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굿모닝 맨하탄》을 보았다. 오래전에 티비에서 해줄 때 놓쳤던 영화라 언젠가 봐야지 했었는데 마침 비행기 안 상영 영화에 있었다.


인도에 거주하는 인도인 여자 '샤시'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시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다. 일찍 일어나 커피라도 한 잔 할라치면, 남편이 일어나 부스럭대며 차를 달라, 밥을 차려라 요구를 한다. 밥상에 둘러 앉아서도 남편과 딸아이는 샤시가 영어를 못한다고 무시하기 일쑤다. 여자가 잘 하는일, 취미를 붙여 신나서 하는 일, 돈도 벌어다 주는 일은 간식인 '라두'를 만드는 일인데, 이 일을 가족들은 높이 쳐주질 않는다.


그런 참에 미국에 사는 '샤시'의 조카가 결혼을 한다면서 샤시네 가족을 초대한다. 남편은 샤시에게 좀 더 일찍 가서 결혼 준비를 도우라고 말한다. 샤시는 그렇게 뉴욕에 도착해 언니네 가족들을 만나지만, 혼자서 카페에 가는 것도 두려워질 정도로 영어를 못하는 자신에게 주눅 들어 있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4주만에 영어 완전정복' 이라는 학원을 알게 되고, 언니네 가족들 몰래 그 학원에 등록해 매일 영어를 배우러 다닌다.


학원에는 각 나라별로 각자의 사정으로 영어를 배우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영어를 거의 하지도 못하는 그들이 4주동안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학원에 모여 영어 실력이 점차 나아지는 걸 보게되는데, 역시 누군가 공부하는 걸 보는 건 정말이지 즐거운 일이다. 더불어 내 공부의욕도 마구 샘솟고.


어느날 샤시가 학원에 늦었다. 들어가도 되냐고 묻는 샤시에게 선셍님은 반복해서 "You may not." 이라고 말한다. 들어가도 되냐는 말을 제대로 해보라는 다그침이다. 이에 샤시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선생님에게 묻는다.


"May I come in?"


그제야 선생님은 그녀에게 들어오라고 하고 그렇게 그 수업은 계속 진행된다.




샤시의 영어 실력은 처음과 달리 아주 좋아졌고, 영어로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가능해졌다. 영화는 보수적인 모습을 버리지 못해 가끔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이를테면 아내를 계속해서 무시하고 후려치기 하는 남편에게 아내도, 그리고 다른 친척들 그 누구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대놓고 말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게다가 그렇게 무시를 당하면서도 '여전히 남편 당신은 내사랑' 이라고 하는 것도, 아이를 낳고 진정 행복해지라는 샤시의 조언도... 아아, 그 와중에 깨우친 것들을 보여주는 영화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게 남아있더라. 그러나 열심히 영어공부하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영화를 통해 보는 건 너무 즐거웠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다보고 내 동행에게 '저런 학원 정말 있을까, 4주만에 영어 정복해주는?' 이라고 물었고,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일단 영어로 무조건 대화하게 하는게 영어 실력을 정말 향상시켜주는걸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 데가 있으면 나도 기꺼이 갈텐데!




긴 비행을 마치고 JFK 공항에 도착했다. 기존에 미국에 왔던 적이 있는 사람과 이번에 처음인 사람이 다른 줄로 서게 되어있었다. 여권을 스캐너에 읽히고 통과해 입국심사 줄에 섰는데, 내가 선 줄의 내 앞 사람이 막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갔다. 이제 내 차례였다.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나는 심사관에게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묻고 있었다.



"May I come in?"



아아아.. 몇 시간 전에 본 영화에서 나온 대사를 이렇게 바로 써먹게 되다니! 완전 오픈된 곳이 아니어서 가능한 물음이었다. 심사관은 그렇다며 오라고 했다. 아... 역시 영어는 영어 생활권에 들어와야 비로소 향상되는 것인가. 물론 내 늘어난 영어 실력은 고작 May I come in? 이 다였지만, 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사람은 배웠으면 써먹어야 하는 법. 나는 어째 이 문장을 평생 잊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4주만에 영어를 완전 정복할 수 있다면, 나도 뉴욕에서 그곳을 찾아 열심히 다녀보리라, 고 비행기 안에서 결심했건만, 뉴욕에서 며칠 지내면서는 '그냥 한국에서 공부하자'로 마음이 바뀌었다. 물가가 너무 비싼 까닭이었다. 기본 팁은 메뉴에 적힌 가격과 별개로 18퍼센트나 되어서, 내가 이렇게 짧게 여행온 사람이라 지불이 가능하지, 이 곳에 산다면 나는 이것들을 먹고 다닐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게다가 시내 중심에 위치한 호텔의 비용도 어마어마했다. 여태 여행하면서 다녔던 호텔들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주고 묵고 있건만 시설은 딱히 좋지 않았다. 객실에 있는 욕실 변기의 수압도 낮고 자꾸 막혀서 직원을 불러야 했다. 내가 여기에 한달간 묵으려면 비행기 값과, 호텔값과, 밥값이 필요할텐데, 아아, 이럴 거면 한국에서 과외를 받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아니야, 노팅힐 대본 사둔 거...그거 보자. 마침 《시녀 이야기》원서도 샀잖아. 필사하자.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여기에서도 공부할 수 있어!!





뉴욕에 머무는 동안 가장 좋았던 시간은 <휘트니 뮤지엄>에 갔던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가는 내내. 나는 혼자였고 핸드폰으로 지도를 봐가며 온전히 걸었다. 한시간 가량을 열심히 걸어가며 낯선 장소를 한껏 감상했다. 뉴욕은 이번에 세번째 방문이었는데, 그간 첼시 쪽은 오질 않았었네. 여긴 또 그간 내가 갔던 곳과 다르구나 싶어 몹시 신나고 흥분됐다. 먹구름이 끼어 곧 비가 올 것 같아 중간에 마트에 들렀는데, 3단우산의 가격을 보니 우리돈으로 25,000원 가량 하는거라. 얼라리여.. 내 캐리어에 우산 들어있는데, 이 돈 주고 도무지 우산을 살 수가 없다.. 하고는 그냥 나왔다. 그래, 일단 그냥 걸어보는 거야. 걷다가 비 오면 그건 그 때 생각하자, 하고 나는 열심히 걸었다. 그렇게 휘트니 뮤지엄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 혼자, 이 낯선 거리를, 실컷 걸어 온전히 감상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생각에 한껏 신났다. 비가 오지만 알게 뭐람, 그건 이따 다시 생각하자. 나는 그렇게 천천히 그림들을 보았는데, 아아... 6층의 야외 테라스에서 나는 행복 오브 행복을 느껴버리고 만다. 너무 좋으네요 진짜... 테라스의 까페에는 파라솔도 있어서 비를 피할 수도 있었지만, 동시에 비를 맞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는 주변의 전망이라니. 도시와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데 너무 좋아서 ㅠㅠ 울고 싶었습니다 ㅠㅠㅠ 나는 그렇게 의자에 앉아서 한참이나 바깥을 보았다. 그림을 보러 왔다가 테라스에 반해버렸네. 그 모든 시간들이 충만했다. 동행과 따로 떨어져 혼자서 지도를 보고 낯선 거리를 걸었던 시간,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내 기대 이상의 장소를 만나는 짜릿함.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미술관을 나왔을 땐, 비가 멎어 있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나 '언젠가는 미국에서 살아볼거야' 했는데, 이번에 가서는 '나는 이곳에서 살 수 없을 것이다'를 생각했다. 모든 걸 새로 처음부터 시작하는 일은 쉽지 않을 터. 지금 이곳에서야 내가 차장이란 직함을 달고 있지만, 그곳에 가면 나는 무엇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가기 전에 영어도 익혀야 할텐데. 그리고 내가 어떤 일자리를 얻든, 그 물가를 감당할만한 월급을 받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기는 할까. 911 메모리얼 뮤지엄을, 휘트니 뮤지엄을, 구겐하임 뮤지엄을, 노이에 갤러리를 가 실컷 감상하고 성 패트릭 성당과 성 토마스 교회에 들러 바라던 것을 기도했고, 크림치즈가 잔뜩 들어간 베이글과 육즙이 흘러 넘치는 스테이크를 먹고 다시 긴 비행을 하고 한국에 도착했더니, 불금도 내 생일도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한국에 없는 동안 모두 그냥 지나가버렸어.



이번 생일엔 케익을 하나도, 한번도 먹지 못했네, 생각한 것도 잠시, 한 달전쯤 친구가 보내준 케익 기프티콘이 내게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오호라! 14일 밤에 먹어야지. 마침 그 날은 나에게 특별한 날이기도 하고 언제나 내가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니까, 그 날 케익을 바꿔서 먹자. 와인을 마시자. 냉장고에 훈제 오리도 있어. 그걸로 근사한 안주도 준비하자. 2007년 그 날 그랬던 것처럼 아주 행복한 기분이 되어야지. 나의 특별한 날들을 자축해야지.




밤을 꼴딱 새고 출근했다.


날이 개고 있고 여름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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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9-08-16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하탄은 여행으로는 좋지만 살기에 너무 비싼 곳이죠. 대도시들이 다 비싸지만 그중에서도 최고. 중부 남부 시골로 가면 물가도 싸고 동양인이 별로 없어 영어도 많이 늘 거 같기는 한데 거기는 또 너무 볼 것도 할 것도 없고 하니...

다락방 2019-08-16 09: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프시케님. 어릴 때부터 뉴욕에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지금 다시 가보니 뉴욕에선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휴... 현실감각 제대로 들이닥쳐서..
그렇지만 여행으로는 참 좋은 곳이에요. 물론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뮤지엄들 많은 것도 너무 좋고 도시 자체가 그냥 어딜 둘러봐도 너무 좋아요! 저는 뉴욕에 또 가고 싶어요. 또 갈거에요!
 
버려진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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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소녀 였을때 지금의 남편과 만나 사랑에 빠졌던 여자는 그의 대학 입학을 돕고 그의 공부를 돕고 그가 직장에 들어가 어엿한 사회인이 되는 동안 계속 그의 옆에서 그를 돕는다. 그의 아이를 둘 낳고 주부로 살아가면서 그녀는 그전에 가졌던 그녀의 직업을 잊고 살았고,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남편과 아이들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남편은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그녀에게 이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남편의 여자는 이제 고작 스무살이다. 게다가 남편의 애인이 스무살이 되기도 훨씬 전부터 시작된 만남이라, 그는 미성년자인 여자를 애인으로 두고 있었던 셈이다. 자신의 옆에서 경력단절이 되며 자신의 삶을 최상으로 만들기 위해 자리를 지켜주었던 아내를 배신한 데에서 그는 개새끼지만, 미성년자인 소녀와 연애를 시작한 걸로는 더 개새끼이다. 이래저래 쓰레기만도 못한 새끼이니 이 세상에 어디에도 그가 발붙일 곳이 없어야 마땅하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엘레나 페란테의 다른 소설에서 그랬던 것처럼, 지독하게 몹쓸 놈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내가 느끼는 건 이 남자에 대한 분노에 앞서, 하아- 남편의 배신에 다쳐버린 여자의 무너짐이다.



여자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그에게 바쳤고 또 그를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배신에 치를 떤다. 그가 떠난 자리에서 그녀는 그전에도 그랬듯이 공과금을 납부해야 하고, 보안에 신경써야 하고, 아이들 둘을 학교에서 데려오며 신경써야 한다. 둘이 하던 때에도 딱히 남편이 도와준 건 크게 없었지만, 그러나 둘이 하던 일을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자기 앞에 닥친 일상들에 힘겹다. 남편이 잠깐 방황하는 것뿐이라고,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지 않냐고 자기 자신을 다독여 보지만 쉽지 않다. 우리가 사랑했는데, 그가 어떻게 해야 내게 돌아올까, 그를 어떻게 있던 자리로 돌려놓을까 고민하느라 그녀는 힘들다. 죽을 생각도 해보다가, 아니야 나는 그렇게 무너져내리는 여자가 아니야, 이를 악물지만, 그러나, 그녀는 무너져내린다.



공과금을 제때 납부할 수 없고, 아이는 아프고 개는 죽어간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이성의 끈을 자꾸 놓친다. 아픈 아이를, 시름시름 앓는 개를, 열리지 않는 출입문을 열어야 하는,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 앞에서 그녀는 자꾸만 과거속으로 빨려들어가며 현실을 벗어나려고 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아이가 아픈데, 개가 죽어가는데, 그런데 그녀는 자꾸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생각이 뻗어나가 좀처럼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 남편에 대한 신뢰와 믿음과 사랑이 배신으로 돌아온 것에 대한 충격으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나 이 여자야 정신을 차리란 말이야, 나는 읽으며 얼마나 힘겨웠는지 모른다. 게다가 그녀를 힘겹게 하는 건, 자꾸만 남편의 애인과 남편이 함께 발가벗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는 데에 있다. 그의 몸에 내가 새긴 흔적들을 그녀가 그동안 다 지웠겠구나 생각하고, 나한테 했던 것처럼 그녀에게도 했겠구나 생각하고, 내 옆에 있으면서도 그녀를 떠올렸겠구나 생각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괴로운데 그들은 섹스하며 쾌락속에 있겠지, 생각한다. 혹시 그동안 나와 섹스하며 나를 최상의 상대라 생각했던 건 아닌건가, 지금 만난 새로운 여자야말로 진정한 짝이라 생각하고 있는건가, 생각한다. 나는 그와 오래 살며 그의 성적 취향을 닮게 되었는데, 이제 그는 그녀와 성적 취향이 닮게 되었겠지, 생각한다. 나는 그녀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그렇게 무너져내리면 안된다고, 바닥을 치고 올라오라고, 아이들이 아픈 걸 돌보라고, 당신의 몸을 돌보라고 말하면서도, 그녀의 무너짐에 동참해서 힘들었다. 이제 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취향을 맞추고, 다른 여자에게 익숙해지고, 다른 여자와 은밀한 농담을 새로 만들고, 다른 여자와 역사를 만들어나갈 걸 생각하면 어떻게 무너져내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녀가 무너져내리는 것을 보는게 정말이지, 너무나 힘겨웠다. 내가 지나온 시간이라 힘들었고, 지내고 있는 시간이라 힘들었다. 아, 나도 까딱하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무너져내릴 수 있었어, 하는 생각에 무서워졌다. 아, 내게 돌봐야 할 나보다 약한 존재가 있지 않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미칠것 같은 그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그녀의 영혼이 너무 힘들었다. 그녀가 결국은 그 시간을 극복하는지 보고 싶어서 힘겹지만 꾸역꾸역 책장을 넘겼다. 그에게 복수라도 하고 싶은 마음으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보았지만, 아무 만족도 느낄 수 없는 그 서러움이 너무 슬펐다. 이건 비단 그녀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나자 나는 너덜너덜해져있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길 한복판에 버려진 휴지가 된 것 같았다. 이대로 비가 계속 내린다면 흔적도 없이 약해지고 흩어져 사라지고야 말 휴지쪼가리...



너무 힘든 독서였다. 차라리 엘레나 페란테가 분노를 주는 편이 더 좋다. 무너짐말고 분노를 주세요, 페란테 님...

대신 지나도 우리 가족 모두에게 인심이 후했다. 우리 집에 올 때마다 항상 나와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잊지 않았고 내게 자기 소형차를 빌려주었다. 주말에 가서 쉬라며 케라스코 근처에 있는 자기 별장 열쇠를 내어주기도 했다. 별장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기 대문에 우리는 기꺼이 지나의 친절을 받아들였다. 비록 딸과 함께 갑자기 들이닥쳐 우리 가족의 주말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기도 했지만.
상대방의 친절에는 또 다른 친절로 보답하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호의는 결국 사슬이 되어 우리 가족을 옭아맸다. 마리오는 어느새 카를라의 후견인이라도 된 듯 죽은 아빠 대신 카를라의 선생님들과 상담하러 다녔다. 언젠가 부터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크랄르에게 화학 과외까지 해주기 시작했다. - P11

그의 대학 시험 준비를 도운 것도 나였고 용기를 내지 못하고 망설이는 그를 끌고 시끄러운 푸오리그로타가를 가로지른 것도 나였다. 도시와 시골에서 몰려든 학생들로 주위가 북적이는 데도 터질듯이 두근거리는 남편의 심장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때 나는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남편을 이끌고 대학교 복도를 누볐다.
난해한 정공과목 복습을 도와주느라 남편 옆에서 며칠밤을 새운 것도 나였다. 나는 내 시간을 남편의 시간에 투자해 그를 더 강한 남자로 만들었다. 그의 야망을 위해 내 야망은 접어두었다. 남편이 낙담해서 위기를 맞을 때마다 남편을 위로해주기 위해 내게 닥친 위기는 덮어두었다. 남편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의 시간 속에 스며들었다. 나는 집안일을 하고 요리를 하고 아이들을 돌봤다. 일상생활을 위한 귀찮은 일들을 도맡았다. 그러는 동안 남편은 비천한 출신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집스레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올라갔다.
그랬던 그가 이제 와서 나를 떠나버린 것이다. - P116

지금껏 그에게 바친 내 모든 시간과 에너지와 노고를 몽땅 가져가 버린 것이다. 내 모든 노력의 결실을 다른 계집과 즐기기 위해서 가져가 버렸다. 내가 남편을 낳고 길러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동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랑 말이다. 이보다 더 부당한 일이 어디있단 말인가. 그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내게 이런 모욕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의 총기가 흐려진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우리 둘만의 추억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어디선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 더욱 강렬히 느껴졌다. 열정이라기보다는 불안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남편에게 지금 당장 내 도움이 필요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대체 어디에서 남편을 찾아야 할지 몰랐다. - P117

여자는 흔하디흔한 성욕을 대단한 호의로 오해한다. 남자들의 성욕을 사랑하고 지나치게 현혹된 나머지 사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하고만 관계를 가지고 싶어 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오직 한 사람과 관계를 가지고 싶어 한다고 착각한다.
그렇다. 여자는 특별한 남자가 자신의 특별함을 알아주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성욕에 이름을 붙인다. 나만의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내 사랑‘ 이라고 부른다.
아! 황홀함이니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함 따위는 엿이나 먹으라지. 남자는 여자와 섹스하고 나면 다른 섹스 상대를 찾는다. 그런 남자들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시간이 흐르면 먼저 여자는 떠나고 다른 여자가 오기 마련이다. 나는 수면제를 몇 알 삼키려 했다. 나의 내면 가장 어두운 곳에 누워 잠들고 싶었다. - P139

둘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섹스를 하고 있었다. 둘은 분명 밤새 섹스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나 몰래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내가 괴로움에 경련을 일으킬 때마다 그들은 쾌락에 못 이겨 경련을 일으켰다.
나는 이제 그만 힘들어하기로 했다. 깊은 밤 그들의 행복한 입맞춤에 나는 복수의 입맞춤으로 맞서야 했다. 나는 버림받고 혼자가 됐다고 무너져 내리거나 미쳐버리거나 목숨을 버리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조금 망가지기는 했지만 나는 괜찮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온전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누구든 내게 상처를 주려 한다면 나는 그대로 되갚아줄 것이다. 나는 스페이드의 여왕이다. 나는 독침을 품은 말벌이다. 나는 시꺼먼 밤이다. 나는 불 위를 걸어도 타죽지 않는 불멸의 생명체다. - P143

카를라에게서는 나와 똑같은 맛이 날까? 나와 똑같은 냄새가 날까? 혹시 남편은 지끔껏 내 맛과 체취를 혐오스러워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 내가 카로노에게서 느끼는 것처럼? 나를 만난 후 수십 년이 흘러 카를라를 만나고 나서야 남편은 자신에게 맞는 체취를 찾아낸 것이 아닐까? - P153

정말이다. 나는 바보 같았다. 감정의 수로가 꽉 막혀서 삶의 에너지가 흐르지 않게 된 지 오래다. 마리오가 세심하게 제공하는 황홀한 부부생활에 취해 내 존재의 의미를 가정주부로만 한정지은 것은 너무 큰 실수였다. 마리오의 만족감과 기쁨, 날이 갈수록 성공 가도를 달리는 그의 삶을 내 자존감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너무나도 큰 실수였다. 그중에서 가장 큰 실수는 그와 함께 있어도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게 된 지가 이미 오래인데도 그 없이 살 수 없다고 믿었던 일이다. 손끝에 스치는 그의 피부를 마지막으로 느껴본 지가 언제였던가. 그의 입술의 따스한 온기를 느낀 적이 언제였던가. - P275

우리 관계가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그의 어떤 면을 보았던 걸까.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남편의 생각과 행동과 말투와 기호와 성적 취향을 얼마나 많이 닮게 되었을까.
나는 그런 식의 질문으로 종이를 여러 장 채우곤 했다.
마리오에게 버림받은 후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도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는데 왜 아직도 그의 흔적을 몸에 간직하고 살아야 하나.
내가 그의 몸에 남겼던 흔적은 나 몰래 은밀한 관계를 지속했던 지난 몇 년 동안 이미 카를라에 의해 지워졌을 것이다. 한때는 내 몸에 새겨진 그의 흔적이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이제는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그의 흔적을 내 몸에서 떼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내 자아를 손상시키지 않고 그가 남긴 흔적만 내 몸과 마음에서 깔끔하게 긁어낼 수 있을까. - P320

앞으로 다시는 이런 자리에 오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이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절대로 다리 놔주기를 좋아하는 지인들이 마련한 자선 행사를 찾아다니지 않을 것이다. 상대 남자가 제대로 작업하고 있는지, 여자가 제대로 반응하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만남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훔쳐보는 이들 앞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미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광경은 구경거리일 뿐이었다. 손님들이 모두 떠나고 식탁에 음식 찌꺼기만 남았을 때 농담거리로 삼기 딱 좋은 소재가 아닌가.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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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8-1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16쪽 읽는데, 딱 홍상수 감독 부인이 생각나더라구요.
시어머니, 치매인 시어머니를 한참 모셨다고 그러런데, 세계적인 감독이 되고 사랑 찾아 떠났죠.
다 자기 일이니까 자기 마음대로 하고 살겠지만.... 제일 좋은게 사랑이고 제일 잔인한 것도 사랑 같아요.
서로 영혼의 짝이라 믿고 있겠죠.... 허허...

저도 이 책 읽을 때 힘들었어요. 화자가 너무 제정신 아니어서.... ㅠㅠ 정신차려라!!! 하면서요

다락방 2019-08-13 07:58   좋아요 0 | URL
화자가 무너져내리는 게 보이니까 미치겠더라고요. 게다가 아이도 아프고 강아지도 아프고 문은 안열리고 ㅠㅠ 아 저 너무 스트레스. 집어던질까 하다가 그래도 바닥 치고 올라와서 일상으로 돌아오는 걸 보고 싶은 마음에...
화자가 자꾸만 새애인하고 함께 있는 남편의 모습을 그릴 때마다 저도 같이 그리느라고 대환장했답니다 ㅠㅠ

비연 2019-08-12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안 읽고 좋아요 만.. 책 다 읽으면 차분히 읽기로~

다락방 2019-08-13 07:58   좋아요 0 | URL
비연님 이 책 읽기 엄청 힘드실거에요. 포기의 순간이 수시로 찾아옵니다.....
 
성가신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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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이탈리아 남자들의 매너, 로맨틱한 감성들은 말 그대로 외부에서 본 판타지였나 보다. '나폴리 시리즈'부터 이 책까지, 엘레나 페란테는 끊임없이 애기한다. 여기 이곳에 괜찮은 남자는 하나도 없다고. 


[성가신 사랑]에는 멀쩡한 남자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뿐이랴. 성추행과 폭력을 일삼는 남자들만이 가득하다. 

'델리아'가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질투하고 갈구하는 그 모든 감정들이 뒤섞인 것, 섹스를 할 수 없는 육체가 된 것. 이 모든 것들이, 엄마와 그녀 사이에 남자(아버지, 외삼촌, 이웃 아저씨, 이웃 할아버지, 어린 시절친구, 그 외 수많은 지나쳐가는 남자들)가 없었다면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엘레나 페란테가 결국은 이걸 말하기 위해서 소설을 쓰는 게 아닐까 싶다.


어디에도 제대로 된 남자는 없어.



한번은 인파 속에서 어떤 남자가 어머니 몸에 손댔다고 확신한 아버지가 우리 세 자매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어머니의 뺨을 때렸다. 그 순간 나는 비통함과 놀라움을 느꼈다. 아버지가 그 남자를 죽여버리는 대신 왜 어머니의 뺨을 때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아버지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아마도 아버지는 어머니가 피부와 어머니의 몸을 감싸고 있는 옷감을 통해 전해져보는 다른 사내의 체온을 느꼈다는 이유 만으로 어머니를 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P102

아버지는 너무나 광폭하고 증오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쾌락을 갈망하고 싸움을 좋아하는데다 나르시시즘에 빠져 어머니가 가끔가다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머니가 즐거워하는 것도 보기 힘들어했다. 그런 기미가 보이면 어머니가 자기를 배신했다고 의심했다. 육체적인 배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나도 아버지가 자기 몰래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할까봐 두려워했던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아버지가 제일 두려워했더 것은 버림받는 것이었다. 어머니 혼자 적군의 주둔지로 넘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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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8-1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런데 뭐가 걸려서 오늘 내 서재 방문객이 천 명이 넘는거지? 어디에서 뭐가 걸린거지??

syo 2019-08-11 22:03   좋아요 0 | URL
왜 불안하지.....?

다락방 2019-08-11 22:04   좋아요 0 | URL
아니야 괜찮아요. 서재 뉴스레터 때문인것 같아요. 친구가 말해줬어요 ㅎㅎ

단발머리 2019-08-11 22:24   좋아요 0 | URL
그 친구 훌륭하네요.
다락방님 의문을 막 풀어주고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9-08-11 22:24   좋아요 0 | URL
제 주변엔 훌륭한 이들이 많습니다. 훗

syo 2019-08-11 22:48   좋아요 0 | URL
어쩐지, 내가 좀 훌륭하더라니, 그게 다락방님 주변에 있어서 그런 거였구나!!

다락방 2019-08-11 22:51   좋아요 0 | URL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는거구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08-1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 책.. 읽을 때 힘들었어요 ㅜ

다락방 2019-08-11 22:03   좋아요 0 | URL
저 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있었던 진실을 기억해낼 때 엄청 힘들었어요 ㅜㅜ 아아 성인이 되어 섹스를 못하는 것도 다 이것 때문이네 싶어서 너무 화나요 ㅜㅜㅜㅜㅜ

비연 2019-08-11 22:32   좋아요 0 | URL
정말 어느 넘이나 제대로 된 넘이 없는 거죠. 아 정말 힘들었어요 이 책 ㅜ

다락방 2019-08-11 22:32   좋아요 0 | URL
버려진 사랑도 읽었나요, 비연님?

비연 2019-08-11 22:33   좋아요 0 | URL
지금 제 옆에 있어요. <시녀이야기>와 함께.. 고민중.

다락방 2019-08-11 22:34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 잠들기 전까지는 버려진 사랑, 내일은 시녀이야기를 읽을까해요. ㅎㅎ

비연 2019-08-11 22:35   좋아요 0 | URL
앗. 저랑 반대. 전 잠들기 전까지는 <시녀이야기>, 내일 <버려진 사랑>을 읽을까 하는데 ㅎㅎ

다락방 2019-08-11 22:36   좋아요 0 | URL
하아 비연님. 버려진 사랑 12쪽에서 저 이미 개빡침이............ ㅜㅜ

비연 2019-08-11 22:44   좋아요 0 | URL
ㅜㅜㅜㅜㅜ 수면을 위해 내일 보기로.. 저 <성가신 사랑> 볼때도 빡치고 답답하고 해서 잠 잘 못잔적 있어서 ㅠㅠ 아 겁나네요.. 다시 느끼게 될 빡침 ㅜㅜㅜㅜ

다락방 2019-08-11 22:45   좋아요 0 | URL
네 ㅜㅜ 내일이 벌써 월요일이에요 ㅜㅜㅜ

비연 2019-08-11 22:46   좋아요 0 | URL
월요일. 절망이 느껴지는 단어 ㅜ

단발머리 2019-08-11 23:02   좋아요 0 | URL
전 세번째 사랑, 그러니까 잃어버린 사랑이 제일 괜찮았구요. 두번째 사랑, 버려진 사랑의 빡침은 끝까지 계속되리라는 점, 소심히 밝혀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제 그만 책 덮으시고요, 여러분, 굿나잇^^

비연 2019-08-11 23:0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이미 세 권 다 읽으셨군요! 두번째 사랑의 빡침을 딛고 넘으면 좀 나은 세번째 사랑을 만날 수 있으려나요. 전 지금 <시녀이야기> 흥미진진 읽는 중이라 좀만 더 있다 자려고 바둥대는 중요. 여러분 미리 굿나잇!

다락방 2019-08-11 23:06   좋아요 1 | URL
세번째는 좀.. 괜찮다고요? 도서관에서 두번째까지만 빌려왔는데... ㅜㅜ
시녀이야기 흥미진진이라니 시녀이야기로 갈아탈까 싶네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9-08-11 23:10   좋아요 1 | URL
세번째 사랑에도 빡침 가미되어 있지만 전 가끔 공감 가는 문단이 있더라구요. 시녀이야기는 뭐~~~ 최고죠.
여러분~~ 굿나잇2^^
 

반즈앤노블 가서 시녀이야기 원서를 구입했다. 마침 매대가 따로 있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인 건 어찌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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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19-08-09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표지 넘 예쁘네요~!

단발머리 2019-08-09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아~~ 진짜 표지 넘 이뻐요!!

비연 2019-08-09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멋져요..

psyche 2019-08-0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뉴욕 가셨군요! 아 나도 가고싶다~~

블랙겟타 2019-08-0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즈앤노블도 어찌알고..(σ^∀^)σ
 

어제 구겐하임 가는 길에 보았던 작은 갤러리 찾아왔는데 오픈이 11시란다. 나는 열시인줄 알았지? 덕분에 갤러리 1층 까페에서 커피. 한 잔에 7달러.. 😔

독서 좀 하겠습니다!!


카페 옆은 센트럴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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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9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11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