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러셀'과 '질 래드퍼드'가 엮은 이 책, 《페미사이드》에는 세계 여러 곳의 페미사이드에 대한 연구(논문)도 볼 수 있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은 인도에 관한 것인데, 소제목은 <인도의 여성과 구조적 폭력>으로 시작하면서, 그 뒤로 인도에 대한 여러가지 사례들이 실려있다. 아내 화형부터 영아 살해까지.


이 책이 그리고 이 책 속의 논문이 '지금 바로 이곳에서' 쓰여진 게 아니라고 해서, 그간 얼마나 달라졌을까? 태어나기 전부터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죽어야만 했던 것은 대한민국에서도 있었던 일인데, 인도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여자아이라면 죽임을 당해야 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딸 아이는 시집보내기 위해 지참금이 필요한 존재였고, 그 지참금은 도무지 마련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로 고통스러운 삶이 여자 아이 앞에 펼쳐져 있을 게 뻔해 부모들은 태어나자마자 울면서 아이들을 죽였다는데, 그렇다면 이 지참금이 이 딸아이에게 주는 돈인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닌 거다. 남자에게 시집 보내기 위해서는 딸 아이를 위해 지참금이 필요한데, 그 지참금은 딸의 손에 건네지는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이, 바로 신랑 쪽으로 건네지는 것.



여성들은 결혼할 때 부모의 집을 떠나 매우 멀리 떨어진 남편의 가정으로 들어간다. 젊은 여성들은 일단 결혼하고 나면 죽은 뒤에라야 남편의 집을 떠날 수 있으며 모든 고통과 굴육을 참아내야 한다는 권고를 받는다. 며느리는 새 자겅에 적응하려면 늘 최선의 행동을 해야 한다. 며느리는 시가 식구들에게 고분고분 순종해야 하며,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대해서도 사심 없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남편의 가족은 현금은 물론 특별히 지참금 용도로 제작하거나 구입한 보석 및 가정용품을 받는다. 지참금을 딸이 받는 상속 재산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Goody 1976).

이와 관련해서 집고 넘어가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첫째, 지참금은 신부가 아니라 신랑 가족에게 전달된다. 시부모는 지참금의 분배에 관한 완전한 통제력을 갖는다. 둘째, 내가 아는한, 토지는 절대 지참금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여성에겐 재산이 없다. 이른바 그녀의 재산으로부터 아무런 부를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젠더에 따라 특정된 성격이 만들어진다. 남자들은 국가 경제에 공헌하고 생계비를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여자들은 남자에게 의존하고, 외부세계에 대해 무지하며, 자녀양육과 가사에 몰두한다. 그런 이유로 여자들은 지나치게 과소평가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이 바로 지참금 마녀 사냥에서 핵심이 되는 문제다. (p.231-232)




설사 힘들게 힘들게 아주 어렵게 어렵게 지참금을 마련해 결혼한다고 해도, 이들에겐 '사티'가 남아있다. 남편이 먼저 죽게되면 따라 죽어야 하는 것. 위염으로 남편을 잃은 18세 신부가, 그렇게 가만 앉아서 죽음을 맞닥뜨리게 된다.



어제, 정부의 금지조치가 내려졌음에도 엄청난 수의 인도인 군중이 죽은 남편과 함께 화장되는 신부이게 찾아와 경의를 표했다. 18세의 신부는 화장용 장작더미 위에서 남편의 머리를 무릎에 뉘고 조용히 앉은 채로  불태워졌다.

지난 9월 4일, 결혼한 지 8개월 된 신부 칸와르Roop Kanwar는 무늬를 넣은 비단으로 지은 결혼예복 사리를 입고 불타는 장작더미 위에 앉아 사티를 거행했다. 이 분신자살은 예부터 인도에서 정절을 드러내는 궁극적 행위로 여겨진 관습이지만, 이미 몇 세기 전부터 불법화되었다.

이 젋은 신부의 행동 덕분에 라자스탄 주의 서부에 위치한, 자이푸르에서 80킬로미터가량 떨어져 있는 이 사막 마을은 순례객들의 성지가 되었다. (p.238)



18t살 신부가 결혼 8개월만에 산 채로 화형당해야 했다. 단지 그 남자의 '신부'라는 이유만으로. 18살이 될 때까지 살아오는 것도 힘겨움 자체였을텐데, 이렇게 살아냈더니 이제 죽으란다. 남편 따라서.

할례를 금지하라고 해도 계속 할례가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사티도 불법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하고 있고 심지어 그걸 구경하러 오기도 한다. 구경하러 와서는 그곳을 성지로 만들어. 이렇게 한 여자를 성녀화 시키는 것, 이게 바로 여성혐오다. 게다가 성녀로 만들어 죽여? 이게 페미사이드다.



사티를 보았다고 인정한 20세의 학생 라진데르 싱Rajinder Singh은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녀에겐 아우라가 있었어요. 불꽃이 그녀를 감쌀 때도 그녀는 고요했습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그녀의 몸은 반쯤 타 있었어요. 화장용 장작더미 위에 두 손을 모으고 앉아 있었는데, 얼굴에 공포의 기색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만트라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p.239)



그녀가 설사 성녀가 되기 위해 혹은 정절을 상징하는 아내가 되기 위해 스스로 불구덩이 안으로 들어가 타기를 결심했다 한들, 그것이 과연, '자살'일 수 있을까? 거기다 대고 '그녀가 선택했잖아!'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녀에겐 아우라가 있었어요'란 말들이 모여 그녀를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넣은 건데?



물론, 인도에서 여성들은 여성이 당하는 불평등, 부조리함에 들고 일어났다.



인도 여성들이 가족 안팎에서 점증하는 억압을 견디며 수동적으로만 불평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이를 지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여성들은 강간, 성추행, 여성불태우기나 살해에 저항하기 위해 함께 뭉쳤다. 여성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에 맞서고자 전국에 걸쳐 시위와 회합이 조직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델리와 여타 주요 도시에서는 여성을 불태우거나 다른 방식으로 살해한 사건에 연루된 남편과 남편의 가족, 법률가, 경차관에게 항의하고자 여성들이 산발적 시위를 주도해왔다. 1982년 8월 초, 델리에서는 여성단체 서른 곳이 함께 모여 지참금 관습에 저항하는 시위를 벌이고 행진했다. 이를 바라보던 수백 명의 여성들 또한 즉석에서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p.232-233)



여성의 시위야 계속 있어왔지만,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강남역에서 일어난 살인으로 인해 사람들이 모였던 일, 그리고 최근에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까지 생각났다. 그 뒤로 정부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해줬던가? 를 돌이켜보면, 그저 씁쓸할 따름인데, 이 때당시 인도의 정부는 어땠을까.



이렇게 조직화된 노력들을 오랫동안 무시할 수 없었던 정부는 델리에 반反지참금 경찰서를 설치하고 여성 부서장을 임명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 경찰서의 임무는 결혼생활 6년 이하의 여성들이 지참금 문제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부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은 사건들을 조사하는 것이다. (p.233)



나는 우리 정부보다 훨씬 낫네, 경찰에 여성 부서장을 임명하는 것으로 응답했어! 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하지만 기이하게도 담당 여성 경찰관은 최근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성이 불에 타 죽은 경우 그것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결정하기란 매우 어렵다. 자살과 타살 모두, 피해자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기름을 뒤집어쓴 채 심하게 불에 탔다. 우리에게 보고되는 사건들의 80퍼센트는 자살이라고 생각된다. 남편과 시집 식구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망자가 이러한 행동을 하도록 몰고 간 것은 결국 그들의 괴롭힘이기 때문이다"(Patriot, 24 June1983).



네??? 자살이라고요?????

불에 타 죽게끔 '몰고갔지만', 어쨌든 '자살' 이라니. 이것은 정말 자살일까? 내가 내 스스로 걸어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자살일까? '응 얘네가 그렇게 몰고갔지, 그렇지만 자살이야' 라니. 이 경찰관은 이 사건의 맥락을 파악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여자들은, 여기에서나 어디에서나

몰아가면 죽어야 하나? 그 공포와 두려움으로부터, 그 부조리함과 억압으로부터 우리를 건져낼 순 없단 말인가?




일전에 보았던 영화에 그런 게 있다. 다른 종교의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 죽여버리는 전통이 있는 곳에서 여자가 다른 종교의 남자랑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는 거다. 아이까지 낳았다는 게 알려지면 그녀는 분명히 죽음을 맞이하게 될 터. 그녀의 할머니는 태어난 아이의 발 뒤꿈치에 표식을 남겨 아이를 고아원으로 보내고, 아이를 낳은 엄마에게는 '도망가라' 고 말한다. '여기를 피해 도망가서 학교를 가라' 고. 학교를 가서 공부를 하라고.


할머니가 손녀에게 이 곳을 도망치라고 말한 것, 여기를 떠나 공부를 하라고 말한 것은 꽤 오래 기억에 남아있다. 그것만이 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걸, 아마도 할머니는 알았던 것 같다.


위의 인도의 사례에서 아주 많은 여성들이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글을 읽지 못하는 여자들도 많다고 나온다. 물론 저 사례들이 1980년대 즈음의 것들이긴 하지만, 아마도 글을 깨치고 공부를 하게되면 자신들이 지금처럼 여성을 통제하기가 더 힘들어질 거라는 걸 알았기에 여성에게서 공부의 기회를 박탈시킨 것일테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게 되면, 그래서 말하고 행동하기 시작하면, 남자들과 기존사회로부터의 통제는 점차 힘들어질테니까.




여러가지 이유로 공부를 놓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공부를 하려고 책을 읽는 건 아니었지만,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공부가 된다.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는 것이야말로 공부의 으뜸이니까. 책을 읽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아는 것도 중요하고, 언어를 아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나라의 언어를 익히는 것부터 외국어까지. 그리고 수학이면 수학 과학이면 과학, 기술과 컴퓨터까지. 그림이면 그림 음악이면 음악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관심있는 것들을 계속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력을 쌓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곡차곡 지식과 경험을 쌓다보면 자신만의 힘이 생기고, 힘이 있는 채로 연대를 하면 그 힘은 더 커질 테니까. 돈도 열심히 벌고, 운동도 열심히 하자. 목소리를 더 키우고 큰 목소리로 더 크게 소리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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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2-1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식적으로 금지된 사티를 보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데 전 너무 놀랐어요.
문화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야만에 혀를 내둘를수밖에 없구요.
저자도 인도에서 여성의 처지가 열악할 수 밖에 없는 요인으로 문맹률을 들고 있었는데 정확한 지적인것 같아요.
결국에는 다락방님 말처럼 공부하는 것,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같이 읽으니까 이게 좋네요. 읽은 부분을 다락방님 목소리로 들으니까 정리정돈된다고 할까요?
잘 읽고 갑니다^^

다락방 2018-12-20 08:08   좋아요 0 | URL
여성들의 공부를 더 장려하지 않는 것도 이런 문화를 유지하기 위함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통제하기 위해 상대가 힘이 없기를 바라는 것, 바로 그거죠.
여성 혐오라는 게 단순히 ‘나는 여자가 싫어!‘ 가 아니라는 걸 실제 벌어지는 일들로 체험할 수 있어요. 산 채로 태워지는 여자라뇨, 맙소사.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힘들어야 하네요, 단발머리님.

같이 읽지 않는다면 아마 계속 나아가지 못했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이 계속 앞서 읽어주시고 이야기 해주셔서 열심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자, 계속 나아갑시다! 우리는 끊임없이 읽고 말하도록 해요!

서니데이 2018-12-1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다락방 2018-12-20 08:0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

글월마야 2018-12-19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18-12-20 08:09   좋아요 1 | URL
하하하하 감사합니다. 연말 잘 보내세요!

카스피 2018-12-2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되에서 남편이 죽으면 부인이 함께 화장되는것은 쥴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 본 것 같은데 거의 150년전 소설속의 내용이 현대에서 통용된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네요ㅜ.ㅜ
다락방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 2018-12-27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흐흐.. 역시.. 같고 또 다르네요. 전 이부분 읽으면서 -사티라는 제도가 결국 아들들에게 세습되어야할 생산수단을 지키기위한 것이며, 지참금 제도 역시 그런 맥락이군- 이러면서! “공부를 하자”가 아니라 “돈을 벌자” 진정한 독립은 “경제적 자립”에서 온다!!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ㅡㅎㅎㅎ
 
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Drowning Pool '익사의 웅덩이'라는 뜻으로, 봉건 시대 스코틀랜드의 법에 따라 여성 범죄자들을 처형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 웅덩이나 우물을 가리킨다. 16-17세기 마녀 재판이 횡행하던 시절에는 마녀로 고발당한 여성의 유무죄를 시험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물에 빠뜨려진 여성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닌 것으로, 물 위로 뜨면 마녀로 간주되었다. 어느 쪽이든 결국엔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p.7)



마침 페미사이드를 읽던 중에 고른 책은, 첫 페이지부터 '드라우닝 풀'에 대해 나온다. 잘못이 있든 없든 여자를 죽여버리는 웅덩이. 잘못하지 않으면 물에 빠져죽고 잘못했으면 마녀이므로 처형당하는. 이 얼마나 끔찍하고도 오랜, 여성을 죽이는 참혹한 역사인가.



마을에 있는 드라우닝 풀에서 여자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다. 자살한 여자의 딸조차도 '엄마가 뛰어내린 거다'라고 얘기하지만, 그러나, 그녀가 정말 자살한 것일까? 그녀는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려 한것일까? 불과 몇 년 전에는 딸의 친구도 드라우닝 풀에서 자살했었다. 이 사건은 그 사건과 같은 것인가? 여자들은 왜 그곳에서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가? 내가 '스스로' 그 물속으로 걸어들어갔다면, 그렇다면 그것은 정말 내 스스로 선택한 죽음인가?


이 과정에서 '에린'이라는 타지역의 경찰이 와 수사에 협조한다. 마을 사람들은 특히나 경찰이었던 마을의 유지-늙고 권력있는 남자-는 그녀를 배척한다. 그녀가 동성애를 저지르다 좌천되었으므로 마땅히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그 전에 어떤 짓을 저질렀는가?



니키, 마크, 쥴스, 에린, 패트릭, 조시, 리나, 헬런 등등, 많은 사람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이 사람이 저 사람이구나 라고 고정되어 흐름을 따라가기까지 좀 시간이 걸렸던 터라, 나는 이렇게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딱히 좋지는 않다'고 이 책을 읽어나가다가 책장을 덮게 되면 수많은 생각들이 아주 오래 머릿속에서 섞여든다.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가?

마을에서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알려진 사람들, 심지어 존경까지 받는 사람이, 그러나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그 자신을 포함해 다른 몇 명만이 알고 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비난할 수 있는 시점을 가진 사람 조차도 또 누군가에 대해서는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좋은'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인가?


미투 폭로를 비롯해 누군가 성폭행했다는 진실이 바깥으로 드러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착한 사람인데' 라며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가해자의 편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이곤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면을 보여줬던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은 그저 '좋기만' 한 사람일까? 

또한,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겐 강간과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이 된다면, 그렇다면 그 사람은 '왜'그런 일을 하는걸까?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변명의 여지가 될까? 

성인 남성이 십대 소녀와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말을 한다. 자신은 미성년자를 성적대상으로 보는 걸 끔찍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평소에 그런 사람들을 욕했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렇지만 이건 진짜 사랑이었다고. 이것이야말로 진실된 사랑이지만, 세상이 자신을 미성년자 성폭행범으로 몰아갈거고 그렇게 감옥에 가게되면 자신은 끔찍한 취급을 받게 될거라며 두려워한다. 그의 연인이었던 십대 소녀는 자신 역시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성인이 되지도 못한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사랑 이란 이름으로 용서할 수 있는 것일까? 자신들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었다면, 왜 그들은 그 사랑이 세상에 드러날까 두려워 한 쪽의 죽음으로 그 관계를 끝내야 했을까?


강간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페미니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강간과 성폭력을 다룬 책들도 많이 읽게 되었는데, 많은 여자들이 자신이 당한 것이 강간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주변에서 지인이 자신이 당한 것을 전혀 강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걸 보고 나는 너무 화가났었는데, 자신이 강간당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넌 강간당한거야' 라고 말하는 것은, 해도 되는 일인가? 나는 아무 말도 못했지만, 이 일은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뭐가 복잡해요? 뭐가 그렇게 복잡했는데요?"

"어머니가 언제 돌아가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안 그래도 힘든 부모님한테 짐을 더 얹어드리긴 싫었어."

"그래도......강간당했잖아요. 범인은 감옥으로 가야죠."

"그땐 그런 생각도 못했어. 어렸으니까. 지금 너보다 더. 나이뿐만이 아니야, 난 순진했고, 너무 미숙했고, 어리석었어. 요즘 너희들은 합의가 없으면 무조건 강간이라고 말하지만, 그땐 그런 얘기도 잘 안 하던 시절이었어. 그래서 난...."

"그가 그런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내가 제대로 이해를 못 했던 것 같아. 진짜 무슨 일을 당한건지 몰랐던 거야. 강간이라는 게, 못된 어른이 한밤중에 갑자기 골목길에서 튀어나와서 나를 덮치고 목에다 칼을 대는 건 줄 알았지. 남자애들이 그럴 줄은 몰랐어. 로비처럼 잘생기고, 마을에서 제일 예쁜 여자아이들이랑 어울려 다니는 남학생하고는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지. 우리 집 거실에서 나한테 그런 짓을 하고는 좋았느냐고 물어보는 게 강간일 줄은 몰랐어. 난 그냥 내가 뭘 잘못했나 보다, 싫다고 확실히 말했어야 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지" (p.459-460)





마찬가지로, 강간의 가해자 역시 자신이 강간의 가해자인줄 모르고 살고 있다는 데에 더 끔찍해졌다. 나는 너에게 자비를 베풀었지, 너는 나를 욕망했잖아, 라는 대응은, 평생을 강간의 피해자로 살며 고통스러워 한 여자에게 참담한 고통이었다. 이 새끼, 평생 강간에 대한 죄책감없이 살아왔구나, 나는 이렇게나 괴로웠는데.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자신이 강간의 가해자인줄 모르는 채로 살고 있을까. 



그리고 십대의 여자아이.

결국 해야할 말을 하는 것이 십대의 여자아이라는 것이 상징적이다.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 벌어졌던 일들. 그리고 차마 말하지 못하고 감추어졌던 것에 대해서 '그러면 안되는 거'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십대의 여자아이라는 것은 좀 희망적이지 않은가.



"이해를 못하겠어요. 항상 여자들만 탓하는 이모 같은 사람들, 정말 이해가 안 돼요. 두 사람이 똑같이 나쁜 짓을 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여자라면 무조건 그 여자 탓이죠. 그렇죠?"

"아니야, 리나, 그런 게 아니야,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마찬가지로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왜 아내들은 항상 상대 여자를 원망해요? 자기 남편을 원망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자기를 배신한 것도, 평생 사랑하고 지켜주겠다고 맹세한 것도 남편인데, 절벽에서 떠밀어 죽이려면 자기 남편을 죽여야 하지 않아요?"  (p.461)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내가 아무리 정의롭게 살려고 해도 어딘가에서 나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르고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줄스가 끝까지 언니를 미워했던 것은, 자신의 강간에 대해 언니가 피해자의 탓을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줄스가 아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줄스는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은 채로 언니를 오래 미워했다. 줄스가 미워해야 했던 것은 언니가 아니라, 언니의 남자친구 였는데. 우리는 얼마나 많이, 미움의 상대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을까. 나 역시, 오래 그랬다.

'대니얼'은, 드라우닝 풀에 대한 역사와 마을이 감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는 입을 막아서도 침묵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성인 남자가 어린 소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면 안되는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이 모든 것들을 '옳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서 전적으로 좋기만 한 사람이었을까? 계속해서 자신을 미워하는 동생에게 대화를 시도하려는 사람이긴 했지만,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잘못을 저지르고 살았다.



남자들이 끔찍하게도 여자들을 미워하는 이야기가 책 속에 있다. 전형적으로 여자를 성녀로 만들고 자신의 말을 잘 듣는다면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늙은 남자. 그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런 여자들에게는 가차없다. 잔인하고 끔찍한 남자. 그러나 그런 남자가 비단 그 하나뿐일까?



결국,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세대가 다른 여자들이 연대한다.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희망은, 그런 식으로 찾아오는 게 아닐까. 


작가의 전작, [걸 온 더 트레인] 보다 나는 이 책이 더 좋았다. 이 책 한 권으로 '폴라 호킨스'는 여성작가만이 할 수 있는 말들을 다 해냈다. 가스라이팅, 페미사이드, 성폭력, 연대, 가부장제, 성소수자, 성차별까지. 그리고 어긋난(혹은 지나친) 사랑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게 되는지도. 책장을 덮고나서야 이래서 여성작가의 책을 읽어야 하는 거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툭, 툭, 생각해야 할 것들이 떠오른다. 이 책이 그렇게했다. 다우닝 풀로 몸을 던진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이 모든 이야기들을 작가는 풀어냈다. 



'다이애나 러셀'과 '질 래드퍼드'의 [페미사이드]를 읽다보면 나오는 사례들이 이 책안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실제 바람핀 게 아닌데도 자신의 오해만으로 여자를 죽이는 남자, 사랑했지만 죽이는 남자. 여성을 죽이는 끔찍한 역사는 이토록 오래 반복되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연구하고 책으로 써내는 사람들이 있고, 이야기의 힘을 빌어 그 역사를 다시 꺼내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페미사이드]의 결론은 어떻게 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인투 더 워터]에서처럼 희망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세대의 여자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연대하고, 더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발언하면서, 그러면서 세상은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이곳은 수백 년 동안 리비 시턴, 메리 마시, 앤 워드, 지니 토머스, 로런 슬레이터, 케이티 휘태커, 그리고 이르모 얼굴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왜, 어쩌다가 긇게 됐는지, 그리고 그들의 삶과 죽음이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는 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런 의문을 던지기보다는 입막음하고 침묵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침묵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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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2-16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페미니즘은 아주 사소한(?) 폭력의 레이더를 켜주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18-12-16 20:35   좋아요 0 | URL
쟝쟝님 1월에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갑시다. 그리고 [혁명의 영점]은 우리 둘이 동시진행 어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압박 맞아요 ㅋㅋㅋㅋㅋ)

- 2018-12-16 20:53   좋아요 0 | URL
그거 천페이지 넘지않아요 ?ㅋㅋㅋ 찌잉..🥺

다락방 2018-12-16 21:03   좋아요 0 | URL
이렇게 말씀드리면 기분이 좀 나아지실지 모르겠지만 696 페이지라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8-12-16 23:06   좋아요 0 | URL
크크 고고

- 2018-12-16 23:08   좋아요 0 | URL
혁명의 영점은 2월에...

다락방 2018-12-17 02:48   좋아요 0 | URL
오케!

단발머리 2018-12-19 12: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시진행 마구 들이대는 다락방님~~~~
진정시키는 쟝쟝님~~~~~~~~~
멋지십니다, 두 분 다!!!

다락방 2018-12-19 14:31   좋아요 0 | URL
쟝쟝님의 댓글에 힘입어 2월에는 어차피 셋트로 구성되어진 혁명의영점+캘리번과 마녀 를 같이가면 좋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욕심욕심)

단발머리 2018-12-19 14:44   좋아요 1 | URL
그것 참 좋은 생각입니다.
세트는 같이 읽어줘야 제 맛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쟝님 바쁘시겠당!!!

- 2018-12-19 15:38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 가랑이 찢어집니다~||!!

다락방 2018-12-19 15:45   좋아요 1 | URL
쟝쟝님, 아직 2월 안됐으니 좀 기다려봅시다 ㅋㅋㅋ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단발머리 2018-12-19 15:47   좋아요 1 | URL
이렇게 쟝쟝님은 또 다시 다락방님의 꾀임에 넣어가게 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o be continued.
 
















'마리 루티'의 신간이 나왔다! 줄거리를 보니 나에게 '필요한' 책은 아닌 것 같지만, 아아, 마리 루티라면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이자 학자가 아닌가. 나는 읽고싶다! 오늘 마리 루티의 신간 소식을 접하고 으앗 이건 사야해~ 하면서 너무 씐났다. 나오자마자 '사야해!', '읽을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작가가 있다는 게 너무 짜릿해서. 며칠 전에 주문한 책 한 박스가 아직 도착하기도 전이지만, 아아, 나는 또 책 한 박스를 주문해야 하는가.


마리 루티가 신간 나오는 족족 내가 사야할 작가라면, 리베카 솔닛도 마찬가지!




















지금 이렇게 보니 내가 아직 안 산 책이 보이네? 다 사버릴테닷.

좋아하는 작가, 꼭 읽고 싶은 작가, 신간 소식이 반가운 작가가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미치겠다. 그런 참에 신간소식이라니, 너무 짜릿해. 세상은 아름다워!!


마리 루티의 책은 신간만 아직 안읽었지만, 리베카 솔닛의 책은 아직 안 읽은 게 여러권이다. 앞으로 리베카 솔닛의 책을 읽을 생각을 하면 정말이지 너무나 좋다. 문장 하나하나 꼭꼭 씹어먹고 싶게 만드는 그런 깊은 생각의 글을 내가 읽을 것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아아, 리베카 솔닛이 있어서, 마리 루티가 있어서, 계속 책을 써줘서 너무 좋다!! 하고 혼자 막 감격에 겨워했다.




정희진의 신간도 나온다면 살것이다. 정희진의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강연을 들을 때마다 내 사고가 확장되었던 놀라운 경험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 순간순간들이 너무 소중하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똑똑하다고, 나는 정희진의 강연을 들으면서 생각했었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것까지 보고,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생각한다는 것,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보는 건 매우 커다란 감동이었다. 어느 지점에서 좀 실망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는 정희진을 계속 읽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성작가!




















얼만큼 참았다 살까, 마리 루티? 일단 ... 며칠전 책 박스가 아직 도착도 안했는데 오늘 살 순 없어. 조금 참자, 인간적으로... 다음주 금요일에 살까? >.<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알라딘에 들렀는데, 흑흑 ㅠㅠ 또 반가운 댓글이 달렸더라. 1월달 여성주의 책읽기를 같이하겠다는 새로운 분의 댓글. 감사합니다, 블랙겟타님. 우리, 1월에 함께 열심히 달려봅시다!



12월에 여러분들이 페미사이드 책 같이 읽고 글 올려주는 거 읽으면서 너무 힘이 되고 좋다. 우리가 이렇게 같은 책을 동시에 읽어나간다는 게, 생각보다 더 큰 힘이 된다. 의욕도 생기고. 그런데 이렇게 한 분이 또 1월달부터 함께 해주겠다 하시니, 너무 좋은 것 ㅠㅠ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하자고 했던 건, 올해 내가 한 일중 가장 잘한 일이 아닐까 싶다 ㅠㅠ




이번 주 토요일까지 도서관에 반납해야 할 책이 있어 어제 퇴근 길에 도서관으로 향했다. 야간무인반납기에 책을 반납하고 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도서관에 도착하니 환하게 불이 켜져있는 게 아닌가! 어? 도서관은 저녁 6시에 문닫는 게 아니야? 그러고보니, 언젠가 다정한 청년이 그렇지 않다고 말해줬던 것 같다!! 아아!! 나는 당연히 도서관의 불이 꺼져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무인반납기에 넣고 올려고 했는데, 아니, 지금 시각이 8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데, 열려있어? 오오, 뭐지? 하고 들어갔더니, 직원들도 다 있고 도서관 안에 책 읽는 사람, 책장 앞을 서성이는 사람..사람들이 많은 거다!! 나는 책을 반납하고 너무 씐나서 또 책장 앞에 가 섰다. 읽고 싶은 책이 있어서 조만간 사야지, 했다가 으앗, 검색해보니 대출가능이다. 신나게 책장 앞으로 가서 한 권을 꺼내들고, 그 책장에 꽂혀진 수많은 소설들을 보면서 너무 가슴이 벅차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 아 책 너무 많아 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것도 빌릴까, 이건? 이건? 하면서 꺼내보다가, 저 쪽으로 걸어가서 그 앞에서 계속 책들을 둘러보았다. 너무 좋았어. 너무 좋아 도서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난 주에 대출한 책 세 권이 집에 있던 터라, 나는 한 권만 더 빌려서는 회원카드를 내밀었다. 도서관 몇 시에 닫아요? 물어보니, 밤 열 시까지 한다고 한다 ㅠㅠㅠㅠㅠㅠㅠ 평일에 계속 그렇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 도서관 뭐 이렇게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퇴근 너무 늦지 않아요? 이것도 교대로 하는 거겠지?



그렇게 너무 씐나서 막 흥분해가지고 나오는데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퇴근 길 지하철안에서 살짝 통화를 했던 터라, 엄마는 내가 당연히 집에 도착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직 밖인 걸 알고는 왜 아직도 안갔냐 물으셨다. 응, 엄마, 도서관 무인반납기에 책을 반납하러 왔는데, 아니 세상에, 도서관이 불을 환하게 밝히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거야! 하면서, 내가 대출하기 까지의 이야기를 엄마에게 조잘조잘 떠들었다. 엄마는 막 웃으시더니,


"야, 너 도서관 가서 책 보더니 확 살아났네, 아까까지만 해도 졸려서 목소리가 침울했었는데."



하시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내가 그랬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또 너무 흥분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좀 흥분을 잘하긴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도서관에서 이렇게 책 빌려 읽는 삶을 산다고 해서 책을 안사진 않는다. 책 사는 건 왜 줄지 않을까? 빌려 읽으면 구매금액은 줄어야 되잖아? 그러나 내게 한 박스가 오고 있고, 나는 또 한박스를 리베카 솔닛 때문에!! 조만간 주문해야 할것이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리 루티 신간 나와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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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2-13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리 루티 책 완전 기대되네요!! 하트뿅뿅!
저도 리베카 솔닛 책 안 읽은 거 많은데 이 페이퍼를 기준 삼아 하나씩 읽어나갈테에요!
책 보면 힘나는 다락방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딱 내 스타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2-13 15:17   좋아요 0 | URL
마리 루티 책 나와서 완전 행복해요, 너무 좋아요! >.<

나는 단발머리님 스타일 ♡

비연 2018-12-13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베카 솔닛 책 계속 나와서 완전... 타격입니다...ㅜㅜㅜ 책 그만 사고 싶은데... 자꾸 사게 만들고.
책 산 지 며칠 안되었는데 이런 페이퍼 올리시는 락방님도... 타격입니다...ㅜㅜ 자꾸 자꾸 유혹하는 페이퍼.

다락방 2018-12-13 15:4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저도 마리 루티가 신간을 내줘서 너무나 좋지만 이렇게 또 돈을 써야 해서 속이 쓰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자, 우리 열심히 사고 열심히 읽읍시다!
이모의 서재, 고모의 서재, 열심히 가꿔 나가야죠! 후훗.

카알벨루치 2018-12-13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꺼번에 40권 빌릴 수 있습니다 애들 카드 압수해서 ㅋㅋ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축하합니다~

다락방 2018-12-14 08:34   좋아요 1 | URL
한꺼번에 40권이라니, 우와 대단하세요! 그런데 그만큼 빌려서 반납기간까지 반납하는 게 가능하세요? 쉬지 않고 읽어야 할것 같은데요?! 음..그러고보니 카알벨루치님 책 엄청 읽으시죠! 다양하게 읽으시고 글도 쓰시고... 크- 역시 글쓰기는 책읽기에서 나오는가 봅니다. 열심히 읽고 씁시다, 카알벨루치님!

카알벨루치 2018-12-14 08:49   좋아요 1 | URL
다 읽으면 제가 쇼님이게요 40권 다 못 빌리고 빌려도 못 읽어요 산 책은 어쩌구요~그냥 넉넉하게 빌릴수 있어 좋다는 장점만! 다 못 읽어 연장도 자주 합니다 못 읽고 그냥 반납하기도 하고, 희망도서 주문해놓고는 내가 그 책을 또 주문했다는 아뿔사~ㅎㅎ

제가 다락방님 따라갈라믄 멀었지요~ㅎ

다락방 2018-12-14 08:54   좋아요 1 | URL
40권 읽으면 쇼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따라간다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셔요! 지금 엄청 잘 읽고 잘 쓰고 계시잖아요!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읽고 쓰기가 저 자신에게 굉장히 힘이 되고 있어요. 그래서 일단 읽고 쓰는걸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그걸 계속하라고 한껏 응원하고 싶어요. 글을 쓰면서 생각도 정리되고 위로도 되고 그러니까요. 카알벨루치님도 결코 멈추지 마셔야 합니다!

카알벨루치 2018-12-14 09:0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작가님의 조언, 가슴에 꽂아두고 새기겠습니다! 쓰기가 얼마나 중요한가 늘 느낍니다 ^^

카스피 2018-12-14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좋아하는 작가들이 책(뭐 대부분 추리소설이죠)을 대부분 갖고 있어요.더 출간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나오질 않으니... ㅠ.ㅠ

진커만 2019-04-04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보고 정희진처럼 읽기 보고 있어요 너무 좋네요

다락방 2019-04-05 01:34   좋아요 0 | URL
좋다하시니 저도 좋네요.흣 :)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 완벽한 페미니즘이라는 환상
이라영 지음 / 동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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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의 연설문) '아버지의 여행가방'에는 또 하나의 장소가 등장한다. 바로 아버지의 서재다. 서재는 주로 '아버지의'장소다. 돌아다니고 읽는 사람은 아버지이며, 집 밖의 세계를 전달하는 사람도 대부분 아버지다. 파묵의 아버지가 파리의 호텔방에서 서구에 대한 동경을 담은 글을 쓸 때, 파묵의 어머니는 어디에 있었을까. 내가 어릴 때도 '여행가방'을 가진 사람은 '아버지'였다. 엄마에게는 대신 장바구니가 있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절대다수가 여성)에게는 기저귀 가방이 필요하다. 화가의 가방과 운동선수의 가방이 다르듯, 가방이라는 작은 공간에는 가방 주인의 이동 경로와 주요 업무가 담긴다. 여성이 고급스럽고 값비싼 가방을 갖는 것에 사회가 유난히 경멸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가 단지 가격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식구들을 먹이는 장바구니나 아이를 돌보기 위한 기저귀 가방이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한 공간과 이야기를 소유하는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발버둥이다.(p.200)




내가 살고 있는 집에는 화려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지만 '나의 서재'라는 공간이 있다. 방 하나의 벽면을 책으로 채워두었는데, 어제 우리집에 방문한 회사 동료가 내 서재를 보고서는 '우와-' 하고 감탄했다. 내 짐작으로는 500-700권 정도의 책이 그 방안에 있을 것 같은데, 책을 많이 사는 이곳 알라딘 사람들에게야 많지 않은 수이겠지만, 책을 안읽는 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확실히 나는 책을 많이 가지고 있다.


위의 200쪽, 아버지의 서재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나는 새삼 내게 서재가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내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서,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다행이다. 나의 조카는 어릴 적부터 '이모 방엔 책이 많다'는 것을 보며 자랐다. 게다가 내가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이라는 것도 아홉살 여자 조카아이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어떤 여행은 조카랑 함께 하기도 했다. 조카에게 이런 나는 '돌아다니고 읽는 사람'이다. 조카에게 '돌아다니며 읽는 사람'은 이모이다. 아버지가 아니다.



나는 내가 이런 모습으로 조카에게 보여질 수 있다는 것에 오늘 크게 감사했다. 내가 의식적으로 '이런 사람이 되어 조카에게 보여주자'고 한 행동들이 아니었지만, 그러나 나는 조카에게 읽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바깥 세상에 대해 들려주는 것도 내가 하는 일이다. 서재를 가진 사람이 내 조카에게는 아버지가 아닌 이모다. 그동안 의식하지 않았던 이 사소한 일이, 오늘은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는 계속, 읽고 돌아다니고 세상에 대해 들려주는 그런 이모가 되어야지.



지금의 나는 비혼이고 아마 앞으로도 출산과 양육이 내 일이 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만약 이런 내가 '엄마'가 되었다면, 내 아이에게 '읽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엄마'일 것이다. 아이는 '엄마의 서재'를 집에서 늘상 보게될 것이다. 아아, 나는 선택하지 않았지만, 내가 엄마가 되기를 선택했었다면, 아아, 얼마나 멋진 엄마가 되었을까! (너무 멀리 나갔나?)




읽고 쓰기에 대해 생각한다. 계속해서 나는 읽고 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읽고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말하기.



이 책,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는 페미니즘 감별사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따끔한 충고 같은 책이다. 그말인즉슨, 이미 꼴페미인 나에게는 굳이 읽지 않아도 좋은 책이란 뜻도 된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고 이미 내가 생각한 바가 그대로 다 쓰여진 책이라고 해도 또 한 번 읽어 나를 단단하게 무장하는 일은 필요할 것이다. '내가 다 아는 얘기잖아' 라면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지만, 이렇게 나는 '이모의 서재'앞에 멈추게 되니까.



게다가 '나는'으로 시작하는 글쓰기에 대한 권유는 무척 반가웠다.

내가 '나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많이 쓴다는 것을, 다른 분의 리뷰 덕에 알았더랬다. 이렇게나 '나는'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니, 그 리뷰에서는 나의 글 한 편에 실린 '나는'을 세어보기까지 했다. 그 리뷰를 읽고서야, '아, 내가 '나는'이란 말을 자주 썼어?' 하고 알게 되었는데, 이라영은 얘기한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남성적 '나'들이 보편적 인간을 대표하는 세계에서 묵살당한 '나'들의 재현과 목소리는 정치적 행위다. '나는'으로 시작하는 말하기를 상대적으로 차단당한 존재들이 '나는'으로 시작하는 말하기를 더욱 확장하길 갈망한다. 자신의 쾌/불쾌가 사회적 옳음/그름과 일치해온 사람일수록 제 기분에 의지해 사안을 판단한다. 여자들이 감정적이라고? 여자의 감정이 사회가 정해놓은 규범과 자리를 벗어나면 부정적인 의미로 감정적이라는 오명을 덧씌운다. 여자의 감정은 정치화되지 못하고 해석당한다. 여성의 연대와 목소리를 '정치 행위'로 보지 않는 게 문제다. 기존의 가부장-여성착취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진보'는 '반동'을 적극적으로 행하는 모순을 저지른다. 정치와 폭력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성들은 기존에 폭력으로 규정되지 않던 문제를 폭력이라 말하고 있으며,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다른 방식으로 정치 행위를 하며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 (p.10-11)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모의 서재에 책들을 쌓아두고 읽고 보내기를 유지할 것이며, '나는'으로 시작하는 글도 역시 계속해서 쓸 것이다.






어떤 여성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혔을 때 자신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페미니스트 검증으로 포장한다. ‘진짜 페미니스트‘인지 검증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르르 하고 지켜본다. 한 손에는 확대경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아주 작은 꼬투리라도 집어 올릴 수 있는 핀셋을 든 채 언제라도 ‘실수‘를 포착할 준비를 한다. 탈탈 털어 작은 먼지라도 잡아내면 ‘진정한‘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한다. ‘진짜‘ 혹은 ‘진정한‘에 대한 집착은 진짜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반대다. 누구도 진짜가 아니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p.5)

적어도 ‘워마드는 진짜 페미니즘이 아니다‘라고 말해야 ‘오해‘받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형성되었다. 오해를 살까 걱정되어 조심하도록 만드는 그 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는 두려움을 이용해 궁극적으로 여성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메갈리아를 조목조목 비판하지 않는다면, 나아가 워마드가 얼마나 문제인지 낱낱이 밝히지 않는다면, 진정한 페미니스트의 자격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해명을 하거나 특정 집단과 선을 긋는 발언을 하도록 은근히 요구하는 상황이 과연 옳은가. (p.7)

균형 잡힌 객관적 시각으로 여겨지는 어떤 중립적인 태도는 이러한 권력의 불균형을 쉽게 간과한다. 균형 잡힌 사람들의 균형 감각은 희한하게도 여성의 말과 행동 앞에서만 빛나게 활발하다. 너무 균형이 잘 잡혀서, 광활한 페미니즘의 역사와 투쟁을 미처 알기도 전에 페미니즘의 문제점부터 먼저 배운다. 이미 형식상의 성평등 제도가 완비되고 오랜 투쟁의 역사가 쌓인 일부 나라들에서 불거진 ‘부작용‘을 과하게 부풀려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에게 훈계하는 일이 잦다. (p.9)

남성적 ‘나‘들이 보편적 인간을 대표하는 세계에서 묵살당한 ‘나‘들의 재현과 목소리는 정치적 행위다. ‘나는‘으로 시작하는 말하기를 상대적으로 차단당한 존재들이 ‘나는‘으로 시작하는 말하기를 더욱 확장하길 갈망한다. 자신의 쾌/불쾌가 사회적 옳음/그름과 일치해온 사람일수록 제 기분에 의지해 사안을 판단한다. 여자들이 감정적이라고? 여자의 감정이 사회가 정해놓은 규범과 자리를 벗어나면 부정적인 의미로 감정적이라는 오명을 덧씌운다. 여자의 감정은 정치화되지 못하고 해석당한다. 여성의 연대와 목소리를 ‘정치 행위‘로 보지 않는 게 문제다. 기존의 가부장-여성착취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진보‘는 ‘반동‘을 적극적으로 행하는 모순을 저지른다. 정치와 폭력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성들은 기존에 폭력으로 규정되지 않던 문제를 폭력이라 말하고 있으며,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다른 방식으로 정치 행위를 하며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 (p.10-11)

성차별을 걸러내고 유지되는 관계는 거의 없다. 심지어 ‘페미니스트‘와 마주 앉아 있을 때도 그 벗어날 수 없는 감옥을 실감할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은 나쁘지 않은데"라는 식으로 차별을 ‘이해‘하려 애쓰며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한다. 마땅히 분개해야 할 일에 분개하지 못한 가슴이 우울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많은 이들이 권력의 진정성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그러면서 동시에 저항하는 사람의 진정성을 증명하려 한다. 진정한 페미니스트 또는 선량한 시민임을 증명하도록 강요받지만, 증명한다고 이해받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해는 불공정하게 돌아간다. (p.28)

차별받는 사람이 친절하길 원하는 마음은 여성을 ‘펴오하적인 언어‘속에 가두려 한다. 저항의 ‘올바름‘을 강조하며 은근슬쩍 ‘저향‘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이다. 여성의 역사를 지우듯이 여성의 말에는 ‘맥락‘이 사라진다. 앉아서 소변을 보기만 해도 페미니스트가 되는 남성이 있는 반면, 평생에 걸쳐 제 몸으로 젠더 이슈를 직접 다뤄온 사람들이 한번 ‘실수‘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 물어뜯는 태도가 과연 옳을까. 페미니스트의 과실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 여성의 성공은 개인의 능력이지만, 한 여성의 실수는 모든 여성의 실패로 만들려는 남성연대 사회의 비겁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p.36-37)

페미니스트를 혐오하는 이들은 진짜의 조건과 자격을 계속 발명한다 "저들은 진짜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고 목청 높이는 이들은 자신의 여성혐오를 메갈리아/워마드 비판이라 우긴다. 한편 페미니스트도 ‘착한 여자 콮플렉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이러한 재판에 이의를 제기하기보다는 ‘진짜‘가 되어 남성 연대의 혐오를 받지 않으려는 페미니스트도 있다. 자신은 메갈리아처럼 상스럽지 않은데 같은 페미니스트로 묶일까봐 초조하고 두려운 ‘페미니스트‘는 앞장서서 메갈리아 진압에 나선다. 나는 메갈리아와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경멸의 의미로 ‘트페미‘라 부르며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의 여성 목소리를 비하한다. (p.38-39)

페미니스타가 ‘내 안의 여성혐오‘까지 찾느라 자기검열에 시달리는 동안 어떤 이들은 페미니스트를 구별하고 평가하려 한다. ‘잘하는지 못하는지‘, ‘어디 네가 하는 말이 맞나 들어보자‘따위의 태도로 임하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를 ‘객관적 관찰자‘에 놓는 습관에 길들여진 이들은 자기반성이 결여된 태도로 판관의 위치에서 발화한다. 자꾸만 교훈을 주려 한다. 이를 이성적이거나 객관적인 태도라고 착각한다. ‘단지 페미니즘을 떠나‘, ‘젠더 이슈를 넘어‘와 같은 수사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 이 자리의 문제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면서 뭘 떠나고 뭘 넘는단 말인가? (p.47)

누군가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를 주장할 때 그 권리가 자신을 불편하게 한다면 그동안 ‘특권‘을 누려웠다는 뜻이다. 조심과 불편은 정의롭게 분배되지 않았으며, 안전은 특권화되었다. "어디 여자가" 라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말은 여성살해까지 그 고리가 이어져 있다. 언어 하나하나를 붙들고 집요하게 싸워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익명으로 사라진 수많은 ‘oo녀‘들의 ‘원통한 혼‘과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p.67)

나름 공정성을 기한다는 이유로 여성의 행동에 대해 ‘만약 남자가 그렇게 했어도‘의 식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항상 공정한 답변을 끌어올릴까. ‘그렇다‘라는 답을 얻을 수 있다면 훨씬 편할 것이다. 모든 문제를 반대로 뒤집어서 답을 얻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약자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동하지 않던 역지사지가 그 반대의 상황에서는 잘 작동한다. 차별의 얼굴은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적이지 않다. 그보다 훨씬 복잡한 정체를 숨기고 있다. (p.93-94)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이 남자들 중에서 제우는 소영의 몸을 구매하지 않으며(과거에 매매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그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남성이지만, 결정적 순간에 비겁해진다. 그는 어떤 면에서 이 영화 속 인물들 중 가장 ‘온화한 폭력‘을 행사한다. 제우가 소영과 근사한 식사를 하고 비싼 호텔에서 데이트를 청할 때 그는 소영에게 가족이 없음을 상기시킨다. 기다리는 가족이 없기 때문에 집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여자였다. 남편과 자식이 없는 여자는 주인이 없는 집으로 취급받는다. 제우는 이 약점을 활용하고 반강제로 수면제를 먹게 만들어 소영이 살인 누명을 쓰는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다. (p.127-128)

‘강간문화‘는 1970년대 미국의 여성운동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여성을 강간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위로 간주되고 심지어 기대되기까지 하며, 여성에 대한 남성의 태도와 여성 자신 및 다른 여성에 대한 여성의 태도 등이 위의 문화적 가정에 의해 착색되는 문화적 분위기를 의미한다." (p.156)

(미주:헤스터 아이젠슈타인, 《현대여성해방사상》, 한정자 옮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1989, 91쪽)

남자들은 여자가 필요하다. 여자의 노동력과 여자를 통한 쾌락은 남성 중심 사회의 중요한 삶의 동력이다. 여성이 필요하지만 존중해주면 지배자가 될까봐 두렵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무시한다. 남성은 여성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지만 여성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수동적이다.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는 ‘욱해서, 홧김에‘라고 하지만 여성과이ㅡ 관계를 위한 감정노동에 대해서는 ‘표현을 못한다‘는 말로 넘어간다. ‘표현을 못한다‘는 그 ‘표현‘은 언제나 전적으로 고마움, 애정,부탁, 미안한, 부끄러움 등이다. 이러한 감정표현은 여성화되어 있다. (p.171)

‘정절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성폭행 피해 여성의 자살은 사회적으로 권장되었다. 이들의 자살은 사회적으로 부추겨진 타살이다. 여성이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살한다지만, 실은 여성의 명예가 아니라 남성이나 집안을 위해 타살당한다. 이는 단지 사적 관계를 지배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국가를 통치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 은장도로 제 몸을 찔러 죽은 그 수많은 여자들의 목소리는 없다. 그들은 죽었고, 말할 수 없으며, 남은 남성들이 죽은 여성의 정절을 숭배한다. ‘열녀‘는 여성 학대의 산물이다. (p.173-175)

멜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다루는 장르다. 사람에게 반하고, 끌리고, 만남을 시도하고, 조금씩 자신을 보이며 다가가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감정, 내게로 다가왔다가 다시 떨어져나가는 타인, 그 사람을 만나기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나. (p.204)

(그림)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 (1621)



‘자신의 성폭행 피해를 고소하고 긴 재판 끝에 승리를 얻어낸 화가 젠틸레스키는 피해자로 남지 않는 여성의 강렬한 모습을 그렸다.‘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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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12-1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모의 서재..ㅎㅎㅎ

다락방 2018-12-13 08:51   좋아요 0 | URL
고모의 서재, 화이팅입니다!!
 
[소모임]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현재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2월 도서는 《페미사이드》 입니다.

















1월에는 1월의 책을 정해야 하는데요, 어떤 책이 좋을지 추천 바랍니다. 현재까지 제가 생각해둔 책들과 또 추천 받은 책들은 이러합니다. 새로운 책 추천이어도 좋고, 이 중에서 어떤 게 좋겠다 하는 의견도 좋습니다. 아직 페미사이드 초반 읽고 있지만, 우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니까요. 1월의 도서 추천 받아요.




















저는, 이 책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한 달 이란 시간이 있으니, 이 정도 두께는 되어줘야 되지 않나, 이럴 때가 아니면 안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글로벌 아시아의 이주와 젠더, 라는 주제도 우리가 꼭 봐야할 것 같고요. 아직 안읽어본 책이라 내용은 모르지만, <이화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학센터 기획> 이라는 작은 타이틀에 조금 마음을 빼앗겨서...


















일단은 12월 페미사이드 열심히 읽으시고요, 1월에 읽을 도서 추천도 바랍니다. 물론, 참여신청도 환영입니다!!


책 뭐가 좋을까요?



페이퍼 상에 책은 추천받는대로 계속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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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12-1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보관함에는 일단은 <육식의 성정치>, <코르셋>,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가 있긴 합니다만...
<이주와 젠더>라는 책도 흥미가 가네요.

다락방 2018-12-11 13:43   좋아요 1 | URL
오! [육식의 성정치]는 제가 몰랐던 책이라 흥미롭네요. 책 소개 좀 살펴봐야겠어요.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는 제가 이미 읽은 책이라.. ㅎㅎ 근데 이 책은 비연님, 술술 넘어가요. 두껍지도 않고요. 동시 도전도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비연 2018-12-11 13:45   좋아요 0 | URL
동...동...시 도전! ㅎㅎㅎ ㅠㅠ 아 읽을 책은 많은데 정말 시간은 부족하고... 슬프네요.
내년 1월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좀더 매진한다는 의미에서 동시 도전을 해볼까요? ㅋㅋ

다락방 2018-12-11 13:56   좋아요 0 | URL
네네 그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내가 하는 거 아니라고 막 던지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8-12-11 14:01   좋아요 0 | URL
이...이...이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8-12-11 14:07   좋아요 1 | URL
저는 어떤 책이 1월달에 같이읽기 책으로 선정되는지 보고 다른 책하고 동시도전 할 계획이긴 해요. 동시도전할 책은 많습니다. 집에 사두고 안읽은 페미니즘 책이 태산이에요 ㅎㅎㅎㅎㅎ

비연 2018-12-11 14:09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함께! ㅎㅎ

다락방 2018-12-11 14:11   좋아요 1 | URL
네네, 나중에 따로 또 같이 어떤 책을 읽게 될지 책 제목 공유합시다 ㅎㅎ

비연 2018-12-11 14:11   좋아요 0 | URL
오케요!

단발머리 2018-12-11 15: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주와 젠더> 목차만 보고 왔는데, 그 책에도 관심이 가네요. 읽어야할 책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좋으면서도 두렵고.....

저도 <나는 과학이 말하는~~~ > 무척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동.... 동시 도전을 주고 받으시는 이 멋진 분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단하십니다!

다락방 2018-12-11 15:29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은 동시도전을 하지 않으셔도 늘 동시에 여러권을 읽으시는 분이 아니십니까! 누구부다 많이, 열심히, 부지런히 읽고 계시잖아요. 가장 멋진 분이십니다!! ㅎㅎ

단발머리님도 뭔가 좋은 책 떠오르면 거침없이 말씀해주세요!

정말이지 세상에 읽을 책이 너무나 많아서 좋은건지 싫은건지 모르겠어요. -0-

비연 2018-12-11 15:58   좋아요 0 | URL
아.. <나는 과학이 말하는...> 이거 동시 읽기 해야겠네요.
두 분이 다 괜챦다 하시니...

단발머리 2018-12-11 16:15   좋아요 1 | URL
<축>

비연님 1월 여성주의 함께 읽기 - 동시 도전 확정

비연 2018-12-11 16:17   좋아요 0 | URL
헉;;;;;;;;;;;;;;;;

2018-12-11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1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1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1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1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1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18-12-1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에바일루즈 “낭만적유토피아 소비하기”랑 “돌봄 : 사랑의 노동” 이거 읽고 싶어요. 페미니즘 분야일지는 모르겠지만 ㅋㅋㅋ 낭만적연애와 돌봄노동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거든요 ㅠㅠ

다락방 2018-12-12 15:51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합니다. 페이퍼에 언급하신 책들 추가했어요. 같이읽기로 지정되지 않아도 따로 읽어보아도 좋겠어요. 아아 세상엔 정말 읽을 책이 많네요!

블랙겟타 2018-12-13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11월달에 다락방님의 책 같이 읽기 캠페인(?) 을 봤었는데
‘할까....‘ 하다가 지나가버렸고
12월에도 ‘할까...‘ 하다가 지나가버렸는데요. ;;
생각해보니 사실 두꺼운 거에 괜히 겁먹은것도 있고
글 쓰는것에 대해 아직까지 뭔가 완벽해야한다는(잘쓰지도 못하면서 ^^;;) 강박의 두려움에 시작하기가 꺼려졌었어요.
그래서 간간히 개인적으로 책을 읽지만서도 알라딘에 글을 못쓰고 그냥 머리 속에 맴돌고 말 뿐이였었죠.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요. 내년 1월엔 저도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동참해볼려구요.
같이 읽거나 하다보면 글 쓰는 것도 자신감이 붙을지 않을까요.. ^^:;;

다락방 2018-12-13 14:25   좋아요 2 | URL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블랙겟타님, 너무나 감사한 그리고 기쁜 댓글입니다. 동참을 말씀하시다니 ㅠㅠ 감격입니다. 얼른 1월달이 되어 블랙겟타님과 같이 읽고싶네요! 책 선정되면 우리 열심히 같이 읽읍시다.
완벽한 글쓰기가 다 뭔가요? 그저 읽으면서 그 과정에 있어서 생각하거나 느끼는 게 있다면, 그때그때 다 풀어나가봅시다. 그렇게 나의 얘기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우리는 그전보다 조금은 또 달라져있지 않을까 싶어요.
고맙습니다, 블랙겟타님. 우리 1월달에 종종 같은 책으로 만나요!! 꺅 >.<

블랙겟타 2018-12-13 15:33   좋아요 1 | URL
격하게 환영해주시니 조조금. 민망하네요. ^^;;;
네. 1월되면 열심히 같이 읽어요. ㅎㅎ

- 2018-12-13 18:01   좋아요 0 | URL
오세요 오세요 여깁니다~ 황홀한 감옥이에요 ㅋㅋ

- 2018-12-13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는 좀더 희망적인 책이면 좋겟어서 혁명의 영점 읽고 싶어요 ㅋㅋ

다락방 2018-12-14 08:31   좋아요 0 | URL
쟝쟝님, 지금 혁명의 영점 검색해보니 페이지수가 페미사이드의 절반이네요. 우리가 읽던 가닥이 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두껍게 갑시다! 그리고 혁명의 영점 비공식적으로 동시진행 어때요? ㅋㅋㅋㅋㅋㅋㅋㅋ(욕심이 똥꼬까지 차있는 1人)

- 2018-12-29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 페미사이드 부지런히 달릴려고 지금 엉덩이 딱 책상에 붙이고서 여기 댓글달러 왔어요. 그래서 1월 책은 무엇입니까?

다락방 2018-12-29 23:35   좋아요 1 | URL
저 세 장 남았어요. 부지런히 따라와요!
1월의 책은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입니다!!

- 2018-12-30 00:01   좋아요 0 | URL
게으른 자는 언제나 마감에 시달립니다 ㅋㅋㅋㅋ 그래도 12월은 31일 이라 하루 벌어서 얼마나 좋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