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해도 될까요?
페르 닐손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11년 11월
품절


밖으로 보이는 모습과 똑같이 내면도 그렇게 단순하고 평범한 사람. 그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346쪽

"그래도 될까?" 닐스가 혼자 중얼거린다. "내가 행복해도 될까? 이런 세상에서, 이런 시대에. 이렇게 온갖 악이 존재하는데. 온갖 위험과 온갖 불의가 존재하는데. 맞서 싸워야 할 온갖 일들이 있는데도 말이야. 그런데도 행복해도 될까?"-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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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숨 2013-10-22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에 진열된 것 보고 보관함에 몰래 담았는데, 아앗 벌써입니까. 본격리뷰 개봉박두-

다락방 2013-10-22 11:01   좋아요 0 | URL
아 어쩌죠 에르고숨님, 저 이 책은 리뷰쓸 게 없는데...이 책 읽고 싶으시면 제가 보내드릴게요, 에르고숨님!! 주소3종셋트만 적어주시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2013-10-22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2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르고숨 2013-10-22 23:05   좋아요 0 | URL
예, 점심 저녁 다 잘 먹고 다녔습니다. 오늘 하루 마이클 더글라스가 마이클 더글라스 아닌 척 ‘변장’하고 나온 얘기 생각날 때마다 웃음이 터져서 혼났지 뭡니까;; 지금도 웃겨요ㅋㅋㅋ. 아이 참, 다락방 님은 정말!

다락방 2013-10-23 09:13   좋아요 0 | URL
책을 읽으면 무엇하나요, 에르고숨님. 어휘력이 밥통인데 ㅠㅠ
하아-
그렇지만 에르고숨님께 큰 웃음 드렸으니 만족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오늘 아침에 호박전과 계란말이 오징어채볶음과 김치를 반찬으로 먹고 왔는데요 밥과 반찬이 너무 맛있어서(지금 생각해도 침나오네요) 식탁에서 일어나기 싫었어요. 식탁에서 일어나 출근을 해야하다니, 지옥같이 느껴졌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작나무 2013-10-2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식 들었어요. 꼭 구입할게요:)

다락방 2013-10-22 15:50   좋아요 0 | URL
오, 오랜만에 오셨네요!

Jeanne_Hebuterne 2013-10-23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안팎이 완벽히 똑같다면 그만큼이나 재미없는 사람도 드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슬쩍 해봅니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요? 오랜만이에요, 다락방님. 잘 지내셨지요? 점심 맛있게 드시고 커피 한 잔 하시고 오늘도 재미있는 오후 보내시길 바라요 :)

다락방 2013-10-24 17:00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요, 다락방님, 하는 쟌 님의 댓글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져요. 제가 아는 그 쟌님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지 뭡니까. 곧 저녁 식사 시간이에요. 쟌님은 저녁으로 무얼 드실까요. 안되겠다. 문자 한 통 넣어볼게요. 쟌님이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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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소품같은 아기자기한 작품. 추리를 지나치게 잘해내는 게 좀 못마땅하고(좀 심한것 같은;;), 서점 주인의 아이큐가 이백은 넘는 것 같아 질투나지만, 다음 시리즈들을 계속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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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0-21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3-10-21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1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2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1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2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삭줍기」의 첫머리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허공을 바라본 채 그녀는 유려하게 그 구절을 낭송했다.

"'나는 가능하다면 빨리 나이를 먹고 싶다. 허리가 조금 구부정해진들 별수 있나. 어쩌면 그때쯤에는 병아리르르 키워 입에 풀칠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늙은이란 존재가 반드시 세상을 원망하라는 법은 없다.'"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분명히 시다가 그 노부인에게 했던 말과 일치했다. 뜬금없이 병아리 운운해서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하지만 내가 놀란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읽은 소설을 모두 외우고 있습니까?"

그렇게 묻자 시노카와 씨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 그럴 리가요. 아니에요. 전부라니, 그 책에서 좋았던 부분을 몇 페이지쯤 외우는 정도인데‥‥‥."

"네? 그게 대단하다는 거죠. 그런 사람 처음 봤습니다."(p.123)
















시노카와는 고서점의 주인이다. 고서점의 주인이란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책을 좋아한다. 아주, 매우 많이 좋아한다. 책만 살펴보면 이 책이 몇 년도에 초판이 나왔는지 그 출판사는 어떤 출판사인지 몇 부가 인쇄됐는지도 술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심지어 책을 읽다 좋아하는 부분을 '몇 페이지쯤' 이나 외운단다. 대박. 그..그..그게 가능한건가?


이 부분을 읽다가 뭔가 열듬감에 휩싸여 나도 내가 좋아하는 책을 떠올려 보았다. 나는 그 책들 중 어떤 부분도 외우지 못하고 있었다. 한 페이지는 고사하고 몇 줄도 외우지 못한다. 지금 딱 외운다고 생각나는 부분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이 문장이다.



뭐 입고 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게 내가 외우는 전부다. 그런데 몇 페이지씩이나 외우다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정말 페이지를 몽땅 외우기도 할까? 그러고보니 누군가가 블로그에 책 본문을 외웠었다고 썼던걸 읽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외울만큼 책을 좋아하지 않는걸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게 아니라 이건 아이큐의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난 안돼. 못외워. 외우는 시도 한 편도 없어. 하물며 소설의 몇 페이지를 어떻게 외워. 안돼. 그러고보니 나는 악보도 못외우는 사람인데. 뭘 이렇게 외우는 걸 못해. 아니, 근데 내가 정상인 거 아니야? 책의 몇 페이지를 외운다니, 그게 천재인 거 아니냐고. 아놔.. 난 역시 서점 주인이 되면 안되겠구나. 걍 독자로 머물러야겠어.. 쩝..







극한의 사랑이 극한의 절망을 가져온다는 건 명백한 진리다. 이 영화에서 리와 스콧은 서로에게 친구이며 애인이 되어주고 가족이 되어준다. 서로에게 '가장 특별한 사람' 이 되어주지만, 그 관계가 늘 그 감정 그대로 영원히 지속될 순 없다. 조금씩 마찰이 생기게 되고 서로에게 지치게 된다. 어느 순간, 다정한 리의 모습에 '이렇게 다정한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며 스콧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한 때는 서로에게 서로뿐이었는데. 


리는 이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스콧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든다. 리는 자신의 집에서 스콧을 쫓아내려하고, 스콧은 집 안의 모든 물건을 부수고 던지고 소리지르고 몸부림친다. 그가 리를 그토록 의지하지 않았다면, 그토록 사랑하지 않았다면, 특별하거나 유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 정도의 분노와 절망은 오지 않았을 터. 저 극한의 절망은 극한의 사랑으로부터 온 것. 


서로의 밑바닥까지 보았다는 건, 위에서 말했듯이 서로의 모든 순간을 공유했단 뜻이다. 그러니 지저분하게 등을 돌렸다한들, 죽음의 순간에 생각나는 건 그 사람일 수밖에 없다. 리가, 죽음의 순간에 스콧에게 자기를 보러 와달라고 말했을 때, 그의 앞에서 '너랑 함께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고백했을 때, 나는 어쩌면 사랑에 대한 내 태도를 좀 달리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늘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는 나이지만, 그렇게 물러서만 있다가는 죽음의 순간에 어느 얼굴도 떠오르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아무리 인생 혼자 가는 거라 해도, 마지막 순간에 손을 잡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상대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토요일부터 조카가 와있다. 세상에 태어나 해를 보고 달을 보고 구름을 보고 꽃을 본 지 고작 39개월밖에 안 된 아이가, 어제는 하늘을 보더니 나한테 이런다.


이모, 구름이 예뻐서 나가도 좋겠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뭐 이런 애가 다있어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얘 왜이렇게 감정이 풍부해. 어쩌면 이렇게 감정 표현을 잘해. 넌 대체 어떤 모습으로 자라게 될까?




갈비..먹고 싶은 날이다.

집에 가서 조카 데리고 갈비나 먹으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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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1 2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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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2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3-10-22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우기는 커녕 읽었던 내용이 전혀 생각도 안나는 경우가 대부분인 저 같은 사람도 있는걸요.
ㅠ..ㅠ 이럴땐 진짜 책 뭐하러 읽나 싶고 뭐.....흠...흠...

구름이 이뻐서 나가도 좋겠다고 말하는 39개월짜리 조카라...
얼마나 예쁠지 상상도 안되요^^

다락방 2013-10-22 08:57   좋아요 0 | URL
읽었던 내용이 전혀 생각 안나는 경우가 대부분인건 저도 그래요. 심지어 과거 페이퍼를 보다가 어, 내가 이런 책도 읽었나? 할 때도 있어요. 책 표지 자체가 생소한 것들...하하하하하하.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3-10-23 15:30   좋아요 0 | URL
저는 읽고 있는 책 제목도 잘못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 유명한 안나 카레니나 =.=
나는 안나 카네리나 ㅠ.ㅠ

레와 2013-10-22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아아아아앙 타미야.........................♡


다락방 2013-10-22 10:13   좋아요 0 | URL
내 조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3-10-22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더글러스는 참 대단한 배우 같아요. 젋어서는 아버지(커크 더글러스)의 후광의 스트레스에. 중년엔 섹스중독증을 극복하고 노년엔 구강암 말기를 이겨내고...미녀 아내(캐서린 제타 존스)맞이하고...(하지만 이혼한다네요..) 참 파란만장한 인생이라고나 할까요.

다락방 2013-10-22 10:18   좋아요 0 | URL
마이클 더글라스라는 걸 알지 못했다면 마이클 더글라스인지 알아보지 못했을 것 같아요. 모습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아마도 변장을 엄청 잘한듯. 제가 본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영화중에 가장 인상적인 영화였어요. 가장 마이클 더글라스가 빛난 영화였고요.

에르고숨 2013-10-22 10:50   좋아요 0 | URL
변장ㅋㅋㅋ! 이럴 땐 '분장'이라는 말이 있지 싶은데효.

다락방 2013-10-22 10: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르고숨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변장'이라고 써놓고 아..이 단어가 아닌것 같은데 뭐지, 뭐지, 이러면서 분장이란 단어는 절대 안떠오르고 '변신?' 이러면서 아 변신은 더 아닌데.......이러고 있었네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연 2013-10-2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블리아 고서당ㅎㅎㅎ 저도 이거 보고 싶어서 계속 장바구니에 짱박아놓았는데 우선순위가 자꾸 밀리네요. 조금 훑어본 정도입니다만.. 자꾸 이 책은 언젠가 봐야지, 하는 그런 책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이 책이 저한테 좀 그런 느낌이랄까

다락방 2013-10-22 13:14   좋아요 0 | URL
저도 여러분들의 감상을 보고서 흐음, 그렇다면 읽어볼까 하고 1권만 주문해서 읽었거든요. 아주 마음에 드는 건 아닌데 나름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2,3권도 읽어야겠어요. ㅎㅎ
우선순위는 항상 '이번에 주문'하는게 우선순위인데, 그 책들을 다 읽기도 전에 또 주문을 하게 되니까 또 이번에 주문이 우선순위가 되고 또 주문하니까....이런 일의 순환이라 책 주문을 멈춰야 사 둔 책 다 읽을 수 있을것 같아요. ㅠㅠ
 
린다 브렌트 이야기 - 어느 흑인 노예 소녀의 자서전 뿌리와이파리 알알이 2
해리엇 제이콥스 지음, 이재희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1년 2월
품절


할머니의 주인이 죽자, 상속인들이 재산을 나눠가지게 되었다. 과부가 된 안주인은 자기 몫으로 호텔을 상속받아 계속운연했다. 할머니는 안주인의 노예로 남았지만 할머니의 자식들은 주인의 자식들에게 분배되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다섯 자녀 중 막내인 벤자민 삼촌은 상속자들끼리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갖기 위해 다른 집으로 팔려 갔다.-14쪽

"용기 내라, 린다." 피터 아저씨가 말했다. "나한테 단검이 있어. 내가 살아 있는 한 누구도 널 건드리지 못하게 할거야."-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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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1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1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1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린다 브렌트 이야기 - 어느 흑인 노예 소녀의 자서전 뿌리와이파리 알알이 2
해리엇 제이콥스 지음, 이재희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1800년대의 미국 남부에서 태어나 노예를 부리고 살았다면, 부모님과 조부모님을 비롯하여 이웃들로부터 '흑인이 노예가 되는것, 그들을 사고팔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것' 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면 나는 어떤 마음과 어떤 태도로 노예들을 대했을까. 사소한 잘못으로 발가벗겨진 채 채찍으로 맞는 그들을 보면서 '잘못했으니 이정도 벌을 받아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드물지만, '이건 옳지 않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을까? 나는 똑똑한 사람도 아니고 남들보다 빨리 깨우치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 충실하게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이니, 내가 그들중 유별난 사람, 그러니까 '노예도 사람이고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노예로 부릴 권리가 없다'는 생각을 결코 해내지 못한채로 늙어 죽어가게 됐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을까봐 그 당시에 태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핍박하는 위치에 놓여있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고. 그 위치에 놓여있다면 나는 그것이 마치 내 권리인 듯 그렇게 지냈을지도 모른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그들을 때리고 구박하면서 또 굶기고 학대하면서.




여기, [어느 흑인 노예 소녀의 자서전] 이란 부제를 단 책이 있다. 제목 그대로 노예였던 소녀가 자유로운 입장이 되어 자신의 생활을 비롯 다른 노예들의 실상까지 낱낱이 고하고 있다. 그녀가 말하는 노예생활은 묵묵하고 담담하게 읽어나갈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다. 이런 삶을 어떻게 견뎌왔는지 몇 번이나 되묻고 싶어진다. 가족들과의 생이별, 숱한 채찍질, 소녀가 되면서부터 시작되는 성적 희롱, 인간이라 취급받기 보다는 물건처럼 취급되어져 팔려가는 생활. 당시의 노예주들은 그들을 인간 취급하지 않았다. 노예가 낳은 아이까지 자신이 돈을 받고 팔았다. 


당시 남부에선 이런 노예제가 있었지만 북부는 그렇지 않았다. 노예들은 북부로 도망가기를 그렇게 자유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도망노예법'이란 무시무시한 법이 만들어진다. 



이 땅 위에 완벽한 지옥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마지막 한 가지가 아직 남겨진 상태였는데, 1850년 마침내 그 일이 완성됐다. 바로 도망노예법의 시행이었다. 이제 어떤 주, 어떤 도시, 어떤 마을에도 추격자에 쫓기는 도망노예들이 몸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이제 내가 용맹한 사람들의 고향이며, 자유의 땅인 미국을 돌아다니면, 나라를 지키는 관료는 단 한 명도 없고, 나를 사냥하려는 추격자만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의 독립선언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자명한 진리다.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양도할 수 없는 권리, 즉 생명과 자유에 대한 권리,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부여받았다.' 오늘날 미국에서 흑인의 권리는 어디에 있는가? 한때는 흑인들에게 부여된 권리가 있었다. 그렇다. 투쟁의 시절, 그들으느 나라를 위해 피 흘리고 죽어갈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위업은 잊혔고 그들이 썼던 총검은 그 자손들의 사지를 묶는 쇠사슬과 족쇄로 변했다. 자유를 위해 싸웠던 독립전쟁에서 맨 처음 쓰러진 자는 흑인이었다. 나는 바로 그의 형제인 한 흑인 노예가 채찍질과 족쇄를 피해 달아다나가 붙잡혀, 자유를 기리는 기념비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에서 다시 노예제로 질질 끌려가는 걸 지켜봤다. 그것도 그곳에 그가 있는 줄도 몰랐던 남부 노예주의 손에 의해서가 아니라, 북부인들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p.341)



그 비참한 생활을 책장으로 넘기다보니 어쩔 수 없이 몇 번이고 눈물이 고인다. 그 힘든 생활들 때문에, 그 힘든 생활을 버텨나가려는 사람들 때문에. 그리고 그런 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찍 철들어 버리는 어린아이들 때문에.



새벽이 되기 전에 가족들이 다시 나를 은신처로 데려다주려고 왔다. 아이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자세히 보려고 커튼을 옆으로 밀었다. 달빛이 아이의 얼굴에 비쳤다. 나는 몇 년 전 도망가던 날 밤 그랬던것처럼 아이 위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방망이질 치는 가슴에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아이가 흘리기엔 너무나 서글픈 눈물이 엘렌의 뺨으로 흘러내렸다. 아이는 마지막 입맞춤을 하더니 내 귀에다 대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엄마, 난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엘렌은 실제로 그랬다. (p.215)



아들이 대답했다. "엘렌이 떠나기 전 어느 날 처마 밑에 서 있었던 적이 있어요. 근데 헛간 위에서 누군가 기침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나도 왜 그 사람이 엄마라고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엘렌이 떠나기 전날 밤 엘렌이 방에 없었어요. 근데 할머니가 그날 밤에 엘렌을 방으로 다시 데리고 왔어요. 나는 아마도 엘렌이 가기 전에 엄마를 만났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왜냐면 할머니가 엘렌한테 '이제 자거라. 그리고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ㄴ된다'고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나는 엘렌한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침 소리를 듣고부터 집 쪽에서 엘렌이 다른 아이들이랑 놀고 있으면 아이들도 엄마의 기침 소리를 듣게 될까봐 다른 쪽으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플린트 씨가 오는지 항상 망을 보았다고도 했다. 만일 플린트 씨가 보안관이나 순찰대원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보이면 항상 할머니에게 이 말을 전했다고 했다. 그제야 나는 사람들이 집 쪽에 있으면 왜 아들이 불안한 표정을 지었는지 알게 됐다. 그때는 아들이 왜 그렇게 불안해하는지 짐작이 안 가 걱정스러웠었다. 그런 사려 깊음은 열두 살 소년에게는 지나친 것이었다. (p.237)




문학(文學) [명사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또는 그런 작품소설희곡수필평론 따위가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



고통스러운 긴 시간후에-그녀는 7년간 다락방에 숨어지낸후 뉴욕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유를 찾고, 노예제를 폐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권유에 따라 그녀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책으로 적어낸다. 그래서 나는 1840~1860년대 미국 남부의 노예들의 생활을 읽을 수 있었고 그래서 알 수있게 되었다. 



문학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여 기록하는 것, 그 기록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 열 명이 됐든 백만 명이 됐든, 책으로 세상에 나오는 순간, 글을 쓴 사람이 혼자만 알고 있고 생각하고 있던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 이 책이 당시에 어느 정도의 반향을 일으켰을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분명 '우리는 노예제를 하고있지 않지' 라며 나름 자부심을 느꼈을 북부인들도 남부의 제도를 묵인했던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워했을 것이다. 주인이 있는 앞에서 '너는 이 집의 노예 생활에 만족하느냐' 고 묻는 어리석음을 범했던 목사들도 자신의 짧은 생각에 후회할것이다. 노예제에 전혀 관심이 없던 누군가였다면 이 책을 읽고나서는 내가 알지 못하는 어느곳에서 이런 비참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땅을 치며 우리가 이런 것을 어떻게든 고쳐야 되지 않겠냐며 목소리를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모두가 그 당시의 상황이 기록되어 책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읽혀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 기록은 한사람이 다른 한사람에게 전할 수 있다. 그 한사람은 또다시 다른 한사람에게 그 사람은 또 다른 한사람에게 건넬 수 있다. 가려두고자 했던 악법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고 이제 사람들은 그 법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그러기까지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드러냈기에 사회는 그것을 고칠 가능성을 더 많이 갖게 되었다.



문학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기록으로 남겨 주변인에게 또 후세에 전했던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할 수 있다는 데에. 당신들이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기 때문에, 그걸 내가 이제는 알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음은 당신들의 역할 덕분이란 걸 알 수 있게 됐어요, 고마워요. 우리는 우리가 고마워해야 할 대상에게 고마워할 수 있다. 그걸 문학이 해준다. 




많은 것들이 고마워지는 그런 책이다.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 준 작가에게, 그녀에게 책을 쓰라고 권한 그녀 주변의 사람들에게, 그녀의 원고를 편집해준 편집자에게. 무엇보다 이런 사실을 나(를 포함 다른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알려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 문학에게 고마워진다. 책장을 덮으며 세상에 문학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문학은 나보다 오래전에 탄생했고 나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이 세상에 끝까지 살아 남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문학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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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8 01: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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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8 13: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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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숨 2013-10-18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적 정의' 이미 충만하신 다락방 님은 정말, 훌륭한 독자이시자 문학가. 숙연해지는 리뷰 고맙게 읽었습니다.

다락방 2013-10-18 13:25   좋아요 0 | URL
좀 진정한 뒤에 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격할 때 써가지고 흥분된 글..이 되어버리고 말았네요. 부끄럽게....

[시적 정의] 아직 안샀는데...( ") 킁킁.

다다 2013-10-18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분된 글'이 참 살아있네요 너무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

다락방 2013-10-18 16:48   좋아요 0 | URL
저는 책이 참 좋습니다, 소금꽃님!!

페크pek0501 2013-10-2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은 <시적 정의>를 읽을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이미 문학의 존재 이유를 알고 있으므로.
<시적 정의>를 읽은 사람으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다락방 2013-10-21 14:16   좋아요 0 | URL
아, 페크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는 오히려 더 [시적 정의]를 읽고 싶어지는데 말입니다!! 흐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