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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왜 불안한가》의 저자 '에바 일루즈'는 책날개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파리10대학교에서 사회학, 커뮤니케이션, 문학을 공부하고 히브리대학교 석사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으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아넨버그 스쿨 박사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이론을 공부했'다고 한다. 공부 엄청 많이 했네.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한 에바 일루즈는 역시 책날개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프린스턴 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베를린 지식연구소 교수를 지냈다'고도 한다. 대단하다.


이렇게 공부를 많이한, 그러니까 엄청난 지식인인 '에바 일루즈'가 '엄마들의 포르노'라 불린 베스트셀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고 그것으로 현 상황과 인기를 끈 이유를 분석해 책을 냈다는 것이 나는 너무나 짜릿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일단 좋았다. 기존 지식인들이라면 B급이라 칭하며 읽지도 않고 까거나 무시할게 뻔할 책을, 에바 일루즈는 3부까지 모두 읽고 사람들이(사실은 여자들이) 이 책을 왜그리 많이 읽었나, 들여다보고 그걸 책으로 써낸거다. 너무 흥미롭지 않은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책으로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 책이 문학작품으로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문학적으로 뛰어나야만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역시 아니다. 이 책이 왜 인기인지 알고 싶어 나도 출간 당시 사서 읽었더랬다. 1부만 읽고 더이상 읽기를 그만둔것은, 이 책을 읽는 내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2012년에 써둔 리뷰를 덕분에 오늘 찾아 읽었는데, 오, 제대로 정확히 잘 읽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1부만 보고 내가 판단한 것은, 링크된 리뷰를 보면 알겠지만, 젊은 여성 아나스타샤가 세계적인 대부자 그레이와 사랑에 빠지는데 이 놈은 SM..으로 주인과 종관계를 맺고 계약서를 쓰며 '사랑'이나 '연애'가 '아닌' 그저 섹스만을 추구하는 놈이라는 거다. 그러나 1부의 끝에서 그레이가 자신의 방식대로 아나스타샤를 섹스 도중 '때리고' 이에 아나스타샤는 고통스러워 하며 그의 곁을 떠나는 거다. 2,3부를 읽지 않았지만 충분히 그 다음 내용은 짐작할 수 있다. 이에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의 방식대로 변화하게 되고 진실한 사랑을 찾게 될 것이며 그들은 그 후 행복하게 살았다... 는 것.

















책은 1부만 보고 말았지만, 영화는 다 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것도 극장 가서 봤어. 나랑 이 영화의 1부를 같이 본 친구는 결국 나랑 이 영화의 마지막까지도 같이 보았는데, 마지막에, 누구나 추측할 수 있었던 뻔한 결말 그대로, 아나스타샤가 그레이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한 모습으로 끝을 맺는 것을 보면서, 그러면서 뭔가 친구와 나는 극장을 나서면서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아아, 이 기분 무엇????????
















나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아나스타샤 나 같다... 생각하곤 했는데 도대체 왜그랬냐면, 생김새가 닮았기 때문이라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지만 나 혼자 생각한다. 생긴게 꼭 나같네? 라고 늘 나는 생각하는 것..(사실이 아님)

못들은 걸로 해주세요.. 여튼,

아나스타샤는 영화 1부에서 그레이한테 푹 빠져서 그레이가 원하는대로 해주고자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섹스 도중 자신을 때리는 것을 견딜 수가 없다. 그녀는 아파하면서 울고, 그렇게 울면서 그에게 말한다. "이게 진짜 당신이 원하는거에요?" 그렇게 떠나가버리는 것.. 그렇게 사랑하지만, 그러나 사랑한다고 해서 나를 때리는 것까지, 그것이 섹스의 이름을 달고 있다해도, 용납되진 않는 것이다. 에바 일루즈는 자신의 책에서 한 여성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마조히즘에 대해 언급한다.




우리 자아는 고통을 피하려는 성향을 가진다. 그러나 마조히스트는 외려 고통을 찾아다닌다. 우리 자아는 모든 일을 통제하려 애쓰는 반면, 마조히스트는 통제를 당하려 한다. 우리 자아는 최고의 자존감을 세우려 노력하지만, 마조히스트는 자청해서 굴욕을 뒤집어 쓴다. -P.93, 재인용



위의 인용문을 가져온 뒤, 에바 일루즈는 마조히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다.



마조히즘은 일종의 자발적 형태의 굴종이며 제 스스로 아픔을 감당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자존감과 자율성 그리고 쾌락을 추구하는 현대의 향락적 주체와 극단의 대비를 이룬다. -P.93



내가 아나스타샤와 같다고 했던 지점은 그녀가 고통을 박차고 그를 떠났다는 데에 있다. 아나스타샤는 그레이가 너무 좋다. 그레이는 사랑 대신 섹스만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서도 그레이가 너무 좋다. 그레이를 사랑한다. 가급적 그에게 맞춰주려고도 했다. 그러나 나를 때리는데에 그 고통을, 그것은 맞아서 내 피부에 상처가 나는 육체적 아픔이 주는 고통보다는, 맞았다는 것에서 오는 자존감 하락에서 오는 아픔이 더 크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어 한다. 나는 당신을 너무 사랑하지만 그런데 나를 이렇게 바닥으로 내팽개치는 행위를 감당하면서까지 당신 옆에 있지는 않겠다는 선택. 바로 그 지점.


그 지점은 나의 사랑보다 나의 자아를 선택한 것일테다. 당신보다 내 자아, 사랑보다 내 자아.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그러나 당신을 사랑하면서 내 자아가 박살나? 그렇다면 떠나겠다. 세이 굿바이. 안녕-


그레이가 만약 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그러니까 그레이의 가슴 속에 사랑이 없었다면, 그레이는 아 이번 여자(아나스타샤)는 내 성적 취향과 맞지 않군, 아쉽지만 보내줄 수밖에...라고 했을 것이다. 마주 세이 굿바이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아나스타샤와 그레이의 이야기는 더는 진행될 수도 볼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레이의 가슴속에 샤라라랑 사랑은 생겨나버렸고, 그대를 알고부터 사랑은 시작되고 사랑을 알고부터 그대만을 느끼다보면, 어느 정도 상대에게 맞춰지기도 하고 내가 가지고 가려던 것들 중에 포기하는 것들도 생기게 된다. 그래서 트라우마와 상처로 똘똘 뭉쳐져 있어서 사랑이나 연애를 할 수 없었던 우리의 (안잘생긴)그레이는, 아나스타샤를 다시 찾고! 아나스타샤의 바람대로 사랑이라는 것을, 연애라는 것을 하게 되며, 심지어 아이까지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게 되는 것이다.



에바 일루즈는 이 지점들을 보고 분석해서 베스트셀러 원인중의 하나로 꼽아 놓았다. 어쩔 수 없이 여자가 바라는 바가 있고, 보고 싶어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내용이 여기 들어가 있었다는 것.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영화를 다 보았던 사람으로서 나는 이 부분에서 에바 일리즈가 휘두른 삼지창에 찔려버렸다. 나라는 인간의 모순됨을 나 역시 수시로 깨닫는 바, 에바 일루즈가 바로 그 지점을 지적해버렸기 때문이다. 아, 똑똑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라.



로이피(미국의 여성 작가로 뉴욕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기도 한다)는 『뉴요커』The New Yorker 지에 실린 대프니 머킨의 말을 인용한다. "남성과 여성의 평등, 심지어 겉보기뿐인 평등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엄청난 노력을 요구하지만, 언제나 섹스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로이피가 여기서 문제 삼는 것은 더더욱 흘려들을 수 없는 노골적인 불평, 곧 평등이 섹스 욕구를 퇴색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남녀의 평등은 그다지 섹시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평등을 존중하는 섹스는 협상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번거로운 절차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을 반면교사로 삼은 남자는 적극적이며 직접적으로 섹스를 주도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니까 여성은 자신감에 넘치며 게임이라도 벌이듯 유려하게 접근하는 남성성을 갈망한다. -p.81-82



평등은 원래부터 혼란스럽다. 평등을 기본 전제로 깔면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갈등이 불거진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평등이 불안함과 애매함을 낳는 원인이라 말할 수 있다. 불평등을 편안하게 여기게 만드는 두 번째 측면은 권력관계를 보호관계로 바꿔주며, '자연스러운' 상호의존성과 강한 감정적 접착성을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반대로 평등은 어떤 의무감도 낳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욕구와 권리의식을 강화함으로써 상대방과 갈등을 빚도록 조장한다. 불평등이 지닌 세 번째 편안한 측면은 역할 문제를 놓고 서로 협상을 벌이지 않아도 좋다는 점이다. 이로써 관계 당사자들은 좀 더 자발적이고 직접적인 감정을 가짐으로써 골치 썩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즐겨 보는 드라마 시나리오가 그려내는 사회적 역할을 보라. 고민하고 자시고 할것 없이 그저 감당하기만 하면 되는 역할이지 않은가. -p.82-83



그러니까 바로 엊그제도 나는 이런 기분을 느꼈던 것이다. 요즘은 책읽기보다 영화 보기를 하고 있는데, 액션 영화를 보노라면 걍 세상 시름 잊고 화면만 볼 수 있어서 넘나 좋은 거다. 그렇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찾아 보게 됐는데, 예전에도 보고 인상 깊게 기억하던 장면이 있었다.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에서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아내와 헤어진 이유가 나온다. 정부 비밀 요원으로 살아가며 위험한 일들을 하다보니 아내까지 위험에 처하게도 했던 것. 이에 이단은 아내와 헤어짐을 결심하고 가끔 아내로부터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는 걸로 족하다. 멀리서 아내를 지켜보면서 아내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만족하는 것, 그게 이단의 사랑하는 남자로서의 역할인 것이다. 내가 오래전에도 이 영화 보면서 이 장면 너무 좋다고 썼을텐데, 이번에 보는데도 너무 좋은 거다. 저 멀리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게 진짜 자지러지게 좋은 거다. 이 장면을 좋아하는 나에게 나는 물었다. 그렇게 독립적이길 원하면서도 저런 거 보고 좋아하다니, 나라는 인간의 모순은 무엇? 자율적이길 원하면서 보호를 원하는것인가? 막 이런 내적 갈등이 찾아왔던 것이다. 하여간, 액션 영화를 봐도 이렇게 맨날 내적갈등 하고 그래? 세상이 주는 시름 잊자고 액션 영화 보면서 내 안에 시름 쌓아가는 나 무엇? 아아, 나란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고민하는 동물인가.. 인생 무엇, 사랑 무엇, 보호 무엇, 자유 무엇..


아무튼 그런 감정을 느끼던 차에 에바 일루즈를 읽었고 에바 일루즈가 이렇게 평등을 바라지만 섹스에 있어서 불평등한 점을 바라기도 하는 모순에 대해 똭- 얘기를 해줘버린 것이야.. 인간이여...





그래서 나는 이런 놈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부장제를 갈망하는 태도는 페미니즘의 반작용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런 갈망은 여성이 지배당하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감정적 결합을 갈구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물론 감정적 결합에는 피치 못하게 남성의 지배가 뒤따르기는 한다. 혹은 이런 지배를 드러나지 않게 숨기거나 교묘하게 정당화 하기도 한다. 마치 남성의 보호자 역할을 봉건체계로부터 떼어내 보호만 보장해주는 것처럼 위장하지만, 어쨌거나 그 본질은 남성의 지배다. 다시 말해 오늘날 여성은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영역에서 남성의 지배와 직면해야만 한다. 물론 여성에게 낮은 신분을 강요하며 남자에게 보호의 의무를 안기는 봉건적 규칙이 사라지기는 했다.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지만, 여성은 감정을 나눌 짝 혹은 배우자를 갈망하는 탓에 여전히 남성에게 휘둘리고 만다. -p.84




소설을 읽을 때 해묵은 페미니즘 물은 하나가 끈질기게 우리의 뇌를 파고들 정도로 그레이는 철저하게 보호 역할을 감당하려 노력한다. 작품 자체도 명시하고 있듯, 그가 보이는 '보호'라는 강박관념 뒤에는 혹시 일종의 통제 욕구가 숨어 있는 것 아닐까? 비록 아나는 그레이를 거듭 '통제광'이라 표현하지만 정작 그가 보호자처럼 구는 것은 물론, 자신이ㅡ 소유임을 과시하는 ㅔ스처를 갈망하는 쪽 역시 아나 자신이다. 그리고 점차 아나는 자신이 지배닿아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따라서 지배받으려는 갈망은 아나가 자율성을 열망하는 것과 나란히 가는 여성성의 또 다른 측면이다. 물론 남성이 지배해주며 이끄는 섹스를 바라는 여성의 태도가 곧 사회적으로도 남성이 지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같은 것은 아니다. 다만 역할 문제를 협상하지 않아도 좋은, 그 어떤 두려움이나 불안함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섹스를 하고 싶은 것일 따름이다. -p.86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에바 일루즈이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바라고 좋아하면서 읽는 사람이 그토록이나 많다는 것을 보니, 아, 세상에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이성애에 뭔가 다들 미쳐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이성애자이면서 자신을 보호해주고 사랑해주고 자신의 말을 잘 들어줄 상대를 고대하다보니, 그것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인 이 소설이 잘 팔려나가버리게 된것이다.


에바 일루즈는 이 책에서 사디즘과 마조히즘에 대한 언급도 하는데, 나는 에바 일루즈가 이 책을 쓴 것도 너무 좋고 이 책을 읽으면서 흥분을 하기도 했지만, 에바 일루즈가 나와는 결이 다른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 결이 다르다는 것은 그러므로 우리가 함께 갈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사회현상을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내 역할은 분노..인 것이구나, 싶은 거다. 만약 내가 《여자는 인질이다》, 《포르노랜드》,《포르노그래피》,《포르노에 도전한다》등을 읽지 않았다면 아마도 에바 일루즈의 이 책을 내 성서처럼 받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여자는 인질이다, 라는 책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만큼 팔리거나 읽혔다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이토록 흥행할 순 없었을 것 같다. 사랑에 미치고 연애에 미치고 완벽한 남자에 대한 환상을 가지는 것은, 우리가 태어나면서 본능적으로 원하는 게 아닌, 그래야 한다는 것을 꾸준히 학습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소설에서, 우리는 어떤 남자가 멋있는지 그리고 어떤 여자가 남자들로부터 사랑받는지 보아 오지 않았던가. 내 환상의 어느 지점들, 아니 대부분의 지점들은 바로 그런것들로부터 생겨났을 것이며 또 고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에바 일루즈가 분석한대로의 이유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겠지만, 그러나 그렇게 만든 것 역시 그동안의 세상이, 우리가, 대중매체가 한 일이라는 거다.



여자는 남자가 보호해준다는 데에 감격해서 애초에 보호가 필요한 이유가 남자의 폭력 때문이라는 점을 잊는다. -《여자는 인질이다》, 디 그레이엄, p.190



위의 문장을 가져오고 나니, 어제 보았던 영화 <스노우맨>이 생각난다.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을 하도 오래전에 읽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연쇄살인범이 불륜을 저지른 여성들만 살해한다는 것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레베카 퍼거슨' 나오는 영화 보고 싶어서 찾아보다가 스노우맨이 이미 몇해전에 개봉했다는 걸 알고서는 부랴부랴 다운 받아 보기 시작했는데, 내가 보고 싶었떤 것은 레베카 퍼거슨의 액션이었던 바, 그런데 해리 홀레 말고 여자가 액션을 보였던가? 아니지 않았나? 하면서 보게되었고, 내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었고... 아, 그전에 내용을 다시 언급하자면,


영화에서 연쇄살인범의 어린 시절이 보여진다. 어머니와 둘이 살면서 어머니는 유부남과 불륜관계인데, 이 유부남은 이 아이에게 결코 좋은 아버지가 되어주지 못하고 폭력적이며 심지어 이 여자랑 아들을 버리고 가버린다. 이에 엄마는 상심해 자살을 하고, 이 자살을 아이가 목격한 것. 이 때부터 아버지없이 살게 만드는 엄마들, 아이를 내팽개치는 엄마들 혹은 여자들에 대한 증오감이 이 아이 안에 폭발해서, 그런 여자들만 골라 살해해버리는 거다. 이에 해리 홀레는 그 범인과 격투를 하면서 말한다.


"널 버린 건 네 엄마가 아니야. 네 아버지지."


그렇다. 홀어머니와 살고 있었다면, 친아버지가 누군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면, 그 아버지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애초에 홀어머니랑 살게 둔 그 아버지, 그 아버지는 어디에 있냔 말이다.



가끔 우리의 원망과 분노는 가야할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데, 제대로 찾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분노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약자를 대상으로 한다. 스노우맨이 복수하는 대상은 잘못되었다. 그런데 책에서도 이런 말이 나왔었나? 그걸 모르겠어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데, 책이 워낙 두꺼운터라 엄두가 안난다. 패쓰.




그래, 레베카 퍼거슨에 대해 얘기하자, 레베카 퍼거슨.

그러니까 미션 임파서블 연달아 두 편에서 레베카 퍼거슨이 대단한 액션을 보여주는 거다. 와, 너무 좋아. 공중에서 막 사람 목을 다리로 휘감아 쓰러뜨리고 그러는데, 아마도 이것이 이 여배우의 장기인가 보았다. 그런 장면이 두 편 다 나오는데 진짜 세상 멋져. 아아, 나는 이 여자의 액션을 좀 더 보고싶다? 하고 검색해보니 스노우맨이 나왔고 스노우맨이여... 레베카 퍼거슨을 이렇게밖에 쓸 수 없습니까? 이게 전부야, 이렇게 써야 해, 이 배우를? 이 엄청난 액션 파워 가지고 있는 배우를 고작.. 하아- 슬프다 슬픔의 새드니스..


그렇지만 레베카 퍼거슨의 영화가 더 있으므로 더 보기로 하자. 세상의 감독들아 레베카 퍼거슨 이대로 두지말고 액션에 데려가라, 액션에!! 레베카 퍼거슨을 이렇게 두지 말란 말이닷!!


















미션 임파서블에서 이단은 일사(레베카 퍼거슨)와 자주 업무 때문에 마주치면서 그녀를 소중히 생각하게 된다. 이에 이단의 동료인 '루터'는 일사에게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단은 당신을 아껴요' 라고 말하면서 '그러니 이 작전에서 빠져요'라는 거다. 이단은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라, 소중한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임무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일사는 스스로 강한 사람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사람인지라 그런 말 때문에 오 날 아낀다니 땡큐, 난 그렇다면 조용히 빠질게, 라고 하지 않고 임무에 뛰어든다. 일사, 액션 계속 보여주세요.


저 대사를 보고나서부터 '아낀다'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아낀다, 아낀다라.. 나는 누구를 아끼나, 나는 무엇을 아끼나. 아낀다는 말을 들어본 게 너무 오래된 것 같은 거다. 누가 나를 아끼나, 아낀다라는 감정 너무 좋고 소중하네. 혹여라도 감정이 몽글몽글해지는 날이 온다면 그렇게 만드는 상대에게 물어봐야겠다. "날 아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간질거리는구먼 간질간질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에바 일루즈 덕에 나는 사랑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해보기로 했다. 책을 읽는 사람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뭔가 공부할 게 생기면 관심가는 게 생기면 일단 책부터 보게 되지 않는가. 나 역시 그런 사람1이다. 그렇게 나는 에바 일루즈의 책을 사러 간다. 슝-

















이 페이퍼는 오늘 아침 들은 노래로 끝맺겠다. 완벽하다.







되도록 여성에게 거리를 두고 감정을 희롱하며 상처를 안기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디스트는 결국 상처를 입힐 대상, 곧 여성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게 바로 사디즘 패러독스다. "우리는 우리 욕구의 대상이 곧 우리 의지의 대상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러자면 대상은 곧 주체여야만 한다. 다시 말해 우리와 똑같은 자율적 의지와 욕구를 갖는 주체만이 욕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인간은 오로지 독립적 인격을 갖는 주체만을 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에 우리는 이렇게 덧붙일 수 있다. 오로지 자율적 주체만이 욕구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오직 그런 주체만 우리에게 ‘아, 저 사람 정말 갖고 싶구나!‘ 하는 감정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P65

그레이의 숱한 사랑 고백에 아나는 이렇게 반문한다. "내가 당신 말을 안 들어도?" 그레이는 이렇게 답한다. "당신이 내 말을 안 들으니까, 아나스타샤."(3부 1권 71쪽) 여자를 지배하고 ‘서브‘, 곧 노예로 만들려는 시도로 시작된 관계는 ‘인정을 얻어내려는 투쟁‘으로 발전한다. 끝없이 말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돔‘은 ‘서브‘의 의지에 굴복한다. 약자가 결국에는 진짜 강자로 입증된다는 속담이 떠올려지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니다. ‘돔‘은 자신의 권력의지를 포기하고, 그 대신 ‘서브‘의 인정에 목을 맨다. "참 다루기 힘든 사람이군, 스틸 양."(1부 2권 75쪽) 그레이가 여러 차례 사랑을 듬뿍 담아 하는 말이다. 우리의 욕구와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타인의 자율성이다. 우리는 자율성을 자랑하는 사람을 욕구한다. 그리고 우리의 욕구는 다시금 타인의 욕구를 이끌어낸다. - P67

많음 여성 학자가 보기에 통속소설 가운데 마조히즘을 미화한 작품은 결코 적지 않다(『O 이야기』는 물론이고 히치콕이 영화화한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도 여기에 속한다). 이런 작품은 여성으로 하여금 희생자 역할을 긍정하고 내면에 새기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미셸 마세(미국 루이지애나 대학교의 영문학 교수0는 여성이 이런 장르의 소설을 읽으며 장차 남성과 맺게 될 섹스와 감정 관계에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아픔을 미리 연습한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소설문학은 여성 독자에게 남녀 사이의 관계가 갖는 아픈 요소를 허구 세계의 쾌락적 요소로 바꿔버림으로써 자신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위치와 역할을 준비하게끔 돕는 게 된다. 그렇다면 마조히즘은 사랑의 조건이나 변태적 섹스가 아니라 사회가 지어낸 일종의 장치다. 이 장치는 여성으로 하여금 회피해야만 하거나 가질 수 없는 남자를 사랑하면서 생겨나는 아픔을 당연하게 여기고 이를 감내하는 법을 배우게 만든다. - P94

이 소설(『O 이야기』)이 페미니즘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더욱 직설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이 작품은 여성이 처한 불편한 사정을 가감 없이 폭로하는 것처럼 보인다. 곧 여성들이 사랑과는 무관하게 거침없는 성적 쾌락과 욕구를 오로지 굴종과 복종이라는 상태에서만 체험하게 될 수 있다는 고발로도 읽을 수 있다. 마조히즘을 그 논리적 귀결, 곧 ‘O의 죽음‘까지 몰아가면서, 이 작품은 욕구의 주체인 여성을 파괴하는 것이 이성애 사랑의 핵심이라는 점을 무의식중에 폭로한다. 아무튼 『O 이야기』에서는 자기의식 말살, 마조히즘, 사랑이 하나의 유일한 연속적 연결고리를 이룬다. - P97

‘그레이 시리즈‘는 조악한 문학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허구와 진실 사이의 구분‘을 넘나들면서 오늘날 우리의 성생활과 애정생활이 어떤 지경에 처해 있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 P113

소설이 아나를 보호하고 소유하겠다는 그레이의 희망에서 촉발된 수많은 행동을 묘사하는 것은 그만큼 여성이 보호에 커다란 의미를 두고 있다는 반증이다. 보호받고 싶다는 희망과 안정적인 감정 결속을 이루고 싶다는 갈망은 오늘날 많은 여성이 페미니즘에 갖는 반감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페미니즘은 전통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을 허물고자 노력하면서 양성관계를 바꿔놓았다. 그러나 그 수혜자여야 할 여성이 페미니즘에 반감을 갖고 이중적 감정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은 페미니즘 혁명이 미완의 것으로 남았다는 반증이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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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1-15 1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15년에 제가 이 책을 읽었을 떄는 페미니즘을 탑재하기 전이더군요. 두 사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라,라고 썼더라구요.
이성애만을 답으로 상정하는 이 세계에 대해 의문이 많지만, 인간이 추구하는 마지막 지점은 진실하고 충직한 사랑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절망을 주는 것은 사람이지만 결국 위로해주는 것도 사람이다....

항상 좋지만 근래 다락방님 페이퍼 더 좋은 거 아실랑가 모르겠네요. 뭔가 파이팅!이 더 느껴진달까요?
전 <육식의 성정치>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21-01-15 13:35   좋아요 2 | URL
저는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은 모든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좋을테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절망을 주는 것도 사람이지만 위로를 주는 것도 사람이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더 잘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다정하고 또 사랑하면 그야말로 천국 아니겠습니까. 다만, 사랑을 찾아 헤매이느라 우리가 꼭 봐야 할 것을 지나쳐버리는 것, 참지 않아야 할 것을 참는 경우가 생기지요. 그럴 때를 더 잘 인지하고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페미니즘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어요.
저도 사랑하며 살 수 있다면, 사랑해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 길을 갈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랑을 공부할거고요, 그러므로 에바 일루즈의 책을 또!! 살겁니다. 이건 잘하는 거잖아요. 이럴 때 책 사도 되는거잖아요. 이런건 현명한 소비 아닙니까? 네? 맞잖아요?!


단발머리님, 육식의 성정치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저는 읽는게 너무 신나요. 똑똑한 여자들이 똑똑한 생각을 써낸게 진짜 너무너무 짜릿해요. 덩달아 신나서 읽고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제게 이런 기쁨과 짜릿함을 주기 위해서라도 단발머리님은 계속 읽고 쓰셔야 합니다. 멈추지 마시고요. 아셨죠? 움화화핫.

2021-01-15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5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1-01-15 1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우 이번 페이퍼는 어디 실려야 하는데 더 많은 이들이 읽어야 하는데 알라디너들만 보기엔 너무 저릿저릿한 글입니다.

다락방 2021-01-15 13:35   좋아요 2 | URL
아이 수연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뭘 또 그렇게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아서 정신줄을 놓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1-15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샤라라라라랑 이런 표현들이 다락방님 글의 매력중 하나예요~!!ㅋㅋ읽다가 덩달아 동요되게만드는? 저도 나쁜 사랑에서 벗어나려고 동대문역에서 핸드폰(슬라이드)두개로 부순뒤 휴지통에 버렸는데 그것이 모든것을 바꾸어 놓았죠.(R.프로스트)ㅋㅇㅋ;

다락방 2021-01-15 14:00   좋아요 2 | URL
제가 이 페이퍼에도 또 샤라라랑 썼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미님 댓글 읽으니까 왜이렇게 웃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폰을 부숴버리셨단 말입니까? 폰을 부순건 너무나 아깝지만 그것이 나쁜 사랑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지의 발현이었다면 그래야만 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쁜 사랑에서는 벗어나야지요. 우리는 살면서 한번쯤은 혹은 그 이상으로 나쁜 사랑 혹은 어리석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 말이지요. 그렇지만 결국은 거기서부터 벗어나야 하고 박차고 나와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더 나은 상대, 더 나은 사랑을 맞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혼자 건강할 수도 있고요. 앞으로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미미님. 힘내서 열심히 살아봐요. 좋은 책 잔뜩 읽고 또 글도 쓰면서요!

- 2021-01-15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읽고 있길 읽게되길 참 잘했다!
이 페이퍼도 읽고 있고 읽게 되길 너모 잘했다! (나자신 쓰담쓰담)
사회자체가 거대한 스톡홀롬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아니 세상의 사랑은 그것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부모-자녀 의 관계까지도. (아니 그 관계야 말로) 저 역시 사실은 평등을 싫어하는 피곤해 하는 어떤 느낌을 느껴요.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어요. 그레이도 봐야께씀 ㅋㅋㅋ 전 영화로 먼저 ㅋㅋ

다락방 2021-01-17 16:00   좋아요 1 | URL
쟝님 이 책은 다 읽었나요? 그레이는 봤어요? 주말을 그레이 영화로 불살라 버려욧!! ㅋㅋㅋ 궁금하다. 그레이 보고 쟝님은 어떤 감상을 남길지. 꼭 보고 글 써줘요, 알았죠?

- 2021-01-18 06:24   좋아요 0 | URL
월요일이예요 다락방님... 눈이... 눈길이... 빠샤빠샤! 전 그레이가 하나도 섹시하지 않아서 2편을 보다가 졸기까지 했답니다... 3편은 안보기로ㅋㅋㅋ

다락방 2021-01-18 10:11   좋아요 1 | URL
그레이 진짜 너무 별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에서 겁나 치명적으로 써놨는데 영화에서 너무 안치명적이라서 미치겠어요. 게다가 2편인가 3편에서 아나스타샤 옆에 있는데도 여자 건축설계사가 그레이를 노골적으로 유혹하거든요. 그 장면은 제가 지금도 기억하는 미친 장면이에요. 아니, 저 남자 뭐가 좋다고 아내가 있는 자리에서도 유혹하냐 싶었고 또 세상 어느 여자가 옆에 아내 있는데도 그녀의 남편을 유혹하냐 똥같네.. 했었답니다? 하하하하하. 섹시함이라는 것은 저마다의 몫이니,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에겐.. 섹시했는가 봅니다. 저랑 쟝님은 아닌 걸로.. ㅋㅋ

- 2021-01-18 11:51   좋아요 0 | URL
인용된 소설이 훨씬 야했어요 ㅋㅋㅋ 정말 안치명적이어서 하품, 야하긴 한데 너무 기대했던지 안야하게 느껴져서 또 하품...

- 2021-01-18 11:51   좋아요 0 | URL
365 남주 생긴게 더 좋아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8 11:53   좋아요 0 | URL
꺅 >.<
맞아요! 그 영화 진짜 쓰레기같은데 남주 겁나 잘생겨버림.. 휴... 너무해 ...... 그 얼굴로 그 영화에밖에 나올 수 없었니? ㅜㅜ

- 2021-01-18 12:10   좋아요 0 | URL
그 얼굴로 바로 그 영화에 나왔기 때무네 글로발 대스타가 된 겁니다... 왜 그레이가 칠천만부가 팔렸겠습미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후
 

(이 글은 PC에서 보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마침 어제도 이 책 읽다가 사진 올린 분이 생각나, 사무실에서 도착해 나도 인증샷을 찍어 보았다. 밑줄을 긋고 북마크 붙여버린 나의, 육식의 성정치!



위의 밑줄은 한나 아렌트에 대한 부분이다. 아, 한나 아렌트 좋아, 한나 아렌트 멋져. 한나 아렌트 이렇게 막 여기저기 나와가지고 내가 한나 아렌트를 계속 읽어볼 겁니다.


한나 아렌트는 폭력에는 언제나 도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도구를 이용한 폭력 없이 인간은 고기를 먹을 수 없다. 폭력은 도살 행위의 중심에 있다. -.120



책을 읽다 보면 책에서 인용되는 혹은 언급되는 다른 책들이 읽고싶어지는데, 육식의 성정치에서도 마찬가지. '업튼 싱클레어'가 직접 도살장에 취업해 일을 하고 써냈다는 《정글》을 읽어보고 싶어서 검색했더니 절판이라고 나왔다. 그렇다고 내가 원서를 사서 읽을 순 없는데!



20세기 초, 업튼 싱클레어는 직접 도살장에 취업해 일을 했다. 싱클레어는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를 둘러싼 운명의 은유로 여겼다. 《정글》에서 작가의 분신인 주인공 유르기스는 일자리를 얻으려고 도살장에 들른다. 안내자가 유르기스를 일할 장소로 안내한다. 유르기스는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도 않고 주의를 끌지도 못하는, 빛도 기억도 망각된 지하 감옥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조금 무서운 범죄 같은 것"을 경험한다(Sinclair 1906, 38~45). -P.121



















80페이지에 언급된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의《여성의 시각에서 본 성경The Woman's Bible》도 읽고 싶어 검색했는데 국내에 번역된 건 없었고 원서만 주르르 검색이 된다. 슬퍼..



고기가 남성의 특권이라는 점은 성서에도 나온다.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Elizabeth Cady Stanton은 《여성의 시각에서 본 성경The Woman's Bible》에서 《성경》의 <레위기> 6장에 나오는 구절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사제들은 제단 앞에서 깨끗한 옷으로 강라입고 나무와 숯을 이용해 매우 정성 들여 고기를 조리했다. 여자들은 그 음식을 맛볼 수 없었고, 모세의 형이자 유대교 최초의 제사장인 아론의 아이들 중 사내아이만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Stanton 1974, 91). -p.80


















요즘 성경 읽기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여성의 시각에서 본 성경을 너무 읽어보고 싶은데 원서 밖에 없다니.. 역시 영어 공부가 답인가. 해마다 '이번에는 기필코 영어공부를!' 다짐하지만 어째서 이 다짐은 저리로 꺼져버리는가. 사라져버려, 흔적도 없이.. 가벼운 다짐, 영어 공부. 샤라라랑~ ♡



그러니까 결론을 말하자면, 애덤스의 육식의 성정치에 언급되어 사고(읽고) 싶어진 책 두 권을 전부 구할 수 없었다는 거다. 특히나 업튼 싱클레어의 책은 읽으면 육식의 성정치와 맞물려서 좋을 것 같은데. 아쉬워.. 그렇다면, 이 책들이 없다면, 내가 책 구매를 이렇게 가볍게 포기하고 가겠는가? 나란 여자, 포기를 모르는 인간이다. 나는 장바구니에 책을 차곡차곡 쓸어 담았고, 그래서 장바구니에 이런 책들이 있다.


















'필리스 체슬러'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를 읽고 싶다고 어제 친구에게 말하자, 친구는 '그거 읽고 계속 육식하려고 그러지?' 라고 물어서 나를 빵터지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책에 대해서는 책소개보다는 목차를 가져오는 게 더 읽고픈 욕망을 끌어올릴 것 같다.



특히나 <포르노그래피와의 전쟁> 부분을 너무나 읽어보고 싶다.

게다가 나는 여성들이 가장 먼저 버려야할 것은 '도덕 코르셋'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이라는 타이틀도 마음에 든다. 물론 내용이 전체적으로 내 생각과 같을지, 내가 동의할 수 있을지는 읽어보아야 알겠지만, 포르노그래피와의 '전쟁'이란 단어를 쓴 걸 봐서는 나랑 지향하는 바가 같지 않을까.

















'경선'의 《오빠가 사라졌다》는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가상의 한국을 다루고 있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디지털 성범죄물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드물것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 역시 대학시절 한창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양 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대학 전산실에서 보았더랬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컴퓨터를 잘 다룰줄 몰라서 친구가 이게 그거라고 틀어주고서야 볼 수 있었다. 그당시의 나는 내가 그것을 본게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진 못했었다. 다만, '이 여자는 이거 찍히는 거 몰랐던 거 같은데 이게 세상에 나와서 얼마나 암울할까'하는 생각은 했더랬다. 그리고 얼마뒤 서점에서는 그 비디오를 찍고 유포한 남자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책 소개에서 그는 자신의 수많은 여성편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고 했다.


성범죄에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소설이지만 그 안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C. 라마자노글루'의 《푸코와 페미니즘》이란 책은 존재도 몰랐는데 어제 일명 '푸코 처돌이'인 친구로부터 소개 받아 알게 되었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모두가 다른 환경에서 살아 왔으며 경험한 바도 생각한 바도 지향하는 바도 다 다르기에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느끼는 바가 다르다. 푸코의 성의 역사를 읽으면서 나는 너무 힘들었는데 어쨌든 4권까지 기어코 읽어냈고, 친구는 성의 역사 1권만 읽고도 푸코에게 흠뻑 빠져들어 푸코 처돌이가 되어 입문서를 돌파하고 있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 한 명은 드디어 해방이라고 토할 것 같았다고 말하고 한 명은 푸코를 탐독하기 시작한다. 아아, 놀랍지 않은가.


나는 그런 친구에게 나의 이론 <대머리 총량의 법칙>을 설파했다.

우리는 누구나 생에 한번 대머리를 품게 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나는 누구나 다 아는 '재이슨 스태덤' 팬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게다가 나는 재이슨 스태덤 말고는 딱히 좋아하는 남자 배우도 없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재이슨 스태덤은 대머리이다. 그러니까 나는 대머리 성애자라거나 하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사실 '대머리는 절대 안돼' 라고 마음 먹은 사람도 아니다. 대머리이든 아니든 별 상관 없는 사람이고 못생기든 아니든 역시 별 상관없는 사람이다. 그러든가 말든가, 내가 반하는 건 그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대머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키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으며 쌍커풀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배가 나왔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이상형은 근육질의 남자, 코어 파워 대마왕인 사람이고, 앞으로 내가 또 사랑에 빠진다면 혹은 또 연애를 한다면 코어 파워가 엄청난 남자가 아니면 안된다고 부르짖은 사람이긴 하다만, 어쨌든 나는 재이슨 스태덤에게 연정을 품은 것이다. 내가 그대를 연모하오.

그러나 푸코 쳐돌이 친구는 대머리에 대해서라면 '안된다'는 취향이 확실했던 사람으로서,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대머리 푸코에게 빠져들고 말았고, 나는 나의 대머리 총량의 법칙을 이제 그만 인정하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내 말이 옳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는 정말 인정하기 싫어해서 몸서리쳤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나 너도 빠졌잖니, 대머리에게. 바로 지금, 바로 푸코에게! 대머리 총량의 법! 칙!


단톡방에서 우리의 대화를 보고 있던 또다른 친구는 말했다. 대머리 총량의 법칙 옳다고, 자신도 일전에 대머리를 사랑한적이 있었노라고... 거봐, 맞다니까? 맞다고!

아직 대머리를 사랑해본 적이 없는 여러분, 앞으로가 있다, 앞으로.. 앞으로 여러분은 생에 한 번, 언젠가, 기필코, 대머리랑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샤라라랑~ ♡


아무튼 재이슨 스태덤은 코어 파워 대마왕이기도 한 부분.. ♡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직딩인 나는, 눈이 오는 날씨를 매우 싫어한다. 눈이 오는 것도 눈이 쌓인것도 아름답지만, 내게 아름다운 건 뒷전으로 밀린다. 출퇴근길이 편하냐 그렇지 않으냐가 내겐 더 중요하단 말이다.

어제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갑자기 눈이 내리고 쌓이기 시작했다. 슬슬 스트레스가 차올랐다. 아, 이거 이렇게 계속 내리면 어째, 쌓이면 어째, 나는 집에 어떻게 갈 것인가, 내일 출근은 어쩔 것인가.

회사에서는 눈이 많이 오니 일찍 들어가라 했고 그렇게 나는 퇴근시간이 되기 전에 사무실을 나섰다. 지하철역까지 꼬박 이십분을 걸어야 했는데, 걷는 길은 눈이 쌓여 있었고 누군가 치워놓은 길은 질퍽질퍽하고 미끄러웠다. 내 신발이 유독 미끄러운 신발인건 아니었지만, 눈길을 걷는건 조심스러운 일이었고, 평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려 가까스로 도착했을 때는, 이미 조심히 걷느라 신경줄이 팽팽해진 상태였다.

이런 상태로 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건 무리였다. 나는 스트레스가 너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라있어서 편하게 영화를 보며 가자고 생각했다. 마침 며칠전에 텔레비젼 채널 돌리다가 미션 임파서블 다시 보고 오 재밌어 하면서 다른 편을 넷플에서 다운받아놓은 뒤였다. 물론 이것도 이미 본거였지만.















내가 이런 액션을 '다시'보게 되다니, 역시 사람일은 모른다. 미래는 예측불허야.. 그리고 무슨말인지 사실 내용은 잘 모르겠다. 이 정보 왜 보안 되어야 하는지, 그 보안 어떻게 뚫을 것인지 이렇게 말하는 거 사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어쨌든 본다. 처음부터 나오는 여성 '일사(레베카 퍼거슨)'의 액션이 엄청 뛰어나서 놀라서 보는데, 그러나 이렇게 액션 뛰어난 여자 주연이어도 드레스를 입고 허벅지를 내보이며 총을 쏘고, 이 영화를 통틀어서 비키니 입고 수영장에서 나오는 장면도 이 여자 등장인물에게만 있다. 아무리 여자한테 역할 주고 액션 줘봤자 여성성이 드러나는 걸 포기를 못하는 것이구먼..


그러다 놀랍게도 나는 이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흘린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외로움이란 감정에 대해 언젠가부터 가끔 생각하는데, 예전엔 외로움이란 나와 먼 감정이라 생각하다가 요즘엔 불쑥 내것이 되기도 하는바, 최근에도 외롭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던 거다. 보통 내가 외롭다고 생각할 때는 내 감정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을 때 생긴다. 이 감정을 누구도 이해못할거야, 누구도 날 이해할 수 없어, 라는 느낌은 나를 외로움으로 몰아간다. 내가 혼자 가져가고 내가 혼자 이것들을 겪어내고 내가 혼자 이것들을 견뎌내고 이겨내고 극복해야 한다는 걸 새삼 다짐하게 될때면,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는 별개로 외로워지는 거다.


그런데 이 영화속에서 '헌트'(탐 크루즈)가 '벤지'(사이먼 페그)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놀랍게도 위로를 받았다. 헌트는 CIA 로부터 쫓기는 사람이 되어 숨어 지내면서 악당을 찾아 무찌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몇달간 보지 못했던 옛동료 벤지에게 연락해 도와달라고 하지만 자신의 계획이 뜻대로 잘 되지 않았고 게다가 벤지는 위험에 노출된다. 이에 헌트는 '널 보호할 수가 없어, 돌아가' 라고 말하는 거다. 그러자 벤지가 말하는 거다.


"그건 네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야.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현장 요원이고 매주 부인해 왔지만 네 친구이기도 해.도움이 필요해서 날 불렀잖아. 그러니까 난 아무데도 안 가."



CIA 에서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서 항상 거짓말로 헌트와 친구냐고 묻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했던 벤지는, 헌트와의 대화에서 친구임을 인정한다. 벤지의 이 말들에 내가 울컥해지는 거다. 좋네. 헌트 잘 살았네, 좋구먼. 친구라고 옆에 있어주려는 사람이 있다. 좋구먼. 난 아무데도 안 가, 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구먼. 좋다. 네 친구야, 라고 당당히 말해주는 사람이 있구먼. 좋다. 헌트, 그동안 외로웠겠지만 지금은 외롭지 않겠네. 네 친구이기도 해,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생이 외롭지 않겠어. 그래...


그래.....



그래..........



어쩐지 쓸쓸하군.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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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1-13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머리 총량의 법칙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3 11:26   좋아요 1 | URL
진리입니다, 참진리!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21-01-13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 나도 읽어봐야겠어요.
머릿 속에서 떠나지가 않아요. 다락방님의 예언 ㅠㅠㅠㅠ 좋아하던 사람 중에 대머리 있었던가 계속 생각하는 아침.
대머리 모닝이여 ㅠㅠㅠㅠ

다락방 2021-01-13 11:28   좋아요 1 | URL
저도 오늘 당장 살건데요 그런데 다른 책을 무엇을 함께 지를까 막 이래저래 고민하고 있어요.
로버트 패틴슨이나 샘 클라플린이 대머리가 된다면 문제는 아주 간단해지지 않겠습니까? 고민의 여지가 없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1-1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코 똑똑이가 푸코와 페미니즘을 읽으면 어떤 파워를 가질지..... 잔뜩 기대!!!! 오늘 땡투하고 여기에서 하나 챙깁니다! 두근두근

다락방 2021-01-13 11:28   좋아요 0 | URL
푸코와 페미니즘을 읽고 써낼 페이퍼를 기다립니다. 후훗.
수연님이 여기서 하나 챙기는 것은 무엇일까요? 수연님도 혹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두근두근

수이 2021-01-13 11:52   좋아요 0 | URL
딩동댕!!

다락방 2021-01-13 11:53   좋아요 0 | URL
저는 이미 주문을 마쳤습니다. 엣헴-

- 2021-01-13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전의 쇼님 페이퍼에도 달았읍미다만 쳐돌이 (x) 처돌이 (0) 입니다. 신조어 올바로 쓰기 운동본부에서 나왔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1-01-13 11:49   좋아요 2 | URL
아 오케오케 쓰면서도 쳐돌이인가 처돌이인가 했는데 처돌이구나. 그렇다면 제가 위의 본문에서 쳐돌이를 처돌이로 수정하고 오겠습니다. 영차!

- 2021-01-13 12:38   좋아요 0 | URL
으앙 이토록 성실하면 무안하잖아!

- 2021-01-13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생에 한번쯤은.... 한명의 대머리를 품게된다는 그 대머리 총량의 법칙 말입니다, 옳다고 칩시다. 그런데 하필 그토록 거부하던 대머리에게 빠졌는 데 이미 죽어버린 게이 대머리라니.. 나에겐 잔인한 법칙이야... 흥 미워!!

다락방 2021-01-13 11:51   좋아요 1 | URL
그거슨 저도 어쩔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어떤 대머리에게 빠지게 될지 알 수 없어요. 무릇 사랑은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스리슬쩍 다가와 후려갈기는 것이므로..... =3=3=3=3=3

수이 2021-01-13 11:52   좋아요 0 | URL
원래 인생이란 게......

다락방 2021-01-13 11:53   좋아요 0 | URL
아아, 인생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 2021-01-13 12:37   좋아요 0 | URL
나의 생은 미친듯이 대머리를 거부하였으나 단 한번의 사랑은 대머리였노라

청아 2021-01-13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머! ♡.♡ 퍼가서 읽고또 읽을래요!

다락방 2021-01-13 11:51   좋아요 1 | URL
아니 오늘 페이퍼 딱히 내용도 없는데 퍼가서 읽고 또 읽으신다니, 무엇을 퍼가실지... ㅋㅋㅋㅋㅋ
저도 육식의 성정치 부지런히 읽고 완독하겠습니다. 빠샤!!

PersonaSchatten 2021-01-13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득 대머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지만 그래요… 사랑했던 사람이 대머리가 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진짜 그런 건 안경을 썼냐 안 썼느냐 정도에 가까운 것 같아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오늘도 좋은 책들이 많이 들어있네요.

다락방 2021-01-13 11:52   좋아요 2 | URL
아 페르소나님, 댓글 너무 웃겨요. 그래, 그러고보니... 맞네, 하시는게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벌써 주문을 마쳤답니다? 하하하하. 언제나 책 주문할 때에는 행동이 너무 빨라버리는 부분... 후훗.

PersonaSchatten 2021-01-13 11:54   좋아요 1 | URL
저 아련하고 진지했었는데요. 웃기다시니 저도 웃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3 11:55   좋아요 1 | URL
진지하게 읽었는데 진지하게 웃기더라고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아련..이라고 하시면 두 눈 그렁그렁해져서 떠올리게 되는, 그런 부분인가요??

PersonaSchatten 2021-01-13 11:57   좋아요 0 | URL
그렁그렁은 아니고요. ㅋㅋㅋㅋ 내가 누굴 뭘 좋아했더라 생각하니까 어릴 적 저나 걔네들이 부러워져서요. ㅋㅋ

다락방 2021-01-13 13:15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저도 가끔 돌이켜보곤 하는데요, ‘그 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들때면 괴롭더라고요. 그렇지만 과거의 그 때로 돌려놓으면 다시 꼭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은 제 인생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들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든 원하지않든 말이지요.

음.. 써놓고나니 저야말로 진지한 댓글을 달아버렸네요. ㅋㅋㅋㅋ 댓글은.. 의식의 흐름. 어디로 갈지 저도 몰라요~ 하핫.

PersonaSchatten 2021-01-13 13: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렇게 부러워봤자 같은 선택을 했겠죠. 제딴에는 늘 최선의 선택을 해 온 거니까요. ㅎㅎㅎ
의식의 흐름 좋습니다. ㅋㅋㅋㅋ

2021-01-13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4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21-01-1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차 281쪽 ˝천재 페미니스트는 왜 고통받는가˝!
치아바타 천재 페미니스트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 주제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다락방 2021-01-15 11:44   좋아요 0 | URL
아아 인생은 무엇인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고통스럽단 말인가..라는 생각을 수시로 하는 저는 그러니까, 천재 페미니스트인 겁니까? 인생은 고...통............Orz
 

*제 글은 PC에서 읽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고 미래는 예측불허라고 하더니, 정말 그렇다. 나는 내가 이 책, 《육식의 성정치》를 읽으면서 육식을 즐기는 나에 대해 불편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나아가야 할 길은 채식이라는 것을 깨닫고 크게 내적 갈등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백쪽을 조금 넘겨 읽은 현재 지점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커다란 기쁨과 흥분이다. 동물을 죽이고 절단하고 소비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데 어떻게 기쁨과 흥분이 올 수 있냐 나조차도 갸웃하는 지점이지만, 와, 나는 이 책 읽다가 '부재 지시 대상'이라는 용어를 보는 순간(물론 서문에서도 만났지만) 갑자기 온 몸에 흥분이 막 차오르는 거다. 이 흥분은 재작년에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를 읽으면서 느꼈던 바로 그 흥분과 같다. 저자의 통찰과 사유에 대한 흥분,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데에서 오는 흥분, 그것을 내가 읽고 함께 깨닫게 되는 데에서 오는 흥분. 온 몸이 짜릿해지는 거다. 바로 이 맛에 책을 읽는 것 같다.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부분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것, 알아채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알아채게 해주는 것, 바로 그 지점으로 책이 나를 이끄는 거다. 레이첼 모랜이 그랬듯이 '캐럴 제이 애덤스'는 통찰과 사유에 있어서 뛰어난 사람이구나, 나를 이끌어주고 있다! 이런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고, 부재 지시 대상 꼭지에서부터는 모든 페이지, 모든 구절에 밑줄을 긋게 되는 거다. 캐럴 제이 애덤스는 나를 앎으로 이끌고 있다!!




도살을 통해 동물은 부재 지시 대상이 된다. 동물의 이름과 신체는 고기로 존재하는 동물에게는 부재하는 무엇이다. 동물의 생명은 고기에 앞서고, 따라서 고기라는 존재를 가능하게 한다. 살아 있는 동물은 고기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도살을 통해 죽은 몸이 살아 있는 동물을 대체한다. 동물이 없다면 고기를 먹는 일도 없게 된다. 그러나 동물이 고기라는 음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동물은 고기를 먹는 행동에서 부재하는 무엇이다. -P.104



아 너무 짜릿하지 않은가. 이건 아주 사소한 일상의 면면들로도 알 수 있지 않나. 우리는 소고기가 소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돼지고기가 돼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스테이크를 먹고 삼겹살을 먹으면서 살아있는 소나 돼지를 그리지 않는다. 우리가 '고기'를 먹을 때, 이것이 '살아있는 동물이었다'는 걸 지운다. 우리가 고기를 먹을때, 살아 숨쉬던 동물은 부재한다.



고기와 고기의 의미가 지니는 본질, 곧 동물의 죽음 없이는 아무도 고기를 먹을 수 없다는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므로 살아 숨쉬는 동물은 고기의 개념에서는 부재하는 지시 대상이다. -P.104



부재 지시 대상이라는 게 무엇인지 확 오지 않나. 이렇게 단어를 사용해서 정리해주니까 정리가 뽝 되면서 그 개념이 내게로 오는 거다. 개념이 오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 용어가 나로 하여금 이 과정을, 살아있는 동물-죽음-분리(해체)-소비로 이르는 모든 과정을 다시 돌이켜보게 하는거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나는 '레이첼 모랜'으로부터 '타락의 상호작용'이란 용어를 접하게 되었고 그 뒤로 그 단어를 잊어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도 선명히 기억난다. 위의 책 제목에 링크를 걸었지만, 타락의 상호작용은 말그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남자' 가 그것을 아내나 여자친구에게는 요구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에게 요구하고, 성매매 여성이 그 행위를 돈을 받고 해주기 때문에, 그 행동은 멈춰지지 않고 유지된다는 것이다. 레이첼 모랜은 이것을 '생리혈을 먹는 남자'의 일화를 통해서 이야기해준다. 타락한(하는) 사람에게 '그만둬' 나, '그걸 해서는 안돼'라고 말하는 게 아닌, 허락해버리는 순간 지속되는 그 타락은 상호작용을 갖게 된다는 것. 그 단어가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그 단어가 가진 뜻이 레이첼 모랜 덕분에 명확하게 와 닿았기에 그 단어를 결코 잊을 수 없게 되었는데, 그러니까 페이드 포, 하면 자연적으로 타락의 상호작용, 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는데, 육식의 성정치, 라고 하면 나는 이제 부재 지시 대상을 떠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캐럴 제이 애덤스'는 채식주의자이자 시민 운동가인 '딕 그레고리'의 말을 인용한다.




동물과 인간은 똑같이 고통을 받으며 죽는다. 당신이 자기가 기른 돼지를 잡아 먹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죽여야 했으면, 십중팔구 당신은 돼지를 죽이지 못한다. 돼지 멱따는 소리 듣기, 솟구쳐 흘러내리는 붉은 피 지켜보기, 이 광경이 무서워 엄마 ㅜ디로 숨어버리는 아이 바라보기, 동물의 눈에서 죽음의 그림자 보기 등은 당신의 속을 뒤집어놓는다. 그래서 당신은 돼지를 대신 잡아줄 사람을 고용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게토가 지저분하다고 비웃는 부유한 귀족들이 그 고통에 찬 비명을 들었으면, 배고픔에 서서히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을 봤으면, 사람들의 사나이다움과 위엄이 교살되는 장면을 목격했으면, 살인을 계속 저지를 수 없었다. 그러나 부유한 사람들은 이런 공포를 겪을 기회가 없다. …… 만약 당신이 고기를 먹기 위한 동물 살해를 정당화할 수 있다면, 당신은 게토의 이런 실상도 정당화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어느 쪽도 정당화할 수 없다. (Gregory 1968, 69~70) -P.110




영화 《바베트의 만찬》에서 여자는 사람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크게 준비한다. 그간 자기의 감사를 표현하기 위함이었는데,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음식의 재료들을 구하는 과정과 요리가 되는 과정까지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니까 거북이를 한 마리 사와서는 그걸로 수프를 끓이기 위해 커다란 솥 옆에 그 거북이를 놓아두는 거다.




















초대된 손님들은 수프부터 차례대로 먹는다. 그들이 먹는 거북이 수프에 거북이는 보이지 않는다. 살아있던 거북이, 잡혀온 거북이는, 그들이 먹는 음식 앞에 부재한다. 물론 바로 위의 사진에서 새는 그 모양 그대로 있지만, 손님들이 음식으로 먹을 때, 살아있는 새가 아닌 '새 고기'가 되는 거다.


나 역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양고기까지, 고기라면 좋아하며 먹는 사람이지만, 막상 재료로서 살아 있는 동물이 준비된 이 영화의 한 장면에서는 큰 불편함을 느꼈다. 내가 초대되어 식탁에 앉은 사람이라면 부엌에서 요리하기 전에 살아 숨쉬는 동물들을 보진 않았을 거고, 내 앞에 차려진 고기에만 집중했을 거다. 그러나 부재가 아닌 존재하는 '동물'을 보는 순간 불편해졌다.




폭력/도살을 통해 살아 있는 동물을 소비 가능한 죽은 동물로 전환하는 과정은 육식이 지시하는 대상이 바뀌는 과정, 곧 살아 있는 동물에서 고기로 바뀌는 개념적 변화의 과정을 표상한다. -p.114



우리는 동물의 이름을 먹을 수 있는 부위별 이름으로 바꿀 뿐 아니라 동물의 원래 형태를 숨기기 위해 소스를 바르고, 간을 맞추고, 음식 등을 통해 별 생각 없이 지시 대상을 선택한다.

그다음에 소비가 진행된다. 동물의 실제 소비, 죽음, '고기'라는 용어의 은유적 소비, 그래서 고기는 죽은 동물을 지시하기보다는 음식물만을 지시하게 된다. -p.115



내가, 우리가, 인간이 고기를 먹을 때, 고기를 먹는 행위에는 동물을 죽이고 그것을 절단하는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 거라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가 고기를 먹으면서(즐기면서)그것을 애써 떠올리려 하지 않는다. 윤리적으로 육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 과정을 결코 머리에서 지울 수 없기에 가능해지는 게 아닐까.



은유와 지시 대상 사이의 누락된 관계에 평행한 형태로, 고기를 먹는 행위에는 고지의 절단 과정이라는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자리한다. 먼저 우리의 시선을 대상화된 존재에서 소비 가능한 음식으로 옮겨놓자. 고기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고기의 도살, 절단, 분해 등은 누락돼 있다. 사실 가부장제 문화는 실제로 자행되는 도살에 침묵한다. 지리적으로 도살장은 격리돼 있다. -p.117-118



격리돼 있는 도축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정사 2013>(원제:MONA) 이다.




라트비아의 한 작은 마을에 있는 집을 상속받은 남자가 이곳에 오면서부터 영화는 진행된다. 이 마을에 일할 곳이라고는 도축장밖에 없었다. 이에 여자는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어한다.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들 역시 이 도축장에서 일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 도시에서 온 남자는 이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면서,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음생에 도축당하는 동물로 태어난다는 말을 한다. 자신은 직접 동물을 잡아 죽이는 일을 하지 않을 위치에 있으면서, 그런 일을 누군가 대신 해주기 때문에 고기를 받아 쳐먹으면서, 그러면서 그 사람들은 도축당하는 동물로 태어날 거라고 말하는 거다.


'지리적으로 도살장은 격리돼 있다'는 캐럴 제이 애덤스의 말은, 이 영화가 바로 증명한다. 일자리라고는 도축장 밖에 없는 작은 마을, 자기 일을 싫어하는 사람들, 그러나 '소비될 수 있는' 고기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 살아있는 동물을 보면서 그것을 고기로 바꾸는 일을 어떻게 마음에 들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에게 고기가 되기 전 동물은 존재하는데.


그러나 영화속 부유한 도시남자는 고기를 볼 때 동물을 보지 않는다. 도살작은 격리돼 있고 고기앞에 동물은 부재한다.


도시 남자의 저 태도, 도축장만 있는 마을에서 도축인들을 무시하면서, 그 마을의 처녀를 '갖고 싶어하는' 저 남자를 볼 때는, 권력을 가진 백인 남자를 어쩔 수 없이 떠올렸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제2의 성》을 통해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은 여자를 부엌이나 규방 속에 가두어 두면서도 그녀의 시야가 좁은 것에 놀란다. 그리고 여자에게서 날개를 잘라놓고 그녀가 날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만일 여자에게 미래를 열어 준다면 그녀는 결코 현재 속에 갇혀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2의 성, 2권], 시몬 드 보부아르, p.776







작은 마을에 일할 곳이라고는 도축장 하나만 주고서는 도축장에서 일하면 다음 생에 도축되는 동물로 태어날 것이라고 말하다니, 이건 뭐...




일반적으로 부재 지시 대상은 부재하기 때문에 억압당하는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 -p.112



캐럴 제이 애덤스는 동물에 가해지는 폭력과 마찬가지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도 언급한다. 부재하는 지시 대상이라 여성은 여성의 경험으로부터 떨어져버리는 거다.



동물의 죽은 몸이 고기에 관련된 우리의 언어에 부재하듯이, 남성의 문화적 폭력에 관한 묘사에서 여성은 부재하는 지시 대상이다. 특히 성폭행이라는 단어는 글자 그대로 여성이 겪은 일을 지시하지만, 또한 폭력적인 유린의 다른 사례들, 1970년대 초반의 생태학 저술에 자주 나온 지구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이라는 표현처럼 다른 대상에도 비유적으로 사용된다. 이렇게 여성의 경험은 다른 억압을 묘사하는 매개 수단으로 쓰인다. 여성, 곧 여성의 몸에 가장 빈번하게 가해지는 현실의 성폭행은, 이 성폭행이라는 단어가 다른 대상에 은유적으로 쓰일 때는 부재 지시 대상이 된다. 이런 용어는 '여성' 자신이 아니라 여성이 겪은'경험'만을 환기시킨다. -p.106



자연을 여성으로 대상화 시켜서 거기에 가해지는 것을 폭력으로 묘사하는 것은 문학 작품에서도 흔한 일이다.


















단번에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인데, 트랙터의 부속을 발기한 음경같다고 하거나 기어의 움직임에 오르가슴을 느끼며 기계적으로 강간했다는 장면은, 결국 '열정과 흥분이 없는 강간이었다(p.75)'라는 문장으로 이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문장에서 너무 화가 나서 열번쯤은 읽었다고 내가 지난번 페이퍼에 써두었던데, 나는 그 당시 내 감정을 어떻게 정의 내릴지 알 수 없었지만, 트랙터가 땅을 강간하는 장면에서 실제 강간피해자로 살아가는 여성들은 부재하는 지시 대상이었기 때문이라고,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이 작품 속에서 강간은 은유로 쓰였고, 캐럴 제이 애덤스의 말대로, 여성이 아닌 '여성의 경험'만을 환기시켰다. 물론 저 문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열정과 흥분이 없는 강간'이라는 바로 그 자체에 있지만 말이다. '강간'에 어떻게 열정과 흥분이 있단 말인가. '열정'과 '흥분'이 '강간과 나란히 쓰일 수 있는, 강간을 수식할 수 있는 단어란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다, 진짜.




용어 혹은 개념을 바로 잡음으로써 다른 것들을 끌어 오고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앎이 주는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동물을 '대신' 살해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노예를 억압하고, 그렇게 노예를 통해서 털달린 짐승들을 죽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부재 지시 대상은 모피가 되며 또 흑인이 된다. 저자가 언급한대로 너무나 흥미롭지 않은가.



부재 지시 대상의 구조는 동물을 대신 살해하는 소외된 노동 형태를 수행할 대리인들이 필요하다. 살아 있는 온전한 동물은 육식뿐 아니라 모피 거래에서 부재 지시 대상이다. 여기에서 모피 거래가 함의하는 동물 억압과 노예인 흑인을 대상으로 한 억압에 상관성이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미국의 흑인 역사가들은 노예 제도 아래에서 흑인이 원주민보다 더 강압적인 지배를 받은 역사적 원인의 하나로 모피를 얻기 위한 동물 학살을 거론한다. -p.109



내가 이 책을 펼치기 전에 내가 느낄 거라 예상했던 건 불편함이었는데, 나는 불편함보다 흥분과 재미있음을 느끼고 있다. '재미있다'는 표현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에 대한 적절한 표현이랄 순 없겠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다른 어떤 단어로 대체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이 책을 읽는게 너무 재미있고 신난다. 회사에 있기 때문에 더이상 읽을 수 없다는 게 야속할 지경이다. 100쪽까지가 이렇게 흥미로웠는데 그 뒤에는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생각만 해도 너무나 짜릿하다. 아, 역시 독서란 진짜 인생 개꿀템이야... 빅재미 보장하는 취미활동이다. 여러분, 책을 읽으세요. 책이 앎을 주고 흥분을 주고 재미를 준다, 여러분.. 책 만세다 진짜루... ㅠㅠ



책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도 또 페이드 포를 읽으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진짜 똑똑한 사람이 써야 된다. 똑똑한 사람이 써야 돼. 똑똑하고 꼰대가 아닌 사람,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이 써야 된다... 그게 지금 내가 책쓰기를 멈춘 이유다.....(눈물 좀 닦고) 똑똑하고 꼰대가 아니고 열린 사고를 가진 분들이여, 책을 쓰세요. 성찰한 바를, 통찰한 것을, 깨달은 것을, 사유한 바를 풀어 놓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독자가 기뻐합니다.



이만 총총.









근대 이전에는 유아, 젊은이, 가난한 사람, 흑인, 아일랜드인, 미친 사람, 여성이 모두 짐승으로 여겨졌다. "짐승으로 한번 인식된 인간이 짐승 취급을 받는 상태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았다. 인간 지배의 윤리는 인간의 관심 영역에서 동물을 제거했다. 결국 이런 인식은 동물하고 비슷한 상태에 놓여 있는 인간을 학대하는 행위를 정당화했다" (Thomas 1983,44). - P108

보통 폭행범,강간범, 연쇄 살인마, 아동 성학대자는 동물을 희생시킨다(aDAMS 1994, 144~161). 이런 범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다양하다. 배우자 강간범은 여성을 위협, 포박, 폭행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연쇄 살인마는 종종 동물에게 시험 삼아 폭력을 쓴다. 1990년대 여러 공동체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서 같은 반 친구를 살해한 남학생들은 동물을 사냥하거나 죽인 경험이 있다고 밝혀졌다. - P111

"잠자리에서 달콤한 말로 메티스를 달래던 제우스는 갑자기 입을 벌려 메티스를 삼켜버렸다. 메티스의 취후였다"(Graves 1955,46; 원래 이 이야기는 해시오도스Hesiod의 《신통기》에 기록돼 있다). 남성 중심 문화의 본질적 구성 요소는 이런 제우스의 행동, 곧 성적 욕구의 대상을 소비 가능한 존재로 보는 시각에 기초한다. 그러나 우리는 제우스가 메티스를 소비하는 신화에서 신체 분할에 관해 전해들은 이야기가 전혀 없다. 제우스는 어떻게 정확히 메티스의 임신한 몸, 팔, 어깨, 가슴, 자궁, 넓적다리를 그대로 한입에 삼킬 수 있었을까? 신화는 부재 지시 대상이 어떻게 부재하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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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1-12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멋져요!! 개꿀템 인정(ㅋ0ㅋ)👍

다락방 2021-01-12 13:28   좋아요 2 | URL
책 읽는 거 너무 좋아요, 미미님. 게다가 좋은 책을 읽으면 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 좋고요! >.<

파이버 2021-01-12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또 다락방님께서 정리해주신 내용을 읽으니 더 재미있네요! 다른 책에서 인용해주신 구절들도 너무 좋아서… 이런 글 써주시면 제가 기뻐합니다ㅎㅎㅎ

다락방 2021-01-12 13:30   좋아요 2 | URL
저도 이런 글을 쓰게 하는 책읽기가 무척 신나요. 읽으면서 막 이것도 생각나고 저것도 생각나고 갑자기 그때 그것이 이해되고 하는 이런 경험이요. 이런건 글 쓸 때도 너무 신나요!
파이버님, 우리 신나게 읽고 씁시다. 움화화핫!

단발머리 2021-01-12 1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장 부호에서조차 다락방님의 흥분과 열정이 그대로 전해지네요 ㅎㅎㅎ 저도 <페이드 포> 읽었는데 이렇게 연결될지는 생각도 못 했어요. 다락방님 글 읽으니까 아하~~ 하고 쪼금 이해될려고 해요. 게다가 <정사>, <분노의 포도>까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가 기립박수를 치고 말았습니다!!!
음메음메 소 또는 얼룩이를 살치살로 부르는게 부재 지시 대상이죠. 여성도 같은 과정을 겪어왔고요. 저도 저 개념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더라구요. 전 지금 2장인데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혹.... 북플로 위의 글을 읽으시는 분이 있다면 서재에 들어와서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다락방님이 네모난 상자로 잘 정리해 두셔서 훨씬 더 이해가 잘되네요. 그럼 저는 이만^^

다락방 2021-01-12 13:32   좋아요 2 | URL
저는 막 작가가 똑똑한 게 느껴지니까 너무 좋은거에요. 단순히 똑똑한 걸로 그치는 게 아니라 뭐랄까 계속 살핀다는 느낌, 하나의 사건을 보고 그 안을, 이면을 다 고루 보려는 게 느껴지는 게 진짜 너무 좋은거에요. 그것이 글로 표현되어서 독자에게 전해지는 게 너무 좋고, 그것을 줄 수 있는게 독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독서 진짜 너무 좋고요, 독서로 만나는 친구도 너무 좋고요. 아무튼 저는 오늘 책을, 독서를, 똑똑한 작가들을, 함께 책읽는 친구들을 사랑합니다. 그들에 대한 사랑이 넘칩니다. 샤라라랑~

단발머리님과 같이 읽을 수 있어서 또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다른 분들과 함께 읽는 것도 너무 좋아요. 같이 읽는 분들이 어떻게 읽는지 보는 것도 너무 신나요. 아 세상은 왜이렇게 신나는 게 많은지!!

아, 앞으로 글 쓸 때 위에 덧붙여야겠어요. 제 글을 PC 에서 보시기에 가장 좋습니다.. 라고 말이지요. 단발머리님의 댓글 덕에 이런 꿀팁을 얻습니다. 감사해요! 고마운 분.. ♡

라로 2021-01-12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따 PC에서 읽을게요. 지금은 침대에 누워서 북플로. 😅

다락방 2021-01-12 13:46   좋아요 0 | URL
북플에서는 인용문과 인용문 아닌 것이 구분이 잘 되지 않아서 읽기가 불편하더라고요 ㅠㅠ 특히나 제 글처럼 긴 글의 경우에는 더더욱... ㅠㅠ

syo 2021-01-12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만큼 읽지 않았지만, 제가 서문만 읽고 전에 단톡방에다 누가 명확하게 이해했으면 알려달라고 말씀드린 ˝부재 지시 대상˝의 용법에 대한 궁금증이 여기서도 등장합니다.

이를테면 인용해주신 112페이지의 문장 같은 거요.
˝일반적으로 부재 지시 대상은 부재하기 때문에 억압당하는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
이 문장이 선뜻 이해가 되세요?

육식에서 부재 지시 대상은 동물이잖아요. 살아있는 동물이요.
그러면 저 문장은 억압당하는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할 수 없게 만드는 주체가 살아 있는 동물이라는 식으로 읽히잖아요?

실제로는 부재 지시 대상을 가리는 무언가가, 혹은 진짜 지시 대상을 부재시키는 어떤 언술이 억압당하는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경험할 수 없게 만드는 건데, 부재 지시 대상 입장에서는 억울하잖아요. 굳이 이분법적으로 따져 보자면 자기는 일종의 피해자인데, 부재는 한 거라기보다는 ‘당한‘ 건데, 부재하기 때문에 억압당한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는 식으로 서술해버리면.....

부재 지시 대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틀렸다거나 이 경우에 맞지 않다는 게 아니라, 맞는 개념 같은데 그걸 이 책에서 사용하는 방식이 일관되어 보이지 않는 거 같아서요.

제가 뭔가를 잘못 읽은 걸까요?🤔

다락방 2021-01-12 14:30   좋아요 1 | URL
112쪽의 문장 같은 경우에는 동물에 대한 도살과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같이 나오잖아요. 저는 말씀하신 문장에서 페미니스트인 여성들조차 여성을 도축당하는 고기에 비유하기 때문에 스스로도 부재 지시 재상이 되면서 다른 부재 지시 대상을 은유로써 가져오고 바로 그 과정에서 ‘억압당하는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는 문장이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억압당하는 존재1(여성)이 억압당하는 존재2(동물)를 가져와 은유함으로써 그 개별 존재에 대한 억압을 유지시킨다고 해야할까요. 나 억압, 너 억압 우리 모두 억압으로 연결시키는게 아닌, 나 억압 은 쟤 같잖아, 하면서 ‘쟤‘의 억압을 당연시(자연스럽게) 여기게 되는 거요. 저자는 그 부분-여성이 자신을(혹은 다른 여성을) 고기에 비유하는-에서 페미니스트들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가져간다고 보이고요.

사실 여기까지는 쇼님도 이해한 부분 같은데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는 주체적인 서술형.. 이 문제인걸로 보인다는 거죠?
제가 그래서! 원서를 찾아보았습니다.

Generally, however, the absent referent, because of its absence, prevents our experiencing connections between oppressed groups.

저는 일관되지 않은 서술이라기 보다는 112쪽의 문장은 ‘부재시키고‘, ‘대상화 하는‘ 등의 잘못을 강조하기 위한장으로 이해돼요.

syo 2021-01-12 14:48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이 말씀하시는 거 자체는 옳고, 저도 동의를 하는데요.
그렇지만 설명하신 대목이 저 문장에 대한 제 의문의 대답은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부재 지시 대상은 부재하기 때문에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니까 다락방님이 설명하신 구도에서 저 문장을 이해하려면, 주어인 ‘부재 지시 대상‘은 다른 부재 지시 대상을 가져오는 여성을 말하는 거잖아요. 근데 그 발화에서 여성은 부재하지 않고 존재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부재지시대상은(여성=존재1) 부재하기 때문에(동물=존재2)˝가 되어서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락방님이 설명하신 그 억압당하는 존재1이 억압당하는 존재2를 가져와 은유함으로써 억압당하는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는 생각 자체는 저도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 문장은 논리적으로 그걸 설명하는 문장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 문장이 이상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식으로 뭔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문장들이 자꾸 등장한다는 거구요. 전체적인 이야기는 이해할 수 있고 쉽게 동의할 수도 있는데도요.

다락방 2021-01-12 15:20   좋아요 1 | URL
저는 저 문장 자체는

‘부재 지시 대상(여성)은 부재하기 때문에(여성) 억압당하는 집단들 사이(여성, 동물)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

로 이해했다고요. 그래서 저 문장의 실질적 주어는 ‘부재‘라고 생각한거고, 그래서 여성(부재지시대상1)이 동물(부재지시대상2)처럼 직접 경험한 게 아닌데도 동물에 자신을 비유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라로 2021-01-12 16:38   좋아요 1 | URL
다락방 님의 글 잘 읽었어요!!^^ 그런데 저는 솔직히 말하면 ‘부재지시 대상‘이라는 단어는 ‘눈가리고 아웅‘,,처럼 들리네요. 제가 페미니즘이나 인문학에 대해 넘 무지해서 그런 것 같아요. ^^;;

다락방 2021-01-12 17:02   좋아요 1 | URL
그건 아마 본문이 아닌 인용문에서 만나고 제 글만 읽으셔서 그런것 같습니다..

난티나무 2021-01-12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웩 존 스타인벡 읽은 건 없지만 집에는 있어서 언젠간 읽겠지 했는데요. 웩.

저도 이 책 읽으면서 와! 어! 그래? 완전 똑똑! 멋진데! 어라 이랬다고? 몰랐는데 어이 없네! 헐! 대박! 이러면서 읽고 있어요.ㅎㅎㅎ

다락방 2021-01-12 20:42   좋아요 2 | URL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재미있긴 한데요 저렇게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튀어나와요. 게다가 결말은 더 어이없답니다. 저 너무 어이없어서 엄마한테 줄거리 얘기하면서 엄마라면 그럴것 같아? 하고 막 욕했었어요. 제가 분노의 포도 깠던 페이퍼도 알라딘에 고스란히 남아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 빡치는 결말의 분노의 포도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님도 이 책 흥분하며 읽고 계신다니 너무 좋네요! 저도 계속 으앗 그래그래 맞아 아 멋져 똑똑해 ㅠㅠ 이러면서 막 줄 그으면서 읽고 있어요. 그런 과정이 너무 신나요! 아아 몰랐는데 맞네 그러네 오오 그렇다 하면서 어느 지점에서는 반성도 하고 말이지요. 저는 이런 책 너무 좋아요! 둘러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을 거듭해서 이건 이런것이다 하는 사유의 장을 펼쳐 놓은 거요. 진짜 너무 좋아요! 아마도 그런 지점이 다른 독자들에게도 인상깊어서 10주년 기념 서문에 20주년 기념 서문 25주년 기념 감사의 말까지 고스란히 책에 실릴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남은 부분이 기대됩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눈도 많이 와서 퇴근길에 스트레스도 받고 너무 지쳐서 ㅠㅠ 쫄볶이에 만두 튀겨서 소주 마시고 있거든요. 옆에 소주잔 꺼내놓고 스맛폰으로 난티나무님 댓글 보고 너무 좋아서 맥북 가져와 펼쳐서 댓글 쓰고 있어요. 오늘은 책 안읽고 미션 임파서블 볼거에요. 이미 본거지만 또 볼거에요. 탐 크루즈 막 액션하는거 보면서 스트레스 풀자 싶었는데, <로그네이션> 퇴근하면서 봤는데 여자 등장인물 액션이 완전 멋지더라고요. 으하하하하. 오늘은 영화 보다 스르르 잠들 거에요.

난티나무님 같이 읽어서 너무 좋아요 엉엉 ㅠㅠ
 
















의도하지 않은 한마디 말이 호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한 말임에도 정 떨어지게 할 수도 있다. 일전에 만나던 사람이 '결국은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할 것 같아' 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은 나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한 말이 아닌, 그가 지향하는 삶에 대한 것이었지만, 나는 그가 되게 근사해보였더랬다. 오, 그런 생각을 하다니 좋은데? 라고 그 순간 생각했다. 그러나 그를 아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고난 후에는 '그래봤자 실천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말하는 대로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일찍이 파악했더랬다. 옳은 것을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고, 거기에 대해서라면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면생리대를 쓰는 것이 환경에 더 좋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고 그래서 시작해야 겠다고 늘 벼르고 있었다. 빨아서 쓰는 건 불편하겠지만, 그렇지만 쓰레기도 나오지 않고 몸에도 더 좋대, 라는 말들을 무수히 들어왔고 그래서 '그래 면생리대를 쓰자' 라고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미루기만 했더랬다. 나는 환경을 생각해서, 지구를 생각해서 면생리대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실천으로 바로 옮기지 못했던 거다.


시간이 흐르고나니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면생리대를 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삼십대 중반의 몸은 더이상 일회용 생리대를 견뎌내지 못했다. 생리를 시작하고 일회용 생리대를 착용하기만 하면 생리대가 닿는 부분의 살이 부어 올랐고 아팠다. 걷기조차 힘든 날들이 며칠간 지속되었고, 십대 시절 생리를 시작할 때부터 일회용 생리대를 써왔는데, 내 몸은 이제 면역력이 너무 약해진건가 나의 노화를 탓했다. 더는 늦출 수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면생리대를 찾아 착용하기 시작했다. 당장 몸에 닿는 부분들의 아픔이 사라졌고, 내가 이제 아프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마음도 편안해졌다. 면생리대를 사용하고나서부터는 생리를 시작하게 되면, 괜찮아, 면이 닿을거야, 하면서 안정적인 마음과 몸의 상태가 되었다.



이 책의 주된 관심사는 윤리적 채식주의다. 육식을 다른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부당한 착취로 여기는 윤리적 결정에 따른 채식주의다. 그러나 이런 의식에서 채식주의를 수용한 예는 우리 문화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믿음은 많은 사람이 남몰래 채식주의를 즐기도록 부추겼다. 이런 채식주의는 동물을 향한 관심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다. -서문, p.52



지구를 위해서 면생리대를 써야겠다는 나의 생각은 '윤리적'이었지만, 그러나 그 윤리적 다짐은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내가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행동을 하게된 건, 내 몸 때문이었다. 내가 고통스럽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나는 지금은 탐폰을 사용하고 있다.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을 장기간 유지할 수 없었다. 귀찮아서. 내가 하는 거라곤 고작해야 텀블러를 사용하는 게 전부인가, 장바구니를 챙겨가지고 다니는 게 전부인가. 윤리적인 생각으로 행동까지 이어지는 건 고작 그게 다인가. 탐폰이 너무 편해서 다시 면생리대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역시 나는 그 무엇보다 나를 가장 우선시하는구나. 친구들 중에는 생리컵으로 바꾼 친구들도 있었다. 윤리적 실천으로 나아가려면 나 역시 생리컵으로 바꿔야겠지만, 그러나 이제 내게 생리할 날이 몇 년이나 남았다고, 그 중의 일부를 적응하며 보내기가 싫은 거다. 내게 맞는 컵을 찾고 적응하느니, 편하게 남은 생리기간을 살아가자, 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육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위의 인용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부당한 착취'라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채식주의로 돌아서야 한다고 생각은 해왔다. 그러나 역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를 이제 덜 먹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보자, 라고 다짐하고 실행하게 된 건, 동물에 대한 부당한 착취 때문이 아니라, 내 몸 때문이었다. 요가를 좋아해서 즐기고 싶은데 몸이 너무 무거워서 잘 안되는 것 같은 거다. 그러다 박상아가 자신의 책에서 채식하고 나니 몸이 더 가볍고 요가가 더 잘된다고 했던 부분을 읽고, 그제서야 아, 내가 요가를 못하는 것도 무거운 육식 때문인가, 그렇다면 나도 좀 육식을 줄여볼까, 하게된 거다. 그래서 얼마간은 가급적 고기를 피했었고, 안먹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왔다. 단단히 마음 먹지 않으면 육식을 피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 이 책의 서문 밖에 읽지 않았다. 20주년 기념 서문, 10주년 기념 서문, 서문, 넬리 맥케이가 쓴 서문.. 무려 서문만 네 개에다가 그 다음에는 감사의 말이 이어지는 통에 아직 본문은 시작도 못했다. 서문만 읽었는데도 겁이 난다. 이 책의 본문에서 펼쳐질 내용들이. 그동안 고기를 좋아했던 나를 얼마나 두드려 팰것인가.. 무섭다.

이십대 중반 사귀던 남자는 나에게 갈비살을 사주면서 말했었다. '너한테 점수 딸려면 고기를 사주면 된다고 그러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제기랄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담? 몇 년전에 다정하게 지내던 남자사람은 내게 '족발만 사주면 돈도 꿔주겠네' 했더랬다. 그만큼 고기와 나는 밀접한 관계였다. 지금도 밀접한 관계다. 나는 밀가루보다 고기를 더 소화 잘 시키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윤리적으로는 육식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알면서 행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언행불일치는 나를 괴롭게 한다. 그러니 육식의 성정치 본문을 읽는 일은 몹시도 괴로울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는가보다. 소설..을 읽고 싶다. 나를 두드려패지말란 말이다... 그러나 더 괴로운 것은, 내가 인상 쓰며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육식을 스톱하게 될 것 같지도 않다는 데 있다. 아마 줄이려고 노력하겠지만, 거기에는 윤리적인 것 플러스 개인적 욕심이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나는 그러보면 그렇게 윤리적인 사람은 못되는가 보다.




여성주의 관련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고 하지 못하는 바도 얼마나 많은지, 깨닫지 못하고 알아채지 못한 건 또 얼마나 많은지 늘 놀라게 되고 또 늘 두드려맞게 된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내가 역시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혹은 알면서도 애써 모른척 하려 했던 내 안의 여성혐오에 대해서 콕콕 찔러줄 것 같다. 모르고 산다면 편하겠지만, 이제와서 모르기를 선택하는 것은 아주 많이 늦은 감이 있다. 돌이킬 수 없어버려.. 어쩔 수 없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을 일단 계속 가보는 수밖에. 가면서 행해야 할 것이 있다면 최대한 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가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다.




친구와 성경 읽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현재 15일을 경과했다. 매일 할당량을 읽고 서로 인증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매일 연락하게 된다. 그전에도 우리는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함께 하는 게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매일 연락하는 게 오, 나쁘지 않다. 뜻밖의 기쁨이다. 매일매일 너와 내가 약속한 것을 지켜가는 데에서 오는 그런 기쁨이 있다. 그래서 '함께'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함께한다면, 모든게 그런건 아니겠지만, 어떤 것들은 함께하는 나름의 기쁨이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저마다 자기 고집을 가지고 있으니 아무리 친한 사이,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함께 하는게 늘 즐겁지만은 않을 터.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함께 가는 길이 꼭 즐거우리란 보장은 없다. 그래도 '함께'에서 오는 그런 기쁨이 있는 거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알라딘에 계속하는 것 같다. 그런 기쁨을 알기 때문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도 하게된 것 같고, 그런 기쁨을 알기 때문에 요가를 한 날이면 여동생에게 오늘은 어떤 걸 했어, 메세지를 보내고 있고, 그런 기쁨을 알기 때문에 친구와 성경도 읽게 된 것 같다. 수많은 것들을 혼자 하고 혼자 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어제 오늘은 '함께' 에 대해 생각했다.


며칠전 언급한 드라마 <브리저튼>에서는 '다프네'와 '사이먼'이 결혼해서 '함께' 산다. 그들은 그 큰 저택을(집이 우리 회사보다 더 크다) 함께 관리해야 한다. 그렇게 큰 집에 그렇게 많은 일꾼들을 관리하는 일은 머리 아프겠지만, 함께 추구하는 것이 있고 거기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그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줄 것 같다. 그들이 함께 하는데 있어서 가장 즐거운 건 사실 집 관리, 사람 관리라기 보다는 틈만 나면 섹스하는 거겠지만... 뭐, 젊을 때 한창 사랑하면 그러기도 하고 그러지... 늬들도 내 나이 되면.. 그래, 즐겨라, 인생을 즐겨... 나중엔 꼼짝하기 싫어서 하기 싫어지는 때가 온단다... 아니, 그 말 하려던 건 아니고,


함께 하는 기쁨을 내가 알고, 그러므로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행복을 역시 내가 알아도, 육식을 줄이는 것을 아직 누구랑 함께 하지는 못하겠다는 거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아직은 여기에 대해서는 방어막이 엄청 쳐있어서, 누구의 얘기도 듣고 싶지가 않다. 그러니까 '줄여라' 내지는 '그만 먹어'라는, 그런 말을 듣고 싶지가 않다. 여기에 대해서라면 내가, 순수하게 나의 생각과 의지와 다짐으로 실행으로 옮기고 싶은 그런 고집이 있다. 내가 고기에 대한 애착이 아직 너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육식의 성정치를 다 읽고 나면 나의 고기에 대한 마음은 어느만큼 작아져있을까? 아니 작아지기는 하는걸까? 육식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건 현재까지 자명한 사실이다. 몸도 마음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어떤 식으로 내가 행동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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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1-11 15: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너무 힘들었어요. 비건이 되기는 글렀구나 그런 죄책감도 살짝 들었고 이 죄책감이 위선에 가깝다고 해야하나 아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다락방님. 읽고 완전 쭈그리 되어버렸습니다. 2월 책도 힘들면 어떻게 하지요 엉엉 ㅠㅠ 울고싶다.

다락방 2021-01-11 15:10   좋아요 2 | URL
저는 제가 비건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마 이 책을 다 읽어도 그런 결심을 하게 될 것 같진 않고요. 아마 조금 줄여나가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은데, 그마저도 잘 될지.. 제가 저를 잘 모르겠어요. 이 책을 읽으면 또 그 땐 어떻게 될지. 저는 수연님의 이 책에 대한 감상이 참 좋습니다. 다들 이 책 읽고 변해야겠다, 변하자! 라고 했다면 저는 아마 거부감이 심했을 것 같아요. 수연님의 완독 후 감상 덕에 저는 그나마 조금 편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겠다 싶어요. 어떤 감상을 갖게 될지 나도 모른다, 의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불편하겠지만 읽어보고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나서도 괴로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 읽어보겠습니다.
2월 도서는 이 책 보다는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기운 내요, 수연님!!

붕붕툐툐 2021-01-12 00:24   좋아요 0 | URL
쭈구리 된 수연님을 쫙~쫙~ 펴드리고 싶습니다🙆

2021-01-11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1-01-11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면생리대 + 생리컵을 쓴지 굉장히 오래되었는 데, (생리컵이란게 있는지 사람들이 잘 모를 때 부터 썼었어요~! 5년 넘은 듯?) 1년 정도 적응하기 힘들긴 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갠찮아요! 음, 케바케긴 하지만.. 그래두 한번 도전해보세욥!!! ㅎㅎㅎ (물론 컵을 쓰면 조금 편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생리는 아프고 싫다요.)
육식을 끊는다...역시.. 저는 끊는 것 까지는 아니고 줄이고는 있어요. 근데 이것도 순전히 지구에게 미안했던 입장이지 (ㅋㅋㅋ) 이게 페미니즘이랑 어떻게 연관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서, 책을 읽으면서 배워가려고합니다!!

다락방 2021-01-12 11:15   좋아요 1 | URL
저는 페이퍼에 쓴대로, 곧 완경예정이므로 탐폰 사는 것도 왕창 사는 걸 멈췄거든요. 곧 끝날 것이다, 하면서요. 남아 있는 생리 기간은 적응이라는 시간 없이 익숙하게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 개인적 욕심..

저는 지구에게 미안해서 행동으로 옮기는게 그러고보니 별로 없더라고요. 순전히 개인적 욕심이더라고요. 지구를 위해 하는 거라고는 일회용품 안쓰기, 가급적 쓰레기 안만들기 정도가 전부인지라.. 그렇지만 순전히 저 자신을 위해 ‘육식을 줄이는 것‘을 선택해도, 그것이 곧 지구를 위하는 길이 되기도 할테니까, 앞으로 좀 줄여볼 생각을 갖고 있긴 합니다.

공쟝쟝님 이 책 너무 재미있어요!! 흑흑 ㅠㅠ

단발머리 2021-01-11 2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라리가 사피엔스 쓰면서 채식주의 됐다는 거 듣고 그래? 그랬잖아요, 제가.
거기서 돼지들의 곤란한 생활 나오는데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싶었어요. 전 그 쪽이 강했어요. 동물들에게 우리가 너무하다.
근데 이게 환경이랑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여성을 억압하는 것과 같이 작동된다는데.... 놀랐던 마음이 그대로에요.
처음 읽었을 때랑 비슷하네요, 지금도요.

다락방 2021-01-12 11:17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사피엔스.. 읽다 말았네요. 50쪽쯤 읽다 말았는데 역시 종이책으로 사야겠죠? (핑계)

며칠전에 단발머리님이 나의 사촌 레이첼에서 마녀사냥 얘기 하셨잖아요. 저는 아직 다 읽기 전에 그 말을 들었고 그리고 읽어가면서 ‘흐음, 마녀사냥은 아닌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 읽고 나니까, 그러니까 마지막 장 한두장을 남기고 나서는 마녀사냥이 퍼뜩 떠오르는 거에요. 아아, 단발머리님이 이걸 본거구나, 하면서요.

제가 육식의 성정치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는 제가 느낄 것이 죄책감이나 불편함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요, 본문을 시작하면서 놀랐어요. 저는 사실 좀 흥분과 기대와 신남으로 놀랐지만, 역시나 먼저 읽은 단발머리님 말씀대로 ‘놀람‘이 찾아왔어요. 단발머리님,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님도 좋고, 나의 사촌 레이첼도 좋고, 육식의 성정치도 좋고, 책 읽는 것도 좋고요. 육식의 성정치 왜케 재미있어요? 너무 좋아요 ㅠㅠ

붕붕툐툐 2021-01-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초경부터 면생리대를 썼어요. 물론 엄마의 헌신적인 빨래 덕분이었는데, 탐폰이나 생리컵은 쓸 엄두도 못내는 구식 인간입니다.. 하핫~ 저도 얼른 시작하고 싶네용~

다락방 2021-01-12 11:19   좋아요 1 | URL
초경부터 면생리대를 사용하셨다면, 일회용 생리대로 인한 고통은.. 겪지 않아도 되셨겠네요 흑흑. 저는 정말 한동안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걸을 때마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팠답니다. 제 면역력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일회용 생리대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아요. 흑흑.

탐폰은 처음 사용하려다가 실패했었어요. 너무 무서워서 쫄아가지고 시도했다가 다시 일회용생리대를 거쳐 면생리대 갔었는데요, 나중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탐폰이 세상 편하더라고요. 와, 그 오랜 시간 생리하면서 이 편함을 선택하지 않았다니... 하면서 야속했어요. 지금은 탐폰 때문에 너무 편하게 살고 있답니다. 으하핫.

붕붕툐툐님, 얼른 시작하세요. 육식의 성정치 너무 재미있어요!!! >.<

han22598 2021-01-12 0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육식의 성정치 이제 0.000001 % 밖에 안 읽었고, 그리고 제가 조금 냉소적인 사람이라...사람이 책 한권 읽었다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그리고 진짜 딱 책 한권 읽고 바뀐다고 생각하면 진짜 무섭기 때문에...ㅋㅋ 다락방님 우리 고기를 너무 멀리하지 맙시당 ^^ 저는 서문 아주 조금 읽어서 그런지, 페미니즘-채식주의자의 신박한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궁금해지더라고요. (궁금증만 가지고 바로 책을 덮었다는 것이 함정 ㅎㅎㅎ)

다락방 2021-01-12 11:21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책 한권 읽었다고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콧방귀 끼는 사람이기는 한데요, 와, 본문 시작하고 나니까 육식의 성정치 너무 재미있어요. 너무 흥미롭고요, 막 확 와닿아서, 육식을 안하겠다는 다짐은 사실 아직 딱히 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이 앎에 대한 과정이 너무 좋아요. 이 연결고리를 살펴보는게 진짜 흥분돼요. 한님, 꼭 읽어보세요. 저는 진짜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일 때려치고 책 들고 조용히 까페 가서 읽고 싶은데, 일도 때려칠 수 없고 까페도 가서는 안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 ㅠㅠ

독서괭 2021-01-12 1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공감해요. 전 생리컵 도전해보려고 사두긴 했는데 도저히 적응하고 관리할 시간을 낼 자신이 없어서 못 뜯고 있어요 ㅠㅜ 면생리대도 빨 거 생각하면.. 휴.. 첫째 때 천기저귀 쓰면서 뿌듯했던 그마음 생각하면 언젠가 도전하고 싶긴 해요
고기고기는 저도 포기하기 너무 힘듭니다 ㅠㅠ 그래도 고기를 먹을 때마다 “양껏” 먹는다는 마음가짐만은 좀 바꿔보려고 해요.

다락방 2021-01-12 11:23   좋아요 2 | URL
저도 저에게 남은 생리하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을것 같아서 생리컵 적응 노력은 포기하기로 했어요. 지금 찾은 편한 상태를 가져가자, 익숙함을 선택하자, 곧 끝날텐데..하면서요........
고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건 저에게는 아직 너무나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줄이도록 노력은 해보려고요. 사실 그동안 너무 많이 먹기도 했고.... ㅎㅎㅎㅎ 조금씩 줄이겠다는 노력을 저도 해보려고 합니다. 저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동물을 위해서 그리고 지구를 위해서요! 조금씩 줄이다보면 그보다 더 조금 줄이게 되고 또 조금 더 줄이게 되는 식으로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나의 사촌 레이첼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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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다, 최고.
책의 마지막 장까지 내가 어떤 결론에 이르기 될지 알 수 없다.
대프니 듀 모리에는 치기 어린 청년의 사랑과 욕망과 맹목적임 그리고 어리석음까지 잘 묘사해 놓았고 무엇보다 행복한 장면을 그려낼 땐 덩달아 행복해졌더랬다.
최고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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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1-11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을 진작에 또 사두었지롱~ 준비성 대박인 부분. 후훗.

Falstaff 2021-01-11 10:17   좋아요 1 | URL
흠. 늦어도 3월에는 읽는 걸로..... 정했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1-01-11 10:24   좋아요 1 | URL
저는 <레베카>엄청 재미있게 읽고 ‘아무리 그래도 레베카보다 재미있을 순 없겠지‘ 했는데, <나의 사촌 레이첼>이 더 재미있어요! 음..아닌가? 비슷한가? 아무튼 대프니 듀 모리에 작품은 두 권 읽었는데 둘 다 너무 재미있네요. 바로 이 맛에 소설 읽는 것 같아요, 폴스타프님. 엉엉 ㅠㅠ 소설 진짜 만세입니다 ㅠㅠㅠ

Falstaff 2021-01-11 10:28   좋아요 1 | URL
전 소설만 열라 파기로 했습니다.
좋아하는 것만 해도 짧은 게 인생인데 언제 골치아픈 철학, 과학.... 이런 허리상학적 양서를 찾을 시간이 있습니까. ㅋㅋㅋ

다락방 2021-01-11 10:51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님의 결정을 지지합니다!! ㅋㅋㅋㅋ 열심히 읽고 열심히 리뷰 써주세요. 열심히 따라 읽겠습니다. 불끈!

단발머리 2021-01-12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 대박 축하드리오며, 우리의 대프니 사랑은 앞으로도 이어집니다! 하트뿅뿅!

제가 전에 페이퍼에도 썼는데 <레베카>에서는 그런 장면이 전 불편하더라구요. 고아이고 갈곳 없는 주인공이 맥심을 만나서 신데렐라로 변신해갈 때 말이에요. 이 남자가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냥 그 남자를 따라가는 거에요. 오라니까 따라가요. 몸을 의탁하는 거죠. 경제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또 한 가지는 주인공이 남자의 공간, 맨덜리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더욱 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결혼을 앞에 둔, 또는 결혼 이후의 여성의 위치가 급락하는 지점을 정교하게 보여준게, 저로서는 좀 불편했어요. 전 결혼을 했으니까요. 대프니가 보여준 모습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그렇다‘는 의미에서요. 그래서 레베카는 한 번만 읽었지요 ㅎㅎㅎ

그에 반해, <나의 사촌 레이첼>에서는 우리의 필립이 약자인데 그 조건이 바로 사랑이라는 점에서, 전 아주 행복했습니다.
이제 <나의 사촌 레이첼>이 더 재미있다고 하셨으니, 그래도 나는 <레베카>가 더 낫다는 댓글 몰려올 것입니다. 푸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1-01-12 15:16   좋아요 0 | URL
전 <레베카>가 훨씬 재밌었는데요, <레베카>의 주인공을 맥심이나 맥심과 결혼하는 그 여자 주인공(이름도 생각 안나네;;)으로 보지 않고, ‘레베카‘로 보면 정말 더 재미나요!!!!
반면 <레이첼>에서는 레이철이 시종 필립이나 앰브로즈의 시선으로(만) 그려지잖아요? 그 점이 못마땅했어요. ㅠㅠ 물론 그래야지만 레이첼이라는 여성의 특성이 만들어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면이 있지만... 그런 점에서 뭔가 답답....

잠자냥 2021-01-12 15:20   좋아요 0 | URL
암튼 저는 국내 번역된 대프니 듀 모리에 모든 작품을 읽어버린 슬픈 자로서 재미난 순서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레베카> - <나의 사촌 레이첼> - <대프니 듀 모리에 - 지금 쳐다보지 마 외 8편> - <인형> - <자메이카 여인숙> - <희생양>

다락방 2021-01-12 15:27   좋아요 0 | URL
제가 <나의 사촌 레이첼>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앰브로즈와 필립의 시선으로만! 그려지는 것 같지만, 그 그림이 정확하지 않다, 잘못됐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필립 이 어린 청년이 얼마나 치기 어린지도 너무 잘 드러나고요. 그러니까 나는 결혼 안해, 흥 여자 따위, 라고 하다가 사랑에 단단히 빠져버려서는 어떻게하면 레이첼과 마주칠 수 있나 기대하고 둘만 있는 시간을 진정 행복으로 느끼는데, 레이첼을 의심하기 시작하자마자 폭력적으로 변해버리잖아요. 그래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게 젊은 남자 화자이지만, 그러나 이 젊은 남자 화자가 잘못했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좋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화자랑 같이 가서 혹시, 혹시 이러다가 결국은 ‘뭐야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 하게 되어버리는 그 지점이 너무 좋더라고요. 글을 너무 잘써서 필립이 레이첼과 둘만 있는 시간을 고대하고 행복해하는 그 묘사에 제 마음도 같이 흔들거렸어요. ㅎㅎㅎㅎㅎ


그렇지만 레베카를 다시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하지만 다른 책도 있으니까..천천히.......일단은 퇴사가 답인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1-12 15:5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레이첼>에서 중요한 지점은 필립이나 앰브로즈 시선에 독자가 같이 공감하느냐 문제인데... 전 필립의 그 시선이 싫어서 화자에 공감을 못하니까(아니, 하기 싫으니까 ㅋㅋㅋ) 이 작품이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짜증났던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아무튼 퇴사는 하지 마세요. 아침에 고즈넉한 거리 바라보면서 커피 드셔야죠. 회사에서 글도 쓰시고 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2 15:45   좋아요 1 | URL
맞아요. 필립의 행복이 좋긴 했는데, 그런데 그건 있었어요, 필립에 백프로 몰입은 안되는거에요. 저는 그게 작가의 장치라고 보았는데요, 필립에 백프로 몰입한게 아니라서, 주변인들과의 대화나 필립의 행동을 보다가 ‘아 이 머저리.. 아 어리석다‘ 막 이런 생각도 하게 되는거죠. 잠시간 떨어져서요. 저는 이걸 한게 대프니 듀 모리에의 힘인것 같아요. 그 지점에서 막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어어 사랑에 빠졌다 어어 행복하다 어어 불안하다.. 이러다가도 으이고 어리석은 놈, 으이고 치기 어린 놈, 이렇게 되는 거요. 그래서 엄청 재미있게 읽은 것 같아요. 이놈이 보는게 전부가 아닐 수 있다, 이 놈은 어리석기도 하다, 이러면서 그런데 같이 행복해하고.. 아 아무튼 진짜 짱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사실 어느 부분에서는 순간순간 짜증났거든요. 굳이 왜 남자의 입장에서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릴까, 하고 말이지요. 왜그랬을까... 그런데 다 읽고 나니까 이러려고 그랬구나 이러려고.. 이 말 하려고 그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 뭡니까! 아 진짜 작가 천재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회사는 계속 다녀서 책을 사도록 하겠습니다. 저 장바구니에 지금 또 겁나 담아놨어요. 스누피 머그컵 괜찮다는 후기를 봐서 컵 두개 .. 받을 예정입니다. 네.. 킁킁.

단발머리 2021-01-12 16:30   좋아요 1 | URL
이 아름다운 댓글들 왜 이제야 봤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고백하자면, 짝사랑을 되게 오래했었거든요. 아주 어렸을 때요. 막 드래곤 날아다니고 공룡이랑 대화하고 그럴때요. 그래서 그런지 필립 행동 이런게 다 이해가 되는 거예요. 그냥 필립이 딱 저예요. 그래서, 전 필립이 좋았어요. 바보 같은데, 바보 같아서요. 또 한 가지는, 내가 사랑하는 혹은 날 사랑할 거라 믿었던 여성의 변화 앞에서 필립이 돌아버리잖아요. 그러니까 변심 앞에서 남자들의 쪼잔함 바보같음과 사랑해서 정말 내가 죽을 것 같은 그 절박함을 대프니가 아주 잘 그려냈다고 봐요. 이건 남성 화자여야만 효과적이지요. 여성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죠. 모든 여성이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남성들이 더 많이, 더 자주 극단적인 해결 방법을 찾는다고요. 아, <나의 사촌 레이첼> 이야기 하니까 넘 행복하네요.

고로 저의 랭킹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두둥!
<나의 사촌 레이첼> - <레베카>- <자메이카 여인숙> - <인형> - <희생양>
<대프니 듀 모리에 - 지금 쳐다보지 마 외 8편>는 아직 읽기 전입니다. 하하하하하!!!

다락방 2021-01-12 17:02   좋아요 1 | URL
저는 아직 없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책을 사러 갑니다.. 인생은 자고로 이런게 아니겠습니까.........

잠자냥 2021-01-12 17:0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 / <희생양>이 저처럼 젤 마지막인 점에 왠지 기쁨을 느낍니다. ㅋㅋㅋ 하지만 <희생양>도 다른 작가 작품에 비하면 재미나요. 이것이 대프니 듀 모리에 님의 힘이죠!

다락방 2021-01-12 17:13   좋아요 0 | URL
나도 다 가질래요. 나도 다 읽을래요. 그래서 나도 순위 매기기에 동참할거에요 ㅠㅠ

잠자냥 2021-01-12 17:3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님 약올리는 거 왜 재밌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2 17:49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미워요 ㅜㅜ 외로운 저를 이렇게 약올리시고 흑흑 ㅠㅠ 책만 사게 하시고 흑흗흗 ㅜㅜㅜ

단발머리 2021-01-12 19:58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암요, 암요. 사실 저는 [희생양]도 좋았어요. 고르다 보니 맨 마지막이 된 것이지요. 그리고 제가 예상하기로 다락방님은 이 [희생양] 좋아하실 겁니다 ㅎㅎㅎㅎ
근데요, 잠자냥님! 제가 중고로 구입한 기담문학의 [새]에 수록된 <사과나무>와 <노인>은 현대문학 [대프니 듀 모리에 : 지금 쳐다보지 마 외 8편]엔 들어있지 않네요. 제가 영어 제목들은 확인을 안 해봐서요. 그렇다면 다락방님은 [새]도 구입해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2 19:44   좋아요 0 | URL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