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퇴근하면서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에 들러 피자 한 판을 포장했다. 오전에 이미 예약 주문을 걸어뒀었다. 엊그제 치킨 먹으면서 백종원이 뉴욕간 걸 봤는데, 피자를 세상 맛있게 먹는거다. 그거 보면서 엄마랑 '내일은 피자먹자!' 했던 터다. 엄마 내가 퇴근하면서 사올게, 해서 약속대로 사가지고 갔다. 커다란 피자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자 엄마는 피자는 정말 오랜만이라며 설레어하셨다. ㅋㅋ 뉴욕의 백종원이 피자를 먹을 때 핫소스 대신 (간)페페론치노를 뿌려 먹어보라며, 피자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매콤한 게 맛있다고 한 게 기억나, 식탁에 피자를 차려둔 뒤 나는 '기다려 엄마!' 하고는 페페론치노를 꺼내왔다. 아니, 우리집에 이게 왜있니, 엄마가 물으셨고, 이거 내가 일전에 사뒀지, 했다. 감바스 만들 때 쓰려고 페페론치노를 사러 갔는데 갈아둔 것 밖에 없어서 아쉬운대로 갈아둔 걸 사왔던 것. 그런데 이럴 때 써먹네? ㅋㅋㅋ 엄마랑 나는 백종원처럼 먹어보자, 하고는 피자 위에 페페론치노를 뿌렸다. 그렇게 먹어본 뒤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백종원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네. 피자의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맵네."


요란하게 매운 것도 아니라서 뭐랄까..계속 뿌려먹었는데, 피자를 다먹을 즈음엔 입술이 아파서 미치는 줄 알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피자를 먹고나니 뭔가.. 어떤 써운한(?)마음에, 엄마가 엊그제 담근 김치를 꺼내서 밥을 한 술 먹었다. 그제야 좀 편안해졌어... 그리고는 폼롤러를 가지고 거실로 가 엄마가 티비 보는 앞에서 맛사지를 좀 하기 시작했는데 엄마는 요즘 케이블에서 재방송 해주는 <전원일기>를 즐겨보시더라. 옆에서 나도 같이 봤는데,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기의 클라스가 다르다. 전원일기는 조연들마저도 진짜 완벽한 연기여서, 저건 진짜 연기가 아니다, 삶이다, 계속 감탄하며 봤다. 와, 진짜 연기.. 그리고 옷차림.... 화장까지. 정말 완벽하다, 완벽해!! 아아..사랑의 불시착 현빈 생각납니다. 현빈 잘생겼지만 연기 볼 때마다 안타까움 금할 수 없어라...


각설하고,



엄마가 즐겨 보시는 프로그램중에는 실제 일어난 범죄를 재연해 보여주는 것들이 있다. 프로그램의 정확한 이름은 생각 안나는데 엄마가 볼 때 옆에서 봤다가 너무 자극적이라서 이런걸 왜보냐고 물었었는데, 엄마는 그런 프로그램을 너무 좋아하셔.. 아무튼 어제도 그런 프로그램을 틀어두셔서 아빠랑 엄마랑 나랑 셋이 보게됐다. 나는 중간부터 봐서 처음은 잘 모르지만, 어쨌든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해서 결혼을 했고, 결혼하고나서도 그 사랑을 지켜가며 다정하게 잘 지내고 있던 터였다. 그런참에 남자가 사업이 잘 안됐던가..해서 무속인을 찾아간다. 무속인은 굿을 해야 한다 잘 풀린다 했고, 남자는 사채를 써서 굿을 하겠다 하고 아내는 돈을 마련해주고, 뭐 그런거였다.


남편은 이 무속인을 절대신뢰하고 절대의지하기 시작했다. 사소한 모든 것에 선생님, 선생님 해가며 무속인에게 전화해 의견을 물었고, 무속인이 하라는 걸 하고 하지말라는 걸 하지 않으려고 했다. 아내는 그렇게 무속인에게 의지하는 남편이 못마땅했지만, 그러지 말라고 말했지만, 사랑하는 남편이 그걸 절대 신뢰한다는데에야 어쩔 수 없이 따라가 같이 굿하는 옆에서 기도도 해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은 남편이 아쉬운 표정과 말투로 '당분간 여보랑 동침하지 말래' 라고 하는 거다. 동침하면 큰일난다고. 아내는 그게 말이 되냐, 같이 자자고 하고 남편은 '당신을 사랑하지만 안돼'라고 하는 거다. 이에 아내는, 무슨 큰일이 나겠어, 하고는 남편을 침대로 끌어들여 그들은 동침한다. 무속인이 하지 말라고 한 걸 한 것.




나는 언제나 믿는 것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니까 그것이 종교이든, 나 자신이든, 자연이든,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이든. 사실 나는 나 자신 말고는 딱히 믿는 게 없긴한데, 그건 타인이나 혹은 종교,자연,사랑..이라는 감정 같은 것일 경우 배신할 확률이 나자신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믿는다고 하면, 그건 믿지 않는 사람으로서 뭐라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누군가가 무엇을 간절하게 믿는다면, 거기에는 힘이 실리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를 믿고 싶어하니까. 나는 '절대적으로' 혹은 '지나치게' 믿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지나침'은 누구의 어떤 기준일까.


믿는 것에는 힘이 생긴다. 우리는 자신이 믿는 것에 지나치게 힘을 줘버리는 경향이 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고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믿는 사람'은 그 힘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종교단체 내에서 폭력과 학대, 착취가 일어나는 경우가 바로 지나치게 힘을 줘버린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내가 믿는 이 사람이, 이 지도자가 나에게 잘못할 리 없지, 내가 잘못했겠지, 이것이 내가 믿는 이 신의 뜻이겠지. 믿지 않는 사람이 '그건 허구다', '너는 지금 휘둘리고 있다'고 말해도, 내부의 사람 귀에는 잘 닿지 않는다. 그것이 믿는 것이 주는 지나치게 강한 힘이다. 종교를 믿는다면 종교가 내게 힘이 있는 거고, 유령을 믿는다면 유령이 내게 힘이 있는 거다. 뱀파이어를 믿는다면 뱀파이어를 실제로 볼 수도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은 자기가 믿는대로 보고싶어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안경으로 세상을 본다. 믿지 않는 사람이 '저거 뱀파이어 아니야' 라고 말해도 '내 눈엔 보여'가 될 수밖에 없다.



살다보면 좋은일이 생기기도 하고 나쁜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강하게 믿는다면, 좋은일과 나쁜일은 모두 내가 믿는 것이 내게 주는 메세지가 된다. 좋은 일이 일어나면 이게 다 신의 뜻이거나, 자연의 뜻이될 수 있고, 나쁜 일이 일어나도 마찬가지.



남편은 무속인을 믿었고 그래서 무속인이 동침하지 말라는 말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아내는 무속인을 믿지 않았고 동침하지 말라는 말을 지키지 않는다. 그리고 동침했다. 이 후에 이들 부부에게 나쁜 일이 일어난다면 이제 남편과 아내는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아내에게는 누가 뭐라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지, 라는 생각이 찾아오겠지만 남편에게는 '거봐, 동침하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했잖아' 가 될것이다. 남편은 굿을 하는데도 몇천만원을 들일 정도로 정성이었는데, 좋은 일이 일어난다면 '거봐, 굿을 하고나니까 이렇게 좋아지잖아'가 될 것이고, 나쁜일이 일어난다면, '아이코 정성이 부족했구나 굿을 또 해야겠어'가 될것이다.

남편이 강하게 믿는이상 무속신앙은 아주 큰 힘을 가진다. 누가 뭐라할 수 없을 만큼.




그리고 이제 남편은 이혼서류를 가지고 왔다. '우리가 같이 살면 누군가 한명이 단명한대, 서류상 만이라도 이혼을 해야한대' 라면서. 아내는 이혼하기 싫고 그 말을 믿지도 않지만, 이미 한 쪽이 그걸 믿어버린 다음에야 벌 수 없다. 아내는 이혼하기 싫다고 아무리 말을해도 이미 그걸 믿고 따르려는 자에게 더이상 대응할 수 없다.



"엄마, 엄마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어? 남편이 저렇게 무속신앙을 믿어서 이혼하자고 하면?"

"이혼해야지. 저렇게 정신이 나가버렸는데 같이 살기도 싫다."



그러자 아빠가 옆에서 말했다.



"주님께 기도해서 나를 고쳐달라고 해야지! 고쳐달라 해서 같이 살아야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아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랑 나는 빵터졌다. 엄마는 아빠에게 말했다.



"내가 당신하고 이혼하겠다는 게 아니라, 저 상황에서 저런 남편이라면 이혼하겠다는 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서류상 이혼을 마치고 남편과 아내는 그래도 여전히 사랑해하고 꽁냥꽁냥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느날 남편이 사라졌다.


믿는 것은 힘이 있고, 믿는 이상 힘이 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믿는대로 보이는것이다, 는 얘기를 하면서 보다가, 남편이 사라져서, 아아, 이것은 또 무엇인가... 하게 되었는데, 이 무속신앙을 강하게 '믿는' 남자는.. 아아, 예상외의 전개를 보여준다. 그러니까 믿음... 이 문제가 아니었어. 졸라 철학적으로 접근했던 나여... 이렇게 훌륭한 생각 뿜어냈던 나여... 나따위.. 난, 어느 면에서는 결코 남자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남편의 핸드폰으로 수차례 연락해보지만 핸드폰은 꺼져있다. 찾아 헤매기도 하고 또 집에서 기다리기도 하지만 그렇게 3개월이 흘렀고, 그제야 아내는 무속인을 찾아간다. 무속인을 찾아가서 멱살을 쥐고 흔들며 '내 남편 내놔!'라고 말한다. 무속인도 여자였고 아내는 무속인이 아내를 뒤로 빼돌렸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 무속인은 니 남편을 왜 내게서 찾냐고 하는데, 그때 무속인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하하하하ㅎ하하하하하하하하. 다음장면은, 무속인과 아내가 동시에 경찰서에 뛰어가는건데, 하하하하하하하하. 거기에는 3개월간 연락도 없고 사라졌던 남편이 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무속인은 아내보다 먼저 달려들어 남편의 멱살을 쥐고 '내 돈 내놔!' 라고 하는데 하하하하하. 그렇다. 이 남편은 결혼사기범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벌써 여덟번째 이혼을 한참이었던 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주로 재력있는 여자를 찾아내어 사랑고백을 하고 결혼한 뒤 크게 한 탕 하고 이혼하고 다른 여자를 찾아 또 반복하는 것. 아아, 나는 정말이지 어떤 면에서는 결코 남자를 이길 수가 없어. 이미 재력가였던 아내와 이혼하고 무속인과 결혼을 약속하며 돈을 뜯어냈다. 이 남자는 그 무속인의 신고로 경찰에 잡힌 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삶의 아이러니... 무속 신앙에 빠진 게 아니라 결혼 사기범이었다니.... 하하하하하... 삶의 아이러니. 다른 사람의 나쁜 앞날 점치며 굿을 하지만 결혼사기범앞에 돈뜯기는 무속인이라니. 삶의 아이러니... 결혼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이 무엇이길래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에게 그렇게 큰 돈을 주는가...... 여자들이여, 남자들한테 돈 주고 싶다면 푼돈만 주자.....이게 뭐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종교란 무엇인가.... 신앙이란 무엇인가....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우리는 누굴 믿어야 하나. 나를 믿어도 나를 내가 배신할 때가 있는데 우리가 다른 것을 믿는 것은 과연 계속해도 좋을 것인가..... 남편은 무속신앙을 믿었고(물론 믿는 척한거지만), 아내는 남편을 믿었고, 무속인은 사랑을 믿었어.....

몇개월전에 개봉했던 영화 [토이스토리 4] 에서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 사랑받고 싶었던 캐릭터가 나온다. 그런데 사랑받을 수 없게 되니 절망하고. 사랑을 간절히 원했으니 그게 오지 않으면 절망하는 거다. 반면, 혼자 자유로운 캐릭터도 있었다. 주인을 찾고 싶다는 욕망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기 삶을 살던 캐릭터. 그렇기에 자유로운 캐릭터.

사랑은 사랑을 믿는 사람에게 힘이 세지만, 그러나 결코 사랑이 유일한 답이 될 수는 없다. 사랑 너무 믿지마요...



믿는다는 것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다가 결혼사기범에게 뒷통수 맞은 얘기였다.



마침, 정희진의 신간을 읽다가 종교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어 옮겨오겠다.




개신교, 불교, 천주교에서 발표한 신자 숫자를 합치면 총인구보다 많다. (p.37)



















남편이 새로운 사기대상인 무속인을 찾았고 그렇게 양다리(?)를 걸치다가 아내와 이혼하고, 그 후에 또 새로운 사기대상을 찾는 걸 본 아빠는 말했다.


"한 명 사랑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저렇게 여러명을 사랑하냐."


나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아빠는 사랑을 하니까 한 명만 해도 힘든거야. 저남자는 사랑을 안하니까 두명이든 세명이든 여러명이든 가능한거고. 사랑을 안하면 쉬워. 사랑을 하니까 어려운거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응 알지."




나는 역시 나를 믿어야겠어... 내가 믿을 건 나뿐.....





언젠가부터 노래를 잘 듣지 않지만 최근엔 테일러 스위프트를 종종 듣는다. 음악을 잘 듣지 않게된 순간부터 그러나, 그 해의 중심 혹은 사인이 되는 노래는 간혹 있어왔다. 어느 해에는 '에피톤프로젝트'의 <회전목마>였고, 어느 해에는 'Frances'의 <Don't worry about me>였다. 요즘은, 그러니까 2020년의 노래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Me>다. 내가 어떤 기분에 처해있어도 이 노래를 듣는 순간 아아, 갑자기 둠칫 두둠칫 몸이 반응해버려. 리듬을 타고 흥에 나를 맡긴다.. 둠칫 두둠칫...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레사 2020-02-1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증 하나, 사랑의 불시착 현빈이 왜 안타까운 것인지..저 그거 너무 몰입해서 보고 있어서..궁금합니다.

다락방 2020-02-14 11:06   좋아요 0 | URL
아 너무 연기 못하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현빈 정장 입은 거 보고싶어서 보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북한사람 연기 제일 못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0-02-14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미노피자에서 어제의 백선생님 방송에서, 종교인 통계까지 다락방님 글은 넘 재밌다 못해 중독성이 있어요^^

다락방 2020-02-14 17:31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흐흐흐흐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0-02-1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롸..? 무속인이랑 바람낫나..?햇는데.. 결혼사기범전개...ㅋㅋ 믿을 건 다락방님 자신뿐 이라는 결말이 맘에 와닿아요! 오늘 전 피자는 어렵고 피자빵이나 하나 사먹어야겠네요 ㅋㅋ

다락방 2020-02-17 07:52   좋아요 0 | URL
ㅋㅋ 이 프로그램 보면서 울엄마아빠도 무속인이랑 바람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제부한테 얘기해주는데 제부도 무속인이랑 바람났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그 어느 추리소설보다 놀라운 반전을 품고 있었습니다. 결혼사기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우리는 자신을 믿고 열심히 살아갑시다!!
 

내가 줌파 라히리의 단편 <지옥 천국>을 좋아하긴 하지만, 오늘 페이퍼에서 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ㅋㅋ


어제 퇴근길에 지하철역에서 진선미 의원님을 만났다. 벌써 이 역에서 마주친 게 내 기억에만도 세 번이야. 진선미 의원님 좋아하므로 만날 때마다 반가워하며 인사했는데, 항상 돌아서고난 후에 후회를 했다. 으윽, 뭐라도 드릴걸, 으, 이 말을 좀 할걸, 으, 사진이라도 찍을걸.

그래서 어제는 일단 인사한 다음에, 아 뭐라도 드리자, 라고 생각하고 가방을 열었지만 드릴만한 게 1도 없었던 슬픔의 새드니스...하다못해 초콜렛이라도 들어있지 그랬니, 가방아... 어째서 읽다만 책 두 권만 들어있어 ㅠㅠ 그래서 잠깐 '이 책을 꺼내서 드릴까?'생각하다가, 관뒀다. 그렇게 인사만 하고 돌아서 가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치킨 주문하려던 걸 잠시 멈추고(네?), 다시 돌아가서 , '제가 항상 뵀어도 사진을 못찍었는데 찍어주실 수 있나요?' 여쭸다. 의원님은 '제가 감사하죠' 하면서 옆으로 오라고 하셨고, 심지어 팔을 이렇게 내밀어 주시며 '팔짱 끼세요' 해주셨어. 힝 ㅠㅠ 그래서 아무튼간에 내가 사진을 찍는데, 아마도 보좌관인건지.. 옆에 계신 직원분이 '제가 찍어드릴게요' 하고는 '저희 걸로 찍을까요?' 하시길래, '아뇨 제 폰으로 찍어주세요' 하고 내 폰을 내밀었단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사진을 찍었는데, 직원분이 '저희걸로도 찍을게요' 하고서는 또 찍으셨어. 여튼 그렇게 나는 사진을 찍은 것이다.





내가 진짜 연예인 봐도 사진에 관심 1도 없는 사람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선미 의원님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진짜 이런 사진 찍는 사람이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지간에 찍고 너무 흥분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원합니다, 지지합니다 뭐 이렇게 생각나는 흔한 멘트만 쳤는데 ㅠㅠ 돌아서면서 여러가지 하고 싶은 말이 막 떠오르는 거다. 후원했다고도 할걸(작년엔 안했지만), N번방 신경 써달라고 할걸... 으윽, 아쉬운 거 투성인거다. 아무튼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았어. 갑자기 천국에 간 기분이 되어서 매우 기분이가 좋구나~ 나는 그렇게 이 사진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전송하고 축하(?)를 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는 '너가 좋아하는데 잘됐구나'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제는 엄마였다. 그쪽도 그쪽 카메라에 내 사진을 찍어갔다는 걸 안 엄마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셨다.



"야, 이제 진선미 의원실에서 전화오겠네."

"그치."

"도와달라고 너 스카웃 하겠구나."

"일이 그렇게 되는거지."

"너 직장 때려쳐야겠네."

"응."

"그러다 니가 국회의원 되는걸로 마무리 되겠네."

"엄마 생각도 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서 다시 정신 차리고 치킨 시켜가지고 와인 꺼내와서 축배를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치킨은 예정에 있었음)




어제는 잠자리에 들어서 '매우 좋은 하루였다' 하게 되었는데, '아 다 좋으네' 하면서 그 기분을 오늘까지 유지시키고자 오늘 핸드폰의 사진을 들고 다니면서 직원들에게 보여주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아니 근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원들이 진선미 의원님을 몰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니미럴 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나는 진선미 의원을 모를 수도 있다는 걸 상상을 못했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내가 사진을 보여주자 다들 저 사진속의 코로나 예방에만 신경을 쓰는거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람들이 호응을 안해. 그래서 내가 '진선미 의원 몰라요?' 물어보니 다들 네.. 한다. 하아. 자랑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지... 하아. 시무룩. 털썩.



내가 일전에 이런 페이퍼를 쓴적이 있다. ☞ https://blog.aladin.co.kr/fallen77/5595062


이 페이퍼 속에는 내가 쓴 이런 구절이 있다.


<영화속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밀란 쿤데라와 함께 찍은 사진이라고 으스댈 수 있었던 것은, 밀란 쿤데라가 어떤 사람인지 여자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밀란 쿤데라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백 번 말한들 무슨 소용일까. 이게 얼마나 으쓱한 일인지 도무지 알아줄 수 없는데.>


이 페이퍼를 2012년에 썼던데, 아아, 나란 얼마나 현명한가. 세상 살아갈 모든 지혜를 살면서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나는.. 정말 대단해. 나는 짱이야!




어젯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좋은 하루였다', '좋은 하루의 마무리였어' 할 수 있었던 건, 진선미 의원님을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의 책친구들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학책을 같이 읽는 친구들과는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제 그 중 한 명이 '요즘 참 좋다'고 하는거다. 책을 읽고 거기에서 오는 것들을 같이 이야기나눌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나는 그 친구가 이 분위기, 이 모임의 성격 자체를 스스로 좋아하는 게 너무 좋다. '요즘 너무 좋다' 같은 걸 느끼는 일은 사실 누구나에게 언제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 같은 상황이어도 그걸 깨닫지 못할 수 있고, 같은 상황이어도 그 분위기를 싫어할 수도 있는 건데, 이렇게 책 얘기하는거 너무 좋다, 요즘 너무 좋다, 고 말할 수 있다니.. 정말 좋잖아! 내가 참 잘했다...(다시 셀프칭찬하기)

어제는 정말이지 뿌듯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는 사실 궁극적으로 바라는 형태의 친구가 아닐까. 어제는 내 삶이 참 다행한 축복들로 이루어졌구나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내게는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있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은 여성학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다.


여러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가 이렇게나 좋습니다.

내가 이걸 하다니...............





















아, 지옥천국!

지옥천국에 대해서 얘기해야지, 까먹지 말고.
















어제 정희진쌤의 신간 1권을 읽기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이 책은 2권까지 나와있는 상태. 으응, 이거 1,2권이구나, 해서 두 권을 다 샀고 뭐 먼저 읽을까 하다가 1권 먼저 시작했는데, 여러분...

이 시리즈 5권까지 나온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앞으로 살 것이 세 권이나 더 나온다는 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기분 뭔쥬알죠. 좋으면서 싫은거.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계속 읽을 수 있다니 너무 좋은데, 그거 다 돈주고 사야하니까 또 막 좋기만한건 아닌 그런 기분. 작가를 응원하며 계속 써주길 바라는데, 그런데 계속 쓰니까 계속 사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서 지옥천국이구나, 하였다. 우걀걀걀.




끝.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2-13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2-14 10:03   좋아요 0 | URL
저도 진선미가 강동구 의원이라 너무 좋아요! ㅎㅎ

테레사 2020-02-1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방에 들어있는 것이라곤, 읽다만 책 두권이라니....ㅎㅎ 역시 다락방님 답네요. 저는 읽다만 책 한권과 바나나, 브로콜리, 시금치와 그것들에 뿌려먹을 참깨드레싱을 가지고 있었는데...아 ..가방아..나의 가방아...

다락방 2020-02-14 10:04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간식도 가방에 막 있고 그러는데 이 날은 없었네요. ㅋㅋㅋㅋㅋ
바나나만 들어 있었어도 꺼내서 드릴 수 있었을텐데.. 으으...

blanca 2020-02-13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다락방님이 정말 부러워요. 저는 벼르고 별렀던 대장내시경의 충격적인 여파로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답니다.--;; 살도 더불어 한 3키로 빠졌다지요. 몸이 안 좋으니 세상만사 다 우울하네요. 다락방님이라도 행복하고 활기찬 하루 보내고 계시니 대리 만족됩니다.

다락방 2020-02-14 10:05   좋아요 0 | URL
아, 그 힘든 대장내시경 말씀이십니까! 대장내시경 할 때보다 하기 위해 약 먹는 게 너무 고통스럽지 않나요? 그 포카리스웨트맛의 약... 먹으면 너무 춥고...
몸 안좋으면 정말 급속하게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어서 빨리 컨디션 회복하실 수 있기를 바랄게요. ㅠㅠ

vango 2020-02-13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가방엔 뭐가 들어 있을까나?

텀블러 독서대 다이어리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쬬꼬렛

다락방 2020-02-14 10:06   좋아요 0 | URL
독서대 까지 들어있다니.. vango님 가방도 제 가방 못지않게 무겁겠어요! >.<

카스피 2020-02-14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에 좋아하시는 정치인과 사지을 찍으셨다니 넘 좋으셨겠네요^^

다락방 2020-02-17 13:44   좋아요 0 | URL
네 무척 좋았답니다. 흐흐

잠자냥 2020-02-1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이 국회의원 나오시면 제가 이사를 가는 한이 있더라도 락방 님 지역구로 가서 1표 찍어드릴게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0-02-17 13:45   좋아요 1 | URL
아니, 잠자냥 님! 이런 아름다운 댓글이라니요. 제가 잠자냥 님의 표를 얻고 싶어서라도 국회의원에 나가고 싶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트윗에서 저를 블락한 사람이 5백명도 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그냥 조용히 책이나 읽는 사람인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감사합니다! >.<

잠자냥 2020-02-17 14:09   좋아요 0 | URL
블락 500명에서 커피 뿜을 뻔했어요. ㅋㅋㅋㅋㅋ 원래 인기 많은 분이 미움과 질시도 많이 받는 법. ㅎㅎㅎ아무튼 아쉽네요. 락방 님이 나가시면 여성 문제 해결에 누구보다 앞장서실 거 같은데... 다음에 진선미 의원님 또 만나면 N번방 사건 신경 꼭 써달라고 말씀드리세욧~!!

다락방 2020-02-18 08:36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안티 많을 타입이라는 건 알지만 오백명 이상이 저를 블락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시대의 미움꾼입니다, 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요, 잠자냥 님. 털면 먼지가 엄청나게 나는 사람이라 정치권엔 발을 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럼 이만.....
 
에티오피아 구지 모모라 - 1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커피 좋아하는 여동생에게 홀빈 상태로 보내주었다. 원래 에티오피아 원두가 산미가 좀 있다는데, 식을수록 그게 더 강해진다고. 가볍고 산뜻하지만 지난번에 선물해준 동백이 더 좋다고 한다.


커피 직접 분쇄하고 핸드드립으로 내려먹는 제엄마 때문인지 초등학생인 조카도 커피 전문가가 되었다고 한다.




나는 블렌딩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ㅋㅋㅋㅋ 아니 쪼꼬만게 커피 마시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블렌딩인지 싱글인지를 아는거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카는 커피박사. 이 아이는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까? 너무 짜릿해!




- 이상 커피 리뷰가 아니라 조카자랑 이었습니다. 엣헴.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캐모마일 2020-02-12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조카분이 향을 맡고 블렌딩 여부를 맞추다니 와....

다락방 2020-02-12 16:39   좋아요 1 | URL
저도 모르는 걸 초등학생이 파악했네요. 진짜 신기했어요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2-12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구지 모모라가 좋고 동백꽃은 별로야 했는데 동생 분이랑 완전 정반대 취향이에요. 향미 전문가 조카님 귀엽네요.ㅎㅎㅎ

다락방 2020-02-12 16:40   좋아요 1 | URL
저는 둘다 안마셔서 모르지만 사실 마셨어도 딱히 잘 몰랐을 것 같아요. 저는 심하게 맛없는 커피에 대해서만 맛없다... 요정도만 가능합니다. ㅋㅋㅋㅋㅋ

프레이야 2020-02-12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에헴 조카자랑하는 깜찍한 락방님

다락방 2020-02-13 09: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아무래도 자랑질을 숨길 수가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겸손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을 안사리라 1월달에 결심했지만, 2월달에도 어김없이 책을 사고 말았다. 오늘 도착한 책은 이렇게 9권인데 이중 세 권은 선물 받은 것이고 여섯권은 내가 산 것. 어쨌든 다 오늘 도착했고 이렇게 쌓아놓고 보니 세상 근사하다. 언제나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사긴 했지만 오늘은 유독 이 책탑이 너무 마음에 들어...

내가 산 책들중 몇 권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겠다. 왜 샀느냐 하는 변명.. 같은 거랄까.




그제였나, 텔레비젼에서 아기를 보았다. 예능 프로였는지 광고였는지 모르겠는데, 작은 아가가 너무 예뻐서

"으앗, 아가들은 정말 너무 예뻐!"

라고 나도 모르게 말했는데, 옆에 있던 엄마가,

"너는 그렇게나 애기들 예뻐하는데 네가 낳고 싶진 않니?"

물으시는 거다.

"엄마..내가 지금 나이가 몇인데 애를 낳아...어떻게 감당해..."

라고 말한 뒤에 좀 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말했다.

"엄마, 나는 겁이 많아서 내가 아기 낳아서 키우는 건 못하겠어."

그러자 엄마는

"니가 무슨 겁이 많니? 겁도 없는 애가?!" 하셨다.

일전에도 내가 무언가 무섭다고 말하자 엄마는

"너는 남자는 안무서워하면서 저건 무섭니?" 했더랬는데, 엄마에게 나는 딱히 겁나는 게 없는 사람인것인가...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것에 겁이 난다는 건, 아기 낳는 게 겁난다는 게 아니다. 그 아이가 자라는 동안 일어날지도 모를 일들에 대해서 겁이 난다는거지. 사소한 부주의로 다칠까봐 그리고 아플까봐. 아이들에 대해서라면 나는 정말이지 걱정이 많다. 겨울왕국도 보다 끈 사람이여 내가...


아, 그런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지? 토베 얀손하고 무슨 상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책을 주문하면서 '조카랑 같이 읽을 책'을 사고 싶었다. 종종 그렇게 한두권씩 넣고 내가 먼저 읽은 다음에 조카에게 주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책을 사고 싶었던 것. 그러다 마침 오래 보관함에 있었던, 토베 얀손의 [여름의 책]이 딱 보이는 게 아닌가. 오, 이 책이라면 괜찮겠다. 게다가 할머니와 손녀 이야기라는데, 우리 조카는 할머니를 매우 사랑해. 아웅. 얼른 읽고 조카에게 줘야지.




몇년전 처음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겼을 때, 참 부지런히도 정희진,권김현영, 한채윤의 강의를 쫓아다니고 또 글도 읽었다. 정말 열심히 그랬어. 그랬건만, 언젠가부터 권김현영과 한채윤의 글을 더이상 읽을 수 없다, 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는 읽으면 뭔가 읭? 스러운 것들만 자꾸 보여서... 뭐랄까, 내가 처음 공부했던 그 때로부터 아무것도 더 확장되지 않는 것 같은, 고정된 이미지랄까. 몇 년전에 그들에게 막 달려갔다면 지금은 그들을 지나쳐서 내가 또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더이상 한채윤과 권김현영의 글에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희진 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정희진 쌤에 대해서도 간혹 '흐음,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할 때가 있긴 하지만, 정희진 쌤의 글에 대해서라면 여전히, 나를 움직이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여전히 나에게는 어쩔 수 없이 가장 똑똑한 사람중 한 명이고, 그래서 정희진의 글이라면 놓치고 싶지가 않다. 게다가 정희진 단독저자라니, 너무 좋다!! 단독저자로 나온 책이라면, 바로 사야지! 그렇게 나는 거침없이 질렀다.






윤김지영 쌤의 역서다.

윤김지영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물론 나는 강의 듣는 사람으로) 여러가지로 흥분된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갔던 기억이난다. 어릴 때부터 '이건 왜그러지?' 라는 의문을 품었다가 철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그래서 철학 공부를 하기위해 프랑스로 간 사람. 크-

윤김지영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 위해 나는 창원까지도, 부산까지도 갔더랬지.

항상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를 한껏 귀담아 들어주시고 계속 부지런히 공부하고 일하신다.

이렇게 역서가 나온 게 바로 그 증거.

제가 읽어보겠습니다!









한 달에 한권의 책을 정해두고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하지만, 그걸로도 부족한 것 같아 계속 다른 여성학 책들을 읽고싶어진다. 그렇게 집에 여성학 책들이 쌓여만 가는데, 그게 나쁘지 않다. 누군가 내 책장에 와 본다면 내 책장만으로도 아마 나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함께온 '캐슬린 배리'의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도 어서 읽고 싶어서 미치겠다. 그렇지만 이렇게 읽고 싶어 미치겠는 책이 너무 많은 것이 함정... 으하하핫.


아무튼 책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도착해서 매우 씐난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20-02-11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베 얀손 책은 ... 어른책 같아요. 동화나 아름다운 섬 생활 이야기랑은 좀 거리가 있어요. 전 재밌게 읽었어요.

다락방 2020-02-11 15:18   좋아요 0 | URL
앗. 읽어보고 판단해야겠네요. ㅠㅠ

그렇게혜윰 2020-02-1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가릿애트우드 좋아하는데 저 시리즈는 표지가 맘에 안들어서ㅠㅠ 내용은 분명 좋겠지만요^^;,;;

다락방 2020-02-11 15:19   좋아요 0 | URL
저도 표지때문인지 어쩐지 안끌려 안사고 있었는데 며칠전 단발머리님 페이퍼 보고 샀어요. 아아, 알라딘이란... ㅋㅋ

그렇게혜윰 2020-02-11 15:20   좋아요 0 | URL
저도 아마 곧 독서모임 책으로 정해질 것 같아용.....답정구매

다락방 2020-02-11 15:21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답은 언제나 구매...였던 겁니다..

단발머리 2020-02-11 15:45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시리즈라고 하더군요 2권은 홍수의 해, 3권은 미친 아담이라고요~~ (후다닥!)

다락방 2020-02-11 15:46   좋아요 0 | URL
세상에... 제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겁니까. 시리즈에 발들인거란 말입니까!?

단발머리 2020-02-11 15:47   좋아요 0 | URL
그그그...그러하옵니다! 서로 얼만큼 연결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다락방 2020-02-11 15:48   좋아요 0 | URL
책지옥이네요.. 아니면 애트우드 지옥인가........그러나 그런 지옥이라면 나는 좋네......

그렇게혜윰 2020-02-11 15: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3부작인 줄 모르셨구낭 ㅋㅋㅋㅋ현명한 소비자인 줄 착각할 뻔 ㅋㅋㅋㅋ

다락방 2020-02-11 15:50   좋아요 0 | URL
제가 책소비할 때는 특히나 더 현명함과는 거리가 멉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2-1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너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처음 보는 책도 많네요. 여성혐오의 시대,가 눈길을 끄네요@@

다락방 2020-02-11 15:47   좋아요 0 | URL
여성혐오의 시대는 안그래도 제가 눈독들이던 책인데, 트윗에서 제가 신뢰하는 엄청난 여성학책 독서가분이 읽고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거침없이, 고민없이 질렀습니다!!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다 읽으면 감상 쓸게요. 물론 그전에 단발머리님이 먼저 읽으실지도 모르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2-1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의 책>은 유부만두 님과 비슷한 의견입니다. ㅎㅎ 조카가 어른 되고 읽으면 좋아할 것 같아요. 아니면 적어도 고등학생쯤 됐을 때? ㅎㅎ (땡스 투 고맙습니다)

다락방 2020-02-11 15:58   좋아요 1 | URL
아 그렇단 말입니까... ㅠㅠ 슬프네요. 재미없는 해리포터나 계속 읽어야겠어요 ㅠㅠㅠ
(땡스 투는 천만의 말씀입니다. 잠자냥 님을 알라딘 재벌로 만들어드리는 게 제 꿈입니다.)

얄라알라 2020-02-1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쌓아놓으신 책의 페이지를 다 더하면 2000? 1000?

친해지고 싶은 책들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0-02-14 14:34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북사랑님, 페이지수 다 더하면 3천도 훌쩍 넘을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
 
요가 좀 합니다 - 일만 알던 내 몸이 요가를 부를 때, 퇴근길에 인도까지
백서현 지음 / 에이치비프레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아침에는 의욕적으로 '오늘은 요가를 가겠어!' 라고 결심하지만, 퇴근이 가까워올수록 '가지말까'하는 마음이 크게 생긴다. 새벽 다섯시 이십분에 일어나 시작하는 하루는 내게 너무나 길고 오후 세네시경이면 이미 지쳐있다. 그런참에 퇴근하고 요가센터로 간다는 건 사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갈까말까 고민하는 내게 여동생은 '그냥 가' 혹은 '그냥 가지마' 라며 그게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나는 어렵기만 하다. 이런 나의 고민에 매일 요가를 하는 지인은 '그냥 매일 다니는 걸로 바꿔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지금은 일주일에 4회를 갈 수 있는데 이 4회를 꽉 채워 가는 날은 드물다. 그렇게 4회로 정해 놓으니 고민하게 된다며, 매일 가는걸로 바꾸면 그냥 매일 가게된다는 거였다. 그러고보니 내가 플랭크 한달 도전도 매일 하기 때문에 '오늘 할까말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해야한다'뿐이었지.. 아아, 그러나 나는 매일 요가를 가는 건.. 아직까지는 상상할 수도 없다. 일주일에 네 번도 힘든데...



어제 아침도 요가복을 가방에 쑤셔넣고, 오늘은 갈등없이 퇴근 후 요가에 가리라 마음 먹었지만, 하하하하, 퇴근 무렵부터 갈등이 오기 시작했고, 그렇지만 나를 추스리며 간신히 간신히 센터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어라, 복도가 깜깜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요가 센터의 문은 왜 닫혀있지? 나는 내가 내린 층이 내가 내려야할 층이 맞는지 다시 확인했다. 맞았다. 요가센터의 문을 열어보니 온통 깜깜했고, 코로나 때문에 이번주 휴관이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아니, 그러면 진작 회원들에게 문자 메세지를 넣었어야지! 하고 생각하다가, '이건 보냈을것 같은데, 그런데 내가 못본 게 아닐까' 싶어서 내 핸드폰을 훑어보았다. 하아, 역시나 금요일 저녁에 휴관할거란 메세지가 도착해있었다. 나는 걍... 안봤어 문자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왜죠?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왜냐하면, 그건 말이야, 내가 가기 싫어 안간게 아니니까, 어쩔 수 없이 못간 거니까. 집에 돌아가니 엄마는 내 표정이 신나보인다 했고, 나는 엄마, 제부가 선물해준 와인 마시자~ 하면서 와인을 마셨... 요가 아니면 와인이라니, 이런 극단적인 삶이여...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 위로 올라가면서 생각했다. 아, 최근에 재등록을 앞두고 요가를 다시 등록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나는 반드시 다시 등록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그렇지 않으면 진짜 꼼짝도 안하는 사람이겠어... 그나마 요가센터에 등록해뒀으니 억지로라도 몇 번 가서 몸을 움직여주는 게 가능했다. 쓰지 않았던 근육들에 힘을 주고 쫙쫙 펴주는 게, 그나마 센터에 가기 때문에 가능했어. 집에서 혼자서는 결코 하지 않고, 이것봐라, 매일 술이나 마실 것이여...




침대에 앉아서는 '백서현'의 [요가 좀 합니다]를 읽기 시작했다. 요가를 하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요가책은 읽어줘야 나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백서현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안좋아졌고 그래서 요가를 하게 되었다 했다. 3년쯤 하다가는 요가를 더 잘 하고 싶어져서, 아아, '미리 마음먹지 않으면 찾아가기 어려운 인도의 끝(p.161)' 인 인도의 케랄라에 가 요가를 하기로 결심하는 거다. 잘하고 싶은 마음, 좀 더 알고 싶은 마음,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고 싶은 마음을 나는 언제나 너무 응원하고 좋아해서, 그런 사람들만으로 내 주변을 채우고 싶은 사람이라서, 그래서 아아, 너무 좋다, 그래, 가라, 인도든 어디든 원하는 곳에 가 원하는 수련을 해라,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인도는 '더운' 나라고, 나는 더운 나라를 몹시 좋아하는 터라, 갑자기 얼른 베트남에 가고 싶어졌다. 인도에 갈 마음은 아직까지 잘 생기질 않아서 베트남에 가고 싶었어. 마침 호치민에 혼자 가려고 비행기표를 예매해둔 터라, 얼른 그 날이 오라고 바라면서 이 책을 읽었다. 나도 더운 나라 가요, 가서 땀흘릴거야. 그렇지만 요가는 안하지..



예전에 요가 수업 때 일주일에 한 번쯤 만나던 선생님은 내게 요가 지도자과정을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 했었다. 그때는 어쩐일인지 다른 회원들이 오지 않아 선생님과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1 수업을 하고난 다음이었다. 선생님,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저 이렇게나 못하는 게 많은데요.. 선생님은 '아사나는 계속 노력하다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때가 오는 거고, 그보다는 요가에 대한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내게 그 감각이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예전부터 한 번 권하려 했었다고.



선생님... (눈물이 그렁그렁)



그러나 나는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기에서도 지도자과정(TTC)에 대해 나오는데, 지도자과정이라는 것은 내가 지금하는 것처럼 퇴근하고 억지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가 한시간 수업하는 걸로 되는 게 아니다. 정말 요가가 좋고 잘하고 싶다면, 그래, 인도에 가서 하는 것도 답일거야, 생각했지만, 그래서 '나도 언젠가 퇴사하면 요가에만 집중하는 TTC 과정을 밟아볼까' 하였지만, 하하하하. 나는 백서현이 이 책을 통해 알려준 인도의 요가 시간표를 보고서는 인도에 가지 않을 것이고 지도자과정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퇴사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아침 이른 기상인데, 뭣이여, 요가를 할 때도 이렇게나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퇴근 후 지친몸을 이끌고 가는 요가는 언제나 갈까말까 고민의 대상이 되지만, 하하하하, 저것은 무리입니다..

나는, 그렇게까지 요가를 좋아하는 건 아닌가보다.


지도자과정은 수련을 많이 하고 이론도 공부하는 만큼 교육비가 많이 든다. 나는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그 때 선생님이 내게 지도자교육을 권한 건, 내가 돈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응?)

농담입니다.




센터에 다니다보면 선생님들이 길게 휴가를 낼 때가 있다. 휴가후 돌아오면 다들 스페인에 가서 요가하고 왔다, 발리에 가서 요가하고 왔다고 말들을 하더라. 자신이 이미 잘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투자하며 노력한다는 것은 역시나 짜릿한 일이다.



이 책속에서 백서현은 요가한지 3년이 되었는데도 안되는 자세들은 여전히 안된다고 말한다. 크-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백서현 역시 대부분의 요기니들처럼 머리서기를 하고 싶어하는데, 인도에서 한달간 집중 요가할 때도 되지 않았던 것이 돌아오고 나서 되었다고 한다. 그건 아마도 그 집중훈련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다. 나도 집중하면, 그러면 뭐든 될까. 지금은 다리찢기 하고 싶은데 연습 너무 안하나.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에 비해 내가 요가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너무 적지 않은가.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걸까.



요가를 하면서 많은 동작들이 여전히 안되는데, 특히나 비틀기가 안될때면 '내가 너무 많이 먹나', '내가 너무 고기를 먹나'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거꾸로 활자세가 되지 않을 때는 선생님께 '제가 뱃살이 너무 많아서 안되나요' 묻기도 했다. 선생님은 꼭 그런 건 아니라며(꼭 그런 건 아니면 그럴 수도 있긴 한거잖아요?), 손에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감각을 찾기만 하면 금세 될거라고. 저..예전에 다른 선생님이 감각 있다 그랬는데.. 감각 없었나봐요.....역시 돈 때문이었나.. 킁.


요가를 시작하면서 다른 여러가지 상황들과 맞물려 '먹는 양을 줄이자', '가급적 고기를 먹지 말자', '하루에 두 끼만 먹자' 생각하였다. 몸이 가벼워지면 요가가 더 잘될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백서현도 요가를 할 때는 먹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얘기한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하루 세 끼'가 모든 사람들에게 맞는 정답은 아니다. 자신의 일과 생활에 어울리는 식이법은 스스로 찾으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아침을 잘 먹는 게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하는 데 중요한 일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1일1식이면 충분하게 느껴진다. 나는 집에 혼자 있을 때면 10시쯤 첫 끼를 먹고, 4시쯤 두 번째 끼니를 먹는다. 세끼를 먹을 때는 아침엔 간단한 주스를 마시고 점심은 골고루 배부르게 씹는 음식을 먹고 저녁은 건너 뛰거나 요거트를 먹는다. 물론 약속이 있다면 지키지 못하는 날도 있지만, 이 정도가 몸의 바이오리듬이 가장 좋다고 느낀다. (p.124)



적게 먹는 것도, 두끼로 줄이는 것도, 고기를 안먹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매운 거 좋아하고 술과 커피를 즐겨 마시는데... 아아, 나는 요가 잘하긴 틀린거야.. 나는 다리찢기를, 까마귀자세를, 머리서기를, 거꾸로 활자세를... 할 수 없는 사람이란 말인가... 눈물이 앞을 가린다.




백서현의 [요가 좀 합니다]를 읽으면서 나는 내가 요가를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요가를 하고 싶어서 인도까지 갈 열정 같은 게 내게는 없었다. 이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아. 그렇다면 잘 할 수도 없는 거 아닐까.

그렇지만 모두가 언제나 알고 있었던 진실,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할 수 있다는 것도 다시 새겼다.

그리고 지금보다 적게, 가볍게 먹어야 한다는 것도.


아사나(자세)를 하면서 드는 생각이랄까 나는 좀더 일상적인 것에 가까운 요가 에세이를 원했는데, 이 책은 요가일상과는 좀 거리가 있다. 그보다는 '인도에서 좀 빡세게 요가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훨씬 더 적절할 것 같다. 인도에서 하는 요가에 매우 집중되어 있는 책이다. 인도에서 요가하고 싶은데 정보가 필요하다면 이 책은 매우 도움이 될것이다.






요가는 마음의 상태를 통제하는 것이라니.

난.... 요가를 잘 못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성장을 원하는 요가 선생님들은 다양한 곳에서 여러 번 TTC를 하거나 계속 새로원 워크숍에 참여하고 공부하면서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 P48

2013년 취업을 하고 그해 요가를 시작해서 약 4년이 흘렀다. 중간중간 게을렀던 기간을 제외하면 3년간 반복해서 매트 위에 섰다. 덕분에 많은 동작의 구조나 의도를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몇몇 동작들은 여전히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헤매고 있었다. 그 불균형을 깨기 위해서 뭔가 새로운 노력이 필요했다. 이제는 정말 달라지고 싶었다. 하루를 쪼개서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곳에 쓰고 남는 시간에 겨우 요가원에 들르는 답답한 삶에서 벗어나서 조금 더 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살아 보고 싶었다. 아직 가 보지 못한 요가의 세계는 넓고 나는 작은 우물 안 올챙이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을 때 호기심은 갈급함으로 이어졌다. - P64

작은 매트 위에 쌓아 올린 완벽한 나의 세계에서 숨을 마쉬고 내쉬는 그 순간에만 집중하면 고통의 감각도 정신의 산란함도 없다. 원하지 않는 일들로 가득찬 하루의 모든 시간 중 유일하게 복잡한 생각, 다른 사람의 시선, 앞으로 해야 할 일 같은 건 덜어내고 나를 위해 의식적으로 사는 잠깐의 시간. 아사나를 수련하기만 해도 삶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치유 효과를 볼 수 있는 이유다. 가장 단순한 것들로만 채워진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엔 순수한 평화가 깃든다. - P108

요가 호흡의 목표는 좋은 공기-산소를 더 많이 받아들이고 몸에 남은 찌꺼기-이산화탄소를 최대한 바깥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느리고 깊은 호흡은 우리가 정신적/감정적 안정 상태에 도달하도록 도와준다. - P117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하루 세 끼‘가 모든 사람들에게 맞는 정답은 아니다. 자신의 일과 생활에 어울리는 식이법은 스스로 찾으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아침을 잘 먹는 게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하는 데 중요한 일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1일1식이면 충분하게 느껴진다. 나는 집에 혼자 있을 때면 10시쯤 첫 끼를 먹고, 4시쯤 두 번째 끼니를 먹는다. 세끼를 먹을 때는 아침엔 간단한 주스를 마시고 점심은 골고루 배부르게 씹는 음식을 먹고 저녁은 건너 뛰거나 요거트를 먹는다. 물론 약속이 있다면 지키지 못하는 날도 있지만, 이 정도가 몸의 바이오리듬이 가장 좋다고 느낀다. - P124

요가는 살생을 금지하는 아힘사 정신을 기본적으로 따른다. 죽은 동물의 육체를 먹는 것이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당연히 커피와 술도 금지다. 마음을 산란하게 해 요가 수행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맵고 짜고 달고 튀겨 부풀린 음식을 먹으면서 몸이 편안해지길 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 P126

하루 온종일 수련하는 삶을 몇 주간 계속하다 보면 그간 어려워했던 아사나를 갑자기 하게 되는 등 실력이 폭발적으로 늘기도 한다. - P164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게혜윰 2020-02-1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를 왔는데 주변엔 요가를 할 곳이 없네요....물론 있을 때도 드문드문 다녔지만요☞☜

다락방 2020-02-11 15:18   좋아요 0 | URL
저도 일주일에 세 번 가면 많이 가는 겁니다...☞☜

han22598 2020-02-12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영 일주일에 2~3번하는데...물론 대부분 2번을 해요 ㅎㅎ
저도 갑자기 수영장 문 닫는 날이 가장 기쁘고 뿌듯합니다 ^^

다락방 2020-02-12 07:4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요? 뭔가 합법적으로(?) 안가는 거라서 마음이 편안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주아 2020-03-29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갖인상적이네요..일상생활에서 묻어나는 요가글을 보고싶었는데 열정가득한 사람이 봐야하는것같아서 구매고민중인데..잘하고싶은마음은커요 인도까지 가고싶진 않아서.,

다락방 2020-03-29 12:56   좋아요 0 | URL
저도 인도까지 가고 싶진 않아서 말입니다. ㅎㅎ
요즘은 텔레비젼에서 <요가소년> 보면서 가끔 따라하고 있어요. 어제는 수리야 a,b 세트 열번씩 따라하고 근육통 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