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이 그간 내가 빌려준 책들을 다 읽었다고 연락했다. 아.. 나 이자식 오래 걸릴 줄 알고 씐나게 다른 책들 읽고 있었는데.. 이자식한테 빌려줄 책이 시급하다. 그렇다면 나는 미스테리나 스릴러 중에 무언가를 읽어야만 해! 그렇게 책장 앞에 가 섰는데, (다른 많은 책들과 마찬가지로) 오래전에 사두고 안읽었던 '톰 롭 스미스'의 책이 보인다.

















오만년전에 《차일드 44》1 권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2권도 잽싸게 사두었더랬다. 그리고 잊고 살았지..나는 가끔 잊고 살아요, 아니 자주.. 그렇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오래전에 읽은 책이다 보니 1권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레오가 국가 요원이었으며 그러다 살인 사건을 파헤치면서 그간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게 됐고, 아내와 함께 딸 둘을 입양하게 되었다는 것 정도만 기억이 났다. 물론 2권은 1권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도 읽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런데 읽다보니 너무 재미있고, 와, 이거 영화로 만들면 대박이겠는데, 하다보니 '어? 1권은 톰 하디 주연의 영화로 나왔잖아?'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넷플에 들어가 검색했으나 넷플엔 없었고.. 네, 넷플은 항상 내가 보고 싶은 영화는 없어요... 네이버에 검색하니 있기 때문에 유료로 구매해 다운을 받던 중, 어? 나 이거 본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나랑 이 영화를 같이 보았을 거라 추측되는, 나랑 거의 같이 극장에 가던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우리 차일드 44 영화 봤던가? 하고. 그러자 친구는 응 우리 극장에서 같이 봤지, 답을 보내왔는데... 어쩌면 이렇게 아무것도 기억이 안날까. 그래 다시 보면 되지, 뭐, 하고 나는 다운을 받아둔 것이었던 것이었다.


까지 써놓고, 내가 이 영화를 봤다면 글을 써두지 않았을까 싶어 검색했더니 ㅋㅋㅋㅋㅋㅋㅋ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영화는 그저 그랬다' 라고 역시나 글을 써놨네. 나여... 책의 중요한 내용을 다 덜어내서 그저 그랬다고 써놨어. 나여 어떡하냐. 앞으로 영화 보기 전에 페이퍼 검색해봐라.... 나여.....
















자,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자. 《차일드 44-2》권에 대한 얘기다.



책은 1940년대 후반의 스탈린 체제하의 소련에서 시작한다. 1권의 레오보다 조금 더 과거의 이야기, 즉 레오가 이제 막 비밀경찰로서 첫 임무를 띠게 된 꼬꼬마 시절의 이야기인거다. 정부에서 교회를 파괴하고 그걸 반대하는 사람들을 색출해내면서 라자르라는 신부가 고발당하고 그의 아내 '아니샤' 역시 잡혀들어간다. 그리고 7년의 시간이 훌쩍 흘러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이야기가 처음에 왜 나왔을까, 이렇게 처음에 나온 까닭은 뒤에서 다 밝혀질 것이다, 생각하는데, 아아, 이 아니샤가 결국 국가에 사적 복수를 하기 위해 갱단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어 돌아오는 거다. 두둥- 스탈린은 죽었고 스탈린 시절에 너무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잡혀들어가 잔인하게 고문당했던 걸 정부 관리가 인정한 연설문도 돌았던 터라 이제 사람들은 동요한다. 그 시절 사람들을 고발하고 고문했던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나간다.



아니샤가 라자르와 부부였던 시절, '너 혼자만이라도 살 수 있다'고 그녀에게 남편을 고발하고 살라고 말해줬던 비밀경찰의 말을 듣지 않고 남편을 따라 잡혀갔지만, 그러니까 남편을 배신하지 않고 그와 함께 수감되긴 했지만, 그러나 그녀가 남편과의 결혼시절에서 남편에게 불만이 없었던 건 아니다. 라자르는 남편으로서 아내의 말을 귀담아 듣지도 않았고 아내가 잘한 공도 가로채는 남자였다.



그녀는 이해했다. 남편은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다. 남편은 그녀를 위해서도, 다른 누구를 위해서도 원칙을 굽힐 사람이 아니다. 그에겐 그들의 목숨보다 원칙이 훨씬 중요하다. 그 철거 현장에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건 쓸데없이 위험을 자초하는 짓이라고 그녀가 경고했다. 분명 비밀경찰이 구경꾼을 감시할 텐데 그는 그중에서도 눈에 띌 거라고. 항상 그렇듯이 그는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그녀의 충고를 생각해보는 척하지만 거기에 귀를 기울인 적은 한 번도 없다. 교회 당국과 소원해지지 말라고 그녀가 애원하지 않았던가? 그들이 국가와 교회를 모두 적으로 만들 만큼 힘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p.19





"우린 저 종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게 아니야. 우린 저것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고 있는 거라고."

아니샤는 남편의 뻔뻔스러움에 왈칵 분노가 치밀었다. 그 젊은 작곡가는 그가 아니라 그녀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녀가 애원하고 설득해서 라자르가 그 악보를 맡아주었다. 그런데 라자르는 지금 막심에게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품었던 의심과 불안은 싹 빼버리고 그녀를 소극적인 동조자로 바꿔버렸다. 그녀는 라자르가 자신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사실을 의식이나 하는지 궁금했다. -p.23



크- 아니샤의 빡침이 뭔지 사실 여자라면 누구나 다 알지 않을까. 말 지지리도 안들어서 위기에 몰아넣는 것, 잘된 일에 대해서는 주인공을 자신으로 설정하고 여자를 보조의 위치에 놓는 것까지. 자기 원칙 중요하게 지키는 남자지만 아내 말은 듣지 않는 남자여..


그러나 이 흔해빠진 이야기를 내가 하자고 이 페이퍼를 쓴 건 아니다. 여자 두목, 여자 두목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아니샤는 감옥에서 보르이들을 알게 된다. 보르이란 갱단을 의미하는데 범죄 조직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아니샤는 갱단의 일원이 되어 국가에 대한 사적 복수를 감행하고자 한다. 여자는 안받아준다며 까다로운 원칙들을 적용함에도 불구하고 아니샤는 시키는대로 해서 일원이 되고 급기야 두목이 된다. 여자의 몸으로 갱단의 일원이며 두목이 되기까지도 힘들었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게다가 그들에게 국가에 대한 복수를 하자고 이끄는데도 역시 마찬가지. 그녀는 남자 조직원들에게 자신의 힘을 보여줘야 하고 그들을 다루는데 계속해 신경을 쓰고 긴장을 해야 한다. 두목은 여자지만 조직원들이 전부 남자라 시도때도 없이 이들은 그녀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고 노리고 있다. 여자인 것이 영 마땅치 않은 거다.


그러던 차에 십대 소녀를 납치해오게 되고 이들 조직원중에 가장 인기 있는 '리코이'란 놈이 그 소녀를 강간하려고 한다. 이에 십대 조직원 '말리샤'가 같은 조직원을 총으로 쏘고, 이 일은 조직 내에서 시비를 가려야 하는 일이 된다. 리코이는 조직원을 다치게 한 '말리샤'를 처벌해야 한다 하고, 말리샤는 두목이 시키는대로 인질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했다고 한다. 아니샤에서 '프레이라'로 이름을 바꾼 이 브로이의 두목은 이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 해야 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남자 조직원들은 리코이의 편을 든다. 리코이는 자신의 변명을 한다.



"난 그저 그 여자애랑 한 번 하고 싶었어요. 그게 죕니까? 범죄자에게 그건 죄가 아니잖아요!"

그 말에 다른 보르이가 씩 웃었다. -p.194



리코이는 그 여자애랑 한 번 하고 싶었고 그건 범죄자에게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조직원들의 생각도 역시 같다. 만약 조직의 두목이 남자였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리코이의 말에 수긍했을 것이다. 조직원들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 두목이 남자였다면 자신들과 함께 이 일을 해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기대한다. 그동안 조직의 원칙대로라면 프레이라는 말리샤라는 소년을 죽여야 한다. 그녀는 리코이의 말을 들었던 것처럼 말리샤의 변명도 듣는다. 말리샤는 안전하게 지키라는 두목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한다.



말리샤가 지켜보는 동안 프레이라는 자신을 동그랗게 둘러싼 부하들 안에서 천천히 왔다 갔다 하면서 그들의 분위기를 판단했다. 여론은 말리샤에게 불리했다. -p.195



말리샤는 이 강간을 그대로 벌어지게 방치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말리샤 나름의 개인적 사정이 있다. 말리샤는 아직 동정이었고, 게다가 인질로 잡혀온 이 소녀에 대해 개인적으로 마음이 생겼다. 이 소녀를 좋아하게 됐다. 말리샤가 만약 지금 이 나이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이 상황-동정, 연정-이 아니었다면, 말리샤 역시 그 조직원들과 같은 행동을 했을런지도 모른다. 말리샤가 이 강간을 중간에 방해한 것은 '강간은 해서는 안될짓이다'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으니까. 어차피 이들 조직에게 퍼져있는 인식은 '우리에게 강간은 죄가 아니다' 였지 않은가.




마치 신성한 것이라도 되듯이 그들이 보르이의 규칙을 들먹이는 소리를 들으며 프레이라는 그들에게 도통 자의식이란 것이 없다는 점에 경이로워했다. 그녀가 세운 조직의 규칙은 전통적인 보르이의 규칙들을 유지하는 동시에 그것들을 깨고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예는 바로 그들이 여자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보리이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다른 도둑 집단의 두목들과는 대조적으로 프레이라는 국가와 아무 관계없이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녀는 국가와 국가를 위해 일하는 이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녀는 부하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그 복수를 묘사하면서 국가도 그들의 조직보다 큰 라이벌 갱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녀는 국가에 대해 크나큰 원한을 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심 보르이가 보수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남자 지도자를 선호한다. 그들은 돈과 섹스와 술에만 관심을 쏟고 싶어 한다. 그들은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참고 있듯이 그녀가 국가를 상대로 복수를 기도하는 것도 그냥 참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참는 유일한 이유는 그녀는 똑똑하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들에게 자금을 대며 보호해주었고 그들은 그런 그녀에게 의지하고 있다. -p.198



그들은 리코이를 대표적인 보르이로 보고 있다. 그들은 그의 성적 욕구를 자신의 욕구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p.198



리코이의 성적 욕구를 자신의 욕구처럼 받아들이는 남성들이다. 그러니 여자 두목이 달가울 리 없다. 그녀를 두목으로 삼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내내 그들의 불만이다. 게다가 이번 판결에 있어서 더 불만이 터져나온다. 프레이라는 리코이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리코이는 이에 분노한다. 그리고 반항한다.



"이년을 우리의 창녀로 만들자. 우리도 사내답게 살아보는 거야!" -p.205




그렇다. 여자 '두목'이지만 이 조직의 구성원들은 '여자' 두목에 항상 방점을 찍고 있었다. 불만이 터져나오자 가장 먼저 하는 말은 그녀를 성적물화 시키는 일이다. 만약 조직의 두목이 남자였다면, 그래서 반항하고자 했다면, 그 때 가장 먼저 나올 말은 무엇이었을까? 단언하건대, '창놈으로 만들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남자 두목을 죽여야 자신들이 '사내다워'진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프레이라가 이 강간시도범을 처벌하고자 한 것에는 '강간이 나쁜 일'이라는 인식이 가장 먼저 우선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프레이라는 프레이라 나름의 이 조직을 지켜야 할 위치에 있었고, 리코이의 말리샤 중에 한 명을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가 만약 '여자' 두목이 아니었다면, 이 강간시도가 두목 앞에 오는 일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사회적으로 여러 곳에서 여자들이 있어야 한다고,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의 우두머리가 '여자' 라면 상황은 여러가지로 달라질 수 있다. 여자가 '교사' 라거나 '상사'라거나 학생이나 사원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해도 성희롱을 비롯한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고, 표면상 더 권위적인 자리여도 오히려 여자라며 깔보는 일들도 일어나지만, 그러나 그 조직 내에서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대응하는 건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여자가 우두머리가 된다고 해서 그 여자가 반드시 정의롭고 선하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자도 한 사람의 인간이기 때문에 비리와 폭력에 앞장설 수도 있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여자도 인간이니까. 그렇지만 그 조직내에서 성범죄 앞에 '다른' 행동을 할 확률은 여자가 우두머리라면 아주 높아진다. 나만해도 몇해전 직장내 성희롱 사건을 공론화하면서 다른 여직원들에게 말했더랬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나면 나한테 말해' 라고. 일전에 여자 구청장이 '만약 사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된다면 내 개인핸드폰으로 연락하라'고 했던 일이 화제가 되었었다. 나도 살면서 잘못한 일이 많은 사람이고 빻은 말과 행동들을 숱하게 했던 사람이다.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나는 쌍년이기도 할 것이고 나쁜 인간이기도 할 것이다. 그 여자 구청장 역시 안티가 존재할 것이고 누군가에겐 어마어마한 욕을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여직원이 성희롱 당하고 울고 있는 걸 보면서도 가만 있는 남자 과장하고는 달랐다. 그럴 때 하지말라는 말을 한 번도 입밖으로 낸 적도 없고 자신의 일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남자'과장과는 달랐다. 사내에서 그런 일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남자' 임원과도 달랐다. 나는 그 일을 알게 됐고 알게 됐으므로 어쩔 수 없이 행동해야 했다. 자신 때문에 분위기 나빠질까봐 그저 울기만 했던 직급 낮은 직원과 달리, 나는 임원실 문을 열고 들어가 이 일을 얘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때 직급 있는 여직원들을 임원실에 같이 들어오게 했다. 이 일의 증인이 되어달라고. 그러니까 조직에 여자 상사가 있으면 심지어 우두머리가 여자라면, 달라질 수 있는 거다.



프레이라는 조직 내 남성들이 어떻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새끼들이 한 남성의 성욕을 자신들의 성욕과 같이 취급한다는 것, 강간을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물론 알고 있었다. 그러나 프레이라가 여자였기 때문에 이 일은 프레이라 앞에 판결을 기다리며 나올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이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에 그리고 더 넓게 퍼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에도 법원에도 구청에도 시청에도. 여자가 있다고 백프로의 확률로 성범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아주 많은 부분이 다른 식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성범죄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러 갔을 때 그 담당이 여자라면, 그 피해자는 억울해하며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적어질 수 있다. 성범죄 피해자가 재판을 받으러 갔을 때 그 변호사나 검사 판사가 여자라면, 가해자가 받아야 할 벌은 달라질 수 있다. 공개석상에서 디지털 성폭력 영상을 보자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김수정 변호사'의 책을 들고나와 읽기 시작했다.

















몇 장 읽지도 않고 이런 구절을 만난다.




치마가 들춰지고, 마음대로 볼일도 못 보고, 남자아이들의 잘못으로 소문에 오르내려도 ‘행실 잘하라‘며 오히려 혼나던 여자아이들이 자라나, 남자 사진을 촬영해 유포하거나 남자로부터 당한 일을 그대로 되갚자며 똑같이 하려고 하거나, 혹은 하고 있다. 이른바 ‘미러링‘이다. 여자들이 미러링하는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데, 내 눈에는 싫어하는 벌레가 온몸에잔뜩 들러붙었는데 이를 떼어내지 못해 몸부림치는 고통으로 느껴진다. 내 눈에 미러링은 여성의 비명이다.- P20



여자들이 아무리 미러링해봤자 원본을 어떻게든 이겨낼 수도 따라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미러링에 대해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 여자들을 얼마나 욕했던가. 그러나 김수정 변호사는 이 미러링을 '여성의 비명'으로 본다. 그렇게 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뒤는 지난 여름 매달 몇만명의 여성들이 불법촬영 그만두라고 시위했던 이야기로 이어진다. 매달 불편한 용기 시위에 나가 목이 터져라 외쳤던 사람으로서 이 부분에서 눈물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 여성이 지금보다 더 많이 변호사여야 하고, 여성이 지금보다 더 많이 기자여야 하고, 판사여야 하고, 사장이어야 하고, 회장이어야 하고, 화가여야 하고, 가수여야 하고, 목사여야 하고, 피디여야 하고, 구청장이어야 하고, 시장이어야 하고, 국회의원이어야 하고, 총리여야 하고, 대통령이어야 한다. 여성의 비명을 알아채는 사람, 여성의 비명을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오늘 아침 사무실에 도착해 환기를 하고 커피를 내리면서 바깥을 보는데 또! 바깥이 예쁘다. 아직 어둑해서인지 빌딩들의 조명도 반짝거렸다. 이거슨 도시불빛.... 도시불빛 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자마자 <회전목마>가 생각났다.




저기 하늘 멀리로 애드벌룬

도시 불빛은 내게 위로일까?

낡은 조명을 켜고

좋은 음악을 틀고

할 수 있는 건 이것 밖엔 없네요

그래도 나와 함께

슬퍼하지 말아요

기뻐하지 말아요

다 지난 일이야, 이젠 잊어버려요

다시 바람은 불고

우린 함께 있으니

그래, 그대 눈물은 이제

시간에게 맡겨요

그대와 날 믿어요

늘 같은 하루라 모두 잊었겠지만

언제나 여기에서

난 이렇게 웃어요 이제

슬퍼하지 말아요

시간에게 맡겨요







사진으로 찍으니 도시 불빛은 잘 나오질 않는구나..


업무 시작하기 전, 보쓰가 출근하기 전에 준비할 것들을 준비해두고서는 벗어두었던 롱패딩을 다시 입고 내려둔 커피를 들고 그리고 핸드폰을 들고 정원으로 나갔다. 그사이 어둠은 물러가버렸네.





겨울 바람이 차지만 좋다. 오늘 노래도 좋았다. 이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 이 노래는 내게 상징이 되었었지. 오랜만에 노래 들으면서 좋았다. 다시 바람은 불고 우린 함께 있으니. 크-



사무실에 도착하기 전에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우리 토요일 점심에 아빠랑 같이 짜장면 시켜먹자, 고 내가 말했다. 엄마는 깔깔 웃으며 그것 때문에 출근하다 전화했냐 물으셨다. 나는 그렇다고, 코로나 때문에 짜장면 한그릇 먹으러 간지도 오래되었다고, 짜장면 먹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알겠다고 탕수육도 먹자고 하셨다. 나는 "대자로 시킬거얏!" 했다. 그렇게 토요일 점심의 스케쥴이 생겼다. 나는 간짜장 먹을거야. 간짜장하고 탕수육 대자로 시켜야지. 탕수육은 거의 남을텐데, 그 남은 건 그 날 밤의 안주가 될것이다. 살면서 처음으로 줌으로 모임을 갖기로 했는데, 그때 탕수육 데워서 와인하고 준비해가지고 아이패드 앞에 두고 건배를 외쳐야지. 건배!



시간은 참 잘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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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12-1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를 봤던 거 같은데 기억이 안나요;;; 그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시리얼 킬러 얘기로만 기억나요. 여자두목도 나왔던가요? 아 이 기억력 ㅜ ㅜ

다락방 2020-12-17 10:04   좋아요 0 | URL
여자두목은 2편에 나오는 거에요. 영화는 1편만 만들어진거고요. 제가 읽은 여자두목은 2편의 이야기입니다. 이게 제목이 각자 다른 제목이 아니고 차일드 44-1, 44-2, 44-3 이렇게 되어있더라고요. 헷갈리게 ㅠㅠ

유부만두 2020-12-17 10:09   좋아요 0 | URL
1편도 가물가물한데 2,3 편도 있군요. 이래서 책을 읽고 기록을 해야해요. 전 요새 북플이 알려주는 5년전 10년 전 기록을 보면 놀란다니까요. 내가 이런 책을 읽었네? 이런 책을 읽고 싶다고 했네? 이러면서요.
하긴.... 사놓은 책 또 주문하는 머리로...

요샌 매일 집콕이라 요일 세는 것도 힘겨워요. 슬퍼요. 목요일.
참, 올려주신 아침 사진 정말 멋지네요. 매일 매일 신선하게 (실내에서) 감상하고 있어요.
새벽 출근하시는 바지런한 분, 존경해요.

다락방 2020-12-17 10:12   좋아요 1 | URL
저는 1편을 하도 재미있게 봐서 2편 나오자마자 샀는데 이제야 읽었어요. 그런데 2편 읽어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3편도 사려고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1편 기억 하나도 안나요.

저도 북플이 알려주는 과거 글 보다가 화들짝 놀라곤해요. 내가 이런 책을 읽었나? 하고 놀랄 때도 있지만 ‘아니 이렇게 빻은 글을 썼다니 부끄럽기 짝이없다‘ 이러면서 놀라요 ㅠㅠ 그럴때마다 글 감출까 싶지만, 이렇게 빻았던 나도 나다... 하면서 냅둡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0-12-17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왜 자꾸 캐나다 가요?
저 사진은 그냥 다... 캐나다잖아요.
캐나다 안 가봤는데 난 그런 확신이 들어요.
저건 캐나다야... 캐나다야, 저기는...

다락방 2020-12-17 10:18   좋아요 1 | URL
어머, 저 캐나다에 있잖아요! 그새 잊으셨어요? 제가 캐나다에 있지만 우리가 디지털 세상에 살기 때문에 이렇게 바로바로 글도 확인하고 메세지도 주고받고 그럴 수 잇는 거에요! 디지털 세상이라서 캐나다에서도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먹을 수 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12-17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손 시려워서 커피 들고 냉큼 안 들어왔나봐요? ㅋㅋㅋ
여자 두목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나쁜 넘들이 목적을 달성하나요. ㅠㅠ
오늘 목요일인데 토요일 점심까지 챙기는 다락방 님 존경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17 10:50   좋아요 0 | URL
오늘은 롱패딩 챙겨입고 머그컵 양손에 꼭 쥐고 있어서 노래 한곡 들을만큼 있을 수 있었답니다. 후후후훗
여자 두목은 일단 저 상황에서는 위기를 극복하고 이겨냅니다.
그나저나 이 책 재미있어서 저는 어제 책 주문했는데 오늘 또 주문하게 생겼네요. 우리 책 주문하는 사람들은 또 읽고 싶다고 한 권만 주문하지 않고 이왕 주문할 때 한 박스를 만들어버리잖아요? 저 좀 살려주세요 ㅠㅠ

저는 주말 식단 계획을 언제나 평일에 짜두고 주말을 기다리곤 합니다.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저만의 방법이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12-17 10:5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우리는 왜 대체 정녕 한 권만 주문하지 못하는 걸까요? -_-;;

다락방 2020-12-17 11:06   좋아요 0 | URL
이런 제가 너무 싫어요 흑흑 ㅠㅠ 월급 받으면 다 책값으로 나가 ㅠㅠ 이번 달에 적립금 2만원 받았는데 대체 제가 쓴 돈은 얼마인건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연 2020-12-17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고픕니다...ㅜ
(아 이 긴글을 읽고 짜장면과 탕슉에만 꽂혀 배고파하는 비연.. 넌 누구..ㅜ)

psyche 2020-12-17 11:03   좋아요 1 | URL
저랑 동시에 짜장면와 탕수육에 꽂히셨네요 ㅎㅎ

다락방 2020-12-17 11:05   좋아요 1 | URL
저 빨리 토요일이 되어서 짜장면에 탕슉 먹고싶어요. 간짜장 먹을거에요. 간짜장. 전 간짜장이 좋아요. 간짜장이여, 내게 오라!

psyche 2020-12-17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짜장면 배달시켜 먹고 싶어요. 탕수육까지...ㅜㅜ
그건 그렇고 child 44 가 2편 3편까지 나왔군요. 몰랐어요. 저도 1편은 하도 옛날에 읽어서 기억도 안 나는데 재미있다니 끌리네요.

다락방 2020-12-17 11:06   좋아요 0 | URL
탕수육 너무 먹고 싶어요. 토요일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ㅋㅋㅋㅋㅋ

저 2편 지금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3편 사려고 하는데 리뷰 읽다가 스포일러 터져서 ㅠㅠ 벌써 슬픔요 ㅠㅠ 프시케님 혹여 구매하실 거라면 스포일러 피하시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3권 사러 갑니다. 슝-

카스피 2020-12-17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는 책을 잘 안읽다보니 2편이 나왔는지도 몰랐네요.(ᗒᗩᗕ)

다락방 2020-12-17 16:24   좋아요 0 | URL
그 요즘이 언제인가요... 2편은 2015년에 나왔습니다.....

scott 2020-12-1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에 메리~고 어라운드 는 ,,,,


짜장면! 간짜장 ╰┳┳╯특대 사이즈 추천!

근데, 난간위에 커피 이런 강추위에 확 식어 버릴것 같아 걱정, 걱정,
담엔 텀블러에 담아 드셔요 ٩(◕‿◕。)۶

다락방 2020-12-17 16:23   좋아요 0 | URL
간짜장 간짜장 간짜장 간짜장 토요일 빨리 됐으면 좋겠어요. 후루룩- 간짜장 흡입해야지. 움화화핫.

저.. 사실 뜨거운 걸 잘 못먹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어차피 노래 한 곡 들을 동안만 있었던 거라서 아주 괜찮습니다. 커피를 사마실 때는 텀블러에 받아오긴 하지만 저는 텀블러에 커피를 마시면 맛이 없어요. 커피는 무조건 머그머그!! 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아니 근데 스콧님 대체 저 이모티콘은 ㅋㅋㅋㅋㅋㅋㅋㅋ 자동완성 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12-1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에 서재의 달인 엠블렘 12월 한 달만 펼쳐놔주세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경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17 16:22   좋아요 1 | URL
아이참, 제가 여러분 계급차 느낄까봐 그동안 한 번도 엠블렘 펼쳐둔 적 없었는데, 잠자냥 님 요청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드러내야겠네요. 겸손을 아는 저로서는 난처하기 짝이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0-12-17 21:0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엠블러 10년 연속
이제는 알라딘에서 목에 훈장을 걸어줘여 함 ㅋㅋㅋㅋ
황금색으로 (˵ ͡° ͜ʖ͡°˵) 다락방님 얼굴 새겨주세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18 09:52   좋아요 1 | URL
엠블렘 열개 모으면 실물 금 한돈으로 바꿔줬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마가 들춰지고, 마음대로 볼일도 못 보고, 남자아이들의 잘못으로 소문에 오르내려도 ‘행실 잘하라‘며 오히려 혼나던 여자아이들이 자라나, 남자 사진을 촬영해 유포하거나 남자로부터 당한 일을 그대로 되갚자며 똑같이 하려고 하거나, 혹은 하고 있다. 이른바 ‘미러링‘이다. 여자들이 미러링하는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데, 내 눈에는 싫어하는 벌레가 온몸에잔뜩 들러붙었는데 이를 떼어내지 못해 몸부림치는 고통으로 느껴진다. 내 눈에 미러링은 여성의 비명이다. - P20

남성들이여, 제발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 ‘동의‘나 ‘사랑‘을 했다고 말하지 말라. 그렇게 사랑한다면 아직은 어린 그들이 건강하게 무사히 성인으로 성장하게 지켜보라.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라. 미성년자가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했다는 이유로 그것을 자발적이라고 하지 말라. 아이들의 성을 사는 사람이 누구인가.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더 이상 아이들에게 묻지 말라. ‘남성‘이라는 이름이 더이상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 P66

필리핀 등 가톨릭 국가의 여성이 대리모인 경우 종교적 이유로 낙태를 거부하는데, 쌍둥이 중 하나가 장애아로 태어나자 의뢰인 부부가 비장애인 아이만 데려가는 사례도 있었다. 대리모 계약에서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철저히 돈의 지배하에 놓이고, 인격을 가진 여성은 사라지며, 생명은 선별된다. 이것이 바로 현재 성행하고 있는 대리모 계약의 민낯이다. - P174

국민개병제에 입각한 징병은 참정권 등 시민적 권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제도인데, 이때의 시민은 여성이 아닌 남성만으로 전제되었다. 서구의 경우 국가와 시민(남성)간의 계약으로 시작된 징병은 여성을 시민에서 배제하고 시민인 남성의 권리를 확대하는 제도의 일환이었다. 남성 시민들은 남성만이 시민인 국가를 지키기 위해 징집되었던 것이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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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랜만에 20분 전신요가를 했다. 코로나 때문에 요가센터에 다니지 못한지 이제 일년여가 되어간다.


한번은, 언제 다시 다니게 될지 몰라 매트며 세면용품을 가지러 갔는데, 와, 오랜만에 방문한 센터가 너무 좋아서, 와 너무 다시 다니고 싶다고 울고 싶을 정도로 원하게 됐다. 요가센터가 아예 문을 닫은 게 아니라 수업은 계속 진행중이었는데, 수업때마다 거의 스무명에 이르던 사람들이 이제는 열 명도 안되게 참석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수업의 질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이럴 때 수업을 들어야 하는게 아닐까 너무 안타까웠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는 게 힘들 것 같아 자꾸 뒤로 미루다가, 아니야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수업을 듣자 다시 갈 생각을 하였는데, 임신한 올케를 생각하니 그러면 안될것 같았다. 조심, 또 조심을 해야지.


그래도 요가에 대한 감을 잃지 말자 싶어서 집에서 생각날 때면 요가를 했는데 얼마전에 뭘 잘못했는지 며칠째 등과 허리가 아파서 그만두었더랬다. 그만두었더니, 몸이 회복한 다음에도 다시 요가를 하게 되질 않았다. 이것도 탄력이구나, 계속 하면 하는 탄력이 붙고 그만두는 순간 하지 않는 탄력(이란 단어가 적절하진 않지만)이 붙어, 안하게 된다. 그걸 깨달은 후로는 억지로 라도 일주일에 한두차례, 이십분 요가라도 하자 마음 먹은 참이다.


퇴근후 요가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퇴근 전에는 집에 가면 요가해야지, 고작 이십분이잖아, 하지만 막상 집에 도착해 가방을 던져놓고 손을 씻고 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몸과 마음의 상태가 되는 거다. 매트를 깔고 요가를 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의지를 끌어 모아야 한다. 어제는 그렇게 의지를 끌어 모았던 날이다. 전날 내가 만든 피자를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에 그 의지가 없다해도 움직여야 했다. 내가 피자를 만들면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원하는 재료를 내가 원하는 만큼 넣을 수 있다는 데 있지 않은가. 내가 피자 치즈를 얼마나 넣었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그렇게 요가를 했다. 고작 20분의 요가였지만 등이 젖었고 목으로 땀이 흘렀다. 몸에 열이 올랐다.



나는 요가가 좋다.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하게 되어도 한시간씩 하는 건 아니지만, 요가가 정말 좋다. 햇수로 3년쯤 되었나, 여전히 머리서기가 뭐야, 다리 일자로 찢기도 안되는 비루한 몸이지만, 몸이 폴더처럼 접히지도 않지만 요가가 좋다. 요가를 하고난 뒤에 몸이 개운해지는 것도 좋지만, 하면서 매 동작들마다 느껴지는 새로운 감각이 좋다. 그러니까, 내가 팔다리를 쭉쭉 뻗을 때, 영상에서 시키는대로 몸을 비틀 때, 그게 힘들어서 부들부들 떨리거나 바둥바둥 거리면서, 내가 요가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몸을 이런 식으로 움직이겠는가, 라는 깨달임이 훅훅 오는 거다. 이를테면 삼각 자세에서는 한쪽 팔은 땅에 한쪽 팔은 하늘을 향해 뻗는다. 측면을 길게 늘려주는 것. 송장 자세에서는 똑바로 누워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는데, 그 때 어깨는 평소와 다른 각도로 움직인다. 전사자세에서 팔을 위로 뻗거나 앞뒤로 뻗을 때면,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책상 앞에 하루종일 앉아있으면서 결코 취할 수 없는 동작들이라 최선을 다하게 된다. 브릿지 자세를 하노라면, 한번도 배와 다리가 연결되어 항상 접혀 있는 이 부분을 이렇게 열어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아챌 수 있다. 하지 않았으면 그 부위의 움직임을 결코 가져가지 않았을 것이다. 서고 앉고 눕고 엎드리는 것만이 전부인 일상 중에서 몸을 비틀고 팔을 위로 향해 뻗고 한 다리로 중심을 잡아보고 몸을 뒤로 휘어보고 등 뒤로 손을 잡는 동작들은, 살면서 내가 취하지 않는 동작들이 아닌가.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들은 요가를 할 때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오, 내가 여기 있었는데 이제 나를 알아채고 움직여주는군! 근육들은 요가의 매동작마다 아우성이다. 어제 삼각자세를 취하면서, 몸을 기울여 한팔을 하늘로 향해 뻗고 시선 역시 하늘로 향하면서, 이 겨드랑이가 언제 이렇게 숨을 쉰 적이 있나, 삼각자세에서 비로소 숨을 쉰다, 하는게 훅- 오는 거다. 아, 너무 좋지 않은가.



나는 어깨가 항상 아픈 편인데 요가는 이럴 때 도움이 된다. 어깨가 굽은 건 등에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요가 선생님이 알려주었다. 너무 심하게 아플 때면 요가에서 배운 스트레칭을 집에서 하면서 어깨를 풀어준다. 어깨가 늘 아파서 안마기 까지 사서 해보았지만 구매자들의 평이 좋았던 안마기여도 내게는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엎드려 반활자세를 하노라면 다시 견딜만해진다. 라운드 숄더를 조금이나마 펴주기 위해서 나는 등 뒤로 손을 맞잡아 어깨를 평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펴주는 걸 수시로 한다. 내가 요가를 다니기 전이었다면 하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을텐데, 내가 요가를 알고 했던 사람이라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 이 점이 요가를 하고나서의 가장 짜릿한 점이다. 머리서기는 내 생애 가능한 일이 될 것 같지가 않지만, 나는 요가가 내 굳어 있던 근육들을 풀어줄 수 있을 거라는 걸 안다.


내가 내 인생에 요가를 들여놓아서, 내가 요가를 할 수 있고 알고 있는 사람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삶은, 아침에 일어나 공복에 요가를 하고 푸짐한 아침을 먹으면서 바깥을 보고 멍때리는 것이다. 그렇다. 퇴사해야 가능하다. 

그런 삶을 향해서라도 나는 퇴사를 꿈꾼다.



















2020년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 더 추가되었는데, 그건 빵 만들기이다. 책 한 권(우물과 탄광)을 읽고 빵을 굽고 싶다던 오랜 바람을 실현하기에 이르렀다. 전기 오븐을 부랴부랴 사고 레서피를 검색하고 그렇게 매주 빵을 굽기 시작했다. 식빵, 치아바타, 피자, 파운드케익, 쿠키 등을 구우면서 점차 실력은 나아졌고 조금씩 응용도 가능해졌다. 맛있게 먹을 빵을 직접 굽는데서 오는 기쁨과 집 안에 빵이 구워지는 향기가 퍼지는 게 좋지만, 무엇보다 내가 흩어져있는 각자의 재료들-밀가루, 물, 베이킹 파우다, 소금, 올리브유, 올리브, 버터, 계란, 녹차가루, 이스트- 로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고, 가장 좋은건, 내가 그것을 할 줄 알기 때문에 하고 싶어할 수 있다는 거다. 치아바타의 반죽을 내가 착착 포개던 게 생각나서, 그 때의 향과 감촉이 너무 좋아서, 간혹 우울해지면 '아 반죽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게 늘어나면, 내가 침잠되는 기분을 느꼈을 때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 늘어나는 거다. 할 줄 아는게 하나 더 늘어나는 건 바로 그 지점에서 짜릿하다.


오래전의 나는 우울할 때면 음악을 듣거나 좋은 문장이 가득한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제는 우울한데 책을 읽어볼까, 어떤 음악을 들어보는게 좋을까에 더해서, 몸을 쭉쭉 뻗어볼까, 빵을 만들어볼까,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요가도 빵을 만드는 것도 누구에게나 절대선은 될 수 없겠지만, 나에게는 잘 맞는, 그래서 오래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이다.


어떤 한 사람이 내가 상상도하지 못했던 사랑이란 감정을 주는 게 가능한것처럼 어떤 한 행위가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만족감과 기쁨을 가져다주기도 하는데, 결코 잘 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나는 잘하는 것과는 정말 거리가 먼데도 요가를 하고 싶고 빵을 굽고 싶다. 좋아하면서도 잘 못한다는 건 때론 나를 시무룩하게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할 줄 아는게 내 삶에서 늘어난 것에는 크게 만족한다. 나는 다재다능한 것과도 거리가 멀고, 이것저것 도전해보는 것과도 역시나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무언가 하나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그렇듯이) 쭉, 오래 가는 편이다. 직장은 잘 맞기 보다는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오래 근무하고 있지만 요가와 빵굽기는 내가 좋아하므로 계속 내 삶에 가져가고 싶다. 사람은 내가 원한다고 가져갈순 없지만 이런건 가능하니까.



최근에 너무 요가도 안하고 운동도 안하는 것 같아서 혼자 플랭크 한달에 다시 도전했고, 어제가 9일차였다. 8일차는 앱에서 쉬는 날로 정해주었기 때문에 와인을 한 병 마셨고(응?) 어제는 그렇게 9일차였는데 70초를 하라고 하더라. 이거 하기 싫어서 집에를 가기 싫은 거라..으윽..그만 포기할까... 하다가 어제 매트를 깔고 플랭크 70초를 간신히 해냈다. 배가 찢어질 것 같았다. 어제 마치고 10일차는 몇초인가 보니 80초였다. 아니 이 미친앱이여..어째서 하루만에 10초를 늘리는거지? 70초 이렇게 힘들었는데 80초를 어떻게 하란 말이냐. 내가 아무리 숙련자 모드로 선택했다 해도 플랭크잖아.. 그걸 왜 10초씩 늘려 ㅠㅠ 너무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0초 하기가 너무 싫어서 집에 가기가 싫다. 그 따뜻한 집에 가기가 싫어. 집에 가면 매트 깔고 플랭크를 해야 되는데.. 하기가 싫다. 80초 하기 싫어서 집에 가기 싫어. 가출할까.....





30일인 마지막날은 무려 3분이던데..이쯤에서 그만둘까? 하아-

시름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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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Schatten 2020-12-1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미 부자이면 힘든 시간이 조금 줄어들기는 하는 거 같아요. _ 갑자기 어디서 빵냄새 나는 거 같네요. ㅎㅎㅎ 플랭크도 요가도 파이팅입니다!

다락방 2020-12-16 13:35   좋아요 2 | URL
얼마전에 몹시 울적한데 ‘치아바타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뭔가 이걸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늘었구나, 하면서 좋더라고요. 흐흣. 저는 사실 취미 ‘부자‘는 아니지만, 취미가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누구나 취미를 갖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가 삶을 더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플랭크는... 도전을 그만둘까 어쩔까 생각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ersonaSchatten 2020-12-16 13:37   좋아요 2 | URL
꾸준히 즐길 수 있으면 좋은 거 같아요. 생각해보니 취미부자에 취미에 골몰하는 삶도 빨리 지칠지도 모르겠어요. ㅋㅋㅋ 누구나 취미가 필요하다는 말씀에 동감입니다. 나랑 잘 놀아주는 사람이 확실히 마음이 건강한 거 같아요. ㅎㅎㅎ

다락방 2020-12-16 13:44   좋아요 3 | URL
그러다 취미가 겹치는 사람을 만나면 또 세상 반갑잖아요. 저는 여동생과 요가 얘기하는 거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알라딘에서는 책 읽고 글 쓰는 얘기 하면서 즐거운데 그렇게 페르소나 님도 만나고 말이지요. 후훗. 취미는 여러모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ersonaSchatten 2020-12-16 13:47   좋아요 1 | URL
네에!!!! 반갑습니다!! 저는 동생이랑 겹치는 게 없어서 뭔가 늘 비껴가요. ㅋㅋㅋ 가족이랑 공동의 취미가 있는 것도 좋을텐데 말이에요. 아, 먹는 걸 좋아하니 그건 다행인지도 몰라요. ㅋㅋㅋ

다락방 2020-12-16 13:56   좋아요 1 | URL
저는 다행히도 여동생이랑 요가란 취미가 같아서(그렇지만 그렇게 된지는 3년밖에 안되었어요) 서로 유튭 영상 공유하는데요, 여동생은 항상 새로운 영상을 찾아보고 시도해보고 저의 경우에는 했던 것만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또 성격 차이가 나오더라고요.
지금은 헤어진 전남친도 요가를 했거든요. 저보다 더 오래 했어요. 그 친구 같은 경우에도 제가 요가 센터다녀온 다음에 통화하면서 오늘은 뭐 시켰는데 안됐어 뭐 시켰는데 힘들었어, 하면서 얘기 했었는데, 공통의 취미는 그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페르소나님, 그러나 무엇보다, 뭐니뭐니해도, 먹는걸 같이 좋아하는 게 최고입니다. 그것이 최고!! 그것이 최고되는 것입니다. 그거 매우 소중한거에요. 동생분과 사이좋게 지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ersonaSchatten 2020-12-16 14:06   좋아요 0 | URL
넵!! ㅋㅋㅋ

잠자냥 2020-12-1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즈 얼마큼 넣었어요? ㅋㅋㅋㅋㅋ 근데 전기 오븐 전기세 많이 나온다는 걸 트이타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다락방 2020-12-16 13:36   좋아요 0 | URL
치즈 많이요. 누가 먹어도 맛있을 수있게 많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전기 오븐 전기료 많이 나온다는 트윗 보고 나는이제 어째야 하나...하고 있어요. 근데 10월달부터 썼는데 아직까진 뭐 특별히 까무라치게 나오진 않았습니다. 아마 제가 주말에만 돌려서 그런게 아닐까 싶은데.. 잘 모르겠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카스피 2020-12-16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가를 하신다나 넘 부럽네요.전몸이 너누 뻣뻣해서 요가처럼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운동은 진짜 못할것 같아요^^;;;

다락방 2020-12-17 09:52   좋아요 0 | URL
저도 유연해서 요가를 하는게 아니라 유연해지기 위해서 요가를 합니다.

scott 2020-12-16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가를 사랑하는 것 만큼 요가 할때 입는 형형색색에 옷도 사랑하는 1人 ㅋㅋ
폴오스터-빵굽는 타자기
다락방님- 빵굽는 yoggi ☆*:.。.o(≧▽≦)o.。.:*☆

다락방 2020-12-17 09:52   좋아요 0 | URL
세상에, 스콧님, 요가도 하세요? 아니 책도 그렇게 많이 읽으시는데 대체 요가는 언제 하시는거에요? 와 대박..

han22598 2020-12-17 0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가 새내기. 4개월차에요 ^^ 제대로 되는 동작이 거의 없어도, 꾸준히 하면서 느끼는건 요가하고 나면 몸이 너무 가벼워진다는거.. 요가 좋아요 ^^

다락방 2020-12-17 09:53   좋아요 2 | URL
저는 3년인데도 제대로 되는 동작이 없어요. 그나마 처음엔 나무자세에서 서지도 못했는데 이제 나무자세에서 서는건 가능해졌네요. 아주 느리긴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한것 같아요.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한님, 요가 화이팅이에요. 우리는 지구의 요기니!!

noomy 2020-12-17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초부터 못했으니까 1년 다 됐네요 ㅠㅠ 요가 하고 싶어요 다운독 ㅠㅠ

다락방 2020-12-18 07:52   좋아요 0 | URL
저는 저희 센터 참 좋아했거든요. 문 열고 들어가면서부터 기분이 확 좋아지는 곳이었어요. 분위기와 냄새와 선생님들이 다 너무 좋고 매트깔고 딱 앉으면 막 행복했는데...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요. 흑흑 ㅠㅠ
 














이 책 너무 사고 싶어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살까말까살까말까 망설이고 있다. 너무 사고싶은데, 읽으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49,000원 가격의 압박이.. 으- 49,000원.....

49,000원.....

49,000원.....

49,000원.....

49,000원.....

49,000원.....

49,000원.....

49,000원.....

49,000원.....

49,000원.....

49,000원.....

49,000원.....


으, 당신은 왜 49,000원인가요, 왜죠?

책값에 몇 만원씩 쓰면서, 아니, 최근 3개월 순구매금액 70만원 넘으면서(그것도 한 계정만), 왜 49,000원짜리 단독은 차마 지르지 못하는걸까. 왜지? 왤까? 왜죠? 왜...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사야만 비로소 내적갈등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음을..... 크-


사두고 안읽은 책들을 생각하며 하루, 또 하루 사지 말고 버텨보자.  으...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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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12-15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지르는 당신 멋쟁이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15 12:06   좋아요 2 | URL
문동 리뷰 이벤트 백만원 타면 지를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12-15 13:05   좋아요 0 | URL
오늘까지인데 왜 아직 안 올렸어요? 올렸나? ㅎㅎ

다락방 2020-12-15 13:09   좋아요 0 | URL
저 문동까페랑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만원 타면 책사야지 이러고 있다가 결국 ‘그러려고 했는데 백원도 안들어왔다...‘ 이런 슬픔의 새드니스 글을 쓰게 되겠죠....... 그거슨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12-15 14:07   좋아요 0 | URL
이따가 가서 읽어 보며 하트 하나 누르겠습니다.

다락방 2020-12-15 15:08   좋아요 0 | URL
하트 감사합니다. 샤라라랑~ ♡

잠자냥 2020-12-15 15:14   좋아요 0 | URL
거기서도 인기글이더군요!

다락방 2020-12-15 15:38   좋아요 1 | URL
무슨 말씀이세요! 듣보잡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거기에 글 처음 써봐가지고 새싹 회원이라고 표시되더라고요? 어쩐지 부끄러워. 나 알라딘에서 베테랑인데, 새싹이라니. 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12-15 16:08   좋아요 1 | URL
제가 들어갔을 때 이 카페 인기글 하고 다락방 님 글 떴단 말이에요. 아나.... 캡쳐를 해서 보여줄 수도 없고 ㅋㅋㅋㅋ
모바일로 보면 목록에서 이 카페 인기글 클릭하면 다락방 님 글 나와요. 흥!

다락방 2020-12-15 16:14   좋아요 0 | URL
아 그런게 있어요? 저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걍 새싹이며 듣보잡인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이버 2020-12-15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5만원이 뿅 나타나길 기원합니다~ 천원은 뽀너스!

다락방 2020-12-15 13:09   좋아요 1 | URL
크- 너무 좋네요. 5만원이 뿅! 나타나기를..
파이버님께도 5만원이 뿅! 하고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5만원 뿅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0-12-15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만원 타서 책도 막 사고 맛있는 것도 잔뜩 먹어요 울 다락방님!!!

다락방 2020-12-15 13:10   좋아요 2 | URL
백만원 탈거니까 미리 백만원을 써도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2-15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만원 들어올테니까..... 살까살까 살까살까 살까살까 살까살까 살까살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15 13:15   좋아요 0 | URL
어차피 들어올건데 들어올걸 왜 기다려야 할까요? 일단 먼저 쓰고 백만원 들어오면 채우면 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12-15 14:04   좋아요 2 | URL
헤헤헤헤 전 백 만원 이미 한 번 받은 적 있으니 올해는 두 분께 양보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2-15 14:06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역시 백만원 타 본 사람만의 이 여유~~~ 너무 폼난다 말이지요! 저도 다락방님께 양보할께요. 많이 필요하신 거 같더라구요. 저 갈비 사주는 것만 기억해 주세용!

다락방 2020-12-15 15:07   좋아요 0 | URL
제가 안그래도 아침에 역대 수상작들 보다가 2017년에 잠자냥님 백만원 타신 거 보고 꺅 >.< 했다니깐요. 아니, 그 돈 다 어쩌셨어요? 아직 남아 있나요? 저는 백만원 타도 한 달도 못갈듯. 저 방금전에도 책 샀다요? 근데 49,000원짜리 책은 안샀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우 소심한 인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님, 오십만원 받아도 단발머리님 갈비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렇지만 오만원 받으면 책임 못져요. 49,000원짜리 책 사고 나면 천원 남으니까요.... 훌쩍.

잠자냥 2020-12-15 17:52   좋아요 0 | URL
아 그러니까 그 100만원이 어디 갔더라? ㅋㅋㅋㅋ 그때 전 노트북이나 바꿀까 했었는데, 그때 그 노트북 아직 그대로고요. 기분이다 하고 애인 10만원 주고 나머지 제가 걍 다 썼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0-12-15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5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5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12-15 15:08   좋아요 1 | URL
통장잔고는 매우 중요합니다! ㅎㅎㅎ

scott 2020-12-15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백만원 타면 사고 싶은거 맘대로 사요 이미 알라딘에 칠십만원어치 긁어줬으니
백만원타면 기념으로 에르메스 립스틱 바르고 보르도 화이트 와인마셔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15 15:09   좋아요 0 | URL
저 좀전에 올라온 글 확인했는데 저따위... 백만원은 무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따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속상해서 방금 알라딘에서 책 몇 권 질렀습니다. 소심해서 49,000원짜리 책은 빼고요..

아, 그리고 저 화장을 안하기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르메스 립스틱 살 돈으로 갈비를 사먹겠습니다!!!!!!!!!!!!!!!!!!!!!!!!!!!!!

유부만두 2020-12-15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책 사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 하나 없고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0-12-15 17:14   좋아요 0 | URL
맞네. 아무도 안말려요, 아무도. 내가 70만원 넘게 샀다고 했는데도, 이 책이 고가의 책인데도!! 그런데 왜 아무도 안말리는거죠? 네?

잠자냥 2020-12-15 17:53   좋아요 0 | URL
사요 아잉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15 18:06   좋아요 0 | URL
안돼요. 다른 책 질렀단 말예요, 오늘 ㅋㅋ 근데 내가 뭘 샀는지도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0-12-17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지 재밌어 ㅋㅋㅋㅋ 댓글들 한마음 대동단결

다락방 2020-12-17 09:5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말이야. 사람들이 어쩜 이래요? 흥!

쎄인트 2020-12-1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84쪽에...4만9천원이라...저자 2에 역자 5....
저자들은 그렇다치고...
역자 5에게 나눠주려고 그리 붙인 모양인데...
비싼 페미니스트...
 

두 사람은 이불 속에서 계속 손을 잡고 있다. 심지어 잠든 후에도. (p.118)


















어제 잠들기 전에 이 소설을 펼쳐 읽기 시작하고서는 아, 정말이지 책은 너무 좋다, 생각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소설가들이란 얼마나 위대한가. 게다가 거기에서 꼭 내것 같은 마음을 만나는 일은 또 얼마나 기적같은가. 이래서 소설읽기를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별 거 아닌 문장이 때로는 내가 가지고만 있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 보일 때가 있다. 내 안에 있으나 바깥으로 내보일 수 없었던 것을 응 뭔지 알아 그거, 하면서 펼쳐 보여주는 일을, 소설이 한다. 118쪽의 문장이, 두 사람은 이불 속에서 계속 손을 잡고 있다. 심지어 잠든 후에도, 가 나를 갑자기 어딘가로 던져버렸고, 그 던져진 곳에서 한참을 빠져나올 줄 몰라 책장을 덮고 책을 가슴에 꼭 끌어 안았다. 아, 이거 너무 좋아서 어떡하지. 왜 이런 문장 썼어. 아 너무 좋아 어떡하지, 역시 책이 만세 만세 만만세야, 했다. 어떡하지, 지금 이 감정 어떡하지, 알라딘 창을 열었다가, 아니야 읽기를 계속하자, 나는 책으로 돌아갔다.



'메리앤'의 어머니는 변호사고 지금은 돌아가셔 안계신 아버지도 변호사였다. 유복한 집에서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지만, 그러나 메리앤은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적이 없고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오빠 역시 폭력적 성격을 갖게 되었다. 엄마는 메리앤이 당하는 폭력을 메리앤의 잘못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메리앤은 말수가 적고 친구가 없다.


메리앤의 집에 일주일에 두 번 와 일을 도와주는 도우미 '로레인'에게는 사이 좋은 아들 '코넬'이 있다. 코넬은 축구부에서 활동하고 잘생겼고 친구가 많다. 엄마가 메리앤의 집에 일을 하러 가면 엄마의 퇴근 시간에 맞춰 엄마를 픽업하기위해 메리앤의 집에 가고 그렇게 메리앤과 코넬은 자주 마주치게 되고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리고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메리앤에게는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메리앤과의 사이가 알려지면 자신에게 어떤일이 닥칠지 몰라, 코넬은 메리앤을 만나 섹스를 하면서도 메리앤과의 관계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메리앤은 현재 코넬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지만 그러나 드러나지 않는 존재이며 드러나서도 안되는 존재가 된다.


로레인은 이들의 관계를 알게 되지만 아들이 이 관계를 연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영 못마땅하다. 게다가 졸업파티를 앞두고 코넬은 다른 여자애에게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말했다. 이 사실을 알게된 로레인은 '네가 다른 애를 부른 걸 메리앤이 아냐'고 묻고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자 아들에게 몹시 실망한다. 같이 있는 차 안에서 엄마는 차를 세우라 말하고 차에서 내린다.



좋아, 이 말만은 꼭 해야겠어. 넌 수치스러운 짓을 했어. 난 네가 부끄러워. (p.75)




나랑 섹스하고 나랑 친밀한 사이인 사람이 그러나 자신과 친밀하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하잔다. 공개적으로 파트너가 필요할 때는 다른 사람을 파트너 삼는다. 그럴 때 내가 느끼는 기분은 어떤걸까? 분명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나랑 섹스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나도 이 섹스가 좋은데, 그런데 내가 드러나서는 안된다니. 졸업파티에 내게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한마디 말도 없이 다른 여자아이를 데리고 간다니. 메리앤은 너무 충격을 받아서 학교를 그만 둔다. 코넬은 그녀에게 연락해보고 찾아가 보지만 메리앤은 코넬을 만나주지 않고 답도 하지 않는다. 나는 마음이 너무 시리다. 나는 그 마음이 진짜 너무 싫다. 그건 수치스러워 해야 할 짓이 맞다. 나랑 얘기하고 나랑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랑 섹스하면서 그런데 나더러 숨어있으래. 싫다. 너무 싫다. 그럴 때 숨어있을게, 라고 말하는 내 자신도 수치스럽고 나를 그렇게 만드는 당신은 더 수치스럽다. 당신이 수치스러운 짓을 했다는 것을 당신은 알아야 한다.


나는 로레인이, 코넬의 엄마가, 그 짓이 수치스러운 짓이라는 걸 아들에게 알려줘서 너무 좋았다. 무조건 아들의 편이 되는게 아니라, 네가 지금 하는 행동이 수치스러운 것이라는 걸 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넬도 그렇게 행동은 하지만 사실 마음 속에서는 그것이 잘못된 걸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러나 알고 있는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행동이다. 그것이 수치스럽고 잘못된 행동이란 걸 인지했다면 그런 짓을 하면 안되는 거다. 나는 엉엉 울고 싶어졌는데, 메리앤은 오죽할까. 메리앤은 너무 충격을 받아서 학교를 그만두는데, 얼마나 충격을 받았으면 그렇게 할까 싶으면서도 그래도 학교는 너 자신을 위해 다녀야 하는데, 하면서 복잡한 마음이 되었다. 물론 남은 기간 학교를 안다녀도 메리앤이 대학을 가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렇게 몇 개월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얘기했던 것처럼 메리앤과 코넬은 같은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에 진학하고 보니 코넬은 학비며 생활비 때문에 대학 생활이 결코 유쾌하지가 않다. 그러다 메리앤을 다시 만나게 되고 다시 그들의 사이는 좋아지지만 이들은 서로에 대한 오해로 다시 헤어지게 된다.



메리앤은 5월 이후로 그를 보지 못했다. 그는 시험이 끝난 후 고향집으로 돌아갔고, 그녀는 더블린에 머물렀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알았어. 사실 그녀는 그의 여자 친구였던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심지어 그의 전 여자 친구도 아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다. (p.140)



나는 또 아픈 마음이 되어서, 아니 잘 만나고 있었으면서, 그렇게나 다정하면서, 그 누구보다 편하게 생각하면서, 어째서 여자친구라고 어디에도 말하지 않는걸까, 어째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하면서 가슴에 대못을 박아대는 걸까 미칠 것 같았다. 이 새끼 도대체 뭐가 문제야, 둘이 있을 때 세상 젠틀하고 매너잇는 것 같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가만가만 대못을 박고 상처를 줘,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로 코넬이 '다른 사람 만나고 싶어'라고 메리앤에게 말한 적이 없다. 자신이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집에서 나와야 했다고 말했을 뿐인데, 한번도 그의 공식적인 여자친구였던 적이 없는 메리앤은, 너랑 지내도 되냐는 그의 말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그가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가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그를 보내주는 거다. 이건 서로가 서로에게 제대로 말하지 못한데에서 오는 오해였는데, 그렇다면 이 오해가 왜 비롯되었는가. 메리앤이 한번도 그의 공식적인 여자친구였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둘을 아는 사람들은 그들이 함께 자는 사이이고 친밀하다는 걸 다 아는데, 그런데 그들은 모두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스킨십을 하지도 않고 애인처럼 서로를 대하지도 않는다. 메리앤은 그에게 공식적인 애인이 될 게 아니라면 그만두자고 요구하지도 못한다. 그를 너무 좋아해. 그렇게 속만 끓일 뿐이다. 이들은 이렇게 오해와 재회를 반복하며 관계를 유지한다. 그와 헤어지고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는, 메리앤의 요구대로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섹스를 한다. 주도권을 쥔다. 메리앤은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메리앤은 애정을 주는 상대에게 고분고분하다. 내가 원하는 게 내가 원하는건가 까지 생각하는게 힘겹다.



그들은 이 책 한 권에 걸쳐, 총 4년여동안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고 만나는 동안에도 서로에게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아니었으며 헤어져 있는 동안에는 각자 다른 연애를 하기도 한다. 메리앤은 코넬에게 이제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긴걸 안다. 그의 말을 들으니 그가 새로운 여자친구를 몹시도 사랑하는 것 같다. 그녀를 사랑하지 물으니, 정말 사랑한다고 그가 답한다. 그녀는 운다. 엉엉 운다. 나는 그녀가 이 대답에 우는 사람이라서 너무 좋았다. 그의 앞에서 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어쩐 일인지 내가 고마웠다. 나 역시 같은 상황에서 울 사람이지만, 그렇지만 나였다면 아마 그의 앞에서 울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의 앞에서 울지는 못하고, 그와 헤어져 돌아가는 길에 주저앉아 울거나, 집에도착해서 내 몸을 침대에 내팽개친 다음에 울었을 것이다. 어쩌면 사무실에서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울음을 참으면 어쩌나, 이 감정을 참아내려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그녀가 울어서 다행이었다.




그녀가 스웨덴에 공부하러 가있는 동안 만난 남자는 인기있는 사진 작가였는데 섹스할 때 그녀의 손을 묶고 목을 조르는 등의 행위를 한다. 그녀는 그런것들을 함께 경험하긴 했지만, 그녀를 촬영하겠다고 하고 손을 묶고 목을 조르는 데, 그러면서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데에서 그만하라고 말한다. 이걸 견딜 수 없어한다. 그녀는 이것이 폭력이라는 것을 안다. 그동안 알면서도 해왔지만, 그런데 그런 폭력을 저지르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끔찍하다.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섬뜩한 짓을 하면서, 정말로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믿는 걸까? 사랑이라는 게 가장 비열하고 가장 모욕적인 형태의 폭력과 구분이 안 될 만큼, 세상은 그렇게 사악한 곳일까?  (p.246)




메리앤과 코넬은 만났다 헤어지고 만났다 헤어진다. 그들은 다른 사람을 만나보고 또 만나보고 또 만나봤지만, 지금 이 상대만큼 좋은 다른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나는 코넬이 학창시절 그녀를 숨기려고 했던게 너무나 야속하지만, 그리고 해야 할 말들을을 제때에 꺼내지 못하는 것도 야속하지만, 그녀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연애를 자꾸 하는 것도 야속하지만, 그녀 앞에서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하는 것도 너무나 야속하지만, 그녀가 '나를 때려달라'고 요구했을 때, 싫다고 해서 너무 좋았다. '네가 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할게' 라면서 그녀를 때리거나 목을 조르는 게 아니라, 그건 아닌 것 같아, 라고 말하고 거절해서 또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아니라고 말해줘서, 싫다고 말해줘서 너무 좋았다. 정말 너무 좋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를 숨기려고 했던 그 시간들에 대해 용서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평생의 상처로 남아있을 테지만, 그래도 때려달라는 요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감각과, 자신의 그 감각대로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그 태도가 너무나 좋다. 누군가를 때리는 행위가 상대가 요구한다 해도 옳지 못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너무나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런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도대체 왜 그녀를 숨겨놓은 존재로 만들었던걸까. 너무 어려서 그랬을까.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게 너무 소중한 나이라서, 무리로부터 배척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한 사람을 그렇게 바닥으로 내동댕이 친걸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면 그들에게는 그런 까닭이 있을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결국 헤어진다면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안되는 사람들이구나 하겠지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결국 서로의 곁에 머무르게 됐다면,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그게 맞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옆에 있게될 관계라면 그렇다면 그들에게 만남과 헤어짐을, 그 사이사이 다른 사람들을 도대체 왜 준걸까? 신이 혹은 운명이 그들에게 그렇게 하도록 한 이유는 대체 무얼까? 이 사람이 얼마나 잘 맞는 사람인지 더 잘 알기 위해서 그렇게 한것일까?



이들은 아직 청춘이다. 방황했던 시기가 저마다에게 있었고 그리고 앞으로도 방황은 또 찾아들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결국 어떻게 되었다, 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들에게는 아마도 앞으로 또 만남과 헤어짐이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헤어졌다 또 만나면 그 때는 또 다른 사람이 되어 있겠지. 서로가 없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다가 만난다면 아마 그 시간동안 다른 면들이 추가되고 또 지워지면서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관계가 형성되겠지. 그렇게 유지되면서 앞으로 쭉 함께할 수도 있고 또 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헤어지게 된다면, 부디 그것이 그들의 오해로 인한 것은 아니길 바란다.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걸 그녀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그에게 모든 부분에서 우선 순위가 아님에 서운한 것처럼, 서운함은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알아도 찾아들 수 있다. 이 서운함을 어떻게 푸느냐도 그 관계의 몫일 것이다. 서운함과 오해가 없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야 할 말을 제때에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택해서 앞으로 쭉 만남만 유지한다 해도 혹은 이제 서로 다른 사람을 찾는다 해도 그건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해야 할 말을 제 때에 하는 것. 결국 관계를 유지시키는 건 바로 그 지점에서 가능과 불가능으로 나뉘는 게 아닐까.



몇 번의 헤어짐과 몇 번의 만남이 그들에게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불 속에서 잡았던 손을 놓지 않는 건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돌이켜보면 잠자리에 함께 들었던 그 모두와 잠든 후에도 손을 놓지 않았던 일은 많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잠에서 깼을 때 우리가 잠들었을 때에도 손을 놓지 않았다는 걸 아는 그 순간의 환희를 기억하기를. 헤어져 있는 동안에도 그들이 헤어진 건 아니었다는 것은 또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도대체 왜 친구란 이름으로 관계를 유지하는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그게 각자의 연인에게 어떻게 보이겠는가. 그토록이나 사랑했던 코넬의 여자친구가 그녀를 싫어한게 과연 이해못할 일일까? 메리앤과 코넬이 다른 관계를 시작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도 서로를 중요한 위치에 놓았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 자리에 위치시키고 다시 돌아가고 다시 돌아가고 다시 돌아가니까, 자면서도 잡은 손을 안놓게 되는거다. 이 바보들아.이젠 인정을 해야 해, 인정을!




흐음, 네가 그리웠어. 그가 말한다.
다른 사람들하고는 이 정도로 좋지가 않아.
음, 다른 사람들보다 네가 훨씬 더 좋아. (p.289)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며 이렇게 묻는다. 너도 요즘 문제 있는 사람이랑 만나?
아니. 심지어 좋은 사람이랑도 안 만나. - P103

메리앤은 5월 이후로 그를 보지 못했다. 그는 시험이 끝난 후 고향집으로 돌아갔고, 그녀는 더블린에 머물렀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알았어. 사실 그녀는 그의 여자 친구였던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심지어 그의 전 여자 친구도 아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다. - P140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섬뜩한 짓을 하면서, 정말로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믿는 걸까? 사랑이라는 게 가장 비열하고 가장 모욕적인 형태의 폭력과 구분이 안 될 만큼, 세상은 그렇게 사악한 곳일까? - P246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캐릭클리를 떠났는데, 여기가 너무 싫어요. 그렇다고 지금 다시 거기로 돌아갈 수도 없고요. 그 우정이 다 사라지고 없으니까요. - P267

문학은, 이런 공개적인 낭독회에서 드러나듯, 무언가에 저항하는 형식으로서는 발전 가능성이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도 코넬은 그날 밤 집에 가서, 그가 새로운 소설을 위해 적어둔 메모들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보았고, 예전처럼 만족스러운 느낌이 몸속에서 울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완벽한 골을 지켜보는 것 같았고, 나뭇잎 사이로 살랑살랑 스며드는 햇살, 지나가는 차창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한 토막 같았다. 삶은 그 모든 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환희의 순간들을 기꺼이 내어준다. - P272

메리앤은 다시 한 번, 잔인한 짓은 피해자에게 상처를 입힐 뿐 아니라, 어쩌면 가해자에게도 더 깊고 더 영구적인 상처를 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은 괴롭힘을 당할 때만 자신에 대해 통찰력 있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괴롭힐 때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무엇인가를 알게 되는 법이다. - P277

헬렌이랑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았지?
글쎄. 가끔은 외로웠어. 헬렌이랑 함께 있으면 내가 온전히 나 자신인 것 같지 않을 때가 있었거든. - P283

누군가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결정들을 내리고, 그러고 나면 삶 전체가 달라진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야. 지금 우리는 사소한 결정들로도 삶이 크게 바뀔 수 있는 그런 기묘한 나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지금껏 넌 나한테 대체로 아주 좋은 영향을 미쳤고, 나는 내가 확실히 더 나은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 네 덕분이지. - P285

그녀는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안다. 더이상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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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14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와 잭도 잠든후에도 손꼭잡고 필사적으로 ♡

다락방 2020-12-15 08:02   좋아요 0 | URL
필사적으로 ♡♡♡♡♡♡♡♡♡♡♡♡♡♡♡♡♡♡♡♡♡♡♡♡♡♡♡♡♡♡♡♡♡♡♡♡♡♡♡♡

2020-12-14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5 0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0-12-14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코넬이 양아치라는쪽으로.... 부끄러운 것을 알았으면 고치든지 아니면 아예 관계를 단절하든지... 희망고문이 세상에서 제일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 코넬 정말 싫음요.

다락방 2020-12-15 08: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바람돌이님. 코넬의 행동은 완전 양아치 행동이었어요. 특히나 섹스하는 여자를 숨겨두는 존재로 두는건 역겹기 짝이 없죠. 그들이 해서는 안될 관계도 아니었는데 순전히 자기가 무리에서 따돌림 당할까봐 그런거잖아요. 너무 괘씸하고 용서할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그 후의 코넬의 행동들을 보노라니 코넬은 아직 자기 확신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선택한 사람, 내가 가는 길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늘 불안해하는 사람이라고요. 결말까지도 그렇잖아요. 내가 이러겠다 저러겠다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할까? 라고 물어보는 거요. 자기 확신이 부족해요.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결코 아니고 만나고 싶은 캐릭터도 아니죠. 그렇지만, 나를 때려달라는 말에 싫다고 한게 저는 너무 좋았어요 바람돌이님. 포르노에 길들여진 수많은 남자들이 때려달란 말에 모두 좋다고 달려들텐데, ‘아니‘라고 말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이런 남자가 실제 있을까? 라는 생각도 했고요.

바람돌이 2020-12-15 09:36   좋아요 0 | URL
설마요. 세상 남자가 모두 좋다고 달려들지는 않겠죠. ㅎㅎ 잘 찾아보면 많이 있을거예요.나쁜놈들이 항상 뉴스를 타다보니까 평범하고 괜찮은 사람들이 눈애 덜 띄는 것 뿐이죠. 오늘 날씨 너무 춥네요. 남쪽인 여기도 이렇게 추운데 위쪽 동네에서 감기 조심하세요

- 2021-03-2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코넬의 눈엔 메리앤이 병든 것처럼 보여도 샐리루니는 메리앤의 남아있는 건강함을 조금씩 심어놨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혼란한 시기를 거쳐서 조금씩 빛을 찾다가, 뚜벅뚜벅 자기 삶을 찾아갈 것 같다는. 그래서 저는 2022년 현재 코넬과도 이별한 메리앤은 그뒤로 남자 안만나고 열라 공부에 매진하고 있을 듯 합니다 ㅋㅋㅋ 집에 돈도 많으니, 훗날 훨씬 더 지적이고 성공한데다 균형적으로 사고하는 좀 괜찮은 어른 될거라고 ㅋㅋㅋ 힘내 메리앤! 니 그릇이 훨씬 크단다!!!

다락방 2021-03-21 20:10   좋아요 1 | URL
코넬이 짜증나는 지점이 너무 많잖아요. 저는 페이퍼에도 언급했지만 자기 여자친구를 여자친구라고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진짜 너무 싫었거든요. 물론 공식적으로 여자친구로 대하지도 않지만요. 그래서 상대로 하여금 나는 여자친구가 아니니까 이럴 권리도 없지, 라고 생각하게 만들면서 자존감 개박살 나게 하는 게 너무 싫어요. 그러다가도 때려달라는 말에 그건 아닌 것 같아, 라고 말하는 걸 보면 또 뭐랄까, 안되는게 뭔지 아는 그 감각을 갖춘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한 인간 안에 내가 싫어하는 면고 내가 좋아하는 면이 동시에 있는 걸 보면 인간은 정말 복합적인 존재가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음, 그러니까, 제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연애한 경험이 있엇는데, 그 때 손을 잡고 걷는게 너무 싫더라고요. 누가 볼까봐 너무 신경이 쓰였어요. 누가 보고 얘를 내 남자친구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치만 우린 서로 사귀는 사이니까 남자친구가 맞고 그러니까 나는 이 손을 놓으면 안되는 거겠지, 하면서 내적 갈등 오지게 했던 때가 있었는데, 내가 싫어하는 면과 내가 좋아하는 면이 내 안에 있는 건 저 역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제는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 그냥 연애를 위해 사귀고 그러는 거 안하고 있긴 하지만, 여튼 인간은 복잡하고 모순된 동물입니다.

라고 댓글에 이상한 고백했네?

- 2021-03-21 22:57   좋아요 0 | URL
훈훈한 자기고백 잘 들었지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