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마지막 날은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주말에도 언제나 월요일이 오는 일요일밤이 싫었지만, 닷새의 연휴 끝은 더했다. 이 닷새가 도대체 어떻게 흘러간건지, 어떻게 이렇게 뭔가 제대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그냥 가버린건지, 난 그동안 뭘한건지...그리고 다시 새날이 밝아 새벽같이 일어나고 출퇴근을 반복해야 하는 일상이 온다는 것이 너무 답답하고 우울했다. 직장생활 하루이틀한 것도 아니고, 이십년을 해도 일요일밤은 돌아버리겠네. 너무 우울해서 드러누웠고 그렇게 잠을 청했는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이 오질 않아서 아아... 다시 일어나서 그냥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다. 잠들기 전에도 책을 보려고 했었지만 답답함과 우울함이 커 통 읽히질 않았는데, 그래, 다시 시도해보자, 하고는 본컬렉터를 펼쳤는데!!

















너무 재미있다!!

물론 처음부터 거슬리는 거 많이 나오긴 하는데, 남자 작가는 예쁜 여자주인공 못잃는 것 같아서, 어휴, 증말이지 어쩔 수가 없군, 이러면서 읽고 있는데, 오, 너무 재미있다. 내가 이거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로 분명 본 기억이 나는데, 그러니까 '봤다'는 기억은 분명하되, 내용은 기억 안나. 침대에 누워 생활해야만 하는 덴젤 워싱턴 찾아 갔던 장면만이 흐릿하다. 어쨌든 영화를 재미있게 본 것 같진 않은데, 책 너무 재미있다. 무엇보다 사건에서 나온 흔적들만으로 그것이 무엇의 재료이다, 그것은 무엇을 만들 때 쓰므로 이런 식으로 이용했을 것이다, 같은거 추측하는 거, 너무 말도 안되게 대단하고, 정말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이런 것들을 모두 다 알 수 있을까? 좀 의심되긴 하지만 여하튼 재미있어서, 아직 이 책의 절반밖에 읽지 못했는데 방금전에 이 책의 다음 시리즈를 주문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음..



어쨌든 이 책을 읽기 시작하니 책이 재미있어서 잠을 또 못자겠고, 그러다가 나의 월요일 어떻게 되나 싶어서 새벽 두시 넘어 억지로 잠을 청했는데, 아아, 아침이야, 자지 않으면 아침이 오지 말아야 하는거 아닌가, 이렇게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와.... 하면서 가까스로 일어나 출근을 했는데, 아아, 사무실에 도착하니 또 나름 좋은 거다.

닷새동안 비워뒀던 사무실의 문들을 활짝 열고 그새 차가워진 바람을 맞는데, 아, 나는 이 루틴을 사랑한다, 는 생각이 또 물씬 드는 거다. 나는 이 아침을, 아침을 맞이하는 순간을, 사랑해! 꺄울 >.<


그래서 생각보다 견딜만한 기분이 되어 하루를 시작했는데, 아아 그렇지만 아침부터 퇴근때까지 너무 바빠서 커피 한 잔을 마시지 못했다. 그리고 집에 가서는 너무 지쳐서 저녁을 먹고 아아, 지친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머리가 굴러가지 않는다, 하게 되었는데,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얘기하면서도 무언가 정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이렇게 되어가지고 어쨌든 어제는 이 재미있는 책을 펼쳤다가 꾸벅꾸벅 졸고, 아아 일찍 자야 돼, 하면서 잤다.

새벽에 몇차례 깨서 화장실도 가고 물도 마시고 하느라 한 번에 쭉 이어 자지는 못했지만, 전날 잠을 못잔 탓인지 침대로 들어오면 바로 잠이 들어서 아침에 일어날 때는 '그래도 썩 잘 잤어' 하는 기분이 되었고, 변함없이 출근을 했고, 그리고 어제 마시지 못한 커피를 오늘 마시는데, 내가 내려 마시는데, 흑흑 ㅠㅠ 너무 좋아.  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 로스팅 9월초인 커피 남은거 마시는데 흑흑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너무 향이 좋으네 ㅠㅠ 향이 남아있구나 ㅠㅠ 이 별 거 아닌 것이, 그러니까 커피를 내리고 그 향을 맡는 것이 갑자기 나의 마음 왜이렇게 평온하게 만들지. 커피는 진짜 향이 다하는구나.


















어제부터 새로 근무하기 시작한 직원에게 핸드드립 커피 한 번 내려줄까, 물었더니 맛보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기꺼이 내려주니 맛있다고 좋아한다. 으흐흐흐흐. 이거 이제 조금밖에 안남았고 나는 그래서 새로운 커피를 주문했다.


알라딘의 시다모 디카페인 커피를 좋아해서 줄기차게 사놓고 마셨는데, 얼마전 여동생이 그거 사라졌다고 고객센터에 문의를 넣었더랬다. 그랬더니 그건 이제 품절이고 새로운 디카페인이 나온다고 했다며 나와 같이 기다리고있던 터다. 연휴 끝나고 여동생은 디카페인과 카페인 모두 주문을 했고 나는 오늘 일단 디카페인 주문, 내일 일반 커피를 주문할 예정이다. 스탬프 다 채우게 되기 땜시롱 적립금으로 교환할 수 있지.

















음..그렇지만 일반커피.. 블렌드인건 좀 그래. 나는 싱글 오리진이 더 좋은데.. 여튼 내일은 무궁화를 주문하겠어! 오늘의 디카페인은 목요일에 도착한단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게는 루틴이 필요하구나, 나는 루틴이 필요한 사람이야, 라고 생각했다. 딱히 커피 생각이 났던건 아니었는데도 커피를 내리는 순간 향이 진짜 너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었어. 크- 너무 좋구나.




아무튼 어제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지치도록 바빴는데, 그 와중에 개인 사정상 나의 옛날 글들을 보게 되었다. ㅋㅋㅋㅋ 그당시에 알라딘에 창작게시판 있었고 나도 거기에 단편 소설을 써 올린게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려 2009년의 글이다.


https://blog.aladin.co.kr/fallen77/3091843


아아... 너무나 귀염뽀짝한 꼬꼬마 시절의 글이다. 이성애에 흠뻑 빠져들어 있던 때였지. 지금 보니까 귀엽기 짝이없고 아아 지금이라면 쓰지 못할 글이로구나 했는데, 그런데 잘썼네? 아니 천재적이야. 어떻게 하루키 책 읽고 저런걸 저렇게 가져와서 쓰지? 어쩌면 나는 뒤늦게 데뷔하는 천재 작가가 되려는걸까?



내친 김에 한 편 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도 진짜 귀엽기 짝이없다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은 남성용 드로즈 입고 다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셋트속옷에 대한 소설이라니... 사람은 이렇게 변합니다...  이건 2010년.


https://blog.aladin.co.kr/fallen77/4053823



2009년 2010년... 참 귀여운 한때였네........

나여, 2009년에 누구 사랑했니? 2010년에 누굴 사랑한거야?


나는 답을 알고 있다.



아무튼 오늘 점심은 뽀지게 먹어줄 예정인데 아직 메뉴를 고르진 못했다. 내가 어제 다시 태어날거라고 큰소리 뻥뻥쳐서 친구가 나한테 피닉스 라고 했는데 어제는 다시 태어나질 못했다. 오늘 다시 태어나야겠다. 만 번의 부활... 으르렁-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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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10-06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다모 디카페인 사라져서 저는 급당황하기만 했는데, 동생분은 알라딘 고객센터에 문의까지 하셨군요?! 그 행동력 존경합니다.

다락방 2020-10-06 13:51   좋아요 0 | URL
여동생이 디카페인 여기저기서 사서 마셔봤는데 시다모가 그중 제일 나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오늘 디카페인 새로나온거-그 이름도 당황스런 우에우에테낭고!!- 주문했어요. 목요일에 도착한대요. 새로운 커피를 주문해서 기다리는 건 너무 씐나요! >.<

syo 2020-10-0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커피는 오래 두면 향이 다 날라간다는 말인 줄 알고 뭔가 구슬픈 이야기가 이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피닉스 이야기였어 ㅋㅋㅋㅋ 구슬픔 그런 건 없지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0-06 13:52   좋아요 0 | URL
구슬픔이 머에염? *^^*

바람돌이 2020-10-06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본 컬렉터. 저의 최애 시리즈요. 시리즈 뒷쪽으로 갈수록 더더더 재밌어지고 1편에서는 그저 그랬던 아멜리아는 갈수록 훌륭해지고 맘에 더더더 드는 저 시리즈.....저는 이제 링컨 라임 시리즈 신간이 나오면 부들부들 떨면서 천천히 책장 넘깁니다. 다 읽어버린는게 안타까워서요

다락방 2020-10-06 13:58   좋아요 0 | URL
오 그래요? 저는 아멜리아가 피해자를 생각하는 게 너무 좋아요! 범인 잡는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를 어떻게든 구하려는 집념이요. 그거 너무 좋아요. 히히. 시리즈 다 읽어봐야겠어요!

바람돌이 2020-10-06 14:02   좋아요 0 | URL
뒤로 가면 링컨과의 관계에서도 아멜리아가 윈입니다. 이 둘의 관계는 나오는 분향은 얼마 안되는데 그 쫄깃한 케미가 있달까? 거기다 아멜리아의 그 착함과 따뜻함이 시리즈끝까지 이어지는데 작위적이지 않고 진심으로 아 멋진 여성이구나해요.

다락방 2020-10-06 14:03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그렇군요!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어요. 그래서 회사에서 뛰쳐나가서 읽고싶어요 ㅠㅠ

hnine 2020-10-06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편 모두 재미있어요.

다락방 2020-10-06 15:16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감사합니다! ㅠㅠ

- 2020-10-06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으엉 ㅠㅠㅠ 귀여워 ㅠㅠㅠㅠㅠㅠ 귀요미 시절의 다락방님이다..ㅠㅠ

다락방 2020-10-06 21:01   좋아요 1 | URL
장난아니죠! 귀여움 천재다 천재!!

- 2020-10-06 21:09   좋아요 0 | URL
여기서 시작된 계란 후라이가 ㅋㅋㅋㅋ 좀전에 읽은 쇼님 글 제목으로 간 것 같다는 의심!

다락방 2020-10-07 07: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도 그 뒤집개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죠? 영감이라든가..영감이라든지... ㅋㅋㅋㅋㅋ
 

연휴가 끝나는 것이 너무나 서운해서 미쳐버릴것 같은데 이러저러한 것들이 겹쳐져서인지 오늘은 지독한 꿈을 꿨다. 그러니까 꿈에,


나는 아마도 코로나 영향인지, 어느 가정집에서 열리는 글쓰기 대회에 참가한다. 소설이나 서평 어떤 분야든 응모 가능했고, 한 출판사에서 몇 명이 나와 제출하는 그 즉시 읽고 심사를 한다고 했다. 나는 서평 부분에 참여했고 나 외에도 참여자들이 몇명 있었는데, 그 중엔 소설가들도 몇 명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완성된 작품을 제출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한 작가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네가 제출한 작품 여러개가 다 좋진 않으니 네 작품을 독자적으로 내줄순 없고 앤솔로지 형태로 내주겠다'라는 평을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시를 제출했는데 아무말이 없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김금희 작가가 단편소설을 제출했다. 심사위원들은 그 자리에서 읽어보고는 정말 대단하다는 평을 했다. 김금희 작가는 자랑스레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나는 나중에 이메일로 보내야지, 하고 게으르게 있다가 반드시 오늘 제출하고 가야 한다는 말에,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서평 두 개를 제출했다. 심사위원들은 내 자리에서 가까이 있었는데, 한 중년의 남자 심사위원이 이야...진짜 엉망이다, 이것좀 봐, 하면서 원고를 다른 심사위원에게 내미는 걸 보게됐다. 느낌이 싸한게 내 걸 보고 얘기하는 것 같아, 그래서 게속 그쪽을 봤는데, 다른 심사위원도 첫페이지도 넘기지 않은채로 몇 줄만 읽은채, 야, 뭐 이런게 다있어,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저건 분명히 내거다! 하고 가서 심사위원들이 보는 원고를 낚아챘다. 그리고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내가 쓴거였다. 내가 그 자리에서 원고를 빼앗기 전까지도 그들은 서로 내 원고를 보면서 엉망진창이다, 뭐 이런걸 내냐 웃겨죽겠다, 이러고 있었다. 아ㅏㅏㅏㅏㅏㅏㅏ나는 부끄러우니 그자리를 떠나고 더이상 글을 쓰지 말아야지 했어야 했을것을, 거기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쳤다. 옆에 이 글을 쓴 사람이 있는걸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 바로 옆에서 비웃고 흉볼수가 있냐, 어쩜 사람들이 그러냐, 하면서 악을 버럭버럭 썼다. 아주 한참을 난리난리쳤다. 그리고 가방을 싸들고 자리를 벗어나 그 집을 나오면서, 아아, 나는 이제 글을 쓰지 말아야 하나, 오늘 내가 진상짓한거 본 사람들이 많은데 아마 소문나겠지.... 그러면 나는..조용히 사라져야 하는걸까.....같은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가기 위해 열차를 기다리는데 열차를 몇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하고.... 그래서 어떻게 집에 갈 수 있나 사람들한테 묻고 그러다가 잠에서 깼다. 으으...


지독한 꿈이었다. ㅠㅠ

싫어 ㅠㅠ

왜 이런 꿈을 꾼거지? ㅜㅜㅜㅜ


잠에서 깨어 눈을 뜬 뒤 이 지독하고 끔찍한 감정때문에 이게 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런 꿈을 꾼건가, 왜..왜때문에..무엇을 말하는것인가, 꿈이여...어서빨리 프로이트 콤플렉스를 읽어야겠다. 아마도, 내 콤플렉스가 꿈에 나온 것인가.... ㅠㅠ




우울한 기분으로 일어나 책을 좀 읽다가 배가 고파서 비빔국수를 해먹기로 했다. 비빔국수 양념장 만드는 걸 검색해보다가 일전에 내가 백종원만능양념장을 만들었다는 게 기억나서 그걸 꺼냈다. 면을 삶고 그 양념장에 김치를 송송 썷어 넣고 참기름을 부어 비볐다. 아아..맛있는 비빔국수가 되었어!!






나는 어릴때부터 언젠가 글을 써서 성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십대 중반에는 직장 동료들에게 내 장래희망은 소설가로 대박쳐서 타임지 표지 모델이 되는거라고 얘기하고 다녔더랬다. 그런데 글을 쓰면 쓸수록 내 길은 이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글에 대한 욕망이 아주 오래전부터 자리한거라 내게 가장 좋은 칭찬은 글 좋다는 칭찬이고, 그래서 내 글을 비웃는 그 꿈은 지독한 악몽이었다. 꿈에서도 나는 화를 내고 울고 절망했다. 특히나 글 잘 쓰는 사람들을 마주칠때면 나는 대체 뭐하고 있나 싶어진다. 저 사람은 저렇게 잘 쓰는데 난 뭐야...이래가지고 글로 돈 버는 일이 가능하겠는가, 라고 내게 물으면 긍정적 대답이 나오질 않아. 아마도 이런 복합적인 마음들이 오늘의 악몽을 꾸게한게 아닐까. 그런데 내가 만든 비빔국수가 맛있다. 잡채도 맛있게 만들었어. 저 계란국은 후다닥 연두를 넣고 끓였는데 별로였다. 치킨스톡 넣는게 더 맛있어. 어쩌면 내가 살아가야 할 길은 글이 아니라 요리인걸까...  직장을 다니는 것은 어차피 1,2년후면 끝일텐데, 그 뒤에 먹고 살 일을 생각하면..나는 식당을 하고 싶진 않았는데, 그런데 내 길은 식당인것인가.... 퇴사하고 나면 그 다음엔 좀 쉬엄쉬엄 일하면서 살고 싶었는데, 식당하면 엄청 힘들것 같은데...... 그런데 이렇게 국수를 맛있게 만들면 미래를 바꿔야 하는가...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는 나의 뜻대로 되질 않는 것인가...



어제는 엄마랑 잠시 마트 가는 길에 커다란 전자대리점 앞을 지났다. 상호를 밝힐 수는 없지만, 거긴 몇해전 내게 사보에 실을 원고를 청탁한 곳의 대리점이었다. 으윽 갑자기 부끄러움이 발꼬락에서부터 올라왔어. 싫어... ㅠㅠ 부끄러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난...역시 글이 아니라 비빔국수여야 하는건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행프로그램을 보다보면 내가 갈 순 없을 것 같지만 정말 근사한 풍경의 낯선 나라들을 만나게된다. 그럴때마다 내가 살아생전 저곳에 가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즐겨 따라하는 요가소년의 요가소년 니드라 영상을 보면 항상 내게 간절한 소망을 떠올리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라고 한다. 그럴때마다 내가 떠올리는 소망이 있는데, 그것 역시 살아생전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나 간절히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나에게 올 일일수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나에게 어차피 올 일이라면, 이루어질 일이라면, 좀 더 빨리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한껏 기쁠 수 있게.




여동생은 나와 독서취향이 달라서 나랑 읽는 책이 전혀 겹치지 않는데, 얼마전에 남동생과 내가 애프터 쉬즈 곤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 번 읽어볼래, 햇더니 알겠다고 빌려달라했더랬다. 그러더니 오늘 다 읽었다고 연락이 왔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고. 아..좋아... 정말 좋구나...

















남동생에게 한동안 읽을 책들을 잔뜩 빌려주었었는데, 이제 그녀석에게 남은 책이 별로 없다. 나는 오늘 사실 엘레나 페란테의 신간 읽을라고 꺼냈었는데, 다른 소설을 읽어야겠다. 남동생에게 줄만한 거. 두꺼운 거 던져주면 한동안 날 귀찮게 하지 않겠지. 그렇지만 두꺼운거 던져주면 읽기 싫다고 할 수 있어. 집에 요 네스뵈 레오파드 있는데, 지난번에 남동생이 요 네스뵈 몇 권 읽더니 "누나는 왜 요 네스뵈 처럼 못쓰냐?" 했던 적이 있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요 네스뵈 읽기가 싫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짜증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 콜렉터 읽고 줄까? 크로스 본즈 읽고 줄까? 아 이새끼 너무 편협적인 독서해서 내가 너무 힘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새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당분간 또 미스터리 소설 겁나 읽어가지고 한아름 들려줘야겠네.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로이트 읽고 내 꿈 분석해야 되는데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이 몇 시간 남지 않았다는게 너무 우울하다. 그리고 악몽은 꾸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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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10-0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네스뵈 나온 책 다 읽은 저로선... 넘 잔인해요 네스뵈씨ㅜ 피까지 먹여 주인공한테ㅜㅜ

다락방 2020-10-05 10:33   좋아요 0 | URL
헐.. 아니 왜 그런 짓을 하는건가요 ㅠㅠ
저는 최근에 마이클 로보텀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권이었나 너무 슬퍼서 ㅠㅠㅠㅠㅠㅠㅠ 이거 주인공한테 왜이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 이래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리즈 읽다보면 등장인물한테 막 정드는데, 그래서 등장인물의 행복을 바라게 되는데 그렇게 슬픈 일 주고 그러면 너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2020-10-05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무 싫은 꿈이다.... ㅠㅠㅠㅠㅠㅠ 근데 왜 결론이 비빔국수인 거예요 ㅠㅠㅠ 발꼬락부터 올라오는 부끄러움은 대체 어떤 부끄러움인가요.... 하지만 국수는 너무 맛있어 보여서.. 그 식당은 찾아갈게요.. 아, 만약에 글을 쓰시면 그 글도 사서 읽고!! 그르니까 뭐든 대박나자!

다락방 2020-10-05 10:34   좋아요 1 | URL
저도 꿈 너무 싫었어요. 최근에 그냥 글 못쓰는 것에 대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했는가봐요. 휴.. 그래서 아마도 꿈에 나온게 아닐까요. 역시 프로이트를 읽어야겠다...
돈받고 쓴 원고가 너무 후져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래서 부끄러워요 쟝님 ㅠㅠㅠㅠㅠㅠㅠ 나는 각잡고 쓸라믄 안되는구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거 너무 절실히 깨달았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박납시다, 쟝쟝님. 우리 대박납시다!

잠자냥 2020-10-05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왜요 오늘 글쓰기 1등 하셨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저건 개꿈이네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0-05 10:35   좋아요 0 | URL
저 이 댓글 보고 뭐라고??????????? 하고 당첨 페이지 가봤다가 알게됐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근데 뭐....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 것도 아니고............... 뭐 그렇습니다. 계속 떨어지다가 응모자 적으니까 되어버린... 하아- 인생이란 무엇인가.....

잠자냥 2020-10-05 11:0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저는 메일이 와서 알았습니다. 아, 왜요, 추석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ㅎㅎㅎ

다락방 2020-10-05 11:45   좋아요 0 | URL
커피 사야겠어요. 커피 새로나왔으니까. ㅋㅋ 디카페인 시다모 없어졌어요 ㅠㅠ
 
화가들은 왜 비너스를 눕혔을까? - 우리가 ‘여신’ 칭송을 멈춰야 하는 이유
이충열 지음 / 한뼘책방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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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뉴욕여행 갔을때 미술관 몇 군데를 혼자 다녔었다. 미술관마다 내가 혼자 거기에 이르렀던 사연들이 있어 모두 특별하고 좋았지만, 그림 자체만으로 내게 감동을 준 곳은 가장 규모가 작았던 <노이에 갤러리>였다. 애초에 건물 자체가 작았는데 3층은 리모델링인지 그림 교체라고 했는지 아예 전시가 없었고 2층에 그림들이 꽉 차있었는데, 아마도 내가 클림트의 그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곳이 바로 그곳이었던 것 같다.


클림트라고 하면 워낙 몇가지 그림이 유명하기도 해서 반가웠지만 내 눈앞에 그가 그려낸 그림들의 화려한 색채가 펼쳐지는데 너무 놀랐다. 그림들을 보면서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한참이나 그의 그림들 앞에 서있었다. 너무나 유명한 <키스>그림도 그랬지만, 그중 내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건, <The Dancer>라는 그림이었다. 그 분홍빛의 화려한 색채가 눈이 부셨다.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고, 어떻게 색을 이렇게 썼을까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런 한편, 그런데 왜 젖가슴은 드러났을까. 춤을 추는데 옷이 벗겨질 리도 없는데, 설사 옷이 벗겨지는 일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해도, 왜 대부분 옷을 입고 추는 댄스에서 하필이면 가슴을 드러냈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나는 애써 그 생각을 머리에서 몰아내고 그 화려함만을 간직했다. 그 그림이 너무 좋아서 갤러리에서 나오기전 기프트샵에 들어가 그림의 책갈피를 샀고,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선물로 보냈다. 나 한 개, 너 한 개. 나 이그림 너무 좋아! 미국에 사는 친구는 내 추천에 노이에 갤러리를 방문했고 나와 마찬가지로 클림트의 그림을 본것만으로도 그 작은 미술관은 소임을 다했다고 했다. 그리고는 내가 감탄한 그림의 포스터를 사서 내게 보내주었다. 그 일은 내게 큰 기쁨이고 소중한 해프닝이며 평생 기억할만한 일이 되었다.


포스터를 꼭 내 방에 걸어두어야지, 생각했는데 그냥 포스터만 붙이긴 아쉬워 액자를 하나 구입하려 했는데, 액자가 너무 비싼게 아닌가. 지금은 부모님 집에 살고 있으니 그냥 벽에 붙여두고, 나 독립하는 날 액자 사서 근사하게 거실에 혹은 꾸미게 될 서재에 걸어두어야지, 하고 일단 지금은 내 침실 벽에 포스터를 붙였다. 방이 환해지는 것 같았는데, 그런데도 나는 자꾸 이 여성의 가슴이 신경쓰였다. 이 그림이 너무 좋고, 클림트 대 화가이고, 이 그림은 명작이겠지만, 그런데 저 가슴이 저렇게 드러난 건 불필요해보였다. 어떻게 가릴까 싶었지만 내가 무슨 수로 그걸 가려? 하는수없이 그냥 그대로 벽에 딱 붙여두었는데, 내가 붙이는 걸 본 엄마가 보시더니, 보자마자 이러시는 거였다.


"젖통이 다 나왔네."


나는 깔깔 웃으며 엄마, 젖통이 뭐야 젖통이..가슴이라고 해야지! 라고 대꾸했는데 엄마는 다음에 이렇게 물으셨다.


"꼭 그렇게 젖통을 내놓고 그려야했대니?"


나는 그 말에 아무말도 대꾸할 수가 없었다. 내가 클림트가 아니니 대답할 수 없기도 했지만, 꼭 젖통이 나와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체 뭐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장면에서는 반드시 가슴 노출이 필요하다고 그 누구도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그림은 이 그림이다.





나는 이 질문이야말로 본질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꼭 그렇게 가슴을 내놔야만 했다니? 라는 물음. 


이충열의 이 책, [화가들은 왜 비너스를 눕혔을까?]는 우리엄마의 이 물음을 좀 더 고상하게 표현한 것이다. 왜 남성 화가들은 그림에서 여성들을 기울이고 눕히고 멍하게 그려두었을까. 세계적 명화라는 것들 속의 여자들은 왜 하릴없이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가. 그 가슴은 결국 누구에게 보여지는가, 그 벗겨진 가슴을 보는 주체는 누구인가!


이충열은 명화들을 보면서 그 안에 등장한 여자들의 포즈를 따라해본다고 한다. 이 동작 자체가 자연스러운 동작인지. 남성화가들이 그린 그림속 여성들의 포즈는 실제 여성들이 현실속에서 자주 취하는 포즈도 아니었을 뿐더러, 애시당초 따라하기 어려운 포즈들도 많았다. 특히나 나도 보면서 이해 안되는 그림이 있었는데,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샘>이 그것이다.



이충열은 묻는다. 항아리에 든 물을 버릴때 저런 포즈로 버리는 것이 자연스러우냐고.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저 여성은 항아리에 든 물을 다 벗고서 저런 포즈로 버리는 것인가. 왜? 저거 누가 저렇게 하라 그래도 못하겠는데 굳이 들어올려 한쪽 어깨에 얹어서 저렇게 따라 버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렇게 할 필.요.가 없었는데, 굳이 저렇게 그려야 했다면, 왜, 누구를 위해 그러해야 했는가.


왜 그림속 여성들은 저런 포즈들을 취해야 했는가. 


적장의 목을 벤 '유디트'를 다룬 그림들조차도 유디트는 벗고 있고 표정은 단호함과 거리가 멀다. 남성화가들이 그린 유디트는 적장을 죽인 용맹한 여성이 아니라, 팜므파탈적 요소를 가진 여성이었다. 이런 여성에게 잘못 걸리면 죽는다는 메세지. 



지은이의 이름이 '이충열'이라서 나는 남성작가가 뻘소리한 책이라 짐작하고 이 책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이 작가는 안그래도 이름 때문에 남성으로 오해를 받는 여성작가라고 한다. 작가소개를 보면 미술을 포기했다가 문과와 이과를 거쳐 결국 현대미술을 전공하게 되었다고. 그러는 동안 그림들속의 여성혐오를 발견하고 자기 안에 여성혐오도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충열이 그림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묻는 것은, 그간 그림을 보고 내가 느꼈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게 했고, 현재에 이르러 시각적으로 남성들이 여성을 성적대상화 시키는것까지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이충열은 '벡델테스트'처럼 '충열테스트'를 만들어 독자들에게 묻기를 제시한다. 앞으로 그림을 보게될 때 이렇게 세가지를 물으라는 것.


1. 필연적인 노출인가?

2. 표정과 동작의 의도가 명확한가?

3. 직업, 나이, 성격등 개인적 특성을 알 수 있는가?



이중 두 가자 이상의 질문에 '아니오'란 답이 나온다면 그 그림은 단순 누드라는 거다. 그렇게 다시 그림들을 보면서 그 질문들에 답을 해보자니, '필연적인 노출인가'라는 1번 질문부터 '그렇다'는 답을 할 수 있는 그림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클림트의 댄서 라는 그림에 있어서도 그랬다. 필연적인 노출인가? 물으면 결코 그렇다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또한 엄마의 질문도 생각났다. 젖통을 굳이 드러내야 했다니? 이것은 이충열의 제1질문과 똑같은게 아닌가. 그 노출이 반드시 필요했는가?


놀랍게도 대부분의 여성노출 그림에 '응 필요했어!'라고 답할 수 있는 그림이 없더라. 그렇다면, 그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왜 그토록이나 열심히 그려댄 것인가. 그걸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커버칠 생각이었는가. 그 그림을 보는 이는 누구이며, 그 그림을 보면서 현실 여성에 대한 관점과 시선이 달라지는 것은 또 누구를 위해 이익인가. 

물론 이충열은 '남성'화가들만 그런 그림을 그린 건 아니라는 사실을 얘기해준다. 남성 주체의 시각에 길들여진 여성 화가들도 여성을 수동적으로 그리기도 했다고. 그래야 남성 소비자들에게 팔리니 그런 시선에 길들여지는 게 어떤 이들에게는 자연스런 일이었을 거라는 거다.

그 숱한 여성혐오적 그림을 그리는 가운데, 아버지의 강압과 아버지 친구의 강간, 그 모든 싸움을 해내면서 주체적으로 여성주체적 그림을 그려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라는 화가를 알게된 건 큰 수확이었다. 


짧은 책인게 아쉬울만큼 좋은 질문으로 가득한 책이었다. 좀 더 많은 그림을 보여주고 좀 더 많이 질문하도록 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나 이만큼으로 충분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나는 앞으로도 미술관을 종종 찾을 생각인데, 그 때마다 노출된 그림들 앞에서 스스로 질문할 것이다. 필연적인 노출인가? 짐작하건대 아마도 그렇다는 답을 할 수 있는 그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 너무 좋다. 이런 책을 읽게 되어서. 그림을 볼 때 질문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서. 무엇보다 미술하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글로 써줬다는 게 너무 짜릿하다. 세상 곳곳에서 모든 현상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계속 책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아직 질문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덕분에 질문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저는 ‘누드‘를 이렇게 정의하고자 합니다.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를 기준으로 한 남성만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성적 욕망의 소유자라는 입장에서, 남성을 시선의 주체로 놓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이미지‘라고 말입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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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10-0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젠틸레스키의 유디트가 감동적이죠. 전 피렌체에서 저 유디트를 봤을 때의 감동을 잊을수가 없어요. 같은 미술관에 있는 카라바조의 유디트와는 정말 다른..... 아 이게 진짜 그림이구나 하는 느낌. ^^

다락방 2020-10-04 15:59   좋아요 0 | URL
네! 젠틸레스키의 유디트 그림은 숱한 남자화가들의 유디트와는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주체적이면서 여성연대적이었어요!! 저도 언젠가 제 눈앞에서 그 그림을 직접 보고싶네요. 이런 코로나 상황에서 그런 날이 언제올지 알 수 없지만... ㅠㅠ

syo 2020-10-0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클림트는 아니지만, 제 생각에 클림트한테 저 가슴을 드러내는 게 꼭 필요했니? 라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에 관련된 미학적 이유를 댔겠죠.

클림트가 그렇게 대답할 거라고 가정하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저 가슴 노출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다락방님의 견해고 관점인 것 같아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클림트의 견해고 관점이듯이요. 그러니까 우리가 해야할 질문은 어느 한쪽의 관점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왜 필요하지 않은 것을 그렸는가?˝ 가 아니라, ˝여성노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왜, 무엇을 위해 그렇게 생각했는가?˝가 아닐까요? 물론 두 질문은 결국 같은 과녁을 겨냥하겠지만요.

다락방 2020-10-04 18:59   좋아요 1 | URL
클림트의 저 그림은 제가 제 방에 걸어둘 것이지만,
클림트가 아닌데 클림트에게 이 가슴 노출은 필요했을 것이다, 라고 가정하는 것이야말로 이시점에 불필요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데 자기 입장 없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저것이 필요하다고 답할 것이다, 라고 한다면 뭐 클림트만 그렇겠습니까. 누구든 어떤 상황에서든 나는 그래야 했어, 라고 답하겠지요. 그렇다면 반복되는 문화와 반복되는 세상이 이어질 것이고요. 저는 굳이 클림트에게 필요했을 것이다, 라고 가정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진 않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여성을 수동적으로 그리고 그렇게 그리는 주체, 그리고 감상하는 주체가 남자였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뿐이지요. 그래서 저는 저것이 꼭 필요했는가, 라는 물음은, 쇼님이 같은 과녁을 향한다고 했을때도 어쨌든 본질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쇼님이 바꿔서 질문하고자 한 그런 질문이 나오기 위해서라도 질문했어야 하는 것이고요. 가슴 노출이 꼭 필요했는가,라는 질문이야말로 본질적이죠. 자연스레 따라나오니까요, ‘누구에게‘, ‘왜‘ 가요.



˝창조주가 세상 만물을 만든 후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한 것처럼, 자신이 ‘보기에 좋은‘ 여성을 ‘창조‘해내고자 하는 남성 화가의 욕망과, 아름다운 여성 그림을 주문하고 소유함으로써 여성 신체를 소유하고자 했던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들의 욕망이 잘 맞아떨어진 것이 바로 누드화였습니다.˝ (p.107)


syo 2020-10-04 19:32   좋아요 0 | URL
저는 ‘클림트에게 저 노출이 필요했을 것이다‘라고 가정한 게 아니라, ‘클림트는 스스로 저 노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라고 가정한 거구요. 그거 두 개는 같은 말이 아니에요.

클림트가 저렇게 그렸잖아요. 그럼, 스스로 이렇게 그릴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그려야지- 하고 그렸다기보다 자기는 자기만의 이유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렸다고 보는 게 납득이 가지요. 그래서 그 생각을 비판하자는 거구요. 작가가 자기가 필요해서 그렸다고 자기 입장을 이야기하면 그걸 듣고 나서는 비판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하실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음, 화가가 자기 입장상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렸다고 하더라도 비판할 부분은 비판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핑계없는 무덤 없다는 말 있듯이 자기 입장 없는 사람 누가 있느냐, 그렇게 봐주면 안된다˝라는 말씀은 정확한 반론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저자에게 입장이 있건 없건 별로 안 봐주는 스타일입니다. 오죽하면 다자이 오사무 <사양> 비판할 때도 시대 상황 고려하라는 이야기를 들었겠어요. 제 말대로 클림트가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건 그렇지 않건, 아니면 심지어 다락방님 표현대로 클림트에게 그게 필요하다고 가정하건 그렇지 않건, 비판의 여지가 있으면 비판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결국 우리는 비판해야 한다는 같은 견해입니다.

가슴 노출이 꼭 필요했는가- 라는 질문은 전혀 본질적인 질문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술은 때로 필요하지 않은 것도 하니까요. 만약 클림트가 스스로 가슴 노출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저걸 그렸다면, 가슴노출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의 답은 클림트가 저 그림을 그리는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니까요. 저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클림트가 가슴 노출이 필요하다고 인식해서 저걸 그렸고, 그래서 그 인식을 격파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게 본질적 질문은, ˝왜 남성 화가들은 여성의 그림을 그릴 때 가슴 노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입니다.

다락방 2020-10-04 20:19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 쇼님의 댓글을 읽고 클림트에게도 그만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라고 말하는 거라고 받아들였어요. 저는 그 이유까지 제가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고요. 그렇지만 지금도 ‘필요했을 것이다‘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가 다른가? 라고 하면 그렇게 다른 말 같지도 않아요. 필요는 생각에서 오는게 아닌가요? 어떤 이유가 있으니 그렸을 것이고 그것은 그 이유를 생각한 것이며, 필요인 것이겠지요.

요약하자면 어쨌든 비판해야 한다는 견해는 같은데 본질적 질문에 대한 차이가 있는 것이군요. 저는 궁극적으로 쇼님이 질문한 것에 이르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질문에서 더하고 덧붙이면 결국 그 질문에 이르게 되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본질적이란 단어에 대해서 어쩌면 개념을 다르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본질적 질문이라고 한 건, 그 그림을 보자마자 나오게되는 즉각적 반응에 대한 것이었어요. 저 그림을 딱 보았을 때, ‘저 가슴은 왜그렸지?‘ 가 되고 저희 엄마는 ‘그 가슴을 꼭 그려야했대니?‘ 라고 물었다 했잖아요. 제게 본질적 질문이란 그런 뜻이었어요. 즉각적으로 튀어나오는 질문이요. 결국은 ‘왜 남성화가들은 여성의 가슴을 노출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에 이르긴 하겠지만, 그리고 결국 이렇게 이르는 질문을 쇼님은 본질적이라고 했지만, 저는 ‘뭐야 왜 저렇게 그렸어‘가 먼저 튀어나오거든요. 이충열은 왜 여자들 다 눕혀놨을까? 라고 질문한것처럼요. 저는 그런 질문을 본질적 질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나오고 나서야 답을 하고 또 하는 과정에서 찾아간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이렇게 쓰다보니까 좀 말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읽은 책들에 대해 말하기 위해 페이퍼창을 열었는데 그전에 읽고 싶은 책에 대해 먼저 얘기해야겠다.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는 페미니즘 책을 읽다보면 자주 언급되는 이름이다. 여성학 책, 특히 돌봄노동이나 가사노동 관련 책에서는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기에 언젠가 읽어보아야지 했었는데, 이렇게 [페미니즘의 투쟁] 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다.


여러차례 얘기했지만, 내 서재방에는 '페미니즘' 책장이 따로 있다. 책장 하나가 전부 페미니즘 관련 책인데, 그러다보니 책 제목에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누가봐도 아 여기는 페미니즘 책장이구나, 하게 되는거다.


지난주에 조카들이 왔는데, 큰조카는 오자마자 내 방에 들어가 책들을 구경하면서 미니도서관이야, 하고 좋아했다. 이 책 저 책 꺼내보며 이모, 나 이 책 빌려가도 돼? 물었고 나는 응 그렇게 해, 하고 빌려주었다. 페미니즘 책장 앞에서는 아직 초등학생이인 조카가, 나 페미니즘 알아, 하면서 남자와 여자가 평등하다는 거잖아, 했다. 나는 어떻게 아느냐고 놀라 물었더니, 조카는 헤르미온느가 유엔 연설하는 영상을 보았다는 게 아닌가. 조카는 해리포터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헤리미온느를 좋아한다. 헤르미온느 역을 맡은 엠아 왓슨의 영상이라니 아마 본 게 아닌가 싶다. 아, 유명인의 영향력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이름을 알린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는지를, 세계 곳곳에서 다들 보고 있구나. 그리고 이렇게 알게 되는구나. 

그런 조카와 다음날에 교보문고를 가다 영화 얘기를 하게 됐고 최근에 재미있게 보았다던 [고스터바스터즈]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 영화 처음 나올 때, 남자들이 막 욕했었어. 여자들이 무슨 유령을 잡느냐고. 그러자 나의 조카는 말했다. "그게 뭐야, 그 사람들 페미니즘을 모르네." 

아 조카야... 내 조카야.....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는 친애하는 친구 여러명이 동시에 너무나 좋은 책이라고 추천한 책이다. 사실 판타지..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래 알겠다 바로 얘기하고 1,2권을 주문했다. 걍 한 질 통째로 사버릴까 하다가, 내가 판타지..진짜 별로 안좋아한단 말이야..그래, 너무 모험 크게 하지 말자, 하고 1,2권만 중고로 일단 주문해두었다. 으앗 떨려. 나는 이 책을 잘 읽을 수 있을까?


'김영옥' 외 여러명이 함께 지은 [새벽 세시의 몸들에게]는 요즘의 내가 노화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내 몸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읽어보아야겠다고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이다. 


'월터 르윈'의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은 물리학 전혀 모르는 나... 중학교때 과학 선생님 너무 좋아해서(젊은 여성 선생님), 과학 잘 모르면서 미친듯이 공부해가지고 높은 점수 받았던 것 말고는..선생님 바뀌고 나서는 점수 급하락했던 과학... 과학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래서인지 이과생에 대해서 동경하는 마음이 되고..조금이나마 이과적인 그 어떤 것을 나에게 좀 주자..싶어서, 친구의 추천으로 역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그러나 이렇게 사고 또 읽는다고 나에게 어떤 이과적인 무엇이 스며들까...나 사실 좀 회의적이야..... 그래도 안읽는 것 보다 낫겠지. 아니, 안 사는 것보다 낫겠지...(정말?)

음..그런데 열심히 공부해서 점수 잘 받았다는 건, 나에게도 과학을 잘 할 잠재력이 있다는 거 아닌가? 나 그냥 '나는 못해'하고 안해버려서 일이 이지경까지 되어버린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구먼.



그리고 연휴동안 몇 권의 책을 읽었다.



 '박수현'의 [나는 갱년기다]는, 자신의 몸에 난자가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갱년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 박수현이 쓴 책이다. 갱년기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었지만 막상 갱년기에 대한 책은 많지 않았다고. 그래서 직접 자신의 경험과 또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를 넣어 이 책 한 권을 만들어냈다.


나는 요즘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많이 나고 또 자다가도 땀이 나서 깰 때가 있다. 갱년기 증상 중에 자다가 땀이 나서 깨는게 있다길래, 아, 나 이렇게 갱년기 시작인가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속히 읽고 싶었다. 내가 준비해야 할 게 있다면 얼른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갱년기 증상 중에 우울감도 있다는데, 나는 내게 그런 우울감이 찾아올까봐 두려웠다. 오래전에 생리전증후군으로 극심함 우울에 시달렸던 적이 있었다. 한동안 생리전이면 자살충동까지 생길정도로 우울했었다. 내가 죽어야 된다, 내가 죽어야 끝나..하면서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혔었는데, 생리전증후군인걸 인지하고 약을 먹었고, 운동도 했고, 또 내가 나에게 '이거 생리전 증후군이야, 지나갈거야' 라고 다독이면서 그 시기들을 넘겨서 지금은 생리전증후군으로 우울이 찾아와도 자살 충동까지 생기진 않는다. 생리전 증후군으로 그런 우울을 겪어본 적이 있던 터라, 갱년기에도 그런 우울이 다시 찾아오면 어쩌나 걱정이 된거다.


박수현은 이 책에서 약을 따로 복용하지 않고 또 호르몬 치료도 받고 있지 않다고 했는데, 사람들마다 증상이 다르듯이 증상이 생겼을 때 대응하는 방법도 다르다. 내가 어떤 방법을 쓰든지간에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게 낫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점점 생리의 양이 줄어가는 것도 갱년기가 올 거라는 신호일테다. 땀도 마찬가지이고, 또 호르몬의 이상은 살이 찌게도 만들고 박수현 역시 살이 쪄서 힘들어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갱년기에는 우울감이 가시질 않아 다이어트도 마음처럼 쉽지 않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알고 있다면 모르는 것보다 대처하기 쉬울 것이다. 안그래도 노화가 오는 걸 실감하고 있고 그러니 먹는것도 운동도 좀 더 신경쓰자고 마음 먹었던 터라, 이 책을 읽고나니 내 건강에 그리고 내 몸에 좀 더 신경써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박수현이 이 책을 써준 건 갱년기를 맞이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이 책은 책의 특성으로만 보자면 매우 아쉽다. 저자인 박수현이 출판사를 운영하며 편집까지 해서 이 책을 냈던데, 오타가 너무 수두룩한거다. 내가 쓴 글의 오타를 내가 찾아내기는 역시 어려운 법.. 최근에 읽은 책중에서 가장 분량이 적으면서 가장 오타가 넘쳐났던 책이다. 




'오라시오 키로가'의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는 순전히 리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읽었다. 소설이니 아무래도 더 잘읽히고 내가 할 말이 많을 줄 알았지. 지난번에 인문학 책을 리뷰대회 때문에 읽으면서 '아니, 소설이면 리뷰를 쓸게 많을텐데 인문학책은 쓸 게 없네?' 라고 친구에게 말했었는데, 인문학이나 소설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그냥 리뷰를 못쓰겠어. 에라이 모르겠다. 읽는 내내 글에 대한 영감이 1도 안떠올라. 만약 내가 이 책을 리뷰대회 때문에 읽은 게 아니라면 읽다가 쓸 말 많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각잡고 뭔가 쓰려고 마음 먹으면... 나는 아무것도 쓸수가 없어요. 왜죠? 안돼...


리뷰 대회.. 포기한다. 리뷰 등록 안합니다. 안녕, 굿바이, 사요나라...

행복하렴...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는 처음 나온다고 했을 때부터 내 관심 밖이었다. 이 책을 내가 좋아할거란 생각이 전혀 안들었었고 그래서 읽을 생각도 없었는데, 시간은 흘러 이 시리즈는 어느틈에 중단되었다. 이 책 한참 나오기 시작할 때 김혜수 인터뷰에서 요즘 매그레 시리즈를 재밌게 읽고 있다는 걸 본 것 같은데, 제대로된 기억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는 매그레 시리즈이고, 최근에 내가 뭣때문이지? 오, 나도 심농 한 번 볼까? 하고 이 책을 일단 1권만 사두었고, 그렇게 [수상한 라트비아인]을 읽었는데, 오!!


1권만 산 나 칭찬해... 무턱대고 시리즈 다 안산 나..칭찬해..잘했어. 매그레 시리즈는 안읽는 걸로.. 나랑은 맞지 않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뭘 느껴야 되는지 또 1도 모르겠고.. 뭐 그냥 막 자기 혼자 갑자기 얘가 범인이고 얘가 이랬고 이런거 알아서 나는 좀 그래... 다만, 


조르주 심농이 궁금해졌다. 뒤에 작가 연보 보니까 누구 반해서 결혼하고 누구 반해서 정부 삼고 부인하고 이혼하고 정부랑 결혼했는데 나중에 정부의 하녀와 연애하고 아주 난리가 터짐. 그래서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기 에세이에서 심농의 색욕(!)에 대해 언급했는가보다. 그렇지만 매그레는 안녕~





그리고 이런 책들을 읽기 위해 책장에서 꺼내두었다.




















이번 추석 때는 할머니도 오시지 않았고 여동생네도 오지 않았다. 남동생네가 추석 전날 들를 예정이었고 다음날인 추석에 모두가 집을 비워 나 혼자 집에 있게 되었다. 나는 마침 고향에 가지 않은 친구들 생각이 나, 우리 집에 저녁 먹으로 오지 않을래? 물었고 친구들은 오겠다고 했다. 나는 그런 친구들에게 명절 기분도 내는 음식 그리고 접대 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싶었다. 제일 처음 생각한 건 잡채였다. 잔치 음식의 대표가 아닌가! 지난번 잡채는 딱히 흡족하질 않아, 이번엔 다른 방법으로 만들었는데, 크- 성공했다. 야채가 풍성한 잡채로 만들고 싶었는데 내 의도대로 됐다. 나는 잡채장인으로 거듭날 것이야!!




좋았어! 나는 육전과 동태전을 꼬박 서서 만들었고 뭇국을 끓였다. 내가 먹을 요리를 내가 직접 한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내가 싫어하는 것도 내가 넣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잡채에도 뭇국에도 고기를 넣지 않았다. 그리고 친구들이 도착했고, 어차피 시간 약속을 해둔 터라, 상을 준비하고 친구들을 맞았다.





송편은 시장에서 사온 것이고 와인은 내 와인냉장고에서 내온 것이다. 밥을 먹을 것이니 배고픈 상태로 와라, 그래야 맛있게 먹는다, 친구들에게 말해두었는데, 그래서 친구들은 배고프게 도착했고 맛있게 먹었다. 밥통에서 밥을 꺼내면서 앗차, 밥도 새로 할 걸,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어서 후회가 됐는데 ㅠㅠ 육전하느라 정신이 .. ㅠㅠ 다음에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ㅠㅠ


마침 천안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이모가 샤인머스캣을 잔뜩 갖다주어서 밥을 다먹고 디저트로 내어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오늘 마트 가서 보니까 샤인머스캣 1.5kg 27,000 원이었어. 대박..이모 아니면 내가 이걸 어찌 먹어. 그리고 친구1이 사온 티라미수와 흑임자케익으로 함께 디저트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아니, 친구1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친구2도 티라미수를 사가지고 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티라미수 부자 돼가지고 오늘도 커피랑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네시에 도착한 친구들 열시반 갈 때까지 꼼짝않고 저자리에서 쉬지 않고 수다떨었는데, 내 방 책장을 구경했던 친구들인지라 고전과 소설에 대해 얘기하게 됐고, 나는 얼마전에 페이퍼 쓴것처럼 새벽 세시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렇지만 레미제라블 읽어봤냐, 너무 좋아 얘기했다.



다락방: 레미제라블 5권에서 장발장 죽을때 엄청 눈물콧물 흘리면서 읽었어.

친구2: 장발장 죽어? 지금 스포한거야?

다락방: (크게 당황하여) 아니. 그게... 스포 아니지! 사람은 누구나 다 죽으니까 장발장도 죽지! 그건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

친구1: 스포 아니지. 장발장이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지 아닌지는 얘기 안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무슨 바보들의 대화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내가 이틀간 요리 한다고 무리를 해서... 원래 그걸 안하던 사람이라서..... 어제는 자고 일어나니 편도가 좀 부은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니 어제 뭐 한 게 없는것 같네? 하루를 그냥 보냈어... 만두 넣고 라면 끓여 먹은게 내가 한 일의 전부인가..아무튼 침대에서 딩굴거리고 널브러졌다. 역시 나는 회사 다니고 여행다니는게 체질에 맞구나. 동태전이며 육전 .. 잡채 같은 거 한다고, 아니 이거 얼마 하지도 않았고 종류도 몇 개 안되는데, 간단한건데 내내 서서 해서 그런지 ... 명절때마다 시댁가서 음식 준비하는 분들 대체 그걸 어찌 하십니까. 나는 나 좋자고 한 것도 이리 피곤한것을...오늘도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보다 컨디션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의욕상실의 상태. 엄마랑 양평 가기로 했었는데 다음에 가자, 하고 걍 침대에 널브러져서 책만 보다가, 읽었던 책들 다 읽고 뭐읽을까, 하고 [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들] 서문 읽다가, 아아, 이 사람 출판일 하면서 요가 수련까지 하는 사람이 아닌가! 갑자기 요가 의욕 뿜뿜돼서 오랜만에 한시간 요가 하며 땀 뻘뻘 흘리고 매트에 떨어지는 땀방울 보면서, 역시 갱년기인가... 했다.



좀전에 여동생이 그렇게나 요가를 했는데도 왜 푸시업은 잘 안되는지 모르겠다며 남동생에게 푸시업 잘하느냐고 단톡방에서 물었다. 나는 남동생과 일자산에 가면서 남동생이 턱걸이 할 때마다 개수 세주던 사람이라(나 턱걸이 개수 세는 거 좋아하고 푸시업 개수 세주는 거 대박 좋아함), 얘 푸시업도 잘하고 턱걸이도 잘해! 했는데, 남동생은 이렇게 답을 보내왔다.


<푸시업은 애들 장난이고 턱걸이는 그냥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 미친 잘난척 가족 유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여동생에게 일전에 본 적 있던 영상을 링크해줬다. 푸시업 한달 챌린지해서 몸이 달라지는 영상인데, 이거 가면 갈수록 푸시업 자세가 점점 어려워지고 마지막날에는 팔짝팔짝 뛰면서 푸시업을 해...미쳤다 진짜.....









암튼 장래희망 잡채장인에는 가까워진 것 같으니 푸쉬업 장인에 도전해봐야겠다. 

아, 지금 말고 나중에... (  ")



근데 이 페이퍼 왜 푸시업 얘기로 끝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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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10-03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매그레 시리즈 나온 건 다 샀고 좋아하기도 한답니다 ^^; 시리즈 중단되어서 아쉬워하는 일인.. 책이 예쁜 것도 좋아요ㅎㅎ; 김혜수씨가 매그레도 언급했었군요. 예전에 요즘 읽고 있는 책으로 <털:체모의 문화사>를 얘기해서 깜짝 놀랐어요. 원래 좋아했던 배우지만 더 호감이^^
잡채 등 명절 분위기 물씬한 한 상이네요. 맛있겠어요! 요리도 잘 하시는 다락방님♡

다락방 2020-10-04 15:47   좋아요 0 | URL
매그레 시리즈 좋아하는 사람들 엄청 많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취향이 아니어서... ㅋㅋ
김혜수가 매그레 얘기한 건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표지가 하얗고 미스테리 시리즈였는데, 이거 말고 일본 소설이었던가 싶기도 하고요. 어쨌든 분명 책 많이 읽는 분이심에는 틀림없습니다. 문나잇님 언급하신 털 체모의 문화사 그 책 저도 검색해 넣어야겠어요. 좋을 것 같아요!!
요리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잘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조금씩 시도는 계속 해볼 예정입니다. 제가 밥 차려놓고 손님 불러서 먹여 보내는 거 좀 좋아하는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10-03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미제라블 얘기에서 완전 급빵 터져.. 먹던 커피 쏟을 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매그레 시리즈가 안 맞다니 슬프지만.. 누구나 취향이 있는 것이니. 전 다 샀고 좋아하고 다 안 나와 (인기가 없는 지 다 안 나옴) 완전 아쉽아쉽 상태로... 그냥 내주면 안 되겠니 라고 늘 두손모아 비는 사람.. 다락방님이 시리즈 읽어주면 재미있는 페이퍼 나올텐데..흑흑. 이것도 아쉽.

잡채 완전 맛나 보이는데... 이걸 다락방님이 만들었다는 것에 더욱 감탄하며... 저 푸쉬업 동영상 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그냥 커피 마시다 비숲 보기로 ㅋㅋ

다락방 2020-10-04 15: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완전 빵터졌어요. 레미제라블 얘기할 때 엄청 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매그레 시리즈 1권 읽어보니 쓸 말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시리즈 다 읽는다고 뭔가 더 쓰게될지는 모르겠어요. 거기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어쨌든 세상에 읽을 책 너무 많으니 매그레 시리즈는 포기하는 걸로... ㅋㅋㅋㅋ

저 푸쉬업은 원래 운동하던 사람이 찍은것 같아요. 푸쉬업 하나 하기도 힘든데 나중에 막 몸을 공중으로 띄워가며 푸쉬업 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인간이 아닌 것 같아요. 메뚜기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0-10-03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이트 컴플렉스와 케이트 밀렛책 양쪽 색깔이 반전인게 너무 이뻐요! 남는 연휴도 즐독 하세요 !!

다락방 2020-10-04 15:53   좋아요 0 | URL
프로이트 컴플렉스 어디있지? 할때 책등 분홍색이라고 해서 설마...했었어요. 그런데 정말 분홍색이라서 뭐여, 이게 언제 분홍색이였지? 이렇게 됨 ㅋㅋㅋㅋㅋ
아아 공쟝쟝님 연휴 끝났어요. 운다 ㅠㅠ

단발머리 2020-10-03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드레 시리즈 끌리기는 하는데 전 다락방님 리뷰 본 후에 도전하기로 해요. 레미제라블은 나도 읽었답니다. 흠흠! 평생 자랑해야지!!
잡채 맛나 보여요! 그대는 진정 잡채장인이로소이다!!!

다락방 2020-10-04 15:5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정말 죄송하지만 저는 매그레 시리즈에 대해 쓸 말이 1도 없어요. 리뷰가 나올 수가 없는 책입니다. 저한테 뭔가 쓸 거리를 주는 책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그 시리즈는 안읽는 걸로... ㅋㅋㅋ사람들이 이렇게나 좋아해서 시리즈가 있는걸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주는 책인것 같은데 저는 거기로부터 얻을게 없더라고요. ㅎㅎ

잡채 장인이 완벽해지면 이제 다른 장인도 되어볼 참인데, 메뉴를 선정해야겠어요. ㅋㄷㅋㄷ

바람돌이 2020-10-03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푸시업은 그냥 포기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을듯요. 잡체장인도 훌륭하십니다. ㅎㅎ 잡채 장인만이 아니라 요리장인 하셔도 될듯...
갱년기는 시작한다 싶을때쯤 병원을 한번 가 주시는게 좋아요. 결국 이것도 신체의 병인지라 어느 정도인지 검사를 통해 알아보고 처방을 받는게 필요하죠. 저도 갱년기때문에 병원갔다가 온갖검사하고 치료 좀 하자 싶었더니 결정적으로 간수치가 안좋아서 치료 불가. ㅠㅠ 지금은 맨날 술을 끊어야 되는데 이러고 있어요. ㅎㅎ

다락방 2020-10-04 15:55   좋아요 0 | URL
저는 푸쉬업, 턱걸이 하는 사람들 너무 멋있더라고요. 제가 플랭크는 어느정도 버티기가 가능한데 푸쉬업은 또 다른 문제더라고요. 저는 푸쉬업 잘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쏠랑 반해버려요. 너무 멋있어 ㅠㅠ
네, 일단 이렇게 책을 읽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증상이 왔는지를 아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 제게 닥쳤을 때 덜 당황하지 않을까요. 아, 그래 이렇다고 했어, 하고 알면서 대응할 수 있다면 모르는 것보다 나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몸이든 마음이든 너무 힘들어지면 거침없이 병원에 가겠어요! 술은...못끊겠어요. 어휴 안되겠다. 앞으로 열심히 술먹는 생활을 위하여 지금 운동하러 가야겠습니다. 하하하하하

blanca 2020-10-0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락방님, 대장금이에요? 이게 진짜 신기한 게 정말 그래요. 그냥 밥상을 차린다는 게 참 에너지가 소진돼요. 그 어떤 것보다요. 저 갱년기 책은 저도 공부 좀 해야겠습니다. 사실 저도 아주 많이 두렵습니다. 조카는 ㅋㅋ 어머 다락방님 조카 왜 이리 똑똑한 거죠? 페미니즘의 정의를 벌써 알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저는 남동생이 지난 주에 장가가서 처음 유부남으로 이번 주에 만났는데 왜 이리 어색하죠? --;; 선배로서 마음가짐을 좀 가르쳐주세요. 환절기에 감기 각별히 조심하세요.

다락방 2020-10-04 15:58   좋아요 0 | URL
오오..저 이제 대장금입니까? 그렇다면 더욱 대장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어요!! ㅋㅋ
저 진짜 별 거 한 건 없는데 왜이렇게 힘들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재가 좀 좋아하더라고요. 힘들게 차려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 불러서 먹이는 거 너무 좋아요. 끊임없이 먹이는 거 제 로망.. ㅋㅋㅋㅋㅋ 사랑은 먹임이라는 아주 유명한 말이 있지요. 제게는 진짜 맞는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잘 먹이고 살고 싶어요.
조카가 일찍부터 페미니즘을 아는게 좋은건지 아닌건지 사실 잘 판단이 서질 않아요. 그렇지만 스스로 알아가는 것에 대해서 제가 뭐라 할순 없을테고요. 아이가 자란다는 건 참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인 것 같아요.

아아 블랑카님. 남동생이 지난주에 결혼했군요!
저는 마음가짐이 블랑카님과 처음부터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어색하질 않았고 서운하기만 했거든요. 맨날 나랑 놀았는데 이제 다른 사람이랑 노는구나 ㅠㅠ 하고 ㅠㅠㅠ 지금도 가끔은 둘이 놀던 때 생각하며 그립고 그래요 ㅠㅠㅠㅠㅠ

블랑카님, 우리 건강합시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읽고 쓰면서 지내요!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을 꺼내와 읽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책날개의 작가소개를 읽는데, 이런 부분이 있다.



호두까기 인형에 고환이 물린 채.... 라니. 이 책은 어떤책인걸까, 남자들에게 무서운 책인걸까, 하다가 그 밑에. 이 책에 대해 가해진 혹평에, 그래 누군가에겐 불편하고 화나는 책일 수 있지, 하다가, 공개석상에서 그녀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라니.. 너무 아팠다. 이게 대체 뭐하는짓이야. 컨퍼런스 도중에 성적 정체성을 묻다니. 힘겹게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밝혀야 했다니. 컨퍼런스 도중, 그러니까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런 질문을 받았을 케이트 밀렛의 기분은, 그리고 빼도박도 못하고 그에 답변을 했던 그 당시의 심정은 어땠을까. 사람들이 어쩌면 이렇게까지 해, 이렇게까지... 왜들 그러는거야....


본문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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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10-0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런 무식하고 예의없고.... 하여튼 또 뭔 욕이있더라싶네요. ㅠㅠ

다락방 2020-10-03 17:48   좋아요 0 | URL
경계를 모르고 마구 선을 넘는 것 같아요. 까기 위해서... ㅠㅠ

비연 2020-10-03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날개 글만 봐도.. 가슴이 턱 막히네요.. ㅠㅠ;;

다락방 2020-10-03 17:49   좋아요 0 | URL
후우- 이 책을 어떻게 다 읽어낼지 기대도 되면서 걱정되 되고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