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시사인) 제768호 : 2022.06.07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2년 5월
평점 :
품절


매번 뒤에서부터 읽었는데 이번 호는 앞에서부터 읽는다. 커버 스터리는 N번방 관련, 이슈는 박지현 인터뷰. 박지현은 정말 당차고 단단하고 옳다. 진심으로 존경하게 된다.
이 똥같은 대한민국에 어떻게 이런 인물이 왔을까.
이번 호는 특히 알찬데, 심지어 독자리뷰는 알라디너 등장!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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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6-03 22: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시사인을 읽다가 독자리뷰에서 내 친구를 만날 확률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2-06-03 22:59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글 보고 시사인 다시 펼쳐봤네요!! 오호 이 닉네임 저도 알라딘에서 봤어요!! 저도 시사인은 항상 뒤에서부터 봐서 커버스토리 잘 안보게 되는데 이번 호는 앞에서부터 보려구요.

다락방 2022-06-04 22:51   좋아요 0 | URL
그 분이 전혀 자랑하질 않아서 그 이름을 발견했을 때 너무 놀랐어요! ㅋㅋ 저도 앞에서부터 봤는데 좋았어요. 햇살과함께 님, 연대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얄라알라 2022-06-03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알라디너가 누구이실까? 궁금 무척! ^^

다락방 2022-06-04 22: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알라딘에서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은 아니신지라 낯선 분일 수도 있어요 ;;

기억의집 2022-06-04 1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박지현 안 봐서 너무 좋은데…. ㅠㅠ

다락방 2022-06-04 22:52   좋아요 2 | URL
전 박지현을 탓하고 미워하고 욕하는 사람들을 보는게 너무 괴롭습니다. 전 박지현이 바꿀 민주당을 지지했고 박지현 없는 민주당에겐 어떤 쇄신 가능성도 느끼지 않으며 지지도 하지 않을 겁니다.

바람돌이 2022-06-04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응 누구? 하면서 바로 시사인 펼쳐봤네요. ㅎㅎ 이렇게 닉네임으로 독자리뷰를 쓰기도 하는구나 했네요. ^^
전 요즘 박지현씨 주의깊게 보고 있어요. 지지해주고 싶고 뭔가 도와줘서 진짜 괜찮은 정치인이 됐으면 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2-06-04 22:55   좋아요 1 | URL
저도 닉네임 독자 리뷰 처음 이에요. 사실 그간 독자리뷰에 관심 없었는데 이번엔 우연히 딱 보게 됐어요.
박지현 의 정치에 대한 감각과 옳은 말은 하는 당당함과 굴하지 않는 의지 모두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정치하길 바라고 대통령까지 됐으면 좋겠어요. 민주당에겐 너무 과분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부디 대통령이 되어주길.. !!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4월~12월(2022년)

아니, 이 페이퍼까지 쓰면 오늘 총 세 개의 글을 쓰네. 리뷰 하나, 페이퍼 둘. 세상에 글 제조기여 뭐여.. 아무튼,


6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입니다.
















여성주의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 책도 언젠가 한 번은 꼭 읽어보겠다! 생각하신 분이 많으실텐데요, 그러나 두꺼운 분량에.. 뒤로 미루거나 중단한 분들 역시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이번 기회에 도전!!



도나 해러웨이 책이 너무 어려운데도 여러분 다들 열심히 읽어주셔서 정말 뿌듯합니다. 여러분 최고!!


자, 그럼 우리 6월에도 열심히 달려봅시다.

6월 이후의 같이 읽기 목록은 연결된 먼댓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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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5-31 10: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만 총총… 걸어가실 때 총총총총 소리가 울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젤 좋아하는 <가부장제의 창조> 넘나 기대됩니다!!

다락방 2022-05-31 11:28   좋아요 4 | URL
단발머리 님 이번에 읽으시면 도대체 몇회독 이신가요? 저는 드디어!! 재독을 하게 됩니다. 저는 재독을 위해 깨끗한 책을 또(!) 마련해 두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5-31 11: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글 제조기 오늘은 세 가지 메뉴를 허하노라.......

다락방 2022-05-31 11:29   좋아요 3 | URL
흐음. 세 가지 까지는 못먹을 것 같은데. 일단 생선까스랑, 우동이랑... 밥도 먹을까요? ㅋㅋㅋㅋㅋ

mini74 2022-05-31 1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담아서 총총 ㅎㅎㅎ

다락방 2022-06-02 08:23   좋아요 1 | URL
미니 님, 6월도 화이팅입니다!!

PersonaSchatten 2022-05-31 12: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저는 리뷰와 페이퍼의 차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ㅋㅋㅋ 쓰기도 그냥 한 메뉴에 욱여넣기 ㅋㅋㅋ

다락방 2022-06-02 08:23   좋아요 2 | URL
뭐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저는 페이퍼가 더 잘 써지긴 해요. ‘리뷰‘라고 하면 어쩐지 각잡고 쓰게 되어서 더 못쓰겠더라고요. 저는 페이퍼가 더 잘 맞습니다. 후훗.

singri 2022-05-31 1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슨책인가 궁금하던참입니다ㅎ
어려워보이지만 화이팅

다락방 2022-06-02 08:24   좋아요 2 | URL
싱그리 님, 도나 해러웨이보다는 낫지 않을까, 합니다. ㅋㅋㅋ 도나 해러웨이를 읽은건 다른 어려운 책을 좀 더 쉽게 느끼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ㅋㅋㅋㅋㅋ
싱그리 님, 6월도 화이팅이요!!

거리의화가 2022-05-31 13: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구매 안한거 알고 후다닥 구매해서 모셔두었네요. 다음달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락방 2022-06-02 08:25   좋아요 1 | URL
거리의화가 님, 우리 6월에도 힘내서 읽고 씁시다. 화이팅!

2022-05-31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02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02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2-05-31 2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두껍습니까.. 후.. 저는 <나는 고백한다>를 시작해버렸고.. ㅠㅠ

잠자냥 2022-06-01 09:17   좋아요 2 | URL
오, 드뎌!

독서괭 2022-06-01 10:53   좋아요 2 | URL
갑자기 확 당겨서 집어들었는데, 재밌네요 ㅠ 흐름 끊기지 말고 꾸준히 읽어보려고요~!

다락방 2022-06-02 08:26   좋아요 2 | URL
아.. 저도 있는데 말입니다. 나는 고백한다...... 전 언제 읽을까요? 하하하하하

가부장제의 창조, 화이팅!!

책읽는나무 2022-06-01 07: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은 이 책이 맞나?? 헷갈려 하던 중였어요.
한 6 개월치를 미리 사다 놓았었는데, 이제 벌써 이 책이 마지막 책이 되어 있어서 깜놀했습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암튼 궁금했었던 책이었어요.
단발님과 다락방님 글을 읽다 보면 늘 인용되던 책이었기에 읽어 봐야지~하면서도 돌아서면 까먹고, 또 인용문 보면 아, 맞다~만 도대체 몇 번이었던지!!!ㅋㅋㅋ
읽을 기회를 주셔 늘 감사해요^^

다락방 2022-06-02 08:39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 아마 책나무 님도 밑줄 박박 그어가며 읽게 되실겁니다. 시간이 정말 빠르죠? 벌써 6월이라니..
그래도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매달 여러분들과 같은 책을 읽는다는게 뿌듯합니다. 뭔가를 하면서 보내는 것 같아서요. 대단치 않은 일이라도 무언가 했다는 기억이 남는게 참 좋으네요. 그 길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나무님. 우리, 6월에도 힘내서 열심히 가봅시다!!

독서괭 2022-06-01 1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우주점 중고로 담고 6월 적립금 나오면 사려고 기다리다가 두번이나 놓치고 세번째 조금 비싼 중고로 주문에 성공했습니다 ㅋㅋ 앞에 두분 누구세요 ㅋ

다락방 2022-06-02 08:4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처음에 중고로 읽었는데 결국 새 책 다시 샀어요. 제가 새 책에 밑줄을 긋겠다는 각오로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힘겹게 득템에 성공하신 독서괭 님, 우리 화이팅!!

얄라알라 2022-06-02 15: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제의 창조] 이번 주에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완독할 수 있을지는 실물을 보고 판단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다락방 2022-06-07 08:25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 님, 우리 함께 완독합시다!!(그러나 저 아직 시작 안했다능 ㅋ)

등롱 2022-06-03 0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5월의 해러웨이 선언문 정말 어려웠지만 보람차게 읽었습니다! 관심있는 주제로 가득한 책이었어요~
관련해서 읽고 싶은 책들이 자꾸 생겨나고, 관련한 사상가들을 따라가고 싶어졌습니다.
어 물론 현실은 매월 같이 읽기 책 따라가는 것도 벅차지만... 꿈은 크게 갖는 걸로!!

가부장제의 창조는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입니다!
다락방님 덕분에 도나 해러웨이도 읽어냈으니 가부장제의 창조도 도전~
이번달도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닷~!

다락방 2022-06-07 08:26   좋아요 2 | URL
등롱 님, 저는 도나 해러웨이의 책을 선정하고 아마도 많은 분들이 중도 포기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제 예상과는 달리 어렵지만 다 읽었고 무슨 말인지 잘 이해 못해도 뿌듯하다, 하시는 걸 보고 제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막 감사한 마음이 들고, 여러분이 너무 자랑스럽고 그렇습니다.
저도 도나 해러웨이의 책을 읽고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렇지만 도나 해러웨이의 책을 읽고난 후에 제가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제가 지향하는 것들이 도나 해러웨이의 생각과 닿아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모르더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무언가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필요한 일이라고요.

등롱 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우리 가부장제의 창조 도 힘내봅시다!

등롱 2022-06-07 12:32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딘가 닿아있는 느낌만으로도 더 읽고 싶고 더 공부하고 싶어져요~! 해러웨이 관련해서 책을 잔뜩 체크하고 있습니다 ㅋㅋ 어려워도 해러웨이 선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달도 힘내서 가부장제의 창조 도전입니다 ㅎㅎㅎㅎ

- 2022-06-07 12:33   좋아요 1 | URL
도전 😤🫡🫡🫡🫡
 
그 단어를 쓰는 당신이 그런 사람이다

'릴리스'의 책 《내 팔자가 세다고요?》를 읽다 보면 '폴리아모리'(두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다자간 사랑)를 할 수 있는 사주팔자가 있고 그걸 할 수 없는 팔자가 있다고 했다. 오, 이것도 사주팔자로 가능한 것이구나. 나로 말하자면 폴리아모리는 내 얘기로 만들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혹여 상대가 내게  제안한다면 오, 그렇다면 다른 사람하고 폴리아모리를 하든지 뭘하든지 나는 너랑 쌩~ 이렇게 되어버리는 사람인데, 내심 내가 그걸 싫어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정신적으로도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충족된 교감을 나눈다면 다른 사람과 굳이 또 관계를 맺을 이유가 없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릴리스의 책을 읽기 전에는 '사랑이 늘 부족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폴리아모리를 생각했다면, 릴리스의 책을 읽고나니 폴리아모리를 할 사람 따로 있고 안 할 사람 따로 있다, 이렇게 되어버려서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를 받아들이기가 더 쉬워졌다. 뭐가 됐든 자기들끼리 쇼부쳐서 하면 되는거니까. 난 아님. 그러니까 폴리아모리 얘기가 갑자기 왜 나왔냐면, 어제 지하철안에서 읽은 샐리 루니 때문이다. 

















원서로 먼저 읽었던 샐리 루니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일부일처제의 부조리함? 같은 얘기가 언급되고, 그러면서도 주인공은 자기랑 연애하는 유부남이 집에 가면 아내랑도 잘까? 뭐 이런거 걱정하는 거 보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러니까 '나는 오픈된 관계를 여러명과 가질 수 있어!' 라고 말하는 것과, 그것이 실제로 나의 일이 되었을 때 내가 반응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좀 더 솔직하게 볼 일이다. 여하튼 그랬는데, 이번 노멀 피플 에서도 역시 오픈된 관계, 독점적이지 않은 관계를 얘기하면서 스리섬 제안이 나오는거다.


스리섬은, 혹시나 모를 사람들을 위해 친절히 설명해주자면 세 명이 섹스하는 것을 말한다. 무슨 에로틱 영화 이런 거 보면 가끔 스리섬 하는거 나오는데, 나는 그게 어떻게 세상 에로틱한건지 이해를 전혀 못하는 사람이다. 여튼 스리섬에 대해서라면 사실 친밀한 관계(연인이나 친구들)에서 농담으로 간혹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 바, 나는 언제나 절대 안돼 절대 안돼 무조건 안돼를 말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너랑 섹스하는데 왜 다른 사람이 있어야 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인 것이다. 스리섬을 할 수 있겠냐 못하겠냐 라는 말이 나왔을 때  '남자 한 명 여자 두명(나 포함)'이 가능하냐 에 나는 싫다고 했고 '그렇다면 남자 두명에 여자 한명(바로 나)'은 가능하냐 고 했을 때 그것도 절대 안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건 남자가 두명이라 나를 물고빨고 해주든 여자가 두명이라 한 남자를 나누든 그런거랑 별개로 결코 할 수 없는, 하기 싫은 것이란 말이다. 도대체 그걸 왜 해야되나, 나는 그거 싫다!! 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왜' 냐고 물어보면 그저 내가 독점적인 사람인가? 라고만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샐리 루니가, 내가 그걸 싫어하는 이유를 코넬의 입을 빌어 설명해준다. 



그러니까, 대학에서 코넬과 메리앤은 또다시 섹스를 하는 사이가 된다. 이들의 사이를 짐작한 친구 '페기'는 너네 같이 자니? 물었더니 망설임없이 메리앤은 그렇다고 한다. 여기에 코넬은 만족감을 느낀다. 고등학교때 숨겼던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 이렇게 드러낼 수 있는 게 좋은거다. 페기는 다시 묻는다. 그러면 너네 연인이야? 그 말에는 연인이 아니라고 메리앤은 말한다.

.

.

.

.


나는 연인이 아니라는 메리앤의 말에 당황했는데 코넬은 딱히 당황하지 않고 페기는 오히려 멋지다고 말한다. 독점적이지 않은 관계로구나, 너희들은. 나도 오픈된 릴레이션쉽을 갖고 싶은데 남자친구가 싫어해!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그러다가 페기가 제안하는 거다. 스리섬을...

코넬은 맥주 라벨을 뜯고 있었고 딱히 페기가 하는 말에 귀기울여 듣고 있지 않다가 그제야 자신에게 뭔가 묻는 줄 알고 잘 못들었는데 뭐라고? 한다.


Well, whatever you call it, she says. A threesome or whatever. -p.100

글쎄, 네가 뭐라고 부르든. 스리섬 아니면 그 비슷한 뭐든 말이야. -책속에서



자, 코넬은 그걸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He can‘t do it. He‘s not indecisive on the question of whether he‘d like to do it or not, he actually can‘t do it. For some reason, and he can‘t explain it to himself, he thinks maybe he could fuck Peggy in front of Marianne, although it would be awkward, and not necessarily enjoyable. But he could not, he‘s immediately certain, ever do anything to Marianne with Peggy watching, or any of her friends watching, or anyone at all. He feels shameful and confused even to think about it. It‘s something he doesn‘t under-stand in himself. For the privacy between himself and

Marianne to be invaded by Peggy, or by another person, would destroy something inside him, a part of his selfhood, which doesn‘t seem to have a name and which he has never tried to identify before. - P100


그는 그런 행위는 할수 없다. 하고 싶은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확고하게 대답할 수 있고, 정말로 그런 짓은 할 수 없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자신이 메리앤 앞에서 페기와 섹스를 할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록 불편하고꼭 즐겁지만은 않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는 페기가 지켜보는 가운데, 혹은 메리앤의또 다른 친구든 아니면 다른 어떤 사람이든지켜보는 가운데, 메리앤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고 즉시 확신한다. 생각만으로도 수치스럽고 혼란스럽다. 왜 그런지 그자신도 본질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그와 메리앤이 공유하는 사생활을 타인이 침범하면 그의 내면에 있는 어떤 것, 그러니까 마땅히 부를 명칭도 없고 그가 전에는 한 번도 확인해본 적도 없는, 그의 자아의 일부가 파괴될 것이다. -책속에서



그래, 만약 단순히 섹스의 쾌락만을 위한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뜻이 맞아 한다고 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나의 친밀한 누군가와, 섹스도 나누지만 섹스 전과 후에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연인인 그 사람과, 그 관계에 누군가가 더해져서 뭔가를 더 주려고 한다는 것은 내게는 파괴이다. 우리의 친밀한 사생활에 대한 파괴. 코넬의 destroy 가 뭔지 너무 잘 알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말하는 코넬이 그래서 좋았다. 코넬이 타인과의 사이에 친밀함이 형성되고 그들 관계만의 사생활이 형성됐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는게 좋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제 정말 베스트 프렌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The conversations that follow are gratifying for Connell, often taking unexpected turns and prompting him to express ideas he had never consciously formulated before. They talk about the novels he‘s reading, the research she studies, the precise historical moment that they are currently living in, the difficulty of observing such a moment in process. At times he has the sensation that he and Marianne are like figure-skaters, improvising their discussions so adeptly and in such perfect synchronisation that it surprises them both. She tosses herself gracefully into the air, and each time, without knowing howhe‘s going to do it, he catches her. Knowing that they‘ll probably have sex again before they sleep probably makes the talking more pleasurable, and he suspects that the intimacy oftheir discussions, often moving back and forth from the conceptual to the personal, also makes the sex feel better. Last Friday, when they were lying there afterwards, she said: That was intense, wasn’t it? - P97


코넬은 그 뒤에 이어지는 대화들이 마음에 든다. 대부분의 경우 대화는 뜻밖의 방향으로 전개되며, 그가 전에는 한 번도 신경 써서 생각해본 적 없는 것들을 표현하도록 유도한다. 그가 읽고 있는 소설, 그녀가 하고 있는 연구 조사, 그들이 살아가는 바로 그 순간의 역사, 그런 순간이 진행 중일 때 그것을 관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끔씩 그는 자신과 메리앤이 마치 피겨 스케이팅 선수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두 사람은 스스로 깜짝 놀랄 정도로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면서, 아주 능숙하게 즉석 토론을 해나간다. 그녀는 우아하게 공중으로 몸을 던지고,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도 모르면서 매번 그녀를 받아낸다. 아마 잠들기 전에 다시 한 번 관계를 가질 것을 알기 때문에 대화가 더욱 즐거운지도 모른다. 그는 개념적인 것부터 개인적인 것까지 넘나드는 그들의 토론에서 비롯되는 친밀감 덕분에 그 섹스가 더 기분 좋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지난 금요일, 그들이 일을 다 치르고 나서 누워있을 때,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정말 강렬했지? -책속에서



대화도 마음에 들고 섹스도 좋은데 대체 다른 누구가, 다른 무엇이 왜 더 필요한가? 필요없다. 필요 없어. 할 필요가 없다. 우리 사이의 단단함과 친밀함에 굳이 다른 걸 끼울 필요가 정말 없다. 원하지 않는다. 원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코넬과 메리앤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젊은이들이여, 방황하는 것은 젊은이의 특권이지만,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볼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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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31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5-31 09:42   좋아요 2 | URL
네, 저는 코넬이 되게 어리석었지만 성장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반면 샐리 루니는 오픈된 관계, 독점적이지 않은 관계에 계속 신경 쓰는 느낌이고요. 샐리 루니 가 젊은 작가여서 쓸 수 있는 문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또 그렇기 때문에 저랑 안맞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앤드류 책은 저도 나중에 다시 읽어보려고요. 좀 어렵기도 했어서 나중에 다시 읽으면 또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청아 2022-05-31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들 이 책을 읽는 이유가 있었군요?! 미드에서도 스리섬이 한번씩 등장하던데 저도 그게 전혀 로멘틱하지가 않고 어떤 면에서 폭력적이라고 느꼈어요.

특히 범죄수사물에서 스리섬을 악용해(?)연인으로 하여금 모델을 시켜준다는 명목으로 미성년자를 끌여들이게한뒤
결과적으로는 남자만 즐기는 형국이되어 수사에 들어간걸 봤거든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것도 충분히 있을법한 일인것 같아요.

다락방 2022-05-31 11:44   좋아요 2 | URL
스리섬은 로맨틱 한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성적 쾌감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그걸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음, 아무튼 저는 아닙니다. 그리고 언급하신 것처럼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고 폭력적인 성향도 갖고 있죠. 그건 일대일 섹스에서도 마찬가지지만요. 여하튼 제 생각은 친밀한 두 사람 사이에는 굳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입니다. 뭔가 이런 식으로 자기 안의 무언가를 채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라고 생각해요. 그게 뭐가 됐든요. 전 영 정신 사나워서... 흠흠.

잠자냥 2022-05-31 11: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스리섬 설명 안 해줘도 되는데! ㅋㅋㅋㅋㅋ
전 스리섬 생각하면 그거 정신 없어서 어떻게 하나 싶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정신 없다 정신 산란해......
암튼 스리섬 하고 싶은 분들은 방에 거울을 잔뜩 놓아두세요... 네 사람+a의 효과가... ㅋㅋㅋㅋ

다락방 2022-05-31 11:45   좋아요 3 | URL
저는 또 다정하고 친절하여 혹여 모르는 분들이 계실까봐 ㅋㅋㅋ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정신 사나워서 생각도 하기 싫어요. 일대일에서도 가끔 집중 안되는데 세 명이 하면.. 아 안됩니다. 아오 스트레스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5-31 1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스리섬이란 그런 것이었군요! 저는 몰랐습니다! 그런 것이 있었군요! 참으로 성애의 세계는 다양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6-02 08:02   좋아요 1 | URL
아아 공쟝쟝 님, 스리섬.. 을 이 페이퍼를 통해 알게되셨단 말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봐, 이래서 내가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뭐 저로서는 딱히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꼭 해보고 싶은 것인가 봅니다. 흠흠.

- 2022-06-02 14:00   좋아요 0 | URL
평생 몰라도 될 tmi의 지식…* 인터넷은 왜 발달해서 자꼬 필요없는 호기심을 생성한단 말인가….

단발머리 2022-05-31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페이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음... 코넬은 메리앤과 섹스할 때 진짜가 나오는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자기 모습, 원초적인, 동물적인 그런 모습이 표출되는구나, 그걸 아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걸 알면 물러나지 말아라, 코넬. 메리앤이랑 케미스트리 리딩도 되는데 왜 그렇게 자꾸 움츠려드느냐!!!

저는 이 노래 ‘헨리 & 수현‘ 버전 좋아해요. 수현 좋아해서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6-02 08:07   좋아요 0 | URL
결과적으로 이 책은 자신에 대해 불확신한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코넬은 자기의 느낌도 알고 감정도 알고 또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그런데 뭔가 자꾸 흔들리는 것 같거든요.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고 잘 맞는다면 이 사람과 내가 만나는 사이다, 라는 것을 바깥으로 드러내도 될텐데 그것에 대해 주춤하는 것도 그렇고요. 아마도 젊은 시절이기 때문에 방황을 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이 세상의 남자들에게는 특히나 더 연인을 트로피 삼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고요. 고등학교 때는 인기도 없고 친구도 없는 메리앤이라 몰래 만났지만 지금은 메리앤이 더 인기 많은 대학시절이니 관계가 드러나는 것도 좋아하고요. 아무튼 이들의 오랜 인연을 계속 따라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헨리랑 수현이 이 노래 부른건 몰랐지만, 헨리랑 수현이랑 그 .. 노래 부르는 프로그램에서 친하게 잘 지내는 건 되게 보기 좋더라고요? 후훗.

바람돌이 2022-05-31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섹스가 가지는 다양한 면이 있을테고 그 중의 어느 면에서는 스리섬도 가능하겟죠.
하지만 또 섹스가 가지는 기능 중에 두 사람 사이에 뭔가 특별한 교감을 느끼는 기능도 있잖아요. 물론 모든 섹스가 그런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 스파크가 확 일어나듯 느껴지는 그런게 있어요. 그건 셋이서 하는 놀이로서의 섹스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듯.... 저는 세상에는 놀거리가 천지인데 굳이 섹스를 하면서 놀고 싶지는 않아서 스리섬은 패스하고 싶지만 문제는 아무도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하지 않는다는거군요. ㅠ.ㅠ

다락방 2022-06-02 08:10   좋아요 0 | URL
네, 섹스가 주는 쾌락에 있어서 스리섬을 원할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채우고 싶은 사람들이 뜻이 맞는다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몸과 몸으로 하는 행동이 이렇게나 쾌락을 준다, 는 것이 목적이라면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책 속의 코넬이 말한것처럼 섹스를 나누는 상대와 내가 그저 일시적이거나 지나가는 사이가 아닌, 친밀한 사이라면 스리섬은 필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걸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 자체가 안들것 같아요. 우린, 우리 끼리 이미 너무나 충분하니까요.

바람돌이 님, 인생은 깁니다. 미래는 예측불허. 스리섬의 제안은 앞으로도 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독서괭 2022-05-31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스리섬을 논하셨군요 ㅋㅋㅋ 저도 본능적인 거부감이 듭니다. 남들이 하는 거야 딱히 상관없지만 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한번 경험하면 다시는 그 사람과 단둘이 그전과 같은 섹스는 못할 것 같아요.
코넬, 맘에 드네요 ㅎㅎㅎ

다락방 2022-06-02 08:19   좋아요 1 | URL
맞아요, 독서괭 님. 한 번 경험하고 난 이후에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 사이의 친밀함이 여전할까, 라고 하면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물론 그것을 놀이로써, 우리 쾌락의 한 수단으로써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삶에서 어떤 신념을 갖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걸 뜻하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고 들여다보니 이건 안되겠다, 이쪽으로 가야겠다 하는 방향성도 생기는 것 같고요.
아무튼 독서괭 님, 우리는 성실히 계속 스스로에게 물어가며 살아갑시다.
 
두 생애 - 정찬 소설집
정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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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마다 모두 천착하는 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예술로 표현할 것이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정치로 드러내려 할 것이다. 정치도 예술도 하지 않는다면 일상을 사는 중에 드러날 것이고, 혹여라도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내내 머릿속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표현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나와 함께 살아간다고 나는 생각한다.


정찬 의 소설집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이승우가 떠올랐다. 책의 말미 '홍정선'의 해설을 읽노라면, 정찬은 국내 다른 소설가와는 다른 소설을 쓴다고 했는데, 나 역시 그 해설에 적극 동의한다. 내게는 그런 작가가 정찬으로 인해 둘이 생긴 셈이다. 국내의 여느 작가들과는 다른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나는 이승우만 생각해오고 있었는데 정찬 역시 그러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다르다'는 것은 내게는 좀 더 긍정적 평가다. 나는 이승우를 많이 읽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읽을 것인데, 이 작가는 다르다, 는 생각을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하기 때문이다. 정찬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이 작가는 다르다, 마치 이승우 같다, 했다. 글을 쓰는 것, 글에 담는 생각, 그것을 표현하려는 것이 모두 독보적인 것에서도 그렇지만, 이 둘이 뭔가 한가지에 천착하는 것도 그렇고 깊이 생각하고 공부하다보니 그것은 단순히 자기들이 먹고 사는 일에 관련된 문학 뿐만이 아닌 신앙까지 닿는 것, 들이 그렇다. 이승우야 신앙인이 되려고 했던 사람이지만 정찬의 약력을 보니 딱히 그렇진 않았다. 공부라는 건, 그것이 어떤 분야가 됐든 결국에는 철학에 닿는 것이고 그러다보면 종교(신앙)도 지나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승우가 '아버지와 나'에 대해 천착하며 그것을 놓지 못하고 있다면 처음 읽는 정찬은 그것이 '폭력'이었다. 정찬은 계속해서 폭력에 대해 말한다. 폭력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계속해서 말한다. 내가 이 책에서 제일 처음 읽었던 단편 <희생>은 한 여성이 국가로부터 당한 폭력을 얘기하고 있다. 1980년대가 배경이고 사랑하는 남자가 수배중인데 경찰들은 여자를 잡아가 그 남자의 행방과 평소 태도를 묻고 잘 모른다고 대답하는 여자를 잔혹하게 고문하며 강간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임신을 하는데, 그래서 사랑하는 남자에게 갑자기 자기 행방을 알리지 않은 채로 이별을 고한다. 그 아이를 낳기로 하고 의학을 공부하고 난민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은, 그녀가 자신이 당한 폭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많은 희생자와 피해자들의 곁에 서서 다른 사람들은 이런 아픔을 겪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작품 속 여자는, 인간이란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행동하는 거다.



슬픔이 폭력에 대한 분노를 지운다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분노와 원한은 달라요. 폭력에는 분노해야 해요. 폭력에 분노하지 않는다는 것은 폭력을 인정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예요. 그 분노를 껴안으면서, 분노를 넘어서는 감정이 슬픔이에요. 분노가 또 다른 폭력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 고귀한 감정이지요. 세상은 폭력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럼에도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슬픔에 감싸여 있기 때문이에요. 예수를 보세요. 예수가 가시 면류관을 쓴 순간 그는 여성적 존재로 변화했어요.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순간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성적 존재로 변화 했어요. 그 여성적 존재에서 흘러나오는 슬픔의 눈물이 세상을 적셨어요. 그러니 세상이 아름다울 수밖에요. -<희생>, p.120



내가 정찬이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정희진' 선생님 때문이었다. 워낙 극찬을 하시고, 심지어 절판될까봐 같은 책을 몇 권씩 사둔다고 하셨던 바다. 도대체 그 작가가 왜? 하는 마음으로 정찬의 소설을 한 권 사두고 미루었다가, 이번에 이 《두 생애》를 사서 먼저 읽게 된 것. <희생>이란 작품을 읽으면서, 아, 이래서 정희진 쌤이 정찬을 좋아하는구나, 했다. <희생>은 세번째 단편이었는데 그 후에 바로 읽은 첫번째 단편 <두 생애>는 늙어가는 교황과 아무 이유없이 고통에 희생된 어린 소년의 삶을 대비시키며 고통에 대해 얘기한다. 와, 이 작가는 폭력과 고통을 놓지 않는구나. 그런 한편 어떤 '간절한 마음' 같은 것도 역시 놓지 않는다. 이해하려고 하고 받아들이려하고 깊이 보려고 하는 시선이 있구나, 했다. 그 뒤에 차례대로 읽은 다른 단편들은 좀 애매했고, 마지막에 읽은 <폭력의 형식> 에서 나는 너무나 끔찍함을 느끼고 만다 ㅠㅠ


<폭력의 형식>은 위의 인용문에서 지칭한 '분노가 다른 폭력으로 치닫게'된 경우를 썼다고 할 수 있다. 얼마전 뉴스에서 보았던 기사가 바로 오래전의 이 소설에 담겨 있었다. 보육원에 맡겨진 어린 손녀를 데려다 성폭행 한 사건이 뉴스에 나왔다면, 이 <폭력의 형식>에서는 보육원에 맡겨진 어린 남매들중에 여자 조카만 데려온 이모와 이모부가 있다. 그 뒤의 이야기는 기사에 대해 언급했으니 짐작 가능할 것이고, 보육원에 어린 여동생보다 좀 더 머물렀던 소년도 결국 이모부 집에 가게 되는데 그 사이에는 몇 년의 시간이 있었고, 낯선 이모부는 자신에게 검정고시로 교육을 좀 받으면 어떻겠느냐 제안한다. 어릴 적에 부모를 잃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어른들이 없던 소년에게 이건 너무나 감사한 제의였고 그는 눈물을 흘리며 이모부를 존경한다. 그러다 이모부가 어린 자신의 여동생에게 계속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걸 알게 되는데, 이 때 그의 분노는 그 가해자인 이모부를 향하는 게 아니라 어린 희생자이자 피해자인 여동생을 향한다. 이 소년에게는 자신에게 따뜻하게 해줬던, 자신에게 공부를 하라고 해줬던 저 어른을 미워할 의지와 마음이 좀처럼 생겨나질 않는 거다. 미워해야 하는 건 저 가해자인데 그걸 알지만 미워할 수 없고, 그러나 일어난 이 일은 너무나 부조리하고 분노해야 할 일이고, 그렇게 소년 안에 자라게 된 폭력적인 성향은 절대 그렇게 나와서는 안되는 방향으로 나오게 된다. 


나는 이 단편이 너무 읽기에 힘들었고, 와 이 책을 내 책장에 꽂아둬야 하나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앞의 <두 생애>를 두고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데 이 <폭력의 형식>이 너무 힘든 거다. 자라나는 아이에게 폭력적인 환경이 주어지고 부당한 폭력이 그 아이에게 연속해 가해지고 그런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그리고 어른이 되고 나서도 폭력을 제 안에서 숨길 수 없게 되는 이야기는, <희생>에서 용서하고 세상을 바꿔보려는 여자와는 다른 결로 흘러가지만, 그러나 폭력이 허용되는 안된다는 이야기의 맥락은 같다. 그렇지만 이건 읽기에 진짜 너무 힘들었다. 만약 정찬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읽는 단편이 <폭력의 형식>이었다면, 나는 다른 작품들을 읽지 않았을 것 같다. 이 단편을 읽고서는 '정희진 쌤은 어느 지점을 좋아한걸까' 하고 생각해보았지만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이 단편은, 읽을 때 주의를 요한다. 



왜 우리가 천착하는 주제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살아오면서 어떤 일이 우리에게 있었기 때문인건지 도대체 왜 어떤 것에 그렇게 집착하면서 파고 들어가고 계속 알아보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엔 어떤 말을 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듯하다. 정찬에게 그것은 폭력이었던 것 같다.



읽기에 쉬운 소설은 아니다. 읽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소설이다.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권할 수도 없다.




어머니의 빈소는 쓸쓸했어요. 생전에 어머닌 외로운 분이었지요. 삶이 쓸쓸해으니 죽음의 자리도 쓸쓸할 수밖에요. 저는 산 자로서 죽어 누운 어머니를 내려다보았어요. 산 자가 아무리 몸을 낮추어도 죽은 자와 나란히 할 수 없어요.-<희생>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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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5-3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궁금한데 너무 힘들까 봐 망설여지고...저는 이승우 작가에 대한 다락방님 마음을 그의 인터뷰를 읽고 정말 십분 이해하게 됐어요. 정말 정말 다른 사람(좋은 의미에서)이구나...이런 사람도 있구나...이승우 같은 작가라니 정말 끌리네요.

다락방 2022-05-31 09:40   좋아요 0 | URL
네 그렇지만, 저는 거침없이 둘 중 누구냐 물어보면 이승우라고 답할 겁니다. 저에게는 이승우의 문장이 더 좋고 뭐랄까, 이승우의 문장이 더 고급져요. 그리고 저를 더 깊은 내면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이승우인것 같아요. 이승우 같지만, 그러나 이승우가 더 좋다, 라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일단 다른 단편들을 읽고난 뒤에 <폭력의 형식>은 읽을지를 결정하셔도 될 것 같아요. 다른 단편은 그렇게 막 힘들진 않거든요. 좀 가라앉아 있긴 하지만. 그런데 폭력의 형식은 정말 힘들었어요 ㅠㅠ

라파엘 2022-05-31 09: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은 다 좋은데, 특히 소설을 읽고 써주시는 글이 진짜 좋아요. 항상 더 생각하게 되고 많이 배우게 됩니다 😊

다락방 2022-05-31 09:49   좋아요 3 | URL
아이고, 라파엘 님 감사합니다. 어휴 ㅠㅠ 칭찬은 다락방을 춤추게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춤을 추지는 않습니다. ㅎㅎ

잠자냥 2022-05-31 11:17   좋아요 2 | URL
칭찬은 다락방을 먹게 할뿐..... :p

다락방 2022-05-31 11:2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생선까스를 좀 먹어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5-31 13:13   좋아요 1 | URL
제가 아는 다락방님은 춤을 추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아니면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춤을 추고 있었다에 제가 100원 걸어요~

잠자냥 2022-05-31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찬이라는 작가는 정희진 쌤 때문에 알게 되었고, 정희진 쌤 때문에 읽어보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아직 읽지 못했어요.
<폭력의 형식>은 정말 이야기가 괴롭네요... 그런데 <희생>에서도 강간당해서 임신한 아이를 낳는다는 설정이.... 걸립니다. -_-;;; 이것은 결국 남 작가의 한계인가 뭐 이런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작품을 읽지 않았으므로 제 짧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다락방 2022-05-31 11:28   좋아요 2 | URL
정찬 작가는 폭력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안된다는 메세지를 던지지만, 남자라는 종에 대해서도 그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걸로 보였어요. 발기된 성기가 폭력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강간 설정이 다른 남자 작가들이 그러는 것처럼 어떤 ‘빻음‘으로 이해되지는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괴롭긴 괴로워요. 특히 <폭력의 형식>은 너무 괴로워요 ㅠㅠ 저는 정희진 선생님이 도대체 이 작가를 왜그렇게 좋아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이래서 그런가‘, 하다가 ‘도대체 왜그러지‘ 하고 있어요. 정찬의 다른 책을 더 갖고 있으니 더 읽어봐야 알 것 같아요. 확실한 건, 현재의 다른 국내 작가들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줍니다. 확실히요.

근데.. 음.. 좀 오글거리는 게 있어요. 이렇게나 폭력적이고 우울한 글인데 이상하게 오글거리는 지점들이 툭툭 튀어나와요. 그 부분이 더 적응이 안돼요 ㅎㅎㅎㅎㅎ

잠자냥 2022-05-31 12:07   좋아요 1 | URL
아, 제가 도서관에서 정찬 작가 책 빌려 읽다가 우울하기도 한데, 오글거려서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거든요.... 다락방 님이 말씀하신 그게 무엇인지 대충 알겠습니다.

암튼 도서관에 반납하면서 정희진 쌤하고 나랑 소설 취향은 안 맞나보다 ㅋㅋㅋㅋ 했습니다.

희진쌤 강연에서 정찬 작가는 고통에 끊임없이 사유하는 점이 좋았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다락방 2022-05-31 12:33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희생>도 오글거리는 지점들이 있어서 ㅋㅋㅋ 아니 이건 뭣이람? 했답니다. 제가 별 하나 뺀 게 오글거림 때문이었어요. 아놔 ㅋㅋㅋ 저만 느끼는 게 아니었군요!
저는 정희진 선생님 때문에 더 읽어볼 생각이 있는 작가입니다.

- 2022-05-31 13:41   좋아요 2 | URL
ㅇ ㅏ.... 그거 오글거리는 거.... 촌스러운 거.. 그거 저 좀 고통인.... 데..... 저 MZ라서 좀 그런거 용납못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리뷰 참 좋아요.. 책도 읽어보겠사옵나이다..
천착...... 맞아요. 천착하는 주제.... 다 포기해도 포기가 안되는 어떤 지점이 있고, 거기서 사유가 나오고 문학이 나오고 창작이 나오고 철학이 나오고 그런 것 같아요. 그것이 나를 찾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나를 고유하게 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 합니다. 다정한 이웃들의 각자의 천착 지점에 대해 둥근 물음표가 지어지는 점심먹고 아메리카노 타서 앉은 화요일. 콜드블루 냠!ㅋㅋ

잠자냥 2022-05-31 14:22   좋아요 3 | URL
요즘 천착에 굉장히 천착하고 있는 공천착

다락방 2022-06-02 08:20   좋아요 3 | URL
맞아요, 우리는 각자가 다 자기만의 과제를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걸 풀기 위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니고 그러는게 아닐까 합니다. 좀 더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인생이 아닐까..
저는 다시 작업실에 나와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오늘도 월급 루팡!
 
hard body 와 로맨스, 그리고 균형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은 번역서로 읽었을 때에도 나쁘진 않았지만 막 좋지도 않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짜증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고(그것은 주인공들의 성격 때문이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현재에 필요한 젊은 작가로구나 하기도 했는데, 원서로 만나는 샐리 루니는 번역서로 만난 샐리 루니보다 더 좋다. 감정들이 더 섬세하게 와 닿는다. 코넬이 메리앤과 정서적으로도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교감을 느끼면서 그것을 숨기고자 하는 것,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것, 그리고 코넬이 그렇다는 것에 대해 코넬의 엄마가 아들에게 실망하는 것. 이 감정들이 더 잘 느껴진다. 그리고 성추행을 당했을 때에도 그 분위기가 너무 와닿아서 괴로웠다. 파티에서, 남자 동급생이 메리앤의 가슴을 공개적으로 한 번 쥐었다 놓는다. 이에 메리앤은 당황하고 그 자리를 빠져나가 주저앉는다. 다른 아이들은 그 장면에서 웃었다. Karen 은 메리앤을 따라나와 너 괜찮냐고 묻는다. 메리앤은 미안해,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셧나봐, 라고 한다. 왜 자신을 추행한 놈이 아니라 자신을 탓해야 하는가. Rachel 이 따라나온다. 코넬을 좋아하는 래이첼은 메리앤이 성추행한 그 곳에서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함께 웃는다. 코넬이 어쩌면 신경쓰는지도 모를 메리앤의 편에 서지 않는다. 여러 가능성이 있다. 래이첼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자신의 경쟁 상대일지도 모를 여자로 우습게 만들고 싶었거나, 래이첼은 어쩌면 너무 남자들의 관점에 길들여졌던 걸지도 모른다. 남자애들이 웃어? 나도 웃어. 래이첼은 그 때 모두 웃었다고 말한다.



We were all laughing at the time, says Rachel. -p.41


모두가 웃었으면 괜찮아지는건가. 모두가 웃었으면 그 장면은 일종의 농담이 되는건가? 성추행을 '당한' 사람이 고통스러워하고 주저앉아도 모두 웃었으면 다 괜찮은 일이 되는건가. 그리고, 정말, 그 장면에서 모두 웃었는가. 그게 웃긴가. 코넬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That's not true, says Connell.

Everyone looks around at him then. Marianne looks at him. Their eyes meet.

Are you okay, are you? he says.

Oh, do you wnat to kiss her better? says Rachel. -p.41


코넬은 메리앤에게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하며 데리고 나간다. 이 장면에서 코넬은 메리앤의 구원자인가? 

아니다. 사실 코넬이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 가장 우선적으로 했어야 할 일은, 그 장소에서 그 일이 벌어질 때 '안돼', '그러지마', '아니야' 라고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때는 거기의 일원이었다. 비록 웃지 않았다고 해도. 


어쨌든 코넬은 메리앤을 데려다준다고 했고 그리고 그들은 그날 함께 자고, 그런데 코넬은 졸업파티에 레이첼에게 함께 가자고 한다. 미친놈이다. 용서할 수 없는 놈이다. 이 일에 대해 코넬의 엄마는 코넬을 비난한다. 메리앤은 상처받는다. 버림받은 느낌마저 든다. 메리앤은 학교가기를 그만둔다. 졸업파티에 래이첼을 데려간 코넬은 졸업 파티가 즐거울까? 래이첼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래이첼은 인기 많은 여자아이이니 졸업 파티에 데려가고(이거야 말로 트로피 파트너다), 정작 자신이 항상 자신을 알고 또 너를 알겠다고 느끼는 상대인 메리앤에게는 졸업 파티에 대한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다. 메리앤이 그 뒤로 코넬의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메리앤 없는 졸업식을 마치고, 코넬은 메리앤을 그리워한다. 졸업식에 메리앤이 오지 않아 유감이네, 친구가 코넬에게 말하고, 그리고 말한다. 너가 걔랑 자는 걸 알고 있었다고. 아마 모두들 알았을 거라고.



Eric grinned and his teeth glittered wetly in the light.

Do you think we don't know you were riding her? he said. Sure everyone knows. -p.77



이에 코넬은 충격을 받는다. 아이들이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것보다, 그 사실을 알았어도 자신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에. 그래서 뒤늦은 후회를 한다. 이거 별거 아니었는데 그냥 말할걸. 그랬다면 우리는 손잡고 걸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데 그게 뭐라고 감춰서 결국은 메리앤을 떠나게 만들었다.

코넬은 학교의 인기 많은 남자애였고 그런 만큼 친구라곤 아무도 없는 아웃사이더가 자신의 애인이라고 밝힐 수는 없었다. 자신이 사귀는 사람으로 자신까지 그렇게 이상한 애가 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졸업파티에 마음에도 없는 인기 많은 여자애를 데려갔다. 뒤늦은 후회를 해봤자 자신은 이미 메리앤에게 큰 상처를 입힌 터다.


그런데 나는 위의 문장에서 ride 를 보고 당황했다. ride ? 이건 내가 아는 뜻으로는 '타다' 이다. 말을 타다, 오토바이를 타다, 할 때 그 타다. 나는 어학연수를 가본 적도 없고 미국에서 생활해본 적도 없으니, 어쩌면 ride 가 '타다'라는 동사이면서 동시에 '섹스를 하다' 라는 뜻을 품고 있을까 싶어 검색해보았다.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저 동사는 '타다'의 뜻이었고, 저 문장에서는 섹스하는 걸 뜻했다. 번역본에는 이렇게 되어있다.



에릭이 씩 웃자 그의 이빨이 불빛에 젖어 희미하게 반짝거렸다.

네가 걔를 올라타고 있었다는 걸 우리가 모를 줄 알아? 다들 알고 있어. -책속에서



그러니까 에릭과 코넬은, 친구였고, 남자라는 같은 성별을 가지고 있었다. 저기에서는 '섹스하다'를 '올라타다'로 쓰고 있었다. 남자들 사이에서 오가는 천박하고 상스러운 단어. 섹스를 비하하고 마치 여자를 정복했다고 말하는 듯한 단어. 남자들끼리는 상스럽고 천박한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나 역시 알고 있는 터다. 한국에서는 '따먹었다'고 자기들끼리 쑥덕대니까. 물론 '올라타다'라는 것도 쓰고 있고. 그러니 영어권 남자들이 ride 를 쓴다고 해서 더 천박한 것도 아니다. 더 비하한 것도 아니다. 여기에서 남자들이 비하하는대로 저기에서 또 자기네들 언어로 섹스를 비하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것일 뿐. 이게 너무 지긋지긋한거다. 게다가 '올라타다' 라거나 '따먹다' 는, 남성이 주체적임을 뜻한다. 남성이 주체이고 행동을 하는 사람이고 저 말들의 상대어를 반영하는 여자들은 수동적이 된다. 여성을 놓고 저 단어를 쓰려면 '따먹혀야' 하고 '태워야' 한다. 아, 대주다 라는 것도 있다. 이 모두가 여성은 남성이 이끄는대로 행동하는 수동성을 의미한다. 남자들끼리는 역시 이런 말들을 웃으면서 한다. 마치 그것이 자연스럽고 또 자랑스럽다는 듯. 익숙하게. 너 걔 올라탔냐? 그리고 듣는 남자는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자연스럽게 대응한다. 말에 사람이 올라탄다면, 그 말의 방향과 속도를 정하는 이는 사람이다. 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먹을' 때 그것을 열매가 정하지 않는다. 열매는 다만 탐스럽게 열릴 뿐, 그것을 따서 먹을지 말지는 그것을 따는 사람이 결정한다. 지배하고 주체가 되는 남성. 섹스에서 남성은 지배가 되고 주체가 되고, 그래서 여성은 지배를 당하고 수동적이 되고, 저런 말들이 여성인 내가 없는 곳에서 수도 없이 오고갈 것이고, 나는 그렇게 성적 대상이 된다. 징그러운 것들. 주체이고 지배이고 그걸 또 누구보다 잘 아는 것들. 징그러운 것들.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 그렇다면 '여성들끼리' 있을 때 섹스에 대해 상스럽고 천박하게 말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일단 남자들의 주체 용어인 저 단어들은 여자들에게로 오면 절대 주체가 될 수 없는 단어들이었다. 나는 내 의지로 '따먹히지' 않고 내 의지로 '태우지' 않으니까. 그러면 여자들인 우리들끼리는 어떤 말을 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가장 속되게 표현하는 건 '잤지?' 밖에 없는 것 같다.


"너 그남자랑 잤지?"


이것밖에 생각이 안났다. 나의 여자친구들에게 물었다. 이런 경우 우리 여자들끼리는 어떻게 속되게 말할까, 어떻게 비하하며 깔보며 말할까. 친구들도 대답했다. 잤지, 섹스했지, 밤을 보냈지. '사랑을 나누다'는 말도 나왔는데 실질적으로 현실에선 사랑을 나누다를 쓰지는 않는다. 친구에게 '어제 그 남자랑 사랑을 나눴니?' 처럼 물어보진 않으니까. 왜 우리는 그렇게 말할 수 없을까. 그것은 우리에게는 침략의 도구인 고추가 없기 때문일까? 나는 일전에도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던 침략, 지배, 고추에 대해 생각하고, 그 당시 친구가 댓글에 달아주었던 (먼댓글 링크 참조) 인용문이 실린 단편 소설을 꺼내 읽는다.


















'정찬'의 소설집 《두 생애》에 실린 단편소설 <희생>은 여자가 남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자는 남자를 그리워한다고 편지를 시작하고, 그리고 남자는 여자의 편지가 이끄는대로 여자의 집을 찾고 여자의 딸을 만나 또다른 편지를 건네받고, 그녀의 딸이 여자가 고문당시 강간을 당해 낳은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누가 영서의 아버지죠? 남성이에요. 단순하고 막연한 대답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에겐 단순하지도 않고 막연하지도 않아요. 생명의 문제에서 여성은 가해자가 될 수 없어요. 신은 여성에게 남성의 발기된 성기와 같은 폭력의 무기를 주지 않앗어요. 이런 점에서 여성은 숙명적으로 희생자예요. 저는 영서가 여성이었음을 알았을 때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어요. 기쁨의 이유는 가해자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며, 슬픔의 이유는 희생자적 존재라는 사실 때문이었어요. 모든 남성이 가해자라는 뜻은 아니에요. 가해자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죠. 마찬가지로 모든 여성이 희생자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지요. 저는 어떤 집단이나 사회를 평가할 때 이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아요. 나쁜 집단, 나쁜 사회는 가능성을 방치해요. 더 나쁜 집단, 더 나쁜 사회는 가능성을 확장시키죠. -<희생>, p.115~116



'타다', '따먹다' 모두 폭력의 무기를 가진 자신을 인지하는 단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단어를 사용하고 그렇게 말하고 그리고 그걸 듣고 있는 것 보두, 정찬의 소설대로라면, 가능성을 방치하고 있는 것에 다름아니다. 나쁜 사회로 나쁜 집단으로, 더 나쁜 집단으로 더 나쁜 사회로 가는 것을 돕는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나를 말한다. '타다', '따먹다'를 말하는 자는 정말로 '타고' '따먹는' 사람일 따름이다.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런 사람인 것이다. 거기엔 어떤 다른 이유도 핑계도 그리고 다른 모습도 없다. 타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타는 사람이고 따먹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따먹는 사람인 것이다. 고작 그런 사람들인 것이다. 고작 그따위 것들인 것이다. 그 말을 직접 내뱉지 않는다고 해서 그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느냐. 아니다, 그거 듣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사람, 나쁜 사회가 되는것을 내버려두는 사람, 가능성을 방치하고 확장하는 사람이다. 고작 그따위 인간인 것이다. 그 언어를 쓰는 당신은, 바로 그런 사람인 것이다.




책을 샀다. (갑자기 분위기 전환)

















<댈러웨이 부인>은 이십대 중반에 아주 힘들게 읽은 기억이 있다. 며칠간 질질 끌었고 다 읽고 나서는 다른 느낌보다도 '드디어 다 읽었다'는 해방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어땠냐고 묻는 친구에게 지루했다, 그리고 동성애 코드가 있다, 라고 답했던 기억만 나고 사실 다른 기억은 전혀 없는 바, 일전에 독서괭 님 리뷰보고 내가 완전히 잘못 읽었었다는 걸 깨닫고 다시 읽어봐야지 하던 참에, 이번에 《우연한 생》읽다가 당장에 질러버렸다.

《침묵》은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의 리뷰를 읽고 오오~ 하던 차에 '같이 읽자'고 ㅈㅈㄴ 님이 뽐뿌 넣으시는 바람에... 샀다.











































사진 맨 밑의 학회지 두권은 친히 발행처에 연락해 구입한 책이다. 논문 읽어볼게 있어서 샀다. 이젠 사다사다 별 걸 다 사네..

그나저나 ,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이걸 사버렸으니 나를 어쩌면 좋은가.. 박정자 님 책이라서 읽어볼라고 샀다. ㅋㅋㅋ 도나 해러웨이 읽고 데리다 궁금해졌는데, 데리다 입문서 다른 것보다 박정자 님의 글로 읽으면 이해가 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른 책들은 뭐 다 이차저차 이러저러해서 샀다. 이제 그만 살거다.



점심엔 마라탕 먹어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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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e can‘t do it.
    from 마지막 키스 2022-05-31 09:19 
    '릴리스'의 책 《내 팔자가 세다고요?》를 읽다 보면 '폴리아모리'(두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다자간 사랑)를 할 수 있는 사주팔자가 있고 그걸 할 수 없는 팔자가 있다고 했다. 오, 이것도 사주팔자로 가능한 것이구나. 나로 말하자면 폴리아모리는 내 얘기로 만들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혹여 상대가 내게 제안한다면 오, 그렇다면 다른 사람하고 폴리아모리를 하든지 뭘하든지 나는 너랑 쌩~ 이렇게 되어버리는 사람인데, 내심 내가 그걸 싫어하는 이유가
 
 
- 2022-05-30 1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진짜 이거 다 읽으니까 식사 끝났어요 ㅎㅎㅎㅎㅎ 아 댈러웨이부인 저도 계속 읽고 싶다고 말만 하는데, 저 빨강책이 최신 번역일랑가요? 머지 않은 시점에 읽어보아야겠습니다…

다락방 2022-05-30 15:23   좋아요 0 | URL
저게 최신번역인줄은 모르겠는데 저 시리즈로 제가 두 권 가지고 있더라고요.(뭐였는지 기억이 잘 안남) 그래서 이왕이면 깔맞춤.. 으로 샀습니다. ㅋㅋㅋㅋㅋ

수이 2022-05-30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찬 소설 읽어봐야겠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대! 맛점하세요.

다락방 2022-05-30 15:24   좋아요 1 | URL
정희진 샘으로부터 극찬만 들어왔던 작가인데 저 인용문 실린 소설은 단발머리 님이 댓글로 알려주셨어요.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와 엄청 폭력에 대한 얘기들이라 읽기가 쉽진 않네요.

잠자냥 2022-05-30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갑분전책에서 빵 터짐요~ ㅋㅋㅋ
근데 진짜 다부장님 이젠 정말 사다사다 별걸 다 사는군요? ㅋㅋㅋㅋ

그나저나 ride...... 이 색휘들아 여자들도 너놈들 올라탈 수 있거든! -_-;
(이게 아닌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30 15:25   좋아요 2 | URL
ride 얘기도 써야했고 책 산 얘기도 써야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님, <침묵> 6/7 에 시작할까요? 어떠세요?

잠자냥 2022-05-30 15:44   좋아요 1 | URL
연휴 끝나고 시작 아주 좋습니다!

다락방 2022-05-30 15:50   좋아요 1 | URL
굿굿 그러면 그 때부터 시작하는 걸로 합시다. 훗.

건수하 2022-05-30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ric grinned 하는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올라오더니.. ride에서 역시 했다는.
고딩들이긴 한데.. 그걸 감안해도 별로네요.

갑분전 책샀다에서 저도 깜놀... :)

건수하 2022-05-30 16:47   좋아요 1 | URL
(학술지 궁금해서 사진 클릭)

젠더와 문화는

https://kiws.jams.or.kr/co/com/EgovMenu.kci?s_url=/sj/search/sjSereClasList.kci&s_MenuId=MENU-000000000053000&accnId=null

여기서 다운로드해서 보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건수하 2022-05-30 16:50   좋아요 1 | URL
문화과학은 여기서 (100호까지만)

https://culturescience.kr/51/?q=YToy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zOjQ6InBhZ2UiO2k6NDt9&page=1


다락방 2022-05-30 16:58   좋아요 1 | URL
아마도 고딩들이니까 더 허세에 가득차서 저런 용어들을 썼겠지요. 저런 말을 하는 고딩들이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 청년이 되면 어느 순간 달라질까요? 달라지는 인간들은 소수겠지요? 답답합니다.
페이퍼에 쓰진 않았는데 저 친구들 중 한 명은 여자친구 사진 몰래 찍어서 돌려보기도 합니다. 휴.. 불법촬영은 세계 모든 남자들의 공통인가봐요. 이해할 수 없는 족속들...

오오, 학술지 전체 다운 가능한지 전혀 몰랐어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저는 책으로 읽고 싶어서 사긴 했지만 ㅋㅋ 앞으로는 다운 받아야 겠네요. 감사드려요! 저는 넘나 아날로그라 일단 책으로 사고 보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5-30 17:00   좋아요 0 | URL
혹시? 해서 찾아봤어요. 물론 종이책이 더 보기 좋지만? 빨리 읽고싶을 땐 다운로드해서 읽으셔도 좋을거예요.

다락방님 덕분에 모르던 학회지들을 알아갑니다. 읽을 일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

바람돌이 2022-05-30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라탕은 잘 드셧나요? 저는 저녁에 봉골레파스타를 조개랑 오징어 잔뜩넣고 해서 너무 많이 먹어버렸습니다. 배가 빵빵.....ㅠ.ㅠ 부담스러워요. ㅠ.ㅠ ㅎㅎ
혹시 논문 볼 일있으면 요 사이트 검색 먼저 한번 해보세요.
https://www.kci.go.kr/kciportal/main.kci
왠만한 논문은 거의 검색이 가능해요. 공짜구요. ^^

다락방 2022-05-31 08:18   좋아요 1 | URL
오오 바람돌이 님, 링크 감사드려요. 지금 들어가보고 소리 지르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알고 있는 논문 검색 사이트는 대학에 소속되어 있어야 무료더라고요. 아니, 이런 감사한 일이. 덕분에 잘 볼게요! 안그래도 구하지 못한 학술지 중에 읽고 싶은 논문이 있었거든요. 후훗.
감사합니다!!

에이바 2022-06-01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잘 지내셨어요? 오랜만에 서재 들어와서 이웃들 글을 보는데 노멀 피플 글이라서 더 즐겁게 읽었습니다.ㅎㅎ 먼 댓글 페이퍼에 써야하는 댓글이긴 한데 저도 폴리아모리나 오픈 릴레이션십 정말 이해할 수 없어서 더 공감하면서 봤네요. 엔도 슈샤쿠 침묵 저도 읽고 이런 저런 생각을 했던 책이라 다락방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해져요. 예전에 제가 썼던 리뷰도 찾아봐야겠어용 ㅎㅎ

다락방 2022-06-02 08:22   좋아요 0 | URL
에이바 님의 침묵 리뷰 잘 읽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오셔서 좋은 리뷰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좀 자주 오세요, 에이바 님 ㅠㅠ
제가 침묵 읽을 때 에이바 님의 리뷰를 읽은게 도움이 될듯 합니다. 침묵을 얼른 읽고 싶네요. 저는 6/7 부터 읽을 계획입니다. 호홋.
노멀 피플은 원서로 읽는게 번역서로 읽는것보다 더 좋네요. 아마 다른 책들도 그렇겠지만요. 얼른 영어 잘하는 사람이 되어서 번역서 도움 없이 쭉쭉 읽어나가고 싶어요.
에이바 님, 자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