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 - 상품 뒤에 가려진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
안미선.한국여성민우회 지음 / 그린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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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화장실을 같이 쓰고 싶지 않다고 한 적이 없는데, 왜 고객용 화장실과 노동자들용 직원용 화장실이 따로 있는걸까? 부끄럽게도 나는 화장실이 따로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게다가 한 건물에 있는건데 왜 고객용 화장실과 직원용 화장실은 질적으로 달라야 하나? 이거 만들면서 저거 만들텐데 왜 달라? 나는 백화점 직원들과 에스컬레이터도, 엘리베이터도 같이 쓰고 싶다. 그들이 어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달려가 초조하게 뛰어 다니기를 원하지 않는다. 눈에 쉽게 잘 띄는 정수기에서 물을 뽑아 먹으면서, 그걸 직원들은 먹어서는 안된다는 걸 몰랐다. 백화점이 20:00-20:30 에 문을 닫으니, 당연히 그 긴 근무시간을 한 명이 해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당연히 2교대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

아, 나는 얼마나 무심한 사람이었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에 유명했던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가 떠올랐다. 신애라는 백화점 직원이었고, 차인표는 그 백화점의 임원이었는데 그 안에서 둘의 사랑이 싹텄고, 불꺼진 백화점 안에서 그들은 키스를 했었는데.

아 그것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작품이었던가.

그 때 백화점 노동자들은 그 드라마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헛웃음이 나왔겠지.

여성 노동자가 그렇게 온갖 노동과 고통과 부조리와 불합리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데, 그걸 보지 못하도록 가려두고 낭만으로만 덧씌워 로맨스 드라마를 만들었었구나....


이 책은 2016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지금은 백화점 노동자들의 현실이 좀 달라졌을까? 그러나 얼마전에 백화점에 가 화장실에 들렀을 때, 내가 거기에서 유니폼 입을 직원을 본 기억은 없다.



백화점이여, 당신들은 직원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습니까. 왜 그들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게 하며, 그들의 돈으로 매출을 맞추게 합니까. 왜 그 고통으로 자살하게 합니까. 당신들에게 그 많은 백화점의 여성노동자들은 어떤 의미입니까. 왜 이딴 거 써붙입니까.





그렇게나 크고 깨끗하고 화려한 건물에서 노동자들을 위한 후진 공간들이 따로 존재한다는 게 너무 역겹다.

나 역시도 백화점에 있는 노동자들을 보기 보다는 향기 좋은 꽃밭을 보고 살았던 것 같다.

물건도 사람도, 그리고 CCTV도 참 많은 백화점에는, 좀처럼 찾아 보기 힘든 풍경들도 있었습니다. ‘앉아 있는 백화점 노동자‘, ‘안경을 낀 여성노동자‘,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는 백화점 노동자‘입니다. 앉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앉을 의자조차 없다는 것이 못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직장 건물은 화려하고 근사한데, 알고 보면 ‘의자 하나 주지 않는 직장‘이라니 말입니다. 화장품이나 액세서리 매장이 많은 백화점 1층에서는 ‘안경 낀 여성노동자‘또한 찾을 수 없었습니다. 백화점은 시력이 좋은 사람만 뽑는 것도 아닐 텐데, 거짓말처럼 안경 낀 사람이 이렇게 없다니, 이상한 일 아닌가요? 물기 한 방울 없이 깔끔한 ‘고객용‘ 화장실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우리는 백화점 노동자를 만나 볼 수 없었습니다. - P9

대개 남성인 백화점 정규직 관리자들은 판매직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 이렇게 욕했다. "너 나이 먹고 잘리면 마트 가서 캐셔밖에 못해. 너희는 나이 먹으면 쓸모없는 사람들이야." 지독한 욕설이었다.
여성노동자들은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나이 먹는 것을,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라는 협박을 받으며 일한다. 그러나 그것은 나이가 적건 많건, 여성노동자에 대한 무시에서 나온 발언에 불과하다. 소위 ‘여성 일자리‘라고 불리는 일이 있고, 여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높다. 그 편견과 싸우지 않으면 자존감마저 지키기 어려운 세상이다. - P43

노동을 하러 들어간 일터에서 그녀들은, 자신의 노동 안에 모욕과 멸시에 대한 감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차갑고 경멸적인 태도, 외모와 나이에 대한 평가, 편견이 담긴 질문, 폭력적인 술 문화, 갑을 관계를 경험함으로써 말이다. 이러한 모든 것은 애초부터 그녀들에게 주어진, ‘여성‘, ‘비정규직‘이라는 자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P46

백화점 판매직으로 일하는 대다수의 노동자는 여성이고, 이들은 긴 근무시간으로 인해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하기 어렵다. 서울 지역 유통 판매직 여성의 수면시간은 6시간이었으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하루에 1.9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관련 연구들은 유통 판매직 여성노동자의 자녀 돌봄 시간이나 수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한국 사회는 여성이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거의 전담하고 있으므로, 여성노동자는 장시간 임금노동,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으로 3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근무시간은 그나마 공식적인 것이지만 일과 생활을 함께 꾸려 가기 위해 이들이 겪는 시간 압박과 과중한 노동은 가시화되지 않는다. - P52

화장은 물론 액세서리와 손톱까지 관리 규정하는 지침은 실제로 창고를 오가며 육체노동을 하는 백화점 판매직 여성노동자에게 불편을 가져온다. 창고 일을 하고 매장을 오가면서 지저분해진 손톱을 의식하고 지적받으며 다시 손질하는 것은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준다. 그녀들은 백화점의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분서주하며 타인의 시선에 비칠 외모를 거듭 확인해야 한다. 고객 응대 외에도 매장 청소, 재고 정리, 상품 진열, 전산 작업 등 다양한 일을 해야하는데, 딱 맞는 옷, 짧은 치마, 높은 구두 등은 일하기에 불편한 복장이다. - P91

매번 진상 고객은 있지만 심한 날이 있어요. 매장에서 한 20년 일하신 선배님이 항상 이야기하는 게 있어요. 진상 고객들은 어디서 대접 못 받고 와서 우리한테 화풀이하는 것 같다고, 우리들 아니면 누가 상대해 주겠냐고, 그냥 불쌍한 마음으로 생각하자고, 이렇게 안 하명 링 오래 못한다라고 이야기하시거든요. 그만큼 힘들고 더러운 꼴 많이 보니까,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 선배님은 20년 하신 거예요. 그래서 손님 대하는 첫마디부터가 달라요. 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해요. 경력이란 게 있는 것 같아요. (한아름, 백화점 잡화 매장) - P143

단순히 ‘웃는다‘는 것 그 자체, 그 웃음으로부터 매출을 끌어내는 데에만 집중할 뿐, 백화점은 노동자의 행복한 노동 조건에는 큰 관심이 없다. ‘지금부터 고객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용모와 복장을 점검합시다‘라는 어구 옆에느 ㄴ꽃을 들고 활짞 웃고 있는, 원피스 차림의 여성의 사진이 있었다. ‘잊지 않으셨죠? 지금부터 고객과 함께하는 공간입니다‘라는 어구가 적힌 포스터에는 사람의 머리 대신 하트가 얹혀 있는 직원의 모습이 그려져 잇었다. 직원의 공간에서 고객의 공간으로 한 발자국 내디디면, 서비스라인의 흰 금을 넘어서면 노동자에게 요구되는 모습은 언제나 ‘웃고 있는 하트‘일 뿐이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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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09-23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리뷰를 읽고 예전에 시사인에서 제가 봤었던 기사가 생각나서 검색해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이 기사에서도 백화점을 ‘고객에게는 서비스를 받는 장소겠지만, 판매 직원에게는 평가와 감시, 처벌의 장소이다.‘이라고 하더군요.
2013년 기사였는데요. 지금은 크게 달라졌을까요? 다락방님이 읽으신 책을 보니 아닌 것 같네요.
거기서도 여성노동자들은 이중의 압력을 받구요.
우리의 편리함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니 보이는 것만 봐왔던 제 자신도 부끄러워지네요.

다락방 2019-09-24 08:48   좋아요 1 | URL
네, ‘미스터리 쇼퍼‘라고 손님으로 가장해서 직원들의 서비스를 체크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서비스에 점수를 매겨서 상부에 보고하는 사람이요. 진짜 손님처럼 물건을 사기도 해서 누가 미스터리 쇼퍼인지 직원들은 알 수 없고, 본사에서 보내는 사람 백화점에서 보내는 사람도 있어서 일 년에 여러차례 만난다는데, 얼마나 스트레스 겠어요 ㅠㅠ
게다가 그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해봤자 창고에 다름아니고 그마저도 제대로 쉬는 시간도 보장되지 않고요. 저는 고객들과 같은 화장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를 쓰지 않는다는 것에 너무 놀랐어요. 돌이켜보니 정말로 그곳에서 직원을 만난 적이 없는거에요! 나라는 인간이 이렇게나 무심했구나, 깨달았답니다. ㅠㅠ
 

















'시몬 베유'는 아우슈비츠 생존자이면서 여성이다. 그녀는 홀로코스트기념재단의 회장을 맡았으며, 여성으로 살면서 프랑스에서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 책,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은 그런 그녀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 많은 정체성을 대변해 연설한 기록들을 싣고 있다.


이 책이 이번 9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이기 때문에, 나는 얼른 이 책의 <3부 여성해방을 위한 투쟁>과 <4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투쟁>을 읽고 싶다. 얼른 내가 생각하는 본문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이 책의 목차를 들여다보면서, 1,2부를 나중으로 미루고 3,4부를 먼저 읽을까, 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그러나 1,2부를 미뤄둔다면 아마도 읽지 않고 넘길 확률이 클 것 같아, 차근차근 순서대로 읽기로 했다.



1943년 9월 독일 점령이 시작되면서 체포되는 친구들이 생겨났습니다. 학교를 떠나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숨어 지내다 열흘 뒤 가족과 함께 체포되었습니다. 드랑시에 잠시 억류되어 있다가, 목적지도 알지 못한 채 가축 수송용 열차에 실려 아우슈비츠로, 보다 정확히는 비르케나우로 끌려갔습니다. 몇 시간 뒤 우리는 열차를 타고 떠났던 모든 이들은 이미 가스실에서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p.53)



그녀는 2003년 3월 11의 연설에서 자신의 경험에 대해 말한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축 수송용 열차에 실려가고, 그리고 그 뒤에 죽음이 찾아온다는 걸 알게 된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거기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살아남는다는 것, 같은 민족을 잃고 친구를 잃고 가족을 잃고 살아남는다는 것.

매 연설에서 시몬 베유는 이제 그 당시의 생존자들이 차츰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언급한다. 지금 살아서 그것을 증명하는 이들이 끊임없이 말하지 않는한, 그 일은 묻혀질 수도 있을테니까. 그렇게 그녀는 연설하고 연설하고 또 연설한다.



600만 명의 유대인들은 학살당했고, 역사에 이 페이지는 쓰였으며, 그것은 절대 지워져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증인들에게 육성으로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직접 만나 솟아오르는 감정을 이제 곧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된다면, 우리는 역사와 역사가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p.76)




이 책의 51페이지에는 '포그롬' 이란 단어가 언급된다. 아니, 이 단어는 내가 《페미사이드》에서 보았던 단어가 아닌가!



유럽의 유대인 대학살 의지와 그 실행은 인류사에서 영원한 단절로 남을 것입니다. 이 죽음의 이데올로기, 이 대학살에 대한 의지는 홀로코스트가 일어나기 전 수 세기 동안 유대인들에 대한 박해와 종교재판, 게토로의 격리, 포그롬을 정당화한 종교적 불관용과 증오를 통해 매우 광범위하게 유지되어온 반유대주의 전통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p.51-52)


포그롬:인종이나 종교를 이유로 행해지는 조직적인 박해와 학살을 의미하는 러시아어로, 특히 권력의 묵인 아래 행해진 유대인에 대한 약탈 및 대량 학살을 가리킨다. (p.51 각주)



시몬 베유의 연설에서는 유대인 대학살을 다룬 예술 작품에 대한 언급이 간혹 보이는데, 시몬 베유가 그중 성공적이라 생각하는 건, '아트 슈피겔만'의 《쥐》였다.




제가 생각하기에 성공을 거둔 도적적인 작품으로서 아트 슈피겔만의 만화 『쥐』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작가의 통찰력과 감수성은 대중문화 중에서 가장 접근이 쉽고 오락적인 매개체를 이용하여 홀로코스트를 동물의 세계에 겹치는 과감한 시도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예술, 픽션, 구전 역사, 민속학의 교차로에 있는 만화 『쥐』는 수용소에 갇힌 영혼의 깊은 공포를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유대인 대학살 사건에 비극적인 성격을 부여한 작품입니다. (p.42)

















『쥐』 라면, 오만년전에 1권을 읽었던 것 같은데, 시몬 베유의 언급이라니,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지금은 이 책의 초반이라서 2002년과 2003년에 그녀가 연설한 연설문들을 읽고 있다. 아침 출근길에 그녀가 2002년에 작성한 연설문에 대해 읽으면서, 2002년에 나는 무얼 했던가, 생각해 보았다. 2002년, 그 때 아마 지금의 회사에 입사를 했던 것 같다. 


이곳에서의 지금의 삶과 다른 곳에서의 다른 시기의 삶을 비교하는 건 딱히 유의미한 건 아니지만, 시간이 모두에게 각자 다르게 흘러가고 있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런 한편, 아우슈비츠에서 가족을 잃고 살아남아 다른 사람들에게 그 잔인한 역사의 증거를 보여주려 하는 사람이라는 게 새삼 위대해 보였다. 이 사람은 어떤 운명을 타고난걸까. 어떤 운명을 타고나서 이런 일을 겪고, 살아서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증거하고, 옳은 방향을 가자고 얘기를 할 수 있는걸까. 그 삶만으로도 벅찬데, 나중에는 프랑스의 장관이 되어서 베유법을 만들어낸다. 한 인간의 삶이 어떡하면 이토록 꽉 채워질 수 있을까. 가끔 나는 운명론자가 되는데, 이럴 때 그렇다. 시몬 베유는 그런 운명으로 태어난 게 아닐까. 어떤 일들을 겪고 살아남아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증거하고 정의로운 쪽에 힘이 실리도록 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게 아닐까.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야 모르는 사람들이 없겠지만, 그걸 이렇게 생존자의 입으로 듣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책장이 쉽게 넘어가질 않아, 이 책을 내가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벅차기까지 하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은 매우 잘하는 일이란 생각이 들고, 그래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잘했다고 또 생각했다. 나는 지금 내가 서있는 곳까지 왔고, 여기까지 오기에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 만약 이 같이읽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디쯤에 서 있게 됐을까?




9월이 다가기 전에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을 다 읽도록 해야겠다.

자, 같이 읽는 여러분, 힘내세요!!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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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19-09-23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는 얘기인데 프랑스엔 시몬 베유가 둘이라 헷갈립니다.

Simone Veil(1909-43)랑 Simone Weil(1927-2017).

이 글은 더블유 베유 얘기군요.

다락방 2019-09-23 13:02   좋아요 0 | URL
네, 후자입니다.

단발머리 2019-09-23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우슈비츠 같은 고통, 아우슈비츠 같은 지옥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편하게 살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피해를,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커버하면서 말이지요.
우아한 삶, 교수 정도(교수 비하 발언 아닙니다. 저는 치열하게 공부하는 교수님들 존경합니다. 여기의 ‘교수‘는 교수로서의 지위를 누리면서 공부하지 않고 학문적으로 발전을 이루지 않는/이룰 생각이 없는 직업으로서의 교수를 의미합니다.) 하면서,
피해자라는 훈장을 들고 객관적인척, 용서하는 척, 초월한 척 하면서 편하게 살고 싶어하지 않을까 하면서요.

베유법, 제정하면서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종교계를 비롯한 각종 단체에서 테러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자신의 신념을 굳건히 지켜온 베유의 삶을 생각하노라면, 뭐랄까... 거인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님 <쥐>에 대한 언급 보니 부럽네요. 벌써 읽으셨단 말이지요. 저도 똑같은 부분 인덱스 해놓았는데, 저는 작가도 책이름도 처음 듣는 책이에요. 만화라고 하니 관심이 200% 늘어나네요.
저도 이 달이 가기 전에 시몬 베유의 이 책 꼭 마무리하려고요. 한결같이 함께 하는 동지들이 있어 너무 든든합니다.
힘냅니다, 저도! 빠샤!!!

다락방 2019-09-23 13:0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나, 시몬 베유>는 다 읽으셨나요, 혹시? 저는 이왕이면 이번 달에 그 책까지 다 읽고 싶은데, 지금 읽는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이 어려워서 그 책까지 되려나 몰라요. 이 책이 책장이 쉬이 넘어가질 않아서요. 인상 써가며 읽어야해요.

단발머리님 말씀, 무슨 뜻인줄 알아요. 그리고 그렇게 살았다고 해도, 앞으로 나서지 않고 나는 이렇게 힘겹게 살아온 사람이야, 라고 한다해도 누구도 뭐라하지 않을텐데, 그러나 앞으로 나서서 증명하고 증거하려고 하잖아요.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요. 동시대에 같은 경험을 했다해서 누구나 다 시몬 베유 처럼 살 수는 없을텐데요. 아마 저 역시 시몬 베유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너무나 대단하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앞에 나선다는 거, 목소리를 낸다는 거 정말 지치고 어렵고 힘든 일이잖아요.


쥐는 1권만 읽었는데 사실 기억이 잘 안나요. 어렴풋하게 누가 누구를 숨겨주고.. 이랬던 내용이 있는데, 백자평 써놓은 거 보니 그 당시에 인상적이었던것 같긴한데,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도서관에 가서 다시 볼까 싶은데 아마 책먼지가 많지 않을까.. 합니다.

자, 열심히 읽고 열심히 써봅시다, 단발머리님. 우리 어깨동무하고 함께 가요! 빠샤!

단발머리 2019-09-23 13:16   좋아요 0 | URL
저는 <나, 시몬 베유>는 다 읽었다고 합니다. 비연님도 다 읽으신 걸로,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키햐~~~ 비연님 뭐 읽었는지도 아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은 연설문이고, <나, 시몬 베유>는 자신의 인생을 어린 시절부터 연도별로 풀어가는 이야기라서요. 앞쪽은 괜찮은데 뒤쪽의 유럽 연합 이야기 막 나올때는... 쩜쩜쩜... 배경지식이 부족한 상태 그대로 쭉쭉 읽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쥐>를 읽게 되겠군요. 알아서 시행하는 보충학습. 움하하하하핫!

다락방 2019-09-23 13:17   좋아요 0 | URL
아니, 단발머리 님은 대체 어떤 분이십니까. 언제 그 책은 또 다 읽으셨단 말입니까! 아아. 제가 분발하겠습니다. 제가 부지런히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영차 영차!!

비연 2019-09-23 14:2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의 관심대상이 된 저는 혼자 자뻑이 되어 봅니다. 단발머리님의 관심받는 여자 비연.. 음으홧홧!!!!!!

우리 모두 이제 <쥐>를 곧 ㅎ 아 너무 좋아요. 함께 읽는 이 찰진 맛~

다락방 2019-09-23 14:28   좋아요 1 | URL
관심이 오고가는 아름다운 알라딘 서재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9-23 14:36   좋아요 1 | URL
저의 관심대상이 되신 비연님 저의 사랑 10개 수령해 가시기 바랍니다.
❤️🧡💛💚💙❤️🧡💛💚💙

다락방 2019-09-23 14:37   좋아요 0 | URL
우리 11월에 모임을 갖는다면 하트가 오고가겠군요. 하트가 넘치는 만남이 되겠어요. ♡

비연 2019-09-23 14:37   좋아요 0 | URL
으하하. 단박에 수령 완료!!!! 😍

비연 2019-09-23 14:46   좋아요 0 | URL
흠? 모임을 갖나요 11월에?

다락방 2019-09-23 14:47   좋아요 0 | URL
네, 11월에 여성주의 책읽기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가져볼까 합니다. 비연님은 당연히 참가자격이 되시고 말이지요.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직 날짜와 장소는 정하지 않았지만, 11월의 어느날..이라는 것만 알고 계시면 되겠습니다. 10월에 날짜를 정해보도록 하지요. 후훗.

단발머리 2019-09-23 14:51   좋아요 1 | URL
하트 10개 수령자는 필참입니다.
하하핫!!!

비연 2019-09-23 14:52   좋아요 0 | URL
어멋. 느무 기대되는.. 둑은둑은..

다락방 2019-09-23 15:03   좋아요 0 | URL
둑은둑은.. ♡

비연 2019-09-23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시몬 베유라는 여성.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했고 아마도 정신적 트라우마가 계속 있었을텐데 그 모든 에너지를 다른 생산적인 일에, 다른 여성들을 위해 쏟을 수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구요. 평생을 고단하지만, 참으로 알차고 치열하게 살았던 분이구나 싶어 한줄 한줄 허투루 읽혀지지가 않네요.

예전에 <쥐>를 읽었었는데 한번 다시 읽어야겠다 마음 먹게 됩니다.

다락방 2019-09-23 13:0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쥐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잘 나질 않거든요. 아마도 시몬 베유를 읽은 후의 쥐는 그 전과는 또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합니다.

정말 대단한 여성이죠, 시몬 베유.
이번 달에는 모든 에너지를 시몬 베유에게 쏟아 부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비연님.
우리 함께 읽고 함께 씁시다. 에너지를 팍팍 쏟아보아요.
화이팅!

2019-09-23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23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23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23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19-09-24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을 읽다가 쥐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마침 도서관에 있기도 하구요.
저 같은 경우는 <나, 시몬 베유>랑 이 책을 동시에 집어들었거든요. 그런데 읽다보니 <나, 시몬 베유>는 시몬 베유라는 사람이 어떤사람인지 알 수 있는 책이라서 이 책을 먼저 읽고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으로 넘어가는 것이 더 괜찮을 것 같아서 그렇게 읽고 있어요. 그리고 오늘 <나, 시몬 베유>를 다읽었으니 내일부턴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을 열심히 읽어야죠 ^^

다락방 2019-09-25 08:27   좋아요 2 | URL
저는 읽기 전부터 <나, 시몬 베유>를 먼저 읽고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을 읽자, 즉 <나, 시몬 베유>로 준비운동을 하자,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같이 사뒀는데, 제가 게으름 피우다가 나의 투쟁도 못읽겠더라고요? 그래서 안되겠다, 나의투쟁을 먼저 시작하자.. 이렇게 된것입니다.

아니 근데 블랙겟타님도 그렇고 단발머리님, 비연님까지 <나, 시몬 베유>를 다 읽으신 거 아니겠어요? 하하하하. 다들 왜이렇게 철저하고 준비도 잘하시고, 응? 다들 왜 그러신거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방 사냥꾼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
앤 클리브스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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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하버 스트리트]보다 더 재미있다.


돈 많고 은퇴한 사람들이 밤마다 술을 마시는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어쩌면 그렇게 매일을 여유롭게 살 수 있는지, 어쩌면 그렇게 집 안을 완벽하게 꾸며놓을 수 있는지 그런 환경에 놓이지 않은 베라는 궁금하며 질투심도 일지만, 그들 개개인에 대해 알게 됐을 때 많은 것들을 숨기고 살고 있다는 걸 보게 된다. 그래, 사람이 그렇게 완벽한 삶을 살 수 없지.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것 같은 그들이었지만, 심지어 부부사이에서도 그들은 비밀을 갖고 있었다.


사건과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뚱뚱한 독신 여성 베라가 자신의 일을 하는 것, 그리고 후배 여성과 후배 남성과 일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무척 좋다. 냉정함을 홀리에게 주고 따뜻함을 조에게 준 것도 유쾌한 설정이다.

사건의 중심과 주변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삶을 보여주는 것도 이 책의 장점. 읽으면서, 아 이 맛에 소설을 읽는 거야, 생각했다.




베라 시리즈는 나오는 족족 다 읽어봐야지.


집 옆쪽으로 구식 부엌 정원이 딸려 있었다. 과일 덤불에는 망을 씌웠고, 식물이 나란히 싹트고 있었다. 모든 것이 깔끔했다. 수전은 정원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고, 있었다면 분명 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카스웰의 솜씨다. 그들은 이 집을 사랑했고, 이 정도의 시간을 집에 투자할 수 있다면 분명 은퇴했을 것이다. 정원 너머로 언덕은 가파르게 바위산으로 이어졌다. 잠시 서있으니 양 우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 P22

"나이절 루카스입니다."
"소문은 다 들으셨겠지요."
"음, 수전 새비지, 퍼시 노인의 딸이 간밤에 전화해서, 카스웰 저택 하우스시터가 도랑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개울 옆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보려고 위층에 올라가 보기도 했습니다." 베라는 그를 한 대 때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청년에게도 그를 위해 슬퍼하는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다. - P73

베라는 자기도 조금만 잘 갈고 닦으면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아침마다 차를 한 잔 마실 수 있는 시간을 들여 얼굴에 분칠하는 수고를 감당할 만큼 가치 있는 남자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 P75

애니는 자기도 모르게 대화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죽음을 두려워했다. 고통이나 질명이라는 현실이 아니라, 자신이 없이도 세상이 돌아간다는 자체가 무서웠다. 아직도 그녀는 어둠에 삼켜져 갑자기 사라지는 악몽을 꾸곤 했다. - P120

나이 든 여자가 탁자에 앉아 있었다. 혼자였고, 같이 온 사람은 안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고 잇는 것 같았다. 뺨에는 둥글게 분을 발랐고, 립스틱은 입술 경계를 넘어 파우더까지 번져 있었다. 옷은 밝은색이었다. 파란 코트와 분홍색 스카프, 그녀는 탁자 위에 헝겊 인형을 들고 아기처럼 어르며 말을 걸고 있었다. 자동차 창문이 닫혀 있어서 뭐라고 하는지 들을 수는 없었지만, 홀리는 인형을 계속 탁자 위에서 아래위로 어르다가 아기처럼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는 노인에게서 당황스러운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분명 치매였다. 어쩌면 알츠하이머일 것이다. 이렇게 도로 가까이 혼자 내버려두면 안전하지 않으니, 보호자가 근처에 있을 것이다. 홀리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왜 저런 노인을 밖에 돌아다니게 할까? 어디 보호소에 있는 게 노인에게 더 편하지 않을까? 하지만 홀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노인의 편안함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123

자신이 이렇게 잔인하게 타인을 재단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고, 자기도 저렇게 약하고 정신 나간 노인으로 생을 마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갑자기 구역질이 나도록 역겨웠다. - P123

홀리는 카모마일 차를 끓여 거실로 향했다. 사각형의 방에는 물건이 별로 없었고, 홀리는 그게 좋았다. 이 집 융자 보증금을 대느라 몇 년 저축을 쏟아 부었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그 돈이 한 푼도 아깝지 않았다. 이곳은 업무의 긴장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정적이 좋았고, 자동차 소음이 없어서 좋았고, 새로 칠한 벽의 날렵한 모서리와 다림질해서 반듯하게 접어놓은 침대 시크가 좋았다. 도전적인 곳이 경력을 위해 좋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북동부로 옮겼고, 이 아파트로 이사 온 뒤로는 떠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 P132

"요즘도 안 좋은 남자하고 사귀나요?" 베라는 대화가 어디로 흘러갈지 짐작하려고 해 보았지만, 이제는 그냥 이야기에 휩쓸려 수사와 관계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애니는 딸이 외지에서 일한다고 했고, 베라는 굳이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
"학교에 다닐 때 선생 중 한 사람과 관계를 가졌죠. 선생은 해고당했어요."
"그건 학생 잘못이 아닙니다!" 베라는 받아쳤다. "특히 미성년일 때는. 유일한 잘못은 남자한테 있어요!" - P137

"이렇게 멀쩡한 척하는 것도 압박 아닌가요?"
로레인은 피식 웃었다. "모든 부부는 뭔가 가장하고 살아요. 항상 정직하면 미쳐 버리고 말겠죠. 성공적인 이성 관계는 선의의 거짓말과 사소한 아첨으로 이루어지지 않나요? 파트너가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해 주는 거예요."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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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느 분의 리뷰를 보다가 이런 댓글을 읽었다. 댓글 쓴 사람을 굳이 밝히진 않겠다.



"최근 페미니즘 무브먼트와 함께 이게 르뽀인지 극화인지 으냥 유우머인지 경계가 모호한, 다시 말하자면 소설로서의 가치나 아름다움은 현저히 떨어지는 작품이 시대성 하나만으로 시장을 휩쓰는 경우가 많은데, -> 이래서 한국 문단은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구요. ㅠ"




보면서 너무 어이가 없었네.

한국 문단이 죽었다고 사람들이 생각한다는 건 본인이 그렇다는 거에 힘이 실리도록 가져온걸테고.

한국 문단이 죽었다고? 지금 그 어느때보다 활발한 게 한국문단인데? 저 댓글러가 한국남자라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닐지. 내가 보기에 죽은 건 한국 문학이 아니라 한남문학이다. 한남문학이 죽은 걸 한국 문학이라고 퉁치는 것 같은데, 한국문학의 베이스도 정통도 한남이 아니다.


황정은, 김금희, 최은영, 김초엽, 한강, 정세랑, 윤이형.. 페미니즘 무브먼트를 놓고 보지 않더라도, 그 소설로서의 가치나 아름다움을 보더라도 여자작가들이 한국 문학을 휩쓸고 있는데 죽기는 뭐가 죽어. 어처구니가 없네. 

시인들은 어떻고? 여자 시인들이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시들을 써대는지 알고서 그런 얘기하나? 

한국 문단은 거칠고 아름답게 냉철하게 살아있다.


죽은건 한국 문단이 아니라 한남 문단이다.

한남 문단이 죽어도 하나도 아쉽지 않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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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2019-09-2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는 말입니다. 현대 한국문학의 세태도 읽지 못하는 자가 한국문학이 죽었니 뭐니를 탓하다니요. ㅋㅋ 그저 웃음만 나옵니다. 앛 더 이상 한남스러운 문장들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가?ㅎ

다락방 2019-09-22 14:52   좋아요 1 | URL
한국 문학이 어디 죽었나요? ㅎㅎ 이렇게나 격렬하게 살아있는데 말입니다. 제 눈에는 보이는 한국 문학이 저사람을 비롯한 일부에게는 보이지 않는모양입니다. 아니면 한남의 문장이 아니라면 문학 취급을 안하는건지.. 하하하

에곤 실례 2019-09-22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애란 김세희 구병모 박연준도 넣어 주세요.필요하다면 누드모델을 했다고 떳떳하게 말하는
차세대의 기대주 이슬아도 넣고요. 문학한남들의 도태는 환영할만 하지요.

다락방 2019-09-22 20: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에곤 실례님. 문학한남들의 도태는 환영할 만하지요. 그들이 사라진 것이 한국 문단이 죽어가는 건 결코 아니죠. 오히려 사라져야 할 것들이 사라져가는 건 바람직하죠.

단발머리 2019-09-2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하겠죠. 불편하니까 그런거겠죠.
이해하기도 공감하기도 어렵구요.
왜 이런 소설, 이런 이야기들이 시장을 휩쓰는지 이해할 수가 없겠죠.

한국문단은 등단을 통해 작가들이 발굴되고 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이 대중들에게도 많이 소비되는 구조이죠. 그게 좋은가 나쁜가를 떠나서, 한국문단이 죽었다고 생각하게 하는 판단의 근거가 되는 작품들이 바로 그 제도를 통과한 작품이라는 거죠. 그전에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거죠. 왜? 나한테 불편한 작품이니까. 여자들이 쓴 거니까.

다락방님 분노에 100번 동의합니다.
저는 분노 더하기 헛웃음... 허허허.

다락방 2019-09-22 20:10   좋아요 1 | URL
아 진짜 너무 싫은 댓글이에요. 평소에도 페미니즘에 대해 안좋은 관점으로 글 쓰던 사람의 댓글이라 너무 뻔히 속이 들여다보였어요.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그러더라‘ 하면서 자기 주장 살짝 얹는 식으로. 아 진짜 너무 투명하죠 ㅎㅎ

저도 지금은 그냥 헛웃음만 나오네요.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뭐하나요. 한국 남자들은 사고의 변화가 절대 없는데 말입니다. 후훗.

syo 2019-09-22 2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남 문학 으하하하하

저 같은 경우 나오는 족족 사서 읽고 싶은 책을 쓰는 작가들은 다 여성이거나, 그나마 생물학적 남성이라면 게이이거나..... 이게 과연 제 개인적 취향의 문제일 뿐일까요??

다락방 2019-09-22 21:51   좋아요 0 | URL
한국 문단은 곧 한남 문학이라고 생각하는 게 너무나 잘 드러나는 댓글이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시이소오 2019-09-22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여전히 통쾌하시군요. 나열해주신 작가들의 면모가 후덜덜합니다. 남성작가들 분발해야겠어요~~

다락방 2019-09-23 07:56   좋아요 0 | URL
통쾌는요, 무슨. 이렇게나 많은 독자들이 많은 한국문학을 읽고 있는데 한국 문단 죽었다는 소리하니까 딥빡이 와서.. 한국 문단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지 너무 뻔하게 드러나잖습니까!!

- 2019-09-23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의 한국문단 독자로 인입되며 요즘 행복한 독서 만끽중인 1인!!!으로서 동감합니다..(이전의 한(국)남(자) 작가들 문학ㅋㅋㅋ은 거의 안읽었는데요 재미가 음써서 안읽은 거드라고요 ㅋㅋ..)

다락방 2019-09-23 07:57   좋아요 0 | URL
한국 남자들의 작품이 재미가 없는 것도 없는거지만 쓸데없는 걸 많이 써놓잖아요. 박범신의 은교에는 은교의 자아가 전혀 없이 성적대상화된 은교만 있고(그러나 늙은 남자의 자아는 거기있죠), 김훈은 여자아이의 성기 안이 따뜻할 거라는 걸 아비의 시선으로 써놓고.. 할아비나 아비나 다 너무 읽기 싫은 글 쓰잖아요. 그걸 누가 읽어요. 그렇다고 한국 문단이 죽은 건 아니죠. 이렇게나 젊은 여성작가들이 팔팔하게 끓고 있는데요.
 
캉탕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7
이승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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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가기 위한 수단 혹은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고 오래전에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목적지가 어디인지만 계속 염두에 두고 있으면, 버스나 기차를 타든 중간에 잠시 쉬어가든, 걸어서 오래 걸리든, 어쨌든 우리는 가고자 하는 바가 확실하다면 어떻게든 그곳에 가게 될거라고. 그러나 이렇게 어쨌든 닿기 위해서라면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나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확실히 아는 사람축에 속한다고 스스로를 생각하는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지를 모르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모르되, 지금 여기는 아닌 것 같은 상태.


이승우는 자신의 책 《캉탕》에서 등장인물 '핍'의 행동을 가져와, 그가 정착하기 전에, 머무를 곳을 찾기 위해 했던 것이 항해라 얘기하고 있다. 여긴 아닌 것 같아, 이건 아닌 것 같아, 그렇다면 이렇게 해볼까, 라고 생각해 배를 탔고, 그 배는 어느 곳에 정착했고, 정착해보니 여기가 바로 내가 머무를 곳이다, 라는 생각에 배에서 내렸다. 나는 결국 여기에 오기 위해서 떠돌아 다녔구나, 내가 떠돌아다닌 건지는 몰랐지만, 나는 이곳을 찾기 위해 배를 탄거였어.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내가 머무를 곳, 정착할 곳을 찾았다면, 그제야 자신이 항해를 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나는 정착해있다. 그러나 언제든 떠날 준비도 되어있다. 나는 이곳이 내가 정착할 곳임을 안다. 그러나 낯선 곳이 저 어디에 있다는 걸 알고, 충분히 낯선 곳을 마주치고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당신은 어쩌면 항해중인 걸 수도 있다. 아직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채로, 닿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는채로, 그런 채로 대부분 잔잔한 바다 위에서 때로는 파도가 공격하는 곳에서 항해중인 걸 수 있다. 항해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항해는 뜻밖의 일로 이름 모를 곳에 정착할 수도 있다. 핍은 배가 멈춘 곳에서 나야를 만나 그곳에 정착하고 남은 삶을 살게된 것처럼, 당신 역시 어느 순간 배가 멈춘 곳에서 나야를 만나 배에서 내려, 그곳에 터를 잡을 수도 있다. 나야와 밥을 먹고 나야의 노랫소리를 듣고 나야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아, 나는 긴 항해를 마쳤구나, 비로소 정착했구나, 생각하며 고요한 낮과 밤을 보낼런지도 모른다.



이승우의 캉탕은 문장 때문에 읽는 맛이 있다. 나는 이승우가 언제나 건드리는 자신 안의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것도 싫어하지 않지만, 그보다는 그의 문장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 아니야, 문장이 아니라 주인공이 가진 저 깊은 곳에, 다른 사람에게 차마 드러낼 수 없는 개인의 은밀한 비밀 같은 것을 사랑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캉탕에도 이승우 고유의 문장이 있고 개인의 은밀한 비밀이 저 안에 숨겨져 있다. 불완전한 인간이 있고 불완전한 삶이 있다. 그리고 정착한 사람이 있고 항해하는 사람이 있다. 정착하고자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되질 않아 지도에서도 찾기 힘든 저 먼 캉탕으로 가는 사람이 있고, 캉탕으로 가서도 하루에 몇 시간을 걷는 사람이 거기에 있다. 나 역시 지도에도 나오지 않은 먼 곳으로 가 몇 시간이고 걷고 싶다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생각했다. 걷다가 지치면 해변가에 철푸덕 주저앉아도 좋을테고 해변가의 술집으로 들어가 자리잡고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셔도 좋을테다. 생각들을 쏟아내기 위해 걷고 또 걷는 일을 몇날이고 반복하다보면, 아마 해변가 술집엔 내 고유한 자리가 생기겠지. 그렇게 걷기 위해 갔다가 어쩌면 나도 그곳에 정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 나는 나도 몰랐는데, 내가 정착하고 있는줄 알았는데, 사실은 떠돌고 있었구나, 뒤늦게 깨달으면서.



당신을 생각한다. 당신은 아직 항해중인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은 항해중이고, 당신은 아직 세이렌의 노래 소리를 듣지 못했고, 당신은 아직 배에서 내리지 않았고, 당신은 아직 스스로가 항해중인 걸 알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캉탕에 닿는 시기와 당신이 캉탕에 닿는 시기에는 어쩌면 시간차가 있을 수 있겠지. 나와 당신이 캉탕에 이르게 된 이유와 방법은 달랐을지언정, 결국은 배에서 내려 만나게 될 수도 있겠지. 우리가 닿지 않을 사람들이라면, 내가 다시 항해를 시작하게 될 즈음에야 당신이 비로소 캉탕에 닿을 수도 있고. 나는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다시 항해할 수도 있고 당신은 여기에 오기 위해 그동안 길고도 긴 항해를 했구나, 할 수도 있겠지. 결국 당신과 내가 각자의 배를 타고 항해를 한다면 그 먼 바다에서 당신과 나는 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느 한 명이 캉탕에 이미 닿아 있다면 다른 한 명을 기다린다면 언젠가 배는 흐르고 흘러 캉탕에 닿게 되지 않을까.


선술집, 해가 잘 드는 곳에 이미 당신의 자리는 마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앞자리에서 문이 열릴 때마다 돌아보면서, 책장을 넘기고 있을지도 몰라.

사실 나는 정착해 있는 사람이니까.







그는 핍을 보고 싶었다. 바다에서 내린 후 다시는 배를 타지 않은 사내. 바다에서 내렸으므로 정박했고, 정박했으므로 바다에 타지 않은 남자. - P36

한중수는 J가 본 핍을 보지 못했고 J는 한중수가 본 핍을 보지 못했다. 시간은 조르바를 에이해브로 만들 수도 있고 에이해브를 조르바로 만들 수도 있다. 아니, 시간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20년 전의 핍과 20년 후의 핍 사이에 달라진 것이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에게는 조르바로 인상 지어진 사람이 다른 이에게는 에이해브로 기억되지 말란 법이 없다. 핍은 한 사람이 아니다. 어떤 순간의 누군가의 핍이 있다. 어떤 순간의 횟수와 누군가의 숫자를 곱한 만큼 많은 여러 핍이 있다. 어쨌든 그가 만난 핍은 J가 말해준, J의 말에 의해 인상 지어진 핍이 아니었다. - P45

J는 대체로 한중수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는데, 그것은 한중수가 J에게서 자기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었다. 혹은 자기 목소리와 같은 목소리만을 듣기 때문이었다. 설득은 설득하는 사람의 권위보다 설득당하는 사람의 형편과 의지에 더 의존한다. 말하는 사람이 효과적인 말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효과적인 말로 듣기 때문에,그 경우에만 설득이 일어난다. 심지어 스스로 결정한 것을 추인받거나 이미 한 선택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의, 권위를 가진 목소리를 설득하는 자로 불러오기도 한다. 가령 스승의 어떤 교훈을 삶의 지표인 것처럼 언급하는 착실한 제자에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스승의 수없이 많은, 더러는 충돌하는, 다른 맥락 때문에 불가피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르침들 가운데 제자는 어떤 특정한 충고만을 스승으로부터 받은 중요한, 더러는 유일한 가르침으로 언급한다. - P48

그는 가진 것이 없으므로 언제나 먼저 싸움을 걸어야 했다. 가진 것이 없는 자가 가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싸움밖에 없었다. 가진 것이 없는 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가진 자는 그 상태를 평화라고 부른다는 것을 그는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가진 것이 없는 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가진 자가 자기 것의 일부를 내주는 일은 절대로 인어나지 않았다. 가진 것이 없는 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가진 것이 없는 가즌 가진 것이 없는 채로 살게 된다는 것을 그의 경험이 가르쳤다. 그러니까 가진 것이 없는 자가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서는 가진 자가 하지 않는, 할 필요가 없는, 치열한, 치사한, 때로 공허한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121

책을 통해 세상의 넓이와 문학의 매력을 맛본 청년에게 밭에 거름 주고 바다에서 김 뜯어 오고 하는 머슴 노릇이 좀 갑갑했을라고. 실제로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했어. 오랫동안 고래잡이배의 선원 노릇을 하며 살았는데, 어느 해 배가 정박한 항구에서 만난 여자에게 빠져 살림을 차리고 그곳에 정착했어. 그러고는 다시 배를 타지 않았지. 그 양반, 정착지를 찾기까지 떠돌아다닌 거라고 해야 할까. 정착지를 찾지 못해 떠돌아 다닌 거라고 해도 되겠지. 떠돌아다녀야 정착할 곳을 찾을 수 있다는 교훈도 아주 억지스럽지는 않을 테고 ……. 정박할 때까지는 바다에서 내리지 않는다, 이게 그 양반이 내게 한 말이야.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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