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몹시 바쁘고 지쳤더랬다. 8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인 《시녀이야기》는 이미 다 읽고 글도 썼지만, 《허랜드》는 읽으려고 펼쳐 들고 다 읽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두 권중 한 권만 읽어도 되는거였지만 나는 둘 다 읽고 싶었어.. 분량도 적고 재미있기도 해서 시작하자마자 다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난주에는 정말이지 책을 전혀 읽을 수 없는 고된 날들의 연속이었다.


다행스럽게도 8/31 이 토요일이라,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허랜드를 마저 읽기 시작했다. 결국 다 읽었고, 8월을 넘기지 않고 감상도 써냈다(허랜드 감상은 여기 ☞ https://blog.aladin.co.kr/fallen77/11065933).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해버리는 나, 얼마나 멋진지.. 나는 나에게 감탄하고 반했다. 만세! 짱이야!!



감상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허랜드>가 끝나면 나오는 아주 짧은 단편 <누런 벽지>는 정말 대단하다! 어제 이 단편을 읽었다는 친구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와, 우리는 서로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천재다 천재 이러면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였어. 허랜드 책 있지만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이라면, <누런 벽지> 만큼은 놓치지 마시라고 말씁드립니다. 아주 짧은 단편이지만 매우 충격적인 단편이지요. 여러분, 누런 벽지를 읽자, 샬롯 퍼킨스 길먼을 읽자!!



아무튼 그런 지친 일상을 보내고 주말에 늘어져 있는데 넷플릭스에서는 내가 관심있어할 거라며 영화 《폴링 인 러브》가 등록되었다고 알려줬다. 아니, 폴링 인 러브라고?? 오만년전에, 꼬꼬마 시절에 주말의 명화로 보았던, 그 작품? 언제고 다시 보고 싶었지만 도무지 볼 기회가 없었던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그 영화가 넷플릭스에 등록된거야? 꺅>.< 어릴 때가 아니라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 보는 그 영화는 어떨까, 좋았어, 주말엔 이걸 보는거야!



하고 들어가 보았더니 응?? 그게 아니네?????







그게 아니면 그냥 넘겨도 되는 것이거늘, 그냥 넘기려고 했건만, 아니, 뭐라고? 인테리어 ... 호텔 수리?

직장도 잃고 사랑도 잃고 새로 시작하는 삶에 대한 거야 너무나 뻔한 이야기지만 그게 호텔 수리이며 인테리어 하는 남자랑 같이 DIY ... 아, 좋다, 보자! 나는 그렇게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는 Fallin in Love 였는데, 이 영화의 제목은 자세히 보니 Falling Inn Love 더라.



'가브리엘'은 자기한테 샐러드만 먹이려는 애인한테 빡쳤는데 직장은 말도 없이 문을 닫아 일자리를 잃게 됐다. 집에서 술마시고 하릴없이 소파에 앉았다가 뉴질랜드 시골의 호텔을 분양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고 거기에 신청을 하는데, 덜컥, 당첨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무료로 주는 거래... 그렇게 그녀는 열다섯시간 비행기를 타고 뉴질랜드에 도착해서는 또 몇 시간 버스를 타고 쑥쑥 들어가서 뉴질랜드의 시골에 도착한다. 아아, 버스도 잘 안다니는 시골인 것이야. 그렇게 캐리어를 끌고 걷고 또 걸어 호텔 앞에 도착하는데, 호텔은 광고에서 보여준대로 근사하지 않았고, 곧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인거다. 아아.. 이걸 어쩌나, 하다가 마침 그녀의 직업이 설계이기도 했던 터라, 좋다, 고쳐 쓰자, 하면서 호텔 수리에 들어간다.


이 작은 시골마을은 마을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지내고 있는데, 게다가 동네도 작아서, 여기서 마주치던 사람을 저기서도 마주치고, 저 사람과 이 사람이 모두 친구고, 마을에 화재가 나면 동네 사람들 모두가 소방관이 되는 곳이다. 여기에서 그녀는 '제이크'라는 남자와 자꾸 마주치게 된다. 사람들은 제이크가 뛰어난 수리업자 라며 그와 함께 하라고 했지만, 그녀는 아니야 괜찮아, 라며 혼자 고치려고 했고, 그러나 이 낯선 곳에서 고칠게 너무나 많고 힘든 그녀는 아파... 감기에 걸린다.


재미있는 지점은, 그녀가 재채기를 했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 모두가 아프냐고 물어본다는 것. 아니야, 아프지 않아, 라고 했지만 그녀는 결국 감기에 걸리는데, 아직 수도관을 제대로 고치지 못해서 물도 잘 안나오고 그래서 뜨거운 물도 마실 수 없어 끙끙 앓는데, 마을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차례로 찾아온다.


꽃집의 사장님은 전기포트를 가져오고, 제이크는 수리할 새로운 수도관을 가져오고, 까페 사장님은 꿀을 가져오고.. 다들 이렇게 그녀가 감기를 떨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거다.


사실 이 장면은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 들게 했는데, 나의 경우 이렇게 예정에도 없이 마을 사람들이 찾아온다면, 몸도 아파 지치는데, 너무 짜증이 날 것 같은 거다. 왜 찾아와, 귀찮아.. 다들 가.. 왜들그래 ㅠㅠ 하는 마음이 되었을 것 같은데, 그러나 와서는 다들 내가 더 빨리 나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담아 도와주는 거다. 뜨거운 물을 끓여주고 차를 타주고 수도관을 고쳐주고.. 이런 일들이 너무 고마운거다. 나는 그저 그들이 제공해주는 뜨거운 차나 마시면서 누워서 한 숨 푹 자면 되는 거다. 게다가 나 혼자이고 아직 완성된 집도 아니라 내가 원하는 걸 다 할 수가 없잖아. 그런데 이런 미완성의 공간에 와주고 도움을 주다니 너무 고마운 거다. 그래서 참 복잡한 마음이 되었지. 그렇게 막 오지마, 그런데 와줘서 고마워.. 이런 기분...




몸이 다 낫고 가브리엘은 제이크에게 호텔 수리를 같이 하자고 한다. 같이 해서 공동 소유로 하고 나오는 수익은 반씩 나누기로. 그렇게 같이 수리를 하는데, 하하하하, 네 뭐, 그렇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삶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또 호감도 키우게 되고... 그렇게 되는데, 그러다가 영화에는 갈등이 찾아오죠.


가브리엘은 호텔 수리가 끝나면 다시 자신이 속한 미국으로 갈 생각이었고, 제이크는 단순히 자신이 사업상의 파트너였다는 것이 서운해서 투닥투닥 서로에게 심한 말을 하며 다투게 되는 거다. 수리가 거의 다 된 호텔에서 맥주 한 잔 하려던 그들은 그렇게 다투는 바람에 맥주도 못마시고 각자의 공간에 머무르게 되는데, 가브리엘을 미안한 마음에 그에게 사과를 하는 문자메세지를 보내려고 한다.




제이크는 제이크대로 심란해서 가브리엘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려고 핸드폰을 들고 창을 열었는데, 오, 상대가 메세지를 작성중이라는 게 보인다.




저 말줄임표.. 아이폰 쓰는 사람들 뭔지 알죠. 후훗.


자신이 메세지를 작성하려다가 상대가 메세지를 작성중인걸 알게 된 제이크는 가만히, 그녀가 하는 말을 기다린다. 무슨 말을 할까,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가브리엘은 메세지를 다 작성해놓고서는 전송을 누르지 못하고 지워버린다.

제이크가 보는 화면에서 말줄임표는 그렇게 사라진다.



이에, 제이크가 메세지를 보내려고 작성한다.




아니야, 다시 보내는 게 좋을거야, 마음 먹고 갈등하던 가브리엘은 그렇게 핸드폰을 보다가, 상대가 메세지를 작성중이라는 걸 알게된다. 당신은 내게 무슨 말을 할건가요?




저렇게 입술을 꼭 깨물고 기다리고 있다. 말을 하라, 제이크여, 말을 해!



그러나 제이크도 다 적어놓고서는 보내지 못하고 지워버린다.




그리고 이렇게 끙끙... 고민에 고민에 고민에 고민에.......


아아, 성인 여자와 남자여, 할 말을 왜 뒤로 감추는가. 왜 상대에게 메세지를 보내려다 마는가.




제목도 기억이 안나느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어쩌면 드라마)에서는 상대와 통화하기 위해 집으로 전화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세 번 울렸다가 끊으면 내가 하는 거니까 니가 받아, 같은 암호를 정해서는 약속 장소를 정하고 만나야 했다.

한번씩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떨리는 마음, 그대이길 바라며 수화길 들지...






삐삐가 나오고서는 음성메세지를 남길 수 있었고, 호출을 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의 방식도 점점 변하게 되는데, 이제는 이렇게 문자메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할 수가 있다.

크-

문자메세지..

문자메세지..

현대인들이라면 문자메세지로 설레이는 일 다들 경험해보지 않았습니까.


아아 저때의 제이크와 가브리엘은 정말 어떤 마음이었을까. 상대가 메세지를 작성중인 걸 보면서 얼마나 쿵쿵 거렸을까. 내가 저 장면 보다가 마음이 막 거시기해져서, 한 때 나를 설레이게 했던 사람과의 문자메세지 창을 열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쩌면 상대가 나에게 메세지를 작성중인 게 아닐까, 그렇게 썼다 지웠다 하는 게 아닐까, 그러면 나도 저렇게 상대가 메세지를 작성중이라는 말줄임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영화 자체는 그냥 누구나 짐작 가능한 뻔한 로맨스인데, 저 문자메세지 창의 말줄임표를 보는 장면이 마음을 너무 후벼팠다. 좀처럼 잊혀지지가 않아. 오늘는 또 괜히 '혹시라도 네가 들여다본다면 말줄임표를 볼 수 있게 되기를' 같은 말랑말랑한 마음을 안고서 혼자 메세지도 작성해 보았다. 그렇지만, 물론, 보내지 않았다. 우연이 기적처럼 작용해 그 때 문자메세지 대화창을 열었다면 아마 상대는 말줄임표를 볼 수 있었겠지. 이 사람이 뭘 찍고 있나, 들여다보다가 이내 말줄임표가 사라지는 것도 볼 수 있었을 거다.



오만년전에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읽고나서 이메일 보내고 싶어서 몸을 막 뒤틀게 됐는데, 이걸 보고나니 문자메세지 대화창의 말줄임표를 보고 싶은 욕망에 숨이 막힌다. 심장이 벌렁거려. 아흑.




그러나 이 영화에서 사랑의 수단은 그저 문자메세지로 끝나지 않는다. 이 오래된 호텔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벽 안에 숨겨진 러브레터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가브리엘과 제이크는 하루 휴가를 내 경치 좋은 해변에 소풍을 가서는, 벽에서 발견한 오래된 편지를 읽어주기 시작한다. 남자가 보낸 건 제이크가 읽고 여자가 보낸 건 가브리엘이 읽는데,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러브레터를 읽어주는 시간, 세상 낭만적인 시간. 이 편지는 아마도 1차대전이 한창일 때 전장에 나가있던 남자와 그를 기다리는 여자 사이에 오고갔던 편지들이었던 것 같다. 오래된 편지, 그 안에 드러나는 절절한 사랑, 그 편지로 인한 로맨틱한 감정과 낭만적인 분위기.


사랑을 편지로 표현하는 것의 장점은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다. 휘발되지 않고 간직할 수 있는 것. 책상 서랍에 고이 넣어둘 수도 있고 벽장 안에 숨길 수도 있다. 이렇게 오래오래 그 감정을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읽을 수가 있어. 그 편지를 읽으면 그 때의 감정이 어떤건지 일 년이 지난 후에도, 십 년이 지난 후에도 알 수 있잖아. 편지는 너무 완벽한 사랑의 수단이 아닙니까...




그들은 호텔을 완성한다. 뉴질랜드 저기 저 시골에 작은 호텔을 마련해두었다. 작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로망 같은 건 없지만, 이 호텔을 보는데, 여기서 살고 싶다. 침실 창문을 열면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다. 현관을 나서면 나무들이 잔뜩인 곳에서 살고 싶다. 뉴질랜드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여유롭게 살아볼 수 있는 때가 내게도 올까? 이렇게 전망 좋고 아름다운 곳에서 내 인생의 어느 한 부분만큼을 살아볼 수 있을까? 이런데서 평생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아. 어느 정도는, 어느 시간만큼은 살아보고 싶어지는 거다. 그러면 너무 좋지 않을까. 저 침실 테라스의 의자에 앉아서 멍때리고 있어도 인생은 행복으로 충만할 것 같아. 크-





오늘 아침 친구와 문자메세지를 주고 받았다. 운좋게도, 나 역시 친구의 말줄임표를 볼 수 있었다. 낭만적이야..





나는 매시간 메세지를 작성중이다.

점심은 순대국밥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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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9-03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재밌겠다!! 비도 오는데!! 순대국밥 맛있겠다!! 비도 오는데!! 와!!

다락방 2019-09-03 10:28   좋아요 0 | URL
거기 비와요? 여긴 안와요!
순대국밥 먹을거야. 많이 먹을거야. 부추 잔뜩 넣고 먹을거야.
쇼님은 아이폰이 아니죠? 후훗

다락방 2019-09-03 10:34   좋아요 0 | URL
https://youtu.be/afxLaQiLu-o

블랙겟타 2019-09-0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무슨말이 올까.. ‘말줄임표’를 보면서 기다렸다가 안와서 못참꼬 제가 먼저보내려다가 말 정리가 안되어서 결국 지우고 이렇게 밀고당기기의 장난을 했던 기억이 있네요
( ・ワ・)

다락방 2019-09-03 11:1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밀고당기기의 장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아까 혼자 메세지 작성했다 지우면서 ‘네가 본다면 말줄임표가 보이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에서는 상대가 저를 차단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은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으니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웃고 있지만 운다.) 오늘 순대국에 소주각이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눈물을 하염없이 닦는다)

비연 2019-09-0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으로 돼지두부찌개를 먹은 나.
저도 아이퐁 말줄임표 아는 사람에 합류 ㅋ

다락방 2019-09-03 15:45   좋아요 1 | URL
아이폰 말줄임표는 이 영화에서처럼 아주 가끔 정말이지 아주 가끔, 낭만적일 때가 있어요. 아하하하하.

저는 순대국 배터지게 먹고 왔더니 오후 내내 꾸벅꾸벅 졸고 있어요. ㅠㅠ

단발머리 2019-09-03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 8:36이라는 거죠?
저 말줄임표 안에 어떤 말이 있었나 제가 함 맞춰보께요.
1. 사랑해
2. 고마워
3. 이따봐
4. 점심 순대국 어때?

정답을 아시는 분은 다락방시 다락방구 다락방동으로 연락바랍니다.

다락방 2019-09-03 15:46   좋아요 0 | URL
시간은 오전이 맞으나 보기 중에 정답은 없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열심히 읽고 계세요, 단발머리님? 저는 졸려서 미치겠어요. 휴..

단발머리 2019-09-03 16:09   좋아요 0 | URL
저도 깜빡 졸았어요. 다락방님 댓글 보고 정답이 뭘까 생각하며 기상!
휴우~~~~~

- 2019-09-06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 이 영화도 이 글로 다 봐버렸네요!!ㅋㅋㅋ

다락방 2019-09-09 15:46   좋아요 0 | URL
어쩌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다 보여드렸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랜드 - 여자들만의 나라 Rediscovery 아고라 재발견총서 5
샬롯 퍼킨스 길먼 지음, 황유진 옮김 / 아고라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여성주의라는 것은 '이것은 어째서 이런가, 뭔가 부조리하다' 라는 깨달음에서, 의문에서 시작한다. 왜 그런가 물어도 '오래 그래왔어'라는 대답밖으 들을 수 없었으므로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알게 되고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 같다.  여러차례 언급한 적 있지만, 페미니스트 철학자 윤김지영 선생님은 천주교도로서 성당에 가 미사를 드리면서 왜 여자만 미사보를 쓰는건지, 그걸 안쓰면 안되는지에 대해 주변에 물었을 때, '원래 여자만 쓰는 거야' 라는 답을 들었고, 그 대답이 성에 안차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나로 말하자면, '최명희' 의 [혼불]을 시작하면서 내내 쌓아뒀던 것들이 폭발했다. 대체 왜 여자는 예로부터 이런 취급을 받아야 했는가, 왜 피해자이면서 숨죽여 지내야 했는가, 왜 멸시를 당하면서도 침묵해야 하는가. 그렇게 나는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샬롯 퍼킨스 길먼은 결혼을 하고 전통적인 성역할을 강요하는 남편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려버린다. 산후우울증도 여기에 한 몫을 했고. 그러나 치료를 위해 찾아간 정신과에서는 그녀에게 지적활동을 하지 말고 육아와 가사노동에만 집중하라는 처방을 내린다. 이 처방은 그녀를 더 나쁘고 약한 상태로 몰아갔다.


아마 이런 경우 많은 여자들이 점차 시들어가고 더 약해졌을 것이다. 1900년대였으니까. 그러나 샬롯 퍼킨스 길먼은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그만두겠다 말하고 남편과 이혼한다. 자신이 아픈 이유가 뭔지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잇었던 탓이다. 자기에게 처방을 내린 의사가 자신을 제대로 진찰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내가 왜 아픈줄 알아? 그건 지적활동을 해서가 아니라, 지적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서야! 

의사가 시키는대로 자기 자신을 침묵 속에 놓아두기 보다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그녀는, 그 일을 계기로 <누런 벽지>라는 자전적 소설을 썼다. 그리고 이 글의 처음에 언급했던 페미니즘, 그러니까 이 모든 일들이 이상하지 않은가, 부조리하지 않은가, 를 생각했던 그녀는 그것을 고발하는 소설을 써낸다. 이 책, [허랜드]가 그것이다.



'허랜드'는 말그대로 '여자들만 사는 나라' 이다. 미국인 남성 세 명이 여자들만 있는 나라라는 말에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찾아간다. 일단 여자들만 있다는 곳이니 완성되지 않았겠지, 그곳은 많은 것들이 부족할거야, 여자들의 질투와 시기가 가득하겠지, 젊은 여자들 많겠지, 라는 뻔한 편견으로 그곳에 도착했는데, 오, 이곳은 천국이었다. 여자들만 있는 곳에서 여자들은 스스로 아이를 낳는 법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여자들만 살면서 의식주를 현명하게 해결하며 게다가 나라의 모든 여자들이 굉장히 지적인거다. 이 모습은 이 미국인 남자들이 결코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고, 눈앞에 보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곳에서 그곳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익히며 미국의 문화와 언어 역시 교환하던 그들은, 자시들이 살고 있는 미국을 욕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많은 부조리한 것들에 대해 침묵하려 하지만, 허랜드에서 살고 있던 여자들의 '당연한' 물음들 앞에 자신들이 살아왔던 남성위주의 사회가 얼마나 보잘것 없었는지, 얼마나 불공평 했었는지를 드러내게 된다. 




"일부 고등 곤충 가운데에도 그런 예가 있는데, 우리는 그걸 단위생식, 즉 처녀생식이라고 부릅니다."

그녀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생식이란 말은 알겠는데 처녀는 뭐죠?"

그녀의 질문에 난감해 하는 테리 대신 제프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처녀란 짝짓기를 하는 동물 가운데 아직 한 번도 짝짓기를 하지 않은 암컷을 부르는 말이에요."

"그렇군요. 처녀라는 말이 수컷에게도 적용되나요? 아니면 수컷한테는 다른 용어를 쓰나요?"

그는 같은 용어를 쓰지만 수컷에게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하고는 급히 질문을 회피했다.

그녀가 말했다. "그런가요? 그렇지만 짝이 없으면 짝짓기가 불가능하잖아요. 그럼 짝짓기 전의 암수 모드는 처녀 아닌가요? 미국에는 수컷 혼자서 생식이 가능한 생명체가 존재하나요?"

그가 대답했다. "내가 아는 바로는 하나도 없습니다." (p.83-84)



하하하하. 물론 이 당연한 의문은 몹시 통쾌했고 너무나 쉽게 여성을 멸시하고 혐오하는 것을 드러내는 방법이라 감탄하며 읽었다. 그런 한편, 이미 백년도 훨씬 더 전부터 누군가는 '처녀'란 말이 '아직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을 뜻하는 용어로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했건만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씁쓸했다. 샬롯 퍼킨스 길먼이 그 오래전부터 '이거 이상하잖아!' 부르짖었건만, 그러나 아직까지 '처녀 비행', '처녀작' 같은 말을 운운한다는 것은, 샬롯 퍼킨스 길먼의 외침이 모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게 아닌가. 여성을 혐오하는 문화는 너무나 힘이 셌다. 아주 오래전부터 여자들은 이렇게나 문제점을 지적했건만!!



"우리는 고기는 물론이고 우유를 얻기 위해 소를 키우거든요. 소의 우유는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음식이죠. 우유를 모아서 유통하는 사업의 규모도 상당하고요."

그녀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내가 그린 소를 가리켰다. "농부들이 소의 젖을 짭니다." 그러고는 우유 통과 의자를 그리고 몸짓으로 소 젖을 짜는 모습을 재연해 보였다. "그러고 나면 우유 배달원이 도시로 가져와 운반하지요. 모두가 아침이면 집 앞에 놓인 우유를 받아볼 수 있답니다."

소멜이 진지하게 물었다. "소는 새끼가 없나요?" (p.88)



역시 길먼은 허랜드 여자의 입을 빌어 묻는다. 소젖은 소 새끼가 먹는 거 아니야?



미국 남자 세명은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제프'는 여성을 천사 대하듯 우러러보고 '테리'는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는 데만 급급하며 소위 빻음의 절정을 달린다. 이 이야기속의 화자인 '밴'은 그들 사이의 중립이라고 칭해지지만, 가장 객관적 시선을 가졌다고 스스로도 자부하지만, 그러나 그가 '남자로 태어나 남자로 살아온' 세월이 어디가겠는가. 그는 중립을 자처하지만 영낙없이 남자다. 그나마 다른 게 있다면 허랜드의 장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는 거, 아내가 섹스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설득을 하되, 강제하지 않는 거. 그렇다. 테리는 그곳에서도 강간을 시도한다.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발정기가 아닌데 섹스를 해야하는 걸 이해못하는 아내의 방에 몰래 들어가 강간을 시도하는 것. 그러나 그는 허랜드의 건강한 여자들의 손에 맞고 묶인다. 테리는 어떤 여자라도 남자가 정복해주기를 원하는 법이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었다. 허랜드에서 일 년을 살면서 자신이 알고 있던 고정화된 여성성을 가진 여자들이 아닌 여자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버리지못했다. 그나마 혐오와 숭배 가운데에 있던 '밴'은 이 일에 대해서 테리의 강간 시도는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하지만, 그러나 여자에게도 잘못은 있었다고 말한다. 그의 아내는 특히나 더 여성성이 강해 보였다면서.



테리는 강간을 하지 못했고 아내로부터 거절 당했다. 게다가 다른 여자들로부터도 감시당한다. 이 때 그가 분노에 차 허랜드 여자들을 멸시하며 내뱉는 욕이 '노처녀' 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자들에게 내뱉는 욕이 노처녀라니, 그게 그가 생각하는 여자들에 대한 욕이라니. 그가 어떤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내가 누누이 '어떤 걸 욕으로 쓰는 지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고 하는 것은 사이언스...



'밴'은 '엘라도어'랑 결혼해서 우정을 나누고 있다. 이런 사랑이 있다는 것, 이렇게나 큰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성애의 당연한 섹스에 대해서, 그리고 양성이 사는 사회에 대해서 늘 엘라도어에게 말했기 때문에 엘라도어는 미국이라는 곳, 양성이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 자기들처럼 한쪽 성만 있는 곳보다 더 나은 곳일거라고 당연히 전제한다. 그렇게 그들 부부가 미국으로 가면서 이 소설은 끝맺는다. 아흑-

엘라도어는 미국에 가서 어떤 세상을 보게 될까. 그녀가 마주하게 될 세계는 그녀에게 어떤 생각을 심어주게 될까. 그녀가 미국땅을 밟고 양성 사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녀는 아마도 이 책의 작가인 샬롯 퍼킨스 길먼처럼, 신경쇠약에 걸리게 되지는 않을까.  그녀에게 이 때 내려질 처방은, 그렇다면, 그녀가 원래 살던 행복한 그곳으로, 남성이 없는 그곳으로 가야하는 게 아닐까.



이 책에는 본편인 <허랜드>를 포함해, 자전적 소설인 <누런 벽지>도 실려있다. 작가의 실제 상황, 삶을 반영한 것인데, 글 쓰는 걸 싫어하는 남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숨어서 글을 써야 하는 여자, 처방이라고는 쉬고 산책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요하는 의사 남편과 살면서 그 처방대로 하다가 단단히  미쳐버린 여자가 나온다. 이 소설을 샬롯 퍼킨스 길먼은 지적활동을 하지 말라는 처방을 내린 자신의 정신과 의사에게 보냈다는데, 그 의사는 그 소설을 읽었을까? 읽었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남자라면> 역시 짧은 단편인데, 이 소설을 읽노라면 샬롯 퍼킨스 길먼은 아마도 태어나면서부터 이 사회의 부조리함을 깨달았던 게 아닐까 싶다. 아내가 갑자기 남편인 남자가 되어 남자 옷을 입고 나가면서 옷에 주머니가 많은 것부터 편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기능성 좋은 옷이라니! 게다가 모자! 실용성을 강조하는 남성들의 모자들이 있는데, 여자들은 왜 모자에 깃털 같은 걸 꼽고 다니는가.  게다가 경제력은 어떻고! 이 모든 걸 1860년 미국에서 태어난 샬럿 퍼킨스 길먼은 알고 있었고 이렇게 글로써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진작에 깨우치고 의문을 갖던 여성의 입을 막으려 했던 정신과 의사라니. 너무 해롭다. 이렇게 글로써 모든 걸 고발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 지적 활동을 하지 말라는 처방이라니, 너무나 한심하다. 그런 처방에 굴하지 않고 단호히 앞으로 나가 글을 계속 썼던 샬롯 퍼킨스 길먼은, 아, 얼마나 위대한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모임으로 이렇듯 좋은 소설을 또 읽게 되어 너무 좋다. 기억해야 할 좋은, 지적인, 날카로운 여성 작가가 있다는 사실은 너무 큰 기쁨이다. 샬롯 퍼킨스 길먼의 이름을, 이렇게 기억한다.




그녀들이 본질적으로 지닌 모성애가 문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우리가 말하는 ‘여성스러움‘이 현저히 부족했다. 이 점 때문에 나는 이내 우리가 너무도 좋아하는 ‘여성스러운 매력들‘은 사실 전혀 여성스럽지 않으며 남성성이 반영된 결과물일 뿐임을 확실히 깨닫게 됐다. 즉 여자들은 남자들을 즐겁게 해줄 의무가 있어 그런 특징들이 발달된 것이고 이러한 특징들은 여성 스스로 자아실현을 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P105

"여자들의 나라가 존재한다고 쳤을 때 그곳 여자들 어떤 모습일 것 같아?"
우리는 많은 여자들이 필연적인 한계, 단점들, 사악함 등을 가졌을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확신했다. 우리는 그들이 여성 특유의 허영에만 매달려 과도한 장식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중국 의상보다 더 완벽한, 진화된 의상을 입고 있었다. 매우 아름답지만 늘 실용적이며 위엄과 훌륭한 감각을 갖춘. - P141

궁전들이, 보물들이, 눈 덮인 산맥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그녀에 대한 내 감정이 커져갔다. 나는 그녀처럼 뛰어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재능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물론 그녀는 최고의 수목 관리인이었지만 그런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말은 그야말로 모든 측면에서 놀라웠다는 뜼이다. 내가 이런 여자들을 많이 알고, 그녀들과 가깝게 지냈다면 그녀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을지 모르나 이곳 여자들 사이에서도 그녀는 남달랐다. - P158

"과거를 존중하지 않는 거예요? 선조 어머니들의 생각과 믿음 말입니다. "
그녀가 대답했다. "물론이에요. 왜 존중해야 하는 거죠? 그들은 이미 떠났고 게다가 우리보다 아는 것도 많지 않죠. 우리가 그들보다 나은 사람들이 아니라면 선조들뿐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를 이끌 아이들에게도 우리는 가치 없는 사람들일 거예요."
이 말을 들은 나는 진정 깊은 생각에 빠졌다. 아마도 남들에게서 들었기 때문인지 나는 늘 여자들이 본래부터 보수적인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곳 여자들은 진취적인 기상을 가진 남자들의 도움 없이 과거를 지나쳐 미래를 향해 대담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 P192

나는 어떤 독실한 사람이 전능한 하나님을 길게 내려오는 옷을 입고 긴 머리와 긴 수염을 한 노인으로 제멋대로 묘사한 그림을 떠올렸다. 무척 솔직하고 순수한 그녀의 질문을 듣고 보니 이러한 신의 모습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은 실제로는 고대 히브리 인들의 신이며, 고대 가부장적 사회에서 자연히 그들은 신의 모습에 가부장적 사회의 지도자인 할아버지의 모습을 덧입혔고, 우리는 단지 그들의 가부장적인 신의 모습을 이어받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 P196

"이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성을 빼고는 여러분에게 줄 게 없어서 정말 바보처럼 느껴져요."
셀리스가 불쑥 질문했다. "미국 여자들은 결혼하기 전에는 성이 없나요?"
제프가 설명했다. "물론 있어요. 처녀 때의 성이 있죠. 그녀의 아버지 성을 딴 거예요."
알리마가 질문했다. "그럼 아버지한테 따온 성은 어떻게 되는거죠?"
테리가 대답했다. "그건 버리고 남편의 성으로 바꾸는 거죠, 내 사랑."
"바꾼다고요? 그럼 남편은 아내의 처녀 적 성을 갖게 되나요?"
- P205

상상할 수 있는 지구상의 온갖 민족들의 결혼을 떠올려보면 여자의 피부가 검든, 붉든, 노랗든, 갈색이든, 희든, 여자가 무지하든 교육을 받았든, 순종적이든 반항적이든 상관 없이 인류 역사가 정립한 결혼 전통이 그녀 뒤에 버티고 서 있다. 이러한 전통이 여자를 남자에 종속시킨다. 남자는 자기 삶의 방식을 고수하고, 여자는 남편과 그의 일에 적응해간다. 국적의 경우에도, 이상하고 간교한 속임수로 여자는 자신이 태어난 곳, 사는 곳과 상관 없이 자동적으로 남편의 국적을 따르게 된다. - P209

"미국에서는 결혼을 하면 정해진 기간이나 아이를 낳는 것과는 전혀 상관 없이 바로 그걸 하기 시작한단 말인가요?"
내가 씁쓸해 하면서 말했다. "물론이죠. 단지 부모이기만 한 게 아니고 서로 사랑하는 남자, 여자니까요."
엘라도어가 뜻밖의 질문을 했다. "얼마나 오랫동안요?"
조금 짜증이 난 내가 그녀의 말을 되풀이했다. "얼마나 오랫동안이냐고요? 그야 평생 동안이죠."
그녀는 여전히 마치 화성인 애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했다. "무언가 매우 아름다운 생각이네요. 다른 모든 생명체들은 오로지 하나의 목적을 위해 그 강렬한 행위를 하는데, 당신 나라 사람들은 더 고귀하고 순수하며 숭고한 목적을 위해 한다고요. 당신이 말한 내용에 비추어보건대 이런 관계가 인성을 가장 고귀하게 하는 효과를 낳는 거네요. "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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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8-31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뭐랄까... 샬롯 길먼 이야기를 읽으면서 천재란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다른 여자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참고 살아야했던 그런 면들이 있잖아요. 샬롯은 이게 아닌거 같아, 할 때 그걸 박차고 일어선다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머리가 엄청 좋고 용기가 백배인 사람.
전 그런 사람들이 역사에 흔적을 남기는 천재라고 생각해요.

잘 읽고 또 배우고 갑니다, 다락방님~
역시 페미니즘 페이퍼는 다락방님 페이퍼가 제 맛입니다!!

다락방 2019-09-02 11:27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저도 그 생각했어요! 이 사람은 보통이 아니다! 라고 말이지요.
지적 활동을 하지 말란 말에 하지 않으면서 끙끙 앓다가 사라지는 많은 여자들이 분명 있었을거에요. 그런데 샬롯은 ‘그거 아니란 말이야!‘라고 부르짖었던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에 아내도, 엄마의 역할도 그만두겠다는 것도 어려웠을 테지만, 그 후에 책으로 하고자 했던 바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니, 진짜 대단하다 싶어요.
게다가 책의 내용도 그렇잖아요. 애초에 잘못된 게 보였고 그게 이상했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걸 알리려는 의도가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잖아요. 진짜 너무 고맙고 짜릿해요! 그런 한편, 이렇게 진작부터 잘못된 걸 지적한 여자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여성혐오 문화가 이어져온다는 건, 그 여자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억압했던건가 싶기도 하고요. 하아-

정말 좋은 책을 이번 기회에 잘 읽었어요, 단발머리님. 이제 시몬 베유도 읽어야 하는데 아직 책이 도착을 안했으니 조금 게으름을 피우겠습니다. 후훗.

유부만두 2019-08-31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역시 다락방님!

다락방 2019-09-02 11:27   좋아요 1 | URL
제가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너무 바쁘고 지쳐서 아직 허랜드를 다 못읽고 있다.. ㅠㅠ

그래도 토요일이 있으니까, 31일이 토요일이니까, 그 때까진 다 읽을테얏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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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8-29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자아자아자아자!!!!!!!!!!!!!!!!!!
다락방님, 컴온!!!

다락방 2019-08-30 10:34   좋아요 0 | URL
저 시몬 베유 책 세 권 다 질러버렸어요. 스트레스 장난아니야 지금. 책을 다 사버렸다. 만세!!

비연 2019-08-30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정말 지치네요 ㅠㅠ

다락방 2019-08-30 10:35   좋아요 0 | URL
회사를 너무 관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고 있어요 ㅠㅠ
 
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뭘 이렇게 꼬아놓고 또 꼬아놓고 또 꼬아놓고..

사랑할 줄 모르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
사랑할 줄 모르면서 그것이 사랑인줄 알고 사면 진짜 민폐입니다... 심지어 이 책에서는 사람이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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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입니다.

사실... 따로 생각해두었던 책이...절판...인지라.... 신간 중에서 골라봤습니다.

우리 시몬 베유에 대해 이번 참에 확실하게 공부하고 갑시다.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은 아래와 같습니다.

















저는 지금 생각으로는 일단 위의 두 권을 읽은 후에 나의 투쟁으로 가야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지만, 그건 또 나름 힘든 일일터라.. 두고보도록 하지요.


8월 도서는 잘 읽고 계십니까, 여러분? 저는 허랜드 읽고 있습니다. 여러분, 빨리 잘 따라오도록 해요.


9월도서 미리 알려드렸으니, 책 준비 미리미리 해두시고요.



자 함께 갑시다 뽜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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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8-26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몬 베유 책, 기대만발입니다.
같이 가요, 뽜샤!!!

다락방 2019-08-26 22:10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기대만발 입니다. 일단 책을 사야하지만.. 사는 김에 시몬 베유 다 살까봐요! ㅋㅋ

수이 2019-08-26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월 책은 도전 실패했어요. 9월에는 참여할게요 :)

다락방 2019-08-26 22:10   좋아요 0 | URL
환영합니다. 어서오세요. 컴온!!

블랙겟타 2019-08-27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시몬베유의 책이네요.
이번엔 반드시 꼭! 9월달에 9월 책은 함께 읽도록 노력할께요. ( •̀ו́)

다락방 2019-08-27 14:02   좋아요 1 | URL
환영합니다, 빠샤!!!

- 2019-08-3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햇어요요

- 2019-08-30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나의 투쟁말고 이민경씨 번역한거 먼저 읽어보겠습니다🤗

다락방 2019-08-31 21:56   좋아요 1 | URL
저도 책 다 구입했어요. 이민경씨 번역부터 저도 읽어본 뒤에 나의 투쟁 들어갈까 합니다. 훗

비연 2019-08-31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시몬 베유는 이미 사 두었고 나의 투쟁도 바로 구입 들어가요~ 추석 때 이번엔 집에 있으니 쭈욱 읽어보리라..

다락방 2019-08-31 23:04   좋아요 0 | URL
우리 9월에는 시몬 베유를 읽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