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신 깨달은 건 있었어요. 연습이 부족해서 생긴 빈틈은 그 원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것으로 메꿀 수 있다는 것. 우리가 구구단은 달달 외워도 인도 학생처럼 19단까지 외우진 못하지만, 곱하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니 계산해보면 19 곱하기 19까지 써내려갈 수 있듯이요. 괴로울 때는 왜 그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하고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게 되지만, 그땐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삶의 다른 면을 돌보고 있었잖아요. 어쩌면 K씨에게 AST 309는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을 거예요.
이제 301은 굳이 듣지 않아도 되는 쉬운 과목이 됐겠네요.- P70



나는 몇 번이나 언급했지만 내 젊은시절을 훅 내 인생에서 들어내도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십대 시절을 나는 '없는 시절'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 시절을 다시 살 수만 있다면 지금과 완전히 다른 인생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 시절의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기 때문이고, 그 시절의 나는 그러나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없던 시절이라 나는 마치 십대에서 바로 삼십대가 된 것 같지만, 그 이십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없었던 이십대에 공부를 했다면 운동을 했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대학이란 곳은 내게 배움의 장이 결코 아니었다. 내게 대학은 그저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었고, 나는 대학생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모범적인 대학생이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일단 휴학하지 않고 다녀야 하는 곳이었고, 가까스로 학점을 따 졸업할 수 있었다. 학사경고 받았던 시간들이 있었고, 그걸로 딱히 크게 속상해하지도 않았다. 나는 여대를 다녔는데, 지금에서야 '내가 그 때 여성학 공부하기 얼마나 좋은 환경이었는가'를 실감한다. 아울러 다른 공부들도. 교수들이 있고 도서관이 있는 곳에서라면, 마음껏 공부를 하면서 교수님들한테 물을 수도 있었으니 이 얼마나 좋은 환경이었는가 말이다. 그때 외국어 공부를 했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나는, 대체 나는 그 때 뭘한건가.


졸업하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더럽고 지저분한 연애를 했고, 그것은 내 인생의 오점으로 남아있다. 그 연애는 나를 오래 질척이게 했지만, 그것은 상대에 대한 그리움에서 오는게 아닌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데에서 오는게 더 크다. 그때 내가 나를 잘 알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어떤 것들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인데 그 때 너무 멀리 갔다. 지금 내 인생에 그 일이 있는게, 그 남자가 있는게 너무 싫다. 당시에 사랑이라 믿었고 사랑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사랑이 아닌 지저분한 것들만 가득차있고, 내 인생에 그 일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싫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아마 앞으로도 그렇겠지. 나는 이 일에 대해 말할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 아무리 친하고 다정한 사이라도 이걸 말하는 순간 내게서 떠날 것만 같은 불안함이 내게는 있다. 나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의 사람이었던 적이 있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식의 인생을, 시간을 살았던 적이 있다.


좋게 말하면 그 이십대의 시간들을, 허우적대고 방향을 잡지 못했던 시간들을 '방황'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내가 되기 위해 거쳐가야 하는 시간이라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없던 시절이라고 말하지만, 죽어있던 시간들이었다고 말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 시절에 분명 나는 나였다. 많이 부족했고 모자랐고 또 싫었지만, 나는 그 당시에도 내 스스로에게 쪽팔리는 걸 견딜 수 없어했다. 그런데 내 스스로에게 쪽팔리는 걸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이십대 시절의 무수한 일들로 인해 알게 되었고, 그러므로 그 때는 괴로웠던 적이 많았다. 아 쪽팔려, 내가 왜 이랬을까, 하던 시간들이 그 때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나 스스로에게 쪽팔려하는 것을 못견딘다는 것을 알게 된거다. 그 때의 연애는 내가 좋아서 시작한 연애였지만, 그러나 순간순간 자존감에 치명타를 입을 때가 있었고, 그럴 때면 나는 또 참지 못하고 상대에게 말했다. 나는 그러므로 가장 못난 순간을 살았어도, 나였다. 너 왜 나를 이렇게 대해? 하는 것은 영락없는 나였지만 그럼에도 내가 확 끊어내지 못한 것은 아직 내가 되기 전의 나였다. 



왜 가장 좋았을 수 있었던 시간을, 가장 빛날 수 있었던 시간을, 왜 그 찬란할 수 있었던 시간을 나는 그토록이나 엉망으로 보낸걸까. 대체 나는 그 때 무얼했나. 그 시절이 내게 남긴건 뭐였나. 나는 그 시절의 나에 대해 수시로 생각하고 수시로 안타까워한다.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이 일이 내게 후회를 가져오지 않을까 수시로 질문하게 된 것은, 그러므로 그 시절에 형성된 것일 수도 있다. 그 시절은, 내 없던 시절은, 없던 시절이라는 인식으로 내 안에 박혀있다. 그러므로 없던 시절은 없지 않았다. 그리고 심채경의 저 구절을 읽게된 거다.



"괴로울 때는 왜 그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하고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게 되지만, 그땐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삶의 다른 면을 돌보고 있었잖아요."



내 젊은시절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삶의 다른 면을 보고 있었을거라고, 심채경은 말한다. 대체 그게 무얼까. 저 문장 자체는 위로가 되지만 그런데 나한테 적용하면 딱 들어맞질 않는거다. 대체 내가 뭘했는데, 내가 어떤 면을 들여다봤다는 건가. 내가 그때 들여다본 '삶의 다른 면'은 무엇인가. 도통 모르겠는거다. 나는 그 시절에 아무것도 들여다보지 못한것 같은데. 그 시절의 나는 무얼 한게 없는데. 그 시절에 무언가 했다면 나는 달라졌을텐데. 더 나은 인간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더 높은 연봉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학위가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때 공부도 안했고 좋은 연애를 한것도 아니고 운동을 한것도 아니고 특별히 가족을 아낀 것도 아닌것 같은데. 대체 그 때 내게 무엇이 있었단 말인가. 심채경이 말한 대로 삶의 다른 면을 들여다봤을 것이다. 그랬겠지. 그 젊은 시절이 아무것도 없다한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지 않겠는가. 무얼 봤는가. 나는 대체 무얼 봤단 말인가. 어떻게 인간이 못나질 수 있는지 실컷 경험한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들여다본것이란 말인가. 자존감을 박살내는 방법이라든가 끝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건 무엇일지 들여다본걸까. 이게 너무 괴롭다. 그래, 삶의 다른 면을 들여다봤겠지. 그런데 대체 내가 본게 뭐란 말인가.


나는 거기에 대해 답을 할 수가 없다. 들여다본게 없어. 나 역시 누군가 과거의 어느 한 시절을 더 잘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면 너는 그 때 다른 의미있는 걸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건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 때 했을거라고 생각하니까. 그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니까. 니가 그 때 그 시절 술을 마시고 낭비했다면 그건 그것이 네 인생에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너는 무언가를 깨닫게 됐을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걸 나한테 적용하면 진짜 아무것도 없는 거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신이시여..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목표들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았다는 걸 떠올린다. 이를테면 뉴욕에 가겠다든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겠다든가 하는 것들은 중학교 시절부터 쭉 이어져오던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됐던 과거 그 때에도 나는 내 주변인들에게 늘 부르짖었다. 나 뉴욕에 갈거야, 나 책을 낼거야, 라고. 그 시절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노력하지 않았던 삶을 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긴 했다. 대학시절 내내 아르바이트를 했고 졸업후엔 내내 직장생활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삶의 다른 면을 들여다보지 않았노라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매일을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하며 살았다. 나는 없었던 때라고, 바닥으로 한없이 추락했었노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렇게까지 추락햇던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다른 면을 보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게 너무 후회되는 지점이고, 그게 너무 아쉽지만, 그렇게 나빴을까? 음..


좀 많이 나빴던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면을 들여다보지 못한 것 같지만, 그래도 삼십대 이후부터는 나아졌다. 삼십대 이후 부터는 쪽팔리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신경썼던 것 같다. 삼십대 이후 부터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삼십대 이후에는 좋은 연애도 했다. 이것들이 과거의 나를 상쇄시키진 못하지만 나는 좋았던 시절이 있었노라 회상할 수도 있다. 지금도 여전히 삼십대의 어떤 시간들을 떠올리며 아 그 때 정말 좋았지, 그 때 정말 행복했어. 인생이 찬란했다, 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을 비롯해 나랑 가까운 사람들은 나의 삼십대 시절들을 떠올리며 그 때 너 진짜 행복해 보였어, 너 진짜 좋아보였어 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그 아름답고 찬란하고 행복했던 시간들은 내게 고스란히 남아있다. 여전히 어떤 시절을 떠올리고 괴로워하고 아파하지만 그래도 어떤 시절을 떠올리고 행복해하기도 하니 뭐, 나쁜 인생은 아닌것 같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 없던 시절들에 대해 잊을 순 없을 것 같다. 그 시간들을 보낸 건 분명 나였으니까. 내가 그때 왜그랬을까. 왜그렇게 어리석고 멍청했을까. 왜, 왜... 왜그렇게 한심했던거야, 대체 왜..



나는 삶의 다른면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분명 그랬다. 그 때는 그게 나였다. 내가 그런 나였던 게 좀 가슴이 아프다.


그렇다고 지금도 내내 가슴이 아픈채로 살고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은 지금을 산다.





별도 마찬가지다. 멀리 있으면 지구가 6개월에 한 번씩 오른쪽 왼쪽에서 본다고 해도 그 자리에 있는 것같지만, 가까이 있는 별은 위치가 달라 보인다. 반대로 말하자면 시차가 클수록 가까운 별이다. 지구가 일 년 동안 더큰 원을 그리며 돈다면 별의 연주시차는 더 클 것이다. 거리와 각도, 시차를 설명하기 위해 칠판에 옴싹 달라붙어서, 모두가 보고 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하게 애쓰며 점 두 개를 칠판에 찍고는 돌아서서 이토록 흥미진진한 것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던 그 순간, 무미건조한 중년아저씨의 눈에서 반짝, 소년이 지나갔다. 술이나 산해진미도 아니고, 복권 당첨도 아닌데, 하다못해 아름다운 연주씨’를 만난 것도 아니고 그냥 연주시차. 지난 십몇 년 동안 한해에 예닐곱 반에서 똑같은 설명을 했을 텐데 어째서 연주시차 따위가 저 사람을 그리 즐겁게 하는 것인지 몹시 궁금했다. 일 년 뒤, 나는 지구과학 경시대회에 나가서 어쭙잖은상을 탔다. - P11

일기 속에는 두려워하는 내가 있다. 졸업할 수는 있는 걸까 두려웠고, 졸업 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려웠다. 어쩌면 졸업 후의 더 큰 두려움을 유예하기 위해 수료생의 고뇌에 천착했는지도 모른다.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도중에그만두지 못했던 것은 떠날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남은 채 버텨내는 데도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떠난 이들은 남지 못한 게 아니라 남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고, 남은 이들은 떠나지 못한 게 아니라 떠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제는 안다. 어느 쪽을 선택했는 묵묵히 그 길을걸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에 이겨도 보고 져도 보는 경험이나를 노련한 뱃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것을.
다시 새로움을 향해 떠나야 할 때,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느낄 때, 나는 과거의 나를 찾아간다. - P31

별까지의 거리 구하는 공식이 (겉보기등급)-(절대등급)으로 시작하는데, 밝은 별이라 절대등급이 음수인 경우를 예제로 주었더니 마이너스가 두 개 연달아 나오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진지한 얼굴로 물어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는 360 보다 2가 편한 자연과학 전공자가 있었다. 0보다 작은 수를 쉽게 뺄 수 없는 학생과 멈춰 있는 축구공도 제대로 못 차는 내가 무엇이 다른가,
같은 깨달음을 얻으며 한 주 한 주가 흘러갔다. - P39

지구도 한때는 황량한 곳이었다. 물도, 생명을 만드는 유기물질도 없이, 금속이 깊이 가라앉아 핵을 만들고, 그 위로 금속보다는 가벼운 암석의 맨틀이, 가장 표면에는 용암과 돌덩어리들이, 그리고 지구 밖우주에서 끊임없이 쏟아져내리는 유성 때문에 만들어진 운석구덩이만이 가득했던 때가 있었다. 누군가의 의도로 지구에서 생명이 시작된 건 아니다. 수분도 유기물질도 없는 메마른 흙으로는 아담도, 아담을 빚을 질퍽한 반죽도 만들 수 없다. 우주라는 거대한 자연의 순리였다. - P190

반사망원경에 푹 빠진 나머지 400여 개가 넘는 망원경을직접 만든 월리엄 허셜은 망원경 제작 말고도 많은 업적을역사에 남겼다. 그는 요즘 말로 ‘엄마 친구 아들‘이라 불릴만한데, 일단 삼십대 초반까지는 클래식 음악 연주자이자저명한 작곡가였다. 수많은 교향곡과 협주곡을 만들었고,
연주회를 열 정도로 이름난 오르간 연주자이기도 했다. 음악 이론을 파고들던 허셜은 수학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더니 곧 스스로 망원경을 만드는 전문 기술자가 되었고, 그 망원경을 이용해 밤하늘의 별을 체계적으로 관측하기 시작했다. 눈으로 볼 때는 별 하나처럼 보이지만 망원경으로 자세히 보면 쌍성인 별들을 수백 개나 발견해 목록으로 만들었고, 토성 너머의 또다른 행성, 천왕성을 발견했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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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금은. 지금을 산다.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1-05-09 17:57 
    관계에서 나는 거절 할 수 있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거절 당할 수도 있는 존재다. 라는 것을 이제야 본격적으로 깨닫고 있는 중이다. 난 좀 바보였다. 색맹은 테스트 하기 전 까지 자기가 색맹인지 모르는 것 처럼 나는 관계맹 비슷한 거였던 것 같다. 다른 관계가 가능할 거라는 것을 몰랐으므로 아주아주 밀착된(솔직한, 안불편한, 거리조절이 잘 안되는 가까운)관계만이 ‘진짜’관계라고 여겼다. (그런 관계들에 언제나 술이 함께였음은 최근에 뼈저리게 깨달아가고 있
 
 
잠자냥 2021-05-03 10: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와 같은 책을 읽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당신은 다(코타)부장님~ 존경합니다. 딸랑딸랑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5-03 12:27   좋아요 2 | URL
아이참. 다코타 부장님이라니. 저는 정말로 다코타 존슨이 된 기분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코타 존슨도 과중한 업무로 빡쳐하면서 매일을 보내고 있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5-03 1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시기를 벗어나야 보이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가장 아쉬웠던, 기회가 가장 많았지만 아무것도 못했던게 20살이랍니다.
어쩌면 제 인생의 최대?기회 였는데 주변에서 다 부러워했는데 엉뚱한데 정신이 팔려 아무것도 해놓은게 없이 낭비했지요. 아우..그런 일들로 오히려 뒤에 목표한 것들을 성취할 수도 있는 거 아닐까 생각해봅니다.더 절실해져서요!😊

다락방 2021-05-04 07:34   좋아요 1 | URL
누가 한 말이었지요?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 너무 아깝다고. 저도 지나고나서야 그 좋은 시절을 대체 왜 그렇게 보냈나 싶더라고요. 특히 공부에 대해서는 더 그래요. 어릴 적에 어른들이 ‘공부도 때가 있다, 열심히 해라‘할 때 그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 너무 큰 후회로 돌아오더라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공부좀 할걸.. 하고요. 제가 이런 안타까운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얘기를 해도 그 학생들 역시 제 말을 안듣겠지요. 하하하하.
이미 지나버린 시간을 돌이킬 순 없으니 저는 앞으로 남은 시간을 열심히 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열심히 살지 못했던 것, 나쁘게 살았던 것, 공부하지 않았던 것.. 이 모든 것들을 앞으로 남은 생에서 다 해나가야 할 것 같아요.
미미님, 절실하게 읽고 쓰고 공부합시다!

단발머리 2021-05-03 1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무슨 말인지 알것 같은 페이퍼에요. 저도 지금을 살고 싶은데 이 페이퍼 제목처럼 생각하는 시간들도 많고요. 그나저나 저는 이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천문학자의 글인데 그래서 지루함을 예상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용해주신 문단에서 묘한 끌림이 느껴지네요.

다락방 2021-05-04 07:36   좋아요 1 | URL
저는 무슨말인지 모르겠는 부분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요 ㅋㅋ 그치만 단발머리님은 우주에 대해 좀 아시니까 저보다 더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아요. 진짜 어릴 때 공부를 해놨으면 이런 책도 더 재미있게 읽었을텐데. 지구과학도 물리도 화학도 못했던 저는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래서 제가 평생 이과를, 공대생을 동경하나봐요. 아오 빡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 읽으시면 엄청 풍성한 페이퍼가 나올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님, 십년후 이십년후에는 ‘그때 왜그랬을까‘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 최선을 다해 이 시간들을 살아봅시다. 함께 다정하게요!

2021-05-05 0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06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1-05-08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지금을 산다 지금은 지금을 산다...😖 세상에.... 읽으면서 계속 감동이었는대, 마지막 문장이 완벽해서 더 치여버려따... 🥰

다락방 2021-05-08 18:32   좋아요 1 | URL
아이참 ㅋㅋㅋㅋ뭘 또 치이고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부끄럽게 ㅋㅋㅋㅋ

나 저녁으로 동치미냉면에 훈제오리 슬라이스 먹었어요. 배불러요. 그런데 좀 이따가 로제떡볶이 해서 와인 먹을 거에요. 꺅 >.<

- 2021-05-09 17:23   좋아요 0 | URL
제 치임을 글로 써버렸다. 정희진의 반열에 오른 다락방!!!

다락방 2021-05-09 17:32   좋아요 1 | URL
으응? 어디에 썼어요, 어디에??

- 2021-05-09 17:59   좋아요 0 | URL
트랙백 걸었어요 ㅋㅋㅋㅋㅋ 데헷!
 

가끔은 이상한 열망이 타오른다. 하등 쓸데없는 것을 갖고싶어지면 기어코 가져야만 하는 것이 무릇 인간된 도리 아닌가. 음.. 아니고요, 그것은 인간된 도리라기 보다는 나라는 한 개인의 특성 같은 것일테다. 그러니까 나는 책을 갖고 싶다. 
















베트남에서 말레이시아 난민 수용소를 거쳐 캐나다에 정착한 킴 투이의 자전적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이 책이 좋아서 베트남어로 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베트남에서 캐나다로 간 작가라니까, 나는 당연히 처음 쓰여진 언어가 베트남어일 거라고 생각한 거다. 나는 언젠가 베트남에 가 살아보고 싶고, 그래서 공부하지 않았지만 베트남어 교재도 사두었으니, 소설책으로 베트남어를 배울 수 있다면 또 좋은 기회가 아닌가 말이다. 게다가 킴 투이의 이 소설 [루]는 분량도 적고 문장도 짧게 끝난다. 베트남어를 배우기에 되게 맞춤할 것 같은 거다. 베트남 태생의 여성작가의 소설로 베트남어를 공부한다니, 너무 짜릿하지 않은가. 읽으면서 '다 읽고 베트남어 판으로 사야지 후훗' 하였고, 그렇게 오늘 아침 일어나 이 책의 남은 분량을 다 읽었는데, 아아, 그제야 나는 알게 된다. 이 책의 원어는 베트남어가 아니라 프랑스어라는 것을. 킴 투이는 이 책을 프랑스어로 썼다. 원서는 불어로 되어있는 것이다. 아아.


그러나 이 책은 인기가 많아서 세계 여러나라에 번역되어 있다고 하니 베트남어로도 번역되어 있겠지. 그렇다면 그렇게 사도 뭐 괜찮을거야. 애초에 베트남어로 쓰여진 것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뭐 어때. 그런데, 베트남어 책은 어떻게 산담?


나는 알라딘에 킴 투이의 루 를 넣고 검색해봤다. 베트남어는 검색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아마존으로 가 역시 킴 투이의 루를 넣고 검색해봤다. 아니, 세상에. 이 책이 인터내셔널한 베스트셀러임은 부인할 수가 없구나. 영어, 불어, 스페인어, 터키어, 중국어, 불가리아어, 페르시아어 다 번역되어 있고 구매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단 하나, 베트남어가 없어. 야!!


니네 나한테 왜이래?


하는수 없이 이베이로 가 검색했다. 역시 베트남어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어쩌나?



베트남에 가야한다. 베트남에 가서 서점에 들러 사야 한다. 베트남 태생의 작가이고 세계적인 작가이니 베트남 서점에는 분명 이 책이 베트남어 번역으로 있을 것이다.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베트남에 갔을 때 큰 서점에 들렀던 적이 있던가. 기억을 돌리고 돌려본다. 내가 뉴욕에서는 서점에 간 적이 여러번이지. 가만 있자, 아시아 어디 쇼핑몰의 그 큰 서점, 거기는... 태국이었던가? 마캌오에서도 서점은 갔었고. 하노이..하노이에서 서점은? 아무리 아무리 기억을 해보려고 해도 큰 대형서점에 간 기억이 없다. 롯데백화점 안에 서점이 있었던 것 같은데, 거기 컸던가? 아니, 거기 말레이시아 서점인가? 아아 모르겠다. 하노이에서 서점에 가서 어떤 것들을 봤는지, 내가 서점을 갔었는지, 큰 서점이 있었는지가 기억나질 않아. 그래서 나는 하노이 서점으로 검색해보았는데, 이미 하노이에서 큰 서점에 들렀던 블로거들이 사진을 찍어 올려두었고 아아, 내 마음은 이미 하노이에 가있다. 하노이야... 



하노이로 말할 것 같으면 나에게는 정말이지 너무나 특별한 장소이고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곳이라서, 내가 결국 어떻게든 몇 개월이나마 살아보고 싶은 곳이면서 동시에 수시로 들르고 싶은 곳이다. 몇해전에는 너무 가고 싶어서 금요일 퇴근하고 바로 공항으로 가 비행기를 타고 새벽에 하노이에 떨어져서 몇시간 잔 뒤에 토요일을 온전히 하노이에서 보내고 일요일 점심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 적도 있다. 그렇게 훌쩍 떠나고 싶은 곳이 하노이다. 그러니까 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정말 쓸데없는데 돈과 에너지를 낭비한다고 보이겠지만, 나는 진짜로 내가 원해서, 그렇게 훌쩍, 킴 투이의 베트남어로 쓰여진 소설책을 사기 위해 하노이로 날아갈 의지가 있다. 그러고 싶다. 하노이에 훌쩍 가서 서점에 들러 책을 한 권 사들고 올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너무나 흥분되고 짜릿해진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갈 수가 없어 ㅠㅠ 

코로나 뭐야 진짜 ㅠㅠ

왜 나를 이렇게 만들어.

왜 이렇게 욕망에 후달리게 만들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킴 투이의 루 베트남어로 갖고 싶어. 막상 가지게 되면 한 장도 펼쳐보지 못하고 역시나 베트남어 글자 하나 익히지 못할 확률이 매우 크지만, 그래도 갖고 싶어. 갖고 싶다고 생각한 이상 가져야겠어. 그런데 어떻게 가질 수 있는거야? 엉엉 ㅠㅠ 베트남어로 쓰여진 루 를 사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거야. 나 베트남 가서 책 한 권 사오는거 할 수 있어. 나 그거 좋아. 괜찮아. 나 그거 돈 아깝다고, 시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행할 수 있어.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해. 엉엉. 그러면 나는 이거 언제 가질 수 있어? 가질 때까지 나는 계속 생각하게 될텐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엉엉. 킴 투이 루 갖고 싶어. 엉엉. 



근데 이 책 베트남어로 구할 수 있나 검색해보다가 와, 표지가 다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랐다. 여러분, 표지 한 번 보고 가자, 킴 투이의 소설들.



































매일 아침 외할아버지의 집 앞에 서 있던 여자가 있었다. 날품팔이꾼이던 그녀는 매일 아침 그 자리에 서서 자기에게 일거리를 주는 남자를 기다렸다. 그리고 매일 아침 외할아버지의 정원사가 바나나 잎에 싼 찰밥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 그녀는 파라고무나무 농장으로 향하는 트럭 짐칸에 서서 할아버지의 정원사가 부겐빌레아 정원으로 머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느 날 아침 늘 흙길을 건너 아침을 가져다주더 남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도 …… 또 다음 날도 …… 어느 날 저녁 그녀는 내 어머니를 찾아와 물음표가 가득 그려진 쪽지 한 장을 건넸다. 아무 내용도 없이 물음표들뿐이었다. 그날 이후 어머니는 인부들을 태우고 떠나는 트럭에서 그 여인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고무나무 농장에도 부겐빌레아 정원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외할아버지의 정원사가 결혼을 원했지만 그의 부모가 허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떠난 것이다. 정원사의 부모가 외할아버지를 찾아와 아들을 다른 도시로 보내달라고 청했고 할아버지가 그 청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아무도 그녀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녀가 사랑하던 정원사는 편지 한 장 남기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말해준 사람도 없었다. 그녀는 글을 쓰지도 읽지도 못했고, 남자들과 함께 일하러 다니는, 피부가 햇볕에 심하게 그을린 여자였기 때문이다. -p.104-105



그리고 킴 투이의 다른 소설들. 이 아니라 한 권 밖에 없구나.




















어제 친구들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와중에 친구 한 명이 내게 '너를 만나면 나는 좀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아' 라는 말을 해주었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다보면 그들중 누군가는 특별한 방식으로 특별한 말들을 내게 던지곤 한다. 더 선명해지는 것 같은 그 느낌은 도대체 어떤건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친구에게 그것은 긍정적인 것이었고, 그래서 그렇게 말한 뒤에 '그래서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 라고 덧붙였다. 나는 발그레져서 웃었다. 누군가에게 어떤 좋은 느낌을 준다는 것,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친구가 된다는 건 너무 근사하지 않은가. 친구는 글로만 나를 보았을 때도 내가 좋았다고 했지만 만나고 나서는 더 좋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졌는데 만나고나서 그 호감이 더 커졌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도 또 상대에게도 모두 좋은 일일 것이다. 애정을 표현하면서 사는 일은 분명 인생을 좀 더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얼마전에는 어떤 이로부터 비밀댓글이 달렸다. 내 음식 페이퍼를 좋아한다는 거였다. 역경을 헤치고(응?) 기어코 해내는 글을 읽는게 너무 좋다는 거였다. 아니.. 너무 좋지 않은가. 그러니까 나는 그냥 나로서 존재하고 나로서 글을 쓸 뿐인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여기 이렇게 있는 나로부터 좋은 점들을 막 끄집어내서 좋아해준다. 인생은 진짜 졸라 살아볼만한 거야...



자, 나는 이제 조카들을 보러 가기 위해 준비하겠다. 빠샤.






아버지는 혹시라도 공산주의자들이나 해적들에게 잡힐 경우 청산가리 알약으로 가족 전부를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영원히 잠들게 할 계획을 세웠다. 오랫동안 나는 아버지에게 묻고 싶었다. 어째서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어째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에게서 미리 앗아가려고 했는지. - P18

사람들은 자꾸 잊어버리지만, 남편들과 아들들이 등에 무기를 지고 다니는 동안 여인들이 베트남을 짊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자꾸 그 여인들을 잊는 것은, 그녀들이 원뿔형 모자를 쓴 머리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묵묵히 해가 질 때까지 버텼고, 그런 뒤에는 정신을 잃다시피 잠에 빠졌다. 잠이 밀려오는 동안에도 어디선가 산산조각이 나 있을 아들의 몸을, 혹은 난파선처럼 강 위를 떠다닐 남편의 몸을 떠올렸다. - P63

나도 골목길로 달려 나가 이웃 아이들과 돌차기 놀이를 하고 싶었다. 나는 쇠창살이 달린 창문 앞이나 발코니에 서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부러워했다. 우리 집은 2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이고 그 벽 위에는 감히 넘어올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유리 조각들까지 박혀 있었다. 창문 앞에서 혹은 발코니에서 바라보노라면, 벽이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지 반대로 우리가 삶에 다가갈 수 없도록 가로막고 있는지 헷갈렸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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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5-01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랫동안 어떤 분을 글로만 만나고 글로만 좋아하다가 실제로 그 분을 만났는데 만나고 나니 훨씬 더 좋았던...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 날, 그 해 최고로 더웠던 그 여름날이 생각나네요. 호호. 예쁜 조카들과 좋은 시간 보내고 오시어요^^

다락방 2021-05-03 12:18   좋아요 1 | URL
예쁜 조카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왔어요. 첫째랑은 같이 팔뚝살 빼는 운동을 따라했고 ㅋㅋㅋㅋㅋㅋㅋ 둘째랑은 축구게임기를 했답니다. 조카들 너무 사랑스러워요!

저 역시도 좋은 분을 오프에서 만나고 더 좋아진 경험이 있답니다. 그리고 내내 좋은 인연을 유지하고 있고요. 그 분 생각을 할 때면 내가 참 복이 많구나, 싶어요.
:)

붕붕툐툐 2021-05-0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부장님의 스케일은 정말 최고십니다! 제가 하노이에 반짝 방문을 했다면 그것은 책이 아니라 반미 때문이었을텐데.. 존경합니다. 다부장님!

다락방 2021-05-03 12:19   좋아요 1 | URL
저는 하노이에 갈 때마다 반미를 사먹곤 하지요. 물론 쌀국수 쌀국수 쌀국수 사이에 반미를 넣는 것이긴 합니다만. 반미 너무 좋아합니다. 흑흑.
그렇지만 이번엔 책 한권을 사겠다는 이유로 가고 싶어요. 언제쯤 갈 수 있을까요, 툐툐님? ㅠㅠ
툐툐님, 우리 세월 좋아지면 하노이에서 만나요! 하노이에서 만나서 함께 반미도 먹고 수다도 떨고 술잔도 부딪치도록 합시다!

붕붕툐툐 2021-05-04 16:20   좋아요 0 | URL
앗! 다부장님의 초청 너무 영광입니당! 저야 당장 따라가죠!! 하노이를 다부장님의 도시로 기억하겠습니다!ㅎㅎ

2021-05-01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03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5-02 0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노이가 그렇게 좋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저도 가보겠습니다. 코로나 끝나면.... ^^
어떤 작가의 책이 좋다고 꼭 그 언어로 된 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데, 다부장님은 역시 남다르고 훌륭한 취미를 가지셧습니다. 저는 여행갔다가 서점에 가면 주로 화집이나 사진집 종류로 한두권씩 사오는데 돌아와서는 다시는 안본다는 단점이 있더라구요.

다락방 2021-05-03 12:24   좋아요 1 | URL
저는 하노이가 왜그렇게 좋은지 모르겠어요. 쌀국수도 좋고 날씨도 좋아요. 가면 정말 특별하게 하는게 하나도 없거든요. 그저 쌀국수 먹고 그저 걸어요. 그게 다인데, 그게 그렇게나 좋습니다, 바람돌이님. 저는 하노이를 그냥 사랑하는 것 같아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저 하노이 그 자체를 사랑하는데, 그것이 어쩌면 특별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남다르고 훌륭한 취미를 가졌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냐하면 그 작가의 원서를 갖고 싶단 생각을 제가 평소에 하진 않기 때문이죠. 베트남이라서 그랬습니다, 베트남이라서! ㅋㅋㅋㅋㅋ

저는 마카오 갔다가 오르한 파묵의 책을 포르투갈어로 사왔는데 그게 책장에 꽂혀있고 대체 그걸 왜 샀는지 모르겠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수이 2021-05-02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남 후 좀 더 선명해진다는 말을 한 친구의 마음을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제 가늠으로는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말이 아닌가 싶어요. 이 친구를 만나니 나는 무엇을 하고싶고 어떤 길을 걷고싶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싶다는 구체적인 방향성. 하나밖에 없는 인생이니까 가급적 아름답고 밝고 경쾌하게 살고싶을 거 같은데 살다보면 또 길을 잃고 헤매게 되고 그러니까 근데 락방님은 강인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사람들에게 그 에너지를 나누어주는 역할을 하는듯 싶어요. 음식 페이퍼에 댓글 단 그분 말씀대로 ‘역경을 헤치고 기어코 해내는’ 그런 에너지.

저도 다락방님 만나면서 그런 걸 느껴서 친구 말 이해할듯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굿 썬데이😊

다락방 2021-05-03 12:26   좋아요 1 | URL
자꾸 물으면 되는것 같아요, 자꾸 물으면요. 나 자신에게 자꾸 물으면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자꾸 묻고, 순간의 감정들을 캐치하는 능력들도 필요할 것 같아요. 아 이 순간이좋다, 이건 싫다 할 때마다 그걸 좀 들여다보면 그러면 방향은 점점 더 선명해지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누군가 에너지를 나누어준다고 해서 모두가 그걸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걸 받고자 하는 사람들일 때, 받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그래서 액션을 취할 때, 바로 남이 주는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에너지를 나눠준다고 생각했다면 수연님은 그 에너지를 이미 받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든, 결국은 자신이 하는 거니까요. 수연님은 잘 하고 계신겁니다. 설사 제가 아니었다해도 누군가 나누어준다면 받아낼 분이시고요.

:)
 

며칠전에 퇴근후 남동생 집에 가 실컷 아가 조카를 안아주고 남동생과 소곤소곤 술을 마셨더랬다. 남동생은 아이가 태어나고나서 술을 안마시고 지내고 있다가 아주 오랜만에 술을 마신 거였다. 기분이 좋았는지 취하지도 않고 우리는 계속 마셨는데, 대화중에 WWE 레슬링 선수 '숀 마이클스'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남동생과 나는 모두 그 선수를 좋아했었다. 이제 그 선수의 경기를 볼 수 없다는게 서운하다는 얘기도 했고, 그러다가 내가 '자서전 나오면 읽어보고 싶어' 했더니, 남동생은 '나왔어!' 하는게 아닌가. 뭐라고? 검색해보니 이미 몇 년전에 자서전이 나왔는데 번역본이 없는 거였다.



















페이퍼백, 하드커퍼, 오디오북.. 난리가 났네.

여튼 이렇게 나온걸 알고 좋긴했지만 번역본이 없다니 낭패네, 번역되어야 읽지, 하면서 내가 남동생에게 '원서 사주면 너 못읽지?' 했더니 '못읽긴 왜 못읽어' 하는거다. 야, 가능하겠어?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그래서 내가 '그러면 사줄까?' 했더니, '사줘' 하는거다. 이 놈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심? 진심! 진짜? 진짜! 너 읽을 수 있어? 읽어보지, 뭐! 이래가지고 충동적으로 그 밤에 주문을 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문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러고 알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랬는데, 어제 출고되었다는 문자가 와서 남동생과 공유했다. 그러자 남동생이 말했다.


"술김에 산 책이 드디어 오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까 나로 말하자면 술김에 원서 사는 사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론 내가 읽을 건 아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 '사는 것'에 진심인 사람, 나야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잊고있다가 어제 문자 보고서 '아 맞다 이거 주문했지!' 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오랜만에 혼자가 되는 날이었다. 나는 며칠전부터 혼자이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설렜다. 마침 와인도 선물 받았어. 완전 꺄울이다.

내가 혼자가 되면 되게 행복해한다는 걸 알고 있는 동생들은 어제 톡을 보내왔는데 남동생은 '벌써부터 오늘 저녁 안주를 생각중이겠군' 하길래, '장난하냐? 안주 선정 며칠전에 다 끝냈고 준비도 완료됐다' 하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집에 가기만 하면 되지롱~ 나는 안주에 진심인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순만 어제 점심시간에 샀다. 금세 시들어버리기 때문에 미리 준비할 수가 없어서 기억하고 있다가 점심 먹고 마트 가서 사고 회사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퇴근 전에 꺼내 가져가서는 휘리리릭~ 나는 안주를 준비했다.



내가 준비한 건 슬라이스 훈제 오리였다. 훈제 오리 좋아하는데 구워먹기 번거로워서 혼술 안주로는 얇게 슬라이스된 오리가 딱이다. 구워먹으면 더 맛있긴 하지만 전자렌지 1분 완성 되어버려. 쌈무와 무순과 양파를 준비해서 샤라라랑 차려내고~





이것만으로는 어쩐지 허전하지, 후훗. 냉장고에 항상 준비되어 있는 또띠아로 피자를 만들자. 내게는 올리브도, 피자치즈도, 스파게티 소스도 있다! 햄 대신 슬라이스 훈제 오리를 올려버렸! 루꼴라 대신 무순을 올려버렸!! 나는 요리의 신, 요리의 천재!





그렇게 차려낸 한상이다.




아 너무 좋아.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티비 앞에 앉아서 채널을 돌리는데 또 마침 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 시즌2를 보여주는거라. 세상에.. 아니 이게 무슨 꿀맞춤이야.. 으하하하하.

신계숙 교수님 제주도 가셨네요. 빵 드시고 요리 하시고 너무 좋네요. 음화화핫.

이번 제주도에 신화의 멤버 김동완과 함께였는데, 신계숙 은 김동완에게 '해보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것이 있느냐' 물었고, 이에 김동완은, '있다, 결혼이다' 라고 답했다. 연애를 하고 두번 실패해보니 이제 겁나서 더 하게 되지 않더라는 거였다. 신계숙은 이에 두 번 실패했으니 세번째는 성공이지 않겠냐. 엉덩이를 들고 문을 열고 나가서 해라, 라고 조언해줬다.


김동완에게 그게 결혼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각자 다른 것일 수 있을테다.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 그게 무엇이든 신계숙의 조언은 통할 것이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라, 문을 열고 나가라, 하라.





넷플에서 이런 영화가 있다고 알려줘서 춤 영화니까 닥치고 봤는데, 그동안 봤던 춤 영화 중에서 가장 매력없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스토리는 전형적이다. 발레 유망주가 발레 오디션을 앞두고 힙합에 빠지게 되고 힙합을 추면서 자신이 날아오르는 것을 느껴서 발레를 포기하고 이 과정에서 아빠랑 갈등을 겪고 그리고 힙합 오디션을 보러 간다는 내용. 근데 여자주인공도 남자주인공도 너무 매력이 없어... 신기하게 매력이 없다.


요즘은 매력에 대해서 생각한다. 일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외모가 출중하고 성격이 밝고 그러니까 딱히 흠잡을 데가 없어도 매력이 없는 건 어째서인가. 매력이란 대체 무엇인가.. 에 대해서 생각해보는데 이것은 그저 개인과 개인의 합의 영역이 아닌가 싶다. '흠잡을 데 하나 없는데 이상하게 매력없네' 하는 경우가 생겨버려. 인간은 개개인이 다 다른 존재이다 보니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누군가는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누군가는 싫어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나를 좋아하지만 누군가는 나의 안티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나를 매력적이라 생각하지만 또 누군가는 와 무매력이다.. 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 어쨌든 영화속 주인공들 너무나 매력 없어서, 춤 영화면 일단 춤을 잘 추는 것만으로 매력포텐 팡팡 터지는데 그것이 안된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생각했다. 나는 다코타 존슨이 좋아. 날 닮은 다코타 존슨.


(죄송합니다..)



요 며칠은 포기에 대해 생각했다. 포기할거야, 포기할거다, 라고.

어제 친구는 나의 고민에 '그냥 해, 질러버려' 했다. 신계숙 교수의 조언과 일치하는 조언을 해준 셈. 늘 나는 생각이 많다는게, 복잡하다는 게 친구의 말이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걍 해버렷, 이라고 했는데. 나는 왜 그럴 수 없는가. 무엇이 나를 막는가. 만약 앞으로 가지 못하면 포기해야 하는데 왜 포기도 못하고 가지도 못하고 속만 끓이나...



강수지의 노래나 듣자.

강수지 노래 가사 중에 '세월이 지나면 그때서야 알거야, 얼마나 내가 소중했는지, 그리고 나로 인해 행복했음을' 이란 부분이 나오는데, 마침 어제 본 티비에서도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줄 알았다'는 구절이 나오더라.


바보야,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줄 알면 안돼. 꽃이 한창 피었을 때 지금이 봄이로구나, 하고 봄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야 하는거다. 알간?


이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이 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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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4-30 1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코타) 부장님 ㅋㅋㅋㅋㅋ 아 진짜 부장님 캐릭터 너무 재미난 거 아닙니까?
다(코타) 부장님은 술 마시다가 술김에 레슬링 선수 관련 원서 사는 사람
다(코타) 부장님은 점심 시간에 안주 사다가 회사 냉장고에 쟁여놨다가 퇴근하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다(코타) 부장님의 이 매력을 아는 사람이랑 연애 다시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4-30 10:41   좋아요 3 | URL
정말이지 매력 철철 넘치는 캐릭터 아닙니까? ㅋㅋ 안주에 진심인 사람, 책 구매에 진심인 사람, 무엇보다 충동적이면서 계획적인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애 너무 피곤하고 지겨워서 내팽개쳤었는데 요즘엔 흐음, 다시 해볼까, 생각을 하고 있긴 합니다. 봐서, 하게 되면 해야겠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제가 뭐 한다는 건 아니고, 뭐 그렇다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한 손으로 계란 까는 사람이랑 연애하고 싶습니다. 전완근과 등근육과 피땀눈물.....

그럼 이만.

blanca 2021-04-30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질러버려, 이게 뭘까...음....ㅋㅋ 사랑이면 좋겠다,고 잠시 생각하고 가요.

2021-04-30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30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03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4-3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의 신, 요리의 천재 인정입니다~ 저희집 루꼴라가 좀 더 자라면 피자 위에 사뿐히 올려드리겠습니다~🙆

다락방 2021-05-03 12:28   좋아요 1 | URL
무순을 처음 올려봤는데 나름 괜찮았습니다. 그렇지만 루꼴라라면 더 좋겠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루꼴라를 키우고 계신다니 아아 툐툐님 넘나 멋지십니다!! ㅠㅠ

2021-05-01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01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01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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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4-29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저기 위에 그런 사람은 아닌데.... 아시잖아요, 아니라는 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근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 깊이 생각하는 사람.... 이 부분은 마음에 와닿아요. 사실은 자주 생각하거든요. 그냥 생각만요.
온 우주에, 이토록 넓은 우주에 과연 우리 뿐인가, 정말 우리 뿐인가...

다락방 2021-04-29 18:14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요, 단발머리님.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너무 새롭고 좋고 예뻐요. 그런데 무려 내친구 단발님이 그런 분이라니요! 🥰 저는 복받응 사람. 샤라라랑 💕
 















넷플릭스에서《나의 첫번째 슈퍼스타》란 제목만 보고는 넘길 영화였는데, 아니 '다코타 존슨'이 주연인 영화란다. 나는 다코타 존슨이 왜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아마도 나를 닮아서 그런것 같다...(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상상하지 마세요, 미안합니다...)

너무 좋아서 그냥 닥치고 보고 싶은 마음에 재생했다. 재미없으면 중간에 꺼야지, 하면서.

사실 딱히 재미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영화였다.


'매기(다코타 존슨)'는 엄청난 인기가수이며 슈퍼스타인 '그레이스(트레시 엘리시 로스)'의 막내 비서이자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레이스는 여전히 슈퍼스타이지만 십년간 신곡 하나 내지 못하고 있는데, 대장 매니저와 음반 제작사는 그녀가 더이상 신곡을 내는게 아니라 투어 다니면서 라이브 앨범으로 돈을 버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는 신곡을 만들고 또 발표하고 싶은 열망이 있지만 기획사가 그러지 말라고 하니 꾹 참고 그게 나은거겠지, 하면서 시키는대로 투어만 하고 있는데 매기는 그런 그녀를 지켜보며 그녀가 신곡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리고 그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고 싶어한다. 그녀는 너무나 존경하던 그레이스의 매니저로 지내서 기쁘지만 자신의 커리어로는 프로듀서를 희망했던 거다. 그러나 그녀는 여자고, 신입이라서 좀처럼 프로듀서를 맡게 될 일이 없고, 그런 차에 우연히 길에서 공연하던 남자 싱어 '데이비드(켈빈 해리슨 주니어)'를 만나 '이봐, 나 프로듀서인데 너 목소리 너무 좋아 나랑 같이 앨범 만들어보지 않을래' 라고 말하면서 커리어를 쌓고자 한다.


그녀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친구도 알고 데이비드도 알지만 그러나 그레이스가 모른다. 그레이스에게 자기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아직 데뷔하지 못한 데이비드를 데뷔시키고 싶다. 내 능력 인정받고 데이비드도 데뷔시키고 싶은 열망이 막 차오르다보니, 그녀는 과한 욕심을 낸다. 그레이스의 새앨범 공연 첫번째 게스트로 데이비드를 부른 거다. 그레이스에게는 다른 슈퍼스타 캐스팅했다고 하고서는 거기 가서는 자기가 몰래 취소하면서 계획을 틀어지게 만들고, 그러고서는  '나한테만 맡겨주세요'라며 비밀로 했고,  데이비드에게는 '저녁 먹자'고 불러내서는 사실 네가 데뷔할 수 있어~ 라고 한거다. 그러더니 갑자기 큰 무대에 서라고 한 것.


이 일이 매기의 생각대로만 진행되었다면 결과 역시도 매기의 생각대로 나왔을테지만, 매기가 세상 혼자 사는 거 아니고 그레이스와 데이비드는 매기가 아니다. 그레이스는 그레이스대로 화가 나서 너 이제 이 일 그만두라고 매기를 해고하고 데이비드는 너 저녁 먹자고 불러내서 이게 갑자기 뭐하는 짓이냐고 화가 나서 돌아서 가버린다. 매기는 절망한다.



나는 이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기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매기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게 너무 커서 과한 욕심을 부렸는데, 그 욕심이 그저 자기에게만 향한 것이었으면 모르지만, 타인을 끌어들이는 것이었기에 나는 이 행동이 너무 싫었다. 물론 잘하고자 하는 욕심과 의욕을 모르는 바가 아니고, 인간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이라서 자기 욕심 먼저 챙기게 된다. 어떻게 해야 내 이득을 최대한으로 끌어낼까 고민하면서 그렇게 몸이 움직인다. 그러니 순간적으로 매기는 그레이스와 데이비드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서도 그것이 상대들에게 모두 좋을 거라고 잘못 생각한거다. 내가 좋은데 이거 결국 너네에게도 도움이 되잖아, 하는식. 정말 그런가?


그레이스에게는 그레이스의 상황이 있고 데이비드에게는 데이비드의 상황이 있다. 그들에겐 그들 저마다의 상황과 기분이 있다. 상대가 '선한 의도'라고 다가와 서프라이즈를 벌인다 해서 나에게 그것이 선한 결과로 돌아오리란 법은 없다. 선한 의도였다는 변명은 결국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한 것임이 대부분이다.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과한 욕심을 가졌던 매기는 직장도, 좋은 애인이자 친구도 잃는다. 과잉은 결국 결핍을 부른다.



누구나 살다보면 이런 일들을 겪게 된다. 너무 과해서 부족해지는 일. 내 욕심을 채우려고 하다가 다른 사람들의 기분과 상황과 인생을 족쳐버리는 일. 나도 좋지만 너도 좋잖아, 라는 일이 정말 상대에게 좋은지를 어떻게 내가 판단하는가. 가장 우선 순위에 나를 두고 내 과한 욕심을 채우다가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관계가 끊어지는 일들이 생겨버리고 만다. 이것이 그저 가장 이기적인 나를 위한 것임을, 과잉일 때 깨달아야 하지만, 그러나 과잉일 때 우리는 미처 거기까지 갈 수가 없다. 지나고나서야, 아, 그 때 내가 너무나 이기적이었구나 할 뿐이지. 누구나 감정의 격한 그 한가운데에서는 제대로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격한 감정이 찾아들수록 우리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야 한다. 말과 행동은 감정의 격한 그 한가운데서가 아니라, 거기에서 빗겨나서 시도해야 한다. 결국 매기도 깨닫고 그레이스와 데이비드에게 사과한다. 그레이스와 데이비드를 다시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기 위해서는 내 잘못을 깨닫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그 과정이 필요했다.



슈퍼스타인 가수가 나오는만큼 순간순간 노래를 듣고 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나 이 씬에서는 다코타 존슨이 후렴구에서 같이 잠깐 율동하는데 자지러지게 좋더라.





너 왜 내 뒷자석에 앉아 이건 니 택시가 아니야 조수석에 앉으란 말야, 하는 노래는 그 자체로 좋은데 영상이 없어서 아쉽다.





그레이스와 데이비드의 듀엣 장면도 좋다. 사실 이 듀엣 영상은 이 영화의 스포일러가 되기 땜시롱 이 영화를 보실 분이라면 이 영상은 건너 뛰시길 권합니다. (자상한 나~)






나는 다코타 존슨이 너무 좋다. 히히히히히. 다코타 존슨 너무 좋아서 다른 영화 뭐 있나 넷플에서 검색했는데 내가 안본게 공포영화 밖에 없어서 안볼거야. 공포 영화는 공포스럽습니다. 킁킁.



너무 바쁜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고 그래서 여성주의 책 완독 못할까봐 잔뜩 쫄아서, 엊그제는 미친듯이 일하고 퇴근 후에 까페에 들러 책을 읽기도 했다.

















어떻게든 이번달에 이걸 완독해야겠다는 의지. 그것이 나에게 가득했음에..

말일까지 어떻게든 다 읽을 수 있었겠지만, 나는 목요일 저녁에 놀고 싶었기 땜시롱 그 전에 끝내고 싶었다. 월요일도 화요일도 퇴근 후에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읽어냈다. (feat 친구가 선물해준 필통)

나는 이제 목요일에 자유로운 영혼으로 퇴근 후 오리고기를 먹을 것이야.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신입직원 이뻐죽겠다. 말 잘듣는 사람은 왤케 이쁜걸까염? 그런 거 진짜 너무 좋음. 말 잘듣는 거.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예전부터 응, 그럴게, 하는 등의 말들을 하는 사람들을 예뻐했다.

말뿐인 세상에서 말을 행동으로 옮기고자 하는 사람들을 예뻐했고, 응, 그럴게, 그래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예뻐했다.

여전히 그런 사람들이 예쁘다, 나는.



200년 동안의 거짓말 다 읽었으니 오늘 집에 가 잠들기 전에는 《Olive, Again》읽어야겠다. 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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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8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8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1-04-28 1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 부장님이 돌아왔다~

다락방 2021-04-28 12:49   좋아요 0 | URL
점심은 곤드레밥에 제육볶음을 먹을까요. 라면에 김치볶음밥을 먹을까요. 라면.. 어제 짜장면 먹었는데 오늘 라면 먹으면 제가 저한테 너무 못할 짓 하는걸까요. 혼란스럽습니다... 제육볶음에 곤드레밥 가야겠어요.

얄라알라 2021-04-28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초지일관. 2메뉴! 보통 곤드레밥이 한 메뉴 아닌가요?^^ 아닌가....저는 단품 음식에 곤드레를 한 메뉴로 봐서
짬짬히 이렇게 읽으며 이끌어주시는데!
저도 어제 [치유와 억압의 집] 데려왔는데, 편집과 서체가 아주 옛스러워요. 아직 읽기 전인데 분발하게요^^

다락방 2021-04-28 16:23   좋아요 0 | URL
아 원래 메뉴는 제육볶음인데 공기밥을 곤드레밥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4천원 추가가 됩니다. 저는 그렇게 먹었어요. 곤드레밥 정말 좋아합니다. 어른의 맛입니다, 곤드레밥은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아직 치유와 억압의 집 오지는 않았는데요, 왜냐하면 아직 안샀기 때문에.. 사서 바로 읽을 건 아니고, 받아 본 뒤에 같이 읽을 책으로 할까 말까를 정하게 될 것 같아요. 만약 같이 읽게 된다면 빨라야 10월이 될 것 같아요. 북사랑님은 아마 기다리다가 먼저 읽게 되시지 않을까요. 북사랑님, 6월이나 7월도서를 같이 읽으시면 어떨까요? 후훗.

blanca 2021-04-2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필통? 이랬어요. 필통이 생겼군요! 신입직원 하니 나도 신입직원 이뻐하던 생각이 ㅋㅋ 곰돌이처럼 큰 체구에 언제나 모든 걸 기꺼이 배울 자세가 되어 있던 ~군 생각이 나네요. 바쁜 시간의 틈에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읽는 모습이 빛나요.

다락방 2021-04-28 16:24   좋아요 0 | URL
주말에 같이 일자산 등반(아니고 산책)한 친구가 필통을 선물해줬지 뭡니까! 덕분에 이제 제 가방 안에 필통 있어요. ㅋㄷㅋㄷ
저 신입직원은 남자직원인데 엄청 예뻐요. 되게 예의가 바르고요 뭐든 나서서 하려고 한답니다. 이런 점은 아마도 모두가 예뻐라 하는 지점이겠지만, 저는 제가 너무 꼰대가 되었나...하는 생각도 해보게 돼요. 하하하하핫.
저 요즘 열정적으로 읽지는 않고 있어요.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ㅠㅠ

2021-04-28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8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21-05-0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코다 존슨이 멜라니 그리피스와 돈 존슨의 딸이래요. 제겐 다코다 존슨의 50개의 그림자 여주인공 이미지가 강해서 ... 자꾸 이상한 상상을 .... 그나저나 자기 선한 의도만 내세우다가 사고치지 말아야죠.

다락방 2021-05-03 12:31   좋아요 0 | URL
네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다코타 존슨이요. 아 진짜 너무 좋아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좋아요. 너무 좋아요.
저도 그레이 보고 알게된건데 그레이에서도 다코타 존슨이 너무 좋았어요. 그레이 역 남주 보면서 아아, 여주가 너무나 아깝잖아 하였답니다. 너무 좋아요. 흑흑 ㅜㅠㅠ

- 2021-05-0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 이 글 왜 이제야 봤죠? 호호호호. 필통이 생기셨군요!!! (아우, 필통 고놈참.)

다락방 2021-05-03 12:31   좋아요 1 | URL
어제 조카한테 필통 보여줬다가 뺏길 뻔 하였지만!! 잘 지켜내었답니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