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몹시 힘들고 지치는 하루였다. 개인적으로 온종일 신경쓰이는 일이 있어 몹시 힘들었다. 어제는 지친 마음이 나를 온통 지배했고, 일어나면 나아져있겠지, 했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새벽에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떠서는 말똥말똥 천장을 쳐다보았다. 왜이렇게 힘들까. 나는 어제 집에 돌아가면서 나와 사주팔자의 일간이 같은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나 요즘 너무 힘들어서 미칠 것 같은데 너는 지내기 어때? 이 친구와는 가끔 만나서 너 요즘 어땠어? 나 힘들었는데 너 괜찮았어? 묻곤 했기에 이번에도 물었던 것.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 나 너무 힘들어서 상담도 받았어, 라고 답해왔다. 올해는 몇몇 인물들이 나를 지독하게 괴롭힌다. 특별히 투닥거리며 싸운게 아닌데도 아주 지독하게 괴롭힌다. 잊자고, 신경 끄자고 계속 생각하지만 잘 안된다. 괴롭다.


토요일에 치아바타를 구워야겠다.


그와중에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간 소식을 접했다. 아니, 이분들...다들 열심히 살고 계셔. 멋지다. 새 작품 퐁퐁 내주시는 거 너무 반갑고요. 일단 이승우 님의 책은 주문해서 토요일에 배송예정이다. 뭣땜시 늦는당가...
















《어린이라는 세계》는 김소영 작가의 신간이다. 워낙에 블로그에 올려진 글들의 조회수가 높았으니 책으로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 터. 어제 김소영 작가는 본인의 트윗을 통해 올해 가장 잘한일로 금요일 연재를 꾸준히 했다는 걸 꼽던데, 나는 이 책을 냈다는 것도 훗날 돌이켜보았을 때, '와 내가 진짜 잘한일이다'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좋은 글들이다. 물론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김소영 작가는 알라딘의 '네꼬' 님이다. 김소영 작가의 이 책은, 기존 김소영 작가의 책들처럼 당연히,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어린이라는 세계에 접근하는 일은, 내가 장담하건대, 결코 후회하지 않을 일이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도덕적 혼란》은 단편집이라고 한다. 애트우드는 오만년전에 도둑신부를 읽고 작년에 시녀이야기를 읽었던 바, 아직 읽지 못한 많은 책들이 있고... 그중에 몇 권은 사서 또 쌓아두고 있는데...(인간이여.....나여.........) 또 나오면 또 사야되고 막 그렇습니까?


신간 뭐 나왔나 훑어보다가 이승우 소설 보고 으앗 뭐야, 왜 이승우 신간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나...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그리고 이런 책들을 읽고 있다.

















여성괴물은 뒤에 후기만 남겨두고 있으니 곧 다 읽을 것이다. 좋은 독서였다. 주군의 여인은 1권을 거의 다 읽어가고 있는데, 이거 너무 재미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주의 남편이 진짜 찐따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너무 대단해, 짱이야' 라고 생각하는 못난이 오브 못난이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반면 주군의 여인의 남주는.... 뭐랄까, 맨스플레인 대마왕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읽다가 오잉? 했던 부분이 있다. 우리 쏠랄..쏠랄이가, 여자를 유혹하겠다고 앉혀놓고서는 주절주절 말 졸라 많은데, 뭐 다 틀린 말은 아니지마는, '그래 틀린 말 아니지, 그런데 그래봤자 어차피 너 변장해가지고 여자 방에 몰래 침입한 새끼잖아, 추잡한 새끼' 막 이렇게 되어버려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지가 잘생긴 거 지가 아는 쏠랄이가, 안나 카레니나를 언급한다.



안나는 멍청한 브론스끼의 육신을 좋아한 거고, 오직 그뿐이오. 아무리 아름다운 말을 해봐야 그것은 수증기처럼 공허한 것, 고깃덩이를 가려주는 레이스 장식일 뿐이오. 왜 이리도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냐고 묻고 싶소? 내가 유물론자 같소? 생각해보시오. 만일 브론스끼가 내분비계 질환이 있어서 비만 상태였다면, 복부에 지방이 30킬로그램, 그러니까 100그램짜리 버터 300장이 들어 있었다면, 그래도 안나가 첫눈에 사랑에 빠졌을 것 같소? 결국 고깃덩이의 문제요! 그러니 아무 말 마시오. -주군의 여인1, p.474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이거 읽으면서 만약 브론스끼가... 진짜 .... 100그램짜리 버터 300장.... 배에 품고 있었다면, 그들이 그런 뜨거운 사랑을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도 드는 거다. 아아, 역시 고깃덩이의 문제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네 ㅋㅋㅋㅋㅋ고깃덩이의 문제다. 내분비계 질환..... 아 쏠랄....... 그러니까 인간은 어차피 고깃덩이에 끌리고 자기 고깃덩이 너무 훌륭한 거 자기가 아니까 안훌륭한것처럼 변장해서 진실한 사랑을 갈구했다..... 뭐 이런 뉘앙스로 그의 잘못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지마는, 그것은 자기 자신의 생각과 태도였고, 자기 잘생긴거에 대한 어떤 자기의 그 뭐시냐..거시기..뭐 그런 거였던 것 같은데, 그건 진짜 순수하게 너 자신만의 것이고, 그렇다고해서 아아, 니가 그래서 변장해서 몰래 숨어들었구나, 라고 이해해줄 순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 맨스플레인 쏠랄이여. 아무튼 브론스끼 지방 30킬로그램.. 너무.... 나잖아? 흐음... 그렇다면 나는 사랑에 빠진 적이 없느냐, 하면,



물론 안나와 브론스끼 사이에 지방 30킬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그 사랑은 시작되었고 뜨거웠다고 나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그러나 사랑이 반드시 고깃덩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라고 나는 항변하고 싶다. 어떤 사랑은, 어떤 사람은 고깃덩이 때문에 사랑을 시작하긴 하지만, 내 경우에는 버터 100그램짜리 배에 300장 들러붙어 있어도, 만난 첫 순간에 사랑에 빠진 적이 있거든. 나도, 그리고 상대도. 그래서 만난 첫날 드럽게 뜨거워서 막 불타오르네~ 했던 적이 있단 말이다. 내 고깃덩이는 형편없지만, 그러나 고깃덩이 아닌 다른 무엇이 상대를 건드렸던 것. 나는 그 다른 무엇이 내게 있음에 자랑스럽다. 그렇다면 그 당시 나는 상대의 고깃덩이와는 전혀 무관하게 그에게 끌렸느냐 하면..... 솔직히 나는 그의 고깃덩이도 좋아했다. 그의 고깃덩이와 나의 고깃덩이와 만나 일으키는 작용을 나는 몹시 좋아했더랬다. 내가 육식동물이라 그런것인가.... 기억나니 고깃덩이야, 너의 고깃덩이를 나에게 자랑스레 보여주던 일....나는 너의 고깃덩이가 푸시업 할 때 정말 뜨겁게 욕망에 시달렸지. 푸시업은 그런게 있어? 나는 푸시업만 보면 약간 정신이 헤롱거려? 푸시업 만세!!



그래, 쏠랄, 네 말이 맞아. 안나가 기차안에서 만난게 그런 모습의 브론스끼 였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거지. 버터 30장이라면 그건 이루어지지 않았을일이야. 그래, 그건 맞다. 인정한다. 그렇지만 사랑이 꼭 그런건 아니라는 것도 내가 말해주고 싶다.

아니 근데 쏠랄은 여자 꼬시겠다고, 내가 너를 지금부터 유혹할거야, 하고 여자 앉혀놓고 장광설 어마어마하고..남자들 왜케 장광설 심한거야? 영문을 모르겠네.. 그래서 1권이 다 끝나가도록 아직 사랑을 시작도 안해. 어쩔라고 그러는거? 아무튼 장광설 쏠랄도 그렇고 남편 됨의 그 한심한 업무 태도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긴 캐릭터고 너무 현실적인 캐릭터다. '나는 왜이렇게 잘났을까' 생각하는 못난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중쇄를 찍자는 일단 1권만 주문하길 천만다행. 1권도 다 못읽고 있다. 몇 장 넘겨보니 안읽고 싶어져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팔아버릴라고 했더니 매입불가 상품이래. 하하하하하. 여러분 중쇄를 찍자 1권 읽고 싶으신 분, 댓글 달아주시면 걍 제가 읽은 거 보내드릴게요... 택배비 제가 부담합니다. 어차피 팔지 못할 책이니 선물... 샤라라랑~ ♡



아 이래도 기분이 안좋다. 계속 마음 쓰이고 신경 쓰이고 ㅠㅠ 글 쓰면 좀 나아져야 되는데 ㅠㅠ 힝


아무튼 월급 타면 애트우드 사고, 김소영 신간도 사고, 푸코도 막 사고, 올리브 키터리지 신간도 사고 막 다 사고 그럴거다. 이러면 월급 타기 전에 책 안사고 있는 것 같지만 어제 벌써 스누피 일력 받게 주문 하나 마쳤지롱. 그리고 월급날 살 거는 김소영과 애트우드 포함해서 성의 역사 2-4 권!! (이번 달에도 과연 다락방은 완독할 수 있을 것인가. 두둥-)


















아, 그리고 어제의 주문에는 '샤론 볼턴'의 희생양의 섬이 들어있다.
















재작년인가 읽고 팔았던 책이고 샤론 볼턴의 책 중에서는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어제 미국 대선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이 책이 너무 생각나는 거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백인 남자들이 섬 하나를 자기들것인양 대하는 태도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거다.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왜 다들 늙은 백인남자인걸까, 요즘 뉴스를 볼 때마다 생각했던건데, 어제 트럼프가 자기 승리다, 바이든이 자기 승리다, 하는 거 보면서 늙은 백남 둘이서 잘들노네 싶었던 것. 그러자 퍼뜩 샤론 볼턴이 읽고 싶어진거다. 지금 읽으면 희생양의 섬 그 때와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서. 뭔가 더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아.. 사두고 안읽은 책들이 수두룩한 가운데 읽고 판 책 다시 사는 나란 여자 무엇.... 나도 참 나다... 어떤 고깃덩이 되게 보고싶네.



내가 많이 약해져있는 것 같다. 희생양의 섬, 빨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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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11-0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심지어 브론스키는, 대머리이기도 하잖아요!!!
쏠랄이 <안나...>를 제대로 안 읽은 겁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1-05 11:24   좋아요 0 | URL
폴스타프님, 대머리는 어떤 그 뭣이냐..강한 고깃덩이美..고기미의 상징 아닙니까? 제가 좋아하는 제이슨 스태덤도 대머리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도 브론스키가 대머리였는지는 몰랐네요. 저도 제대로 안읽었나봐요. 브론스키 대머리였어요? 하하하하하.

Falstaff 2020-11-05 11:29   좋아요 0 | URL
니옙. 대머리한테 그런 맛? 멋? 하여간 그런 건 있지요.
브론스키는 대머리에다가 물론 버터 30kg은 아니지만 배도 나왔더랬습니다. ㅋㅋㅋㅋㅋ
물론 참전할 당시이긴 하지만요.

다락방 2020-11-05 11:34   좋아요 0 | URL
아니 폴스타프님은 어떻게 그런것까지 기억하세요? 그 많은 책을 읽으시면서도!! 대단합니다!!!!!

네꼬 2020-11-0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소영 몇 번 나오나 세어본 사람 히히히 감사합니다 칭구여😆🖤🤍

다락방 2020-11-05 11:58   좋아요 0 | URL
잇츠 마이 플레져!
^_________________________^

라로 2020-11-05 13:06   좋아요 1 | URL
우앗! 네꼬 님!! 저도 팬이에요! 김소영,,, 네,,,,꼬?! 아무튼, 너무 반가와요!!😍❤️

독서괭 2020-11-05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 어린이책읽는법 책 있고 혼밥에 출연하신 것도 들어서 새책도 장바구니에 넣어놨는데요~~ 다락방님 덕에 닉네임 알게 되어 팔로잉 할 수 있게 됐네요 감사합니다~ㅎㅎ

다락방 2020-11-05 13:35   좋아요 1 | URL
네네 그렇지만 네꼬님이 요즘에 알라딘을 안하셔서 말이지요. 그러나 기존 글들 읽어보시면 너무나 글 잘 쓰시는 멋진 분이셨던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라로 2020-11-05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쇄를 찍자 받고 싶은 인간이나 가만히 있겠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지라. 그건 그렇고, 다락방 님 일간이 뭐에요?? 그게 젤 궁금한 일인. 😅

다락방 2020-11-05 13:34   좋아요 0 | URL
아 라로님 제가 웬만하면 보내드리겠으나 요즘 코로나 때문에 미국으로 물건 보내는게 EMS 말고는 안되더라고요.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너무 커버리는 ㅠㅠ

저 무토이고 무술일주 입니다. 저랑 무술 일주 똑같은 친구가 있어서 종종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얘기 나누곤 해요. 혹시 라로 님도 무술 일주실까요? (둑은둑은)

라로 2020-11-06 02:15   좋아요 0 | URL
그냥 해본 말이에요. 댓글 오프닝 뭐 이런 멘트,,ㅎㅎㅎㅎㅎㅎ 저는 요즘 전자책으로 읽으려고 해요. 그리고 여러권 있는데 어떻게 한 권만 주문하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진지하게 대답을 하시니 제가 무안해졌어요. ^^;; [중쇄를 찍자]는 전자책으로 다 나와 있어요. 그런데 저는 드라마를 먼저 봐서 그런가 미리보기로 본 중쇄를 찍자가 좀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드라마 넘 재밌어요!!ㅠㅠ(또 보고 싶다!!)

저는 갑목이고 갑오에요. 우리의 일주가 다르지만 서로 친한 동물일 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어요. 다락방 님 글 읽으면서!ㅎㅎㅎㅎㅎ 지지가 술인 사람들과 제가 잘 맞거든요, 제 남편도 지지가 술이에요. 홋

다른 사주도 알려줘봐요,, 궁금해서요. 잘은 모르지만,, 서당개라..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020-11-06 0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6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6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6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6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20-11-05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독서괭님 반갑고 감사합니다! (댓글에 댓글 달기가 안 되어서 여기에 적어요) 자리 빌려주신 다락님께도 또 감사 드립니다💞

다락방 2020-11-05 13:35   좋아요 0 | URL
제가 네꼬님을 위해서라면 뭔들!!

독서괭 2020-11-05 14:05   좋아요 1 | URL
우와 저도 반갑고 감사합니다~ 어린이책 읽는법 너무 좋았어요. 신간도 꼭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0-11-05 14:10   좋아요 1 | URL
아름다운 만남입니다. 샤라라랑~ ♡

라로 2020-11-06 02:06   좋아요 1 | URL
이제는 알라딘에 글 안 올리시나요? 암튼, 저는 이제 미국에 살아서 전자책 알림 신청했어요!! 출판사에 막 힘 좀 써보세요!! 미국 독자가 전자책 내 달라고 성화라고. 히힛

다락방 2020-11-06 08:12   좋아요 1 | URL
아, 라로님!
김소영 작가의 [말하기 독서법]과 [어린이책 읽는 법]은 전자책으로 있습니다! 지금 나올 신간이 전자책으로 나올지만 기다려봐야겠네요..

라로 2020-11-06 09:08   좋아요 1 | URL
말씀 하신 두 권은 읽었어요. 신간을 말 한 거였어요, 다락방 님. ^^

다락방 2020-11-06 09:18   좋아요 1 | URL
와, 라로님 공부도 열심히 하시는데 도대체 언제 그렇게 책을 다 읽으시는거에요? @.@

하이드 2020-11-05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도 쐴겸, 저 집들이하게 한 번 와서 자고 가요. 연말 가까워 오는데, 1년 업데이트도 합시다.

다락방 2020-11-05 15:27   좋아요 0 | URL
제가 고양이 털 알러지가 매우 심해서 잠은 못자고요 ㅎㅎ 저 모르고 한 번 잤다가 다음날 괴로움에 몸부림 친사람. 그 집은 고양이 한마리였는데 그랬거든요. 혹여 제주 가게 되면 연락할게요.

난티나무 2020-11-0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치아바타로 다 날려버려욧! 빠샤!!

다락방 2020-11-05 15:44   좋아요 0 | URL
네, 치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네요. 치아바타로 잠시 위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빵을 반죽하면서,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면서요... 빨리 주말이 되기를...

감사해요 ㅠㅠ

잠자냥 2020-11-05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주군의 여인> 저는 지난 포스팅 보고 다락방 님이 빡쳐서 더 안 읽으시는가 보다... 했는데 재미나군요?!
저도 폴스타프 님과 다락방 님 믿고 곧 도전하겠습니다-

다락방 2020-11-05 16:15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남편 캐릭터가 아주 찌질하고 재미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편하고 시어머니하고 아주 난리 부르스 ㅋㅋㅋㅋㅋ 근데 1권 절반 이상 읽었는데 아직도 사랑을 시작을 안해서 도대체 언제 사랑 시작하고 얼마나 사랑을 하려는지 답답하네요. ㅋㅋㅋㅋㅋ

수이 2020-11-05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아바타 치아바타 다른 건 하나도 보이지 않고 계속 치아바타만 보이는 이 포스팅.......

다락방 2020-11-05 17:29   좋아요 1 | URL
다음에 만날 땐 치아바타 맛보여 드릴게요! 후훗.

syo 2020-11-05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쏠랄이 진심 올해의 캐릭터다.... 만나본 적도 없는데 벌써 정감가는 등신이야!

다락방 2020-11-06 08:10   좋아요 0 | URL
이자식 말이 너무 많아요. 오늘 출근길에도 몇 장 읽었는데 아직까지 지 혼자 말하고 있다. 유혹한다고 여자 앉혀놓고... 이거 듣고 있는 여자도 인내심이 넘나 대단....ㅋㅋㅋㅋㅋ

2020-11-07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7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7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9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20-11-08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랑 나랑 사주 거의 비슷할 걸요. 생년월일. 여기 묘하게 동갑내기 생일이 구월에 집중 몰려 있어서 너무 신기하다 생각했어요. 2020년. 말을 말랍니다. 정말... 내 인생에 기록적으로 슬픈 일들 줄줄이 일어난 해였어요. 뭐가 있나? 이럴 정도입니다. 아니면 그냥 나이들면 다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그런데 내년엔 좀 다르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믿으려고요.

그나저나 이승우 작가가 그렇게 좋아요? 어떤 점이요? 궁금해서요. 가장 좋은 책 한 권 추천해 주시면 제가 시작해 보려고요.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는 작가라 해서 궁금했는데 다락방님이 좋아하신다니 급 관심 가서요.

우리.. 힘내요!

다락방 2020-11-09 08:31   좋아요 1 | URL
저는 생일 8월 9일이에요 ㅎㅎ 9월 아닙니다!! 물론 태어난 년도는 같겠지만 ㅋㅋ
저는 올해 너무 지치고 힘든데 여행도 못가게 되니 뭔가 풀 수 있는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더 지치게 되지 않나 싶어요. 안되겠다, 국내 어디라도 잠깐 다녀와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ㅠㅠ


이승우 작가는 제가 국내 작가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데요!! 블랑카님의 질문을 받고 무엇이 매력인가, 생각해보니 일단 답이 서사에 있지는 않다고 바로 나왔어요. 저는 이승우가 가진 강한 힘은 문장에서 오는 것 같아요.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쓴 글인데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읽을 때 가장 그 내밀함과 섬세함이 압도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작가랄까요. 게다가 그가 집중하는 등장인물의 내면이 너무 실감나고요. 신학대학을 다녔다고 했는데 종교로부터도 비롯되고 작가 개인으로부터 비롯된 삶의 갈등, 그리고 한국어가 만나서 진짜 최상의 효과를 내는 작가인 것 같아요. 뭔가 급이 다른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일단 이승우를 안읽어 보셨다면 《일식에 대하여》라는 단편집의 <고산지대>를 추천합니다. 고산지대는 제가 사람들한테 이거 한 번만 읽어봐, 이러면서 내미는 단편이에요. 이건 막 가슴가득 웅장함이 느껴질 정도에요. 블랑카님, <고산지대> 꼭 읽어보세요, 꼭이요!!
 

누구에게나 다른 사람보다 더 예민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지점이 나와 맞는 사람이 있고 아예 다른 사람도 있어서, 내가 어떤 부분에 대해 유독 약하고 겁먹고 무너질 때, 다른 사람들은 '대체 왜그래'라고 갸웃할 수도 있다.

그 유독 예민한 지점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그것은 이해시킬 수도 없는 부분이다. 친근하고 다정하고 애정을 가진 이라면 그 지점을 이해한다기 보다는, 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지 라고 알아주는 걸로 그 역할을 한다고 본다.

내가 유독 예민한 지점들을, 그래서, 건드리는 사람들을 나는 아주 싫어한다. 그것은 나의 약점인데, 그 약점을 붙잡고서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나는 싫어한다. 그 지점에 대해 공격한 사람들에 대해서라면 나는 관계회복을 할 수가 없다.

인간은 어차피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일지 모르겠지만, 모든 인간이 그런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서라면 그 점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주변에 정말 감사할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그러나 나는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구나, 생각한다.


어제 뉴스는 소위 남자친구란 관계에 있던 사람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여성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보여주었다.

고통 당하는 여자들. 고통 당하다가 결국 죽는 여자들. 그런 여자들이 없는 세상이 언젠가 오기는 오는걸까?




며칠간 우울해서 어떻게할까, 책도 읽기 싫은데, 하다 로드 액션을 한 편 보았다.
















현금수송 차량을 턴 네 명의 악당이 차량검문을 피하기 위해 휴게소에서 캠핑 가려는 한 가족의 차에 훔친 돈을 실어둔다. 검문하던 경찰들은 이 네 명의 악당이 수상해 차량을 검사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반면 어린 아들을 포함한 네 명의 가족의 캠핑 차량에 대해서라면 검문없이 통과시킨다. 이제 악당은 이 가족의 차를 따라간다. 자신들이 훔친 돈을 찾아 도망쳐야 하니까. 그러나 이 가족의 아빠는 자신들이 뒤따르는 차량이 단순히 자기들을 제치기 위한게 아니라는 사실에 당황하고, 그래서 과속하게 된다. 경찰은 과속한 이 가족의 차를 세우고 면허를 달라고 하는데, 이 때 운전자인 아빠는 전과자이며 보호관찰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아빠가 유치장에 간 사이 엄마와 아들 둘이 자고 있는 모텔에 악당이 침입해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돈가방을 찾지만 경찰이 오는 바람에 돈가방도 못찾고 일단 후퇴한다. 이 돈가방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사실은 혹여 아빠가 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게 아닐까, 가족들은 아빠를 신뢰하지 못한다.



며칠전 본 영화 <애프터:그 후>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자신들의 사랑을 잊지 못하고 상대에 대한 그리움으로 다시 연인이 되었지만, 타인의 한마디 말 때문에 다시 사이가 박살나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여자는 내내 남자가 자신에게 거짓을 말했다는 사실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이 여자의 안에 박혀있어서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순간들이 숱하게 찾아와도,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면 여지없이 재차 무너지게 되는거다. 신뢰란 이런 것이다. 한 번 얻는 것도 힘들지만, 잃었던 신뢰를 되찾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어렵다.


영화 <트랜짓>에서 아빠이자 남편은 이 범죄에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고, 자신 역시 영문도 모른채 쫓기는 신세가 되었는데도, 가족들은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가족들은 여전히 아빠이자 남편인 그의 안에 그 돈을 갖고자 하는, 훔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그는 한 번 사기죄로 걸렸던 사람이니까. 아니라는 그의 말은 가족들에게 닿지 않는다. 그는 다시 온전한 가정을 만들고 유지하고 싶었고, 가족들 사이에 신뢰를 되찾고 싶었는데,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로 재차 신뢰가 무너진다. 다시 말하지만, 신뢰라는 것은 한 번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는 어렵다. 신뢰를 다시 얻는 것은 사실 나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사이가 좋아질 수 있고 친해질 수도 있겠지만, 상대가 나를 배신했었다는, 그래서 신뢰를 잃었다는 그 사실을 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면,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나의 신뢰를 저버린 사람에 대해서라면 대부분, 다시 관계를 회복할 의지가 없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다.


















'바바라 크리드'의 《여성괴물:억압과 위반 사이》의 1부를 다 읽었다. 이 책은 바기나 덴타타가 궁금해 2부를 읽기 위해 산 책인데, 1부는 여성의 신체 기관, 특히나 재생산에 관련된 부분들의 공포에 대해 나온다. 영화 <엑소시스트>, <에일리언>, <캐리> 등을 언급하며 자궁과 질, 월경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재생산이 문제구나, 읽으면서 거듭 생각했다. 아니지. 이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재생산이 문제가 아니라, 여자'만' 재생산이 가능한 육체라는 것이 문제다. 여자만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것, 남자들은 결코 재생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결국 여성을 마녀로 몰고 공포영화를 만들어 혐오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아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아까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남자들이 여자들의 처녀성을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역시 재생산을 할 수 없는 육체를 그들이 가졌기 때문이란 생각을 했다(화장실에서도 생각 많은 사람). 처녀여야만 비로소 그녀를 통해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겠구나, 했던 것. 그러나 그들의 표현대로 '헤픈' 여자라면, 그녀의 몸에서 태어난 아이는, 그녀의 아이가 확실한 건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나 '씨를 준다'고 으스대는 그 씨가 누구의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한거다. 재생산을 하고자 하는 의지는 그들에게 있되 그것이 그들의 육체로 가능하지 않으니, 나의 것을 확실하게 재생산해야 한다는 보장을 얻고 싶은 그들의 욕망이, 여성의 육체를 괴물로 만들고 혐오하게 만들고 그리고 억압했구나. '바바라 크리드'는 이런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을 여러 영화의 사례들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남자들이 여성을 억압하기 위해, 그녀들의 재생산을 통제하기 위해, 재생산이 가능한 몸을 침범하기 위해 가장 빈번하게 쓰는 방법은 강간이었다.



<인큐버스>에서는 여성 우주비행사가 외계 생명체에게 강간을 당한다. (…) <플라이>에서는 여성 주인공의 애인인 과학자가 파리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관객이 알게 되면서, 그녀의 임신에 대한 궁금증이 영화 후반부를 지배하게 된다. 이 공포는 주인공이 거대한 구더기를 낳는 자신의 모븟을 보는 끔찍한 악몽으로 표현된다. 재생산 능력 때문에 여성은 자연의 세계로부터 멀리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강조라도 하듯이, 그 구더기는 그녀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져 나온다. (…)<마니토우>에서는 여성 주인공의 목에서 기괴한 종양이 자란다. 결국 그것은 사실상 자신의 부활을 제어할 수 있는 마녀-의사 마니토우의 태아임이 밝혀진다. 영화의 가장 끔찍한 시퀀스는 그녀의 기괴한 자궁/종양과 마니토우의 출생 장면에 집중되어 있다. (p.93)




너네 임신 가능하지? 그렇지만 강간 당하면 너네들은 외계인을 낳을 수도 있고, 파리를 낳을 수도 있어! 끊임없이 여성들이 가진 재생산 능력을 폄하하면서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은걸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위의 구절은 영화 <브루드>에 대해 얘기하면서 언급된건데, 이 영화의 메세지에 대해 바바라 크리드는 이렇게 말한다.



이 영화가 암시하는 바는 남자가 없다면 여자는 오직 돌연변이에 흉악한 자식밖에 낳지 못한다는 것이다. (p.95)



가부장제의 담론은 여서의 육체를 상처입고, 불결하며, 자연/동물 세계의 일부분인 것으로 재현하기 위해 자궁을 이용해 왔다. (p.102)



바바라 크리드가 공포 영화들을 보며 분석했던 그 모든 시퀀스들이, 그녀가 말하는대로 자궁을, 질을, 생명의 탄생과 파괴를, 근친상간을, 월경을 표현하는게 맞을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 많은 영화들이 그토록이나 철저하게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하고 만들어졌단 말인가. 내가 에일리언을, 엑소시스트를 그렇다면 너무나 과소평가한 게 아닌가. 에일리언을 다시 보고 싶어서 어제 굳이 굿다운로더로 다운 받았는데, 아직 외계인이 나오기 전, 그들이 한 행성에 도착해 기괴하게 생긴 비행선 안으로 들어갔을 때, 더이상 보지 못하고 꺼버렸다. 나는... 으앗, 외계인을 만나고 싶지 않다. ㅠㅠ 왜 돈주고 샀지 ㅠㅠ



여성 과학자들이 인공적인 환경에서 괴물을 만들어 내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왜 그래야 하겠는가? 여성은 자기 자신의 자궁을 가지고 있는데. (p.114)


그러고보면 여성이 주체가 되어서 한 생명(괴물)을 만들어내는 영화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항상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가운을 입은 남자들이었다. 단순히 남성감독의, 남성주연의 영화가 더 많아서가 아니라, 저런 식의 욕망, 즉 재생산을 하고자 하는 욕망이 발현된 것이겠다 생각하니, 그들이 결국 여성혐오로 이어지는 것이 연결성을 가진다.


바바라 크리드는 이를 노골적으로 짚어준다.



생명을 창조하고자 하는, 즉 출산하고 싶은 남성의 욕망은 작동 중인 더 깊은 욕망을 보여준다. 그들은 여성이 되고 싶은 것이다. (p.116)



그리고 마녀.

영화 <캐리>를 통하여 바바라 크리드는 마녀에 대해 얘기한다.


14세기 마녀술이 교회에 의해 이단 선고를 받은 뒤 마녀가 이제까지 해앻 왔던 돌봄의 역할들은 범죄로 낙인찍혔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조산술이 그랬다. 워커가 지적했던 것처럼, 사실상 마녀들은 그들이 받은 죄명에 있어서 무죄였다. 그녀들을 말뚝에 묶어 화형에 처하게 하는 죄명들이란 문자 그대로 악마와의 공조죄처럼 실제로 그녀들이 저지를 수 없는 죄였기 때문이다.(워커, 1983, 1084). (p.145)



삼세기에 달하는 시간 동안 활용되면서, 『마녀의 망치』는 재판관이 마녀를 구분해 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엄격하게 나열하고 있다. 명확한 증거 중 하나는 표면상 몸의 어딘가 다른 부분에 존재하는 세 번째 젖꼭지인데, 마녀가 이것으로 그녀의 측근이나 악마에게 수유한다고 믿어졌다. 결과적으로 여성이 체포되면 그들은 발가벗겨지고, 면도를 당한 뒤, (종종 공개적으로) 이 밀고하는 젖꼭지가 있는지 수색 당했다. (p.146)



와- 이 지독한 여성 혐오를 보라. 어떤 죄를 부여하고 그것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 한 짓이, 여성들을 발가벗기고 면도를 시킨 일이었다. '마녀'의 성별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수색을 당한다. 너무 끔찍한 여성 신체에 대한 학대가 아닌가. 여성 신체를 이용한 죄의 증거 찾기라면, 얼마전 보았던 영화 <컴플라이언스>도 생각난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건데, 패스트푸드 점이 바쁜 시간에 십대의 파트타이머가 절도죄를 지었다고 전화가 걸려오고,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이 경찰이라며 패스트푸드점의 점장에게 지금 당장 그녀를 수색하라고 한다. 경찰이 지금 출동해서 거기로 가고 있지만 인력이 모자라고, 그녀의 집도 수색중이라며, 그녀가 교묘하게 숨겼을 수 있으니 그녀의 옷을 벗기라 하고, 전화를 건 상대가 경찰이라는 말에 점장은 속수무책 당하면서 지시하는 대로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자신의 남자친구를 불러서 옷 벗은 그녀를 감시하고 수색하게 한다. 결국 점장의 남자친구는 이 무고한 파트타이머를 성폭행 하기에 이르는데, 실제로 이 파트타이머는 무고한 희생자였으나, 그녀가 저질렀다는 죄의 증거를 찾기 위해 발가벗겨지고 성적으로 폭행당한다.
















'실비아 페데리치'도 《캘리번과 마녀》에서 이에 대해 언급한다. 마녀를 수색한다는 명목하에 저지르는 여성혐오에 대해서.


피고에 대한 고문이 보여 준 성적 가학증은 역사상 필적할 데가 없는 여성혐오증을 보여 주는데, 이는 마법을 범죄의 하나로만 보았을 때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표준적인 절차에 따르면, 피고를 발가벗긴 뒤 몸에 있는 모든 털을 제거한다(악마가 털 속에 숨어있다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마치 잉글랜드의 주인들이 도망노예들에게 하듯) 악마가 자신의 피조물에 남겨 놓은 표식을 찾기 위해 질을 포함한 온몸을 긴 바늘로 쑤신다. 종종 순결의 상징인 처녀성을 검사하기 위해 강간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이 자백을 하지 않으면 더욱 혹독한 시련이 기다린다. 사지를 찢고 쇠의자에 앉힌 뒤 의자 밑에 불을 지피는가 하면 뼈를 으스러뜨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을 교수형이나 화형에 처하는 경우 이들의 최후를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였다. 처형은 마녀의 아이들을 비롯한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참석해야만 하는 중요한 공식행사였다. 특히 마녀의 딸인 경우 때로는 엄마가 산 채로 매달려 화형당하고 있는 화형대 앞에서 채찍에 맞을 수도 있었다.

따라서 마녀사냥은 여성에 대한 전쟁이었다. 이는 여성을 비하하고 악마화하며 이들의 사회적 권력을 파괴하기 위한 집단적인 시도였다. 동시에 고문실에서, 그리고 마녀들이 죽어가던 화형대에서 여성성과 가정에 대한 부르주아적 이상이 구축되었다. - 《캘리번과 마녀》,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p.274-275
















실제로 저지르지 않은 죄 때문에 마녀로 취급받고 마녀로 취급받았기에 마녀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것조차도 다 여성혐오였고, 페미사이드였다. '폴라 호킨스'는 자신의 소설 《인투 더 워터》에서, '드라우닝 풀'을 언급한다.


Drowning Pool '익사의 웅덩이'라는 뜻으로, 봉건 시대 스코틀랜드의 법에 따라 여성 범죄자들을 처형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 웅덩이나 우물을 가리킨다. 16-17세기 마녀 재판이 횡행하던 시절에는 마녀로 고발당한 여성의 유무죄를 시험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물에 빠뜨려진 여성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닌 것으로, 물 위로 뜨면 마녀로 간주되었다. 어느 쪽이든 결국엔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p.7


















여자를 마녀로 몬다는 것은 어떻게든 기어코 죽이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니다.



『마녀의 망치』는 여성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와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거세를 수행할 수 있는 여성의 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찌들어 있다. (p.147)


마녀는 그녀가 가부장제 담론 안에서 상징계 질서의 무자비한 적으로 재현된다는 점에서 비체적 존재로 규정된다. (p.148)



다시, 캘리번과 마녀를 들춰보면, 자신들이 이룩해놓은 권력과 계급이 여성에 의해 무너질까봐 여성들을 마녀로 잡아 넣는 얘기가 나온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지배계급은 여성을 탄압함으로써 프롤레타리아트 전체를 훨씬 효과적으로 억눌렀다. 지배계급은 이미 토지를 빼앗겨 빈곤해지고 범죄자로 몰린 남성들이 자신의 불행을 거세의 힘을 가진 마녀의 탓으로 돌리게 만들었고, 여성들이 당국에 저항해 획득한 힘을 자신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대부분 교회의 여성혐오적인 선동 때문에)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깊이 품게 된 모든 공포는 이런 맥락에서 동원되었다. -《캘리번과 마녀》,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p.281




'다르다'는 것이 주는 차이를 차이로 인식하기 보다 차별의 수단으로 쓰고자 하는 것은, 여성의 신체로부터 시작된 것일까. 자궁을, 질을 하는 여성의 신체, 그리고 생리하는 여성의 신체. 생리에 대해서라면 '보부아르'도 《제2의 성》에서 몇가지의 사례를 언급했던 바, 성경에서부터 여성의 생리를 불결한 것으로 언급한다. 만약 남성이 생리를 했어도 그것은 불결한 것이었을까? 공포영화의 소재가 되었을까? 혐오의 대상이 되었을까?


특히 <레위기>에 다음과 같은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자기 몸에서 피가 흐르는 여자는 7일 동안 부정하다. 여자에게 손을 대는 사람도 누구나 하루 종일 부정하다. 그녀가 눕는 침대나, 그녀가 앉는 자리는 모두 부정하다. 그녀의 침대를 만진 사람은 옷을 빨고 물로 몸을 씻어야 하며, 그날 하루 종일 자신도 부정하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이 글은 임질(淋疾)에 걸린 남자의 부정을 다룬 내용과 똑같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p.199


가부장제 사회가 출현한 뒤로는 여성의 성기에서 흘러나오는 그 수상한 액체에서 불길한 효능만 인정하게 되었다. 플리나우스(로마의 장군, 관리, 저술가.)는 《박물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월경이 시작된 여자는 농작물을 못 쓰게 만들고 밭을 황폐화시키며, 싹을 죽이고 과일을 떨어뜨리며, 꿀벌을 죽인다. 만일 그녀가 술에 손을 대면 포도주는 식초가 되고 우유는 시큼해진다 ……."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p.199















생리 시작한 여자가 꿀벌을 죽이는 게 증상이라면, 너무 양호하지 않은가. 수많은 동물을 죽이고(심지어 성적으로 학대도 하고!), 여성을 죽이는 남성들은, 생리도 안하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건데? 생리보다 더 불결한 무엇이 그들에게 시작됐기 때문인가? 어쩌면 정액이 그런 일을 하는걸까?

아무도 그것을 연구하진 않나요?



여성 괴물을 읽고 있는데, 여성 괴물은 왜 이토록이나 성적인가. 왜 그들은 '괴물'의 정체성보다 '여성'이란 정체성을 더 드러낼 수밖에 없는가. 여성의 육체는 피해자가 되어도 성적이고 괴물이 되어 다른 생명을 빼앗아가도 성적이다. 자궁과 질을, 생리를 떼어놓고는 여자를 볼 수 없는 거 너무 후지지 않나. 후지다. 아주 후지다.


이 책의 2부를 읽는 중인데, 이많은 공포영화들을 보고 분석하고 해석해 이 글을 쓴 바바라 크리드가 참 대단하게 생각됐다. 아무리 분석과 해석을 위해 본다 해도 이 끔직한 장면들을 보는 게 쉽진 않았을텐데. 나는 에일리언 한 편 다운 받아놓고 그 다음 진행을 못하고 있는데... 그러나 바바라 크리드 덕분에 내가 편하게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온 결과물을 책으로 읽는다.


아쉬운 건, 이 책이 시간이 좀 오래된 책이니만큼, 내가 한 번 볼까 싶은 영화들은 굿다운로더가 안되는 작품들이라는 거다. 바바라 크리드가 1993년에 이 책을 써주었으니, 이제 다른 누군가가 현재의 영화들로 그걸 써주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 책에는 꼭 《죽여줘, 제니퍼》가 들어가지 않을까. 영화속에서 학교의 인기걸 메건 폭스는 유명 밴드에 의해 폭행 당해 괴물로 변하는데, 그건 그녀가 '처녀'라고 말했지만 처녀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제물로 바쳐지는 처녀...그렇지만 처녀가 아니라서 괴물이 되었다니... 너무 후지지 않은가! 그녀는 괴물이 되어 남자들을 잡아먹는다..

이 영화 역시 주인공 여성의 육체미를 강조한 영화다. 애초에 원제목 부터가 제니퍼의 바디야.. 하아-















바바라 크리드는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영화를 언급하며(복수하는 여성!) 이 영화속의 여성 혐오에 대해서도 지적하는데, 이 영화속에서 강잔장면을 심하게 재연한 것 같아서 여태 보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 영화속에서 그런 여성혐오적인 면을 뺀 게, 내 생각에는 <리벤지>일 것 같다.

















음... 내가 쓸까?

그치만 바바라 크리드는 이 책을 쓰기 위해 프로이트도 다 읽은 것 같던데... 나도 이런 저작 하나 쓰려면 프로이트를 일단 다 읽어야 되는거 아닐까.... 나는 그냥 이런건 누가 써주는 책으로 읽고 여성주의 책읽기나 열심히 하는 걸로...



점심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에일리언 다운 받아놓은 거 너무 아깝지만 못보겠어. 괴물..싫어 ㅠㅠ

에일리언이 남성 지구인들 입에 강간해서 알 놓는 거 여러분 알고 있었나요? ㅜㅜㅜ

칼국수 먹을까 쭈꾸미 비빔밥 먹을까, 동생들에게 물었더니 다들 쭈꾸미를 먹으라고 했다.

칼국수를 먹으러 가야겠다.



이런 텍스트들에서 강조되는 것은 생성, 변화, 확장, 성장, 변형이다. 월경과 출산은 여성의 인생에서 그녀를 비체의 자리에 위치시켜온 두 가지 사건이다. 여성을 자연과 연결시키고 가부장제의 상징계 질서를 위협하는 것은 바로 여성의 생식하는 몸이다. - P103

다락은 이제까지 뱀파이어 내러티브의 전통이었던 지하 토굴의 안티테제이다. - P135

<사탄의 가면>과 마찬자기로 <서스페리아>와 <인페르노>는 상징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악의적이고 파괴적이며 기괴한 존재로서의 마녀에 대한 진부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 P150

어떤 공포영화에서는 마녀의 초자연적 힘이 여성의 재생산 시스템, 그 중에서도 특히 월경과 연결되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많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모성 멜로드라마와 여성 영화에서 월경만은 전혀 다루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여성의 달거리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은 바로 공포영화이다. <캐리>, <엑소시스트>, 그리고 <오멘4>에서 초자연적인 힘을 개발하는 어린 소녀들은 사춘기의 경계에 서있다. <캐리>와 <오멘>에서 소녀가 마녀 혹은 여성 악마로 변화하느 ㄴ과정은 초경으로부터 시작된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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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1-0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일리언을 보고 나서,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렸어요. 참고로 저는 꿈을 거의 꾸지 않는 사람이고, 꿈들도 좀 심심한 편인데, 에일리언 2 보고나서 ㅠㅠ 지금도 상체는 살 덩어리(얼굴 없음), 하체는 여성인 괴물 아닌 생명체가 ˝킬 미! 킬 미!˝ 하던 거 생각나요.
이 책 저도 <읽고 싶어요> 되어 있네요. 읽어 봐야겠어요.

다락방 2020-11-04 14:28   좋아요 0 | URL
저는 에일리언 2 보고 ‘마이클 빈 멋지다..‘ 생각했던 것밖에 기억이 안나요. 그래서 3편 봤는데 당연히 마이클 빈은 안나왔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 에일리언 특유의 끈적거리는 그 액체 분비물.... 이 책의 언급대로라면 비체.. 그거 너무 소름 돋고 손에 닿을까봐 너무 싫어요.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아무튼 보기도 싫고, 이게 이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3편에서는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에일리언 뱃속에 품게 되잖아요. 물론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강간으로 ㅠㅠ 그 괴물 탄생에 자기 자신 희생해서 용광로로 뛰어들던 장면 생각나요. 윽.... 역시 다운 받은 거 안봐야되겠어요. 끔찍해요 ㅠㅠ
이거 왜 다운 받았을까요 ㅠㅠ

이 책 재미있어요, 단발머리님.
어떤 학자들은 포르노를 연구하느라 수십편 보고 후기도 찾아보고 또 어떤 학자는 공포영화를 수십편 보고... 그분들 덕에 제가 편하게 책을 읽고 알게 됩니다.....

2020-11-04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4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0-11-04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대 글을 읽다보면 아 여기 천재가 또 있다....라는 생각을 종종 하지요. 오늘 페이퍼도 엄지 척 따따발(따따불 아니라 따따발.... 따따따따따발.......) 로 놓고 갑니다.

다락방 2020-11-05 07:53   좋아요 1 | URL
어머. 천재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씀 감사합니다, 수연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럼 이만 천재는 물러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0-11-05 09:48   좋아요 0 | URL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오늘은 해피 데이 보내세요!!!!

다락방 2020-11-05 10:09   좋아요 0 | URL
심지어 귀여운 천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보냅시다, 수연님!

2020-11-06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11-06 08:32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
 

오늘의 요리 21: 치아바타



일전에 여동생에게 치아바타를 사서 보낸 적이 있었는데 여동생이 치아바타를 꼭 끌어안았다고 한 적이 있다. 여동생은 치아바타가 먹고싶어져 가끔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고. 주말에 여동생이 온다고 해서 나는 지난 주에도 구워서 이제 반죽 하는 거 레서피 없이 가능한 식빵을 만들자 생각했었지만, 여동생을 위해 치아바타도 구워보자, 도전하게 됐다. 마침 알라디너이며 트친인 H 님이 치아바타를 구워 사진을 올리셨길래, 오오 그것이 무엇입니까 했더니 치아바타, 라고 답해주셨던 것. 그래, 저게 치아바타지! 게다가 H 님은 검색하면 쉽게 만들어볼 수 있는 빵이라 하셨다. 좋아, 검색해보자! 그렇게 나는 여러명의 블로거로부터 정보를 얻는다.


일단, 크게 재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마음에 쏙 들었다. 나는 계량컵도 없고 저울도 없어서, 나처럼 그런 거 없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내 방식대로 준비한 재료를 적어두겠다. 내가 만든 건 올리브 치아바타 이다.



<재료>

·강력분 종이컵 가득 네 컵

·소금 3티스푼

·이스트 4g(요즘은 4g씩 포장되어 팔아서 걍 그거 한 봉지 쓰면 된다)

·따뜻한 물 300ml(이건 집에 계량 컵이 있어서 거기에 담았는데 이 물에 대해서라면 꼭 이만큼이 아니어도 되는봐, 반죽할 때 알아서 가감하면 될듯하다)

·올리브유 4큰술(성인 밥숟가락으로 네 숟가락을 의미한다)

·검정 슬라이스 올리브 원하는 만큼



<만드는 방법>

1. 뚜껑있는 플라스틱 (나는 락앤락 통)에 강력분을 체에 받쳐 곱게 내고, 거기에 준비한 소금과 이스트를 넣어준다. (소금과 이스트는 섞이지 않게 넣으라는데 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이스트 오른쪽, 소금은 왼쪽에 넣고 섞었다.)

2. 따뜻한 물을 넣어가며 주걱으로 잘 섞는다.

3. 반죽이 질퍽해지면 올리브유 두 숟가락을 넣어 좀 더 섞고, 섞인 뒤에 다시 올리브유 두 숟가락을 넣어 계속 섞는다.

4. 이렇게 완성된 반죽을 1번의 뚜껑을 덮어 따뜻한 곳에 두고 45분 발효한다. (나는 전기요를 고온으로 해서 그 위에 얹은 뒤 이불을 덮어두었다. 울엄마 예전에 이렇게 발효했어...)

5. 발효된 반죽의 뚜껑을 열어 왼쪽, 오른쪽, 위, 아래 에서 한 번씩 늘려 접어 주고(폴딩), 그 사이사이 슬라이스 올리브를 조금씩 얹는다.

6. 5번을 다시 45분정도 발효.

7. 폴딩 반복, 또 발효

8. 폴딩 반복 후,

9. 도마 위에 밀가루를 뿌리고 그 위에 반죽 있는 그릇을 뒤집어 반죽이 떨어지게 둔다. 떨어진 반죽을 손으로 요케요케 잘 매만져서 원하는 크기로 썰고, 그걸 다시 또 요케요케 매만져가지고(느낌 베리 굿입니다)

10. 220도로 예열된 오븐에 16분 굽는다. (시행착오를 거쳐 내게 최상은 16분임을 알게됨)



주의사항: 레서피 찾아보면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서, 누군가는 따뜻한 물에 이스트 먼저 풀기도 하고 누군가는 올리브유도 처음부터 같이 넣어 섞는다. 나의 경우에는 위에 내가 쓴 방법대로 했다. 또한 굽기도 220도에 25분이라고 한 사람도 있고, 두 번에 걸쳐 온도 바꿔가며 구워주는 사람도 있던데, 나의 경우엔 SK광파 매직 오븐이고 220도에 16분이 가장 적당했다.


그리고 폴딩이 뭔지 모르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 '폴딩만 참고한' 영상을 가져왔다. 폴딩이 도대체 뭔지 몰라서...






그러니까 위 영상처럼 한번씩 폴딩 해줄때마다 나는 슬라이스 블랙 올리브를 넣은 거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 된 치아바타는 아래와 같다.





비쥬얼 대박인데, 속은 얼마나 잘 됐는지 볼까? 후훗.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넘실거림)




장난아니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이 오븐에서 꺼내온 치아바타 보고 소리 질렀고, 맛을 보더니 자기가 그동안 사서 먹어본 것보다 더 맛있다고 난리난리였다. 저거 말고 작은 거 한덩이 더 나왔는데, 그거는 여동생이 집에 가져감. 움화화홧. 내가 먹어봐도 너무 맛있고 진짜 인생빵 찾았달까. 엄마도 식빵보다 이게 훨씬 낫다고 했다.



보통 레서피를 보면 굽는 판 위에 유산지를 깔아주거나 하는데, 나는 유산지를 사기 싫어서, 그거 하면 또 쓰레기가 되기 때문에 유산지를 쓰지 않았고 앞으로도 쓰지 않을 예정이다. 이렇게 다음 판에서 소금을 2티스푼 했더니 엄마는 심심해서 좋다 하셨지만 나는 3스푼이 더 나은 것 같다. 그리고 올리브가 씹히는 게 진짜 짜릿했다. 너무 맛있어서, 조카들도 맛있게 먹었다. 나는 치아바타 성공으로 너무 .. 나의 숨겨진 재능 찾은 것 같고!


그래서! 저녁에 한 판 더 만들어서 후훗, 이걸 맛있게 먹기 위해, 감바스를 했다. 치아바타는 올리브유에 찍어먹어야 제맛이잖아요? 그렇게 내가 만든 감바스와 내가 만든 치아바타로 술상을 차렸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너무 대박적 대박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요일에 이모 온다고 해서 또 해줄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이제 치아바타 장인이다!! 내 손길은 치아바타랑 합이 맞아.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상 치아바타 천재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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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11-02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요리가 21번까지 왔다면 명실공히 알라딘 요리킹 아닙니까?

다락방 2020-11-02 14:03   좋아요 0 | URL
아아..어느틈에 21번까지 왔군요.. 언제 이렇게 했지.... 장난 아니네요, 나... 멋지다.... ㅋㅋㅋㅋㅋ
=3=3=3=3=3=3=3=3=3=3=3 추잡킹에 요리킹에 난리났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1-0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만들어서 저렇게 나왔다는 건, 진짜 천재란 뜻이네요. 축! 재능의 대발견!!! 🤗

다락방 2020-11-02 14:03   좋아요 0 | URL
저도 진짜 깜놀했어요. 알고보니 제 손은 치아바타 만들기 위해 있는건가봅니다? 치아바타와의 환상 케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0-11-02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지엄지처억~~~~!!!!
구멍 숭숭이 너무 멋집니다.
소금 이스트 는 소금이 이스트 발효를 방해한다는 썰이...^^

다락방 2020-11-02 14:53   좋아요 0 | URL
그치요? 구멍이 예술로 뚫렸지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오늘부터 치아바타 장인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저의 또다른 자아를 발견했어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소금,이스트는 그런 썰이 있군요! 그래서 다들 소금하고 이스트를 섞이지 않게 하라는거구나..그런데 전 볼 때마다 이상하더라고요. 이거 이렇게 따로 넣어봤자 어차피 섞이는데? 하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발효를 위해 앞으로도 섞이지 않게 넣겠습니다. 빠샤!

하이드 2020-11-0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치아바타가 이렇게 쉬운거라고? 하고 당장 만들어! 만드는 법 찬찬히 읽어보고, 백스텝해서 나갑니다.

다락방 2020-11-02 18: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또 해보면 할만 하다니깐요? 나도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드 2020-11-02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솔직히 그런맴이었는데 ㅎㅎ 45분 x 2 나오는거 보고 ㅎㅎㅎ 사 먹겠습니다.

다락방 2020-11-03 09:12   좋아요 0 | URL
제가 해보니까 사실 사먹는게 가장 남는 장사인 것 같긴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레사 2020-11-0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 담은 건강빵이니 돈주고 살 수 없는 가치가. ㅎ 응원합니다.여유 용기 마음 다

다락방 2020-11-03 10:13   좋아요 0 | URL
전 앞으로 치아바타만 구울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0-11-0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진짜 너무.. 침 흐르게 하는 사진이예요 ㅠㅠ

다락방 2020-11-03 11:13   좋아요 0 | URL
장난아니죠! 저 진짜 계속 이 사진 봐요. 제가 해 놓고 제가 저한테 감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0-11-03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치아바타는 샵에 팔아도 될정도에요.
저렇게 구멍이 쑹숭 뚫려있게 만드는 과정 (발효 시간 준수 하며) 대단한 인내를 갖고 만들지 않으면 힘들어요.
저는 반나절 치아바타를 쓰담쓰담하다가 사먹고 있어요. ㅎㅎ
감바스 까지~
다락방님 금손~


다락방 2020-11-03 15:44   좋아요 1 | URL
스콧님 ㅠㅠ 제가 오늘의 요리 20에 이르기까지 전세계가 알아주는 요리 똥손이었는데 ㅠㅠ 오죽하면 요리 하나 해볼까? 하면 아빠 엄마가 뜯어 말리기 바빴는데 ㅠㅠ 치아바타에서 요리 금손으로 재탄생 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자기랑 맞는 무언가가 있는것 같아요. 저는 떡볶이도 제가 하면 맛없고 ㅠㅠ 걍 다 못하는데 ㅠㅠ 그런데 치아바타 하나는 맛있게 합니다. 제 인생요리를 찾았어요. 엉엉 ㅠㅠ

그렇지만 사먹는게 가성비에서 훨씬 낫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0-11-06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치아바타 천재님 ㅋ 아니 다락방님판 리틀 포레스트 ㅋㅋㅋㅋㅋ 축하드려요!!

다락방 2020-11-06 08:27   좋아요 0 | URL
장난아니야. 이 세상에 치아바타와 나 둘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0-11-06 08:32   좋아요 0 | URL
근데 사진 비주얼이 너무 ㅋㅋㅋ 이제 사신 오븐은 제 몫의 가성비를 뽑아내 버린 겁니다

다락방 2020-11-06 08:33   좋아요 1 | URL
저 내일 치아바타 또 구울 거고 일요일에도 또 구울 거에요. 내 주말은 온통 치아바타 입니다! 우하하하핫.

- 2020-11-06 08:36   좋아요 0 | URL
안되겠어 ㅋㅋ 제가 사장님이 되고 건물주가 되면 한켠에 다락방님네 치아바타 보증금 안받고 내드릴게요😋

다락방 2020-11-06 08:39   좋아요 1 | URL
꺅 그러면 너무너무 좋겠어요! 나는 하루종일 치아바타만 만들겠다!! >.<
치아바타 맛집으로 소문나서 사람들 줄 서고 그러면 어떡하지? 그럼 또 너모 힘들어질텐데... 적당히 맛있게 만들어야겠어요. 히히히히히 우리 얼른 합치자!!

- 2020-11-06 09:48   좋아요 0 | URL
하루에 오십개만 생산하자 제꺼는 두개만빼주세요 ㅋㅋㅋㅋㅋㅋ 건물주 특권이니까 ㅋㅋㅋㅋ
 




영화는 왜 후편에서 이렇게 멍청해지는걸까... 중간 까진 감정이입 돼서 여러가지 생각하며 보다가 중간 이후부터 읭스러워지는 이 영화 무엇...밥통같은 영화다 진짜. 내가 밥통이란 욕을 자주 하는데, 이건 주로 남동생과 애인에게 하는 욕이었다. 내가 남동생한테 밥통이라고 할 때 나의 조카들이 듣고는 빵터졌었는데, 엊그제 조카1이 나에게 "아이 이모 때문에 나도 동생한테 밥통이라 그러잖아!" 했다. 아, 이것은 나쁜물 든것인가... 그렇지만 밥통은 좀 괜찮지 않나? 밥도 있고...


아무튼 전편 <애프터>에서 테사와 하딘은 이별했다. 하딘이 친구들과 '내가 테사를 꼬셔볼게' 게임한 걸 테사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애프터 그 후>는 그 뒤의 이야기인데, 헤어지긴 헤어졌으나 테사와 하딘은 서로를 그리워한다. 하딘은 사실 게임으로 테사를 유혹하려 한거긴 하지만 정말 뜨겁게 사랑하게 되었고, 테사 역시 이런 사랑, 너무 흑표범 같은 남자 인생에 처음이고, 이런 바디에 대한 터치 터치 처음이라... 잊을 수가 없어. 너에 대한 나의 마음도, 영혼도, 정신도 그리고 육체까지도~ 사람은 그 뭣이냐, 몸정..이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한 번 잤던 사이가 두 번 자기는 쉽다. 하물며 연인이었는데 다시 만나면 다시 자게 되기까지는 어렵지가 않아. 걍.. 그냥..그렇게 되어버린다. 앗싸리 안만나는 게 상책이여. 만나면 다시 막 기억하게 된다니까. 유어 아이즈 유어 마우스 유어 암스....

터치미~ 터치미~터치미~ 터치미~ 마이 바디 크래이브스 유어 터치...








테사는 인턴으로 출판사에 취직을 했다. 여기서부터 말이 안되는 설정이 이천개쯤 나오는데, 그러니까 인턴으로 들어간 첫날, 세 개의 원고를 검토하며 밤을 새서 보고서를 만들다가 사무실에서 잠이 들어버리는 거다. 이걸 그 다음날 출근한 출판사의 사장이 발견하고 그 날로 당장 투자자 미팅에 데려가는 것. 그리고는 예정에 없던 멤버 추가라 호텔 스위트 룸을 잡아준다. 네.... 그리고 드레스도 회사에서 사주고... 네.... 인턴에게 그러는 거군요. 하루 겪어보고... 네.... 아무튼 드레스 새로 입고 전날 밤새서 속옷 세탁 해야하는데 안해가지고 근데 사는 것도 까먹어서 노팬티로 드레스 입고 투자자 만나 나이트클럽에 가는 출판사 직원들입니다. 그 날, 술에 취해가지고 테사는 하딘에게 전화를 걸어서


"나 지금 겁나 예쁜데! 팬티도 안입었는데!"


이래버리는 거다. 오, 신이시여... 이것은 너희의 가능성이로구나, 싶었다. 그러니까,


하딘은 그 전화를 받고 미쳐가지고 테사가 있는 호텔을 향해 달려가는 거다. 테사는 마침 회사 남자 동료와 술을 마시다가 남자동료 셔츠에 와인을 쏟았고, 그래서 얼른 물 빼야 된다고 세탁하다가 그 때 마침 하딘이 똭 호텔에 오는데... 그래서 동료는 자기 객실로 돌아가고 호텔 스위트룸에 하딘과 테사만 남게 되는데, 테사가 아무리 하딘을 원망하고 미워하고있다고 해도, 사실 좋아했던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기 땜시롱... 그러니까 하딘도 테사를 못잊고 다시 잘해보고 싶고 용서를 빌고 싶고, 그래서 다른 여자가 아무리 접근해도 저리가, 하면서 밀어냈는데, 그런데 그런 참에 하딘과 테사가 이렇게 딱 호텔 스위트룸에서 만나면, 호텔 스위트룸은 정말 참 좋은데, 거기에서 만나가지고, 헤어졌던 연인이, 심지어 한 달 밖에 안됐단 말야? 그런데다가 서로 그리워서 미쳐 죽을뻔한 사이인데, 그런데 원망 좀 있긴한데, 그런데 또 막 좋으니까 연락도 하게 되고, 문자도 하고 전화도 하고 뽝 끊고 그랬지만, 어쨌든 좋아하고 엉엉 ㅠㅠ 배신감을 크게 느낀다는 건 그만큼 좋아했으니까 가능한거였고..그런데 호텔에 있으니까 막..그렇게 되잖아. 어떻게? 그렇게. 하딘은 '너 내일이면 나 미워할지도 모르는데' 했더니 테사는 '지금도 너 미워' 이러면서 그렇지만 서로의 육체를 탐하게 되어버리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거 뭔지 너무 잘 알지. 근데,

이 젊은 커플을 보면서, 이들이 이게 가능했던 것, 재회가 가능하고 용서를 바라는 게 가능했던 것, 반대로 말하자면 이별이 불가능했던 것은, 이들이 서로 손 내밀면 닿을 곳에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려면 언제든 금세 갈 수 있고, 가면 만날 수 있다. 거기에는 시간적인 텀이 그다지 없는 거다. 금세 갈 수 있었기 때문에 테사는, 물론 테사가 그런 의도가 없었긴 하지만, 남자동료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어떤 썸이 발생하기 전에 하딘이 도착할 수 있었던 거다. 만약 테사가 다른 남자랑 그냥 잘까, 하는 그런 참에 하딘이 먼 곳에 있었다면, 비행기를 열시간 이상 타야 이를 수 있는 곳에 있었다면, 이미 테사에겐 다른 해프닝이, 애정이 생겼을 수도 있는 거다. 아무리 그리운 마음에 전화를 해서 나 지금 노팬티야! 한다고 해도, 그렇다면 먼 거리에 있었다면, 도착한 순간 이미 새로운 팬티와 새로운 옷차림이었을 거라는 거다. 이 시간차는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데에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부르면 바로 올 수 있다는 것. 온다는 의지 자체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러나 제시간에 닿지 못하면 어떤 것들은 소용없어진다.



결과적으로 <애프터:그 후>에서는 하딘이 테사에게 용서를 빌고 최선을 다해 두 번째 기회를 갖게 되는데, 이들 사이에는 먼 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대한민국에 있는데 너는 슬로베니아에 있었다면, 내가 아무리 전화를 걸어 나 지금 노팬티야! 한다고 해도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나 지금 겁나 예뻐! 하는게 다 무슨 소용이야. 상대가 내게 도착했을 때 이미 화장은 다 지웠고 드로즈 입고 자고 있을텐데. 뭐, 그건 딱히 중요한 건 아니고,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들은 재회가 가능했다는 거다. 용서를 비는 것도 다시 기회를 주는 것도 모두 가능해지는 것. 물론 그것은 그러고자 하는 마음과 의지가 더 크게 작용했겠지만, 그 의지들이 실현될 조건 자체도 나쁘지 않았다는 거다. 재회가 가능했다는 것은 곧 이별은 불가했다는 뜻이다. 이별은 그들에게 불가능했다. 이별이야, 라고 결정했어도 자꾸 눈앞에 보이고 손 내밀면 닿는다면, 이별로 가기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 이별은 제대로 되지 않을 확률이 너무 크다. 미적지근한 상태에서 어정쩡하게 자꾸 서로가 있는듯 없는듯한 존재가 되어버릴텐데, 그들이 바란게 정말 이별이었다면, 진짜 이별을 바랐다면 그것이 어려웠을 거라는 거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 아직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눈앞에서 자꾸 왔다갔다해? 깨끗한 이별이 불가하다. 우리는 <자니?>라는 전연인의 문자메세지에도 곧잘 무너지곤 하지않나. 자니, 는 이별을 간절히 원했던 사람에게는 정말 찌질한 한마디이지만, 그리움으로 똘똘 뭉친 사람에게는 힘이 세지 않나. 그런만큼 가까운 거리는 어떤 경우에는 독이고 어떤 경우에는 약이다.



나는 그들이 재회를 원하고, 또 한 번의 기회를 원하고, 그들에게 그것이 주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내가 이별을 할 수 있었던 것, 나에게 이별이 가능했던 것, 내 이별이 정말 이별이 될 수 잇었던 것중에 큰 요인 중 하나가 먼 거리였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니 당신과 나의 만남에는 여러가지가 작동한다. 당신과 나의 마음과 의지 그리고 우리에게 놓인 환경. 의지가 너무 강하면 환경이 뭐라해도 극복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극복한다 해도 그 관계가 계속 잘이어지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이 영화속에서도 그들은 재회하고 서로에게 욕망으로 시달리고 그렇게 두번째 기회를 얻어도, 다른 이의 발언 하나로 또다시 무너진다. 나는 이 부분부터가 어이없었는데, 왜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데, 당신이 하는 말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거봐 너는 그럴 줄 알았어!'가 되어서 무너지냐는 거다. 물론, 하딘은 테사에게 크게 신뢰를 잃었던 적이 있다. 그러니 다시 그들이 사랑을 속삭인다 해도 그 신뢰가 또 무너지기는 쉬웠을 거다. 테사는 하딘이 자신을 크게 속였던 것을 잊을 수가 없다. 그게 자기 안에 너무 크게 자리잡고 있어서 뜨겁게 사랑을 속삭이다가도 이내 다른 사람의 한마디 말에 불쑥 그 숨겨둔 것이 튀어나와 버리는거다.

이건 비단 연애에서 뿐만이 아니라 우정에 있어서도 그렇다. 나는 친구들에게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에 대해 어떤 말을 듣는다면 그걸로 판단하지 말고 네가 그동안 겪은 나로 판단해'라고 종종 말하곤 한다.



이 영화는 중간 이후부터 내용 자체가 짜증나기도 했지만, 자금의 출처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하딘은 테사의 마음을 얻기 위해 테사의 생일에 킨들을 선물해준다. 테사가 책 읽는 걸 좋아하는 걸 알고 또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알기 때문에 테사가 좋아하는 책을 킨들 안에 이미 다 넣어서 선물하는 거다. 바로 며칠 뒤에는 크리스마스라고 목걸이를 선물해준다. 테사와 하딘은 아직 학생이고 테사는 인턴으로 취업했지만 하딘은 일을 하지도 않고 일하는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그의 아버지가 대학 총장으로 나올 뿐인데, 그렇기 때문에 굳이 일하지 않아도 돈은 주머니에서 계속 솟아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일하지 않는 사람이 돈을 마음껏 쓰는 걸 보는 건 내가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일전에도 [늦여름] 이란 소설을 1권만 읽고 2권을 읽지 않았던 게, 주인공은 여행만 다니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는게 가능한 삶을 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유산을 남겨줬는데 그 유산에 자꾸 이자가 붙고 이자가 붙어서 그 이자로 살 수 있다. 개꿀인생..

테사와 하딘은 이제 스무살인데 뭘 저렇게 좋은 선물을 자주 할 수 있을까, 이 영화속 주인공이 스무살인만큼 이 영화를 보는 많은 관객 역시 비슷한 나이대일텐데, 돈 벌지 않으면서 돈 쓰는 건 너무.. 아무튼 좀 난 이런 게 싫어? 요즘 이래저래 나는 꼰대인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인생이여.....



둘이 커플 요가를 하러 가는 장면도 너무 싫었다. 이건 내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2]를 보면서도 한 번 언급했던 적이 있는 것과 비슷한 불만인데, 둘이 커플 요가 하러 가서는 '너 흥분돼? 나 흥분돼'이러면서 요가 수업에 방해가 되는 것.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그러고 중간에 나가는데 저런 민폐새끼들..하게 되는거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2편에서는 여주가 자원봉사 일하는 와중에 갑자기 피터를 사랑한다는 걸 깨닫고 걍 정리도 안하고 가버리는 장면이 있단 말야? 나는 이런 민폐가 너무.. 싫다... 이런 민폐를 끼쳐도 사랑이면 다 괜찮아, 라고 말하는 거 너무 싫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 건 하고 다니고 지킬 건 지키면서 다니자, 진짜. 빡침.




<애프터: 그 후>는 그 다음 시리즈가 또 나올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냐하면 나는 1편보고 테사 아버지가 돌아가신 건줄 알았는데 뭔가 내가 잘못봤는가보다. 2편에서는 엄마랑 이혼한거였는데 아빠가 어디있는지 알 수 없고, 그런데 영화 끝날 때 갑자기 아빠가 테사 찾아왔어..아 그 다음 시리즈가 있구나 싶은데, 이제 이 영화는 안봐도 될 것 같다. 




그들이 이별할 수 없었던 데에는 거리가 큰 역할을 했을 거라고 내가 썼지만, 그러나 거기에는 젊음도 있었던 것 같다. 같은 상황, 같은 거리였다고 해도 나였다면 그렇게 애쓰지 않았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어휴, 그래, 갈라면 가라.. 하는 어떤 열정없음이 자리잡을 것 같은 거다. 애쓰는 거, 노력하는 거, 최선을 다하는 거, 시도하고 도전하는 그 모든 건 젊어서 가능한 지점도 분명 있었을 것 같다. 스무살에 사내 섹스라니... 나는 이 나이 되도록 못해봤는데... 사내 키스는 해봤어도.....


최근에 읽은 《프로이트 패러다임》에서, 성욕이 지적인 욕구를 달성하는 걸로 표현되기도 한다는데 나는 성욕을 독서로 푸는건가, 라는 생각 그 책 읽으면서 했다. 상대적으로 연애보다는 책 읽는 쪽이 덜 피곤하기 때문일까. 그래서 나는 자꾸 독서로 가는건가..아무튼 열심히 독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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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11-0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이 영화 진짜 웃기네욬ㅋㅋㅋㅋㅋㅋ 인턴으로 들어간 첫날, 세 개의 원고를 검토하며 밤을 새서 보고서를 만들다가 사무실에서 잠이 들어버리고, 그 다음날 출근한 출판사의 사장이 발견하고 그날로 당장 투자자 미팅에 데려가고 거기에 스위트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팬티 재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1-02 14:01   좋아요 0 | URL
또래의 사람들이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직장생활 20년차가 보기에는 어처구니가 없는 것입니다. 아니,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나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휴... 쯧쯧. 이게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흔한건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도 이제 막 입사한 아나스타샤가 사장이 되더라고요?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론 그레이가 그 회사를 인수해서 그렇긴 하지만.. 아오 이런 거 진짜 너무 개연성도 현실성도 떨어지고, 제가 아무리 연애영화 좋아하지만 너무 관객 놀려먹어요. 장난하나....

얼음장수 2020-11-02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위트룸, 나이트클럽, 사내 섹스.... 아무튼 열심히 독서나 해야겠네요.

다락방 2020-11-02 17:00   좋아요 0 | URL
쿨럭. 그...그....그렇지요? 그래야겠지요? ( ˝)

꼬마요정 2020-11-02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음 그렇군요. 같이 요가를 하는군요. 저도 남편과 함께 주짓수도 하고 필라테스도 합니다... 물론 흥분되거나 이런 거 전~혀 없죠. 왜냐... 힘드니까요 ㅋㅋ 특히 필라테스는 정말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뭐가 흥분된다는 건지... 영화는 다 거짓부렁이에요!! 흉곽을 닫고 날개뼈를 내리기도 벅찬데 성적 흥분이라니... 아아 말도 안 돼요!!

다락방 2020-11-03 09:13   좋아요 0 | URL
그게 아마도 거시기 그러니까.. 서로 막 땀이 나서 그런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영화 보면 가끔 상대의 땀냄새에 흥분하고 그러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저는 땀냄새 겁나 싫어서 땀냄새에 흥분 1도 안합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저 젊은이들이 요가를 하다가 흥분을 하는데, 아니 생각해보세요, 제가 요가하는 옆에서 씩씩대며 흥분돼? 나도! 막 이러고 있으면 제 요가 수업에 얼마나 방해가 됩니까? 민폐쟁이들 ㅠㅠ
아무튼 젊은이들이 요가 하다 흥분해 뛰쳐나가서는 서로의 요가복을 벗겨주며 샤워를 같이... 네..... 그렇습니다. 젊은이들이니까 가능한것이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앞서 11,12월은 푸코의 성의 역사를 읽는다고 알렸는데요, 4권 역시 성의 역사의 시리즈인바, 4권까지 함께 읽기로 하겠습니다. 두 달동안 성의 역사 1-4권을 읽는 일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고 그걸 알라딘에서 계속 지켜보게 된다면, 아마도 우리는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코가 저도 처음인데요, 본격적으로 푸코 들어가기에 앞서 개론서 읽어보실 분들은, 아직 저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책을 안내합니다. 저도 일단 푸코 시작 전에 이 책을 한 번 볼까 합니다. 그러면 사야 할 책이 몇 권이여...
















아무튼 여러분, 푸코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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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1-02 1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난달 사.장.환 숙제(^^)를 다하고 다락방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러 왔어요 ^^ 다락방님 덕분에 좋은 책도 일고 많은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 가능하면 계속 참여하고 싶은데, 푸코님......아쉽지만 못할 것 같아요 ㅠㅠ 집에 있는 푸코님의 다른 ‘감시와 처벌‘ 으로 개인적으로 달려보겠습니다! ㅋㅋ

다락방 2020-11-02 10:40   좋아요 0 | URL
네네, 한님. 푸코는 좀 힘들겠지요? 저도 양도 많고 어려울 것 같아 이번 책이 완독 가능할까 싶습니다. 하는데까지 해보려고요. 한님도 감시와 처벌 개인적으로 달리시는 거 응원합니다!
1월 육식의 성정치는 어떠세요? 가능하면, 같이 해요, han22598 님! :)

han22598 2020-11-03 00:04   좋아요 0 | URL
올해의 마지막 프로젝트. 푸코 읽기 응원합니다! 저는 푸코를 들을 때마다 항상 동시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코푸시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월 육식의 성정치.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참여합니다! 감사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20-11-03 16:17   좋아요 1 | URL
저는 푸코 너무 어렵고 읽기 싫을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른 육식의 성정치 읽을 1월이 왔으면 좋겠어요 ㅎㅎ
(이렇게 쓰면서 코푸라고 쓸 뻔했어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