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메세지가 왔다. 알라딘에서 보낸 상품이 오늘 도착한다는 메세지였다. 흐음. 이상하다. 나는 주문한 게 없는데. 나의 마지막 주문은 [솔로몬의 위증3] 이었고, 그건 엊그제 받았는데. 대체 오늘 온다는 게 뭘까. 전화해서 물어볼까 하다가 아니다 그냥 기다리자, 싶어 기다렸다. 은근히 기대도 했다. 내가 주문한 게 아닌데 내게 오는거라면, 누군가 내게 선물을 보낸 모양이구나, 하고. 아무말도 없이 깜짝 선물을. 우후훗. 뭘까. 어떤 책일까. 누가 보낸걸까. 감히 누구인지 짐작도 못하겠네. 이러면서 바쁜 와중에 히죽히죽. 그리고 점심때가 되어 택배를 가지러 경비실에 내려가려는데, 다른 부서 직원이 알라딘 봉투 하나를 내게 가져다 준다. 어어, 가지러 가려고 했는데 고마워요~ 라고 말하고는 봉투의 이름을 확인했다. 누가 보낸거지, 으흐흥, 하면서. 므흣한 감정으로다가. 그런데 거기에는

 

 

알라딘 중고샵

 

이라고 되어있었고. 하아- 내가 며칠전에 판매한 책 한 박스중에서 한 권을 팔 수 없는 상품이라며 되돌려준 것이었다. 아..김빠져...맥빠져...이게 뭐야....하아.

 

 

되돌아온책은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 미니책자였다. 이건 이석원의 [실내인간]을 사면 이벤트 상품으로 껴서 주는건데, 나는 정말이지 이렇게 손바닥만한, 핸드폰보다 더 작은 미니북을 대체 왜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이걸 눈깔 아파서 볼 수도 없을 뿐더러 이렇게 작은 글자의 책을 넘기려는 사람들이 정말 존재하는걸까? 어처구니없어, 이건 재활용으로 버려버려야지, 하다가 그렇지만 이 세상엔 나같은 사람만 있는게 아니니, 어딘가에 미니북 모으는 사람 같은게 있을 수 있지. 나는 [실내인간]을 중고로 팔면서 이 미니북도 같이 넣은것이다. 흐음. 이거 사가는 사람한테 주라고(내가 그렇게 받았듯이) 랩으로 싸줄까, 하다가, 에이, 알겠지, 하면서 그냥 보냈는데. 중고샵에서는 내가 이걸 팔기 위해!! 박스에 넣은줄 알았던가보다. 하아- 날 뭘로 보고. 어쨌든 다시 돌아온 미니북은 처치곤란. 재활용통에 넣어버렸다. 이건 대체 무슨 의도로 만든거야? 뭘 어쩌라고 이런걸 만드는거지? 종이도 아깝고 잉크도 아깝고 인쇄비도 아까워....미니북은 이벤트라고 죄다 껴주지 말고 부디, 제발, 원하는 사람만 선택해서 가질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여튼

 

 

미스테리한 선물 같은게 아니었네, 내게 온 알라딘 봉투는. 쩝.

 

 

 

 

 

 

 

 

 

 

 

 

 

 

 

 

 

우후후훗. 요즘 회사 동료들에게 이 책을 빌려주고 있다. 그러니까 새로 들어온 직원들에게. 다른 직원들은 이미 읽었고 ㅋㅋㅋㅋㅋ 한 명은 이 책을 다 읽고서는 감정이 폭풍처럼 휘몰아쳐 내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결말이 몹시 놀랍고, 작가가 주인공에게 벌을 내린 것 같다며. 자신의 도덕적 잣대를 벗어난 이 책은 새드엔딩일거라 생각했지만 ...블라블라.

 

그래서 나는 답장을 보냈다.

 

나는 소설을 읽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학창시절 지나친 윤리교육을 받았고, 어른들의 도덕적 잣대를 마치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할 잣대이양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사람에겐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그것을 도덕적 잣대로만 판단하기엔 부조리하고 무리한 경향이 있다, 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일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입장이 되어볼 수도 있어 공감 능력을 키우게 된다, 그런 소설을 더 재미있게 읽고 싶다면 책을 읽으며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책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되어보는거다, 블라블라.

 

 

동료 직원은 책을 멀리하다가 덕분에 주말이 즐거웠다며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추천해달라고 했다. 나는 그 직원에게 다음날 [더 리더]와 [소수의견]을 빌려줬다.

 

다른 동료직원(여)도 이 책을 빌려준 다음날 내게 가져다주며 이거 뭐에요, 이거 뭐에요, 하면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ㅎㅎ 그 직원에게는 [일곱번째 파도]를 빌려줬다.

 

 

또 다른 동료직원(남)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며 혹시 2권이 있는거라면 그것도 읽고 싶다고 했다. 나는 곧 빌려주겠다고 말했고, 이 직원에게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와 [차일드 44]를 오늘 빌려줬다. 다른 직원들한테도 내 책들이 가있는데 대체 뭐가 가있는지 모르겠다. ㅎㅎ 내가 아주 그냥 이 사무실을 책바다로 만들어버리겠어. 다들 책에 훅- 가게 만들어버리겠어. 나는 개인도서관이 되었다. 인간 도서관이 되었다. 살아 숨쉬는, 많이 먹는(?) 도서관. 후훗. 들고 왔다갔다 하느라 무겁고 힘들지만 보람차다. 움화화핫.

 

 

점심을 배터지게 많이 먹었더니 기분이 좋다. 그리고 내일은 족발 약속이 있다. 그런데 나 오늘 좀 예뻐서 족발 약속을 오늘로 바꾸고 싶지만......뭐, 내일도 예쁘면 되니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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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8-2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예쁜 다락방님 저한텐 어떤 책을 대출해 주실 건가요? ^^ 책바다로 만들어버리겠어~희~씬나요

다락방 2013-08-30 11:27   좋아요 0 | URL
아른님께는 최근에 읽은 [칸지의 부엌]을 대출해드리고 싶습니다. 흣.

단발머리 2013-08-2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예쁘고 내일도 예쁘기 얼마나 어려운줄 아세요?
인간 도서관 되는 것보다 그게 50배는 더 힘들어요~~~ㅋㅎㅎㅎ

다락방 2013-08-30 11:29   좋아요 0 | URL
역시 힘들더군요. 오늘은 예쁘지 않아요, 단발머리님.
그저 배가 고플 뿐입니다. Orz

Mephistopheles 2013-08-29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다락방님=숨쉬는 도서관...이뜻인거죠? (고기와 술도 먹는 도서관 이기도 하고요...=3=3=3=3)

다락방 2013-08-30 11:2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제도 제육볶음에 소주와 맥주를 들이켰어요. 하하하하하

BRINY 2013-08-29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돌아온 중고책이 있는데,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이었어요. 그런데도 알라딘에 DB가 없다고 돌아왔네요. 도대체 어떻게 된건지... 문의했더니 스캔오류인 것 같다네요.

다락방 2013-08-30 11:30   좋아요 0 | URL
아니,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인데 DB 가 없다니..스캔오류면..뭐 어떡해야하나요? 다시 책을 보내야 하나요? 다음번 판매할 때 다시 껴넣어야 겠네요. 흠흠.

2013-08-29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30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30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나 2013-08-29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 도서관, 완전 조으다~ 이쁜 다락방!

다락방 2013-08-30 11:32   좋아요 0 | URL
그쵸? 내가 생각해도 나는 쫌 좋은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13-08-29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개인 도서관이 되셨군요.
게다가 적극적으로 대출을 하고 계시다니 그게 더 대단한 걸요!

저도 회사 책장에 꽂아놓은 책들이 가끔 없어지는데,
누가 뭘 가져간 건지 알 수가 없네요.
이 참에 목록을 만들고 대출증도 만들어버릴까요? ^^

다락방 2013-08-30 11:33   좋아요 0 | URL
저도 대출증을 만들까봐요...그런데 이미 뿌려진 책들이 뭔지 알 수가 없어서....하아- 제 머리가 기억할 줄 알았더니 기억을 못하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왜 제 머리를 믿었을까요. -_-

소설을 잘 읽지 않던 사람들이 소설에 재미를 붙이도록 하는게 제 목표입니다! 불끈!!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9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니북은 도대체 왜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소주 미니 병은 마시기라도 하면 되는데 말이죠..ㅎㅎㅎㅎ.

다락방 2013-08-30 11:33   좋아요 0 | URL
미니족발은 혼자 먹을수라도 있지 대체 미니북은 왜 있는걸까요? 도대체 그 쓰임을 모르겠어요. 킁킁.

꿈꾸는섬 2013-08-29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숨쉬는 도서관 멋져요! 대출자의 성향까지 고려한 대출~^^

다락방 2013-08-30 11:34   좋아요 0 | URL
네네, 저는 대출자의 성향까지 고려하는 고기 먹는 도서관입니다. ㅋㅋ 책 빌려주고 돌려받으면서 상대가 재미있었다고 좋았다고 하면 무척 기분이 좋아져요. 헤헷

아무개 2013-08-30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오늘 족발 드시는 겁니까?? 그럼 내일은??

다락방 2013-08-30 11:34   좋아요 0 | URL
내일도 족! 발! ㅋㅋ
저 요즘 족발 홀릭 ㅋㅋ

2013-08-30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칸지의 부엌
니콜 모니스 지음, 최애리 옮김 / 푸른숲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자꾸만 오리고기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참을수 없는것이다. 결국 어제 오리고기를 먹고야 말았다. 중국에 가(서 중국 음식을 죄다 먹어보)고 싶어지기도 했지만 그건 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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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3-08-29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국집 앞에 갈고리 같은거에 걸려있는 오리들을 보면 언제나 너무 배가 고파요.

다락방 2013-08-29 12:50   좋아요 0 | URL
어제 훈제오리에 와인을 먹으면서 너무 행복해가지고 막 눈물이 나올 뻔했지 뭡니까. 와인 먹고 뜨거워진 육체에 시원한 맥주를 더해줬더니 결국 기절..하고 말았어요. 제가 거실 소파에서 자고 있더라고요. 엄마가 흔들어 깨우시면서 너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고 하고 저는 여긴 어디고 내가 왜 여기있지, 이러면서 제 방으로 흐느적흐느적 들어가서 잠들었어요. 하하하하하.

오늘 점심은 잘 드셨습니까, 휘모리님? 닭은 이제 더이상 안남은거죠?

무해한모리군 2013-08-29 17:03   좋아요 0 | URL
닭은 이제 더이상 안남았는데,
오늘 누가 밥사준다고 해서 나갔더니
사장이 바로 옆자리에 앉는 불운
거기다 사장이 계속 일얘기를 하는 통에
몹시 우울하게 식사를 했답니다..
와인에 훈제오리라 솔깃한데요 ㅎㅎㅎ
 

 

 

8월은 일에 치어 죽는달인가보다, 하며 바쁘게 보내고 있다. 진짜 정신없이 바쁘다. 머리가 터질것 같다. 급기야 어제는 야근을 하고 좀 쉬다 가야겠다며 들른 까페에서 샌드위치를 잘못 고르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샌드위치인줄 알고 골라서 계산을 했는데, '데워주세요' 하는 나의 말에 점원이 '이건 차게 먹는 샌드위치인데 데워드려요?' 하는거다. 항상 먹던건데, 항상 데워주던건데 이사람들 왜이러나 싶어 난 좀 (아마도)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네, 라고 했다. 그런데 데워지고 나서야, 손에 받아들고 나서야 알았다. 악. 이건 내가 좋아하는 그 샌드위치가 아니잖아!!!!!!!!!!!!!!!!!!!!!!!!아놔..Orz 데웠으니 교환해달랄 수도 없고. 하아. 다 먹고나서 그냥 내가 좋아하는 샌드위치 하나 더 사 먹을까 하다가 관뒀다. 쓰읍. 그러니까 결론은 샌드위치를 잘못 고를 정도로 내가 정신없이 바쁘다는 거다. 바쁘다, 그런데! 이 책 이야기 좀 하고 넘어가야겠다.

 

 

 

 

 

 

 

 

 

 

 

 

 

 

 

 

아직 읽고 있는 중이다. 절반 정도를 읽었을 뿐인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일단 다른건 어쩌면 또 쓰게 될지 모를 페이퍼로 미뤄두기로 하고.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잘 살았다. 그들은 결혼하기 전 아기를 갖지 않기로 이미 합의를 했다. 둘다 출장이 잦은 직업이라 잘 돌볼 수도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출장이 잦아서, 그러니까 매일매일을 함께 있지 않기 때문일까. 그들은 사이좋고 다정하게 잘 지내왔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그녀에게 아기를 갖자고 말한다. 이에 여자는 당황스럽다. 우리 아기 갖지 않기로 했잖아. 그런데 남편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너무 갖고 싶다고 한다. 여자는 자신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자꾸만 그 일을 뒤로 뒤로 미룬다.

 

이럴 땐 어떡해야 할까.

 

 

사람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나는 절대~' 라는 다짐의 말도 영원하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입맛도 변하고 성격도 변하고 취향도 변한다. 그러니 내가 지금 이렇게 고기를 육덕지게 매일 먹어대도, 그래서 채식하는 일은 절대 없을거라고 생각해도, 어쩌면 언젠가의 나는 매일 풀만 먹으며 살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날 나는 금주를 할지도 모르고, 어느날 나는 훌쩍 시골로 떠나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어떻게 변할지는 나조차도 모르는 일. 다른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결혼을 하면서 '아기를 갖지 말자' 라고 말했었고 그 약속은 철저히 잘 지켜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 쪽의 생각 혹은 마음이 변한다면, 그 때는 대체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이게 식성이 바뀌는 거라면 이렇게까지 어렵진 않다. 갑자기 고기 잘 먹던 남편이 채식을 하겠다고하면, 그럼 내가 고기 구워먹을 때 앞에서 상추랑 깻잎 드시구랴, 하면 된다. 뭐 이것도 번번이 반복되면 스트레스 받겠지만, 조율이 가능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결혼을 하고 사이좋고 다정하게 아파트에 잘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단독주택으로 가고 싶다고 하면, 이 역시도 싫지만 긴 시간 상의 끝에 조율할 수도 있다. 베란다에 정원을 만들자고 하면 이 역시 조율가능하다. 그런데, 삶의 터를 옮기자고 하면 난감해진다. 나는 이곳에 있고 싶은데 갑자기 아프리카에 가서 살자고 하면, 나는 이곳에 있고 싶은데 갑자기 제주도에 가서 살자고 하면, 그 때부터는 난감해진다. 분명 둘이 함께 사는 삶을 시작했을 때는 난 여기가 좋아, 나도 여기가 좋아 로 얘기가 끝난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한 쪽의 마음이 변했다고 하면, 그 때는 어떡하나.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나는 '싫다'. 그런데 상대는 내가 싫어하는 걸 '원한다'. 안타깝게도 그런 우리 둘이 '함께' 그것도 '계속' 살고자 한다. 그러면 어느 한 쪽은 자신의 의지를 꺾어야 하는거다. 애시당초 바라보는 삶의 방향이 달랐다면 함께 살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같았다가 변한거라면, 이걸 대체 어쩌면 좋은가.

 

 

아기를 갖는 것은 더한다. 하나의 생명을 이 세상에 내놓는 일.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나는 둘의 의지가 아니라 한 쪽의 의지만으로 해내는 것을 부조리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둘의 의지라 해도 한 쪽의 커다란 소망 때문에 다른 한 쪽이 좀 지고 들어간거라면, 이걸 대체 어떻게 극복해야가야 하나. 그런데 둘이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아기를 갖는 문제의 경우, 그게 우리나라에서라면, '갖고싶다'고 하는 쪽이 더 힘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주변의 모두가 그쪽을 응원할테니까. 게다가 양가집안 식구들은 얼씨구나 더 응원하겠지. 그렇다면 원하지 않는 힘없는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것인가. 아기를 낳는 일을 체념으로 해내고 싶진 않은데. 그렇다고 마냥 미루고 거부하자니 한 쪽은 너무나 강하게 원하고 있는데, 그래서 상대는 나로 인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살고 있는데. 둘의 의견이 다르다면 어떤 결론이든 한쪽은 만족할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만다. 이런 상태에서 서로를 사랑하고 앞으로의 삶을 계속 함께 하는게 가능해질까?

 

 

여자는 이 문제로 자꾸 신경이 쓰이는데, 어느날 친구부부로부터 아기 생일파티에 초대받는다. 그런데 남편이 그 아기랑 엄청 잘 놀고 아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 아기를 보고, 그 아기와 함께 있으면서 행복해하는거다. 그걸 바라보는 여자의 마음은 얼마나 복잡할까.

 

 

 

그렇게 미루기만 한채로 아기를 낳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의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는다. 그녀는 혼자가 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틈틈이 남편 생각을 한다. 점점 집을 줄여가며 혼자인 삶에 익숙해지려는 그녀에게 중국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죽은 남편에게 아이가 있다고, 와서 친자 확인을 좀 해줘야 겠다는거다. 남편은 살아생전 중국에 몇 번 출장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중국여자로부터 아이를 낳았다고 했다. 그 아이가 다섯살..이란다. 이에 그녀는 아기를 갖고 싶어하던 남편, 아기를 예뻐하던 남편을 떠올린다. 그도 알지 못하는 아기인데, 그가 알았다면, 그랬다면 그는 행복해했을까?

 

 

 

어떡해야하나, 아기를 갖지 않기로 하고 내가 한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갑자기 우리 둘 중 하나의 생각이 바뀌었다. 아기를 갖고 싶어졌다. 어느 한 쪽을 무던히 설득해서 다른 한쪽의 결정으로 따르게 해야할까, 아니면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 수 있게끔, 마찬가지로 나 역시 내가 원하는 바대로 살 수 있게끔,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하고 헤어져야 할까. 만약 남자가 아기를 갖길 원한다면, 그런데 나는 가질 생각이 없다면, 아 우리는 이대로는 안되겠어 네가 나 때문에 불행해지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가, 하고 보내줘야 하는게...아닐까. 그리고 나는 다시 혼자인 삶에 익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행복하게 진행되는데, 나는 그녀가 죽은 남편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머리가 복잡해지고 말았다. 다른 얘기들은(그녀는 마흔인데, 그녀에게 다시 사랑이 다가오려 하고 있다!!), 다음에 다시.....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는 상심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더 이상 그녀의 모든 세포와 조직에 깃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한때는 자신이 슬픔과 함께 늙어가리라고, 슬픔이 얼굴이나 걸음걸이나 말버릇처럼 되어버리리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제 그녀는 슬픔조차도 달라질 수 있는 무엇임을 깨달았다. (p.247)

 

 

 

 

 

어릴때부터 친한 두 친구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여전히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데, 서로의 아들과 사랑을 나누게 된다. 처음엔 이건 옳지 못하다, 안돼, 라고 생각하던 그들이지만 나중엔 서로 인정하며 같이 만나 즐기게 된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나랑 내 친한 친구가 서로의 애인(혹은 섹스파트너)를 데리고 늘상 함께 만나는데, 그게 서로의 아들인 상황 인거다.

 

줄거리도 자극적이고 포스터도 자극적이라 보고 싶었는데, 나는 이 영화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도리스 레싱'의 단편을 원작으로 했다고 해서, 그 내용 말고도 뭔가 깊게 울림을 줄거라는 기대를 안고 극장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다예요.

 

이게 전부였다. 잠깐, 젊은 남자를 사랑하는데서 오는 불안감이 등장하지만, 그게 관객으로 하여금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을만큼도 아니다. 쩝...이게 다라니. 그나저나 이십대의 아들이 있는 여자들 몸매가 너무 훌륭해서 내가 아주 많은 반성을 했다. 내 몸뚱아리는 비루해....어쩌면 그래서 내게는 이십대 초반의 애인이 없는건지도 모르겠다. 헬쓰장에 등록할까...

 

나는 이들의 관계가 부럽지 않았는데, 뭐랄까, 허구헌날 지들 넷만 노는거다. 친하고 다정한 사이가 함께 노는거야 전혀 이상한 게 아니지만, 그들이 사는 곳은 한적한 바닷가. 허구헌날 같이 술마시고 같이 헤엄치고..뭔가 음.......여튼 이들 삶의 방식이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들이 사는 집과 풍경은 진짜 끝내줬다. 게다가 저녁마다 그들이 와인을 마시는데 초부럽..

 

 

 

 

저런 공간은 신혼여행이나 안식년에만 가 볼 수 있는 곳 아닌가. ㅎㅎㅎㅎㅎ 암튼 나도 내 생의 어느 부분만큼은 뚝 떼어내서 저런 곳에서 젊은 남자들하고 밤새 와인이나 마시며 수다떨고 싶다. 이 와인이 얼만데, 집으로 돌아가려면 비행기 티켓이 얼만데, 콘돔이 부족하면 어쩌지, 뭐 이런 걱정같은 건 하지 않은채로 말이다. 그러려면 일단 헬쓰장에 등록해야 .. 하는걸까. 아 몰라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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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8-2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칸지의 부엌을 기술한 페이퍼는 흡사 캐러비안의 해적 삼부작 중 2부 끝나는 분위기같은 페이퍼를 작성하셨네요.
("다음에 다시....." 이거슨...이름하여 다락방표 거대 떡!밥!)

투 마더스.....다른 배우도 아니고 "나오미 왓츠"인데...너무 신경쓰지 마시길...

다락방 2013-08-28 13:55   좋아요 0 | URL
나오미 왓츠야 킹콩도 빠져들게 한 미모란건 알고 있었지만, '로빈 라이트'가 엄청 이쁘더라고요! 아..곱게 늙어야하는데 말이죠...Orz

단발머리 2013-08-2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정확히는 모르겠는데요, 중국과 죽은 남편, 그리고 남겨진 아이 이야기를 연결하니까, <북경에서 온 편지>가 생각나네요. 펄벅의 짧은 소설인데요. 왠지 모르게 그 소설이... 떠오릅니다. *^^*

<투마더스>는 보고 싶은 영화예요. 저는 '로빈 라이트'와 사랑에 빠지는 '나오미 왓츠'의 아들역을 맡은 배우가 멋있던대요. 아들이 있는 엄마로서 이 영화보면 괜히 불손해 보일까봐(?!), 안 보고 있어요.
게다가 제 주위의 언니들은 모두 얌~~전하셔서 같이 보자고 하기도 좀 그렀네요.
혼자 보라고요? 아... 혼자 보기는... 쩝...

다락방 2013-08-29 12:43   좋아요 0 | URL
[칸지의 부엌] 여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게 되지요. 그녀는 아마 앞으로 삶의 터전을 바꾸게 될거고요. 중간중간 중국 요리가 나오는데 와- 중국 요리에 그렇게 심오한 뜻이 있는 줄 몰랐어요. 그렇게 정성들여 만들어지는 음식일줄은 몰랐거든요. 중국에 가서 미식기행을 해봐도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이건 생각일 뿐이에요. 칸지의 부엌은 나름 괜찮은 책이었어요.

[투마더스] 혼자 보는게 뭐 어때서요, 단발머리님. 그냥 혼자 가서 보세요!! 생각보다 야하지 않아서(키스하는 장면만 많이 나와요 -_-) 좀 실망.....스러워요.. ( ")

머큐리 2013-08-28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거리도 자극적이고 포스터도 자극적이라...보고 말았어요...ㅎㅎ

이건 머... 윤리를 초월한 욕망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그 욕망이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놀랐다는...

다락방 2013-08-29 12:44   좋아요 0 | URL
생각했던 그게 전부라서 놀랐어요. 너무 뻔하다고 할까요. 보나 안보나 일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그런 영화였어요. 그런데 머큐리님도 보셨구나 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3-08-28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머큐리님도 보셨구나...
음... 영화에 그 분들은 나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애언니를 보세요 =.=
아이라는 큰 지향이 다르다면 아무리 좋아하는 사이라도 같이 살긴 어렵지 않을까요?

다락방 2013-08-29 12:45   좋아요 0 | URL
나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인지라 스무살청년과 사랑..도 하게 되는걸까요. 킁킁.

네, 큰 지향이 다르다면 같이 살기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 지향이 맞는 사람을 찾게끔 손을 놓는게 방법인 것 같아요. 어떤 문제는 쇼부친다고 되는게 아니니까요.

비로그인 2013-08-28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오미 왓츠 좋아해서 일요일 아침부터 뛰어가 본 영화네요
너무 일찍 너무 늦게 하루 두번 상영하는데 평일엔 볼 수가 없었거든요
로빈 라이트 아들이 좀 약했던~것 같아요...

다락방 2013-08-29 12:46   좋아요 0 | URL
아른님께서 이 영화 보신다는 페이퍼는 봤어요.
전 아들 둘 다 약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오미 왓츠 때문에 보러 가긴한건데 로빈 라이트가 더 분위기있고 예쁘더라고요. 그런 모습의 할머니라니....좀 기죽네요. 킁.

dreamout 2013-08-28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쁨조차도 달라질테니... 힘 내세요!

다락방 2013-08-29 12:46   좋아요 0 | URL
지금 한창 바쁜데 이 시기가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빨리 추석이 왔으면, 그래서 빨리 비행기 타고 훌쩍 날아가버렸으면 싶어요. 어휴..

프레이야 2013-08-28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십대 아들이 있는 여인의 몸매라니^^ 멋진 풍경과 와인, 근사한 그들의 몸, 그게 다라도 보긴 봐야겠어요. 다락방님 전 마술사기단 보고왔는데 엄청 사기 당한 느낌이에요, 지금ㅠ 이건 뭐ㅎㅎ 그치만 역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건 재확인했네요.

다락방 2013-08-29 12:47   좋아요 0 | URL
간혹 사진으로 뵙게 되는 프레이야님도 나오미 왓츠 몸매 저리가라시던데요?!!!!!!!!!!!

네, 프레이야님. 프레이야님도 이 영화 보셔야죠. 보시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꼭 적어주세요. 읽어보러 갈게요. :)

따라쟁이 2013-08-29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십대의 애인이 없는것도, 몸매때문이였군요.
아,, 이게 아니고, 투마더스는 저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게 다였다는 말이죠. 으흠. 그렇다면 영화말고 <칸지의 부엌>으로 우회해야겠어요. 뭔지 모르게 저도 할 말이 많아질 것 같은 책이네요. (다락방님의 낚시질을 피할 수 없어. ㅠㅠ)

다락방 2013-08-29 12:4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따라쟁이님, 우리 몸매는 삼십대 애인을 둘 몸매.........................쿨럭.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칸지의 부엌 보세요 따라쟁이님. 맛있는 요리 많이 나와서 좋을거에요. 그리고 할 말이 아주 많아질거에요, 따라쟁이님도. 후훗.
 
인간의 조건 -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라는 걸 해봤다. 집에서 주는 용돈은 언제나 턱없이 부족했고, 모두가 아는 돈 말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돈을 갖고 싶었다. 내가 비밀리에 쓸 수 있는 돈. [벼룩시장]을 뒤져 고등학생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아냈고, 그렇게 친구와 나와 당시엔 중학생이었던 내 여동생은 <*** 영어교실>을 찾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그 영어교실의 사무실에서 받은 전화번호 리스트에 전화를 걸면 되었다. 멘트도 다 알려줬다. "자녀 영어 교육은 어떻게 시키고 계세요?" 라는. 이렇게 자기네 영어교실을 홍보하고 끌어들이는 게 우리 알바들이 해야할 일이었고, 그렇게 하루에 두 시간씩 일을 했으며 당연히 시간당 돈을 받았다. 그러다가 한 명이라도 영어교실 선생님과 상담을 원하면, 거기에 따라 이만원이라는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다. 며칠 뒤에는 내 여동생이 하는 통화를 녹음해 자기들이 들어보기도 했다. 잘 하고 있는지. 이 일이 내게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뭔가 부조리하게 느껴졌는데 항의할 수 없었다. 더 당혹스러운 건 전화통화할 때 전화를 받은 상대가 하는 말이었다.

 

우리집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

 

이 말에 나는 아무런 답을 준비하지 못했고 노상 얼버무려야 했다. 그리고 알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친구와 여동생과 나는 얘기했다.

 

그러게, 이 많은 전화번호들을 어떻게 알았지?

 

일주일이나 일했을까. 사무실 에서 우리를 알바로 고용했던 여자어른은 우리를 불러서 모두들 그만두라고 말했다. 회원을 모집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일주일간의 노동으로 나는 54,000원을 받았고, 친구와 여동생은 34,000원을 받았다. 정확한 금액인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그들보다 2만원을 더 받았다. 한 명을 모집했기 때문이었다.

 

 

 

 

대학시절 내내 편의점에서 알바를 했다. 시급 1,600원 이었다. 그 때 나는 '최저임금'이란게 뭔지도 몰랐다. 그저 주는대로 받았다. 편의점 일이란 게 서서 스캔으로 바코드만 찍어대며 계산해주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가장 기초적이고 쉬운 일이라는 걸 일하면서 깨달았다. 각종 매대를 청소해야했고, 음료수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 음료수들을 채워넣어야 했으며, 쓰레기를 버려야했고, 가장 끔찍했던 건 라면 국물을 버리는 일이었다. 손님들이 사발면을 먹고 라면 찌꺼기와 국물을 버리는 통을 비우는 일. 정말 지독한 냄새를 풍겼고 할 때마다 기분이 더러웠다.

 

 

반말을 듣고도 울컥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건 길어봐야 2주 정도다. 다른 행동들도 시간이 지나면 반말만큼이나 불쾌하게 느껴진다. 종업원이 손을 내밀고 있는데도 돈을 카운터에 던지는 것.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카운터에 담배 포장지나 아이스크림 껍질을 버리고 가는 것. 계산 중에 생각이 바뀌었다며 그대로 나가버리는 것. 진열대에 있던 물건을 떨어뜨리고 내버려 두는 것 등등. (p.160)

 

 

이 책 [인간의 조건] 의 저자 '한승태'도 편의점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리고 손님들이 반말 하는 것을 기분 나쁘다고 적어두었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게 위의 인용문에서처럼, 분명 손을 내밀고 있는데도 돈을 카운터에 던진다는 거다. 카운터에 던진 꼬깃해진 지폐와 구르다 멈춘 동전들을 집어 들면서 정말 처참한 기분이 된다. 내가 이 돈을 주워 가면서 일을 해야하나. 한 시간에 천육백원 벌자고. 어른들은 수시로 반말을 해댔다.

 

 

"저기요, 그런데 왜 반말하시는 거예요?"

"뭐?"

"왜 반말하시냐고요."

"허, 웃기는 놈일세. 니가 나보다 어리니까 어른이 당연히 반말하는거지."

나는 계산을 기다리던 내 또래의 남자를 가리켰다.

"그래요? 그럼 저기 저 손님도 훨씬 어려 보이네요. 저 사람한테도 야, 라고 해보세요."

"뭐 임마? 야, 너는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고 나는 손님이고 그게 같아? 야, 안 사! 안 산다고! 카드 긁지 말고 그냥 내놔!" (pp.174-175)

 

 

어린 점원에게는 반말을 해도 된다는 룰은 대체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생긴걸까. 물론 반말만이 가장 나쁜 경험은 아니다. 한 여자손님이 한 바구니 가득 물건을 담았다 꺼내놓으며 계산을 해달라고 했다. 내 옆의 여자 알바애가 하나씩 계산을 하려는데 그 여자손님은(물론 우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였다) 자기 팔로 그 물건을 죄다 내 계산대 쪽으로 쓸어왔다. 그러면서 말했다. "언니, 언니가 계산해줘. 난 저 언니 싫어." 라고. 그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당혹스러우면서도 네, 하고 계산을 해줬던 내 모습이 씁쓸하게 겹쳐진다. 다른 알바생은 손님에게 뺨을 맞은 적이 있다. 더워서 에어컨 바람을 쐬러 들어왔는데, 그 직원이 에어컨을 껐기 때문에 괘씸해서라고 했다. 그 때 휴무였던 나는 전화를 통해 우는 그 직원의 말을 듣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물건을 집어던지는 건 일쑤고 성희롱 당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내가 일하던 편의점 근처의 일식집에서 주차관리를 하던 아저씨는 올 때마다 내 가슴을 가지고 농담을 해댔는데, 한 번은 요구르트를 사고서는 빨대로 내 가슴을 찔러놓고는 웃었다(성추행의 경험은 물론 이것이 처음도 아니고 끝도 아니며 유일무이한 것도 아니다). 너무 당황해서 그 아저씨 앞에서는 아무말도 못하고 말았는데 그 아저씨가 돌아가자마자 나는 카운터 밑에 주저 앉아서 펑펑 울었다. 지금이라면 어떻게 대응했을지 모르겠는데, 스무살의 나는 그 아저씨가 오면 슬며시 사무실로 들어가 숨었다. 마주치지 않는게 최선인 것 같았다. 내가 편의점에 온 다른 손님이었다면 그 아저씨는 빨대로 내 가슴을 찌를 생각을 했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다닌 첫 직장에 첫 출근을 하던 날. 엄마랑 시장에 있는 옷가게에 가서 정장을 한 벌 사 입었다. 그리고 출근했는데 내게 주어진 첫 일은 사무실의 모든 컴퓨터 모니터를 닦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일하지 않는 컴퓨터 그리고 일하는 컴퓨터 모두를 돌아다니면서 닦았다. 들어보니 나보다 먼저 입사한 남자 직원은 수천장의 서류를 서서 복사했다고 했다. 그것도 한장씩. 야, 첫 일이란 건 이런거구나, 뭔가 드럽지만, 해야 할 일이었겠지. 그렇게 넘겼었다.

 

그리고 지금의 직장에 들어왔는데 몇 년전에 회사에서 내게 부서를 옮길것을 제안했다. 당시는 회사 형편이 안좋아서 임금이 삭감된 때였는데, 내가 그 부서에 가는 순간 삭감된 연봉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며 게다가 연봉을 인상까지 해주는 조건이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연봉은 해마다 고작해야 4~5프로를 인상해주었는데, 그보다 더 높은 퍼센테이지의 인상률을 제안했고, 나는 '스카웃' 됐다는 생각에 으쓱했다. 나를 데려오고 싶어서 안달들을 하는군. 그러나 이 생각은 며칠 가지 못했다. 내가 받을(은) 연봉은 금액상으로는 결코 크지 않다. 내 또래의 직장인들을 놓고 봤을 때 오히려 낮은 편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다니는 직장내에서는 높은 연봉에 속한다. 내가 이렇게 돈을 더 주면서 데려올만큼 가치있는 일꾼일까. 만약 내가 이 정도의 돈을 더 주고 데려올만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면 어떡하지. 날 데려오는 걸 후회하는 건 아닐까 등등 머릿속에 생각들이 넘쳐났다. 하지 않아도 좋을 쓸데없는 걱정들로 하루하루를 긴장된 채 보냈고, 그러다가 혹여 작은 실수라도 하나 하게 되면 자책도 그만큼 커졌다. 이렇게 병신 같은 나에게 이정도의 연봉은 과분하다고 생각할거야, 라며. 지옥같았다. 순간순간들이.

 

 

 

 

"씨발, 이게 진짜 무슨 ‥‥‥. 여친이 가지 말라고 졸라 말렸었는데. 정말 어른들 말이 딱 맞는 거 같아요. 남의 돈 버는 게 쉬운 일이 아닌가 봐요."

갑자기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p.431)

 

 

 

그러나 자책과 염려는 싹 사라졌다. 맡은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나는 매일매일 지쳐갔고 퇴근후에는 압박감이 사라져 한숨부터 나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이 고충을 토로하노라면 상대가 누구든 내게 말했다. 남의 돈 버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거라고, 쉽지 않다고.

 

 

"이 병신아! 그게 왜 남의 돈이야? 그게 어떻게 남의 돈이냐고! 한 달 일해 겨우 100만원 버는데도 그게 남의 돈이란 말이야? 100만 원 가지고 부동산 투기라도 하냐? 펀드라도 굴리냐? 씨발, 방세 내고 밥 먹고 교통카드 충전하고 나면 다 떨어질 돈 100만 원, 그게 남의 돈이란 말이야? 사람답게 살 권리는 전부 타고나는 거야. 그러면 사람답게 먹고사는 데 필요한 돈도 타고 나야 맞는 거 아냐? 그런데도 내가 나의 돈을 번 거야? 그게 어떻게 남의 돈이란 말이야? 빌어먹을, 그건 내 꺼라고! 처음부터 그건 내 돈이었단 말이야! 난 여태껏 남의 돈 같은 거 벌어본 적 없어! 단 한번도 없다고!" (p.432)

 

 

나는 내가 받게된 연봉이 남의 돈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받는 스트레스 강도는 어마어마했으니까. 물론 내 성격과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이 내가 맡은 일을 맡았다면 나만큼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었고, 나는 바로 나였다. 나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견디며 지내고 있었다. 매일매일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시간까지 이 압박과 스트레스를 버텨가는 일, 내가 받는 돈은 이런 내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대한 대가였다. 나는 남의 돈을 등치며 뺏어먹는 게 아니라, 내 정신적 고통과 감정적 노동을 그에 합당하게 지불하고 있었다. 아니, 언젠가부터는 그것이 더 넘치고 있다고도 생각했다.

 

편의점에서 일할 때도 나는 내 땀과 시간을 거기에 투자했고 손님들에게 모욕적인 감정을 느낄 정도의 수치심을 견뎌내야 했다. 한시간에 천육백원은(물론 점점 인상했지만, 그래봤자 몇 백원씩..) 그 모든것들에 대한 대가였다. 나는 사장 주머니를 턴 게 아니었다. 첫 직장에서는 신입사원으로서는 높은 인센티브를 받았지만, 그 역시 겨울내내 밤을 새며 발에 습진 생기도록 일한 내 노동의 대가였다. 나는 첫 직장에서도 역시 사장의 주머니를 그냥 턴 게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다른 사람의 돈을 가져오는 게 아니다. 그에 걸맞는 무언가를 대가로 지불하고 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이 모든 노동과 대가의 교류 사이에 흡족할만한 인간적인 대우는 없었다. 나는 매번 나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항의하거나 요구해야 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있었고, 상사들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받을 때도 있었다. 드러워서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내뱉고, 사직서를 써서 책상 고무판 밑에 끼워두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버티고 있는 건, 같은 조직내에서의 혹은 조직과 연결된 망들 사이에서의 '다른 선한 인간들' 때문이다.

 

 

 

그때 내가 길 위에서 미치지 안은 비결이 있다면 그건 내게(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호의를 품은 사람들이 나를 도울 수 있게 내버려 뒀기 때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내가 작업장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 역시 비슷한 이유 덕분이었다. 어디서나 나를 자신의 날개 아래 품고서 돌봐준 아저씨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내가 투덜대는 것 말고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빌어먹을 자식이란 걸 알고 있었을 텐데도 항상 내가 조금이라도 쉴 수 있게, 조금이라도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도와줬다. (p.436)

 

 

 

내게도 그랬다. 나 역시도 버티게 해주는 다른 이들이 있었다. 마음 맞는 동료들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편의점에서 일할 당시에는 롯데칠성 아저씨, 롯데아이스크림 아저씨, 샌드위치 아저씨, 남양우유 아저씨 들이 내게 잘해주었고 가끔 음료수며 우유 아이스크림을 박스로 넣어주기도 했다. 실론티 한 박스를 냉장고에 채워주며, 락방씨 실론티 좋아하니까 이건 발주수량에 없는거니까 바코드 찍지 말고 원할때마다 꺼내먹으라고, 이건 락방씨꺼라고. 이들 중 몇몇 아저씨들과는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응?) 한 손님은 영화표를 내밀며 저녁을 먹자고도 했다. 식사약속은 거절하면서도 나는 그가 주는 영화표는 낼름낼름 챙겨 영화를 봤다. 한 일식집 매니저 언니는 나를 가게로 불러 우동을 공짜로 주며 편의점에서 얼마를 받든 무조건 더 줄테니 자신의 가게에서 일해달라고 했다. 나는 어떻게 이렇게 지척에두고 그럴 수 있겠냐고 했고, 그 매니저 언니는 자신이 편의점 사장님에게 말해줄테니 와주기만 하라고 했다. 나는 끝내 거절했지만 그 매니저 언니는 그 후에도 가끔 편의점에 들러서 내게 우유며 과자등을 사주고 가기도 했다. 치과, 대사관, 항공사등 알지 못했던 곳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 때문에 들른다며 단골이 되었을 때에는 뿌듯해지기도 했다. 물론, 왜 학교 자판기보다 식혜가 비싼거냐고 화를 내는 대학생에게는 나도 참지 못해 마주 화내며 그럼 학교 가서 사 먹으라고 한 적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나는 아주 많은 사람들과 잘 지내왔다.

 

 

첫 직장에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도 그리고 지금의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도 도무지 인간 같다 여겨지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힘이 되어주려고 해주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버텨올 수 있었다. 사람들이 돈을 벌며 '버텨야' 한다는 것은 몹시 씁쓸한 일이다. 게다가 그 '버티게' 해주는 게 회사의 구조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옆자리 동료이며 혹은 다른 사람들 이라는 사실도 역시 씁쓸한 일이다. 왜냐하면 회사의 구조적인 시스템 역시 '사람' 이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보면 고용주와 노동자들 사이에는 사고방식의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휴일에 대한 것도 근무시간에 대한 것도 복리에 대한 것도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있다. 도무지 이걸 어떻게 해야 극복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얼마전에 친구네 회사에서 노조를 결성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회사에서는 '그 사람들 다 잘라버리고 새로 사람 뽑으면 되지'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경악했다. 일자리는 부족하고 그러니 사람을 자르고 다시 뽑는 게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 되는 것이 회사의 입장일 것이다. 역시 씁쓸한 일이다.

 

 

 

 

 

나는 이 세상이 돌아가는 비밀을 엿본 기분이 들었다. 이 괴상망측한 사회가 비틀거리면서도 여전히 굴러갈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p.438)

 

 

이 사회가 굴러갈 수 있는 이유가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때문이기도 하고, 옆 자리의 동료들 때문이기도 하다면, 거기에 가장 기본적인 이유가 절실하다. 기업의 구조적인 시스템. 복리후생이 대단하길 바라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도리를 갖춰야 하는 그 정도. 물론 돈을 내고 물건(혹은 서비스)을 사는 사람의 마음가짐 역시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 나는 손님이고 너는 종업원이기 때문에 너를 함부로 대하는 것이 내 권리이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은 '이나마 해주는 것을 다행으로 알라'며 막나온다. 그런 사람들이 회사의 우두머리로 앉아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고, 그 머나먼 길을 가난한 자들은 지독하게 고생하며 묵묵하게 헤쳐 나가야 한다.

 

 

 

이 책의 제목이 '인간의 조건' 이기 때문에 읽기 시작했지만,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한 것처럼 '퀴닝(체스의 '졸'이 진영의 끝에 도달하면 여왕으로 변하는 것)' 이란 제목이 더 잘 어울릴 듯하다. 그 편이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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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3-08-2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한숨나온다..

네꼬 2013-08-2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 정말 좋아요. 눈물 나오려고 해요. 락방 씨.

감은빛 2013-08-2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편의점 야간 알바를 잠시 했어요.
업체 직영이었는데, 정직원들이 점장과 부점장으로 파견을 오고,
나머지는 알바들로 채웠어요.
그런데 알바 일하는 시간들 사이에 각각 2시간을 비워둬요.
먼저 일한 사람이 한 시간 늦게 퇴근하고,
뒤에 일할 사람이 한 시간 먼저 출근하도록 규정해두고요.
그럼 알바들은 매일 2시간(출퇴근시 각 1시간씩)동안 무급으로 일하게 되죠.
게다가 거기서도 15분 먼저 오고, 15분 뒤에 가도록 강요했어요.
처음엔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그렇게 했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억울하더군요.
그래서 따졌는데 합리적인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답만 돌아왔어요.

게다가 야간 일이라서 정말 뭐같은 손님들이 많았어요!
이런 저런 일들이 겹치면서 오래지 않아 그만두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 텔레마케팅(전화 판매)일도 여러번 했어요.
저는 대부분 시간제가 아닌 실제로 판매하거나,
회원 등록을 해야 거기서 돈을 받는 방식이었어요.

학원이나 교재 업체에서는 돈을 주고 매년 그 지방의 모든 학교 졸업 앨범을 사서 모아요.
앨범 맨 뒤에 나온 졸업생 연락처를 복사해서 계속 전화를 돌리는 겁니다.
전 심지어 학원 강사 시절에도 근처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전화를 돌렸어요.
원장이 매일 5명에게 전화하고 그 상담내용을 제출하도록 강요했거든요.

이 글 읽으니 여러 기억들이 스물스물 떠오르네요.

자작나무 2013-08-26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대한 공포심에 쫓겨 어렵사리 취직을 하고 아껴가며 찔끔찔끔 돈을 모으지요. 아마 아주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에게 물려받거나 주입되어진 혹은 체득한 것이 아닐까... 살다가 가끔씩 그 거대한 공포심에 대해 의심을 품어보니 그건 실체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어렴풋이 받기도 합니다....만 오늘도 떨쳐버리지 못하고 이렇게 찌질한 하루를 보내고 있군요. 평생 동알 놓여나지 못할 것같은 예감도 듭니다.
하고 싶은 말은 락방 과장님은 잘 살고 있다는 거예요. 힘들지만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뭐래건 돈멘션잇 유아소뷰리풀 유아마이헤로인 아이러브유랍니다.

Mephistopheles 2013-08-26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오너들의 머릿 속은 회사 직원들을 바라보며

"이 월급 도둑놈들아!!!"

라는 생각을 80%이상들은 가지고 있을 껍니다..ㅋㅋㅋ

BRINY 2013-08-2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점원들에게 반말해도 된다는 룰->같은 직장에서도 나이가 적은 걸 확인하면 바로 반말하면서 가르치려고 드는 사람들이 널렸는데, 편의점의 어린 점원들에게는 오죽 하겠습니까.

심야책방 2013-08-27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랑 오늘, 팟캐스트 벙커1 특강에서 '강신주의 다상담 -소비'를 들었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글을 보니 또 많은 생각이 드네요.

yamoo 2013-08-27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 많은 알바를 했어요. 종류로 30개가 넘습니다. 하지만 편의점 알바만은 하지 않았네요...다락방님의 편의점 알바기를 보니, 참으로 거시기 합니다. 근데, 거의 모든 알바들은 인간대접 못받는 거 같다는..

가연 2013-08-28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글입니다. 그렇죠, 나는 손님이니까.. 그리고 너는 종업원이니까... 라는 말은 일순간 잔인하기도 합니다.
 
그래, 이건 우리 책임이 아니야.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미카엘 엥스트룀 지음, 정지인 옮김 / 낭기열라 / 2013년 2월
품절


"고래들의 조상은 육지에서 살았단다. 하지만 그건 오래전 일이지. 6천만 년 전이니까."
"육지에서요?" 미크가 말했다.
"그래. 너는 고래가 어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고래는 세상에서 가장 큰 허파를 지닌 포유동물이지. 다른 육지동물들을 전부 남겨두고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전까지는 고래들도, 말하자면 개처럼 다리가 넷 달린 동물이었어."
"그걸 어떻게 아세요?"
"고래의 고추를 보면 옛날에는 개였다는 게 확실하지."
"고추를요?"
"그래."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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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3-08-23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다락방 2013-08-24 21:35   좋아요 0 | URL
ㅎㅎ 이제 책이 제게 없어서 더는 인용을 못해요.

포스트잇 2013-08-23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 고학년쯤 되는 아이들도 좋아할랑가요? 저 이 책 읽을랍니다~

다락방 2013-08-24 21:36   좋아요 0 | URL
일단 포스트잇님이 읽으신 후에 초등 고학년 아이에게 추천해주세요. 포스트잇님이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해요. 힛.

포스트잇 2013-08-25 15:49   좋아요 0 | URL
분량이 좀 늘어지는감은 있네요^^'얼음나라'까진 아주 좋은데 후반부는 신파로 흐르는 감이 있구요..
'낭기열라'를 이번에 알았네요, 낭만과 환상을 이 아이들이 좋아할지 모르겠습니다.
자기들 현실과 너무 가까운건 아닐까 걱정도되고요....
좋은책 잘 봤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3-08-2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롭군요... 좀더 얘기해주세요 ㅎㅎㅎ

다락방 2013-08-24 21:36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러니까, 책이 이제 제게 없어서..쿨럭.

테레사 2013-08-2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다락방 2013-08-24 21:37   좋아요 0 | URL
저 위에 먼댓글(트랙백)까지 읽으시면 더한 재미가 ㅋㅋㅋ

Mephistopheles 2013-08-23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발로 기어 본 느낌 아니까~~

다락방 2013-08-24 21:37   좋아요 0 | URL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댓글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따라쟁이 2013-08-29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구별법이 사람이게도 통하는겁니까?

다락방 2013-08-30 11:23   좋아요 0 | URL
그..그........그걸 제가 알 리 없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