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1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황순원'의 「소나기」때분에 보조개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됐다면 죽음에 대한 낭만도 갖게 됐다. 그당시 나는 국어선생님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내가 시한부 인생이라면 국어 선생님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거다. 뿐만 아니다. 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를 보고서는 펑펑 울었었다. 그 영화의 여자주인공처럼(아마 하희라였을거다), 죽기 전날 반 아이들 모두에게 편지를 써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싶었다. 그러면 아무도 나를 잊지 못하겠지. 영화 『라스트 콘서트』는 그중 압권이었다. 죽어가는 여자를 관객석 앞에 앉혀놓고 남자는 마지막 연주를 들려준다. 그녀는 그 연주를 들으면서 숨을 거둔다. 당시 그 영화의 여주인공은 백혈병 환자였는데, 그 때부터 백혈명은 뭔가 낭만적인걸로 느껴진거다. 참 철없던 때의 얘기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나랑 매일 하교를 같이 하던 친구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 아마 그말은 고등학교 3학년이라면 누구나 가끔은 내뱉었던 말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친구에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된다고. 너, 죽으면 니 영혼이 스르르 빠져나와서 니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주변에 머무를 것 같지? 절대 아냐, 끝이야, 끝. 너는 그냥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고. 너라는 존재가 무(無)가 돼. 죽음에 대한 환상따위 갖지 말고 살어. 죽음에 대해서 결코 낭만을 갖지마, 라고 말했다. 대체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 나는 왜이렇게 변한것일까.


나는 여전히 귀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에게 귀신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이 '죽었을' 때 그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와 천국으로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육체가 죽는 순간 몸의 모든 기능이 정지하듯 정신적인 기능도 정지하고 그상태로 끝. 암흑. 그 뒤는 더이상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 영화 『사랑과 영혼』처럼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가서 그 사람을 지켜보는 일 같은건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확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죽음이 두려웠다. 죽고나서 모든것이 끝나는 상황이 두려웠다. 더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아무것도 경험할 수도 없다는 게, 누구의 옆에도 있을 수도 만날 수도 없다는 게 두려웠다. 이 두려움을 24시간 365일 가지고 사는건 아니지만 간혹 후려칠 때가 있다. 누군가 이 불안을 좀 해소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면서 죽음을 원할때도 있었다. 끝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내가 고통스러울 때 그랬다. 불안하거나 두렵거나 슬픔이 극에 달해있을 때면, 내가 죽어 없어진다면 이런 생각을 혹은 이런 고통을 멈출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내게 대체적으로 무서웠지만 그보다는 드물게 해결책이 되는 듯도 보였다.



그래서 이 책, 『죽음이란 무엇인가』의 표지를 보고 읽고 싶어지면서 동시에 망설였다. 이 책이 나의 두려움을 해소해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나고 싶다가도 그 순간은 내가 가장 두려울 때로 미뤄둬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했다. 무엇보다 표지에 쓰인 말이 잊혀지질 않았다.



나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내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문장이 거기 쓰여있었다. 나는 반드시 죽을 거라는 말. 알면서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말. 그런데 정말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 내가 가진 두려움은 위로로 탈바꿈하게 될까? 나는 평안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될까?



그러나 책의 절반까지 셸리 케이건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영혼의 존재를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에 대해 얘기한다. 실제적으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철학적으로 주장하고 또는 반박한다.무엇보다 셀리 케이건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셸리 케이건은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죽으면 모든것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죽음에 대한 정의가 나와 같은데, 이 사람이 하고자 하는 얘기는 대체 무엇일까.



내가 죽고 나서 내 몸이 부활하거나 내 인격이 이식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죽음이 나의 진정한 종말이라 생각한다. 죽음은 나의 끝이자 내 인격의 끝이다. 이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이다. 죽음은 그야말로 모든 것의 끝이다. (p.245)



물론 과학적 시선으로 더 많은 세부적인 사항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학자의 시선으로 볼 때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봤던 죽음이라는 개념에 더 이상 신비로운 것은 없다. 인간의 육체는 살아서 움직이다가 파괴된다. 결국 이것이 죽음에 관한 전부다. (p.266)



내가 죽음을 두려워할때, 그것을 입밖으로 내어 말할 때 나는 당연한 듯 영생에 대해 생각했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면, 그게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바라왔다. 그러나 셸리 케이건은 영생이 지루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조금 더 길게 사는게 아니라 죽지 않고 살아간다면 모든것들이 지겨워질 거라는 거다. 하고 싶어서 선택한 공부도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는것도 계속해서 할 수는 없고, 수학이 지겨워져서 과학을 해도 다른 음악을 찾아듣고 다른 그림을 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거다. 나는 영생이 반복되는 일상들로 인해 지루해질 수도 있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럴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수긍하며 다소 놀랐다. 아, 그래, 나는 막연하게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삶이 어떻게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구나. 그러면서 반발심이 들었다. 그러나 영원히 사는게 가능하다면 이미 존재하는 학문외의 다른것을, 이미 존재하는 예술외에 다른 것을 우리 인간들은 만들어내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루하거나 지겹지 않을수도 있지 않나? 물론 영생은 이제 내게 다른 식으로 부조리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결국 아무도 죽지 않고 모두가 영원히 산다면, 그렇게 계속해서 자손을 번식한다면, 그때 대체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늘까지 닿는 집을 짓는다 해도 거기엔 분명 한계가 존재하지 않을까.



유한한 삶이기 때문에 셀리 케이건은 우리가 세운 삶의 목표와 가치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고작해야 백년 정도를 살 수 있을 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 것에 대해서 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지는 거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랬다. 내가 세운 몇 가지 삶의 목표-대단할 건 없는 목표라지만- 나는 그걸  마흔이 되기전에 하겠어, 쉰이 되기 전에 하겠어, 라고 결심하진 않았지만 죽기 전에는 이것들은 해보고 싶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이건 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되 가장 스트레스 받지 않는 방법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기를 바랐다. 이 인용문을 그래서 몇 번이나 읽어봤다. 에키푸로스가 쓴 글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가장 끔찍한 불행인 죽음은 사실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한 죽음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죽음이 우리를 찾아왔을 때 우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있든 이미 죽었든 간에 죽음은 우리와 무관하다. 살아있을 때는 죽음이 없고 죽었을 때는 우리가 없기 때문이다. (p.306)



셸리 케이건은 죽음을 두려워해서는 안되는 까닭을 철학적으로 근거를 대며 얘기해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두려움이 없어진 건 아니다. 결국 셀리 케이건은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죽음을 대면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내가 이 긴 책을 한 권 읽었다고 해서 '그래, 죽음과 대면하자' 하고 내 생각이 바뀌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하는 말들이 가끔은 퉁 치고 넘어가려는 것도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알겠지만, 아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반드시 같지 않다. 이 책은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처럼 아이비리그의 명강의라고 하는데, 책으로 JUSTICE 와 DEATH를 둘 다 만난 나로서는 정의 쪽이 더 재미있었다. 잠깐 고개를 갸웃하며 그것은 죽음보다 살아가는 일이 더 재미있기 때문일까, 라고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반드시 그래서만은 아닌듯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때문에 나는 별 넷을 줄 수 있었는데, 그건 누군가가 내가 두려워했던 바를 공개적으로 말해줬다는 데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라니. 나는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책을 반드시 읽고야 말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게다가 그가 조목조목 '자신만의' 철학으로 죽음에 대해 얘기해주는 글들을 읽으니 이 세상에 나만 홀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건 아니라는 생각에 약간은 위안이 된다. 어쩌면 나는 이 세상의 보편적인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죽음과 대면할수는 없을것 같다. 책장을 덮고서도 여전히 두렵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셸리 케이건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생각들에 관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나는 그것만으로 만족스럽다' (에필로그中)고 했다. 그렇다면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나는 만족스런 독자가 되긴했다.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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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1-08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살아있을 때는 죽음이 없고 죽었을 때는 우리가 없기 때문이다.
죽음도 관념으로밖에 인식할 수 없는 우리.
이 책 담아갈게요. 보관함에 있지만 진짜로 장바구니로.ㅎㅎ
새해부터 저는 '죽음'에 붙들려있어요, 다락방님.
아니 지난 12월부터요.

다락방 2013-01-09 15:06   좋아요 0 | URL
이상해요, 프레이야님. 영하 [아무르] 탓일까요. 최근에 죽음에 대해 사람들이 꽤 자주 말하는 것 같아요. 현재 화제의 서재글에 올라있는 자노아님의 글도 죽음에 대해 얘기한 페이퍼구요. 지금은 다들 그런 생각을 하는 때인걸까요.

프레이야님, 제가 소설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예일대 교수의 명강의를 책으로 읽는 것보다는 죽음에 대하여 잘 쓰여진 소설을 읽는 쪽이 적어도 제게는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셸리 케이건이 강의를 한다면 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요.

Mephistopheles 2013-01-08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 이건 절대 답이 없어요.-

다락방 2013-01-09 15:0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예일대 명강의 교수의 책을 읽는다고 해도 제가 어떻게 살아야할지는 잘 모르겟어요, 메피스토님.

2013-01-09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9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9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9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9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0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0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1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3-01-1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철없던 시절에 자주 죽음을 생각했어요.
내가 지금 죽어버리면 누군가는 분명히 마음 아파하겠지.
죽음을 누군가에게 복수의 수단으로 사용하려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도 있었구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제 생각에는 그냥 순간순간에 충실하면서 살아야하지 않을까요?
그건 어떤 대의나 가치에 충실하게 사는 것일수도 있고,
욕망이나 욕구에 충실한 삶일 수도 있겠지요.
그 선택이 각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말해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대답은 정말 어렵지요!
좋은 책 소개 잘 읽었습니다! ^^

다락방 2013-01-14 09: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감은빛님, 복수의 수단. 어쩌면 그랬던것도 같아요.
물론 저는 복수의 수단보다는 낭만적인 수단이었지만 말이죠.

죽음에 대한 책을 읽었다고 해서 기본적으로 제가 가지고 있던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진 않는것 같아요. 전 언제나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일단은 지금 살고 있는 현재에 충실하자고 생각했거든요. 아마도 그대로 계속 살게될 것 같아요. 감은빛님 말씀처럼 순간순간 충실하게 사는거, 그게 답인것 같아요. 적어도 지금은 말이죠. 앞으로 더 나이들면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요.

장분도 2013-05-22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책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매일 고민하고 연구하고 도구들을 계발하며 살고 있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두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것은 바로 identity와 Destiny 인 것 같습니다. (저의 소견으로는요.)

모든 사람들 안에 talent 가 있고,
그 talent를 발견하면 vision이 되고,
비전은 꿈이되고,
꿈은 목표가 되고,
목표는 방향을 같게 하고,
그 방향으로 포기하지 않고 걸으면, 우리 삶에 passion이 생기게 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Passion은 영향력이 있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리더십이 있다고 부르고,
이 리더십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우리는 리더라고 부르며,
그 사람은 결국 자기의 identity와 destiny를 define하고 passion을 가지고 리더의 자리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봅니다.

아이러니하게,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결국 죽음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

저는 지금 뉴욕 LGA공항 라운지에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지금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죽음을 생각할수록, 더 열심히 살아보고 싶어집니다.
10년 후 혹시라도 제가 이 글을 다시 우연히 보게 될 날이 온다면,
그 때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것에 얼마나 의미가 있고,
사람들이 어떻게 identity와 destiny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지, 전하는 행복 전도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장분도 2013-05-22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책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매일 고민하고 연구하고 도구들을 계발하며 살고 있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두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것은 바로 identity와 Destiny 인 것 같습니다. (저의 소견으로는요.)

모든 사람들 안에 talent 가 있고,
그 talent를 발견하면 vision이 되고,
비전은 꿈이되고,
꿈은 목표가 되고,
목표는 방향을 같게 하고,
그 방향으로 포기하지 않고 걸으면, 우리 삶에 passion이 생기게 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Passion은 영향력이 있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리더십이 있다고 부르고,
이 리더십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우리는 리더라고 부르며,
그 사람은 결국 자기의 identity와 destiny를 define하고 passion을 가지고 리더의 자리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봅니다.

아이러니하게,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결국 죽음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

저는 지금 뉴욕 LGA공항 라운지에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지금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죽음을 생각할수록, 더 열심히 살아보고 싶어집니다.
10년 후 혹시라도 제가 이 글을 다시 우연히 보게 될 날이 온다면,
그 때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것에 얼마나 의미가 있고,
사람들이 어떻게 identity와 destiny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지, 전하는 행복 전도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dts] - 할인행사
소피아 코폴라 감독, 빌 머레이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혼자 머무는 호텔, 혼자 타는 기차, 잡히지 않는 마음. 같은 공허함을 가진 낯선이를 만나는 순간, 삶은 다시 괜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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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1-0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개개인이 가지는 고독지수를 가듬할 수 있는 영화라고 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3-01-07 11:27   좋아요 0 | URL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도, 25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50대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그렇구요. 불안해하다가 누군가를 의지하고 위로하고 위로받다가 또 불안해하다가.. 삶은 그런식의 연속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인가봐요.

dreamout 2013-01-07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아주 쓸쓸히.. 그렇지만 아주 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새삼스럽네요.

다락방 2013-01-08 08:55   좋아요 0 | URL
뭔가 할 말이 많아져서 길게 페이퍼를 쓰다가 죄다 지워버리고 한줄로만 썼어요. 저도 혼자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졌어요, 드림아웃님.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호텔 침대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고도 싶어졌구요. 반드시 도시여야 할 것 같아요. 도시 한복판.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
구보 미스미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의미가 없는건 아니지만 굉장히 자극적이고 재. 미. 없. 다. (여전히 별 둘과 셋 사이에서 갈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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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르 2013-01-07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극적이고 재.미.없.기가 쉽지 않은데..궁금해지네요.
책 커버와 제목이 낯이 익네요.

다락방 2013-01-08 08:57   좋아요 0 | URL
책 읽는 내내 몇번이나 그만읽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별을 두개 넘게 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마지막에 뭐랄까, 약간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들이 있기는 해서..에세르님, 그런데 다른 분들 평을 보니 다 좋아요. 저만 안좋아하는 것 같아요. 하핫 ;;
 
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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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쁜 아기 선발대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도 그런 것이, 왜 예쁜 아기를 가진 부모를 축하하고 상을 주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장애아를 가진 부모를 벌하고, 또 그들에게 벌금을 물게 하지 않는가? 마치 그들의 잘못인 듯 말이다.-83-84쪽

뭔가 흔적을 남겼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 흔적이라는 것은 깨끗하게 닦아놓은 바닥에 흙 묻은 발로 남겨놓은 발자국 같은 것이다. 그래서 혼이 나는 그런 흔적이다.
토마를 바라보거나 멀리 간 마튜를 생각할 때면, 과연 아이들을 만들어낸 것이 잘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마 아이들에게 물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아이들이 느꼈던 작은 기쁨, 스누피 인형, 따뜼한 목욕물, 고양이의 부드러운 몸짓, 햇살, 공, 마트 산책, 타인의 미소, 장난감 자동차, 감자튀김‥‥‥
이 모든 것이 있어 아이들의 삶도 살아볼 만한 것이었다면‥‥‥하고 바라본다.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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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1-0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론가의 말투를 흉내내보자면, 예쁜 아기 선발대회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명확히 느끼게 해주는 밑줄이군요. 정말, 공감되요. 예쁜 아이한테 상주면 못난 아이는 벌금받고... 이것도 하나의 편견이자 배척이라고 느낍니다. 뭐 저는 ... 그런거 받을 외모가 아니라 이러...는 걸까요 ㅋㅋㅋ

다락방 2013-01-08 16:48   좋아요 0 | URL
예쁜 아기가 예쁘다는 것은 그 아기의 큰 장점이긴 하죠. 예쁘다면 매력적으로 어필하기도 쉽구요, 여러가지로 생활하기에 편할거에요. 그런데 그런 장점을 줬다고 해서 그 부모에게 '상'을 준다면, 상대적으로 예쁘게 태어나지 못한 아기들의 부모 또 장애아의 부모는 '상 탈만한 부모'가 못되는 셈이잖아요.

이 책의 저자는 아들 둘 딸 하나인데 두 아들이 모두 장애아에요. 그래서인지, 저 문장이 유독 아프더라구요. 잔인하게 느껴지고.
 
눈을 뜨면

 

영화 『더티 댄싱』에서 댄서인 '쟈니'는 부잣집에서 넘치는 교양으로 무장한 '프란시스' 에게 춤을 가르쳐주면서 공간의 중요성을 말한다.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여기는 내 공간, 여기는 니 공간. 그때 흐르는 노래는 「Hungry eyes」다. 당시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는 제목의 한글번역까지 되어 있었는데, hungry eyes 의 제목은 '갈망하는 눈동자'였다. 그 번역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만약 나였다면 결코 갈망하는 눈동자로 번역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의역에 의역을 거듭해도 '굶주린 눈동자'라고 했을 것 같다.

 

 

 

 

 

 

 

공간을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는 규칙은 춤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하게 지켜져야 한다. 물론 각자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친구' 라거나 '연인'이라거나 하는 관계의 성립에서 적당한 거리를 지키고 공간을 내어주는 것은 무엇보다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어떤 사람들은 연인 사이에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친한 친구니까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친구든 연인이든  내가 만들어놓은 공간을 침범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 좋다. 가까워지고 싶은 욕망은 물론 이해한다. 나 역시 그렇다. 나도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거리를 좁히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거리는 좀 멀어, 이 공간은 좀 넓어, 난 이걸 좀 좁히고 싶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조금 더 다가가려고 해보고 조금 더 친근하게 굴려고 해보지만 그럴때마다 자꾸 돌이켜보게 된다. 혹시 상대는 원하지 않았는데 내가 이걸 부수려고 했던건가? 그렇다면 오히려 나를 밀어내고 싶지 않을까?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얼마만큼이 적당한 거리인지 모르겠고,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얼마만큼이 그가 만들어 둔 그만의 공간인지를 모르겠다. 그 거리를 모르겠는건, 내가 그 사람에게 가고 싶은 욕망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그래서 내 눈이 가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보고 싶지 않은걸지도 모른다. 알고 싶지 않은걸지도 모른다. 나는 내 공간을 지켜주려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들이야말로 나를 진정 아낀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러니 아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렇겠지. 공간을 준다는 것, 그 공간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쉬운듯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아름다웠다.

 

그녀가 마침내 말했어요. "나는 내 또래에서 당신처럼 예의 바른 사람을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나는 그리 기쁘지 않은 어조로 말했어요. "예의 바르다고요?" 그녀가 미소를 지었어요.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에요. 지루한 예의 바름 말고요. 정중한 예의 바름 말이죠. 당신은 사람들에게 공간을 줘요. 나는 정말로 그게 좋아요. 흔하지 않은 일이에요." (p.26)

 

 

 

 

 

 

 

 

 

 

 

 

 

 

 

 

 

나는 거리를 지키고 싶고 나는 공간을 갖고 싶은데, 무작정 그걸 파고 들어오려는 사람에 대해서 나는 결코 가까운 거리를 허용할 수가 없다. 오히려 멀어진다. 상대로부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신경이 곤두선다. 상대로부터 '예의 바르다'는 말을 듣는것, '공간을 준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 아, 그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아름답다. 존중이 느껴진다. 그러니 이 책속의 여자도 그를 좋아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정말로 그게 좋아요, 라고 말할 정도로. 그래, 상대의 공간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 상대에게 공간을 준다는 것, 그건 흔하지 않은 일이다.

 

이 문장이 너무 좋아서 이 문장을 나처럼 좋아할 것 같은 친구에게 찍어 보냈다. 친구는 예상대로 무척 좋아하면서 이 문장의 원서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더니 잠시동안의 시간이 흐른후, 능력있는 내 친구는 이런 메세지를 보내왔다. 자, 다같이 새해를 맞이하여 영어 공부 한 번 해보자.

 

 

"I don't think," she said finally, "I've ever met someone our age as polite as you." "Polite?" I said, less than radiant with joy. She smiled. "I don't mean it that way," she said. "Not boring polite. Respectful polite. You give people their space. I really like that. It's unusual."

 

 

오늘의 문장 혹은 올해의 문장쯤이 되지 않을까.

 

 

물론,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의 거리를 좁히고 싶은 마음은 있다.  나는 그에게 공간을 주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니 그가 이 노력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는 마음도 있다.

 

 

 

그녀는 다 웃고 나더니, 내 손에 자기 손을 얹고 말했어요. "당신이 보고 싶었어요. 돌아와서 좋아요."

나는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내 손가락을 밀어 넣고 싶었지만 가만히 있었어요.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접촉이 끊겨 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p.74)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그 손가락 사이로 내 손가락을 밀어 넣고 싶은 마음이 대체 왜 들지 않겠는가. 그런데 가만히 있었다니, 그는 정말이지 정중하게 예의바르다. 그래, 여자는 아직 자신의 공간이 필요하고 아직 잊지 못하는 연인이 있다. 그런 여자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가는 지금 유지되고 있는 관계가 바스라질지도 모른다. 남자는 여자를 좋아한다. 그는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당신이 보고 싶었어요 돌아와서 좋아요, 라는 말을 하게 되는 날이 내게 온다면, 그런데 상대가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는다면, 그러나 나는, 가만히 있진 않을테다. 그 손가락 사이로 내 손가락을 밀어 넣을거다. 공간을 줄테니 손가락만큼은, 그 순간만큼은, 받아주어도 좋지 않을까.

 

 

 

 

친구를 만나서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기전에 우리는 따뜻한 정종을 마시러 갈까 와인을 마시러 갈까 어떤걸로 정할까 고민했었는데, 영화에서는 스테이크 먹는 장면이 자꾸 나왔다. 모두가 울었다는 그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데 나는 친구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서 와인을 마시자고. 친구도 그러자고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이 복잡했다. 여자가 아팠다. 부부는 함께 오래 살았다. 거동이 불편한 여자의 간병을 남편이 해준다. 내가 불편할 때 병간호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렇다면 사람은 결국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하는걸까. 그러나 여자는 남편에게 그리고 자식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다. 침대에 소변을 보는 자신이 창피해 숨어버리고만 싶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제 명확한 단어가 되어 나오질 않아 상대가 알아듣지도 못한다. 여자는 물 마시는 것조차 거부하고 죽어버리고만 싶다. 그나마 말을 할 수 있을 때 그녀가 계속 내뱉던 말은 '너무 길어, 너무 길어' 였다. 인생이 너무 길다는 말. 그런 그녀를 보니 그녀의 마음이 짐작이 되었다. 어쩌면 혼자가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 모습, 나였어도 보이기 싫었을테니. 아무리 내가 사랑했던 그리고 함께 살았던 사람이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결코 편하지 않을테니.

 

아내의 미안함을 아는 남편은 말한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고, 당신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겠냐고. 그러나 아내는 말한다. 물론 많이 생각해봤다.

 

 

그러나 생각과 현실은 달라요.

 

 

그래, 생각과 현실은 같지 않다. 내가 아팠다면 너도 이렇게 했을거야, 와 정말 아파서 병간호를 받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같을까. 우리가 이해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지 않을까.

 

 

침대에 누워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는 엄마를 딸이 찾아온다. 딸은 엄마의 모습을 보고 운다. 나는 그런 딸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엄마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앞으로의 내 생각도 났다. 우리 엄마가 저렇게 아프면 어떡하지, 내가 그걸 어떻게 감당하지.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그러면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살지. 내가 늙으면 어떡하지. 내가 늙어서 저렇게 거동조차 불편해지면, 그러면 그때는 어떡하지. 생각하니 답이 나오질 않고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다보니 생각하고 싶지 않아졌다.

 

 

 

 

고기와 술을 마시고 배가 터질것 같았던 친구와 나는 종로 알라딘 중고샵으로 갔다. 친구는 갈 때마다 눈에 띄는 책을 찾지 못했다고 했는데, 나는 책장앞을 서성이면서 친구에게 이 책 읽으라며 자꾸만 책을 숑숑 빼주었다. 친구의 팔은 점점 책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나 역시 책을 막 빼들었다. 고르다보니 일곱권이었는데 계산 직전 두 권을 빼놓았다. 이걸 들고 집에 가자니 지독하게 무거울 것 같아서. 결국 나는 다섯권을 손에 들고 중고샵을 나왔다.

 

 

 

 

 

마태우스님의 리뷰를 보고 『악의 교전』을 장바구니에 담아두었었는데 똭- 눈에 띄는게 아닌가! 그래서 냉큼 빼들었는데 유감스럽게도 1권은 재고가 없었다. ㅠㅠ 1권 없으니 2권도 사지말까 하다가, 아니야 어차피 살 책이니 2권이라도 일단 사놔, 하고 들고왔다. 『그토록 먼 여행』은 장바구니에 너무 오래 들어있었다. 항상 넣었다가 뺐다가를 했었는데, 책과 나도 만날 때가 있는건가보다. 지금은 그 때가 되었고.

 

 

 

 

오늘 외출하는 길에는 박정현의 노래를 들었다.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아, 이노래가 이렇게 좋았던가!! 그러고보면 노래와 나도 만날 때가 따로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책을 좀 읽다 자고 싶은데 졸리네. 이를 어쩐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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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떠나려는 그대를
    from 마지막 키스 2016-11-11 17:58 
    '모신 하미드'는 『주저하는 근본주의자』에서, 내가 되고 싶은 나와 본연의 나는 다르다고 말해서 사람 가슴을 찢어놓더니, 이 작품에서도 결국은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아니, 그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내가 그렇게만, 그것만 받아들인 것 같다. 처음엔 묵직한 작품이 아니잖아? 하고 설렁설렁 읽다가, 결국 또 가슴이 뜯겨져나가 버렸다 ㅠㅠ 페이퍼로 길게 막 쓰다가, 너무 구질구질해져서... 간단하게, 내 가슴 찢어졌다고만 말하련다 ㅠㅠ다 읽고나니,
 
 
turnleft 2013-01-06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는 다음번 책 주문할 때 꼭 같이 넣어야겠어요.

다락방 2013-01-07 10:00   좋아요 0 | URL
네, 턴님도 한 번 읽어보세요. 어쩐지 두근두근하네요.

Jeanne_Hebuterne 2013-01-0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의 일이다. 슬퍼할 거 없다.
김훈을 카피한 듯한 모친의 말씀.

(그런데 그 뒤, 이러셨어요. 치매는 상관없어. 난 제정신이 아니니 안괴롭겠지만 너희가 괴롭겠지. 그러니까 내가 정신 멀쩡할 때 나한테 잘 하도록 하렴.)

아빠 어디 가? 를 다락방님이 어떻게 읽으실지 모르겠어요. 태어날 때 부터 죽어버렸던 아이를 어떻게 해야할까. 너와 함께 모차르트의 천성적인 밝음을, 쇼팽의 서정을 이해하고 싶은데 너의 세계는 어디 있는지 내가 닿을 수가 없다, 라고 말하는 아버지를 읽는 내내 마음아팠어요. 부모가 대신 해 줄 수 없고 자식이 대신 해 줄 수 없는 일이 너무나도 많아요. 그럼에도 전 모든 자식은 부모의 풍선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심지어 '사랑해, 파리'라는 영화에는 늙은 아버지가 미혼모 딸에게 '넌 풍선이 아니야. 넌 비행기였어'라고 말하는 장면까지 있는데 저와 모친은 그게 진짜라고 끄덕거렸어요. (물론 그 뒤 절 물끄러미 보더니 비행기도 비행기 나름이긴 한데......라고 말씀하시는 걸 잊지 않으셨어요)

삼겹살을 구워먹고 검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지금, 다락방님 페이퍼를 읽고 흔적 남깁니다. 흔적이 길어요.

다락방 2013-01-07 10:06   좋아요 0 | URL
자연의 일이고 슬퍼할 게 없다 한들, 막상 그 일 앞에서 슬퍼하지 않을수 있을까요? 다가오기 전에 하는 말들과 다가왔을 때 느끼는 것에는 당연히 간극이 있을거에요. 영화속에서도 남편은 아내에게 '너가 나였어도 이렇게 했을 것' 이라고 말하지만 아내는 그러거든요. '그렇다. 그러나 생각과 현실은 다르다' 고요. 영화를 보고나서 계속 생각이 복잡하고 마음이 아픈데,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아빠 어디 가?]는 오래전에 쟌님의 리뷰를 보고 보관함에 넣어두었더랬어요. 그러다 마침 중고샵에서 보고 반가운 마음에 집어들었죠. 아, 쟌님, 저는 이 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덧붙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말을 감상이라고 한들, 그러니까 어떤 단어를 써도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이게 이해되는 표현일지..아팠고 자신이 없었어요. 물론 아무도 제게 자신있냐고 물은건 아니었지만요.


여름되기전에 부산에 갈 생각이에요. 같이 커피 마셔요, 그 때. 술도 좋구요.

달사르 2013-01-06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와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서 동시에 그 거리를 존중하고픈 마음도 있는 것. 좋아요.
그에게 더 다가가고 싶지만 그가 숨쉴 수 있는 정도의 거리는 유지하는 것. 관계를 오래도록 지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 같아요. 물론 더 다가가고픈 마음 역시 숨길 순 없지만요.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건, 그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해서인 것도 같아요. 나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나의 독자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때론 외롭기도 하지만 말이죠.

다락방님의 이번 글, 무척 와닿아요. ^^

다락방 2013-01-07 10:08   좋아요 0 | URL
네, 달사르님.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건 그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죠. 그와 내가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한, 관계 역시 계속 유지되겠죠.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과 잃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조율을 잘 해야 할 것 같아요.

새해 목표는 세우셨어요, 달사르님? ㅎㅎ

2013-01-07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7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3-01-07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다고 선언해놓고 아직도 안 읽어서 참 댓글을 달 수가 없네요... <인간의 조건>이란 한승태 씨의 책을 집었다가 손에서 놓지 못하는 바람에 한 40쪽까지 밖에 못 봤어요. 졸려서, 보다 잤어요. 그래도 문제의 구절을 보았고, 바로 이것이 "you give people their space"군, 하고 혼자 중얼거렸어요. 다락방 님 덕분에요.

다락방 2013-01-07 10:0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좀전에 팝님의 페이퍼 읽고 오는 길입니다.

팝님, 이 책 읽으면 꼭 서평 써주세요. 아셨죠? 저 기다릴겁니다. (불끈!)

레와 2013-01-0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의 (상대방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고 지켜주기....를 좀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것을.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레미제라블]을 다 읽고 바로 읽어 보겠어요! ^^

다락방 2013-01-07 11:33   좋아요 0 | URL
나도 그래요, 레와님.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생각해요. 그래서 상대에게 좀 더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었으면, 하고 말이지요. 어릴적에도 분명 싫었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몰라 싸우기만 했던것 같아요. 지금도 내 공간을 지켜달라 말하기는 서툴지만, 분명히 그걸 알고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서 그들이 소중하고요.

:)

건조기후 2013-01-0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간을 준다.. 참 근사한 말이네요. 진작에 이렇게 그럴듯한 표현을 할 줄 알았다면 인간관계가 조금은 덜 힘들었을 수 있었을까요. 음 아니 저런 말을 실제로 입 밖으로 내뱉았다면 더 재수없었을 지도 ;;

가끔은 막 스스럼없이 선을 넘어 침범하고 상대방도 그런 침범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끈.끈.한 사이가 부러울 때도 있지만. 역시 체질적으로 오래 못 가더라고요. 형식적인 예의범절에 철저한 사람들이 오히려 정말 마음으로 배려해야할 부분에 대해서는 서툰 것도 같고...

옛날 생각도 나고 지금의 주변도 돌아보게 되고,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한 마디에요.

다락방 2013-01-08 09:01   좋아요 0 | URL
그렇죠? 막상 [더티댄싱]을 볼 때도 저 말이 의미있게 다가오진 않았었어요. 그때 전 중학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더티댄싱이 똭- 떠오르더라구요. 아, 춤을 출 때, 그 때도 공간의 중요성을 패트릭 스웨이지가 말했었지! 하고 말이죠.

나이들면서 그런 생각을 해요, 건조기후님. 나조차도 나를 잘 몰랐었다는 사실이요. 전 굉장히 허물없이 친한 사이가 진짜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지내다보니 제가 좋아하고 편하게 생각하는건 어느정도의 거리와 공간을 지켜주는 사이더라구요. 할말과 해야하지 않을 말을 가려서 하는 사람을 좋아하구요. 아, 나라는 인간이 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공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구나, 하는걸 깨달은지 얼마 안돼요.

지금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공간을 지켜주는 사람이에요. 의식적으로 지켜주는건지 혹은 그렇게까지 친해지고 싶지는 않은 마음인건지는 제가 그 속을 알 수가 없지만, 그래도 제가 원하는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소중해요. 제게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구요. 저 역시도 아주 생각이 많아졌어요. 게다가 '공간을 준다'는 글을 읽고 딱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 행복했어요.


그나저나 건조기후님, 자주 좀 와욧!!

이진 2013-01-08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능력자! 직접 작문을 하신거겠죠...
손가락을 끼우지 않다니 예의바르다 못해... 저 같으면 쑥쓰럽고 두려워서 끼우지 않을 거예요.

이진 2013-01-08 14:58   좋아요 0 | URL
아차, 노래 정말 좋은 걸요.

다락방 2013-01-08 15:02   좋아요 0 | URL
노노노노. 저 영작을 말씀하시는거라면, 친구가 원서에서 찾은거에요. 저게 능력자들은 찾더라구요. 구글에서 찾나봐요. 하핫. 저는 감히 시도도 못해요.

쑥스럽고 두려워서 끼우지 못하겠다면, 그때는 그 감정이 맞는걸거에요. 그렇지만 상대에 따라서 소이진님 감정은 변할거에요. 쑥스럽더라도 용기를 내자, 쪽이 될 수도 있고 용기를 내고 싶지만 상대가 아직 나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같군, 하면서 뒤로 한 발 물러설 수도 있겠죠. 상대와 상황에 따라서 다른 행동이 나타날거에요, 소이진님.

octonov 2013-01-1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 덕분에 정말 좋은 책을 알게 되었네요! 무엇을 읽을까 떠돌던 저에겐 이곳이 마치 보물지도 같아요. 매일매일.. 조금씩조금씩.. 님이 쌓아놓신 책의 역사를 알아갑니다. 감사해요~

다락방 2013-01-15 18:04   좋아요 0 | URL
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부디 고르신 책들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어야 할텐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