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알라디너 분의 어느 페이퍼를 찜하면서 그간 내가 찜한 목록을 보게 됐다. M 님의 2017년 페이퍼였는데, 책 한 권을 소개하면서 '페미니스트 코맥 매카시'라는 표현을 어느 서평가로부터 들었다고 하신거다. 그 책은 이 책이다.
















너무 읽어보고 싶어져서 검색해보았지만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이었다. 이 작가이름으로 검색해도 번역된 책은 한 권도 없었다. 내가 원서를 줄줄 읽을 정도의 실력이 되면 그냥 사서 읽으면 그만이지만, 나는 .. 원서를 읽을 수 없는 사람... 원서 읽으려고 방통대 들어갔다가 한학기 다니고 자퇴한 사람.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어쩐지 이 책의 존재 자체도 아직 그 누구도 모를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그래서 나는 오래전에 이메일을 주고받은 적이 있던 어느 출판사 직원분께 이메일을 보내두었다. 이런 책이 있던데 혹시 번역해 내어줄 수 있는지...검토 바란다고...


그렇게 그분에게 메일을 보내기 위해서는 그 분의 메일 주소를 내가 찾아야 했는데, 찾아보니 2012년, 2013년, 2017년에 주고 받았더라. 하하하하하. 2012년에 처음, 내가 그 분으로부터 어떤 메일을 받았었고, 2013년과 2017년에는 내가 외서를 내달라고 부탁하는 메일이었다. 그렇게 그 메일들을 다시 읽어보니 2013년에 내가 보낸 이메일속 책도 '지금 번역되고 있다 곧 나올 예정이다'라는 답을 받아서 나왔고, 2017년의 책은 '다른 출판사에서 작업하고 있다더라'는 답을 받았더랬다.


지금이 2020년이니, 2017년 내가 검토를 요청한 책은 아마 나와있지 않을까. 그때 내가 번역과 출판을 의뢰한 책은 이 책이었다.

















나는 저자의 이름을 넣고 검색해보았다. 우앗. 이것이 뭐여... 아니 글쎄, 2018년에 나온게 아닌가. 그런데 제목이 왜..어째서...

















아이참, 이렇게 나온 걸 알았으니 장바구니에 넣었다. 장바구니..


장바구니란 무엇인가..

장바구니란 무엇이길래 나랑 이토록 친근하게 지내는가..


아무튼지간에 저 페미니스트 코맥 매카시 책도 번역 되었으면 좋겠다. 페미니스트도 좋고 코맥 매카시도 내가 애정하는 작가인데, 맙소사, 무려, 페미니스트 코맥 매카시라잖아? 나이쓰~





책을 자꾸 사대서 큰일이다... 화요일에 이 책들 온 건.. 올렸던가?





하아- 모르겠다.

장바구니란 무엇인가.

책이란 무엇인가.

친구란 무엇인가.

우정이란 무엇인가.



딥 프렌쉽...

나랑 우정을 나누고 싶진 않니?

우정..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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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5-15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란 무엇인가 2...

다락방 2020-05-15 10:41   좋아요 1 | URL
비연님 장바구니 싹 비우셨던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매한 책들의 목록에 반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5-15 10:43   좋아요 0 | URL
그것이 그것이... 장바구니에 안 담은 보관함 책들이 있어서 곧 장바구니 다시 채워질 예정이라..;;;;
그러나 그러나 내일 받게 될 구매할 책 목록, 정말 멋지지 않슴까? 음으홧홧홧!!!!!!!

유부만두 2020-05-1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분들! 역시 직장인들이 책도 더 사고 더 읽고 더 사랑하는 분들이네요. 부러워만 말고 저도 책 사러...(????)

다락방 2020-05-17 14:03   좋아요 0 | URL
직장인 패턴이 몸에 익숙해서 그런건지 주말에는 책을 1도 읽지 않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유부만두님의 책구매를 응원합니다!! ㅋㅋㅋㅋㅋ

하이드 2020-05-1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man who shot out my eye is dead 킨들 있나 찾아보니, 오더블이 무료에요. 무료니깐.. 시도해봅써.

다락방 2020-05-17 14:04   좋아요 0 | URL
오더블이 뭔가 검색해봤네요. ㅎㅎ 아마존 아이디 있으면 가능한가봐요. 제가 전자책으로 원서를 볼 것 같지는 않지만...... 시도..를 생각해보겠습니다. ㅎㅎ

로제트50 2020-05-1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사진을 보고 탄성이 나왔어요!!
<유의미한 살인>은 정말 즐겁게 읽었어요^^*
배경 묘사에서... 더 말 않겠지만, 다락방님도 저와 같은 관점에서
좋아하시리라 믿어요*^^*

다락방 2020-05-17 14:05   좋아요 0 | URL
오, 그런가요? 저도 즐겁게 읽을 수 있겠죠? 우하하
지금은 읽고 있는 책들이 있어서 유의미한 살인은 나중으로 미루고 있긴 하지만(그런데 왜 샀을까요? ㅜㅜ 읽을 때 사면 되는것을 ㅜㅜ) 기대기대 하고 있겠습니다. 후훗. 말씀 감사드려요!
 
















권위있는 바이러스 박사인 '에드바르트'는 어느날 우연히 젊고 아름다운 '뤼트'를 보고 반하게 되어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게 되고, 그녀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처음 만났을 때 에드바르트의 나이가 42세였고 뤼트의 나이는 28세였다. 에드바르트는 한 번도 결혼한 적 없었으며 뤼트는 결혼을 했던 적이 있으나 그것은 뭐 별로 꺼내기도 싫은 당시의 실수였다며 어쨌든 지금은 싱글인 여성이다. 이들이 결혼하기 전, 뤼트의 아버지를 방문하는데, 뤼트의 아버지는 사위가 될 에드바르트와 고작 열 살 차이다. 뤼트와 에드바르트의 나이차보다 사위와 장인의 나이차가 덜 나는 것. 뤼트의 아버지는 에드바르트의 나이를 일깨워준다. 에드바르트가 뤼트에 비해 훨씬 나이가 많음을 노골적으로 얘기한다. 이봐, 자네는 늙었어.




"걔는 남의 말은 안 듣고 제 생각대로만 하는 애라서." 아버지는 두 번째 잔을 단숨에 비우고 술에 젖은 입술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쪽과 내가 열 살 차이요. 그러니 의사 양반은 뤼트보다는 나하고 더 가까운 세대 사람일 거요. 나는 늘그막에 딸내미가 나를 좀 돌봐줬으면 생각했는데 사정 돌아가는 꼴을 보니 딸내미가 의사 양반 휠체어를 밀어주게 생겼구려. 그런 걸 원하시오? 노년에 나이차 많이 나는 건강한 아내에게 병수발을 받고 싶은 게요?" (p.32)



깔깔깔.

아내에게 병수발 받고 싶은 거냐는 물음은 통쾌하지만, 그러나 딸이란 무엇이고 아내란 무엇인가. 아버지는 딸이 자기를 돌봐주기를 바랐다고 한다. 딸이란 무엇이고 아내란 무엇인가. 부모가 늙어갈수록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그것이 자식이 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아버지에겐 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늘그막에 자신을 돌보아줄 것은 으레 딸일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어쨌든, 이 아버지는 늙은 사위에게 노골적으로 묻는다. 너 부양받고 싶냐?


사위(가 될 남자)는 그런건 생각해본 적 없다, 그건 너무 먼 일이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아버지, 다시 한 번 팩폭 날려주신다. 흥! 네 나이가 마흔둘인데 멀긴 뭐가 멀어?



"하하! 그리 생각하시오? 자, 그럼 내가 미래를 점쳐드리리다. 오차가 있어봤자 1~2년 안팎일 거요. 10년만 있으면 의사가 전립선 검사를 한답시고 똥구멍에 손가락을 쑤셔 넣을 거요. 그거, 오지게 아프지요. 조금 있으며 손끝이 저려서 심장 기능 검사를 한다고 자전거 같은 거에 앉아야 할 날이 올 거요. 혈관도 얼마 못 가 여기저기 녹이 슬 거요. 안경 없이는 설명서 같은 건 읽지도 못하는데 그놈의 안경을 어디 뒀나 기억이 안 나서 한 세월을 보낼 거요."

에드바르트는 미소를 지었다. 뤼트의 아버지는 유머를 아는 사내였다. 그는 이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기." 아버지가 에드바르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에드바르트는 어리둥절했다.

"여기, 이마에!"

에드바르트가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보았다.

"뭐가요?'

"안경! 글자를 읽으려면 안경이 있어야지!"

"저는 안경 없이도 아주 잘 보입니다." 에드바르트는 아버지가 너털웃음을 거두기를 기다려 그렇게 말했다.

"흥, 3년 후에도 그런 말이 나오나 보자고." (p.33)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나에게도 언젠가부터 노안이 찾아왔다. 어릴 적에 다들 한번쯤 그런 거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나. 어른들이 신문등의 작은 글자를 볼 때 오히려 눈에서 멀어지게 떨어뜨리는 것. 너무나 당연항 상식이 '작은건 가까이에서 큰 건 멀리에서' 보는 거잖아. 그런데 작은 글자를 오히려 눈에서 멀어지게 해서 보는게 신기했다. 그걸 왜그리 멀리 떨어뜨려 보냐고 물으면 어김없이 '잘 안보여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 나 역시 어김없이 '작은게 안보이면 더 가까이 들여다봐야지'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런데!


내가!

이 내가!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 작은 글자를 멀리 떨어뜨리며 보더라. 그걸 처음 깨달았을 때 헉! 내가 지금 뭘한거지? 하고 놀랐더랬다. 이건 어릴 적에 보던, 나이든 어른들이나 하던 건데... 설마 나에게 노안이???



늙어가면서 몸의 이곳저곳이 제 기능을 다했다고 아우성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도, 머리카락이 힘이 없어지고 점점 빠지는 것도 당연한 일일터였다. 다이어트를 마음 먹어도 살이 안빠지는 것도, 소화기능이 예전같지 않은 것도 모두 노화가 가져오는 것일진데, 이런 모든 것에 내가 뭐 크게 반항할 생각은 없었다. 오래오래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살려면 이런 몸에 서서히 길들여져야 할터였다. 물론, 서운하고 속상하고 안타깝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노안이 온다는 것, 글자를 읽기 힘들어진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 큰 공포였다. 나는 국민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한글을 다 뗐던 아이였고, 한글을 뗀 순간부터 책을 읽었던 사람이다. 동네 어른들이 모여서 '네가 정말 책을 읽는게 맞니?' 하며 저마다 책을 들이밀고 글자를 읽어보라고 했더랬다. 책은 내가 글자를 깨우친 그 순간부터 내 옆에 있던 것들이었다. 친척집이나 친구집 하다못해 피아노선생님 집에 놀러가도, 나는 그 낯선 집의 책장 앞으로 가서 책을 빼들고 읽는, 그런 아이였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었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책과 멀어진 적도 없었다. 책과 나는 점점 더 가까워지기만 했지. 그리고 책하고 앞으로도 멀어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책은 언제나 내 옆에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너무 스트레스 받는 일들이 있어서 '자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도, 나는 자연으로 가게 된다면 책을 모두 싸들고 갈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그러면 모두 다 괜찮아지니까. 시간이 갈수록 더 늙어가는 부모님을 부양하느라 독립은 요원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혹여 혼자 살게 된다면 방 하나는 책을 위해 기꺼이 내어주리라 생각했다. 이민을 가게 되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데, 그럴 때에도 책만큼은 다 싸들고 가고 싶다. 아니, 가지고 있는 전부는 아닐 것이고 좀 솎아내야 겠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면, 도착할 곳이 낯선 나라라면, 그러면 더더욱이 책을 싸들고 갈것이다. 혹여 누군가와 동거하게 된다면, 그럴 경우에도 나는 내 책을 그대로 싸들고 가서 공간 하나를 따로 내어주고 가끔은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이 하루중 어느 시간만큼은 그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고 싶고 또 새로 책을 사서 쌓고 싶다. 읽고 팔고 쌓는 일들이 반복되겠지만, 그러니까 책을 내 삶에서 놓을 생각은 나는 전혀 해본 적이 없었던 거다. 삶에서 즐거운 것을, 좋아하는 것을 늙어감에 따라 하나씩 버려야한다고 했을 때, 내가 가장 나중 버릴 것, 최후까지 가지고 있을 것은 책(과 술)이었다. 나는 아주 늙어서도 책(과 술)만 있다면 다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단 한 순간도,



내가 책을 읽을 수 없는 상태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노안이 찾아왔다고 생각했을 때 그래서 놀랐다. 두려웠다. 소화 기능이 떨어진것보다 그게 더 두려웠다. 어쩌면 내가 책을 읽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건가 생각하니 너무 무서워서 미치겠는거다.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걸 생각해봐야 하나. 내가 책을 읽을 수 없게 된다면 그 다음을 생각해보아야 했다. 오디오북, 그래 오디오북이 있으니까... 라고 했지만, 내가 오디오북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어떡해야 하나.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책을 좀 읽어 달라고 해야할까. 별의별 생각을 다하다가, 안되겠다, 병원에 가자,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 하고는 당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선생님, 제가 노안이 온건지, 요즘 선명하게 보이지도 않고 작은 글자 멀리 떼어내야 보이고... 라고 말씀드렸는데, 선생님은 검사를 해보시고는 노안이 왔네요, 하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노안..이 내 일이 될 줄은 몰랐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벌써 2년전의 일인가 ... 일단 눈이 건조한 걸 먼저 치료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나이가 젊으니 벌써 돋보기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눈 건조한 걸 치료하고 지내다가 5년후쯤 돋보기 맞추자고 하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금 심각한 건 아니니까 5년후에 맞춰도 되겠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선생님께 여쭸다. 선생님, 제가 혹시 루테인이나 이런거 먹으면 노안을 늦추거나 완화할 수 있을까요? 물었더니 선생님은, 그런 거 아무 소용도 없어요, 그냥 돋보기 써야 해요, 하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루테인 사두었는데 그 뒤로 내팽개치고 있다. 먹는 걸로 노안 치료 아무것도 못해요, 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노안이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돋보기 쓰면 책 읽기는 가능해지는거니까... 다행인건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재작년에 이 일에 대해 네이버에 일기를 쓴 적이 있는데, 그 때 네이버 이웃이 그랬다. 자신은 벌써 돋보기를 맞췄노라고... 하아. 인생이란 무엇일까? 이렇게 늙어가는건가... 슬픔의 새드니스.........




작은 글자를 멀리 떼어놓고 보는 일은 점점 더 빈번해졌다. 얼마전에는 친구들과 레스토랑에 가서 주문하기 위해 메뉴판을 펼쳤다가 나도 모르게 메뉴판을 멀리 떨어뜨렸다. 친구들과 함께 웃었다. 며칠전에는 엄마랑 티비를 보는데, 티비에서 화폐 전문가가 나오고 있었다. 그 전문가는 천원권 지폐 앞면에는 퇴계 이황이 그려져있고 뒷면에는 숲속에 집이 있는데, 그 집안에 퇴계 이황이 있다고 했다. 나는 오오 그래? 확인해보자 싶었고 엄마는 그런 내게 천원짜리 한 장을 꺼내 내미셨다. 그렇게 뒤에 보는데 일단 숲은 보이는데 집이.. 나는 '으미 안보이네' 하면서 좀 떨어뜨렸고 엄마는 옆에서 깔깔 웃으셨다. 그런데 집은 보이는데..그 안에 이황은 보이질 않는거다. 엄마, 사람은 안비는데..하면서 더 멀리, 더 멀리 떨어뜨렸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엄마는 웃음을 멈출 줄 모르셨다. 아아, 나는 엄마랑 같이 늙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ㅠㅠ




토미 비링하의 《나의 아름답고 젊은 아내》를 읽으면서 너무나 많은 남자들이 '어리고 아름다운 아내'를 트로피삼아 데리고 다닌다는 걸 생각했다. 이렇게나 어리고 아름답고 쭉빵한 여자가 내 여자지, 하면서 자랑삼아 데리고 다니는 모습들이 매스컴에서도 보여지지만, 실제 생활에서도 그걸 자랑삼는 사람들이 많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옆에 두는 것이 마치 자기의 능력을 대변하는 것처럼. '이런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이렇게 멋진 나'를 드러내고 싶어 그렇게 행동하는 건, 실제로 또 많은 남자들이 '저새끼 능력좋네' 라면서, 그걸 능력으로 쳐주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들 모두에게는 그러니까, '이런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나'를 세상이 알아줬으면 좋겠고, 그런 자신을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더 큰것일테다. 우에노 지즈코는 남자들의 이런 심리를 잘 분석해두었었다.



K군(무차별 살상 사건의 범인)은 말한다.
‘여자 친구가 있으면 일을 그만두지 않아도, 차를 도난당하지 않아도, 야반도주하지 않아도, 휴대전화 의존증에 걸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아직 희망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여자 친구‘가 모든 부정적인 것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해줄 역전 홈런의 히든카드라 생각하는 그의 사고는 완전히 도착하고 있다. 실제 인과관계는 ‘일을 그만두거나, 차를 도난당하거나, 야반도주하거나, 휴대전화 의존증에 걸리는 놈‘한테 여자 친구가 생길 리 없다, 일 테니까.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P74




그런데 남자에게 있어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학력이 없어도, 직장이 없어도, 수입이 없어도, ‘여자 친구만 있으면‘ 왜 역전타를 날릴 수 있는 것일까? 어째서 ‘인기‘가 다른 모든 사회적 요인을 웃도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여자 친구만 있으면 ‘나는 남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여성에게 선택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제2장에서 논한 세지윅의 호모소셜리티 개념에 의하면 남자는 여자에게 선택되는 것에 의해 ‘남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남자는 남성 집단의 정식 멤버로 인정됨으로써 최초로 남성이 되는 것이며 여자는 그 가입 자격을 위한 조건, 또는 그 멤버십에 사후적으로 딸려 오는 선물 같은 것이다.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여자를 한 명 소유‘, 즉 문자 그대로 ‘자기 것을 하나 가지는‘ 상태를 가리킨다.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P74



‘여자 친구가 있었으면‘하고 바라던 K군의 외침이 진정으로 ‘사람과 관계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었다면 그가 선택했어야 하는 행동은 아키하바라에서 타인을 칼로 찌르는 행동이어서는 안 됐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행동을 근거로 판단했을 때, K군과 J군이 공통적으로 바랐던 것은 자신을 ‘남성으로 만들어주는‘, 독선적인 ‘여성 소유‘욕망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P84



















물론 모든 남자들이 다른 남자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으로 젊은 여자들과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닐 것이다. 아닌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여자를 트로피 취급하는 남자들만 있는 건 아니잖아. 아니잖아?

나 역시 내가 나보다 훨씬 나이 어린 남자와 사랑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너무 노화가 찾아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연애고 섹스고 죄다 갖다버린 상태이긴 하지만, 또 사람은 모르니까, 갑자기 어느날 젊은 남자가 나타났는데, 헐... 이 감정..뭐지? 이러면서 사랑에 빠지게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와 연애를 하고 삶을 함께 하기로 결심하기까지는 매우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조만간 돋보기도 껴야 하고, 체력도 예전같지 않은데, 젊은 연인은 하고 싶은게 얼마나 많을까. 내가 바라는 건 그게 누가 됐든, 나를 좀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인데, 그러니까 방에 처박혀서 책을 읽든 글을 쓰든, 그것에 태클 걸지 않는 것인데, 젊은 연인은 자꾸 인라인 스케이트 타러 가자고 하면 어떡하지... 하루에도 열두번씩 섹스하자고 덤비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면 아찔해지는 것이다. 섹스는 한 달에 한 번만 하자... 내가.....좀 힘들다? 다 귀찮다..우리 섹스대신 명상 어때?



요즘 자기 전에 '요가소년'의 15분 '요가 니드라' 하는데, 이거 좋더라. 우리... 섹스 대신 요가 니드라 한 판, 어때?


아아, 어쩌면 나는 '젊은 남자'에 대한 편견을 가진 건지도 모르겠다. 젊은 남자라고 하루에 열두번씩 섹스하란 법 있나. 어쩌면 나보다 섹스를 더 싫어할 수도 있고 섹스를 아주 못할 수도 있고 발기 자체가 안될 수도 있는 것임에... 내가 헛상상 하는 것일 수도 있지... 젊은 남자가 섹스를 많이 할거라는 편견, 버리자. 이미... 젊은 시절에 다 이것저것 겪어봤잖아?




나는 그냥 혼자 명상하는 걸로... 아무튼 토미 비링하 때문에 잠깐 젊은 연인에 대한 망상을 해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윤여정도 자기 머릿속에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이별까지 다 했더랬지. 후훗. 직접적 고통과 고생이 없으니 머릿속 연애가 제일 좋은 것이여. 완벽하다.....





자, 그러면 우리의 에드바르트, 그는 이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너 어떻게 저런 아내를 얻었냐'며 부러움 한껏 받으며 잘 살고 있을까? 함 보자.




뤼트와 그는 함께 늙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이미 늙어버렸고, 일반적인 인구 법칙을 적용해보건대 결코 뤼트의 노년을 볼 때까지 살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을 처음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뭐든 못 내놓을까! 그때만 해도 나이 문제로 이렇게까지 괴로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녀를 차지하고서 느꼈던 그 승리감! 하지만 그는 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것이 결코 거머쥐어서는 안 될 승리였음을 알았다. 출발은 의기양양한 승리였으나 이제 남은 것은 불리한 싸움뿐이었다. (p.90)




젊고 아름다운 아내랑 결혼했지만, 바람을 피는 것은 늙은 남편을 둔 젊은 아내가 아니라, 젊은 아내를 둔 늙은 남편이다. 그는, 다른 부부들이 그런것처럼 이 결혼에 지친다. 섹스가 의무가 된다. 젊고 아름다운 아내라고 해서 사랑이 영원히 찬란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가 처음부터 반한 것이 그녀의 엉덩이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뭐가 됐든 그는 아내보다 더 젊은 여자와 바람을 핀다. 늙어서 이제 발기도 잘 안되고 발기가 되어도 유지가 좀 힘든데, 그래도 바람피는 여자와는 그게 좀 된다. 그래서 짜릿한 바람피는 생활을 유지하며 살고 있냐고? 아니. 그는 오십세에 몰락한다. 가정에서도 일터에서도 그리고 신체적으로도 몰락한다. 몰락은 한꺼번에, 한순간에 찾아온다. 젊고 아름다운 아내로 의기양양...은 그렇게 생각대로 되는게 아니었다. 그는 남편으로도, 아빠로도, 박사로도, 한 인간으로도... 이제 사실 딱히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아, 그게 그가 늙었기 때문은 물론, 아니다.




나를 자랑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수단으로 삼는 것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짓이다. 나를 증명하기 위해 가져야할 욕망은 다른 사람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맺기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우에노 지즈코도 지적한것처럼, 이 관계를 어떻게 시작하고 또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앞으로 나의 삶에 더 긍정적인 효과를 줄것이다.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면, 사랑한다면, 함께하고 싶다면, 나는 그것이 당신이라는 사람이 좋기 때문이어야 하는거지, 당신이 젊거나, 혹은 잘생겨서나 여서는 안된다. 젊음은 늙음으로 찾아올 것이고 잘생겼다는 것은 금세 빛이 바랜다. 우리는 수많은 '잘생겼던' 연예인들이 한순간에 꼴도 보기 싫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되는 걸 너무 많이 보아오지 않았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기 위해 젊고 잘생긴 애인을 두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한 자아실현이다. 그건, 베티 프리단이 이미 말해준 바 있다.



자아를 실현한 사람들은 관계를 맺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사랑하게 되고 성적 만족도도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성관계는 에전보다 더 나아졌으며 항상 더 나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이런 사람들에게서 밝혀지는 매우 평범한 보고다.˝) 이런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자신이 되고 스스로에게 진실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더 깊고 심오한 관계를 맺고, 더 포용하고 더 큰 사랑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더 완벽하게 식별할 수 있고, 자신의 경계를 더 많이 초월하며, 자신의 개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p.557)
















내가 나 자신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더 좋은 관계, 더 만족할 만한 관계 역시 따라오게 된다. 더 깊고 심오한 관계, 더 포용하는 더 큰 사랑. 이건 그저 바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니까? 


아무튼 오늘 밤에는 여러분 모두 요가 니드라. 내 조카도 어제 요가 아저씨 목소리 들으며 꿀잠잤다고 오늘 소감을 밝혀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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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5-1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안에 대해 격하게 공감해요~~
노안에 더해 비문증 증세까지 오면 책읽기에 대한 공포는 더 다가오거든요^^
루테인 잘 챙겨드세요~~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다락방 2020-05-14 13:56   좋아요 1 | URL
저는 저한테 노안이 찾아올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마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랬겠죠.. 남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던 것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이 바로 노화의 증거가 아닐까요... 하아-
안과 의사는 루테인 소용 없다고 하더라고요. 노안이 찾아왔으면 그런거 다 소용 없고 돋보기를 맞춰야 한대요. 저도 이제 몇 년후면 돋보기를 가지고 다니게 되겠죠. 돋보기 없이 책을 읽지 못하는 때가 오겠죠... ㅠㅠ

잠자냥 2020-05-1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노화가 격하게 찾아왔다면서 젊은이랑 하루 열두번 섹스 걱정은 뭐에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제목이 ‘대신 명상하는 거 어때?‘ 였군요. ㅋㅋㅋㅋㅋㅋ
돋보기 쓰고 인라인 스케이트 타는 거 잠시 상상해봅니다.ㅋㅋㅋㅋㅋ

저도 책 때문에 눈 나빠지는 게 젤 무서워요. 근데 루테인 소용 없군요;;

다락방 2020-05-14 14:52   좋아요 1 | URL
아니, 그러니까 하루에 열두번 못하는데 어쩌냐...하는거 아닙니까! 못한다고요, 노화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사실 걱정도 팔자인 부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그래서 젊은 남자 안사귀려고요(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 이 나이에 섹스하면 다크써클 내려앉아서 곤란해요... 휴우..... 역시 가장 좋은 벗은 책과 술인가 하노라.

책을 못 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눈 나빠지는게 진짜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노안인가..‘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부랴부랴 병원에 갔던 거였어요. 휴.. 아니, 노안이라니 ㅠㅠ
노안은 그냥 돋보기래요... -0-

아무튼 저는 인라인도 타기 싫고 열두번 섹스도 싫으니까 그냥 혼자서 책 읽는 걸로.... 잘 먹어서 계속 건강해야지. 우리 건강합시다, 잠자냥 님! 계속 읽고 써야지요.

비연 2020-05-15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선생님께 여쭸다. 선생님, 제가 혹시 루테인이나 이런거 먹으면 노안을 늦추거나 완화할 수 있을까요? 물었더니 선생님은, 그런 거 아무 소용도 없어요, 그냥 돋보기 써야 해요, 하셨다...

.... 노안을 하루라도 미루려고 열심히 루테인 먹고 있는 난, 무엇인가, 누구인가. 아 흑..

다락방 2020-05-15 09:50   좋아요 0 | URL
비연님, 늙어가는 것과는 그 무엇도 싸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막을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루테인 좋다는 얘기에 저도 사서 먹고 있었습니다만, 결과는 노안... 저는 이제 루테인 안먹습니다. 하하.

돋보기 착용하고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받아들여야겠지요. 다만, 제 생각보다 저에게 노안이 좀 이르게 찾아온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서러워요. 엉엉 ㅠㅠ

건강하게 지냅시다, 비연님. ㅠㅠㅠ

감은빛 2020-05-20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작년에 벌써 노안이 찾아왔군요.
저는 최근에 글을 읽으면 자꾸 촛점이 안 맞다 느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노안이더라구요.
저는 멀리 두는 것이 아니라 안경을 벗어요.
안경을 벗고 보면 잘 보이더라구요.

막상 노안이라고 느끼고 나니, 저도 막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렇게 점점 늙어가는구나 하구요.

최근 술자리에서 후배들에게 이 이야길 했더니,
다촛점렌즈 맞춰야 한다고 다들 깔깔 웃더라구요.
제가 속으로 생각했죠. 너네도 몇 년 안 남았다.

오랜만에 알라딘에 들어와서 몇 가지 이야기와 함께 노안 이야기도 쓰려고 했는데,
다락방님 글에서 노안 이야기를 먼저 접하네요.

다락방 2020-05-20 16:2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노안 이야기 쓰려고 했다가 노안 이야기를 만났다니. 감은빛 님과 다른 곳에서 같이 늙어가고 있네요. 늙어가는 동지..쯤 되겠네요? 하하하하하
저는 몇 년 후에 돋보기 를 맞추게 될 것 같은데요. 돋보기 맞추는 날 같이 술이나 마십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돋보기 쓰고 만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0-05-21 12:03   좋아요 0 | URL
저는 돋보기는 안 맞출거예요. 말씀드렸듯이 안경을 벗으면 오히려 잘 보이는데, 원래 근시가 심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처럼 근시가 심한 사람은 안경을 맞추려면 다촛점렌즈를 맞춰야 하는데, 그건 경험자들의 의견으로 많이 불편하고 적응이 쉽지 않아서 결국 안 쓰게 된다고 해요. 여러 사람들에게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돋보기 안 맞출거예요. 우리 그냥 술 마셔요. 어차피 술 마실 때 각자 책 읽을 거 아니니 돋보기 필요 없잖아요. ㅎㅎ

다락방 2020-05-22 13:52   좋아요 0 | URL
저는 감은빛 님이 돋보기 맞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요, 제가 맞춘다는 말이었습니다. 맞추기 전에는 맞추기 전이라 마시고 맞춘 다음에는 맞춰서 마시고, 뭐 그러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하.
 
















재현은 아내와 함께 아들 영재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그들은 지난 삼 년 동안 서로를 보지 못했다. 영재는 호주 남서부 끝에 있는 퍼스라는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인천에서 그곳까지 가는 직항이 없었으므로 그들은 싱가포르를 거쳐가기로 했다. 그는 조금 더 편안한 자세를 찾기 위해 몸을 뒤척였다. -우리[畜舍]의 환대, 장희원, p.301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가장 나중 실린 단편, 장희원의 <우리[畜舍]의 환대>는 위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재현과 아내가 호주 퍼스에서 워킹홀리데이로 가있는 아들 영재를 만나러 가는 장면. 시작은 이토록이나 평범했다. 그러니까, 워킹홀리데이를 가있는 사람도 또 가고자 하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고 대한민국에서만 공부하기를 선택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주변에만 해도 공부며 어학연수로 미국에, 캐나다에, 호주에, 스페인에 다녀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이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가족들과 가끔 연락하며 안부를 주고받고 어쩌다가 시간을 내어 가족들을 만나기도 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이야기도 아니다.


재현과 아내가 아들 영재를 만나러 가는 것도 그러니까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아들 영재가 호주에 가기전 고등학생때 포르노를 본 것도, 재현은 웃어넘겼다. 뭐, 아들은 그럴 때도 있지. 그러나 재현이 평소보다 일찍 귀가했을 때, 그런데 아들 영재가 헤드폰을 끼고 남성들간의 포르노를 보고 있었을 때, 그 때 재현은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넘기지 못하고 아들을 흠씬 두들겨팼다. 그것은 안될일이어서 팼다. 포르노를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남자와 남자가 발가벗고 뒤엉켜 안는 포르노는 안되는 거라서 팼다. 이것이 재현이었고 이것이 영재의 아버지였다.


한 가족 안에서 이런 일들은 칼로 물베기 같은 것이었을까. 그들 부자와 그들 가족은 그 뒤로도 별 일 없이 아들이 대학에 진학을 하고 또 워킹홀리데이를 가겠다고 하는 걸 보내주면서 일상을 보냈다. 그리고 아들이 호주, 퍼스에 간지 2년째 되던해, 재현 부부는 아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예의 아내는 아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것들을 바지런히 챙겼고 그렇게 먼 길을 날아 아들이 머무는 곳에 도착했다. 아들은 자신이 머무는 집의 집주인인 흑인 노인과 마중을 나와 있었다. 숙박은 호텔로 정햇지만 그전에 잠시 아들이 사는 곳에 들러 한끼 식사를 함께 하는데, 흑인 노인이 집주인인 곳에서 셰어하우스를 하는 자신들의 아들 말고도 스무살 한국 여자애가 있었다. 다리에 문신을 한 발랄한 여자아이.


이들 부부는 불편하고 불쾌하다. 재현은 재현대로 아들과 흑인 노인을 바라보기가 불편하고 아내는 아내대로 아들과 스무살 소녀를 바라보기가 불편하다. 정작 흑인노인과, 아들과, 소녀 사이는 친근하고 다정하기만 한데, 이 부부가 보기에는 아들이 자기들로부터 떠난 것 같고, 그리고 저 낯선 사람들에게 안착한 것 같다. 그들은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같이 살았던것처럼 가족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고, 그리고 아들이 자신들에겐 털어놓지 않았던 자신이 간직한 상처-아버지로부터 연유한-도 이들에겐 털어놓았다는 것도 역시 알게 된다. 아들은 이곳에서 오히려 편안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데, 그러나 이들 부부는 자신이 이제 아들과는 더 멀어졌다는 걸 느낀다.



호주 퍼스에 있는 아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집을 셰어해서 살고 있다고 얘기했었다. 그리고 전화로 종종 안부를 전했었다. 또한 이들은 가족이다. 한국에 있는 영재의 부모는 아들이 그곳에서 살고 있고 공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자주 통화했다. 물리적 거리가 멀긴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사랑하는 아들을 둔 부부였고 그리운 마음을 가득 안고 그곳으로 출발하지만 도착하고 나서는 거리감을 느껴야했다.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만화 《베가본드》에서 주인공 '미야모토 무사시'는 동네에서 함께 자란 '오츠'를 좋아하는데, 오래 못보고 지내면서 그런 말을 한다. 안보면 잊혀진다고들 하지만, 안보니까 오히려 더 가슴에 새기게 된다고. 나는 이 말이 사실이며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한편,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오랜 격언도 있다. 나는 이 말 역시 사실이며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

안보이니 오히려 가슴에 더 새긴다.

위 두 문장은 상반되지만 같이갈 수 있는 것.

우리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의 거리두기를 만들고야 만다.

영재와 재현이 아버지와 아들로서 자주 통화하며 안부를 묻고 또 그곳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대가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모두다 파악할 수는 없다. 재현이 그랬던것처럼, 아들이 룸메와 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주인이 흑인 노인인걸 몰랐고 또 같이 셰어해 사는 또 한명이 스무살 여자인 것도 몰랐다. 아들이 그곳에서 살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집을 그렇게나 지저분하게 해놓고 살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들과 수시로 연락하였지만 한 집에 사는 타인들과 그토록이나 친근한 사이인 것은 몰랐다.


그렇다.


멀리 떨어져있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맞다. 정말 그렇다.

멀리 떨어져있고 그리워하는만큼 자주 연락하면서 서로의 소식을 전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만, 그러나 서로의 생활을 낱낱이 고할 수도 없을 뿐더러 매 순간 느끼는 모든 감정을 다 알릴 수도 없고 또한, 순간순간 선택하는 것들까지 모두 말할 수는 없다. 함께 겪을 수도 없고 옆에 있을 수도 없는 많은 시간들이 한국에 있는 재현과 호주에 있는 영재와의 사이에 일어난다. 그러니 자주 연락했어도 도착했을 때 보게 되는 것들은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어쨌든 현재 영재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갔다가 혹은 쇼핑을 했다가 혹은 산책을 했다가 돌아왔을 바로 그 때 옆에 있는 사람, 식사를 할 때 옆에 있는 사람, 친구랑 싸우고 왔을 때 옆에 있는 사람, 코메디 프로를 보며 웃고 있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은 재현이 아니다. 영재의 엄마도 아니다. 흑인 노인이고 스무살 민영이다. 힘들때 다독여주고 같이 수영하고 같이 해를 쬐는 사람은 흑인 노인이고 민영이다.

내 아들을 만나러간다, 고 바리바리 짐을 챙겨 그 먼 곳으로 갔건만 아들과 더 친근한 타인들을 봐야했을 때의 그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멀리 있다는 건 이런 거다. 서로의 말만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하는 것. 그곳에 있는 당신과 이곳에 있는 내가 아무리 자주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일상을 공유하려고 노력해도, 그것은 '노력해야만'하는 것에서부터 서로에게 닿기 힘들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옆에 있다면, 우리가 공유하려고 '노력할' 필요조차 없었을 테니까. 우리가 이렇게나 멀리에 있고 서로를 그리워하고 그러다 마음을 먹고 서로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을 때, 그 때 보게 될 것은 내가 생각하고 기대한 것과 아주 다를 수 있다. 집을 나누어 쓰는 사람과 내 생각보다 더 친근한 게 보였을 때, 나보다 그 사람과 더 가족같았을 때, 그 때 내가 느낄 마음의 거리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매일 안부를 전하고 오늘 서로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오늘 서로가 어떤 감정들을 오고갔는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얘기해도, 전화를 끊고 나면 문을 열고 나가 하늘을 바라볼 때 옆에 있는 사람이 될 수가 없다. 옆집의 레몬나무에서 레몬을 따왔을 때, 거기에 내가 없다. 옆집 아저씨가 쓰러져 응급차를 불러야했을 때, 그 옆에서 같이 놀라주는 건 내가 아니다. 나는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었는데 뻑뻑했다고 당신에게 말할 순 있겠지만, 내 옆에서 스콘같은 케이크를 먹고 우유가 필요하다고 우유를 꺼내오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다. 사소하고 작은 것들까지 당신에게 말할 수 있음으로 미나리삼겹살을 먹었다고 당신에게 말할 순 있겠지만, 내 옆에서 미나리 삼겹살을 같이 먹으면서 미나리 향 정말 좋다, 고 감탄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다. 이런 우리가 서로 만났을 때, 그리고 서로의 옆에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 때 느껴야 할 허전함과 괴리감과 그리고 마음의 거리는, 우리가 무시하기에 힘들수 있다.



내가 당신을 찾아가 요즘 서핑을 즐긴다며, 라고 아는척 할 순 있지만, 물에 잔뜩 젖은 생쥐꼴로 집에 왔지 뭐예요, 라고 말하는 건 다른 사람일 것이다.

당신이 찾아와 요즘 알라딘에서 커피 사마신다며, 라고 아는척 할 순 있지만, 말도 마요 하루에 두잔씩 내려서 향 맡아보라고 설레발이라니까요, 라고 말하는 건 다른 사람일 것이다.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반드시 최선은 아니지만, 그러나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물리적으로 먼 거리, 그곳과 이곳은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마음의 거리도 만들어낸다.

그러나 마음의 거리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마음에서 사라져버리는 건 아니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그런것처럼, 가슴에 새길 수 있다.

그러나 가슴에 새기는게 무슨 소용이람.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한국에 사는 고현정은 슬로베니아에 사는 조인성과 매일 영상통화를 하다가, 충동적으로 공항으로 달려가 비행기티켓을 끊고 슬로베니아로 날아간다. 먼 길이다. 그러나 닿지 못할 길은 아니다. 고현정은 그 후에 조인성에게 말한다. 열네시간만 날아오면 돼. 열네시간이면 만날 수 있어. 열네시간만 들이면 만날 수 있다고.


그렇다. 아무리 멀다고 해봤자, 열네시간 이면 되잖아. 그러면 만나지 못할 것도 없잖아. 백사십일도 아니고 일년사개월도 아니야. 고작 열네시간 이라고. 열네시간이면 닿을 수 있어. 열네시간이면 괜찮잖아.



당신이 거기에 있고 내가 여기에 있어도 내가 당신을 가슴에 새기는 일은 가능하지만,

당신이 고개를 돌렸을 때의 그 작은 바람과 당신의 체취를 맡는 일을 가까이에서 느끼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당신의 실체가 나이고 내가 당신의 실체라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다시 읽을 때가 된 것 같다.
















당신은 감히 자기 피아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묘사하지 않아요. 피아노가 내 세계와는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미아는 저랑 50센티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작은 탁자 위로 몸을 숙이고 숟가락에 스파게티를 돌돌 말고 있어요. 미아가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면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져요. 저는 미아를 보고, 듣고, 만지고, 그녀의 체취를 맡는 것,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어요. 미아는 실체예요.
-218-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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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좋다는 평이 자자해 읽기 시작했는데 나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좋지는 않았다. 언제부턴가 젊은 작가들이 '여성 서사', '사이다 서사'에 갇힌것 같았는데, 이 작품집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여성 서사를 써야해, 사이다 서사를 써야해, 라는 생각이 작가들에게 압박으로 다가가고 있는건 아닐까. 여성서사는 더 나와야 하고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읽을 것이지만, 나는 이 작품집의 여성작가들이 굳이 여성서사를 쓰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그저 쓰는 것 만으로도 그것은 여성 서사에 다름 아닐테니까. 기성 남자작가들의 글과는 완전히 다른 글을 써낼테니까. 그러니 좀 더 자유로워져도 좋을 것 같다고 나는 바랐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어디에도 갇히지 말고 하기를 바라는 마음. 문장력도 세상을 보는 섬세한 시선도 이미 탁월한 작가들이니 좀 더 은유해도 괜찮지 않을까.


작품집에 실린 작가들중 최은영을 가장 선호하긴 했는데 굳이 이 작품집에서 가장 좋은 작품을 꼽자면 장희원과 김초엽이었고 가장 별로인 걸 꼽자면 김봉곤 이었다. 김봉곤의 명성을 익히 들어 기존에도 《여름 스피드》라는 단편집을 읽긴 했었는데, 그 때도 느꼈던 감정을 이 작품집에서도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김봉곤 글의 어떤 점이 좋다는걸까? 물음표 천 개 되는 순간이었다.




*리뷰의 마땅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책 제목 붙였다.



‘글 쓰는 일은 혼자 하는 일이어서 좋다‘라는 말을 종종 했다. 그러나 그건 내 착각이었던 것 같다. 내가 두려움에 맞서도록 도와준 사람들, 나의 글을 끝까지 믿어준 사람들, 쓰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지지해준 사람들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계속 글을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친구들에게 고맙다. 나는 나의 행복만큼 내 친구들의 행복을 원한다. 우리가 계속 밝은 곳으로 가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을 수 있기를, 자신을 내팽개치치 않기를 바란다. (최은영, 작가노트)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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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3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3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3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3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3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3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3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3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5-13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김봉곤 두 번째 소설집 매우 애정하며 읽고 있습니다. 취향의 차이란...

다락방 2020-05-13 13:45   좋아요 1 | URL
저는 김봉곤은 이제 더이상 안읽으려고요. 저는 그의 소설에서 소설의 의미를 1도 찾을 수가 없어요. -.-

hellas 2020-05-13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 저도 그분 이미 접음.

다락방 2020-05-13 22:33   좋아요 0 | URL
어떠한 이유인지 출판계에서 과하게 밀어주는 것 같은 느낌인데, 저로서는 이제 안읽어도 좋을 작가인 것입니다. 킁.

hellas 2020-05-13 23:41   좋아요 0 | URL
여운도 의미도 없어서 오독인가 싶어 다시 읽어봤잖아요 ㅡㅡ

다락방 2020-05-14 07:41   좋아요 0 | URL
다시 읽어보시다니 ㅠㅠ 안타깝네요 ㅠㅠㅠ

2020-05-20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20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15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에노 지즈코는 이 책에서 초반에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참 여러가지 장면들이 머릿속에 스쳤다.


얼마전에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한국 영화에 관심 많은 유럽 남자가 한국에 와 몇 년째 살면서 자기가 모은 블루레이 타이틀을 자신의 집에 온 손님에게 자랑하는 장면이었다. 그의 집은 살기에 좋아보였고 게다가 그가 모은 블루레이는 꽤 많은 양이었다. 영화를 좋아하고 관심있다는 사람답게 충실히 모은것일테다.


그전에 유럽에서 아이를 데리고 온 백인남자들은 거실과 방이 여러개 딸린 숙소에 묵었다. 아이가 있어서 필요한 공간이었겠지만, 그렇게 넓은 숙소를 가질 수 있다니.


사실 이 프로를 잘 보는 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 백인남자들이 한국에 잠시 들르러 왔든 혹은 일을 하러 와서 오래 거주하는 중이든, 그들이 힘들게 사는 걸로는 보이질 않았다. 실제로 내가 근무하는 회사의 공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근무한다. 그들중에 아무도 백인은 없다. 한국에 와 일을 하며 먹고 사는 사람들을 죄다 외국인 노동자일텐데 그런데 왜 외국인 노동자 라고 하면 유색인종이 바로 떠오르는걸까. 일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장에 근무했는데, 그들과 몇시간 함께 근무했던 아르바이트생이 그런 말을 했다. "그 사람들이 한국에 취직해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때리지마세요' 래요."

이 '때리지 마세요'란 말을 가장먼저 배운다는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은 머릿속에 자연스레 유색인종으로 떠오른다. 백인이 아니라. 이십년전 편의점에서 일할 때 백인 남자들이 공사판에서 일하는 걸 보긴 했는데, 그들은 러시아인들이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그들이 일하다 크게 다쳐 팔의 살이 패이고 피가 철철 났는데 병원을 찾는대신 편의점에 들러 보드카를 한 병 사서는 벌컥벌컥 마시는 거였다. 그들은 어떤 집에 살까. 일을 마친후 어떤 집으로 돌아갈까.


물론 잘사는 유색인도 있을 것이고 못사는 백인도 있을 테지만, 텔레비젼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중에 아주 많은 퍼센테이지로 백인들은 좋은집에 잘 살고 유색인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어떤 배움을 가졌든 이 나라에 와서는 힘겹게 일해야 하는 장면들이었다.


그런것들을 생각하고 있던 이 때, 우에노 지즈코의 이 책을 읽었고, 우에노 지즈코는 마침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가져와 '동양'과 '서양' 그리고 타자화에 대해 얘기한다.



상대방을 이해 불가능한 존재-즉, 이방인, 이물질, 이교도-로 만들어 '우리들'로부터 추방하는 양식(이것을 '타자화'라고 한다)에는 인종화와 젠더화의 두 가지가 있으며 이 두 가지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에서 지적한다. 즉, '동양(오리엔트)'은 '여성'으로 대체하여 이해할 수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오리엔트'란 '이방異邦'의 다른 말이며 '오리엔탈리즘'이란 다른 사회를 타자화하는 양식을 가리킨다.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을 '동양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서양의 지식'이라고 간결하게 정의했다. 오리엔탈리즘이란 동양이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무엇이었으면 하는가에 관한 서양인의 망상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따라서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안다고 해서 동양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알게 되는 것은 오로지 동양에 관한 서양인의 머릿속일 뿐이다. (p.47)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음악선생님은 남자였는데, 오페라 <나비부인>에 대해 굉장히 낭만적으로 감탄하며 설명해준 적이 있다. 그 때 그 오페라에 나왔던 음악도 틀어주었는데 그건 기억나지 않고, 그 오페라를 한 번도 보지 않고 나는 뭔가 '낭만적이다'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던 바, 우에노 지즈코의 날카로운 지적에 크- 그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했다. 그리고 당시 음악선생님이 남자라는 것이 떠오르며, 그 남자는 당시에 백인 남성에게 이입하고 있었던건가...라는 생각이 들어버리는 것이었다.


옥시덴트Occident(서양) 남성에게 있어서 이렇게나 '편리한' 망상도 없다. 상대가 이해 불가능한 타자이며 매혹적인 쾌락의 원천이면서 위협적인 요소를 전혀 가지지 않는 무력한 존재. 유혹하는 이로 등장하여 스스로 몸을 내어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떠난 뒤에도 원한은 커녕 연모의 정을 잊지 않는 존재. '내가 버린 여자'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마저도 그녀가 가진 사랑의 크기에 의해 정화되어버린다-이렇게나 '서양 남성'의 자존심을 만족시켜주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그런 여자가 있을 리 없다!'는 목소리는 서양인의 거대한 망상 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지배적인 집단이 타자의 현실을 보지 않기 위해 만든 장치가 바로 오리엔탈리즘이기 때문에 아무리 '일본 여자는 진짜로는 이러이러해'하고 말해도 그 목소리는 도달되지 않는다. 저속하게 말해, 오리엔탈리즘이란 '서양인 남성의 마스터베이션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포르노'를 보며 박수갈채를 보내는 동양인 청중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나는 <나비 부인>을 볼 때마다 배알이 뒤틀려 기분 좋게 앉아 있을 수가 없다. (p.48)



'내가 버린 여자'가 여전히 나를 기다리며 사랑한다는 '망상'에 대해서는,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일전에 보았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떠올랐다. 소년은 동성인 어른 남자에 대해 성적으로 끌리고 있는데 동정이었고, 그러면서 또래의 소녀를 만나 섹스를 한다. 소녀는 당연히 소년과 연인사이가 될 줄 알았지? 그런데 소년은 이 소녀와 그렇게 몇 번 자고서는 자신이 끌리는 어른 남자에게 가버리는 것이다. 섹스란 걸 일단 해보기 위해 소녀를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짜증났는데, 더 짜증난 건 그 다음이었다. 소녀는 소년이 자신을 버리고 어른 남자를 선택했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너를 좋아해'이러고 있는 거다. 이거 보면서 와, 남자들 머릿속에서 이상적인 여자란 '내가 버렸어도 나를 좋아하는 여자'같은 것인가, 생각하며 딥빡이 왔었던 거다. 그런데 이런 건 이미 오래전에, 나비부인에서 백남들이 가졌던 거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에노 지즈코의 배알이 뒤틀림, 제가 잘 알겠습니다.




여러가지 책들을 가져오며 인용해서 몇몇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몇몇 책들은 국내에 아직 번역된 게 없기도 했다.


우선 '사이코 다마키'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라캉》(2006)은 '일본에서 나온 책 중에서 가장 쉽게 라캉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자평하던데, 사이코 다마키를 검색해보면 이 책은 번역서가 없다.

















위에 인용하며 예를 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도 절판이다.

















'사노 요코'의 《나의 어머니 시즈코상》은 있다.
















'이브 세즈윅'의 《남성 간 유대》 궁금한데 번역서 없다.

















이 책의 옮긴이 '나일등'은 책 말미의 <옮긴이의 말>에서 '책 전체를 부드럽게 익어나갈 수 있도록' 원서의 7페이지에 해당하는 참고문헌 목록을 삭제했고 중요한 것만 본문에 병기하였다고 하는데, 하아, 나는 궁금한데... ㅠㅠ 왜 그런 일을 ㅠㅠ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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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0-05-12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서 보니 저도 배알이 뒤틀립니다. 원래 저는 그런 외국인 데려다가 (주로 백인, 그나마 오취리 이후 아주 조금 나아진) 돈 주고 스타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은 안 봅니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백인우대국가입니다. 거기에 백남동녀의 망상까지 더해지면 답이 없네요

다락방 2020-05-12 17:34   좋아요 0 | URL
백인을 등장시키면 우리나라 프로그램도 더 시청률이 잘 나오는가봐요. 위의 페이퍼에도 쓴것처럼, 우리나라에서 자기집 있고 거실 가득 좋아하는 블루레이 채워놓고 여유롭게 사는 백인남자를 보니 뭔가 갑자기 확 괴리감이 들더라고요. 어느나라를 가도 빈부의 격차는 있는 것이긴 하지만, 매스컴에서 보여지는 것이 굳이 백인의 부유함이어야 할까..그게 마치 너무 당연한듯 여겨지는 것도 그렇고요.
아무튼 배알이 뒤틀려요.

transient-guest 2020-05-14 00:23   좋아요 0 | URL
게다가 있어 보이는 백인이죠. 사실 한국에 와서 팔자 고친 백인남자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단발머리 2020-05-12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리엔탈리즘> 설명 보니, 하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기에 읽은 걸로 착각하는 책이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그 책에는 예시가 많아 배경에 대한 이해까지 필요하다 하던데, 아직도 앞쪽을 헤매고 있는 저로서는ㅠㅠ 페미니즘을 이해하는데 오리엔탈리즘이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백인남자, 유럽의 백인남자 중심 세계관의 도전이라는 면에서요.

다락방 2020-05-12 17:36   좋아요 0 | URL
우에노 지즈코의 책에서 마침 단발머리님이 읽고 계신 책이 나오니 되게 반갑더라고요. 제가 읽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예요. 그래서 어제 부랴부랴 단발머리님 서재 가서 땡투하고 사려고 했더니 절판이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써운해... 저도 읽고 싶어요.
페미니즘을 이해하는데 오리엔탈리즘이 도움이 될 거라는 단발머리님의 생각에 저도 동의해요. 전 세계가 그게 무엇이든 백남 기준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걸 가장 잘 꼬집은 게 샤론 볼턴이라는 생각을 하고요. (갑분샤론볼턴 자랑 ㅋㅋㅋㅋㅋ 오리엔탈리즘 쪽수도 많던데 도서관에 있는지 검색해봐야겠어요. 어휴.. 왜이렇게 책은 사도 사도 살 게 또 있죠?

비연 2020-05-1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리엔탈리즘은 위 설명과는 좀 다른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에드워드 사이드가 팔레스타인 출신이라 그런 배경을 깔고 기존의 서구 중심의 세상에 대한 변혁적 반격을 했던 책이었다고 기억.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재다짐..ㅜㅜ

다락방 2020-05-12 17:38   좋아요 1 | URL
비연님이 기억하시는 내용이 맞는 것 같은데요?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을 ‘동양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서양의 지식‘이라고 간결하게 정의했다‘ 라고 하는걸 보면 말이지요. 그래서 저도 너무나 읽고 싶어요. 진작에 이 책을 읽으셨다니, 비연님은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는 분이시군요. 멋져요! ♡

꼬마요정 2020-05-1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비부인 싫어해요. 정말 싫어요. 그래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도 안 좋아해요.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신기한 건 같은 여자인 백인 여자도 동양 여자를 멸시하죠... 성별은 인종 앞에서 일단 뒷전인가봐요. 어디서는 인종 관계 없이 성별이 같아서 연대하고, 어디서는 인종이 우선이고... 인간은 알 수 없는 족속이지만 약자에게는 잔인하네요... 귀신 같이 약자가 누군지 판별해내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20-05-12 17:39   좋아요 0 | URL
저는 나비부인 도 미스 사이공도 안봤는데, 봤다면 정말 싫어할 내용이네요. 저는 뜬금없지만 [페르귄트]도 싫어해요. 겁나게 방황하다가 늙은 껍질만 남아서 아내에게 돌아오는데 아내는 일편단심 그자리에서 기다리다가 늙은 유신을 맞이하고.. 으으...

우리나라 남자들도 아시아 남자를 멸시하는데 최선을 다하는것 같아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와서 임금도 못받고, 폭력에 노출되는 것만 봐도 그렇고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여자일 경우는 또 어떻구요. 아주 징글징글해요. 자신이 조금이라도 강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돌변하게 되는걸까요? 왜 그 힘을 꼭 어떻게든 쓰려고 하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