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의 성》을 읽는 일은 왜이렇게 더딘지 모르겠다. 주말 내내 잔뜩 읽어놔야지 벼르고 별렀지만 총 읽은 쪽수가 10쪽 될까말까해.. 왜그럴까, 대체 왜. 벌써 10월 28일이고, 10월도 고작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10월안에 상권을 끝내려 했지만, 가능할까? 이제 겨우 140쪽 남짓을 읽어가는데... 하아-



- 최근에 책읽기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읽어야 좋을 것인가. 연달아 소설책을 읽으면서, 내가 소설과 거리두기가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진거다. 소설의 내용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고 밝고 기쁠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소설속 주인공들이 애타는 사랑에 빠진다면 그것도 좋다. 나도 같이 사랑에 빠져서 콧노래를 부르고 싶어지니까. 그런데 소설의 내용이 지나치게 비극이거나 소설속 등장인물들 성격이 너무 나랑 안맞으면 그 책읽기가 나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거다. 물론 오래가지는 않지만, 몇 시간이긴 하지만, 며칠전에 《썸씽 인 더 워터》읽고 마치 주인공을 내가 실제 만난것처럼 짜증이났어. 이런 나에게 친구는 '네가 너무 몰입형 독서를 하기 때문이다' 라고 했는데, 맞다. 정말 그렇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몰입형 독서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적당한 거리두기를 해서 이것이 단지 이야기일 뿐임을 나에게 인식시키는 일이 내게는 필요해 보이는데, 그건 어떻게 해야 가능한걸까. 당분간 소설 읽기를 중단하면 될까? 소설읽기를 중단했다가 다시 읽으면, 그 때는 소설을 그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아아..고민이 깊다.



- 며칠전 읽은 책 《썸씽 인 더 워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중 친구는 나에게 '그 커플이 매일 섹스를 한다니 부럽다..'고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뭔지 알겠는데, 아아, 나의 육체는 이미 피로를 알아버린 몸. 아마 몇 해전의 나라면, 그리 오래전도 아니지, 아마도 두세해 전의 나라면, '아아, 매일 섹스 부러워, 사랑은 거침없는 섹스로 완성되지, 섹스 짱이야!' 했을텐데, 이제는 '아아, 피로하다 매일 어케 섹스를 하냐...'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 저는 이제 너무 나이들어 버린것입니까. 여자가 나이들수록 섹스를 더 좋아하게 된다고 누가 그러든가요. 사람 다 케바케... 나는 아니다. 나는 이제 더이상 섹스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섹스 생각만해도 급피로가 몰려온다..아 개피곤... 피곤하다..... 육체적 사랑이 아닌 정신적 사랑만 하며 살고 싶은데, 또 상대는 나랑 그런 것에 일치하지 않을 수 있겠지... 그러므로 걍 연애는 안하는 게 나은것 같다. 피로해... 섹스..... 아 생각만해도 지친다. 코피날 것 같아.....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 오늘 아침엔 불현듯 진지하고도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기는 세상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렇다. 진지하게 여러가지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또 함께 재미있어 깔깔대고 웃는 일까지 곁들여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진지한 이야기들에 생각이 일치해도 그다지 재미없는 만남이 있고, 재미있지만 돌아보면 우린 뭐했나 싶기도 한 사람도 있어. 만나는 시간,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전체적으로 좋았다, 의미있었다, 충족감이 느껴지기는 너무 드문일 같다. 만나서도 내내 좋지만, 만난 후에 혼자 있을 때도 '아 좋은 만남이었어', '아 충족된 시간이었어' 하는 일은 살면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가. 조금씩은 부족한 가운데 만남을 유지하다가 어쩌다 이 모든걸 만족하게 해주는 상대를 만나게도 되지만, 그렇게 만족한다고 해서 그 관계가 영원히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어렵다.




제2의 성도 더디 읽는 판에 그러나 사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은 어찌나 많은지. 어제 트윗을 통해 알게된 책은 이것.

















저자 '레이철 모린'은 십대 시절부터 성매매를 해왔었다 했다. 그리고 성매매를 '성노동'이라 부르는 것에 반대한다. 그녀의 인터뷰를 읽었다. 특히 이 구절이 인상깊었다.


- '반성매매론'의 반대 지형에는 '성노동론(성매매도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기자 주)'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매매가 노동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매매를 노동이라 일컫는 건 당신이 낯선 이들의 성기를 끊임없이 입안에 넣어본 적 없기에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말하는 여성, 특히 학계에서 볼 수 있는 여성들에게 오직 경멸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링크된 인터뷰 中


그간 여성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서 나 역시 '반성매매'쪽의 편이 되어버린 바, 레이철 모린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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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활동가로 잘 알려진 레이첼 모랜이 15세부터 7년 간 경험한 성착취와 그 이후 성매매를 벗어난 삶에 대해 사회 구조적 분석과 심리적 고찰을 넘나들며 날카롭고 통찰력있게 쓴 글이다. 한국 발간을 기념으로 저자가 특별히 한국 독자들께 드리는 말씀이 수록되어 있다.

페미니즘의 도전 외 다수의 책을 집필하고 편저한 여성학자 정희진은 이 책을 추천하는 글에서 성매매의 본질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페이드 포, 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이 '성매매에 대한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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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역시 궁금하다.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드는 것은 진실이지만, 내 경우엔 잔소리를 듣는 것만큼이나 하는 것도 싫어해, 한 번 말했는데 듣지 않아 다시 잔소리 하게 만든다면, 그런 사람은 안만나는 편이 나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잔소리 하게 만드는 남자 너무 싫어. 이 잔소리 쪽에서도 궁합이 좀 맞아야 하는 것 같다. 일단 상대가 너무 좋다면,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상대의 어떤 점이 잘못됐거나 틀렸다고 느껴졌다면, 나는 상대에게 말을 하는 쪽이다. '너의 이러이러한 건 잘못된것 같은데' 라고. 상대가 고맙게도 '네 말 듣고 보니 그러네, 앞으로 안그럴게' 하고 거기에 대해 신경쓰고 고쳐나간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환상의 하모니겠지. 그렇다면 이런 대화도 가능해진다.


"넌 내가 잔소리 하게끔 안하잖아."

"너는 한 번 말하고 알아들으면 다시 얘기 안하더라고."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실제로 이런 식의 대화가 가능한 사람을 거의 없다는 것을. 대부분의 남자들은, 연애시에, 계속 잔소리하게 만들고 계속 짜증나게 만든다. '~ 할거야' 라고 하고 싶다고, 할 거라고 하는 것들의 목록을 이천개쯤 만들면서, 그저 목록 만들기에만 급급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나는 연인이든 친구든 어떤 포지션이든 싫어한다. 자신의 말에 무게를 담지 않는 사람.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는 쉬운 게 아니지만, 그것들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나는 좋아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하고.


아무튼 이 책,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가 궁금한데, 읽다가 너무 짜증나서(분명 사례가 나올테니까) 던져버리는 건 아닐까... 이런 새끼들을 뭐하러 만나요, 관둬요... 차라리 혼자 살아..... 라고 내가 자꾸 입밖으로 내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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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하퍼스 바자>에 게재되자마자 순식간에 2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칼럼이 책으로 나왔다. 주목받는 저널리스트 제마 하틀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큰 수고가 들고 시간을 잡아먹으며 진을 빼놓는, 압도적인 비율로 부당하게 여성이 도맡는 ‘마음 쓰이는 일’”인 감정노동을 모두의 눈에 보이도록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이 책에서 제마 하틀리는 이름 없던 감정노동에 이름을 붙이는 데서 더 나아가, 실용적인 조언을 통해 감정노동에 억지로 끌려다니지 않고 감정노동이라는 돌봄의 기술을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의 생생한 경험, 다양한 사례와 인터뷰, 신뢰 있는 학자들의 논의 등을 진지하고 풍부하게 담아내면서도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은 글쓰기가 매력적이다. 우리 아들들이 자신의 삶을 더 세심하게 돌보기를 바란다면, 우리 딸들이 다른 이들의 짐을 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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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의사만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런 책이 나오는 건 의미있다. 이 책도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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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성 편견과 무지로 여성을 무시하고 오진하고 병들게 한 의학계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탐색하는 책이다. 저자인 마야 뒤센베리는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뤄온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지만 자신이 아프고 나서야 의료계의 성(젠더) 편견이 질병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왜곡하고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적.사회학적 연구, 의사와 연구자의 인터뷰, 미국 여성들의 개인사를 통합해서 의학계의 성차별이 오늘날 여성들에게 어떤 해악을 미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낱낱이 보여준다. 또 의료계가 여성의 질병과 몸에 상대적으로 얼마나 무지하며, 여성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너무 자주 신뢰하지 않아서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환자뿐 아니라 보건의료계 종사자 모두에게 생생하게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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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과학은 어떻게 성차별의 도구가 되었나' 이다. 아마도 기존의 '마리 루티'의 책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와 맥을 같이하는 것 같은데, 역시 궁금하다. 보부아르는 여성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인생에 있어서 중단의 경험을 자꾸 갖게 되고 또 질병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남성보다 열등한 걸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열등한 성》에서는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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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실 중 한 가지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약물이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신체를 연구한다면서 실제로는 ‘남성의 신체’를 연구하고 이를 그대로 여성의 몸에 적용한다.

성별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주장과 그 근거가 된 실험을 다시 살펴보고 허점을 찾아낸 책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것이 여성의 진정한 모습인가를 밝혀내고, 편견에 가득 찬 과학자들이 숨기려 했던 진실, 남녀평등이 진정한 ‘자연의 법칙’이라는 사실에 빛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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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또 사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이 이렇게나 잔뜩이다. 대체 날 어째야 하나. 제2의 성 상권 읽기를 제때에 잘 마친다면, 나는 나에게 위의 책들을 다 사주기로 하겠다. 책 한 권 완독에 책 네 권 선물하기.... 꺅 >.<

그나저나 나흘 안에 나는 다 읽을 것인가...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고구마를 구웠다. 구운 고구마와 씻은 거봉을 챙겨 출근했더니, 가방이 무거웠다. 가방 안에는 제2의 성과, 고구마와, 거봉이... 아아,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아니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먹기 위해 출근하는가, 출근하기 위해 먹는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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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9-10-28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고구마랑 거봉 먹었어요, 사과랑 아메리카노도. 샌드위치도 딸아이 멕이면서 같이 먹었고. 다락방님 글이랑 syo님이랑 단발머리님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출근 이미 하셨겠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리고 연애와 섹스 이야기에 있어서는 할 말이 참 구구절절 많지만 댓글로 달기에는 좀 그래서 ㅎㅎ 애니웨이 다락방님처럼 멋진 사람은 연애 마구 하시면 좋겠어요. 멋진 사람이 멋진 연애 하면 막 빛이 더 날 테고 그럼 세상에 더 좋은 글도 많이 쓰실 테고 빛도 막 더 날 테고 그럴 테니까 :)

다락방 2019-10-28 10:38   좋아요 0 | URL
저는 놀랍게도 동태찌개랑 고구마밥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간식으로 고구마와 거봉을 챙겨왔습니다. 아침에 바빠서 아메리카노를 준비 못해서 이제 사러 다녀오려고요. 마침 1층이 까페인지라 후딱 아메리카노 사올 예정입니다. 으흐흐.

멋진 사람이 멋진 연애하면 빛이 나고 서로 더 좋은 영향을 미치고 그러는 건 사실이지만, 그러기엔 제가 멋진 역량도 부족할 뿐더러 체력도 딸리네요, 요즘은. 체력 좀 만들어본 다음에야 연애 욕망이 생기려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19-10-2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간에 격렬하게 공감한 부분이 ㅋㅋ 있었어요. 동갑이라 그런가 싶기도...와, 이제 책을 사기 위해 책을 팔아야 할 시점이 또 왔어요. 요새 고구마와 거봉은 최고죠!

다락방 2019-10-28 10:37   좋아요 0 | URL
음.. 혹시 저 부분일까요.. 흐음..(짐작중 ㅋㅋ)

저는 고구마도 거봉도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오늘 아침엔 어쩐 일인지 먹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부랴부랴 준비해 챙겨와서 고구마도 조금 먹고 거봉도 조금 먹었습니다. 남은 건 오후에 또.. 으흐흐흐. 최고의 간식 같아요!

syo 2019-10-2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거봉과 고구마라니 좋은 조합이다!!
<제2의 성> 왤케 괴롭히죠?? 그냥 괜히 잘 안 읽혀......

다락방 2019-10-28 10:36   좋아요 1 | URL
그쵸? 나만 그런 거 아니죠? 왤케 안읽히는거야? ㅜㅜ
쇼님처럼 다독가도 그리 말씀하시다니, 이 책이 정녕 안읽히는 책이 맞는가 봅니다. 흑흑 ㅜㅜ

syo 2019-10-28 10:40   좋아요 0 | URL
눙물ㅠㅠ 올해도 실패하면 너무 쪽팔리겠어요.... 힘내자😣

다락방 2019-10-28 10:46   좋아요 1 | URL
나 실패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ㅠㅠ
 
[100자평] 썸씽 인 더 워터

출퇴근을 반복하는 삶을 아주 오래 해오고 있는데 아마도 나이 탓인지, 이제는 금요일이면 확실히 지쳐버린다. 금요일까지가 딱 한계구나. 어쩌면 한계는 수요일 밤부터 찾아오는데 금요일까지 출근을 해야 하니 억지로 버티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치고 피곤한 금요일 아침. 몸도 마음도 한주간 쓸만큼 썼다고 생각해서 지쳐버리는 금요일인데, 그나마 금요일이기 때문에 버텨지는 것 같다. 오늘만 잘 보내면, 그러면 주말이다. 금요일밤과 주말이 찾아와. 먹고 싶은 거 먹고 마시고 싶은 거 마시면서 늦잠을 자는 것이 가능한 주말이 찾아온다. 그게 찾아오려면 반드시 이 시간을 버텨내야 해. 지나갈 것이다, 금요일 오전과 오후는...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금요일이서서일까. 이 책이 읽을 때부터 짜증났는데 출근길에 다 읽는 동안에도 짜증이 폭발했다.


















표지 저렇게나 아름답고 시원하건만 내용은 하나도 안시원하고 개답답... 너무 짜증나. 하아- 내가 싫어하는 대표적인 성격 유형들이 이 책속의 아내와 남편으로 나온다. 여자주인공인 '에린'도 싫고 에린의 남편인 '마크'도 싫어. 휴... 이들의 성격을 내가 진짜 참아줄 수가 없다. 만약 현실에서 이들이 나랑 아는 사이였다면 나랑 결코 친해질 수는 없었을 것 같다. 내가 빡쳐서 돌아섰을 것 같고, SNS 친구였다면 친구 끊었을거야. 북플친구여도 끊었을 거다.



에린은 아마추어 다큐멘터리 감독이고 죄수들을 상대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중이다. 에린은 마크와 동거중이었고 이제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데, 마크가 결혼식을 앞두고 잘나갔던 증권맨에서 잘려나가게 된다. 다른 건 할 줄 모르고 할 생각도 없었던 마크는 다른 데에서 자신을 데려갈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 딥빡이 오고.. 에린과 다투기도 하지만, 그러나 에린과 마크는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고 있으므로 서로를 다시 용서하며 사랑하고 매일 섹스하면서 무사히 결혼을 한다. 이제 앞으로 돈이 마련되는 게 좀 불안해지니 결혼식 비용도 원래 예정보다 확 줄이고 신혼여행 기간도 확 줄였지만, 그러나 일등석 비행기만큼은 그대로 타기로 하고 보라보라로 신혼여행을 간다.


아름다운 바닷가로 가 스쿠버 다이빙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포시즌스 호텔의 서비스도 즐기던 그들은, 어느날 둘만 타고 있던 보트에 부딪치는 가방을 건지게 되고 그 안에서 어마어마한 현금과 다이아몬드 그리고 USB 와 아이폰을 발견한다. 가방을 건지게된 바닷속에 잠수를 해보고서야 이것들이 실려있던 작은 비행기가 추락해서 모두 사망했다는 걸 알게되고, 그래서 이들 부부는 이 가방을 가지기로 한다. 이 많은 현금과 다이아몬드면 크- 지금 실직상태라 해도 먹고 사는 게 해결되어 버리니까. 그러나 갑자기 큰 돈을 쓰는 걸 누군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든 의심을 받을 터. 그들은 신혼여행을 예정보다 빨리 끝내고 영국으로 돌아와서는 스위스로 가 계좌를 만들어 매달 정기적으로 그들의 통장에 입금되게끔 자동이체를 신청한다.



이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다. 게다가 책의 처음은 아내가 남편의 시체를 묻을 땅을 파면서 시작한다. 그러니 충분히 흥미로운 내용인데, 만약 영화로 만들어졌어도 재미있었을텐데, 등장인물들의 성격 때문에 책 읽기를 여러차례 포기할까 고민했다.


신혼여행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데 안으로 잠수를 하면 거기 상어가 있다는 거다. 마크야 많이 해봤지만 에린은 그동안 개인적인 이유로 한 번도 해본적 없던터라 이 액티비티 자체가 좀 두려운데, 남편과 함께 해보기로 한다. 그 때 남편은 주의사항 몇 가지를 알려주면서 이 바닷속에는 몇 종류의 상어가 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어쩌면, 물론 안 나올 확률이 더 높지만 …… 어쨌든 당신도 알겠지만, 그 녀석들이 나와도 걱정할 필요 없어, 녀석들이 우리와 거리를 유지할 테니, 아무 문제 없을 거야 ……  하지만 어쩌면 뱀상어가 나올지도 몰라."

아, 세상에, 맙소사.

심지어는 나도 그 상어는 알고 있다. 그 녀석들이야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진짜 상어다. 거대한 상어. 적어도 4,5미터는 되는.

이제 다이빙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예 모르겠다. 나는 마크를 바라본다. 그는 나를 본다. 파도가 뱃전에 부딪히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그가 웃음을 터뜨린다.

"에린? 당신 나 믿지?"

"그래." 나는 마지못해 대답한다.

"녀석들이 당신에게 다가갈지는 모르지만, 해치지는 않을 거야, 알았지? 그가 내 눈을 빤히 바라본다.

"좋아."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P.145-146)




아, 나는 너무 싫다. 아니, 지가 상어야?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사람은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조차도 제대로 모르며 살고 있지 않나. 그런데 하물며 상어를 지가 알아? 왜 그 상어가 해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나 믿지?' 로 확신하는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거다. 너무 머저리같고 멍청하잖아. 아니, 지가 그 상어냐고. 바다 저 깊은 곳에서 헤엄치는 뱀상어냐고. 지가 뭔데, 그저 영국에 거주하던 백인 남자1에 불과하면서, 보라보라 바닷속에 있는 상어의 마음과 의지와 욕망을 어케 알고, '걔네들은 널 해치지 않을 거야, 나 믿지?' 이러고 있는거지?


인간은 매우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인간이다. 우리는 살면서 숱하게 듣고 또 말하지 않았나. '나도 내가 그럴줄 몰랐어', '나 정말 이런 사람 아닌데', '나 전에는 한 번도 그래본 적 없어' 라는 말들... 그래, 내가 욕하던 행위를 내가 하는 게 바로 인간이란 말이다.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한 면들을 살면서 계속 깨닫게 된다고.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어, 한 번도 그래본 적 없어, 라는 말은 얼마나 무의미한가. 상어가 설사 그동안 인간을 해치지 않았다한들, 이번에는 해칠지 누가 안단 말인가? 그런데 자기가 뭔데 상어가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걸 자기를 믿으라고 하는거야? 오빠믿지? 에서도 그 오빠 믿었다가 인생 종치는 것처럼, 저 말을 대체 어떻게 믿냐고. 하물며 자기를 건 게 아니라 상어에 대한 것을... 아, 어리석어. 너무 오만하다. 너무 싫어.


에린은 마크를 겁나 사랑하고 졸라 사랑하고 뜨겁게 사랑하고 아 잘생겼어.. 이러는 사람이라서 마지못해 그래 라고 대답하지만, 나였으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당신이 상어야? 당신이 상어가 되어봤어? 상어가 물지 안물지 어떻게 알고 당신을 믿어?"



아.. 상어가 해치지 않을 거라고 자기를 믿으래. 어처구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밥맛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싫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내타입 아님. 에린은 마크 잘생겼다고 좋아하는데, 나는 잘생겨봤자 저런 사람 안좋아함. 헛소리하고 멍청하고 그러면 잘생긴 거 절대 빛안남.




에린은 돈가방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딱히 비호감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니까? 작가는 아마도 에린을 통해서 불완전한 인간에 대해서, 인간의 숨겨져 있던 욕망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한 것 같은데, 잘 알겠다. 그런데 .. 하아. 너무 짜증나서 미쳐버리겠어. 돈이 생겼으니까 큰 돈이니까 갖고 싶은 마음은 나도 알겠다. 그런데 거기 아이폰이 있다? USB 가 있다? 에린은 남편 없는 틈에 신혼여행지 호텔에서 그 핸드폰을 켜보는 거다. 와 얼마나 내가 답답하던지. 그걸 왜 켜? 그걸 키고나면 돈가방 어딘가에 있다는 게 드러나는 거잖아. 내 참 어이가 없어서. 그래서 자기들도 안 키려고 했다가 혼자 그걸 켜본단 말야? 그런데 켜기가 무섭게 그 핸드폰으로 연락이 오는 거다. 너는 누구냐고. 그래서 무서워서 다시 끄고서는 이크, 어떡하지, 큰일났다, 이러면서 이걸 어떻게 해결한담, 하고는 남편에게 우리 어떡하지, 내가 이렇게 했어.. 해버리는 거다. 문제는 자기가 일으키고 해결방법은 마크에게 알려달라고 하는것.

에린은 매사 이런 식인게, 남편과 의견이 다를 때마다 그냥 혼자 저질러 버리고나서 나중에 용서받으려고 하는 타입인거다. 그런식으로 자꾸 자신들을 드러내. 그 다이아몬드도 그렇게 많은데 그걸 한꺼번에 가서 돈으로 바꿀라고 해봐, 그러면 그거 너무 수상하잖아. 그래서 남편하고 또 의견충돌 일어나고.

처음에는 남편의 지인이 소개한 중간상을 통해 다이아몬드를 매각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쪽에서 연락이 와서는 "출처가 문제되는 것 같아서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거다. 여기에서 내가 빡쳐버리는데, 자, 내가 들은 말이 '출처가 문제된다'는 말이다. 이 말에는 아주 여러가지 뜻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내가 남편에게 혹은 다른 사람에게 가서 이 다이아몬드 자기네가 사줄 수 없대, 라고 말하며 이유를 얘기할 때는, 내가 들은 그대로 "출처가 문제되는 것 같아서 안된대" 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에린은 그 얘기를 듣고 자기 혼자 '음, 블러드 다이아몬드 같아서 그러는구나' 생각하고 남편에게 얘기할 때는 '피 묻은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해서 안된다고 해' 라고 해버리는 거다. 대환장...



물론 책에서는 이것이 큰 문제로 나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나는 저게 너무 싫은 거다. 내가 들었으면 들은 말을 그대로 전해야지, 그걸 자기 머리에서 각색해서 자기가 해석한 걸 전달하면 어떡해? 이건 완전히 다른 문제잖아?


책에서는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만약 그 출처의 문제가 '도난신고 당한 다이아몬드' 라던가, '이거 원래 어디 소유였네요' 등의 출처 문제였다면, 그들은 금세 타깃이 될 게 아닌가. 그런데 이걸 '블러드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해서 겁을 먹었네' 라고 해버리면, '그러면 다른데 가자' 하고 걍 답이 나와버리잖아. 위험을 불러들이고 그걸 모른척해버리는 게 될 수 있다고. 심지어 위험을 불러들였다는 사실 조차 모르면 거기에 어떻게 대비를 하냔 말이다.



이런 일은 주변에서도 곧잘 일어난다. 들은대로 전달하지 않고 자기가 해석한 대로 들려주는 일. 진짜 이런 사람들 개싫은데, 회사에서 임원1이 "보쓰가 외출할거다" 라고 해서 보쓰가 외출하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보쓰가 외출을 안하는거야.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외출을 안해. 그래서 임원1한테 '외출한다고 하셨어요?' 물었더니 그렇다는 거다. 안하시는데요?



"어? 오늘 보고는 그만 받겠다던데?"

"그리고 외출하시겠대요?"

"아니, 보고를 그만 받는건 시간이 없어서일거고 시간 없는 건 외출해야 돼서 아니야?"

"그러니까 보쓰가 직접 외출한다고 말씀 하셨어요?"

"아니, 그 말은 안했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씨발 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 내가 참 어이가 없어서... 이런 게 한 두번이 아니라 그 다음부터는 '외출하신댄다' 이러면 내가 묻는다.



"본인 입으로 직접 외출한다고 말씀 하셨어요?"


재차 확인한다. 들은대로 얘기하세요, 자기만의 고유한 해석 들려주지말고... 아 딥빡와 진짜. 근데 에린은 내가 딱 싫어하는 그런 유형인거다. 너무 싫어 진짜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음, 이러면 남편이 화내겠지, 그렇지만 이대로 물러설 순 없어, 어떻게든 해결하자, 그리고 나중에 솔직하게 말하자' 이렇게 해서 문제를 일으킨 다음에, 남편이 너가 그러는 건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되어버리잖아, 하면, '맞다, 내가 잘못했네' 이렇게 되어버리는 것의 반복...

그리고 '어? 이사람은 12345 라고 얘기하네? 그것은 커피가 맛있다는 뜻이잖아?' 하고 남편에게 '그 사람이 커피가 맛있대' 해버리는 거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진짜 개싫어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책의 주인공은 에린이다. 마크가 아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반전을 가지고 있고, 에린은 나쁜 여자가 아니다. 그러나 에린이 나쁜 여자이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나랑은 성격적으로 너무 안맞는 여자다. 너무 스트레스 주는 성격이야. 아이폰 켤 때부터 너무 싫었어 ㅠㅠ 그걸 왜 켜, 왜... ㅠㅠ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앞날을 준비하던 에린은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으려 했건만 순식간에 갑부가 된다. 그러나 그녀가 갖게 된 많은 돈은 애초에 그녀의 것이 아니었던지라, 그녀에게 순간순간 그녀가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위험이 닥쳐온다.


견물생심이라고, 눈앞에 놓이면 갖고 싶어지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걸 갖고 여유롭게 살면서 내내 마음이 불안정해야 한다면 으, 나는 싫어. 내가 만약 에린과 같은 상황에서 저 가방을 주웠다면, 나는 경찰에 갖다주자고 마크에게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내 남편이 '그걸 가질테야, 아무도 모를거야' 라고 한다면, 나는 그걸 가진 후의 불안함을 같이 갖게 되는거라, 그에게 헤어지자고 말할 것이다. 아니, 나는 그렇게 못살아, 불안함까지 가지고 살고 싶지 않아, 라고. 설사 내가 그 돈을 가지기를 욕망했다한들, 아이폰은 켜지 않고 바닷속에 다시 빠뜨릴 것이다. 하여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가 선택하지 않을 것들을 그녀는 선택했다. 누군가에게 말하기 두려워지는 비밀이 생긴다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것이 드러날까봐 전전긍긍해야하니까.

나는 저런 상황에서 '이렇게나 큰 돈은 이런식으로 갖게 되는건 반대야'라고 말할것이고, 그랬을 때 나랑 같이 발견한 내 남편 혹은 다른 가족이 '응 맞아 경찰에 가져다주자'고 말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엄마, 여동생, 남동생 모두 나랑 같은 의견일 것 같은데 우리 아빠...는 갖겠다고 할 것 같다. 킁킁.

칠봉이라면 어땠을까... 칠봉이라면 갖겠다고 하지 않았겠지만 설사 갖겠다고 해도 내가 설득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칠봉아, 이러면 안돼, 우리 삶이 위험해져, 너 실직하면 내가 먹여 살릴테니까 이 어마어마하게 큰 돈을 욕심내지마, 세상에 공짜로 이렇게 큰 게 주어질리는 없어, 공짜는 기프티콘 정도가 적당한거야...

그런데 칠봉이가 근근이 먹고 살기는 싫다고 이 돈을 굳이 갖겠다고 한다면........




지친 금요일이라 그런지 이런 성격의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소설을 읽고나서 급격하게 다운되어 버렸다. 금요일은 원래 신나야하잖아. 너무 다운돼 ㅠㅠ 그래서 오전에 외근을 나갔을 때 안되겠다, 이 스트레스를 좀 잠재워줄 게 필요해, 하고는 근처의 스벅으로 들어갔다. 초코크루아상먹을거야!! 그렇지만 내가 간 그 지점에는 초코크루아상이 없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너무 새드해 슬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픔의 새드니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되겠다, 사무실에 버터와플과 호두파운드케익이 있으니 그거라도 먹어야지.




이 책 읽는동안 내내 '스콧 스미스'의 《심플 플랜》이 생각났다. 심플 플랜에서도 주인공은 갑자기 돈벼락을 맞는다. 그리고 그걸 갖기 위해 벌어지는 이 평범한 남자의 살인, 살인들.. 진짜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일할 거 잔뜩 쌓아뒀는데 에린과 마크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다다다닥 페이퍼를 써버렸네. 휴.. 이제 뭔가 마음이 안정되는 것들을 읽어야겠다. 주인공하고 사랑에 빠지는 게 낫지, 주인공한테 성격적으로 빡치는 것은 진짜 할 게 못되는 것 같아. 아 졸라 스트레스 받아...



알렉사는 그 일이 나를 화나게 하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하도록 내버려둘 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것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지만 애초에 그것을 가질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 P494

그녀는 나를 웃게 한다. 그리고 내가 꽤 오랫동안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때때로 적절히 필요한 사람들이 당신의 삶 속에 들어오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 P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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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10-25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먹으면서 이 포스팅 보는데, 몇 번 빵터져서 ㅋㅋㅋ 음식 뿜을 뻔했습니다. ㅎㅎㅎㅎ
아니 지가 상어야? ㅋㅋㅋㅋㅋㅋ 아니 정말 지가 상어래요? 뭐야 뭘 믿어 말어 ㅋㅋㅋㅋ
여자도 정말 답답한 성격이네요. 물론 그래서 이야기가 전개되겠지만....... ㅋㅋㅋㅋㅋ
이야기는 재미있어 보이는데 캐릭터는 정말 비호감이네요.

맞습니다. 공짜는 기프티콘 정도가 적당하지요.

다락방 2019-10-25 14:41   좋아요 1 | URL
너무 싫어요. 나 믿지? 오빠 믿지? 믿긴 뭘믿어. 이젠 상어까지도 자기를 믿으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이상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맞아요, 바로 그런 성격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들이 진행되어 가는 것이지만, 저는 너무 저랑 안맞아서 와 스트레스 대박인 독서였어요. 제 읽기에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아요. 지나친 몰입독서라 이렇게 빡치는 등장인물 나오면 읽으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가지고.. 어떻게 해야 등장인물과 거리두기가 가능해질지 연구, 또 연구해봐야겠어요. 그것이 이 책을 읽은 후의 저의 과제입니다.


그나저나, 점심은 맛있게 드셨습니까? ㅎㅎ

- 2019-10-2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린.... 싫네요...ㅋㅋㅋㅋ.... 마크도 웩.. 하지만 부창부수라고 서로에겐 찰떡 이겟조.. 흔히 만나는 사람들이지만, 다락방님의 페이퍼를 보니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만 드네요 ㅋㅋㅋ 에린식의 착함, 곤란해...

다락방 2019-10-28 08:11   좋아요 0 | URL
에린이 착한것 같진 않아요. 어차피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고 나중에 용서를 비는 스타일이라... 굉장히 이기적인 타입이랄까요. 아오 너무 싫어요.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너무 성격적으로 저랑 안맞으면 책읽기가 곤란해져 버려요. 읽고 나서도 화딱지가 나서 ㅠㅠ

상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어요.
 
썸씽 인 더 워터 아르테 오리지널 23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아 읽는동안 너무 스트레스 받았다. 주인공과 주인공 남편 성격 너무 싫어서 짜증대폭발. 중간에 던져버릴까 다섯번쯤 생각하다가 그래도 간신히 끝까지 읽었네. 끝까지 안읽었다면 별은 두 개에서 그쳤을 것.

아 다 읽고나서도 스트레스 안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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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썸씽 인 더 워터》스트레스..
    from 마지막 키스 2019-10-25 11:16 
    출퇴근을 반복하는 삶을 아주 오래 해오고 있는데 아마도 나이 탓인지, 이제는 금요일이면 확실히 지쳐버린다. 금요일까지가 딱 한계구나. 어쩌면 한계는 수요일 밤부터 찾아오는데 금요일까지 출근을 해야 하니 억지로 버티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치고 피곤한 금요일 아침. 몸도 마음도 한주간 쓸만큼 썼다고 생각해서 지쳐버리는 금요일인데, 그나마 금요일이기 때문에 버텨지는 것 같다. 오늘만 잘 보내면, 그러면 주말이다. 금요일밤과 주말이 찾아와. 먹고 싶은
 
 
 
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하여간... 일도 제대로 못하는 남자들 때문에 여자들은 진창에 빠진다니깐. 하등 쓸모없는 남자들..
그래도, 이렇게 되는 게 나았다. 지옥에 다녀왔으므로 지옥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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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22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라는 이름을 댔습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됐을까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

안알랴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0-22 11:37   좋아요 0 | URL
에헤헤....... 안 알려주기에요?
진짜요?!? 허참....

다락방 2019-10-22 12:53   좋아요 0 | URL
이름을 댔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정도까지만 제가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엣헴.. ㅎㅎ

잠자냥 2019-10-22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어제 포스팅에 다락방 님이 댓글 달았듯이 이름 대는 거야 정해진 과정이었겠지요. 그래야 이야기가 전개될 테니.... 음. 이야기는 좀 궁금하지만 그냥 궁금증으로 남겨두겠습니다. ^^;;

다락방 2019-10-22 10:28   좋아요 0 | URL
이름을 댄 뒤부터는 제 예상과 다른 전개여서 빡치며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이게 손에 들면 재미있는 책인데 굳이 꼭 그렇게 읽어야될 책은 아닙니다. 읽으면서는 재미있지만 좋아할 수 있는 책은 아닌..
으하하핫
 

오늘 할 일이 많아서 어제 단단히 마음 먹고 출근했는데 나의 정신은 자꾸만 책에 가있다. 오늘 출근 길에 읽은 책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주인공의 선택이 기다려지고 그 선택 후의 결과가 너무 궁금하기 때문이다. 으윽-

그렇지만 일이 많아서 일을 해야 하고, 그래서 일을 하려는데 너무 일에 집중 안되고, 아아, 세라,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것인가요, 그리고 당연히 이 책이 쓰여진 건 당신이 그것을 선택하기 위함이겠지만, 그렇게 선택한 뒤에는 어떤 결과가 오게 될까요?

내가 일이 많으니까 지금 페이퍼 써야할 게 아니라 일을 해야 하는데, 페이퍼라도 쓰지 않으면 나는 일을 제껴두고 자꾸 몰래몰래 책을 읽으려고 할 것 같다. 그럼 나의 일은 뭐가 된다? 계속 내 일로 남아있다..


















세라는 계약직 임시 직원으로 대학 강사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전임 강사 자리를 노리고 있고 며칠 뒤면 심사가 있다. 그녀는 그간 열심히 일해왔고 이 일이 자기 일이 될거라는 확신이 있다. 될거야, 될것이다. 정말이지 누구보다 노력했으니까.

그러나 그녀에게 걸림돌이 있었으니, 그 심사의 가장 큰 힘을 가진 이가 그녀에게 자꾸 성상납을 요구하는 거다. 그녀를 쓰다듬는 추행을 반복하면서 그녀에게 '헌신'을 강요한다. 하아..

그녀는 가까스로 피해왔다. 그의 눈밖에 나면 안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자꾸 그 위기를 넘기고 넘기고 넘긴다. 대학내의 여자강사들은 이 일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미 그 전에 이 일로 인해 폭로했던 여자강사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세라 역시 똑똑히 보았으니까. 그 여자는 자신의 커리어가 완전히 단절된 채 아무 대학에도 취직할 수 없었다. 그만큼 세라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이 대학교수 '러브록'은 너무나 힘이 세다. 학교 내에서도 힘이 세고 텔레비젼에도 나오는 유명인사다. 그 누구도 그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가 자신에게 성상납을 요구했다는 걸 밝히는 순간 커리어가 끝장나고 매장되는 건 러브록이 아니라 세라, 그녀이다.

심사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 러브록의 추행은 더 집요해지고 그녀는 너무 괴롭다.

그녀의 친구는 그녀에게 뭐든, 어떻게든 해보라고 한다. 그녀가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고 하자 친구는 그녀에게 그 학교를 나오면 어떻겠냐고 한다. 그러니까 그 더러운 똥을 피하라는 거지. 맞설 수 없다면.




"다른 학교로 옮길 생각은 아직도 없는 거지?"

"어디로 갈 수 있을까? 크리스토퍼 말로 전공 과정이 있는 대학은 영국에 세 곳뿐이야. 벨파스트와 에든버러, 그리고 우리 학교. 게다가 러브록은 단지 그들 중 하나가 아니라, 최고야. 가장 많은 연구비에, 가장 규모가 큰 팀, 가장 높은 명성까지. 이제 와서 전공을 바꾸는 건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제길, 맞아. 왜 네가 옮겨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넌 여기까지 오려고 정말 열심히 했고, 지금 하는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데다, 잘못한 건 하나도 없잖아. 애들고 그 좋은 학교에서 나와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가야 할 테고, 너희 아빠하고도 떨어져야 하고. 빌어먹을!" (p.31)



그러게. 피해자는 세라인데 왜 피해자가 이 학교를 나와야 하나. 게다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세라인데, 이 공부를 하고 싶었던 건데.


세라는 두 아이의 엄마이다. 남편은 뜨지않은 연극배우인데 한달전에 자아를 찾겠다며 집을 나가버렸다(놀고있다 진짜..). 아이들 둘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건 온전히 세라의 몫이다. 부득이하게 야근을 할 때면 가까이 사는 친정 아버지에게 아이들을 부탁해야 한다. 아이들이 납치된걸까, 위급한 상황에도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건 세라 혼자다. 아이들의 아빠는 여기 없으니까. 자아를 찾으러 나가서 젊은 여자랑 동거중이니까. 그놈의 자아... 비루한 새끼의 자아.. 자, 다시.




세라는 꾹 참고 버티고 여기까지 왔다. 작년에도 떨어졌는데 이번에도 이 기회에서 탈락할 수 없다. 누구보다 열심히 해왔다고 자부한다. 될것이다, 될것이다. 그러나 러브록은 그녀에게 이번에도 탈락이라고, 다음 기회에 도전하라고 말한다. 네? 뭐라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어요." 세라가 미간을 찌푸렸다. "전 강의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고, 올해는 새로 석사 학위 과정도 운영했어요. 학술지에 논문도 여러 건 게재를 앞두고 있고 …… 괜찮은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만." (p.203-204)



세라의 몸이 움칠했다. 분노와 좌절과 지금 이 모든 상황의 부당함에 반쯤 눈이 멀어서 속으로는 비명을 지르고 미쳐 날뛰었다. 공들였던 그 모든 업무와 그 모든 시간, 자정이 지나서까지 일하다가 노트북 앞에서 꾸벅꾸벅 졸곤 하던 그 모든 밤. 피로로 정신을 못 차리던, 그럼에도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나아가야 했던 그 모든 날. 그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듯했다. 그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p.208)




러브록은 이제 그녀에게 승진은 커녕 감원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 전날 그녀의 아이디어를 가로채 자신의 것인듯 모두에게 밝힌 것도 괘씸해 미쳐버릴 것 같은데 이 부당함은 다 무엇인가. 왜 그동안의 모든 것들이 그에게 섹스해주지 않음으로 인해서 사라져야 하는가.



아직 기회는 있다며, 승진의 마지막 기회가 있다며, 러브록은 그녀에게 대놓고 성상납을 요구한다. 세라는 너무 분노하여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고발하겠다고 말한다.



"내가 맞고발을 할 테니 잘 대응해보란 말이야. 몸을 팔아서 위로 올라가려는 네 계획의 일환으로, 내게 몸을 던지고, 섹스하자며 애걸복걸하던 그 모든 사례를 열거하는 거지. 예를 들면, 에든버러의 호텔에서 내 방문 앞을 서성이며 좀 들여보내달라고 졸라댔던 일. 아니면 저번 주 내 파티에서 있었던 일이나." (p.211)



물론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러나 세라에겐 그가 자신에게 성상납을 요구했던 어떤 증거도 증인도 없다. 게다가 러브록은 이미 힘이 있는 사람이다. 그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빼앗았다고 학장에게 말해보았지만, 상사를 욕하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니라는 꾸지람만 들었을 뿐이다. 학장도, 인사권자도 모두 러브록과 친한 사이였다. 그러니 세라가 그를 성희롱으로 고발해도 그 고발은 소용없을 것이었다. 맞고발로 대응하는 러브록에게 그녀가 어떻게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승진도 물건너갔으니, 학교와 세상은 아마도 그녀에게 '승진하지 못한 분풀이로 교수를 고발했다'는 누명을 씌울 것이었다. 그녀의 말을 누가 믿어줄까. 물론 그녀의 말을 그녀의 친한 친구가 믿어줄 것이고, 그녀의 아버지가 믿어줄 것이다. 아마, 그간 러브록에게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도 믿어주겠지. 그러나 그들의 믿어줌은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세라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나.




그동안의 노력이, 그 모든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 그 모든 공부와 시험, 박사 학위, 면접, 잠 못들던 반과 단기 계약직, 고군분투, 희생, 트라우마, 가끔 찾아와준 작은 승리. 다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어. 0. 무(無). 러브록이 모든 패를 다 쥐고 있으니까. (p.215)




그런 그녀에게 낯선 남자가 찾아온다. 그녀를 찾아온 남자는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줬다며 그녀에게 제안을 한다. 사라지기를 원하는 사람의 이름을 하나주면, 그 사람을 사라지게 하겠다고. 그 남자는 자신을 갱단의 두목이라고 얘기한다. 사람 하나 사라지게 하는 건 일도 아니라며, 그녀에게 72시간을 준다. 아무도 모를 거라고 그리고 누구도 너랑 관계 짓지 않을 거라고.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너무 무섭고 잔인한 일이니까, 그리고 그런 건 안되는 거잖아, 그녀는 사실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지만, 아니라고 그런 사람은 없다고 답한다. 그렇지만 돌아오고난 후에 러브록으로부터 또 고통을 받는데, 그녀가 어떻게 그 이름을 지울 수 있을까. 어떻게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 있을까. 72시간안에 이름 하나를 말하지 않으면 이 일은 없던 일이 된다. 아무도 모르는 없던 일.



당연히. 세라는 볼코프에게 알려줄 이름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이런 경우 말하고 싶은 이름이 하나쯤은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 (p.150)



세라는 괴롭다. 러브록이 싫다. 러브록 때문에 자신이 그동안 이뤄놓은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게다가 그녀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자꾸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을 때면 '그냥 한 번 자주면 되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끔찍하다. 나를 왜 이렇게 만드는걸까. 그녀는 고민한다. 그러나 그를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나는 낯선 남자의 이 제안 앞에 나라면? 을 떠올렸다. 지금의 내게 사라지게 만들어줄 누군가의 이름을 말하라고 하면, 나는 그 이름을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누구에게나 그런 이름 하나쯤 있다고 하지만, 나는 '사라지게' 할 누군가가 있는 것일까. 나야 이 세상의 모든 성범죄자가 잔인하게 사라지기를 원하지만, 그러나 내 개인적으로 이럴 때 이름을 말할 사람이 있는가. 저 사람이 없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의 이름을 사라지게 해달라고 요청할 순 없다. 한 사람의 생명을, 목숨을 내가 과연 입밖으로 그 이름을 내어 말하면서 쥐락펴락 해도 되는 것일까. 나였어도 세라처럼 고민에 고민을 했을 것이다. 나라면 그냥 지웠겠지. 그렇지만 세라가 당한 고통이 내 것이었다면? 내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내 앞에서 권위를 휘두르고 나 전에도 또 나 이후에도 이런 피해자를 계속 양산할 새끼라면?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할까? 아마 처음부터 그 이름을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라처럼. 그래도 안되잖아, 라는 그 마음이 찾아들겠지. 그녀는 친구와 이 일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나쁜 사람에게 쓰는 폭력에 관해 얘기한다.



"그러니까…… 뭐야? 폭력이 답이라는 거네?"

"폭력으로는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노예제와 히틀러, 2차 세계대전을 잊은 거야."

"수요일 밤 10시치고는 좀 깊은 내용인데."

"왜,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견뎌야 했던 그 모든 공격에 대해 말한 적이 있잖아. '상대가 저급하게 나올수록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 라고 했지."

"결국 힐러리가 어떻게 돼는지 우린 알지."

"바로 그거야. 도덕적 우위를 점한다고 해서 끝이 이기리라는 보장은 없어. 상대가 이미 시궁창에 있다면, 때로는 너도 시궁창으로 내려가서 상대에게 결정타를 날려야 해." (p.187)




그녀는 낯선 남자의 제안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




내가 그 사람을 사라지게 해주지.

러브록이 세라의 인생에서 사라진다면, 세라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출근 때마다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던 두려움은 여전할까? 당연히 아니다. 앞으로, 위로 나아갈 정당한 기회가 주어져 삶에서 어느 정도 보장을 얻고 아이들에게 안정된 미래를 줄 수 있을까? 그렇다. 러브록이 없는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까? 그를 아는, 제대로 아는 사람 중 상당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p.218)



러브록이 없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 될거라는 것은, 세라를 비롯한 숱한 피해자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없다면 그로 인해 일어나는 성희롱은 더이상은 없을테니까. 그러나. 그 일에 내가 관여해도 되는걸까? 그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일에, 내가 끼어들어도 되는걸까? 나는 만약 러브록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혹은 다친다면, 그가 '왜'그런 벌을 받는지에 대해서 세상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 봐라, 이 사람은 이렇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가 이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하고. 그러나 누군가가 비밀리에 그를 없앤다면, 세상은 그의 나쁜 면에 대해 알지 못할 것이다. 피해자들은 그로 인해 당했던 트라우마를 여전히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도 못하면서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 것에는 안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폭로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이왕이면 그 폭로는 그가 살아생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잘못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걸 알 수 있을 테니까.

그가 아무리 죄인이라도, 그가 이렇게나 나쁜 짓을 저질렀어도, 그의 생에 관한 일에, 삶과 죽음에 관한 일에, 그러나, 내가 끼어들어도 되는걸까? 한 사람의 운명에 내가 관여해도 되는걸까? 그건 뭔가를 넘어서는 일이 아닐까? 그가 사라지길 원하는 거야 당연한 바람이지만, 그러나 그의 사라짐에 실질적으로 내 영향이 미쳐도 되는걸까? 어쩌면 그의 삶과 죽음에 관한 운명이라는 것에는 이맘때쯤 내가 끼어들어 완성되는걸까?


아, 너무 혼란스러운 거다.


내가 세라라면 매일매일 출근이 괴롭고 이 새끼랑 둘이 있을 때마다 스멀스멀 손가락이 허벅지 타는 것도 너무 싫고,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도 너무 싫고 노골적으로 '나랑 안자면 너는 잘린다'같은 거 듣고 있는 것도 너무 싫은데, 그렇다면 내가 거기에 맞서 싸우기 너무 힘들고 약하니까, 그냥 내가 이 모든 내 노력과 업적을 뒤로한 채 물러서야 하는걸까?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이 새끼를 없애는 건 공공선이 아닐까? 아니야, 그렇지만.. 그 사람의 생명이 걸려있는데 내가 관여해도 될까? 이게 답인걸까? 더 나은 해결책은 없는걸까? 만약 내가 내 일을 포기하고 이쯤에서 뒤로 돌아 간다면, 아마 다음 여자들도 또 그렇겠지. 또 앞으로 향하지 못한채 좌절되고 꺾이겠지..




러브록이 세상에는 한 얼굴을 내놓고 사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드러내며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 약자를 먹이로 삼는다는 건 확실했다. 아주 지능적이고 교활한 성 착취자로, 수십 년을 거슬로 올라가는 피해자 목록을 가지고 있을 법했다. 그래도 볼코프가 세라에게 제안한 일을 실행에 옮기는 건 옳지 않았다. 러브록이 지금껏 어떤 짓을 저질렀고 앞으로 무슨 짓을 저지른다고 해도, 옳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p.222)





아아. 내가 지금 이런 책을 읽고 있었단 말이다. 그런데 회사란 말이다. 일을 해야 한단 말이다, 일을. 이 책을 더이상 읽을 수 없단 말이다.

그리고 자꾸만 일을 하는 틈틈이 내가 나에게 묻는 거다. 너는 러브록의 이름을 댈것이냐. 그러나 러브록의 이름을 대지 않는다면, 나는 이렇게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바닥으로 내려갈 것이고,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또한 다른 많은 여자들의 미래도. 이렇게 두어야 할것인가. 그러나 러브록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지 않은가. '내가 해야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내가 과연 여기에서 그를 사라지게 만들어도 좋을 것인가. 마음속으로는 그러고 싶다. 그러나 그래도 좋을 것인가. 아 모르겠다. 어떡해야 하지. 차라리 이런 제안을 듣지 않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그를 사라지게 할까, 라는 고민 따위는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을텐데...



러브록을 사라지게 만들고싶다. 쥐도 새도 모르게.

그렇지만 러브록의 추악한 행실은 밝혀지길 바란다. 세상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가 사라지는 일에 내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안될 것 같다.

아 어떡하지.



며칠전에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영화 《메카닉》을 보았다. 그는 자신과의 연관성을 주지 않은채로 상대를 살해하는 킬러였다. 메카닉의 제이슨 스타뎀이 계속 생각났다. 이 책, 29초를 읽는동안.


















아아, 세라는 어떻게 될것인가..

왜 지저분한 새끼가 힘을 가졌는가.

힘을 가져서 지저분해진 것인가, 지저분해서 힘을 가지게 된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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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10-2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다..... 이 서재에 올라오는 책들은 왜 이렇게 다 재밌겠지?? 왤까??

다락방 2019-10-21 13:21   좋아요 0 | URL
확실히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빨리 보고싶긴한데, 제가 좋아하는 책이 될 순 없을것 같아요. 이거 뭔지 알죠? ㅋㅋ 아 얼른 읽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일이 많아...(시무룩) 이러면서 답글 달고 있다니.. 나란 녀자..

잠자냥 2019-10-2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그래서 세라는 이름을 대는가요? 자, 이제 점심 먹었으니 책을 펼쳐 보세욧!!!!! (응?) ㅋㅋㅋ
그나저나 저놈의 세라 남편놈 정말 놀고 자빠졌네요. 자아실현=젊은여자와 동거 노답놈..... 쯧쯧.

이 책 전혀 안 궁금했는데, 이 포스팅 보니 궁금해지네요. ㅎ

다락방 2019-10-21 17:58   좋아요 1 | URL
세라가 그 이름을 대기 때문에 이 소설이 쓰여진 거 아니겠습니까, 잠자냥 님?! ㅎㅎ
이름을 댄 부분까지만 읽었습니다. 이제 곧 퇴근이니 마저 읽어야지요. 오늘 안으로 다 읽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요가 가려고 했는데.. 으하하하하.

아니 여기서 못찾는 자아, 집 나가면 찾는답니까. 아내랑 아이두고 가출해서 자아가 잘 찾아지겠습니다. 그렇게 찾아지는 자아는 무엇인가. 아 너무 싫어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님이 좋아할만한 소설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제 페이퍼 읽으세요 ㅎㅎ 결론을 쓸지 안쓸지 모르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0-21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근 언제지요?!? 아침부터 기다리면서 지저분한 놈 어찌되나... 궁금해 이루 말할수없는 하루를 보냈네요.
얼른 다락방님 퇴근하기를!
얼른 읽고 얼른 페이퍼 쓰기를!

다락방 2019-10-21 17:59   좋아요 0 | URL
저 오후에 진짜 미친듯이 일했어요, 단발머리님! 얼마나 책을 펼쳐보고 싶던지 흑흑 ㅠㅠ
그렇지만 일을 해야 제가 월급을 받고 월급을 받아야 또 책을 사고.. 힝 ㅠㅠ
자, 이제 퇴근할겁니다. 지하철 안에서 졸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psyche 2019-10-2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다 읽으셨나요? 뒤가 넘 궁금해요. 빨리 읽고 이야기해주세요.

다락방 2019-10-22 07:51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하하하 어제 자기전에 다 읽었습니다. 그러나 안얄랴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