책 양쪽 색깔이 반전인게 너무 이뻐요! 남는 연휴도 즐독 하세요 !!

다락방 2020-10-04 15:53   좋아요 0 | URL
프로이트 컴플렉스 어디있지? 할때 책등 분홍색이라고 해서 설마...했었어요. 그런데 정말 분홍색이라서 뭐여, 이게 언제 분홍색이였지? 이렇게 됨 ㅋㅋㅋㅋㅋ
아아 공쟝쟝님 연휴 끝났어요. 운다 ㅠㅠ

단발머리 2020-10-03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드레 시리즈 끌리기는 하는데 전 다락방님 리뷰 본 후에 도전하기로 해요. 레미제라블은 나도 읽었답니다. 흠흠! 평생 자랑해야지!!
잡채 맛나 보여요! 그대는 진정 잡채장인이로소이다!!!

다락방 2020-10-04 15:5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정말 죄송하지만 저는 매그레 시리즈에 대해 쓸 말이 1도 없어요. 리뷰가 나올 수가 없는 책입니다. 저한테 뭔가 쓸 거리를 주는 책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그 시리즈는 안읽는 걸로... ㅋㅋㅋ사람들이 이렇게나 좋아해서 시리즈가 있는걸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주는 책인것 같은데 저는 거기로부터 얻을게 없더라고요. ㅎㅎ

잡채 장인이 완벽해지면 이제 다른 장인도 되어볼 참인데, 메뉴를 선정해야겠어요. ㅋㄷㅋㄷ

바람돌이 2020-10-03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푸시업은 그냥 포기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을듯요. 잡체장인도 훌륭하십니다. ㅎㅎ 잡채 장인만이 아니라 요리장인 하셔도 될듯...
갱년기는 시작한다 싶을때쯤 병원을 한번 가 주시는게 좋아요. 결국 이것도 신체의 병인지라 어느 정도인지 검사를 통해 알아보고 처방을 받는게 필요하죠. 저도 갱년기때문에 병원갔다가 온갖검사하고 치료 좀 하자 싶었더니 결정적으로 간수치가 안좋아서 치료 불가. ㅠㅠ 지금은 맨날 술을 끊어야 되는데 이러고 있어요. ㅎㅎ

다락방 2020-10-04 15:55   좋아요 0 | URL
저는 푸쉬업, 턱걸이 하는 사람들 너무 멋있더라고요. 제가 플랭크는 어느정도 버티기가 가능한데 푸쉬업은 또 다른 문제더라고요. 저는 푸쉬업 잘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쏠랑 반해버려요. 너무 멋있어 ㅠㅠ
네, 일단 이렇게 책을 읽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증상이 왔는지를 아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 제게 닥쳤을 때 덜 당황하지 않을까요. 아, 그래 이렇다고 했어, 하고 알면서 대응할 수 있다면 모르는 것보다 나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몸이든 마음이든 너무 힘들어지면 거침없이 병원에 가겠어요! 술은...못끊겠어요. 어휴 안되겠다. 앞으로 열심히 술먹는 생활을 위하여 지금 운동하러 가야겠습니다. 하하하하하

blanca 2020-10-0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락방님, 대장금이에요? 이게 진짜 신기한 게 정말 그래요. 그냥 밥상을 차린다는 게 참 에너지가 소진돼요. 그 어떤 것보다요. 저 갱년기 책은 저도 공부 좀 해야겠습니다. 사실 저도 아주 많이 두렵습니다. 조카는 ㅋㅋ 어머 다락방님 조카 왜 이리 똑똑한 거죠? 페미니즘의 정의를 벌써 알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저는 남동생이 지난 주에 장가가서 처음 유부남으로 이번 주에 만났는데 왜 이리 어색하죠? --;; 선배로서 마음가짐을 좀 가르쳐주세요. 환절기에 감기 각별히 조심하세요.

다락방 2020-10-04 15:58   좋아요 0 | URL
오오..저 이제 대장금입니까? 그렇다면 더욱 대장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어요!! ㅋㅋ
저 진짜 별 거 한 건 없는데 왜이렇게 힘들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재가 좀 좋아하더라고요. 힘들게 차려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 불러서 먹이는 거 너무 좋아요. 끊임없이 먹이는 거 제 로망.. ㅋㅋㅋㅋㅋ 사랑은 먹임이라는 아주 유명한 말이 있지요. 제게는 진짜 맞는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잘 먹이고 살고 싶어요.
조카가 일찍부터 페미니즘을 아는게 좋은건지 아닌건지 사실 잘 판단이 서질 않아요. 그렇지만 스스로 알아가는 것에 대해서 제가 뭐라 할순 없을테고요. 아이가 자란다는 건 참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인 것 같아요.

아아 블랑카님. 남동생이 지난주에 결혼했군요!
저는 마음가짐이 블랑카님과 처음부터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어색하질 않았고 서운하기만 했거든요. 맨날 나랑 놀았는데 이제 다른 사람이랑 노는구나 ㅠㅠ 하고 ㅠㅠㅠ 지금도 가끔은 둘이 놀던 때 생각하며 그립고 그래요 ㅠㅠㅠㅠㅠ

블랑카님, 우리 건강합시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읽고 쓰면서 지내요!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을 꺼내와 읽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책날개의 작가소개를 읽는데, 이런 부분이 있다.



호두까기 인형에 고환이 물린 채.... 라니. 이 책은 어떤책인걸까, 남자들에게 무서운 책인걸까, 하다가 그 밑에. 이 책에 대해 가해진 혹평에, 그래 누군가에겐 불편하고 화나는 책일 수 있지, 하다가, 공개석상에서 그녀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라니.. 너무 아팠다. 이게 대체 뭐하는짓이야. 컨퍼런스 도중에 성적 정체성을 묻다니. 힘겹게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밝혀야 했다니. 컨퍼런스 도중, 그러니까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런 질문을 받았을 케이트 밀렛의 기분은, 그리고 빼도박도 못하고 그에 답변을 했던 그 당시의 심정은 어땠을까. 사람들이 어쩌면 이렇게까지 해, 이렇게까지... 왜들 그러는거야....


본문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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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10-0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런 무식하고 예의없고.... 하여튼 또 뭔 욕이있더라싶네요. ㅠㅠ

다락방 2020-10-03 17:48   좋아요 0 | URL
경계를 모르고 마구 선을 넘는 것 같아요. 까기 위해서... ㅠㅠ

비연 2020-10-03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날개 글만 봐도.. 가슴이 턱 막히네요.. ㅠㅠ;;

다락방 2020-10-03 17:49   좋아요 0 | URL
후우- 이 책을 어떻게 다 읽어낼지 기대도 되면서 걱정되 되고 그렇습니다.
 

10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 공유합니다.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

'파멜라 투르슈웰'의 《프로이트 콤플렉스》


두권입니다. 해당하는 두 권을 다 읽는 것이 10월의 목표입니다.


11,12월 도서는 보부아르의 제2의성 재독을 하려하였으나, 아마도 다른책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확정되면 안내하겠습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우리.. 푸코 읽을 것 같다? 움화화화핫.


참여하실 분은 말머리로 책 제목 붙이시고 읽으시면서 글 쓰시면 됩니다.

물론, 참여하신다고 상품이나 상금이나 어떤... 그 뭣이냐.....뭐 .. 이익은 전혀 없고요.

이 책을 읽었다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은 찾아올 수 있겠네요.

10월에는 사람,장소,환대와 프로이트 콤플렉스가 서재 내에 자주 노출될 예정입니다.

참고하세요.



자, 10월도 열심히 읽어봅시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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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9-2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샤!

다락방 2020-09-29 15:14   좋아요 0 | URL
홧팅!!

막시무스 2020-09-29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주의 책읽기의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열독을 응원합니다!ㅎ

다락방 2020-09-29 15:14   좋아요 1 | URL
응원 감사합니다, 막시무스님. 연휴 잘 보내세요! :)

수이 2020-09-29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에도 아자아자!

다락방 2020-09-29 15:14   좋아요 1 | URL
열심히 달려봅시다. 우리의 목표(쉿!)를 향하여!!

han22598 2020-10-01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이트는 이북이 없어서 안될 것 같고, 김현경 책은 저도 같이 읽고 싶어요 ^^

다락방 2020-10-02 11:48   좋아요 0 | URL
환영합니다, han22598님. 같이 읽어요! 같이 읽으면서 다른 분들은 어떤 글들을 쓰시는지도 보신다면, 읽기에 더 힘이 들어갈거에요. 아무쪼록 좋은 경험 되시기를 바랍니다. :)

북다이제스터 2020-10-12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현경 책이 여성주의와 맞닿아 있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한편 마르크스주의에 따르면 연장선상에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연관성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0-10-13 08:11   좋아요 1 | URL
저도 아직 책을 읽지 않아 내용은 모르고 있는데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하는 멤버중 한 명이 여성주의 추천도서 목록중에서 한 권 제안한거고 그게 이 책입니다. 이 책을 검색해 들어가면 여성학으로 분류는 되어있지 않지만, ‘장소‘ 그리고 ‘환대‘라는 것에서 여성주의랑 닿는 것이라고 추측해봅니다.

:)
 
문명과 혐오 - 젠더·계급·생태를 관통하는 혐오의 문화
데릭 젠슨 지음, 이현정 옮김 / 아고라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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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면 내게는 또 한명의 조카가 생긴다. 여태 이모의 삶을 살다 이제 고모의 삶도 살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조카가 태어날 거란 소식을 들었을 때, 아 내가 무슨 복을 타고나서 이모도 될 수 있고 고모도 될 수 있나, 감동했다. 새 조카를 맞이할 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이 작은 아가가 태어나서 목을 가누지 못할 때부터 나는 지켜보겠지. 다른 조카들에 대해서 그러했던 것처럼 성장과정 하나하나 눈이 부시게 바라볼 것이다. 목을 가누지 못하던 아이를 품에 재우면 폭 안겨들고 내게 기대겠지. 아, 그때는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그리고 아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랄 것이고, 뒤집을 것이고, 길 것이고, 걸을 것이고, 언젠가는 고모, 하고 부르게 될 것이다. 매순간 나는 얼마나 사랑이 커져갈까. 아가의 손과 발을 보는 것은 기쁨일 것이고, 매일 커지는 사랑 때문에 하루하루가 축복에 가깝다 느껴질 것이다.


그러다가도 불쑥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조카에 대해 미안해진다. 나는 이만큼의 인생을 살아왔고, 그리고 지금 이 세상을 만났다. 그러나 이 아가는 태어나자마자 코로나 세상을 맞이하게 된다. 엄마, 우리 조카 어떡해, 태어나자마자 코로나 세상이야, 어떡해. 그 생각만 하면 너무 슬프고 아프다. 갓 태어난 아가는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을 것이고,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으니 밖에 나가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까. 아가가 자라면서 바깥에 자유롭게 나가게 되었을 때, 그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되어있을까? 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조카에게, 어른들이 잘못했어, 어른들이 미안해, 이런 세상에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태어나자 마자 이런 세상이라서 정말 미안해, 라고 자꾸 말한다. 지금 초등학생인 조카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것도 너무 가슴이 아픈데, 태어나자마자 코로나 세상일 조카를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서 어쩌지를 못하겠다. 미안해 아가야, 잘못했어 조카야. 어른들이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자연을 너무 많이 파괴했어. 어른들이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깊숙이 들어갔어. 그러면 안되는거였는데 너무 많은것들을 건드려놔서, 그래서 이런 세상이 되었어. 나는 보이지 않는 곳의 혐오에 익숙해져 있었고, 보이지 않는다고 외면하면서 세상이 이렇게 되는 것을 방치했다. 내가 직접 숲으로 들어가 자연을 파괴하자고 도끼들고 나무를 벌목하는 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그런 행위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침묵으로,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감으로써, 동조했다. 나는 혐오자였다. 이 책에서 데릭 젠슨이 일컬은 것처럼, 에코사이드의 조력자였다. 조카가 태어날 세상을 코로나 세상으로 만든 건 나였다. 내가 회사를 다니고 돈을 벌고 먹고 싶은 걸 사먹고 입고 싶은 옷을 사 입는 그 모든 행위, 자연스럽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그 모든 행위는, 환경을 파괴하고 있었고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었다. 혐오로 도배된 문명속에 나는 구성원이었다. 조카에게 어른들이 미안하다고 할 때는 나 자신을 포함해야 했다. 저기 저 먼데에서 다른 어른들이 그랬다고 말할 수 없었다.



조카는 자라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었다. 부모를 비롯한 가족과 친척들, 어린이집과 유치원과 학교를 거쳐가며 친구와 선생님들을 만날 것이었다. 직장에 가면 동료들을 만날 것이고. 그 시간들 속에 언제나 텔레비전도 있을 것이고, 설사 조카가 직접적으로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환경을 만든다해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조카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대중매체를 소비하는 대중일테니까.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혐오를 만날 것이다. 외모를 비하하는 광경을 수도없이 맞닥뜨릴 것이고, 강요된 미모에 억압받을 것이다. 여성차별에 대해서도 인지하게 될것이고 세상에 인종차별이 있다는 것도 알게될 것이다. 자신이 먹는 것이 동물을 죽이는것이라는 것도 알게될 것이다. 설사 조카가 그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고 하면,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이런 것들은 잘못되었다고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성차별은 안되는거야, 인종차별은 안되는거야를 나는 조카에게 말해줄 것이다. 봐라, 네가 보고있는 저 뉴스들은 성차별 혹은 인종차별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세상은 그런 혐오들이 존재한단다, 우리는 혐오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해, 인간은 평등하단다, 피부색이 무엇이든 성별이 무엇이든 태어날 때의 모습으로 차별해서는 안되는거야, 를 나는 조카에게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데릭 젠슨이 말한 것처럼, 고개를 돌리면 외면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까지 내가 알려줄 수 있을까.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노예제와 수많은 인종학살이 벌어진 전쟁들에 대해서, 그 안에서 무수히 죽어나간 사람들의 숫자를, 그 기록을, 데릭 젠슨은 보기 싫으면 그저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외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 숫자들을 봐가면서, 태초부터 이 문명은 혐오로 세워졌어, 하는 것을 내가 조카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 아니, 조카에게 알려주는 게 다 무어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그 숫자를 찾아볼 생각도 않았는데. 인종차별도 저기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 생각했는걸. 눈 앞의 혐오만 알려주기도 벅찬데 보이지 않는 혐오까지 내가 알려줄 수 있을까. 거리가 멀어서 보이지 않는 혐오들을, 그러니까 내가 입고 있는 옷들이 어디서 왔는지, 음식들이 어디서 왔는지까지, 그 구체적인 모습들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양심의 가책 없이 입고 쓰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인지하고 알려주는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 또한, 조카에게 알려주는 게 아니라도, 그건 네가 자라면서 알아서 보고, 보는만큼 알아서 공부하고 행동하렴, 하더라도, 나는? 지금 이 자본주의와 민주화(정말?)시대를 살고 있는 나는, 이제 이것들을 그간 내가 모르고 살았다고 해서 이제부터 알면서 무언가 행동하게 될것인가. 나는 그러기에 돈 버는 것을, 돈을, 다른 사람들의 노동력을 마구 사용하는데 익숙해져 있지 않나.


내가 하는 일, 먹고 사는 일에 대해 나도 종종 생각했다.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해 통장에 노동에 대한 대가가 들어오는 것은, 내가 선택한 일이고 선태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내가 돈을 벌지 않으면 내가 먹고 사는 것이 불가능해지니까.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어딘가에 소속되어 돈을 버는 일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나에게는 꿈꾸는 소박한 미래가 있고, 그 미래에는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대단치 않은 일인데, 거주할 집이 필요하고 먹을 음식이 필요하고 읽을 책이 필요한데, 그것에는 돈이 든다. 돈을 쓰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니 나는 돈 버는 일을 멈출 수 없을 것인데, 그런 한편 내가 하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나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언젠가 친구에게도 말한 것처럼, 내가 하는 일은 사회적으로 아무 의미도 없는 것 같아, 나를 위한 일도 아닌 것 같아, 한거다. 이 일을 함으로써 내가 사회에 혹은 지구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이 일이 과연 필요한 일인가에 대해서도 수시로 의문을 갖는다. 내게는 돈이 필요하니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세계를 한바퀴 돌겠다, 같은 것을 나는 하지 않겠지만, 그러나 이 조직에 몸담고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일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나.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은 어떤가? 그 일들은 필요한 일인가? 필요하다면 어디에 필요한 일인가? 필요하다는 것의 그 필요는 누구에게 그렇단 말인가? 데릭 젠슨은 이 책에서 '우리가 하는 일 중 얼마나 많은 것이 실제적으로 쓸모있는 일인가(p.512)' 의문을 갖는데, 그렇다면,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것에 대해 고민하고 산다는 것인가. 이럴 때 구체성에 눈을 돌려야 하나. 건너고 건너면 나 역시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일로부터 돈을 벌고 있는게 아닌가.


데릭 젠슨은 백인 남자이며 교육받은 중산층이다. 그런 그는 제노사이드와 에코사이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한다.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있고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어한다. 환경과 노예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인상깊지만, 그가 포르노를 보고 그의 달라진 인식에 대해 고백하는 부분도 놀라웠다. 포르노를 보기 전에 그는 여자들을 볼 때 어떻게 말을 걸까를 생각했다면, 포르노를 보고난 후의 그는 여자들을 보면 그 여자의 신체 일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어서 빨리 자신이 대화를 원하던 그 상태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그는 포르노에서 여자들이 조각조각 신체로 보여지는 것, 그러니까 한 명의 여자사람으로 인식되기 보다, 성적 대상화 되는 추상화라는 것을 인지한다. 저 멀리에서 벌어지는 일들, 직접적으로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 일들, 과거에 일어났던 인종들의 대학살, 땅을 빼앗는 것, 추방하는 것, 그리고 지금도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서, 그러나 우리가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는 것은 그것의 구체성, 그 사람들의 구체성을 보기보다는 그 모든 '사람'들을, '자연'들을 추상화 시키기 때문이라고.


결론은 당연히 우리가 추상성을 벗어나 구체성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흑인이 아니라, 포르노속의 여체가 아니라, 소모할 자원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하나하나 생명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인지한다면, 그러면 우리가 지금과 같은 혐오를, 멸시를, 파괴를 멈출 수 있을 것이라는 거다. 이 얼마나 구체적인 해결방법인가. 구체성을 자각하자는 것은, 구체적 해결방법인 것이다.



현상과 숫자에 대한 부분을 읽다가 '아니, 왜 그래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라치면, 어김없이 내가 가진 의문도 같이 표현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지구 절반에 있는 408개 도시를 태워버릴 수 있는 잠수함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읽다가, 아니, 도대체 408개 도시를 태울만한 잠수함이 왜 필요한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다음에 "감히 그런 것을 사용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왜 그런 것을 가지려고 할까요?" (p.506) 가 나오는 식이다. 질문과 답이 모두 들어있는 책인데, 그것이 결코 불친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세상을, 지구를 망치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러나 구하려고 하는 것도 인간이라고 생각해왔다. 인간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그저 관료주의에 충실해 자기 몫의 일을 하면서 혐오와 파괴에 한몫하고 있다면, 그것이 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지르고 있는 일이라고 일깨워주는 사람도 이렇게 어딘가에 있다. 읽고 알고 보는 것이 바로 어떤 행위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알기 전과 알고난 후는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것이다.


부디 조카가 태어나기 전에 세상이 조금이라도 혐오로부터 멀어져있기를 바라본다.







인디언들의 경험은 인디언들이, 여성의 경험은 여성이 해석하도록 남겨두려 한다. 내게-나와 같은 백인 남자들에게-남겨진 일은 나의 인종과 성별에 속한 사람들의 혐오 경험을 탐구하고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바라건대 그것을 멈추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 P10

자원을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되었을 때 예전의 얕잡아보던 느낌이 혐오로 바뀐다. 그리고 종종 그것은 대대적이고 극적인 폭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바뀌는데 그것은 위계질서의 상층에 위치한 이들을 위해 다시 노동을 제공하도록 예전 노예들을 겁주기 위한 것이다. 물론 위계질서의 상층에 위치하는 것은 당연히 그들 자신이라 여긴다. 이렇게 겁을 주는 행동은, 자신이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원 또는 사람을 어떤 이유에서건 가질 수 없게 된 사람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 P15

좌파든 우파든 자기가 자라고 살아온 사회적 조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 P15

교도소 안에서 보면 강간이 성범죄가 아니라 권력 불균등에서 나온 범죄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할 것이다. 남자만 있는 교도소에 여성이 없다는 것은 남성으로 하여금 여성을 만들게 한다. 즉 종속적인 계급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의 남성다움에 대비되는 여성다움, 그들의 공격성에 대비되는 수동성, 그들의 삽입을 받아들일 성교 상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 P48

교도소에서 남자가 강간당하는 비율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이 우리 사회 전반에서 여자가 강간당하는 비율보다 낮다는 것이다. - P49

인터넷에서 ‘강간‘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다른 범주(성폭력 상담 전화, 지지 그룹, 학분적 분석, 역사, 뉴스 등)에 대한 정보보다 포르노 사이트가 훨신 더 많이 뜬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포르노그래피가 강간 관련 사이트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검색어가 섹스나 누드가 아니었다는 것, 질, 페니스, 좆, 씹 같은 것이 아니라 강간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신체기관이 아닌 행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도. - P50

진실을 말하자면 인종차별적 사이트중 그 어떤 것에서도 이런 포르노 사이트에서와 같은 뚜렷하고 거칠고 노골적인 폭력의 100분의 1도 본 적이 없다. 인종차별 사이트가 해롭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많은 문제점을 낳는다. 가장 명백한 문제이기도 한 첫 번째 문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그린 사진 등이 왜 혐오 선전물로 간주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 P51

한 집단의 특권이 다른 집단의 착취에 기초하고 있다면 특권층 집단은 그러한 특권 중 일부를 잃어버리는 데 대해 위협을 느낀다. - P75

어떤 인종이나 계급의 사람들을 그들 뜻에 반하여 예속 상태로 있도록 강제하기 위해서는 노예가 된 사람들에 대한 엄청난 경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P79

담배를 재해바는 것은 혐오범죄인가?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 어떤 물질이 사람들을 죽게 만들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사람들이 그것에 중독되도록 하려면, 내가 앞서 노예제에 대해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주 많은 멸시가 필요하다. - P99

"상업 매체의 첫 번째 과제는 공포를 파는 거야. 왜냐하면 공포가 불안감을 키우기 때문이야. 그러면 소비문화는 우리에게 안도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을 수도 없이 내놓지. 그러나 일시적인 방법뿐이야. 매체는 우리 외모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미지를 우리에게 잔뜩 심어주었지. 뿌루퉁한 입술, 불룩 솟은 가슴, 강철같이 단단한 궁둥이, 영원한 젊은 같은 것 말이야."
"거기다 흰 피부"하고 내가 덧붙였다.
그는 계속 말했다.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바람직한가를 정해주는 이런 이미지들을 보고 또 보면서 내면화하다 보면 자기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그리고 내 인성의 가장 기초적인 것을 바꾸어놓지. 성적 욕구, 성 의식도 비틀어놓잖아." - P120

몇 년 전 텔레비전 비판가 조지 거브너(George Gerbner)와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내게 말했다. "대본을 대부분 남자가 쓰기 때문에, 텔레비전은 남자가 지배하는 세상, 남자가 대부분의 역할을 하는 세상을 보여주지. 텔리비전과 영화는 우리 사회의 권력 구조를 그대로 비추고, 동시에 그것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그것을 지속시키고 그것이 정상으로 보이게 하고 그것만이 할 만한 일인 듯, 그것만이 이야기하고 생각할 만한 일인 듯 보이게 해. 시청자들이 일단 어떤 유형의 이야기에 익숙해지고 나면, 누군가 그것을 바꾸려 할 때 엄청난 당혹감을 느끼게 되지. 전형적인 이야기에서 전형적인 캐스팅을 하지 않고 그것을 바꾸려 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여자가 권력을 휘두르고 여자가 폭력을 행사하는 이야기가 되겠지. 그런데 그 경우에 그게 왜 그런가를 설명하는 것 외에 다른 이야기는 전혀 할 수가 없어." - P123

"왜 여자가 명예롭지 않은 그런 일을 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가 돌아가야 하거든. 남자가 할 때에는 정상적으로 보이는 일인데도 말이야.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과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대중의 감수성이 혼란을 일으킨다는 거야."
텔레비전이 우리 문화의 대표라는 의미냐고 내가 조지에게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아니, 그건 권력 구조를 대변하는 거지. 문화가 아니고. 권력 가진 자들이 텔레비전에 너무 많이 나온다는 뜻이야. 그들은 성공할 확률이 더 높고 그들은 폭력을 당하기보다 폭력을 행사할 확률이 더 높아."
"그렇다면 권력 구조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쥔 자들의 판타지라는 말이로군." 내가 말했다. - P124

"사병이 지휘관과 섹스를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 있습니까?" 물론 그는 답을 듣고 싶어 물은 것이 아니었으므로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지휘관이 권위를 가질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맥락으로 보건대 그의 요점은 친밀성이 아니라 삽입이라는 것이 분명했다. 열등한 자가 우월한 자에게 삽입을 하면, 우월하던 자는 그때부터 우월하지 않게 된다. 나는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오래전부터 이야기해온 것을 그제야 이해했다. 우리 체제 안에서 섹슈얼리티는 권력의 문제라는 것이다. 씹을 하는 자와 당하는 자 사이의 권력 관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성이 자신을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간주하는 문화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삽입하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이 잘되고 있다는 표시다. - P154

두 번째 이야기는 어떤 여자가 해준 이야기였다. 자기랑 같이 사는 남자가 자기한테 점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종종 밤에도 침실에 있다 말고 서재로 갔다. 여자는 그가 일을 하러 가나 보다 했는데 어느 날 따라가보니 그가 포르노를 보고 있었다. 화면에 있는 여자는 "나와 비슷해 보였다"고 그 여자는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 여자와 경쟁해서 이길 방법이 없었어. 그 여자는 말을 안 하니까." 여자는 관계를 끝냈다. 관계라 할 만한 것이 남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 P158

포르노는 나의 무의식적인 공상까지 바꾸어놓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나의 판타지는 대화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즉 어떤 여성을 봤는데 관심이 간다면, 즉시 ‘저 여자에게는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하고 생각했다. 어떤 창조적이고 열띤 대화를 할 수 있을지를 상상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포르노를 보았을 뿐인데도, 가끔 여자를 보면 저 여자의 음모는 무슨 색일까, 성기는 어떤 모양일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건 질색이다. 나는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다. 곧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 P179

혼동에 빠져서 객체가 하나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저 슬픈 일일 뿐이다. 그래서 벌거벗고 유혹하는 여자 사진들이 내 욕망을 자극하기보다는 슬픔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객체를 주체로 착각하는 정도가 심해서-모든 객체를 주체로 착각할 정도로-망상이 심해진 사람들은 때때로 병원에 수용되기도 한다. 다른 한편 존재를 객체로 혼동하는 것은 슬프기보다는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훨씬 더 슬프고 훨신 더 가엾은 건 이것이다. 만약 당신이 망상에 사로잡혀서 나무, 인간, 살아있는 지구를 보지 않고 그 대신 돈다발, 노동자, 자원으로만 보게 되면, 정신병원에 감금되기는 커녕 돈과 명예를 갖게 될 것이다. 아마도 어느새 기업의 최고 경영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 P181

15년 전쯤에 나는 네바다 주 북동부에 살고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엘코 군에서는 곰이 한 번도 목격되지 않았다. 아마 반세기 동안은 곰이 살지 않았을 것이다. 곰 한 마리가 아이다호에서 엘코 군으로 넘어왔다. 곰은 겁에 질려서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목장 주인이 곰을 쏘아버렸다. 다른 곰이 또 넘어온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곰들이 그 지역에 살지 않는 것은 곰들 탓이 아니었던 것이다. - P204

읽고 쓰는 것을 배웠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도구를 내가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에 비해 나는 내가 서 있는 곳, 즉 문명의 중심에서 문명에 더 큰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즉 인류에게 좋은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굶주리는 인도네시아 아이에 비해, 제3세계의 도시에서 여러 명의 아이를 기르는 가난한 아버지나 어머니에 비해, 그런 일을 하기가 훨씬 쉽다. 내가 좋은 일을 하기 위해 그런 특권을 더 가지려고 얘써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힘있는 자리에 접근하기 위해 점점 더 심한 타협이라는 미끄러운 비탈로 내려가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그것은 내가 어떤 특권-나의 성별, 피부색, 태어난 나라, 교육 정도에 기초한 특권-을 받고 태어났다는 것으로 인해, 그런 특권의 기초를 흔들거나 뿌리뽑는데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의무가 된다는 뜻이다. - P211

지구를 노예화하고, 그 위에 사는 사람들을 노예화하는 것은 흑인 남자들이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프리카 문화가 아니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문화도 아니다. 그것은 백인들의 서양 유럽 문명이다. - P237

나는 백인이다. 교육을 받았다. 중상층계급에서 자랐다. 기독교인으로 컸다. 나는 흑인이 아니다. 원주민이 아니다. 히스패닉이 아니다. 나는 남자다. - P238

나는 내가 속하는 집단을 이해하고 싶고 우리의 공통된 역사를 이해하고 싶다.
흑인이 백인을 린치한 것이 아니라 백인이 흑인을 린치했다. 흑인이 백인을 노예로 만든 것이 아니라 백인이 흑인과 다른 백인들을 노예로 삼았다. 인디언들이 백인을 절멸시키려 한 것이 아니고 그 반대였다. 이 모든 것을 낳은 사회적·문화적 심리학을 이해하고 싶다. - P238

포르노그래피처럼 아주 명백하게 대상화하는 것을 잠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물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셀 수 없이 많은 그보다 더 미묘하고 그보다 더 끊임없이 되물이되는 메시지, 우리가 보는 이미지들에 의해서 우리 모두는 얼마나 더 많이 영향을 받을까? 의문시되지 않은 가정들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을까? 우리가 어떤 말을 선택할지 결정하게 하는 이야기, 우리의 학교 교육을 지금처럼 만든 이야기, 영화, 책, 신문, 텔레비전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만약 이 이야기들이 한 가지 폭력만 폭력이라고 말하고 다른 폭력은 폭력이 아니라고(즉 ‘변태‘라거나 ‘사업‘이라거나 ‘과학‘이라거나 ‘국익 보호‘라고)말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믿게 될 것이다. - P262

그와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들은 노동을 하게 되어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 노동의 열매인 안락과 고상함을 즐기게 되어 있다고 이 이야기들이 말한다면, 우리는 신의 섭리를 따르고 있는 듯 보이는 이 사회 계약이 제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데 자기 삶을 바치게 될 것이다. - P263

우리 문화는 우리 모두를 어떤 생각의 노예로 만들었다. 그것은 모든 것에 우선하고, 우리의 삶과 타인들의 삶에 우선한다. 그런데 어떤 생각의 노예가 되는 것은 어떤 사람의 노예가 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왜냐하면 자기가 노예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기가 묶인 줄의 끝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개가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날들을 살아왔다. - P305

"여러분 중에는 내가 성 노동자로 남기를 택했으므로 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에 대한 내 대답은, 당신들의 사회, 나의 사회, 내 조국 캄보디아가 나쁘다는 겁니다. 나 같은 소녀들에게 선택할 여지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내가 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할 가능성 말이에요. 우리나라에서 나와 내 여동생들 같은 어린 여자를 강간한 남자들을 처벌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남자들이 나 같은 여자들의 서비스를 찾고 요구하도록 하는 것도 나쁘다고 봐요. 힘있는 자들에게 돈을 벌어주기 위해 우리가 노예가 되는 것은 범죄라고 생각해요. 우리 가족이 그토록 가난한 것, 더욱 가난해지는 것도 나쁘다고 생각해요. (…) 우리를 착취하고 우리의 품위와 돈을 빼앗아가고 때로는 우리 목숨까지 앗아가는 사람드은 자기 가족과 잘 살고 있어요. 왜죠?" (디나 찬) - P317

우리도 우리 앞에 놓인 제한된 선택지 가운데서 합리적으로 하나를 고른다. 그러나 비인도적인 체재가 제시한 비인간적인 선택지들을 거부하고 인간처럼 살기 시작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호레이쇼 앨저 이야기의 기본 전제는 벼락부자가 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어떤 이의 부가 어디에서 왔는가 하는 복잡한 문제는 살펴보지 않으며 물론 그 답이 주어지도 않는다. 어떤 사람이 부를 축적했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의 가난에서 나온 것일 뿐 아니라 지구의 황폐화에서 나온 것이라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19세기 노예주인들은 자신이 누리는 부유함이 타인들의 불행에 기초하고 있음을 때때로 인정하는 정직함과 품위는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그런 것이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 P322

한번 이런 상상을 해보자-이 상상 속 풍경이 황당하더라도 너무 심하게 웃지는 말기를. 경찰이 파업을 깨기 위해서 총을 쓰는 것이 아ㅣ라 회사 측이 협상에 나오도록 하는 데 힘을 쓰면 우리 삶이 얼마나 달라질까. 기업 최고경영인들과 정치인들에게 시애틀 경찰이 고무 총탄과 최루탄을 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세계무역기구(WTO)와 다양한 이른바 자유무역 협약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미국의 통치권을 다국적 기업으로 넘기는 배신을 저지른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스왓(SWAT)팀이 워렌 앤더슨(전 유니언 카다이드 사 회장-옮긴이)의 집 현관문을 깨부수고 들어가는 것을 상상해보라. 또는 골프 코스의 후반을 돌고 있는 그를 스왓팀이 기습하는 것을 상상해보라. - P353

가리폴리 전투, 사앗아 50만 명. 카르파티아 160만 명. 베르 160만 명. 솜 강 120만 명. 아루타. 샹파뉴. 루스. 여기까지 읽고, 그 이름과 숫자와, 그 이야기를 여기까지 읽고 나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고개를 돌려버릴 수 있으니까. 으깨진 몸뚱이에 다리가 겨우 매달려 있는 남자는 아마도 내가 평생 잊지 못할 괴로운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이야기는 여전히 추상적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 P380

"역사를 통틀어 전쟁은 정복과 약탈을 위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전쟁의 간단명료한 본질입니다. 언제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지배계급이었고 그 전쟁에 나가 싸운 것은 피지배계급이었습니다. 판결을 받기 전에 뎁스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오래전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고 내가 지구상의 가장 미천한 존재보다 조금도 더 나을게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때 말한 것처럼 하층계급이 있는 한 저는 하층계급에 속합니다. 범죄가 있는 한 저도 범죄자 중 하나고, 감옥에 한 명의 영혼이라도 있다면 저도 자유롭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유진 뎁스) - P388

두보이스(Dubois, 미국의 흑인운동 지도자 겸 저술가-옮긴이)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세계를 착취하는 자들은 이제 더 이상 호상(豪商)이나 독점 귀족이 아니고 고용주 계급도 아니다. 그들은 국가, 즉 단합된 자본과 노동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다." - P397

"대안들이 점차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자본주의는 가진 자들에게 더욱 더 유리하게 되어가고 있어요. 어떤 이들은 우리의 경제 제도가 세계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이익을 주는 체제예요. 세계 사람들 절대 다수는 이 제도에서 이익을 전혀, 또는 거의 얻지 못해요."
"이익을 얻기는 고사하고 죽임을 당하는 사람도 많지요." 내가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만 1990년대의 엄청난 경제 팽창 동안 믿기 어려울 정도의 부를 쌓았지만, 대다수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어요. 그러면 이 모든 것에서 이익을 얻는 것은 누구일까요? 권력을 가진 사람들, 이 체제를 지배하는 사람들, 이 체제의 주식을 소유한 사람들, 그들이 이익을 얻어요. 미국의 신화 중 하나-우리 코드의 일부라고도 말할 수 있을텐데-는 자본주의에 이로운 것이 나라에도 좋다는 겁니다."
나는 계속해서 그의 말에서 자본주의 대신 문명을 넣어 생각하고 나라 대신 민중을 넣어보았다.(리처 - P463

권력을 쥔 자들이 그 권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사회적 목표를 정할 때(그 목표에는 수익 극대화가 포함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돈이 곧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똑같은 이유로 생산 극대화가 목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목표에 대해 너무 깊이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고 단지 가능한 한 매끄럽게 사회의 목표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려고 할 때, 그 문화는 끝없이 잔학 행위를 매끄럽게 저지를 것이다. 화물 위치를 옮겨서 앞 차축에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기여를 하든, 땅속에서 석유를 더 효율적으로 짜내는 데 기여하든, 도서 유통회사나 출판 재벌들에게 돈을 벌어다주는 책을 쓰는 것으로 기여를 하든 마찬가지다. 관료주의 사회가 매끄럽게 움직이려면 우리 각자가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 P493

그(램지 클라크)가 트리이던트 핵 잠수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잠수함 하나면 지구 절반에 있는 408개 도시를 없앨 수 있다.
"그건 상상도 할 수 없는 기계예요. 어떤 머리가 그런 기계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그런 잠수함의 존재에 대해 어떤 정당화 논리가 있을 수 있을까요? 감히 그런 것을 사용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왜 그런 것을 가지려고 할까요?" - P506

"미국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에요." 그가 강한 어조로 말했다.
"미국이 민주주의 사회라는 것은 끔찍한 오해고 민주주의에 대한 중상입니다. 우리 사회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의미에서의 금권정치 체제예요. 부자들의 정부지요. 부자가 멋대로 하는 나라예요. 부의 집중과 빈부 양극화에서 미국을 따라올 곳이 없어요. 우리가 칭찬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봐요.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록펠러와 모건 집안 사람들,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 도널드 트럼프 같은 부자들이에요. 매년 1,000만명의 유아가 굶어 죽는 대에 도덕적인 인간이 몇십억 달러를 모으고 싶을까요? 내 시간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것이 그것일까요?" - P506

1990년 전 세계가 2.5시간 동안 군사비에 쓴 돈이면, 천연두가 1970년대에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B1 폭격기 한대 값이면, 즉 2억8,500만 달러면, 대충 계산해도 전세계 5억 7,500만 어린이들에게 수두, 디프테리아, 홍역 등 기본 예방 주사를 맞힐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매년 2,500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비교는 강력하고 생상한 효과를 주기는 하지만, 그 돈이 폭격이에 쓰이지 않으면 좋은 데 쓰일 것이라는 암시를 담고 있어요. 그러나 만약 B1이나 B2가 취소되더라도 우리 정부는 그 돈을 예방 주사에 쓰지는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 비전의 일부가 아니거든요. 그 아이들에게 예방 주사를 맞히는 것은 미국의 무역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램지 클라크) - P507

나를 포함한 우리들이 하는 일 중 얼마나 많은 것이 실제적으로 쓸모있는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벌을 키울 때 얼마나 즐거웠는지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적어도 그때 그 해가 끝났을 때에는 누군가가 먹을 수 있는 것을 가지게 되었다. 살기 위해 필요한 어떤 것이 생긴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 중에서 우리가 인간적이고 인도적인 존재가 되도록 돕는 것은 얼마나 되는가? 안 해도 될 일을 만들어 하는 것, 뭔가 일이 필요해서 하는 일은 또 얼마나 되는가? - P512

이 책은 서구 사회의 혐오에 대한 탐구로 시작해서 지구 위 삶의 끝과 함께 끝난다. 문제는, 구체보다 추상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생명보다 생산을 높이 평가하는 것, 인간이든 강이든 북극곰이든 생명체보다 경제 제도(그 외 다른 제도)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문화적·개인적 역사를 전부 갖춘, 욕구와 희망과 두려움을 가진 이 흑인 남자, 이 중국인 여자, 이 아일랜드 남자로 보는 대신 검둥이나 중국 놈이나 아일랜드 놈은 어떠하다고 보는 선입견이다. 문제는, 여자들 자체보다 여자들 사진을 더 좋아하는 것, 여자의 존재 젗네, 여자의 몸과 마음과 슬픔과 기쁨보다 여자의 몸만을 중히 여기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로 누구인가보다 무엇을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 능력에 대해 조각난 인식을 가지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자신과 타인들을 관계 속에서 기쁨을 얻을 사람들로 보는 대신, 사용해야 할 도구로 보는 것이다.
- P531

추상화의 우세라는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내가 제안하는 것은 구체로 돌아가는 것이다. 구체와 사랑에 빠지길 부추기는 반체제를 나는 지지한다. 이 특정한 구체적인 나무, 이 구체적인 사람, 잠자리 날개에서 반짝이는 이 특저한 햇빛을 사랑하기 위해서, 그리고 가능한 한에서 우리 주변 사람들 하나하나를 주체로 인식하기 위해서. - P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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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책

요즘 가장 나를 흥분시키는 건 뭐니뭐니해도 책이다. 얼마전에도 기다리던 책의 복간 소식에 흥분하면서 아아, 나는 역시 책으로 흥분하는 사람이구나 깨달았는데, 그런 일이 오늘도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퇴근전에 알라딘 서재에서 친애하는 ㅁ 님의 글을 읽게 된다. ㅁ님의 페이퍼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이름 옆에 나란히 '메리 맥카시'란 이름이 등장해 있었다. 어쩐지 익숙한 이름인데 아무것도 작품이 떠오르질 않는걸 보면, 그저 들어본 이름일뿐 내가 읽었던 책들의 작가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한나 아렌트와 나란히 등장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흥분하기 시작했고, 뭐든 읽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알라딘에 검색했는데, 뭔가 이렇다할 번역서가 나오질 않았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는거다. 그렇다면 내가 이 이름이 왜이다지도 익숙한가, 했더니, 그건 아마도 영화배우 '멜리사 맥카시' 때문인가 보았다. 어쨌든,


한나 아렌트와 나란히 언급될 정도라면 분명 작품이 있을 것이고, 어딘가에서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것이다, 해서 나는 네이버 창에 메리 맥카시를 검색했고, 아아,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다.


20세기의 매력적이고 논쟁적인 여섯 여성 지식인을 다룬 책이다. 독특한 신학과 정치학을 개진했던 철학자 시몬 베유, 20세기 최고의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 소설가이자 당대 지성계에서 독보적 여성이었던 메리 매카시, 미국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평론가, 소설가인 수전 손택, 사회적 주변인들을 작품에 담았던 천재적 사진작가 다이앤 아버스, 2005년 전미 도서상을 수상한 작가 조앤 디디온. 이들은 어떤 단일한 전통도 따르지 않으며, 단순한 범주로 묶을 수도 없다.


하지만 저자 데보라 넬슨에 따르면 그들은 문체와 철학적 관점에서 서로 연관성이 있다. 바로 고통을 대하는 태도에서 유난히 ‘강인한’ 마음을 지녔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터프함’은 그간 여성의 미덕처럼 여겨져 온 감정 표현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작가의 윤리적 입장과 미학적 접근방식을 결정하는 ‘비감상주의적 태도’를 가리킨다. -알라딘 책소개 중


메리 매카시의 저작은 아니지만 한나 아렌트와 메리 매카시, 수전 손택,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시몬 베유까지. 여성 지식인을 다룬 책이라는 게 아닌가. 아아, 너무 흥분돼. 내가 요즘 최고 관심 가진 한나 아렌트와 우엇 도대체 누구지? 하는 생각을 하게된 메리 매카시가 한 권에 들어있다니. 대체 이거 뭐야, 이거 뭔데 내가 몰라? 왜 이제 알았지? 이런 책있네? 하면서 나는 흥분한거다. 이 책의 저자는 '데보라 넬슨'이라는데 아아, 이름부터 너무나 훌륭함의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가. 나는 급격하게 흥분 모드가 되었다. 아아, 흥분돼. 누구아, 뭐야, 이거 뭔데, 누가 어디에서 이런 책 쓰고 있었던 거야, 꺅.


나는 급한 마음에 얼른 서점에 가서 이 책을 사자 싶었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마저 읽어야 하고 사실 지금 당장 읽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사고 싶었던 거다. 교보문고에 검색해보니 마침 교보문고 우리 동네 지점에 이 책의 재고가 있었다. 좋아, 퇴근하고 고고씽, 사는거야, 사러 가자!


그러나,



치킨을 먹고 싶었던 내 마음... 뜨끈뜨끈한 치킨... 집에 가서 씻고 금요일 밤, 와인 한 잔 따라 마시면서 치킨 먹으면 그곳은 천국이 아니던가. 엄마, 저녁에 치킨 시켜먹을까, 물었더니 엄마는 네 마음대로 하렴, 했어. 그러니 집에 일찍 가서 치킨을 먹어야 해. 그렇지만 나는 책도 사고 싶은걸. 그럼 둘다 하는건 어때? 라고 평소의 합리적인 내가 제안한다. 그러나 서점에 들러 책을 사고 집에 가면 치킨을 먹는 시간이 뒤로 늦춰진다. 나는.. 취침시간이 이르기 때문에 늦게 먹으면 곤란해. 그렇다면 치킨을 포기하자, 그리고 책을 사자. 저녁을 포기하고 책을 사고 그리고 일찍 잠에 들면, 책에 대한 욕망 해소, 간헐적 단식 성공, 다이어트로 가는 지름길! 이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치킨을 택했다. 그것이 나의 최종 선택. 나는 이 책을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이용하여 서점에 가 사가지고 오기로 한다. 흥분돼...



그렇게 집에 와 치킨을 시켜 먹으면서 우앙 맛있다, 하고는 엄마와 뉴스를 보고 수다를 떨다가 잠깐 북플을 들어갔는데, 아닛, 친애하는 ㄷ 님의 글이 올라와 있는거다. 심지어, 무려, 주제가 '내 인생의 책'이야. 아니, 우리 이런거 그냥 넘어갈 수 없잖아요? 나는 ㄷ 님의 인생책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ㄷ 님은 뭐 하나 딱히 골라내지 못한 채로 페이퍼를 끝맺었지만, 오오, 이 책이 인생책일줄 알았는데 갈등하시네, 오오, 그 책이 리스트에 없네? 하면서, 사람은 역시 타인을 잘 알 수 없는 것이구먼, 하게 되었고, 아아, 그렇다면 나의 인생책은? 하고 내게 묻게 되었다. 그래, 



나의 인생책은 무엇인가?



일전에 무인도에 책 세 권을 가져갈 수 있다면, 이라는 물음에도 답하기 힘들었는데, 나의 인생책 역시 답하기 힘들구나. 좋은 책이 뭐가 있냐 물으면 대답할 책들이 많고-나는 레미제라블을 말할 것이다- 추천해줘, 라고 누가 내게 요청한다면 또 이것저것 추천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나의 인생책은? 물으면, 아아, 모르겠다. 심지어 내 책장에는 내가 좋아하는, 나의 소중한 한 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책들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겠다. 어느 한 권을 말해야 할지, 어떤 한 권을 말해야 할지. 사실, 제일 먼저 생각한 건, 당연히,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책이었다.

















너무 좋아서 영어책으로도 그리고 독일어 원서로도 가지고 있는 책이다. 심지어 독일어는 읽을 줄도 모르면서 그저 가지고 있어. 어쩜 좋아. 매해 다시 읽는책. 그러나 이것을 나의 인생책이라 불러도 될까? 아아, 나는 좀더 신중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나의 소중한 한 칸 앞에 가 섰다. 거기에는 줌파 라히리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꽂혀 있었다. 아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나는 <지옥 천국>을 정말 여러번, 여러번 읽었다. 순전한 기쁨인 프라납 삼촌이 등장하는 지옥 천국은 나의 페이버릿 단편이다. 한편, [축복받은 집]에 실린 단편, <섹시>도 엄청 좋아한다. 누군가 어느 작가처럼 쓰고 싶냐고 물어보면 줌파 라히리라고 대답했던 시간들이 길었다. 아아, 어쩌면 좋아. 올리브 키터리지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것도 재독 이상을 했다. 한 번은 다정한 친구와 같이 읽기한 책이기도 하다. 너무나 특별한 책, 읽을 때마다 감탄하는 책. 나는 올리브 키터리지가 노년에 이르러 자신의 고집을 조금 수그러뜨리고 친구 혹은 연인을 새로이 사귀게 되는 장면을 몹시 사랑한다. 무지개처럼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던 순간을- like a rainbow-, 정말, 정말 사랑한다. 



모르겠다. 샤론 볼턴이 너무 좋은데 인생책으로는 아직 오르지 못하는가. 모르겠다. 컷 글라스 보울 좋아하는데 핏츠제럴드도 아닌건가. 모르겟다. 나의 독서앱 IReadItNow 를 엵고 책들의 목록을 훑는데 너무나 좋은 책들이 많지만, 인생책인가? 를 물으면 아니야, 부족해, 하게 된다. 뭔가 더 대단한 것을 위해 그 자리를 자꾸 넘기고 넘기게 되는데, 아아, 이러다 인생책은 없는게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ㄷ 님은 페미니즘 서적 중에서도 고르셨다. 정희진 쌤은, 시간이 갈수록 나랑 다른 부분들이 발견되긴 하지만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여성학자다. 정희진 선생님의 글은 앞으로도 다 읽고 싶다. 비록 앞으로 읽을 글들에서도 나는 나와 의견이 다른 부분들에 대해 각오해야 겠지만, 그래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페미니즘 책들 중에서는 인생책이라 부를 만한게 뭐가 있을까?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는 밑줄긋기 공간이 없어서 다 못옮겼을만큼 밑줄이 많았다. 작가가 삶의 매순간순간을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지 알 수 있는 책이었다. 그녀는 그녀 인생의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 그 이면에 있는 것들을 다 알아차렸다. 거기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하고 그걸 글로 풀어냈다. 그만큼 글을 쓰는 과정은 아팠을 것이다. 그녀는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야만 했으니까. 내가 겪었던 고통을 글로 쓰다보면 그 고통의 시간을 한 번 더 살게 된다. '사유'라는 게 어떤건지 '성찰'이란게 어떤건지 알게 해주는 책이다.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를 하며 좋은 여성주의 책들을 아주 많이 만났지만, 나는 [여자는 인질이다]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것같다. 의식을 통째로 뒤엎어버리는 그런 느낌이었달까. 그리고 포르노에 대해 날카롭게 관찰하고 의견을 피력한 글들이 너무 좋았다. '게일 다인스'의 [포르노랜드]를 읽으면서, 포르노를 보는 남자들 뿐만이 아닌, 남자들과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여자들도 포르노를 살고(live) 있다는 처절한 현실을 알게해준 책이었다. 포르노랜드가 최근 책이라면, 안드레아 드워킨과 캐서린 매키넌의 책들도 같이 반포르노 삼종셋트라고 묶어 불러도 좋겠다. 이 책들이 진짜 너무 좋다. 페이드 포, 여자도 인질이다, 포르노랜드 는 나를 쥐고 흔들다 못해 넘어뜨리고 다시 일으켜세운 책들이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세 번 읽었다. 그렇다면 인생책이라 불러도 좋지 않은가? [채링크로스 84번지] 를 읽고 런던에 가 그 곳을 찾았다. 지금은 사라지고 맥도날드로 변했지만, 런던까지 가서 그 주소 앞에 서성이며, 여기가 혹시 채링크로스가 84번지의 그 서점이 아니냐고 묻게 만들었던 책이 인생책이어야 하지 않나. 순전히 쌀국수를 먹기 위해 베트남으로 떠나게 만들었던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에도 인생책이란 타이틀을 붙여줘야 하지 않나. 처음 갔던 하노이, 그리고 홀로 떠나는 처음. 나는 이 책을 들고 거리를 헤매이며 국숫집을 찾았다. 어떤 국수를 먹고 싶은지 체크해두었던 바, 읽지 못하는 베트남어를 더듬어가며, 아아 여기에 분보남보를 판다, 하고 들어가 내 인생 첫 베트남 첫 국수를 눈물나게 맛있게 먹었던 기억. 그렇다면 이 책은 나의 인생책이 되어야 하지 않나. '이광호'의 [사랑의 미래]야 말로 내 인생책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에 살지도 않으면서, 절판된 이 책을 읽고 싶다는 나의 SNS 를 보고 수소문해 이 책을 찾아 보내주었던 다정한 연인의 기억 때문에라도 나는 이 책을 인생책이라 불러야 하지 않나.


인생책은 무엇인가, 인생책은 한 권이어야 하나. 인생책은 몇 권을 고를 수 있나. 인생책은 그 책의 본래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인생책이 되는가, 그 책에 담긴 나의 사연 때문에 인생책이 되는가. 아아 모르겠다 모르겠어. 나 역시 이 밤, 내 인생책을 고를 수가 없구나.




가끔 내 책들을 네이버 검색창에 넣고 검색해 리뷰들을 읽어본다. 알라딘에서도 마찬가지. 첫 책을 내고 쏟아졌던 축하 메세지와 선물 때문에 감동받아 울던 기억이 여전히 선하다. 지금은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검색해보았다가 한 책모임 멤버의 글을 보게 됐다. 그 날은 각자 자신이 위로를 받았던 책을 한 권씩 들고 만나는 거라 하였는데, 그 중에 한 멤버가 가지고 나온 책이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였다. 나는 그게 몹시 좋았다. 누군가를 위로하겠어, 작정하고 쓴 글이 아니지만, 어딘가에서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니, 위로 받은 책, 이라는 주제에 들고나가다니. 아아, 인생 진짜 잘 살고 있어. 너는 글로 덕을 쌓았어, 라고 한 지인의 말이 두고두고 생각난다. 어쩌면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는 내 책도 인생책이 되어있지 않을까. 그러기엔 너무나 작고 미미하지만, 그러나 인생책의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리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으앗, 어떤게 내 인생책이지, 하고 책장 앞에 섰다가, 내가 톨스토이의 [부활]을 사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걸 언제 샀대? 안그래도 부활도 사서 읽어봐야지 하던 참이었는데...너 왜 거기있어? 게다가 1권은 첫째줄에 2권은 둘째줄에 있다. 왜때문에 그런거야? 알 수 음슴..



이 많은 책들중에 인생책이라 꼽을만한게 없다니!! 하고 머리를 쥐어뜯다가, 그렇다면 인생책도 아닌데, 다 팔아버려도 되지 않나? 나 자신에게 물었고 또다른 나는 '그건 아니지'라고 나를 말렸다. 이쪽 나가 잘한 건지 저쪽 나가 잘한 건지 잘 모르겠다. 나야, 나랑 싸우지말자. 싸움은 싫어싫어요...




어제는 <5월의 당신은>을 오랜만에 흥얼거리다가, 어라? 이번 5월엔 이 노래를 안들은것 같네? 생각했다. 오늘은 <소중한 사람>을 흥얼거리다가, 이거 가사가 뭔데 내가 지금 생각나? 하다가 가사를 보고, 아 그래.. 했다.


그러니까 언젠가의 가을에, 지하철 안에서 통화하다가, 상대로부터 "알았어"라는 말을 듣고, 그가 보지도 않는데 환하게 웃던 생각이 났다. 너무 좋아서. 알았어, 라는 말이 너무 좋아서. 알았어, 라는 말 너무 좋지 않나. 나는 언제나 그 말을 좋아했다. 알았어, 그럴게, 그렇게 할게, 응. 이 짧은 말들은 언제나 와서 가슴에 그대로 푹 꽂혀버려 내 심장을 어택하는 너의 알았어... 오늘은 그 알았어, 가 생각나서, 그 때의 그 목소리와 말투와 우리 사이에 흐르던 분위기가 다 생각이 나서, 내가 그 때 다시 반하면서, 아아, 이러니까 내가 좋아했지, 라고 다리가 무너질 것 같았던 생각이 나서 한참을 애가 탔다. 오랜만에 만년필을 꺼내 사각사각 일기를 썼다. 알았어, 라는 말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될까?





와인을 아예 미치도록 퍼부었어야 되는데, 괜히 두 잔만 마셔가지고 감정은 이빠이 오를 대로 올라버렸어... 나는 오늘밤 잠들 수 없는 것이다.

괜찮다. 취하자, 내 감정에 취하자. 괜찮다. 오늘은 금요일이고 지금은 밤이니까.



건드리면 울어버리겠다 으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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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9-26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모두가 다 인생책이죠. 세상에 이렇게나 책이 많은데, 그 책들이 다 어떻게든 나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했을텐데 말이죠. 당연히 우리는 고를수 없어요. ㅎㅎ

다락방 2020-09-26 20:04   좋아요 0 | URL
제가 앞으로 어떤 책을 만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또 인생책을 뭐라고 지금 정의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또 어마어마한 책을 만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인생책은 그래서 정하기도 어렵지만 바뀔 가능성도 많은 것 같아요. 앞으로 만나게 될 책들을 생각하면 흥분으로 가슴이 뜁니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9-25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는 여전히 건재하군요. 줌파 라히리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도요.
우리 같이 또 따로 페미니즘 책을 읽어왔지만, 다락방님은 자신이 젤 좋아하는 책을 잘 알고 있고 또 그걸 계속 이야기하셨던 거 같아요. 모두 맞췄습니다^^ 다락방님 인생의 책들은 크고 작은 사연들이 있어서 더 좋은 거 같아요. 런던에도 베트남에도 추억이 남아 있는 책들이네요.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랑 [잘 지내나요?] 같은 명저는 왜 책 링크를 안 하셨나요? 그러시면 안 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예전에 소설가 김영하가 <말하다>라는 책에서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여기 오신 분들은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니 이런 느낌 잘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책을 사랑하는 것이지 특정한 어떤 책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책에 대한 사랑은 변합니다. 때로는 이런 작가를 사랑했으나 곧 다른 작가에게 빠져듭니다. 프랑스 소설을 막 읽다가 일본 소설에 탐닉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아예 소설은 안 읽고 역사서만 읽기도 합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는 영화 대사도 있지만 변해야 사랑입니다. 책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평생 한 작가 혹은 특정 작품만 줄창 읽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저는 믿지 않습니다. (179쪽)


책에 대한 사랑은 변하죠. 어찌 보면 인생책도 바뀌는 것 같고요. 전 필립 로스 말고 또 다시 이렇게 사랑하게 될 작가가, 제 평생 없을 줄 알았거든요. 아니더라구요. 대프니 듀 모리에를 사랑합니다. 필립 로스만큼이요.
좋은 페이퍼 잘 읽고 갑니다. 치킨은 사랑이고 책도 사랑인데, 태그가... ㅠㅠ 히잉 ㅠㅠ

다락방 2020-09-26 20:09   좋아요 0 | URL
제가 이 페이퍼를 써놓고 잠깐 등록을 망설였어요. 써놓고 나니 늘 했던 말을 또 하고 있더라고요. 오랜시간 제 서재를 찾았던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걸 다시 읽는셈이 되겠더라고요. 뭐야, 나란 인간 왜이렇게 짐작이 쉽고 뻔한것이냐... 라고 생각해서 이걸 등록해 말어, 하다가 그래도 썼는데...하고 등록을 눌렀습니다. ㅎㅎ

맞아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제 경우엔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자꾸 말하고 또 말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래된 이들이 제 말들에 지겨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해요. 바로 이 페이퍼에 대해서 등록하길 망설였던 것처럼요. 저는 제가 좋아했던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얘기도 계속 하고 싶은데, 이제 모두들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는 마음이 될 것 같아서 그러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한테 좋다고 모두에게 좋은 건 아니니까요. 제가 자제하려고 해도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자꾸 말하고 또 말하게 돼요. 단발머리님의 인생책 페이퍼는 오 그렇구나 오 그건 없네, 라는 식의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제껀, 음, 했던 말 또 했구나..의 느낌이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단발머리님이 필립 로스를 사랑하는 것도 좋았어요. 제가 필립 로스를 사랑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단발머리님이 필립 로스를 사랑하고 그의 책을 자꾸 읽고 자꾸 글을 쓰고 하는 게 진짜 좋았어요. 어떤 작가를, 책을 사랑하는 걸 보는건 저한테 큰 기쁨입니다.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이 있으니 자꾸 쓸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지금은 대프니 듀 모리에를 좋아하신다니 그것도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님, 앞으로도 꾸준하게 좋아하시고 수시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바뀌어도 좋아요.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게 너무 좋고,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공유하고 있어서 너무 좋아요.

저는 제 페이퍼에서 태그까지 읽어주시는 소수의 몇몇분들을(단발머리님, 잠자냥님) 정말 사랑합니다.

2020-09-26 0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6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7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7 1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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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7 15: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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