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무소녀』의 역사적 배경은 '과테말라 내전'이다. 세상에. 대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내가 너무 역사에 무지하기 때문일까. 과테말라 내전은 들어본적도 없는 것 같은데. 소녀가 혼자서 그 시간들을 견뎌내며 성장하고 하는 이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가슴 아파하는데, 이 책의 마지막, 과테말라 내전에 대한 짧은 설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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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라의 열쇠』는 처음부터 울컥거리게 했고, 마지막, 사라의 일기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르기도 했지만, 이것은 그러나 내게 충분히 만족할만한 소설이 되지는 못했다. 나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더 좋은 책이 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것 같아서 아쉽다. 

영화, 『사라의 열쇠』는 중간 이후까지 책보다 훨씬 좋았다. 나는 이미 책을 다 읽은 후라 결말까지 다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의 처음부터 내내 눈물을 흘렸다. 동행은 중간부터 계속 눈물을 흘리고. 그러나 마지막의 어떤 장면에서 나는 집중력이 확 떨어지고 말았다. 아, 이 영화에 왜 저 장면을 저렇게.. 그게 너무 아쉬웠다. 책보다 나은 영화잖아, 라고 중간까지는 내가 얼마나 흥분햇었는데!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가 저렇게 나이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근사했다. 영화를 보고나서 나는 이 긴머리를 잘라버리겠다고 생각했다. 단발로 가자고. 
 

 

지난주였나, 밤에 하는 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를 잠시 시청했더랬다. 늘 보아 오던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줄거리는 모르지만, 아마도 여자는 남자를 혼자 좋아했었고 남자는 여자에게 그러지 말라고 했었던건지, 어쨌든 그래서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기를 그만두었었는가 보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하늘을 보며 남자와 여자가 나란히 앉아있었다. 남자는 소원을 빌었냐며, 무엇을 빌었느냐고 물었다. 여자는 비밀이라고 했다. 여자는 남자에게 너는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물었다. 남자는 처음에 비밀이라고 말하더니 이내 자신이 빌었던 소원을 얘기해준다. 

니가 나를 다시 좋아하는 것. 

 

다시 좋아하는 것은 여자에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 순간 놀랐던 그녀는 이제 그와 함께다. 물론, 그 뒤의 일들에 대해서는 나는 더이상 알지 못하지만. 

 

여름밤의 올림픽공원에 갔었다. 비가 온 후여서인지 평소처럼 사람이 많지 않았다. 심지어 이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는 나와 나의 동행말고는 그곳에 아무도 없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도 참 좋았다. 귀뚜라미가 울었고 매미가 울었다. 앞에는 호수가 있었고 밤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완벽한 순간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자꾸만 다리에 벌레들이 붙어서 그 조용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방해했지만, 그럴때마다 손으로 그 벌레들을 치워댔다. 물론, 신경질을 내면서. 

 

 

아, 맞다. 임태경이 라디오 다시 진행하는데, 들어봤어요?  

라고 나는 동행에게 말하며 주섬주섬 가방에서 아이팟을 꺼냈다. 일전에 주변에서 모두들 팟케스트를 그리고 나는 꼼수다를 추천하던 터라 다운받아 놓으면서, 그러나 내가 이걸 듣게 될 날이 올까, 갸웃하면서, 이왕 다운 받는거 임태경이 한다는 라디오도 한번 받아볼까, 했던터였다. 나도 아직 안들어봤는데 우리 잠깐 들어볼까요? 하면서 나는 재생시켰다. 그 여름 밤, 귀뚜라미와 매미만 울어대는 밤에, 아이팟에서는 음악이 흘렀고, 그리고 임태경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는 비올리스트 킴 카쉬카쉬안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었다. 

아. 좋았다. 킴 카쉬카쉬안, 이라는 비올리스트라는 존재에 대해 알게된건 임태경의 라디오를 들었기 때문이고, 그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건, 임태경의 목소리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설명하는 임태경의 목소리는 또 그의 모든 발음은 아주 조용했고 아주 기품있었다. 클래식을 임태경처럼 잘 소개해주는 남자를 나는 더 알지 못한다. 심지어 나는 클래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는 클래식을 듣는 사람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임태경이 라디오를 진행하며 소개해주면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아지는 것이다. 나는 그 밤에, 그 음악과 그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동행에게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아, 어떡해. 다시 좋아지려고 해요. 심장이 두근거려. 

나는 언제부턴가 임태경을 멀리했었는데, 더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그의 목소리를 들을 생각도 안했는데, 그날 밤, 나는 다시 그를 좋아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한건 그래, 이런 것 때문이었지. 이러니까 내가 과거에도 이 사람을 좋아했었지, 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래, 아주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났을 때, 무심하던 마음으로 나갔다가 몇마디의 말들과 웃음들을 공유한 뒤에,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 이 사람은 역시 내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어. 이래서 좋았던거야. 과거에 좋아했던 것을 다시 좋아하는 것,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사랑하는 것, 그것은 쉽지도 않겠지만 그러나, 어렵지도 않다.   


어제 장소를 이동하기 위해 갈아탄 지하철 안에서 전화의 진동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오는 전화가 너무 오랜만이라 어어, 뭐지, 하고 잠깐 설레였다. 080이나 번호없음도 아니고 꽤 멀쩡해 보이는 번호였다. 뭘까, 살짝 기대하는 마음으로 여보세요, 라고 전화를 받았더니 뭔가 잔뜩 녹음된 말이 나오고, 이내 또다른 녹음된 말이 나왔다. 

방금 들으신 것 처럼 음성 자동인식 내비게이션을 구입하고 싶으시면 전화기의 버튼을... 

하아-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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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11-08-1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팟케스트를 드디어!(앞으로 많은 추천을 해드릴께요)

다락방 2011-08-15 00:03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제가 별로 들을것 같지는 않아요. 하핫. 저는 사람들이 대체 언제 그 많은것들을 -이를테면 드라마라든가 라디오방송이라든가 하는것들요- 보고 듣고 하는지 아직까지도 모르겠어요. 하핫.

레와 2011-08-14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이별하기로 한 사람은 다시 만나면 안되요. 다시 빠질게 불보듯 뻔하니깐.

지나간 사랑도 사랑.

다락방 2011-08-15 00:05   좋아요 0 | URL
응 그게 미칠노릇인 것 같아요. 그래, 다시 사랑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은 다시 사랑하지 말자, 뭐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게 헤어지고 시간이 지나서 그사람에 대해 더이상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도, 다시 만나니까 참 다시 마음이 스멀스멀..해지기 쉬운 것 같더라구요. 뭐, 내가 최근에 그랬다는 건 아니에요.

마노아 2011-08-14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소녀를 읽으면서 살바도르 아옌데가 떠올랐어요. 미국은 전 세계에 걸쳐 저런 식의 만행을 참 많이 저지른 것 같은데 남미 쪽은 가깝기 때문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나쁜 짓을 한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ㅜ.ㅜ

오늘 충무아트홀에서 뮤지컬을 보았어요. 계단을 오르면서 처음 다락방님을 만났던 게 생각났어요. 그때 먹었던 아주 맛났던 호두파이도 같이요. 커튼콜을 하는데 여배우 하나가 감독님의 와이프더라구요. 문득 또 임태경과 그의 전부인 생각도 났더랬죠. 여러모로 다락방님 생각이 났는데 여기서 겹치네요.^^

다락방 2011-08-15 00:10   좋아요 0 | URL
처음에 책을 읽는데 너무 전형적인 느낌이 나더라구요. 교훈적이랄까, 암튼 교과서적인 느낌이었는데 읽다보니 좀 괜찮아졌어요. 전쟁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꾸 울컥 거리게 하고 눈물나게 하잖아요. 소녀가 나무 위에서 강간하는 것들을 목격하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의식을 느끼고 하는 것들이 참 가슴 아프더라구요. 어휴..

앗. 제가 마노아님 처음 본 그곳이 충무아트홀인가요? 마노아님이 저 만났다는 댓글 안달아줬으면 저는 충무아트홀 한번도 안가봤어요, 라고 했을거에요. 틀림없이. 전 제가 대체 어디에 갔다왔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억을 못해요. 그쪽으로는 뇌가 거의 작동을 안하고 멈춰있는 듯 ㅜㅜ

2011-08-15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무 소녀도 사라도 임태경도 킴 카쉬카쉬안도 전부 모르는 이름 투성이지만요, 그래도 잘 읽었어요. :)

poptrash 2011-08-15 00:02   좋아요 0 | URL
근데 왜 댓글이 이렇게 달렸을까요? 나는 분명히 로그인을 하고 있었는데.

다락방 2011-08-15 00:05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 완전 뿜었어요. 누구지? 누굴까? 막 그렇게 생각하고 위에서부터 댓글 달고 있는데 그 순간 팝님이 펑, 하고 나타났네요. ㅋㅋㅋㅋㅋ

잘 읽어줘서 고마워요. 하하하하하

비로그인 2011-08-15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때였나요. 각 나라의 내전 이름과 지도상의 위치를 외우던 기억이 나네요. 내전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그걸 열심히 외워댔다니 좀 민망하네요.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은 언제 읽어도 가슴 아파요. 얼마 전부터 [사랑의 리퀘스트]를 다시 보고 있는데, 예전 같았으면 너무 마음 아파서 채널 돌려버렸을 일을 이제는 전화기 붙들고 잠깐이나마 보고 있어요. 이것도 이기적인 행위일 수 있지만 (괜히 그런 거 보며 안심하게 되고 고마워하게 되고...) 외면할 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웅산의 재즈 프로그램 이후로 라디오를 안 들었는데... 다시 들어봐야겠네요. 이번엔 클래식으로!

다락방 2011-08-16 08:46   좋아요 0 | URL
아, 각 나라의 내전 이름과 지도상의 위치를 외우던 교과 과정이 있었나요? 저는 국사 세계사 한국지리 세계지리 모두 다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서 어떤 교과 과정이 있는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네요. 전 그쪽으로는 정말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거든요. 하핫.
임태경의 목소리는 말없는수다쟁이님처럼 감성이 풍부하신 님께 참 좋을것 같아요. 씨익 :)

2011-08-15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6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1-08-15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임태경이 무슨 라디오를 다시 진행하나요? 저는 세음을 임태경이 진행할 때 진정으로 행복했는데 그리고 임태경이 부르는 '지금 이 순간'도 너무 좋았고요!!! 과테말라는 베프가 살았던 곳이라 관심이 가는데 그런 비극적인 일이 있었군요. 기억난 김에 메일이라도 보내 봐야 겠어요.

다락방 2011-08-16 08:44   좋아요 0 | URL
CBS 에서 아침 9시에 하는 [아름다운 당신에게]인가 하는 클래식 방송 진행해요. 저도 전방송을 들어본 적은 없구요, 팟케스트로 '이 음악 향기롭다' 코너만 들어봤어요. 저도 세음할때 엄청 좋아했어요. 잔잔하게 그 방송을 틀어두면 일할때도 혹은 다른일을 할때도 지장이 없더라구요. 저 거기에 사연 보내서 임태경이 읽어준 적도 있어요. 꺅 >.<

메일은, 보내셨나요?
 
나무소녀 카르페디엠 8
벤 마이켈슨 지음, 홍한별 옮김, 박근 그림 / 양철북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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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얼마나 많은 전쟁이 존재하는걸까. 도대체 언제까지 울고 다치고 죽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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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열쇠 - Sarah’s Ke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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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 훌륭한 영화가 될 수 있었는데, 처음부터 울었는데! 위독한 환자가 옥의 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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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8-13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보셨군요. 전 그냥 영화만 볼래요.
기대중이에요^^
그리고 저 '심장이 뛰네' 봤어요. 알싸하니 괜찮더군요.^^
주인공 여배우가 로마영화제 가는 길에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고 하더군요.

다락방 2011-08-14 19:3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의 별 네개 사십자평 봤어요. 아, 저도 정말 보고싶어서 프레이야님이 부러워 미치겠어요. 흑흑. 주인공 여배우가 실제로 죽었다는 거죠? 그것도 로마영화제 가는길에?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이 영화, 좋았어요, 프레이야님.
 
사라의 열쇠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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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열쇠가 열어야했던건 벽장속의 동생,엄마의 과거,프랑스의 역사.너무 늦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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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2011-08-1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 이거 볼래요. 요즘 다락방님 덕분에 프랑스 소설들을 보게 되는군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가 지금 제 책상위에 있거든요 (보진 못했다는 뜻)

다락방 2011-08-14 19:33   좋아요 0 | URL
앗 그러고보니 제가 본의아니게 프랑스 소설들을 그간 읽어온건가요? 에디님 덕에깨닫게 되네요.
이것도,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도, 다 읽고 나서, 가능하다면, 페이퍼써주세요, 에디님. 물론 리뷰도 좋아요!!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김현주가 낭독한 시가 이성복의 이별 이란걸 알고나서, 그 시가 실린 시집이 뭔지 검색해서 사고 싶었는데, 검색해보니 어떤 블로거가『그 여름의 끝』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시집에 정말 그 시가 실린게 맞는지 확인하고 사려고 했더니, 알라딘도 예스도 교보도 심지어 문지의 홈페이지에도 이 시집의 목차가 실려있지 않은거다. 아..확실히 알고 사고 싶은데. 그래서 문지홈에 나온 문지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편집팀에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어떤 부서도 다 전화를 안받는다. 그래서 나는 이 시집에 그 시가 실린건지 아직까지도 확인을 못하고 있고, 결국 사지도 못하고 있다. 

이 시집 가지고 계신분 혹시 없나요? 여기에 「이별1」 실린거 맞아요? 

 

이별1 

                           이성복 

 

당신이 슬퍼하시기에 이별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던들 새가 울고 꽃이 피었겠습니까
당신의 슬픔은 이별의 거울입니다
내가 당신을 들여다보면 당신은 나를 들여다봅니다
내가 당신인지 당신이 나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별의 거울 속에 우리는 서로를 바꾸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떠나면 떠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나 입니다
그리고 내게는 당신이 남습니다
당신이 슬퍼 하시기에 이별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던들 우리가 하나 되었겠습니까 

 

 

 

오늘 출근길,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제 고작 50 페이지쯤을 읽었을 뿐인데, 그 사이에 몇번이나 울컥거렸다. 그건 아마도 이것이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거다.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고, 그것들을 문장으로 꾸며내는 건 분명 작가의 능력이긴 하지만, 실제 사건을 소재로 다룬 이상, 이 소설은 그 사건에 빚을 지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것은 '이미' 가슴 아픈 일이 아닌가.

 

 

 

도입부의 작가의 말은 이렇게 끝맺고 있다.  

벨디브로 끌려갔던 아이들에게 바치는 책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살아남아 증언한 아이들에게 바치는. 

 

이 소설은 벨디브 사건이 있었던 그 때와, 현재를 오고가며 진행되는데, 현재에서 벨디브 사건을 설명해준다. 

"벨로드롬 디베르 일제 검거. 줄여서 벨디브라고 해. 사이클 경기가 열리던 유명한 실내 경기장이야. 유대인 수천 명이 그곳에서 며칠을 처참하게 지내다 아우슈비츠로 이송돼 가스실로 직행했어. (p.54)

"가보는 거야 괜찮지만, 기꺼이 취재에 응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야. 조금 전에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프랑스 사람들한테는 예민한 부분이거든. 워낙 민감한 문제니까. 그 많은 유대인들을 체포한 게 나치가 아니라 프랑스 경찰이었으니 말이야." (p.56) 

문장이 슬픈게 아니라, 이런 사건 속에 소녀가 놓여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가슴 아프잖아. 이 소설을 얼른 더 읽고 싶은데, 이럴때는 내가 회사원이라는게 몹시 짜증난다. 뭐, 이럴때만 짜증나는건 아니긴 하지만. 사무실을 뛰쳐 나가서 책을 읽고 싶다. 휴.. 

  

 

어제는 술을 마셨고, 취했었나 봐, 마을버스 안에서 나는 마을버스 기사님께 술주정..을 한 것 같아 지금 몹시 부끄럽다. 그러니까 사건은 이랬다. 나는 음주를 끝낸 뒤, 지하철을 타고 강변역으로 갔다. 강변역으로 가서는 마을버스를 탔다. 그리고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이 가까워오자 뒷문 앞에 서 있었다. 핸드폰을 잠시 만지작대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마을버스가 막 지나고 있었다. 뒷문이 열리지도 않은 채. 

"아저씨. 왜 문 안 열어 주세요!"
"벨을 눌러야죠!"
"눌렀어요!" 

라고 말한 뒤 벨을 보니 빨간불이 안들어와있다. 이거 왜이래? 

"언제 눌렀어요?"
"아까요."
"지나친 다음에 누른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다음부턴 미리 눌러야 해요." 

당연한거 아닌가. 당연히 미리 누르지. 지나친 다음에 왜 누르겠는가. 내가 버스 한두번 타보는 것도 아니고. 

"그럼 저 어떡하죠?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 것 밖에 방법이 없나요?"
"지금 차들 멈췄으니까 앞문 열어줄테니 앞문으로 내려요."
"네." 

그리고 나는 앞문으로 갔다. 앞문이 열렸다. 나는 막 내리려는데 기사님이 

"조심해요. 차 안오는지 보고 내려요." 

하신다. 그래서 네, 고맙습니다, 하고 내렸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씻고 잤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젯밤의 이 사건이 제일 먼저 생각난 거다. 오. 미쳤나봐. 나는 뒷문앞에 서서 이런 대화를 기사님과 했어. 소리소리 질러가며. 버스안에 사람들도 많았는데. 미쳤나봐. 이게 뭔짓이야. 예쁜 처녀가.. ㅜㅜ 부끄러운거다. 그제서야 퍼뜩 생각났다. 나는 벨을 누른 기억이 없다. 이런..병... 하아- 내가 무슨짓을..하아- 사람들이 나 술취한거 알아챘을까? 하아- 친절한 마을버스 기사님께 술꼬장을 ㅠㅠ 게다가 내가 벨 안눌러놓고 미친 벨 취급했어. ㅠㅠ 

부끄럽기 짝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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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1-08-1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여름의 끝. 맞아요.

다락방 2011-08-12 12:2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야호~

아이리시스 2011-08-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마을버스 기사님이 착해요. 요즘 안 착한 아저씨도 엄청 많은데.. 다행이에요.ㅠㅠ 욕 얻어먹을 수도 있었잖아욧! 조심해요.ㅠㅠ 부끄러운 건 혼자 감수해요. 호호호호호. 저 책 좋아요? 어제 영화 검색했더니 영화가 디따 좋은 화질로 있는 거예요. 다운은 안 받았지만.. 개봉영화잖아욧! 저는 착한 다운로더거든요, 후훗. 지금 저는 [풍산개] 보고 있어요, 다락방님. 이 영화 온통 깜깜해서 대낮에 너무 캄캄해요.ㅠㅠ

다락방 2011-08-12 12:25   좋아요 0 | URL
그치요? 아저씨가 친절하신 분이 아니었다면 저는 술김이었으니 싸움이 났을지도 몰라요. 흑흑. 술을 마시려면 곱게 마셔야지, 이제 대체 뭐하는거랍니까!
저 책은 좋아요, 아이리시스님. 50쪽까지 읽은 현재, 그런데, 좋은데, 별은 넷밖에 줄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리시스님, 읽다말고 자꾸 눈물 날라고 해요, 이 책은. 저는 내일 오후에 이 영화를 봐야 하는데 그 전에 책을 다 읽지 못할테니 참..안타까워요. 흑흑. [풍산개]는 캄캄한데, 재미는 있나요?

아이리시스 2011-08-12 21:26   좋아요 0 | URL
그렇구나. 책 말고 영화 먼저 보고 나머지 읽어도 좋을 거예요, 울지 마요. 뚝!
[풍산개]는 풍산개의 눈빛이 멋져요. 그게 다예요. 제가 윤계상을 원래 좀 좋아해요. 이미연이랑 나온 [사랑에 미치다] 그때부터요. 참참, 저도 다락방님 버스 안에서 참 사랑스러웠을 거란 말을 했어야 했는데.. 남자친구 하나 데리고 있었음 더더 좋았을 텐데..^^ 예쁨 받았을 거예요. 그런데 버스 타고 집에 데려다주는 남자, 괜찮아요?ㅎㅎ

다락방 2011-08-14 19:35   좋아요 0 | URL
우하하하 아이리시스님, 저 새벽 두시반까지 책 다 읽고 그 후에 영화봤습니다. 의지의 한국인! ^^V

그러나 아이리시스님, 남자친구가 마을버스안에 함께 있었다면, 저 대신 벨을 미리 눌러주었을 거고, 저는 술꼬장을 부리는 일이 없었겠죠. 흑. 버스 타고 집에 데려다주는 남자도 괜찮은데, 다시 버스타고 자신의 집에 돌아갈 걸 생각하니 그건 좀 안좋아요. 시간 낭비 같아요. 버스타는 남자라면, 데이트 후 각자의 집에 각자의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쪽이 낫겠어요. (이상하게 진지해진..ㅋㅋ)

2011-08-12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2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1-08-1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한거 아닌가. 당연히 미리 누르지. 지나친 다음에 왜 누르겠는가.

ㅋㅋㅋㅋㅋ 예쁜 처녀 다락방님. 웃어서 미안한데, 그 생각하는 다락님 얼굴이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은 어째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거요! (...기사님 감사합니다. ㅠㅠ)

다락방 2011-08-12 12:27   좋아요 0 | URL
그니까, 기사님께 저도 감사를 ㅎㅎㅎㅎㅎ 그런데 기사님 얼굴도 당연히(!) 생각이 안나고. 오늘 아침에 마을버스 탔는데 이분이 어제 그분이면 어쩌나 이런 생각도 들고 ㅋㅋㅋㅋㅋ

제가 사랑스러운 건, 그러니까, 음,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난 것 같아요. 뭐, 이런건 어쩔 수 없는거니까. =3=3=3=3=3

레와 2011-08-1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장했어요?! 술꾼! ㅋ


다락방 2011-08-12 12:40   좋아요 0 | URL
속은 뭐 괜찮아서 굳이 해장할 필요가 없더라구요. 양주의 힘이라니 ㅋㅋㅋㅋㅋ

감은빛 2011-08-1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너무 귀여우신거 아닌가요?
그렇게 귀여운 술주정이라면 버스기사님이나 승객들도 모두 이해해주셨겠네요. ^^

다락방 2011-08-12 13:35   좋아요 0 | URL
저 며칠동안 술을 하도 마셨더니 몸이 무거워요. ㅎㅎ
버스기사님도 그리고 승객들도 전혀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거에요. 감은빛님도 그런 저를 어제 버스안에서 보신거라면 귀엽다는 말을 얼른 지우게 되실거에요. 흑흑 ㅠㅠ

2011-08-1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꾼!!ㅋㅋ
점심은 맛있는거 드셨어요?

다락방 2011-08-12 14:17   좋아요 0 | URL
맛있는거 먹었을까요, 안먹었을까요?

지방 어디에 있어요, 신스님? 제주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경기도?

섬사이 2011-08-1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술꼬장이 아니예요.
깜찍한 재롱? 뭐 그 정도예요.


다락방 2011-08-12 14:33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흑흑 술꼬장이 맞아요. 흑흑
저는 제가 그럴줄은 몰랐어요. 사람에겐 자신이 알지 못하는 아주 다른 많은 면들이 숨겨져 있는가봐요, 섬사이님. 흑흑

Kir 2011-08-1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님 좋은 분이네요, 아... 아니다. 세상 모든 미인들에게 친절한 건 인간의 본능이라죠.
또 다락방님의 미모 덕이군요^^
(그래도 술은 많이 취할 때까지 드시지 마세요, 워낙 험하고 무서운 세상이잖아요...)

다락방 2011-08-12 16:3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는 취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완전 말짱하고 할 일을 했다고 생각했었던 거에요, 그 당시에는. 아주 멀쩡. 남자직원들 셋하고 마셨는데 다들 저한테 완전 멀쩡하다고 ;;
저도 스스로 난 캡 멀쩡해 라고 생각하고 한 짓인데, 오늘 아침에 깨보니까 제가 멀쩡한게 아니었더라구요. ㅎㅎㅎㅎㅎ 무서운 세상, 그리고 무서운 술이에요. 하하하핫

비로그인 2011-08-12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역시 용감하시네요. 저 같으면 기사님 앉아계신 데까지 종종 걸어가서 소곤소곤 얘기했을텐데 말이에요! (술꼬장 → 용감 으로 언어 순화 ^^) 저도 얼른 [사라의 열쇠]를 읽어봐야겠어요. 영화 보고 난 다음에 볼까 싶기도 하지만... 책 보고 영화 보면 실망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너무 궁금하네요.

다락방 2011-08-14 19:36   좋아요 0 | URL
용감해서가 아니라요, 수다쟁이님, 술이 취해서 눈에 뵈는게 없었던...거죠. orz 그러니까 감히 저런행동을.. ㅠㅠ 술꼬장을 용감으로 언어 순화 해주시다니, 수다쟁이님 정말 친절하신 분이시군요!
이 영화에 대해서는 책을 보고 영화를 봐도 전혀 실망스럽지 않을거에요. 그점은 제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 2011-08-13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성복과 나희덕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1인 (음, 그러니까 생존하는 한국 시인들중에서)

다락방님께 하려던 말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요, 졸려서...

다락방 2011-08-14 19:37   좋아요 0 | URL
아니, 졸리면 그냥 주무시지 대체 왜 이시간에 댓글을 달고 계신겁니까! 네?!!

버벌 2011-08-13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의 열쇠.. 강하게 읽고픈 마음이.
사야지. 사야지. ㅎㅎㅎ
전 오늘 광안리가요. ㅋㅋㅋ

다락방 2011-08-14 19:37   좋아요 0 | URL
8월 13일에 사야지, 사야지, 라고 댓글달고 8월 14일에 다 읽었고 먹먹했다는 메세지라니. 버벌님 완전 짱 부지런하신거 아니에요? 행동력 최고에요!!

에디 2011-08-1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석해드리겠습니다.

꼬장 <= 낮음 = 행위자의 외모 = 뛰어남 => 귀엽거나 톡톡튀는 뇨자



..더러운 세상 ㅠㅠ

다락방 2011-08-14 19:38   좋아요 0 | URL
에디님, 살아보니까 말이죠, 예쁘면 살기에 편하더라구요. 그점은 분명해요.

=3=3=3=3=3

달사르 2011-08-16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짝반짝 빛나는> 은 보지 않지만 이성복의 '이별'은 탐이 나기에 시집에 군침을..

이쁜 여자가 마을버스 안에서 술꼬장을 저렇게 귀엽게 하면, 기사님 운전 못해요..두근거려서..ㅎㅎㅎㅎ

다락방 2011-08-17 08:34   좋아요 0 | URL
저도 시집에 군침을 흘리며 언제 지를까만을 노리고 있어요. 장바구니 채우기 놀이중이거든요. 넣었다가 뺐다가 ㅎㅎㅎ
아 글쎄 귀여운 꼬장이 아니었다구요. ㅠㅠ

달사르 2011-08-18 11:18   좋아요 0 | URL
이히히. 저는 방금 장바구니에 하나 가득 채워서 질렀답니다. 꺄악꺄악 소리 지르면서요. ^^

ㅋㅋㅋㅋ 다락방님이 하시는 건 뭐든지 귀여운 꼬장! 확실!

다락방 2011-08-18 13:39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은 꼭 지를까, 뭐 이런 결심을 또 했다가 말았다가 하면서 뭔가를 빼고 넣고를 계속 하고 있어요. ㅎㅎㅎㅎㅎ

아 글쎄 안귀엽다니까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