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한편 지어봤어요. 3

맞춤



아메리카노는 머그잔에

와인은 와인잔에

소주는 소주잔에

맥주는 유리컵에


그렇지 않으면 제 맛을 못낸다



너는 나에게


그렇지 않으면 제 빛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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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4-11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다락방 2018-04-11 08:34   좋아요 0 | URL
저는 혼자 이 유치한 걸 생각하고서는 아 유치해... 이러면서 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실 2018-04-11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저두 따라해야지. 시를 한편 지어봤어요~~~~~

너는 나에게
그렇지 않으면 제 빛이 사라진다.
칠봉님? ㅎㅎㅎ

다락방 2018-04-11 09:28   좋아요 0 | URL
아 빵터졌네요 아침부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8-04-11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홍!

다락방 2018-04-11 09:28   좋아요 0 | URL
비연님.
낯선 살냄새가 제게로 오고 있습니다... (딴소리 ㅋㅋ)

비연 2018-04-11 09: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결국 낯선 살냄새를 취하셨군요.

다락방 2018-04-11 10:06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이 책을 다 읽고 잤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때문에 좀 속상했다. 그 사건이 이 책에 굳이 필요했을까. 내가 다 읽었단 얘기에 친구는 '그 이야기 너무 싫지 않냐'고 물어왔고, 나 역시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걸 넣어야 했나 싶다'고 말했다. 그 일은,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고 또 이 전체적인 시리즈에서도 부러 넣지 않았어도 좋을 이야기였다. 그 사건 때문에 릴라가 더 공허함을 느끼는 노년을 맞게 되었지만, 그렇게 해서 더 공허하게 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굳이 그 사건을 넣은 이유를 모르겠다. 시리즈를 통틀어 많은 크고 작은 사건들은, 분명 존재했던 게 사실이고, 시대적 배경으로 사실이었고, 그러니 그것을 이야기의 흐름에 넣은 것은 작가 나름대로의 의도이며 계산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배치한 것은 작가가 굉장히 영리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사건'에 대해서라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작가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게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그 사건을 뺐어도 이 시리즈가 더 나빠지거나 더 심심해지지는 않았을텐데. 그게 좀 속상했다. 좀 찜찜하기도 하고.



이 책을 나보다 먼저 읽기 시작한 E 는 읽으면서 내내 이 책을 내가 읽기를 원했었다. 제발 좀 읽으라고, 언제 읽을 거냐고, 이 책은 진짜 니가 좋아할거라고 계속 얘기했었다. E 는 이 책에 이입이 너무 잘되고, 자신의 인생책이 될 것 같다고 했는데, 나는 E 가 기대한만큼 이 책을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그런데 E 가 내게 왜 읽으라고 했는지는 알겠더라. 내가 E 보다 먼저 완독한 지금, 내가 먼저 다 읽을거라 생각한 E 는 어제 내게 그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레누와 내가 겹쳐졌다고. 그러면서 '네가 가슴 아플까봐 내가 먼저 말하진 못했는데, 레누가 글을 쓰는 사람이어서 너 생각 나기도 했지만,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하는 거 보고 니가 이입 너무 잘할거라고 생각했어' 라고 했다. 아, 나를 너무 잘 아는 E 여........ '레누는 계속 너같았어' 라고.......



어느 지점에서 E 가 그렇게 생각하고 느꼈는지를 나는 너무나 잘 알겠고 또 동의하는 바이다. 그런데, 내가 결정적으로 레누랑 다른 게 있었으니, 나는 평생 그렇게 누군가를 경쟁자이자 친한 친구로 의식하며 살지 않았다는 거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는 경쟁이 사실 별 필요가 없었다. 뭐 다른 점을 찾자면야 그보다 많겠지만, 같은 점 역시 무시하지 못하게 많은 것. 어리석은 선택을 할 때마다 레누가 나같았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들'을 할 때마다 나는 레누가 되었다. '나라고 별 수 있었을까' 하게 됐던 것.


나와 레누가 가장 같았던 지점이 E 가 내게 말한것처럼, '글 쓰는 것'과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한 것'인데, 이게 가장 비슷하면서 또 가장 다르기도 한데, 일단 그 행위들에 있어서는 나와 같지만, 그 결과에 있어서 나와 다르다. 왜냐하면 레누는, 엄청 잘나가는 책을 썼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도 하고, 레누의 책은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번역되고 막 그랬어? 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이 한국에서도 안팔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뭐가 레누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그냥 다락방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또 다른 건, 레누가 평생에 걸쳐 사랑한 그 단 한사람은, 개쓰레기였다는 사실. 그래서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사랑이었건만, 이루고나서 '헐 이게 뭐여...' 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것.






레누는 그와 사랑을 하고나서, 그를 사랑했던 기나긴 세월이 사라지는 걸 느낀다. 아, 너무 가슴아프지 않은가.



'그를 사랑했던 기나긴 세월이 그날 아침 송두리째 사라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를 사랑했던 기나긴 세월이 그날 아침 송두리째 사라지진 않았다. 송두리째 사라졌다면 나는 진짜..어휴................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레누가 사랑한 사람에 비하자면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지만, 막 아주 그렇게 강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가 강하지 않았다는 게 내가 그를 사랑하지 못할 이유는 아니다. 다만, 그가 좀 더 강했으면 내가 좀 더 행복해졌을 거라고 생각할 뿐.



아오 너무 가슴 시리지 않냐.



'그를 사랑했던 기나긴 세월이 그날 아침 송두리째 사라진 것이다.'





회사에 올해 환갑이 되신 직원분이 계신데 이 분은 가끔 마라톤에 참여하신다. 이번에도 4월에 신청하셨다길래, '지난번에 발 아프다 하셨는데 괜찮으시겠냐' 물었더니, 발은 여전히 아프다는 거다.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몸도 안만들고 게을러지게 된다고, 그래서 식구들이 말리는데도 굳이 신청하는 거라 하셨다.


"사람이 목표가 있어야 되거든. 그래야 게을러지지 않아요."





마침, 나는 오늘 아침에 목표 있는 삶에 대해 생각했었는데, 어쩜 이렇게 회사 와서 이런 말을 듣게 될까. 내가 생각한 그대로를 말씀하시네.




아주 오래전, 이십대 후반 무렵에 J 라는 남자사람을 알게됐다. 나보다 몇 살 어린 친구였는데, 첫만남에서부터 나는 그에게 강하게 끌렸고, 그도 나를 되게 '신기한 캐릭터'라며 좋아했다. 그는 당시에 막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여기저기 입사원서를 내고서는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하루는 내게 연락을 했다. 나는 그와 내가 아는 게 Y 가 중간에 있었던만큼, Y 없이 내게 연락한다는 게 뭔가 .. 신기했지만(?), 싫지 않아서 따로 연락을 하곤 했었는데, 마침 자기가 강남에 있는 회사에 면접을 본다는 거다. 강남이니만큼 면접 후에 나를 만나 식사를 하고 싶다는 것. 나는 아, 좋긴 하지만 나 퇴근후에 만나려면 니가 나를 좀 기다려야 할텐데? 말했더니, 그는 내게 기다릴테니 오라고만 했다. 그렇게 그는 면접을 보고난 후에 강남의 한 까페에서 나를 한참을 기다렸다. 그래서 그날 저녁을 함께 먹고 술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헤어지는 길에 집에 가면서 내게 문자를 보냈다. "최근에 이렇게 많이 웃어본 적이 없다, 너랑 오늘 하루 웃은게 최근에 웃은거 다 합친것보다 더 길다'고 한 거다. 사실 나는 이런 말이 아니었어도, 그가 좀 좋았다. 우리 손도 잡았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만난 첫날부터 ㅋㄷㅋㄷ  어쨌든 그가 좀 좋았지만, 그는 나보다 어렸고, 뭐랄까, 집도 강남이고... 목표가 대기업이고......나는 그가 좀 좋았는데, 그때의 나는 자주 쭈그러지는 사람이어서, 그 뒤로 그가 우리 회사랑 가까운 어느 대기업에 취업하고, 수시로 내게 전화를 걸어와 퇴근후에 밥먹자고 하는데도, 나는 '야근해야 해'라며 거절했었다. '야근해도 밥은 먹고할 거잖아, 밥 먹고 야근해' 라고 하는데, 나는 '아니야 안먹고 할래' 이러고 그를 만나기를 좀 피했어. 나는 너무나 쭈그러진 사람이었지. 내가 감히 어떻게 얘를..뭐 이런 감정이 좀 있었더랬다. 걔랑 키스하는 꿈도 꾸고 그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부끄러워서 이거 쓰다가 얼굴 좀 빨개지고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까지 쓰고 혹시 Y 나 J 가 이 글을 볼 수도 있을까? 싶어서 좀 쫄림)



나야 그놈을 좀 좋아하면서 쭈그러들긴 했지만, 그놈이 나를 이성으로 좋아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나를 뭐랄까, 늘상 되게 특이한 캐릭터라고 생각을 해서 재미있어 했다. 싸이월드가 한참 유행하던 시절, 내 글에 댓글을 남긴 한 여자사람에게 "어? 누나도 이 다락방이란 사람을 알아? 이 사람 너무 신기하지?" 이랬었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가 그렇게 신기하냐 이놈아. 어쨌든 나는 그가 다니던 대기업과 관련있는 회사에 다녔던 사람이라 어느 하루는 그 대기업에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영업부 직원이 해야할 일인데 다 출장을 가서 하는수없이 내가 대신 간 적이 있었다), 그에게 '나 니네 회사 가' 라고 메세지를 보냈더니, '오면 연락해!'라고 해서 그의 회사의 접견실에서 그를 만나 잠깐 수다를 떨다 온 적도 있다.



아, 그런데 이런 썰을 늘어 놓으려던 게 아니라 목표. 목표 얘기를 하려던 거였지.



나는 '목표'란 말을 들으면 자연스레 이 친구 생각이 난다.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 그 후에 계획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거였는데, 정말로 입사후 몇 년 됐을 때였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게 된거다. 싸이월드를 통해서 프로포즈 이벤트도 보게되었고, 또 싸이월드를 통해서 그가 나중에 아이를 낳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나는 그의 삶을 보면서 '와, 정말 계획대로 딱딱 잘 사네'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 친구를 보면서 '나는 무계획의 사람이구나, 나는 계획 같은 거 안세우고 그냥 막 사는 무대뽀의 사람이구나' 생각을 했었다. 그게 나쁘다 좋다의 개념이 아니라, 아 그냥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했던 것. 그러다 나중에,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됐다. 나야말로 계획적인 사람이었고 목표를 꼭 정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다만, 내 목표 혹은 계획이 '대기업 입사, 결혼, 출산과 육아' 가 아니었던 거다. 나는 다른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그 길을 보면서 갔고, 그래서 내가 가진 목표를 다 이루어냈다. 그 누구보다 계획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사람이 나였고, 내가 가진 목표를 다 실행했다고 생각한 순간, '다 이루었으니 이제 닐니리 땡이다' 하는 게 아니라, 바로 다음 목표를 또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던 거다.



나는 게으른 삶을 추구하고 게으르게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지만, 게으르게 살 수가 없는 사람이란 걸 나이들수록 깨닫는다. 가만히 있질 못하고 자꾸 뭔가를 하려고 꼼지락 거리고 빨빨거리고 그러는 거다. 그런데 이게 바로 내가 삶을 힘있게 살아가는 내 식의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목표가 있기 때문에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붙이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목표가 있으면-이 목표는 꿈이라고 바꿔 말해도 좋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 방향을 보고 걷는 거다. 수시로 흔들릴지라도 어쨌든 저기, 내가 닿아야 할 곳이 있으므로 그곳을 보고 걷는다. 그러다보면 거기에 정확히 도달해 깃발을 확- 빼지는 못하더라도, 그 근처에는 갈 수가 있어. 나는 이렇게 사는 게 내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여유롭고 게으르게 사는 걸 추구하지만, 그렇게 살 수가 없는 사람이라, 나는 항상 이렇게 나를 땅에 발붙이게 할 무언가를 자연스레, 나도 모르는 사이 설정하는 것 같은 거다. 거기에는 오래 사랑한 사람을 반드시 만나겠다는 목표 같은, 언제 올지 모를 먼(어쩌면 아주 가까운) 미래의 목표도 있지만, 아주 가까운 미래에 대한 것도 나는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목표 삼아 실천하기 위해 살아간다. 이를테면, 어젯밤 내가 세운 가깝고 작은 목표는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나물 있는 걸로 밥을 비벼먹는다'


는 거였다. 나는 자기전까지 이 목표(혹은 계획)을 잊지 않았고, 내 목표에 대해 아빠께도 말씀드렸다. 참고적으로 내 목표가 무엇인지 혼자 다짐하고 혼자 실행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내가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어도, 도움을 받게 될 수도 있거든. 아무튼 나는 아빠께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밥 비벼먹을거야, 혹시 내가 까먹으면 밥 비벼 먹으라고 말해줘, 라고 말씀드렸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아빠는 나 밥 비벼 먹으라고 계란프라이를 해놓으신 것. 이것봐, 목표에 닿기 위해 도움을 받게 된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오늘 아침 나의 식사!





참기름도 잔뜩 뿌린 비빔밥. 호박, 콩나물, 시금치.. 하나 또 있는데 그 나물은 이름을 여동생이 말해줬는데 까먹었다. 아무튼 그거랑 고추장 넣고 슥슥 비벼서 맛있게 먹었다.


이거봐, 나는 자꾸 이렇게 목표가 있어가지고 게으를 수가 없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빔밥 먹겠다는 목표만 아니었으면 좀 꼼지락거리다 일어나도 됐을텐데, 저거 나물 넣고 비비는데 시간 걸리니까 초큼 더 일찍 일어났다니까?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액션을 취하기 때문에 삶이 단단해진다. (응?)



아무튼 아침에 비빔밥 먹었단 얘기를 거창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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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8-04-1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읽다가 내가 왜 설레었는지... 이런 얘기 좋네요. 한 사람 오래 사랑하다 헤어지는 건 좋은 일이지만 너무 슬퍼요. 다락방님 신기한 사람이었어요? ^^

다락방 2018-04-10 11:56   좋아요 0 | URL
저는 전혀 신기한 사람이 아닌데 ㅋㅋㅋ J 에게는 아마도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인간유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에는 역시 이런 얘기가 좋죠? 후훗.

one fine day 2018-04-1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좋네요. 저는 안빈낙도가 꿈이자 목표인 사람이라 다락방님의 소소해 보이지만 거대한 목표에 많이 동감합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가 참 어려운 거거든요..

다락방 2018-04-10 12:16   좋아요 0 | URL
사실 제 목표를 이루는 데 제가 스트레스를 안받는게 중요하잖아요. 근데 저는 안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뭔가 빡센 목표가 아니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목표는 소소한 게 좋은 것 같아요. 어쩐지 거대하다면, 그건 기간을 엄청 오래 잡으면 될 것 같고요.

아무튼 이제 점심시간입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우리 잘 먹고 지냅시다, 원 파인 데이님! 제가 요즘 느끼는건데요, 잘 먹어야 컨디션도 좋더라고요. 잘 먹고 잘 지내요!

단발머리 2018-04-10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이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하니 이제서야 마음이 딱 놓이고 (나는 뭐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도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니노를 까는 리뷰를 한 편 써볼까 생각합니다. 이 시리즈가 우리에게 선사한 기쁨과 슬픔, 그리고 분노와 빡침의 순간들을 전, 고맙게 생각해요. 오랫만에 정말 밤잠을 아껴가며 밤낮으로 읽는 즐거움을 느꼈거든요. 마지막 부분에 대한 다락방님의 지적도 동의하구요.

다락방님이 레누처럼 훌륭한 작가인건 이 두 가지 때문이예요. 모닝 비빔밥으로 구현된 탁월한 목표 설정과 성실성*^^*

다락방 2018-04-11 08:33   좋아요 0 | URL
니노는 까도 까도 또 깔 게 나오는 진정 리얼 쓰레기죠. 좋은사람인 척, 착한 사람인 척, 다정한 사람인 척 하는게 지상 최고인데, 페미니즘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관심 있어 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실천하지 않고요. 오히려 여성을 우습게 알고 있죠. 니노를 까는 리뷰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이 책 읽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 니노를 까는 글을 하나씩 썼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 아오 너무 싫어요 진짜.

니노 까는 페이퍼 기다리겠습니다!!


제가 탁월한 건 아침부터 비빔밥을 먹는 식욕이 있다는 점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8-04-1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니노 따위를 까는 데 우리의 열쩡이 소비되는 게 막 화가 나고 그러지만 기대도 되는 저는 뭡니까?!! ㅎㅎㅎ 역시 외.완.얼., 쓰.완.얼, 입니다.외도의 완성도 쓰레기의 완성도 니노시키.

다락방 2018-04-11 09:30   좋아요 0 | URL
그렇게나 많은 여자들을 막 대하면서 댄다는 핑계가 자기 정력이 너무 넘쳐서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진짜 할 말을 읽었어요. 어우 쓰레기 진짜.. 분리수거도 안되고 재활용도 안되는 쓰레기....
 

나폴리 시리즈를 다 읽으면 집에 사두고 안읽은 종이책들을 읽을 생각이지만, 물론 크레마에 사두고 안읽은 전자책도 많지만, 그래도 크레마에 재미있는 전자책 하나 넣어둘까 싶어 아까 훑어보았다. 나는 분명 소설쪽을 보고 있었는데... 뭐가 어떻게 된건지..... 어쨌든 '크리스티나 로런' 작가의 책을 보게됐고, 10년 대여 상품이 있고, 아, 이 작가 이름 들어봤는데, 나 뭐 읽은 것 같은데...흐음.. 잘생긴 개자식인가??? 하고 주르륵 작품 소개를 보다보니, 저기 어디쯤, 잘생긴 개자식의 저자라고 되어있다. 그래서 읽어볼까... 읽어보고 싶네.... 긴긴밤, 잠이 안오면 읽기 좋지 않을까 싶은데....제목 때문에 선뜻 구매를 못하겠다. 이거 크레마에 다 남거든.... 제목 왜 이런겁니까...






















낯선 살냄새 라니...........................낯선 당신의 향기...쯤으로 해주지........................낯선 살냄새라니..............



Orz



살까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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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4-0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선 피부의 향기...

다락방 2018-04-0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숙하지 않은 그 향기....

syo 2018-04-0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살치킨냄새 급 맡고 싶다

다락방 2018-04-09 18:00   좋아요 0 | URL
치킨.......................................먹고싶네요. 저는 맵스터 먹고싶어요. 힝 ㅠ

책한엄마 2018-04-09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선 쉰 냄새로 읽었고 상상해 버렸어요.ㅠㅠ

다락방 2018-04-09 18:48   좋아요 0 | URL
악 싫어 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그러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한엄마 2018-04-09 18:50   좋아요 0 | URL
제 눈이 잘못했어요.엉엉..

꼬마요정 2018-04-09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선살내음... ㅎㅎㅎ 제목 좋은데요. 굳이 향기라는 한자어를 안 쓰고 익숙한 냄새라는 단어도 좋고... 왠지 엄마 느낌도 나구요 ㅎㅎ

다락방 2018-04-10 08:00   좋아요 0 | URL
음.... 너무나 음란하게(!) 생각한건 제가 너무나 음란한 사람이어서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님 댓글 읽고나니 뭐 어때? 사자! 막 이런 마음이 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04-09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랄까요.
읽기 전에 상상하게 만드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4-10 08:00   좋아요 0 | URL
막 그런 거 있잖아요.
악 싫어!!!!!!!!!!!!!!!!! 그러면서 또 끌리는....... 그게 살냄새이고 또 살냄새를 제목으로 쓴 이 책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몹시 혼란해하고 있음)

비연 2018-04-10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제목이.............................

다락방 2018-04-10 10:14   좋아요 0 | URL
너무 사기 싫은데 또 너무 사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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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판매중지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참을 크레마로 책읽기에 집중을 못했는데, 최근 나폴리 시리즈를 크레마로 읽기 시작하면서 크레마가 얼마나 편한지 알게 됐다.


1. 활자 크기 조절이 가능해서 보기 편하고

2. 밤에 방 안에서 불 끄고 읽기에도 좋다. 방 불이나 스탠드를 켜지 않아도 보는 데 불편하지가 않아.

3. 누워서 들고 읽기에도 무겁지가 않고, 이 가벼운 무게와 사이즈는 지하철 안에서도 매우 편하다. 가방에도 쏙-

4. 그러면 안되지만 걸으면서 읽기에도 편하다. (이건 안그럴게요...)

5. 밑줄긋기와 책갈피가 스마트폰에서의 이북과 연동된다. 밑줄긋기만 한 눈에 찾아보기가 가능한데, 이게 세상 편한 기능.



고작 나폴리 시리즈로 연달아 두 권을 크레마로 읽으면서 아아, 어쩌지, 이제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사야하나, 나는 앞으로 무겁고 부피가 큰 종이책을 들고 다닐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크레마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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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8-04-09 14: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다니까요~~! 이제 다락방님은 전자책도 사고 종이책도 사는 사람이 됩니다.

다락방 2018-04-09 14:08   좋아요 0 | URL
세상 편하더라고요 ㅋㅋㅋㅋ 아마 전자책을 더 살 것 같은데 그렇지만 종이책도 계속 살테니... 하이드님 예언이 아마도 적중할 듯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연 2018-04-09 14:37   좋아요 1 | URL
전자책도 사고... 종이책도 사고...
그래서 전자책 안 보는 1人...

다락방 2018-04-09 14:57   좋아요 0 | URL
현명하십니다 비연님 ㅠㅠ

비연 2018-04-10 08:19   좋아요 0 | URL
근데 막 끌려요. 락방님 때문이라고 원망하고 싶어요 ㅜㅜㅜㅜㅜ

다락방 2018-04-10 10:07   좋아요 0 | URL
한 번 사는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 전자책도 지르고 종이책도 지르면서 삽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세요, 전자책 월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ellas 2018-04-0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책 장점을 아주 잘 이해하지만 쓰지않고 쳐박아두는 사람.... 이 저구요 ㅡㅡ

다락방 2018-04-09 14:57   좋아요 0 | URL
저도 계속 쳐박아두다가 이제서야 읽기 시작했어요. 나폴리 시리즈 무거워서 읽기 시작한건데... 나폴리 시리즈 끝나면 그 다음에는 아마도 다시 종이책을 읽지 않을까 싶어요. ㅋ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18-04-11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보입니다. 혹시 PDF나 다른 파일로 갖고 있는 사제(?) e북도 볼 수 있나요? 아니면 알라딘에서 정품으로 구입한 e북만 보는 건가요??

다락방 2018-04-11 08:04   좋아요 1 | URL
저도 이제 막 쓰기 시작한 초보이고 게다가 이런 쪽에는 영 지식이 전무해놔서 ㅎㅎ 잘은 모르겠는데요, 전자도서관에서 대여해서도 읽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싶어 검색을 해보긴 했는데요, 링크 참고하세요.

http://cafe.naver.com/ebook/392122

transient-guest 2018-04-11 10: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psyche 2018-04-16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전자책의 가장 큰 장점은 활자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서입니다....
저는 초창기 크레마를 가지고 있는데 너무너무너무 맘에 안들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쓰는데 이게 요즘 나오는 대여책들은 예전 크레마에서 읽을 수 없는거에요! 아 너무햇
요즘 나온 크레마는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던데.. 뒤에 빛이 있어서 밤에도 읽을 수 있다고 하고
저 신상 크레마 사야하는 걸까요? 집에 누크 킨들 크레마 다 있는데...흑

다락방 2018-04-16 09:11   좋아요 0 | URL
저는 크레마 사운드 쓰고 있거든요. 어제도 방에 불 다 꺼놓고 책 조금 읽었는데, 빛이 있어서 읽기도 좋지만 프시케님 말씀처럼 글자 크기 조절이 되어서 너무 좋아요! 저는 글자 크기도 키워놓고 글자체도 진한 걸로 바꾸고 또 볼드체로 바꿔가지고 찐하게 해서 읽거든요. ㅎㅎㅎㅎㅎ 그래서 읽기 너무 편해요. 어제부터 [백래시]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앞으로도 전자책 계속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크레마 사운드...정도라면.... 한 번 성능 같은 거 검색해보시고 새로 구입하는 게 어떨까... 생각됩니다. -0-

blanca 2018-09-30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아직도 크레마 잘 쓰게 되나요? 지금 심히 갈등 중이랍니다. 다락방님 조언이 절실합니다.

다락방 2018-09-30 14:10   좋아요 0 | URL
저는 추천합니다, 블랑카님! 여름에 휴가 가서도 크레마로 책 잘 읽었어요. 무엇보다 여러권의 책이 들어가서 좋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기능은 활자를 제 마음대로 키울 수 있다는 거예요! 노안이 찾아오는 저에게 너무나 고마운 아이템인 것입니다! 저는 크레마로 나폴리 시리즈, 잭 리처 시리즈 잘 읽고 있어요. 스맛폰에 비해 눈의 피로도도 덜합니다. 추천합니다!!
 

토요일엔 남동생 생일파티를 하자며 온 가족이 모였다. 우리는 동네에 새로 생긴 중국집을 예약해 두었다. 예약된 시간에 맞춰 집에서 출발을 했고, 나는 아홉살된 조카의 손을 잡고 걸었다. 조카의 다른 한 손은 우리 엄마가 잡고 있었다.


날씨가 안좋았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아홉살, 여섯살된 조카의 옷깃을 제엄마가 단단히 여며주었다. 마스크도 씌워주었다. 엄마와 아홉살 조카와 내가 걷는 뒤로는 다른 식구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우리 모두 날이 춥다고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내 손을 잡고 걷던 아홉살 조카는 내게 "이모 지퍼 잠가" 라고 말했다. 내 외투는 열려있었고, 나는 조카에게 '알았어' 하고는 멈춰서 외투의 지퍼를 잠가 올렸다. 이걸 본 엄마는 '목에 있는 단추도 잠가' 라고 하셨다. 나는 알았어, 하고는 목에 있는 단추를 잠가 목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조카의 손을 잡고 엄마와, 아홉살 조카와, 내가 나란히 걷는데, 조카는 나를 보고 또 말했다.


"이모. 모자도 써."


나는 이 말에 알겠다고 멈춰서는 외투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썼다. 조카는 제 말을 잘 듣는 내가 좋았었는지 혹은 재미있었는지, 차례대로 시키는대로 하는 나를 보고는 소리를 내어 크게 깔깔대고 웃었다. 나는 조카가 웃는 게 좋았다. 이모 추울까봐 외투를 잠그라고 하는 조카가 좋았고, 모자를 쓰라고 하는 것도 좋았는데, 제 말을 잘 듣는 이모를 보고 웃는 조카를 보는 것도 좋았다. 이렇게 사소한 일로 사랑을 느끼고 행복했다.




















(이 책-시리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누는 어릴 때부터 한 남자를 사랑했다. 그 남자아이와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었고 또 어쩌면 조금쯤 특별한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1권에서 사춘기의 그 남자아이는 레누에게 '릴라와 같이 있고 싶었어' 라고 말하면서 레누에게 다가왔던 이유를 얘기한다. 이 때 나는 레누가 되어 크게 상처받았다. 왜 나를, 나로서 보지 않고,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거지?


이 때 몹시 상처 받았던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던 남자들을 떠올려보았다. 혹여라도 그중에 내 친구에게 다가가고 싶어 내게 접근한 사람이 있었던 건 아닌지. 만약 그걸 내가 보게 되고 알게 된다면 너무 아플 것 같았다. 그리고 곰곰 생각했을 때, 그런 식으로 접근했던 남자는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상대에게도 상처지만, 스스로의 자존감을 낮추는 일이기도 하다. 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널 좋아해'라고 말하지 못하고, 그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좀 더 접근이 '쉬운' 다른 사람을 찾는거지? 너무 비열하잖아? 못났기 짝이없네. 이렇게 그는, 사춘기 시절 레누에게, 그리고 나에게 상처를 입혔다. 내가 굳이 상처를 받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나는 모든 실패한 사랑의 편에 서는 사람...



그런 레누가 좀 더 자라서 그와 재회했다. 이번에야말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의 옆에 있게될 거라고 기대했다. 그가 나와 친한 이유는 나와 대화가 잘 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결혼해 남편이 있는 여자인 릴라와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은 격렬했고 그들에게는 그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는것 같았다. 레누는 그가 릴라를 사랑한다고 말해놓고, 간과 쓸개를 다 빼어내줄 것처럼 굴어놓고는 그녀로부터 도망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도 레누의 그에 대한 사랑은 식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이 흘렀다. 레누는 대학생활을 했고 연애를 했고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그가 또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아이까지 낳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아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가버렸다는 사실까지도...



그래도 레누의 그에 대한 사랑은 식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레누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책도 써서 책이 잘 팔렸다. 여기저기로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출장을 다녔다.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거기에 대해 책을 읽고 생각을 한다.



그래도 레누의 그에 대한 사랑은 식지 않았다. 그런 참에,



그가 그녀의 눈앞에 다시 나타난다. 남편의 친구로서 남편과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로서 좋은 벗이 되어 레누의 가족 앞에 나타나서는 친절한 사람이 되어준다. 다정한 사람이 되어준다. 누구보다 레누의 재능을 잘 알고 있다며, 레누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재능을 썩게 두어서는 안되고, 남편이 최대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레누의 능력은 너무나 대단하므로 그 능력을 활용해 살아야 한다고 레누를 격려하고 레누의 남편을 비난한다. 레누는 그런 그를 기다리고 의지하고 사랑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듯이 쭈욱. 어릴때부터 쭈욱 그를 사랑해왔고 원해왔는데, 그의 사랑은 그녀에게 온 적이 없었다. 항상 다른 여자들이었고, 또 그 다른 여자들을 임신 시켜놓고 도망갔는데도, 그녀는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하고 그를 좋아하는 것에 나름의 합리성을 부여한다. 그는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 그는 나를 진정으로 이해한다, 그도 이제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은 나라는 것을 알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그와 사랑을 나눈다. 유부녀인 상태에서 유부남과 사랑을 나눈다.


이 사랑은 평생 그녀가 기다려왔던, 간절히 원해왔던 사랑이다. 어릴 때부터 꿈꾸왔던 사랑. 너무나 갈망했던 사랑. 내 것이 될 거라고는 차마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랑. 자꾸 다른 사람에게만 향하는 그를 보며 가슴 아팠었고, 그게 너무 가슴 아파서 어린 시절 충동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해서 지우고 싶은 과거를 갖게 되기도 했다. 그 때 그녀의 상실감에 그 못난 선택을 한 것을, 나는 역시나 그녀가 되어서 이해했었다. 해변가에서의 선택은 최악의 선택이었지만, 그러나 그 때 그녀가 상실감에 절망했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그렇더라도 자기 자신을 좀 더 꼿꼿하게 지켜낼 수 있었기를 바라지만, 그녀가 그 상황에 그러지 못했다고 어떻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어릴 때부터 그녀를 휘어잡던 남자와 이제야, 뒤늦게 사랑을 나누게 됐다. 그런데 왜 하필 서로에게 배우자가 있을까. 왜 하필 서로에게 아이들이 있을까. 왜 하필 그들은 이렇게나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서로를 원하고, 단 한순간도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런데 유부녀와 유부남인 채 만난걸까. 그러나 내가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그들의 사랑을 막는, 자꾸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그들의 '결혼한 상태'가 아니었다. 내가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레누가 그토록 오래, 내내 좋아했던 그 남자가, 너무나 잘생기고 똑똑하며 모든 사람들의 호감을 받는 그 사람이,



결코 좋은 '남자'는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사랑한다고 달콤하게 속삭이고 임신한 여자를 두고 도망치는 남자였다. 세상 똑똑한 척은 다하면서 그렇게 여자를 우습게 아는 남자였다. 레누는 그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원했고 사랑했다.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사랑을 이루어냈기에 그녀는 무서운 것이 없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 사랑을 선택했다. 그것은 그녀가 어릴 때부터 바라던 것이었으니까. 그 사랑은 그녀를 눈멀게 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에 대한 나쁜 말을 들어도 그것이 그녀에게는 제대로 가 닿지 않았다. 페미니즘을 누구보다 이해하며 그녀의 능력을 집안에서만 숨기게 했던 것에 과거에 비난을 늘어놓던 그였지만, 그와 함께 하기 시작하자 그는 그가 비난하는 바로 그런 남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이혼해서 자신에게 오게 만들었고, 그녀가 다른 남자와 있는 시간을 못견딜 정도로 질투했으면서, 그러나 그 자신은 아내와 이혼하지도 않은 채 두집살림을 하고 있다. 아내가 있어야만 네게로 오는 게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을 하는데,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핑계는 너무나 비열하지만, 너무나 그를 사랑했고 사랑하는 레누는 그의 두집살림을 받아들이면서 때로는 행복해하고 때로는 신경질을 낸다. 그런데 그의 비열한 짓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는 이게 너무 감당이 안됐다. 내가 그렇게 오래 좋아한 사람이 그렇게나 형편없는 남자라는 사실. 나만 빼고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던 것. 그래서 내게 몇 번이나 얘기를 해줬지만 나는 그걸 내 식대로 해석해버리고 내 좋을 대로 받아들인다. 그가 나에게 그럴리가 없고 이 사랑은 너무나 진실하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서서히 그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다. 아, 이건 좀 이상하다. 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그녀는 서서히 그에 대해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은 그가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달리 '대단한 개새끼 인간 쓰레기' 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를 사랑했던 그 오랜 시간, 내가 남자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했던 그 시간들은 이제 다 무엇이 되는걸까. 내 사랑은 진실했고 뜨거웠는데, 내가 그걸 퍼부었던 남자는 제대로된 인간이 아니었다. 내 사랑은 어디로 가나, 내 사랑은 무엇이었나, 그 시간들은 대체 어떻게하나.




한 남자를 아주 오래 사랑해온 것, 그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다른 남자랑 결혼한 레누의 처지는 어느 부분 나와 비슷했다. 나 역시 한 남자를 계속 사랑한 채로 다른 남자들과 연애하기도 했었다. 레누가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시어머니는 레누를 당연히 비난한다. 너는 우리 모두를 속였어! 레누의 어린 시절 첫 남자친구, 그 다음 남자친구, 대학시절 남자친구, 그리고 남편까지도 레누를 사랑으로 사로잡지 못했다. 레누의 우선 순위는 항상 '그 남자' 였다. 그 연애들에 있어서도 레누의 마음 한구석, 머리 한 구석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그가 있었는데, 그와 지금 이루어지질 못하고 있고, 레누는 다른 연애를 그리고 다른 결혼을 했던 거다. 그러다가, 그가 왔다. 마법처럼 그가 내게로 왔다. 중간 중간 그가 개새끼라는 소식을 듣고 또 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게는 '내가 너무나 오랫동안 사랑한 단 한사람, 나의 우선 순위' 인 그 남자가, 내게로 왔다.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 숱한 지저분한 개같은 과거에도 그녀는 그를 받아들인다. 그 사랑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거니까. 그러니 행복했다. 즐거웠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간을 보내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기적같은 일인가. 내가 어릴 때부터 원해왔던 그 단 한 명의 남자가, 나를 원해, 나를 사랑해, 나와 있기 위해 최선을 다해!! 그런데!! 그런 그가!!



개새끼야....

쓰레기야....



나는 그게 너무 속상했다. 그와 함께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만든 것도,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힌 것도 그것보다 더 속상하진 않았다.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게 만든 사람이 그럴만한 가치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것이 더 속상했다. 게다가 그걸 몰랐다가 안 것도 아니라, 이미 기정사실이었던 것을 뒤늦게 보게 된 것이니, 대체 이 일을 어쩌란 말인가. 나는 계속해서 내 오랜 사랑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토록 오래 사랑해온 단 한사람이, 이런 남자였다면?



아마도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까지 너무나 힘들었을 것이다. 다시 일상으로 회복되기까지 너무 힘들었을 거야. 내가 그렇게나 오래 사랑한 사람이 이런 형편없는 남자였다면.... 나는 무엇보다 내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무너졌을거야. 내가 고작 이런 남자를.... 이 따위를.........................




레누가 나같았다고 생각한 건 그녀가 모든 걸 알면서고 기어코 그를 선택했다는 데 있다. 세상에는 '이건 안좋을것 같으니 피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왜, 뭔데!' 하고 '기어코' 그 길을 자기가 직접 가보려는 사람이 있다. 레누처럼 그렇게 오래 한 사람을 사랑했다고 해서 누구나 레누같은 선택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간 그 남자의 행동을 모르는 바가 아닌 이상, '야, 내가 좋아한 사람이 저런 사람이라니, 나도 어떻게 상처받을지 모르겠다. 이제 그만둬야지, 피해 다녀야지' 하는 사람들이 아마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레누처럼 '내가 그동안 꿈꿔온 사랑이야' 하고 제 발로 그 길을 걸어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아, 이래서는 안되는 거였구나' 하게 되는 사람.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레누의 선택이 이해가 됐다. 그 찢어지는 고통은 결국 레누가 선택한 결과였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 고통을 느끼지 않았어도 됐을 것이고, 그 배신감과 비참함도 느끼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을 선택했으므로, 내가 진심으로 오래 사랑해온 한 남자와 뜨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것이 레누가 걸어가야 할 길이었을런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직접' 깨닫는 길.



행복이 손에 잡혔다고 생각한 순간, 그 무엇보다 빨리 멀어졌다.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




내 사랑이 가엾다.

곤두박질치는 가여운 내 사랑.

나는 레누가 되어 곤두박질치는 사랑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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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4-09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레누를 이해하는 입장에서라면요.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어요.
나쁜 놈인지 알지만, 그러니까 마음 속으로는요. 알고 있지만....
아니야, 아니야, 아닐꺼야 하면서 계속해서 그를 원하는 거죠. 그를 소유하고 싶은거요.
멋지고, 잘생겼고, 키 크고, 다정하고, 똑똑하고....내 가능성을 높이 쳐주고....
그런 사람이, 내가 좋다는데.... 아이구야. 저요? 하고 달려나가는 거죠.
잘했다는 건 아닌데, 이해되기도 하구요..... 슬픔....

레누의 절망은 우리 모두의 절망이죠.
니노가 그리도 좋단 말이냐.... ㅠㅠ

다락방 2018-04-09 14:11   좋아요 2 | URL
친구가 이 책을 저보다 먼저 읽으면서 제 생각 엄청 했다고 하더라고요. 레누가 너무 저 같았다고요. 책 읽고 글 쓰는 레누에서도 저 생각 났지만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하는 것에서도 그랬다고.... 저도 그 부분에서 확 이입됐는데 그런데 그 놈이...... 하아- 인생은 뭐고 사랑은 뭘까요, 단발머리님? 왜 그토록 똑똑하고 현명한 여자가 그토록 형편없는 남자를 오래 사랑한걸까요? 왜 눈을 뜨기까지 그렇게나 오래 걸렸을까요? 너무 속상합니다...

제삼자가 보는 레누는 너무나 바보같긴 하지만, 그러나 저 역시 그토록 바보같고 어리석었던 일을 몇 번이나 저질러본 사람이기에..가장 어리석을 때, 판단에 실수를 할 때의 레누가 이해돼요. 저라고 뭐 달랐을까 싶고요...

아직 4권 다 읽지 못했는데(이제 절반쯤 읽은 것 같아요) 이미 이 책을 저보다 먼저 읽은 친구들은 계속 ‘그 새끼 갈수록 더한다‘를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친구들의 소중한 경고... ‘아니 이보다 더한 걸 어떻게 한단 말야?‘ 라고 생각하던 제가 ‘헐, 정말 이보다 더한걸 하네...‘ 하고 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