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드 무궁화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개봉하자마자 고소한 향이 확 퍼진다.
깔끔하고 가볍고 산뜻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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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시즌 15, 19화 제목은 <그동안의 침묵> 이다.

여동생이 이 드라마의 팬이라서 나에게 자주 추천하곤 했지만 나는 이토록 긴 시즌의 드라마를 볼 자신이 없다. 도대체 이걸 언제다 챙겨보나. 보지 않았던 드라마이지만, 시즌 15의 19화에 대해서만큼은 여러차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여동생으로부터도, 친구들로부터도 그리고 SNS를 통해서도 이미 이 회차의 줄거리를 들어 알고 있었고, 유명한 장면이 캡쳐되어 돌아다니는 것도 보았더랬다.

처음부터 다 챙겨볼 생각을 하니까 그간 시작도 못햇던건데, 그렇다면 그 회차 한 편만 우선 볼까, 하고 어제 점심 먹으면서 시청하기 시작했다. 여동생이 펑펑 울었다고 한만큼 나도 울거라는 건 짐작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울겠냐, 밥 다 먹을 때까지는 울만한 장면이 아니라 시작일 것이다, 라고 재생했는데, 웬걸, 시작부터 눈물이 나서 아..잘못했구나, 했다.



닥터 '조'는 태어나자마자 소방관 앞에 버려져 애정을 제대로 받지 못한채로 성장했고 지금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친엄마가 어디에 사는지를 알게 되어 찾아간다.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었고 친엄마를 한 번만이라도 만나보고 싶었으니까.

자신이 버려진만큼 조는 엄마에 대해 생각한 게 있었다. 분명 학업도 제대로 못마쳤을 것이고 가난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조가 찾아간 그녀의 친엄마는 남편과 결혼하여 아이들, 강아지와 함께 단란하게 살고 있었고 대학원까지 마치고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는 훌륭한 여성이었다. 이에 조는 절망한다. 엄마가 나를 버린 게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조의 엄마는 조의 그런 원망에 하는수없이 조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일을 털어놓는다. 대학교1학년, 학교의 조교가 끈질기게 데이트하자고 쫓아다녔고, 그래서 알겠다고 대답해 첫데이트를 하게된 날, 그로부터 데이트폭력을 당했다는 것. 싫다고 이러지말라고 하였지만 결국 조교는 대학교 1학년 학생을 강간했고, 강간후에는 웃으면서 좋았다고 말하라고 윽박질렀다. 그날밤 조가 임신되었고, 조의 엄마는 누구에게도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한채 이 아이를 혼자 낳아야 했던 것. 태어난 아이를 보니 모성이 생기긴 했지만, 그러나 아이를 따로 떼어내 생각한다는 게 불가능했다. 자꾸만 자신을 강간한 강간범이, 그 강간이 떠올라 견딜 수 없었던 거다. 그렇게 결국 닷새만에 조의 엄마는 조를 버리고, 자신의 회복을 위해 오래 애쓰다가, 몇년이 지난 후에야 대학원까지 진학해 과정을 마치고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고있다는 거였다.



조는 그런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운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결혼해서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수차례 당했던 이야기를. 임신 중에도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으면 나는 그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겠구나, 싶어서 조는 낙태를 했다. 그 얘기를 엄마에게 하면서 조도 울고 엄마도 우는데, 테이블 위에 놓인 엄마의 손을 조가 잡으려고 하자 엄마는 순간 본능적으로 움츠러든다. 그리고 엄마는 말한다.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았고, 지금 이 순간 너를 만나는 것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조가 이렇게 엄마와의 만남을 떠올리게 된건, 물론 이 일 자체가 잊을 수 없는 사건이기도 하지만, 병원에 성폭행 피해환자가 입원했기 때문이었다. 얼굴과 온 몸에 심한 구타의 흔적이 있는데, 피해자는 의사에게 싱크대에 부딪쳐서, 옆집 아이들과 하키를 하다 다쳐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남자 의사가 들어온 순간 피해자는 조의 손을 저도 모르게 꽉 움켜쥐게 되고 조는 상황을 짐작하며 다른 여자의사를 불러 함께 피해자를 진찰하게 된다. 그녀의 모든 흔적이 그녀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해주는데 한사코 아니라는 피해자에게, 닥터들은 괜찮다고 네가 원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조는 자신이 남편에게 당한 폭력에 대해서 얘기한다. 피해자는 자신의 강간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까봐 그리고 자신을 탓할까봐 두려웠다고 한다. 남편과 빨래 때문에 싸우고 화가 나서 바에 가 혼자 술을 마시다가 강간을 당했는데, 자신이 술을 마셨단 사실과 또 짧은 치마를 입었다는 사실 때문에 남편도 그리고 경찰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책의 말을 늘어놓는다. 내가 그날 왜 술을 마셨을까, 그때 왜 가로등이 꺼진 길로 걸어갔을까. 이에 조와 다른 닥터는 그것이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It was not your fault.


그러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에게 그 말이 제대로 가 닿지 않는다. 그녀는 자꾸 다른 사람들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고 두렵고 고통스럽다. 그런 와중에 남편으로부터 당한 피해를 얘기하는 의사에게 자신이 말한다.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서라면 그것이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자신의 일이라면 일단 자신 탓을 하고 보는건 대부분 여자들에게 공통점인것 같다. 나만 해도 내가 이렇게 했어야 했나, 저렇게 했으면 달랐을까를 가장 먼저 생각하니까. 오래전부터 성폭행은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여성들이 집단 억압을 당한 탓이다. 어두운 거 알면서 왜 그길로 갔지, 술을 왜 마셨지, 내가 왜 그 남자를 만나러 나갔지, 내가 왜 그 남자랑 결혼했지, 내가 왜 말대꾸했지.. 그러나 잘못은 명백하게도 성폭행한 가해자들에게 있다.


피해자는 성폭행으로 인해서 장기가 위로 밀러 올려졌다. 호흡이 점차로 가빠지고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병실 바깥으로 나가 수술실로 이동해야 하는게 너무 두렵다. 피해자는 말한다.


"모든 남자가 그 남자로 보여요."


피해자는 자신을 강간한 남자가 자신을 강간할 남자일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낯선 남자로부터 강간을 당했고, 그런 후에 다른 남자들에 대해 저 남자도 그런 남자일 것이다 두려워하는 건, 당연하다. 그녀는 두렵다. 의사도 간호사도 남자를 보기가 두렵고, 자기를 봐주었던 조가 바깥에 나가려고 하면 날 두고 가지 말라고 손을 꼭 붙잡는다. 조는, 그러겠다고, 당신 옆에 있겠다고 한다. 그리고 수술실에 가는 길도 두렵지 않게 해주겠다고 한다. 조는 피해자가 병실을 나가 수술실로 가는 그 모든 길을 병원의 여자 직원들로 채운다. 그녀의 두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여자직원들을 불러 줄을 세우고 남자 직원들은 그동안 출입금지 시킨다.




그녀를 데리고 수술실로 가는 것도 전부 여자직원들이고 그녀를 수술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도 모두 여자였다.




수술을 집도하는 역시나 여자 의사는 조에게 말한다. 지금 네가 한 일은 규정에 어긋난다고. 조는 대답한다. 알고 있다고. 그러자 집도의가 말한다.


"그런데 그래야만 했어."



성폭행은 피해자에게 치명적 해를 입힌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해를 입혀서 그 후의 일상을 사는걸 아주 힘겹게 만든다. 망가진 몸은 병원에 가 치료를 받는다 해도 그 일을 당했다는 그 순간의 끔찍한 기억은 살아있어 끊임없이 피해자를 괴롭힌다. 며칠 혹은 몇 년이 걸려 가까스로 일상을 회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한다고 해도, 피해자는 트라우마 때문에 언제라도 재경험을 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혹은 책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트라우마는 피해자를 과거의 그 시간으로 다시 끌고 들어가 괴롭게 한다. 성폭행은 그런 것이다.



또한, 조의 경우처럼, 피해자 한 명만 괴롭히는게 아니라 그 사이에 태어날 아이까지도 괴롭힌다. 내가 강간으로 태어난 아이라는 것, 우리 엄마는 강간 피해자였고 우리 아빠는 강간 가해자였다는 것, 나에게도 어쩌면 그런 자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나의 존재가 엄마에게는 고통일 거라는 것.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자꾸 생각하고 의심하게 되는 것. 나를 보면 움츠러들고 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걸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제는 책을 읽었다. 예전에 사두었으나 아직 읽지 않았던 책.
















이 책속에서 오늘 아침, 이런 구절을 만났다.



강간은 우선 다른 폭력에 의한 상처와 동일하면서도 그와 다른 상처를 발생시킨다. 난폭함의 결과이기 때문에 동일하다. 그리고 그 상처가 희생자에게는 접촉에 의해 더럽혀졌다는 생각과 수치심을 각인시키고 훼손당한 인격을 관통하는 모욕감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놓는 데 비해, 폭행한 자에게는 대개 거의 인식되지 않거나 욕망을 해소하는 그 순간 지워져 버린다는 점에서 다르다.

바로 이 더렵혀졌다는 생각이 고소를 방해하고, 희생자에게는 입을 다물게 하고 주변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희생자를 비난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p.41)



그레이 아나토미 속의 피해자가 그랬다. 자신이 비난당할까봐 남편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경찰에 신고도 할 수 없었다. 이에 조는,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모든건 네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그렇지만 혹여라도 나중에 네가 정의를 찾고 싶을 때를 위해서라도 성폭행의 흔적을 채취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강간에는 그 행위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우연히 목격하는 즉시 부인하면서 집단적 의식의 가장 어두운 영역에 묻어버리게 만드는 일련의 이유가 있다. 우선 사회적 제재라는 집요한 위협이 침묵을 강요한다. 성폭력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숨겨야 하는 절대적 필요성이 폭력 그 자체를 덮어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p.48)



피해자(생존자)가 그 일을 덮고 싶어한다면, 그건 피해자의 뜻에 존중해야 한다. 사람마다 극복하는 방법도 또 대처하는 방법도 달라서, 그러는 편이 피해자의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 결정을 따라주어야 한다. 순결한 피해자를 만들려는 세상이, 피해자의 탓을 하려는 세상이 피해자의 입을 다물기를 원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시간들을 견디며 싸우고 싶지 않아서 자꾸 자신의 피해를 숨기고 싶어한다. 그런식으로 폭력이 덮이고, 덮이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이 일어나는 걸 돕는다. 결국, 당한 너네가 잘못이야, 라는 사회의 압박은 '우리가 계속 성폭행할게'라는 뜻에 다름아니다. 우린 계속할테니 입 다물어.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있다. '조르쥬 비가렐로'는 강간의 역사라는 책을 썼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성폭행과 강간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이 에피소드는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시즌 15를 통해 방송된건데, 드라마 속에서는 아버지와 어린 아들을 보여주면서 '동의'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혹여 상대 여성이 즐겁지 않다고 한다면, 그만하라고 말한다면, 무조건 그만두어야 한다고. 어린 아들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나에게 즐거운 것이 상대에게 즐겁지 않다면, 그만두어야 할 것. 또한, 성폭행 피해자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여전히 강간의 피해자가 있고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있지만, 세상의 다른 여자들이 피해자에게 연대하며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덜어주려고 노력하고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끊임없이 말해준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서 아주 여러번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이렇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더이상 숨기려 하지 않고 덮으려 하지 않는 피해자들이 입을 열것이다. 폭력이 덮이는 것을 두고보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묻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이 또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녀가 분명하게 대답하지 못한다면 성관계를 하지 말라.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로빈 월쇼, p.266

















저 말고도 루크에게 폭행당한 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번 유죄 판결이 그들에게 위로가 되고 그들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저는 그 사건이 나를 망치지 못하게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리고 치유과정을 통해 조금씩 회복하는 중입니다. 상담을 받으며 상처를 극복하려 애쓰고, 자기계발에 관한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도움에 기대기도 합니다. 여기 모인 분들은 이제 이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을 인식하고 거기에 맞서 싸울 용기를 얻으셨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복수를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생존자로서 저와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 《강간은 강간이다》, 조디 래피얼,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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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8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08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20-10-08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다락방님이 다락방했다!!

다락방 2020-10-08 20:39   좋아요 0 | URL
응? 무슨 말이지? 이 페이퍼에 귀여움은 1도 없는데? 🙄
 
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 디카페인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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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동안 알라딘 커피 드립했던 것들중 가장 잘 부풀어 올라서 기분이가 좋구먼.
마시자마자 다크 초콜릿의 씁쓸함이 뽝- 왔는데 상품 소개에는 ‘밀크 초콜릿의 단맛‘ 이라고 되어있다. 내 혀 어쩔. ㅋㅋㅋ
다크 초콜릿의 씁쓸함이 먼저고, 산미가 그 다음에 왔다.
알라딘은 디카페인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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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20-10-0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는 카페인이 필요해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지라 디카페인은 손이 잘 안가요. 그런데 이렇게 극찬을 하시니... 맛이 궁금해집니다.^^

다락방 2020-10-08 09:30   좋아요 0 | URL
이거 좋아요, 보슬비님. 이번에 새로 나온 블렌딩 무궁화도 사서 맛봤는데 저는 이 디카페인이 맛이 더 좋았어요. 으흐흐

단발머리 2020-10-07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있는 거 얼른 먹고 도전해야겠어요. 전 사실 지금 마시는 코스타리카 너무 좋거든요. 알라딘 잘한다!!

다락방 2020-10-08 09:30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의외로 커피 맛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딩 2020-10-08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테말라 좋습니다! :-)

다락방 2020-10-08 09:30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딱히 커피 취향은 없는데요, 이 디카페인은 참 좋더라고요. 앞으로 마시다보면 저도 과테말라 라는 취향이 생길까요? 후훗.
 
링컨 라임 시리즈를 시작하겠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옮긴이가 그런 얘길 한다. 영화로 보면 그 영화속 등장인물들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된다고. 정확한 워딩은 그게 아닌데 내가 책이 지금 없어가지고 아무튼 그런 뉘앙스의 글이었는데, 그러면서 옮긴이는 덧붙인다. 링컨 라임 역의 덴젤 워싱턴이야 그렇지 않지만, 색스 역의 안젤리나 졸리를 이미 본 이상 시리즈를 읽어가며 색스 역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는 게 불가했다고. 나 역시도 그렇다. 링컨 라임이 사건을 해결하는 '머리'지만 그의 덴젤 워싱턴 이미지가 흐릿하다면 색스는 안젤리나 졸리가 너무 퐉 떠올라버려. 아무튼 이거 네이버에 굿 다운로드 있던데 다운 받아 다시 봐야겠다. 영화에서는 색스의 이름이 '섹스(sex)'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도나위'로 바뀌었다고 한다. ㅎㅎ



처음에는 대립했던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는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점점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줄거리는 먼댓글로 쓴 리뷰 참조) 링컨 라임은 사고로 목 위와 왼쪽 약지 말고는 모든 몸의 부분이 마비되었는데, 색스는 그런 라임의 눈과 발이 되어 현장에 직접 가서 관찰하고 증거를 수집해서 라임과 수사에 협동하는 거다. 그러다보니 함께 얘기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러다보니 밤이 깊어지고... 그래서 라임은 색스에게 자고 가라고 한다. 모든 몸이 마비되어 침대에 누워있기만 하는 라임이 같이 일하는 여자 동료에게 늦었으니 '자고 가라'고 하는 것은, 설사 라임이 색스에게 성적 매력을 느꼈다고 해도 상대에게는 성적인 뉘앙스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소파에 누워 색스가 잠을 청하는데, 자신이 잠들기 전에 전(前)남친은 책을 읽어주었었다며, 자기 잠들기전까지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뭐지?"

"읽어주세요. 이 책 아무 내용이나. 닉하고 같이 지낼 때는 …."

말끝이 흐려졌다.

"뭐?"

"같이 지낼 때는 잠들기 전에 닉이 큰 소리로 읽어주곤 했어요. 책, 신문, 잡지… 가장 그리운 기억 가운데 하나가 그거예요."

"난 낭독 솜씨가 별로야. 꼭 범죄 현장 보고서 읽듯 하거든. 한 가지 기억나는 게 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야. 차라리 현장 이야기를 몇 가지 해줄까?"

"그럴래요?" (p.414)



함께 지내던 예전의 남자친구는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었는데 그 기억이 너무 그립다, 지금 당신이 내게 그걸 해주면 안되겠냐, 하는데 라임은 나는 낭독은 별로니까 이야기를 해줄게, 라고 대꾸한다. 만약 시리즈가 거듭되어 이들이 함께 잠드는 시간이 반복된다면, 라임의 이야기는 또 하나의 습관이 될 것이고 훗날 색스에게 그리운 기억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겠다.


책을 읽어주는 건 꽤 낭만적인 일이다. 어린 시절에 누가 내게 책을 읽어주었는지에 대해서는 몇 번이나 언급했지만 전혀 기억이 없고 성인이 되어서도 없다가, 몇 년전에야 비로소 잠들기전 무서워하는 나에게 그 당시 연인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어준 적이 있다. 그 기억은 색스처럼 내게도 그립고 소중한 기억인데, 그러나 나는 그가 읽어주는 걸 들으면서 잠드는 습관까지 만들 시간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읽어주는 책을 듣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 수는 있다해도, 그걸 들으면서 잠을 자는 건 또 다른 문제인것 같다.


나는 책 읽는 거 너무 좋아하고, 잠들기 전에 한 장이라도 읽고 자기 위해 노력한다. 그 날 하루 너무 지쳤다해도, 그런 지친 나를 풀어주는 게 책을 읽는 시간인거다. 책을 읽으면 비로소 업무를 했던 나, 회사에 다녀온 나, 지친 나를 달래주는 것 같달까. 어떤 날은 침대에 앉아 잠들기전 책을 펼쳤다가 한장도 채 읽기 전에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한 장만 읽고 자야지 했다가 새벽이 되어가도록 책장을 넘길 때도 있다. 나는 그런 모든 순간을 좋아한다. 더 읽고 싶지만 잠이 쏟아져서 책장을 덮고 잠을 청하든, 내일을 위해 자야하지만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읽기를 멈출 수 없든, 그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좋다. 앞으로도 잃고 싶지 않은 순간들 속에 바로 그 잠들기전 책읽기가 있다.


책을 읽는 것은 내게 은밀한 행위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너무 좋아하지만, 그 책 속의 이야기에도 나는 무척이나 빨려 들어가는 편이다. 등장인물이 되기도 하고 또 주변인물이나 완전한 관찰자가 되어서 나에게 있던 일들을 떠올려보는 그 순간순간들은 사실 누구랑 공유하기가 완전하지 않다. 완벽한 건 내가 책하고 동화되는 것이지, 내가 그 때 느끼는 그 감정들을 바깥으로-이렇게 글을 통해서라도- 드러내는 순간, 그것은 상대에게 내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어질 수 있으니까. 게다가 내가 느끼는 감정의 크기나 농도를 어떻게 제대로 전달한단 말인가. 책을 읽는 순간은 그래서 내가 혼자가 되는 시간이고, 혼자인 게 가장 완벽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얘기를 왜이렇게 길게 하고 있냐면, 나는 나 잠잘때까지 책 읽어주는 건 싫다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내가 읽고 싶어.


그러니까 읽어주는 거 좋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목소리가 좋은 사람.. 이 나랑 같이 공유하자고 읽어주는 거 하나의 특별하고 짜릿한 이벤트가 될 수 있고, 그 이벤트를 습관으로 만들 수도 있다. 잇츠 오케이. 굿. 베리 굿. 벗, 잠잘 때는 낫 오케이.. 잠자기 전에는 내가 읽을게... 만약 내 옆에 잠드는 사람이 색스처럼 내가 책 읽어주기를 원한다면, 그건 오케이. 내가 해줄 순 있다. 그런데 나 잠들때까지 책 읽어주는 건 하지마..그건 내가 알아서 한다.



쓰다보니 책읽기야말로 혼자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행위가 아닌가 싶다.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닌 시간. 책을 읽는 사람들은 외로움을 덜 느끼지 않을까? 나는 오래전부터 심심함과 외로움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건 아마도 내가 책읽기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다 나는 브래지어 차림의 색스를 만나게 된다.

그러니까 여차저차한 일들이 일어났고 색스는 또 라임의 집에서 자야하나? 하는 순간이 생기는거다. 첫밤과는 달리, 그리고 그때로부터도 시간이 좀 지났으니, 라임은 색스에게 자고 가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제 거기엔 그전보다 조금 더 큰 감정이 들어가있다.




라임은 생각했다.

젠장, 말해, 말하라고. 무슨 일 있겠어?

라임이 불쑥 말했다.

"여기서 자고 갈 건가? 음, 늦었으니까. 자네 집은 지문반이 한참 더 수색을 해야 할 텐데."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강렬한 기대감이 솟구쳐 올랐다. 라임은 그런 자신에 대해 화가 치밀었다.

아, 집어치워.

색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그러죠."

"좋아."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면서 라임의 턱이 떨렸다.

"잘됐군, 톰!"

음악을 들으면서 스카치를 마시자. 유명한 범죄 현장 이야기도 더해줘야지. (p.49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집에서 자고 갈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좋지 않나. 물론 이 둘이 연인 관계가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친밀함을 느끼고 있잖아. 자고 갔으면 좋겠다. 자고 가는건 섹스가 없어도 굉장히 친밀하잖아. 무언가 밤을 함께 보낸다는 것. 물론 눈감고 잠자고 각자의 꿈을 꿀지언정, 그건 뭔가 특별한데, 별 뜻 없는것처럼 보이게, 무심한듯 물어야지, 그러나 나는 네가 우리집에서 자고 갔으면 좋겠어, 라는 마음같은 거 너무 폭발할듯 잠재되어있고, 그래서 자고 갈래? 어차피 너 집에 가기 늦었잖아, 라고 하면서 대답을 기다리는 거 아 너무 심장 쫄깃하다. 안자도 괜찮아, 가고 싶으면 가, 그런 투로 말하지만 내 심장은 폭! 발! 속에서는 자고가라자고가라자고가라자고가라 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자고 간다고 하니까 좋아서 팔짝 뛰면서 자기 전에 어떤 시간을 보낼지 생각하는 거 진짜 너무 좋다. 이런건 진짜 너무 좋지 않습니까.



아무튼 자고 간다고 했잖아? 톰은 라임을 돌보는 라임에게 고용된 간호사이며 비서인데, 라임은 톰에게 소파에 잠자리를 봐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색스는 됐다고, 소파는 불편하다고 한다. 그렇게 톰을 내보내고 문을 닫고서는 아아, 색스는 라임의 침대로 들어간다. 라임의 옆에 눕는다. 인생이여... 남과 여..... 한침대에 눕는다.

그런데 이 둘은 섹스를 할 가능성이 없다. 서로 섹스를 생각하고 같이 자는게 아니야. 어쨌든 잠자리는 편해야 한다.




색스는 신발을 벗어 던지고 스웨터와 티셔츠를 벗었다. 안에는 레이스 브래지어와 헐렁한 면 팬티 차림이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여자가 남자의 침대에 들 대 발휘할 수 있는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며 클리니트론 침대에 누워 있는 라임의 옆자리로 올라갔다. 색스는 구슬 속에 몸을 잔뜩 묻으며 웃었다.

"이 침대 끝내주네요."

색스는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켜고 눈을 감은 채 물었다.

"괜찮죠?"

"괜찮아." (p.498)



구슬이란 단어에 뭔 구슬?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미리 밝혀두자면, 그건 클리니트론 침대를 의미한다. 처음 환자가 누워있는 이 침대에 대한 묘사가 책에서 나온다. '공기 유동침상인 클리니트론은 실리콘으로 코팅된 유리구슬이 거의 1톤가량 채워져 있'(p.51) 다고. 그 구슬이다.


나는 이 장면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리고 책을 다 읽고서도 계속 생각났다. 옷을 벗고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으로 남자 옆에 가 누워 자는 것에 대해서 나는 자꾸 생각했다. 나라면? 나라면 어떻게 할것인가.


아, 이거 제프리 디버 까자고 쓰는거 아니고 순수하게 그냥 궁금해서 쓰는거다.


그러니까 여자들끼리 여행을 가도 어떤 친구들은 잠자리에서 브래지어를 벗지 않는다. 원래 잠자리에서 벗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고 타인과 함께라면 그게 누구든 브래지어 벗는걸 꺼려할 수도 있다. 그러니 색스가 브래지어를 한채로 잠자리에 든 것, 게다가 성인 남성과 자는 것이니 더욱이 뭐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라면? 자꾸 나라면?을 물어보게 된다.


나의 경우 잠자리에서는 브래지어를 푼다. 잠자리에서가 다 뭐람. 집에 가자마자 벗어던지는데. 때로는 사무실에서도 답답해서 가서 벗고 온다. 물론 위에 입은 것들이 노브라 상태를 별로 티내지 않을 거라 생각될 때 그러기는 하지만. 사무실에는 성인 남성이 수두룩해서 노브라 상태가 티나는 채로 있을 수가 없다. 집에서 노브라로 있으면서 남동생이 보고 기겁을 하길래, "야, 너 있는 젖꼭지 나도 있어. 근데 왜 나만 가려." 이렇게 남동생을 노브라 차림에 익숙하게 만들긴 했지만, 내가 회사의 남자 동료들에게 일일이 "당신도 젖꼭지 있고 나도 젖꼭지 있소, 그러니 이상하게 보지 마시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그렇지만 집에 가자마자 이 답답한 브라자 태워버려! 이러면서 막 벗어던진단 말이다. 게다가 여성 동료들 또 여성 친구들과는 좀 더 편한 브라를 찾기 위해 엄청 노력한다. 했지만 답답하지 않은 그런 브라를 찾으면 공유한단 말이야? 그러나 지금까지 살면서 브래지어를 한다면, 와이어가 없는 브라, 끈없는 브라, 브라렛, 브라탑 등등, 뭐든 하면, 그건 일단 가슴에 압박이 가해진다. 그 무엇도 안한것 같은 느낌을 주진 않는다. 했으면서 안한 느낌을 줄 순 없는 것이다. 하다못해 그 뭣이냐, 안한 상태의 편안함은, '우리 브라 짱편해! 안한 느낌이야!' 하는 어떤 브라라도 똑같이 줄 수가 없는거다. 그러니까, 나는 잘 때 브래지어를 착용한 채로 잘 수가 없다. 못해. 못한단말야.


그래서 내가 저 상황에 나를 대입해봤다. 나라면. 그러니까 그 남자와 섹스할 가능성은 없고 섹스할 의지도 없어, 그런데 그 남자랑 친밀해, 우리가 한 침대를 써야해, 잠자리에서 편하고 싶어, 라면. 나는 티셔츠를 벗고 브래지어 차림으로 눕는 대신, 브래지어를 던지고 티셔츠만 입고 누울 것 같은 거다. 아무리 백번 천번 생각해도 그렇다. 레이스 브라 차림으로 남자 옆에 눕는 건, 예쁘게 보일 수 있지만 편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뭐 브라한 상태가 너무 익숙해서 하고 자는 거 아이 돈 케어 라고 할 수 있고, 그런 사람들도 당연히 있겠지만, 나는, 뭔가 벗어야 한다면 그건 브라여야 할 것 같은 거다. 만번째 물어도, 섹스 안하고 한침대에서 성인 남성과 눕게 된다면 나는 브라를 벗고 티셔츠를 입겠어.... 잘 때만이라도 가슴을 해방시켜주자!!



물론, 나라고 해서 잠자리에 들 때 언제나 브라를 벗는 건 아니다. 부러 신경써서 브라를 입은 적도 있다. 그렇지만...그만두자, 이런 얘긴.....부질없어. 뭐하러 꺼내는거람? 그만둬, 닥쳐! 다 과거의 일일뿐..... 과거란 무엇인가. 현재란 무엇인가. 변화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음.......




아무튼 그래서 링컨 라임 시리즈를 죄다 읽어봐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3권인가 4권인가는 품절이네? 중고로 사면 되긴 하는데 왜 품절이람? 흐음..
























아휴 세상에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싫으면서 좋다. 아무튼 지금 내게 책이 두 박스 오고 있다. 책 인증샷은 다음 페이퍼에... 두구둥-

문학적으로다가 시 한 편 놓고가겠다.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


1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

당신은 말한다 조용한 눈을 늘어뜨리며


당신은 가느다랗고 당신은 비틀려 있다


그럴 수 없다고, 나는 말한다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가만히, 당신은 서 있다 딱딱한 주머니 속으로

찬 손을 깊숙이 묻어둔 채 한동안 오래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것이다

행인들에게 자꾸만 치일 것이고

아마도 누구일지 모르는 한 사람이 되돌아오고

따뜻한 커피를 건넸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겨울이 갔던가



2

오늘은 고통과 죽음에 대한 장을 읽고 있다

이 책을 기억하는지

연필로 한 낙서를 지우지 못하고 도서관에 반납한 내게

겨울에, 당신은 묻는다 아무래도

이 책의 삼십칠 페이지에 있는 글씨가 내 글씨 같다고

안녕? 페이지 숫자가 마음에 든다



3

편도를 타고 가서 돌아오지 말자.

옆 에티블에서 젊은이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말들 끝에 찻잔을 비우고 헤어진다

희미한 그림자들로 어떻게 

대낮의 거리 한복판을 버티어낼까 망설이며

길 끝으로 사라져가고 있을 것이다



4

어느 거리에선가,

당신은 누구일지 모를 한 사람을 만날 것이다

가느다랗고, 비틀리는 누군가를

그리곤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





그럼 이만... 빨빨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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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10-07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걸 알게 되면, 우짰든 재미나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0-07 10:46   좋아요 0 | URL
책 읽는 걸 말씀하시는거죠? 모르는 걸 알게 되는 것도 재미있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도 재밌어요. 대체적으로 이야기라는 건 그 자체가 재미있는 것 같아요. 후훗.

Falstaff 2020-10-07 10:59   좋아요 0 | URL
당연하지요!
전 영화 <본 컬렉터>를 끝까지 못봤거든요. ㅎㅎㅎ

다락방 2020-10-07 11:17   좋아요 0 | URL
저는 ‘봤다‘는 사실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으니 폴스타프님과 쌤쌤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0-10-07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스도 링컨 라임에게 마음이 있는거죠. 그니까 침대에 가서 누운거예요. 그러면
브래지어와 팬티차림으로 자든 티셔츠만 입고 자든 꼬시기 위한 전초전인걸요. ㅎㅎ 막 스포 뿌리고싶은데 참고 갑니다. ㅎㅎ

다락방 2020-10-08 09:31   좋아요 0 | URL
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2,3권 샀어요, 바람돌이님. 아이참 스포 뭐야. 말씀하시지 마세요! 제가 읽겠습니다. 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들 다 언제 읽는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0-0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잭 리처 시리즈도 아직 다 못 읽었는데, 링컨 라임 시리즈라니요!!!
님아 가지 마오!!!

다락방 2020-10-08 09:3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설마하니 제가 잭 리처 시리즈 다 읽었겠습니까? 잭 리처도 방황하면서 이곳저곳에서 여자들 만나고 다니는데, 저도 다른 남자 좀 만나야하지 않겠어요? 이번 남자는 링컨 라임이다, 빠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20-10-07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에서 라임이 잠든 줄 알고 졸리가 손이며 팔을 살살 쓰다듬는데(두근두근;) 라임이 ˝이거 장애인을 희롱하는 거 아니냐˝비슷한 표현을 하며 눈을 뜨고 씩 웃는 장면이 참 좋았어요ㅎㅎ♡

다락방 2020-10-08 09:32   좋아요 0 | URL
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 봐야겠어요. 볼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다운 받아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컬렉터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 링컨 라임 시리즈 1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제프리 디버'의 《본컬렉터》를 어제 다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열심히 읽었지만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는 중에도 걸어가면서 읽었다. 일전에 '혹시 저 알츠하이머 초기 아닐까요?' 라고 상담받으러 갔을 적에 닥터가 내게 걸으면서 책 보지 말라고 했었는데, 나는 의사의 말을 금세 어기고 걸으면서 또 책을 보았고..집 앞 횡단보도에 이르러서야 책장을 덮었다. 날이 너무 어두워져 글씨를 보기가 힘들었어..

그렇게 집에 가서는 자기 전에 침대 위에서 책을 펼쳤다. 뒤에 얼마 안남았기 때문에 마저 다 읽고 자고 싶어서. 그런데 뒤로 넘길수록 반전에 또 깜짝 놀랄 반전이... 우와. 이 사람도 이야기를 참 잘 만들어내는구나! 검색해보니 이 시리즈가 국내에 10권 이상 번역되어 있던데,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다 써냈을까? 어쩌면 작가란 타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고로 몸을 쓸 수 없고 침대에 누워있어야만 하는 '링컨 라임'은 뉴욕형사들의 부탁으로 연쇄살인범을 함께 찾아주기로 한다. 증인은 잘못 볼 수도 있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만 증거는 언제나 사실만을 말한다고 생각한 그는, 사고를 당하기 전에 언제나 뉴욕 시내를 걸어다니고 책을 읽으면서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것을 머리에 넣어두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현장의 증거들로 그는 상황을 그리고 범죄자의 심리를 짐작할 수 있고 이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가 건강해서 직접 현장에 가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하는 처지라, 그는 이번 살인사건 현장을 가장 먼저 발견한 순찰 경관 '아멜리아 색스'를 불러 현장 요원이 되어달라 부탁한다. 아멜리아 색스는 그렇게 링컨 라임의 눈과 발이 되어 처음으로 현장을 관찰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일을 하게 된다.


라임은 순찰경관이면서 사건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색스의 처음 담대한 결정에 그를 현장 요원으로 부른건데, 단순히 조용하게 순찰경관으로 살고 싶었던 색스는 갑자기 현장요원으로 불려간 게 너무 부담이 되고 싫다. 그러면서 폭력과 살인에 노출된 피해자를 보는 것도 너무 끔찍하고. 라임과 색스는 그래서 처음엔 불화한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해 가는 시간동안 그들은 점점 서로의 생각을 읽게 되고 친밀해진다. 라임도 언급하는데, 어쩌면 뛰어난 미모의 색스가 자신이 남자로서 그녀에게 위협이 될 수 없을걸 인지하기 때문에 그녀 역시 자신을 편하게 생각한거라고 추측하게 된다.


색스가 현장 증거 수집에 더 능숙해지는 것 그러니까 실력이 향상되는 걸 보는건 즐겁다. 두렵지만 자꾸 앞으로 가려고 하는 것도 짜릿하게 좋고. 이미 능숙한 중년의 남자와 이제 시작인 젊은 여자를 배치한 건 너무나 뻔한 설정이고 또 그녀가 누가 봐도 다시 돌아볼만한 미인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남자작가의 한계인가 싶지만, 색스는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주장을 펼치고 사과해야 할 때는 사과를 하며 반항해야 할 때는 반항을 한다. 고집스런 여성인 것이다. 점점 더 실력이 향상되어가고 성장하는 여주인공 색스인 것은 너무나 좋지만, 다시 남자 작가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은, 그런 그녀 조차도 다른 사람을 욕하기 위해 그리고 흉보기 위해 '계집애같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물론 여자도 여자를 비하하고 혐오할 수 있지만, 이렇게나 주체적이고 피해자의 입장에 서는 그녀가 툭하면 '계집애같이'라며 다른 남자 형사들에 대해 생각할 때면, '색스, 당신에게 계집애는 어떤 사람인데요?' 묻고 싶었다. 계집애는 대체 뭔데 비하와 멸시의 용어가 되는것일까? 계집애는 어떤데요, 제프리 디버? 계집애가 뭐가 어쨌길래요?



무엇보다 좋은 건 색스가 끝까지 피해자의 편이라는 것이다. 연쇄적인 살인에 결국 FBI 가 수사권을 가져가게 됐을때, FBI 요원은 범인을 찾기 위해 모든 기술을 총동원하고 에너지를 쏟지만, 그러나 지금 어딘가에서 피해를 당하고 있을 피해자에 대한 색스의 언급에는 '범인을 잡으면 구할 수 있다'고 하는 거다. FBI 요원에게는 범인을 잡는게 가장 우선이었고, 그것은 당연하지만 그러나 색스는 이미 어딘가에서 죽어가고 있을 피해자를 살리는 게 급선무다. 결국 그녀는 모든 증거를 가지고 다시 라임에게로 몰래 도망와서는 피해자를 찾아보자고 그래서 구하자고 한다. 그녀가 피해자를 결국 구해내는 장면장면들은 그녀의 의지였다. 피해자를 구해야한다, 라는 그녀의 생각이 이 책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었다. 자신을 지휘하는 사람에게도 "피해자는요?" 라고 물을 수 있는 그 지점이 너무 좋다.


또한 연쇄살인범이 등장하지만 모든 피해자가 계속 죽어나가는 게 아니다. 그 점도 너무 좋다. 일전에 그 뭣이냐..그 일본 소설..머리에 비듬 가득한 탐정 나오는 소설에서는 죽고 또 죽고 죽어도 해결을 못하는 이야기라 너무 싫었는데, 제프리 디버는 그의 소설 속에서 수사하고 추리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는 것을 피한다. 윽 죽지마, 그렇게 죽이지말란 말이야, 라는 간절한 바람이 작가에게 들린것 같았달까.


여담이지만, 어딘가에서 본 제프리 디버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이와 동물을 해치지 않고 성폭행을 다루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고 했다. 살인이나 고문장면은 실제로 묘사하지 않는다고. 그러면서도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범죄소설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은 그의 능력이다. 그래, 아이와 동물을 해치지 않고 성폭행을 다루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하다!



제프리 디버는 이 연속된 살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만으로 이야기꾼이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여기선 이제 어떡하지' 하는 지점에서도 그 다음 장면들을 착착 펼쳐낸다. 이를테면, 침대에 누워있어야만 하는, 목 위를 제외한 몸이 마비된 자가 위험에 처한다면 그 때는 어떻게 될것인가, 아니, 이제 이 사람이 어떡하나, 할 때 조차도 그 다음장면들을 그려낸다.



색스가 굳이 그렇게 어마어마한 미인일 필요가 있었을까 싶고 읽기 전에는 이 둘이 결국 로맨스로 끝난다는 누군가의 리뷰에 뜨악했었다. 굳이 이 둘에게 로맨스를 줘야했나 싶은거다. 그런데 읽고나니 이 둘에게 있는 것은 우정 쪽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상처를 갖고 있고,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을 알아보며 가까워지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니. 이 둘에게는 그런 식의 친밀함이나 우정이 찾아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 이성적인 감정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다. 이미 라임의 머릿속에는 색스를 보면서 미인, 미인의 권력 이란 단어 같은 것들이 떠올랐으니까. 앞으로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이 둘 사이에 로맨스가 찾아온다면 그건 또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감당할 밖에..



나는 이 책의 다음 시리즈를 주문했고 지금 내게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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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응, 자고 갈게.
    from 마지막 키스 2020-10-07 10:11 
    이 책을 다 읽으면 옮긴이가 그런 얘길 한다. 영화로 보면 그 영화속 등장인물들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된다고. 정확한 워딩은 그게 아닌데 내가 책이 지금 없어가지고 아무튼 그런 뉘앙스의 글이었는데, 그러면서 옮긴이는 덧붙인다. 링컨 라임 역의 덴젤 워싱턴이야 그렇지 않지만, 색스 역의 안젤리나 졸리를 이미 본 이상 시리즈를 읽어가며 색스 역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는 게 불가했다고. 나 역시도 그렇다. 링컨 라임이 사건을 해결하는 '머리
 
 
moonnight 2020-10-0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서 졸리씨와 워싱턴씨 커플이 자동연상 되어요 호호^^ 참 잘 어울렸는데♡

다락방 2020-10-07 10:47   좋아요 0 | URL
저 2,3권 주문했어요. 으하하하하.
영화 너무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안나더라고요. 다시 봐야겠어요. 아 책 재미있어요. 저 링컨 라임 시리즈 다 읽을거에요!!

바람돌이 2020-10-07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12권에서 링컨 라임 너무 멋있거든요. 전 남녀관계에서 저렇게 교과서적으로 쿨하고 멋진 남자 처음 봤어요. ㅎㅎ 그니까 꼭 12권까지 보세용... ㅎㅎ

다락방 2020-10-08 09:33   좋아요 0 | URL
저 이제 2,3권 샀는데 12권까지 언제보죠?
그런데 4권이 품절이에요 ㅠㅠ 중고 사면 되니까 뭐 ㅠㅠ 그런데 깨끗한거 사고 싶다 ㅠㅠ 아무튼 12권까지 달려보겠습니다. 그 길에 함께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