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과 알 - 138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어쩌자는 건지 어쩌라는 건지 뭘 말하고 싶은건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아쿠타가와상의 목적이 뭔지도 모르겠다.
가와카미 미에코는 자신의 소설보다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인터뷰집에서 훨씬 더 빛나는 작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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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하게 많아지는 바람에 지금보다 훨씬 더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바깥에서 만나는 약속은 잡지 말자, 출퇴근 후에는 바로 집으로 오자 생각했는데 출퇴근 길의 대중교통은 내가 어쩔 수 없었다. 코로나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 대중교통이나 외출시에 그리고 누군가를 만날 때에는 한결같이 KF94 마스크를 썼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좀 더 가벼운 마스크로 바꿔줬고.


할 수 있는만큼 더 조심하자, 라고 생각하자 매일 회사에서 먹는 점심식사가 문제였다. 그동안 혼자 나가 밥을 먹곤 했는데 이젠 식당 출입도 가급적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생각한 게 도시락이었는데, 그렇다면 도시락을 어디서 먹을까?


다른층 탕비실 옆에 아주 작게 휴게실이 있고 보통 도시락을 싸온 직원들은 거기서 먹곤 한다. 내가 거기서 먹어도 되긴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너무 답답하잖아. 하루종일 한 번도 바깥에 나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답답하다. 그런데 도시락은 먹고 싶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아아, 역시 사람은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해결할 수 있어. 나는 우리 회사 빌딩의 옥상을 떠올렸다. 으하하하. 옥상에는 테이블도 의자도 있었고 커다란 파라솔도 준비 되어 있다. 좋다, 여기다! 나는 그렇게 화요일부터 회사 옥상에 가 점심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베트남에 갔을 때 혼자 걷던 그 때와 같다. 등뒤로 또르르 흐르는 땀 느끼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덥다. 정말 덥다. 진짜 덥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감히 추천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너무 씐난다. 등 뒤로 흐르는 땀이 짜증나는 게 아니라 이 순간이 너무 씐나. 밥 다 먹고 복숭아를 먹으면서는 등 뒤로 흐르는 땀을 느끼면서 내 앞에 날아 다니는 잠자리와 새들을 보면서 노래를 따라부르는데 크- 지상낙원 이었다. 정말 더웠지만, 에어컨 바람이 없는 곳이지만, 나는 근데 그게 너무 좋은거다. 이렇게 하루중에 얼마만큼, 사무실에 있는 게 아니라 바깥에 나와서 더위와 가끔 부는 바람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 땀을 흘리면서, 그렇게 오롯이 혼자 있다는 것. 원하는 노래를 듣고 따라부른다는 게 너무 좋아서 미치고 팔짝 뛰겠는거다. 누구에게도 추천할 수 없지만(겨드랑이에서 냄새난다), 이렇게 앉아 밥을 먹고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나무들을 바라보노라면 웃음이 난다. 이것은 어쩌면...미친 웃음일지도 몰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만세!




정말 너무 더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덥고 뜨거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열이면 열 모두다 잠시도 이 공간에 있고싶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 순간이 왜이렇게 즐겁고 신나는건지 모르겠다. 출근하면서 기다리고 기대하는 시간이고, 닥치면 온 마음을 다해 즐거워한다. 나는 가끔 내가 너무 혼자인 순간을 행복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 혼자인 것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심지어 더운 것도 좋아하는 게 아닌가.... 내가 여름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순간을 더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사무실에 돌아왔고, 일을 하다가, 책을 주문했다. (네?)


아래 네 권은 좀전에 주문한 책들이고,
















아래 네 권은 오늘 함께 지르려다가 꾸욱- 참고 다음에 지르려고 남겨둔 책들이다.

















어제는 코요테 글 썼으니까 코요테 어글리 OST 들었고(응?)

오늘은 more than words 따라 불렀다. 2002도 들었고, love me like you do, ME! 도 들었어. 히히히히히히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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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8-20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상에서 도시락.... 지금 날씨에요? 거의 득도의 경지에 다다르신듯 합니다. ㅎㅎ 열사병 안걸리게 회사에 강력하게 파라솔이라도 설치해달라고 해주세요.

다락방 2020-08-21 07:26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제가 본문에도 썼는데 파라솔 당연히 있습니다! 그래서 햇빛이 한 번 차단됩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 제가 생각해도 옥상에서 도시락은 제가 아니면 즐길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어쩌면 변태인지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0-08-20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력한 한 줄 : ˝겨드랑이에서 냄새난다˝

다락방 2020-08-21 07:27   좋아요 0 | URL
크- 역시 쇼님이다. 나 그거 누군가 꼭 짚어주길 바랐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쇼님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0-08-2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워요. 땀 흘리며 도시락 먹는 다락방님. 그런데 첫번째 사진 안 저것 떡볶이인가요? 확대까지 해서 확인해 보는 나 ㅋㅋ

다락방 2020-08-21 17:32   좋아요 1 | URL
네 떡볶이도 싸왔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란 여자, 먹을 것에 늘 철저한 것입니다!! >.<

- 2020-08-22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뙈약볕 파라솔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ㅋㅋㅋㅋ 아잇❤️

다락방 2020-08-22 14:53   좋아요 1 | URL
공쟝쟝 님의 사랑을 제가 접수합니다. 흣.
 














<4장 성의 산업화>은 매춘 시장을 다룬다. 매춘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나라. 한국에 대한 꼭지가 따로 나올 만큼, 매춘 시장에 있어서라면 한국이 빠질 수 없지. 여성학 책을 읽다보면 매춘에 대해 언급할 때 언제나 한국은 빠지지 않고 나온다. 일본군에게 위안부로 납치된 여성들에 대해 다루다가 결국 매춘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대한민국에 대한 얘기를, 이 책에서도 역시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본군, 나중에는 미 점령군을 위해 조성된 한국의 매춘은 후에 한국에 주둔한 미군을 위한 군대 매춘으로 변했고, 그 다음에는 일본인 사업가들을 위한 섹스 관광으로 발전했다. (p.169)


성매매가 합법화가 된다는 것, 성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것이 법적으로 아무것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까 성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것이 다른 상품들을 판매하는 것과 같다는 것은, 그것이 가격 경쟁에도 뛰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작년이었나, 동네에 꽈배기를 파는 작은 매장이 생겼는데 꽈배기가 단가도 낮은데 저 매장의 임대료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남걱정을 나는 하고 있었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 꽈배기 가게가 또 새로 생겼다. 요즘 대세는 꽈배기인가 보다, 하는데 먼저 생긴 가게에서 꽈배기 세 개에 아메리카노를 끼워 셋트로 이벤트를 시작했다. 단 돈 3천원이면 꽈배기 세 개에 아메리카노 한 잔을 먹을 수 있는 거다.



성매매가 합법화가 되면 가격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성을 사도 되고 그래서 구매하는 것도 감추지 않는 일이 된다면, 더 많은 공급이 생기고 더 많은 공급은 더 낮은 가격을 필연적으로 부르게 된다. 이 책의 3장에서 캐슬린 배리는


남자가 섹스를 하기 위해 여자의 몸을 살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p.159



물었었다. 그러나 살 수 있다고 되어버리니까, 상품에 따라 다른 가격이 매겨지는 일이 일어난다. 다른 것도 아닌 여성의 몸에, 여성의 성에.




타이 북쪽에 있는 인구 25만의 도시 치앙마이에는 1991년에 약 3천 명의 매춘 여성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매춘업소에서 여성들은 새장 속에 한 줄로 앉아서 선택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색깔별로 정해진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 "노란색은 4달러, 파란색 8달러, 붉은 색은 12달러, 투명한 것은 20달러." -p.186




매춘과 성 산업이 타이의 경제 기반을 크게 확장시켜 온 반면, 매매되어 온 외국 여성들로 인해 지역 매매춘은 위협받았는데, 이 외국 여성들은 낮은 가격을 부를 수밖에 없고 따라서 기존 성 산업의 가격 하락을 초래하였다. 이 현상은 상당히 확산되고 있고, 여성 몸의 시장 판매에서 경쟁을 위해 전통적인 노동 시장에서 여성을 사온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p.188-189



성매매의 화살을 여자에게 집중하면 그것은 여자의 자유의지냐 강제이냐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거 니가 선택한거잖아, 너는 납치당한 거니까 좀 안됐네? 라는 제삼자의 쓸데없는 가치판단이 적용된다. 성매매 여성에 대해 잘했느냐 못했느냐를 판단하게 된다. 여자에게 도덕적 굴레를 씌우는 것은 이 사회의 전통이고 매우 익숙하니까. 그러나 위에 언급한 것처럼 캐슬린 배리가 했듯 화살을 남자에게 집중하면 우리는 한가지 답밖에 할 수가 없다. 남자가 섹스를 하기 위해 여자의 몸을 살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그 누가, 당연히 '있다'고 답을 하겠는가. 애초에 있지 않은 권리를 줘버렸기 때문에 화살이 여자에게 향한다. 남자에게 화살을 향하는 순간 너무나 명백한 답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왜 매매춘을 가능하게 해서 대한민국은, 타이는, 필리핀은, 미국과 유럽은 여자의 성을 경쟁하듯 후려쳐 싼 가격에 내놓는가.

왜 여성의 성이 군인들에 의해 착취 당해야 하고 외화 벌이용으로 착취 당해야 하는걸까.

여성이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상품으로 후려쳐질 때, 거기에는 후려치는 남성 개인만 있는 게 아니라 그걸 뒷받침하는 정부가 있다.



한국의 경우를 좀 더 보자.


















일국의 정신문화를 책임지는 자리라고 볼 수 있는 문교부 장관이 감히 매매춘을 애국적 행위로 장려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었다는 건 당시 대한민국이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병영 국가‘ 체제였다는 걸 웅변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박(정희) 정권은 매매춘 여성들에게 안보 교육을 포함하여 자신들이 국가 경제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가에 대한 교양 교육을 시행하여 외국인에게 최대한 서비스를 하도록 독려하였다. 그 교육 내용은 "일제강점기 정신대를 독려하였던 독려사와 너무 흡사하여 ‘신판 정신대 결단식‘ 같았다." (민경자, 한국매춘여성운동사)
물론 박 정권의 그러한 매매춘 장려 정책은 ‘수출 정책‘의 일환이었다. 방종성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부는 외채의 압박을 줄이고 무역 적자 폭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자원을 국내에서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 그것은 바로 관광산업의 개발이었으며, 이를 핑계로 외화 획득의 원천은 이제 기생 관광의 루트를 통해 부분 해소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관광산업의 정책적 육성은 짧은 시일에 더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가장 용이한 방법으로 통용될 수 있었고, 많은 관광산업 유형 가운데에서도 기생 관광은 자금의 회전과 비축이 가장 손쉬운 수단으로 파급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때 아닌 기생 문화의 복원. ……1970년대 한국 관광산업의 본질은 바로 이렇게 사라진 전통문화 가운데 성을 수단으로 하는 ‘원색의 소재‘를 통해 그 치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도 하필 일본인을 주 고객으로 하는 신종 매춘으로 관광 기생업이란 명칭이 보편화된 것이다. -강준만, 《매매춘, 한국을 벗기다》, p.87-88



무역 적자 폭을 해소하기 위핸 자원을 국내에서 발견해서, 그게 여성의 섹스여서, 많이 기쁘셨어요? 쉽게 돈 벌어서 부자 되셨어요?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매매춘 여성들을 애국자라고 치켜세웠으면 이왕 매매춘의 국책 사업화를 시도한 김에 그들이 큰 돈이라도 벌 수 있게끔 보호 장치까지 만들어줬어야 했을 게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면서 일본 남성을 상대로 갖은 수모와 모욕을 당해가며 번 수입임에도 관광 기생에게 돌아오는 ‘화대‘는 여행사 커미션, 호텔 통과세, 밴드 악사비, 요정 종업원 팁, 버스 운전사 급료, 요정 지배인 몫, 접대 화대, 마담에 대한 사례, 호텔 객실 담당 팁, 교통비 등의 무수한 중간 착취자에 의해 거의 착취당하고 손에 쥐는 것은 생계비도 될까 말까 한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총수입의 80퍼센트를 중간 착취당했으며, 정부는 화대 착취 구조를 묵인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에 대해 박종선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70년대 국가가 이렇게까지 해서 정책의 전환을 의도했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국내에서 외국인들이 많은 돈을 쓰고 가게 하자는 기묘한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을 뿐, 진정으로 기존의 매춘 여성들이나 빈곤 여성들을 끌어안아 범사회적으로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조성해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70년대 기생 관광 문화를 즐긴 주 고객들이 일본인이었다는 역사의 아이러니는 해방 공간 속에서마저 단절되지 않고 존속된 과거 일제 공창 문화의 잔재와 이를 ㅅ스스로 척결하지 못했던 우리 자신들의 사회 의식적,실천적 한계를 반증하는 것이었다. 전도된 성 문화를 강화시키고 기생의 사회적 수요를 팽창시킨 한국의 관광정책은 결국 기생 관광을 일본에 역수출하는 새로운 현상까지 야기시킨다." - 강준만, 《매매춘, 한국을 벗기다》p.89-90)



분명하고 확실한 건, 매춘을 하는 여성이 결코 부자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매춘이 여성 스스로의 자존감이나 자존심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부를 축적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레이첼 모랜'이 자신의 책에서 말했듯이, 여성의 몸을 이용해서 남성의 돈이 또다른 남성에게로 흘러간다.

한국이 여성을 이용해 벌어들인 외화는 과연 누구에게 축적되었는가. 그 돈은 성매매 여성들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쓰였는가.


리영희는 다음과 같이 개탄한다.
"정부나 국가가 그 여성 국민에게 통행금지 면책특권을 주면서까지 외국인 사나이들을 끌어들이는 정책은 딸을 바치고 그 대가로 부자가 되는 아비와 얼마나 도덕적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 돈으로 국민이 얼마나 부해지며 국가가 얼마나 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와 국민의 도덕적 타락, 비인간화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서는 경제 발전을 못 한다는 말일까. 그렇게까지 해서 외국인을 끌어들이고 외화를 벌어야 할까.…… 이 통에 10여 년을 지켜 내려오던 ‘4·19의 4월‘이었던 달이 금년에는 갑자기 ‘관광의 4월‘로 탈바꿈했다. 어제도 오늘도 신문에는 일본의 무슨 재벌, 무슨 사장이 서울과 지방의 어디 어디에 몇 층의 호텔 건설을 약속했다는 기사가 자랑스럽게 보도되는 것을 읽으면서 나는 우울해지는 것이다." - 강준만, 《매매춘, 한국을 벗기다》, p.94



강간은 피해자를 고통스럽게 하고 괴롭게 한다. 이 책에서도 몇 번 언급되지만 피해자의 영혼을 갈갈이 찢어버리고 나라는 인간 하나를 철저하게 분해시켜버리고 만다. 그런 나 자신을 추스르는 것만해도 없는 에너지를 끌어모아야 하는데, 전쟁 중의 베트남에서 십대 소녀가 가족의 명예를 생각해야 했다. 게다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아닌데도 결혼할 가망이 없어서 매춘 여성으로 발을 들이고 만다. 세상은 여성들에게 대체 어떤 삶을 살라 말하고 있는 것인가.

강간은 매춘과 다른가?  나는 강간과 매춘이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베트남에서 매매춘은 전쟁중에 벌어졌던 베트남 여성에 대한 성 착취 중 하나였을 뿐이다. 전쟁중에 남성들은 대규모 강간을 통해서 그들의 적을 모욕했다. 아시아의 전통 사회에서는 여성이 강간을 당하면, 대개 자신의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거나 결혼을 할 수 없게 된다. 리 라이 헤이슬립은 전쟁중에 베트남 중부의 한 농촌 마을에 살고 있던 십대 소녀였다. 처음에는 베트공이, 그 다음에는 미군의 지원을 받는 남베트남공화국 군이 매일 마을에서 밀고 밀리는 가운데 그녀는 양편 군인들 모두에게서 강간을 당했다. 베트남전중에는 강간당한 여성들이 특히 불명예스럽게 여겨졌다. 그들이 강간당한 것은 가문과 마을, 지역 전체에 먹칠을 하는 것이었다. 매춘은 헤이슬립과 같이 '결혼할 가망이 없는' 여성들에게 남겨진 유일한 길이었다. 전시의 성 산업은 성폭력과 강간이라는 군사 전략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강간당한 여성은 군사 전략의 피해자였지만 매매춘의 유일한 공급원이기도 했다. 미국이 많은 군인을 베트남에 쏟아 붓자 매매춘 시장의 수요가 급증하였던 것이다.

남성이 돈을 주고 매춘 여성을 살 때, 자신의 부인에게는 비밀이라는 점, 종교가 이를 금지한다는 점, 그리고 불법이라는 점이 남성들을 유혹한다. 군대 매춘의 또 다른 재미는 의심할 바 없이 마을과 가족을 강탈당한 다른 인종의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시키는 데 있다. -p.170



이제 절반 읽었다. 캐슬린 배리는 남은 절반에서 어떤 얘기를 할까. 무엇보다 끝맺는 말은 어떻게 할까. 그것은 희망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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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20-08-20 09: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글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과거 인신매매식으로 행해졌던 성매매는 현재 한국의 경우 거대 금융기업으로 변했다 봅니다. 즉 현재의 경우 대다수 매춘은 과거 납치나 강제로 되는 형태가 아닌거죠. 성매매 논쟁 중 또 다른 하나는 그것이 과연 노동이냐 아니냐입니다.(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노동(연령이나 몸매 그리고 특수한 조건에 따라 제한되기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논쟁을 떠나 성매매는 과거에도 있어왔고, 현재도 있으며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는 것이죠.

전 성매매 자체를 강간으로 규정하는건 지나친 비약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건 쌍방의 합의인데, 모든 성매매가 구매자의 일방적인 폭력과 압력에 의했다고 할 순 없기 때문이죠. 성매매 자체를 강간과 동일선상에서 보는건 지나치게 성보수주의적 입장이라 봅니다.

확실한건 없애려는 노력에도 성매매가 사라지지 않았고, 오랜 시간 있어왔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그 억압적인 이슬람에서도 대대적인 탄압을 했지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뭐 성매매 자체를 동의하고 동의하지 않고를 떠나 소위 페미언냐들이 현실적인 문제를 넘 못봅니다. 예를 들면 오피스텔의 경우 손놈들의 휘두르는 폭력과 행패가 심한데, 단순히 부도덕을 내세우며 성매매 그 자체를 없애려고만 합니다. 오히려 성매매 그 자체보단 성매매를 하기 위한 과정에서 구매자가 종자자에게 물리적으로 인격적으로 행하는 폭력을 처벌하는게 더 중요하다 봅니다. 단순히 성매매 자체를 그렇게 볼 것이 아니라.

또한 노르딕 모델도 공개적 성매매를 때려잡은 것이지 소위 오피스텔류의 성매매 산업은 더 증가했습니다. 즉 기존의 탄압 방식으로는 성매매를 절대 없앨 수 없다는 것이죠. 이제는 성매매가 왜 사라질 수 없는지를 보고, 그 종사자들의 기본적인 생활권과 생명권을 보장해줘야 할 때입니다.

다락방 2020-08-20 10:06   좋아요 5 | URL
페미언냐들이 현실적인 문제를 못본다고 생각한다니, 김남기님은 페미언냐들을 제대로 모르네요. 어떤 페미언냐들을 만나보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페미니스트 들이야말로 성매매의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장이 갈리긴 하지만 성매매가 노동이냐 아니냐 논쟁도 나온거고요. 저는 성매매가 노동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애초에 사서는 안되는 것을 사겠다고 덤벼든 거니까요.
또한 그 문제를 들여다보고 세상으로 꺼내놓는 것도 다 페미니스트들이 한 일입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고요.

성매매를 강간으로 보는건 지나치게 성보수주의 입장이라 하시면 김남기님은 성자유주의자신가요? 성자유주의가 과연 누구에게 어떤 자유를 주는지도 봐야할 것이고요, 성매매에 놓인 여성이 그것이 쌍방 합의가 있다고 했을 때 그것은 과연 누구와의 어떤 합의인가요? 네 몸 사고 내 돈 줄게, 내 몸 주고 네 돈 다오, 라고 했으면 그것은 쌍방 합의이며 아름다운 거래일까요? 애초에 그 여성은 왜 성매매를 하게 됐을까요? 그것이 그녀의 순수한 선택이었을까요? 만약 그녀가 유복한 집에 태어나 먹을것 걱정없이 살았다면 그 선택지를 받아들게 됐을까요? 그걸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또 돈을 받아들고 성을 팔 수밖에 없었다면, 그것은 그녀에게 가해진 또다른 억압이 아닌가요?


제가 위의 글에서 인용한 베트남 십대 소녀의 경우 강간을 당하지 않았다면 성매매 여성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성매매 여성이라는 길밖에 남지 않았고, 성매매 여성이 된 후에는 구매자와 돈으로 거래를 하였겠지요. 그렇다면 그것은 합의와 선택입니까?

김남기님, 페미니스트들은 성매매가 비도덕적이라는 이유로 성매매를 없애려는 게 아닙니다. 성매매 안에서 성착취가 빈번히 일어나고 또 생명까지도 위험해지기 때문에 없애려고 하는겁니다. 성매매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어찌 모른다 하십니까. 여성주의 책 읽으면 그런 사례가 무수히 나와요. 성매매 여성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 신고도 못하고 신고를 해도 가해자가 처벌 받지 않는 상황이 무수히 일어나고요,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은 어떻게든 성매매를 인생에서 선택하려는 사람들에게 다른 길에 대해 알려주려고 합니다. 이 책은 과거에 왜 쓰여졌을까요?

누군가 현실을 모른다고 비난하려고 할 때는 본인이 뭘 모르는지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syo 2020-08-20 10:34   좋아요 6 | URL
남기님의 말씀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과거에도 있었고 뿌리가 뽑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라는 말씀은 논리가 아닙니다. 노예제가 사라지기 전까지 노예제는 ‘과거에도 있어왔고 현재도 있으며 뿌리가 뽑히지 않는‘ 제도였겠지요.

현재 있다는 이유로 앞으로도 그것이 계속 있을 거라 전제하고, 그 전제에 근거해 극복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존재하고 심지어 만연한 사회에서 사회주의라는 대안을 꿈꾸는 남기님의 평소 급진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입니다. 자본주의를 극복해보려 했던 역사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적 제국주의로 ‘현존‘한다는 이유로, 사회주의적 어젠다를 자본주의의 영역 안에 포섭시켜 결국 자본의 영속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자고 하면, 남기님은 그 말을 쉽게 받아들이실 수 있으세요?

성매재 자체를 강간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고, 가장 중요한 건 쌍방의 합의라는 것은 남기님의 견해이고, 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비난도 비판도 할 것은 아니지만, 성매매가 있어왔고 지금도 있다는 사실이 그 견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남기님의 말씀 속에 성 착취의 대상이 되는 개인은 없군요. 사용하신 ‘탄압‘이라는 비중립적 용어는 남기님이 이 주제에 대해 가지신 생각의 어떤 경사를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라는 말씀을 하실만큼 이 주제가 남기님께 ‘현실‘인지도 한번 되묻고 싶습니다.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면 섹슈얼리티를 매춘화하는 과정이 여성 개인의 자기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좀 더 잘 아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비전공자 치고는 맑시즘 관련해서 적지 않게 읽었지만, 소외와 물화의 메커니즘으로 이해해도 저자의 주장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NamGiKim 2020-08-20 11:56   좋아요 4 | URL
결국 문제는 자본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본주의가 사라지지 않는한 사라질 수 없다 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구조적으로 사라질 수 없다 보았기에 왜 사라질 수 없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네 제가 평소에 보이는 모습들과는 달랐을지도 모르겠네요. 성매매에 대한 입장은 논외로 치더라도 현재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있다 보지 않습니다. 단순히 구매자와 종사자를 처벌하는 형태로 말입니다. 즉 그건 대안이 될 수 없다 봤고요. 따라서 단순히 행위자에 대한 비인간화 보단 그런 구조를 만든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겠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성매매 비범죄화 요구는 차별과 천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면 지지해야 마땅하다. “성노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소외된 집단이다. 많은 나라에서 성노동자는 강간, 구타, 인신매매, 갈취, 각종 건강보험에서 배제되는 등의 차별, 강제퇴거 등 수많은 인권침해 위협을 받고 있다. …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성노동을 선택한 이들을 처벌하고 형법을 적용하거나 경찰을 동원해서 이들의 삶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니다.“

최종적으로 없어져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선 불가능이고, 현재의 불법화 방식으로도 못한다는 것.

(책은 나중에 읽어보겠습니다.)
 














8월의 같이읽기 도서인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는 정말이지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다. 짜릿하기까지 해서 어떤 페이지에는 벅찰 정도로 밑줄을 많이 긋게 된다. 1장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2장 성적 권력을 지나면, 3장은 내가 들어본 적 없는 이름, 혹은 들어봤어도 잊었던 이름인 '조세핀 버틀러'에 대해 언급한다. 이 책의 저자인 캐슬린 배리는 저항의 첫 번째 물결이 '조세핀 버틀러'라고 보았고, 3장 전체를 조세핀 버틀러가 한 운동과 그 의의(부작용도 있었다)에 대해 할애하고 있다. 캐슬린 배리는 조세핀 버틀러에 대해 꼭 얘기하고 싶어했다.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조세핀 버틀러를 들어본 적이 없고 들었다 해도 기억에 없는데, 이렇게 내가 들어보지도 못한 그리고 기억하지도 못하는 여성운동가는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게 됐다. 캐슬린 배리도 20년간 연구하고 운동하면서 이 책을 써냈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여성의 권리를 위해 애썼던 여성학자들, 여성운동가들이 존재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묵직해진다. 캐슬린 배리는 아마 내가 지금 캐슬린 배리에게 느끼는 이 감정을 조세핀 버틀러에게 느꼈던 것 같다.


조세핀 버틀러는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제도화된 매춘과 싸운' 사람이다. 매춘 여성 구제를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이고.


1798년 의사 두 사람이 파리의 매춘부를 검진한 뒤 성병 감염 사실을 경찰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맡았다. 1802년에는 진료소가 생겨났고, 경찰은 모든 매춘부들을 등록하기 시작했으며, 일 주일에 두 번씩 의무적인 검진을 하도록 요구했다. 1871년 비엔나에 있는 국제의학협회(International Medical Congress)에서 전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매춘 관리를 위한 국제법이 상정되었다. 19세기 중반까지 이 법 체게는 국가가 매춘을 지원하는 형태의 관리로 발전했다. (p.123)



매춘 관리법이 생겨나면서 매춘은 합법화 되고, 매춘이 합법화 되면서 미성년자를 유인하거나 성인 여자를 납치해 성매매에 끌어들이는 일이 생겨났다.



관리를 통해서, 국가 행정 기관이 매매춘 지역의 매춘을 허가하는 것은 세 가지 지속적인 효과를 낳았다. ① 매춘을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것으로 다루게 되었고, ②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학대와 여성 매매를 은폐하였으며, ③ '강제적' 매춘과 '자발적' 매춘 사이의 새로운 구별을 만들어 냈다. (p.124)



합법화된 매춘은 그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응할 수 없었다. 버틀러는 합법화된 매춘에 반대했다. 개인적으로 학대당하는 매춘 여성들을 자신의 집에서 돌보아주기도 했으며 외적으로 캠페인을 벌여 실상을 알리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강제적 매춘과 자발적 매춘을 구별해버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긴 했지만, 버틀러는 매춘을 합법화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그것은 결국 여성에 대한 폭력에 다름아니기에 국가와 남자에게 정화를 요구한거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애써도 사람들이 실상을 들여다보려 하지도 않고 운동이 크게 확산되지도 않아, 그녀는 자신과 뜻을 같이한다는 남자들의 힘을 빌린다.


그중에 다이어라는 남자는 종교,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을 출판하는 사람이었는데, 버틀러와 뜻을 같이한다며 실상을 알리는데 함께하겠다고 한다. 버틀러의 말이 사실인지, 정말 세상이 그렇게 국제적으로 미성년자를 유인해 매춘에 끌어들이는지 확인한 후 그걸 책으로 쓰는 과정에서 다이어는 피해자를 만났고 피해자는 다이어가 그녀의 탈출을 도와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는 대신 당국에 신고했고 그녀의 탈출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경찰은 대충 조사하고 모든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다이어가 탈출하고 싶다고 말하는 여성들을 자유롭게 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경찰이 업소에 전하도록 함으로써 그 여성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주목해 보아야 할 일이다. 남성이 매매춘 관리에 반대하는 캠페인, 특히 구제 사업과 조사 연구에 참여했을 때, 이들은 피해자들의 운명을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면서 자신들은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정의로운 영웅심에 지배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강제된' 매춘과 '자유로운' 매춘을 구분하는 것은 온정주의에서 드러나는 남성들의 영웅 심리를 조장한다. (p.139)



언론인 스테드(W. T. Stead)는 어떠한가. 버틀러는 스테드의 작품과 신문이 존경을 받고 있었기에 그의 캠페인 참여를 받아들였다. 힘있는 언론인이 캠페인에 참여해 도와준다면 그녀의 운동이 더 힘이 실리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미성년자 피해자와 성인 여성 피해자를 만들어낸다.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짓을 그대로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 거다. 스테드라는 저 남자의 뜻은 글쎄 처음에는 버틀러와 함께 했을지 모르겠으나 결국 매춘여성을 구해주는 스스로에게 도취된 것 같다. 피해자를 구제한다면서 피해자를 만드는 것이 대체 무슨 막짓이란 말인가.




조세핀은 자신의 운동을 확립하기 위해서 온정주의적인 남자와 정치적인 연대를 모색하는 전술상의 과오를 범했다. 필연적으로 이것은 그녀가 반대해왔던 순결 운동가들을 자신의 깃발 아래로 끌어 모으게 되었다. 그녀가 그들과 어느 정도의 신념을 공유했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정치적인 목표는 그녀와 명백히 달랐다. 그들은 영웅처럼 행동했고, 사회적으로 주목받기를 원했으며, 여성과 소녀는 남자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화시켰다. 그들은 여성의 의존성을 강화시켰고 여성의 조건으로서 순결을 강조하였다. (p.145)




나는 순수하고 명징하게 조세핀의 뜻에 함께하는 남자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여성들이 여성을 위해 연대할 때, 순수하게 진심으로 그 연대에 뜻을 함께하는 남자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이지, 실제로 많은 남성들은 자신의 영웅심에 도취된다. 설사 처음엔 순수하게 제도화된 매춘에 반대한다는 뜻을 가지고 참여했을지언정, 어느순간 그들의 그 뜻은 '제도화된 매춘에 반대하는 나를 봐!'가 되어버리고 만다. 다른 부분들에서도 영웅심리가 작동하겠지만, 특히나 이 매춘에 대해서라면 남자들은 그 영웅심리를 도무지 어쩌지를 못하겠는가보다. 그들은 매춘여성 구원서사에 등장해 반드시 그 영웅이 되고자 하지 않나.




자, 매춘여성을 구해주고자 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면도날》을 볼까? 우리의 백남 '서머싯 몸'은 얘기한다.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나쁘진 않을 거야.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매춘부하고 결혼한 친구들이 있지. 한 명은 스페인 사람이고 두 명은 동양 사람인데, 전부들 아내를 현모양처로 바꿔놨다구.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줬으니 고마워서라도 잘하겠지. 게다가 남자를 만족시키는 방법까지 잘 알고 있으니까." (p.343)



매춘부와 결혼해 현모양처로 바꾸는 것은 이토록 선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쁜 여자라고 할 순 없지. 존경받는 사람들 중에서도 술을 좋아하고 아무하고나 자는 사람도 많아. 물론 좋은 습관이라고는 할 수 없지.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처럼 말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 난 거짓말을 하거나 사기를 치는 사람, 혹은 불친절한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하거든." (p.341)



매춘부가 그렇게 나쁜 건 아니라니까? 나쁜 여자라고 할 수 없지. 그렇지만 현모양처로 거듭날 수 있어. 빠샤!!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 남자들의 영웅심리. 약한 여자를 구원해주고 영웅이 되어 이름을 떨치자는 그 영웅 심리. 애초에 그 여자들의 성을 사고자 한 것도 남자고, 성을 사겠다고 납치하고 유인한 것도 남자다. 게다가 아내가 있든 없든 여자들 찾아가서 성을 사는 것도 남자고, 자기들이 성을 사놓고서는 매춘부를 매춘부라 험담하는 것도 남자다. 지들이 몰아넣은 구멍에서 설사 꺼내줬다한들, 그게 그렇게 자랑할만한 일인가. 아주 놀고들 있다.





매춘 여성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아니 꼭 매춘 여성에 대한게 아니어도, 여성주의 모든 부분에 걸쳐 결국 언어에 대해 궁금해진다. 자유라는 것은 그 단어가 품은 뜻이 긍정적이기에, 자유라 이름 붙이면 반박의 여지를 없애버리는 효과가 있다. 선택도 마찬가지. 성적 자유의지라는 것은, 결국 누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가. 매춘을 선택한다는 것은 역시 또 누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가. 자유와 선택이라는 능동적인 단어가 정말 능동으로 쓰이는가. 그것의 뜻에 갇혀 오히려 억압받지 않는가.


나는 언어가, 그 언어가 가진 힘이 궁금하다. 더 많이 알고 싶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언어는 항상 그래 왔듯이 이런 특징을 아주 강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너는 우리를 선하게 만들어 주어야 하고, 그렇게 지켜 주어야 해. 우리는 우리 자신이나 너를 위해 기도할 시간이(하고 싶은 마음도) 없기 때문에 네가 우리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야만 해. 우리의 일상을 편하게 만들어 주고, 우리의 영혼을 구원해야만 해. …… 어떻게 해서든 너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고, 종국에는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해야만 해. 어떻게 하는지 알지! 우리는 너에게 그걸 맡기겠어. 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해." 내가 만약 남자였다면 자신의 영혼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도덕적·영적 책임을 여자에게 맡기는 것을 부끄러워했을 것입니다. (조세핀 버틀러, p.129)




상류 계급 여성들은 남성들의 부와 지위 때문에 매춘을 했다는 혐의를 거의 받지 않는다. 마차를 타고 거리를 다니는 숙녀들은 괴롭힘당할 아무 위험도 없다. 그러나 노동자 계급 여성은 어떠한가? 노동자 계급 남자의 딸, 누이, 아내들이 밤에 외출하면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험난한 세상에서 아버지, 어머니, 친구 들을 잃게 되었거나, 그들과 멀리 떨어진 채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소녀들은 어떤가? (조세핀 버틀러) - P134

매춘 경험과 관련하여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것은 섹스를 거래될 수 있는 것으로 환원시킨다는 문제이다. 제삼자의 개입은 여성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인데, 버틀러는 매매춘에서 제삼자인 포주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바라‘과 ‘강제된‘ 매매춘의 구분을 강조했다. 일단 매춘이 이런 식으로 구별되면 ‘강제적‘매춘에 반대하는 캠페인은 제삼자에 의해 강요되지 않은 매춘을 암묵적으로 용인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버틀러는 매매춘을 용인한 것이다. 이것이 그녀의 새로운 캠페인의 기본적인 약점이다. - P148

남자가 섹스를 하기 위해 여자의 몸을 살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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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8-1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이 가요. 가치 중립적인 언어는 없는것같아요. 또 절대선으로 여겨질 언어도 마찬가지고요.

다락방 2020-08-19 14:51   좋아요 0 | URL
단어 그 자체가 선한 단어라 할지라도 맥락에 놓고 보면 억압의 수단일 수 있더라고요. 그런걸 보면 모든 학문, 모든 지식은 결국 다 연결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언어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또다른 학문을 여러모로 뒷받침 해줄 것 같아요. 세상에 알아야할 건 대체 얼마나 많은 걸까요..

단발머리 2020-08-19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정리를 잘해 주셔서 따라 읽기 좋을 것 같아요. 남성들의 선의가 어떤 식으로 변해가는지, 저도 관찰해 봐야겠어요.
제가 진도가 지지부진해서 이런 말하기 참 부끄럽지만, 이 책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좋은 책을 우리가 같이 읽고 있네요.

다락방 2020-08-19 16:49   좋아요 0 | URL
큰일났어요. 벌써 완독한 분이 계신데 저는 아직 159 라서... 물론 저보다 느린 분들도 계시지만.....
좋은 책인건 분명합니다. 속도가 더디지만 읽는 건 참 신나는 일이에요. 단발머리님도 부지런히 읽으시고 좋은 글 많이 많이 써주세요! 빠샤!!
 

꿈을 꿨다. 코요테 떼를 만났고 무서웠다. 이 자리를 어떻게 피하나 고심하다가 꿈에서 깼고 어휴 무서워... 했다. 그 시간이 자정쯤 되었더랬다. 다시 바로 자려고 시도했지만 한동안 무서운 마음이 너무 커서, 아 이 무서움을 가라앉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두려워하다가 한참 후에 다시 잠이 들었다.


코요테 무리가 뜬금없이 꿈에 나온 건 내가 읽은 이 책 때문이었다. '딘 쿤츠'의 《사일런트 코너》.
















이 책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제인은, 전혀 그럴 리 없는데 남편인 닉의 자살을 맞닥뜨리고 급작스레 자살자가 늘어난 것에 의문을 갖고 수사하기 시작한다. 전혀 그 사람 답지 않은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다른 사람들의 가족들을 만나면서 점점 더 여기에는 어떤 음모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그녀는 누군가가 그들의 뇌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을 주사해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계적인 부자이자 천재적인 과학자가 사람들을 통제하고자 하는 것. 세상을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움직일 것 같은 사람을 미리부터 없애고자 하는 거다. 그렇게 그는 자기가 바라보는 방향을 함께 바라보지 않는 사람에게 자살을, 자기의 뜻을 이루기 위해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복종을 프로그래밍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면 여자다. 그는 아주 아름다운 여자들 몇도 프로그래밍해 가둬둔다. 그곳에서 그녀들은 텅 빈 눈으로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고객인 남자들이 원하는 대로의 성행위와 즐거움을 주고자 한다. 코요테 역시 이 천재 과학자가 프로그래밍했다. 자신의 드넓은 자연 속의 집을 지키는 데 사용하는 것.




'딘 쿤츠'의 《어둠의 눈》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더 읽어보고자 두 권쯤 더 사놨는데, 이 《사일런트 코너》를 읽고 나니 더이상 딘 쿤츠를 애써 읽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의 눈에서도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그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 여자에게 능력을 부여하고 또 사건을 해결하는 중심을 맡긴다. 여자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가진 작가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자들이 어느 지점에서 무얼 느끼는지도 최대한 성의껏 그리려고 했다. 그렇다한들 그는 본인이 남자임을 어쩔 수 없이 드러내고 만다. 전직 FBI 요원인 제인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만나는 모든 남자들이 그녀의 미모에 넋을 잃는 거다. 진짜 어처구니 없어서. 예쁜게 죄는 아니지만 예쁜 여자 포기 못하는 이 남자다움 어쩔거야... 하아- 게다가 그녀를 도와주는 남자는 군인인데 군인으로서 얼마나 충실하고 의리 있는지, 이미 제대한지 오래인데도 그 군인을 돕고자 다른 전직 군인들이 힘을 써준다. 군인에 대한 판타지 역시 대단하다. 이 책은 그러니까 졸라 예뻐서 모든 남자들로 하여금 반하게 만드는 미모의 FBI 와 졸라 의리 있는 전직 군인이 힘을 합치는 아름답고 정의로운 이야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총에 대해서도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도 그리고 몸을 피하고 싸우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아는 제인이지만, 우연히 맞닥뜨리는 남자들은 그의 미모에 반해버려...



세상에는 악한 사람이 있고 선한 사람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악을 그리고 선을 가지고 태어난 것인지 자라면서 그렇게 된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을 놓고 봤을 때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여기서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이 저기에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 수도 있고 여기에서 좋은 행동을 한 사람이 뒤에서 또 치명적인 단점으로 누군가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딘 쿤츠는 나쁜 사람들이 나쁜 행위를 하고자 하는 악을 드러내면서, 그런 악을 막고자 하는,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선한 인물을 대입시킨다. 물론 그 선한 인물은 사람을 죽이면서 갈등을 한다. 이래야 했을까? 이래야 했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죽게 하는 일에 있어서 갈등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딘 쿤츠는 좋은 사람을 돕는 좋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지나치게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제인의 시아버지가 제인에게 가진 절대적 신뢰라는 것은, 과연 이렇게까지 누군가 할 수 있을 것인가.. 싶었으니까. 어쩌면 그 절대적인 신뢰가 부러워서 그러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저는 제인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걱정스러워서 왔습니다."

실버먼에게 옆모습을 보이며 마당과 저 너머 들판을 응시하던 앤설이 말했다. "무슨 일을 벌이든, 옳은 일일 거요. 끝장을 보고 말 거고. 어떤 사람인지 알지 않습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실버먼이 말했다. "아들은 여기 데려다 뒀습니까?"

"아니, 여기 없소. 내 말이 안 믿기겠지만, 사실입니다."

"제인은 아들 때문에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마 그럴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을 거요."

"아이가 왜 위험에 처해 있을까요? 누구에게서?"

"우리 모두 이 세상에서 위험에 처해 있소, 실버먼 씨. 세상은 대체로 평화로운 곳이 아닙니다."

"제인이 법을 어긴다면 제가 뒤를 봐줄 수 없습니다, 호크 씨."

"그애가 그걸 바라고 있지도 않을 거요."

실버먼은 내용물이 반쯤 남은 병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저는 제인의 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그러시겠지. 나야 그런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니."

"그녀에게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 모르면 제가 도울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 그녀가 먼저 연락할 거요." (P.320-321)



한결같이 그 사람이 그랬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다, 필요하다면 그 애가 필요한 일을 할 거다, 그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옳은 일일거다, 라고 절대적 신뢰를 보일 수 있다는 건 판타지가 아닌가. 아니, 누구나 살면서 인생에 단 한명쯤은 그렇게 나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는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절대적 신뢰를 받을만한 사람인가? 나는 언제나 털면 털릴 게 많은 사람이라서 정치를 할 수 없다고 말해오곤 했는데, 내 과거를 알면서도 나를 계속 좋아할 순 없을거라고 말해오곤 했는데, 그런데 누군가 만약 나를 저렇게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면, 나는 그 신뢰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나는 내가 욕하던 행동을 내 스스로 한 적도 있는걸. 나 무단횡단 해서 딱지도 뗐던 사람이야. 내가 하는 일이 항상 옳은 일이라고 어떻게 신뢰할 수 있어. 나도 나를 신뢰 못하는데. 나 더한 짓도 많이 했어. 만약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나를 칭하며 '다락방이 하는 짓이라면 그럴만한 짓일거야', '다락방은 항상 옳은 일만 하지', '다락방이 필요하다면 그건 필요한 일일거야' 라고 한다면, 아아, 그 절대적 신뢰가 고맙기 보다는 너무 양심에 찔려가지고 ㅠㅠ 반사해야 할 것 같아. 저..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아니에요. ㅠㅠ 저 불법도 저질렀고 ㅠㅠ 도덕적으로도 올바르지 못한 짓도 저질렀고요 ㅠㅠㅠ 그리고 또 앞으로도 사적인 이익에 더 눈이 멀어 어떤 짓을 저지를지 저도 제 자신을 몰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한결같이 꼿꼿하고 싶지만 그러나 한결같이 꼿꼿할 수 있을까. 아니야, 그럴 수 없어. 물론 나는 심하게 의리가 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럴 때는 좀 맹꽁이 같은 면이 있긴 하지만, 그러나 그렇지 않은 많은 면을 가지고 있다고! ㅠㅠ




넌 너무 이상적이야 니 눈빛만 보고 네게 먼저 말 걸어줄 그런 여자는 없어 나도 마찬가지야 이렇게....





그리고 자존심..자존심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위에서 이미 말했다시피, 천재적인 과학자는 다른 인간에게 약물을 주입해 그 사람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코요테도 통제한다. 코요테의 본능과 의지는 아무 상관없이 자신이 코요테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통제해서 성적으로 순응하게 만들고, 인간을 통제해서 자기에게 복종하게 만든다. 이거, 너무 자존심 상하지 않냐. 그게.. 정말 좋으냐? 나는 이거 진짜 자존심도 없는 새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싫다는 사람에게 폭력을 써서 내 옆에 있게한 거랑 그게 뭐가 달라. 싫다는 사람에게 폭력을 써서 노예로 부려먹는거랑 뭐가 달라. 주먹 대신 약을 썼다는 것 말고는 똑같은 거잖아. 내 옆에 있겠다는 것, 나를 사랑하겠다는 것, 내 말을 잘 듣겠다는 것, 나를 지켜주겠다는 것..그게 뭐가 됐든 그것이 순순히 본인의 뜻이 아닌, 자신이 죽을까봐 무서워사 하는 행위라면, 자신이 괴롭힘을 당할까봐 겁먹어서 하는 거라면, 그런 복종과 사랑을 가장한 행동들 앞에.. 행복하냐? 나는 그 자존심 없음이 너무 불쌍하다. 천재적인 과학자면 뭐해, 그래봤자 약으로 사람이든 동물이든 통제하려고 하는데..그게 뭐야 너무 쪽팔리지 않아? 무릇 사람이란 자기 자신에게 쪽팔리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여... 휘성이 그러잖아. 그 사람 사랑하면서 내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그게 뭐냐.. 쪽팔리지 않냐. 그러면 행복하냐. 그 사람의 마음과 정신은 다른데 가있는데 억지로 내 옆에 붙들어 두는거, 그게 진짜 좋냐? 그 사람의 뇌를, 눈빛을, 생각을 텅 비게 만들어서 말 듣게 하는 거, 그게 좋아? 진짜 자존심도 자존감도 좆도 없는 새끼... 너무 시르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꿈속에서 코요테를 만났고 넘나 무서웠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어휴.. 코요테 무서워요 ㅠㅠ





빨리 점심시간 됐으면 좋겠다.



바로 여기에 오버턴 같은 남자의 문제가 있다. 제인은 생각했다. 그는 부로 인해 타락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부를 이용해서 하겠다고 선택한 일로 인해 타락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보통 인간의 경험에서 단절시켰고, 이어 자신을 대중보다 우월한 존재로 격상시켜 윤리는 물론이고 전통의 속박을 거부했다. 심지어 양심까지 미신 같은 정신의 무가치한 인공물로 치부해서 폐기하는 행위를 정당화해버렸다. 자신을 인간 공동체의 악성 종양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 P255

살아 있을 때 이 금발 여자는 루링처럼 아름다웠고, 완벽한 얼굴, 에로스가 조각한 것 같은 몸매를 자랑했으리라. 외모에 관한 한 루링과 마찬가지로, 제인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미모였다.
제인은 생각했다. 이건 내가 될 수도 있었다. 이건 나다. 이런 권력을 지닌 자들을 이길 방법이란 없으니. 이건 내일의, 다음 주의, 한 달 후의 나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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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8-19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었는데... 딘 쿤츠는 여기까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나쁘지 않으나 또 아주 좋지도 않아서 좀 쉬고 싶다는 생각. 근데 미국 사람들은 딘 쿤츠를 많이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 책보다 리뷰가 좋아서 한마디 남긴^^

다락방 2020-08-19 13:4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비연님. 나쁘지 않은데 딱히 좋은건 아니에요. 이 책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미있는 상업영화 나올것 같아요. 뭐랄까, 두루두루 다 좋아할 것 같은 책이긴 한데 저는 그만 읽어도 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8-1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 코요테는 그 코요테 아니 잖아요 ㅋㅋㅋㅋ 반칙이야.

다락방 2020-08-19 13:41   좋아요 0 | URL
이 코요테에 저 코요테를 끌고온 다락방은 정말이지 귀엽고 깜찍하지 않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0-08-19 14:06   좋아요 0 | URL
오늘 혹시 참치전 상했었어요? 후다닥=3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8-19 14:08   좋아요 0 | URL
아뇨? 너무나 맛있게 잘 먹었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