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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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S 러버] 에서 애쉬튼 커쳐는 나이 많은 부유한 여성과 연인이 된다.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살면서 그 나이 많은 여성의 집에서 살고 그 여성이 주는 돈을 쓰면서 그녀의 젊은 애인이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이 젊은 남자는 이 나이든 여자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그의 사랑을 잃게 된 것 같은 절망감에 나이든 여성은 산부인과에 가서 수술을 하고 온다. 섹스에 만족을 못느껴서 그러는건가 싶어 자신의 성기를 수술한 것이다. 수술을 하고 얼마간 그녀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이에 애쉬튼 커쳐는 당황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나를 위해 성기 수술까지 감행했으니 평생 그녀에게 사랑을 맹세하겠어'라고 하지 않는다. 그 수술은 그에게도 부담이었고 그리고 어쨌든 그는 그녀를 떠난다. 그가 그의 사랑, 그에게 맞춤한 짝을 찾기 까지 이 나이든 여성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1인이었을 뿐이니까. 상대에게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모른채로 이렇게 하면 나를 떠나지 않으려나 싶어 성기수술까지 감행하는 여자가 그 영화 안에 있었다. 2009년의 영화이니 내 기억들의 많은 부분은 정확하지 않겠지만 그러나 그녀가 수술을 하고 왔던 것, 그러나 그는 떠났던 것에 대해서만큼은 강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남자를 붙잡기 위해 수술까지 해야해? 라고 영화를 보면서도 생각했던 것 같다. 시술이나 수술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것은 누가 간단하다고 시간이 조금 걸린다 하더라도 닥치면 두렵고 회복할 때도 고통스럽다. 그런데 그 일을 한다. 이 남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혹은 이 남자를 붙잡기 위해서 혹은 더 많은 남자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 왜 여자들은 남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 꾸미고 굶고 제 몸에 칼까지 대야 하는걸까? 여자의 가치라는 것은 남자에게 사랑받지 않으면 무너지는걸까?



영화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 에서 주인공 에이미는 자신의 동생과 돌아가신 엄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는 누워서도 가슴이 봉긋했지, 정말 예뻤어, 라고. 그러면서 덧붙인다. 나는 누우면 가슴이 축 늘어지는데. 나는 이 장면을 아주 좋아했는데, 왜냐하면 누우면 가슴이 축 늘어지는 것이 실제 여자의 육체에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 내 가슴이 생긴 모양이라든가 누웟을 때의 형태 같은 것들에 대해 어휴 이건 왜이렇게 못났어를 생각했었는데, 내가 왜 내 가슴을 못났다고 생각해야 했을까? 그건 상대적으로 예쁜 가슴이 어떤건지 알고 잇었기 때문이다. 그 예쁜 가슴을 나는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나의 가슴도 우리 엄마의 가슴도 그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가슴이라는게 어떤 것인지를 어떻게 알았을까?



일전에 오프라 윈프리 쇼에 가슴 성형수술을 한 여성이 나왔었다. 유방 수술을 한 이후로 원인 모를 우울함에 시달려 너무나 괴로웠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병원을 다녀보다가 유방에 넣은 보형물을 빼보자는 이야기가 나왓다고. 그렇게 보형물을 뺐더니 다시 건강해졌다는 이야기였다. 내 유방에 이물질을 넣고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는 일을, 그녀는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마 그건 많은 여성들이 그렇지 않을까.



나오미 울프는 이 책,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에서 아름다움의 신화에 대해 말해준다. 사실 나는 아름다움은 중요한 게 아니고 아름다움은 절대 가치가 아니다, 라고 말해주길 바랐지만, 그보다는 '우리는 그냥 각자의 본성대로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그냥 이대로도 충분하고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는데, 굳이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게 우리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말자고 얘기한다. 그렇다고 나오미 울프가 부드럽게 얘기하는 건 아니다. 여자들이 굶주리는 것에 대해 말할 때, 직업적인 아름다움 요건에 대해 말할 때, 그리고 무엇보다 유방 수술이나 성기 수술에 대해 말할 때, 그녀의 어조는 시종일관 강하고 세다. 정신 똑바로 차려 여자들아, 아름다움의 신화에 넘어가지마, 속지마, 그러면 여자들이 나아갈 세상이라는 것은 좁아질 뿐이야. 거식증에 걸린 여성에 대해 하는 말을 들어볼까.



그녀는 정치적으로 깔끔하고 완벽하게 거세되어 학교 공부나 할 정도의 에너지밖에 없어 계속 영원히 실내에서만 빙빙 돈다. 그녀에게는 화를 내거나 조직에 참여하거나 섹스를 좇거나 확성기로 외치거나 야간버스나 여성학 프로그램을 위해 돈을 달라거나 여성 교수는 모두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고 할 에너지가 없다. 

(중략)

마른 것이 아름다운 것은 마른 것이 몸이 아니라 정신에 하는 것 때문이다. 상을 받을 만한 것은 여성이 마른 것이 아니라 굶주리는 것이고, 마른 것은 그것의 증상일 뿐이다. 굶주리면 흥미롭게도 "해방된" 정신의 폭이 좁아진다. -p.319



위의 구절을 읽어보면 어떤가. 힘을 내고 싶지 않은가.


유방에 대해 하는 말도 들어보자.



여성의 얼굴과 몸매의 이미지를 편집하는 암묵적 검열이 똑같이 여성의 유방 이미지도 편집하여, 여성의 유방이 실제로는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하게 한다. 문화가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함으로 유방을 가려, 물렁하거나 비대칭이거나 원숙하거나 임신으로 변화를 겪은 유방을 거의 그대로 보여주는 법이 없다. 문화에서는 진짜 유방이 여성만큼이나 모양이 다양하고 변형도 많다는 것을 거의 알 수 없다. 여성도 대부분 다른 여성의 유방을 보거나 만지는 일이 드물어 유방을 만지면 어떤 느낌인지, 유방이 몸과 함께 어떻게 움직이고 달라지는지, 사랑을 나눌 때는 실제로 어떻게 보이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모든 연령의 여성이(유방의 감촉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양한지를 생각하면 슬픈 일이지만)"오뚝하고", "탱탱한" 것에 집착한다. -p.391


물론 성숙한 여성 가운데 유방이 큰 사람도 많지만, 그들의 유방은 "오뚝하고", "탱탱하지" 않다. -p.393

여자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동안 어떤 압박을 받고 어떤 폭력에 노출되었으며 어떤 식으로 제한된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드러내는 책을 읽노라면, 어쩔 수 없이 포르노가 튀어나오고 어쩔수 없이 페미사이드로 연결된다. 여성과 같이 일을 해도 벗은 여성의 달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벽에 걸어놓고 일하는 남성들의 사례는, 함께 일하는 여성이 한 명의 인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늙은 남자 앵커는 중후하고 실력으로 보여주지만, 그런데 왜 그 남자 옆에는 항상 젊은 여성들이 바뀌어가며 자리할까. 젊고 아름다운 것만이 가치있고, 그것이야말로 여성이 가진 진정한 능력이라고 말하는 이 세상 때문에 여자들은 병들고 죽어간다. 일정 부분 내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여기며 살아간다. 나오미 울프는, 아니 그러지 말자고 한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지방을 더 많이 갖고 태어나고 그것이 여성 신체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얘기한다. 유방을 수술하는 것은 과연 누구에게 좋은 일인지도 나오미 울프는 묻는다. 그것이 이런 가슴을 가진 나에 대한 만족일까?



성형외과 의사는 자기 눈에 아름답게 보이는 여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여성의 몸에 공인된 판타지를 수놓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자기 역할에 어떤 환상도 없는 것 같다. 한 성형 잡지에 실린 광고에서는 털 많은 남자의 손이 아교질의 보형물을 움켜쥐어 손가락 사이로 젤(우연히도 네이팜 제조회사에서 만든)이 불룩하게 튀어나온다. 광고 문구는 이 제품이 인공적인 느낌이 들지 않고 "진짜 같은 느낌이 든다"라고 주장한다. 움켜쥔 손에. -p.394



움켜쥔 손에.

움켜쥔 손에.

나는 저 문장의 '움켜쥔 손에' 에서 뒷머리가 쭈삣 서는 것 같았다. 움켜쥔 손에. 여자들은 왜 시간을 들여 좀 더 일찍 일어나 속눈썹을 올리고 볼터치를 하고 드라이를 할까. 왜 여자들은 먹을 음식이 앞에 있어도 부러 굶을까. 왜 여자들은 자기 유방에 이물질을 넣을까. 왜 여자들은 성기에 칼을 댈까. 왜, 왜. 우리는 그것을 과연 우리 자신을 위한 만족이라고 말할 수 잇을까? 그건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그것이 예쁜 얼굴이라고, 치장하고 사람들을 보는게 예의라고, 이런 가슴이 예쁜 가슴이라고, 이런 몸이 사랑받는 몸이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누구인지를. 그리고 그 모든 것듣을 무시하고 살아간다면 과연 누가 편한지를, 그리고 누가 싫어할지를. 우리는 정작 우리 자신이 싫어할 것도 아니면서 우리 자신이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세뇌당해 스스로의 몸을 가혹하게 대하고 있는게 아닌가.



이것은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누가 말하지? 이것은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 어떤 맥락에서 그럴까? 누가 면전에서 여성의 외모를 놓고 이러쿵저러쿵하면 이렇게 자문해볼 수 있다. 이게 이 사람이 상관할 일일까? 그런 권력관계는 평등할까? -p.442


나는 여자들이 화장하지 않고 다이어트 하지 않고 성형수술하지 않는 세상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여자들이 화장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곳은 어디일까? 여자들이 성형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누가 싫어할까? 여자들이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사라질 것들은 무엇일까? 그리고 여자들이 아름다움의 신화에서 벗어났을 때 사라질 기업들이라면, 그 기업들은 처음부터 무엇을 기대했을까? 


단언하건대, 여자들이 아름다움의 신화에서 벗어나 뚜벅뚜벅 자유로운 세상으로 걸어나올 때, 화장하지 않고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고 다이어트 하지 않고 성형수슬 하지 않을 때, 그것을 싫어할 사람이 나는 아니다. 



뻔뻔해지자. 탐욕스러워지자. 쾌락을 추구하자. 고통을 피하자. 마음대로 입고 만지고 먹고 마시자. 다른 여성의 선택을 받아들이자. 우리가 원하는 섹스를 찾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섹스와 맹렬히 싸우자. 자신의 이상과 대의를 선택하자. 규칙을 깨부수고 바꾸어 우리가 아름답다는 느낌이 확고해지면, 그러한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꾸미고 과시하고 한껏 즐기자. 감각의 정치학에서는 여성이 아름답다. -p.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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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2-27 18: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누워서 봉긋한 가슴이 어디 있어요. 판타지에나 있지. ㅋㅋㅋㅋㅋ 저 이번 수술 전에 CT 찍는데 조영제 넣을 주사바늘 꽂아주던 간호사가 유방 수술한 적 있냐고 묻더라고요. 이게 CT랑 무슨 상관일까 싶었지만 관련 있으니까 묻나 보다 하고 맘모톰은 한 적 있다고 그랬거든요? 근데 그건 취급 안 한다는 얼굴로 대꾸도 없더라고요. CT 촬영 기다리며 앉아 있다가 그때서야 아, 유방 보형물 수술한 적 있는지 물어본 거구나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아, 요즘엔 정말 많이들 하나 보다 했더랍니다. 몇 년 전만 해도 MRI나 CT 찍을 때 그런 거 안 물어봤거든요.

아님 내 가슴이 너무 예뻐 보였나?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27 20:09   좋아요 4 | URL
아니 잠자냥 님 가슴 천재인거 아니에요? 보형물 넣은걸로 의심될만큼? ㅋㅋㅋㅋ
저는 유방암 검사할 때 검사해주는 쌤이 이쪽 가슴이 훨씬 크네요.. 라고 말씀해주셔서(개인정보 이므로 어느쪽인지는 비밀!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저도 알아요 ㅋㅋㅋㅋㅋ그것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짜증나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휴. 릴렉스.

아무튼 중력에 매우 충실한 가슴입니다. 제 가슴은. 킁.

잠자냥 2022-02-27 20:10   좋아요 3 | URL
그렇습니다. 저는 글쓰기 천재 가슴 천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다부장 따라하기 못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27 20:11   좋아요 3 | URL
아 이분 글쓰기 천재에 가슴 천재인데 잘난척이 너무 미흡하네요. 흠.. 많이 배우셔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2-27 20:39   좋아요 2 | URL
아...이래서 잠자냥님은 저의 우상,
모든 형이세요!!!ㅋㅋㅋ
부럽네요^^
저는 검사할 때 그 기계이름 뭐죠? 암튼 기계에서 자꾸 빠지니까 가슴이 작아서 자꾸 빠진다고 움직이지 말라고...난 아파서 꼼짝않고 서 있었는데....ㅜㅜ

mini74 2022-02-27 18: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코르셋 대신 현대엔 칼을 대고 무언가를 피부안에 넣고 ㅠㅠ 그 많은 부작용도 그렇지만 엄청난 부가가치 산업이라 오히려 부추기죠 ㅠ

다락방 2022-02-27 20:09   좋아요 4 | URL
네 미니님 저도 그 생각했어요. 여성들이 화장을 안하고 성형수술을 안하고 다이어트를 안한다면 죽어나갈 기업들이 많겠구나, 하고요. 그래서 절대로 그걸 두고볼 리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ㅠㅠ

청아 2022-02-27 19: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최근 우리나라 십대 여성들의 거식증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나오미 울프만큼 깊이있게 원인을 파고든 전문가는 아직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들어요. 제가 찾아본 바로는 현상에 안타까워하는정도, 피상적인 요인에서 머무는 한계를 느낍니다. 나오미 울프의 책이 앞으로도 얼마간 현실을 반영할것 같아요. 많이들 읽고 더 빨리 깨어났으면 좋겠어요! 다락방님 덕분에 또한번의 통찰을 할 수 있었어요. 다음달도 설렙니다🤭

다락방 2022-02-27 20:11   좋아요 4 | URL
맞아요 미미님. 저도 일전에 기사에서 읽었는데요 최근 바디프로필 찍는다고 급속하게 살을 빼는 것도 문제가 되고요 그리고 뼈만 보이게 마르는 것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 유행하면서 몸무게를 막 40키로도 안되게 빼더라고요. 그런 몸으로 어떻게 힘차게 살아갑니까. 몸도 축나고 생활 에너지도 없는데. 제발 자신의 몸을 해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ㅠㅠ

다음달 책의 재미를 제가 보장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2-27 2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통찰!!
다락방님의 리뷰엔 본인만의 오랫동안 해온 고민과 통찰이 느껴집니다.
여성이 노력하는 모습들이 실은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했는데, 어쩌면 남들의 시선과 그리고 사회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어쩔 수 없이 이용당한 듯한 노력이었다니...그것이 뭐랄까? 좀 충격이었고, 다시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었어요. 계속 더 배워나가야 겠구나! 많이 깨닫게 되네요. 읽으면 읽을 수록 더 느껴요.
완독하시느라 수고 하셨어요^^

다락방 2022-02-27 20:13   좋아요 6 | URL
네 저는 나오미 울프의 어조가 제 생각보다 강해서 놀랐고 그래서 좋았어요. 그리고 아주 많은 여성들이 특히나 젊은 여성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기성세대도 읽고 우리가 힘을 합해 아름다움의 신화를 부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사회가 여성을 압박하고 이용해왔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모르고 계속 당하는 것보다는 아는게 나은 것 같아요. 그러니 우리는 이 길을 계속 가야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2-27 20:34   좋아요 2 | URL
저는 내가 읽은 책 백자평이나 리뷰를 쓸 때, 구매자 분포도를 한 번씩 확인하는 습관이 있거든요.
이 책은 20 대 여성들의 구매 분포도가 월등하게 높아 흐뭇했어요.
물론 완독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ㅋㅋㅋ

단발머리 2022-02-28 09: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두 그렇지만 말이에요. 이 페이퍼는 댓글을 통해 완성되네요. 댓글들이 왜케 퀄리티가 높은지, 시의적절한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다락방 2022-02-28 09:30   좋아요 2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다들 너무 멋져버리고 천재되어버리는 것입니다. 흑흑 ㅜㅜ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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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성이 화장도 다이어트도 하지 않는다면,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춘 아름다움을 거부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다른 사람에게 아름답게 보이고자 하는 욕망이 내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그로부터 벗어난다면, 우리에게 펼쳐질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 세계를 싫어할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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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2-26 2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26 23:58   좋아요 2 | URL
저도 아닙니다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2-27 0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저희집 큰 딸이 싫어할 듯요. 얘는 지 얼굴에 화장하는데 진심인 애라서..... ㅎㅎ

잠자냥 2022-02-27 11:3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27 12:20   좋아요 1 | URL
아 바람돌이 님.. 저 볼터치에 진심인 사람이었어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 볼터치 안하면 밖에를 나가지 못했던 사람입니다. 갑자기 그 때의 저가 떠오르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2-02-27 12:48   좋아요 1 | URL
다부장님 찬바람 불 때 밖에 한 10분 서 있다가 들어오세요. 자연 볼터치 추천합니다!

다락방 2022-02-27 13:58   좋아요 2 | URL
지금은 볼터치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섹스 킬러가 MTV에서는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영국 록 그룹 롤링스톤스 Rolling Stones의 <한밤중에 어슬렁거리는 사람들Midnight Rambler)은 영화 〈보스턴 교살자The Boston Strangler>에 대한 찬가이고("바로 네 목에 내 칼을 꽂을 거야), 씬 리지 Thin Lizzy가 노래하는 <집 안의 살인자 Killer in theHouse>는 강간범에 관한 것이고("나는 누군가를 찾고 있어. (…) 나는 너를 찾고있는지도 몰라"), 트레버 루빈Trevor Rubin은 〈토막 살인범 The Ripper)을 노래한다. 머틀리 크루Motley Crue의 비디오에서는 성 노예인 여성이 우리에 갇혀 있다. 릭 제임스Rick James의 비디오에서는 그가 여자친구를 강간한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네가 날 어떻게 느끼게 하는지The Way You Make Me feel>에서는 갱이 혼자 가는 여성에게 집요하게 추근거린다. 듀란듀란Duran Duran은 쇠사슬에 묶인 여자 조각상들을 보여주는데 수전 콜은 그들의 "비디오 앨범에 나오는 여자아이들은꼭 X등급 영화에서 막 걸어나온 것 같다"라고 말한다. 쇼크록의 대부 앨리스 쿠퍼Alice Cooper의 쇼에 대해 <가디언>은 "그의 앞에 사람 크기 형상의 여자 인형이 바닥에 누워 있는데, 수갑을 차고 찢어진 그물과 착 달라붙는 타이츠를 입고 있다. 그녀는 플라스틱 호스에 목이 졸려 죽은 것 같다"라고 보도했다.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는 "나는 예전에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를 죽어야 했다"라고 노래한다. 록의 과격함을 비판했다가는 반동적이라는 비난에 노출된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에 호소함으로써 반동적이 되는 것은 록 음악이다. 목 졸린 여성의 이미지, 우리에 갇힌 여성의 이미지가 어떤 경계심을 강화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주류 사회질서에 대한 주류의 상투적 표현일 뿐이다. 록 음악이 성별 역할에 천착해 그것을 새롭게 보도록 하지 않고 기존의 낡은 사도마조히즘을 에로틱하게 그릴 때, 그것은 자신의 전복적 전통에 부응하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위기에 처한 것은 음악의 독창성만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MTV가 젊은 여성에게 아름다움의 지표를 제시한다. 대중문화에서 그리는 여성이 "아름다운데" 학대를 받으면 학대가 바람직한 것이 된다. 젊은 여성들에게는 "아름다움"이 절대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 것, 따라서 정말 인간적이지 않은 것으로 정의된다. 데이트 강간 수치는 그것이 어떤 교훈을 주는지를 보여준다.

1986년 UCLA 연구자 닐 말라무스Neil Malamuth는 남자 대학생의 30퍼센트가 강간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강간을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같은 조사에서 "강간" 이라는 말을 "여성에게 섹스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바꾸자 58퍼센트가 그러겠다고 했다.   - P264~P265


로맨틱한 가사들에 빠져서 팝송을 들을 때 이렇게나 많은 곡들이 페미사이드를 찬양하고 있는지를 몰랐다. 사실 언급된 노래들 대부분이 내가 알지 못하거나 들어본 적 없는 곡들이긴 하다. 그렇지만 마이클 잭슨의 노래 <The Way You Make Feel> 이라면 다르다. 나는 저 노래를 안다. 저 노래가 발표될 당시부터 안다거나 한 건 아니고, 우연히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함께 공연한 영상을 보았던거다. 나는 그 영상 속에서의 브리트니가 너무 좋았다. 어쩌면 나야말로 여성의 신체를 파편화시켜 사물로 본건 아닐까. 나는 그 영상속에서의 강인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다리를 좋아했다. 운동을 많이 한 것 같은 강인한 다리의 이미지가 너무 좋았고, 그래서 그 영상을 보면서 내가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그 노래가 갱이 혼자 가는 여성에게 집요하게 추근거리는 거였어?





내가 이 노래를 알게된 건 위의 영상이 처음이라서 가사를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Hey, pretty baby, with the high heels on

You give me fever, like I've never, ever known

You're just a product of, loveliness

I like the groove of your walk, your talk, your dress


I feel your fever from miles around

I'll pick you up in my car and we'll paint the town

Just kiss me baby and tell me twice

That you're the one for me


The way you make me feel

(The way you make me feel)

You really turn me on

(You really turn me on)

You knock me off of my feet

(You knock me off of my feet)

My lonely days are gone

(My lonely days are gone)


I like the feelin' you're givin' me

Just hold me baby and I'm in ecstasy

Oh, I'll be workin' from nine to five

To buy ya things to keep you by my side


I never felt so in love before

Just promise baby, you'll love me forevermore

I swear I'm keepin' you satisfied

'Cause you're the one for me


The way you make me feel

(The way you make me feel)

You really turn me on

(You really turn me on)

You knock me off of my feet, now baby

(You knock me off of my feet)

My lonely days are gone

(My lonely days are gone)


가사만 보면 힐을 신고 걷던 여자를 보고 반해서 사랑에 빠지는 것 같은데, 뭘 처음 보고 이런 느낌은 니가 처음이고 어쩌고 하는건가... 하면서도 이게 딱히 문제가 될만한 가사인가 싶었고, 그러다가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보게 됐다.




아!
이 영상이 그랬구나. 이 영상이 바로 그 집요함을 보여줘.
이 영상을 보고  이 노래를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저 위의 공연 영상을 보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이미 알고, 좋아하고,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영상은 너무나 공포스러운걸.

한 여성이 혼자서 밤에 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마이클 잭슨이 따라 붙어서 집적거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그에게 호응하지 않는데 그는 그야말로 집요하다. 게다가 여자 혼자, 그것도 밤에! 걷는 길에 남자가 따라붙는 것 만으로도 공포스러운데, 이 골목에는 숱한 남자들이 있고 그들 모두가 여자에게 추근대는 남자를 응원하고 최고라고 격려한다. 남자들 무리가 때로는 그녀의 길을 가로막고 그녀에게 추근대는 남자를 받아들이라는 압박도 한다. 아니 도대체 이 영상은, 이걸 지금 로맨틱한 감성이라고 만든건가? 
이 노래는 2008년의 노래이다. 그 때 저 영상은 사람들에게 별 불만 없이 보여질 수 있는 심지어 인기도 끌 수 있는 영상이었나보다. 노래 중간을 지나면 그녀가 처음 웃는데, 그건 그녀가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 영상을 끝까지 보지 않았는데, 그녀는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비로소 웃는다. 영상 속에서의 설정은 그녀가 친구들에게 저 남자가 나를 따라다녔어, 하면서 좋아서 웃는 것이겠지만, 나는 혼자 두려움에 걷던 여성이 드디어 함께 있어줄 친구들을 만나서 웃을 수 있는 걸로 보인다. 안도감. 나는 이제 이 길에 혼자가 아니다.

만약 저 상황에서 그녀가 그를 따라갔다면, 받아들인다면, 그건 여자도 그를 원했다고 백프로 확신할 수 있는걸까? 다른 상황이라면 어떨까. 대낮이라면, 거리에 사람들이 많았다면, 남자들 무리가 그를 격려하며 그녀의 길을 가로막지 않았다면.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내리는 선택이 이 한밤중의 혼자 있는 거리에서 내리는 선택과 같을까?

만약 그녀와 그가 이 거리에서 만나 사랑한다면 이들의 첫 만남은 낭만적으로 똑같이 그 둘 모두에게 기억될까?


'톰 롭 스미스'의 소설 《차일드 44》에서 남자주인공 레오는 자신이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첫만남은 얼마나 로맨틱했는지를, 그 때 자신에게 찾아든 감정은 얼마나 낭만적이었는지를 친구들에게 반복해 얘기한다. 그 때마다 아내는 그저 웃기만 했는데, 나중에야 그녀가 말한다. 강력한 힘을 가진 정부 요원인 그에게 어떻게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있겠냐고. 그에겐 낭만적인 만남과 사랑이 그녀에겐 거절할 수 없는 압박이었던 거다. 어쩌면 많은 사랑들이 남성들에겐 미화된 채로 그리고 여성들에겐 압박인 채로 시작되고 진행되는 건 아닐까.















노래 가사에서도 그렇지만 많은 이미지들에서도 세상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미화한다. 몇 년전에는 국내에서 남성잡지 <맥심>의 표지가 문제된 적이 있다. 나는 어떻게 이런 표지가 그대로 세상에 나와 서점에 진열될 수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만들면서 이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을까? 어쩌면 문제라고 지적한 사람이 있었지만, 그 사람은 그 조직에서 가장 힘이 약한 사람이었을까?



이 표지는 도대체 뭘 말하고자 한걸까? 이 남성대상 잡지는 여자를 트렁크에 잡아 넣어두고 담배를 피우는 남자를 보여줌으로써,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걸까? 이것이 남성들의 로망인걸까? 이런거 꿈꾸는건가? 여자 잡아서 묶어두고 가둬두는 거, 그게 로망이야? 그래? 



<미즈> 조사에서는 남자 대학생 12명 가운데 한 명이, 또는 응답자의 8퍼센트가 14세 때부터 강간을 하거나 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이 집단과 여성을 폭행한 적 없는 남자 대학생들 사이에서 일관되게 발견된 유일한 차이는 전자는 포르노를 "아주 빈번하게" 읽었다고 한 것이다.) -p.266


글쎄다. 포르노를 '읽었'다고 할 수 있는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데이트 강간이 왼손잡이와 알코올중독, 심장마비보다 흔하다. p.267 고 하니, 저런 이미지들이 노래로 만들어지고,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지고, 잡지의 표지가 되는 것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가 폭력적인 이미지를 만들게, 그래 그러면 내가 정말로 폭력을 행사할게. 



나오미 울프의 어조가 내 생각보다 세서 놀라면서 읽고 있다. 이번주엔 너무 바빠서 계속 야근하고 있고 그래서 오늘 아침엔 너무 피곤해 목소리까지 잘 나오지 않았으며, 내 모든 일상 루틴이 부서져서 스트레스 받는 가운데, 그러나 나오미 울프의 책만큼은 꾸준히 읽고 있다. 점심때 잠깐 읽기도 하고 여전히 출근길에도 읽는다. 오늘은 출근길에 눈 감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렬했지만, 그렇지만 읽었다. 자신을 예쁘게 꾸미는 것에 대해서 얘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이 포르노에 대한 비판과 페미사이드로 이어진다. 아름다움, 아름다움에 대한 신화, 아름다움에 대한 강요 이 모든 것은 이 세상이 거대한 포르노 랜드임을, 페미사이드로 가득한 세상임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 책을 완독한 사람들의 평을 보면 대체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데, 나는 거기에 하나를 꼭 덧붙이고 싶다. 다이어트를 하지 말 것. 비쩍 마르고 가벼워지는 여자들을 향한 로망을 멈출 것. 물론 나는 사실 그런 로망은 없었지만, 여자들은 더 강해져야 한다. 육체적으로 더 강해져야 하고 그래야 이 땅에서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 육체와 정신은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정신이 강해야 육체를 강하게 만들 수 있고, 육체가 강해야 정신을 강하게 붙들어 맬 수 있다. 제대로 된 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고 뼈만 남아 기운 없는 육체로는 정신 역시 가다듬을 수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 우리는 살아서 할 일이 아주 많다. 사소하게는 나의 작은 목표들을 실천하는 게 있겠고, 크게는 우리 뒤에 살아갈 우리보다 어린 여성들을 위한 단단한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있겠다. 굶지 말고 마르지 말자. 남자들이 가볍게 번쩍 들어올리는 몸 같은 거, 가지려고 하지 말자. 들어올려지지 말자. 어딜 들어 올려 이새끼가! 하고 죽빵을 날리자. 

여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무거워져도 된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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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2-25 10: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은 제가 피씨로 읽는데 요즘 피씨로 서재 접속을 못하고 북플로 잠깐씩 보다보니 많이 놓쳤네요 ㅜㅜ 일단 잡지표지가 너무 황당해서 댓글 남깁니다. 아니 대체 저 표지는 뭘 위한 걸까요. 너무 혐오스러워요 ㅜㅜ

다락방 2022-02-26 22:09   좋아요 1 | URL
저걸 기획하고 찍고 표지 내기까지의 과정들이 숱하게 잇었을텐데 저렇게 떡하니 나온거 넘나 놀랍고 여성혐오 사회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 표지 내놓고 관련자들은 아 겁나 멋지게 나왔다 라고 생각하고 좋아했을까요?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다 나랑 다르다는 거 알고 있지만 저건 진짜 넘나 끔찍했어요. 미쳤나봐 정말.. 했습니다 ㅜㅜ

singri 2022-02-25 1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꼭 읽겠어요.음

그나저나 저표지 저잡지 저배우
다 할말없음입니다. 진짜 뭐지싶고요.
그냥 요샌 사람들이 다 왜왜?? 싶은 하루하루입니다.

다락방 2022-02-26 22:11   좋아요 0 | URL
싱그리 님, 이 책은 읽기에 따라서 굉장히 과격해 보일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천합니다.

저는 저 표지 찍고 저 배우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궁금해요. -.-

거리의화가 2022-02-25 12: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잡지 표지 보자마자 욱했어요ㅡㅡ^ 바쁜 일상 중에도 꾸준히 나오미 울프 책을 읽어나가시다니 리더다우십니다 다이어트에 목숨걸지말자 생각한 거 이 책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입니다! 잘 챙겨먹고 하지 않으면 몸 뿐 아니라 정신마저 갉아먹는다고 느꼈거든요 주말에는 푹 쉬실 수 있기를요.

다락방 2022-02-26 22:21   좋아요 1 | URL
저는 무엇보다 다이어트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저는 음 그렇게 마르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가벼운 여자가 되고 싶었덧 것도 아니지만 무거운 게 나쁜거다 라는 것에는 은연중에 공감하고 있던 부분이었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무거운 저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고서는 무거운게 나쁜거라는 생각에서 아주 많이 벗어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약하고 가냘픈 여성들에 대해서 울화가 치밀었어요. 그러지마 여자들아, 그러지마. 우리 무거워지자 이런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어서, 쉽게 들어올려지기도 하고 내던져지기도 하는 약한 사람이 되지는 말자는 생각이 들어서 그 점에 있어서 이 책이 너무 고맙더라고요.

오늘 딱 의자에 앉아서 이 책 다 읽었어요. 다 읽었습니다. 후훗.

잠자냥 2022-02-25 1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저 더 무거워져도 되는 거죠? 수술 후 살이 4키로 가까이 빠졌는데 다시 채우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2-25 12:43   좋아요 4 | URL
헉 자냥님 소중한 4키로가..! 많이 힘드셨나봐요 ㅜㅜ

잠자냥 2022-02-25 17:34   좋아요 3 | URL
소화력이 떨어져서 먹는 양이 확 줄었더니 그러네요. 다시 먹으면 곧 돌아오겠죠! ㅎㅎ

다락방 2022-02-26 22:27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 무조건 빠진 살 다시 찌우시고요 그리고 지금보다 10키로 더 찌우셔도 됩니다. 그래도 됩니다.

아니 수술 후에 저도 입맛이 없고 또 식이 조절을 해야 하는 수술이었기에 닥터쌤이 말한대로 지켰다면 이십키로 감량됐을텐데.. 나는 싸워서 이길거야! 이런 마인드로 먹으면 안되는 걸 다 먹어가지고 지금 이렇게 마운틴 같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아-

책읽는나무 2022-02-25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맥심 표지!!!!
2015년 표지네요??
2005년이 아닌???참 할말 없군요.
요즘은 뮤비를 보면 참 이상하게 봐지는 영상들이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봤었는데 무지했었단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5 장 섹스편 읽으면서 해외니까 입틀막 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더니..맥심 표지 사진을 보니..국내에서도...진행되고 있었군요??
6 장 굶주림 편은 더 놀라웠습니다!!!!
계속 읽을 수록 깜놀, 깜놀이에요.ㅜㅜ
그러다 다락방님의 들어올려지지 말자!!에 죽빵이 아닌 제가 먼저 빵~~ㅋㅋㅋㅋ
이 책을 읽기 전에 겨울서점 영상에서 겨울씨 친구 신애씨 책장을 탐방한 영상을 봤었어요.
그 친구 책장에도 윗 줄은 벽 끝에서 벽 끝까지 한 줄이 여성주의 책이 쭈욱~~있던데, 그 중 이 책을 쏙 빼더니 재밌다고, 본인이 진짜 재밌게 읽었다고 소개하더군요. 읽으면서 그럴만 하구나!! 계속 끄덕이며 읽고 있어요.^^
업무가 많아 힘드실텐데도 열심히 읽으시는 당신은 우등생 중의 우등생이십니다~^^

다락방 2022-02-26 22:44   좋아요 2 | URL
저도 일전에 책나무님이 겨울서점 얘기하셔서 그 신애씨 책장 구경하는 거 봤거든요. 맨 윗줄에 페미니즘 책이 좌르륵 있더라고요. 저는 그걸 보면서 ‘후훗 내가 더 많군‘ 했습니다. 물론 다 안읽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센 내용이라서 놀랐고 그러나 우리가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 얘기하려면 아니 기본적으로 여성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얘기하려면 그것이 아름다움에 대한 것으로 시작한다 해도 어쨌든 포르노와 페미사이드로 연결되는구나 했어요. 언제나 그렇듯이 굉장히 의미있는 책읽기였습니다.

우등생은 아니고요. 그러나 이런 태도로 학창시절 공부했다면 지금의 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갔을 것 같긴 합니다. 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03-01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5장, 7장 읽을 때 피로도가 최고조였어요. 함께 읽으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중간에 그만 읽고 싶을 정도로 연타 당하는 불쾌감이었어요. 모아 놓으니 과장되게 느껴지는 거겠지. 마이클 잭슨, 뮤비는 많이 보면서 어째 그 생각을 한 번도 못했던 걸까....나오미 울프가 서구 사회 이야기를 하는 거라 먼 발치 이야기로 생각했는지도.

그랬는데

다락방님 올려주신 맥심 표지 보는 순간, 연타가 아닌 폭탄 맞은 기분 듭니다

다락방 2022-03-03 09:14   좋아요 0 | URL
저는 저 사진을 기획하고 찍고 내보내는 그 모든 순간들이 존재했다는 것이, 이렇게 결과물로 보여진다는 것이 너무 당황스러워요. 제 상식에서 저 사진은 정말 끔찍하거든요.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은 저런걸 기획하고 모델이 되고 그러는걸까요? 게다가 판매하는 잡지인데, 판매하기 위해 저런 사진을 썼다는 것이.

나오미 울프 의 예시들은 과장이 아니었던 겁니다. 하아-
 

'캐서린 맥피'는 <아메리칸 아이돌 5>의 준우승자다. 검색해보니 2006년 우승자라고 나온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되었나. 그전까지 그 프로를 보지 않았던 나는 우연히 이 시즌을 보면서 캐서린 맥피를 응원하게 되었다. 매회차 방송을 거듭하면서 그녀는 더 세련되어졌고 시즌이 끝나고 난 후 그녀를 방송에서 보았을 때는 완전히 연예인이 다 되어 있었다. 나는 그녀의 데뷔앨범을 사서 열심히 들었고 그녀가 뉴욕에 집을 사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아주 유명한 가수들과 함께 공연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영화를 찍는다는 것도. 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하게됐다는 것도 알게되었는데 어쨌든 그녀의 어린시절 그녀의 꿈을 내가 응원했는데 그녀는 어느틈에 유명인이 되어 나보다 돈도 더 잘벌고(응?) 잘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서서히 그녀를 잊었다. 


그러다 얼마전 '데이비드 포스터'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고, 아휴 이 음악천재 어른 남자.. 뭔 결혼을 이렇게 하고 자식 낳고 어릴 때 도망가고.. 사생활 쌍놈이네... 이러다가, 그러다가, 아아, 나는 그가 지금은 캐서린 맥피랑 결혼해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대충격에 빠진다. 아니, 캐서린 맥피..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데이비드 포스터의 자녀들이 캐서린 맥피보다 나이가 많은데, 그래도 다들 그들의 사랑을 응원한단다. 밤 열한시에도 그 방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그래 나이차가 35년이 나도 그들이 서로 사랑하고 밤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뭐, 그래.. 행복해라 맥피여.. 하다가 캐서린 맥피가 그리워져서 나는 검색을 했다. 그녀가 영화를 찍은게 있다고 했지? 뭐가 있나 봤더니 딱히 볼만한 건 없어 보였고, 그러다 그 와중에 넷플릭스에 있는 이걸 보기로 했다.



<하우스 버니>라는 영화인데, 와 이거 얼마 보지도 않고 꺼버렸다 ㅠㅠ 진짜 보는게 너무 고통스럽다. 왜 케이블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보여주기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플레이보이지 모델들 데려다가 늙은 휴 헤프너가 한집에 사는 거 보여주는, 그런 거. 나는 그걸 본 적은 없지만 그런게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쉘리'가 바로 그 바니걸이다. 그녀는 고아였고 왕따였지만 사춘기 시절을 지나 외모에 변신을 하게 되고 눈에 띄어 플레이보이 하우스에서 살게 된다. 그녀의 스물일곱 생일날, 그녀는 11월의 표지모델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하우스에서는 그녀에게 나가라고 통지한다. 그녀가 스물일곱으로 나이가 너무 많다는 거다. 그녀는 그 하우스에서의 부족함 없는 생활을 좋아했고 하우스에서 같이 지내는 여자들과도 재미있었고 늘 파티가 벌어지는 것도 좋고 쇼핑도 좋았는데 이를 어쩐담. 그녀는 그 하우스에서 쫓겨날거라 생각해본 적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다. 당장 살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는데, 그러다 대학의 여자기숙사 사감이 되기로 한다. 


줄거리 자체가 말도 안되긴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바니걸 인만큼 내내 벗은 몸으로 등장한다. 홀딱 벗은건 아니지만 노출이 심한 채로 계속 등장하는거다.



오른쪽이 주인공 쉘리인데, 내내 저런 차림인거다. 보는 내가 너무 힘들어. 그리고 인기없는 이 기숙사가 사라질걸 두려워하는 개성 강한 여학생들에게 자신과 비슷한 옷차림을 하게 함으로써 남자들한테 인기 많아지게 하고 데이트도 하게 하고 그런다는 내용이 전반부의 내용이다. 보다가 너무 힘들어서 껐는데, 나는 나오미 울프의 책에서 바니걸을 만난다.















마가리타 세인트 크로스는 플레이보이 클럽 웨이트리스로 일하다.

가 "바니걸 이미지를 상실했다는 이유로 41 해고당했다. 이 클럽의 고용 기준은 웨이트리스들에게 다음의 등급을 매겼다.


1. (얼굴과 몸매, 차림새에) 흠이 없는 미인.

2. 남달리 아름다운 여성.

3. (나이가 들거나 외모에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생겨) 경계선에 있는 여성.

4. (완전히 나이 들었거나 외모에 고칠 수 없는 문제가 생겨) 바니걸의 이미지를 상실한 여성


아니, 바로 내가 본 영화가 이 얘길 하고 있었네. 27살이 되었다고 하우스에서 쫓겨난 여성. 더이상 바니걸일 수 없는 여성. 바로 영화에서 그걸 보여주고 있었네. 그리고 쉘리는 여자기숙사로 가서 그곳의 개성강한 여성들, 아름답거나 섹시하게 꾸미지 않는 여성들, 공부만 하는 괴짜 여성들을 전부 바니걸처럼 꾸민다. 그 과정에서 '남자들은 똑똑한 여자를 싫어해'라는 말이 나오고, 호감가는 남자에게 사랑받자고 '난 그걸 몰라'를 알면서도 말하는 여성이 나온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그런 면에서 언제나 현실을 궤뚫어 볼 수 있는 여성이었던 것 같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여성은 모두 바니걸이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세인트 크로스 사건은 미래의 알레고리로서 계속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바니걸이 일을 잘하려면 "아름다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일을 잘하려면 아름다워야 한다는 발상을 일하는 여성 모두에 적용하는 일이 널리 퍼졌다. 스타이넘의 말이 다음 20년 동안 갈수록 사실이 되었다. 여성이 보수를 받는 일을 얻고 그 일을 계속하려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그랬다.

1971년 잡지 〈미즈Ms.〉의 원조가 등장했다. 1972년에는 미국에서 고용기회평등법이 통과되어, 교육에서의 성차별을 불법으로 만들었다. 1975년에는 미국에서 관리직의 20퍼센트를 여성이 차지했다. 1975년에는 캐서린 맥더멋catherine McDermott 이 자신의 몸무게를 근거로 일자리 제안을 철회한 제록스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했다. -p.65 


남자들한테 사랑 받기 위해서 모두 바니걸처럼 꾸며버리는 일이 영화에서 보여진다. 그래서, 나는 이 부분을 읽고 영화를 마저 보기로 했다. 보기 힘든 영화지만 마저 보자, 이 영화에서는 무슨 얘기를 하려는걸까.


영화는 뻔하게 흘러간다. 화장하고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남자에게 인기를 끄는 여학생들, 그리고 그런 여학생들을 질투하는 다른 여학생들. 그렇지만 어떤 남자들은 똑똑한 여자를 좋아하기도 한다... 괜찮은 남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의 여자를 사랑한다, 고 영화는 끝맺는다. 모두가 예쁘게 화장할 필요가 없고 본인의 개성대로 살자고 말하지만, 그러니까 궁극적으로는 이성애 눈누난나 만세 짱만세 진실한 사랑은 어떤 모습에서도 찾아와 예쁘고 멍청한게 내 본모습이어도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가 있고 섹시하지 않고 똑똑하기만 해도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가 있다. 만세! 이러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기가 없는 동아리라 기숙사가 없어지는데, 인기가 없는 건 남자들이 찾지 않는다는거고, 그래서 인기 있으려고 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하고... 아 넘나 구리다. 평소에 나에게 흥미없던 남자가 내가 가슴골좀 보였기로서니 나한테 흥미를 갖는다? 그 놈 너무 한심하지 않나? 아 그만두자.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옳았다. 포르노랜드를 사는 여성들은 모두 바니걸이다. 나오미 울프도 그 점을 반복해 얘기한다.



스웨덴에서는 포르노가 1년에 3~4억 크로나를 벌어들이고, 성인용품점에는 포르노가 500여 가지 나와 있고, 길모퉁이 담배 가게에도 20~30가지가 있다. 1981년에는 스웨덴 남성50만 명이 매주 포르노 잡지를 샀고, 1983년에는 스웨덴에서 빌린 비디오 4분의 1이 포르노였으며, 1985년에는 가장 큰 유통업체가 길모퉁이 매점에서 포르노 잡지를 1360만 부 팔았다. 미국에서는 한 달에1800만 명이 총 165가지에 이르는 포르노 잡지를 사 1년에 약 5억 달러를 낳고42 미국 남성 열에 하나는 매달 플레이보이 Playboy〉, 〈펜트하우스Penthouse〉, 〈허슬러Hustter>를 읽는다. 43 플레이보이〉와 〈펜트하우스는 캐나다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잡지다. 이탈리아 남성은 포르노에 1년에 6000억 리라를 써, 포르노가 이탈리아에서 팔리는 비디오의 30~40퍼센트를 차지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포르노가 갈수록 폭력적이 되고 있다. (마구 베고 죽이는 슬래셔 영화 제작자인 허셸 고든 루이스가 말했듯 "내가 우리 영화에서 여성의 사지를 절단하는 것은 그래야 흥행이 잘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134



소련 페미니스트 타티아나 마마노바 Tatiana Mamanova는 서방과 러시아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포르노가 (…) 이제 모든 곳에 있다. 옥외 광고판에도 있다. (…) 그것은 다른 종류의 폭행이다. 그것이 내게는 자유 같지 않다"라고 밝혔다. -p.136



사실 이 책을 읽는 중에 나를 아프게 한 문장은 바로 이것이었다.


여성이 뼈저리게 받아들이는 이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그것은 일에서는 잘 제어된 성공적 삶을 사는 여성도 말하지 않는 삶의 이면에 관한 것, 성폭력과 길거리 성희롱, 적대적인 직장에 관한 것이다. 이것들은 단어 하나하나가 노화나 제품의 특성과는 관계없는 여성의 합리적 두려움, 우리의 아픈 데를 건드린다. 여성에게 공적 영역은 새롭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여성은 살면서 날마다 "보이지 않는 것" 의 공격을 받는다. 여러 연구 결과가 되풀이해서 보여주듯이, 여성은 적어도 여섯 가운데 하나는 강간을 당한 적이 있고, 44퍼센트가 강간 미수를 겪었다. 우리에게는 공격당하기 쉬운 "연약한 주머니인 질이 있다. 여성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얼마나 감염되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보호 장벽"인 콘돔과 질 좌약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결혼한 여성의 21퍼센트가 배우자에게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해마다 미국여성 150만 명이 배우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영국 여성은 일곱에 하나가 남편에게 강간을 당한다. 여성이 공격을 막아주고 보호해준다는 환상에 반응하는 것은 실제로 공격을 당하기 때문이다.-p.189



위 인용문의 마지막 문장. '여성이 공격을 막아주고 보호해준다는환상에 반응하는 것은 실제로 공격을 당하기 때문이다.' 이 바로 나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내가 그간 얼마나 강한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나는 숱하게 이야기해왔다. 나도 왜그러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남자가 너무 좋았다. 강해야 했다. 내가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잭 리처를 좋아하는 것도 바로 그래서였는지 모르겠다. 어제 연애소설 읽고 싶어서 꺼내 읽게된 연애 소설 속 남주는 너무 부드럽고 약해보여서 나는 그 책을 읽고 그 남자랑 사랑에 빠질 수가 없었다. 아직 절반정도 읽었을 뿐이지만, 뭐야, 잭 리처가 훨씬 좋아, 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보호하려는 자, 강한 자, 굳은 자에게 매력을 느끼는데, 그런것은 실제 공격을 당하는 여성의 삶을 살고 그런 내가 보호라는 환상에 반응하는게 아닌가 싶은거다. 그래서 저 부분이 무척 아팠다. 뼈를 때리는 말이란 이런게 아닐까 싶었다. 



자, 계속 읽자.



하지만 세인트 크로스와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는 남자 동료들은
"어떤 종류의 평가도 받지 않았다."
세인트 크로스는 위원회에 자신이 "생리적으로 젊고 싱싱한 예쁜외모에서 성숙한 여성의 외모로 이행하는 단계"에 이르렀을 뿐 여전히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다. 고용주 헤프너의 대변인들은 위원회에 그렇지 않다고 했다. 위원회는 세인트 크로스의 말보다 헤프너의 말을 받아들여, 즉 여성의 아름다움은 여성 본인보다 고용주가 말하는 것이 훨씬 믿을 만하다고 가정해 플레이보이 클럽에 그런 평가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충분히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들은 "바니걸의 이미지"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세인트크로스가 가진 전문지식에는 무게를 두지 않았다. 일반적 고용 분쟁의경우 고용주는 피고용인이 마땅히 해고되어야 함을 증명하려고 하고피고용인은 자신이 계속 일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 P64

그런데 "아름다움"이 BFOQ가 되면, 여성이 맡은 일을 하고 있어도 고용주가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 고용주가 자동으로 이기게 된다. - P64

자신의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직장 여성이라는 이 새로운 존재는 어떻게 보여야 할까?
TV 저널리즘은 그 대답을 명확히 제시했다. 삼촌 같은 남성 앵커에 한참 어리고 직업적 미인 수준으로 예쁜 여성 뉴스캐스터를 붙여서.
이 한 쌍의 이미지, 주름 있고 기품 있는 나이 든 남성 옆에 성적 매력이 있는 젊은 여성이 진하게 화장하고 앉아 있는 모습이 직장에서 남성과 여성 관계의 패러다임이 되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그것이 알레고리로서 지닌 힘은 크다. 직업적 미인 수준이라는 자격 조건이 처음에는 여성에게 공적 권위가 있다는 불쾌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좋게 중화하려던 것이었는데, 그것이 자체 생명력을 얻어 결국 직업적 미인을 고용해 TV 저널리스트로 만들기에 이르렀다. - P66

1980년대에는 앵커를 스카우트하는 해드헌터들이 "남성 앵커: 40~50세"47 같은 범주에 드는 사람들만 시험용 테이프를 찍었는데 여성에게는 그 같은 범주가 없었고, 여성 앵커는 뉴스 전달 능력이나 경험보다 외모를 우위에 놓았다. - P67

만일 여성이 직장에서 변호사의 가는 세로줄무늬 정장이나 은행가의 개버딘 옷을 입은 단정하고 말쑥한 남성 동료들보다 장식적이어야한다는 압력을 많이 받지 않았다면, 직장에서 얻는 즐거움이 줄었을수도 있지만, 차별하기 좋은 기름진 텃밭도 줄었을 것이다. 여성의 외모가 해고와 성희롱을 정당화하는 데 쓰이는 탓에, 여성이 옷으로 말하는 것이 지속적 · 의도적으로 잘못 읽히는 것이다. 여성이 일할 때 입는 옷(머리와 유방, 다리, 엉덩이는 물론이고 하이힐과 스타킹, 화장, 보석까지)이 이미 포르노의 액세서리로 전용된 탓에, 판사가 어떤 여성이든 젊은 여성은 희롱해도 좋은 방종한 여성이라고 믿고, 나이 든 여성을 보면 해고해도 좋은 보기 흉한 노파라고 믿을 수 있는 것이다. - P83

여성의 넷 가운데 하나는 풀타임으로 일해도 1년에 1만 달러를벌지 못하는데, 1989년 미스아메리카는 상금 15만 달러와 장학금 4만2,000달러, 3만 달러의 차를 벌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어떻게 여성이 실력을 믿을 수 있을까? - P90

1986년 미국 법원은 ‘라비두 대 오세올라 정유회사 사건‘ 판결에서 남성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포르노를 내걸 권리를 인정했다. 그것이 여성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불쾌하든 상관없이, 어차피 광산 전체가 그런 종류의 이미지에 젖어 있다는 근거에서. - P92

문화는 여성을 아름다우면 지성이 없고 지성이 있으면 아름답지 않은 존재로 단순화함으로써 아름다움의 신화에 맞게 여성을 정형화한다. 여성에게 정신과 육체 가운데 하나만 허락하고 둘을 모두 허락하지 않는다. 여성에게 이런 교훈을 가르치는 일반적 알레고리는 예쁜 여성과 못생긴 여성을 짝짓는 것이다. - P105

《구약성서》의 레아와 라헬,
《신약성서》의 마리아와 마르타,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Dream》의 헬레나와 허미아,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가 쓴 《벚꽃 동산The Cherry Orchard》의 아냐와 두냐샤, 도그패치 Dogpatch의 데이지 메이와 세이디 호킨스, 오즈의 글린다와 서쪽의 사악한 마녀, 리버데일Riverdale의 베로니카와 에설, 길리건의 섬Gilligan‘s Island)의 진저와 메리 앤, 시트콤 〈스리스 컴퍼니Three‘s Company)의 재닛과 크리시, 메리테일러 무어 쇼The Mary Tyler Moore Show>의 메리와 로다처럼. 남성의문화는 아름다움의 신화에서 하나는 승자가 되고 하나는 패자가 되는여성 둘을 상상하는 게 가장 행복한 모양이다. - P105

남성도 이런 여성의 종교에 경외심을 느낀다. "아름다움"에 토대를둔 카스트 제도가 마치 영원한 진리에서 비롯된 것인 양 그것을 옹호한다. 다른 것에서는 이런 종류의 무조건적 믿음을 가지고 접근하지않는 사람들이 그것은 당연하게 여긴다. 20세기 들어 진리가 상대적이고 인식이 주관적이라는 것을 이해하면서 다른 분야의 생각들은 대부분 크게 바뀌었다. 그러나 "아름다움"의 카스트 제도는 양자물리학을연구하고 민족학을 연구하고 시민의 권리에 관한 법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옳고 영원할 거라고 믿는다. 무신론자도, TV 뉴스에 회의적인 사람도, 지구가 일주일 만에 창조되었다고 믿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신조처럼 무비판적으로 믿는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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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2-21 10: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열일하시네요, 우리 다락방님!!
다락방님 같은 분이 계셔서 이 지구가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거에요. 자, 이제부터 잠시 숨돌리고. 점심 메뉴 고민합시다. 오늘 뭐 먹을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2-21 11:37   좋아요 1 | URL
눈 오고 추우니까 굴짬뽕? 어떠십니까? 다락방님과 이 시대의 차도녀님

단발머리 2022-02-21 11:39   좋아요 1 | URL
만두라면에 계란 파 담뿍 넣어서 한 그릇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2-21 11:43   좋아요 1 | URL
휴게실에서 어묵우동 흡입하려고 합니다. 만두라면 캬하 고춧가루 퐁퐁 투하하면 더 좋을 거 같아요

단발머리 2022-02-21 11:43   좋아요 1 | URL
어디 가요? 어디쯤 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02-21 12:53   좋아요 1 | URL
만두??? 누가 저 불렀어요?

수이 2022-02-21 13:39   좋아요 0 | URL
금강을 지나고 있소 오바

단발머리 2022-02-21 14:09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 저 방금 한 그릇 뚝딱!
만두 3개 클리어!!! 🤣🤣🤣
비타님 / 우아, 금강이요? 멀리 가셨네요! 😳😳😳

다락방 2022-02-25 07:52   좋아요 1 | URL
어휴 제가 요즘 야근에 시달려서 평소의 루틴이 다 박살나버리고 오늘은 넘나 피곤해 목소리도 잘 안나오고 있어요. 이번 주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힘차게 버텨보려고 합니다. 에휴.. 저 나오미 울프 책에 대해 할 말이 더 있는데 오늘 페이퍼 쓸 시간이 나려나 모르겠어요. 오늘 쓴다면 테일러 스위프트의 그 노래도 가져오고 싶은데 말예요.

청아 2022-02-21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언급하셨던 바니걸이 이거군요?! 표지가 <금발이 너무해>랑 비슷하네요. 그러고보니 그 영화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웅...아름다움에 토대를 둔 카스트제도,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나오미 울프의 언어가 강펀치로 느껴져요. 다락방님 이번책도 대박입니다.👍

다락방 2022-02-25 07:54   좋아요 1 | URL
네. 이번에 저 영화 보면서 느낀건데, 예전엔 어떻게 저렇게 여자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나오는 영화를 잘도 봤을까 싶더라고요. 이번에 보는데 진짜 너무 불편한거예요. 확실히 그 문화에 길들여져 있으면 잘못된 걸 찾기가 슆지 않은것 같아요. 이번엔 너무 불편해서 영화를 중간에 끄게 되는걸 보면 저도 많이 달라졌구나 싶어요. 요즘엔 속눈썹 붙인 사람 보면 그렇게나 어색하더라고요.
이번책 되게 세다고 생각들어요. 어, 좀 너무 나간거 아닌가 하다가도 끄덕이게 됩니다. 2월 안에 다 읽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후훗.

수이 2022-02-21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메리 울스턴그래프트 언니가 여자는 모두 바니걸 아닌데 바니걸처럼 살아간다 대체 왜? 라고 마리 앙뚜아네트 보고 대표적인 바니걸이라고 일갈하는 장면 있어요. 바니걸이란 무엇인가 곰곰 생각에 잠겨봅니다

다락방 2022-02-25 07:55   좋아요 0 | URL
바니걸이란 그야말로 남성들의 성적대상화에 맞춤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아름다움의 신화에 길들여진 바로 그 여성이고요. 그러니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하는-화장하고 다이어트하는-모든 여성들은 다 바니걸일테지요. 저는 아직 다 읽기 전이고 2월안에 다 읽는 것이 목표인데, 다이어트 하지말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후훗.

등롱 2022-02-21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오미 울프의 책에 영화가 너무나 적절한 예시네요, 하긴 이 세상 자체가 울프의 책의 거대한 예시니까요. 여성과 아름다움과 바니걸 렌즈로 읽기 시작하면 고통 그 자체… 이지만, 한 번 안 이상 돌아갈 수 없고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다시는 무지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저도 계속 읽고 있습니다, 완독까지 고고싱!!

다락방 2022-02-25 07:5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등롱 님. 이 세상 자체가 울프의 책에 대한 예시이지요. 한 번 안 이상 고통스러워도 돌아갈 수 없다는 등롱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예전엔 저도 뭐랄까,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이라 불리는 것)에 반해서 비키니 입은 여자들, 세차하면서 흠뻑 젖는 여자들, 수영장에서 빠져나오는 여자들에게 매혹당했었는데요, 이번에 이 영화를 보면서 노출 심한 옷과 화장에 너무 불편하고 고통스럽더라고요. 보고싶지 않을만큼요. 저는 이렇게나 멀리 와버린 것 같아요. 완독까지 고고씽!!

mini74 2022-02-21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 옆길로 세는 이야기지만 ㅎㅎ 포르노 영화 관련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그 포르노 세계에서의 남녀차별도 엄청 나더군요. 애이즈에 대한 시선 연봉 대우 ㅠㅠ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

다락방 2022-02-25 07:58   좋아요 2 | URL
맞아요, 미니 님!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 읽다보면 ‘킴 베이싱어‘가 나인하프위크 찍을 때 촬영외의 시간에도 폭력적인 분위기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나오거든요. 포르노는 점점 더 폭력적으로 되고 그런 포르노를 보면서 남성들 역시 그걸 본인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고 어쩔 수 없이 현실의 여자들은 그 포르노 세계를 살게 되는 것 같아요. 폭력에 노출되고 차별을 당하고 굴복해야 하는 삶이요. 어휴..

이 책 읽고 써주실 미니님의 감상이 기대됩니다!
 
여성의 설득
메그 월리처 지음, 김지원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몇년전 처음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페미니즘을 주제로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간 어디에서 무슨 강연이 열리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왔고 그런게 있는지도 몰랐다가, 아 사람들은 끊임없이 관심가는 주제에 대해 강연을 들으러 다녔구나 처음 실감했다. 그렇게 이름있는 여성학 저자들의 강연을 들으러 다니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고 무엇보다 큰 가르침이 되었다. 내가 혼자 책을 읽어서 알게 되는 것, 깨닫게 되는 것과 강연을 듣는 것은 달랐다.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은 훨씬 큰 효과를 가져왔다. 내가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더 넓고 더 깊은 세계로 나를 더 빠르게 데리고 갔다. 나보다 오래 공부를 해오고 또 나보다 깊이 공부를 해온 분들이 앞에서 설명을 해주면, 그걸 들으면서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아 사고의 확장이란 이런 것이구나 짜릿한 기쁨이 찾아왔다. 수업을 듣고 나올 때면 흥분이 온몸을 감쌌다. 이런 기쁨, 이런 순수한 앎에 대한 기쁨이 정말 행복했다. 수업을 듣기 전의 나와 수업을 들은 후의 나는 달랐다. 그렇게 강연을 들으면서 만나게 된 친구들도 있었다. 그게 너무 좋아서 나는 정말이지 열심히도 들으러 다녔다. 여섯시간의 내리 강연을 듣기 위해 토요일 하루를 몽땅 쓰기도 했고, 어떤 날은 강연을 듣기 위해 케이티엑스를 타고 창원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두어달은 회사가 끝나면 퇴근길 만원 지하철을 타고 대학로에 가 작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기도 했고 그렇게 나는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가면서 많은 여성학 저자들을 만났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한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로 열심히 들었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목말랐다. 혼자 책 읽는 것보다 이런 강연을 듣는게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그렇다면 이런 교양에 그치는게 아니라 전공으로 수업을 듣는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얼마만큼의 가르침을 받고 얼마만큼의 사고가 열린 사람이 될까 하는 생각을 수차례 해보게 되었다. 대학원 등록금은 얼마나 하지? 대학원에서 공부한 사람들의 책을 읽어보면서 이렇게는 못하겠다 쉽게 포기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유독 좋아한 선생님이 있다. 그 분의 책으로 여성학을 처음 접하고 그리고 그분의 강연이라면 무조건 들으면서, 역시 여성학 강연은 뭐니뭐니해도 이 분이 최고다! 하고 동경의 눈으로 그분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내가 읽는 책이 더 많아지고, 세상에 존재하는 페미사이드를 내 눈으로 목격하고, 현실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 선생님과 어느 순간 결이 달라져버린걸 깨달았다. 좋아하고 동경해서 마구 좇아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아 이제는 갈라서야 할 것 같아요, 하고 나는 다른 길로 가버렸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거다. 그렇다고 그 분을 좋아하는 마음을 접었다거나 그 분이 대단하지 않게 느껴졌다거나 하는 건 결코 아니다. 나는 여전히 다른 많은 여성들이(그리고 남성들도)그분의 강연을 듣고 사고가 확장되는 걸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기회가 꼭 한번 이상씩은 찾아오길 바란다. 앞으로도 그 분의 책이라면 닥치고 읽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서는 나랑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세대차이일 수도 있고 살아온 환경의 탓일수도 있고 성격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온전히 같아질 수 없으니까. 같아지길 바라지도 않으니까. 선생님은 선생님의 자리에서 그리고 나는 나의 자리에서 각자가 옳다고 믿는 방향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결국은 가르침과 배움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어는 수줍은 학생이었다. 대학에 입학해 성추행을 당하고 이 일의 부당함에 대해 알리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바로 그 때 대학에 너무나 유명한 페미니스트 페이스 프랭크가 강의를 온다. 강의를 들으면서 흥분하고 또 질문과 답을 들으면서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리어는 이제 페이스 프랭크를 존경하게 되고 그분처럼 다른 여성들에게 목소리를 주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 분이 만드는 잡지, 그분이 운영하는 재단에서 함께 일하게 되면서 드디어 꿈이 이루어진 그리어는 열심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채식주의자지만 페이스 프랭크에게는 입도 뻥긋 않고 페이스 프랭크가 구워주는 스테이크를 억지로 씹고 삼키려고 한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줄로 믿었다. 


코리는 그리어의 학창시절 부터 이어진 남자친구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부유한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던 그때, 생각지도 못했던 불행한 일이 닥쳐온다. 코리는 자신이 하던 일을 접고 이제 살아가는 의미와 의욕을 잃은 엄마 곁에 돌아와 엄마를 돌보고 집안일을 챙긴다. 엄마가 자리에 눕기 전에 해왔던 이웃집 청소일도 제가 한다. 그동안 한 번도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해본 적이 없다가 이십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아 이런 일들을 내가 전혀 모르는 채로 살았구나, 하면서 삶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늘 엄마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연애도 삐끗한다.



그리어의 친구 '지'는 어릴 때부터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언제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했다. 여러가지 직업을 옮겨가면서 드디어 바로 이것이다 하는 일을 찾게 되었고 거기서부터 보람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믿었던 여성들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해 아픔을 겪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녀의 곁을 지켜주고 그녀와 함께 일을 하는 것도 여성이다.


이 책, 《여성의 설득》의 주요인물들은 이십대 초반이다. 막 대학생이 된 친구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갖는 이십대 중반을 지나고 이십대 후반으로 들어서고 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릴 때부터 알아온 친구도 있고 또 살면서 깨닫게 된 친구들도 있지만, 그러나 그들 모두 아직, 여전히 이십대다. 나는 어릴때부터 뭘 하고 싶은지 몰랐다. 어린 아이에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는 수없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고, 피아노를 배웠을 때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고, 내가 보는 직업이라고는 교사가 전부여서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는 동시통역사가 너무 근사해서 동시통역사가 되고 싶기도 했고,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이영애의 마몽드 화장품 광고를 보고는 뭔진 몰라도 이십대 후반쯤이면 엄청난 커리어우먼이 되어 있을거라고 막연히 상상해보기도 했다. 호텔리어도 내가 생각했던 일 중에 하나였다. 호텔에서 일하다니 멋지지 않니? 교수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누가 교수님 교수님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그렇지만 그런 모든 것들은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로망 같은 것이었고, 내가 진심으로 계속 말해왔던 것, 그러니까 누가 물어도 변함없이 한결같이 오래 대답해왔던 것 한가지는 어느 순간부터 '글 써서 타임지 표지모델 되는 것' 이었다. 타임지 표지모델이 되어보진 못했지만 글은 쓰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내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물론 버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지금도 여전히, 다른 무엇을 해야할까에 대해 생각하며 산다. 지금과는 다른 삶을 꿈을 꾼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찾아가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이들을 보는게 부러웠다. 이렇게나 젊은데 맞는 걸 찾아가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그들의 삶은 얼마나 충만할까.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시행착오는 서른이 되어도 마흔이 되어도 여전히 겪는 것들이다. 배신을 겪었고 죄책감도 겪었다. 존경하던 선생님의 모습에서 어느 순간 '그건 아니지 않나'를 느끼고 뒤돌아서게도 되었고, '내가 그 때 그러는 건 아니었는데'를 되돌아볼 수도 있게 되었다. 부모님은 늘 한결 같았지만 예전에는 나를 방치하던 모습이라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그게 부모님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구나, 라고 다른 눈으로 볼 수도 있게 되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취해 나름의 삶을 소중하게  꾸려오는 사람을 이룬 것 없다 무시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가도 아 내가 잘못했구나를 깨닫게 되는 그 과정들은 모두 성장일 터였다. 그리어도, 코리도 지도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고 있다. 



그리어가, 코리가, 지가 겪었던 일들이 그리고 페이스 프랭크가 경험했던 일들과 그 일들 사이의 감정들이-죄책감, 연대, 사랑, 기쁨, 흥분- 다 내것과 같았다. 나 역시 누군가를 동경하다가 이제는 아닌 것 같다고 뒤돌아서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내 길은 이것인것 같아 라고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무엇보다 같은 상황을 다른 눈으로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성장의 증거일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살아온 삶이, 내가 살면서 경험했던 감정들이 다 여기있다. 나 역시도 살면서 기쁨과 흥분을 느끼고 연대하면서 울기도 하고 사랑을 하기도 하고 삶의 축이 그리움에 지배당하고 있기도 하지만, 틈틈이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미움을 겪기도 한다. 때로는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고통스러워 한다. 이십대에 겪는 감정들은 이십대 고유의 것이기도 하지만, 더 나이 먹으면 또 그 나이대 고유의 고통이란 것이 찾아든다. 후회와 죄책감 자책 모두 서른이 되어서도 마흔이 되어서도 찾아드는 것들이다. 여전히 배울 것은 많고 그리고 또 여전히, 내가 그걸 잘못했구나,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를 가지고 살아간다. 



책장을 넘길수록, 뒤로 갈수록 더 좋은 책이다. 그들의 성장이 눈에 보여서 좋다. 필리스 체슬러가 본인의 에세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에서 매꼭지마다 말했던 모순된 감정들-배신하고 연대하는 여성들-의 소설 버전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싶다. 좀 순해서 아쉽긴 하지만, 여성도 인간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를 말해준다. 그걸 굳이 소설로 말해줘야만 아는 걸까 싶지만, 읽으면서 비로소 다시 깨닫게 되는 부분들이 있지 않은가. 


지는 여전히 충격을 받고 머리가 멍한 상태였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조여들고 편협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니, 아니야, 그리어, 넌 그런 사람이 아니야, 라고 말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넌 멍청한 실수를 저질렀을 뿐이야. 여자들도 가끔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또 남자들과 여자들이 서로에게 그러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말로 나쁜 짓을 한다. -p.476



이 책은 니콜 키드먼이 영화화 하기로 했다는데 또 나 혼자 캐스팅해 본다. '페이스 프랭크'는 줄리언 무어, '지'는 클로이 모레츠, '코리'는 노아 센티네오, '그리어'는 조이 킹. 그런데 내가 캐스팅하지 못하는 하나, 광고주.. 그 남자... 내 감정 너무 실려 누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아무때나 재이슨 스태덤 갖다 붙일 순 없으니까.... 그 남자, 누구로 하지. 페이스 프랭크 평생 못잊는 그 남자, 누구로 하지. 차차 생각해보기로 하자.


톰 하디? 

괜찮은데?


죽은 사람이 더 이상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건 어떤 걸까? 코리는 계속해서 그것을 생각했다. 온 세상을 다 뒤져도 그들을 찾을 수가 없다. 육체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시트에 덮인 채 실려 가는 것은 그렇다 해도, 그 사람이 증발해버린 것 같은 기분은 다른 문제이다.
강력하지만 기체처럼 특정하기 어려운, 조직적이고 부인할 수 없는 감각. 코리는 동생의 공책 하나를 펴고 깨끗한 페이지를 찾은 다음 적기 시작했다. - P272

곧 그들은 전부 탄원을 하고, 워싱턴으로 가서 거칠게 논의하고떠들썩한 행사에 참석했으며 깡통을 두드리면서 시끄럽게 소리를 질렀다. 브래지어 불태우기.’ 기자들은 여성 운동에 대해서 그렇게 적었다. 실제로는 브래지어를 불태우는 행사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페이스는 이 시기를 회상하며 그때 벌인 일들이 다소 요란했다고 생각했으나 더 나이 많은 운동가들의 선봉이 극단적으로 행동해야 더 온건한 사람들이 목표를 이어받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상기했다. - P374

싱글이 된 후로 그리어는 애써 이성을 유혹하는 기술을 훌륭하게 다듬었다. 그녀가 만난 모든 남자가 "웨슬리교파에서 빠져나온 지 몇 년 되었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그들의 침대에 들 때 보면 침구가 정리가 되어 있는 경우가 절대로 없거나 정리가 되어 있어도 형편없었다. 아무도 자기 앞가림을 할 만한 시간이나 의욕이 없는 것 같았고, 언제쯤 그렇게할 건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 P427

그리어가 다음 날 이른 오후에 오헤어 공항에서 우버를 타고 와서초인종을 눌렀을 때 지는 언제나 일하러 갈 준비를 다 해두는 것처럼그녀를 맞을 준비를 다 한 상태였다. 그녀는 가장 친한 친구라는 긴급상황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어를 소파에 앉히고 아주 차가운 물한 잔을 들려주었다. 수분 공급은 놀랄 만큼 도움이 된다고 그녀의 강사가 말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물은 공짜고, 어디에나 있었다. 누군가의 불을 꺼줄 수는 없겠지만, 그 사람에게 자신이 진짜 세상의 일부이고 컵을 들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런 능력은 잃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었다. 가끔 지는 상대가 컵을 들고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서 손이 움직이고, 목의 일부가 움직이고, 육체가 거기 참여하는 방식을 보며 안도하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 P471

"페이스가 화장실에서 너한테 더 많은 관심을 보였을 때 난 약간마음이 아팠어. 정말로! 왜냐하면 대학에 가기 전부터 나는 어린 사회운동가였고 넌 사실상 집에서 책을 읽고 남자친구와 섹스만 했으니까. 하지만 괜찮았어. 그건 그냥 서로 다른 거니까. 난 널 도와주고 싶었어. 넌 기숙사 파티에서 끔찍한 경험을 했었지. 수줍음도 많았고, 하지만 유순한 사람들이 지구를 물려받지, 안 그래? 모든 일에 수줍어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걸 요구하지 못했던 사람치고 넌 사실 너에게 필요한 모든 걸 요구하며 살아왔어. 그야말로 나가서 네가 원하는 걸 차지했고, 너 자신을 알렸지. 그날 밤 라일랜드 교회에서 넌 손을 들었어. 나보다 빨리 들었고, 네 질문에 대한 답을 들었지. 그 뒤에 넌 페이스에게 전화를 걸었고, 마침내 그녀와 함께 일하게 됐어. 심지어 그녀에게 프라이팬도 줬지. 그건 대담한 행동이었어." - P478

"그리고 물론 내 편지도 그녀에게 주지 않았고, 내가 장담하는데, 이런 것들은 전형적인 수줍음 많은 사람의 행동이 아니야, 그리어. 이건 달라. 교활한 걸지도 모르지." - P478

"넌 권력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아. 전에는 그걸 다합쳐서 보지 못했지만, 사실은 그래."
그녀는 말을 멈추고 그리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있지, 난 너희 재단에서 일해야 할 필요가 없었어. 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어. 넌 페이스 프랭크, 롤모델, 페미니스트를 위해 일하러 갔고, 난 그러지 못했지. 하지만 그거 알아? 난 두 종류의 페미니스트가 있다고 생각해, 유명한 사람들, 그리고 그 나머지. 그 나머지는, 조용히 가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하지만 별로 인정은 못 받고,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매일같이 말해주는 사람을 갖지 못한 그런 사람들이야. 나한테는 멘토가 없어, 그리어. 가져본 적도 없지. - P479

하지만 내 인생에는 내 주위에 계속 두고 싶고, 날 좋아하는 것 같은 다른 종류의 여자들이 있어. 난 그들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아. 그들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아. 어쩌면 내가 그런 걸 좀 더 받았어야 했는지도 몰라.
그게 도움이 됐을지도.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고, 뭐, 괜찮아, 좋아. 네가 옳아. 난 거기 있는 걸 분명히 싫어했을 거고, 그렇게 오래 머물지도 않았을 거야. 하지만 그걸 알아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았겠지." - P479

매번 집에 올 때마다 그를 보면 그리어는 언제나 깜짝 놀라고 마음이 조금씩 부서졌다. 그가 바로 거기 있지만 더 이상 자신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제 20대 중반, 오래 가지 않을 이 희망의 정점에서 서로 따로따로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는 육체적으로도 점차 변하고 있었다. - P487

그에게 말을 하는 것은, 그녀에게서 그에게로 정보가 넘어가고 그의 뇌에 자리를 잡아 그도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은 굉장히 마음이 놓이는 일이다. - P489

20대는 아직 젊게 느껴지는 때이지만, 표면 아래로 확고하게 십자 형태로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시기이다. 자고 있을 때도 그 기반은 다져진다. 당신이 한 일, 당신이 사는 곳,당신이 사랑하는 사람, 이 모든 것들이 한밤중에 숨은 일꾼들에 의해 놓이는 보도블록 조각들 같은 것이다. 며칠 전까지 그리어는 믿고, 또 좌절하는 바쁜 삶을 살았다. 20대의 코리는 망가진 어머니를 구출하러 와서 쭉 머무는 사람이었다. - P490

"페미니스트 재단에서 일한 사람은 내가 아니니까 내 지식 범위밖에 있는 거긴 하다만, 그 애는 가족이 무너졌을 때 자기 계획을 포기한 사람이야. 어머니와 함께 있기 위해서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를 보살피고 있지. 아, 그리고 자기 집을 청소하고, 어머니가 청소하던 집들까지 도맡아 일하고 있어. 난 잘 모르겠다만, 코리가 일종의 대단한페미니스트 같은데. 안 그러니?" - P492

오랫동안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남은 평생 그 사람을 찾아다니지만 아무리 많은 후미진 곳을 돌아다녀도, 아무리 많은 동굴에 들어가거나 커튼을 젖히거나 집에 들어가도 그 사람을 결코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주기적으로 사로잡혔다. 죽은 사람은 정말로 더이상 존재하지 않고, 과학의 측면에서 이 사실은 굉장히 단순한 것 같지만 상대가 당신이 사랑한 사람이라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법이다. - P528

그는 이제 그녀의 마음을 얻을 방법이 없었고, 그녀도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없었다. 상대방과 함께 있지 않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서로의 삶은 점점 더 멀어진다. - P532

그리어가 시트 위에 이불을 펼치고 있을 때 코리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편한 티셔츠로 갈아입고 나온 그에게서 낯선 스킨 혹은 비누 냄새가 났다. 그의 습관이 바뀌었다고 그녀는 약간 우울하게 생각했다.
마치 그녀가 그 변화를 미리 알았어야 했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가 쓰는 다양한 제품을 본 지는 이제 아주 오래 되었다. 사적인 것과 일상적인 것들, 그게 합쳐져서 친밀함이 된다. - P562

한때 그보다 세 등급 아래 독서 그룹에 있었던 여자에게 그가 대담하게 말했다. 성인기의 아름다움은 독서 그룹이 전혀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최소한 그것은 어떤 것도 보장하지 않았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 중에서 제일 위의 독서 그룹, 퓨마 중의 제왕 퓨마 팀에 있었다 해도 여전히 동생이 죽는 거나 아버지가 떠나는 것,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당신의 삶에 있지 않은 것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해주지 못한다. - P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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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2-21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연을 많이 다니셨구나! 확실히 오프라인에서 눈을 마주대하며 듣고 보는 강연은 책에서 받는 느낌과는 또 다른 감동이 있죠. 강연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당연히 더할테구요. 저도 페미니즘 강연은 아니지만 30대 이후 강연을 좀 다녔었어요. 혼자 하는 공부가 함께 하는 공부가 되니 더 배울 수 있는 폭이 커지더라구요.
20대, 30대, 40대 나이가 거듭할수록 경험은 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통이 없는 건 아닌것 같아요. 또 나름의 아픔과 고통이 찾아오더라구요. 부딪치고 깨지면서 성장하는 거겠지만...

다락방 2022-02-21 14:41   좋아요 1 | URL
제가 누군가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면 더 빨리 더 깊이 더 넓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어요, 거리의화가 님. 그걸 진작 알았다면 저도 공부잘하는 학생이 되어서 지금쯤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그걸 삼십대 중반에 알아서 ㅠㅠ 너무 늦었죠 ㅠㅠ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군가 가르쳐주면 더 잘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왜 늦게 안걸까요. 역시 제 인생에 공부는 없는걸까요. 공부로 성공할 인생이 아닌걸까요.

맞아요, 거리의화가 님. 저는 이쯤 되면 그러니까 어른이 되면 될수록 아픔에 더 잘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웬만한 아픔은 넘길 수 잇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아직도 어떤 아픔들은 늘 새롭게 느껴지고 크게 타격을 입히더라고요.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겠죠. 성장은 계속 해야 하는것 같아요, 거리의화가 님.

유부만두 2022-02-2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의 설득’ 페미니즘 이론서가 아니라 소설이군요?!

단발머리 2022-02-21 11:13   좋아요 0 | URL
저도 이미 준비해두었습니다. 소설이라고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21 14:38   좋아요 0 | URL
제목도 표지도 전혀 소설같지 않아서 저도 선물받고 미뤄둔 책이었는데, 아니 글쎄 소설인 것입니다!! ㅎㅎ

- 2022-02-2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정말로 톰하디에 감기셨군요? 나도.. 톰하디 좋아...... (왜? 왜!!! 좋은 거지? 왉봙한 서양 백인남 싫은데.. 난 티모시 샬라메 같은 느낌이 좋은데.. 왜 갑자기 이 아저씨... 내 마음에 들어온걸까?) 예전에 아주 오래전에 조지클루니 섹쉬하다고 느꼈을 때보다 좀더 거친 섹쉬함을 느꼈어요.......... ㅋㅋㅋㅋㅋ 어쨌든 캐스팅 어쩐지 완벽해보여서 저 이 조합찬성이고, 여성의 설득 보고 싶네요....

단발머리 2022-02-21 11:00   좋아요 0 | URL
톰 하디는 기럭지 부분에서는 정말 최고인데... 나는 티모시 살라메 좋아요. 티모시가 정답이지. 인생의 정답은 티모시.
티모시 너무 약해보이는 단점이 있지. 홍삼을 먹이자. 그럼 괜찮아!!

- 2022-02-21 11:08   좋아요 0 | URL
기럭지는 톰하디보다 샬라메가 더 길걸요? 꺅ㅋㅋㅋㅋㅋㅋㅋㅋㅋ >_<!!!!! 아직도 티모시샬라메랑 손잡고 길을 걷던 꿈이 기억이 나...... (오래전의 꿈인데...) 우리 티모시 홍삼맥이자...(정신차려!)
아무튼 톰하디.. 더티섹시... 역시 다락방님 타입이랄까.. 이마에 주름도 너무 많고... 근데... 나도 톰하디 좋아... 왜지? 너란 남자.. 무슨 매력이냐...

잠자냥 2022-02-21 14:03   좋아요 0 | URL
역시 다부장은 더러운 걸 the love….

단발머리 2022-02-21 14:09   좋아요 0 | URL
푸핫! 🤣🤣🤣🤣🤣

다락방 2022-02-21 14:38   좋아요 2 | URL
더러운 걸 the love... 이 뭐예요 대체. 아 완전 뿜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일단,

1. 티모시 살라메를 한 순간도 좋아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미래는 예측불허라지만 그는 전혀 제 타입이 아닙니다. 심지어 그 뭐여, 이탈리아 영화.. 복숭아 그 영화, 그것도 별로였어요. 으.. 저는 티모시 살라메 진짜 넘나 노노...

2. 네, 톰 하디.. 쟝님 말씀처럼 왉봙한 서양 백인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 너무 치인 것.. 미쳤나봐요. 톰 하디 멀쩡한 영화 보고서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왜 땜에 베놈 보고 홀랑 반했어. 저 나름 괴물 타입인걸까요. 베놈 에서의 톰하디 넘나 좋아요. 미쳤나봐 ㅠㅠ 역시 더러운 걸 the love.....

단발머리 2022-02-21 14:39   좋아요 3 | URL
톰 하지 ㅋㅋㅋㅋㅋㅋ 형은 톰 동지 ㅋㅋㅋㅋㅋ 고치지 마요 ㅋㅋㅋ 톰 하지

다락방 2022-02-21 14:41   좋아요 2 | URL
앗. 봤어요,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등록하고 나서 하지 보고 뭐여 하고 후다닥 지웠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2-21 19:47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취향 존중해요! 더뤼섹싀 ㅋㅋㅋ 저는 초식남 ㅋㅋㅋ

다락방 2022-02-21 19:49   좋아요 1 | URL
무슨 말이에요 대체. 내가 무슨 더뤼섹스 취향이라는 거야. 아니야. 저는 욕망 없는 백지같은 여자에요. 저 막 더뤼섹스라고 오해하면서 확정짓지 마요. 무슨말이야 대체. 아니야. 저는 섹스 이런거 진짜 노관심이에요 노관심. 네버. 노노노노노.

- 2022-02-21 21:11   좋아요 0 | URL
색스 말고 섹시!요!!! 섹스 말고 섹시!!! 더티섹시!!! 백지같은 욕망없는 다욕방님아ㅋㅋㅋㅋ 톰 하디랑 뭘 하지? 앜ㅋㅋㅋㅋ 톰 하지? ㅋㅋㅋㅋ

다락방 2022-02-21 21:13   좋아요 0 | URL
나 진짜 인정하기 싫은데 진짜 짐승남 취향인가봐.. 😩

- 2022-02-21 21:16   좋아요 0 | URL
그걸 왜 본인만 몰라요… 모두가 다락방님이 얼굴을 안보고 배경도 안보지만 전완근을 비롯한 짐승으르렁 에 끌려한다는 걸 알아요.. 뱀파이어보다 늑대인간이라며…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21 21:27   좋아요 1 | URL
아니 왜 베놈이냐고, 왜, 왜.. 😭

단발머리 2022-02-21 21:29   좋아요 2 | URL
내가 이 동네 쫌 있어보니까… 그렇더라구요. 여기는 무슨 심층수 탐험대도 아니면서 맘 속 깊은 곳까지 알아챈다니까요. 인정해요, 락방님 ㅋㅋㅋㅋ 그것이 편한 것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2-21 21:37   좋아요 0 | URL
나도 베놈 ㅠㅠㅠㅠㅠ 흙컭퀴규ㅠ

단발머리 2022-02-21 21:39   좋아요 0 | URL
그럼 티모시는 내 꺼인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 티모시! 아~~~해!! 정관장 에브리타임 먹을 시간이야!!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