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나는 날은 언제나 술이 떡이 됐다. 다음날 일상을 지내기가 불편할 정도로. 물론, 언제나 우리는 만나면 살살 마시자는다짐을 하곤 했다. 그러나 그건 말 뿐. 또다시 우리는 떡 되는 술자리를 갖곤 했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면서 뭘 그리 할 말이 많았을까. 우리의 코스는 별다를 것도 없었다. 1차는 삼겹살이고 2차는 꽃청년서빙 정종집. 2차의 정종집에 가서 맥주를 시키고(그렇다, 우리는 정종집에서 정종을 마시진 않았다) 서비스를 받을때 쯤이면, 우리는 필름이 끊기곤 했다. 아, 진짜 서비스 받을때까지 마시지 말아야지, 이거야 원. 

 

그녀는 예쁘다. 청바지를 입어도 예쁘고 치마를 입어도 예쁘다. 특히 그녀가 활짝 웃으며 얘기를 할때면, 와- 홀딱 반해버릴 것만 같다. 어쩌면 저렇게 예쁠까. 저 표정을 보고 눈웃음을 친다고 하는걸까? 저런걸 보고 애교있다고 하는걸까? 나는 그녀가 얘기할때마다 그녀의 예쁜 표정에 반해버렸다. 아마도 그래서 다음의 만남을 자꾸만 약속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예쁜데, 그게 다가 아니다. 그녀는 현명하다. 

나는 그녀와 나누었던 그 모든 대화들을 기억할 수는 없다. 당연하다. 술이 취해 나눈 얘기들까지 기억하기에 나는 지나치게 늙었다. 나는 가끔 그녀에게 물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쩌겠어요? 이런 상황에 이렇게 대응하는 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녀는 내가 베른하르트의 입장이 될 수도 있다고 좌절했을 때, 그것은 그 나름대로의 최선이라고 얘기해줬다. 나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 그녀는 자꾸만 나를 돌아보게 했다. 그녀는 감정을 숨기는 것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고, 나는 감정을 숨기는 것에만 연연해했다. 

그런 그녀가 정종집에다 우산을 두고 갔다고 했다. 그녀를 닮은 예쁜 우산을. 



덕분에 나는 이 맑은 날, 이 맑은 주말, 우산을 가지고 걸었다. 종로를 지나 광화문에 가서 친구를 만났을 때 친구는 나를 보고 하하하 웃으며 말했다. "웬 우산이에요? 오늘 비온대요?"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다. 비가 올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종로의 까페에서 내일, 그녀를 위한 환송회가 열린다. 사람들은 거기에 모일것이고 그녀에게 잘가라는 인사를 해줄것이다. 나는 그자리에 가지 않을것이고, 그러나 그녀에게 우산을 건네기 위해 하루전에 까페에 들러 우산을 맡기고 왔다.  그녀를 닮은 예쁘고 밝은 그리고 젊은 우산을. 

 

Forgettable 님, 잘 다녀와요. 나는 여기에서 변함없이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마도 당신이 돌아왔을 때에도 나는 별로 달라진 건 없을거에요. 여전히 초라하고 한심하고 늙고 못생기고 뚱뚱한, 그렇게 나이만 먹어버린 여자사람으로 변함없이 여기 있을거에요. 나는 뭔가 크게 변화해서 당신을 기다린다고 약속할 순 없지만, 그렇지만 당신이 돌아와서 또다시 정종집에 가자고 하면, 또다시 그곳에 가서 가츠동과 맥주를 마시자고 하면 활짝 웃으면서 그러자고 할게요. 나는 눈웃음도 칠 줄 모르고, 사실 내 미소는 꽃미소와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자고 하면, 그렇게 할게요.  

당신은 내가 알라딘 서재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고 가장 많은 얘기를 내게 해준 친구에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그만, 정이 들어버리고 말았어요. 매주마다 만나는 건, 음, 그러지 말아야 했던 것 같아요.  

내일 환송회 잘 하고, 그리고, 예쁜 우산 찾아가요.  

그곳에 가서도 지금처럼 예쁘게 살아요. 지금처럼 예쁘게 옷을 입고 예쁘게 웃고 예쁘게 말 한다면, 거기서도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몰려들거에요.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살아요. 뜨겁게 공부하고 뜨겁게 즐기길 바랄게요. 

 

잘 다녀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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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5-02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에 나온 손은 그녀일까요 다락님일까요?
나는 요렇게 예쁘고 현명한 그녀를 두번이나 만났으니 복있는 사람이네요.^^

다락방 2010-05-02 01:14   좋아요 0 | URL
손은 제것이지요. 이시간에 안주무셨군요, 순오기님.
저는 이제 자러 갈겁니다. 순오기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

L.SHIN 2010-05-02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이별의 편지'군요,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이 이별의 이름은 '아듀'가 아닌 '어르보아'

우산 위의 저 리본은 다락님이 맨거지요? 우산과 어울리는 대비색. 센스도 좋으셔라~

다락방 2010-05-02 10:57   좋아요 0 | URL
아, 실망시켜서 정말 미안해요, L.SHIN님. 저 리본은 제가 맨 게 아니라...원래 저런거에요. 저렇게 예쁜 우산을 들고 다니더라구요. 전 저런 우산이 있는줄도 몰랐는데요. 그러니 제게 센스따위는..orz

일요일 아침이에요. 날이 좋으네요.

L.SHIN 2010-05-02 14:22   좋아요 0 | URL
아아아아.....ㅜ_ㅡ
말도 안돼요. 저런 센스를 가진 사람이 세상에 다락님 말고 누가 또 있다는 거죠! OTL..

일요일 오후에요, 일광욕 잘 하고 계신가요? ^^

다락방 2010-05-02 22:35   좋아요 0 | URL
우산 파는 사람에게 이미 저런 센스가 존재했던거죠. 게다가 제게는 뭘 예쁘게 포장하고 그러는 센스는 전혀 없어요. 저는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렛 줄때도 수퍼에가서 쓰레기통 뒤져서 박스를 주워왔는걸요. ㅎㅎ 겉포장이나 박스 이런거엔 워낙 무심한 타입이라 말이죠. ㅎㅎ

오후에 날이 좋아 산책을 했더니 피로가 마구 찾아와서 좀 잤어요. 이제 일어났네요. :)

L.SHIN 2010-05-03 10:35   좋아요 0 | URL
'쓰레기통 뒤져서 박스를 주웠'...;;; 아,놔,다락님~ ㅜ_ㅡ

'오후에 산책을 다녀와 낮잠을 잤다'라는 말이 왜 그렇게 매력적으로 들리죠?
뭐랄까, 로망스적인 분위기가 떠올라버렸습니다.(웃음)
반드시, 낮잠을 자는 다락님 머리 맡에는 책 한 권이 펼쳐친 채 놓여져 있어야 하고,
쿠션이나 베게는 많아야 해요. 실제로 그렇지 않던가요? ^^

다락방 2010-05-03 10:46   좋아요 0 | URL
두꺼운 이불도 한쪽에 구겨져 있어요. 머리맡에 책은 흩어져 있고요. 하핫. 쿠션은 실제로 사용하진 않아요. 저는 그러니까 음, 생필품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아예 없거나 싫어하는 편이에요. 예쁜 소품이나 장식용품들, 악세사리들에는 영- 처치곤란으로 느낀달까요.

오후에 산책을 다녀와 낮잠을 자는건, 실제로 해도 기분이 참 좋아요. 낮잠은 천국이에요. 꿀같죠. 헤헷 :)

얼룩말 2010-05-02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톱 예쁘다^^ 다음엔 진한 색으로 바른 것도 보여주세요^^

다락방 2010-05-02 22:36   좋아요 0 | URL
저 아주 빨간색으로 바르고 싶은데, 제 일의 특성상 그렇게 했다가는.....orz
회사 때려치면 손톱 색깔을 찐하게 바꿔보겠어요. 불끈!!

blanca 2010-05-02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손톱이 이쁜 것 같아요. 책을 넘기는 손을 위해서라도. 이 글과 저 우산, 그리고 다락방님의 손톱은 참 샤방샤방하네요^^;; 나이를 건너뛴 우정은 저를 항상 부럽게 만들어요. 저도 한참 어리거나 한참 나많은 사람과 다락방님처럼 소중한 인연을 만들고 싶어집니다.

다락방 2010-05-02 22:37   좋아요 0 | URL
blanca님도 이제 곧 소중한 인연들을 마구 만들어가실 것 같은데요. 저도 이곳에서 만든 인연이고, blanca님도 이곳에서 점점 인연을 늘려가고 계시잖아요.

샤방샤방한 일요일 보내셨나요? :)

알리샤 2010-05-03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이 우산 봤지요. 으흣
정말 예뻤어요 꼭 뽀님처럼 :)

다락방 2010-05-03 10:47   좋아요 0 | URL
정말 예뻤죠, 꼭 뽀님처럼! :)
뽀님 예쁘다는 말을 아주 여기저기서 듣고 있습니다. 흐흣

2010-05-03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3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5-03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우산 저도 봤어요 정말 예뻐요.
그리고 다락방님 손도 예뻐요.
그리고 다락방님의 사랑을 받는 뽀님이 부러워요 --

다락방 2010-05-03 10:48   좋아요 0 | URL
내가 뽀님을 사랑하는 이유는 뽀님이 나에게 삼겹살을 사주기 때문이 결코 아닙니다!!! ㅎㅎ

Forgettable. 2010-05-0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점을 뺀 흉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채, 가끔은 마스크를 쓰기도 하며 돌아다녔는데, 예쁘다뇨.
아 난 정말 예쁜 사람이 아니에요. 가끔 화장을 하면 매력적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예쁜건 전혀 아니에요.
예쁜건 카라나 소녀시대죠..

하지만 날 이토록 예뻐라 해주는 다락방님이라니, ㅠㅠ
이것은 이해할 수 없어요. 내가 왜 예뻐보이는걸까?? 날 좋아해서? ㅋㅋ

다락방님, 전 정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고맙단 말은 하지 않을게요. 저도 다락방님을 이만큼 좋아하니까!

단지 난 좀.. 이기적이고 배려심도 없고 원래 따뜻한 말도 잘 못하고 그래서 표현을 못하는거지, 제 마음은 이렇게 드러난 다락방님의 마음보다 더 깊단거 알아주셨음해요.
정이 좀 들면 어때요. 남은 인생 40년 중에 고작 1년 못보는건데요.
지금껏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는지, 앞으로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얼마나 길든지, 심지어 우리에게 만날 수 있는 날이 과연 있을지의 여부조차도 중요하지 않아요.
다시 만났을 때, 서로에 대한 우리의 마음이 기다리는 시간에 바래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줄 알았다고 해도, 만나보니 그대로저기 어딘가에 온전히 남아있었단 걸 아는 순간을 기다려봐요. 아마 멀지 않은 미래일 거고요, 메일도 하고 편지도 쓰고 문자도 주고받을 수 있어요 :)

삼겹살을 못먹는다는게...org

다락방 2010-05-03 13:03   좋아요 0 | URL
자리잡히면 주소 보내요. 냉동삼겹살도 보낼 수 있나? ( '')

내가 냉동삼겹살하고 내 사진하고 보내줄테니까, 내 사진 앞에 놓고 삼겹살 구워먹어요! :)
 
[뒷북] 책의 날 기념, 10문 10답 이벤트!

1. 개인적으로 만나, 인생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픈 저자가 있다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어떻게 아홉살짜리 평화주의자 오스카를 만들어냈는지, 어떻게 대체 그 모든 등장인물들을 사랑으로 그려낼 수 있는지 몇시간이고 마주앉아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의 모든 얘기를 다 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그가 그의 아내와 나누는 얘기들은 무엇일지도 좀 궁금하다. 사실은 그의 아내가 어떻게 그런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할 수 있었는지, 그를 어떻게 남편으로 둘 수 있었는지가 가장 궁금하다. 그의 아내가 작가라는 사실은 내게 그다지 부럽진 않은데, 그의 아내가 '그'의 아내라는건 엄청 부럽다. 지구상에 그와 같은 남자가-평화주의자이며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남아있다면, 정말 남아있다면, 그곳이 어디라도 회사 때려치고 당장 달려가 무릎 꿇고 청혼하고 싶다. 나랑 결혼해 주세요, 라고. 우리 오스카같은 평화주의자 아이를 만들어 봅시다. 살림은 당신이 하세요, 내가 돈을 벌게요, 하고. 나는 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고 싶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런 남자가 또 있을리가 없지. 혼자 살아야겠다. 


 
2. 단 하루, 책 속 등장 인물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삶을 살고 싶으세요? 

수키. 옆구리에 말뚝 박히고 얻어맞고 피흘리는 수키가 아니라,  기억을 잃은 에릭과 격정적인 섹스를 나누는 바로 그 하루중의 수키. 



 
 

 

 

 

3. 읽기 전과 읽고 난 후가 완전히 달랐던, 이른바 ‘낚인’ 책이 있다면?  

-통과. 


 
4. 표지가 가장 예쁘다고, 책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은?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와 『일곱번째 파도』이 책들은 제목도 예쁘다

나의 새벽에도 허구헌날 바람이 분다. 새벽에 부는 바람은 도무지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요즘엔 계속해서 새벽에 깨는데, 새벽에 느끼는 외로움은 대낮의 외로움, 한밤중의 외로움과는 좀 차원이 다른것 같다. 보통 외로움은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새벽에 깼을때는 .. 어휴. 아무에게도 내 말이 닿을 수 없는 시간, 이 바로 새벽인 것 같다. 새벽에는 모두들 잠을 잘 테고 나는 그들 누구도 깨울수 없으니까, 푹 자게 둬야 하니까.  




5. 다시 나와주길, 국내 출간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엘리자베스 게이지'의 『스타킹 훙쳐보기』시리즈와 『터부』. 고등학생때 읽고 엄청 좋아서 나중에 헌책으로 구입했는데, 너무 꼬질꼬질..벌레 나올것 같아서 버리고 새 책을 갖고 싶다. 너무 낡았다 정말. 히잉 ㅠㅠ
 
 
 

6. 책을 읽다 오탈자가 나오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요.  

확실히 틀렸다고 생각되는 오탈자: 그냥 넘기거나 그때 기분에 따라 출판사 홈페이지에 가서 남긴다. 

확실히 틀렸다고 확신할 수 없는 오탈자: 일단 사전을 찾아보고 니가 맞나 내가 맞나 확인해본다.


 
7. 3번 이상 반복하여 완독한 책이 있으신가요? 

네네네네!! 호밀밭의 파수꾼, 위대한 개츠비, 상실의 시대.

 


 

 

 



 



9.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길이가 긴) 책은?  

-토지 전 21권

 
10. 이 출판사의 책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는?  

창비출판사: 멸치똥을 빼주는 내 친구가 그곳에 근무하니까. 

문학동네: 나한테 일곱번째 파도를 선물해준 친구가 다니니까.  

다른 출판사도, 다른 이유도 없다. 

 

 

덧붙여, 

>> 접힌 부분 펼치기 >>

  

 

 

어제 친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당신의 수퍼에고는 이드를 족치는거지." 

아, 나의 수퍼에고는 왜 이드를 족치는걸까!! 가여운 나의 이드. 흑.  

 

수퍼에고: superego [정신분석] 초자아 (어렸을 때의 교육의 잔상으로서의 무의식적 양심) 

이드: id [정신분석] 이드 (본능적 충동의 근원)

난 그 친구를 내 심리치료상담사로 결정했다. 내 맘대로. 내게는 심리치료상담사가 필요했다. 절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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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30 14:05   좋아요 0 | URL
[사랑의 역사]만 읽어봤는데, 그 책은 좋긴 했지만 [엄청나게~ ]에 비하면 약했어요. 음, 그녀의 또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은 생기질 않더라구요.
다른 작품은 더 괜찮나요?

기억의집 2010-04-30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덧글 보고 알았는데 적립금 삼천원은 뭐에요?
저는 알라딘 들어와도 필요한 글만 읽고 알라딘에 관계된 글은
잘 안 읽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삼천원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네요. 지금 제 계정 확인해보니
들어온 거 없던데...

다락방 2010-04-30 23:13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이메일 확인해보셔야 해요. 이메일 확인하면 알라딘 서재지기님께 온 메일이 있을거에요. 그 메일을 읽어보면 적립금받기를 클릭할 수 있어요. 클릭해서 받아야 해요.

비로그인 2010-05-01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요로케 잘 살고 있으시군요 ^^

주말에 또 아주아주 많은 상상을 하고 있으실 다락방님 생각하니 아침부터 훈훈한 웃음이 나옵니다. ㅋ
(대개 그 상상들은 다 이곳에 옮겨놓으시는 듯한.. 크)

다락방 2010-05-01 12:05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음, 제가 뭐 그다지 상상력이 풍부한 여자사람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요.
주말이고, 네, 저는 이제 나가렵니다. 자전거도 좀 타고 영화도 좀 보고 술도 좀 마시고 그렇게 살아야겠어요. 흐흣

2010-05-03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3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2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2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2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2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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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품절


이틀 뒤
제목: 이것만 말해줘요.....

..........당신이 내 메일을

a) 읽지 않고 삭제한다.

b) 읽고 삭제한다.

c) 읽고 보관한다.

d) 아예 받지 못한다.



5시간 뒤
Aw:

c

-159-160쪽

팜, 그러니까 파멜라에게 당신 얘길 왜 했느냐고요? 어쩔 수 없었어요. 내가 달리 어쩔 수 없는 점이 있었어요. 에미 당신의 점 말이에요! 내가 전에 이렇게 묘사한 적 있잖아요. "내 왼쪽 손바닥 가운데에, 그러니까 굵은 손금들 중에서 생명선이 동맥 쪽으로 방향을 꺾는 바로 그 지점." 우리가 두번째 만났을 때 당신이 우연히 건드린 곳이죠. 그 지점은 나의 궁극적인 에미 감각점으로 남았어요. 유효기간은 무한대.-337-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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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4-28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미와 레오에 대한 락방님의 사랑도 무한대~~ 지요 아마도...ㅎㅎ

다락방 2010-04-28 22:49   좋아요 0 | URL
전 요즘 베른하르트한테도 꽂혀서 베른하르트에 대한 사랑도 무한대에요 ㅋㅋ

전 이 시간에 뜨끈한 김치찌개와 밥 먹었어요. 머큐리님은 뭐하셨어요? :)

머큐리 2010-04-29 07:58   좋아요 0 | URL
22시50분대면... 청소기 돌리고, 애들 이부자리를 펴주는 시간이군요..ㅎㅎ
삼겹살이 아닌 뜨끈한 김치찌게도 맛있지요??

다락방 2010-04-29 08:59   좋아요 0 | URL
네. 배 고팠다가 먹어서 그런지 완전 꿀맛이었어요. 게다가 김치찌개에 밥 먹고 나서는 남동생과 맥주도 한잔 했어요. 으흐흐흐흐

따라쟁이 2010-05-01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토요일 새벽이에요. 김치찌개가.. 무척 그리운 밤이구요. '아침열시 삼겹살'과 함께 '새벽한시 김치찌개'는 어때요? 다락방님도 이 새벽을 보내고 계시는 군요.내일 출근만 아니라면 오늘 새벽은 그냥 이대로 보내도 좋을것 같네요.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해서 ㅠㅠ 저는 이만 자러 갑니다. 좋은 주말 보내셔야 해요 꼭이요+_+

다락방 2010-05-01 01:47   좋아요 0 | URL
내일 출근은 뭡니까!! 저는 내일 출근은 하지 않아도 되요. 그래서 지금 잠들지 못하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얼른 자요, 따라쟁이님. 너무 늦게 자는거 아닌가 몰라요. 얼른 푹 자요. 꿈도 꾸지 말고 푹. 내일 일 하는데 지장있으면 안되잖아요. 잘자요, 따라쟁이님!!
 

1. 팝업창이 다가 아니길 바랍니다. 단순히 금단증상과 내 글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저는 이게 다였습니다만) 말고도, 알라딘이 되지 않았던 사이에, 그 동안에 주문 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배송을 기다렸던 사람들에 대해서, 알라딘은 어떤 조치를 취할건가요?  그저 미안하다는 팝업창, 그게 다는 아닌거죠?  만약 그게 전부라면, 알라딘을 탈퇴하겠습니다. (너무 화가나서 10문 10답 이벤트에 참여할 수가 없어요.)

 

2. 알라딘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많은걸 착각했습니다.

 

3. 떠난다는 인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떠나지 않아요. 다만, 좀 쉬겠습니다. 떠난다면, 인사를 제대로 해야지요. 

 

:)

  

다음날 아침 추가: 저 어디 안가구요, 이 뒤에 하고 싶었던 얘기는 밑에 제일 처음 달린 비밀댓글에 제가 단 댓글(오즈마님께 쓴 댓글입니다.)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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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4-2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침부터 깜짝 놀랐다가...다시오니 좀 진정되네요..ㅎㅎ 락방님..미워요!!
같이 고기먹기 전에 사라지면 반칙인거 아시죠???

다락방 2010-04-28 13:17   좋아요 0 | URL
아 그게 그러니까 제 의도는 제가 알라딘에 화났다는 걸 말하기 위함이었고, 팝업창 말고 다른 성의를 '주문했으나 배송받지 못한' 고객들에겐 보여야 하지 않느냐는 거였는데, 음, 진행 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에게 이메일을 보냄으로써. 제가 야밤에 삽질을 좀...orz

미워하지 말아요, 머큐리님. 같이 고기먹게요. 히히

2010-04-28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8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8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8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라쟁이 2010-04-2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에글과 연관하여, 고기와 더불어 계란반숙도 사드릴게요+_+ 저는 계란 후라이를 삼겹살 불판에 올려주는 삼겹살 집을 알고 있어요+_+ 거긴 아무리 익어도 계란 노른자는 반숙 밖에 안되요. 아.. 아침 열시에 삼겹살이라니.. 좋은데요
여튼.. 다른분들처럼 저도 깜딱 놀랐어요.

다락방 2010-04-28 13:26   좋아요 0 | URL
오옷, 고기와 계란반숙!! 오옷-

아침 열시의 삼겹살은 참 근사하죠? 음 뭐랄까, 예쁜 단편 소설 제목 같아요.

[아침 열시의 삼겹살]

이런 제목으로 소설을 써봐야 겠어요. 불끈!! ㅎㅎ

(고기랑 계란반숙 사주신다는 거 잊지 않을거에요!)

moonnight 2010-04-2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우리 다락방님. ^^
안 떠난단 말씀에 안도합니다. 가지 마세요. 우리 내내 함께 놀아요. 알라딘 서재에서요

다락방 2010-04-28 13:20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남자 페이퍼 좀 올려줘요, 네? 네?

에드워드 말고 또 좋아하게 된 남자 없어요?

비연 2010-04-2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짝 놀랐습니다. 긴 글 달려고 따라왔다가..ㅋㅋ 안 가신다니 안심하고 댓글 답니다, 다락방님^^
어딜 가시려구. 여기서 우리랑 노셔야지~

다락방 2010-04-28 13:04   좋아요 0 | URL
안가요, 가긴 어딜 가요, 여기서 비연님하고 놀아야지. :)

2010-04-28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8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좋아 2010-04-2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인사드리네요~ 종종 구경하고 읽고 가곤 합니다만 댓글은 처음이네요(두번째네요^^;)
앞으로도 종종 ㅎㅎ

다락방 2010-04-28 13:02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누구한테 무슨 얘기를 ㅎㅎ)
네, 반가워요. 앞으로 종종 뵙도록 하지요. 두번째 댓글에만 제가 댓글을 다는걸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

2010-04-28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8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8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8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4-28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절대 나가지 마세요.
밖에 비도 오고 우박도 쏟아질 수도 있데요 게다가 바람도 쌩쌩 불어요.
이 거 말고도 절대 나가면 안 되는 이유 제가 천가지도 넘게 될 수 있어요.

다락방 2010-04-28 17:04   좋아요 0 | URL
아, 기억의집님. 아 글쎄 저 안나간다고 했는데 왜 다들 나가지 말라는 댓글들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나간다니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페이퍼가 부끄러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서 엄청 추운데 우산 들고 나갔다 왔어요. 일이 있어서...춥고 슬픈 날은 회사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그런 규정 같은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2010-04-28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8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illyours 2010-04-28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안 되는 내내 다락방 님 서재 못 들어온 게 제일 아쉬웠어요.

다락방 2010-05-01 01:45   좋아요 0 | URL
moon님.

단 한줄의 댓글로 마음을 휘어잡는데요. moon님은 제 애정을 쏟을 상위권에 랭크되버리고 말았어요!

야클 2010-04-2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 엄청난 다락방님의 인기란! 난 저 눈사람 모양의 수많은 비밀댓글들이 너무 궁금. ^^

다락방 2010-04-28 17:05   좋아요 0 | URL
에, 비밀댓글들은, 다들 제게 소개팅을 시켜주신다는.....( '')

문어다리 되겠어요. 흐흣

비로그인 2010-04-28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깐 다락방님 못뵙는 동안...
떠나시려다 잡히셨군요?
ㅋㅋㅋ그노무 소개팅땜에?
아~~나도 소개팅 같은 거 해보고 싶다아!

다락방 2010-04-28 20:17   좋아요 0 | URL
에...이게 만 하루만에 벌어진 일이라 ;; 뭔가 엄청 민망해지고 무안해져버려서 후다닥 밑줄긋기 해보고 뭐,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산뜻발랄 페이퍼를 하나 쓰고 갈까 어쩔까, 뭐 이것도 생각하고 있고요.

소개팅은 농담였어요. 흐흐

마노아 2010-04-2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정말 고단한 날이었는데 궁금했던 알라딘에 들어와서 슬픈 소식을 봤다면 정말 울었을 거예요.
하지만 울지 않았어요. 다행이에요.^^

다락방 2010-04-29 09:05   좋아요 0 | URL
제가 슬픈 글을 쓰려고 했던게 아닌데 본의아니게 삽질이나..orz

오늘은 고단하지 않은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쓰고 싶은데 전 아침부터 또 상무님께 열나 쪼이고 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집에 갈거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때려칠거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산사춘 2010-04-29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 받기만 해놓고 잠수나 탔었는데,
저도 고기 사드릴께요. (앞뒤 안맞음)
다락방님, 짱!

(댓글도 언제부터 페이지가 되었나요?)

다락방 2010-04-29 09:0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어쩐지 이런 민망하고 무안한 페이퍼를 써놓고 평생 먹을 고기를 예약해 놓은 기분이에요. ㅎㅎ

그러게요..
댓글도 언제부턴가 페이지가 되더라구요... ( '')

순오기 2010-04-29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니임~~~~~ 참 잘했어요. 꽝~ 도장 찍었어요.
댓글을 한참 봤어요~ ^^

다락방 2010-04-30 12:34   좋아요 0 | URL
음, 저는 제가 잘한건지 확신하지 못하겠어요. 괜한 페이퍼를 썼다는 생각도 좀 들구요. 이래저래 좀 시원하진 않습니다. 적립금이 내내 마음에 걸려요.

제가 정말 잘한걸까요? 진짜 모르겠어요. 휴-

2010-04-30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30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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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그가 힌트를 주는 방식

을지로 전주집 삼겹살집에서는 파절이 위에 계란 노른자를 띄워준다. 계란 노른자를 젓가락으로 톡- 터뜨려서 파절이와 함께 섞고, 그 파절이와 함께 구워진 삼겹살을 먹으면 한없이 고소하다. 익힌 콩나물과 양념한 부추무침도 함께 내어주는데, 그것들까지 삼겹살과 한데 구워, 상추에 고기며 마늘, 파절이, 콩나물과 부추를 넣고 쌈을 싸면 한 입 가득이다. 때때로 너무 커서 숨이 넘어갈 것도 같다. 그런데 그 맛이 일품이라, 나는, 도무지 그 삼겹살집을 끊을래야 끊을 수가 없다. 

추운 겨울날이었다. 추운 겨울날, 외출하기 전, 집에 홀로 있는 시간이 조금 됐다. 내게는 드문 시간. 속이 허했고, 그보다는 마음이 허했다. 나는 계란 두개를 꺼내 계란후라이를 한다. 당연히 반숙으로 한다. 접시에 건져 내어 소금을 살살 뿌리고 포크를 들어 노른자를 톡- 터뜨린다. 그리고는 접시를 턱까지 갖다 대고 후루룩- 계란을 마신다. 흰자는 물론 포크로 찍어서 오물오물 씹는다. 입안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톡 터지는 계란 노른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다. 

여기, 외롭고 추한 한 영혼이 나처럼 계란 반숙을 좋아한다. 그가 좋아하는건 삶은 계란 반숙. 계란 반숙은 그에게 마치 우주와 같다. 

   
  "반숙은 달걀 그 이상이지. 내게는 하나의 작은 우주라네. 작은 우주 말이야." (p.20)  
   

 현실에서의 소심한 영혼인 나와, 책 속에서의 잔인한 영혼인 그가 반숙을 좋아한다.   

 

 

 

 

 

 

 

 

이 책속에는 외로운 영혼들이 등장한다. 타인을 사랑할 줄 모르는 외로운 영혼과 타인을 사랑하면서도 외로운 영혼. 왜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아도 외롭고, 누군가를 사랑해도 외로운걸까. 

   
  원래도 뭘 그리 많이 드시는 양반은 아니었지만 그때부터 음식에 손도 대지 않을 때가 많았어. 그냥 내게 손짓을 해 보이시면 차려놓은 상을 그대로 물리기 일쑤였어. 아니, 어쨌든 사람이 물과 공기만 마시고 살 수는 없는 거잖아! (p.67)   
   

 

마을의 검사 데스티나의 집에 마을의 여선생이 살게 되면서, 검사는 물과 공기만 마시고 살 수 있는지 실험이라도 해보려는 것처럼 음식에 손을 대지 못한다. 그가 하는 일이라곤 그녀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 걸 기대하는 것 뿐. 

   
  일요일에 아가씨가 외출을 하려고 하면 그녀와 우연히 마주친 척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셨어. 어쩌다가 만난 것처럼 보여도 그게 다 우연이 아니었다니까. 적절한 시점을 기다렸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박차고 나가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야. (p.68)   
   

이 책은 정말 너무 슬프다. 격하게 어느 한 순간 슬프게 하는게 아니라 읽는 내내 줄곧 슬프다. 한명 한명의 외로움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얇은 책인데도 책장은 쉽게 넘어가질 않는다. 이 책을 읽는데 예상하지도 못하게 시간이 걸린다. 바로 밑에 쓰여지게 될 인용문에서는 아, 한숨이 가득 나온다.  

"나도 기억이 안 나. 더 이상 내 안에 그 얼굴이 없어.... 가끔씩 그 얼굴을 찾아보려 애쓰면 다가오는 듯하다가 지워지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 그럴 때면 내 뺨을 때리고 나 자신을 꾸짖어." 

"바보, 왜 그러는데?" 

"우리가 사랑할 때의 그녀 얼굴이 더 이상 생각이 안 나니까. 난 개새끼야."  

조세핀은 어깨를 으쓱했다. 

"개새끼도 성자도,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완전히 시커먼 것도 없고, 완전히 새하얀 것도 없어. 있는 건 회색뿐이야. 인간들도, 그들의 영혼도, 다 마찬가지지. 너도 회색 영혼이야. 우리 모두처럼 빼도 박도 못할 회색이지." 

"말이란 것도 전부...." 

"말이 네게 뭔데?" (p.122) 

죽은 아내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서 그는 자신의 뺨을 때리고 개새끼라고 한다.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오래 함께 있고 싶고, 설사 헤어진다고 해도 나를 잊지 않아줬으면 하지만, 나를 언제까지고 기억해주고 추억해줬으면 하지만, 나를 잊었다고 해서, 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가 스스로를 원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의 뺨을 때린다거나, 자신에게 개새끼라고 욕을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나 따위, 그래, 잊어도 된다. 대신에 당신은 더 행복해지기를.  

필립 클로델이 하고자 하는 말들을 내가 이해하지 못할게 하나도 없었다. 그에게도 삶은 예측 불허인 모양이다. 

인생이란 참 기이하다. 삶은 예측 불허다. 분별할 만한 틈도 주지 않고 한데 뒤엉키고, 은총의 순간인가 싶으면 피비린내 나는 순간이 닥친다. 늘 그런 식이다. 인간은 길가에 놓인 작은 조약돌 같다. 기나긴 세월 동안 한자리에 박혀 있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어느 떠돌이의 우연한 발길질에 냅다 날아가는 조약돌. 그런 돌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p.153) 

필립 클로델의 다른 작품 『무슈린의 아기』에서도 전쟁 때문에 아파야 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필립 클로델은 자꾸만 얘기하고 싶어한다. 전쟁이 사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를. 이 책에서도 그는 전쟁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행복이란 게 별것 아니다. 가끔은 실 한 가닥, 팔 한쪽에서도 행복을 얻는다. 전쟁, 그것은 꼬리가 머리에 붙은 괴물이다. 그래서 전쟁은 팔 병신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내로도 만든다. (pp.156-157) 

필립 클로델이 하는 모든 말들에 귀를 기울여야지. 그는 허투로 말하질 않는다. 그가 하는 이 말, 가슴 시린 말, 공감 되는 말, 공감되서 가슴 시린 말, 당신이 내게 답장이 뜸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당신을 알 수가 없다.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결코, 알 수가 없다. 벚꽃은 지고 진달래가 지천이다. 볕이 좋다. 그래도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낸다는건 여전히 춥기만 하다. 

답장이 왜 그렇게 뜸했을까? 시간이 없어서? 장소가 마땅찮아서? 아니면, 그럴 마음이 없어서? 타인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아도, 타인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결코 알 수 없다. 그녀가 바스티엥을 사랑했듯이 그도 리지아를 사랑했을까? 아마 그랬을 거라고 믿고 싶지만, 결국 나로서는 확실히 알 수 없다. (p,232)

  

 

외롭고 쓸쓸하며 내다 버리고 싶은 기분들이 수시로 찾아드는 봄날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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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젠 무얼 기다려야하나.
    from 마지막 키스 2012-01-24 22:12 
    금요일에 영화를 보기 위해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는 내게 어떤 책을 읽고 있냐고 물었다. 나는 '필립 클로델'의 『브로덱의 보고서』를 읽고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필립 클로델의 전작들처럼 '전쟁후의 사람들'을, '전쟁후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쟁이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그것이 어떠
 
 
2010-04-25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6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5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6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6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7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0-04-25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울었으나 누구도 자기가울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불이 타고 성의 누각이 내려앉고 여인들의 치마가 벗겨지고, 대가리가 깨져 쏟아져 나오는 뇌수를 한 손으로 싸맨 병사들이 알 수 없는 곳으로 걸어가고, 그리고 피를 토했다.
자, 그러니 꿈을 꿔봐."

"창을 잡고 대열을 이루는 순간부터, 가차 없이 어깨나 등으로 떨어지는 채찍을 느낄 때부터, 그들은 본능적으로 전사가 되었다. 개인의 회한과 슬픔은 무의미했다. 북소리가 심장 소리에 맞춰 천지를 뒤한들며 둥둥 울린다. 수십만의 심장이 한꺼번에 뛰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울음을 터뜨리며 이를 닥닥 마주쳐 떨고 있는 소년 군병의 창끝 위로 포성이 울린다."

이 두 부분은 제가 요즘 한참 사로잡혀 있었던 [소현]의 구절이에요. 전쟁에 관한 묘사 중 가장 제 마음을 울리고 충격을 주었던 구절이죠. 필립 클로델이 말하는 전쟁의 아픔에 대한 구절을 보자, 그냥 이런 전쟁의 아픔도 있다고 알려드리고 싶어서;

전쟁은 너무 무섭고 아프고 슬퍼요.

그리고 타인의 마음뿐만 아니라 나는 내마음도 잘 모르겠어요.

다락방 2010-04-26 11:45   좋아요 0 | URL
전쟁은 무섭고 아프고 슬퍼요. 그건 뽀님이 인용하신 것 처럼 전쟁 그 자체만으로도 그렇고, 그것이 한 개인에게 스며들어도 그래요. [소현]에서의 전쟁은 서사적이고, [회색 영혼]에서의 전쟁은 서정적이네요. 그렇게 서로 아파요.

뽀님은 지금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 모르겠나요?

나는 내가 낯설어요.

Alicia 2010-04-25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자기전에 이런 글을 읽다니. 가슴이 막 시려요.. 이루 말할 수 없이 시려요.
다락방님 책임져요 엉엉..

다락방 2010-04-26 11:45   좋아요 0 | URL
이 글을 쓰기 전의 저와 이 글을 쓰는 동안의 제가 시렸어요. 아마도 그래서 이게 알리샤님이 읽기에 시린 글이 되었나봐요.

어쩌죠?

다음날 아침이 밝았으니 기분이 좀 나아졌나요?

레와 2010-04-25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안에 반숙이 된 달걀 맛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그리고 삶은 계속 됩니다 ..

다락방 2010-04-26 11:46   좋아요 0 | URL
그리고 삶은 계속 되고, 이 계절에, 젠장맞을 비염이 다시 찾아올 것 같아서 전 좀 두려워요. 끙 ;;

... 2010-04-26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올해의 봄은 왜 이다지도 내다 버리고 싶은 기분들이 수시로 드나든답니까! 벚꽃들은 왜 그다지도 빨리 진답니까!
달걀 반숙하나 먹으면 기분이 나아질까요?

다락방 2010-04-26 11:47   좋아요 0 | URL
정말로요. 정말로 벚꽃이 피는지도 모르게 져버렸어요. 전 벚꽃구경 가지도 못했는데, 진달래라니.

반숙 하나로는 기분이 나아질 순 없겠죠. 반숙 두개로도 안되요. 내다 버리고 싶은 기분은, 음, 반숙 두개로도 안될 것 같아요.

뭔가 획기적인 방법을 찾으면 제가 다시 알려드릴게요, 브론테님.

아포지 2010-04-26 14:17   좋아요 0 | URL
음.. 인간이 된 남자가 약이 아닐까요?

다락방 2010-04-26 14:34   좋아요 0 | URL
아, apouge 님, 뭔가, 이미 저를 파악해버리신 듯한 엄청난 내공이 느껴지는데요!!

sweetrain 2010-04-26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흰자와 노른자가 섞인 계란 요리만 먹어요. 그냥 반숙이나 후라이는 먹지 못해요.

9년 전에 엄마가 암으로 죽었을 때 저는 열아홉살이었고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었는데,
엄마가 죽은지 일년도 안 돼서 엄마 얼굴을 잊었어요. 잊으려고 애썼던 것도 아닌데
그냥 너무 쉽게 잊었어요. 가끔씩은, 엄마 웃는 얼굴 떠올려 보고싶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아요.
하지만 얼굴은 기억 못해도, 언제나 엄마를 사랑해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엄마가 살아있을 때,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 땐 어땠을까.
돌아간다고 해도, 그 때의 우리와 같겠죠. 저는 아침에 5분만 더 자게 해달라고 징징댈거고,
왜 매일 반찬이 똑같냐고 투정할거고, 엄마는 아침 밥을 새 모이만큼만 퍼줄 거고요.
(늘, 엄마가 아침 밥을 조금만 주는게 불만이었거든요...)

그리고, 좋은 곳에도 가셨을 거고, 항상 지켜봐 주실 것도 같아요.

뭔가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은데, 말로 표현이 안 되네요.
머릿속에서 뭔가 매듭처럼 엉켜 있는 기분이에요.

다락방 2010-04-26 11:50   좋아요 0 | URL
남은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이 살기 편하라고, 어쩌면 그들은 잊혀져주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얼굴이 잊혀지고 또 상대에 관한 기억들조차 잊혀진다고 하더라도 네, 사랑했던 기억은 희미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아침밥을 스스로 덜어 먹나요? 원하는 만큼 먹고 있어요?

봄을 잘 견디도록 해요!

치니 2010-04-26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 다락방님.

다락방 2010-04-26 11:50   좋아요 0 | URL
울지마세요, 치니님. 엉엉

L.SHIN 2010-04-26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을 사랑할 줄 모르는 외로운 영혼과 타인을 사랑하면서도 외로운 영혼.
왜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아도 외롭고, 누군가를 사랑해도 외로운걸까."

이것만큼 내 마음을 잘 표현해준 말이 있을까.

다락방 2010-04-26 11:52   좋아요 0 | URL
점심시간이에요, L.SHIN 님.
점심 맛있게 드세요!

그리고 조금 덜 외로운 오후를 보내시구요! :)

섬사이 2010-04-27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하기가 어려워요. 추천을 꾹 누르는 걸로 마음을 대신하고 가요..

다락방 2010-04-27 11:44   좋아요 0 | URL
세상엔 말하기 어려운게 참 많아요, 섬사이님.

기억의집 2010-04-2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방금 을지로 전주집 검색해 봤어요. 락방님이 도저히 끊을래야 끊을 수 없다고 하는 곳. 하핫
그 곳에서 삼겹살을 집어 먹으면 위로주 한잔 마시면
외로움도 싸악 가시겠는데요^^

다락방 2010-04-28 09:43   좋아요 0 | URL
오, 기억의집님. 전주집이 검색이 되든가요?
낡고 허름한 곳이라 새로운 사람이 찾아오기에는 좀 어려운 장소에요. 좁디 좁은 골목에 위치하고 있죠.

전 일단 지금 숙취부터 해결해야..끙 orz

기억의집 2010-04-28 15:04   좋아요 0 | URL
네 검색되요. 정확한 검색은 아니지만 을지로 3가에 있는 거 맞죠!
숙취?!!!!
점심은 콩나물국으로!

2010-04-28 0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8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8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licia 2010-04-28 10:39   좋아요 0 | URL

ps. <미필적고의에 의한 여름휴가> 도 봤어요. How beautiful! 그리고 다락님도 뷰리풀! ♡

다락방 2010-04-28 13:18   좋아요 0 | URL
아이고, 부지런하기도 하지!! 말도 잘 듣는 알리샤님 ♡

2010-05-07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7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