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울엄마는 여동생네 집에 가셨더랬다. 금요일 밤에 자고 토요일 새벽, 아이들이 잠든 틈을 타 몰래 나오셨다는데, 여덟살 조카가 일어나니 할머니가 안보여 몹시 서운했는가 보다. 인사도 안하고 갔다고 화가 단단히 난 것. 제할머니가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집으로 가는 사이, 조카는 할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교회에 가야 해서 일찍 나왔다는 말에 '교회가 더 좋아?' 라고 묻고, 다음에 가서 놀자는 말에는 '오지 말라고 했잖아!' 라고 서운함을 토로한다. 그러고는 이내 '용서해줄게' 란다. 아아, 이 아이 ㅠㅠ

할머니가 보고 싶어 울고 있다며 (거짓으로) 말하자, 이 아이도 바로 자기도 울고 있다고 응답한다. 이 아이는 정말 운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손목에 차고 다니는 키즈폰으로 치는 메세지이고 게다가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이라 맞춤법이 서툴지만, 어떤 대화인지는 충분히 알겠는 바, 어제 엄마랑 와인 마시며 엄마가 보여준 이 문자대화를 보고는 막 웃다가 사랑이 넘치다가 그랬다. 엄마는 얘랑 이렇게 대화가 된다니 정말 감동이라고 하셨다. 조카는 어쩜 이렇게 제할머니를 사랑할까? 사랑이 절절 묻어난다 진짜.



이 대화를 엄마가 보여주는데 이 위로도 이 밑으로도 조카의 문자 말걸기는 계속됐다. 할머니 어디야? 할머니 밥 먹었어? 등등. 아아, 조카야, 나한테도 해줘 ㅠㅠ 이모한테도 그렇게 해줘 ㅠㅠㅠ 이모가 헌사도 너에게 줬는데, 너는 왜 문자를 할머니한테만 주는거야? 응? 왜 나는 이렇게 짝사랑만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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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7-04-1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

다 큰거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이렇게 대화도 가능하니 좋기도 하고요. ^^

다락방 2017-04-17 11:05   좋아요 0 | URL
나는 막 사랑이 터지더라고요 ㅠㅠ

비연 2017-04-17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정말 감동이에요...
근데.. 중간에 어머님께서 ˝싫어는 이렇게 쓰는 거야˝ 라고 쓰신 거에서 넘 우껴서 빵 터짐...ㅎㅎㅎㅎ
아이를 키우는 맛은 저런 건가봐요. 어쩜 저리 사랑스러운지. 어머님 정말 좋으셨겠어요^^

다락방 2017-04-17 14:27   좋아요 0 | URL
저도 읽다가 ‘싫어는 이렇게 쓰는 거야‘에서 완전 빵터졌어요. 그리고 엄마한테도 띄어쓰기 좀 하라고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가 힘들다고 뭐라고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7-04-1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왜 코끝이 찡하죠...

다락방 2017-04-17 14:27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랬어요, 웽님. 어쩐지 코끝이 찡해지고 그랬어요. 힝 -

꼬마요정 2017-04-1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는 정말 할머니를 사랑하는군요. 다락방님도 슬그머니 조카와의 대화창을 열어보세요.. 어떤 멋진 대화가 오갈지 기대됩니다~^^

다락방 2017-04-17 14:28   좋아요 0 | URL
네, 조카랑 함께 있어도 또 떨어져 있어도 제 외할머니를 사랑한다는 게 정말 느껴진답니다. 저도 엄청 사랑해주는데 제 할머니만큼은 아닌가봐요...아아, 사랑의 길은 멀군요...

단발머리 2017-04-17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미 정말 예쁘네요.^^
다락방님 새 책 <잘 지내나요?>에서 <타미에게>가 왜 <타미에게>인지 알것 같아요. ㅎㅎ

타미도 예쁘지만, 저는 타미 할머니한테 더 감동~~~
이런 대화가 가능한건 타미가 많이 컸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평소 타미와 할머니가 이런 대화, 이런 소통이 가능했단 뜻인데,
아..... 할머니들은 대부분 손자손녀 예뻐해주시는것만 알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데는 좀.... 기술이 부족하셔요.
(제가 아는 분들은.... 그러세요ㅠㅠ 주로 대화가, 먹어라, 먹어라, 더 먹어라ㅠㅠ)

타미도, 타미 할머니도, 타미 이모도.... 모두... 사랑스러워요^^

다락방 2017-04-17 14:30   좋아요 2 | URL
너무 예쁘죠, 정말! 아주 사랑스러워 미치겠어요. 할머니 사랑하는 마음도 너무 예쁘고, 자기가 서운함을 느끼면 느끼는대로 사랑을 느끼면 또 느끼는대로 바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저는 정말 너무 좋고 고맙고 예뻐요. 손녀와 대화하는 우리 엄마의 대화를 보노라니, 아아, 이런 할머니가 나의 엄마다...하는 생각에 또 뭉클해지고 그랬어요. 제가 진짜 ㅠㅠ 조카복도 있고 엄마복도 있는 것 같아요. 우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건조기후 2017-04-1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지말라고했자나 6:55
용서해줄게 7:11

저 긴 시간동안 작은 머리 안에서 휘몰아쳤을 귀여운 번뇌 ㅜㅜㅜ 어휴 진짜 너무 사랑스러워요. 손녀랑 이런 대화하시는 어머님도 너무 예쁘시고요.

근데 전화번호 저렇게 노출해도 돼요? 괜히 걱정..

다락방 2017-04-17 14:5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용서해줄게, 라고 말한 그 사이의 시간차가 확 오더라고요. 어휴, 이 귀여운 것 ㅠㅠ

전화번호 노출됐는지 몰랐어요. 어쩌죠 ㅜㅜ 벌써 247명이 읽었네요. 어쩔 ㅠㅠㅠㅠㅠ 전화번호 노출됐는지도 모르고 그냥 막 올렸네요, 부주의하게...아아 나쁜 이모다 ㅠㅠㅠ
지금 막 수정해서 올렸어요. 고마워요, 건조기후님. 앞으로도 이런 걱정과 지적 꼭 부탁드려요. 우어엉 ㅠㅠㅠ

건조기후 2017-04-17 15:21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저는 다락방님이 그럴 분이 아닌데 키즈폰이라는 게 등록된 번호로 오는 연락만 받을 수 있는 건가 생각했다가 그래도 혹시나 싶어.. 타미는 다락방님을 다락방님답지 않게 만드는 위험한ㅎ 존재네요!

다락방 2017-04-17 15:22   좋아요 0 | URL
아 이거 되게 신경쓰이네요. 노출된 게 제 전화번호면 상관없는데 ㅠㅠ 사람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해요 진짜 ㅠㅠㅠㅠㅠ

건조기후 2017-04-17 15:44   좋아요 0 | URL
걱정하지 마시라고 해도 걱정은 되겠지만 ㅜ 별일 없을 거예요. 굳이 알라딘에 들어와서 굳이 다락방님 글을 읽은 247명 중에 이상한 사람이 있을 확률은 아주아주 낮아 보이니까. 너무 자책하진 마세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7-04-17 15:50   좋아요 0 | URL
네, 그렇...다고 저도 생각하는데, 그렇겠지요? 어휴... ㅠㅠ

hellas 2017-04-17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싫어는 이렇게 쓰는거야>_< 앙

다락방 2017-04-17 17:33   좋아요 0 | URL
손녀만큼 할머니도 귀여우시죠? ㅎ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7-04-18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참 솔직하죠? ㅎ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저때가 참 예쁜 것 같아요. 저도 조카가 저만 보면 좋아서 웃고 달려드는게 귀엽더라구요. 할머니 (제 어머니)가 집에서 돌보시는 요즘엔 자꾸 제 방에 가서 책을 건드리고 싶어한다고 하데요.ㅎㅎ 삼촌은 왜 책이 많냐, 자기도 책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러면서..ㅎ

다락방 2017-04-18 08:21   좋아요 0 | URL
ㅎㅎ 저희 조카도 친구들한테 ‘우리 이모 방은 도서관이야‘ 말하고 다닌대요 ㅋㅋㅋ 너무 귀여워요. 둘째 조카는 남자아이인데 삼촌을 엄청 따르거든요. 집에서 얘기할 때도 ‘내가 좋아하는 짬쫀은~‘ 이러면서 얘기한대요. ㅋㅋㅋ 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7-04-18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사람이 모두 반짝거려서 감동이에요. 코끝 찡!

다락방 2017-04-18 09:14   좋아요 0 | URL
너무 좋지요, 마노아님! 조카는 사랑입니다. 게다가 저 대화속의 둘 다 상대를 사랑하는 게 느껴져서 너무 좋아요. 흙 ㅜㅜ

아이고ㅜㅜ 2017-04-2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동... ㅠㅠ 정말 조카가 있어서 왠지 몇년 후 우리엄마랑 메세지 주고받은걸로 상상하면서 읽었더니 눈물이 쥬르륵... ㅠㅠ
너무 예쁘네요 ㅠㅠ 혹시 개인소장해도 될까요? 몇년 후 시간 지나고 읽어도 왠지 감동적일것같아서요;;;; 하하하하;;

다락방 2017-04-24 15:40   좋아요 0 | URL
어쩐지 코끝이 찡하지요? 저도 그랬답니다. ㅜㅜ

이 글은 여기 그대로 있을테니 메세지 저장을 따로 하진 마시고 이 포스팅의 주소를 저장해놓으시는 게 나을듯 합니다. 안그래도 조카가 이거 왜 올렸냐고 전화해서 저한테 따졌어요 ㅠㅠ
 

어제는 마음이 많이 안좋았다. 좋은 날이었고, 온전히 축하를 받아야 했던 날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안좋았다. 명치 끝에 뭐가 탁, 걸린 것 같고, 이걸 어쩌나 싶어 발을 동동 굴렀던 날이었다. 미안해서 울고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아 서러워 울었다. 좋은 날인데, 그냥 축하만 해주면 안되는걸까, 몇 번 생각하며 원망스런 마음도 들었다. 이동하는 시간들에 읽으려고 시집을 챙겼지만, 마음이 안좋은 데 글이 들어올 수가 없었다. 나는 이동하는 긴긴 시간 동안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더랬다.


가방에 어제 챙겨두었던 시집을 오늘 아침 펼쳐보았다. 마음이 시끄러울 땐 시를 읽고 싶어지는 구나, 혼자 생각했다. 그리고, 이마를 만났다. 




이마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너의 양쪽 손으로 이어진

이마와 이마의 아득한 뒤편을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보았다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난한 나의 이마가 부끄러워

뺨 대신 이마를 가리고 웃곤 했는데



세밑의 흰 밤이었다

어둡게 앓다가 문득 일어나

벙어리처럼 울었다



내가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자세 때문이었다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누워있는 나를 그려보노라니, 벙어리처럼 운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싶었다. 엉엉 울면 조금은 후련해질거라고, 어제 나도 생각했더랬다. 그래서 누군가 엉엉 우는 소리를 한참 들으며 놔두었고, 옆에서 나는 훌쩍였더랬다.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누워있다 보면, 벙어리처럼 울고, 울다가 그 채로 잠이 들런지도 모르겠다.





소수 3



남자가 김치를 찢는다 가운데에다 젓가락을 푹 찔러넣는다 여자가 콩자반을 하나 집어먹는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남자가 젓가락을 최대한 벌린다 다 찢어지지 않는다 여자가 콩자반을 두 개 집어먹는다 왼팔을 식탁 위에 얹고 고개를 꼬고 있다

남자가 줄기 쪽에 다시 젓가락을 찔러넣는다 젓가락을 콤파스처럼 벌린다 김치 양념이 여자의 밥그릇에 튄다 여자가 쳐다보지 않는다 콩자반을 세 개 집어먹는다 남자가 김치를 들어올린다 떨어지지 않은 쪽이 딸려 올라온다 여자가 콩자반을 네 개 집어먹지 않는다 딸려 올라가는 김치를 잡는다 남자와 여자가 밥 먹는 것을 중단하고 말없이 김치를 찢는다

김치를 전부 찢어놓은 남자와 여자가 밥을 먹는다 말없이 계속 먹는다 여자는 찢어놓은 김치를 먹지 않는다 깻잎 장아찌를 집는다 두 장이 한꺼번에 집힌다 남자가 한 장을 뗀다 깻잎 자루에서 남자의 젓가락 끝과 여자의 젓가락 끝이 부딪친다 찢어주느라 찢어지지 못한 늦은 아침

늙은 냉장고가 으음 하고 돌아간다


























어제 내 기분이 울적한 걸 알고, 나의 다정한 남자사람 친구 망고남은, '돈은 내가 벌테니 당신은 쓰고 싶은 글을 써' 라고 했더랬다. 그 말이 너무 예쁘고 고와서, 기분이 너무 좋아서, 헤벌쭉 해졌었는데, 오늘 아침 이런 시를 읽으니, 그와 내가 밥상에 마주보고 앉아, 익숙한듯 함께 밥을 먹으면서, 김치가 잘 안찢어지면 잡아주고 찢어주고 하면서 지낼 수도 있을까? 라고 잠깐 생각했다. 나의 울적함을 알고서는 저녁무렵, 툭, 사진 한 장을 보내왔는데, 나는 그 사진을 받아보고서는 소리 내서 웃어버렸다. 어떻게 해야 내가 웃을 수 있는지 너무 잘 아는 친구라서 한없이 고마웠다. 소리 내어 웃으면서, 그리고 그와 통화하면서, 아 좋으네, 했다. 좋고 고맙다. 우리가 이런 은밀한 사진을 서로에게 보낼 수 있는 사이라서, 너무 좋구나. 



저녁엔 여자사람친구 D를 만났다. 울적한 기분을 안고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친구는 내게 줄 케익을 사가지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태 한 번도 본 적 없는 예쁜 케익이었다. 꼭 축하해주고 싶었다고 친구가 말해서, 울컥, 고마웠다. 우리는 와인을 마셨고, 스테이크를 먹었다. 나는 내가 왜이렇게 울적해졌는지 친구에게 말했고, 친구는 가만가만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었다. 내가 어제 하루 얼마나 힘들었을지 충분히 짐작한 친구는, 레스토랑 바깥에서 나를 포옹해주었고, 또 그렇게 가만가만 내가 택시에 타는 걸 지켜봐주었다. 택시에 타고 나서 울어버렸다. 나 오늘 진짜 축하 받고 싶은 날이었는데 그러지 못했고, 그래서 너무 서러운데, 그런데 이렇게 나에게 잘해주고 신경써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해서, 그나마 잠들기 전에 고마운 마음을 만나서 너무 좋아서, 울어버렸다. 택시 안에서 훌쩍, 소리 죽여 눈물을 흘리는데, 전화기 너머에서 망고남이 왜 울어 울지마, 다정하게 속삭여 주었다. 당신은 나한테 어떻게 이렇게 잘하지? 내 친구는 또 왜이렇게 나한테 잘해주지? 서러운 날이었는데 또 고마운 날이었다. 계속 관심을 가져주고, 물어주고, 들어주는 사람들. 



아니 근데 오전에는 돈을 자기가 벌겠다던 망고남이, 오후에는 주식으로 손해를 봤다며, '안되겠다, 당신이 글도 쓰면서 돈도 벌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육성 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니가 좀 벌어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이러저러한 일들로 마음을 다치고 서럽고 서운하고 그래서 약간 어색해진 남동생을 집에 돌아가 만났는데, 남동생이 별 말을 안하고 내 코를 잡아당겼다. 내가 "아퍼!!!" 하고 소리지르는데, 그 순간 우리 사이에 있었던 먹구름도 걷히는 것 같았고, 어색함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이렇게, 얘랑은 이렇게 되는구나, 생각했다. 고마웠다. 누나 괜찮지, 나도 괜찮아, 하는 게 코를 잡아당기는 그 행위에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속 시끄러운 밤, 씻고 내 침대에 누워 나는 이내 잠들어버렸다.

다음날이 왔고, 또 다음날은 올것이고, 다 괜찮아 질것이다.



나는 잠깐 설웁다



'잠깐' 일 것이다.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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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4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4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7-04-1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그럼 잠깐일거야. 다락방.

점심은 뭐 먹었어요???
차도 한잔했어요??

내일이다!

다락방 2017-04-14 15:55   좋아요 0 | URL
점심은 제육볶음 먹었어요. 아주 많이. ㅎㅎㅎㅎ
돌아오는 길에 동료가 카페라떼도 사줘서 맛있게 먹었어요.
어서 내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차트랑 2017-04-14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더불어,
솔직히 아주 아주 부럽습니다!!

그리고 벌써 다음 글 구상이 끝이 났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하긴 글을 쓰는 중에도 다음 글에관한 구상을 했을 테니말입니다.

3번째 책은 반드시 제가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너무 솔직했나요 ㅠ.ㅠ.
순서를 기다리는 책들이 사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리뷰를 쓸 여유조차도 없는 것이 저의 현실이거든요)


애쓰셨습니다 다락방님!!
대애_박~!! 기원합니다!!

다락방 2017-04-17 08:38   좋아요 0 | URL
진심으로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차트랑님.
차트랑님의 진심이 담긴 댓글과 반응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3권부터 읽으신다니 매우 유감이지만 ㅠㅠ
책은 독자가 선택하는 것이므로, 그 시간을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3권을 빨리 내면 되겠네요. 히히히

2017-04-14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7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6 0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7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7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7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는 마지막 강의 였고 나는 공부하러 가기 싫었다. 아, 너무 가기 싫어...가기 싫었어. 그래서 같이 듣는 친구1에게 '가지 말고 놀까' 라고 답을 보냈지만, 친구는 '내일 놀고 오늘은 공부하자' 라고 했다. 으어어어엇. 그래서 일단 강의실이 있는 마포로 이동했지만, 가면서도 끊임없이 가기싫다 가기싫다 생각했고, 마포 가서 그냥 혼자 놀까....여차하면 혼자 놀자......생각하며 가까스로 마포로 갔는데, 친구1과 친구2가 어서 와라, 오늘 강의 재미있을 거다 자꾸 그래가지고...내가 진짜 터덜터덜 .... 갔다. 가기싫다...하면서 갔어....



갔는데, 가기 싫은 마음을 꾸역꾸역 누르고 가서인지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아서, 초반에는 스페인에 있는 친구에게 보고싶다고 징징대는 문자를 넣었고, 나 집중 안되는거 세상에 다 소문났는지, 그 시간에 업무전화가 와서 한 통 받았고, 여덟살 조카에게 전화가 와서 받으러 나갔다. 다섯살 조카가 입술이 찢어져 수술을 해야 한다는 거였다. 가족들 모두 병원에 있다고. 어? 뭐라고? 나는 조카와 전화를 끊고 제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제부도 회식 하고 있다가 전화 받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왔다며, 다섯살 조카가 제 엄마에게 걸어오다가 왜그랬는지 넘어졌고, 넘어지는 과정에서 입술이 크게 다쳤다는 거다. 병원에서는 세바늘 정도 꼬매야 한다고 했다는데, 아직 아이다보니까 마취가 필수라고... 꼬매는 것도 꼬매는 거지만 아이에게 마취를 한다는 게 영 찜찜했는데, 그래도 정신 차리고 집에 잘 왔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다. 휴...



아, 어쨌든.



친구2가 내게 '역사를 유독 재미없어 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나는 진짜 그런가보다. 지난번에 집중 못한 강의도 역사에 대한 거였고, 이번에도 마찬가지. 3.1 운동부터 시작해서 여성들의 운동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와 나는 또 집중을 못하겠어. 그러다가 현대로 넘어와서 급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미러링과 아카이빙에 대한 얘기부터 내 눈이 초롱초롱 정신 집중 뽝!


역시 강의를 듣기를 잘했다고 느끼는 게, 이 강의를 들으면서 내 자신에 대해 돌이켜보게 됐기 때문이다. 미러링은 효과적인 방법이었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라고 의문을 가졌는데 곧 아카이빙이 등장했다는 얘기를 하면서, 권김현영 쌤은, 일단 페미니즘을 알고 나면 그 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그 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라고 하셨다. 덧붙이시기를, 그러나 우리는 '멈춰있을 확률은 있다'고. 그러니까 끊임없이 개인과 집단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거였다. 어떤 것이 나을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거였다. 우리는 새로운 개인이 되고 또 새로운 집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여자의 적은 여자'란 말이 지금은 나쁘게 쓰이고 있지만, 이 언어에 발끈하기 보다는 '어, 여자의 적은 여자야, 여자의 적은 남자고, 우리는 모두 서로 친구이기만 할 순 없어, 때로는 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가 되기도 해' 라고 대응하면서, 그 언어를 '나쁜 뜻'에서 다시 가져오자고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너무 알겠어서 좋은 거다. '보지'에 대한 언급도 그랬다.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보지는 혐오의 발언으로 쓰일 수 있지만, 자꾸 등장하고 공론화 시키면 그것을 혐오의 단어에서 가져올 수 있게 된다는 거였다. 



좋은 토론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좋은 토론이란 '내 생각은 너와 달라'가 아니라고 하셨다. 이건 그냥 '너는 그렇게 생각하든지'의 의미이니까, 우리는 정말로 상대의 생각과 의견이 궁금할 때, 그때 좋은 토론이 성립할 수 있다는 거였다. 토론은 그렇게, 그럴 때 해야 한다고.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게 하기 위해 근거를 들이대고 '이게 맞아' 하기 보다는, '너는 이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해?' 하고 정말 궁금해서 물어야 한다는 거였다. '이기기 위한' 토론이 아니라 '상대의 생각이 정말 궁금할 때' 토론을 하라고.


마찬가지로 좋은 질문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좋은 질문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예를 든 게 강남역 살인사건 이었는데, 여기에서 많이 나왔던 질문, '범인은 조현병이었나', '범인은 왜 그 여자를 죽였냐'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보다는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는 거였다. 


왜 그 많은 여자들이 강남역에 포스트잇을 붙였을까?


이 질문은 확실히 그 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드는 데 아주 의미있는 질문이라고. 




아 또 내가 잘 정리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먼... 계속해서,



여성은 다양하다, 차이는 중요하다, 더 작게 나뉘어 더 많이 토론하라 고 강의를 마치는데, 끝으로, '사랑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나 역시 내가 가야할 길을 새로이 다잡을 수 있었다. 그간 뭐랄까, 너무 한쪽 성을 미워하면서 진짜 혐오하는 마음이 되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내가 사랑하는 남자들은 있고, 그러다보니 내가 내 갈 길을 잃고 헤매이는 기분도 종종 들곤 했던 거다. 내 안의 모순과 싸우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 그런데 '사랑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들으니, 내가 내 안의 혐오를 다스리면서, 지금처럼 나와는 다른 성별을 가진 사람을 사랑하면서, 그러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겠구나, 싶어지는 거다. 토론, 질문, 사랑까지... 마지막 삼십분은 진짜 너무 좋은 강의였다. 역시 듣기를 잘했어...




여성운동의 역사를 죽죽 듣고 있다가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는 게 '도끼의 여왕' 이었다. 1869년 미국에서는 '금주당'이 만들어지는데, 여성들이 벌인 운동인 것. 이게 가만 보니 남자들이 술을 먹고 여자들을 때리고 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거다. 그래서 술을 못마시게 하는 당을 만들어 운동을 했던 건데, '캐리 네이션'이 도끼를 들고 술집을 다니면서 막 다 때려부쉈다는 것. 술 못먹게 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 여자가 덩치도 커서 남자들도 어쩔 수가 없었단다. 키가 18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1977년 미국에서 있었던 <커피 끓이는 법>을 가르치는 운동도 재미있었다. 한 비서가 상사의 커피 끓여오라는 명을 받아들이지 않는데, 그 이유로 회사에서 잘린 거다. 이에 여자들이 들고 일어난다. 남자들은 '커피를 여자가 더 잘 끓이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킨다고 하길래, 이에 여자들은 강의실을 빌려 '커피 끓이는 법'을 강의할테니 모두 오라고 하는 거다. 그러나 거기에 오는 남자들은 없었고, 그래서 '너네는 못끓여서라고 하지만 배울 생각도 없지 않냐' 라고 했다는 것. 아, 여자들 진짜 너무 똑똑하다... 이것도 자료를 검색해 넣고 싶지만 못찾겠네...




그리고 위계질서에 대한 얘기도 했는데, 이승기의 노래 '너라고 부를게' (제목이 이거 맞나?) 를 예로 들면서, 연하의 남자가 연상의 여자와 사귀게 되면,


'이제 누나라고 안부르고 너라고 부를게' 


라고 말하는 게 너무 당연해진다는 거다. 그런데 반대로, 연하의 여자가 연상의 남자를 사귈 때,


'이제 오빠라고 안하고 너라고 부를게'는 있지 않다면서. 



이거 생각하는데 갑자기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도 자유롭지 못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네 살 연하를 사귀던 시절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는 나를 '너'라고 부르고 나는 '~씨' 라고 불렀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살 연하 사귈 때(응?) 그는 내게 '너'라고 하지 않았는데, 네 살 연하 이 좌식은 나한테 너라고 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의 기본은 내게 반말이었고 나는 그에게 존대가 기본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포지션은 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찬란한 시절이었지...찬란했던 나의 봄날이었어...아름다웠다.........어쨌든, 갑자기 열 살 연상의 남자 사귀면서 '너라고 부를게' 이러고 싶은데, 뭔가 이러면서 소심한 복수 같은 거 하고 싶은데, 그런데 열 살 연상의 남자는 결코 사귀고 싶지 않다는 게 함정... Orz




자, 그건 그렇고 말입니다.


제 두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방금 막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등록되었습니다. 훗.
















일단, 저 표지의 인물이 저냐고 또 사람들이 묻기 시작했는데, 네, 저 아닙니다. 저 아니예요. 저 아닙니다. 

두번째는 첫번째보다 나을 줄 알았는데, 내놓고 나니 첫번째보다 더 쫄리고 두렵네요. 후아-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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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3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3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3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4-13 09:51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 제가 뭐 달리 어떤 말을 더 드려야할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ㅠㅠ

포스트잇 2017-04-1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책 출간하신거 축하드려요. 관계..., 저와 작가님과는 알라디너 ㅎㅎ

다락방 2017-04-13 09:5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우리는 다정한 알라디너 ♡

블랙겟타 2017-04-13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아.아니..이작가님. ㅎㅎ 책 출간 축하드립니다 ٩(๑˃̶͈̀◡˂̶͈́๑)۶
가기 싫은 마음을 꾸역꾸역 누르고(?) 가신 덕분에 제가 강의의 내용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ㅎㅎ
평소에 다락방님의 좋은글 무료(!)로 읽고 있었으니 따끈따끈한 새책 구매로 보답해드릴께요~^^
(위에 커피 끓이는 법 운동을 심심해서 찾아보니 ‘자유를 위한 탄생‘이라는 책 중에 내용이 잠깐 나오더라구요.)
https://goo.gl/Il3OFe

다락방 2017-04-13 10:37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블랙겟타님. 책 구입은 감사드리고요, ㅋㅋㅋㅋㅋ
링크 역시 감사드립니다. 저는 검색 바보라 검색 잘 못하는데, 블랙겟타님은 금세 찾아내셨네요. 후훗.
여성운동 역사는 재미있더라고요. 저렇게 재미있는 게 툭툭 튀어나왔어요. 물론 집중을 잘 못해서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다 흡수하진 못했지만 ㅠㅠ
잠시 쉬다가 또 강의 있으면 찾아가서 듣고 나눌게요. 헤헷.
고맙습니다!

레와 2017-04-1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____________________^

다락방 2017-04-13 10:37   좋아요 0 | URL
히죽히죽 ^__________^v

아무개 2017-04-1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책은 페미니즘으로? ^^

다락방 2017-04-13 10:38   좋아요 0 | URL
저도 방향을 그렇게 잡고 있긴 합니다만, 게으른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하핫.

몰리 2017-04-1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 드립니다. ^^
표지는 다락방님과 아주 (아주 아주) 닮았지만 다른 분이신 건가요?!
(비슷한 느낌인 듯해요... 서재에서 본 몇몇 사진 속의 다락방님과..)

다락방 2017-04-13 10:39   좋아요 0 | URL
축하 감사합니다, 몰리님. 헤헷.

표지는 저와 아주아주 다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뭐랄까, 저 표지에서 주는 어떤 분위기? 우아함? 같은 걸 전혀 갖고 있지 않아요. 아하하하핫. 아하하하핫. 어쩐지 부끄럽네요. 하핫.

스윗듀 2017-04-1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친한척하고싶다...!!! 다락방님 축하드려요❤️💛💚💜💙🎉💐🍾

다락방 2017-04-13 10:4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스윗듀님. 우리는 이미 다정한 사이 ♡

지나다가 2017-04-13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노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지민과 시우민이 같이 부른 ‘야 하고 싶어‘ 라는 노래가 있어요! 한참 연하의 여자가 연상의 남자한테 이제 야 라고 부르고 싶다고 하는 노랩니다. 재밌지요? ㅎㅎ 출간 축하드려요!

다락방 2017-04-13 10:48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런 노래가 있습니까? ㅋㅋㅋㅋ 퇴근길에 찾아 들어봐야겠네요.
축하 고맙습니다!

hnine 2017-04-1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상했던 일입니다^^

다락방 2017-04-13 11:21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

무해한모리군 2017-04-13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귀면 다 반말하는거 아니예요? 전 이름 부르는데ㅋㅋㅋㅋㅋ
(전 막대먹은 부하이기도 한지 은근슬쩍 선임한테도 반존대)

책은 장바구니로 직행하며 축하드립니다.
아주 긴 편지를 받는거 같은 기쁨입니다.

다락방 2017-04-13 12:23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사귀는 상대마다 좀 다르게 나타나더라고요. 누군가에게는 반말이 베이스고 누군가에게는 존대가 베이스고. 그런데 기본적으로 좀 섞어쓰는 경향은 있어요. ㅎㅎ
네 살 연하와도 섞어썼구요. 베이스가 존대였지..

장바구니에 넣으셨다니, 후훗, 고맙습니다. 책을 읽고난 후에도 기쁘셨으면 좋겠어요. 두근두근 합니다.

낭만인생 2017-04-13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글이 엄청 재미있습니다. 믿고 바로 주문 들어갑니다.

다락방 2017-04-14 08:30   좋아요 0 | URL
아이고, 재미있다고 해주시고 또 바로 주문까지 해주셔서! 제가 진짜 감사드립니다.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7-04-1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이작가님, 드디어 두번째 책이 나왔군요. 진심 축하드립니다!!!
100쇄 도전! 아자아자!!! *^^*

다락방 2017-04-14 08:30   좋아요 0 | URL
100쇄도전... 하아- 무명의 블로거에겐 너무나 먼 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해보겠습니다. 도전!

건조기후 2017-04-1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ㅎㅎ 책 예뻐요 :)

다락방 2017-04-14 08:30   좋아요 0 | URL
헤헷, 늘 고맙습니다, 건조기후님.
:)

서니데이 2017-04-1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책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17-04-14 08:30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 잘 팔려야 할텐데요. 아하핫

moonnight 2017-04-13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다락방 2017-04-14 08:3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문나잇님. 이제 열심히 팔아보아야지요. 훗.

프레이야 2017-04-13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카추카!!! 물은 거 취소에요 ㅎㅎ

다락방 2017-04-14 08:31   좋아요 0 | URL
축하 고맙습니다, 프레이야님.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두근두근)

Forgettable. 2017-04-13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헿 드디어 나오는군요. 진짜 대단해..

다락방 2017-04-14 08:31   좋아요 0 | URL
뽀게터블도 엄청 대단합니다.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살고 있잖아요!
축하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7-04-14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페이퍼는 바로 이 맛이야!˝ 하면서 다 읽었더니...짜잔~~ 두번째 출간소식이 나왔어요!! 축하하며 장바구니로~~♥♥

다락방 2017-04-14 08:3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장바구니가 되겠군요. 헤헷 ^^v

노란곰 2017-04-14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ㅡ 언제 2권 나오나 했는데 드뎌 나왔네요^^ 축하드려요, 작가님^^ 2권도 꼭 사는걸로 헤헷!

다락방 2017-04-14 15:56   좋아요 0 | URL
기다려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노란곰님. 헤헷.
2권 사서 읽겠다고 하시는 말씀, 역시 감사하고요.
아무쪼록 좋은 독서의 시간이 되셔야 할텐데 말입니다. 걱정걱정.
헤헷.

비공개 2017-04-1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정말 부지런하시고 대단하셔요^^

다락방 2017-04-14 16:30   좋아요 0 | URL
축하 고맙습니다. 대단하진 않지만 제가 꾸준한 사람이긴 한 것 같습니다. 이히히히히 ^^v

시이소오 2017-04-14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지내나요? 몬 책인데 다들 읽고싶다고 난린가, 했더니 다락방님 두번째 책이었군요. 헐~~
미처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ㅠㅠ
직장일 하시면서 책 쓰시느라 고생하셨겠어요.
열독하겠습니다^^

다락방 2017-04-14 17:1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읽고싶다고 난리라니, 시이소오님, 과장이 지나치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번째 책의 판매를 시작하면서 머릿속에는 세번째 책에 대한 구상이 끝났습니다. 하핫. 부지런히, 열심히 읽고 써야겠어요. 불끈!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시이소오님. 그러나 그것이 저자의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죠. 긴장됩니다. 두근두근.

비로그인 2017-04-14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짱 축하드려요~~~ ♥.♥
(전 연상의 남자에게 너라고 부르고 있네요ㅋ)

다락방 2017-04-16 00:16   좋아요 0 | URL
우와 짱 멋져요, 아른님~ 헤헷
축하 감사드려요 :)
 
















나는 『위르쉴 미루에』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베껴놓기로 했다. 책을 베끼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난생처음이었다. 방 안을 뒤져 종이를 찾아보았지만 부모님에게 편지를 쓸 때 사용할 종이 몇 장밖에는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점퍼의 양가죽에 직접 옮겨 쓰기로 했다.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마을 사람들이 주었던 그 점퍼의 겉면에는 길고 짧은 양털이 뒤섞여 있었지만, 안쪽은 털이 없이 매끈한 가죽이었다. 안쪽 가죽은 군데군데 갈라지거나 해져 있어서 글을 쓸 자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옮겨 쓸 만한 본문을 선택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나는 위르쉴이 최면상태에서 여행을 떠나는 장면을 쓰기로 했다. 나도 위르쉴처럼 침대에 잠든 채 오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우리 집에 가서 어머니가 뭘 하고 계신지를 보고, 또 부모님과 함게 저녁 식탁에 앉아 그분들의 앉은 자세라든가 반찬이나 접시 색깔을 관찰하고 음식 냄새를 맡고 그분들의 대화를 들어보고 싶었다. 나도 위르쉴처럼 꿈을 꾸면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들을 보고 싶었다. 

늙은 산양가죽에 만년필로 글씨를 쓰기란 쉽지 않았다. 가죽은 윤기가 없고 꺼칠꺼칠해서 가능한 한 많은 본문을 옮기려면 깨알같이 작은 글자로 써야 했는데 그것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소맷자락까지 글로 가득 채웠을 때는 손가락이 부러지기라도 한 것처럼 몹시 아팠다. (p.82-83)




'마오와 그의 당원들의 저서, 순수한 학술서를 제외한 모든 책이 금서'(p.70-71) 였던 때에, 주인공은 친구 '안경잡이'로부터 발자크의 소설을 빌려 읽게 된다. 함께 지내던 친구 '뤄'와 번갈아 그 책을 읽고는, 너무 좋아서 어디에 옮겨적을까, 하고 양가죽 점퍼에 몇 문장만 발췌해 적고 책을 돌려준다. '뤄'는 당시에 좋아하던 바느질하는 소녀에게 그 책을 읽어주고 싶지만 책을 이미 주인에게 돌려준 터라 그럴 수 없어 안타까워 하고, 이에 주인공은 자신의 양가죽 점퍼를 내어준다. 그 점퍼를 들고 뛰어가, 뤄는 바느질 하는 소녀에게 발자크 소설의 지극히 일부를 들려준다.


모든 책이 금서였던 그 때에 발자크의 소설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세상에 알려지면 안되었고, 그러므로 비밀가방에 꽁꽁 숨겨두고 지냈었는데, 주인공과 친구 뤄는 안경잡이로부터 다른 소설을 또 빌려 읽고 싶다. 그러나 그 길이 쉽지 않다.



글을 알면 글을 읽을 수 있고 글을 읽을 수 있다면 책을 읽을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었던 때에 발자크의 소설은 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고 위로이고 욕망이었을까. 그런데, 이렇게 양가죽 점퍼에 옮겨 적는 건 너무나 공간이 작지 않은가. 옮겨 적을 수 있는 분량도 적었을 터. 아...얼마나 감질났을까.....



나는 이 책의 절반정도를 읽었는데, 앞으로 남은 절반 정도에 어떤 이야이가 있을지 기대된다. 그보다는 사실, 누구의 어떤 책을 이들이 또 만나고 읽게 될지, 그게 너무 궁금해. 등장인물들이 책에 빠지는 걸 보는 건 너무 즐겁다! 그런데..나 아직 발자크를 안 읽어봤어. 위르쉴 미르에가 발자크 책의 제목이며 동시에 등장인물의 이름이기도 한 모양인데, 발자크의 책은 어떤 게 있는지 자,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넣어보자.



















아니, 나 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고리오 영감》 읽었잖아 ㅋㅋㅋㅋㅋㅋ 게다가 《나귀 가죽》갖고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미 읽고 가지고 있는 작품의 작가였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에 나왔던 위르쉴 미르에는 아직 번역된 게 없는가보다. 궁금하구먼.... 



다음 읽을 책은 자연스레 나귀 가죽으로 결정되는건가....




그나저나 나도 필사를 한 번 해볼까....



음...




귀찮군.....



그냥 읽기만 하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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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4-12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읽기만 하자, 나는... two.

다락방 2017-04-12 17:13   좋아요 0 | URL
사둔 책 읽기도 못하고 있는데 필사 생각은 왜했나 몰라요. 워워~ ㅎㅎ

hellas 2017-04-12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사... 빠른 포기 응원합니다>_<

다락방 2017-04-12 17:14   좋아요 1 | URL
포기를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여 제가 필사를 시도하려 하거든 말려주세요. 이만 총총. ㅎㅎ

단발머리 2017-04-12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책에선가 공지영 작가님이 <고리오 영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읽고 도전했다가 포기한 1인입니다. ㅠㅠ
다락방님~~~ 오호~~~
진짜 책 많이 읽으시는 분이군요.
오상진 부럽지 않아요~~~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7-04-12 17:14   좋아요 0 | URL
고리오 영감 분명히 읽었는데 내용 생각이 1도 안나네요. 집에 가서 다시 읽어볼까... 하다가, 아니, 읽을 책이 산더미인데 무슨 정신으로 다시 읽는단 말인가! 하고 사뿐히 넘기려고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2017-04-12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필사를 위해 필사도구들을 구매하기 전에 포기해서 다행일지도 몰라요 (필사노트만 사둔 1인

다락방 2017-04-12 17:15   좋아요 0 | URL
크- 필사노트를 사두셨군요, 롸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말씀하신 대로, 저는 도구를 갖추지 않고 포기해서 다행이에요. 아하하하하. 그런데 갑자기 하고 싶어지면 어쩌나, 조금 걱정이 되긴 합니다. ㅋㅋㅋ

유부만두 2017-04-1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재밌게 읽었어요! 저 역시 발자크 검색했구요, 집에 있는 발자크 보고....반갑더라구요;;;;새삼.

다락방 2017-04-13 09:46   좋아요 0 | URL
뒤에 절반 읽어야되는데 제가 어제부터 모든 일에 의욕을 잃어서 책 읽기도 싫고 공부하러 가기도 싫고 그랬어요. 아아, 나를 내버려둬야지... 하아-
그나저나 발자크, 나귀가족 좀 읽어봐야겠어요.

singri 2017-04-12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넘 재밌었어요 ㅋㅋㅋ발자크 읽어봐야지 그래놓고 전 검색도 안해봤다는 ㅋ

다락방 2017-04-13 09:46   좋아요 1 | URL
전 검색하고 집에 책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우엇 난 역시 짱이야!‘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리미리 준비해놓는 이 준비성!!!

무해한모리군 2017-04-13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언급하셨던 사람아아사람아와 더불어 이 책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문화대혁명때 저 촌락에 던져졌던 아이들이 성장해서 과연 엘리트주의물은 빠졌을지, 그 중몇은 권력의 승계를 다시 기어올라왔을때 그 촌락사람들을 기억해서 뭔가 해줬을지 이런 것들이 궁금했어요.

다락방 2017-04-14 08:44   좋아요 0 | URL
지금 절반 읽고 멈춰있는 상태라서 그 뒤에 어떤 이야기가 올지 궁금해요. 그들은 또 책을 빌려읽게 될지...
사람아 아 사람아를 오늘 선물 받았어요. 언제 읽을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책을 읽으며 발자크를 읽던 소녀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

moonnight 2017-04-1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필사에 대해 생각해보곤 하는데 읽은 책 독후감도 안 쓰는 주제에 필사는 무슨. 이라며 훠이훠이, 레드썬-_-; 저역시 그냥 읽기만 하는 걸로^^;

다락방 2017-04-14 08:44   좋아요 0 | URL
필사는...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안해봐서 모르겠는데, 저는 하다가 아마 ˝안해 안해!˝ 하고 집어던질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을테고 그중에는 내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관계의 시작도 있을 터이다. 이 책에서처럼 이미 혼수상태인 여자를 처음 맞닥뜨리고 나서 시작되는 사랑도 있을 것이고. 남자의 입장에선 혼수상태인 여자를 처음 만났지만, 혼수상태에서 청각만 살아 있는 여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병실에 우연히 들어온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음성과 목소리-모르는 여자에게 하는 이야기-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설정 자체가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러나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포장한 것도 사실이다. 영화를 읽는 내내, 혼수상태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영혼 상태-, '마크 레비'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개정판 제목은 '천국 같은')》이 생각났어야 이 말랑한 로맨스에 내가 빠져들 수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페도르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가 자꾸만 생각났다. 즉, 공감보다는 짜증이 더 컸다는 거다. 



우리는 실체가 없는 대상과 충분히 사랑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에미'와 '레오'처럼 이메일로 사랑에 빠지는 게 가능하고, 영화 《her》처럼 목소리로 사랑에 빠지는 것도 가능하다. 폰팅으로 데이트를 하던 시절도 누군가에겐 있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나는 눈 앞에 있는 대상, 재스민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누워있는 여자에게 사랑이 생겨난다고 해서 그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병실에 들어가서 그녀의 침대에 눕고, 아무리 '두 시간 정도는 호흡이 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제멋대로 호흡장치를 떼내는 것을, 사랑의 연장선상과 과정의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낭만을 치덕치덕 발라대느라 상대의 의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이 책이 로맨스가 될 수 있었던 건, 다행스럽게도, 누워서 청각만 살아 있는 여자 역시 자신의 병실에 주기적으로 찾아드는 남자를 좋아하고, 기다리고, 사랑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건 책을 읽어 여자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인데, 여자 역시 사랑이 싹트고 있었으므로 이게 괜찮아질까? 글쎄? 여자는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내 옆에 누워요' 라고 말한 적이 단 한 순간도 없는데? 그러니 여자의 사랑 역시 시작되었다 할지라도 남자가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행해지는 이 모든 일들은 낭만으로 포장되어서는 안되는 게 아닐까. 여자가 아무것도 못한다. 아무것도 못해서 누워있고 눈도 뜨지 못하고 기계에 의지해 숨만 쉬고 있다. 그런데 사랑하기 때문에,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서, 기존에 사랑을 나누던 사이도 아닌데, 거기에 자꾸 가고 침대에 누워서 자??? 




'페도르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에서 남자는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래서 여자의 집에 몰래 따라가 여자가 샤워하는 틈을 타 여자의 방에 몰래 침입해 그녀의 머리핀 하나를 가지고 나온다. 그러다가 샤워가 끝난 여자와 마주쳐 여자를 겁먹게 한다. 그 여자가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고 그는 그녀의 간병인이 되는데, 그녀의 머리를 잘라주고 손톱을 다듬어주고 몸을 닦아주고 생리대를 갈아주는 모든 일을 도맡아 하며, 생전에 그녀가 좋아했던 무성영화를 보고 와서는 의식 없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얘기해준다. 왜냐하면, 그녀를 사랑하니까. 그리고는 그녀와 결혼할거라 친구에게 말하며, 급기야 그녀를 임신시키고 만다. 이게 남자가 모두 '사랑해서' 한 일이다. 여자는 자신의 의견을 한 마디도 전달한 적이 없는데.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무성영화 얘기를 해준다해도, 여자가 그걸 바랐는지 바라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게다가 그 대상은 일전에 자신의 방에 몰래 침입했던 남성이었다. 그녀가 허락한 적 없는데 남자는 그녀와 결혼할거라 말하고, 그녀가 허락한 적 없는데 남자는 그녀를 임신시킨다. 그녀도 혼수상태에서 이 모든 과정에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고 허락하는 마음이 되었을지, 물론 모른다.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입 밖에 낸 적이 없고(낼 수 없었고!), 그러므로 남자는 '들은' 적이 없는데, 그런데 '우리는 서로 사랑해' 라면서 임신을 시켜?



자꾸 이 영화가 이 책을 읽는데 겹쳐져서, 나는 작가가 쳐발쳐발한 낭만을 도무지 느낄 수가 없는 거다. 나는 낭만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설사 상대 역시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한들, 그 사실을 들은 적이 없으면서, 허락을 받은 적이 없으면서 제멋대로 자신의 사랑을 '실행'에 옮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게 이 소설의 낭만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아버지는 이제 화가 단단히 난 것 같다. "혼수 상태에 빠져도 다 들을 수 있고말고. 하지만 자명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엘자는 본인의 선택으로 우리를 떠나가는 거야."

"엘자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본인 선택으로 이렇게 됐다고 하실 수 있어요?" (p.251)




생명 연장장치를 떼어내기로 결심한 가족들에게 남자가 나서서 반대를 하는 장면이다. 엘자는 청각이 있었고, 속으로 물론 자신이 죽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므로 남자가 '엘자가 선택한 게 아니다'라고 한 말은 아주 '정확한' 말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그가, 그녀가 한 번도 선택한 적이 없는 '침대에 함께 눕기'를 계속해왔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당신, 이렇게나 잘 알고 있으면서 당신이 한 건 뭔데? 하고 반문하고 싶달까. 




이 책속에 그려진 '친구' 관계 만큼은 좋았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친구가 주인공들에게 있었다. 주인공들의 삶은 그래서 하루를 더 살게 되고 또 연장이 되고 할 수 있었다. 친구, 좋네.. 하는 생각을 책을 읽다 여러번 했다. 그러나 그것이 주인공들의 연애에 이르지는 못했다. 자기들이 좋다는 데 내가 뭐랄 수 있을까마는, 내가 읽고 싶은 연애 이야기는 이런 게 아니다.




아, 그리고 꼭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런 얘기, 아무리 친하고 다정하고 좋아하는 사이라고 해도 막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거다.


"너도 빨리 가족이 생기면 좋겠어." (p.150)



일전에 한 친구가 내게 '너도 빨리 연애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하고 말했던 게 생각난다. 아니 ... 내가 '비연애' 상태라고 해서 왜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내 연애를, 내 결혼을 니가 바라지 않아도 된다. 


할 말이 없다. 늘 이렇다. 이래서 쥘리앵을 제일 친한 친구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1년 만에 처음으로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눈물을 보일 수는 없다. 하물며 이 자리에선. 사람으로 미어터지는 술집에서 질질 짤 수 있나. 수요일 저녁이란 말이다.
"그만 나갈까." 쥘리앵이 말한다.
"뭐?"
"너 울음 터질까봐."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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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2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2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7-04-12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거리를 읽고 바로 [그녀에게]가 딱 떠올랐는데.. 역시.

전 패스!

다락방 2017-04-12 17:17   좋아요 0 | URL
친구에게 빌려 읽었는데 친구도 읽고 영 찜찜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녀에게 계속 생각나서 즐겁지 않은 독서였어요. -.-

2017-04-12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3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룩말 2017-04-1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미친년 ˝ 이란 말이 자동으로 나왔어요. 그 친구. 지금도 친구예요??^^

연애와 행복이 무슨 상관이죠? 저와 제 옆에 있는 그 분은 서로 ˝사랑해˝ ˝사랑해˝는 수만번 하지만, 제가 ˝ 행복해? ˝라고 물으면 ˝ 아니 ˝ 라고 대답하는 요즘입니다. 그 분의 ˝행복해?˝라는 질문에 저는 ˝참담해˝라는 대답이 나오더군요.

다락방 2017-04-13 09:48   좋아요 0 | URL
그 친구는 지금도 친구입니다. 그 당시에 니 기준을 나에게 적용하지 말라고 말했고요. 훗. 자기 딴에는 선의로 한 말이고 제가 한 말을 알아들었어요.
그나저나 얼룩말님, 옆에 누가 계시군요! 일상속에서도 행복을 찾고 또 서로에게서 행복을 찾으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시길 바랄게요. 옆에 누군가 있다는 거 참 안정적인 기분을 줘요.
:)

moonnight 2017-04-13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읽지 않기로 합니다. ^^ 저도 영화 ‘그녀에게‘가 끔찍했어요ㅠㅠ;

다락방 2017-04-14 08:45   좋아요 0 | URL
네, 저는 그 영화가 정말 끔찍했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영화더라고요.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