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페미니즘
마리아 미스, 반다나 시바 외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자연과 여성, 빈민국에 대한 폭력을 날카롭게 드러내준 것만으로도 좋은 책이지만,
무엇보다 ‘나보다 가난하다‘, ‘나보다 열악하다‘는 기준은 과연 누구의 시선인지, 그것이야말로 내 기준을 강요한 폭력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는 여기에 없었다
조너선 에임즈 지음, 고유경 옮김 / 프시케의숲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 ‘이제부터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독특한 소설.
그 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윈의 사촌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은 1883년 '우생학'(eugenics)이라는 용어를 만들고 우생학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골턴은 다윈과 맬서스의 사상을 결합하여 인종의 질적 저하를 막기 위해 '선택적 육종'을 하자고 주장했다. '적자'는 더 많이 낳아야 하고 '부적자'는 덜 낳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합과 부적합은 영국 중산층의 가치기준으로 판정되었다. 골턴의 관심은 사람들의 유전적 자질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사회연구에서 통계를 장려했으며 유전적 자질을 측정하는 등급체계도 도입했다. 우생학에 통계적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이론에 '과학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수학적 과정과 통계야말로 과학적 객관성의 증거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골턴은 흑인들에게 지적인 면에서 백인들보다 두 단계 낮은 등급을 매겼다.

.

.

.

.

우생학자들의 목표는 사람들의 인종적 자질을 일람표로 만들어서 우수한 인종의 번식을 늘리고 열등한 인종의 번식은 줄이자는 것이었다. (p.309-310)



우생학, 그러니까 우수한 인종의 번식을 선택해서 늘리자라는 주장에 대한 글을 읽노라니, 오래전에 본 영화 《스피시즈》가 바로 떠올랐다.















지금 이렇게 링크 올리려고 보니 2,3편도 있네?

내 기억을 확실히 하고 쓰기 위해 1편을 다시 보려고 했더니 넷플릭스에도 없고 네이버에도 다운로드가 안된다. 하는수없이 오래전 기억에 의지해서 쓰자면,


그러니까 여기에는 외계종이 나온다. 처음에 어떻게 외계종이 이 지구의 연구실에 들어와있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아니, 실험으로 만들어진건가, 어쨌든 소녀였다가 금세 자라서 성인여성이 된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성인여성이 된 외계종은 번식을 해야 하는거다. 연구실을 탈출해 번식하기 위한 짝을 찾는데, 워낙에 출중한 얼굴과 몸매라서 남자들이 들러붙고, 그녀도 번식을 원하니 성관계를 가지려고 하지만, 가까이에서 성인인간남자를 마주한 순간 외 외계생명체는 그와 관계를 갖지 않고 죽여버린다. 아, 모르겠다. 검색해서 줄거리 가져오자.





그러니까 '씰'이 그 외계 생명체 주인공이구나. 가져온 줄거리에는 '맘에 안드는 남자'를 살해하는 걸로 나오지만, 씰은 섹스를 하려고 생각한 상대 남자가 어떤 열등한 점을 가지고 있는지 바로 파악이 가능했다. 병을 가지고 있다든가 하면 그 남자와 섹스하기를 거부하는거다. 우수한 종을 찾아 섹스를 하려고 하는 것. (아, 다시 보고싶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던 거다. 이걸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니까 내가 섹스를 하려고 한 이 남자가 치명적인 병(영화에서는 성병이었던 것 같다)을 가지고 있는건 아닌지, 폭력성을 가진건 아닌지, 그러니까 일종의 '열등한' 면에 대해 내가 섹스 전에 파악이 가능하다면 좋겠다, 했던것. 순전히 나 하나만 놓고 봤을 때 나는 그게 미리 파악이 가능한 씰이 부러웠던 거다. 그거 어떻게 알지, 뭐 보고 알지? 나도 알고 싶은데?



흑인들의 등급이 백인보다 낮다, 백인이 우수하니 백인을 더 태어나게 하고 열등한 인종을 덜 태어나게 하자,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또 실천에 옮기려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니 확실히 '와 이런 놈들을 봐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하면서, 스피시즈를 보고 씰을 부러워했던 내가 떠오른거다. 내가 원한 것도 그러나 결국은 우생학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같았던 게 아닌가? 내가 바란 것도 그거 아니었어?

결국 우생학 연구소도 생기고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나같은 사람들이 존재했으며 다수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1880년에 태어났다면, 그 때를 살았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그나저나 스피시즈 다시 한번 보고싶은데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네..


스피시즈 생각이 났다고 하지만, 이 책은 읽는 내내 국내 예능 프로그램인 [정글의 법칙]이 떠오른다. 어쩔 수 없이 그렇다.


여튼, 464페이지까지 읽었다.





과학자들은 스스로에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다른 어쩐 존재에게도 해서는 안된다. - P120

새로운 과학은 우리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우리가 육체를 가졌음을, 우리가 어머니 대지에 의존하고 있음을, 그리고 우리가 여성에게서 태어났고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 P121

우리의 감각은 지식의 원천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모든 인간행복의 원천이다. - P121

현대인들-현대 남성들-을 위한 제 3의 공간은 여성, 엄밀히 말해서 여성의 육체이다. 여성의 육체는 대다수 남성의 욕망이 투사되는 스크린이다. - P240

오늘날 폭력과 욕망, 동경과 환상 간의 관련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포르노그래피이다. 포느로그래피는 남성들에게 여성의 육체에 대한 이미지 혹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조각조각 나뉜 육체의 선택된 일부를 보여준다. 그들의 욕망은 현실의 살아 있는 여성은 물론 아니고 한 사람의 여성 전부도 아닌 이 조각들에 집중되어 있다. 동시에 이들 이미지는 이 육체와 남성의 관계를 특징짓는 폭력을 반영한다. 폭력과 욕망을 들이미는 이러한 포르노그래피적인 시선이 수많은 상업광고, 쏟아지는 잡지와 비디오와 텔레비전, 영화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경제성장은 포르노그래피적 시선에 기댄 이러한 종류의 광고에 점점 더 의존하는 것 같다. 자연에 대한 동경과 마찬가지로 해체되고 벌거벗은 여성의 육체에 대한 이 열망 역시 전적으로 소비주의적인 것이다. - P242

유럽과 일본, 미국 남성들이 매춘관광에 끌리는 이유는 대체로 그들이 경험할 수 있는 남녀 간의 주종관계와 권력 때문인 듯하다. 심리학자 버티 라차(Betti Latza)는 태국에서 섹스관광을 즐기는 독일남성을 연구했다. 그녀는 남성들이 태국 ‘연인‘에게 자신의 숙소를 청소하게 하고 하루종일 밥을 차리게 하며 노예처럼 봉사하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섹스는 둘째 문제이고 남성들이 진짜 즐기는 것은 이들 여성에 대한 절대권력이다. - P243

지중해의 해변을 찾는 유럽인 관광객들은 해변을 파괴한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언덕과 전원으로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들은 바로 이런 풍경을 파괴하고 있으며, 그들이 오염 되지 않은 자연을 보기를 원했던 숲은 자동차 배기가스로 파괴된다. 태국에 섹스관광을 간 남자들은 그곳 여성들을 파괴하며 그들을 매춘부(prostitutes)로 만들고 AIDS에 감염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동경 이전에 파괴가 있었고, 낭만화 이전에 폭력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 P257

부족민 살해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보들리에 으하면 1971년 수많은 독일인을 포함한 백인정착민들이 구아야키(Guayaki)전리품으로 집을 장식하려고 수많은 구아야키 인디언을 죽였다고 한다. 브라질과 꼴럼비아에서도 목축농장을 만들려는 백인들이 그 지대에 살던 원주민을 총과 독약, 다이너마이트를 동원하여 몰살했다고 전해진다.
대개의 경우 이 살인자들은 누구도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했습니다"라고 한 살인자는 말한다. "정부에서 처벌하거나 보상을 요구하지 않으리란 걸 알았기 때문에 인디언들을 죽였어요." - P263

우리가 자연에게 저지른 일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저지른 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가부장적 폭력에 대한 역사적 경험이 있고, 이 경험에도 불구하고 생존지식을 지니고 있기에,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이 점을 덜 잊어버린다. 그리고 바로 여성-그리고 몇몇 남성-들이 생존기반의 파괴에 대항하는 싸움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ㅐ롭고 현실적이며 대안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 P281

재생산기술은 여성들이 그것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자본과 과학이 그들의 성장과 진보의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개발된 것이다. - P299

반다나: 삶에서 지키고 싶은 가장 중요한 세가지를 꼽으라면 무엇을 들겠습니까?

차문데이: 우리의 자유와 숲과 식량입니다. 이것이 없다면 우린 아무것도 아닙니다. 가난뱅이죠. 우리가 먹을 식량을 스스로 생산한다면 우리는 부자입니다. 우리는 사업가나 정부가 주는 일자리 필요없어요. 스스로 먹고살 수 있습니다. - P408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20-06-22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64!

다락방 2020-06-22 11:41   좋아요 0 | URL
점심시간에 끝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비연님! 후훗

비연 2020-06-22 11:42   좋아요 0 | URL
😱

바람돌이 2020-06-22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북플에 이 책에 대한 리뷰 등등이 많이 올라오네요. 이러면 또 살코기 ㅂㅁㅂ보관함에 일단 넣어둡니다. ^^
그리고 우수한 종인지 미리 아는거 저는 싫어요. 마음과 조건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씸 많으므로요. ㅎㅎ

다락방 2020-06-22 14:03   좋아요 0 | URL
아, [에코페미니즘]은 알라딘 내에서 몇몇 분들과 함께하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6월 해당도서입니다. 이거 읽으면서 글 쓰는게 함께 읽는 사람들의 미션이라서요, 6월 한달동안 그 멤버들의 글이 자주 올라올겁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후훗.
 
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장파트리크 망셰트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미없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2020-06-1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예욬ㅋㅌㅌㅌㅌㅌㅌㅌㅌㅋㅋㅋ

다락방 2020-06-19 14:03   좋아요 0 | URL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잠자냥 2020-06-19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 씨에게 낚이셨군요. 저런.....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6-19 14:13   좋아요 0 | URL
저는 몹시 까다로운 독자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6-1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이 이거 사신다고 하셨을 때 아차 했어요. 말릴까 했음... 락방 님은 재미없을 텐데.... 하고 말이지요. 그것은 전형적인 용두사미 남성액션판타지 ㅋㅋㅋㅋ

다락방 2020-06-19 14:18   좋아요 0 | URL
제가 빛의 속도로 구매해버렸습니다...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 의 마인드로다가 ...... 하하하하하하하하하

2020-06-19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19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0-06-1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팩트 최고입니다
느낌표 백만개 드립니다.하하

다락방 2020-06-22 07:54   좋아요 0 | URL
아주 얇은 책인데 어찌나 지루하던지요 ㅠㅠ

비연 2020-06-20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관함 넣었었는데 바로 뺍니다...

다락방 2020-06-22 07:54   좋아요 0 | URL
비연님 다른분들 평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재미있다고 해서 저도 산거라... 전 너무 재미 없어서 ㅋㅋㅋㅋㅋ
 


















마침 무료로 떴길래 벼르던 《월드워 z》를 보았다. 책으로는 추천받은만큼 좋지 않았는데 영화는 책보다 나았다. 언젠가부터 좀비 영화 다 보고 싶어져서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넷플릭스에서 보게된 《좀비랜드》는 차마 끝까지 볼 수가 없더라. 그건 보다 말았고 더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월드워z 는 집중해서 끝까지 보았는데, 어쩌면 좀비가 그렇게 자세히 클로즈업 되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제리'(브래드 피트)는 UN소속 조사관인데, 전세계에 나타나는 감염증상 때문에 원인을 밝히기 위해 평택(그렇다, 한국이다) 미군기지에 파견된다. 그러나 거기서도 뚜렷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이스라엘로 가게 되고, 처음 제리가 살던 미국에 좀비가 나타났던 때부터 평택과 이스라엘로 옮기는 그 모든 과정에서 그가 날카롭게 관찰한 결과, 건강하지 못한 인간은 물지 않는다는 걸 파악하고 일단 해결책을 찾게 된다는게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제리에게는 아내가 있고 또 아이들이 있었다. 그가 UN소속 조사관인만큼 그의 신분은 어디에서나 보장이 되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그에게 헬기를 보내 그의 가족들을 구해준다. 물론 정부는 '너희 가족을 구해줬으니 가서 원인 파악해서와' 하고 그를 부려먹지만. 그런 제리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우선, 내 아빠 혹은 내 남편(애인)이 능력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자랑스러울 수 있지만, 너무 잘났기 때문에 이런 위기 상황에 가족들과 떨어져야 한다는 것은, 가족들에게 과연 자랑스럽기만 한일일까. 차라리 존재가 희미한 사람이었다면 우리끼리 더 붙어있을 수 있었을텐데. 아내는 남편이 건네준 휴대전화를 늘 들고 다니면서 남편으로부터 연락이 오기를 기다린다. 남편이 잘 도착했는지, 무사한지 내내 걱정이 된다. 너무 잘난 남자랑 함께 사는건 그 나름대로의 피곤한 점이 있겠구나 싶으면서 역시 잘나지 않은게 정답인가..라는 생각이 들어버리는 거다. 그게 남편이든 아빠든... 사실 흔치 않은 아빠기는 하지.

그런 한편, 그가 어느 나라에가서 누구를 만나려고 하든 그가 UN 소속 조사관이라는 것은 그의 신분을 보장해준다. 넌 누구냐, 왜왔냐, 란 물음에 미정부 사람 바꿔주며 내가 누군지 말해줘~ 하면 어느 나라든 그에게 도움을 주는 것. UN소속 조사관이라는 신분은 정말 좋구나, 싶으면서, 또 그게 되게 뿌듯한거다. 내가 아닌데 왜 내가 뿌듯하죠... 그러면서 나는 내 안에 권력에 대한 흠모를 본다. 나는 권력을 좋아해.. 어디서나 통하는 신분이라니, 너무 좋잖아.....



이들 부부는 처음 좀비들을 맞닥뜨렸을 때 한 아파트의 가정집으로 피하게 되는데, 거기에서 그들을 받아주었던 가족들 중에 아들인 '토니'(이름이 토니가 맞는지 기억이 안난다. 찾아봐도 이 아이 이름은 안나오네.)와 함께 도망치게 되는데, 이 아이의 미래에 대해서도 염려됐다. 제리부부의 아이들이야 무사히 부모가 살아남으면 부모랑 이 일들을 극복하며 살아가면 되지만, 토니의 경우는 지금 부모를 다 잃었고 제리네가족과 함께 다니고 있는데, 만약 세상이 안정되면 그 후에는? 이라는 걱정이 생기는거다. 아직 아이인데, 혼자서는 도무지 살 수 없는데, 그렇다면 그렇게 가족을 잃은 피난민 단체나 이런 곳에 보내지게 되는걸까. 제리 부부는 이 아이를 어떻게 할까? 내심 이 상황이 끝나면 제리 부부가 토니도 함께 살게 해주고 함께 돌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가 그 입장이 아닌 타인의 눈으로 보고 타인의 생각일 뿐이지, '내 일'이 된다면 기꺼이 내가 토니를 맡을 수 있을까? 나는 자꾸만 상황이 안정된 뒤의 이 아이가 걱정되는거다. 이 아이는 어쩌나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아이의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좀비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궁금해하는 건,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나 빨리 감염(?)되어 좀비로 변해가는데, 그 안에서 나는 모든 책이나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끝까지 맞서 싸우고 도망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월드워Z에서도 이스라엘이 좀비의 공격을 받지 않는건 높은 벽을 세워서인데, 결국 좀비들은 그 벽을 타고 넘어와 순식간에 나라 전체에 좀비가 들끓는거다. 제리를 비롯해 모두가 도망치는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그러니까 어떤 마음이 드냐면, 여기저기서 좀비가 튀어나오고 쫓아오는게 너무 두려워서 차라리 걍 좀비가 되자, 라는 마음이 생겨버릴 것 같은거다. 그런 마음으로부터 나는 달아날 수 있을까? 뒤에서 옆에서 쫓아오고 문을 닫으면 문을 부수려고 하는 그 존재들 앞에서 내가 끝까지 살아남자, 도망치자, 물리치자,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물려버리는 게 속편하겠어,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도망이나 숨는게 계속되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지난 주말에는 머리카락을 자르려고 미용실에 갈 계획이었다. 집 앞에 새로 생긴 식당에서 식구들과 밥을 먹자고 얘기해 두었었다. 그런데 트윗을 통해서 이번 주말과 다음 주말은 제발 외출을 좀 자제해달라는 어느 의사의 협조 요청을 보게됐다. 그래, 나가지말자, 나가지말고 제발 조심해달라는 당부를 나부터 지키자, 하고는 토요일에 잠깐 마트를 다녀오고는 외출을 전혀 하지 않았고, 일요일엔 집 밖으로 한걸음도 나가지 않았다. 나부터 조심하고 외출을 자제해야지, 그런 마음이었다.


그리고 월요일에 출근했고 퇴근을 하는데, 퇴근길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은거다. 아마도 월요일 퇴근길이라 더했겠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 안에서 갑자기 무력해졌다. 내가 아무리 주말에 외출을 안하면 뭐하나, 밥벌이를 위해 출퇴근을 하는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뒤섞이게 되는데. 그러면서 너무 무력하고 기운 빠지는거다. 내가 사람 많은 곳에 가지 않으려고 해도, 외출을 부러 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위험은 내게 찾아올 수 있을 터였다. 이 모든게 다 무슨 소용이람. 피하고, 숨고, 도망치고, 조심하고... 이런 모든 것들이 정말 지치는거다. 언제까지라는 기간이 정해지기라도 했으면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니 오늘 또 하루가 지났구나 이제 며칠 남았다, 하면서 목적지에 가까워지는 기분이라도 느낄텐데, 이건 아무것도 약속할 수도 내다볼 수도 없으니 자꾸 지치는거였다. 언제까지 조심해야할까. 언제까지 마스크를 써야 하고, 언제까지 멀리 사는 친구와 만남을 미루고, 언제까지 외출을 자제해야 하나. 사람 많은 곳을 피해야 하는건 언제까지 해야할까. 마음속에서 순간순간 '차라리 걸려버리는게 속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차라리 그러면, 그렇다면 더이상 조심하고 피하고 자제하는 것들을 그만해도 되지 않나. 걸리지 않으려고 하니까 이렇게 하루하루 지쳐가는 거잖아, 하게된거다. 자꾸 그렇게 힘이 빠지고 기운이 빠지는거다.



그런참에 본 월드워Z 에서 제리는 끝까지 싸운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옮겨가면서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도망치고 싸운다. 도대체 그런 에너지가 어떻게 나올까. 그는 자신의 가족과 세상의 안위를 걱정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걸까. 그런 것들이 그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을까. 누구보다 더 많이 좀비를 맞닥뜨렸으면서도, 좀비의 눈앞까지 갔으면서도 '아, 차라리 물려버리는게 속편하겠다, 더이상 도망치지 않게' 라는 생각을 어떻게 머릿속에서 몰아냈을까. 자꾸만 지치고 약해지는 나를, 나는 어떻게 달래야할까. 나만 그런건 아닐텐데, 지금 이 상황이 나에게만 닥친 건 아니니 모두가 지치고 약해질텐데, 다들 좀비들에게 쫓기면서 차라리 물리는게 낫겠다, 하는 수시로 찾아드는 마음을 다들 어떻게 달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언제까지 이렇게 도망쳐야 해 그냥 물려버리자, 언제까지 숨어야 해 그냥 물려버리자, 하는 마음... 더이상 도망치기도 숨기도 싫어, 하는 마음..다들 어떻게 다스리고 있는걸까. 정신줄 꽉 잡고 약해지는 마음 다잡다보면 결국 제리가 그랬듯이 감염되지 않는 약도 찾아내고, 혼돈에 차있는 세상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그 순간에 함께할 수도 있겠지. 어떻게 정신줄을 꽉 잡나, 어떻게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나. 휴.



기운냅시다. 좀비로부터 끝까지 도망치자. 빠샤.





그나저나 브래드 피트 디게 멋지더라. 예전에 쥴리아 로버츠랑 나온 영화의 포스터에서(그 영화는 안봄) 브래드 피트가 면티셔츠 입고 있는 거 보고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머리는 ... 그러니까 헤어 스타일은.... 그 누구도 소화할 수 없는 헤어스타일인데... 너무 멋진것. 참 멋지구나, 브래드 피트는, 저 머리 누가 소화하냐 싶었던 거다. 내가 아는 남자한테 다 대입해봐도 노노... 브래드 피트니까 가능하다. 저런 단발 대체 누가 할 수 있는가.... 내가 좀 더 길러볼까, 브래드 피트 단발하게... 나도 좀 더 길면 단발 될 수 있어!




어제 페이퍼 쓴 《스펙타큘라 나우》의 주연들이 모두 다 본 사람들이라서, 아 근데 어디서 봤지, 어디서 봤지, 계속 생각해야 했다.





남주인 '마일즈 텔러' .. 분명 주연으로 본것 같은데 대체 어디서 본걸까... 해서 검색했더니, 맙소사, 내가 별로 안좋아하는 영화 《위플래쉬》그 남자였어. 아. 그래서 내가 본거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주인 '쉐일린 우들리'가 너무 매력폭발하는데, 분명 이 여자도 어디서 봤는데, 주요하게 봤는데, 하고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거다. 그래서 필모를 봤더니, 오호라, 내가 페이퍼 쓴 적도 있던 《어드리프트》의 주연이었다. 꺅 >.<

그리고 조연인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도 계속 어디서 봤지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버즈 오브 프레이》의 석궁 킬러였어! 으하하하. '브리 라슨'이 고등학생으로 나오길래 대체 이게 언젯적 영화냐 봤더니 2013년 영화였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다들 어릴 때였군요. 2013년... 꼬꼬마 시절에 다들 함께 모여 이 영화 찍었네요? 저는 2013년에 세기의 명저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를 냈지요....... 우걀걀걀걀


















좋은 시절이었다.....




책을 또! 샀다. 오늘 친구에게 '나 이거 병인걸까?' 묻기도 했다. 책이 또 왔다.




나는 여름이 좋은데 여름은 나를 별로 안좋아하는 것 같아서 슬픈 시간을 살고 있다. 그렇지만 여름에게는, 여름이 좋아할만한 것들을 좋아할 권리가 있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권리도 있는거야.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20-06-1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사는 것이 병인양 하여라... 알라딘에 이런 병 걸린 사람들 많은... including me.. ㅠ
월드워Z는 저도 예전에 심지어 극장에서 보았는데, 브래드 피트가 잘 생겼다 와 좀비 무서워.. 라는 감상만 남은.
저도 오늘.. 책 삽니다... (휘릭)

다락방 2020-06-18 11:30   좋아요 0 | URL
비연님, 책 사는거 화이팅이요! ㅎㅎㅎㅎㅎ

좀비가 들끓는 세상에서 생을 포기하게 될것 같아요, 저는 ㅠㅠ 그러지 말아야지 ㅠㅠ
브래드 피트 멋있어서 브래드 피트 나오는 영화 좀 더 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0-06-1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샀어요!!! 우하하하 이젠 모르겠어요. 책에 파묻혀 살다가 죽죠 뭐 멋진 죽음일 것 같아요 ㅎㅎㅎ

인간의 생존본능이라는 게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그러니 어떤 상황에서도 일단 살려고 발버둥치는데, 그렇다고 인간성을 버리면서까지 살아남으려는 사람은 또 안 좋아하죠. 인간이 인간이게 하는 어떤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여튼 좀비는 무섭고, 브래드 피트는 좋아요!!

다락방 2020-06-19 08:25   좋아요 0 | URL
저 방금 또 샀어요. 오늘 내일 계속 책 박스가 도착합니다. 저는 미친것 같아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본능적으로 살려고 발버둥칠것 같긴 하지만, 어느 순간 지쳐서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좀비 영화 볼 때마다 해요. 어떻게 주인공들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 세상이 좀비 영화의 축소판이라면 저는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되진 못할 것 같아요. 아, 이런 비극적인 생각 하지말고 기운내야지.. 휴..

저도 좀비 영화 너무 무서운데, 좀비 영화에는 무서운 것 말고 뭔가 더 있는것 같아요. 무서워서 그동안 보지 않고 부러 피하고 다녔는데 요즘엔 계속 보네요. 하하하핫.
브래드 피트 너무 멋있어서 어제 줄리아 로버츠랑 함께 나왔던 영화 <멕시칸> 봤어요. 둘이 연인인데 겁나 싸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0-06-18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인사드려요. 잘 지내셨죠? 앗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나실려나? ㅎㅎ
저는 브래드피트 얼굴에 무조건 몰표입니다. ^^

다락방 2020-06-19 08:2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바람돌이님! 오랜만입니다. 아니, 왜 기억이 안나겠습니까! 후훗. 우리 오래된 사이잖아요.
오랜만에 오신만큼 앞으로 자주 오실건가요?
브래드 피트 멋져요 우후후훗. 면티셔츠 입었을 때 제일 멋진 것 같아요. 으흐흐흐

blanca 2020-06-18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젠 지쳐요. 마스크 쓰는 것도 힘들고요. 그런데 더 힘든 사람들 생각하면 더 우울해져요. 평범하게 생각했던 일상이 이젠 꿈처럼 되어 버렸어요. 그래서 책을 끄응 더 많이 사고 있어요. ㅋㅋㅋ 2013년 다락방님 명저 나온 해 헉 저도 좋은 시절이었어요. 다락방님. 흑 우리 나이 올해 진짜 너무 힘들지 않나요?--;; 좋은 시절 또 한번 오겠죠?

다락방 2020-06-19 08:48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말씀처럼 더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무거워지는데, 그러다가도 불쑥불쑥 언제까지 이래야하나 싶고 그래요. 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돼서 새로운 일상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그동안 살아왔던 일상이 한순간에 파괴될 수 있다는 걸 이렇게 깨닫네요.

블랑카님, 저도 이번 해 너무 힘들어요. 안그래도 어제 친구에게 ‘올해 뭐가 이렇게 힘들어 ㅠㅠ‘ 이러면서 징징 거렸어요. 언제 좋아질까요, 우리는? 친구는 그런 제게 이제 나이들수록 고독과 힘든 것을 끌어안고 함께 가야 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야 하는걸까요? ㅜㅜ

바람돌이 2020-06-19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간 너무 바쁘고 마음에 여유도 없으니 팩도 딱히 안끌리더라구요. ㅎㅎ 올들어서는 마음이든 시간이든 왠지 좀 제 몸에 쌓여있던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아요. ㅎㅎ 거기다가 각잡고 컴퓨터 켜기는 귀찮은데 북플은 딱이네요. 앞으로 자주 오도록할게요. ㅎㅎ

다락방 2020-06-19 13:55   좋아요 0 | URL
네네네네 저는 책 읽는 게 아직까지도 제일 재미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중간중간 읽기 싫어서 안읽을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책이 제일 좋아요. 히히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