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은 한마디 말이 호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한 말임에도 정 떨어지게 할 수도 있다. 일전에 만나던 사람이 '결국은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할 것 같아' 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은 나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한 말이 아닌, 그가 지향하는 삶에 대한 것이었지만, 나는 그가 되게 근사해보였더랬다. 오, 그런 생각을 하다니 좋은데? 라고 그 순간 생각했다. 그러나 그를 아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고난 후에는 '그래봤자 실천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말하는 대로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일찍이 파악했더랬다. 옳은 것을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고, 거기에 대해서라면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면생리대를 쓰는 것이 환경에 더 좋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고 그래서 시작해야 겠다고 늘 벼르고 있었다. 빨아서 쓰는 건 불편하겠지만, 그렇지만 쓰레기도 나오지 않고 몸에도 더 좋대, 라는 말들을 무수히 들어왔고 그래서 '그래 면생리대를 쓰자' 라고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미루기만 했더랬다. 나는 환경을 생각해서, 지구를 생각해서 면생리대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실천으로 바로 옮기지 못했던 거다.


시간이 흐르고나니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면생리대를 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삼십대 중반의 몸은 더이상 일회용 생리대를 견뎌내지 못했다. 생리를 시작하고 일회용 생리대를 착용하기만 하면 생리대가 닿는 부분의 살이 부어 올랐고 아팠다. 걷기조차 힘든 날들이 며칠간 지속되었고, 십대 시절 생리를 시작할 때부터 일회용 생리대를 써왔는데, 내 몸은 이제 면역력이 너무 약해진건가 나의 노화를 탓했다. 더는 늦출 수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면생리대를 찾아 착용하기 시작했다. 당장 몸에 닿는 부분들의 아픔이 사라졌고, 내가 이제 아프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마음도 편안해졌다. 면생리대를 사용하고나서부터는 생리를 시작하게 되면, 괜찮아, 면이 닿을거야, 하면서 안정적인 마음과 몸의 상태가 되었다.



이 책의 주된 관심사는 윤리적 채식주의다. 육식을 다른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부당한 착취로 여기는 윤리적 결정에 따른 채식주의다. 그러나 이런 의식에서 채식주의를 수용한 예는 우리 문화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믿음은 많은 사람이 남몰래 채식주의를 즐기도록 부추겼다. 이런 채식주의는 동물을 향한 관심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다. -서문, p.52



지구를 위해서 면생리대를 써야겠다는 나의 생각은 '윤리적'이었지만, 그러나 그 윤리적 다짐은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내가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행동을 하게된 건, 내 몸 때문이었다. 내가 고통스럽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나는 지금은 탐폰을 사용하고 있다.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을 장기간 유지할 수 없었다. 귀찮아서. 내가 하는 거라곤 고작해야 텀블러를 사용하는 게 전부인가, 장바구니를 챙겨가지고 다니는 게 전부인가. 윤리적인 생각으로 행동까지 이어지는 건 고작 그게 다인가. 탐폰이 너무 편해서 다시 면생리대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역시 나는 그 무엇보다 나를 가장 우선시하는구나. 친구들 중에는 생리컵으로 바꾼 친구들도 있었다. 윤리적 실천으로 나아가려면 나 역시 생리컵으로 바꿔야겠지만, 그러나 이제 내게 생리할 날이 몇 년이나 남았다고, 그 중의 일부를 적응하며 보내기가 싫은 거다. 내게 맞는 컵을 찾고 적응하느니, 편하게 남은 생리기간을 살아가자, 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육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위의 인용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부당한 착취'라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채식주의로 돌아서야 한다고 생각은 해왔다. 그러나 역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를 이제 덜 먹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보자, 라고 다짐하고 실행하게 된 건, 동물에 대한 부당한 착취 때문이 아니라, 내 몸 때문이었다. 요가를 좋아해서 즐기고 싶은데 몸이 너무 무거워서 잘 안되는 것 같은 거다. 그러다 박상아가 자신의 책에서 채식하고 나니 몸이 더 가볍고 요가가 더 잘된다고 했던 부분을 읽고, 그제서야 아, 내가 요가를 못하는 것도 무거운 육식 때문인가, 그렇다면 나도 좀 육식을 줄여볼까, 하게된 거다. 그래서 얼마간은 가급적 고기를 피했었고, 안먹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왔다. 단단히 마음 먹지 않으면 육식을 피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 이 책의 서문 밖에 읽지 않았다. 20주년 기념 서문, 10주년 기념 서문, 서문, 넬리 맥케이가 쓴 서문.. 무려 서문만 네 개에다가 그 다음에는 감사의 말이 이어지는 통에 아직 본문은 시작도 못했다. 서문만 읽었는데도 겁이 난다. 이 책의 본문에서 펼쳐질 내용들이. 그동안 고기를 좋아했던 나를 얼마나 두드려 팰것인가.. 무섭다.

이십대 중반 사귀던 남자는 나에게 갈비살을 사주면서 말했었다. '너한테 점수 딸려면 고기를 사주면 된다고 그러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제기랄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담? 몇 년전에 다정하게 지내던 남자사람은 내게 '족발만 사주면 돈도 꿔주겠네' 했더랬다. 그만큼 고기와 나는 밀접한 관계였다. 지금도 밀접한 관계다. 나는 밀가루보다 고기를 더 소화 잘 시키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윤리적으로는 육식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알면서 행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언행불일치는 나를 괴롭게 한다. 그러니 육식의 성정치 본문을 읽는 일은 몹시도 괴로울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는가보다. 소설..을 읽고 싶다. 나를 두드려패지말란 말이다... 그러나 더 괴로운 것은, 내가 인상 쓰며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육식을 스톱하게 될 것 같지도 않다는 데 있다. 아마 줄이려고 노력하겠지만, 거기에는 윤리적인 것 플러스 개인적 욕심이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나는 그러보면 그렇게 윤리적인 사람은 못되는가 보다.




여성주의 관련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고 하지 못하는 바도 얼마나 많은지, 깨닫지 못하고 알아채지 못한 건 또 얼마나 많은지 늘 놀라게 되고 또 늘 두드려맞게 된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내가 역시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혹은 알면서도 애써 모른척 하려 했던 내 안의 여성혐오에 대해서 콕콕 찔러줄 것 같다. 모르고 산다면 편하겠지만, 이제와서 모르기를 선택하는 것은 아주 많이 늦은 감이 있다. 돌이킬 수 없어버려.. 어쩔 수 없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을 일단 계속 가보는 수밖에. 가면서 행해야 할 것이 있다면 최대한 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가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다.




친구와 성경 읽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현재 15일을 경과했다. 매일 할당량을 읽고 서로 인증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매일 연락하게 된다. 그전에도 우리는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함께 하는 게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매일 연락하는 게 오, 나쁘지 않다. 뜻밖의 기쁨이다. 매일매일 너와 내가 약속한 것을 지켜가는 데에서 오는 그런 기쁨이 있다. 그래서 '함께'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함께한다면, 모든게 그런건 아니겠지만, 어떤 것들은 함께하는 나름의 기쁨이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저마다 자기 고집을 가지고 있으니 아무리 친한 사이,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함께 하는게 늘 즐겁지만은 않을 터.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함께 가는 길이 꼭 즐거우리란 보장은 없다. 그래도 '함께'에서 오는 그런 기쁨이 있는 거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알라딘에 계속하는 것 같다. 그런 기쁨을 알기 때문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도 하게된 것 같고, 그런 기쁨을 알기 때문에 요가를 한 날이면 여동생에게 오늘은 어떤 걸 했어, 메세지를 보내고 있고, 그런 기쁨을 알기 때문에 친구와 성경도 읽게 된 것 같다. 수많은 것들을 혼자 하고 혼자 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어제 오늘은 '함께' 에 대해 생각했다.


며칠전 언급한 드라마 <브리저튼>에서는 '다프네'와 '사이먼'이 결혼해서 '함께' 산다. 그들은 그 큰 저택을(집이 우리 회사보다 더 크다) 함께 관리해야 한다. 그렇게 큰 집에 그렇게 많은 일꾼들을 관리하는 일은 머리 아프겠지만, 함께 추구하는 것이 있고 거기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그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줄 것 같다. 그들이 함께 하는데 있어서 가장 즐거운 건 사실 집 관리, 사람 관리라기 보다는 틈만 나면 섹스하는 거겠지만... 뭐, 젊을 때 한창 사랑하면 그러기도 하고 그러지... 늬들도 내 나이 되면.. 그래, 즐겨라, 인생을 즐겨... 나중엔 꼼짝하기 싫어서 하기 싫어지는 때가 온단다... 아니, 그 말 하려던 건 아니고,


함께 하는 기쁨을 내가 알고, 그러므로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행복을 역시 내가 알아도, 육식을 줄이는 것을 아직 누구랑 함께 하지는 못하겠다는 거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아직은 여기에 대해서는 방어막이 엄청 쳐있어서, 누구의 얘기도 듣고 싶지가 않다. 그러니까 '줄여라' 내지는 '그만 먹어'라는, 그런 말을 듣고 싶지가 않다. 여기에 대해서라면 내가, 순수하게 나의 생각과 의지와 다짐으로 실행으로 옮기고 싶은 그런 고집이 있다. 내가 고기에 대한 애착이 아직 너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육식의 성정치를 다 읽고 나면 나의 고기에 대한 마음은 어느만큼 작아져있을까? 아니 작아지기는 하는걸까? 육식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건 현재까지 자명한 사실이다. 몸도 마음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어떤 식으로 내가 행동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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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1-11 15: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너무 힘들었어요. 비건이 되기는 글렀구나 그런 죄책감도 살짝 들었고 이 죄책감이 위선에 가깝다고 해야하나 아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다락방님. 읽고 완전 쭈그리 되어버렸습니다. 2월 책도 힘들면 어떻게 하지요 엉엉 ㅠㅠ 울고싶다.

다락방 2021-01-11 15:10   좋아요 2 | URL
저는 제가 비건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마 이 책을 다 읽어도 그런 결심을 하게 될 것 같진 않고요. 아마 조금 줄여나가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은데, 그마저도 잘 될지.. 제가 저를 잘 모르겠어요. 이 책을 읽으면 또 그 땐 어떻게 될지. 저는 수연님의 이 책에 대한 감상이 참 좋습니다. 다들 이 책 읽고 변해야겠다, 변하자! 라고 했다면 저는 아마 거부감이 심했을 것 같아요. 수연님의 완독 후 감상 덕에 저는 그나마 조금 편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겠다 싶어요. 어떤 감상을 갖게 될지 나도 모른다, 의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불편하겠지만 읽어보고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나서도 괴로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 읽어보겠습니다.
2월 도서는 이 책 보다는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기운 내요, 수연님!!

붕붕툐툐 2021-01-12 00:24   좋아요 0 | URL
쭈구리 된 수연님을 쫙~쫙~ 펴드리고 싶습니다🙆

2021-01-11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1-01-11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면생리대 + 생리컵을 쓴지 굉장히 오래되었는 데, (생리컵이란게 있는지 사람들이 잘 모를 때 부터 썼었어요~! 5년 넘은 듯?) 1년 정도 적응하기 힘들긴 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갠찮아요! 음, 케바케긴 하지만.. 그래두 한번 도전해보세욥!!! ㅎㅎㅎ (물론 컵을 쓰면 조금 편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생리는 아프고 싫다요.)
육식을 끊는다...역시.. 저는 끊는 것 까지는 아니고 줄이고는 있어요. 근데 이것도 순전히 지구에게 미안했던 입장이지 (ㅋㅋㅋ) 이게 페미니즘이랑 어떻게 연관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서, 책을 읽으면서 배워가려고합니다!!

다락방 2021-01-12 11:15   좋아요 1 | URL
저는 페이퍼에 쓴대로, 곧 완경예정이므로 탐폰 사는 것도 왕창 사는 걸 멈췄거든요. 곧 끝날 것이다, 하면서요. 남아 있는 생리 기간은 적응이라는 시간 없이 익숙하게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 개인적 욕심..

저는 지구에게 미안해서 행동으로 옮기는게 그러고보니 별로 없더라고요. 순전히 개인적 욕심이더라고요. 지구를 위해 하는 거라고는 일회용품 안쓰기, 가급적 쓰레기 안만들기 정도가 전부인지라.. 그렇지만 순전히 저 자신을 위해 ‘육식을 줄이는 것‘을 선택해도, 그것이 곧 지구를 위하는 길이 되기도 할테니까, 앞으로 좀 줄여볼 생각을 갖고 있긴 합니다.

공쟝쟝님 이 책 너무 재미있어요!! 흑흑 ㅠㅠ

단발머리 2021-01-11 2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라리가 사피엔스 쓰면서 채식주의 됐다는 거 듣고 그래? 그랬잖아요, 제가.
거기서 돼지들의 곤란한 생활 나오는데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싶었어요. 전 그 쪽이 강했어요. 동물들에게 우리가 너무하다.
근데 이게 환경이랑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여성을 억압하는 것과 같이 작동된다는데.... 놀랐던 마음이 그대로에요.
처음 읽었을 때랑 비슷하네요, 지금도요.

다락방 2021-01-12 11:17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사피엔스.. 읽다 말았네요. 50쪽쯤 읽다 말았는데 역시 종이책으로 사야겠죠? (핑계)

며칠전에 단발머리님이 나의 사촌 레이첼에서 마녀사냥 얘기 하셨잖아요. 저는 아직 다 읽기 전에 그 말을 들었고 그리고 읽어가면서 ‘흐음, 마녀사냥은 아닌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 읽고 나니까, 그러니까 마지막 장 한두장을 남기고 나서는 마녀사냥이 퍼뜩 떠오르는 거에요. 아아, 단발머리님이 이걸 본거구나, 하면서요.

제가 육식의 성정치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는 제가 느낄 것이 죄책감이나 불편함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요, 본문을 시작하면서 놀랐어요. 저는 사실 좀 흥분과 기대와 신남으로 놀랐지만, 역시나 먼저 읽은 단발머리님 말씀대로 ‘놀람‘이 찾아왔어요. 단발머리님,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님도 좋고, 나의 사촌 레이첼도 좋고, 육식의 성정치도 좋고, 책 읽는 것도 좋고요. 육식의 성정치 왜케 재미있어요? 너무 좋아요 ㅠㅠ

붕붕툐툐 2021-01-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초경부터 면생리대를 썼어요. 물론 엄마의 헌신적인 빨래 덕분이었는데, 탐폰이나 생리컵은 쓸 엄두도 못내는 구식 인간입니다.. 하핫~ 저도 얼른 시작하고 싶네용~

다락방 2021-01-12 11:19   좋아요 1 | URL
초경부터 면생리대를 사용하셨다면, 일회용 생리대로 인한 고통은.. 겪지 않아도 되셨겠네요 흑흑. 저는 정말 한동안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걸을 때마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팠답니다. 제 면역력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일회용 생리대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아요. 흑흑.

탐폰은 처음 사용하려다가 실패했었어요. 너무 무서워서 쫄아가지고 시도했다가 다시 일회용생리대를 거쳐 면생리대 갔었는데요, 나중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탐폰이 세상 편하더라고요. 와, 그 오랜 시간 생리하면서 이 편함을 선택하지 않았다니... 하면서 야속했어요. 지금은 탐폰 때문에 너무 편하게 살고 있답니다. 으하핫.

붕붕툐툐님, 얼른 시작하세요. 육식의 성정치 너무 재미있어요!!! >.<

han22598 2021-01-12 0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육식의 성정치 이제 0.000001 % 밖에 안 읽었고, 그리고 제가 조금 냉소적인 사람이라...사람이 책 한권 읽었다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그리고 진짜 딱 책 한권 읽고 바뀐다고 생각하면 진짜 무섭기 때문에...ㅋㅋ 다락방님 우리 고기를 너무 멀리하지 맙시당 ^^ 저는 서문 아주 조금 읽어서 그런지, 페미니즘-채식주의자의 신박한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궁금해지더라고요. (궁금증만 가지고 바로 책을 덮었다는 것이 함정 ㅎㅎㅎ)

다락방 2021-01-12 11:21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책 한권 읽었다고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콧방귀 끼는 사람이기는 한데요, 와, 본문 시작하고 나니까 육식의 성정치 너무 재미있어요. 너무 흥미롭고요, 막 확 와닿아서, 육식을 안하겠다는 다짐은 사실 아직 딱히 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이 앎에 대한 과정이 너무 좋아요. 이 연결고리를 살펴보는게 진짜 흥분돼요. 한님, 꼭 읽어보세요. 저는 진짜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일 때려치고 책 들고 조용히 까페 가서 읽고 싶은데, 일도 때려칠 수 없고 까페도 가서는 안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 ㅠㅠ

독서괭 2021-01-12 1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공감해요. 전 생리컵 도전해보려고 사두긴 했는데 도저히 적응하고 관리할 시간을 낼 자신이 없어서 못 뜯고 있어요 ㅠㅜ 면생리대도 빨 거 생각하면.. 휴.. 첫째 때 천기저귀 쓰면서 뿌듯했던 그마음 생각하면 언젠가 도전하고 싶긴 해요
고기고기는 저도 포기하기 너무 힘듭니다 ㅠㅠ 그래도 고기를 먹을 때마다 “양껏” 먹는다는 마음가짐만은 좀 바꿔보려고 해요.

다락방 2021-01-12 11:23   좋아요 2 | URL
저도 저에게 남은 생리하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을것 같아서 생리컵 적응 노력은 포기하기로 했어요. 지금 찾은 편한 상태를 가져가자, 익숙함을 선택하자, 곧 끝날텐데..하면서요........
고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건 저에게는 아직 너무나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줄이도록 노력은 해보려고요. 사실 그동안 너무 많이 먹기도 했고.... ㅎㅎㅎㅎ 조금씩 줄이겠다는 노력을 저도 해보려고 합니다. 저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동물을 위해서 그리고 지구를 위해서요! 조금씩 줄이다보면 그보다 더 조금 줄이게 되고 또 조금 더 줄이게 되는 식으로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나의 사촌 레이첼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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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다, 최고.
책의 마지막 장까지 내가 어떤 결론에 이르기 될지 알 수 없다.
대프니 듀 모리에는 치기 어린 청년의 사랑과 욕망과 맹목적임 그리고 어리석음까지 잘 묘사해 놓았고 무엇보다 행복한 장면을 그려낼 땐 덩달아 행복해졌더랬다.
최고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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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1-11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을 진작에 또 사두었지롱~ 준비성 대박인 부분. 후훗.

Falstaff 2021-01-11 10:17   좋아요 1 | URL
흠. 늦어도 3월에는 읽는 걸로..... 정했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1-01-11 10:24   좋아요 1 | URL
저는 <레베카>엄청 재미있게 읽고 ‘아무리 그래도 레베카보다 재미있을 순 없겠지‘ 했는데, <나의 사촌 레이첼>이 더 재미있어요! 음..아닌가? 비슷한가? 아무튼 대프니 듀 모리에 작품은 두 권 읽었는데 둘 다 너무 재미있네요. 바로 이 맛에 소설 읽는 것 같아요, 폴스타프님. 엉엉 ㅠㅠ 소설 진짜 만세입니다 ㅠㅠㅠ

Falstaff 2021-01-11 10:28   좋아요 1 | URL
전 소설만 열라 파기로 했습니다.
좋아하는 것만 해도 짧은 게 인생인데 언제 골치아픈 철학, 과학.... 이런 허리상학적 양서를 찾을 시간이 있습니까. ㅋㅋㅋ

다락방 2021-01-11 10:51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님의 결정을 지지합니다!! ㅋㅋㅋㅋ 열심히 읽고 열심히 리뷰 써주세요. 열심히 따라 읽겠습니다. 불끈!

단발머리 2021-01-12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 대박 축하드리오며, 우리의 대프니 사랑은 앞으로도 이어집니다! 하트뿅뿅!

제가 전에 페이퍼에도 썼는데 <레베카>에서는 그런 장면이 전 불편하더라구요. 고아이고 갈곳 없는 주인공이 맥심을 만나서 신데렐라로 변신해갈 때 말이에요. 이 남자가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냥 그 남자를 따라가는 거에요. 오라니까 따라가요. 몸을 의탁하는 거죠. 경제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또 한 가지는 주인공이 남자의 공간, 맨덜리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더욱 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결혼을 앞에 둔, 또는 결혼 이후의 여성의 위치가 급락하는 지점을 정교하게 보여준게, 저로서는 좀 불편했어요. 전 결혼을 했으니까요. 대프니가 보여준 모습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그렇다‘는 의미에서요. 그래서 레베카는 한 번만 읽었지요 ㅎㅎㅎ

그에 반해, <나의 사촌 레이첼>에서는 우리의 필립이 약자인데 그 조건이 바로 사랑이라는 점에서, 전 아주 행복했습니다.
이제 <나의 사촌 레이첼>이 더 재미있다고 하셨으니, 그래도 나는 <레베카>가 더 낫다는 댓글 몰려올 것입니다. 푸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1-01-12 15:16   좋아요 0 | URL
전 <레베카>가 훨씬 재밌었는데요, <레베카>의 주인공을 맥심이나 맥심과 결혼하는 그 여자 주인공(이름도 생각 안나네;;)으로 보지 않고, ‘레베카‘로 보면 정말 더 재미나요!!!!
반면 <레이첼>에서는 레이철이 시종 필립이나 앰브로즈의 시선으로(만) 그려지잖아요? 그 점이 못마땅했어요. ㅠㅠ 물론 그래야지만 레이첼이라는 여성의 특성이 만들어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면이 있지만... 그런 점에서 뭔가 답답....

잠자냥 2021-01-12 15:20   좋아요 0 | URL
암튼 저는 국내 번역된 대프니 듀 모리에 모든 작품을 읽어버린 슬픈 자로서 재미난 순서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레베카> - <나의 사촌 레이첼> - <대프니 듀 모리에 - 지금 쳐다보지 마 외 8편> - <인형> - <자메이카 여인숙> - <희생양>

다락방 2021-01-12 15:27   좋아요 0 | URL
제가 <나의 사촌 레이첼>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앰브로즈와 필립의 시선으로만! 그려지는 것 같지만, 그 그림이 정확하지 않다, 잘못됐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필립 이 어린 청년이 얼마나 치기 어린지도 너무 잘 드러나고요. 그러니까 나는 결혼 안해, 흥 여자 따위, 라고 하다가 사랑에 단단히 빠져버려서는 어떻게하면 레이첼과 마주칠 수 있나 기대하고 둘만 있는 시간을 진정 행복으로 느끼는데, 레이첼을 의심하기 시작하자마자 폭력적으로 변해버리잖아요. 그래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게 젊은 남자 화자이지만, 그러나 이 젊은 남자 화자가 잘못했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좋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화자랑 같이 가서 혹시, 혹시 이러다가 결국은 ‘뭐야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 하게 되어버리는 그 지점이 너무 좋더라고요. 글을 너무 잘써서 필립이 레이첼과 둘만 있는 시간을 고대하고 행복해하는 그 묘사에 제 마음도 같이 흔들거렸어요. ㅎㅎㅎㅎㅎ


그렇지만 레베카를 다시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하지만 다른 책도 있으니까..천천히.......일단은 퇴사가 답인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1-12 15:5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레이첼>에서 중요한 지점은 필립이나 앰브로즈 시선에 독자가 같이 공감하느냐 문제인데... 전 필립의 그 시선이 싫어서 화자에 공감을 못하니까(아니, 하기 싫으니까 ㅋㅋㅋ) 이 작품이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짜증났던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아무튼 퇴사는 하지 마세요. 아침에 고즈넉한 거리 바라보면서 커피 드셔야죠. 회사에서 글도 쓰시고 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2 15:45   좋아요 1 | URL
맞아요. 필립의 행복이 좋긴 했는데, 그런데 그건 있었어요, 필립에 백프로 몰입은 안되는거에요. 저는 그게 작가의 장치라고 보았는데요, 필립에 백프로 몰입한게 아니라서, 주변인들과의 대화나 필립의 행동을 보다가 ‘아 이 머저리.. 아 어리석다‘ 막 이런 생각도 하게 되는거죠. 잠시간 떨어져서요. 저는 이걸 한게 대프니 듀 모리에의 힘인것 같아요. 그 지점에서 막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어어 사랑에 빠졌다 어어 행복하다 어어 불안하다.. 이러다가도 으이고 어리석은 놈, 으이고 치기 어린 놈, 이렇게 되는 거요. 그래서 엄청 재미있게 읽은 것 같아요. 이놈이 보는게 전부가 아닐 수 있다, 이 놈은 어리석기도 하다, 이러면서 그런데 같이 행복해하고.. 아 아무튼 진짜 짱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사실 어느 부분에서는 순간순간 짜증났거든요. 굳이 왜 남자의 입장에서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릴까, 하고 말이지요. 왜그랬을까... 그런데 다 읽고 나니까 이러려고 그랬구나 이러려고.. 이 말 하려고 그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 뭡니까! 아 진짜 작가 천재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회사는 계속 다녀서 책을 사도록 하겠습니다. 저 장바구니에 지금 또 겁나 담아놨어요. 스누피 머그컵 괜찮다는 후기를 봐서 컵 두개 .. 받을 예정입니다. 네.. 킁킁.

단발머리 2021-01-12 16:30   좋아요 1 | URL
이 아름다운 댓글들 왜 이제야 봤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고백하자면, 짝사랑을 되게 오래했었거든요. 아주 어렸을 때요. 막 드래곤 날아다니고 공룡이랑 대화하고 그럴때요. 그래서 그런지 필립 행동 이런게 다 이해가 되는 거예요. 그냥 필립이 딱 저예요. 그래서, 전 필립이 좋았어요. 바보 같은데, 바보 같아서요. 또 한 가지는, 내가 사랑하는 혹은 날 사랑할 거라 믿었던 여성의 변화 앞에서 필립이 돌아버리잖아요. 그러니까 변심 앞에서 남자들의 쪼잔함 바보같음과 사랑해서 정말 내가 죽을 것 같은 그 절박함을 대프니가 아주 잘 그려냈다고 봐요. 이건 남성 화자여야만 효과적이지요. 여성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죠. 모든 여성이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남성들이 더 많이, 더 자주 극단적인 해결 방법을 찾는다고요. 아, <나의 사촌 레이첼> 이야기 하니까 넘 행복하네요.

고로 저의 랭킹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두둥!
<나의 사촌 레이첼> - <레베카>- <자메이카 여인숙> - <인형> - <희생양>
<대프니 듀 모리에 - 지금 쳐다보지 마 외 8편>는 아직 읽기 전입니다. 하하하하하!!!

다락방 2021-01-12 17:02   좋아요 1 | URL
저는 아직 없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책을 사러 갑니다.. 인생은 자고로 이런게 아니겠습니까.........

잠자냥 2021-01-12 17:0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 / <희생양>이 저처럼 젤 마지막인 점에 왠지 기쁨을 느낍니다. ㅋㅋㅋ 하지만 <희생양>도 다른 작가 작품에 비하면 재미나요. 이것이 대프니 듀 모리에 님의 힘이죠!

다락방 2021-01-12 17:13   좋아요 0 | URL
나도 다 가질래요. 나도 다 읽을래요. 그래서 나도 순위 매기기에 동참할거에요 ㅠㅠ

잠자냥 2021-01-12 17:3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님 약올리는 거 왜 재밌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2 17:49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미워요 ㅜㅜ 외로운 저를 이렇게 약올리시고 흑흑 ㅠㅠ 책만 사게 하시고 흑흗흗 ㅜㅜㅜ

단발머리 2021-01-12 19:58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암요, 암요. 사실 저는 [희생양]도 좋았어요. 고르다 보니 맨 마지막이 된 것이지요. 그리고 제가 예상하기로 다락방님은 이 [희생양] 좋아하실 겁니다 ㅎㅎㅎㅎ
근데요, 잠자냥님! 제가 중고로 구입한 기담문학의 [새]에 수록된 <사과나무>와 <노인>은 현대문학 [대프니 듀 모리에 : 지금 쳐다보지 마 외 8편]엔 들어있지 않네요. 제가 영어 제목들은 확인을 안 해봐서요. 그렇다면 다락방님은 [새]도 구입해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2 19:44   좋아요 0 | URL
네????? 🙄🙄🙄🙄🙄🙄🙄🙄🙄🙄🙄🙄
 















'줄리아 퀸'의 대화가 재미있다고 기억했던 나는 마침 전자책으로 나와있는 <공작의 여인>을 구매해 읽기 시작했다. 브리저튼 가의 남매들 중 첫째딸인(그러나 위로 오빠가 셋) '다프네'의 얘기이고 상대 남자는 '사이먼'으로 공작이다. 사이먼은 태어났을 당시 아들이라 아버지로부터 엄청나게 사랑받았지만 말을 배우는 속도가 느리고 더듬는 바람에 아버지는 그 사랑을 거두어들이고, 사이먼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다가 나중엔 포기하고 아버지에게 반항하기로 한다. 그중 하나가 '난봉꾼'이 되는 거였다. 그러나 책에서는 그런 사이먼에게 '진정으로' 난봉꾼이 될 자질은 없었다고 한다.


비록 사교계의 반항아로 명성을 날리고 있기는 했지만, 사이먼은 진정한 난봉꾼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 런던의 밤을 즐기기는 했지만, 옥스퍼드에서 3년, 런던에서 1년, 끝없는 파티와 매춘부들의 행렬이 지긋지긋해지고 있었다. -책속에서



여자주인공 '다프네'는 사교계에 데뷔하고 2년이 지나도록 결혼을 하지 못해 속을 끓인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때는 1813년이고 명문가의 딸이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이며 유일한 과제는 신부가 되는 거니까. 게다가 결혼도 하지 않은 여자가 남자랑 둘이서만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켜서도 안되었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해. 이렇게 여자들은 결혼하기 전까지 정숙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남자랑 실제로 어떤 짓을 했는지와는 상관없이 둘이 있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되는데, 대체 남자들은 어떻게 난봉꾼이 될 수 있었던걸까?



"그 여자는 단지 공작님이 끔찍한 난봉꾼이라고 썼을 뿐이에요. 그 사실은 공작님께서도 부인하시지 않겠죠? 대부분의 남자분들이 자기를 난봉꾼이라고 불러 주었으면 하니까요." -책속에서



여자는 결혼 전에 남자와 둘이 있어서는 안되는데 남자는 난봉꾼이 되는게 희망이라면, 그 남자로 하여금 난봉꾼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그녀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그녀는 누구입니까?


한쪽에서는 남자랑 있으면 안된다고 하는데 한쪽에서는 여자랑 많이 만나 난봉꾼이 되는게 희망이라니. 이 불균형과 부조리가 어떻게 공존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 사이에서 난봉꾼이 되게 하는, 난봉꾼의 희망을 이루게 하는, 그녀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사이먼은 난봉꾼으로 사는게 자기에게 잘 맞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또 지루하지만, 결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자신을 어릴적부터 거두어준 어른에 대한 예의로 무도회에 참가하고, 그가 공작의 지위를 가진만큼 많은 여성들과 또 어머니들로부터 최고의 신랑감 후보가 된다. 사이먼은 그게 너무 지겹다.



미혼 여성들은 지극히 지루했고, 어머니들은 짜증스러운 정도로 귀찮게 굴었으며, 누이들은 너무도 노골적으로 사이먼의 관심을 끌려고 했으므로 자신이 혹시 매음굴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책속에서



교양있는 여자는 남자와 둘이 있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는데, 그로 하여금 '매음굴인가'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그가 생각하기에는 욕할만한 장소, 매음굴에 있는 여성, 대체 그들은 누구란 말인가. 그녀는 누구입니까?





첫째로 성착취(성매매)는 남자가 여자를 보고 대하는 방식을 결정하고, 둘째로 여자 전반의 성생활과 건강을 침해하며, 셋째로 ‘당해도 싼‘ 여자 집단을 만들어 모든 여자의 행동을 통제한다.- <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 P25











저 여자는 남자랑 둘이 있었다고 교양 없다고 욕하는 것은 누구인가, 매음굴에 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매음굴을 욕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순결을 요구하는 이는 누구인가, 그건 남자들이 만들고 행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







드라마 <브리저튼> 시즌1의 1화의 오프닝부터 나는 다시 이 물음에 부딪치고야 만다. 프리저튼 가의 장남 '앤서니'는 잠시 후에 여동생이 사교계에 데뷔하는 무도회에 여동생을 에스코트 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 되기에 앞서 한 공원의 커다란 나무 앞에서 열심히 섹스를 한다. 사교계 데뷔에 오빠가 필요한 그 시대에, 나무에 기대어 바깥에서 결혼하지 않은 남자랑 섹스를 하는, 그녀는 누구인가? 남자랑 둘이 있는 모습을 들키는 것만으로도 흠이 되는 이 때에 이렇게 드러나게 남자랑 섹스를 하는, 그녀는 누구란 말인가.


1813년이 배경인데 드라마 속에서는 공작이나 귀부인에 다양한 인종을 등장시켰다. 아마도 드라마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기 보다는 지금 시대에서 바꿀 건 바꿔가면서 보여주려는게 아닌가 싶다. 다양한 인종을 귀족으로 분하게 한 것이 아마 그들이 의미를 둔 가장 큰 시도가 아닐까.


브리저튼 남매의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그러니 여동생 다프네의 신랑감을 찾아주는 일, 그녀를 보호하고 잘 살도록 돕는 일은 오빠인 앤서니에게 달렸다. 그는 실제로 다프네의 옆에서 다프네에게 관심 갖는 남자들이 조금이라도 흠이 있다면 접근할 수 없도록 다 막아낸다. 그게 오빠의 역할이고, 가장의 역할이며, 남자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그가 그렇게 믿는 것은, 그 시대가 그런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의 그런 충실한 책임감에, 나무 기둥에서 섹스 했던, 그리고 지금 그로부터 그의 책임감에 대해 듣기 바로 전까지 섹스했던, 그녀는 말한다. 다프네가 부럽다고, 지켜주고 돌봐주고 누군가가 있어서 부럽다고. 그 때 앤서니는 그녀에게 말한다. '나는 너도 돌봐줄거야.'


남자랑 둘이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추문에 휘둘리게 되는 여성들이 살던 시대에서, 결혼하지 않은 남자와 섹스를 한 여성에게, 그는 '내가 돌봐준다'고 말한다. 그녀는 누구인가. 그는 소프라노 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그녀와 나무에 기대어 섹스하고, 집을 얻어 주고, 그러나 그녀와의 관계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숨긴 채로 그녀를 정부 삼는다. 그러더니 이제 자신이 한 가정의 충실한 가장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그녀에게 이 마을을 떠나라고 한다. 한 남자의 정부로 살면서 버려지고나면 그 마을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그녀는 그와 섹스했고, 그의 정부였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일하고 살던 지역을 떠나야 한다. 그녀는 누구인가. 그녀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저기 있는 저 남자 분은 여성은 마차에 탈 때 도움을 받아야 하며 구덩이에서 나올 때도 남자가 들어 올려 주어야 하고 모든 곳에서 가장 좋은 곳을 차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도 내가 마차를 타거나 진창을 지나야 할 때 도와주지 않으며 아무도 내게 가장 좋은 곳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여성이 아니란 말입니까? 나를 보십시오! 이 팔을 보십시오! 나는 어느 남자보다도 더 많이 쟁기를 끌었고 씨를 뿌렸으며 곡물을 거두어 곳간에 넣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여성이 아니란 말입니까? 나는 남성과 똑같이 일할 수 있고, 충분한 음식이 있다면 남자만큼이나 많이 먹고, 채찍질을 견딜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여성이 아니란 말입니까? 나는 열세 명의 아이를 낳았으며 이 아이들 모두가 노예로 팔려나가는 것을 보아야 했습니다. 내가 어머니로서 슬픔에 겨워 울 때 주님 말고는 아무도 제 슬픈 울음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여성이 아니란 말입니까?(Loewenberg and Bogin 1976, 253) -p.44




결혼도 하지 않은 채로 남자랑 둘이 있는 모습을 보이면 안되는데 심지어 남자랑 섹스를 했으니, 그렇다면 그녀는 여자가 아니란 말인가. 남자랑 둘이 있는 모습을 보이면 안되는데 매음굴에서 일하고 있다면, 그렇다면 그녀는 여자가 아니란 말인가. 내 여동생은 조금의 흠이 있는 남자를 만나서도 안되고 남자랑 둘이 있는 모습을 들켜서도 안되지만, 그러나 나는 난봉꾼이 되어 매음굴도 가고 정부도 두고 산다면, 그렇다면 그 여자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 누구란 말인가. 남자가 난봉꾼이 되기 위해서는 여자가 필요한데, 그런데 내 여동생은 결혼전에 남자랑 둘이 있어서는 결코 안되는 거라면, 그 남자로 하여금 난봉꾼이 되도록 하는, 그 여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녀는 누구인가. 대체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어떻게 만들고 또 유지해오고 있단 말인가. 내가 결혼할 여성은 정숙하고 순결해야 하지만 나는 난봉꾼으로 살아야지. 어떻게 '나는 난봉꾼'이 되면서 '너는 순결한' 사람일 수 있단 말인가. 난봉꾼의 상대인 그녀는 누구인가. 결혼이라는 한순간을 평생 기다리며 산다는(영화속 대사다) 그녀는 또 누구란 말인가. 한쪽에는 결혼이 싫으니 즐기며 살겠다는 난봉꾼과 섹스하는 여자가 있고 한쪽에는 결혼 전에 남자와 있는 모습을 들켜서는 안되는 여자가 있다. 대체, 그녀들은 누구란 말인가. 무도회에서 좋은 신붓감으로 보이기 위해 단장한 그녀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섹스하고 있는 그녀는 누구인가.




이것은 <브리저튼> 드라마가 한 일도 아니고 '줄리아 퀸'이 한 일도 아니다. 그 시대가 배경이라면 그 시대에 맞는 이야기를 써내는 것이 작가며 감독의 일일 것이다. 드라마 브리저튼은 그러나 그 시대적 배경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아직 얼마 보지도 않아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주체적인 여자들을 그려내지 않을까 싶다. 그 당시에 남자들처럼 대학에 가고 싶은 여자, 부당한 조건들에 맞서 따지려는 여자들에 대해서. 내가 답답할 수 밖에 없는건, 나는 지금 여기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책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보면 될텐데, 책에서도 드라마에서도 나는 자꾸만 그 뒤의 여성들, 차마 교양 있는 여성들이라 불리지 못하고 남자들로부터 이용당하면서 그러나 동시에 멸시당하는 여성들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대체 그녀는 누구란 말인가. 왜 어떤 여자들은 남자들의 보호와 돌봄을 받고 어떤 여자들은 이용과 멸시를 당하는가.

















사유재산을 획득하게 되자 남성은 그것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상속자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다가 일부일처제 가족을 구성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였다. 혼전순결에 대한 요구와 결혼에서의 성적 이중기준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함으로써 남성은 자손이 적자임을 확신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재산상 이익을 지킬 수 있었다.- P43



레비-스트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결혼을 구성하는 교환의 총체적 관계는 한 남성과 한 여성 사이에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로 구성된 두 집단들 사이에서 성립된다. 그리고 여성은 동반자 중 한 명이 아니라, 교환의 대상물건 중 하나일 뿐이다. -- 대체로 그렇듯이, 이것은 소녀의 감정이 고려되었을 때조차도 마찬가지이다. 계획된 결합에 순종하면서 소녀는 그 교환이 일어나도록 허용하거나 촉진시키지만, 그녀는 그 교환의 성격을 바꿀 수는 없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과정에서 여성이 ‘사물화‘된다고 한다. 여성은 탈인간화되며 인간이라기보다 물건으로 생각된다.- P84




남성이 가구와 혈통에 '속해 있었다면', 여성은 그들에 대한 권리를 취득한 남성에게 '속해 있었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더 쉽사리 주변인이 된다. 죽음, 별거 혹은 더 이상 성적 파트너로 소용이 없어짐으로써 남성의 보호를 잃게 되면, 여성은 주변적이 된다. 국가가 형성되고 위계와 계급이 확립되기 시작한 그 시점에, 남성은 여성집단에 있는 더 큰 취약성에 주목하였고 차이(difference)가 한 집단을 다른 집단과 분리시키고 나누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음이 분명하다. 이런 차이는 성과 나이처럼 '자연스럽고' 생물학적인 것일 수도 있고, 감금과 낙인직기와 같이 사람이 만든 것일 수도 있다. (p.139)


가부장제 체계는 여성의 협조가 있어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여성의 협조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수단에 의해 확보된다. 그 수단들은, 성별교의의 주입(gender indoctrination), 교육기회의 박탈, 여성의 역사에 대해 알지 못하게 하는 것, 여성의 성적 행동에 따라 존중받을 수 있음‘(respectability)일탈‘(diviance)을 규정함에 의해, 제재와 노골적 강압에 의해, 경제적 자원과 정치적 권력에의 접근 차별에 의해, 그리고 동조하는 여성들에게 포상으로 계급적 특전을 줌으로써 여성들을 분리하고 서로 반목하게 하는 것이다.- P380



'남성이 없는' 그녀는 누구인가. '남성에게 속하지 않는' 그녀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도대체 그녀는 누구란 말인가, 그렇다면 그녀는 여성이 아니란 말인가, 를 되물을 수밖에 없는 것은 줄리아 퀸의 잘못도 드라마의 잘못도 아니다. 애초에 구분짓고 압박하고 낙인찍었던 세상이 한 일이다.

가부장제가 한 일이다.

여성혐오가 한 일이다.

성차별이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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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6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7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7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7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8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1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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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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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21.01.06 오늘 아침 처음 마셨는데 로스팅 날짜는 2021.01.03. 갓 로스팅한 커피는 역시 베리굿이구먼.
당연하게도 신맛이 나고 뒷맛은 깔끔하다.
컵노트는 포도, 캬라멜, 카카오 라는데 오늘 마신 첫잔에서는 이중에서 아무것도 안느껴졌고
스치듯, 아주 잠깐 단무지 맛이 났는데..착각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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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1-06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로 나왔군요! 어서 맛을 봐야지 ㅋㅋㅋㅋ

다락방 2021-01-06 08:44   좋아요 1 | URL
알라딘 커피 새로 나오는 거 기다려져서 큰일이에요. 알라딘에서 책 사느라 돈 쏟아붓고 커피 사느라 돈 쏟아붓고.. 휴..

붕붕툐툐 2021-01-06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무지!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1-06 10:01   좋아요 2 | URL
착각이겠죠?

단발머리 2021-01-06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무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읽었으면 무조건 구매각!

다락방 2021-01-06 10:01   좋아요 1 | URL
착각이겠죠? 2

잠자냥 2021-01-06 10: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무지 맛 확인하려고 땡스 투합니다.

다락방 2021-01-06 10:13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느껴보세요, 단무지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06 10:46   좋아요 1 | URL
파맛 씨리얼 보다 더 궁금해요 ㅎㅎㅎㅎ

수이 2021-01-06 1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무지..... 단 맛이 무지 나는 게 아니라 단무지라니_ 땡투하고 얼른 구입 먼저_ 단무지 맛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

다락방 2021-01-06 10:14   좋아요 1 | URL
수연님 드셔보시고 단무지 맛이 나는지 확인 부탁드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06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에서 단무지 맛을 느끼시다니,
혹시 어떤 추억의 단상을 보셨는지요?
다락방님은 프루스트를 초월하시는 분.

다락방 2021-01-06 12:10   좋아요 1 | URL
제가 어째서 어떻게 왜 단무지맛을 느낀걸까요.
아니, 이거슨.. 단무지? 하는 찰나가 있었습니다...

독서괭 2021-01-06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무지맛ㅋㅋㅋㅋ 그런데 맛있다니 대체 어떤 맛인지 궁금하네요 ㅋㅋㅋ

다락방 2021-01-06 12:1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느껴보세요, 독서괭님!! 찾아보세요, 단무지맛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른기침 2021-01-07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뜨거울 때 커피를 마신 후 조금 남겨 놓으세요. 식은 후 드시면 커핑 노트에 있는 맛이 느껴지실 겁니다.^^

다락방 2021-01-07 20:41   좋아요 1 | URL
오 그것이 팁이군요! 다음에 마실 때 해보겠어요. 감사합니다! (불끈!)

eyes 2021-01-09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택배 오면 자장면 시킵니다.

다락방 2021-01-11 08:2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택배는 왔고 자장면은 시키셨나요? 제 동생에게 지청구 들었어요. 단무지가 어딨냐고...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1-24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은 착각입니다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1-24 12:4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스치듯 느꼈다고요! 단 한 번 뿐이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넷플릭스에서 영화 <차인표>를 보았다. 색다를 거 없는 내용이긴 하지만 중간에 소리내서 웃을 정도로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는데,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차인표의 성격이었다. 나는 뭔가.. 날 보는 줄 알았어. 사람이 참 고지식하고 융통성도 없고 뽀대에 살고 뽀대에 죽고 꼿꼿해.. 쉽게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도 사람이 너무 고집스러워서 더 어려운 길을 택한다. 바부팅.. 나도 내가 너무 고지식해서 항상 융통성 융통성 융통성을 잊지말자, 라고 생각하지만 어김없이 다시 고지식한 사람이되는데, 아아, 차인표는 나중에 달라졌을까.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고지식과 꼿꼿함은.. 쉽게 버릴 수 있거나 바뀔 수 있는 특성이 아니다. 이 영화는 전혀 슬픈 영화가 아닌데 나는 너무 공감해버려서 아아, 고지식한 차인표여, 나입니까? 했다.



뭔가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겨서 넷플에 검색해보면 항상 내가 찾는 영화는 없지만, 괜히 들어가봤다가 뜻밖의 영화를 만나게 될 때가 있다. (아 여러분, 인비저블맨은 추천합니다!!) 오늘은 들어갔다가 새로 올라온 미드 <브리저튼>의 제목을 보게 됐다. 영화인가? 보니 드라마였고, 썸네일에 드레스..같은 거 보니 내가 안좋아하는 배경이야. 사교계 데뷔, 파티 이런 배경. 나는 이런 시대의 얘기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사교계 데뷔 어쩌고도 너무 싫고 파티, 무도회, 댄스 파트너 너무 싫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게 고등학교 졸업파티 때문이여. 나는 월플라워 대장 되어있을 것이여. 대장 월플라워... 나는 세상 모든 월플라워들과 연대한다. 아자! 나는 이 세상의 아웃사이더. 둠칫두둠칫~




아무튼 그런 배경인게 너무 딱 보여서 넘기려다가 영화 설명 봤는데, 사실 '브리저튼' 이라는 제목도 완전히 낯설지 않았지만, 8남매, 으응, 아, 뭔가 이 어렴풋 아련아련 뭐지, 하다가 '줄리아 퀸'의 원작이라는 구절을 보게됩니다. 네? 줄리아 퀸? 내가 아는 그 줄리아 퀸? 신사와 유리구두의 그 줄리아 퀸 말입니까?


진실한 애정과 끈끈한 유대로 맺어진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 그들이 런던의 상류사회에서 사랑과 행복을 향한 여정을 떠난다. 줄리아 퀸의 베스트셀러 소설 시리즈 원작. -<넷플릭스 소개 중>



오오, 그래, 그 줄리아 퀸이 남매들로 연작 소설들을 썼었지. 그 줄리아 퀸, 신사와 유리구두의 그 줄리아 퀸!



















아마도 <시즌1>은 <공작의 여인>을 만든 것 같은데, 아닌가? <나를 사랑한 바람둥이>인가? 내가 이 작품들을 다 읽어보진 않아서 공작의 여인.. 잘 모르겠네? 어쨌든 기대가 되는거다. <신사와 유리구두>는 내가 읽어본 줄리아 퀸의 작품중 가장 재미있었는데, 줄리아 퀸은 남녀가 주고받는 대사를 너무 잘 치기 때문이었다. 서로 얼마나 대화를 재미있게 하던지 읽다보면 막 웃게 되어서.. 그런데 그게 하도 오래전의 일이라 지금 만약 다시 읽는다면 어떨지 모르겠네? 어차피 다 품절되어 읽을 수도 없겠지만...이라고 생각하다 혹시 몰라 전자책 검색하니, 어머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야, 딱 기다려...


내 기억이 맞다면 '줄리아 퀸'은 하버드대를 나왔더랬다. 내가 신사와 유리구두 읽으면서 작가소개 다시 보고 아이고, 하버드 나와서 이렇게 재미있게 쓰나, 했던 기억이 나버린 것이지요..





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영화에서도 남녀의 핑퐁같은 대화를 잘 살렸을까? 궁금하다. 대화는 핑퐁같은 것이라고 누가 그랬지요? 아무튼 누가 그랬다. 제가 안그랬어요............

<런> 있나 들어가봤다가 이게 무슨 낭패람?!




아무튼, 여러분 2021년 여러분의 첫 책은 무엇인가요? 무엇을 첫 책으로 골라 시작하셨나요? 저는 육식의 성정치를 하려다가 일단 소설 한 권 읽고 가자, 하고는 바로 이 책을 골랐답니다?
















고작 77페이지까지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다..와, 잘 골랐어. 그 다음 읽고 싶어서 몸이 막 꼬인다. 그럼 이만 나는 전자책 사러 간다. 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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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1-05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 딱기다려 ㅋㅋㅋㅋ다락방님 이런 표현들 재밌어서 글이 더 뭔가 풍성함! 저도 ‘육식‘독서대에 세워놓고 다른애들한테 한눈파는중예요.ㅎㅎ

다락방 2021-01-05 11:24   좋아요 2 | URL
육식의 성정치 서문이 두 개나 되더라고요. 제일 처음 나온게 20주년 기념 서문인데 잘 안읽혔어요.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해야할지. 어떤 문장은 ‘이게 뭔말이야?‘ 싶어서 원서로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ㅠㅠ
아무튼 얼른 레이첼 읽고 육식으로 가야겠어요. 육식의 성정치 두번째 서문 읽다가 어제 잠들었어요. ㅋㅋㅋㅋㅋ

청아 2021-01-05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마르크스 자본론 서문 떠올랐어요 러시아판,영국판,독일판..막 이래요. 원서라니 👍

다락방 2021-01-05 11:57   좋아요 2 | URL
원서는 못읽습니다 미미님 ㅋㅋㅋㅋㅋㅋㅋㅋ 꿈도 못꿔요. 구매할 수는 있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1-01-05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차인표 신애라 가족과 함께 크루즈 했었어요!! 신애라랑은 사진도 찍었더랬어요. 벌써 5년 전인가?? 암튼 실물이나 같더군요. 암튼 쓰레빠 신은 차인표였어요. ㅎㅎㅎㅎ
암튼 저는 <코스모스>요!!! <나의 사촌 레이첼>을 다락방님이 이제 읽으신다니 믿을 수 없어!!!ㅎㅎㅎㅎ 저는 작년에 읽었걸랑요~~~!!😂😂😂

다락방 2021-01-05 11:59   좋아요 1 | URL
저는 [코스모스]가 항상 되게 저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읽어봤자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라고 생각해서 관심을 가질 생각을 안했었어요. 그런데 요즘 라로님 거기에 흠뻑 빠지신 걸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답니다. 페넬로페 님 서재에서 심지어 철학적이기까지 하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2021년은 성경 완독이 목표이니, 2022년은 코스모스 완독의 해로 정해야겠어요. 저는 아마도 그 책을 좀 느리게 읽을 것 같아요. 제가 모르는 쪽 이야기라서... 그러니 일년여에 걸쳐서 천천히 읽어보겠어요. 불끈.

저 <레베카>를 너무 재미있게 읽고 후딱 <나의 사촌 레이첼>사뒀었는데 여태 미뤄두다가 올해 첫책으로 결정했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blanca 2021-01-05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차인표를 좋아해요. 한창 잘 나갈 때 신문사에 인터뷰하러 왔는데 마침 거기 와 있던 소년소녀 가장들이 사인해 달라 했는데 일일이 다 사인해 주고 말 건네고 하는 모습을 누가 보고 기사를 썼더라고요. 당시만 해도 그런 모습은 굉장히 낯설고 드물었다고 해요. 그래서 <차인표>를 보고 싶고 차인표의 성격을 닮았다는 다락방님이 기대됩니다. ^^

<나의 사촌 레이첼>은 할 말이 없습니다. 그냥 아주. 최고라고요. 지금 읽고 있는 다락방님이 부럽네요.

다락방 2021-01-06 08:46   좋아요 0 | URL
저는 아주아주 오래전에 [사랑을 그대 품안에] 방송할 때요, 방송에 인터뷰 하러 나왔는데 덜덜 떨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처음이면 누구나 떨기는 하겠지만 그게 그렇게 드러나는 걸 보니 그 순간에 참 겸손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블랑카님, 나의 사촌 레이첼 너무 재미있어요. 그러나 방해가 되는 것은 아직 보지 않은 영화속 레이첼이 ‘레이첼 와이즈‘라는 것인데요, 자꾸 책 속에서 레이첼 묘사 나올 때마다, 아니야 레이첼 와이즈는 안그래..이러면서 독서의 몰입을 방해하는 흑흑 ㅠㅠ 이거 책 다 읽으면 영화도 보려고요. 아, 너무 재미있어요. 대프니 듀 모리에 천재입니까? 이십대 초반 풋풋하고 아직은 어린 청년의 모습을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요. 아아, 소설 읽는 재미를 주는 작가입니다.

붕붕툐툐 2021-01-05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넷플릭스도 보시면서 책도 이리 많이 읽으시면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집에 티비도 없는 저는 왜 책을 이리 못 읽는 걸까요? 올해는 락방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이라도 따라가리라 다짐합니다앗!ㅎㅎ

다락방 2021-01-06 08:48   좋아요 0 | URL
하하 붕붕툐툐님, 넷플릭스 거의 안봐요, 저!! ㅋㅋㅋㅋㅋ 넷플릭스를 보면 자연적으로 그 시간에는 책을 못읽잖아요. 넷플릭스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사람이 많거나 책에 집중 안될 때만 보기 때문에 사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유행하는 작품 이런 거 저 본 거 거의 없답니다? 위에 올려둔 드라마도 아직 보기 전에 올려둔 거거요. 어제 점심 먹으면서 30분 봤어요. 하하핫. 그렇지만 그 사이에 이미 드라마 보다가 빡쳐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여기에 대해서도 분노의 페이퍼를 쓸 예정입니다. 제가 다른 사람보다 많이 보거나 많이 읽지는 않는데요, 다른 사람보다 분노가 많은 것 같아요.. 네, 그러한 것입니다...

얄라알라 2021-01-05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도서관인데 나의사촌레이첼 외서는.대출중 한국어판 있는데...빌려야겠네요^^

다락방 2021-01-06 08:49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북사랑님, 나의 사촌 레이첼 진짜 재미있네요. 저 회사라서 미치겠어요. 읽고 싶은데 말이죠. 여자 작가가 치기 어린 젊은 청년의 모습을 너무 잘 그려내서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작가 천재 ㅠㅠ

바람돌이 2021-01-0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사촌 레이첼도 레베카도 알라딘 님네들이 하도 재밌대서 관심책으로 살짝 올려놓습니다. 1월은 볼 책 줄세워놨으니 이제 2월 책 줄세울때 살짝 올려야겠네요. ^^

다락방 2021-01-06 09:24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나의 사촌 레이첼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제가 사무실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너무나 슬픕니다. 영화도 찾아서 보려고 해요. 히히. 레베카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대프니 듀 모리에는 실망시키지 않는 천재 작가구나 싶습니다. 언젠가 꼭 도전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