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도 하지,  

라고 할건 아니다. 취향이야 제 각각이니까, 

라고 해도 이상한건 이상한거다. 왜 남들이 다 좋다는데 나는 영 마땅치가 않고, 왜 남들은 시큰둥한데 나는 좋아서 미치겠고 그런걸까. 어제 영화 한 편을 보다가, 아 뭐 어쩔 수 없지,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난 다른이의 감상을 읽어보든 말든, 별로 거기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 여자사람인지라, 이 영화에 대해서 다른이들이 하는 말에 별로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이 영화를 극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고. 

제목도 그렇고 포스터도 그렇고, 딱 내가 좋아할 스타일인것 같았다. 나는 내용도 모르면서 막연히 내가 이 영화를 매우 사랑할 수 있을거라는 느낌에 휩싸였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는 참..어쩌면 영화가 이렇게 나한테 아무것도 안 줄 수가 있을까 싶어져서, 다른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나는 간혹 이럴때 다른이들의 감상을 살펴보곤 하는데, 평가가 다들 좋은거다. 최소한 별넷을 줄 만큼. 난 세개. 그러니 내가 별점의 평균을 좀 낮춰버렸겠구나. 

내가 이 DVD 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짜증났는데! 알라딘에도 품절(알라딘은 빵꾸똥꾸!!), 예스에도 품절(거긴 원래 안이뻐라 했음), 결국 Hmall 에서 배송료까지 줘가며 구입했건만. 이렇게 나한테 아무것도 주질 않다니. 그리고 좀 외롭다. 음, 다들 좋아하는데 이 세상에 나만 혼자 떨어져서 이 영화를 별로라고 외치는 것만 같아서. 세상에 나만 혼자 있는건가요. 흑. 

 

나는 무척 좋아라 하는 이 영화를 세상은 잘 보지 않는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포스터만 보면 연상녀가 아주 어린 남자랑 사랑하는 그저 그런 로맨틱코메디 쯤으로 보이니까. 뭐, 틀린 설명은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조금 다.르.다. 

스물 다섯의 남자에겐 벅차게 느껴질 정도로 여자는 나이가 많고, 애들도 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아, 정말이지 모든 여자의 로망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그런 남자다. 그는 맥주 반병에 취해버리고, 해리포터를 읽고, 부모님 집에 얹혀살며, 아직 변변한 직업도 없다. 여기까지는 내 취향이 정말 아니라니까. 그런데 이 남자,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잘 기를 수 있을지 고민을 하고(완전 쑝간다 ㅠㅠ), 여자에게 가슴속에 쌓아두고 하지 못한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자기보다 열다섯살이나 많은 여자에게 "나중에 무등 태워줄게요."라고 말한다. 아, 죽겠네, 정말. ㅠㅠ  

나는 평소에 달콤한 남자, 로맨틱한 남자에 대해서는 로망같은거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간혹 그런 남자들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노라니 다 필요없고 순수하고 로맨틱한 남자라면, 다 괜찮지 않을까 싶어졌다. 그런데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달콤한 남자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이 영화에서 이 둘이 이별한 후의 장면들이 정말이지 짜릿할 정도로 좋다. 

그렇게 사랑한 그들이 헤어졌는데, 그 둘은 술을 떡이되도록 마시지도 않고, 끙끙 앓아 눕지도 않는다. 눈이 퀭해진 채로 모든 일에 의욕없는 상태가 되지도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산다. 나는 그들의 그 장면이 정말 무척 좋았다. 당신이 없어도 살 수는 있어요. 그런데 당신이 있으면 더 좋을거에요. 그들은 그렇게 얘기한건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단순히 남녀간의 연애에 관한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일전에 영화 『프라임 러브』의 엔딩씬이 좋았던 것처럼, 이 영화의 이별 후 장면에 무척 마음에 든다. 무척, 무척. DVD 나오고 값이 좀 떨어지면 구입해야겠다. 

 

『타인의 삶』같은 영화는 나도 무척 좋았고, 모두에게 추천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 영화지만, 이 영화 『브로큰 잉글리쉬』는 나 혼자만 좋아할 것 같아 모두에게 추천하기는 꺼려진다.  

이 영화속의 여자는 번번이 사랑에 실패하고, 그래서 사랑이 두렵다. 한 파티에서 매력적인 프랑스 청년을 만나지만, 그리고 그 청년은 젊어서인지 (끙 ;;) 아주 적극적으로 다가오지만, 그녀는 그를 받아들이는 것에 신중하고 싶다. 이제 더이상 실패하고 싶지 않으니까, 상처받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그와 (짧은기간)연인이 되고, 그는 아, 너무 멋져. 그에 대해서는 이만큼만 쓰자. 안그러면 나 미친다. 그런데 그는 프랑스로 돌아가야 한다. 그녀에게 같이 가자 청하지만, 그녀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의 모든것을 그렇게 쉽게 정리할 수가 없다. 왜 안그렇겠는가. 나같아도 쉽게 못떠나겠다. 나는 그래서 그녀에게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는 떠나가버리고, 그녀는 작별인사도 하지 못하면서(어떻게 해 ㅠㅠ) 침대에서 눈물 흘린다. 

그러다 그녀는 뒤늦게 그를 찾기로 결심하고 무작정 프랑스로 간다. 그러나 그에 대해 아는바가 없다. 그를 만날 수가 없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프랑스의 거리를 여행하는 것 뿐이다. 낯선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와인을 마시기도 하면서.그리고 그녀는 며칠간을 프랑스에서 보내다가 그를 만나기를 포기하고 이제 프랑스를 떠나려고 한다.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안에서 그러나 기적같이 그를 마주친다. 아, 정말 ㅠㅠ 

"나를 찾아 왔어요?"
"네"
"그런데 나를 찾지 못해서 그냥 가려고 한거구요?"
"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나를 만났구요?"
"네"
"그런데 가겠다는 거예요?"
"...."
"내가 한잔 더 살게요. 조금 더 있어요."
"네"
"물론 당신은 비행기를 놓치겠지만." 

 

나도 비행기를 좀 놓치고 싶소. 

 

아, 이게 처음에 쓸 때는 나의 다른 취향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던건데, 나중에 쓰다보니까 나 혼자 미치는 페이퍼가 되버렸네 ㅠㅠ 왜 항상 이모양인거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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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4-03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비행기를 좀 놓치고 싶소."

ㅍㅍㅍㅍㅍㅍㅍㅎㅎㅎㅎㅎㅎㅎ
아,놔, 내가 어찌 다락님을 안 좋아할 수가 있을까!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덕분에 오늘 처음으로 웃어봤습니다. 고마워요, 다락님. ^ㅡ^

다락방 2010-04-03 22:34   좋아요 0 | URL
지금 밤 열시가 넘었는데 이제야 웃었다는 거에요?
오늘 뭐가 그리 삭막했어요?

아 전 정말 무척 피곤해서 자다가 지금 일어났어요. 이제부터 뭘할지 생각해봐야 겠어요. 프랑스에 갈까요? 비행기나 놓치게. ㅎㅎ

L.SHIN 2010-04-04 15:15   좋아요 0 | URL
아, '프랑스에 갈까요? 비행기나 놓치게' 란 말에 왜 이렇게 가슴이 왈랑거리는지.
나한테 그런 말 위험해요.
정말로 다락님 납치해다가 프랑스로 가버리는 수가 있다구요.

다락방 2010-04-05 08:59   좋아요 0 | URL
쳇.
그래놓고 나 납치하는 사람 하나도 못봤소. 사람들이 죄다 말뿐이야, 치.

L.SHIN 2010-04-06 12:18   좋아요 0 | URL
정말 납치하면..범죄니까 그렇죠.(수습이 문제잖아요,ㅋ)
뭐랄까, 다락님 회사 문제도 있고, 다락님 사라지면 '비참해 하실' 아버지도 계시고..( -_-)힛.
하지만 전 정말로 하는 사람인데, 나중에 후회하면 어쩔 거에요?
난 때리는 사람 싫어. 안 때린다면, 안 때린다면..ㅎㅎㅎ

다락방 2010-04-06 12:48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엄청나게 웃었어요. 아니 대체 왜 사람들이 저더러 때리지 말라고 하는걸까요? 하하하하
저 일전에 만난 어떤 알라디너도 제가 삼겹살을 사주지 않으면 때릴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아놔 증말. 대체 제가 왜 때린단 말입니까.

저는 변태섹스도 싫어해요. 채찍으로 때리고 촛농 떨어뜨리고 막 엉덩이 때리고 이러는거 싫다구요. 그런건 보는것도 싫어요. 아 갑자기 이 얘기가 왜 나오지. 중요한건,

저는 때리지 않는다는거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늘같은 날은 정말이지 다 버리고 도망가고 싶은 날이에요.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요. 회사에서 뛰쳐 나가고 싶어요, 정말.

L.SHIN 2010-04-06 13:40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러니까...딱히 다락님이 '잘 때리는 사람일 것 같아서'가 아니라..;;;
납치는....범죄니까....어깨에 메고 뛰는 순간 때리지 않을까 싶어서...( -_-);
(아,이미 이렇게 예고(?)하고 하는 건 납치가 아닌가? ㅋㅋㅋ)

어쨌거나, 안 때린다니, 이제 계획을 세워야겠어요.(데이트 계획과는 별도로 -)
내가 백번 양보할게요.
그러니까 납치 기간은 추석 연휴가 좋나요,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 좋나요?
여름 휴가 때는...사람에 치여 죽을 거 같아서요,내가. ( -_-);

아, 어쩌면 금요일 어느 날, 다락님 일 끝날 때 기다렸다가 확 잡아가는 수도 있어요.
물론, 다락님 출근 생각해서 도피행각(?)은 주말 뿐이겠지만.ㅎㅎㅎ

아, 난 왜 이렇게 신나지? 으하하하하핫.

2010-04-03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3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4-03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가르쳐주신 사이트에 있어요. 몽상가들도 있구, 오만과 편견, 빌리 엘리어트도 찜 해 놓았어요. 다 일시품절이어서 구입 못하고 있었는데... 솔로이스트가 너무 보고싶은데, 이건 이곳에서도 품절이라네요.ㅎㅎ좋은 정보 느무 감사해요^^*

다락방 2010-04-03 23:47   좋아요 0 | URL
아, 다행이어요! ㅎㅎ
[빌리 엘리어트]는 저도 정말 좋아하는 영화랍니다!!
:)

머큐리 2010-04-0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의 영화 추천의 항상 기록해 놓지요...그 영화가 락방님 취향이 아니더라도 일반 관심을 가지게 했다는 점만으로도 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느끼는 건 왜 그럴까요?

다락방 2010-04-04 11:16   좋아요 0 | URL
앗 글쎄요 왜그럴까요?
음, 그런데 머큐리님이시라면, [몽상가들]을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오히려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과 [브로큰 잉글리쉬]는 취향이 아닐것 같고 말입니다.

일요일입니다. 잘 보내고 계세요?
:)

머큐리 2010-04-06 16:09   좋아요 0 | URL
사실 몽상가들은 보고 싶어하던 영화였어요...ㅎㅎ 제 취향까지 직관적으로 아시는 락방님의 내공에 놀라고 갑니다.. ^^

다락방 2010-04-06 16:28   좋아요 0 | URL
뭐 이쯤이야!
:)

레와 2010-04-05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60개!!!!!!!!! ㅎㅎㅎㅎ

나 괜히 끼고 싶었어요.ㅎㅎㅎ

다락방 2010-04-05 16:02   좋아요 0 | URL
레와님. 나 루시드 폴 음반 리뷰에는 댓글이 무려 81개. 무슨 음반 리뷰에 댓글이 81개나 되요 ㅋㅋ(절반은 내꺼지만)
근데 음반에 관련된 얘기는 절반도 안되는 댓글이라는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금요일에 알라디너 두명 만났는데 그 얘기 하다가 열나 웃었어요. ㅎㅎㅎㅎㅎ

pjy 2010-04-05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에 읽을땐 음..나도나도 남들 추천작 별루야..이러면서 생각했었는데...순간 여기서 빵 터짐 ㅋㅋ '나도 비행기를 좀 놓치고 싶소. ' 다락방님께선 글빨있는 여자세요^^

다락방 2010-04-05 23:40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글빨이라니요! 아 자기전에 한번 또 기분좋게 웃고 자게 하시네요. ㅎㅎ 고맙습니다.
자, 이제 비행기 놓치러 프랑스에 가자구요! 이거 뭐 사람들 모집해서 한번 가야 하겠어요. 워낙에 놓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으셔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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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들 - The Dreamer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들은 여전히 꿈속에 살고, 현실로 나오려 하질 않고, 자라지도 못해. 지들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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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1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2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2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2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걸어도 걸어도 사무실이 안나와요 ㅠㅠ 

지각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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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4-01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봄날에 때 아닌 장마비랍니다. 삼월 내내 좋은 날씨가 없었네요. 한 이틀 햇빛 본 거 같아요.
나중에 한번 다락방님 회사에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요. 지하철에서 얼마나 먼지...하핫~~

다락방 2010-04-01 23:14   좋아요 0 | URL
정말 멀어요 정말 ㅠㅠ
그런데 비오면 사무실이 더 멀어져요. ㅠㅠ


가넷 2010-04-0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그만 좀 왔으면 좋겠네요. 내일쯤에는 비가 그친다고 하던데... 어떨지? 요즘이야 날씨가 잘 맞고 있긴 하지만.... 정장에 비 젖는 거 정말 싫어요...ㅠㅠ

다락방 2010-04-01 23:15   좋아요 0 | URL
우산을 쓰고 다녀요, 가넷님. 물론 우산을 쓴다고 안맞는건 아니지만..

아 정말 봄옷 입고 싶은데 날씨가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얼어죽어도 내일은 그냥 봄옷을 입으리라! 불끈!!

2010-04-02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2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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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폴(Lucid Fall) 정규 4집 - 레미제라블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여자에게 남자는 반드시 꼭 필요한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음, 있으면 훨씬 더 인생이 풍요롭고 재미있다. 루시드폴의 앨범도 마찬가지다. 루시드 폴을 알기 전에도 나는 퍽 잘 살았다. 그러나 루시드 폴을 듣게 되니 인생이 좀 더 나긋나긋해진다. 

여자가 반드시 데이트를 하면서 살 필요도 없다. 그러나 봄날의 팔랑팔랑 데이트는 한껏 사람을 들뜨게 하고 설레이게 한다. 겨울데이트보다 조금은 거리가 멀겠지만 여름데이트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것이 봄의 데이트. 루시드 폴의 앨범은 마치 봄의 데이트 같다. 아주 얇지는 않은 꽃무늬 스커트를 입고 팔랑 거리며 거리를 걷노라면 저절로 부르게 되는 콧노래. 그 콧노래같은 앨범. 

하루일과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리에 눕기 전에 오늘 하루 수고했어요, 라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도 물론 자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수고했어요, 라고 말해준다, 루시드 폴은. 그러니까 으응, 나 오늘 수고 좀 했지. 이제 잘게. 아주 조금은 더 기분 좋게 잠들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앨범이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이런거다. 

루시드 폴을 몰라도 아무런 상관도 없고, 루시드 폴을 듣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루시드 폴은 뭐 여자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앨범, 이런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루시드 폴을 들으면 지금보다 조금 더 편안해지고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조금 더 여유로워진다. 듣지 않는 것 보다는 듣는 쪽이 살아가는데 더 낫다.  

아, 덧붙이자면 나에게 수고한다고 말하는 노래의 제목은 [고등어]다.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나는 고등어는 아니지만 당신의 고등어는 되어 줄 수 있다. 당신의 고등어가 되어 당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줄 수도 있다. 그러니 나를 좀 골라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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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01 11:13   좋아요 0 | URL
전 4년을 다녔지만 무얼 배웠는지 모르겠던걸요.
그렇지만 홀릭제이님은 성실한 학생이었으니까 앞으로 많은것들을 다 홀릭제이님것으로 만들 수 있을거에요.
서재, 유심히 보고 있어요. 쑥쑥 한번 읽어봐요. ㅎㅎ
홀릭제이님 서재 갔다가 헝거게임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나도 한번 읽어봐야지, 하고.
:)

재미있게 지내요, 홀릭제이님!!

무해한모리군 2010-03-30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팔랑팔랑 하려고 원피스 고르고 있잖아요 ㅎㅎㅎ

다락방 2010-03-30 23:12   좋아요 0 | URL
팔랑팔랑 원피스 입은 휘모리님의 외모는 정말 눈이 부시겠군요! 일전에 사진으로도 봤지만 휘모리님의 빛나는 외모와 귀여움에 대해서는 소문을 듣기까지 했답니다.

전 개인적으로(사적으로) 휘모리님같은 미모의 여인을 한 남자에게 뺏기기는 싫어요. ㅜㅡ (뭐래 ㅋ)

무해한모리군 2010-03-31 09:50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저는 정말이지 아줌마의 전형인데 그런 부풀려진 잘못된 소문은 누가 퍼트렸는지 알거같아요 ㅋㄷㅋㄷ

다락방 2010-03-31 09:52   좋아요 0 | URL
한두명이 아니었어요, 휘모리님. 제게 휘모리님의 미모를 소문낸 사람을 손으로 꼽자면

한명, 두명, 세명, 네명, 다섯명..어휴-

웽스북스 2010-03-31 12:40   좋아요 0 | URL
저 포함돼 있어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0-03-31 12:47   좋아요 0 | URL
아 이렇게 쓸때 포함되어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 다시 세보니깐 또 일곱명이고 막 ㅋㅋ

기억의집 2010-04-01 17:00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왜 그러십니까?
쌩얼의 지존이면서~~~
요즘 쉬폰 원피스 유행이던데..전 여성적이려고 노력하고 아직도 그런 스탈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원피스는 안 입게 되더라구요.
원피스 입은 모습 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0-04-01 23:16   좋아요 0 | URL
겸손한 휘모리님인겁니다. ㅎㅎ

레와 2010-03-3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 좋아.. *^^*

다락방 2010-03-30 23:12   좋아요 0 | URL
뭐가요?
내가?
고등어가?
루시드폴이?

:)

다락방 2010-03-30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번트랙 좋다. 알고있어요. 아 좋다.

비로그인 2010-03-3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안사고 끝까지 버틸라 했는데...다락님하고 아프님때문에 또 눌렀어요. ^^*

다락방 2010-03-31 16:05   좋아요 0 | URL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ㅎㅎ

생각은 많이 하고 찾아야할 건 찾고 돌아오신 겁니까? 아무쪼록 며칠 자리비우고 오신만큼 더 편안해지시길 바랄게요.
:)

비로그인 2010-03-31 18:19   좋아요 0 | URL
생각의 양이 많아지는것도 아니더군요~ㅋㅋ. 그렇다고 깊이있는 생각을 한 것도 아니고~~...네~말씀하신대로 편안해졌어요. 고거 하나 찾았습니다.^^*

다락방 2010-03-31 18:43   좋아요 0 | URL
다행이어요.

전 그저 제 나름대로 살짝 짐작을 해봤더랬어요. 메일 친구가 있으시던데, 메일을 주고받는 횟수가 늘어질수록 사연도 깊어지고 정도 깊어지니 음, 그것이 가져오는 관계의 불명확함 혹은 감정의 혼란 뭐 이런건 아니셨을까, 하고 말이죠. 돌아오신 후의 글을 보니 사람때문에 고민한것 같으셔서 말예요.

우리는 어떤 관계로든, 어떤 사정으로든 다들 사람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사는것 같아요. 좋아서든 싫어서든 아니면 정의를 내리지 못해서든 말입니다.

비로그인 2010-03-31 19:24   좋아요 0 | URL
음~~날카로와!!!...ㅎㅎ다락방님의 짐작이 전혀 틀린건 아니예요. 제가 마땅히 고민해야 할 것은 현실에 있고 위로와 사랑은 다른곳에서 받고싶은 뭐 그런 사춘기적 질풍노도의 터널을 걷고 있는 중이랄까요. 그 메일친구와는 오히려 갈등이 없어요. 처지와 바라보는 곳이 다르면서 서로 비슷한 점이 많은 관계로 자신에게 없는 점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정말 말 그대로 편한 메일 친구니까요. 오히려 갈등은 저와 저 자신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님, 비현실적인 인터넷 세상과 저와의 갈등이던지~ㅋㅋㅋ. 아이러니하게도 거리를 두고 좀 피하려했던 관계속에서 해답을 찾았지 뭐예요. 아~~이렇게 깊은 관심, 정말 감사해요^^*

비로그인 2010-03-31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꼭 졸리와 대화하는 느낌이야요~푸하하~

다락방 2010-04-01 08:54   좋아요 0 | URL
그게 바로 제가 노린거죠. ㅋㅋ

니나 2010-03-3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악
여긴 더 많다(댓글 ㅋㅋ)
오늘 누가 루시드폴 노래 달라고 해서
휙 주고 나서 또 홀릭
우리 엄마가 저번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루시드폴 나와
부르는 거 들으시더니 어른 동요네- 하셨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0-04-01 08:58   좋아요 0 | URL
루시드폴을 같이 듣는 엄마로군요! 멋져요. 저도 아이를 낳으면(읭?)그런 엄마가 되겠어요. 불끈!

저 어제 꿈에 신화의 김동완이 나왔어요. 하하하하. 저 좋다고 만나달라고 해서 만나줬어요. 봄같지 않은 봄인데 꿈은 봄날의 개꿈이에요. -_-

기억의집 2010-04-01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루시드 폴의 이전 앨범 벅스에서 다 다운 받아서 들었어요. 이번 것도 들어볼께요.
며칠 전에 벅스에서 가가의 텔레폰 다운 받으려고 또 돈 냈거든요.

남자 친구가 있으면 좋긴 하지만
여자 친구는 더 좋은 거 같아요.

다락방 2010-04-01 23:17   좋아요 0 | URL
지금도 루시드 폴 앨범 듣고 있거든요. 술 마시면서.
루시드 폴의 앨범은 처음 들어보는데 참 좋아요. 음, 앞으로도 나오면 계속 살까봐요.

:)

비로그인 2010-04-02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국경의 밤...도 즐겨 들었거든요. 자분자분 바로 옆에서 귀에 속삭이는 노래같잖아요. ㅎㅎ

다락방 2010-04-02 10:4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말이지 요란하지 않게 옆에서 속삭이는 것 같은, 그런 음악들이에요.
앞으로는 저도 팬이 될까봐요. 히히

비로그인 2010-04-02 14:28   좋아요 0 | URL
적당한 거리의 팬...그건 좋아요. 너무 가까워지면 금방 질리죠. 20년을 숨은 팬으로 이승철을 좋아하다가 2006년인가부터 VIP팬이 되었었는데요, ㅋㅋ빨리 질리!!!푸하하~~
루시드 폴이 EBS라됴 세음행 진행하고 있는건 알고 계시져?

다락방 2010-04-03 17:09   좋아요 0 | URL
아뇨. 저는 라디오를 통 듣지 않아서. 누가 무슨 디제이를 하는지 전혀 몰라요. 제가 티비도 잘 안보고 라디오도 잘 안듣습니다. 사무실에서는 들을 수가 없고요.

음, 저는 루시드 폴 자체의 팬이 되진 않을것 같아요. 그 음악에 있어서만 팬이 될 것 같아요. 누군가를 좋아해서 팬이 되는건 좀 열정이 있어야 되잖아요. 제겐 루시드 폴의 팬이 될만큼의 열정은 없어요. 다른사람이라면 몰라도.
:)

비로그인 2010-04-04 15:0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누구의 팬이 되기보다는 누구들의 스타감이라서 그런가벼요!...서울대 화학 공학과를 졸업하고 유럽 ?나라에서 석사따고 지금은 라됴 DJ를 하고 있는 별난 남자 루시드 폴...꽃미남의 준수한 용모까정 갖춘데다가 목소리는 왜케 다정다감 부드러운건지...그를 알고나면 노래가 한층 더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다락방 2010-04-05 09:00   좋아요 0 | URL
앗. 팝페라 가수 임태경도 공대출신인데 말입니다. 아 너무 멋지지 않나요? 공대 나왔는데 막 섬세한 음악을 한다니!!

비로그인 2010-04-05 09:19   좋아요 0 | URL
임태경님은 저도 좋아하는데...팝페라라고 하기에는 너무 잘 부르지 않나요?ㅋㅋ. '사랑이 사랑을 버린다'...너무 절실하고 애절해서 눈물도 몇 번 흘렸다는...ㅎㅎ. 'Voyage'나 'Bon Nuit, Mon Amour'...제가 좋아하는 곡이예요. '재회'도 너무 좋구요. 인문대 졸업했으면 당연히 그럴거라고 생각하지만, 공대 출신이 감성이 풍부하고 예술을 잘 할땐 너무 귀여운거있죠~~아~~난 이렇게 부드러운 남자가 좋더라!!!!

다락방 2010-04-05 09:29   좋아요 0 | URL
전 엄청 좋아해서 콘서트랑 뮤지컬 다 쫓아다녔는데요, 아 젠장, 결혼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때부터 팬심이 확 줄어서 이번에 [모짜르트]도 안보러 갔구요, 앞으로 그의 뮤지컬은 가지 않을 작정이에요. 그는 뮤지컬에서는 빛이 나질 않아요.

전 그의 [옷깃]과 그가 부르는 [지금 이순간]을 가장 사랑해요, 마기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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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말인데 몹시 추웠다. 외출했다 돌아와서는 씻지도 않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손도 발도 그리고 온 몸이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것 같았다. 아빠는 보일러를 틀어줬다. 잠시후 몸이 녹고, 씻고, 잠을 청하려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남동생이 맥주를 사가지고 들어와서는 같이 마시자고 했다. 나는 싫다고, 자겠다고 했다. 남동생은 정말로 진심이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잤는데,  

 

새벽에 깼다. 두시쯤. 그리고 다시 잠들지 못하겠더라. 뒤척이다가 일어나서 불을 켜고, 책을 읽었다. 웃어넘기기엔 좀 슬픈 책.  

-네 말이 맞아, 내 귀여운 것. 난 돌아왔어. 하지만 난 이제 뭘 가지고 일을 해? 톱질할 판자를 뭘로 잡느냔 말이야. 내 윗도리의 텅 빈 소맷자락으로? 

의자에 앉아 있던 다른 젊은이가 비웃으며 말했다. 

-나도 살아 돌아왔어. 아랫도리가 마비되긴 했지만. 다리는 물론 그 나머지 것도 말을 듣지 않아. 차라리 한방에 아주 가는 편이 나을 뻔했어. 

다른 여자가 말했다. 

-당신들은 만족할 줄 모르는군요. 나는 병원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모두들 그러더군요. "내 몸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난 살고 싶어, 살아서 고향에 돌아가 아내도 보고 어머니도 보고 싶어. 조금만 더 살았으면..." 

한 남자가 말했다. 

-당신, 입 닥쳐. 여자들은 전쟁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 

그 여자가 말했다. 

-아무 것도 모른다고? 바보 같은 소리! 온갖 궂은 일, 온갖 걱정에 빠져 지내는 게 여자야. 아이들 먹여 살려야지, 부상병들 돌바야지. 당신들은 일단 전쟁만 끝나면 모두 다 영웅이 되잖아. 죽었으면 죽어서 영웅, 살아 남았으면 살아서 영웅, 부상병은 다쳐서 영웅. 전쟁을 일으킨 것도 당신들 남자들이고, 전쟁은 당신들 거야. 당신들이 원해서 그렇게 한 거야. 개똥같은 영웅들아! 

모두들 왁자지껄 떠들고 고함치기 시작했다. 우리 옆에 있던 노인이 말했다. 

-아무도 이런 전쟁을 원하지 않았어. 아무도, 아무도.

 

 

 

 

 

따뜻한 차 한잔이 간절했다. 따뜻하고 맛있는 차.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거실에서는 남동생이 텔레비젼을 켜두고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다. 나는 남은 맥주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남동생을 흔들어 깨웠다. 니 방 가서 자. 그리고 물을 끓였다. 따뜻하고 맛있는 유자차를 한잔 해야지. 컵을 꺼내고 숟가락을 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유자차를 꺼냈는데, 그 유자차 병 속엔, 

 

된장이 가득 들어있었다. 유자차는 없었다. 

인생은 이따위다. 

유자차병 속엔 된장이 가득 들어있고, 꿈 속에선 나를 들뜨게 하는 남자 대신 직장 상사가 나왔다.  

유자차대신 녹차를 마셨지만, 꿈은 오늘 밤 잠자면서 또 꿀 수 있을테지만, 어쩐지 모든게 다 서운하고 쓸쓸하다. 쓸쓸하게만 느껴지는 아침이다.

 

 

종종  달로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꼭 그 마음만큼  달에서 도로 데려오고 싶은 상대는 좀처럼 꿈에 나타나주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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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3-28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자차병 속에 든 된장.
이런 거죠 뭐 인생이란.. ^^
달로 함께 가서 살고싶은 사람 있으면 좋을텐데요.
잘 보내요, 오늘은 일요일.

다락방 2010-03-28 20:33   좋아요 0 | URL
잘 보내셨나요, 일요일은?

전 음, 일요일은 본래 술을 잘 마시지 않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꼭 소주 한잔 하고 싶어서, 소주 한잔 하고 들어왔어요. 귀까지 열이 나는 일요일이에요. 이렇게 조금 뜨거워지고 나면 한주일을 또 잘 버텨낼 수 있겠지요?

네, 인생은 그런거에요.

2010-03-28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8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8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8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rain 2010-03-2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저도, 인생이...초콜렛 상자 안에,
쓰디 쓴 카카오 99% 초콜렛만 들어 있는 기분이어요.
저도 꿈에서 회사 상사의 모습을 봤던적 있어요.

그냥...확 달나라로 보내버리고 싶은, 그런 사람도 있고요.

다락방 2010-03-28 20:38   좋아요 0 | URL
1% 달디단 초콜릿을 꺼내기 위해서 우리는 99%의 쓰디쓴 인생을 살고있는건가 봐요. 인생은 그래서 의미있는건지도 모르겠어요.

내일이 월요일이라는게 저는 아직도 끔찍해요. 직장생활을 해볼만큼 해봤지만 말예요.

우리, 잘 보내보기로 해요. 남은 일요일도, 그리고 다가올 한주도, 계속되는 삶도.

sweetrain 2010-03-29 11:34   좋아요 0 | URL
오늘은, 그래서 부장님께 정식으로 말씀드렸어요.
사무실에서 야, 너라고 불리고 반말 듣는게 불쾌하니,
단비씨라고 부르고 존칭해달라고요.
만약 부장님 선에서 해결이 안되면, 나중에 본부장님 찾아갈 생각입니다.
(본부장님 부터가 저한테 반말을 하시니;)

그래도 달라지는게 없으면, 4월 15일 월급 받고 회사 그만두려고요.
(그동안 새 직장도 좀 알아보고...)

일단 말해 놓으니 맘이 홀가분해요. 그러니, 저도, 잘 보내려고 해요.^^

다락방 2010-03-30 08:53   좋아요 0 | URL
저는 반말 자체는 쓰는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야, 너 라는 호칭은 정말 심하네요. 전 처음에 미쓰~ 이렇게 부르는것도 소름 돋았더랬어요. 뭐, 지금은 직함때문에 미쓰라고는 아무도 부르지 못하지만 말이죠.

어떻게 됐을까요, 지금쯤? 네네, 잘 보내요, 잘.

순오기 2010-03-28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집엔 유자차를 잘 마시지 않아서 작년, 재작년 것도 있는데... 보내드릴까요?^^

간밤에 TV에서 멋진 영화를 봤어요.
오도리 토드의 인게이지먼트, 전쟁에 나간 약혼자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해 찾아내는 감동....
이런 사랑이라면 달로 보내버리지 않아도 되는데...^^

다락방 2010-03-28 20:4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희집도 유자차를 잘 마시지 않거든요. 저는 식구들중에서 저 혼자만 가끔 아주 가끔 유자차를 마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유자차병에 된장이 들어있을 때 정말 놀랐고 엄청나게 실망했답니다. 어제 새벽에 제게는 유자차가 간절했어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간절히 원하는 대상은 누군가 대신해줄 수는 없는거잖아요. 녹차를 마셔서 그런대로 좀 따뜻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못내 서운했어요.

제가 달로 보내고 싶은 상대는 저를 휘저어놓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달로 보냈다한들, 다시 데려오고 싶을거에요, 반드시. 아니면 내가 달로 가든가. 새벽 세시의 레오가, 에미를 그렇게 생각했어요.

... 2010-03-2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제가 여는 모든 병에 유자차가 아닌 된장이 있는걸요, 흑흑.

이런 젠장스런 봄에 읽기엔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너무 서슬퍼런 칼날이 아닌가요? 저는 사무라이 칼에 스윽 베이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도대체, 왜, 어찌하여, 지금 이 순간 다시 그 젠장스런 기분이 새삼스레 그리워지는 거지?)

다락방 2010-03-28 20:42   좋아요 0 | URL
저는 정말이지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이 그렇게 서슬퍼런 칼날일줄은 몰랐어요. 예쁘고 아련한 책이 아닐까 생각하고 펴들었다구요. 그 책이 저를 그렇게 혹독하게 고문할 줄은 몰랐어요. 웃는게 웃는게 아닌, 그런 책이에요. 그런걸 블랙유머라고 하는걸까요?

네, 젠장스런 봄에 읽기엔 너무 잔혹한 소설이죠.

요즘 모든 유자차병에 된장이 가득해서 잘 보이지 않으셨던가요? 저는, 빌어먹을, 일요일인데 소주 한잔 했어요. 도무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요. 저를.

2010-03-28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8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fiore 2010-03-28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만화 아르미안의 네딸들에 나오는 말이지요? 혹 다른 곳에 나온 건가요?
여튼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

레오'가 누구인가요? 흠.. 저 문장같은 저런 여자'가 되어야하는데 말예요.
누굴 좋아하면 순둥이가 되어버리는 저로서는 --; 그치만, 저렇게 되고야 말거예욧! ㅎㅎ

다락방 2010-03-28 20:47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fiore 님. 아르미안의 네딸들에 나오는 구절이에요. 가장 인상깊은 구절이었고, 그래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구절이지요. 저 역시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정말 그렇잖아요. 미래는 예측불허잖아요.

레오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남자 주인공이에요. 레오는 에미가 자신을 휘저어놓기 때문에 달로 보내고 싶었다가 다시 데려오고 싶어하지요. 저는 세상에, 그 마음이 너무나 이해되요. 절실하게.

네, 우리, 이 봄에 누군가를 아주 그냥 휘저어 놓자구요!!

무스탕 2010-03-28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래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정말 오랫동안 제 다이어리 맨 앞장에 씌여져 있던 문구지요. 정말 예측 불허더군요. 조금의 힌트도 안주고.. -_-+

달로 보내버리고 싶은 맘이 들때 쏴 보내버리고, 보고싶을땐 델꼬오지 말고 내가 가서 질릴만큼 보다가 다시 비기(보기가 아니고 비기)싫어지면 나만 오면 안될까.. 하는 생각도.. ㅎㅎㅎ

다락방 2010-03-28 21:4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무스탕님. 유자차 병 속엔 된장이 들어있을지도 몰라, 라고 누군가 미리 언질을 주었더라면 제 기대치도 낮아졌을 수 있었을텐데 말예요. 그쵸?

음, 생각해봤는데요, 저는 아마도 제게 그런 상대를 달로 보내버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괴롭든 괴롭지 않든 여기서 함께 살고 싶을것 같아요. 왜 그런 노래 가사가 있잖아요.

"그댈 잊는것 보다 그댈 인정하는게 조금 더 쉬울 것 같아요~"


ㅎㅎ

치니 2010-03-29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 이래서 다락방님 페이퍼를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와하하하, 혼자 크게 웃었어요.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음음, 대단했어요. 책을 읽고 깜짝 놀란 기분이 된 건 드물게 몇 번인데 그 중 이 책이 있었어요.

다락방 2010-03-29 09:40   좋아요 0 | URL
치니님. 치니님은 유자차병에 된장을 담지 말아주세요. 최소한 꿀이라도 담아줘야죠 ㅠㅠ 된장이 뭐야, 된장이 ㅠㅠ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네 정말 대단했어요. 음, 뭐라 말해야할지 잘 모를 그런 기분이에요. 제가 읽은게 상권인데 그 다음 이야기들을 읽어도 좋을지 아닐지..아 정말 모르겠어요. 이 책에 그런거 나오거든요, 언청이에다가 사팔이 소녀가 개(멍멍이)를 유혹해서 섹스하는 장면요. 그 장면이 너무 슬픈거에요, 너무. 하아-

치니 2010-03-29 09:56   좋아요 0 | URL
그 다음 이야기들을 꼭꼭 읽어야해요, 다락방님.
읽지 않으면 무지무지하게 후회하게 됩니다.
읽어야만 해요.

다락방 2010-03-29 10:03   좋아요 0 | URL
알았어요, 치니님.
지를게요.
안그래도 [마더 나이트] 읽고 커트 보네거트가 좋아져서(뜬금없이 웬 커트 보네거트 이야기?) 그 분의 책도 보관함에 막 넣었거든요. 마침 반값할인을!! 그거랑 같이 질러야겠어요. 아잉.

비로그인 2010-03-2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저희 부친이 린스 병에다 섬유 유연제 부어두셔서 그걸로 머리 감은 적 있어요.

다락방 2010-03-29 10:17   좋아요 0 | URL
역시 미래는 예측불허. Jude님이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나는 언젠가 섬유 유연제로 머리를 감게 되겠지, 하고 말입니다.

월요일 아침, 잘 보내고 있어요?

sweetrain 2010-03-29 11:57   좋아요 0 | URL
저는 폼클렌징으로 양치해본적 있어요. ㅜ.ㅜ

웽스북스 2010-03-29 16:13   좋아요 0 | URL
저는 아이리무버 스킨인줄 알고 3일동안 발랐어요.
나이들었나봐. 피부가 점점 이상해져, 하면서 듬뿍 듬뿍

다락방 2010-03-30 08:53   좋아요 0 | URL
우리는 모두들 예측불허의 삶을 살고 있군요! ㅎㅎ

저도 바디 클렌져로 세수한적 있고, 화장실에 스카치 테이프 들고 간적도 있어요. ㅋㅋㅋㅋㅋ

니나 2010-04-01 00:00   좋아요 0 | URL
악, 저도 저희 엄마께서 린스 병에 섬유 유연제 부어두셔서 그걸로 머리 감은 적 있다는
하하 ;; 보편적인 일이었던가...

전 친구 아빠 칫솔로 이 닦은적 있어요 윽.
친구네 자러 갔다가 친구가 제가 쓸 칫솔 잘못 알려줘서 ㅠㅠ

어릴 때 물파스 뚜껑 안열려서 입으로 열려고 했다가
혓바닥 파열 위기에 처한적도

쓰고 있으니 주마등같이 지나가네요 지난 일들이... ㅋㅋㅋ

마노아 2010-03-2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에 참기름을 부어 밥을 비볐는데, 그 병에 든 건 웬 약품이었어요ㅜ.ㅜ
어제 울 엄니는 들기름을 잘못 드셨다는데, 아마 당신이 넣어두신 걸 잊으셨을 거예요...;;;
미래는 언제나 예측불허, 그래서 슬프고, 그래서 매력적이에요.

다락방 2010-03-30 08:54   좋아요 0 | URL
전 어릴적에 바퀴벌레 죽이겠다고 집안 구석구석에 깔아놓은 바퀴벌레 약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본 적이 있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칼 날이 잘 갈아졌는지 손가락 데고 베본적도 있어요. 피가 철철 났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이건 예측불허가 아니고 바보같은 짓이로군요. orz

L.SHIN 2010-03-2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슬픔. 그리고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공감. 그래서 또 슬픈.
냉장고를 열었는데 박박 긁어도 티스푼으로 1스푼 밖에 나올 거 같지 않은 빈 유자차 통을 봤을 때의 기분이란.
배는 고픈데, 어쩐지 기분이 꿀꿀해 대충 먹고 싶어 냉장고를 열었는데, 우유가 없을 때.
아몬드 후레이크를 우적우적 그냥 씹으며 생각하죠. 이 늦은 밤에 우유 하나 사자고 편의점에 가?

그런데, 다락님의 '꼭 그 마음만큼 달에서 도로 데려오고 싶은 상대는' 누구일까.
희한하게도 말이죠, 내가 좋아하는 알라디너가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그리워하는 등의 문장을 쓰면
질투가 나요. 내가 데리고 살 것도 아니면서 말이죠.(웃음)

다락님은 결혼할 때, 다락님과 그리고 다락님의 글과 사랑에 빠지느라 마음을 뺏긴 수 많은 알라디너들에게
위자료를 지불해야 해요. 저한텐 소세지 10개로는 어림도 없어요!

다락방 2010-03-30 08:56   좋아요 0 | URL
저는요, 위자료를 지급할 돈이 없어요. 소세지 열개쯤은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그걸로 안된다고 하시니 음, 그냥, 그냥, 결혼하지 않는쪽을 택하겠어요. 불끈! ㅎㅎ

아, 그러나 미래란 예측불허. 누군가 무릎꿇고 결혼해달라고 애원하면 저도모르게 예스라고 외칠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미래는 예측불허라잖아요. 히히.

닭갈비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고 싶은 하루가 시작됐어요! 잘 보내요, L.SHIN 님! :)

기억의집 2010-04-0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무래도 다락방님을 위해 된장차를 발명해야 겠어요.^^

다락방 2010-04-01 23:18   좋아요 0 | URL
아잉~ 된장차라면..맛있을까요? 그냥 유자차병에는 유자차만 넣어주세요. 흑 ㅜㅡ

stillyours 2010-04-05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정말이지 !!
(다락방 님이 제 서재에 남겨주신 댓글의 댓글에도 제대로 끝맺은 문장이 없는데,
이곳에 와서도 저는 마찬가지군요. 흣. 좋은 글 열심히 읽고 갑니다* 오늘은 날씨가 참 좋으네요.)

다락방 2010-04-05 09:26   좋아요 0 | URL
저 이번에 지를때 이거 중,하권 산다는걸 또 깜빡했지 뭐에요! 으윽!!

꽃핑키 2010-04-0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유자차 병속에 된장이라 ㅠ ㅋㅋ
덕분에 저는 빵~터졌지만. 인생은 이따위다 라는 말씀에 고개가 아프도록 끄덕끄덕해봅니다..
저는 이책 상권 읽고 다음권이 너무 궁금해서 미치겠더라구요 ㅋㅋㅋ 반가운 책이네요 :)

다락방 2010-04-09 14:55   좋아요 0 | URL
저 일단 중권 주문해놨습니다. 히히
오늘 집에 가면 와있을거에요.

네네, 인생은 이따위지요. 흐음, 그래도 뭐 맹렬하고 가열차게 좀 살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좋은 날들을 기대해 보면서 말입니다.

오랜만이네요, 핑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