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모에게 '종손'이라는 역할이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충분히 짐작한다. 자신이 온전히 자신의 소유인 적 없음을 생각하며 울부짖는 강모를 역시 이해한다. 나였어도 종손의 자리는 거대하게 느껴지고 도망치고 싶다고 언제나 생각했을 것이다. '음악'을 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기보다는 '떠나고 싶어서' 음악 공부를 하러 간다고 말했을 때, 그 말을 듣고 강모의 아버지가 바이올린을 부숴 버렸을 때, 그때 강모는 얼마나 비참하고 불행했을지도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강실이를 마음에 품고, 강실이의 이름을 속으로 불러대는 강모에게 뜻한 바 아닌 여자와의 혼인은 또 얼마나 암담하였을까. 게다가 그 여자 역시 그토록 거대하게 느껴지지 않았던가. 



나는 비겁한 사람. 허깨비. 어느 것 한 가지도 떳떳하게 행하지 못하고 누리지도 못한다. 나는 왜 살고 있는가. 누군가는 한 사람이 능히 열 가지 일을 하건만, 나는 한 가지도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나에게 바라는 바는, 백 가지 천 가지가 넘는다. 이 무슨 고달픈 운명인가. 그저 나 하나 소리 없이, 내 생긴 대로, 막힌데 없이, 걸린 데 없이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p.179)



시대적 배경이 그러했으므로 그에겐 벅찬 상황이 태어날 때부터 주어졌다. 그것은 불공평하다고 아무리 부르짖어 보아봤자 그의 정해진 자리가 바뀔 리가 없다. 바뀔 리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그렇다고 주어진 역할을 해낼 수도 없으니 그의 마음이 오죽 답답했으랴. 안다. 다 안다. 세상 무엇 하나도 자기 뜻대로 되는 바가 없음을, 그래서 절망의 끝에 서 있음을 다 안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제대로 도망도 못 칠거면서, 아버지가 바이올린을 부수어버리는 바람에 음악에의 꿈을 그렇게 접을 거면서, 종손의 역할을 제대로 저버리지도 못하고, 아내에게 제대로 신랑이 되어주지도 못하고, 자신의 마음속 사랑을 표현하지도 지키지도 못할거면서, 그런건 하나도 못했으면서, 



아내를 겁간하고, 마음속 사랑을 능멸하여 기구한 팔자를 만들어 버리고, 마음에 담았던 울분을 기녀에게 폭력을 휘둘러 표현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내가 아무리 강모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한다고 해도, 그 행동들이 결코 용서되지는 않는다. 종손이 싫지만 집안의 돈을 쓰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지 맘대로 했으면서, 그 돈을 자기 돈인줄 알고, 자기에게 언제나 갚을 돈은 있으니 그렇게 정신 잃고 개념없이 공금을 써대면서, 그러면서 허깨비인 자신을 탓하는 강모가 지긋지긋했다. 싫었다. 어제 늦은밤까지 《혼불2》 를 읽으면서, 너무 화딱지가 나서 이제 그만 읽을까, 10권까지 다 읽지 말까, 하는 생각을 했다. 3권까지는 준비해두었으니 3권까지만 읽고 그만 읽을까, 하고. 10권에 이르기까지 강모가 새로운 사람이 될지, 강한 인간이 될지, 모두에게 용서를 빌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아무리 새로운 사람이 된다 한들, 그 치욕적이고 폭력적인 과거는 그의 것이다. 그것들을 없앨 수가 없다. 내가 그런 강모를 과연 그대로 보고 넘길 수 있을 것인가 싶어지는거다. 



내가 그 당시에 살았다면, 내가 강모가 건드린 여자들 중 하나였다면, 나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입을 꾹 다물고 그저 이것이 운명이려니 하며 조용히 살아갔을런지도 모르겠다.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러나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 상황에서 '그럴수도 있지' 하게 될 순 없는 게 아닐까. 내가 그를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나를 어떻게 대해도 나는 참아낼 수 있는걸까? 조또 파워풀한 사랑에서는 그게 가능한걸까? 아니, 그건 차라리 체념에 가깝겠지? 어차피 이 남자에게 버려진 몸, 내가 더 무얼 할 수 있으랴, 하는. 대체 얻어 터지면서도 피하지 않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도망가지 왜 밤새도록 맞었느냐."

강모는 가까스로 오유끼에게 묻는다. 목이 잠긴 소리다. 그는 몹시도 무안하였다.

"우시길래."

"많이 울더냐?"

오유끼는 대답 대신 누이처럼 강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따뜻하게, 오히려 밤새도록 맞은 쪽은 강모였던 것같이.

강모는 그네를 와락 끌어안는다. 끌어안은 그의 팔에 눈물이 돈다.

"내가 망령이 씌었던가 보다." (2권, p.186-187)



어쩌면 그럴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나를 때리는 이 남자가 제정신이 아니다, 라는 생각. 이 사람은 지금 마음이 혹은 머리가 몹시 아프다, 이 남자는 자신이 아파서 어쩔 줄을 모르고 이러고 있다, 이 남자는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 남자는 지금 약한 상태이므로 내가 감싸줘야 한다. 그래,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전에 '김려령'의 《너를 봤어》에서도 사랑하는 여자에게 거부당한 남자가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있었고, 그에게 맞으면서 여자는 지금 그는 그가 아님을 깨닫는 장면이 있었다. 이것이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나 사랑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것이 '순간 망령에 씌었던' 것이라 해도, 그 망령이 다음에 또 찾아온다면..그때마다 번번이 견딜 수는 없지 않은가. 대체 어떻게 그런 남자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이해하며 감쌀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여자의 존재가 말도 안된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런 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믿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결코 그렇게 될 수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내 사랑은, 그렇게까지 깊지 않을 것 같다. 혹여라도 그게 사랑이라면 말이다. 오유끼를 밤새 때린것도 재수없고, 강실이를 그지경으로 만든것도 재수없으며, 아내를 그런 상황으로 밀어 넣었던 것도 재수없다. 한마디로 강모는 재수없는 놈이다. 강할 곳에서 강하지 못하고 참고 참았다가 엉뚱한데서 폭발해버리는 데야 그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종손이라는 그의 역할, 그 시대의 사회적 배경이 그를 억눌렀다한들, 그렇게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그가 벌인 짓은, 내게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혼불 계속 읽기를 주저할 정도로. 그러나 혼불에 강모만 있는 게 아니니까. 



춘복이, 춘복이가 있다. 입을 함부로 열어 주위 사람들을 식겁하게 하지만, 지금 처한 상황이 몹시도 부조리하다고 분노하는 옹구네와 춘복이. 예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미워할 수만은 없는 옹구네와 춘복이. 사실 춘복이가 3권에서 무슨 짓을 저지르게 될지 조마조마하다. 그저 그의 빗나간 욕망이 시작은 비뚤어지더라도 과정과 결과에서 다른 식의 이야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춘복이는 칼을 품은 사람이다. 이 상황이 답답하다고 울고 짜다가 자신보다 더 약한 자들에게 폭력으로 풀어버리려는 자가 아니라,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바꿔보려고 이를 악 무는 그런 남자.



"아앗따아, 아재는 징그럽도 안허요? 그만치 참고 살았으먼 원 쇠심줄 창사라도 썩어 부리고, 그 창사가 구리라도 녹아 부렀겄소. 무신 노무 한 시상을 참을라고 산다요? 시상으 나왔으먼 머 시름을 허든지 농사를 짓든지 산을 헐든지, 조께 본때 있게 살다가 죽어야제. 이노무 시상은 멋 헐라고 사는 노무 거이간디, 오나가나 참으라는 소리뿐이여어. 참으먼 뱃속에 똥만 차지 무신 삐쭉헌 꼬라지가 있냐고요. 에레서 애비 죽고, 죽은 애비 뒷산마루 묏동에다 파묻어 내비리고는, 자식 새끼도 팽개치고 밤도망 가 부린 에미는 낯바닥도 모리겄고‥‥‥키워 주신 아재한테는 헐 소리 아니지만, 이런 신세가 될지 알었으먼 차라리 내가 동냥아치가 되는 거이 천만번 속시언헐 뻔했오. 이노무 신세는 머 생기는 것도 없이 참을 것만 산데미맹이로 첩첩허니‥‥‥사방팔방 걸리는 거 없이 얻어 먹고 댕기는 신세가 못될 바에는, 내가 헐 수 있는 거이 머엇이겄소? 그저 내 몸뗑이 달린 것 갖고 헐 수 있는 것은 말배끼 더 있냐고요. 낵 속터져 죽는 꼴을 보시는 것보담 말이라도 퍼내고, 이렇게 사는 거이 안낫겄소?" (2권, p.277-278) 



나는 춘복이를 응원하고 싶지만, 과연 춘복이는 내가 응원해도 될만한 일을 벌일 것인가. 혹여라도 그 역시 다른 방식으로 다른 이들에게 해를 입히고 폭력을 일삼게 되진 않을까. 그것이 두렵구나. 



상황이 상황이고 시대적 배경이 시대적 배경이어도, 그러니까 같은 것들을 겪고 있다해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조금 정이 가는 캐릭터가 효원인데, 효원 역시 부모가 정해준 결혼을 했고 신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며 심지어 멸시당하기까지 했지만, 그녀는 아주 강하게 버티어가고 있다. 지금으로보면 말도 안되는 품위를 지키기 위해 가슴 아파하지만, 사실 그녀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행하고, 그것을 누구에게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용기를 가지고 있는 여자다. 그녀가 결혼한 개똥같은 남편보다 훨씬 나은 여자다. 물론 그 남편은 아내의 기개에 밀려 더 찌질하게 되어버렸는지도 모르지만.



"어머님. 놉이 누군가요? 놉은 남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집 농사를 지어 주는 우리 손이요, 우리 발 아닌가요? 놉을 남이라고 생각하면 놉도 우리를 남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일에 제 몸을 부릴 때 누가 성심을 다 허겠어요. 눈치보고 꾀부리고 한눈 파는 게 당연하지요. 우리가 놉한테 주는 밥그릇을 애끼면, 놉도 우리한테 주는 힘을 애끼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 아닌가요? 아무리 종이라도 신분이 낮아 천한 대접을 받을 뿐, 사지에 오장육부는 똑같이 타고 났고, 그 속에 마음이 있는 것은 양반이나 무에 다르겠습니까? 마음에서 우러나야 몸이 움직여지는 법인데, 배를 곯리고 마음을 상하게 한 뒤에 무슨 정성을 바랄 수 있을까요? 많이 먹고 즐거워서 힘이 나면 결국은 내 집 일을 그만큼 흥겹게 할 터이니, 한 그릇의 밥을 더 주고 한 섬지기 쌀을 얻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낄 것이 따로 있지 밥심으로 일하는 일꾼들한테나 몇 숟가락 밥을 아낀다고, 그것이 쌓여 노적가리가 되어 주겠습니까‥‥‥." (2권, p.76)



아. 정말이지 이 부분 읽는데 효원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실존 인물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재해서, 우리 회사로 와주었으면. 그리고 회사의 경영진들 불러 모아 이렇게 강의를 좀 해줬으면...뭐, 강의한다고 바뀔 인물들이 아님을 잘 알지만, 답답해서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많이 답답했다. 물론 지금의 내가 사는 현실도 답답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니지만, 그 옛날에 여자들이 살던 삶이 너무나 답답해서 한숨이 다났다. 남편을 잃고 혼자 살아가며 베틀에 앉는 게 하루일의 전부인 인월댁을 보는것도 답답하고, 오랜만에 만난 부모인데도 반가움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효원을 보는 것도 답답했다. '한' 이라는 게 괜히 생긴 것이 아니라는 걸, 이 책을 보면서 새삼 생각하게 된다. 상황이 빡치게 하고, 남자들이 빡치게 하는구나.




지그시 가슴을 누르고, 가까운 곳에 와 계시는 밧어버이 훈김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득 차, 일상에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는 위선이 아니라 품위였던 것이다. 

그것은 사돈댁을 방문한 친정 쪽에서도 출가한 여식을 대하여 지켜야 할 은연중의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심정도 그러했으랴.

효원은 돌덩어리를 삼키듯, 복받치는 반가움과 설움을 함께 삼켰다. (2권, p.51)



하아-품위 따위, 송골매에게나 주라지. 이런 부조리한 상황 때문에 으휴 답답해, 하며 읽다가 강모 때문에 분노로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독서였다. 3권을 어젯밤과 오늘 출근길에 조금 읽었는데, 3권까지 읽고나면 일단 좀 쉬어야겠다. 강모 이 쉐키...만주로 도망갔어. 쉐키... 아놔..차라리 도망가서 혼자 살아라. 거기서도 이 여자 저 여자 불행하게 만들지 말고. 


여자의 순결이 중시되던 시대에 순결을 잃은 여자는 갈 곳이, 설 자리가 없었다. 세상이 미친듯이 욕을 하니까. 그보다 자유로워진 지금 상황이 어찌됐고 또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든, 중요한 건 자신이 자신에게 당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자신이 잘 살 수 있는 길이다. 내가 성경험이 없다면 없는 채로, 있다면 있는 채로, 많다면 많은 채로, 나는 어쨌든 나인 것이다. 세상이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수가 없다. 그러니 내가 이런 나인 것을 당당히 여기고 남자 때문에 불행의 나락으로 빠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연애한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그저 연애의 기쁨으로 생각하고, 개새끼들을 만나 엮이게 된다면 거침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당당하게 혼자 설 수 있어야 한다. 참는다고 개같은 연애가 천국으로 향하진 않으니까. 돈 없고 능력 없는 남자가 못난 남자인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자신이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채로 요리조리 피해 다니면서 그 길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불행을 건네는 남자가 못난 남자인 거다. 이런 남자를 피해야 해!! 효원이랑 강실이랑 오유끼는 그럴 수 없었지만, 지금을 사는 우리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개같은 연애에서는 빠져나오자!! 유약하고 흔들흔들 하는 남자는 집어치워!!




꿈에 변기 가득 똥이 담긴걸 보고 내렸다. 누가 똥을 쌌는데 변기를 돌리지 않아, 이걸 왜 돌리지 않냐며 내가 돌렸던 것. 꿈에서 깨고는 변기 안에 있던 똥이 눈 앞에 생생해, 오호라, 이건  로또로구나, 했는데, 제기랄, 숫자는 하나도 맞질 않았다. 그냥 똥 꿈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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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14-08-18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6권 들어가요.
강모는 여전히 찌질하고 춘복이는 여전히 조마조마하고, 강실이는 여전히 애처롭고...
하지만 저는 이 책을 놓을 수가 없어요.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계속 응원하고 지켜봐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요. ^^
물론 강모는 저도 정말 짜증나요!!!




다락방 2014-08-18 17:08   좋아요 0 | URL
저는 춘복이가 2권에서 결심한대로 강실이를 신부로 맞이하게 될 지 궁금해서 미치겠어요. 그래서 3권을 시작했어요. 춘복이가 강실이한테 어떤 사람이 될 지가 궁금한데, 효원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 지도 궁금한데, 그런데.. 아, 강모가 용서가 안돼요. 나약해빠진 남자는 오히려 나약한 자신보다 타인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싫어요 ㅠㅠ

2014-08-18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8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14-08-19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요즘 드라마에도 비슷한 얘기가 많은 것 같던데, 하물며 이 소설 연재되던 80년대 초라면 뭐... ^^
그나저나 꿈은 제대로 꾸셨는데 혹시 오늘 꿈 꾼날 쓰신 이 페이퍼가 <이달의 페이퍼>라도 뽑힐 줄 아나요? ㅋㅋ

다락방 2014-08-19 08:22   좋아요 0 | URL
아, 그럴수도 있겠네요 야클님. 그 꿈에 대해서라면 이미 지나갔다 생각지 말고 좀 더 기다려봐야겠어요. 이 페이퍼가 이달의 페이퍼에 뽑히는지 ㅋㅋㅋㅋㅋ

아니 그런데 자정이 넘은 시간에 주무시질 않고 왜 여기 들어와 계셨던 겁니까! 전 그 시간에 완전 쿨쿨 자고 있었네요. ㅋㅋㅋㅋㅋ

yssolo 2014-08-19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걍 읽어봐야겠다 간만에 책을... 긍데영 주인장님 건모 노래 좋아하는 사람이 한 마디만....
입장 바꿔 생각을 해 봐 니가~~
강모 나쁘지만 사람은 안 죽였으니 살인자보단 낫고, 지금의 어느 분들도 돈으로 강모 같은 짓을 하는데
강모에게는 마음의 아픔과 종손이라는 책임감, 잘나지 못한 자기에 대한 자괴감(음 정신병자 맞나 현대적 의미에서)에서
비롯된 것들을 개에새끼라뇨 ㅠㅠ
강모보다 더 한 짓 많이 하는 놈들도 지금 수두룩한뎅 킁
강모<강실<춘복<효원? 강모가 처란 현실과 효원과 강실이가 처한 현실이 바뀐다면? 춘복이 종손이고 강모가 유약한 걍 종이라면?
이 소설 제미가 있어서 댓글을 달아 봅니다. 간만에 읽을 책 하나 찾은 거 같아서
긍데 왜~~~ 저희 나라 소설은 기승전결이 비스무리 할까용 쩝
요것도 드라마로 나오려나 킁

다락방 2014-08-19 08:52   좋아요 0 | URL
yssolo님과 저에겐 약간의 입장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저는 살인보다 죄질이 나쁜 게 강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모가 처한 상황이 자괴감을 갖는다는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 자괴감으로 여자를 겁탈하는 건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단지 할머니 돈을 펑펑 써대기만 한거라면, 그거라면 그저 쯧쯧거리고 말겠지만, 강모는 자신의 나약함으로 자괴감을 핑계삼아 두 명의 여자를 겁탈하고(한 명은 아내입니다만, 아내는 그것을 겁간이라 느낍니다), 다른 한 명의 여자를 밤새 두드려 팹니다. 강모보다 더한짓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강모가 개새끼가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한 욕을 해주고 싶지만 그나마도 글이라 참는겁니다. 여자를 강간해놓고 자괴감이라뇨. 아뇨, 그건 말이 안돼죠. 강간 당한 여자는 평생을 지옥에서 사는데요. 게다가 저 당시는 1930년대, 여성의 순결이 중요시 생각되던 때에요. 겁탈 당한 소문이 난 강실이에게는 들어오던 혼처마저 취소되고 나이는 들어가는데 혼처가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이에 '더럽혀진 양반이니 내가 결혼해보자' 라고 노비가 생각하게 되고요. 그래서 저는 이것을 그냥 '나약한 종' 이라고 생각하며 이해만 할 수가 없어요.

소설은 재미있어요. 일단 청암부인은 어쩐지 토지의 서희를 생각나게 하지만, 앞으로 진행될 내용에서는 아마도 효원이가 서희를 생각나게 하지 않을까 싶어요. 춘복이는 길상이를 떠올리게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어요. 양반으로서 일제 치하를 살아가는 분노, 신분이 낮은 사람으로서 아무리 일을 해도 결코 유복할 수 없는 분노 같은 것들이 수시로 나와 그들과 같이 속상해하며 읽고 있습니다. 10권까지 있지만, 읽기에 크게 부담이 없을 것 같아요.

yssolo 2014-08-1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쿵 ㅡ,.ㅡ 전 살인과 강간을 말한게 아닌데요 ㅠㅠ 강간범이 더 나쁜 건 공감하는데요... 음 그 밑에 글을 보심 이해 할련지...
식민지 하에서 강모와 지금 현실에서 우아 ㅡ,.ㅡ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냐 우띠!,,,
그렇지 ㅡ,.ㅡ 성을 노리개 삼는 인간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 하는데 왜 강모보다 더 한 넘들도 있는뎅
강모 좀 불쌍하지 않나영? 자기가 원한 결혼이 아니고 자기보다 더 나이 든 여성에게 자기가 원하는 사랑이 아닌 사람에게
왜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가는데... (나 이러다 돌에 맞아 죽긋당 강모야!!!)
완간되지 않은 소설이자만, 걍 읽어 보려고요.
변명은 안하겠으나 강간범과 살인범의 입장을 ㅡ,.ㅡ 내 말이 그렇게 받아 들여지나 쿵 우엿든 읽어 보렵니당.
질문:영화와 소설과 드라마와 만화 중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한 가지 소재로 같은 이야기를 만들 때)

다락방 2014-08-19 09:25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대로 상황이 바뀌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건 알아요. 그러니 강모가 얼마나 답답했을지 안다는 거고요. 강모에겐 벅찬 상황이란 걸 압니다. 그러나 원치 않는 결혼인건 효원도 마찬가지였어요.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는데, 그러나 그런 상황이라고 해서 강모가 한 짓에 변명의 여지가 있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저는. 불쌍한데, 불쌍하다고 나쁜 짓 한게 좀 수그러드는 게 아니잖아요. 강모보다 더한놈들 당연히 있는데요, 그런 놈들 때문에 강모가 나쁜놈이 아닌 건 아니잖아요. 더한놈들은 더 나쁜 놈들이고 강모도 나쁜놈이라고 생각해요, 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불쌍하지만, 해서는 안될 짓을 한 나쁜놈'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일단 저의 경우에 만화는 기억을 못해요. 그림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림이 머리에 팍 들어오지도 않기 때문인데요, 음, 아무래도 저는 소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건 아마도 소설이 가장 디테일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제게는 그림보다는 글자가 더 익숙해서 그런 것도 같고요. 만화나 드라마 보다는 소설 쪽이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이 높아요. 영화라면..음...이건 좀 생각해봐야 될것 같은데요. 어떤 영화의 경우에는 미친듯이 폭풍 공감하기도 하니까...그래도 ..같은 소재라면...음.... 역시 소설이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yssolo 2014-08-19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질문에 대한 답 감사하고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책장을 넘기는 맛을 아는 사람만이 책을 사는 현실에서 좋은 책 소개 해 주신 것 감사하고요.
가을에 읽을 책이 생겨서 다행요. 아! 로그인 안하면 비밀글 쓰게 만드는구낭 ㅠㅠ

다락방 2014-08-19 11:24   좋아요 0 | URL
완간되지 않은 소설이라 10권까지 다 읽고나면 오히려 더 갈증나지 않을까 싶어져서 저는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읽기 시작할 때는 완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ㅠㅠ 끝인줄 알았어요 ㅠㅠㅠㅠㅠ 지금 3권까지만 가지고 있는데 4,5권을 살까 어쩔까....머리에 쥐가 나네요. Orz

yssolo 2014-08-1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쥐나면 고양이 야옹 야옹 ~~ 어려운 문제는 걍 패쓰... 그게 수학 선생님이 학력고사에서 고득점을 받는 방법이라고 했다....
인생사 다 머리 아프게 생각하면 답 안 나옴요. Pass!!! Pass!,!

섬사이 2014-08-20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쓰러지는 빛》이 당선된 직후부터 쓰기 시작해 이듬해 동아일보 창간 60주년기념 20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혼불》 제1부가 당선되었고,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월간 《신동아》에 제2∼5부를 연재한 뒤 1996년 17년 만에 전10권(5부)으로 완간된 최명희의 작품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혼불 [魂─] (두산백과)

작가는 지병인 암이 악화되어 투병하던 중에도 제5부 이후 부분을 구상하고 자료를 정리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끝내 집필하지 못하고 타계하여, 1996년에 간행된 판이 최종본이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혼불 [魂─]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진정한 완간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작가에게서 들을 수 있는 혼불은,
그러니까 10권까지가 끝이에요, 다락방님. ^^

다락방 2014-08-21 09:44   좋아요 0 | URL
아, 완간이네요, 섬사이님. 애초에 완간이 되었는데 그 뒤에 더 쓰고 싶었던 거였어요. 그쵸? 후훗. 전 이제 막 3권을 마쳤는데 조금 쉬려고요. 다른 책들 읽다가 다시 4권을 시작해야겠어요. 아직 주문도 안했는데 다음달 쯤에나 주문할까 생각해요. 다음달쯤에 주문해도 흐음, 올해안에 혼불 10권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요? 올해 안에 다 읽고 싶은데 말이지요.
완간된 소식 전해주셔서 고마워요. 읽을 힘이 나네요. 헤헷 :)
 
혼불 2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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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어먹을 강모. 유약한 남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해를 입힌다. 강한 존재에게는 반항도 제대로 못하고 약한 존재에게 휘두르는 폭력이라니. 아오..강모 때문에 빡쳐. 이해한다고 용서되는 건 아니다. 강모 너는 나쁜 머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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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8-18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새끼..

레와 2014-08-18 14:08   좋아요 0 | URL
백자평이라 머저리로 순화했군요.ㅎㅎㅎㅎㅎ

다락방 2014-08-18 14:11   좋아요 0 | URL
ㅇㅇ 원래 백자평에 개새끼라고 썼다가 진정하고 지웠음. 근데 개새끼란 말을 꼭 하고 싶어서 댓글에다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책을 읽을 때,

대체적으로  한 권을 끝내고 다른 한 권을 다시 시작한다.

두 권 이상을 읽는 멀티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시도해보았자 결국은 한 권에 집중하게 되는데,

어제 이 책이 도착했을 때는 마침,

《혼불2》를 읽고 있었던 터다. 어제 아침에 시작한 것.

그러니 나는 혼불2를 다 읽고나서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중간에 끼어들기로 책을 읽으면 전에 읽던 책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지만,

밀란 쿤데라 아저씨의 작가 소개 때문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니까 책을 펼쳤을 때, 책 날개에 있던 작가 소개는 지독하게 매력적이었던 것.









아, 이름 밑에 단순한 저 두 줄, 저게 전부다. 

아, 이토록 단순한 것의 매력.

그러나, 저렇게 딸랑 두 줄이라고 해도 쿤데라 아저씨가 얼마나 근사한지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 않는가.

멋져! >.<


그래서 어제 두 쪽쯤 읽다가 잤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혼불 대신 이 책, 《무의미의 축제》를 들고 왔다.




내게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에게 어제 고맙다는 인사를 했는데,

그 친구는 이 책을 내게 선물하고나니 알사탕 500개와 신간적립금 1,000원을 받게 됐다며 좋아했다.


아...다른 책 사달라고 하고 이 책을 내가 살 걸.....알사탕과 적립금을 내가 받을 걸 ....................하고 나는 잠깐 후회했을까 안했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늘,

신간으로 어떤 책들이 나왔을까 하고 알라딘을 들여다보다가,

오,

김이듬의 시집이 나왔다는 걸 알게됐다.

오,

듬!


당신은, 겨울휴관을 썼잖아요!






너무 궁금해서 미리 보기로 앞의 시 몇 편을 훑어보고 싶어졌는데,

아흑, 아직 미리보기가 안 된다.

나는 아직 김이듬의 새로운 시들을 볼 수가 없다.

아...궁금하다.

이 시집에는 <겨울 휴관>만큼 내가 뻑갈만한 시가 있을까??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회사 직원들과 술을 마셨고,

호기롭게 내가 계산한다며 카드를 긁었다는데,

다음날 아침 그 사실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괴로워하는 꿈이었다.

괴로웠던 까닭은, 

내가 긁은 카드 금액이 무려 71만원 이었기 때문. 하아- 

너무 술을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겨, 내가 긁었다는 사실도 당연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가 마신 술과 안주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사람들은 내게 신나서 낸다고 했다는거다.

71만원이라니, 너무나 거금이라,

나는 전무님과 사장님등 임원분들을 찾아가서 이걸 회식비로 좀 처리해달라 애원해봤으나,

다들 이상한 말 하지 말라며 거절했고,

나는 대체 이 71만원을 어떻게 해야하나, 왜 내가 뭘 먹었는지 기억도 못하는 것에 대해 지불을 해야하나,

병신같이 왜 내가 긁었나, 하며 고통스러워하다 깼는데,

아직 꿈에서 다 빠져나오지 못해 고통스러워 하다가,

잠깐만, 

내가 어제는 집에 와서 열무김치에 밥을 비벼 먹고, 또 오믈렛을 시도해보고, 김치 만두를 먹고, 맥주를 마시고,

케이블에서 해주는 영화를 보다가 잤다. 그러니 어제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제는,

집에 와서 밥을 먹고, 회사에 지갑찾으러 다녀왔다. 그러므로 그제의 일도 아니다.

그러니 71만원을 직원들과의 술값으로 써서 고통스러워하는 지금은, 현실이 아니다.

라는 논리적 추론을 함으로써 그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시간은 새벽 두 시를 넘기고 있었다.



71만원이라니...어휴......그걸 어떻게 갚어. ㅠㅠ

꿈이라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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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3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3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3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4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3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4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dreamout 2014-08-13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의미의 축제. 읽었어요. 역시 매력적인 데가 있어요.
이제 3일 연휴라.. 이제 밀린 리뷰도 좀 적어보자고 맘 먹고 있는데.. 그럴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3일 연휴엔 뭐하며 재밌게 보내실지 궁금하네요. ㅎㅎ

다락방 2014-08-14 10:08   좋아요 0 | URL
드림아웃님.
위에 세 개가 죄다 비밀글이라 살짝 부담스럽지 않으셨어요? ㅎㅎ 첫 공개댓글, 고맙습니다. ㅋㅋㅋㅋㅋ

무의미의 축제, 저도 매력적이긴 한데 그렇지만 어려웠어요. 제가 읽은 쿤데라의 책 중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왜그런지 모르게 <리스본행 야간열차> 생각도 나더라고요. 이건 진짜 왜그랬을까요?

3일 연휴엔 ..글쎄요 그냥 빈둥빈둥 실컷 먹고 마시다 다 끝나버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Orz

알라딘 자주 들어와볼테니 밀린 리뷰 적어주세요, 드림아웃님! :)

프레이야 2014-08-1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에, 약력을 참 구구절절 쓰시는 분들 많이 봐요.
명함 한 장에도 앞뒤로 꽉 차는 경우도 봤구요.
저렇게 단순명료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확 듭니다.
그만큼 자신감 충만한 저자라는 증거겠지요.

다락방 2014-08-14 14:04   좋아요 0 | URL
트위터만 해도 말씀하신 것처럼 약력을 주르륵 늘어놓아 자기 소개를 어마어마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자기 소개를 현란하게 하는 사람에게 저는 그다지 호감 가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쿤데라 님이 더 근사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저도 소개는 단순하게 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런데 .. 단순할 수밖에 없네요. 뭐 약력이랄 게 없어놔서 말이지요. ㅎㅎㅎㅎㅎ

책읽는여름 2014-08-1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이네요 밀란쿤데라니 저런 약력이 가능할 듯해요. 나? 밀란쿤데라야!가 되는 분이니까요 ^^

다락방 2014-08-17 15:2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자신의 글이 이미 모든 걸 말해준다는 생각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멋지죠. ㅎㅎ

단발머리 2014-08-18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체적으로 한 번에 4-5권 정도의 책을 같이 읽구요. 좀 내킨다 싶을 때는 한 10권까지도 같이 읽어요.
읽고 있는 책이 완전 재미있을 때도 그럴 때가 있구요. 어렵고 머리 아파서 다른 책으로 피신가는 경우도 있구요.
가끔 이 책, 저 책 주인공들이 만나 얘기하기도 하구, 그럽니다^^

그래서~~
월요일 출근길에 다랑방님께 선택받은 책은 <혼불 2>인가요? 아니면 두줄 약력의 <무의미의 축제>인가요?
오늘의 행운의 책은? 두둥~~~

다락방 2014-08-18 11:52   좋아요 0 | URL
한번에 4-5권도 어마어마한테 열 권이라뇨. 아이쿠 단발머리님. 제가 그런다면 아마 이 책 저 책 주인공들이 만나 얘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파티를 벌였겠네요. 잔치도 벌이고 파트너도 바꾸고...(응?)

무의미의 축제는 다 읽었고요, 혼불2도 다 읽었습니다. 지금은 혼불3 을 읽고 있습니다. 이걸 다 읽고난 후의 독서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고요. 후훗
 
내가 우울을 달래는 방법


이런 걸 찾아냈다!


'다락방' 그녀의 소설 이야기



작년 연말에 나는 시사인을 사서 이미 읽었었는데, 이게 온라인에 떡- 하니 있을 줄은 내가 또 미처 몰랐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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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4-08-1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이러다 검색창에 이름 치면 나오는 사람 되는 거 아닙니까? ㅎㅎㅎ

다락방 2014-08-12 14:13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그러면 곤란한데요. 사생활 보호 사생활 보호!! ㅋㅋㅋㅋㅋㅋㅋㅋ뭐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스탕 2014-08-1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
새삼 새롭네요 ^_____^*

다락방 2014-08-13 11:39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많이 좀 팔려야 되는데요! ㅎㅎ

프레이야 2014-08-12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동감^^ 다락방님 책의 장점을 잘 말해주시는 분이네요.
추카추카!!!

다락방 2014-08-13 11:39   좋아요 0 | URL
서평을 책에 비해 너무나 잘 써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하핫

비로그인 2014-08-13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다락방님.
근면하고 성실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근면함이 대단하세요^^ 배워야 할 점 같아요... 저도..

다락방 2014-08-14 10:09   좋아요 0 | URL
근면하고 성실하다기 보다는, 뭐,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요. 새벽숲길님은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계시잖아요.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여행하고, 찍고.. :)

자하(紫霞) 2014-08-16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초에 시사인에서 보고 아! 다락방님이다. 했는데요.
알려드릴까 하다가 '아마 아시겠지!' 한 기억이 나네요.ㅎㅎ

다락방 2014-08-17 15:29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보셨군요!
저는 일전에 후애님이 실릴거라고 알라딘에 페이퍼 작성해주셔서 기다리다가 바로 즉시 사서 읽었었지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14-08-18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지에서 남편 핸폰으로 다락방님 이 글 읽다가 신랑이 밧데리 없다고 짜증을 내서는.... ㅋㅎㅎ

"오래 주저한 끝에 라식수술을 받았으며"

라식수술 받으셨군요. 운동화, 하이힐, 매니큐어, 설겆이 모두 내가 아는 이야기인데, 이건 모르던 이야기예요.
이 분 다락방님 책을 꼼꼼히 읽으셨군요. <독서공감> 속편도 완전 기대합니당~~~

* 태그 완전 웃겨요@@

다락방 2014-08-18 11:5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독서공감에서 <에브리맨> 얘기에 제가 라식수술한 일화가 나옵니다 ㅋㅋㅋㅋㅋ
제가 쓴 것보다 책을 더 잘 읽어주신 것 같아 그저 황송할 따름이었어요. 뭔가 후와님의 서평 솜씨에 미치지 못하는 부족한 책이라 죄송스럽기도 하고요.. 흑 ㅠㅠ

두번째 책을 기대해주신다면, 제가 또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 ")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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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애인과 이별한 친구에게 '너는 미래에 그녀와 함께 있는 모습을 그릴 수 있었냐' 고 물은 적이 있었다. 친구는 '그렇다'고 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들었다. 간혹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에는 나의 애인들 중 누구도 없었으니까. 이상하게도 앞으로의 그림을 그려볼라치면, 거기엔 나는 늘 혼자였다. 혼자라고 해서 외로워하거나 슬퍼하진 않지만, 혼자 있는 집이 그려졌다. 다만, 예순이 되고 일흔이 되어도 바깥으로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는 할 것 같았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을 하진 않을거라 생각했다. 친구에게 그리 물었을 때, 나는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에 누군가와 함께 하는 모습을 그리는 지를.


물론 영화속에서도 드라마 속에서도 '나는 너와 함께 남은 생을 보내고 싶어' 라든가 '너와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보며 살고 싶어' 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오긴 했었다. 그러나 그 말들은 그 당시 그 커플들에게 낭만적인 말이었을지언정, 나를 유혹하는 어떤 멘트도 되지는 못했다. 그 말은 내게 다가와 닿지 못했고, 그것은 아마도 내가 바라는 것이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누군가와 함께 늙어간다는 것이 내게는 구체적인 상상으로 그려지지도 않았고. 내가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면 나는 그와 앞으로 함께 하는 삶을 꿈꾸기 보다는 지금 즐거운 것을 더 많이 추구하곤 했다. 심하게 열병을 앓을 정도로 사랑했던 사람에 대해서도 미래를 그리기 보다는 '그는 어떤 어린이었을까, 어떤 학생이었을까, 학생때 어떤 모습이었을까' 를 생각해보는 일이 더 많았다. 내게 '누군가와 함께하는 미래'는 마치 공상과학영화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매일 밤마다 아빠와 엄마가 한 방에서 잠들고, 아침에 함께 눈뜨고, 자기 전이나 일어나서 투닥대는 모습을 볼 때조차도 그것은 '내 부모의 삶' 이었지, '언젠가 나의 것이 될 수도 있을것' 이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건, 내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당신과 함께 남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말에 진정성이 있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 그것은 내게 일종의 '그냥 하는 말' 같은 거였다. 이 책,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읽기 전까지는. 정확히, 그의 이런 문장을 읽기 전까지는.



우리는 30년을 함께했다.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서른두살이었고, 그녀가 죽었을 때는 쉰여섯 살이었다. 그녀는 내 삶의 심장이었다. 내 심장의 생명이었다. 그녀는 늙는다는 개념을 증오했다. 이십대부터 자신이 마흔을 넘기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 둘이 함께 이어나갈 삶을 기쁜 마음으로 고대했다. 모든 것이 느려지고 고요해지기를, 함께하는 옛 추억들이 늘어나기를 고대했다. (p.111)




이 문장들을 천천히 읽는데, 그의 말이 거짓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문장 한 문장에 그의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것 같아 나는 아주 꼭꼭 단단하게 읽었다. 아, 그럴 수 있는거구나, 했다. 앞으로 함께 이어나갈 삶을 고대할 수 있는거구나, 함께하는 추억이 늘어나기를 바랄 수가 있는거구나, 그런 걸 고대할 수 있는거구나! 내게 이것은 사랑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주었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는 나의 확신에, '어쩌면 그렇지 않은 사랑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었다. 결혼 생활이 결국은 의리와 정으로 지탱되는 거라는 생각 앞에, 꼭 그런것만은 아니라는 일종의 가능성을 열어두게 해주는 문장이었다. 그러자 이내 근사해졌다. 아, 나와 함께 하는 삶을 고대하는 사람이라니. 아니, 내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을 고대할 수 있다니! 이것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만나 꿈꿀 수 있는 어떤 최대치가 아닐까. 




그렇기에,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라는 그의 말이 옳다. 우리는 언젠가 죽고, 함께 산다면 누군가가 반드시 먼저 죽을 수밖에 없다. 사랑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함께 산다고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다. 그것이 우주의 순리이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약하디 약한 존재이니까. 사랑이 끝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리고 그때마다 언제나 아프고 쓰라리겠지만, 그것이 반드시 사랑의 절정에 있었던 젊은 시절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켜켜이 쌓인 시간이 더 늘어가고, 그래서 이제는 '이제껏 하나인 적 없었던 두 가지'가 '온전히 하나'가 되었을 때, 그때 찾아오는 이별이야말로 비탄과 고통속으로 우리를 몰아넣는다.




우리는 평지에, 편편한 면 위에 발을 딛고 산다.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망한다. 땅의 자식인 우리는 대로 신 못지않게 멀리 가 닿을 수 있다.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종교로 날아오른다. 대개의 경우는 사랑으로 날아오른다. 그러나 날아오를 때, 우리는 추락할 수 있다. 푹신한 착륙지는 결코 많지 않다. 우리는 다리를 부러뜨리기에 충분한 힘에 의해 바닥에서 이리저리 튕기다가 외국의 어느 철로를 향해 질질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p.60-61)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좋아한 문장이다. 사랑으로 훌쩍 날아오르지만, 우리는 추락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자명한 이치인가. 또한 푹신한 착륙지가 많지 않을 뿐더러 철로를 향해 질질 끌려가게 되는 고통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명백한 사실인가. 모든 사랑 이야기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당신과 함께 살고 당신이 죽는 모습을 보는 것도 고통이지만, 그것이 싫어 지금 당신과 헤어지는 것 역시 추락이니까. 이렇게든 저렇게든 어떻든 우리는 둘이 함께 영원할 수가 없으니까. 아내를 잃은 줄리언 반스의 조용한 회고 앞에, 나는 먹먹해진다. 그에게도 역시, 사랑은 비탄의 이야기였다. 그녀의 빈자리를 느껴야 했으니까. 




전에는 함께였던 적이 없는 두 사람을 하나가 되게 해보라. 어떤 때는 최초로 수소 기구와 열기구를 견인줄로 함께 묶었던 것과 비슷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추락한 다음 불에 타는 것과, 불에 탄 다음 추락하는 것, 당신은 둘 중 어느쪽이 낫겠는가? 그러나 어떤 때는 일이 잘 돌아가서 새로운 뭔가가 이루어지고, 그렇게 세상은 변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머지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 중 하나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 이는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가능하다. (p.109)




차곡차곡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이 책을 써나갈 때, 일단은 비상의 죄로부터 시작해 결국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될 때, 그는 차분하게 이 글의 구성을 하였을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109쪽의 저 문장을 쓰다가 무너지지 않았을까, 다시 오열하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보았다. 그는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답게, 무척이나 유려하게 이 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추슬렀던 감정이,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는 문장을 쓰면서, 폭발해버리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그가 아프게 이 글을 썼다는 거야 충분히 짐작 가능하지만, 결국 저 문장에 이르서야 나는, 함께 엉엉 울고 싶어졌으니까. 극도의 사랑 앞에서 그렇듯 극도의 고통 앞에서 역시, 우리가 깨닫는 사실은 굉장히 단순하다. 네가 가버리고 난 뒤, 그 자리는 너무나 크다. 이것만큼 상실의 고통을 잘 표현할 만한 말이, 대체 무어란 말인가.



아내를 잃은 그에게 친구들이 건네는 위로는 대체적으로 다 쓸모가 없다. 그는 자신 나름의 기준으로 그들을 친구명단에서 제외시킨다. 그는 지금 아내를 잃기 전과는 다르니까. 비탄에 빠져 있으니까. 그들이 위로라고 건넨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 앞에서 조심하려는 걸 알지만, 그에겐 그 모든 것들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하물며 무신론자인 그가, 종교적 위로 앞에 어떻게 감사해할 수 있겠는가.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기독교도 중 한 사람에게 아내가 중병을 앓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내 아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나는 마다하지는 않았지만 충격적이게도 곧바로, 얼마간은 씁쓸한 태도로 그의 하느님이 크게 소용이 된 적은 없엇던 것 같다고 일러주고 말았다. 그는 대답했다.

"아내 분이 훨신 더 고통스러워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나는 생각했다. 아, 그 정도가 당신의 핏기 없는 갈릴리 남자와 그의 아빠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거군? (p.155)  




하물며, 그녀와의 헤어짐이 우주의 할 일이라고 한들, 그가 우주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 우주가 제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한들, 그것은 그저 그 자신을 위로하기위한 수단에 다름아닌가 말이다.




나는 차를 운전해 병원에서 집까지 다녔는데, 철도교가 나타나기 직전의 어느 길목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나는 소리 내어 몇 번이나 되풀이해 말하곤 했다.

"이건 그냥 우주가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

바로 '이것', 이토록 거대하고 강렬한 '이것'이 '모든 것'의 이유일 뿐이었다. 그 말엔 어떤 위안도 담겨 있지 않았다. 어쩌면 그 말은 가짜 위안에 저항하는 대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주가 다만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면 우주 자신에게도 똑같이 할 수 있을 터이니, 우주 따윈 될 대로 되라지. 세상이 그녀를 구할 수도 없고 구하려 하지도 않는다면, 도대체 내가 뭣 때문에 세상을 살리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단 말인가? (p.121-122)




결국 그가 잃은 건, 종교보다 큰 무엇, 우주 따위보다 더 대단한 무엇이었음을, 그의 큰 고통을 담은 잔잔한 고백 앞에 깨닫는다. 섣부른 위로가 고통에 빠진 사람에게 얼마나 무용한가를 깨닫는다. 어설픈 격려의 말이 그들에게 닿을 수가 없다는 사실도 역시 깨닫는다. 나는 그에게 섣부른 위로 대신, 어설픈 격려의 말 대신 무엇이 좋을까 생각해보지만, 설사 내가 좋다고 생각한 것을 시도해봤자 그것이 그에게도 좋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은 없다. 어쩌면 나는 그저 먼 곳의 그의 독자임을 스스로 다행히 여겨야 할런지도 모르겠다. 



줄리언 반스의 책은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과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어본 게 전부이고, 그 두 권은 모두 내게 그렇게 크게 재미있거나 좋진 않았다. 그러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그 두 권을 합친것보다 더 좋다. 이 책이라면, 한 번 더 읽어도 좋겠다.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p.11)는 그의 말을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본다. 어쩌면 하나인 적 없었던 두 가지가 하나가 되었을 때, 그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악몽에 시달리고난 아침, 그런 생각이 더 깊어졌다. 누군가와 함께 되짚을 추억을 만들어내는 걸 고대하는 삶은, 마치 줄리언 반스의 글처럼 근사할 수도 있겠다. 그의 고통 앞에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가 명치를 맞은 듯이 충격을 받은 건 단연코 지구가 솟아오르는 광경이었다‥‥‥우리는 우리가 살고있는 행성을, 우리가 진화한 곳을 되돌아본 것이었다. 거칠고 우툴두툴하고 낡아빠진데다 따분하기까지 한 달 표면에 비하면 우리의 지구는 참으로 알록달록하고 예쁘고 섬세했다. 아마도 거기 있었던 우리 모두는 달을 보려고 386242.56킬로미터나 왔는데, 정작 절대 놓쳐선 안 될 장관이 지구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p.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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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4-08-13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언 반스의 소설에서는.. (화자가) 몰래 감쳐둔 감정 같은 것을 불현듯, 일순간에 느낄 때가 꼭 있었어요.
그래서, 이 책은 아직 못 읽고 있습니다. 그 일순간에 느낄 감정에 대해 제가 이미 너무 준비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요..

다락방 2014-08-14 10:10   좋아요 0 | URL
저는 줄리언 반스의 매력을 이 책에서 처음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미 팔아버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다시 읽어봐야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 뭡니까. 저는 그게 그렇게 좋진 않았거든요. 그렇지만 이 책은 정말 좋습니다, 드림아웃님. 드림아웃님도 읽어보시면 참 좋아하실 것 같아요. 차분하고 매력적인 글이에요. 천천히 읽기에 참 좋은 글입니다.

몰래 감쳐둔 감정을 불현듯 느낄 때, 그걸 제가 이 책에서 느꼈네요.

2014-08-18 0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8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봐봐 2014-08-1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 말 좀 들어봐, 를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내 말 좀 들어봐,를 읽고 줄리안 반즈의 팬이 되어 이후 플로베르의 앵무새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로 읽었죠.

다락방의 포스팅을 열심히 읽고 있는(덧글은 첨) 독자인데, 분명히 그 책을 좋아하시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14-08-18 18:01   좋아요 0 | URL
댓글 읽자마자 후다닥 <내 말 좀 들어봐>를 검색했는데요, 봐봐님, 이게 품절이네요? ㅜㅜ 그래서 알라딘중고알림등록 신청해두었습니다. 중고 등록 문자 오는대로 후다닥 결제해서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궁금하네요.
추천 고맙습니다!
:)

봐봐 2014-08-22 17:4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하.. 중고도 없다니.. 제 책이라도 빌려드리고 싶네요.

택배로 빌려드릴까요? ^______^

다락방 2014-08-25 14:11   좋아요 0 | URL
ㅎㅎ 중고알림등록 해두었으니 문자오기를 기다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