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사 맥카시' 나온다고 해서 본 영화인데 초반부터 좀 스트레스 받았다. 주인공 '타미'의 일이 잘 안풀리고 그래서 타미가 비관적이고 우울해하는데, 딱히 거기에서 빠져나가려는 의욕 같은 게 보이질 않아서. 더 나은 삶을 딱히 바라거나 하는 건 아닌것 같았지만 현실에서 제자리돌기만 하는 것 같아서 너무 비호감인거다.


고물 자동차로 사슴을 치었고, 다행히도 사슴은 무사했지만 그 일로 파트타임 잡으로 일하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잘렸다. 차도 없고 직장도 잘려 우울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갔더니, 집에는 남편과 이웃집 여자가 함께 있다. 그들끼리 식사를 하고 있어. 도대체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분노하며, 이웃집 여자에게 '네가 왜 내 남편에게 요리를 해주고 같이 먹고있냐' 라고 따지니, 남편이 말한다.


"내가 요리했어."


타미는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고난 뒤 분노하면서 짐을 싸갖고 집을 나간다. 나가면서 남편에게 말한다.



"당신, 나에게는 요리해준 적 한 번도 없잖아."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이 장면이 너무 슬펐다. 직장에서 잘린 것보다, 고물 자동차가 망가진 것보다, 이게 더 슬펐어. 나랑 함께 사는 동안 나에게 요리를 한 번도 해준 적이 없던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는 요리를 해주었다는 거. 이게 너무 슬프고 상실감에 휘청일 정도였다.



친정엄마가 근처에 살아 친정 엄마에게로 가 사정을 말하고 차를 빌리고자 했지만 엄마는 빌려주지 않았죠. 대신 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 멋쟁이 할머니(수전 서랜든!)가 자신과 함께 가는 조건하에 자기 차를 쓰자고 말한다. 게다가 할머니는 돈도 있다!


그렇게 둘이 차를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러 가는데 당연히 여러 일들이 생기고, 타미는 얼른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고, 할머니는 그런 타미에게 '겁쟁이'라고 한다. 항상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면서.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타미에게 집이 결국 안정적인 곳이 아니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그러니까 그렇게 안정이나 평안을 주는 곳이 아닌데도 돌아가려 한다는 것. 현실이 비극인데도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게 아니라, 이 비극적인 현실에 안주하려 한다는 것. 타미는 좀 다른 세계를 보고 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좀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영화에서는 자꾸 그걸 말하고자 하는 거다.



할머니에게는 레즈비언 사촌이 있었는데, 타미는 레즈비언 사촌에 대해 딱히 좋은 감정이 없다. 그래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만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오오, 그 할머니의 사촌 '르노어'는 '캐시 베이츠'였다. 등장부터 카리스마 작렬해주는데, 타미가 범죄에 이용했던 차량을 불태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 르노어의 등장은 영화에 활기를 가져왔다. 르노어의 집에 머물게 된 타미는 르노어가 사업도 번창했고 또 집도 아주 근사한 곳이라 놀라고 부러워하는데, 나중에 르노어가 할머니와 다투고 혼자 있는 타미에게 이렇게 말한다.



"원하는 게 있으면 직접 싸워야 해. 우리(르노어와 그녀의 레즈비언 파트너)처럼 말이야.

오랫동안 넌 네 인생이 형편 없다면 불평만 했지. 바꾸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어. 인생은 마법이 아니야.

불평만 내뱉으며 세상이 바뀌길 기다릴 순 없는거야.

이 집이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줄 알아?

나 정말 열심히 일했다.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넌 상상도 못해.

공짜로 얻은 건 아무것도 없어.

철 좀 들어.

네 일에 집중해.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보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해."


르노어가 그녀의 레즈비언 파트너와 함께 부정적인 시각에 맞서가며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큰 집을 샀다는 것, 그리고 그 집에서 레즈비언 파티를 여는 장면을 보는 건 정말 신났다. 여자들이 함께 모여서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맛있는 걸 먹고 마시며 떠들고 불꽃도 터뜨리는 장면, 그리고 다같이 구령을 붙여서 흔적을 없애야할 보트를 불태우는 장면은 얼마나 좋은지! 나는 멜리사 맥카시를 보려고 영화를 보기 시작한건데 캐시 베이츠에게 반해버렸어. 특히나 우리가 힘들게 일했다, 열심히 일했다, 하는 걸 말하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





뉴욕에서 머무르는 마지막 날 아침, 호텔 1층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 아침을 먹었다. 나는 며칠전부터 프렌치 토스트가 먹고 싶었던 터라, 프렌치 토스트를 주문했다. 와- 양이 엄청 많았다. 식빵 자체도 두꺼운데 그걸 세 쪽이나 반으로 잘라서 내온거다.





메이플 시럽도 잔뜩 함께 나오고 슈가 파우더 까지 뿌려져 있어서 진짜 달았다. 그런데 너무 맛있는 거다! 평소에 메이플 시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와 이 프렌치 토스트가 너무 맛있어서!! 너무 배불러서 남기긴 했지만 두고두고 생각나는 거다.


자꾸만 생각나고 또 생각나서 오늘 아침엔 일찍 일어났겠다, 프라이팬에 버터를 잔뜩 바르고 계란물을 풀어 식빵을 넣고 부쳐냈다. 메이플 시럽은 없어서 설탕을 구워낸 식빵 위에 솔솔솔 뿌렸지. 그리고 먹는데 진짜 세상 맛있는 거다. 아아 당분간 프렌치 토스트 중독될 것 같아. 엉엉 ㅠㅠ

거기에 훈제오리까지 구웠다. 아침을 빵으로만 먹으면 허하잖아요. (네?)

역시 사랑은 노력이야, 애를 써야 해, 하면서 아침부터 더운데 프렌치 토스트 하랴 훈제 오리 구우랴, 더웠다. 그렇지만 프렌치 토스트 세상 맛있고 훈제 오리를 들어서 밥을 촥- 싸먹는데 또 세상 맛있어서... 아아, 아침부터 배가 터져버린 것이야.



내가 나를 너무 사랑했나.. 출근길에 배가 너무 불러서 잠깐 반성했다. 적당히 사랑했어야 했던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녀 이야기 (특별판, 양장)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암흑이었을까 빛이었을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암흑일까 빛일까.

애트우드의 모든 작품을 다 읽는 걸 인생 목표중 하나로 삼겠습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syche 2019-08-16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뒷 이야기가 9월에 나온다고 하니 기대중이에요!!!

다락방 2019-08-16 06:41   좋아요 0 | URL
애트우드 님이 부지런히 더 많은 책을 써주신다면 좋겠습니다! 뒷이야기도 얼른 읽고 싶어요!!(어쩐지 무섭기도 하지만..)

- 2019-08-1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정도 입니까?!! 저는 오늘 진입합니다!

다락방 2019-08-19 18:59   좋아요 1 | URL
쟝쟝님 진짜 장난 아니에요. 저에겐 올해의 소설입니다!

- 2019-08-19 19:04   좋아요 0 | URL
아 신나 ❤️
 

















"날 도와주신다고요? 어떻게요?"

내 목소리도 그만큼 나직하다.

그는 뭔가 알고 있는 걸까, 루크를 본 적이 있을까? 실종된 그를 찾은 걸까? 내게 다시 루크를 돌려줄 수 있나?

"어떻게 도와줄 거라 생각해요?"

여전히 숨소리나 다름없는 낮은 목소리. 다리 위로 미끄러져 올라오는 게 그의 손인가? 그는 장갑을 벗어던졌다.

"문은 잠겨 있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요. 그 사람 아이가 아니라는 건 절대로 발각되지 않을 거요."

그는 장막을 걷는다. 그의 얼굴 아랫부분은 하얀 가제 마스크로 가려져 있다. 한 쌍의 갈색 눈동자, 코 하나, 그리고 머리카락이 갈색인 머리 하나. 그의 손은 내 두 다리 사이에 있다. (p.106)



아이가 없어 대리모를 데리고 사는 대부분의 사령관들은 불임인 경우가 많다. 그것도 모르는 채로 시녀들은 어쩌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고. 시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나이 제한이 있다. 사령관과 아이를 갖는 행위를 치르는 것도 임신 가능성이 높은 날 하루 이틀이고. 


오브프레드 역시 임신하지 못하고 있고 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녀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 몸에 이상은 없는지 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이번에 갔더니 닥터가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말하며, 자신과의 섹스를 제안한다. 명목상 그가 하는 제안은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 너희들이 만나는 늙은이들 대부분이 불임인데 너네들이 겪는 고통을 보니 끔찍하다, 는 것. 그러니 자신이 기꺼이(!) 그 일을 함으로써 도와주겠다는 거다. 닥터는 그녀를 검진하면서 어떻게든, 어디든, 어떤 방식으로든 그녀를 만질(?)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에 시녀는 고민해야 한다. 내가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나. 



진심 어린, 진심 어린 동정의 목소리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즐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동정이며 이 모든 일들을. 두 눈은 동정으로 촉촉하게 젖어 있지만, 한 손은 초조하고 성급하게 내 몸을 더듬고 있다.

"너무 위험해요. 그럴 수는 없어요."

죄의 대가는 사형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킬 때의 일이다. 그것도 증인 두 명이 있어야 한다.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진료실에 도청 장치가 되어 있거나 문 뒤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내 몸을 훑던 그의 손이 뚝 움직임을 멈춘다.

"생각해 보세요. 당신 차트를 봤어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더군요. 하지만 당신 인생이니까."

"고맙습니다."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남겨야 한다.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여운을 흘려야 한다. 그는 느릿하게, 아쉽다는 듯이, 손을 치운다. 그의 입장에선 이걸로 끝이 아니다. 검사 결과를 위장할 수도 있고, 내가 암이나 불임이라고 보고해서 나를 '비여성'들과 함께 식민지로 추방시킬 수도 있다. 지금 듣고 본 일은 없었던 일로 쳐야하지만, 어쨌든 내가 맡게 된 이상 지금 우리 사이의 공기 중에는 그가 지닌 힘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떠돌고 있다. 그는 은근슬쩍 내 허벅지를 가볍게 툭툭 두들기더니 장막 뒤로 물러난다. (p.107-108)



닥터에겐 권력이 있다. 그녀의 목숨을 쥐고 흔들 권력, 그녀의 앞으로의 남은 날들을 쥐고 흔들 권력. 그에게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아니라는 말을 하는데 조심해야 하고, 그의 기분을 건드리면 안된다. 그러면서 어쩌면 이것은 자신에 대한 테스트가 아닐까, 하는 것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내가 수락했다가 혹여라도 이것이 테스트라면, 그래서 자신이 불법에 관여하게 된거라면 역시 목숨을 잃을 테니까. 그런 선택의 기로 앞에서 이걸 선택해도 저걸 선택해도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 그런 선택 자체가 그녀에게 주어진 것이 얼마나 고통인지. 그리고 그것을 그녀의 '선택'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는걸까. 내가 비록 임신해야 하는 여자이지만, 그 역할을 수행해야 앞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그러나 그것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닥터의 강간의 손쉬운 목표가 된다는 건 또 얼마나 큰 비극인가. 내가 아무리 그래도 너랑 그럴 순 없어, 라고 말할 수 없는 입장인 것은 또 비극 한덩어리를 더하고. 


어떻게든 그의 기분도 거스르지 않으면서 그러나 그녀가 범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 것을 드러내면서 그 시간을 간신히, 무사히 넘겼다고 하면, 그러면 결과적으로 잘됐다고 할 수 있을까?




"다음 달에 봅시다."

나는 장막 뒤에서 다시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는다. 손이 떨린다. 나는 왜 겁에 질린 걸까? 경계를 넘어서는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덥석 사람을 믿어 버린 것도 아니고, 위험을 받아들인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안전한데도. 나를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건 선택 그 자체다. 탈출구, 구원의 길. (p.108)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자신의 앞날이 무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공포. 이제 비로소 그 순간이 지나갔으니 안도할 수 있을까. 아니, 아니다. 닥터는 다음 달에 봅시다, 라고 말했다. 다음 달에도 어김없이 시녀는 이 병원에 방문해 이 닥터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 지금 일어난 이 일은 그 때 또다시 일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제안이 반복되면,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봤겠지만, 계속해서 거절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진다. 본의 아니게 허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버려. 시녀는 지금은 아니라고 해서 무사히 넘어갔지만, 다음달에는 그리고 그 다음 달에는 어떻게 될까? 다음 달에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사실, 그걸 알면서 지금 이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계속 공포는 그녀에게 들러붙어 다닐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집에 가서 사령관에게, '그 병원 닥터 이상하니 다른 병원으로 가겠소' 라고 말할 수도 없다. 어디가서 하소연 할 수도 없어. 그저 묵묵히 그 선택 아닌 선택과 강요를, 압박을, 그 무거운 분위기를 혼자 견뎌내야 한다. 게다가 다음에 또 그것이 올 거라는 걸 각오해야 한다. 



그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 그녀에게는 어떤 권력도 없다는 것,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권력 자체가 그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면서 '내가 너를 임신시켜서 너를 고통으로부터 빠져나오게 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닥터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권력을 성폭행에 이용하려고 하는 남자. 자신이 가진 힘을 알기 때문에 자비로운 척, 자선을 베푸는 척 강간에 다가갈 수 있는 남자. 




한 남자는 그녀의 위기의 순간을 이용해서 성폭행을 하고자 하고,

또 한 남자는 그전에 같은 일로 목숨을 잃은 시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지금 시녀에게 또 시키고 있다. 걸리면 죽는 건 그가 아니라 시녀니까.




선택이 주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더 두렵고 고통스럽다면, 그것은 그녀가 사실은 선택할 수 없는 입장에 있다는 게 아닌가. 

아, 권력을 가진 놈들이 자상한 척 하고 배려하는 척 하는 게 진짜 너무 싫다. 그러면서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려 하는 게 너무 싫어. 

애트우드가 1985년에 쓴 작품이 2019년인 지금에 읽어도 그 간극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몹시 슬프다.  그때나 지금이나 남자들이 아무것도 변한 것 같지 않아 슬프다. 여전히 좆같은 놈들이 권력을 쥐고 앉아있는 게 슬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2019-09-06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령관..반전이엇죠.. (나 또 뭘 기대한겨...!!!!) 전 모이라가 되게 안타까웠어요 ㅠㅠㅠ 힝 ㅠㅠㅠㅠㅠ 저는 어제 저녁 시녀이야기 다 읽고 덮으면서 외쳤어요!! 이거 뭐야 ㅠㅠㅠㅠ 뭐냐고오오오ㅠㅠㅠㅠㅠ 저 막 하얀 베일 올려붙이고 빨간 치마 아래 언니들이 총숨켜서 막 쏘는 그런 서사 기대했거등요..2/3까지 읽어도 그 믿음 놓지 않았는데 아뿔사......

다락방 2019-09-10 08:02   좋아요 0 | URL
빨간 치마 아래 언니들이 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좋은데요? 그건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다 쏴죽어 버렷!! 우당탕탕탕!! ㅋㅋㅋㅋㅋ

곧 다음 이야기도 나온다니 얼른 번역되어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추석 연휴에 시몬 베유를 시작할까 합니다. 화이팅!
 
킬링 이브 - 코드네임 빌라넬
루크 제닝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얇은데 책장 안넘어가고 재미없어서 깜짝 놀랐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19-08-14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솔직한 리뷰 고마워요. 리뷰가 귀여워요. 얇고 책장 잘 넘어간다는 줄...

다락방 2019-08-15 19:39   좋아요 0 | URL
얇아도 지루해요 ㅎㅎ

psyche 2019-08-1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는 재미있었는데... 책은 별로군요!

다락방 2019-08-16 06:40   좋아요 0 | URL
저도 드라마 재미있다는 말 들어서 책으로 먼저 읽으려고 한건데 너무 재미없었어요 ㅜㅜ

- 2019-08-19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연기력 오지고 육진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책보는 사람들에게 드라마란... 너무 길고 힘든 것입니다....ㅜㅜ)

다락방 2019-08-19 18:43   좋아요 0 | URL
제가 그래서 드라마를 못보는 걸까요? 전 왜 드라마를 못볼까요?? 전 드라마 보는 게 너무 힘들어요. ㅜㅜ

- 2019-08-19 18:52   좋아요 0 | URL
잘은 모르겠지만 ㅋ시간아까워서 아닐까요?ㅋㅋㅋㅋ 전 드라마 보면 왤케 시간이 아까운지 ㅋㅋㅋㅋ 그래서 혼자 밥먹을 때 보거나, 그림그리면서 봅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9-08-19 18:58   좋아요 1 | URL
비슷한 것 같아요. 전 정말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어요!!

- 2019-08-19 19:02   좋아요 0 | URL
컬러링이나 뜨게질을 하면서 보면 좀 덜 자괴감이 들어요 ㅋㅋㅋ ㅋㅋㅋ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자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자기들 마음대로 계급을 나누고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여자들을 부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여자들의 경제권을 박탈하는 것이었다. 멀쩡히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벌고 있는 여자들의 계좌를 동결시켜 버리는 일. 여자가 일해서 번 돈이 들어있는 은행 계좌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여자의 남편이나 형제에 의해서 가능해졌다.



그들이 동결시킨 거야. 그녀가 말했다. 내 것도 마찬가지야. 여성 단체의 카드도 마찬가지야. M(남성, male-옮긴이)이 아니라 F(여성, Female-옮긴이)라는 글자가 박힌 계좌는 전부 그래. 몇 번 단추만 누르면 되는 일이야. 우리는 철저히 차단당한 거야.

하지만 은행에 2000달러나 입금해 두었는데, 나는 말했다. 세상에 중요한 게 내 계좌밖에 없다는 듯이.

여자들은 더 이상 재산을 가질 수 없게 됐어. 새로 입법된 법이야. 오늘 TV 켜 봤어?

아니.

TV에 나와. 하루 종일 나오고 있어. 모이라는 나처럼 경악하고 있지 않았다. 이상하지만 어떤 면에선 들떠 있었다. 자기는 오래전부터 이런 일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보란 듯이 들어맞았다는 것처럼.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더 생동감 넘치고 결연해 보였다. 루크가 너 대신 '컴퓨터카운트'를 사용할 수 있어. 적어도 그들 말로는 그래. 남편이나 가장 가까운 친척이. (p.306)




내가 일해서 내가 번 돈이고 그래서 내가 예금해놓은 돈인데 그 돈을 내가 인출할 수 없다. 그 통장과 연결된 카드도 정지가 되어 있다. 그 돈을 쓰는 건 내 남편이나 형제여야 한다. 내 돈인데. 내가 예금한건데. 내가 일한 내 돈인데.


내 돈을 내가 관리할 수 없게 되었는데 직장에서도 짤렸다. 그러니까 여자들을 직장에서 몰아낸 것.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랑 함께 사는 남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가 돈을 써서 나를 먹여 살리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나는 꼼짝할 수 없게 된거다. 내가 무언가를 먹고 싶어도, 무언가를 사고 싶어도 이 모든 걸 나의 가까운 남자의 승인 하에 할 수 있게 되어버리니, 아무리 남자가 '원하는 건 다 하게 해줄게' 라고 한들 그것이 내 자유인가. 이미 '해줄게' 가 되는건데.



더 미치겠는 건, 이 일에 남편은 내 생각만큼 분노하지 않는다는 거다. 사실 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아.



당신은 내 기분 몰라. 나는 말했다. 누가 내 발을 잘라 버린 기분이었다. 울지 않았다. 하지만 루크를 껴안을 수도 없었다.

일은 일일 뿐이야. 그는 나를 달래려고 했다.

당신이 내 돈을 다 갖는단 말이지. 내가 죽은 것도 아닌데. 농담처럼 말했지만, 막상 내뱉고 보니 소름이 끼쳤다.

쉿. 루크가 말했다. 아직도 마루에 무릎을 꿇은 채로 있었다. 내가 언제까지나 당신을 돌봐줄 텐데 뭘.

난 생각했다. 벌써 이이가 나를 봐주는 척하고 있어. 그러고는 또 생각했다. 벌써 나는 피해망상에 시달리는구나.

알아. 나는 말했다. 사랑해. (p.308)



남편은 그것이 별 문제가 아니라는 듯, '내가 너를 돌봐줄텐데' 라고 말한다. 왜 한 사람의 성인이 다른 성인을 돌봐주어야 하는가. 그리고는 벌써, 봐주는 척하고 있다. 하아-




그이는 마음에 걸리지 않는 거야. 그이는 전혀 마음 쓰지 않아. 어쩌면 오히려 잘됐다고 여길지도 몰라. 우리는 더 이상 서로의 것이 아니야. 이젠, 내가 그의 것이 되어 버린 거야.

무가치하고 부당하고 비현실적이었다. (p.313)




사랑하는 사이인 어른 두 명이 서로가 서로에게 속해있다고 구속력을 갖게 되는데, 나는 너만 볼게 너만 사랑해 라고 속삭이는데, 그러나 경제권이 어느 한 명에게만 가 있다면 그건 그 사이에 권력이 생김을 뜻한다. 돈을 쥐고 있는 쪽은 권력을 갖고 있고, 상대는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을 가지려 노력해도 이미 돈을 가진 쪽의 밑에 들어가 버려 꼼짝할 수 없게 된다. 아 너무 끔찍하고 너무 징그럽다. 내가 누누이 말했지만, 그레이가 엄청난 재벌이라 아나스타샤의 옷장을 가득 채워줘도, 그것은 아나스타샤의 자유가 아니다. 아나스타샤는 냉장고 바지 한 벌을 사더라도 자신이 번 돈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아나스타샤 스스로의 힘으로 예금 통장에 돈을 넣어야한다. 그레이의 돈이 곧 내 돈이라고 생각하다가는 그레이의 마음이 바뀌는 순간 쫄딱 망해버리는 것이야. 그렇기 때문에 그레이가 '내가 너에게 부족한 거 없이 다 해줄테니 너는 일하지마' 라고 해도 '안돼 이놈아 나는 나가서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버럭대며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녀 이야기》에서는 그렇게 '내가 나가서 일을 할 것이다' 하는 여자들을 법으로 막아버린다. 안돼. 너는 일 못하고 돈 못벌고 돈 못 써. 이게 새로 바뀐 법이야. 그렇게 여자를 남자에게 '속한' 것으로 만들어 버려. 자립할 수 없는 무언가로 만들어 버린다. 남자와 동등할 수 없는 남자의 아래 존재로 만들어 버려. 하아-



결국 이 사회에서 여자들은 사회가 정한 대로의 직업 혹은 신분만을 가질 수 있다. 사령관 씩이나 되는 남자의 아내들은 '아내'로 여성으로서 가장 '높은' 권력을 가지게 되지만, 그 외의 여자들은 실상은 대리모인 '시녀'가 되거나 집안 일을 봐주는 '하녀'가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직장에서 쫓겨나고 내 예금을 내가 쓸 수 없게 되어버린 여자는 시녀 라고 불리는 대리모가 된다.



대리모란 말 그대로 아이를 '대신' 낳아주는 걸 뜻한다. 아내가 낳을 수 없는 아이를 대신 낳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이 책에서 대리모가 남편과 번식행위를 하기 전까지 나는 당연히 침실에서 별개로 남편과 대리모가 성관계를 가지는 건 줄 알았다. 쉽게 말하면 첩의 역할 같은 걸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나 시녀와 하녀 그리고 아내로 나뉘어진 이 세상에서는 쾌락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 섹스는 아이를 낳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그것에 쾌락이 끼어들어서도 안되고, 은밀함과 감정이 끼어들어서도 안돼. 너무 충격적이었던 게, 시녀와 남편이 아이를 갖기 위해 행위를 하는 그 순간에 아내가 그 자리에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섹스는 아내와 남편의 것이되, 그러나 자궁만은 대리모의 것 이 되어버리는 거다. 아내도 눕고 그 아내의 배에 머리를 대고 시녀가 눕고, 그리고 남편은 키스 없이 시녀의 자궁에 씨를 뿌리는 것. 이 감정 없는 행위가 끝나면 마치 이 일을 치러낸 것은 아내의 것인듯 아내도 쉬어야 하고, 그렇게 임신하여 시녀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 역시 바로 아내에게로 가 아내의 아이가 된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하아-

세 명 모두가 뻘쭘한 이 짓을,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하고 있는 거다. 시녀는 단지 자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시녀와 남편은 아내 몰래 따로 만나서는 안된다. 그러나 어느날 남편이 몰래 시녀를 자신의 서재로 부른다. 여자들은 책을 읽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남편의 서재에는 아내 역시 들어갈 수 없는 금녀의 구역인데 그 곳으로 몰래 시녀를 불러내는 것. 나는 이것이 혹여나 아내 없이 섹스를 하기 위함인가 했는데, 그는 엉뚱하게도 낱말게임을 같이 하자고 하는 거다. 그렇게 시녀는 아내 몰래 가끔 남편의 서재로 가 남편과 낱말 게임을 한다. 아내와 하지 않는 게임, 아내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해 요즘 사실 별 대화도 없다니. 이 시간은 남편의 즐거운 시간이 된다. 물론 시녀도 이 시간으로부터 얻는 것이 있고.


내가 놀란 건 이 상황에서의 시녀가 느낄만한 감정을 마거릿 애트우드가 아주 정확히 표현했기 때문이다. 아플만큼 정확하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여자에 대해 죄책감도 있었다. 마땅히 그녀의 것인 구역을 침범한 침입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게임 상대가 되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지만, 남몰래 사령관을 만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우리의 역할이 더 이상 원칙처럼 깔끔하게 분리된 게 아닌 셈이다. 그녀는 알지 못해도 나는 그 여자에게서 뭔가를 빼앗고 있었다. 좀도둑질을 하고 있었다. 내가 빼앗은 것은 그녀가 전혀 원하지 않았고, 그녀에게는 쓸모도 없으며, 심지어 스스로 거부한 것이라 해도 달라질 건 없다. 여전히 그건 그녀 것이었고,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이 신비스런 '그것'을 내가 빼앗아 버린다면, (사령관이 내게 느기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극단적인 감정이라고 여기는 것을 나는 단호히 거부했다.) 그럼 그녀에게 더 이상 뭐가 남는다는 말인가? (p.276)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그의 정부다. 최고위층의 남자들은 언제나 정부가 있었다. 지금이라고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물론 계약의 내용이 약간 다르기는 하다. 옛날에는 정부들이 작은 집이나 아파트를 따로 갖고 있었지만, 요즘은 사정이 뒤죽박죽 되었다. 하지만 들춰보면 속은 다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옜날 어떤 나라에서는 '바깥 여자들'이라고 불렀다지. 나는 바깥 여자다. 안에서 채워줄 수 없는 걸 제공하는 게 나의 일이다. 그게 스크래블 게임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치욕스러울 뿐만 아니라 정말 한심스런 신분이기도 하다. (p.279)




시녀의 갈등이 너무 생생하지 않은가. 비록 낱말게임이지만 아내가 아닌 자신이 하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죄책감, 아내 대신 남편에게는 중요한 혹은 놓고 싶지 않은 어떤 순간을 함께 하는 그 상황 때문에 자신을 정부라고 느끼는 갈등. 이 부분을 읽는데 너무 고통스러웠다. 나는 정부였나, 나는 정부였던가. 그러니까 내가 연인이나 애인이었던 그 상황속에서조차 나는 정부의 삶을 살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밀려와 너무 괴로운 거다. 그러니까 나란 사람이 했던 것, 나란 여자가 상대에게 주었던 것은, 온전한 나로서가 아니라 영혼이나 정신을 채워주는 부분적 역할이었던 게 아닌가... 하는. 온전히 하나로서 기능하는 게 아니라 어딘가 모자란 완전하지 못한, 하나가 되다 만 여자의 역할이었던 건 아닌가. 나는 상대에게 그런 기능이었던걸까. 나는 그렇다면, 이 책의 단어를 빌자면, 정부가 아니었나.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몹시도 괴로웠다. 고통스러웠다. 뇌가 찢어지는 것 같았어. 영혼과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시녀는 알게 된다. 자기의 전임자로 있었던 시녀 역시 이 역할을 했다는 것. 남편의 서재에 들르는 역할. 그리고 아내에게 들켰고, 결국 자살을 했다는 것을. 그러니까, 그런 일이 있었는데, 자신의 서재에 몰래 불러 들켜 자살한 시녀가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그 다음 시녀를 또!! 자신의 서재로 불러낸 거다. 헐... 아니 이 무슨 ......


현실에서 '아내 몰래' 이루어진 관계였다면, 그러다 들켰다면 서로 싸우고 헤어지면 된다. 그런데 이 책속에서 시녀가 존재하는 이 사회에서 시녀에게는 아무런 권력이 없다. 시녀에 대한 권력은 아내가 가진 상황에서, 게다가 사회적으로는 모든 권력이 남편에게 있는 이 상황에서 시녀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아무런 권력도 가진 게 없이 시키는대로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비여성'으로 분류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런 상황에 있는 사람을 서재로 불러내 죽게 만들어놓고, 그런데 낱말게임 하고 싶은 자기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다른 시녀를 또 불러내? 그러다 또 들키면? 그러면 누가 죽어나가는데? 누가 죽어야 되는데? 남편은 아닐 거잖아? 자기가 죽을 것도 아니잖아? 어째서 한 쪽에게만 위험한 그런 상황임을 뻔히 알면서 이 짓을 '또' 하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분노가 하늘을 찔러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쓸모없는 남자새끼야.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마거릿 애트우드가 천재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성을 단순히 자궁으로 기능하게 하기 위해 그 전에 경제력을 먼저 뺏어버린 것도 그렇지만, 아니 그러니까 이 책을 써낸 것 자체로도 그렇지만, 이렇게 여자가 죄책감을 느끼고 내적 갈등을 느끼면서, 아 내가 이래도 되는걸까, 나는 뭐였나,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래도 되는건가, 하고 있는데, 사실 남자는 자신에게 해로울 게 하나도 없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여자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 자기의 욕망에만 충실하고 있었다는 것. 아내의 어떤 부분을 내가 뺏어버렸네, 나는 정부야,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남편은 전에 이 일로 자살한 시녀가 있었음에도 또 이 짓을 하고 있었어. 아, 여자란 무엇인가.

나는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자연스럽게, 아 남편은 낱말게임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고 그게 필요한 사람이구나, 그걸 나눌 사람이 없었구나, 그런데 그걸 시녀가 채워주는구나, 외로운 부분이 있는 사람이었어, 우리는 누구나 외롭지...하고 있었는데, 그냥 이기적인 개새끼였어.. 하아- 나의 이 휴머니즘 어쩌면 좋아 ㅠㅠ




일전에 시녀의 어머니는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이런 사회가 되기 전에.



어쨌든 내가 염색해서 어디다 쓰겠니. 남자들이 줄줄 따라다니는 걸 바라지도 않아. 10초 동안 정자를 제공하는 것 외에 그들이 무슨 쓸모가 있겠니? 남자라는 건 여자들을 더 만들어내기 위한 여자의 도구일 뿐이야. (p.208)




대단한 소설이다. 나는 이래서 소설이 좋다. 이 소설 한 권에 없는 게 없다. 사랑하는 사이지만 여자의 불이익과 부조리에 대해서는 딱히 공감하지 못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지만, 여자들이 연대하는 부분에서는 얼마나 짜릿하고 신나는지! 아직 다 못읽었지만 읽을수록 감탄하게 된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생각하려고, 말하려고 하는 여자가 이 소설속의 주인공이다. 이렇게 치밀하게 잘 짜여진 소설이, 모든 걸 다 담고 있는 소설이 여기 있다. 작가 천재.. 천재다.

오늘 또 생각했다. 소설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시녀 이야기 한 번 읽어봐요, 소설이란 게 이렇게 천재적인 거구나 싶을테니. 아, 너무 근사한 소설이다 진짜. 늦게 읽어 죄송합니다.


올해 초에 샤론 볼턴 천재라고 감탄에 감탄을 쏟았는데 마거릿 애트우드도 천재네. 흑흑. 천재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건 너무 씐나는 일이다 정말 ㅠㅠ




생각이 많으면 끝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줄어드는데, 나는 되도록이면 끝까지 버틸 작정이다. (p.16)






다른 장소, 다른 시간, 다른 인생이었다면, 서로 좋아할 만한 여자로 여기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그 여자를 좋아할 리 없고, 그녀 역시 나를 좋아할 리 만무하다는 걸 이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 P30

‘아내‘들을 조심해야 해. 어떤 기분인지 미리 상상하고 알아차리도록 부단히 애써야 해. 물론 ‘아내‘들은 너희들을 아주 싫어하겠지.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야. 그쪽 기분도 알아주도록 애써 봐. 리디아 ‘아주머니‘는 자기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아주 잘 알고 배려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여자들을 가능한 한 동정하도록 노력해.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신들이 하는 짓을 알지 못합니다 라는 성경 말씀도 있잖아.
- P81

내 곁에 누워 있는 루크를 느끼고 싶었다. 가끔 이럴 때가 있다. 현기증처럼, 내 머리를 휩쓸고 지나가는 파도처럼, 이렇게 엄습해 오는 과거에 시달릴 때가 있다. 가끔은 도저히 견뎌낼 수 없을 것만 같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생각했다. 어쩔 도리가 없어. - P91

그는 철창을 통해 바라보듯 내가 손과 얼굴에 로션을 바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건 욕실에 같이 들어온 듯한 느낌이어서 사령관에게서 등을 돌리고 싶었지만,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 P273

나는 모래밭에 머리를 처박는 방법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여자들밖에 없는 동굴 속에 처박혀서 유토피아를 건서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정말로 딱한 오해를 하고 있는 거라고 얘기했다.
하루아침에 남자들이 없어져 버리겠니. 나는 말했다. 그냥 무시해 버린다고 되는 게 아냐.
그건 차미 매독 균이 존재하니까 나가서 성병에 걸려야 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야. 모이라가 말했다. - P295

‘그 빌어먹을 놈들한테 절대 짓밟히지 말라(놀리테 테 바스타르데스 카르보룬도룸(Nolite te bastardes carborundorum.)‘ - P323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19-08-1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거릿 애트우드 정말 천재 같죠? 읽을수록 감탄합니다. 전 최근에 <눈먼 암살자> 읽었는데, 그 책도 후덜덜합니다. 암튼 <시녀 이야기>는 마지막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시녀 이야기의 역사적 주해‘ 도 정말 대단했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ㅠㅠ 이분의 모든 작품을 빠짐없이 읽어야 할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19-08-13 11:21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잠자냥 님 눈먼 암살자 백자평 올리신 거 보고 읽고싶어서 체크해 두었어요. 오래전에 아주 오래전에 애트우드 작품을 읽었었는데요 지금은 내용도 기억이 잘 안나는데, 그 책도 찾아서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와, 시녀이야기 정말 대단하네요, 잠자냥 님. 어떻게 이런 작품이 있나요, 어떻게. 천재에요 ㅠㅠ

단발머리 2019-08-1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트우드는 그냥 딱 천재죠. 사진에서도 그 천재끼가... 활활!! 전, 좋은 작품이여서 노벨문학상 받는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우리나라는 노벨문학상 받으면 많이 읽히니까요. 애트우드 얼른 노벨문학상 받으셨음 좋겠어요. 살아있는 작가한테만 준다면서요..ㅠㅠ

잠자냥 2019-08-13 13:46   좋아요 0 | URL
저도 해마다 애트우드 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받기를 기도합니다. 아무리 노벨문학상 의미가 퇴색했다하더라도 상징적 의미가 클 거 같거든요.

다락방 2019-08-13 13:54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노벨문학상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노벨문학상 받으면 책 일 년에 한 권 읽는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애트우드 읽게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좋은 작품은 널리 읽히게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소설이 이렇게나 좋은 거란걸 애트우드 님이 이렇게 치밀하게 얘기하주고 계시는데 말입니다.

저는 너무 신납니다. 애트우드란 작가를 알게된게요. 물론 오만년전에 [도둑신부] 읽고 무슨 말인지 몰랐던 것 같은 기억은 있지만, 이제 찬찬히 다시 도둑신부도 읽어보고 눈 먼 암살자도 읽어보고, 애트우드 님의 책을 모으겠어요. 아아, 찾아 읽을 작가가 있다는 것은 정말 너무 근사하지 않나요?

블랙겟타 2019-08-13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만 읽어도 이 책의 전체 내용이 궁금해질 정도로 읽고싶게 만드네요. 또 저한테는 이 책이 어떻게 읽혀질까요? 조만간에 저도 뒤따라 애트우드의 세계로 들어가볼께요. (๑◔‿◔๑)

다락방 2019-08-13 13:56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이 책은 매우 천재적인 작품임과 동시에 대단히 재미있습니다! 소설적 재미도 있으면서 메세지도 팍팍 주기 때문에 정말이지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될거라고 봅니다. 블랙겟타님이 어서 애트우드의 세계로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컴온!!

잠자냥 2019-08-1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이 포스팅과 댓글에 천재라는 단어 몇 번 썼는지 한 번 세어보고 싶어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8-13 14: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천재를 너무 동경한 나머지 천재라는 생각이 들면 마구 천재천재 막 이렇게 되어버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19-08-14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추천하는 사람 너무 많네요. 다락방님까지.. 읽어봐야 할까요?

다락방 2019-08-14 18:01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꼭 읽으셔야 합니다. 꼭이요, 꼭! 꼭 읽고 감상도 남겨주세요!!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정말 잘 읽었다 생각하실 거에요. 독서인생은 바로 이래서 좋구나, 하실 거에요!

link123q34 2021-09-03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2월에 육식의 성정치 열심히 한자한자 다 읽고 힘들었지만 정말 뿌듯했어요! 그런데 아직 이 책에 대해 뭔가 쓸 수는 없겠다.. 기초다지기가 더 필요한 것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고요ㅋㅋ 요 진도는 아직 따라갈 수가 없다는 깨달음도 같이 ㅋㅋ 그러다 운좋게 오프에서 페미니즘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헐렁한 페미니즘책보고놀기 모임을 시작했어요. 페미니즘은 엄~청 광범위한 것이라는데 동의하는 사람들과 순한맛 책들부터 하나씩 보고 있어요. 소수인원이다보니 한 명이 당일 급한 일이 생기면 한주한주 미루면서 아주 천천히 걷고 있지만. 그래도 같이라서 한걸음씩은 걷는데 다들 의의를 두면서 씩씩하게.
1.별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헐렁하게 같이 읽어보자! 소곤소고니 말한 사람이 저라는 점.
2.그 숨격진 욕망의 기원은 여성주의책같이읽기에서 나가떨어져서 라이트한거 먼저 봐야겠다고 생각한 점.
이 다락방님과 링크스팟이에요.ㅋㅋ
무사한 닭강정과 망한국수의 밤을 넘은 아침에 약간의 뿌듯함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꾸준히 골라주시는 여성주의 책들 항상 감사해요!

다락방 2021-09-03 08:52   좋아요 1 | URL
오오 링크님, 그렇게 지내고 계셨군요. 아아 너무 뿌듯하고 너무 행복합니다. 육식의 성정치도 그렇고 제가 고르는 책들이 쉬운 책은 아니라는 거,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제가 그동안 열심히 페미니즘 책 읽었어도 따라잡기 힘든 책들을 제가 선정하곤 해요. 사실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고르기도 했고, 기초는 우리가 수시로 다지자는 의미이기도 했어요. 기초는 수시로 다지고 같이 읽을 때는 빡세게 가자! 하는 그런 의미요. 육식의 성정치 다 읽으셔서 너무 고생 많으셨고요, 지금은 거기에 대해 뭔가 쓸 수 없다, 라고 하셔도 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퍼뜩, ‘아 그게 그런 이야기였구나‘ 하게 되실 거예요. 저 역시 계속 그러고 있거든요.
최근에 같이읽기 했던 <젠더 트러블>과 <소설의 정치사> 역시 너무 읽기 어려워서 다 읽기는 읽었으되 글자만 읽은 것과 같아요. ㅠㅠ 그래도 어떻게든 훗날 도움이 될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나가 떨어지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걸 동력으로 삼아 헐렁하고 재미있게 페미니즘 책 보고 계신다니, 와 너무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링크님 정말 멋져요!! ㅠㅠ 그리고 그렇게 행동해주시고 그걸 이렇게 댓글로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ㅠㅠ 정말 뿌듯합니다. 감사해요!

덧붙여, 요즘 저도 라이트한 페미니즘 책 읽고 있는데요, 링크님 모임의 도서로 지정하셔도 좋을 것 같아 추천드려요.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의 <연대하는 페미니즘> 이에요. 페미니즘 입문용으로도 적절하고 많이 읽었던 사람들도 정리용으로 그만이에요. 이제 절반쯤 읽었는데 흐름이 잘 나와 있어서 추천드려요!

링크님, 좋은 소식 종종 또 알려주세요!! 아침부터 베리 해피합니다!

link123q34 2021-09-03 16:54   좋아요 0 | URL
어떤 뿌듯함이라니 너무 뿌듯하고 행복한 뿌듯함인 것이네요~~:ㅇ 잔잔하게 가늘고 길게 뿌듯할 수 있도록 다들 천천히 보는데 열심이에요.ㅋㅋ
역시 인생은 투트랙.. 멋진 것 물밑으로 투트랙.. 메모메모..
안그래도 뭔가 예비목록을 모으면서 뭔가.. 지도가 필요했어요! 골라주신 책도 같이 읽어볼게요 추천 감사해요♡ 같이읽기 시작하면서 내적으로 뭔가 책진도가 막히거나.. 뭘더 봐야할까 싶을때 다락방님 서재 가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와서 참 기쁘고 든든해요~ 핏쟈와 와인과 행복의 저녁 보내세요~~

다락방 2021-09-03 17:06   좋아요 1 | URL
네네, 링크님. 혹시 책 목록에 도움 필요하시면 언제든 물어주세요. 저는 전문가는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추천할 수 있는거 추천 해드리도록 할게요!! 아, 너무 신나네요. 저는 진짜 자기가 자기 삶 열심히 사는 사람들 보는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자기 삶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이요. 링크님의 한달살기 보는것도 너무 좋았는데 이런 댓글이라니, 제가 너무 행복합니다. 흑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