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 읽는 영어 원서 일곱번째 책은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이다. 샐리 루니를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일전에 샐리 루니의 원서를 읽어봤던 바, 쉬운 문장을 쓰는 작가이다. 최근 읽은 헤이팅 게임 원서가 너무 어려웠어서 이거 읽으면 쉬운 거 가자, 하고 샐리 루니를 읽기로 친구들과 이야기했었다.


헤이팅 게임 원서 읽고 쓴 글은 많지만 최종은 여기 ☞ <hard body 와 로맨스, 그리고 균형>


헤이팅 게임 진짜 너무 어려웠어서 나 말고 다른 친구들은 원래 번역본 같이 보거나 하지 않았었는데 이 책에 있어서만큼은 이 친구들도 번역본 같이 읽었다. 여하튼 그래서 쉬운 문장 절실했고, 샐리 루니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노멀 피플 번역본을 내가  2020년에 읽었던데, 그 때 읽고 쓴 감상을 보니 내가 지금 하려는 말을 그 때도 했더라. 사람은 역시 .. 참 한결같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어떤건지 기준이 정해져있다면, 불쾌한 지점은 계속 불쾌하고 행복한 지점은 계속 행복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메리앤은 학교에서 매우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고 굉장히 유복하게 살고 있다. 메리앤의 집에서는 일주일에 두번 도우미를 부르는데, 그 도우미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코넬'의 어머니이다. 코넬은 일 끝나는 어머니를 픽업하러 메리앤의 집에 들르게 되고 그렇게 메리앤의 집에서 마주치게 되면 잠깐, 메리앤과 코넬은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조금 하게 된다. 그렇지만, 코넬은 메리앤의 집 바깥에서는 메리앤과 이야기하지도 않고 인사도 하지 않는다. 메리앤은 누구나 다 아는 똑똑한 학생이지만(I'm smarter than everyone. p.2), 친구가 없다. 학교의 그 누구도 메리앤과 어울리지 않고 메리앤이 누구랑 다니는 것도 보질 못했다. 그런 메리앤인지라 학교에서는 메리앤에 대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루머도 돈다. 잘생기고 인기가 많은 코넬로서는 그런 메리앤을 아는 척 할 수가 없다. 다른 친구들이 이상하게 볼것이다. 메리앤은 자신과 단둘이 있을 때 아는 사이인만큼 학교에서도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럴 경우 코넬은 좀 난처해질텐데,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메리앤은 학교에서 코넬에게 아는척 해주지를 않는다. 아마도, 코넬의 난처함을 짐작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어느날 메리앤의 집에서 잠깐의 대화중에, 메리앤은 코넬에게 너가 좋다고 말한다. 다음 방문에서 코넬은 너 그 때 나 좋다고 한거, 그거 친구로서 말한거야? 묻고 메리앤은 꼭 그런것만은 아니야, 라고 말한다. 그리고 코넬은 메리앤에게 키스한다. 메리앤은 그전까지 한 번도 키스해본 적이 없다. 코넬은 메리앤과의 이 키스가 메리앤에게 첫 키스라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키스해놓고 코넬은 메리앤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가 키스한 걸 말하지 말라고 한다.



Don't go telling people in school about this, okay? he said. -p.16


나는 이 문장이 너무 속상했다.



내가 누군가와 사귄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단 그것이 '금지된 사랑'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금지되어 있는 사랑, 사랑하면 안되는 사이의 사랑 같은 거라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 받을까봐 그래서 그 관계를 억지로 떼어놓으려고 할까봐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연애를 비밀에 부치려고 한다. 그러나 금지된 사랑이 아니어도 비밀로 부치려는 경우들은 생긴다. 내가 싱글이라는 상태로 있어야만 사회생활이 가능해진다면 그래서 연애라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연예인들이 공개 연애를 하지 않는 데에도 아마 이 이유가 많을 것이고. 또 내가 연애하는 상대가 남들에게 부끄러울 때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것도 여러가지 경우가 있겠지만, 나는 트로피처럼 반짝거리는 상대를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싶은데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전혀 그렇지 않을 때 그걸 숨기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비슷한데, 내가 사귀는 상대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호감이라면 덩달아 나까지 비호감이 될까봐 말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이렇게 말하든 저렇게 말하든 한마디로, 내가 만나는 상대가 나에게 흡족하지 않을 때, 그 때 우리는 이 관계를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상대에게 '어디가서 우리 사귄다고 말하지 마' 라고 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여러가지 케이스로 이런 관계속의 당사자가 된 적이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암묵적으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관계다 라는 걸 인지했던 적도 있고, 부끄러워서 내 상대를 숨긴 적도 있다. 부끄러워하는 내 자신이 싫어서 부러 보였던 적도 있다. 어떤이는 나라는 존재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았던 적도 있다. 아마도 싱글인 자신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일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부끄러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뭐가 됐든, '우리 사이 말하지마'의 관계에 나 역시도 놓였던 적이 있다는 거다. 그건 반드시 '절대 사랑해서는 안되는' 관계여서 그런 것은 아니라 해도, 그러나 '누구에게나 밝혀도 되는 떳떳하고 당당한' 혹은 자랑스러운 관계는 아니어서 그런 것은 맞을 것이다. 숨긴다는 것은, 어딘가 어두움을 가진게 아닌가. 



코넬도 메리앤과 사랑하면 안되는 사이라 어디가서 우리가 이런거 말하지마, 라고 한 건 아니다. 코넬은 인기인이고 메리앤은 아니라서, 코넬은 인기인인데 메리앤은 누구도 상대해주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그 관계가 바깥으로 드러날 경우 코넬 자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질까봐, 자신도 친구들로부터 내쳐질까봐 그게 걱정이 되어 그러는거다. 코넬은 아직 10대의 청소년이고, 그래, 충분히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30대에도 그런 마음이 생겼던 적도 있었는걸. 10대면 아마 더하겠지. 그런 마음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메리앤과 둘이 있고 싶어서 자기 집 주소를 알려주고 찾아오라고 해놓고서, 그렇게 메리앤을 자신의 집에 들이면서도 혹시 누가 보진 않는지 살펴보는 그런 만남을, 코넬은 하고 있다. 너를 만나고 싶어, 너랑 둘이 있고 싶어, 그런데 너랑 만나는 걸 사람들한테 보이긴 싫어...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코넬이 그걸 얘기하지 말라고 하는 저 인용문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내가 앞으로 만들게 될 모든 관계에서는 이제 더이상 이런 일을 겪지 말자, 고. 내가 말하든 상대가 말하든 '우리가 이러는 거 말하면 안돼'라고 하는, 그런 관계속에 놓이지 말자고. 누군가 '너 걔 만나?' 라고 하면 망설임없이 '응!' 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자고. 내가 만나고 싶어서 만나면서도 혹시 누가 보진 않는지 주변을 살피는 관계 같은거, 그런거 하지 말자. 나랑 통화하면서 '누구랑 통화해?' 물어보면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얼버무리는 그런 관계속에 놓이지 말자. 의도하지 않아도, 인생에서 누구나 그럴 때가 있고 그런 관계 속에 놓이게 될 수 있지만, 나는 이제는 그런거 하지 말아야겠다고 새삼 결심했다. 


너 걔 만나?

응.

너 걔 좋아해?

응.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내가 되는 관계,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네가 되는 관계만을 만들자고 마음을 다져본다. 물론,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게 아니고 내 생각대로만 굴러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마음을 다진다한들 그대로의 행동과 결과로 이어질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만약, 만약에 내가 조인성이랑 사귀기라도 해봐. 그러면 나는 조인성이 공개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해도 내가 비밀로 하자고 할 것이다. 사람들이 내 신상 캐려고 할 거 아녀... 그것은 조인성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나의 공개를 꺼려서 그래... 나는... 변방에서 조용히 늙어가고 싶은 사람... 그런데 나를 공개하지 말라고 하면 조인성은 마음 상하겠지? 역시, 그래서 조인성과 나의 행복, 우리 쌍방의 행복을 위해 조인성과 연애하지 않도록 하겠다. 행복해라..



각설하고,


책 샀다.

































《상처, 비디오, 사이코 게임》은 '안젤라 마슨즈'의 '킴스톤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첫번째인 《너를 죽일 수밖에 없었어》를 읽었었는데 그 내용은 지금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당시에 '이 시리즈 계속 읽어야지' 생각했던 것만큼은 기억이 나서 샀다.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는 죽음에 대해 나는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알아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샀다. 계속 읽으면서 이것을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내가 되고 싶다.


《등대지기들》,《기도의 카르테》,《죽인 남편이 돌아왔습니다》는 내가 요즘 미스테리 소설 너무 안 산 것 같아서 샀다.

《캑터스》,《어둠 속에서 헤엄치기》,《스파숄트 어페어》는 문학을 요즘 내가 안 산 것 같아서 샀다.


아니 뻔질나게 책 사서 인증하면서 그런데 뭘 그렇게 안 산 것 같다는거야, 나여? 그런 느낌 뭐야? 그런데.. 안 사긴 안샀지. 저런 장르는. 다른 장르 샀잖아. 책을 고르게 사랑해야지.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아요, 여러분? 사랑은 골고루 뿌려져야 한다... 샤라라랑~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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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13 1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현빈 장가가니까 바로 조인성으로 바뀌는 구나... 이런 누울자리보고 다리 뻗으시는 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근데 조인성은 좀 별로지 않아요? 난 별론데..ㅜㅜ 왜 쌩마초느낌이야.. 암튼 난 현빈이 참 좋았는데.. 현빈아.. 좋아했다...ㅋㅋ)

˝숨긴다는 것은, 어딘가 어두움을 가진게 아닌가.˝ - 이 문장은 저랑 생각이 비슷하신 것 같아요. 전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뭐든 어딘가에 다 떠벌리고 다닐 일만 해야한다. 그런게 아니라.. 숨긴다는 것이 주는 어떤 상황의 속상함을 계속 감당해야했을 때.. 사람 자체가 좀 변하더라고요... 내가 그렇고... 남들도 대체로 그러했고...
그래서 비밀 연애는 ..... 결국 사람을 피폐하게 하는 것 같더라고요. 몰래 만나는 건 결국은 건강하지 못한 관계로 수렴되는 것 같다고 꽤 오래 전에(약 십년 전쯤에..) 확실하게 인식했어요. 그런데... 사랑이란게 대상을 정해서 막 되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규범이 찬양하는 사랑이란.. 20대의 솔로 청춘남녀 이성애 그것밖에 없지 않냐?ㅋㅋㅋ 너무 좁음. ) 거기서 딜레마가 발생.
왜 사랑은 ‘금지된 사랑‘일수록 열렬한가... 그게 이성애 연애 (쀼의 세계 같은거...?) 한정이라면 좀 촌스럽다...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 데, 몇가지 사건으로 인해서 그렇게 생각하던게 좀 바뀌기도 했고...

자기 안에 자기만의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 좋고 (저 역시 그런 사람이지만) 그 개인이 간직한 사적인 비밀이란게... 오로지 비밀..연애..비밀성ㅇ..ㅐ... 조금 더 나아가 비밀 성매매.....인 경우는 좀.......... ㅋㅋㅋㅋ 그렇고....

아무튼 한 번 밖에 없는 인생.... 사랑 아끼지 말아야하는 데, 나 자신을 먼저 좀 더 아끼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05-13 11:32   좋아요 2 | URL
그대... 사랑 좀 아는 사람이구나. 막 구절구절마다 절절함이 흘러넘치는구나.
푸코학개론 끝나면 나랑 사랑학개론도 하자구요. 나, 아직도 궁금한 거 많은 나이. 사랑이 알고 싶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5-13 11:36   좋아요 3 | URL
와따시가 사랑하는 것은 책읽기입니다. 전 사랑은 모릅니다. 책사랑.. 책읽기.. 헤퍼도 되는 것... 바람피워도 되는 것.. 환승 아주 자주하는 것.. 문어발 누구도 머라고하지 않고 그런 독서법도 있는 것..... 막 난잡하고 막 문란한 난 게 문 독 독서가 공쟝쟝.

단발머리 2022-05-13 11:39   좋아요 2 | URL
이것봐 이것봐 계통이 있잖아! 그냥 난맥상이 아닌 거에요!!!
이름 붙일 수 있는 구조가 있잖아요! 헐! 멋있는 것입니다, 쟝쟝님!!! (와락!)

다락방 2022-05-13 11:50   좋아요 2 | URL
저는 사람이 계속 어둠속에서 살 수 없고 계속 비밀을 간직한 채로 살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비밀은 언제든 드러나기 마련이고 어둠 속에 있다면 기어코 빛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것 같아요. 저 역시 어둠 속의 관계에 있었을 때 처음엔 제가 허락했기에 가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빛에 대한 욕망이 생기더라고요. 왜 내가 어둠속에 있어야하지? 왜? 라는 의문이 찾아들기 시작하면 이미 그 관계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고 보여집니다. 이미 빛을 생각한 사람은 반드시 빛으로 가야 하거든요. 그건 달래고 어를 수 있는 성질이 아닌 것 같아요.

금지된 사랑일수록 열렬한 것도 순간인 것 같아요.
저 얼마전에 왓챠에서 야한 영화 볼라고 뭔가 봤는데, 금지된 젊은 여자를 엄청 원하던 남자가 그 여자 침대로 부를려고 엄청 노력하고 매주 화요일인가 수요일에 만나기로 약속하더니 나중엔 그 관계도 지리멸렬해지더라고요. 물론 그 관계는 욕망으로 시작된 관계이며 애초에 욕망으로 맺어진 관계라서 더 그렇긴 했지만요.
금지되었으니 열렬한건 일종의 반골기질 탓이 아닐까... 작게는 베스트셀러는 읽기 싫은 그런 마음 같은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조인성은 저도 딱히 관심 없었는데 <어쩌다 사장>에서 요리하고 정리정돈 하고 그러는 거 보면서 완전 쑐랑 넘어갔어요.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넘나 매력 터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공개된)인생 사랑과 (공개되지 않아도 되는)인생 섹스를 위해 우리는 오늘도 힘차게 전진하자.

- 2022-05-13 12:27   좋아요 0 | URL
인생 사랑과 인생 섹스를 향해........... 전진하자!!! 는 표어를 순진하게 되뇌이고 싶다.
저는 이번 생은 튼거 같아요...
나에게 <여자는 인질이다>를 읽혀놓고. 인생 섹스?!!!! 응?!!! 다락방 이사람아!!!!

다락방 2022-05-15 14:39   좋아요 1 | URL
맞네. 내가 잘못했다. ㅋㅋㅋㅋㅋ 어휴 나란 인간 부족하기 짝이 없어 ㅋㅋㅋㅋㅋ 머릿속에서 지우자, 인생 섹스!!

단발머리 2022-05-13 1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저 역시... 세상이 금지한 사랑은 아니었어도 비공개 연애 해봤거든요. 전 뭐랄까. 약간의 쾌감도 있었던거 같아요. (나 이상한 사람인가@@)

2. 다락방님 스포 싫어하는 사람인데 저 너무 말하고 싶어서 ㅋㅋㅋㅋㅋㅋㅋ 말해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효진, 조인성 주연의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둘이 같이 방송을 해요. 조인성이 엠씨고 공효진이 초대손님으로 나오는데 조인성이 1층으로 마중나와서는 ‘여기 사는 사람들은 우리 사귀는 거 몰라. 같은 집에 사는 것(동거 아니고 그냥 옆방)도 몰라.‘ 이러니까 공효진이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왜 그래야 돼?‘ 조인성이 그래요. 설명하기 귀찮아. 공효진이 그래요. 사귀는 사이입니다. 8자가 귀찮아? (그 다음은 클립으로 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3. 다락방님이 마음 접은거 조인성이 알면 안 되는데.... 조인성 되게 불도저 같던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다락방님 산 책 중에 제목이라도 들어본 책이 딱 하나에요. 앞서가시는 독서장인의 면모를, 오늘 또 발견합니다.

5. (저도 포기 못 해요!!!!!!!!!!!!!!!!!!!!!!!!!!!!!!!!!!!!!!!!!)

- 2022-05-13 11:34   좋아요 2 | URL
1. 비공개 연애는 대체로 누구나 하는 것 아닐까요.. 이상한분 아니십니다. 그 쾌감... 그 맛에 사내 연애하는 것.. ㅋㅋㅋㅋ
3. 불도저 조인성ㅋㅋㅋㅋㅋㅋㅋ (응?) 이건 또 출처 어디예여?
5. 뭘요? 뭘? 나 궁금해!

단발머리 2022-05-13 11:36   좋아요 1 | URL
1. 진짜 그래요? 인생에 한 번은 비공개연애 하는 거였어요? @@
2. 요리하는 거, 정리하는 거 보세요.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에요 / 출처없음(요즘은 출처없음 유행임) 내가 곧 출처다 ㅋㅋ
3. 조나단, 조슈아, 조인성.... 이렇게 말하면 알아듣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5-13 11:38   좋아요 2 | URL
.. 단발님..와..우.. 이정도면 조 성애자.. (그녀가 용납하지 않는 것은 오로지 조중동..?)

단발머리 2022-05-13 11:40   좋아요 2 | URL
우아! 조중동 웃겼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도서관인데 이러기 없음입니다)
하필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이 다 조씨라는 거죠. 어쩌다 보니... 빠진 사람 없나?
조국(잊지 말자 조국), 조광조? 이 정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13 11:53   좋아요 2 | URL
비공개 연애는 사람들마다 케이스가 다르긴 하지만 하긴 하는 것 같아요. 쟝님이 말한 것처럼 대표적으로 사내 연애가 그렇고요 ㅋㅋ 그렇지만 비공개도 그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공개가 되어버리는... 그 쾌감과 짜릿함이 분명 있는데요, 그게 어느 순간 빡치는 지점이 오는 것 같아요. 이건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그걸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저는 기본적으로 세상에 비밀은 없는 것 같아요. 비밀은 그 비밀의 특성상 밝혀지고 싶은 욕망을 동시에 품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말씀하신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일단 2번의 상황만으로 보자면, 저는 공효진이 되어서 스트레스가 또 뽝 오네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조인성 되게 불도저 같다면, 또 어떤(이를테면 잘생긴?) 남자들의 불도저성을 저는 허락합니다. 인성아, 내가 너를 포기하려는데 니가 불도저처럼 내게 다가오면, 나는.. 어쩔 수 없지, 너에게 나를 맡길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쟝님/ 아 조중동 너무 짜증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5-13 12:31   좋아요 1 | URL
단발 / 조국.. 그래 그런데.. 조광조?!!!!!! 조광좈ㅋㅋ 대체 왜? 진짜 조 성애자였엌ㅋㅋㅋㅋㅋ 단발님 페이퍼에서 요즘 자주 보이는 책 도나 해러웨이 저자가 조지프 슈나이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못살앜ㅋㅋ

다락방/ 불도저.. 이런말 하면 그런데 저는 제가 좀 불도저 스타일임. 직진녀... 아니다 싶으면 빠꾸도 잘함 ㅋㅋㅋ 아.. 내가 몸만 메일바디에 전완근만 있으면 다락방한테 바로 직진하는 건데.... ㅋㅋㅋㅋㅋ ? (진짜 오늘 저 플러팅 오지네요..ㅋㅋㅋㅋ)

yamoo 2022-05-1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친구들과 원서도 읽으시는군요! 한 권 읽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걸려서 특히 문학은 어려운 표현이 너무 많아서 읽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 읽기가 어렵던데...다락방 님 대단하셔요~~~

다락방 2022-05-16 14:21   좋아요 0 | URL
저도 친구들이 아니었으면 못읽었을 거예요. 매주 분량을 정해서 읽어나가고 있고 또 저는 번역본 옆에 두고 번갈아 보고 있답니다. 안그러면 저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ㅎㅎ
 
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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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에 대해 궁금하거나 백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 혹은 확신하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백신에 대한 입장 이라는 게 자리잡힐 것 같다. 그런 한편,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이 의문을 갖는가, 답을 구하는가가 관건인듯. 율라 비스는 끊임없이 묻고 답을 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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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5-11 1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다부장님 100자평 많이 늘었다! ㅋㅋㅋㅋㅋ 막 사고 싶게 만들어! 올해도 100자평 대회 열린다면 부장님, 상금 많이 탈 거 같습니다!

다락방 2022-05-11 11:50   좋아요 3 | URL
제가 올해부터는 참가를 안할거라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그동안의 대회에서 마음 크게 상해서...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5-11 12:4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5-13 11:3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5-11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놓은책 잘 샀다는 생각이 드는 100자평입니다

다락방 2022-05-12 08:25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 님, 저 이 책이 참 좋아서 작가의 다른 책이 나온게 있나 봤더니 없더라고요 ㅜㅜ

blanca 2022-05-1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좋았는데 작가가 왜 다른 책 안 쓰는 거죠? 저도 아쉬웠어요.

다락방 2022-05-16 14:22   좋아요 0 | URL
율라 비스도 그렇고 레이첼 모랜도 그렇고 꼭 다른 책들도 좀 써줬으면 좋겠어요. 정말 읽고 싶어요! 너무 좋은 책이었어요, 블랑카 님.

yamoo 2022-05-1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있는데, 지인 의사가 극찬을 해서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온 그 다음해에 저도 소장하고 있습니다. 중간 정도 보다가 다른 책 읽느라고 완독은 못했는데, 정말 좋은 책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근데, 다락방님 언제부터 다부장님이 되셨나욤??ㅎㅎㅎ

다락방 2022-05-16 14:22   좋아요 0 | URL
이 책 너무 좋아요, 야무 님. 꼭 완독하시기를 바랍니다. 율라 비스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요.

아 그리고 제가 진급한지 일년된 것 같습니다. 비록 저희 회사에서는 이제 더이상 부장이란 직급을 사용하진 않지만요. 하핫 ;;
 
도나 해러웨이 컴북스 이론총서
이지언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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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웨이 선언문》읽기 전에 입문서로 맞이한 작품인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해러웨이 선언문 자체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닌데, 이 책은 그러기 전에 일단 해러웨이가 어떤 글을 썼는지에 대해 설명해주기 때문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해러웨이 선언문 읽을 사람이라면 먼저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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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11 09: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나의 서재에 이런 책에 대한 백자평이 올라오다니... 너무 멋지다 진짜.

잠자냥 2022-05-11 11:50   좋아요 1 | URL
아 미쳐 이 사람....... 이런 자뻑은 어떻게 배우는 겁니까?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11 11:50   좋아요 1 | URL
그거슨.... 본! 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레이야 2022-05-11 1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백자평 잊고 있었네요 저도. 간단명료하게 다락방님 백자평도 좋아요 누름요

다락방 2022-05-11 11:51   좋아요 1 | URL
네네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밥이 되는 좋아요 입니다.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5-11 1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2022-05-11 11:51   좋아요 2 | URL
아이고 말 잘듣는 학생이네요! ㅋㅋㅋㅋㅋ

- 2022-05-13 11:39   좋아요 1 | URL
오늘도 이 두분 케미는 재밌다. 고작 한글자로도...

다락방 2022-05-13 11:56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과의 케미는 나보다 쟝쟝님이 더 반짝이는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5-13 12:28   좋아요 1 | URL
쟝쟝과 다락방 중 놀리는 재미는 사실 다락방이 좀 더 있음...... ㅋㅋㅋㅋㅋㅋㅋ 부장님 대머리 놀리는 기분이랄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5-13 12:39   좋아요 1 | URL
톰과 제리인것 같은데. 잠자냥이 냥이라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13 12:42   좋아요 2 | URL
나는 그러니까 대머리 부장에 생쥐인건가…..

- 2022-05-13 12:55   좋아요 1 | URL
포지션은 잠자냥이 제리인데.... 잠자냥 아이디가 고양이..... ㅋㅋㅋㅋㅋㅋㅋ
대머리부장이랴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의 일하는 여성 노동자 화이트 칼라!! 임원까지 전진하자!
 















글쓰기는 식민화된 집단 모두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글쓰기는 구술 문화와 문자 문화, 원시적 사고방식과 문명화된 사고방식을 구분하는 서구 신화에서 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해왔고, 더 최근에는 일신론적·남근적·권위주의적·단독적인 작업, 즉 유일하고 완벽한 이름을 경배하는 서구의 남근 로고스 중심주의phallogocentrism를 공격한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거쳐, 문제의 이분법들이 붕괴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글쓰기의 의미가 걸린 씨름은 현대 정치 투쟁의 주요 형식 중 하나다. 글쓰기 놀이의 해방은 더없이 진지한 문제다. 미국 유색인 여성의 시와 이야기들은 글쓰기, 곧 의미화의 권력을 쟁취하는 문제와 반복적으로 관련되지만 이때의 권력은 남근적이거나 순수해서는 안 된다. 사이보그 글쓰기는 에덴으로부터의 추방, 곧 언어 이전, 글쓰기 이전, (남성)인간의 등장 이전, 옛날 옛적의 총체성을 상상하지 말아야 한다. 사이보그 글쓰기는 본원적 순수함이라는 기반 없이, 그들을 타자로 낙인찍은 세계에 낙인을 찍는 도구를 움켜쥠으로써 획득하는 생존의 힘과 결부된다. (p.72)



도나 해러웨이의 《해러웨이 선언문》의 시작, <사이보그 선언>을 읽고 있다. 사이보그 선언의 주제는 아마도 도나 해러웨이가 쓴 문장에서 그대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p.69 의,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동물 및 기계와의 융합을 통해 서구 로고서의 체현인 (남성)인간이 되지 않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는게 그것.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특히나 '유색인 여성'이 과학 산업에 선호되는 노동력임을 얘기하며, 앞으로 과학과 결합되는 세상과 그리고 인간은 기존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 도나 해러웨이의 전망이다. 그런 우리들, 주류가 아니었고 또 저쪽,'남성 인간'이 아닌걸로만 퉁쳐졌던 우리는, 기존의 세계를 전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을 도나 해러웨이는 얘기하고 있다. 아직 읽지 않은 <반려종 선언>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은데, 얼마전 들었던 팟캐스트에서는 여기에서 말하는 반려종은 반드시 '개'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인간 외에 인간과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 이를테면 미생물까지도 포함한다고. 그리고 '반려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개 이상의 종이 함께여야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속에 존재하고, 우리의 개별적 존재는 개별적보다 관계에 더 중점을 둘 수 있는 거라고.


그런 도나 해러웨이가 강조하는 건 여성의 '글쓰기'이다. 도나 해러웨이가 사이보그 선언을 쓰기 전에도, 그러니까 도나 해러웨이가 이 모든 선언들을 하기 전에도, 그녀는 동물학, 철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문학 역시 전공했다. 그녀에게는 문학이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그녀도 얘기하고 있고, 또한 그녀가 생각하는 건 과학적 상상력을 가진 글쓰기이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일전에 읽었던 '디 그레이엄'의 《여자는 인질이다》에서도 언급됐었다. 디 그레이엄은 우리가 상상력을 가져야 여성혐오 사회, 페미사이드 사회에서, 그리고 이성애에 인질로 사로잡힌 세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얼마전 SNS를 통해 본 '창의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한결같았다. 창의성은 그냥 생겨나는 게 아니라, 한 분야에 대해 공들여 알려고 노력하고 난 다음에 가능해지는 거라고, 창의성 뚝딱이 되는게 아니라 그 전에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나는 상상력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우주에 집을 짓는 생각이 나오는 게 아니라, 그전에 우주라는 존재를 인지하는 게 필요하다. 더 많은 상상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내 안에 쌓여야한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축적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문학을 읽는게 아니겠는가. 도나 해러웨이는 문학을 읽고 상상력을 얘기하고 그리고, 글쓰기를 강조한다. 여자들아, 글을 쓰자.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다. 이분법들이 붕괴되고 권력의 위치를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글쓰기이다. 여자들아, 글을 쓰자!



오늘 아침 이 글쓰기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그렇다면 내가 그동안 해왔던 글쓰기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겠구나, 깨닫게 되었다. 예전부터 나는 내가 좋아서 글을 쓴다고 말해왔는데, 글을 쓰려면 당연히 읽기가 먼저여야 했다. 그러므로 내게 글쓰기와 읽기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었고, 나에게는 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이자 최선이었다. 언제나 잘 쓰고 싶었고 잘 쓰기 위해서는 읽어야 했다. 읽는 것은 내 안에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나로 하여금 생각하게 했으며, 그 생각은 글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과정이, 단순히 '좋아서' 쓴다고 했던 이 모든 과정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겠구나, 하는 것을 도나 해러웨이의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거다.


그런 한편, 내가 얼마나 많은 여자들에게 글을 쓰라고 말해왔던가도 떠올렸다. 나는 글쓰는 모든 여자들을 응원하고 또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한 번 써봐, 라고 종종 말하곤 했다. 내가 아는 것보다 내가 더 많이 말해왔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된 게, 베스트셀러 작가인 친구가 내게 '너는 예전부터 나에게 계속 쓰라고 했어' 라고 말하고 '내 역사엔 네가 있어'라고 했기 때문이다. '나를 글쓰라고 독려한 사람이 너다' 라는 말을 나는 곧잘 듣곤 했던 거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책을 읽는 것을 비로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도 생각하는데, 글쓰기는 도나 해러웨이에 의하면,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여자가 글을 쓰기 전에는 이분법의 세계, 권력이 한쪽으로 기울었던 세계라는 뜻도 되겠다. 그러자, 내가 얼마나 문학하는 남자를 싫어하는지가 생각났다.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에도, 그렇게나 책읽기를 좋아했으면서도 '문학하는 남자'를 너무 싫어했다. 보통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문학하는 남자에 대한 로망을 가지거나 동경할 때 나는 아니었다. 나는 아무리 책을 재미있게 읽고 감동해도 '문학하는 남자'를 싫어했다. 나는 남자를 정말 너무 좋아했는데도, 그럴 때도 문학하는 남자는 싫어했다. 예술하는 남자도 싫어했다. 에피톤 프로젝트 노래를 들으면서도, 역시 이런 사람은 저기 저쪽에서 노래나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하고 그런 남자에 대한 로망을 품지는 않았다. 어쩌면 내가 문학하는 남자를 싫어했던 것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한 의미가 있었던걸까. 이분법의 세계를 만드는 일을 나는 무의식중에 알았던걸까? 어떤 일들은 본능적으로 아닌 걸 알게 되는데, 이것도 바로 그 일에 속했던걸까? 일전에 내가 한국영화를 너무 안봐서 친구로부터 사대주의냐는 말까지 들었던 적이 있는데, 나는 한국영화를 보지 않는, 볼 수가 없는 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줄 몰랐었다. 나 정말 사대주의자인가, 라고 나를 의심했는데, 나중에야 내가 보기 싫어하고 보다가 중간에 멈춘 한국영화들이 죄다 알탕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것들은, 본능적으로 꺼려지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지금도 유행어를 만들어낸 폭력적인 한국 영화들을 보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그런 영화들을 싫어할 거란 것도 안다. 일전에 너무 유명한 한국영화를 '나도 볼까' 했을 때, 남동생이 내게 그랬더랬다. "아니, 누나 보면 힘들어할거야, 보지마." 라고.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기 훨씬 전부터, 심지어 페미니스트는 사랑받지 못한 여자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한심한 시절에도, 문학하는 남자와 예술하는 남자를 싫어했더랬다. 이렇게 싫어하는 남자들을 다 쳐내고 나면 남는 남자가 없는데, 나는 도대체 왜 남자를 좋아했던걸까? 어느 지점에서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했던걸까? 나는.. 남자를 좋아하긴 했던건가? 그렇다면, 도대체 왜 좋아했지? 뭘 좋아했지? 문학해도 싫어 노래해도 싫어 미술해도 싫어... 뭘 보고 남자를 좋아한다고 한거야? 그렇다고 딱히 운동선수들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고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젊은 여자를 트로피 삼는 남자들도 너무 싫었다. 당시에는 트로피란 단어를 알지 못해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했었는데, 그러면, 나는 대체 뭘 좋아한거야? 오늘 버스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오는 동안, 도대체 내가 좋아한 '남자'란 어떤 존재였던가. 나는 뭘 좋아햇던건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의 어떤 것이었나?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었나? 그렇지만..


전완근과 등근육은 실재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건 등과, 전완근.. 그것이었나? 그 단단함과 강함이 주는 육체적인 부분.. 만 좋아했던걸까? 난, 정말 그런 사람인걸까? 



어제 혼자 와인을 마시면서 <어쩌다 사장>을 다시보기로 보기 시작했다. 차태현과 조인성이 지방에 내려가 커다란 마트의 사장으로 며칠간 일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에서 손님들이 찾아와 대화를 나누고 계산하고 물건을 사가는 걸 보는 것도 좋고, 그들 옆에서 대화를 나누는 걸 보는 것도 좋고, 아르바이트로 게스트들이 왔다가 영업이 끝난 뒤에 일한 감상을 나누는 걸 보는게 좋아서 가끔 이걸 보게 된다. 그러다 얼마전에는 게스트로 김혜수가 나온다고 해서 봤는데, 김혜수가 한 번도 마트에서 일해본 적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할 것을 찾아다니는 걸 보면서, 어쩌면 센스라는 것은 타고나는걸까, 를 생각했다. 그러다 조인성, 조인성을 다시 보게 됐는데,

조인성은 그 프로그램에서 식사를 맡고 있다. 점심과 저녁메뉴를 선정하고 요리하고 그걸 파는 거다. 지금 나오는 회차에서는 대게라면과 어묵우동을 요리해 팔고 있는데, 점심 장사를 시작하기 전 모든 준비를 마친 조인성은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내가지고 바깥에 나가 혼자 그걸 먹으면서 잠깐 시간을 갖더라. 근데 그걸 보는게 너무 좋은 거다. 내 할 일을 마친 뒤에 혼자임을 잠깐 즐기는 그런 조인성을 보는데, 와, 그 장면 왜이렇게 좋지? 저 가게안에 무려 김혜수가 와있는데, 조인성은 자기 할 일을 하고 나와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이게 너무 좋은 거다.

어제 본 회차에서는 남자게스트가 세 명이 왔는데 그 중 한 명이 식사 메뉴에 카레 돈까스를 추가하자고 해서 부엌이 초토화가 되었다. 시간은 다가오고 부엌은 점점 쓸 공간이 좁아지는데, 조인성이 한 번 훑더니 '동선을 짧게 가져가' 하면서 어질러진 부엌을 정돈하는데, 그게 너무 좋은 거다. 역시..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 보면 반해버리는데, 오늘 출근길에 '나는 남자의 전완근과 등근육을 보고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했던건가' 생각하다가, 조인성의 저런 면에 반한 걸 보면서, 아니야, 다른게 있을거야, 했지만, 그런데 정리정돈과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건 그게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지 남자이기 때문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자 나는..... 남자를 안좋아하나???????????????????????? 이렇게 되어버렸다. 결론은,


유색인여성인 나는, 도나 해러웨이를 계속 읽어봐야 한다는 것. 

나는 유색인 여성이고, 글을 쓰는 여성이다. 나는 유색인 여성이고, 글을 쓰는 여성이고, 읽는 여성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상상할 것이다. 글쓰기로 생존의 힘을 획득할 것이다. 그러므로 도나 해러웨이를 읽는 것은 내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자, 가자, 도나,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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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5-11 1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북플 초반에 다락방님이 글쓰기를 응원하는 댓글보고 반했었어요.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자극을 주었던 그 댓글^^

윤식당 스페인편을 잠시 봤는데 박서준이 바다가 보이는 길을 따라 혼자 조깅을 하는 걸 보고 너무
좋았어요. 철봉운동을 또 그렇게 잘하더라구요. 저는 잘 안되서 팔굽혀펴기로 일단 팔힘 기르는 중이예요
전완근과 등근육 키우기와 자기 관리의 모든것들은 보는것만으로도 힘을 내게 하나봐요. 다락방님의
글쓰기가 그렇듯 말이죠. 여성들의 글쓰기 근육기르기를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2-05-11 12:01   좋아요 4 | URL
미미님, 저도 윤식당에서 그 편 보았더랬어요. 혼자 운동하는 거 보는데 그게 그렇게나 좋더라고요. 거기가 어디든 나는 내가 할 일을 한다, 라는 그런 태도가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조인성도 자기 일 다 해놓고 나서, 누가 와있든 나는 나에게 필요한 걸 한다, 라는 그런 태도가 보여서 좋았던 것 같아요. 후훗. 그리고 박서준 스페인어도 열심히 배우잖아요. 간단한 주문을 받고 대화하는 건 스페인어로 되는데 그것도 너무 좋더라고요. 그간 그 나라 말 하나도 공부하지 않고 여행다녔던 제 자신을 반성했어요...

제가 몰랐는데 되게 글쓰라는 응원을 많이 하고 다녔더라고요. 시간이 지나고서야 ‘너가 그랬어‘라는 말을 여러차례 듣게 되면서 내가 그랬구나, 알게 되었어요. 그건 아마도 제가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말하게 되는것 같아요. 미미님, 읽고 씁시다, 계속해서요!!

건수하 2022-05-11 11: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해러웨이도 그런 말을 했었군요!

어제 우연히 보게된 글에도 여성의 글쓰기 이야기가 있었어서 공유해봅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41299

다락방 2022-05-11 12:02   좋아요 4 | URL
오, 손희정 선생님의 글이군요. 링크해주셔서 덕분에 읽어보게 됐네요. 제가 지금은 손희정 선생님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한때 강의도 듣고 그랬습니다. 후훗. 어쨌든 글을 씁시다, 수하 님. 새삼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그저 읽기로 끝내는 게 아니라 쓰기도 하자고 한 제가 뿌듯합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건수하 2022-05-11 12:09   좋아요 3 | URL
강의를! 그러셨군요..!

저는 잘은 모르고, 단순히 권김현영님과 함께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글을.... 요즘 책을 못 읽다보니 쓸 글이 없습니다 흐흑.. ;ㅁ;

점심 얼른 먹고 좀 읽어볼까봐요.

다락방 2022-05-11 12:17   좋아요 2 | URL
네, 저 정희진, 권김현영, 한채영 선생님 강의 열심히 들으러 다녔더랬습니다. 후훗. 말씀하신 것처럼 저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 또 그런 분들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지점부터는 저랑 다른 방향을 본다고 생각해서요, 이제는 예전처럼 좋아하진 않아요. 저는 이제 윤김지영 선생님을 좋아합니다.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아무튼 열심히 읽어봅시다, 수하 님. 해러웨이 선언문은 확실히 입문서가 필요한 것 같아요!!

잠자냥 2022-05-11 12:54   좋아요 2 | URL
정희진 쌤 강의는 저도 거의 다 챙겨서 듣고 다녔어요. 어쩌면 다부장님 거기서 스쳤을지도 ㅋㅋㅋ

다락방 2022-05-12 08:32   좋아요 2 | URL
오오 진짜 잠자냥 님과 같은 공간에 있었을 수도 있네요. 그 당시엔 우리가 서로를 몰랐고.. 언젠가는 우리가 서로를 알아볼 날이 오겠지요.. 아 너무 낭만적이야..... ♡

- 2022-05-12 18:13   좋아요 1 | URL
두분 스쳐갔을거 생각하니 너무 즐겁다 ㅋㅋㅋㅋ 와 난 아직 정희진샘 강의 안들어봤다는 반전…. (대체로 강연 자체를 안듣는 사람 ㅋㅋ이 바로 저 ㅋㅋㅋ)

잠자냥 2022-05-12 21:36   좋아요 0 | URL
쟝쟝/ 저도 사람 모이는 강연장 같은 곳은 잘 안 가는데, 정희진 쌤은 내게 그만큼 특별했었다우…. 다부장 님도 그런 공간에 있었을 거야…. ㅋ

다락방 2022-05-13 08:01   좋아요 1 | URL
저도 강연은 정희진 쌤 때문에 처음 가보게 됐을거예요. 그전까지는 강연 같은거 들을 생각도 안했는데 정희진 쌤이라서 가봤음요. 근데 가보니까 너무 좋은거예요. 진짜 사고가 확장되는 느낌을 팍팍 주시는 분. 그래서 또 가고, 또 가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정말 특별했었죠.......


프레이야 2022-05-11 11: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단 좋아요 누르고 읽게 되는 다락방 님 페이퍼 ^^

다락방 2022-05-11 12:03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님. 좋아요는 힘이 됩니다. 후훗.

잠자냥 2022-05-11 12: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도 사대주의자 소리 듣는데! ㅋㅋㅋㅋ
전 다부장님이 제 서재 보면 아시겠지만 한국문학(소설)도 거의 못 읽겠어요;
한국영화도 잘 안 보고... 암튼 전 이렇게 사대주의자로 살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대주의자 뽜이팅....!

다락방 2022-05-12 08:33   좋아요 3 | URL
저는 처음에 사대주의자란 말 듣고 기분이 나쁘고 나 정말 그런건가.. 하면서 막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너무 오래 내가 정말 그런가, 하고 돌아보며 살아서 내가 싫어하고 안보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보다 ‘나는 사대주의자인가‘를 먼저 생각했었어요. 그게 너무 지금은 짜증나요. 저도 그냥 사대주의자 할거에요. 사대주이자 뽜이팅!! ㅋㅋㅋㅋㅋ

mini74 2022-05-11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전 전완근과 등근육만 기억에 ㅎㅎㅎ 저도 트로피와이프란 말이 얼마나 듣기 싫던지요 늙어가는 지금은 더 듣기싫은 ㅋㅋ헤러웨이가 문학도 전공!!! 이 분 못하시는게 뭔지 ㅎㅎ 다락방님 글 읽음 유쾌하고 신납니다 *^^*

다락방 2022-05-12 08:36   좋아요 2 | URL
와이프를 트로피 삼아 데리고 다니는 사람, 트로피 삼으려고 와이프나 여자친구 만드는 사람들은, 저는 자기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으로는 오롯이 잘날 수 없어서 꼭 누군가를 옆에 세워서 그걸 드러내려고 하는, 애인을 이용해 자기 잘남을 인정 받으려 하는 찌질이들이라고 생각해요. 못난이들. 내 애인이 어떤 사람이든 내가 잘났으면 나는 그냥 잘난 사람인건데 말이죠. 징그러워요.

해러웨이 넘나 천재예요. 저는 <사이보그 선언>을 오늘 아침 막 다 읽었습니다. 이제 <반려종 선언>으로 넘어가야 해요. 휴우~

- 2022-05-12 18: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가 사르트르가 아닌 사실 그의 서재에 반했다는 종류의 글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나요. 기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획득하기 쉬운 권력의 냄새…? 그래서 남자를 동경하면서 존경하면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근데 내가 좋아하는 남성성의 어떤 부분이라기 보다는… 나는 좀 내가 안좋아하는 인간 속성의 어떤 부분에 여성성이 들어맞는 부분이 있어서 여자들을 미워했어요. 그건 문제해결 의지 (능력보다는 의지) 없는 푸념, 속풀이 인데요 … 어릴때 부터 그게 진짜 싫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포지션이 거의 명예남성이었어요.

그렇다면 남자들이 문제해결의지가 있냐 ㅋㅋㅋㅋ 그럴거 같아보이지만 그런 남자도 있지만 안그러고 허세부리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경험하면서 좀 알게되었고 ㅋㅋㅋㅋ

되려 진짜 잘 뚜벅뚜벅 헤쳐나가는 근사한 여성들이 많다는 거.. 그들을 미친년 혹은 드센년이라며 세계가 혐오해왔다는 걸 아는 순간. 여자들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암튼 나는 그래서 내가 좋아한 남자들은 어딘가 존경할만한 구석이 있는 부분이었는데, (물론 만나면 다 한남이었다..) 내가 존경하는 대상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된거 하나랑, 더 존경할만한 여성들을 책과 삶에서 만나자 남자들에겐 콩깍지가 잘 안껴지더라고요 ㅋㅋ 흐린눈이 잘 안돼…

다락방 2022-05-13 09:49   좋아요 1 | URL
쟝님 댓글 읽고 보니까 정말 그런게 컸던 것 같아요. 남자들이 이미 획득한 혹은 획득하기 쉬운 것들 때문에 남자라는 존재를 동경하면서 그걸 좋다고 말했던게 아닌가. 제가 남자 좋아한다는 건 제 주변의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는데, 저 역시도 제가 남자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남자 싫어, 저런 남자 안돼.. 하면서 죄다 걸러내고 있더라고요. 남은 남자가 없어.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뭘 좋아한거야? 했는데, 쟝님이 말한 바로 그런 지점, 그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아.. 역시 사람은 끊임없이 물어야 해. 그래야 대답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남자들이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냐, 그건 전혀 남자의 특징이 아닙니다. 자기가 뱉은 말을 지키느냐, 그것도 역시 전혀 남자의 특징이 아니더라고요. 그렇다면 남자라서 가지는 어떤 긍정적인 특징이 있느냐, 하면 그런건 없더라고요. 문제 해결의 의지, 신뢰, 성실. 그 모든 것들은 남자라서 가지거나 여자라서 가지지 못하는 것들이 아니었어요. 그것은 그저 그 한 개인의 특징이었던 거예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뚜벅뚜벅 헤쳐나가는 건 여성들에게 더 드러난 특징이긴 해요. 왜냐하면, 살아야 하니까요. 멸시하고 혐오하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는 가질 수밖에 없는 그런 능력인 것 같아요.

쟝님 댓글 읽고 곰곰 생각해보니, 저는 저랑 연애했던 남자들은 그 누구도 ‘존경‘이라는 감정으로 대한 적은 없었던 것 같고, 그렇다면 존경하는 남자는 누구냐...라고 물어보면... 없는 것 같아요. 존경이라는 단어를 굳이 써야 한다면 저는 안젤리나 졸리, 한나 아렌트....네,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5-13 12:02   좋아요 1 | URL
저는 대체로 제 사랑이 존경으로부터 발생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존경에 대한 연구를 좀했습죠. (나란 여자 지독하게 멋지지 않나요?) 존경은 영어로 respect 인데 어원이 바라보다예요. 존경이라는 게 성립하려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먼저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존경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을 나는 ‘있는 그대로‘ 바라본 적은 없었던 거예요. 그냥 내가 되고 싶고 본받고 싶은 존재였던 거고 거기엔 ‘나‘가 훨씬 더 많았어요.

제가 사랑을 공부하기 전에 공부해야할 것은 ‘존경‘이었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연구중이고 여전히 실천 중인데.. 이건 일종의 중노동예요. 나의 시야를 계속해서 조정해야하는 과정? 그러기 때문에 일면을 보고 안다고 확정 짓지 않는 것과, 알아가기 위한 시간을 꽤 들여야 하는.. 어쩌면 지난하고 지루한 활동들을 이어가야하고요. 알아가면서 계속 경탄하고 경외하고~ 무튼 존경 참 어렵죠.

그런 의미에서. 저도 존경하는 실물 인간이 한명있는 데, 제가 그사람을 대충 4년 정도는 지켜보고, 와 존경해야지 하면서 존경중이고.. 이 마음은 사랑이 맞는 듯 합니다. 그 사람의 성은 다고 이름은 락빵..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는 제가 이렇게 글로 읽고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이미 직관적으로 다 깨닫고.. 존경 따위를 일삼지 않는 삶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철학자예요.

-참, 존경 어원에 대한 건 에리히 프롬(내 20대 후반의 최애)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알았어요.
˝존경은 이 말의 어원(respicere=바라보다)에 따르면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아는 능력이다. 존경은 다른사람이 그 나름대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라는 관심이다. 이와 같이 존경은 착취가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이바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란다. 만일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그(또는그녀)와 일체감을 느끼지만 이는 있는 그대로의 그와 일체가 되는 것이지, 내가 이용할 대상으로서 나에게 필요한 그와 일체가되는 것은 아니다. ˝

다락방 2022-05-13 12:00   좋아요 2 | URL
아니, 이렇게 긴 댓글이지만 한 줄 요약을 하자면 다락방을 사랑한다는 거잖아요? 꺅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13 12:00   좋아요 1 | URL
에리히 프롬 읽어야겠다. 검색해서 장바구니로 넣어야지.

- 2022-05-13 12:04   좋아요 0 | URL
한줄 요약 끝내준다...ㅋㅋㅋㅋㅋㅋㅋ <사랑의 기술>과 <인간의 마음>을 추천합니다. ㅋㅋㅋ 그런데 20대때 열심히 읽어서...지금와서 읽어보면 어떨까 싶어요? 프로이트 + 마르크스 섞은 사람이라... 여성혐오적일지도 몰라..그래도 사랑에 대한 고민 만큼은 이만한 철학자가 없습니다! ㅋㅋㅋ 저는 확신합니다...

잠자냥 2022-05-13 12:26   좋아요 1 | URL
뭐야 쟝쟝, 이런 러브레터 공개적으로 쓰기 있긔없긔.... 있긔.......

- 2022-05-13 12:35   좋아요 0 | URL
잠자냥 // 오늘 제가 한껏 아껴왔던 끼부리기를... 봉인해제 하는 날입니다... 내가 이렇게 긴 분석 글로... 끼를 막 쏟아내고 플러팅을 막 하고.. (근데 끼 맞아? ㅋㅋㅋㅋㅋ )..... 그래도 끼락방에는 못당하지.... 이분은 한마디잖아... 나 좋아하는 거지? 나사랑하는 거지? 짱짱 꺄! .. 후... 어려워.. 생은 어렵다. 삶은 고난이야.
 

어제 저녁 먹고 시장을 한바퀴 돌고 오려고 집을 나섰는데, 핸드폰에 이어폰을 꽂아보니 내가 재생했던 음악이 자동으로 화면에 떴다. 그 노래는 '수지'의 <yes no maybe>였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은 기억이 없는데 이 노래가 뜨는 걸 보면, 아마도 금요일에 술을 잔뜩 마시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들었던 노래가 아닌가 싶다. 그 날 여자 둘이서 소주 네 병을 짧은 시간안에 마셔버리고 기억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는데, 아마도 그 사라진 동안에 재생해서 들었던 음악인 것 같다. 그래서, 시장을 돌면서 그 노래를 다시 들었다.




오랜만에 들으니 첫 부분의 가사가 귀에 확 꽂혔다. 어쩌면 이 가사 때문에 나는 이 노래를 폰에 넣고 다니는건지도 모르겠다.


받지마 알잖아
목소릴 들으면
분명히 내 맘이
또 다시 흔들려


크- 진짜 명가사다. 다들 살면서 저런 일을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목소리만 들어도 내가 흔들려버리는 것.

내게도 똑같이 저런 일이 있었다. 물론 수지와 나의 차이라면, 수지는 '받지마' 라고 했지만 나는 고민없이 받아버렸다는 것 ㅋㅋㅋㅋㅋ 아니, 나는 그런데 흔들릴지 모르고 받았는데 받으니까 흔들렸다. 그래서 수지의 저 노래를 들을 때, 맞아, 그러니까, 흔들릴 줄 알았으면 받지 말았어야 했던건데.. 라고 뒤늦게 깨달아버렸달까. 그러나 그 날 받았던 내게 후회는 없고 다시 시간을 돌려도 나는 기어코 받고야 말것이었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내가 안녕을 말했더랬다. 그와의 관계를 끊지 않는게 내가 가장 원하는 바였지만 끊어내지 않는다면 내가 더 힘들 것이었다. 내가 나를 존중한다면, 내가 나를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그에게 안녕을 고하는 일이었던 거다. 내가 나를 위해서는 그에게 안녕을 말하는 게 맞아. 안녕을 말하면 아프겠지만 안녕을 말하지 않고 계속 그를 붙잡고 있다면 아마도 더 아플거야. 이만큼 아프냐 이거보다 더 아프냐 중에 선택한다면, 이만큼 아픈게 낫다. 나를 지키자, 라고 생각하고 나는 그에게 안녕을 말했고,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남동생을 끌어안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더랬다. 그렇게 대성통곡을 하고 그를 털어내자, 여기서 손을 놓는게 맞는거다 나를 다독이며 그렇게 지내고 있었는데,
일주일이었나 열흘이었나, 며칠 뒤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니!! 우리 이제 연락하지 않기로 했는데!! 라는 생각도 잠시, 나는 끊어질새라 얼른 그의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를 통해 건너오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데, 아, 안되겠다, 안되겠어,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었어, 나는 안되겠다, 그냥 그를 받아들이자, 그리고 더 아픈걸 선택하자. 그와 안녕하고 이만큼 아프느니 그와 안녕하지 않고 차라리 더 아프자, 나는 이제 그에게 안녕을 말할 수 없다,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에게 어떻게 안녕을 말해, 끝장이다, 하고 무너져버렸던 것이다. 아아.. 그래서 수지의 저 노래만 들으면 어김없이 그 오후의 통화가 생각난다. 아아, 나는 틀렸어, 끝장이야, 했던 그 때가. 크- 아니, 금요일에 왜 저 노래 들었지?



금요일에는 거래증권사 부장님과 술을 마셨다. 진작부터 마시자고 내게 청했었는데 코로나 거리두기로 인해 미뤄오던 터였다. 막상 만나고 보니 부장님은 3월에 그리고 나는 4월에 코로나를 앓았더라. 부장님은 나보다 나이가 적었는데 연신 내게 예전부터 꼭 만나고 싶었다면서 만나고나서도 나를 너무 좋아해주셨다. 그 때 나눈 이야기들을 여기에 다 적을 순 없지만, 나는 그 만남이 있고난 후 내가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자꾸 생각해보게 됐다. 20년 이상 직장일을 하면서 아주 자주, 내가 하는 일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에 대해 생각했었고, 결국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면, 역시 언젠가 이 일은 그만둬야 할것이고, 나는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는 쪽으로 가야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장 지글러와 반다나 시바를 읽곤 했던 거였다. 나는 좀 더 나은 세상, 인간들이 덜 아프고 덜 고통스러운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금요일의 부장님도 그렇고 또 주변 젊은 여성들도 그렇고, 이렇게 오래 일해오는 내가, 여기서 단단히 자리하고 있는 내가, 그 존재 자체로 힘이 되고 있다고 얘기한다. 나는 그저 보통의 학교를 나와 보통의 직장을 다니는 보통의 사람일 뿐인데, 나보다 젊은 여성들, 특히나 일하는 여성들이 보기에는, 그저 존재 자체로 힘이 되는 멋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내게 어김없이 말로 표현해주고 있었다. 그들은 그런 한편, 내가 더 위로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랐다. 임원이 되어서 지탱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멋있어지려고 애썼던 사람도 아니고, 전문직에 종사하지도 않고, 연봉이 많지도 않고, 특출나게 잘난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이 나이에 직장에서 이 정도의 위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젊은 여성들에게 힘이 되고 있었다. 사람마다 타고나는 재능이 있다는데 왜 나는 없는걸까, 에 대해 수천번도 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젊은 여성들이 내게 멋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헤어스타일이 멋있어서도, 옷입는게 멋잇었어도 아니고, 그저 나는 평범한 1인일 뿐인데, 직장생활을 이렇게 하면서 이 자리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러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아주 멋지게 보이고 있었고 힘이 되고 있었다. 누군가 내게 성실을 재능이라고 말할 때마다 할 말 없어서 그냥 하는 말 같은 걸로 여겼었는데, 최근에 젊은 여성들과 대화하고 난 뒤에야, 내가 가진 재능은 성실이며, 이 성실이야말로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매일 아침 눈뜨고 밥을 먹고 회사를 다니고 틈틈이 책을 읽고 그렇게 차곡차곡 살았는데, 그랬더니 인생의 지금 이 시점에서 널 보면 힘이 난다는 그런 말을 듣게 된것이다. 아, 나는 정말 .. 잘 살아오고 있구나. 늘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나를 묻고 또 묻고 살았는데, 이만큼 지내고보니 의미가 있었다. 



며칠전에는 친구의 생일이라 선물을 보냈다. 나는 친구에게 선물을 보내면서 말했다. 나 연봉 조금이지만 올랐거든, 그러니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해, 내가 다 사줄게, 라고. 이런 말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원래도 나는 돈을 좋아했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거지만, 이빨 없는 외할머니가 드실 수 있는 크리스피크림 도넛을 박스로 사면서, 아 돈 버는 거 진짜 짱이야, 라고 생각했다. 조카들 데리고 오므라이스 먹으러 가면서 돈버는게 최고다! 생각했다. 친구에게 선물을 보내면서 먹고 싶은 거 다 말해! 라고 말하면서, 계속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젊은 여성들이 너의 존재 자체가 힘이야, 라고 내게 말하는 걸 들으면서, 역시 계속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심, 작년에 '내년 6월까지만 일하고 때려쳐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더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있다. 다른 젊은 여성들에게 보여지기 위해서라도 내가 여기 더 있어야겠구나. 그리고 할머니 살아계실 때 도넛 더 사드려야지. 우리 아가 조카 어제 집에 놀러와서 내 지구본 뽀개먹었는데, 지구본 새로 사놓을려면 돈 벌어야지. 그리고, 책을 사기 위해 돈 벌어야지! 그래, 책을 샀다 이 말씀.




껄껄..

왜요, 제가 여성학 전공자처럼 보이세요? ㅋㅋㅋㅋㅋ 왜요, 제가 도나 해러웨이에 진심인걸로 보이세요? ㅋㅋㅋ 나 어쩌냐 진짜. 아 저 앞에 시나몬롤은 내가 만든건데, 요즘 베이킹 통 안하고 있다가 세상에 시나몬롤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어서 걍 내가 만들었다. 시나몬롤 좋아해서 예전에 스타벅스에서 종종 사먹었는데 거기 단종된 지 오래. 시나몬롤 파는 전문점들이 있긴 하지만 내 주변에 없고, 그렇다면 나는 시나몬롤을 먹지 못한채로 살아야 하는가? 아니다, 내가 만들어 먹으면 된다. 어제 오전 내내 시나몬롤과 치아바타 만들었다. 으하하하하. 구할 수 없으면 만들어먹어라!  


















도나 해러웨이 파고들기 위해 입문서를 두 권 샀다. 지금 위 링크의 두번째 읽기 시작했는데 얇고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잔뜩 쫄아있었는데 심지어 재미있어. 도나.. 당신은 천재입니까? 라고 계속 감탄하며 읽고 있다.

도나 해러웨이 팟캐 듣다가 허유선의 책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도 샀다. <필로소피 유니버스>는 여성 철학자들의 이야기인데, 너무 궁금해서 샀다. 뭐가 됐든 공부를 시작하면 결국 철학으로 닿게 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얼마전에는 한 친구가 내게 '너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철학자야' 라는 얘기를 해주더라. 어쩌면.. 나는 철학자인가? 여튼 도나 해러웨이를 진심으로 읽어보겠다. 아니, 이제 이 입문서들 읽기 시작하면 본편인 <해러웨이 선언문>은 언제 읽지? 도나 해러웨이, 내가 파고 들겠다. 그리고 나는 이만큼만 읽고 확신하는데, 아무도 내게 비교하라 이르지 않았지만, 나 혼자 알아서 비교해서 말하자면, 버틀러보다 도나 해러웨이가 이천배쯤 좋다. 사실 버틀러는 안좋다.


















<섹슈얼리티는 정치학이다> 이런 책, 너무 읽고 싶지 않나? 뜬금없이 인도의 여성들에 대해서도 읽고 싶어서, 언제 읽을지는 모르면서 <인도여성>을 샀다. <권력과 교회>의 저자는 강남순을 비롯한 여러명인데, 어떤 얘기를 하나 궁금하다. 나는 어린시절 오래, 아주 열심히 교회를 다녔던 사람이다. 교회에서 반주도 했었고 주일에는 일찍 가서 주보를 나눠주기도 하고 친구들 전도하기에도 힘을 썼더랬다. 작지 않은 교회였는데 어른들까지 다 나를 알았는데,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시간들이 너무 후회가 되고 내 인생에서 들어내고 싶은 기억이 되어버렸다. 어린아이가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뭘 알고서 그렇게 했을까. 그것은 어떤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모습이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몹시 괴로웠다. 게다가 내가 만난 한국남자의 전형은 교회에 다 모여 있었다. 목사, 전도사, 교회오빠 까지. 나는 아주 어릴적부터 교회에서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아이 이면서도 폭력에 노출됐었고, 내가 아니더라도 그 안에서 숱한 권력을 목격했더랬다. 폭력과 권력은 교회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그건 그것이 '교회'여서 그런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어디나, 남자들이 모인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마찬가지로 교회에서도 발생했을 뿐. 그럼에도 그 안에 많은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교회와, 종교와, 권력 그리고 폭력의 관계가 궁금하다.

<아이폰을 위해 죽다>는 일전에도 다른 책에서 애플이 동남아 노동자들의 죽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읽은 바 있는데, 이 책의 저자들이 중국인인걸 보면 더 노골적이고 사실적으로 썼을 것 같아 읽어보려고 샀다. 읽어보기도 전부터 한숨이 난다. 



그런데, 아마도 밑줄을 박박 그어 읽게될 것 같아 새책으로 주문한 <인도여성>의 상태가 아주 엉망진창이다. 반품되어 온 책을 지하에 처박아뒀다가 누가 산다니까 꺼내온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책이 내게 도착했다. 책 상태를 보자.






맨 밑에 저 도장은 또 뭐야. 표지도 색이 바래고 본문도 색이 바랬다. 너무 엉망진창이라서, 이건 중고로 사도 <중>일것 같은데, 어떻게 새책을 주문했는데 이런게 온건지.. 교환하기 넘나 귀찮아서 그냥 읽긴 하겠지만 기분이 매우 더티해졌다. 너무 더티한 책이 와서 기분도 더티.. 바꿀까, 하다가 됐다.. 책은 내용이 중요하다, 하고는 걍 읽을라고 뒀는데, 아니 그런데 너무 엉망인 '새책'이다 ㅠㅠ 중고도 이렇게 오면 빡쳐요, 알라딘아...



















정찬은 다른 소설집도 한 권 가지고 있는데 아직 읽지는 않았다. 그런 참에 한 권을 더 사버렸네? 만약 정찬을 읽게 된다면 이 책, <두 생애>를 먼저 읽게 될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 내가 꼭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산 건 아니고, 여튼 좋을 것 같아서 샀다. (응?) 그리고 허연의 산문집은, 내가 허연 시인의 시를 너무 좋아해서 산문 읽어볼라고 샀다. 사실 시인의 산문을 읽고 좋았던 적은 거의 없는데 ㅎㅎㅎㅎㅎ 허연은 좋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 안좋으면 어떡하지. 이참에 허연의 시 중 내가 좋아하는 시를 한 편 두고 가겠다.



오십 미터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너머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 밀랍 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 버리기를 몇 번. 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 가득 피어 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페이스풀 플레이스>는 신간 미스테리인데 책을 받아들고 나서 저자 '타나 프렌치'의 이름이 낯익어, '내가 이 작가 책을 뭔가 읽은 것 같은데' 하고 작가소개를 보니 <살인의 숲>을 읽었더라. 아아, 예전에는 작가 이름 딱 대면 작품명이 술술 나왔는데, 이제는 '어어, 이 작가.. 나 읽은 것 같은데..' 이렇게 된 것은.. 나이탓인가? 

<하멜른의 유괴마>는 자궁경부암 백신부작용을 다룬 미스테리인데, 얼마전 <면역에 관하여>를 읽은 터라, 어떤 내용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비판적 읽기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남동생한테 미스테리 빌려줘야 되는데 최근에 읽은 게 없어서... 얼른 뭐라도 읽어야 된다 ㅋㅋㅋ 페이스풀 플레이스 읽기 시작했다. 껄껄.




지금 또 내게 책들이 오고 있고 그리고 또 사고 싶은 책이 있어서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아아, 인생이란 무엇인가. 끊임없는 지름의 연속인가.

어제 와인 마시면서 <어쩌다 사장> 김혜수 편을 보는데, 라면과 우동이 먹고싶더라. 점심에 또 우동 먹어야 되나. 하하하하.



도나 해러웨이 뽜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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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5-09 0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월급도 조금 오르셨으니 더 질러도 되지 않겠습니까ㅎㅎ
철학자로 불리는 다락방님 역시 멋지십니다!^^* 파친코 원서도 사시다니ㅠㅠ 저는 일단 번역서로 읽어보겠습니다~ㅋㅋ 나중에 기회되면 원서로도 읽어보려구요. 즐거운 한주 되십쇼!

다락방 2022-05-09 09:43   좋아요 1 | URL
거리의화가 님. 이미 월급 인상보다 더한 금액을 썼습니다. 월급이 워낙에 쪼꼬미였어가지고 ㅋㅋㅋ 초과했어요, 초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친코>는 저는 일단 번역서로 읽었는데요, 2권에 해당하는 부분을 원서로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물론 샀다고 읽는건 아니라서.. 과연 읽게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하하하하.
거리의화가 님도 한 주 즐겁게 보내세요!

건수하 2022-05-09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새 책이 왜 저런...
저도 보통은 귀찮아서 모서리 찍힘 등은 신경 안씁니다만 저건 심하네요...
알라딘에 사진 찍어서 한 번 올려보세요!

해러웨이 컴북스 왔는데 얇고, 다락방님이 재밌다니 막 읽어보고 싶은데 일해야되고...

다락방 2022-05-09 09:45   좋아요 2 | URL
교환을 해줄것 같긴한데 너무 귀찮아서 .. ㅠㅠ

해러웨이 컴북스 얇아서 저도 그걸 먼저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수월하게 읽고 있어요. 사이보그 설명하면서 프랑켄슈타인 데리고와서 더 잘 읽히는 것 같아요. 이거 읽고 나면 해러웨이 선언문 좀 수월하게 읽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후훗.

잠자냥 2022-05-09 09: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40대에도 열심히 일하면서 휴일에는 163킬로미터 달린 저도 멋지지만 ㅋㅋㅋ(지금까지 자전거 종주 거리 최고 기록입니다) 성실하게 늘 꾸준한 다부장님 정말 멋집니다. 우리 계속 멋집시다. 책도 계속 사고 ㅋㅋㅋㅋㅋㅋㅋ 뽜이팅!

다락방 2022-05-09 09:45   좋아요 5 | URL
잠자냥 님 자전거 여행 하신거 보고 저도 새삼 운동 의욕 다집니다. 오늘 요가 가야지. 거의 한달만에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껄껄. 운동도 열심히 해서 건강을 지켜야죠. 그래야 뭐든 꾸준히 하죠. 꾸준히 하면 결국은 멋짐에 닿게 되는 것 같아요. 잠자냥 님, 우리 진짜 계속 멋집시다. 우린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뽜이팅!!

유부만두 2022-05-09 09: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런 페이퍼엔 좋아요를 삼백 개 쯤, 그 열배를 찍고 싶어요.

다락방 2022-05-09 09:55   좋아요 3 | URL
어휴, 좋아요 삼백개에 열배까지 제가 다 받고 싶은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5-09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탑도 놀랍지만 저 빵들이 더 놀랍습니다 ㅋ 다 드시는건가요? ^^ 역시 큰돈 큰손 이작가님 멋지십니다~!!

다락방 2022-05-09 12:38   좋아요 3 | URL
제가 혼자 다 먹지는 않고요, 엄마 아빠도 드시고 여동생네도 조금 줬습니다. 아하하하.

단발머리 2022-05-09 12: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부장님 자랑스러워할 직원들, 특히 여성 직원분들의 표정이 막 그려집니다. 존재만으로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거 멋지고 자랑스러워요. 이 없는 외할머니에게 크리스피도넛 박스채로 언제든지 사 드릴 수 있는 것도 넘 멋지구요.
책탑은 기본 ㅋㅋㅋ 시나몬롤은 선택 ㅋㅋㅋㅋ

다락방 2022-05-09 12:40   좋아요 3 | URL
아... ‘이 없는‘ 이라고 쓰면 되는데 ‘이빨 없는‘ 이라고 써서 글이 되게 저렴해졌네요. 왜 더 고급진 단어를 선택하지 못하는걸까요, 저는? 어휴.. 저희 한계입니다. ㅋㅋㅋㅋㅋ
제가 의지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하고 살아왔는데 이만큼 살았더니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기도 하네요. 성실하게 산 것 밖에 한 게 없는데 그게 참 컸던것 같아요. 역시 꾸준함은 힘이 센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살아가겠습니다. 뽜이팅!! ㅋㅋㅋㅋㅋ

- 2022-05-09 13: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 부장님............. 오늘도 어제처럼 많이 드셔야해요...... 요가 꼭 가시구....... 부장님... 부장님은 이제 살아남으셨으니 건강관리만 잘하시면 되요... 이대로 쭈욱... 임원가자..... 전 오늘은 꼭 달릴거예요...(주말에 계속 누워만 있었다..) 심장이 터질 때 까지... 마스크 벗고....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쟝쟝...

다락방 2022-05-09 13:46   좋아요 4 | URL
쟝님은 달리고 잠자냥 님은 자전거 타고 나는 요가 하자! 우리 꾸준히 운동해서 건강합시다. 건강을 지켜가지고 계속 돈도 벌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러자고요!! 화이팅!!

잠자냥 2022-05-09 14:09   좋아요 1 | URL
빠이팅....!
근데 난 오늘은 자전거 안 탈 거예요. ㅋㅋㅋㅋ 내 허벅지 좀 쉬자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09 14:10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 허벅지 근육 진짜 장난 아니겠네요. 완죤 캡짱 단단하고 멋있을 듯... ♡.♡

감은빛 2022-05-09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보면 책 관리가 엉망인 출판사들이 있죠.
말씀하신대로 어딘가 전국 총판에 풀렸다가 반품으로 돌아온 책을 그냥 보낸 모양이네요.
조금이라도 성의가 있는 출판사는 그런 경우 도장이 찍히고 색이 바랜 면을 아주 살짝 잘라내거든요.
물론 그것도 다 비용이고,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질 정도면 애초에 책 관리를 잘 했겠죠.

다락방 2022-05-11 09:46   좋아요 0 | URL
살려면 사고 말려면 마라, 뭐 이런 마음으로 보낸 책 같아요. 제가 읽고 싶어했던 책이라 그냥 가질거지만 기분은 나쁩니다. 허허..

mini74 2022-05-10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희노애락이 다 들어간 리뷰 같아요 ㅎㅎ 저는 도나 헤러웨이 표지가 완전 구겨져서 왓어요 ㅠㅠㅠ 이 악물다가 뭐 그럴수도 있지 하고 말았습니다 ㅠㅠ 책 구겨져서 오면 넘 슬퍼요 ~~

다락방 2022-05-11 09:47   좋아요 2 | URL
아니 어째서 도나 해러웨이 표지가 구겨져서 온걸까요. 싫다.. ㅠㅠ
맞아요, 구겨져서 오는 거 너무 싫어요. 그래도 책을 읽을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저 <해러웨이 선언문> 시작했는데, 술술 읽히진 않네요,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