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마흔살의 올리브는  '그저 키와 덩치가 큰 여자일 뿐이었다'. (p.382)
 

그저 키와 덩치가 큰 여자일 뿐인 올리브지만 어느날 낯선 남자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걸 느끼게 되고, 결국 그 느낌은 사랑으로 이어진다. 남자가 자신을 '그런식으로' 뚫어지게 쳐다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잠깐 기억을 더듬어본다. 낯선 남자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을 '못' 하는거지 설마 한번도 없어서 기억이 '안'나는건 아니겠지. 못하는걸거야, 언젠가는, 누군가는 나를 뚫어지게 본 적이 있었을거야, 아마 그랬을거야.  

이 키와 덩치가 큰 여자 올리브는 성격도 그렇게 다정하지도 않고 일면 포악스런 면까지 가지고 있다. 아, 나는 올리브가 자꾸만 나 같다. 나는 키는 크지 않지만 덩치는 크니까. 나는 대학시절 별명이 '스티븐 시걸' 이었으니까. (스티븐 시걸을 모른다면 검색창에 검색해보세요.) 게다가 내 성질도 포악하니까.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뚫어지게 쳐다보는 남자가 있고, 같이 도망가자고 하는 남자가 있다. 오! 마치 내 일인듯 설레고 기쁘다. 올리브가 나보다 낫다. 도망치자고 하는 남자가 다 있고! 

 

   
  "나랑 도망치자고 하면 하겠어?" 사무실에서 같이 점심을 먹는데 그가 조용히 물었다. 

"응." 그녀의 대답이었다. 

그는 점심 때 늘 즐기던 사과를 먹으며 올리브를 바라볼 뿐이었다. "오늘밤 집에 가서 헨리한테 말하겠어?" 

"응." 올리브가 말했다. 마치 살인 계획을 세우는 것 같았다. 

"내가 그러자고 안 한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군." 

"응."
  (p.383)
 
   


덩치가 커도 그리고 포악스러워도, 남자가 도망치자는 데 '응' 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이때의 올리브는 마치 순한 양 같다. 아마 눈을 반짝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이라면 날 잡아먹어도 좋아, 라는 듯이 대답하지 않았을까. 도망치자고 하면 하겠어? 응.  

 

이 부분을 읽다가 친구한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나도 누군가 이렇게 도망치자고 하면 도망치고 싶다고. 그곳이 섬이든 어디든. 그러자 친구는 도망치더라도 알라딘에 페이퍼는 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섬으로 도망치면 인터넷이 안될테니까 페이퍼를 쓸 수가 없다고 했고, 친구는 그럴거면 도망치지 말라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남자라면, 그러니까 이를테면 농사도 잘 짓고 고기도 잘 잡아오는 남자라면, 그렇다면, 기꺼이 도망치겠다고 했다.  

물론, 도망치지 않고 바로 여기에서 함께 지내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 쯤은 나도 안다. 그런데 여기서 아무도 나랑 안 지낼라고 하니까... ( '') 자, 다시, 

 

   
  두 사람은 한 번도 키스하거나 서로를 만진 적이 없었다. 도서관 옆의 조그만 칸막이 사무실로 각자 들어가면서 가까이에서 나란히 걸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날 그 말을 한 후로, 올리브는 어떤 공포심과 때때로 참기 힘든 열망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힘들어도 참는 법

아침까지 잠들지 못하는 밤도 있었다. 하늘이 밝아오고 새들이 지저귈 때에야 침대에 누운 몸에 긴장이 풀렸고, 올리브는 마음을 가득 채운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바보 같은 행복을 멈추지 못했다
. (p.383)  
 
   


 

아, 이것은 올리브의 뒤척이는 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힘들어도 참는 법. 같이 정말 도망친 것도 아닌데, 도망치자는 말을 들었을 뿐인데, 올리브의 가슴엔 열망이 가득 차있다. 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아침까지 뜬눈으로 지샐 정도로. 오른쪽으로 돌아 눕고 왼쪽으로 돌아 눕고를 반복했겠지. 올리브의 그 밤은 길었겠지. 정말 도망친것도 아닌데 행복해서, 그리고 또 슬프고 아파서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겠지. 그때의 올리브라면 아마 미친듯 실실 웃었다가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가 했겠지.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왜, 왜, 도망치지도 않을거면서, 그러면서, 그러면서 왜 도망치자고 하는거야. 이 빵꾸똥꾸야. 

 

그리고 일흔넷의 올리브. 

   
  집으로 돌아온 후, 올리브는 잭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 점심이나 하러 가시려우?" 

"나는 저녁이 더 좋은데요." 잭이 말했다. "저녁 약속이 있으면 종일 고대하게 되잖아요. 점심은 헤어지고 나면 아직 하루가 많이 남지만." 

"그럽시다." 올리브는 해가 지면 바로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는 것은 그녀에게는 사실 자정을 훨씬 넘기도록 깨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p.463) 

 
   

 

아, 덩치가 크고 포악스런 올리브는 이토록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사실은 자정을 훨씬 넘기도록 깨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면서 그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려고 한다. 그에게는 말하지 않으면서. 아마 그는 모르겠지만 그녀로서는 대단한 결심이잖아. 하룻밤을 그저 포기하는 거라고. 잭 때문에, 당신 때문에.   

당신은 모르겠지. 당신은 자꾸만 내 자신이 스스로 정한 룰을 깨게 한다는 걸. 그것이 내가 정한 룰이라 말한 적 없으니까. 나는 사실 밤 열시가 넘으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당신은 모르겠지. 그러니 그 밤이 어떤 의미였는지 당신은 알 수가 없겠지. 당신 때문에 자꾸만 내 룰이 깨져. 

 

일흔넷의 올리브는 마흔의 올리브처럼, 그러니까 도망치자는 말을 들었을 때 처럼 열망을 품고 밤을 지새우지는 않겠지만, 그렇지만 설레임은 다시 찾아왔을것이다. 처음엔 저 남자는 뭐야, 싶었던 잭이 이제 올리브의 삶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녀의 나이, 일흔 넷이었다.  

 

마흔에 나를 뚫어지게 쳐다봐 줄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면, 그리고 일흔넷에 '종일 고대할' 저녁을 먹자고 말하는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면, 아, 세상은 정말이지 아름다운거라고, 그러니까 한번 살아볼만한 거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삶은 이토록 활기차고 아름다운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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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주 아주 조심하겠다고 약속해요.
    from 마지막 키스 2010-11-29 10:06 
    어제 만나 영화를 본 친구와 맥주를 앞에 두고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면서, 나는 친구에게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지난번에 교보 같이 갔을때 락방님이 추천해준 책 산거, 그거 읽어요, 라고 했다. 내가 뭘 추천했죠? 라고 하자 친구는 『올리브 키터리지』라고 말했다.    아, 그거 좋죠? 정말 좋죠? 라고 물으니 친구는 아직 초반을 읽고 있다고 했다. 올리브의 남편의 이야기. 그래서 나는 마구 멜랑콜리해져
 
 
레와 2010-07-20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어쩌면..


이 책이 많이 좋았어요? 연달아 페이퍼를 쓰고..^^
다락방이 좋아하면 또 챙겨 읽어야지!
나의 팬심은 이런것!

다락방 2010-07-21 08:32   좋아요 0 | URL
레와님은 그 먼곳에서도 내가 무슨 책 읽는지 그냥 막 눈에 보이죠? 신끼 있다니깐 ㅎㅎ

이 책 정말 좋아요. 비오는 날 커피 마시면서 읽기에 최고라고 할까요!
:)

비로그인 2010-07-2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궁금해져요. 요즘 소설을 잘 읽지 않는데(나한테는 도망치자고 하는 놈도 없는데 무슨 소용인가!), 실재하는 그 딱딱한 바게트빵 같은 세계에 탐닉하고 있는데, 또 이런 소설도 궁금해 진단 말이지요. 살짝살짝 보여주면서 궁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다락방님은.

얼마나 많은 낮과 밤을 그렇게 쌓아야 하는지 모르겠죠. 알면 안되는 거니까요.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낮은 좀비처럼 한가지만 생각하며 보내고, 먹지 않아도 모르는 것이 저런 마음이니까요.

다락방 2010-07-21 08:35   좋아요 0 | URL
Jude님, Jude님. 아 Jude님.

커다란 소세지가 든 빵을 먹고 있었어요. 읽으면서 어떤 글을 읽었어요. 그런데 그 글을 읽다가 가슴이 턱, 하고 막혀버려서 저는 먹던 빵을 도로 내려놓았어요. 지금은 도무지 삼킬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제가 읽은 글은 소설이 아니었어요. 예전에 읽은 글인데 그때도 가슴이 아팠고, 지금 다시 생각나서 읽었는데도 또 가슴이 아파요. 어떤것들은 면역력이 전혀 생기지 않나봐요.

저는 [드라큘라]를 시작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책장이 잘 안넘어가요. 오늘 출근길에는 책을 읽으려다가 말고 그저 실예 네가드의 노래를 들었어요. 날은 끈적거리고 저는 기운이 없어요. 오늘은 일도 많아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0-07-20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누군가 그런 눈으로 날 바라봐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주변사람들을 그윽한 눈으로 마구 바라보도록 노력해야겠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0-07-21 08:37   좋아요 0 | URL
주변사람들에게 모두 그윽한 눈빛을 던진다면 오해하지 않을까요? 저 여자가 나한테 관심있군, 하면서 말이지요. ㅎㅎ

그러게요, 휘모리님. 누군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봐주고, 그러니까 그것이 관심과 사랑으로 가득차있고, 또 도망치자고 말해준다면, 아 젠장, 스스로 매력적인 여자라고 확신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난 대체적으로 매력있는 여자지, 정도는 아니어도 '내가 누군가에게는 매력있는 여자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어도, 그게 어디에요!

저는 엊그제 유독 더 못생기고 뚱뚱하고 초라해 보였더랬어요. 지옥같았죠.

마노아 2010-07-20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은 주인공 이름이었군요.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에서 조민수가 사랑하는 그 남자 천호진과 도망치려고 모든 준비를 마쳐놓고, 아들이 엄마가 떠날 거라는 걸 눈치 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감행하려고 했는데, 결국 신발을 신다가 주저앉았어요. 갈수가 없다고. 못 가겠다고. 그 엄마의 무너지는 마음을 보면서 고수는 자신의 마음이 무너질 차례라는 걸 알지만 엄마를 다독여서 보내주어요. 그 바람에 자신은 사랑하는 그 아이와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요. 작가님이 감정선을 엄청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다락방님의 이 글을 보니 그때 열광하던 느낌이 막 살아났어요.

다락방 2010-07-21 08:38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의 댓글만 읽고도 울컥 하네요. 고수가 나왔던 그 드라마, 몇편 보다가 고수 정말 멋있다, 저렇게 멋있는 놈이 다 있나 생각했더랬어요.
왜 한사람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다른 한사람의 마음은 무너져야 하는걸까요? 왜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하고 그도 행복하고 그녀도 행복한 그런 결말이 찾아올 순 없는걸까요?
제가 행복한 길이 그에게도 행복한 길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둘이 함께 있을 때는 그 행복이 더 커지고 말이죠. 이게 쉽지 않은일인가 봅니다.

따라쟁이 2010-07-20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젠가 어떤 남자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나랑 도망치자고 하면 하겠어?" 그러나 그 남자의 대답은 "아니." 그리고는 잠시후 이렇게 덧 붙였어요. "너 미쳤어?"

아.. 정말 삶은 소설같지 않아요

다락방 2010-07-21 08:40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
저는 조금만 더 용기있다면, 그리고 조금만 더 과감하다면, 그리고 사실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따위가 제게 존재하지 않는다면, 저는 지금 말해보고 싶어요. "나랑 도망치자고 하면 하겠어요?" 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그의 대답이 "아니." 가 될까봐 혹은 "꺼져!"가 될까봐, 혹은 아예 나로부터 도망칠까봐 그저 묵묵히 견디고 있습니다. 저기 위에도 써있잖아요.

사람은 힘들어도 참는 법.

치니 2010-07-2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시걸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짐 캐리 못지 않군요!

니나 2010-07-20 15:44   좋아요 0 | URL
헐리웃 배우들과 함께하는 영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7-21 08:41   좋아요 0 | URL
스티븐 시걸, 짐 캐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요 ㅎㅎ

니나님, 헐리웃 배우 한명 더 소개해드릴까요?
저희 엄마는 저더러 캐서린 제타존스 닮았대요!

=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 2010-07-21 11:45   좋아요 0 | URL
캐서린 제타존스!!!!!!! 무려무려===!

다락방 2010-07-21 11:54   좋아요 0 | URL
울엄마는 나 송윤아 닮았다고도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엄마만 그러고. 과 애들은 스티븐 시걸. 입을 모아 스티븐 시걸. ㅎㅎㅎㅎㅎ

따라쟁이 2010-07-21 16:46   좋아요 0 | URL
캐서리 제타존스에 한표

다락방 2010-07-22 09:38   좋아요 0 | URL
아니, 따라쟁이님! 이 여자가 진짜! ㅎㅎ

2010-07-20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22 09:38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

... 2010-07-2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 첫 번째 단편에서 마음이 턱! 걸리는 것 같던 대사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부분은 아무도 언급하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이에게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봤어요, 그랬더니 "왜? 왜? 그 부분에서 왜 마음이 터~억 걸리는데?" 훌쩍~ (터~억이 아니고 턱! 걸렸던 건데 말이죠)

다락방 2010-07-21 08:42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그 대사가 어떤건데요? 제게도 들려주세요. 어떤건데요, 네?

저는 그냥 제 삶이 턱, 하고 걸리네요. 휴..

... 2010-07-21 11:4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왜요?왜요? 그 부분이 왜 턱! 하고 걸리는 데요?"하고 의아하게 물으실까봐 두려워서 말을 못하겠어요 ~~~~~~~~~~~~~~~~~~~~
삶은 언제나 턱!턱!턱! 걸리죠.

다락방 2010-07-21 11:55   좋아요 0 | URL
삶은 언제나 턱 하고 걸리죠. 맞아요, 그래요. 하아-

저는 오늘 아주 많이 마음이 컥컥거려요. 아주 답답하고 아주 화가나고 아주 속상하고 뭐 그런 오전을 보내고 있어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브론테님!

... 2010-07-21 12:09   좋아요 0 | URL
드니스가 헨리와 올리브집에 초대를 받잖아요. 그때 드니스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서 "바닐라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맛이예요" 라고 하자 올리브는 "그래요?" 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요. 그런데 헨리는 자신도 바닐라맛을 좋아한다고 동감을 표하죠. 바로 그 부분인데 저도 왜 턱! 했는지 지금에 와서 쓰고보니 알수가 없군요.....

2010-07-21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21 12:51   좋아요 0 | URL
드니즈가 헨리가 사랑했던 그 여자죠?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했던 여자 말예요. 남편이 죽는.
만약 그 부분에서 브론테님이 턱, 했다면 그것은 헨리가 드니즈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러니까 연정을 품고 있다는 것이 아내가 옆에 있는데도 드러나기 때문에 그런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올리브도 그걸 알고 있어서 시큰둥하게 반응했고 말예요. 이 모든 것들을 브론테님이 느끼셨기 때문에 그런거 아닐까요?

전 드니즈가 배달원과 결혼한게 더 슬펐어요. 배달원은 결혼하기전에 드니즈를 경외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태도가 지나치게 달라진 것 같아서요. 그 배달원이 결국 그런 사람이었다는게 전 참 슬펐어요.

2010-07-21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21 15:02   좋아요 0 | URL
네, 그것도 괜찮죠! 저는 오늘 퇴근하고 드레스 사러 가야겠어요. 가슴이 깊게 패인 빨간 드레스. 그거 입고 나가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10-07-2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두려워져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제 지루한 삶에 대해 너무 슬퍼질 것 같아서요. ㅠ_ㅠ;
다락방님 다락방님 점심 드셨어요? 휴가때 맨날 맨날 영화보고 맥주 마시고 할 때는 좋았는데 출근하니 답답해지네요. 맥주 한 잔 하려면 앞으로 다섯시간 -_-;;;

다락방 2010-07-21 13:54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제 곧 휴가가 다가오는데 맨날 맨날 영화보고 맥주 마시고 그렇게 살아야겠어요!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문나잇님, 이 소설을 읽으면 슬퍼지진 않을거에요. 음, 슬퍼지진 않고, 음, 그러니까..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될거에요.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 다 닮아 있다는 것도요.

꿈꾸는섬 2010-07-2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0-07-22 09:39   좋아요 0 | URL
이 책, 참 좋아요, 꿈꾸는 섬님 :)

2010-07-22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22 14:09   좋아요 0 | URL
미녀군단 화이팅!

yamoo 2010-07-24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다락방님 여자분 맞으시죠? 근데, 어떻게 자신을 스티븐 시갈에 비유를...학교다닐때 스티븐 시갈 이름 갖고 많이들 장난쳤었는데...야, 스티븐 시발나오는 영화 봤냐? 아니~ 시벌, 안봤어~~..이렇게..ㅋㅋ 다락방님 제가 계속 쳐다봐드릴게요..ㅎㅎ

다락방 2010-07-25 21:10   좋아요 0 | URL
네, 여자사람 맞습니다. 그리고 제게 스티븐 시걸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건 같은과의 여자사람들 친구였어요. -_-
하하하하 쳐다본 뒤에 말씀 좀 해주세요, 제가 스티븐 시걸을 닮았는지 안 닮았는지 말입니다. 하하하하

새초롬너구리 2010-07-25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오늘밤은 무척이나 이상하게도 많은 생각, 정확히는 추억이 떠올라서 마음이 싱숭생숭 잠이 안와요. 지난번엔 모기때문에 잠안오는 제가 무척 거지(?? 정확하게 표현할 단어가 마땅히 생각안남 ㅡ.ㅡ)같았는데 오늘밤도 거지같아요. 지나간 것들을 곱씹고 그랬었지 자기위안, 아니 다시한번 흐뭇 (아아, 정말 정확히 표현할길이 없어 정말 거지같네요)하게 생각에 잠기는 건 당최 뭔 소용인지. 정말 거지같은 밤이에요, 저에겐.

다락방 2010-07-25 21:13   좋아요 0 | URL
새벽 세시가 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셨네요, 새초롬너구리님. 지난밤의 저도 아마 그 시간쯤 되어서 잔 것 같아요. 결국은 그래서 몇시에 주무셨을까요? 주무시는 동안은 편안하셨을까요?

유독 그런 밤이 있죠. 자기 위안이든 자기 만족이든 혹은 고민이든 일단 생각하고 나면 내 의지로 멈추어지질 않는 것 같아요. 자연스레 잠이 찾아와야만, 눈이 감겨야만 그것들을 잊고 잘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들과 내 머릿속에 기억나는 것들을 내 의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의지가 그다지 강하지 못해서인지 꼭 밤이 아니어도 그런 감정들에 휩싸이곤 해요. 낮에도 종종 그래요. 떠올리지 않을 것들을 떠올리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곤 한답니다. 그만 생각하자, 하고. 그러나 그건 좀처럼 쉽지 않아요.

오늘밤은 편하게 주무세요, 새초롬너구리님. 또 월요일이 오니까요!
 

다 읽고 나서 페이퍼를 쓰려고 했는데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비가 펑펑 쏟아지는 토요일 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이 책이 단편집인줄 알았다. 그냥 책 표지가 어쩐지 단편집 같아서..(응?) 이 책이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건 알라딘의 퓰리처상 작품 이벤트(뭐 이런 이름이더라)인 퀴즈를 풀다가 알았다. 참고로, 나 3단계까지 다 푼 여자사람 ㅎㅎ

이 책은 46페이지에서 부터 나를 쓰러지게 만든다.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안경을 썼다. "죄송해요." 그녀가 속삭였다.  

"뭐가?"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서요." 

"아니, 아니야." (p.46)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라니. 아! 나도 그런데. 나도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하는데! 그녀가 그에게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라고 말한것을 그도 잊지 않는다. 그는 곱씹는다.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그에게 그 말은 잊을 수 없는 말이 된다. 만약 내가 당신에게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라고 한다면, 당신은, 당신도 이 책속의 남자처럼 내가 한 말을 잊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케빈은 아주 오랜후에 고향을 찾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낭떠러지에서 계곡으로 떨어지는 패티를 보게 된다. 케빈은 패티를 구하기 위해 물 속으로 뛰어든다. 

소용돌이치며 두 사람을 집어삼키는 바닷물속에 다시 잠겼을 때 그는 패티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그녀의 팔을 꼭 붙잡았다. 널 놓지 않을게. 파도가 칠 때마다 햇살이 반짝이는 짠 바닷물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케빈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p.86) 

케빈은 구조대를 기다리면서, 그리고 필사적으로 살기 위해 매달리는 패티를 놓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그 급박한 순간조차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고 생각한다. 누군가로부터 '널 놓지 않을게' 라는 말을 듣는 건 어떤 기분일까? 이토록 아름답고 소중하고 찬란한 말을 듣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이런 말엔 어떤 말이 어울릴까? 널 놓지 않을게. 아마 나는 그저 네, 나를 놓지 말아요,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것 같다. 도무지 다른 아름다운 응답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러나 나를 놓지 말라는 말에는 진심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아니, 내가 그렇게 말해도 좋을것이다. 당신을 놓지 않을게요. 그러면 당신은 내게 어떤 응답을 할까? 우리가 서로에게 그런 말을 하게 될 때, 그때 우리는 어떤 마음이고 어떤 기분일까? 

 

아주 나이들어 버린 부부. 아내는 남편이 2년전에 내연의 여자를 만나기 위해 외박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말해요." 몹시 침착했다. 그녀는 한숨마저 내쉬었다. "제발, 얘기해줘요." 제인이 말했다. 

어두운 차 안에서 가빠진 그의 숨소리가 귀에 들렸다. 그녀의 숨결도 거칠어졌다. 제인은 말하고 싶었다. 이런 일을 겪기엔 우리 심장이 너무 늙었다고. 이런 일을 계속 우리 심장한테 시키면 안 돼. 당신 심장이 이런 일을 견뎌낼 거라고 기대하지는 마. (p.246)

 

나는 그녀에게 혹은 그에게 아니 그 둘 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아뇨, 그것은 젊은 심장도 견뎌내지 못할거에요. 그것은 그것 자체로 어떤 심장에게도 해서는 안 될 일이에요. 우리, 젊다고 해도 그리고 늙어서도 그런 일을 우리 심장한테 시키지 말아요. 

"그 여자 죽었어요?" 

그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죽었다면 스콧이나 메리한테 소식을 들었겠지. 그러니 안 죽은 모양이야. 하지만 소식은 전혀 몰라."  

"당신 가끔 그 여자, 생각해요?" (p.247) 

그리고 정말 궁금하겠지만, 그런 질문도 하지 않는게 좋을것 같아요. 그 여자, 생각해요? 하는 그런 질문. 아니라고 한들 믿겠어요? 그리고 그렇다고 하면 그때는 어떡할건데요? 그 대답이 뭐든, 일단 그 질문을 한 이상 당신 가슴은 찢어지잖아요. 그러니 입 밖으로 그런 질문 내지 말아요. 어떤 말들은, 하지 않는게 더 좋은거에요.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과 '작은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너츠의 여종업원처럼. 정말 어려운 게 삶이다. (p.124) 

나는 잠들기 전에 나의 작은 기쁨들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아야 겠다. 아마 그러면 악몽을 꾸지 않겠지. 나의 작은 기쁨은, 차디찬 소주에 곁들이는 맛있는 삼겹살이고, 그것을 함께 해주는 친구이고, 너무 맛있어서 뚝배기를 기울여가면서 먹게 되는 순대국이고, 나와 하루종일 수다떠는 게 로망이라고 말해주는 친구고, 이 책을 읽으면 페이퍼를 쓸 거라 짐작했다고 말하는 친구고, 이 영화는 니가 좋아할거라고 말해주는 친구고, 마음에 쏙쏙 박히는 문장들로 가득찬 책을 읽는 순간이고, 출근 준비를 하며 듣는 라디오에서 우연히 흘러 나오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고.. 

 

조금 더, 이 책을 읽다가 자야겠다. 왜냐하면 내일은 월요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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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올리브의 뒤척이는 밤
    from 마지막 키스 2010-07-20 09:15 
                  마흔살의 올리브는  '그저 키와 덩치가 큰 여자일 뿐이었다'. (p.382)   그저 키와 덩치가 큰 여자일 뿐인 올리브지만 어느날 낯선 남자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걸 느끼게 되고, 결국 그 느낌은 사랑으로 이어진다. 남자가 자신을 '그런식으로' 뚫어지게 쳐다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는 이 글을 쓰면서
  2. 아주 아주 조심하겠다고 약속해요.
    from 마지막 키스 2010-11-29 10:07 
    어제 만나 영화를 본 친구와 맥주를 앞에 두고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면서, 나는 친구에게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지난번에 교보 같이 갔을때 락방님이 추천해준 책 산거, 그거 읽어요, 라고 했다. 내가 뭘 추천했죠? 라고 하자 친구는 『올리브 키터리지』라고 말했다.    아, 그거 좋죠? 정말 좋죠? 라고 물으니 친구는 아직 초반을 읽고 있다고 했다. 올리브의 남편의 이야기. 그래서 나는 마구 멜랑콜리해져
 
 
비연 2010-07-1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죠. 추천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0-07-19 11:52   좋아요 0 | URL
네, 읽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moonnight 2010-07-18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작은 기쁨은 다락방님의 이렇게 가슴에 와닿는 페이퍼를 읽는 것이랍니다. ^^ 술주정 댓글의 연속이라고 생각진 말아주세요. 사실 캔맥주 작은 거 반 밖에 안 마셨다구요. 잊지 않고 김치군만두(너무 맛있어요! >.<)도 안주로 곁들였답니다. 이 밤에 칼로리 같은 건 저 창 밖으로 뻥 차 버렸어요!!!! (라고 하지만 내일 아침엔 울고 있을지도 -_ㅠ;;;)

참. 그건 그렇고 저도 이 책 샀어요. 부천 올 때 들고 올 것을. 다락방님 페이퍼를 읽으니 비로소 후회가 되네요. ㅠ_ㅠ 세상엔 정말 멋진 책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행복해요. ^^

다락방 2010-07-19 11:54   좋아요 0 | URL
제 작은 기쁨은 문나잇님의 사랑스런 댓글을 만나는 것이랍니다! ㅎㅎ 아훙. 우리가 함께 앉아 김치군만두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김치군만두라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와서 그런지 아주 입에서 침이 막 돌아요, 막. 칼로리따위, 흥!!

이 책 정말 좋아요, 문나잇님. 올리브와 헨리와 그외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가슴속으로 파고들어요. 문나잇님도 분명 좋아하실거에요! :)

마노아 2010-07-19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붕 뚫고 하이킥의 마지막회가 떠올랐어요. 이대로 멈추고 싶어하던...
머릿속으로 늘 내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아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난 고마울 것 같아요. 그리고 미안할 거예요. 바로 대답해 주지 못해서... 나도 당신 생각을 했어요...라고 말해준다면, 왜 진즉에 말하지 않았어요...라고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 그땐 그저 안아줘야죠. 새벽에 너무 놀랄 일이 있어서 잠을 설쳤어요. 다락방님 서재에 와서 잠시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굿모닝!

다락방 2010-07-19 13:35   좋아요 0 | URL
저도 마찬가지에요, 마노아님. 그때 세경이는 이런 느낌이었던 걸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얘기도 쓸까 하다가 또 너무 길어질까봐. 제 글은 왜이렇게 길어질까요? -_-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아요, 참나원.

역시 이 책을 다 읽고 써야 했어요. 읽다보니 거의 끝에 완전 또 저를 잡아먹을 만한 구절이 나오지 않겠어요?

마노아님, 새벽에 놀랄 일은 무엇인가요? 마음 편안해져서 지금은 뭘 하고 계시나요?

마노아 2010-07-19 15:02   좋아요 0 | URL
새벽에 놀랄만한 일은 고작 두 달 만에 또 기절을 해버려서 충격을 받았고요, 지금은 늦은 점심을 먹고 와서 눈이 막 감기려고 해요. 한숨 자고 싶지만 여긴 교무실이에요.^^;;;;

다락방 2010-07-19 15:04   좋아요 0 | URL
아이쿠. 또 기절을 하셨단 말예요?!

마노아님, 제가 근처에 모텔 하나 잡아둘테니 이리 오세요. 저랑 같이 모텔 들어가서 한 숨 잡시다! -0-

레와 2010-07-1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락방 2010-07-19 13:35   좋아요 0 | URL

2010-07-19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9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07-1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책을 읽을까 말까 얼마나 망설였는지 몰라요. 다락방님이 이 책을 마침내 읽게 만드실 것 같습니다. 작은 기쁨, 완전 동감이에요. 왜 내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나츠의 여직원은 끝내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다락방 2010-07-19 15:01   좋아요 0 | URL
내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나츠의 여직원이 나타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기쁨'이 될 수 있는 거겠지요. 쉽게 나타난다면 어디 그게 기쁨이겠습니까!
blanca님은 이 책을 읽고 또 어떤 글을 쓰게 되실지 기대가 되는데요! blanca 님께도 이 책은 분명 좋을거에요. :)

pjy 2010-07-1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정말 감수성이 철철 넘치는거같아요~~~
"늘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말해요." 이런 멘트는 애인한테 써야되는데....에휴~

다락방 2010-07-19 15:02   좋아요 0 | URL
그쵸. ㅎㅎ
전 애인도 아닌 사람한테 늘 머릿속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ㅎㅎ 머릿속에서는 말이 많아요.
그런데 사실 머릿속으로 제가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상대는 저 자신입니다. 그 말들은 곧 입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하지요. 그러면....광년이 되요. 혼자서 1인 3역도 하고 뭐 그럽니다. 액션도 취합니다. ㅎㅎ

자하(紫霞) 2010-07-19 17:47   좋아요 0 | URL
흠~큰일이군요! 액션까지~~
다락방님의 이야기는 늘 감성을 두드린다니까요~~

다락방 2010-07-19 18:16   좋아요 0 | URL
저는 늘 혼자 있을 때 액션을 취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저의 액션을 보았다는 목격자들이 가끔 나타납니다. ㅎㅎ 여동생이 병원가서 진찰 받아보라고 했어요. ( '')

L.SHIN 2010-07-1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머리속으로 말하는 상대가 누구에게나 1명쯤은 있지는 않을까요.
'널 놓지 않겠다'고,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어'라고.

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하죠.^^

다락방 2010-07-19 18:16   좋아요 0 | URL
인간에게는 상처 받기 싫어하는 혹은 상처 받을까봐 두려워하는 감정이 있잖아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혹여라도 상대가 내가 원하는 응답을 해주지 않을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 말들을 머릿속에서만 되뇌이게 되는 것 같아요. 혹시라도 내가 머릿속으로 하는 말들을 입밖으로 다 내놓았을 때 상대가 나를 밀어내지 않을까, 거부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두려움이요.
저는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머릿속으로 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머릿속으로만 말하면 거절당하지 않으니까요.

moonnight 2010-07-1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사랑스러운 우리 다락방님 이모 되신 거 축하드려요!!! >.< 저는 이모 될 기회가 없고 고모인데요. 조카에게는 고모보다는 이모라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외치더군요.(훌쩍-_ㅠ) 다행인 건 제 새언니에게도 여자형제가 없어서 이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에욧. 오호호호(사악한 웃음소리;;;)

한 주나 더 식구들을 기다리게 한 그 아이는 도대체 얼마나 귀여울지 궁금해 죽습니다. 언제 페이퍼로 알려주세요.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제가 막 기분이 업되네요. ^^ (네네 또 맥주마시고 있습니다. ;;;)

다락방 2010-07-21 08:44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사악한 문나잇님의 웃음소리가 제 귀에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
축하해줘서 고마워요, 문나잇님. 저 아직 아기 보러 안갔어요. 이번주 토요일에 갈 예정이에요. 얄미운 제부(제 여동생을 데려간게 미워 죽겠어요! ㅠㅠ)를 닮았다면 제가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줄 수는 없을것 같은데 또 얼굴 보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아, 예뻤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제가 문나잇님께 자랑질 할텐데 말예요! 그리고 그놈의 맥주 좀 같이 마십시다!!

산사춘 2010-07-20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은 '심야식당' 맛이 나요. 좋다는 얘기죠.
(그럼 자주 디밀든가!)

다락방 2010-07-21 08:44   좋아요 0 | URL
심야식당 맛이 난다고 하면 좋다는 뜻인가요? 저는 심야식당을 안봐서 말입니다. 하핫.
그러게요, 좀 자주 자주 좀 나타나세요!!!!
 

MIKA 의 노래는 대부분이 다 신나지만, 요 며칠은 『Love Today』에 흠뻑 빠져있다. 우울하고 지치면 이 노래를 듣는다. 처음 시작할때 와뚜와리와리 하면서 시작하다가 드럼인듯 입에서 소리내는 듯 양쪽 이어폰으로 범버범버범버범버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아우 정말 미치게 좋다. 나는 이런식의 단순한 여음구에 늘 흠뻑 빠져버리게 된다. 예를 들면 '보아'의 『No.1』이란 곡에서 중간에 '두루두두두~' 하는 부분이 쓰러지게 좋달까. 

 

 

가사를 검색해 보면 이렇게 써있다.  

Doom dududu domm boom da da boom.. 

Everybody's gonna love today, 
gonna love today, anyway you want to, 
anyway youv'e got to, 
love love me, love love me, love love  

저기 저 Doom dududu domm boom da da boom 라는 가사 생긴 것 좀 봐! 신나고 예쁘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의 노래중 『Big girl (You're beautiful)』은 심지어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나는 빅걸인데 아름다우니까 (응?) , 그걸 MIKA 도 아는거지. 우하하하 

 

    

 

 

보라는 바바를 사랑하는지 어떤지 모르겠고, 그러니까 다시 말해 바바를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늘 옆에 있어주는 바바, 싫다고 퉁을 놓고 구박해도 내내 헤벌쭉 웃어주는 바바. 그런 바바가 어느날 자신의 쇄골에 입을 맞추자 보라의 가슴이 널 뛰듯 뛴다. 그 자리에 더이상 머무를 수가 없어 자리를 막차고 뛰어 나왔는데, 아, 바바에 대한 감정은 뭐지. 헷갈린다. 그래서 보라는 나오미에게 간다. 이미 많은 사랑을 경험한 나오미에게. 그리고 나오미에게 가서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답할 수도 있을거고, 사랑이란 유리같은 것이라고 답할 수도 있을거다. 사랑은 누군가를 위해 대신 죽어줄 수 있는거라고 답할 수도 있을거고, 사랑에는 자존심이 없는거라 말할 수도 있을거다. 그러나 내가 말하려고 하는 사랑은, 이 책에서 나오미가 하는 말과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럼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어?"
"보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알 수 있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막 뜨기 전, 맨 처음 떠오르는 얼굴이라면 그를 사랑하는 거란다. 사랑이 내 전부를 가득 채워버린 거지."
(p.201) 

 

만약 누군가를 향한 감정이 어떤건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면 나오미의 말에 대입시켜 보자. 아침에 눈을 뜨기 전, 그리고 뜨고 나서 맨 처음 떠오르는 얼굴이 그 얼굴인지. 그렇다면 그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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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0-07-16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Big Girl(You're Beautiful)이 젤 좋아요!!!!

다락방 2010-07-16 12:36   좋아요 0 | URL
저는 Big Girl 이 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제 공간에서 TurnLeft 님을 뵈니 입이 찢어질라고 하네요. 반가워서. 훗 :)

turnleft 2010-07-17 06:4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글은 보통 너무 완벽해서 제가 할 말이 없어서 그래욧! s(-_-)z

Arch 2010-07-17 18:42   좋아요 0 | URL
어머어머! ^^

다락방 2010-07-17 22:24   좋아요 0 | URL
Arch님, 그러게요. TurnLeft님의 댓글을 보니 저도 어머어머! ㅎㅎ
TurnLeft님도 참.. ( '')

2010-07-16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6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6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16 12:37   좋아요 0 | URL
봤어요, 내 친구 ♡

따라쟁이 2010-07-16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아침에 눈 뜨기 전에 생각나는건.. 엄마의 된장찌게.. -ㅁ-;;; 아..OTL

다락방 2010-07-16 12:3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따라쟁이님.
따라쟁이님은 엄마의 된장찌개를 사랑하는겁니다.

틀립니까? 맞잖아요! 그게 사랑이라구요, 사랑!!

꿈꾸는섬 2010-07-1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들었는데 둘다 정말 좋으네요.^^ 신나는 하루가 될 것 같아요.^^

전 아침에 눈 뜨기 전에 생각나는 게 "오늘은 또 뭘 해 먹일까?"에요.

다락방 2010-07-16 12:51   좋아요 0 | URL
사랑과 낭만을 떠올리기에 현실은 가끔 냉정하군요! ㅎㅎ

비가 오지만 신나는 하루 보내세요. 저는 비가 오면 멜랑콜리 멜랑콜리~ ㅎㅎ

2010-07-16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16 15:10   좋아요 0 | URL
이런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라뇨! ㅎㅎ

자하(紫霞) 2010-07-16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예~흥겨워지는 음악이예요!

다락방 2010-07-16 18:49   좋아요 0 | URL
난 베리베리님 닉네임 보는 순간 베리베리님 예쁜 얼굴 떠올라서 막 웃음이 나고! ㅎㅎ

2010-07-16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6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좋아 2010-07-1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오는 토요일 하루종일 미카입니다.ㅎㅎㅎ
아가들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Love Today 입니요ㅋㅋ 이 오내라만 나오면 둘이 놀다가도 고개 격렬하게 끄덕이며 흥얼거리는데 아주 웃겨요.ㅋㅋ 아가들은 이노래 '쑊쑊 미'라고 불러요 ㅋㅋ
19금 노래를 좋아하는 꼬맹들 ㅋㅋㅋ
(둘이 합쳐도 19에 한참 모자라요~)

다락방 2010-07-17 22:25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그 부분 되게 좋아해요. 쑉쑉미 하는 부분요. 노래 완전 재미있고 유쾌하지 않아요? ㅎㅎ 쑉쑉미~ ㅎㅎ 아이들도 좋아하는 19금 노래로군요!

moonnight 2010-07-1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카 좋아해요. ^^ 보기와는 달리, 엄마 말씀 얌전하게 잘 듣는 친구라더군요. 그래서 더 좋아하는지도.
다락방님은 요즘 아침에 눈뜨면 누가 떠오르세요? 저는 조카예요!!!! ^^;
심지어 조카 꿈도 자주 꾸는 저는 그 아이를 너무 사랑하는가봐요. 수줍//////
다락방님도 첫 조카 보셨죠? 첫 조카는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틋함이 있더라구요. 저도 예전엔 몰랐지만요. 우리 다락방님도 조카 너무 예뻐하실 거 같아요. ^^

다락방 2010-07-17 23:29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저의 첫 조카는 지금 나와야 하는데 계속 엄마 뱃속에서 버티고 있네요. 아마도 이번 주말에도 계속 버티기 하고 있으면 월요일쯤 유도분만으로 나오게 될 것 같아요. 딸아이라는데, 고집이 무척 센가봐요. 낯선 세상이 두려운건지, 엄마 뱃속이 익숙해서 떠나기 싫은건지. 그래서 저는 현재까지는 아직 첫 조카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마 곧 만나게 되겠지요. 음,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기 전 생각나는 사람이 첫 조카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현재는 아닙니다. 제가 아침에 생각하는 사람은, 제가 잠들기 전에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ㅎㅎ

네, 미카는 엄마 말씀 잘 든는 멋진 청년이에요. 아웅,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좋아해요! 멋진 청년이에요! 그런데 안자고 뭐해요, 문나잇님?
:)

moonnight 2010-07-18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구. 지금쯤 태어났으려니 생각했더니만 아직도군요. 첫아이는 원래 좀 늦다 그러더라구요. 엄마뱃속을 떠나기 싫은가봐요. 현명한 아이로군요. ^^; 우리 다락방님의 잠들기 전과 눈 뜬 순간을 점령한 그 행운아는 도대체 누굽니까. 궁금하여요. ^^

다락방님. 전 지금 부천 영화제 와있어요. (네, 자랑질입니다. ;;) 제가 공포영화를 좋아하거든요. 근데 오늘 밤 마지막 영화는 정말정말 초인적인 인내심을 요하는 것이었어요. 세시간 가까운 영화가 끝날 듯 하다가 안 끝나고 끝날 듯 하다가 또 안 끝나기를 열댓번 하더군요. -_-; 분명 예매할 때는 한시간 반짜리라고 생각했는데 제 눈이 삔 걸까요. (얼마전에 1.5/1.2 라고 자랑질 한 것이 민망하군요. ;;;) 완전 파김치 되어서 숙소로 돌아와 씻지도 않고 맥주 마시면서 다락방님께 하소연합니다. 흑. (이것은 술주정 댓글이었군요!!!;;;)

다락방 2010-07-19 13:33   좋아요 0 | URL
여동생은 오늘 아침 병원에 갔어요. 40주를 전후해서 태어나야 하는데 여동생은 41주를 지나고 있거든요. 그러면 뱃속 아기한테 안좋다고 해서 유도분만 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어요. 지금 제부가 그 옆을 지키고 있고 또 저희 엄마도 가 있답니다. 좀 전에 전화해서 어찌됐냐 물으니 촉진제를 맞았는데도 반응이 없대요. 끙. 제왕절개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찌될 지 모르겠어요. 태어나면 문나잇님, 제가 말씀드릴게요! ㅎㅎ

일전에도 부천 영화제 갔다가 공포영화 몇 편 포스팅 하셨던 거 기억해요. 지금쯤은 돌아오신걸까요? 예전처럼 영화제 갔다온 소감 페이퍼 써주세요! 저, 그때 문나잇님이 어떤 감독님 만났다고 하셨던 것도 기억해요. ㅎㅎ 그래서 문나잇님이 커피 한잔 사드렸다고 했잖아요! 재미있는 포스팅 해주세요, 네?

점심에 비빔냉면을 먹었어요. 분명 배부르게 먹었는데 따뜻한 밥을 먹고 싶어요. 그래야만 뭔가 채워질 것 같아요. 배는 부른데 허전하네요. 역시 냉면은 그냥 고기 후식일 뿐이에요.. ( '')
 

(Manci님의 이벤트 참여 페이퍼입니다.) 

 

여름에 필요한 건 아이스크림일 수도 있고 팥빙수일 수도 있고 삼겹살일 수도 있고 맥주일 수도 있지만, 저는 여름에 필요한건  슬픔과, 관능과, 공포와, 환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네가지에 걸맞는 소설 (저는 소설 말고는 다른쪽에 대해선 뇌가 없는것과 같으니깐요) 로 추천할게요. 이 책들은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는데 아직 알려지지 못한 책들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지금까지  슬픈 소설들을 읽었다면, 이 소설은 그 소설들에 쐐기를 박아 줄겁니다. 이 소설이 슬픈건 개인의 감정만이 아니기 때문이죠. 개인이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게 개인의 노력 여부에 달린게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불평등한 기회, 불평등한 조건, 태어날때부터 행해지는 차별. 이런것들이 개인을 억눌러서 그들을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한다면? 하아-  

물론 그들중에서도 그것이 부당함을 알고 그것을 밖으로 꺼내서 투쟁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나 그들에게 가해지는 건 더 나은 조건이 아니죠. 깜깜한 현실, 바뀌지 않는 미래에요. 절반도 읽기전에 눈물이 고일거고, 다 읽고 나서는 아무것도 내가 해줄 수 없다는게 절망스러워서 온 몸이 흐느적 거릴거에요. 지독한 절망에 빠지겠죠.  

여름에는 땀만 흘리는게 아니라 눈물도 좀 흘려야 해요. 눈물과 땀을 빼고 나서 기운이 빠지고 나면, 그러고나면 다시 또 힘내서 살 수 있잖아요. 

  

 

클레어는 어떻게 하다보니 현재에서 스코트족이 살던 과거로 넘어가버리게 되요. 그리고 그곳에서 제이미라는 연하의 남자를 만나게 되죠. 그곳의 삶을 살면서 제이미를 사랑하게 되고, 이미 현재에서 남편이 있었던 클레어는 제이미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음, 그러니까, 음, 몸으로 하는 사랑이 어떤건지 하나씩 알려주죠. (응?) 그러나 그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아니에요. 이 책에는 정말이지 아주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어요. 의학적 지식과 역사와 문화가요. 그리고 재미와 사랑이요. 몇권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저는 제이미와 클레어가 보냈던 한 관능적인 순간에 그만 무너져버려서, 흐윽, 책장을 덮었어야 했어요. 어휴, 한숨을 쉬어야 했죠. 이 책은 사실 오타가 몇개 발견되서 좀 씁쓸하긴 한데 흠뻑 빠져들만한 시리즈에요. 만약 이 시리즈가 재미있다면 바로 그 뒷이야기, 『호박속의 잠자리』도 같이 권할게요. 사실 뭐 이 두 시리즈를 읽어야 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죠.  

다른분들의 리뷰를 보니 번역이 엉망이라고 하던데, 음, 저는 번역은 잘 모르겠어요. 번역보다는 편집쪽에 좀 신경을 덜 쓴게 아닌가 싶더군요. 참고적으로 작가에 대해 한줄로 말씀드리자면, 

'동물학 학사 학위, 해양생물학 석사 학위, 그리고 생태학 박사 학위과정을 밟았다' 라고 합니다. 하핫. 

동물학 학사 학위, 해양생물학 석사 학위, 그리고 생태학 박사 학위과정을 밟은 작가의 역사로맨스 소설이라니, 궁금하지 않나요? 

  

 

네꼬님께 이벤트 선물로 이 책을 받아들고는 자기계발서인줄 알고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었는데, 아니 나를 아는 네꼬님이 자기계발서를 내게 줄 리가 없지 싶어 다시 꺼내보니 소설이더군요. 그리고  이 두꺼운 책을 이틀만에 다 읽었습니다. 와, 이건 정말 대단한 소설이에요. 무섭습니다. 귀신이 나오는것도 아닌데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르는 느낌이랄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죠. 그리고 그걸 들키기 싫어서 자꾸만 감추고 더 화내고. 그러나 자신의 양심이 하는 말까지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이 책은 내것이 아닌것을 가지려고 했던 한 남자의 욕심이 그 남자를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서서히 보여줍니다. 그가 잘못한 것을 '누군가가' 벌을 주는게 아니라 '세상이' 벌을 주는게 아닙니다. 그가 거짓말 하고, 그가 자꾸만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그가 결국 돌이킬 수 없게 되는건, 모두 그 자신이 한 일입니다. 그가 가진 욕심은 내게도 있는 욕심이라 혹시나 내게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아요. 무서운 소설입니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건 바로 자신의 양심인것 같아요. 굉장히 재미있고 굉장히 무서우며 흠뻑 빠져들만한 소설!

  

 

 

슬픔과 관능과 공포에 대한 책들을 추천했으니 마지막으로 남은건 환상이네요.   

이 책을 추천하는건 언제나 그렇듯 조금 망설여집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 책이 무척 좋아서 몇명에게 선물했는데 그들 중 누구도 이 책을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끙;; 

저는 이 책을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여자친구가 등장하는 로맨스쯤으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어요. [매혹]은 말 그대로 그 둘사이에 매혹적인 러브스토리가 있는건가 하면서 읽었구요. 저는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냥 일단 끌리면 읽습니다. 별 생각이 없죠. 그러나 읽으면서 초반에 우선 놀랍니다. 그러니까 기억을 잃은 남자와 여자사이에 놓여진건 그들의 과거의 연애와 과거의 삶이 다가 아니었던거였죠. 이것은 로맨스가 아닌겁니다. 그렇게 흥미진진하게 읽어가다가 마지막즈음에 또다시 한번의 반전 (작게 보면 작고 크게 보면 큰) 을 보고 저는 또 놀라고 말았죠. 세상에! 정말이지 이토록 매혹적인 작품이라니! 

이 책의 매혹은 읽다보면 무엇을 뜻하는지 아시게 될거에요. 이 책 속의 구름이 무엇인지도. 저를 만나본 사람들은 제게 인상이 강하다고 얘기하고 때로는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얼굴이라고도 얘기해요. 만약 그렇다면, 저는 매혹적이지도 않고, 제게는 구름도 없는겁니다. 구름은 동수에게 있어요.  (앗. moonnight님의 정보에 의해 책을 검색해보니 이 책 품절이네요. Manci 님께서 품절,절판되지 않은 책들을 추천해달라셨는데! 흑 ㅠㅠ)

  

 

여름엔 아이스커피~♬ 

라고들 하는데, 저는 여름이든 겨울이든 커피는 따뜻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스커피는 커피가 아니라 음료죠. 이것은 나이들면서 변하게 된 취향인데, 어쨌든 저는 따뜻한 커피가 좋습니다. 좀 전에 회사동료가 준 일회용드립을 내려 마셨더니 기분이 좀 나아졌어요. 일회용 드립은, 물을 붓기 바로 직전에 향을 맡으면 뭔가 천국 같은 기분을 선물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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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10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 하는 생각이 거기서 거긴가봐요 ㅋㅋㅋㅋㅋㅋ 동생이 제가 들고 있는 <심플 플랜> 보자마자, 소설이야??? 자계서인줄.. 이라고 했어요 ㅋㅋㅋㅋ 근데 진짜 심플 플랜 페이퍼를 써야겠다......

다락방 2022-02-10 12:09   좋아요 1 | URL
2010년 페이퍼에 2022년 댓글 달렸다!! ㅋㅋㅋㅋㅋ

- 2022-02-10 12:35   좋아요 0 | URL
나 잼께 읽은 건 다 찾아봄ㅋㅋㅋㅋㅋㅋㅋㅋ 남들도 재밌게 읽엇나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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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씰 요원들을 다룬 '수잔 브럭맨'의 할리퀸 로맨스 소설 시리즈 중에, 제목은 기억 안나는데 (왜 할리퀸 시리즈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을까?), 옆집에 사는 네이비씰 요원에게 자꾸만 연정을 품게되는 여자가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 뭔들 안그렇겠느냐만, 어쨌든 그 여자도 멋진 여자고, 그 남자도 멋진 남자인데, 이 남자와 그 여자는 이웃해 살면서 자꾸 친해지고 호감을 갖게 되고 반하게 되고 끌리게 되고 그런다. 그러다가 하루는 이 남자가 네이비씰 모임이 있어서 제복을 차려입고 그녀에게 뭔가 전할 말이 있어 그녀의 집 문을 노크하게 된다. 그녀는 문을 열고, 매일 사복 차림의 그를 보다가, 제복을 차려 입은 그를 보고 홀딱 반하게 된다. 그의 모습을 보고 눈이 부셔서 아무 말도 못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그가 말한다. 

"당신 표정을 당신이 봐야하는데!" 

하하하하. 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을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제복을 입은 멋진 남자의 모습이 그녀에게 엄청나게 각인된 건 사실인데, 모두에게는 각자의 로망이 있겠지만, 여자들에게는 이 제복에의 로망도 어느정도는 있는 것 같다.  

중학교시절 영어선생님도 첫연애에 대해 얘기해줄때, 돌이켜보면 자신이 사랑했던 건 그 남자가 아니라 그 남자의 제복이라고 말했었다. 제복을 입고 자신을 만나러 나오는 그를 보면 아주 뿌듯했다고. 그래서 나는 그때 아, 그럴수도 있는거구나, 라고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면서, 어렴풋이 짐작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었다. 

 

대학교시절 미팅을 했었다. 아마도 3학년때였던 것 같다. 여자 네명, 남자 네명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해군이었고, 하얀 제복을 입고 우리랑 마주 앉았다. 우리는 즐겁게 이야기를 했고 술을 마셨고 많이 웃었으며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러나 연락처 교환은 형식일뿐, 사실 나는 내가 미팅에서 어필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우리는 자리가 파하고 다같이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제복을 입은 남자 네명과, 평범한 여대생 네명이 한 버스 안에 타서 수다를 좀 떨고 그리고 그렇게 헤어졌으며, 역시나 짐작했던 대로 아무도 내게 애프터를 신청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나는 미팅자리 내내 그 누구의 눈길도 받지 못했고, 그 누구의 특별한 관심도 받지 못했으니까. 나한테는 그럴 일이 없다는 것 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며칠 뒤였다. 며칠 뒤 친구중 한명이, 그들 중 한명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며 강의실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오, 그래? 하고 미팅멤버들이 모여 우르르 편지를 돌려 보려는데, 그 친구가 나를 보며 이런 말을 했다. 

"야 근데, 여기, 너한테 보내는 편지도 들어있었어." 

응? 그 놈이 나한테도 편지를 썼어? 아니, 다른 애가. K 가 너한테 보내는 편지야. 나는 K 가 너한테 보내는 편지라길래 뜬금없어서 뻥인줄 알고 읽어봤는데 정말 너한테 보내는거더라.  

나는 깜짝 놀랐다. 나에게 편지가 온 것도 놀라운데, 보낸 놈이 K 라니, 그건 더 놀라웠다. 모두 동갑인 그 미팅에서, K 는 그 자리에서 혼자만 어렸었다. 나랑은 미팅자리에서 말을 한 기억도 없던 친구였다. 미팅 자리에서도 그는 조용했었다. 나도 놀랐고 친구들도 모두들 놀랐으며 아마 그 남자아이들도 놀랐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뭔가 엽기적인 내용이 아닐까 생각하며 편지를 읽어보는데 아, 세상에, 거기엔 나를 좋게 봤다는 말이 당연히 들어있었고(그러니까 편지를 썼겠지!), 그런데 그 내용들 뒤에 그가 전하고자 하는 요점은 이거였다. 단 한 문장으로 그는 앞서 했던 말을 요약했다. 

"누나랑 의남매 맺고 싶습니다!" 

하아-  

난 진짜 정말 별 소리를 다 듣는구나. 나는 지나치게 털털한 성격 때문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학교에 간 날에는 친구들에게 학교에 놀러 다니냐는 소리도 들었었고, 늘 만나 술을 마시던 남자사람친구들 한테는 불알친구라는 소리도 들었었고, 남자사람선배한테서는 너는 남자보다 편해, 라는 말도 들어봤지만, 하아, 의남매라니. 대체 의남매는 뭐야. 옆에서 내 편지를 같이 읽던 친구들은 배를 잡고 웃어댔다. 야, 세상에 남자한테 의남매 하자고 편지 받는애는 너밖에 없을걸, 의남매가 뭐냐? 이게 좋다는거야 싫다는거야? 까르르.. 

뭐 어쨌든 그녀석과 나는 그때부터 연락을 자주 했다. 다른 멤버들 모두 서로서로 전화도 하고 편지도 하고 그랬다. 어려서였는지 딱히 누가 누구랑 사귄다는 개념없이 그렇게 다들 잘들 지냈다. 아마 그들중에는 서로 마음에 더 들어온 상대도 있고 그랬겠지만 표면적으로 우리는 모두 친구였다. 위아더월드.  

그러나 K 는 달랐다. K는 다른 여자멤버들에게는 전화하지 않았다. 다른 여자멤버들에게는 편지 쓰지 않았다. K 는 나에게만 전화했고, 나에게만 편지를 썼다. 그리고 나에게는 소포도 잔뜩 보냈다. 그가 군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소품들을 커다란 박스에 넣어 보냈다. 우리는 모두들 서로의 안부를 다른 멤버에게 물을 수 있는 사이었지만, K의 안부에 대해서는 나에게만 물어야 했다. K 가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아서 다른 여자멤버들도 K 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다. 사실 다들 K에 대해서는 그다지 친근함을 느끼지 못했다. K는 모두에게 다정하거나 살가운 스타일은 아니었다. 나는 전화를 자주 거는 편은 아니었는데, 전화를 걸면 가끔 K 가 받을 때가 있었다. 

"네 통신보안 *********"  

하는 K 의 목소리를 들으면 나는 

"K야, 나야." 

했다. 

그때 아! 하며 전화를 받는 그의 음성은 정말이지 전화기 너머로 그 반가움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여서, 나는 그에게 전화하는 것이 좋았다. 순번대로 통신보안이 정해져 있다고 했는데, 나는 그녀석이 당번인날에만 전화를 걸었다. 그게 그러니까 저절로 그렇게 됐다. 내 전화를 그렇게까지 반갑게 맞아주는 녀석은 또 없었으니까. 그녀석의 반가움은 다른 녀석들의 반가움과는 뭔가 급이 달랐달까. 나야, 할때 그 녀석은 수화기 너머로 웃고 있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도 아주 활짝.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그때 내 전화를 받던 그 녀석의 표정을 내가 한번 봤어야 하는건데! 

 

나는 할리퀸 로맨스의 여주인공처럼 제복을 입은 남자라고 반하지는 않고, 중학교시절 영어선생님 처럼 제복을 입은 남자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지도 않다. 소설이든 누군가의 일화든, 나는 제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때 그 녀석의 표정을 보지 못했었던 것이 내내 아쉽다.  

 

그런데 그때 우리는 그러니까, 의남매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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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10-07-1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왠지 루시드폴의 '그건 사랑이었지~' 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걸요 ㅎㅎ

다락방 2010-07-13 13:25   좋아요 0 | URL
제대하고도 한동안 연락했었는데, 제가 직장생활하면서 스트레스 받아서 가출했거든요. 그래서 그녀석한테 가기로 했었는데, 중간에 아빠한테 붙잡혀서 집에 질질 끌려갔어요. 그 뒤로 우리의 연락은 끊어졌죠.

웽스북스 2010-07-13 14:00   좋아요 0 | URL
난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제목만? ㅋㅋㅋㅋ

다락방 2010-07-13 14:46   좋아요 0 | URL
난 그 노래요. 아마도 그건 사랑이었을거야~

그 왜..가수 이름은 생각 안나는데 눈 크고, 거울속으로인가 뭐 그런 미니시리즈 나왔던..그 가수의 노래요. 음, 니나님과 웬디양님은 어려서 모르려나? 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0-07-13 15:03   좋아요 0 | URL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 사랑이었을꺼야'...
89년에 나온 노래죠.
으윽~~
이노래 들으면...그냥 저절로 눈물이 나는구마는....ㅠㅠ

다락방 2010-07-13 15: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최용준!
나름대로 잘생겼다고 인기 있었던 가수였는데 말입니다. 저는 그 가수 눈이 너무 거시기해서 안좋아했지만 말이죠. 역시 마기님은 아시는군요!

비로그인 2010-07-13 15:18   좋아요 0 | URL
다락님께 드리는 선물!

다락방 2010-07-13 15:20   좋아요 0 | URL
아, 제목은 '아마도 그건' 이었군요. 사랑이었을거야, 는 제가 갖다 붙인거구요. ㅎㅎ

마노아 2010-07-1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는 그렇게 완벽하게 다락방님과 관계를 맺고 싶었나봐요. 이건 연애보다 더 강력한 걸요.
그렇지만 연락이 끊어졌다니... 안타까워요...ㅜ.ㅜ

다락방 2010-07-13 14:48   좋아요 0 | URL
제가 가출만 안했어도! 하아...
천안에서 잡혀서 집에 질질 끌려갔어요. 회사도 다시 다니게 됐구요. K는 부산 남자였는데, 부산에 오면 델꾸 있어주겠다고 했거든요. 걱정말고 오라고. 그런데 천안에서 잡혔어요, 천안에서! 하아-

가출만 안했어도 우린 계속 연락했을지도 모르는데, 뭐, 인생은 그런건가봐요.

건조기후 2010-07-13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복에 대한 로망이 깨진 지 오래됐어요. 육사와 가까운 여대를 다녔는데 육사생도들이 그 멋진 제복을 입고 (늘 들고 다니는 서류가방같은) 가방에서 새우깡을 꺼내 먹는 모습을 버스에서 본 이후로 완전.ㅋㅋㅋㅋㅋ 심지어, 포장된 떡볶이를 가방에 어떻게 균형을 맞춰 넣을 지 고심하는 모습도 봤죠! 가방은 폭이 좁고 떡볶이 포장그릇은 넙덕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어찌나 진지한지 정말 반하겠더군요.ㅋㅋㅋ

그 이후로 제 눈에는 폼나는 제복 뒤로 항상 새우깡과 떡볶이가 날아다닙니다.ㅎㅎㅎㅎㅎ

2010-07-13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13 14:52   좋아요 0 | URL
저는 원래 제복에 대한 로망은 없었어요. 지금도 없구요.ㅎㅎ
저는 벗은 남자 로망도 없어요. 저 좀전에 홈피에 일기썼는데 제목이 새우깡이었거든요. 그런데 건조기후님 여기서 막 새우깡 얘기하시고..ㅎㅎㅎㅎㅎ

그나저나 그 여대라면, 오오오오, 저 거기 한번 가봤습니다! 시험기간이었거든요. 외대앞에서 학교 가려고 버스 기다리다 탔는데, 아 글쎄 그 버스가 우리 여대앞에 세우는게 아니고 말씀하신 그 여대앞에 서는게 아니겠습니까! 저 내려서 완전 벙쪘죠. 여긴 우리학교가 아닌데.. 시험시간 다가오고 애들한테 막 전화오고. 야 일찍 와서 시험 공부 좀 하랬더니 너 왜 안와? 응, 나 **여대 앞이야. 우리 학교 가는줄 알고 탔더니 여길 왔네. 결국 저는 택시 타고 가서 시험 봤어요. 하하하하. 저는 뭐 늘 짱구였습니다.


아니 그리고 속삭이신님, 오, 거기였어요? 전 거기서 멀지 않은 학교였어요! ㅎㅎ


(쓰고보니) 여대 나온 여자사람들 많군요!

2010-07-13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0-07-13 16:58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런 로망이 좀 있었는데, 그 놈의 새우깡과 떡볶이 때문에.ㅋㅋ
솔직히 지금도 제복빨 제대로 받는 모습 보면 쫌 움찔하긴 하지만 금방 정신차려요.
저렇게 멋진 척 해봤자 결국 새우깡과 떡볶이다. 하고.ㅋ

pjy 2010-07-13 18:33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제복에 대한 로망을 산산히 부셔주시는군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7-14 08:45   좋아요 0 | URL
전 제복에 대한 로망은 별로 없었어요. 움화화핫

보석 2010-07-1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락이 끊겼다니! 이렇게 안타까울수가!

다락방 2010-07-13 15:13   좋아요 0 | URL
삶은 언제나 안타까움의 연속이죠.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만 편지..

보석 2010-07-13 17:1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오늘 흘러간 옛노래에 삘 받으신듯 ㅋㅋ

다락방 2010-07-14 08:45   좋아요 0 | URL
자고로 삘은 옛노래에서 받는거죠. 훗 :)

paviana 2010-07-1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로그인 하게 만드는 페이퍼에요.

제가 대신 찾아봐 드리고 싶네요.ㅎㅎ

근데 왜 아무도 가출이야기를 안 물어보실까요? 가출이야기도 궁금한데요.^^

다락방 2010-07-13 15:20   좋아요 0 | URL
제가 정신나가서 사춘기때도 안했던 가출을 스물네살에 했습니다. 그래봤자 잡혀가지고 질질 끌려왔지만. ㅎㅎㅎㅎ 뭐 언젠가 할 때가 오겠죠.

음 그렇지만 이제는 K군을 찾으면 안되는거 아닐까요? 저보다 두살 어린데, 지금쯤 아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함께 잘 살고 있겠죠. 가끔 의남매 하고 싶었던 저를 떠올리기도 하면서요. ㅎㅎ
담배를 보내가지고 제가 완전 뒤로 넘어갔었어요. 담배를 피우던 때였고, 집에서는 몰랐는데, 아 글쎄 선물로 집으로 담배를 보내가지고...집안이 발칵 뒤집혔었죠. 둘러대느라 죽을뻔 했어요. 어휴. 군담배를 ㅎㅎ

비로그인 2010-07-13 15:41   좋아요 0 | URL
푸하하~~
것두 군담배를....

다락방 2010-07-14 08:45   좋아요 0 | URL
그 담배를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요. 군88 이었는데..

... 2010-07-1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K군보단 다락방님 가출이야기가 더 궁금해요!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아서 가출............ㅠㅠ 너무 슬퍼요.........ㅠㅠ 엉엉엉.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으면 직장을 뛰쳐나가야지 왜 집을 뛰쳐 나가셨어요...... 부산 근처까지도 못가고 천안에서 잡히다니..........

다락방 2010-07-14 08:47   좋아요 0 | URL
아! 그것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스토리입니다. ㅎㅎ

회사에서 과장과 차장이 집으로 찾아와서는 부모님께 저를 설득해서 다시 회사 좀 다니게 해달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전 가출1박2일만에 아빠께 잡혀갔어요. 하아- 집에 가서는 한의원에 갔고 머리에 침 좀 맞았죠. 머리에 침 맞으면서 엄청 울었네요. 세상이 너무 더러워서..

젊은 남자애 집에서 며칠이고 묵을 수 있었는데, 제기랄, 다시 회사라니...

레와 2010-07-1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사우나 가자'는 말은 아직 안 들어 본거죠?! 이 말까지 들어야 되는데..ㅋㅋ




아까운 인연들이 많다.. 다락방..

다락방 2010-07-14 08:47   좋아요 0 | URL
으응? 사우나? 사우나는 왜요? ㅋㅋㅋㅋㅋ

moonnight 2010-07-13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 K군 너무 멋진 친구네요. 두 분 사이의 풋풋한 감정들이 막 느껴지는 거 같아요. 다락방님 이야기는 침 꼴딱꼴딱 삼키면서 읽게 돼요. 아우. 부러워라. ^^

그러면서, 수잔 브럭맨의 할리퀸 로맨스를 검색. -_-;

다락방 2010-07-14 08:51   좋아요 0 | URL
수전 브럭맨의 할리퀸 로맨스는 수잔 브럭맨을 최고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빌려줘서 읽게 된 거에요. 그런데 어찌된게 제목이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아요. 하나 아주 그냥 엄청나게 에로틱해서 던져버릴 뻔한 책 있었는데요. ㅎㅎ 폰섹스가 나오는데 와 정말, 어휴, 엄청나서. ㅎㅎ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관계를 만들어가고 하는 것은 단순히 우연은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음, 운명이란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K 군을 지금 만났다면 조금 다른 사이가 됐을수도 있었을텐데, 그때 그렇게 만났던건 결국 뭐 옆에 있으려는 인연은 아니었던거겠지 싶고 말입니다. 지금 제 곁에 있는 사람들중 많은 사람들은 또 앞으로 십년후에 곁에 없겠죠. 그리고 그때는 다른 사람들이 있을테구요.

L.SHIN 2010-07-1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남매를 가장한 무언가가 뒤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ㅎㅎ
하지만 이해가 되는 걸요. '사귀고 싶다'라고 말했을 때는 거절당할 수 있다는 염려와 서먹해지는 관계가 생길 수도
있지만 '친구' 혹은 '의남매' 이런 사이라면..말이죠. 음, 그래요. 자연스럽게 가까이 지낼 수가 있겠죠.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말입니다.(웃음)

다락방 2010-07-14 08:53   좋아요 0 | URL
음 (끄덕끄덕) L.SHIN님. 무슨뜻인지 알겠어요. 그건 마치 제가 좋아하는 남자의 옆에 '친구'라는 이름으로 붙어 있는 것과 같은거에요. 그쵸? 괜히 나랑 연애나 하자, 했다가 거절 당하면 옆에 있지도 못할테니,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그냥 우리는 좋은 친구야, 라고 하면서 옆에 있는 그런 마음. 그렇게라도 옆에서 지내고 싶은 그런 마음.

L.SHIN 님의 생각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요. 음, 어쩐지 조금 답답해지기도 하고 말이죠.

새초롬너구리 2010-07-13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에서 구할 수 있는 소품을 박스에 넣어 보냈다'에서 알아챘습니다. 그의 마음은 핑크색이였네요.

다락방 2010-07-14 08:54   좋아요 0 | URL
보냈던 마음에 비해 받았던 사람의 태도가 그다지 정중하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워요. 그것들이 어디있는지 전혀 모르겠거든요.

순오기 2010-07-14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노래 좋아요, 89년이면 첫딸 낳아 키우느라 무슨 노래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시절.
다락방님 기억창고의 이야기는 더 좋고요~~~~~~아, 안타까워라~ 그렇게 소식이 끊겼다니...

다락방 2010-07-14 08:56   좋아요 0 | URL
분명 그 친구와의 인연은 안타깝지만, 안타깝지 않은 다른 인연들이 생기고 있으니까요. 인생은 그런거라고 생각합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0-07-14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제가 우리집 골목 초입에 들어서면 벌써 대문을 긁어대며 미친듯이 꼬리를 흔들며 기다리던 우리집 강아지가 생각나네요..

맞아요.. 절 그렇게 환영해준 사람은 없어요.. ㅠ.ㅠ

다락방 2010-07-14 13:24   좋아요 0 | URL
(토닥토닥) 휘모리님, 휘모리님.

아마도 그래서 저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잘 하지 않는가봐요. 저는 제가 전화했을 때 정말 반갑게 받아주는게 좋거든요. 그런데 아마 반가움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서 전화통화를 안하나봐요. 제 핸드폰 요금중에 통화료는오천원도 안나와요. 목소리만으로도 반가움이 전해지는데, 실망하고 싶지 않으니까 안하게 되나봐요. 오천원어치의 통화는 제 가족들과 해요.

날 그토록 환영해주고, 반가워해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쉽지 않은 일이죠. 울지말고 언제 우리 소주나 일병 합시다.

무해한모리군 2010-07-14 18:28   좋아요 0 | URL
하지만 소주를 한병이나 마시면 제가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지도 모르는데! ㅎㅎㅎ

따라쟁이 2010-07-14 18:40   좋아요 0 | URL
나도.. 휘모리님께서 꼬리 흔드는걸 보고 싶어요+_+

다락방 2010-07-15 09:09   좋아요 0 | URL
컹컹.
어쩐지 짖고 싶어요.

바이런 2010-07-1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편의 단막극 같아요ㅜㅜ

다락방 2010-07-15 09:09   좋아요 0 | URL
바이런님 울지 않게 조만간 기쁜 단막극도 올려야겠네요. 뭐, 지금 딱히 생각나는 건 없지만 말입니다. 흣 :)

자하(紫霞) 2010-07-1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출 사건을 말해 달라!!
그것이 궁금하다!!

다락방 2010-07-15 10:25   좋아요 0 | URL
흠흠. 그것은 그러니까 흠흠. 에...좀 찌질해서 패쓰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