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티시즘(fetishism)을 네이버 어학사전에 넣고 검색해보면,


'이성(異性)의 몸의 일부, 옷가지, 소지품 따위에서 성적 만족을 얻는 이상 성욕의 하나.' 


라고 나온다. 


음... 나에게도 페티시즘 몇 개가 있는데, 그것은 그러니까 나의 '이상 성욕' 이란 얘기지? 게다가 내가 거기로부터 '성적 만족'을 얻는다고?? 아, 이것은 너무나 그러니까, 은밀한데 나를 까발리게 되는, 그런 것이란 말이로구나.


오늘 아침에 감은빛 님이 쓰신 갑빠와 승모근에 대한 페이퍼(http://blog.aladin.co.kr/idolovepink/8779251)를 읽다가, 근육에 대한 나만의 페티시즘 생각이 자연스레 후루룩 떠오른 거다. 나는 원래 근육질인 남성의 몸을 좋아라하는데, 그냥 좋아하는 것 말고,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좋아서 보기만해도 그냥 다리가 흐물흐물해지는 부위의 근육이 바로 전완근 이다. 손목부터 팔꿈치까지의 근육을 말하는데, 이 부위를 뭐라고 말하는지 몰라서 방금전에 운동 열심히 해서 몸 좋은 남동생에게 급 전화해서 물어봤다.


야, 손목에서 팔꿈치까지의 근육을 뭐라고 부르는거야?

전완근

전 환 근 이라고?

아니, 전 완 근.


나는 알겠다고 한 뒤에 인터넷에 전완근을 쳐봤다. 내 마음을 몰랑몰랑하게 만들정도로 전완근을 갖춘 남자는 사실 거의 없는데, 팔근육 만들고 복근 만들어도 전완근은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고저러고 다 떠나서, 여기 근육이 딱 눈에 띄면, 정말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어버리는데, 전완근 넣고 검색하니 너무 운동운동해서 너무 근육근육한 팔 사진만 잔뜩이야. 이런 건... 그냥 근육이고, 이런것보다는 조금 약하고, 그러나 보통의 팔보다는 더 강해야 해. 그렇게 '바다 하리' 검색했다가 만족할만한 사진을 못찾고, 결국, 오, 나의 '숀 마이클스'를 쳐봤다. 짜라란~





아 좋아 ♡

저기 보고 좋아하는 거... 이상 성욕 맞는듯 ㅠㅠ

맞나? 

맞을듯 ㅠㅠ


아 숀 마이클스 보고 싶다.

나는 저기 보면 진짜 너무 좋다. 

남자 손 보는 것도 좋은데, 손 예쁜 남자는 별로 없어서, 손 보고 가슴 콩닥거리게 만드는 남자 역시 별로 없다. 그런데 손으로 콩닥 거리게 만드는 남자들은 대체적으로 전완근으로도 콩닥 거리게 만들어. 그런데 그런 남자는 정말 거의 없어.


아 쓰다가 심장이 터질 것 같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심장이 바깥으로 나올 것만 같다.

안돼 그만해. 그만 상상해. ㅠㅠ

숨막혀..



그만 써야지..



이것 말고도 다리 흐물거리게 만드는 게, 뭔가 내가 알 수 없는 숫자와 영어, 기호 같은 걸로 노트 한 바닥을 가득 채운, 전형적인 이과적 공부 사진이 그것인데, 또 그런 거 보면 미치고 팔짝 뛰게 좋아서 콧소리 내고 싶어진다. 

며칠전에 오빠가 우리를 만난 자리에서 다른 친구로부터 연필을 선물 받았는데, 그걸 보자마자 이과 오빠랑 연결되면서, 내가 또 너무 좋아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연필로 연습장에다 영어 잔뜩 쓰고.... 까지만 버벅대고 말했는데, 오빠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인증샷 찍어 줄게요'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인증샷에 손까지 딱 찍혀 있으면 거의 기절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 말고도 또 있는데,

계란 한 손으로 까는 거 봐도 기절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치 한 손으로 찢는 거 봐도 넘나 좋은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친것 같아. 그만하자. 가서 에마 읽으면서 빡이나 치자.

라고 썼지만 여기 회사구나...

정신을 똑바로 챙기자!!

정신줄을 놓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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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9-2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람은 남자가 봐도 멋있었습니다. 피니셔가 단순한 발차기라는 취약점에도 불구하구요.

다락방 2016-09-21 10:54   좋아요 0 | URL
아, 저 그 발차기 진짜 너무 좋아했어요. 스윗친뮤직~
은퇴해서 넘나 아쉬워요. 저사람 경기 직접 보고 싶은데... 훌쩍.

syo 2016-09-21 10:56   좋아요 0 | URL
이런 말씀이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제 엄마도 이 남자에 환장했드랬지요.....

다락방 2016-09-21 11:09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6-09-2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저는 저 근육의 선이 조금 더 선명한 팔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남자들은 좀 말라도 팔뚝근육은 다 보기가 좋던데... 내가 그렇게 봐서 그런가 ㅋㅋㅋ 운동할 땐 의외로 소홀하기 쉬운 부분이었군요.

다락방 2016-09-21 13:31   좋아요 0 | URL
저는 아마도 제 몸에 근육이 1도 없기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근육질의 몸을 좋아하는건가...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특히나 전완근, 저 부위의 팔 근육은 정말 멋지더라고요. 이상하게 보면 심장이 뛰어요. 팔딱팔딱 팔딱팔딱.... 하아- 회사 때려치고 저기 근육 멋진 남자 앞에 앉혀두고 저 부위만 쓰다듬으면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네요. 쓰담쓰담. 히융-

제 육체는 근육하나 없는 저질 육체....Orz

감은빛 2016-09-21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답글로 남겼는데, 팔뚝 근육을 통칭하는 말인 `전완근`은 실제 근육 이름은 아니예요.
대개 전완근이 두껍게 발달한 사람은 `상완요골근`이 발달한 경우입니다.
저 사진의 팔뚝 위쪽 가장 두꺼운 부위가 바로 그 근육입니다.
그리고 팔뚝 아래쪽으로 굵은 근육은 `수근요골굴근`이구요.

이 근육들은 크기가 작아서 큰 무게를 들기 어렵기 때문에,
적은 무게를 여러번 반복해서 드는 방식(저중량 고반복)으로 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루하기 때문에 키우기 쉽지 않죠.

다락방 2016-09-21 13:33   좋아요 0 | URL
ㅎㅎ감은빛님 서재에서 답글 읽었는데, 여기에 달아주신 댓글도 똑같네요. ㅎㅎㅎㅎ 장혁 얘기만 빼고 ㅋㅋㅋㅋㅋ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지루하기 때문인지, 저기 근육 멋진 남자를 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쩌면 더 희소가치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저기서 다 볼 수 있는거라면 별로 흥분하지 않을것 같아요. 하핫.

비로그인 2016-09-22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팔근육 좋아요♥ 특히 여성의 잘 단련된 팔근육이 그렇게 멋져 보여요~ 그래서 열심히 팔근육 만드는 중이랍니다 꺄♥

다락방 2016-09-22 13:45   좋아요 0 | URL
전 여자들 팔에 알통 너무 좋아요. 팔에 알통은 남자들 꺼보다 여자들 께 더 좋은듯요. 우하하하. 넘나 멋져요! 아른님 팔근육 화이팅!!! ♡

transient-guest 2016-09-27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레슬러는 브렛 하트였어요..당시 최고의 technician...근데 숀씨가 사장이랑 짜고 제대로 말아먹었죠...-_-::: 개인적으로는 인간성이 좀 별로인 듯...하지만, 아직까지도 여성팬이 많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말았습니다.ㅎㅎㅎ 요즘은 WWE가끔 나오고 예전부터 하던 Texas Wrestling Alliance를 꾸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ㅎㅎㅎ 사실 진짜 힘쓰는 근육은 전완근, 어깨, 등 , 그리고 다리근육이죠..ㅎㅎ 갑빠와 식스팩은 쇼에요..ㅎㅎ 근육 좋아하시면 UFC를 추천합니다...진짜 사용하는 근육이 단련된 것을 볼 수 있어요...

다락방 2016-09-27 09:02   좋아요 0 | URL
하트 브레이커스 팀 말씀 하시는건가요? 태그팀.. 저도 정말 좋아했는데요.
그런데 사장이랑 짜고 말아먹은 것도 쇼의 한 이야기 아니었나요? 저는 스토리상 가져간 부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마지막엔 트리플 에이치랑 태그팀 결성했었잖아요. 은퇴 전에. 전 트리플 에이치는 별로 안좋아했는데, 숀마이클스랑 태그팀 해서 나오는 거 보면 참 든든하고 믿음직스럽고 그렇더라고요?
은퇴 무대 전이었던가, 숀마이클스가 무대에서 백스테이지로 들어가면서 관중석에 있는 아내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왔거든요. 전 그것도 엄청 좋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레슬링 선수들처럼 덩치가 막 어마어마하게 크지 않은 것도 좋았어요.

저도 갑빠와 식스팩에는 사실 그다지 매력을 못느껴요. ㅎㅎㅎㅎㅎ 그건 그냥 있거나 말거나 ㅋㅋㅋㅋㅋㅋ 근데 전완근 너무 좋아요! 저는 근육맨 근육우먼 다 좋아요. 제가 의외로(!!) 힘을 잘 못쓰는 사람이라서 ㅠㅠ 힘 잘 쓰는 사람 보는 거 너무 좋아요. 여자든 남자든 힘 좋은 사람 보면 진짜 좋아요. 쑝 반해요. ㅋㅋㅋㅋㅋ
 

오래전의 일이다. 이십대 중반이니 벌써 십 년도 훌쩍 넘은 일이 아닌가.

당시에 내가 다니던 직장에는, 몇차례 언급했지만, 주변에서 영화배우라고 불릴 정도로 잘생긴 남자 직원이 있었다. 나랑 동갑이었는데, 사람들이 저마다 잘생겼다고 한마디씩 하는,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여자직원이 동경할 수밖에 없는, 그런 남자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그런 잘생긴 얼굴에는 그다지 호감을 느끼는 타입이 아니라서, 다들 입을 모아 그를 칭송할 때에도, 나는 심드렁할 수 있었다. 심드렁하고 싶다거나 그런 척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진짜 관심이 없었다. 다만, '아, 사람들로부터 잘생겼다는 칭찬을 받는 남자사람이군' 했더랬다. 나와는 다른 부서였는데 함께 술을 몇차례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었을 때 성격도 나쁘지 않고 매너도 좋아서, 내 친구랑 소개팅 시켜줘야지, 했었더랬다.


마침 토요일 오후,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아직 회사에 있을 그에게 전화해 '나올래요?' 물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른 남자 직원들과 나오더라. 그래서 술자리를 함께 하게 됐는데, 내 머릿속에서는 싱글인 여자1과 이 남자가 이러쿵 저러쿵 해서 잘되면 좋지 않을까..하는 계획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술자리에서 그는 내게 코와 손이 예쁘다고 했다. 뜬금없는 얘기였지만, 사실 그는 나에게 코와 손이 예쁘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었다.


여느때처럼 회사 직원들 여러명과 소규모 회식을 하고 자리를 파하려는데, 그당시 막 알게 된 남성이 술집 앞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나는 잠깐 나가서 그를 만나고는 '기다려 가방 갖고 올게' 했는데, 모두가 작별인사를 나누는 그 상황에서 영화배우남자가 집에 안가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너랑 술을 좀 더 마셔야겠고 할 말이 있다는 거였다. 아 어쩌지... 여기가 먼저였고, 데리러 온 남자가 나중이긴 했으니까....나는 나를 데리러온 남자에게 가서는, 미안한데 다음에 술 사줄게 그냥 가라, 내가 지금 자리를 떠날 수가 없어, 하고는 그를 보내고, 영화배우 남자랑 술을 마시러 갔다. 영화배우 남자는 내게 저 남자는 뭐냐 물었고, 아, 봤냐, 아무도 아니다, 라고는 그와 술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술자리에서 그는 내게 사귀고 싶다고 했다.


헉.


나는 거기에 싫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아, 나 이남자 괜찮은 남자라고 친구한테 소개시켜주고 그랬는데 여기서 내가 안사귄다고 하면 나는 뭐가 되나' 하는 거였다. '괜찮다면서 너는 왜 안사귀는데?' 라고 물으면 내가 답할 말이 없는 거다!! '나는 그가 안좋아' 라고 하면, '안좋은데 왜 소개시켜줘?' 가 나올거고, 그러면..나는... 넘나 모순된 인간이 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거다. 그러니까 내가 그에게 알았다, 사귀자, 라고 한 데는 다른 생각이 1도 없었다. 오로지 머릿속을 꽉 채운 것은 '나는 모순된 인간이 아니고, 언행이 일치가 되는 인간이다...' 하는 것이었다. 몇 해전에 나랑 절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내게 '너는 다른 사람 시선은 신경 안쓰는데, 니 스스로에게 쪽팔리는 걸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했었다. 아, 그는 얼마나 통찰력이 뛰어난 친구였던가. 



그렇게 해서 사귀었지만 얼마 못 가 파국을 맞이했는데(응?), 내가 잠깐 그를 사귀면서 다른 남자를 만나 썸을 타버렸기 때문이고(응??), 그런 스스로를 또 스스로가 못견뎠기 때문이다. 어떻게 남자 친구가 있는데 다른 남자 만나서.....하아. 나는 영화배우 남자에게 연락해서는 우리 그만 만나자고 했고, 썸을 탔던 남자와는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렸다. 나는 그러니까 스스로에 대한 뽀대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던 거다. 아, 넘나 어렸던 것...


영화배우 남자는 회사 동료인지라 마주치지 않을 수가 없는데, 하아, 이 남자가 나랑 헤어진 뒤로 밥을 안먹는 거다. 규모가 작은 회사였고, 사람들은 저마다 걱정을 하나씩 보탰으며, 그가 속한 팀의 팀장은 나를 불러서, '우리 팀이 쟤 밥먹일라고 회식을 할건데 너가 참석해줘' 했다. 아니 왜 내가??? 라고 하면서 혹시 뭔가 알고 있는 건 아닌가, 했는데, '우리 팀만 가면 너무 분위기가 어두워, 너가 꼭 있어줘' 하는 거다. 나는 곧잘 그런 이유로 이 팀 저 팀의 회식에 불려가곤 했는데, 그래서 우리 팀의 팀장이 나를 미워했다는 건 함정.... 어쨌든, 나는 비상구 계단으로 가 영화배우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밥 잘 먹고 다니라고, 사람들이 다 걱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알겠다고 했는데, 사실 그 사이사이 그는 술 마시고 울면서 전화했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너는 왜 나를... 하면서 ㅠㅠ 부재중 전화가 막 몇십통 찍히고 그러는데, 나는 진짜 받을 수가 없었어. 아, 내가 하려던 얘기는 이게 아니고,



어느 멀쩡한 정신으로 토요일 낮에 영화배우 남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네가 나를 거절한 이유가 무엇이냐, 지난번에 너 데리러 왔던 그 남자 때문이냐, 라고 물었다. 나는 아니다, 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남자로 느껴지지 않느냐, 라고 물었다. 나는 그것도 아닌데... 싶었지만, 이 사람은 명확한 이유를 들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 '아마도 그런것같다' 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네가 나를 남자로 느낄 때까지 기다릴게, 3년이든 30년이든 기다릴게' 했다. 나는 맘대로 하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고, 신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러나 그렇게 호기롭게 '얼마가 됐든 널 기다릴게' 했던 영화배우 남자는, 그 후에 3주도 못되어서 회사의 다른 여직원과 교제를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남자들이란.... -_- 

언제나 오빠 너무 잘생기지 않았어요? 하고 내게 그에 대한 동경을 숨기지 않았던, 막 들어온 신입사원이었다. 에헤라디여, 그들은 지금 결혼하고 애 낳고 잘 살고 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내가 이 얘기를 왜이렇게 길게 뜬금없이 했냐 하면, 이게 다, 에마 때문이다. 오, 에마!!!!!




그러니까 에마는 이제 막 친해지기 시작한 어린 아가씨 '해리엇'에게 근사한 남자를 소개시켜 주고 싶었던 거다. '엘튼'이라면 딱 맞는 상대이겠구나 싶었다. 사실 '마틴'이 해리엇을 좋아해서 해리엇에게 결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에마가 생각하는 마틴은 교양도 없고 수준도 떨어진다. 해리엇은 이제 막 교양과 상류사회 문화를 습득하던 중이라 마틴을 거절하고, 엘튼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이 사랑이란 것이 에마의 말로 시작된 것이어서, 엘튼이 지나가면 잘생겨서 쳐다보기는 했었으나 그것이 사랑은 아니었는데, 자꾸만 에마가 옆에서 부추기는 거다. '저봐,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너에 대한 애정을 가진 게 틀림없어' 이런식으로... 여길 이렇게 자주 방문하다니 널 보려고 그러는거야, 내가 그린 네 초상화에 대해 이렇게 칭찬하다니, 너를 정말 좋아하는 거야...하면서 해리엇의 마음에 엘튼에 대한 기대감과 사랑을 마구 불어넣는 거다. 아... 나는 넘나 빡침이 몰려왔어.... 누가 봐도 엘튼은 에마를 좋아하는데, 에마는 그것도 모르고 그 모든 게 자기랑 함께 있는 해리엇 때문인줄 아는 거다. 이게 '나는 얘랑 얘를 연결시켜줘야지' 하는 강한 욕망과 '내가 틀릴 리 없어'라는 강한 자기 확신으로 인해 벌어진 크나큰 실수가 되는데, 아아, 너무 싫은 것이, 정말이지,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본다는 게 너무나 명명백백하기 때문이다. ㅠㅠ 아, 여기까지 쓰면서도 스트레스 받아... ㅠㅠ


형부가 에마에게 '엘튼이 너에게 관심이 있네' 라고 하는데도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엘튼은 해리엇을 사랑하는데' 라고만 생각하는 거다.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라.... 그런데!! 엘튼이 에마에게 청혼하는 것이다 ㅠㅠ



일단 이 자체로 문제는 심각하다. 엘튼이 해리엇을 좋아한다고 설레발친 게 에마인데, 그런 엘튼이 에마를 좋아한다니. 엘튼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고 있던 해리엇은 대체 뭐가 되는가. 자신에게 왔던 청혼마저 거절한 상황에서, 나를 사랑하는구나! 했던 그 남자가 사실은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고, 자신은 커다란 착각에 빠져있었다니!! 아 얼마나 쪽팔린가!! 그 마음이 받을 상처는 또 얼마만큼의 크기일까. 게다가 에마는? 에마야말로 가장 충격인 게, '쟤는 널 사랑해, 진짜야, 확실해' 했는데, 그 '쟤'가 날 사랑한다니...멘붕인 것이다. 이걸 어떻게 수습하나...



에마는 당황했을 것이다. 에마는 엄청 당황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모든 문제를 바로잡고 싶었을 것이다. 일단 에마 스스로가 결혼 생각이 없는 여자이고 엘튼을 사랑하지 않으니, 엘튼을 거절하는 것도 해야할 일이고, 해리엇이 받을 상처 역시 들여다보아야 할것이다. 이 과정에서 에마는 아마도 자신이 설레발 친것에 대한 반성을 해야할 것이고, 실수를 인정하게 될것이고, 앞으로 나갈 것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물론, 그러기도 했다. 그렇지만... 에마는 그 사이에 '어떻게 엘튼 감히 네가 나를 좋아해?' 하는 거다... 아, 딥빡침...... 해리엇에게 엘튼을 붙여주려고 옆에서 속삭일 때의 엘튼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완벽한 남자였는데, 그런 엘튼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자 '어떻게 감히 네가!!'가 되는 거다. 아, 너무나 딥빡침이 몰려와서 숨이 막힌다.....




해리엇이 하트필드에 처음 왔던 바로 그날부터 벌써 그런 생각을 떠올렸던 것이다. 길게 생각하면 할수록, 썩 괜찮은 결합이라는 생각이 더 커졌다. 엘튼 씨의 상황은 아주 적절했다. 그 자신이 어엿한 신사이고 하천한 친척도 없는 데다, 해리엇의 수상한 출생에 대놓고 이의를 제기할 만큼 대단한 가문도 아니었다. 그녀가 들어갈 안락한 집도 있고, 에마 짐작에는 아주 충분한 수입도 있었다. 하이베리의 목사직 수입이 크지는 않지만, 그에게는 따로 상당한 재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에마는 그를 아주 좋게 보았으니, 성격 좋은 호인에다 점잖고 세상살이에 대한 유용한 식견도 부족하지 않은 청년이라고 생각했다. 

.

.

.

그리고 사람 자체가 워낙 호감을 주는, 아주 까다로운 여성이 아니라면 누구나 좋아할 법한 인물이었다. 그는 대단한 미남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의 외모에 대해서는 두루 칭찬이 자자했는데, 다만 에마 자신은 이 칭찬에 끼지 않았으니 그녀에게는 필수적인 어떤 품격이 그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p.52)




















내가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잘 알지도 못하고 또 그 시대에 살지도 않았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서 그녀에게 가하는 비판은 사실 말이 안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말이 되든 안되든, 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에게 '품격은 떨어지지만 사실 여러모로 괜찮은 남자'를 소개해주려는 에마가, 정작 자신에게 청혼한 그 남자에게 '어디 네 따위가 감히' 하는게 넘나 싫은 거다.

게다가, 자신이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착각해놓고, 그에게 버럭 화를 낸다. 야, 너 왜 걔가 아니라 나를 사랑한다고 해, 왜 지조가 없어???????????? 하고... 


하아...

그 지조, 니가 만든 거야.... 아이구야......



수모도 이런 수모가 없었다. 결국 엘튼 씨 본인이 여러 면에서 그녀의 생각이나 믿음과는 정반대인 위인임을, 오만하고 방자하고 건방지며 제 잘난 줄만 알지 남의 감정은 돌볼 줄 모르는 위인임을 증명해 보인 셈이니 말이다.

상례와는 반대되는 결과가 빚어졌다. 엘튼 씨가 구애를 하고 나선 것이 그를 더 낮게 평가하게 했다. 고백과 청혼은 그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 되었다. 그녀에게 그의 연모는 별것 아니었고, 그의 희망은 모욕이었다. 결혼 한번 잘해 보자는 욕심에 오르지 못할 나무를 넘보며 사랑에 빠진 시늉을 했지만, 걱정할 만큼 실의의 고통을 겪지는 않으리라는 점만큼은 확실하다고 안심해도 좋았다. 말에서나 매너에서나 어떤 진정한 애정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p.199)



엘튼 씨가 에마를 진정으로 사랑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에마의 예상대로 엘튼 씨는 한 달쯤 지났을 때였나, 다른 좋은 집안의 여자와 결혼을 하기로 한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상처를 회복하는 적절한 시간인지는 알 수 없다. 엘튼은, 정말 결혼 한 번 잘해보고자 '오르지 못할 나무'를 넘본 남자일 수 있다. 그럴 확률이 크다. 그런 남자를 제껴내는 건 에마가 잘한 게 맞다. 그렇지만, 그런 남자가 자신의 친구인 해리엇과 결혼한다면 어떻게 됐을까... 해리엇에게 소개시켜 주면 세상없이 천상의 배우자가 될 사람이, 어떻게 자신에게 청혼한 순간 오만하고 방자하고 건방진 사람이 된걸까. 이건 그냥 '내 타입 아니야',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와 다르잖아?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남자였다면, '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로 끝났어야 되는건데, 온갖 분노가 다 나오는 거다.  그의 재산없음, 품격없음 부터 시작해서 사실 에마를 가장 빡치게 했던 건, 그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데에 있다. 근데 그건 자기가 착각한 거잖아 ㅠㅠ 



그래서 내 젊은 날의 저 사건이 생각났다. 괜찮은 남자라서 다른 여자 소개시켜 주려다가 내가 사귀게 된 사연이. 나 스스로에게 쪽팔리지 말자며 좋아하지도 않는데 '내가 사귈게' 한거랑, '이런 오만방자한 놈' 하면서 좋아하지 않는 남자랑 사귀지 않은 에마랑....누가 더 잘하고 누가 더 못한걸까..... 생각하다가, 결론이 안나는 아침이다.




그나저나 이 책에서의 시대적 배경 특성상, 너무나 가문이며 재산 얘기 신분 얘기 나와서 절반쯤 읽었는데 계속 빡친다. 에마가 이번 실수를 계기로 성장하는 모습이 보일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이렇게 절반쯤 까지는 사실 전혀 성장과 거리가 먼 것 같다. 또 사람을 자기가 보고싶은대로 보고 있는 것 같아 ㅠㅠ 

아, 그러나 에마보다도 이십년을 더 산 나 역시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는거겠지.....

예전에 읽다가 만 [늦여름]도 그렇고, 일도 안하면서 돈만 많은 사람들 얘기를 읽으면 나는 왜이렇게 빡이치지... 그러면서 그 돈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고.....내가 에마에게 빡치는 건, 에마가 너무 좋은 가문에 돈도 많은데다가 그 지역의 유명인사라서 스스로 열등감에 휩싸여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역시 지금 태어났어야 했던 것 같다. 그 시대에 태어났으면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어서 폭발했을 듯.






내심, 

에마는 이 남자랑 되겠군, 하고 생각하게 되는 남자가 있는데, 정말 그 남자랑 잘되는지 봐야겠다.

오만년전에 영화 본 거에서는 내용이 기억이 1도 안나....




그나저나 나는 자연인이다 에서처럼, 자연 속에 들어가 문명과 동떨어진 채로 혼자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어제는 문득 헤어진 애인에 대해 저주를 내리고 싶어져서 그렇게 했다. 네가 앞으로 다른 어떤 여자를 만나도, 나보다 목소리 좋고(내 목소리를 좋아했다), 나보다 말 예쁘게 하는 사람(내 말투와 화법을 좋아했다) 못만날 것이다, 하고 저주를 내렸다. 나처럼 계속계속 사랑을 표현해주는 여자도 못만날 것이다, 내가 최상이었다, 하고 저주를 내렸다. 흥. 누굴 만나도 '아, 그만한 여자가 없었구나' 생각하게 될거야.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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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9-2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나 재밌게 책읽으시는 것 같아요! 감정기복적 독서! ㅎㅎㅎ

다락방 2016-09-21 10:10   좋아요 0 | URL
전 책만 읽으면 넘나 힘들어요 ㅠㅠ 감정이 이렇게 되어버려가지고.
다른얘긴데, syo 님,
혹시,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읽어보셨나요??

syo 2016-09-21 10:49   좋아요 0 | URL
네. <일곱 번째 파도>까지 읽긴 했는데,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나봐요. 이제는 그 양반들이 시종일관 메일 주고 받았다는 사실밖에는 기억이 안나네요.....

다락방 2016-09-21 10:5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가 감정 이입 너무 많이 하고 본 책이거든요. 완전 에미가 되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책에 감정 이입한 거 생각하니까 그 책 생각이 나서 여쭤봤어요. 헤헷.

syo 2016-09-21 10:59   좋아요 0 | URL
전 그 당시 연애가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이런 종류의 책들을 칼눈뜨고 읽었었던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작가는 좀 괜찮았지만, 기욤 뮈소는 저에게 모기같은 존재였어요. 귀찮기만 하고 도대체 왜 있는지 모를.

다락방 2016-09-21 11:09   좋아요 0 | URL
저는 기욤 뮈소나 더글라스 케네디는 한 두권만 읽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6-09-2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맘대로 하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고, 신라면을 끓여 먹었다.

에서 뿜었어요!!!
여기 도서관인데 ㅠㅠ
마성의 매력 다락방님께 부러움과 부러움을~~ 영화배우남자라니... 흐흐흐

다락방 2016-09-21 12:02   좋아요 0 | URL
저는 쿨한 녀자니까요.
응, 알겠어, 너는 나를 좋아하렴, 나는 라면을 먹어...

쿨하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9-2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라면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신라면이 나올 타이밍이 아닌데 허를 찌르시다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선물 받아 읽은 책, `당신은 이 책을 읽어야만 해` 역시나 울면서 봤네요. ㅎㅎ

다락방 2016-09-21 13:29   좋아요 0 | URL
후훗. 제가 허를 찌르는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

[당신은 이 책을 읽어야만 해]가 책 제목인가요? 검색해도 안나와요...

시이소오 2016-09-21 13:34   좋아요 0 | URL
아, 새벽세시 바람이 부나요?선물한분이 그랬다구요. 엉뚱한 검색을 하게 해 죄송해요 ^^;

다락방 2016-09-21 13:37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그 뜻이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6-09-2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달에 한번 전남자친구들에 대한 저주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왠지 에마 보시다 던져버리실거 같았는데 끝까지 보시네요!

다락방 2016-09-22 10:45   좋아요 0 | URL
모리님은 어떤 저주를 주로 내리시나요?
저는 방금전에 저주 하나 또 내렸는데 19금이라 쓰진 않겠어요. ㅎㅎㅎㅎ

에마 진짜 짜증나는데, 끝에 성장하는지 지켜보고 싶어요. 계속 이 캐릭터면 너무나 빡칠듯요. ㅎㅎㅎㅎㅎ

2020-09-02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3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김영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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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120쪽 까지 읽었는데 에마 성격 넘나 싫은 것.. 왜이렇게 남의 연애와 결혼에 끼어들어 설레발인지 ㅜㅜ 자기 좋아하는 거 뻔히 보이는 남자를 다른 여자한테 끼워맞추다니.. 아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ㅜㅜ 그러지마... 왜그래 ㅜㅜㅜ
도가 지나쳐 ㅜㅜ
마저 읽으러 가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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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9-19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술 마셔야 겠다 ㅜㅜ

비연 2016-09-19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락방님. 책 읽으면서 스트레스를..ㅠ 에마...ㅠ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는 꼭 이런 설레발이 등장하는데요..ㅠ

다락방 2016-09-20 08:39   좋아요 0 | URL
아우 어찌나 오지랖이 넓은지 완전 제 스타일 아니네요. 저랑은 친구 못할 스타일이에요, 에마는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6-09-20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ㅡ.전 개츠비 읽는데 캐릭터들 다 멍충이라서 ... 화나요...

다락방 2016-09-20 08:40   좋아요 0 | URL
아, 저는 개츠비 진짜 너무 사랑하는데... 그런데 요즘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긴 해요.
전 피츠제럴드 완전 사랑해요 ㅠㅠ

유부만두 2016-09-20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은 멋져요... 근데 캐릭들이...
전 아직 3챕터라 캐츠비 등장 전;;;

다락방 2016-09-21 08:39   좋아요 0 | URL
ㅎㅎ 다 읽으시면 어떤 기분이실지 궁금해요.

레와 2016-09-2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올레티비에 영국 드라마로 제작한 [엠마]가 있길래 몰아서 본 기억이 나는데요.
(총 3부작인가 4부작인가 그래요)
도무지 이 엠마라는 여자한테 화가나서.. 씩씩거리면서 `다` 봤습니다. ㅎㅎ


어째든 미성숙한 인간이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뭐 이런 생각도 들구요.^^:;

다락방 2016-09-21 08:40   좋아요 2 | URL
내가 지금 한장한장 멈추지 않고 계속 책장을 넘기는 이유는, 역시 그런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인간은 누구나 나를 포함해서 실수를 저지르고, 그것이 실수인 것을 안 이상 앞으로는 그러지 않도록 성장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것. 그래서 에마도 성장하겠지, 그러려고 지금 이런 실수가 있는거겠지, 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어요.

그건그거고,
아, 신분과 재산 얘기 나오는 통에 돌아버릴 것 같아. 아니, 다른 여자에게 소개시켜주려고 한 남자가 자신에게 프로포즈 하니까 어디 감히 네 따위가... 이러잖아????

딥빡침이 몰려온다..

레와 2016-09-21 09:2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넘나 웃픈거..

다른 사람은 다 알고있는데 본인만 모르는 상황. 내가 이상황에 놓일까봐 두렵고요.
`내 생각이 틀릴수 있다! 미성숙한 인간이다.` 는걸 잊지 말아야겠어요. ^^

다락방 2016-09-21 09:23   좋아요 0 | URL
내가 넘나 빡이 쳐서 페이퍼 쓰는 중이다. 기다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차량에 붙이는 세월호 스티커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아시는 분, 계실까요?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과거의 글들만 나오고, 과거에 만들어서 줬던 데에 연락해봤는데 답이 없네요..

판매처 아시는 분은 저 링크 좀 주세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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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9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6-09-1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혹시 연락했다는데가 여긴가요? ㅠㅠ

다락방 2016-09-19 17:28   좋아요 0 | URL
네 ㅠㅠ 저기에 문자 신청 했었는데 답이 없어요 ㅠㅠ

꼬마요정 2016-09-19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다음까페 416가족협의회 들어가 보세요~~~

다락방 2016-09-19 17:43   좋아요 0 | URL
오, 거기에 스티커 받을 수 있는 연락처 있네요. 지금 문자 넣어놨어요. 고맙습니다, 꼬마요정님!

꼬마요정 2016-09-19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도움이 되어서 저도 기뻐요~^^

다락방 2016-09-19 17:48   좋아요 0 | URL
연락이 닿았고요, 보내주시기로 했어요. 감사드려요! >.<
 

2년 만에 만나는 오빠는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가끔 나의 장바구니를 털어주고, 먼 길을 오면서도 나에게 줄 와인을 잊지 않는 그런 좋은 오빠임에는 변함 없으면서, 대화의 기술을 더 늘려가지고 짠- 하고 나타난 것만 같았다. 오빠가 오는 날 나를 포함해 일곱명이 만났는데, 모임이 파하고나서 다른 친구 두 명과 그런 얘기를 했다. 오빠는 더 좋은 사람이 되었어, 라고. 한 명은 '대화할 때 배려가 정말 뛰어나지' 라고 말했고, '상대방을 정말 잘 생각해주는 것 같아' 라고 다른 한 명도 말했다. 나는 그것이 오빠가 갖춘 대화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또 만나고 싶고,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주는 것,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 대화가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오빠는,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는다. 그런 후에 조용히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 생각은 나의 생각과 다를 때도 있는데, 그럴때조차 전혀 기분이 나빠지질 않으니, 그야말로 대화의 기술을 완벽하게 마스터한 게 아닌가. 사실 가장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으려면 상대의 말을 끝까지 집중해서 든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호감도 여기에서 오는 게 아닐까. 이 사람이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구나, 하는 걸 알게되어야 친구도 되고 연인도 되는 게 아닐까. 정말 좋은 시간이었고,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다. 2년후에도 '변한 게 없는' 사람이기보다는, '더 좋은 사람이 되었네'라는 말을 듣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미숙이가 '오빠는 더 좋은 사람이 되었어'라고 내게 얘기하는데, 그게 칭찬의 최대치가 아닌가 싶은 거다. 근사해...


오빠는 언제나처럼 내게 줄 선물을 잊지 않았다. 게다가 나에게 선물하는 사람들중에서 언제나 가장 맞춤한 선물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이것 봐라.




받자마자 꺅 하고 소리를 지르고 흥분해가지고 사람들이 다 웃었다. 역시 사람은 뭘 좋아하는지 말하고 다니는 게 진짜 중요하다. 내가 와인 좋아한다고 오만번도 넘게 말하고 다니고, 받으면 꺅꺅 거리고 좋아하니까, 이렇게 좋아하는 걸 또 선물 받는다. 언제 선물 받아도 질리지 않아요 ,와인!


2년 전에도 이 시기쯤에(10월이었다) 오빠로부터 와인을 받았다. 멀리, 비행기타고 온 와인이었다. 나는 그것을 나의 61년산 슈발블랑 삼고서는 옷장에 넣어두었다. 이건 마일스가 그랬듯이, 특별한 순간에, 특별한 사람과 마셔야지. 그렇게 오랜 시간을 나의 옷장에 있던 와인은, 그 다음해인 작년 7월에 개봉되었다. 적절한 순간에, 맞춤한 순간에!! 



이번 와인도 옷장에 넣어두었다. 이 와인은 언제, 어느 순간에, 누구와 함께 있을 때 개봉하게 될지, 나조차도 두근두근하다. 어쩌면 나는 마일스가 그랬듯이 혼자 마시게 될지도 모르겠다. 혼자 있는 걸 누구보다 잘하는 나이니, 혼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스스로에게 건배!를 외칠지도 모를 일. 아니, 그 와인을 따는 순간이 특별한 순간이 되는 거라고, 마야가 말했으니까, 어쩌면 나는 가장 힘든 시간에 옷장에 숨겨둔 와인을 꺼내서는 내가 내 잔에 가득 채울지도 모르겠다. 






책이 읽히지 않아 그냥 읽지 않았던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읽히지 않으면 읽지 말자, 그렇게 나를 내버려두다가, 갑자기 '제인 오스틴'의 [에마]가 읽고 싶어져서 부랴부랴 사서는 오늘 아침 출근길부터 읽기 시작했다. 얼마전에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했는데 그 만남이 너무 좋았던 거다. 게다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잘맞고 케미가 폭발해서, 나보다 자기들끼리 더 친해졌어!!! 그러자 갑자기 아주아주 오래전에 본 '에마' 생각이 난거다 (아, 나에겐 '엠마'가 익숙한데....). 나는 그 만남이 너무 좋았고 짜릿했는데, 아아, 나는 이런 거에 진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주면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해야하나. 그게 나 때문은 아니어도 되는 것이고, 내가 어떤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다면,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너무나 행복해하는 것이다. 문득, 에마가 그런 사람이었던 게 아닐까 싶어서 이 책을 급하게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하하하하, 탁월한 선택이었다. 재미도 있고 ㅋㅋㅋㅋㅋ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 모두가 다 나같어서 ㅋㅋㅋㅋ 일단 에마를 보자. 에마는 자신의 가정교사와 다른 남자를 결혼에 성사시키고는 뿌듯해한다. 이에 '나이틀리 씨'와 나누는 대화다.



"'성공'이라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 나이틀리 씨가 말했다. "성공이라면 노력이 전제되는 건데. 이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당신이 지난 사 년동안 무슨 노력이라도 해 왔다면 시간을 적절하고 또 세심하게 쓴 셈이 되겠지. 젊은 여성이 마음을 쏟을 만한 가치 있는 일이겠고! 그러나 만일 내 생각대로 당신이 말하는 그 결혼 주선이라는 것이 그런 계획을 했다는 것, 어느 한가한 날에 '웨스턴 씨가 테일러 양하고 결혼한다면 테일러 양한테 참 좋을텐데.'라고 혼자서 생각하고 이후 가끔씩 그런 생각을 다시 떠올린 정도라면, 성공이니 뭐니 할 게 뭐 있겠소? 당신이 한 일은 뭐고, 자랑스러울 것은 또 뭐요? 어쩌다 짐작이 맞아덜어졌다는 것, 내세울 수 있는 점이라곤 그것 뿐이잖소."

"그렇담 당신은 짐작이 맞아떨어졌을 때 느끼는 기쁨과 승리감을 한 번도 맛보지 못하셨단 건가요? 참 안됐네요. 더 머리가 좋으신 줄 알았는데. 말씀드리지만, 짐작이 맞아떨어지는 것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랍니다. 거기엔 늘 뭔가 재능이 끼어들게 마련이죠. 또 제가 '성공'이라는 말을 썼다고 뭐라고 하시지만, 성공을 자임할 자격이 제게 아주 없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당신은 두 가지 그럴싸한 경우를 드셨는데, 그러나 제 생각엔 제삼의 경우가 있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다 하는 것 중간쯤 말이지요. 제가 웨스턴 씨한테 우리 집에 들르시라 권하지 않았다면, 여러 차례 조금씩 용기를 북돋아 드리고, 많은 사소한 문제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않았다면 결국 아무 일도 안 일어났을지도 몰라요." (p.20-21)




















나는 에마의 말이 뭔지 너무나 정확하게! 알겠는 거다. 


나도 그랬다. 그러니까 a 와 b 를 만나기로 한 날, 나는 갑자기 이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c 생각이 났다. a 와 b 는 이러이러한 사람들이고, c 는 이러한 사람이니, 이들이 만나면 으음, 이런 식으로 좋지 않을까.. 하고. 그 머릿속의 생각을 a와 b 에게 말하니, 좋다고 하면서 '다락방님이 데려오시는 분이라면 믿고 만난다'고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휴 좋은 사람들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 에게는 이런 이유와 과정을 생략한 채, '나 오늘 a와 b라는 사람들 만나는데 같이 만날래?' 물었다. c 는 이유도 묻지 않고 '응 나갈게' 하고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사람들, 왜이렇게 나를 믿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래서 다같이 만났는데, 처음에 명함을 돌리고 어색해하던 것도 잠시, 곧이어 이들의 케미가 폭발하는 거다. 결국 나는 '왜 내 편 안들어줘!!' 하는 말까지 해야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시간이었다. 다들 내게 좋은 사람 알게해줘서 고맙다고, 즐거웠다고, 또 만나자고 했다. ㅋㅋㅋㅋ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오, a 가 내게 선물을 줬다.




꺅 >.<

인생은 무엇인가요?

와인을 선물 받는 내 인생은 축복 받은 삶 ♡

그러니까 집에 이 와인셋트가 선물이 들어왔는데 a 의 가족들은 아무도 와인을 마시지 않는다며, 와인 좋아하는 내가 생각나서 가져왔다는 거다. 이거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입밖으로 소리내어 말하는 건 이렇게나 중요하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로 갈지 몰랐을 와인이 주인을 찾아왔잖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세!!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에마는, 아직 몇 장 못읽었는데, 재밌다. 다시 책읽기에 흥미가 생길 것 같다. 그건 그거고, 출근만 하면 퇴사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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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6-09-1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와인부자.. 사람부자.. 다락방님 ㅎㅎ 저는 허리디스크 땜에 2주간 약 먹느라 술을 못 먹었는데 이번엔 늑골에 염증이 있다고 해서 또 약 먹어서 와인도 못 마시고 있네유 ㅠㅠ

저도 요즘 책 읽기 싫어 죽겠어요 갖고 다니기도 귀찮고.. 이러면 안 된다 좀 읽자 읽자 막 채찍질하다가, 문득 이거 뭐 숙제해야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책 못 읽는 거에 죄책감 느끼고 괴로워하는지 웃겨서 ㅎㅎ 아유 그냥 싫을 땐 이렇게 내버려두자 하고 있습니다 ㅋ 다락방님처럼.. 갑자기 또 훅 땡기는 책이 있겠거니 하고.

연휴 뒤라 힘들지만 오늘도 무사히 보냅시다 다락방님. 월요병도, 이것도, 저것도, 그냥 다 잘 견디시길... ^^

다락방 2016-09-19 14:3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 와인 부자이면서 사람 부자네요.
아니, 디스크 ㅠㅠ 늑골 염증 ㅠㅠ 우째요 ㅠㅠㅠ 건강 관리 잘해요, 건조기후님. ㅠㅠ 와인은 넘나 좋지만, 아픈 거 치료하는 게 우선이니깐요.
저도 명절 연휴를 전후로 해서 2,3주간 쉬지 않고 술을 마셨더니 슈퍼뚱뚱이가 됐어요. 어휴, 이제 술 좀 적당히 마셔야겠어요. 일주일에 3회정도로 줄여야할 듯 ㅠㅠ

네, 우리는 즐겁자고 독서를 하는거니까, 즐겁게 책을 읽도록 합시다. 즐겁게 책을 읽다가 지치면 때려쳤다가...그러다가 읽고 싶어지면 또 읽고 말이지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니 숙제로 해치울 필요도 없고요. 저는 [에마]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고마워요, 건조기후님. 잘 견딜게요. 이것도, 저것도, 다요!!

스윗듀 2016-09-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드디어 올라왔네요 다락방님 글! 잠깐 권태로우신가 하고 기다렸습니당 헤헤 다락방님 옷장으로 들어가고싶다능!

다락방 2016-09-19 14:40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저는 참 행복한 것입니다! ㅎㅎㅎ

제 옷장으로 들어오세요. 반짝반짝 와인이 빛나고 있을 겁니다. ㅋㅋㅋㅋㅋ

비연 2016-09-1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책읽기에 흥미가 생길 것 같다니, 굿!이에요~ 그나저나 저 와인들... *.*
출근만 하면 퇴사하고 싶어지는 마음도 저랑 딱 들어맞으시는군요...ㅜㅜ 으앙...

다락방 2016-09-19 16:29   좋아요 0 | URL
아직 집에 남은 와인이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우하하하하.

오늘도 퇴사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힘겹게 사무실에서 버티기 하고 있습니다...하아-

시이소오 2016-09-1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들레르의 시를보면 armoire를 대다수 번역가들이 옷장으로 번역합니다. 한국에는 대응가능한 가구가 없는데 굳이 번역하자면 찬장일것같은데 그래서 윤영애 역자는 찬장이라고 번역하기도 했죠.

옷장이란 역어를 보면서 ` 아니. 도대체누가 와인을 옷장에 넣겠나` 말도 안되는 번역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허걱, 있었군요. 와인을 옷장에 넣어두시는분이. ㅋ

저도 와인 환장하는데 부러워요 ^^

다락방 2016-09-19 16:31   좋아요 0 | URL
와인을 옷장에 넣어두는 사람, 여기 있습니다. 손 번쩍!! ㅎㅎㅎㅎㅎ

그러니까 저는 소중히하고 숨겨두고 싶은데 숨겨둘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말이지요. 아하하하하. 감출 수 있는 곳이라곤 그저 옷장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 와인 창고 같은 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언젠가는 그런 집에서 살 수 있게 될까요? 아하하하하.

이름 2016-09-1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어쩌다 모여 이야기할 때, 그 순간 케미가 막 돋을 때 너무 좋아요 :)! 저는 언젠가 그렇게 만나게 된 친구들에게 `너희 원래 아는 사이 아니니..?` 물어봤을 때도 있었욬ㅋㅋ

다락방 2016-09-19 16:33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이름님! 이름님도 그 기분 아시는구나! 우하하하하. 반가워요!
반대로 제가 그런 경우도 있어요. 누가 소개시켜줬는데 정작 제가 더 친해지고 소중해지고 케미 돋는 경우요. 낯선 사람을 만나서 잘 맞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인 것 같아요. 우히히히.
이십대에 편의점에서 알바할 때 새로 들어온 세살 연하 남자 아이하고 첫날부터 너무 신나게 놀아서 다른 알바들이 `니네 아는 사이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어요. 우린 그 날 처음봤는데.... 좋아하는 사이가 됐죠. 꺅. 난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줍은 기억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16-09-21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경험 많아요.
제가 여럿이 어울리는 걸 좋아해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소개시켜주면,
나중에 자기들끼리 더 친해져서 저 빼고 만나기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다락방님도 혹시 마일스처럼 와인 종류마다 맛과 향을 구별하고 막 그러시나요?
와인을 무척 좋아하시니 그렇지 않을까 궁금하네요. ^^

다락방 2016-09-22 16:05   좋아요 0 | URL
어휴,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저는 와인 종류와 맛을 구별하는 건 전혀 못합니다. ㅎㅎ 저에게 와인은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져요. 구별 못해요. ㅎㅎ 달다 안달다는 구별합니다만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