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것도, 웹하드 카르텔을 폭로한 것도, 소라넷을 폐지시킨 것도 모두 여성이었다. 디지털성범죄라는 단단한 장벽에 균열을 내기 위해 수많은 여성이 무던히 돌을 던졌다. 정부 대책은 늘 한발 늦었다. 여성들이 밀고 당기면 겨우 한 발 떼는 식이었다. 불법촬영물 유포가 논란이 된 지 2년 만에 정부는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내놨다(2017년 9월),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에 사이버성폭력 수사전담팀이 만들어졌다(2018년 3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2018년 4월), 촬영물을 동의 없이 유포하면 처벌하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2018년 11월). 웹하드 카르텔 방지 대책을 내놨다(2019년 1월).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다(2020년 4·5월). 그리고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안이 확정됐다.
(2020년 9월).
디지털성범죄에 맞서다 하예나와 서승희는 활동가가 됐다. 하예나는 이후 2016년 DSO(디지털 성범죄 아웃)를 꾸려 2019년까지 활동했고, 서승희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를 만들어 피해자를 지원한다. 백가을은 디지털성범죄 연구자가 돼서 지속적으로 여성에 대한 잡지를 만들고 있다. "우리 역할은 이후에 나타날다른 팀들이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길을 닦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이전에 활동한 팀들 덕이다."(리셋) 여성의 연대로 세상은 바뀌고 있다. (장수경 기자) - P16

음란물, 국산 야동은 없다. 그것은 디지털성폭력‘이다. 그의 운동은 이 한마디로 집약할 수 있다. 그는 온라인 음지에서 벌어지던폭력을 오프라인으로 끌고 나와 기어이 드러나게 했다. "이 영상이진짜라는 보장이 있냐?"는 수사기관의 폭력과 부딪히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싸웠다. 그리고 불법영상 공유와 성폭행 모의가 이뤄지던 사이트 소라넷을 폐지시켰다. 그는 불법영상물을 쫓는 하이에나, 하예나 전 디지털성범죄아웃(DSO Digital Sexual CrimeOut) 대표다.
하 전 대표에게 평소 팬심을 가지고 있었던 ‘추적단 불꽃’은 그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스치는 가을바람이 유난히 따스하던 지난 10월29일, 서울의 한 맛집에서 만났다. 식당 문 앞에서서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은 게 무색할 만큼, 우리는 3시간 가까이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가해자들의 가해 행위를 이야기하며분노로 달아오르기도 했지만, 이따금 20대의 일상을 나누며 깔깔웃기도 했다. (추적단 불꽃) - P18

마녀의 이름과 나이, 직업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활동은 대부분 안다.
마녀는 2014년부터 ‘재판 방청 연대를 시작했다. 끈질기게 성범죄를 판단하는 사법부를 감시한다. 이제 많은 성범죄 재판에서사법부를 지켜보고 피해자와 연대하는 여성들이 있다. eNd도 그중 하나다. 마녀는 마모되지 않고 끈질기게 활동하고 싶다. 우리도그러려고 한다. 마녀는 피해자들이 부디 살아주기를 바란다. 우리도 간절히 바란다.
우리, eNd팀은 마녀의 이름과 나이, 직업을 모른다. 대신 더 많은 것을 마녀한테 배웠다. 어떻게 연대해야 할지, 어떻게 지속할 수있을지, 어떤 믿음을 가져야 할지. 마녀는 최근 연대자 D(이하 D)로활동명을 바꿨다. 마녀로 일궈온 활동이 마녀라는 이름에 갇히길원치 않았다. 언제든 대체 가능한, 젊은 여성의 연대 활동을 뒷받침하는 자리에 있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강하디강한, 깊디깊은, 그럴 때 쓰는 ‘디, 연결하는 어미 ‘디에서 새 활동명을 따왔다. 데블,
데인저, 드림… 어떤 D로 이해하든, 괜찮다. D는 한때 피해 생존자였으나, 활동가가 됐고, 물론 연대자이며, 또한 개인이다. 피해자 D,
활동가 D, 연대자 D, 개인 D의 고민과 바람을 듣는다. 배운다.
-eND(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팀) - P24

D는 2021년부터 시스템 감시를 구축하는 데 골몰할 계획이다. 방법은 이렇다. 여러 연대자를 모으고 그들을 교육한다. 연대하는 다수의 개인이 감시 영역을 나눈다. 체계적으로 재판을 기록하고 분석해 문제를 발견한다. 출발은 교육이다. D는 판결문 듣아보기‘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청소년 대상 자료도 따로 만든다.
2020년 한 해 디지털성폭력 사건 재판에 참여한 연대자를 불러 모아 발표하는 자리도 만들 생각이다.
활동가 D와 개인 D를 철저히 분리하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해도, 성범죄 사건을 따라가며 정신적으로 겪는 고통은 어쩔 수 없다. 많은 연대자가 겪는 일이다. 가끔 피해자의 사망 소식을 들을 때 특히 괴롭다. 그럴 때면 "다른 피해자들에게라도 삶이라는 선택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버틴다. 그러기 위해 활동을 지속해야 하고, 지속하기 위해 지치지 말아야 한다. 다른 활동가들한테 D가 하고 싶은 말이다. "피해자의 말, 시간,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해주시는 활동가분들께 애정과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만 한 가지, 부디 스스로를 지키시기 바랍니다. 연대도 활동가 자신을 지키지 못하면 의미 없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쉬어야 할 때 쉬고,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십시오.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 하나씩 해나갑시다. 그럴 수 있어요."

<피해자로 4년, 활동가로 6년>

그리고 한때 자신이었던, 어느 순간 다시 자신일지 모를 피해자에게 말한다. 피해자로 4년, 활동가로 6년을 지내며 겪은 것들,
본 것들, 만난 이들 때문에 간절함은 더하다. "당신들과 앞으로의시간을 공유하고 싶어요. 당신 곁에서 무언가 할 기회를 주세요.
어떻게든 바꿀 테니 가지 말고 부디 있어주세요. 당신이 말하는 것과 당신들의 시간이 단단한 현재 위에서 미래를 향할 수 있게, 당신들이 원하는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노력할게요." - P25

To. 가해자들

나는 <한겨레21>제1317호 ‘그루밍 성착취 "2분 안에 답하지 않으면 그들이 왔다"에 나왔던 강지오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약 4년 동안 트위터 등에서 피해를 당했다. ‘n번방 이전의 n번방‘ 피해자인 내가 너희에게 편지를 쓸 날이오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이 편지를 욕으로 다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분노한다. 하지만 후회 없이 하고싶었던 말을 여기에 적어보려 한다.
너희 중 반성하는 사람이 있을까. 없을 것 같다. 경찰이 디지털성범죄자를 잡는 와중에도 2년 전 나에게 했던 것처럼, 또다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계정을 만들어서 다른 피해자를 노리며 협박하고 있지 않을까. 너희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경찰에 잡혔는지 알 길이 없는 나로선, 너희는 조주빈이고, 문형욱이고, 강훈이다. 아직도 난 그날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4년 동안 겪어온 일들을.
지금도 집으로 협박 편지를 보내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가족에게 편지를 들킬까봐 하루에도 몇 번씩 우편함을들여다본다. 집 밖에 나가면 유포된 영상 속 나를 누군가 알아보진 않을지, 내일 내가 살아 있을지 잠이 드는 순간까지 전전긍긍한다. 이 고통은 끝난 것 같으면서도 끝나지 않았다.
나는 하루 24시간 중 2시간은 집에서 보내고, 4시간은 잠을 자고, 12시간은 일한다. 나머지 6시간은 너희를 찾는 데쏟고 있다. 나는 내가 겪었고, 또 현재 겪는 일들의 증거를 모두 모아 법적으로 독립이 가능한 스무 살에 신고할 거다. 그래서 자신들을 공무원이라 말하며 나를 집단으로 성폭행한 약 20명이 공무직에서 해임되고 처벌받도록 하는게 내 목표다. 이외에 나를 희롱했던 이들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레고 블록을 밟았으면 좋겠다. 너희가 발바닥의고통을 느끼며 운 나쁘게 하루를 시작하길 바란다. 내가 받은 고통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나를 괴롭히고 희롱했던초반 4개월만큼이라도 실형을 살았으면 한다. 나는 너희가 감옥에서 사회와 격리되길 바란다.
왜 피해자인 내가 밖에 나가는 걸 두려워하고, 트위터에 가입했냐는 질문과 조사를 받아야 할까. ‘소년원에 갈 수도있다‘는 말을 왜 내가 들어야 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우문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날 괴롭히는 것이 있다.
왜 너희는 이전과 다름없는 일상 속에 편하게 잘 살까.
이젠 내 차례다. 나는 너희가 당당히 살 수 없도록, 저지른 짓을 평생 뉘우치며 살도록 세상을 바꿀 것이다. 힘들고어려운 길이란 걸 잘 안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겠지만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기에 이 현실을 변화시킬 거다. 계속 부딪치다보면 사회도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너희의 시대는 끝났다. 머잖아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공포에 떨길 간절히 바란다. 또한 이 편지를 보는 다른 피해자가 있다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괜찮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괜찮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끝으로 나는 피해자이지만 디지털성범죄라는 전쟁 속에 살아온 생존자로서, 이겨내고 반드시 잘 살 거다. 내 앞은찬란하게 빛날 테지만, 너희의 앞은 썩은 시궁창만 남아 있길 빌고 또 빈다. - P30

"다 (삭제를) 못했어요, 분명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11월4일 <한겨레21>과 만난 이도연(가명)씨는 한숨을 푹 쉬며고개를 떨궜다. 그는 전 남자친구로부터 디지털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는 이씨가 목욕하는 장면 등 밝혀진 것만 수십 차례촬영했고 이를 인터넷 성인카페 회원과 교환했다. 가해자와 교제한 지 3년여 흐른 뒤에야 이씨는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추궁 과정에서 본 가해자가 사용하는 클라우드 계정에는 이씨의 피해 촬영물뿐 아니라 성인카페 회원에게서 전송받은 여성의 나체 사진이 가득했다.
범행을 위한 ‘세컨드 계정(타인 명의로 만든 계정)으로 보였다.
(고한솔 기자)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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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언제 누구와 재회시킬지, 둘이 옛일을 얼마나 비슷하게 기억할지 아무도 모른다. 처음 만났을 때 캐런은 자기 나이가 많다고 느꼈지만 사실은 너무 어렸다. 그때와 달리 이제 그 일이 마틴에게 별일 아닐 수 있음을 이해할 나이가 되었다. 재회가 - 캐런을 단순히 건드린 게 아니라 망가뜨린 이 사람에게는- 아무 감흥이 없을 지도 몰랐다. 그가 캐런을 못 알아볼 수도 있었다. 알아본대도 다르게 기억할지 모르고. 똑같이 기억해도 둘의 지난 관계를 전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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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야기는 이렇다.

나는 지금 이 계정 말고 엄마 이름으로 계정이 하나 더 있고, 가끔은 그걸로 책을 산다. 사실은, 한 달에 한 번 이상씩은 산다. 왜냐하면 그 계정으로 나오는 적립금(이나 쿠폰)을 날리기 아깝잖아요? 그러다보니 그 계정도 멤버십이 골드가 되었고.. 아무튼, 오프라인 으로 교보에 가서 책을 사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이상씩은 꼭 예스에서도 산다. 왜냐하면 그것도 주말이면 적립금을 더 줘서 삼천원..까지 쓸 수 있는데, 그거 날릴 수 없잖아요?

아무튼 지난주 금요일이었나..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엄마 계정으로 들어가서 책을 담는다. 아직 내 계정으로 주문한 책들이 배송되기 전이었는데, 사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어.. 2월달에 '지르지 않기로 했지만' 한달에 한 번 쿠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는 것은 지른다기 본다는 어떤 한달에 꼭 치러야 할 의식 같은 것, 통과의례 같은 것.. 뭐 그런 거잖아요? 그렇잖아요? 여튼 그래서 엄마 계정으로 들어가서는 책을 쓸어 담았다. 쓸어담았다기에는 민망한, 네 권의 책이었다. 그 책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이렇게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를 할까말까 할까말까 막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내가 진짜 너무 바빠가지고 아아, 충동적인 게 아닌가, 조금 신중해지자, 아아 어차피 살건데 뭐가 신중이야 그냥 사, 막 이랬단 말야? 이것은 꼭 읽고 싶은가 필요를 따져보자, 하면서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읽고 싶었잖아? 마음 움직이는거 읽고 싶잖아? 학교와 계급 재생산 왜때문에 넣어놨지? 아무튼 읽어보고 싶어서 넣었잖아? 안녕 드뷔시 뒤로 가면 재미있는 소설이라는데 읽고 싶잖아? 그렇다면 필요 없는 책이 하나도 없네? 그런데 내가 왜 머뭇거려야 해? 왜 기다려야해? 차분하게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다시 보자, 하면서 가까스로 내가 나를 말리고 다시 일모드로 돌아갔는데, 그날 오후, 내 계정으로 주문한 책 박스가 도착했다. 웅웅... 그렇지만 박스를 개봉할 시간도 없이 너무 바빠서 또 막 후다닥 일을 하고 퇴근 시간 되어 퇴근 준비를 하면서 '지하철 안에서 책 사야지' 이랬는데, 아아, 나는 자리를 뜨려다가 뜯지 않은 알라딘 박스를 발견하고야 만것이다. 오옷. 맞다 박스 왔었지..


나는 그렇게 퇴근하려다가 .. 박스를 뜯었고요, 그 안에서 이런 책들이 나왔습니다. (공작과 나는 배송온지 좀 됐음)




그렇다, 안녕 드뷔시.. 안녕 드뷔시가 박스 안에서 나온 것이다. 우엇. 나 이거 샀어? 금욜에 받았다면 목욜에 주문했을텐데, 금욜에 엄마 계정으로 또 사려고 했어. 미친... 만약 내가 나를 자제시키지 못하고 결제를 해버렸다면, 그랬다면 나는 그 다음날 오는 박스에서 안녕 드뷔시를 또 꺼내야 하는 거다. 안녕 드뷔시, 뭐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ㅠㅠ


그래서 퇴근 길 지하철 안에서는 안녕 드뷔시를 빼고 주문했다. 세 권.. 소박하게 그리고 소심하게.

주말에는 예스에서 책 한 권 주문하고. 그것도 오늘 올거다.

또 주말에는 올만에 교보 나갔다가 소박하고 소심하게 책 두 권 샀다.




소박하고 소심하게 샀다지만 진리의 발견 정가는 44,000 원...

문제는 신뢰연습이다. 저렇게 발걸음도 가벼웁게(사실은 무거웠다) 두 권을 사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아, 싸해진다. 신뢰연습이 어쩐지 집에 있을 것 같은거다 ㅠㅠ 나 이거 집에 있으면 어떡하지?


집에 돌아온 나는 얼른 내 책장 앞으로 가 신뢰연습을 찾고자 한다. 있나 없나 살펴보자, 하고 책장 앞에 섰는데,




걍 관두기로 했다. 못찾겠어 여기서.. 있을려면 있어라..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가지고 내 계정의 최근 3개월 구매액이 885,900원이라는 사실을 슬프게 전하고 이제 나는 떠난다. 저 금액은 이 계정만의 금액. 교보 미포함, 엄마 계정 미포함, 예스 미포함...


안녕, 나여...


내가 왜 이런 페이퍼를 쓰냐면 내가 지금도 장바구니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지마...

이것들 갖고싶어서 장바구니에 넣고 물끄러미 보고있다.



















← 우왓 이거 이웃 서재에서 발견하고 너무 갖고 싶어서 몸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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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2-09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미쳨ㅋㅋㅋㅋㅋ 좀 정신 차리고 사요! ㅋㅋㅋㅋㅋ 드뷔시 두 번 만날 뻔ㅋㅋㅋㅋㅋㅋ

오호라, 계정 두 개로 만들어서 사면 쿠폰을 더 받을 수 있군요! 솔깃.... 전 예전에는 교보, 예스24, 알라딘 등등 나눠서 샀는데, 알라딘 서재에 정착하고, 북플 이용하면서부터는 교보랑 예스24는 평범한 회원이 되고 말았어요. 근데 이번달 예스24 보니까, 굿즈가 좀 탐나는 게 있어서... 책 사려고 담았다가 제가 원하는 굿즈 품절이라 차분히 이성을 되찾았습니다. 휴....

오늘 12시까지 주문해야 연휴 전에 받을 수 있대서 또 무슨 설 연휴에 읽겠답시고 장바구니 들락날락하고 있는데요, 사실 설 연휴에 읽을 책 쌓이고 쌓였으면서 우리는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다락방 2021-02-09 10:51   좋아요 1 | URL
저는 제가 정신을 차려야할 상황인지 몰랐어요? 그런데 박스 뜯고 드뷔시 나오는 순간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했답니다.
저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부터 흐음 엄마 계정으로 들어가서 앱접속 적립금 받아서 사야지~ 하다보니 이제 그것이 정기적인 코스가 되어버렸고 그러다가 골드가 되어버린 겁니다.. 잠자냥 님, 이 방법 비추에요 ㅠㅠ

저는 예스에서 크로스지갑 줬을 때 너무 탐나서 그거 받았는데 ㅋㅋㅋㅋ조카가 가져갔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인생은 뭘까요, 잠자냥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는 지금도 장바구니 보면서 ‘이 책은 꼭 사고 싶었잖아!‘ 이러면서 저와 제가 싸우고 있습니다. 설선물 해주고 싶지만 설선물 안해줘도 이미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선물 폭탄 안겨서 처치곤란인데 말이죠 ㅠㅠ

라로 2021-02-09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쿠폰 뭐 이런 것도 좋지만, 저는 알라딘에서만 주문하니까 같은 책을 주문하면 (저도 그런 적 많;;;) 지난 번에 주문 했는데 또 할거냐고 나오니 좋더라고요. 저는 제 기억력을 절대 믿을 수 없으니까 저런 기능이 넘 기특한! 그러니 엄마 계정 골드 끝나면 과감하게 떠나 보내세요. 그리고 다른 곳은,,, 저도 몰라용~.ㅋ

책장 사진이 작아서 어떤 책이 있는지 잘 안 보임. 그래서 표지보고 추측하고 있음. 다음엔 좀 더 크게 부탁해요. 응?
아, 그리고 저도 박완서 산문집이랑 등등 주문한지 아직 얼마 안 되었는데 진리의 발견이랑 반지의 제왕, 듄,,,아아아아 미치겠어요. 언니 마리도 그렇고. 자꾸 장바구니를 클릭했다가 뭐뭐 담았나 보고 닫고 그짓 무한 반복중;;;; 나여나여,,,나도 몰라용.ㅠㅠ

다락방 2021-02-09 10:58   좋아요 1 | URL
아 제가 피씨로 사진을 올리는데 북플에서 보면 작게 보이더라고요 ㅠㅠ

맞아요. 이거 한 계정만 쓰면 말씀하신 기능이 너무 유용했어요. 그래서 저도 중복구매에서 몇 번이나 빠져나왔답니다. 그 기능 생기기 전에 사둔것에서 어김없이 또 걸리긴 했지만... 지금 여기저기서 다 사니까 막 저도 모르겠고 ㅠㅠ 이제 정말 엄마계정 구매 막아야겠어요 ㅠㅠ 저도 제 기억력을 절대 못믿기 때문에 그 기능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흑흑 ㅠㅠ

저는 한나 아렌트 정치사상 세트 3권 사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왜 사고싶어도 세트가 사고 싶은건지 원 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라로님의 반지의 제왕 세트도 만만치않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왜 우리는 장바구니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를 반복하게 되는걸까요? ㅜㅜ

감은빛 2021-02-09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러 번 있었죠. 이미 갖고 있는 책 또 사고, 나중에 깜짝 놀라고. ㅠㅠ

최근에 저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산 책을 쳐박아놓고 나중에 동네 단골 서점에서 또 만지작거린 경우가 있었어요.

소박하고 소심하게. ㅎㅎ 저도 늘 소박하고 소심하게 구매하려고 노력해야겠어요.

다락방 2021-02-09 13:23   좋아요 1 | URL
ㅎㅎ 알라딘은 너무 좋은게 같은 책 또 사는 경험이 보편적이라는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잡지를 못해서 진짜 큰일이에요... 시무룩.....

PersonaSchatten 2021-02-09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 팔지 말지 그것도 넘 고민돼요. 중고로 팔기엔 너무 아깝고 억울하고 ㅋㅋㅋ

다락방 2021-02-09 13:20   좋아요 3 | URL
저는 발견되는 그 즉시 팔아버려요. 책 팔아버릇 하니까 미련이 없더라고요. 안읽은 새 책 엄청 팔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에는 제가 가진 책이 무언지도 알았고 그 책이 책장 어디에 꽂혔는지도 너무 잘 알았는데 이젠 제가 무슨 책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하아 인생이란 무엇인지.....Orz

잠자냥 2021-02-09 1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나 아렌트 정치사상 세트 저거 얼마 전에 광활한 우주점 종로점에 ‘최상‘ 떠서 오아! 하고 장바구니에 담고 다른 거 뭐 더 살까 하고 보는 와중에 품절 떴어요. 엉엉.... 그거 낚아채신 분 뉘신지. ;_;

다락방 2021-02-09 13:19   좋아요 2 | URL
아니 종로점에 최상..
저는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나올까봐 쫄려요.. 당장 사고 싶은데 사고 나면 새로운 번역 나오지 않을까..막 이래서 못사겠고 그런데 사야겠고 막 이런 미친 내적갈등이...Orz

잠자냥 2021-02-09 13:25   좋아요 1 | URL
저도 저 책 번역 이야기가 하도 많아서 여태 망설이는 중.... 락방 님 내적갈등에 깊이 공감합니다.

다락방 2021-02-09 13:33   좋아요 1 | URL
수연님도 다 읽고 백자평 올리셨던데 그렇다면 일단 읽어야 되는게 아닌가 싶고 말입니다... 라기에는 제가 사놓고 안읽은 책이 너무 많죠? 호호 *^^*

라파엘 2021-02-09 1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곳에서 책을 구입하면 알라딘 서재의 구매리스트에 그 책을 상품추가 해 둡니다. 그러면 최소한 알라딘에서 구매할 때는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을 또 구매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더라고요 ㅎㅎ

다락방 2021-02-09 13:18   좋아요 2 | URL
헉!! 아니, 이런 방법이 있었군요!!! 라파엘님 완전 꿀팁 감사합니다. 저 부지런히 추가해야겠어요. 그동안 산것들도요. 다 기억이 나야겠지만.. ㅠㅠ 으앗 감사해요, 라파엘님!!

희선 2021-02-10 0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먼저 온 박스에서 안녕 드뷔시가 나왔다는 부분에서 조금 웃었습니다 그 책을 사고 또 사려고 했다니... 많이 보고 싶었나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재미있어야 할 텐데, 저는 벌써 봤습니다 괜찮았습니다 다락방 님도 좋게 보시면 좋겠네요


희선

다락방 2021-02-10 13:11   좋아요 1 | URL
뭐가 그렇게 절실했다고 산 걸 또 사려고 한걸까요. 게다가 그 둘 사이의 시간차는 겨우 하루인것을... 하아-
연휴동안 시간되면 드뷔시 봐야겠어요. 희선님, 명절 연휴 잘 보내세요!!

붕붕툐툐 2021-02-10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락방님의 내적갈등을 읽는 독자 입장에선 넘 재밌어요~ㅎㅎ ‘어차피 살건데 뭐가 신중이야‘는 압권~
알라딘 박스 뜯어 찍은 사진 넘 멋져요~ 아스라이 해가 지는 파란 시간에 돌담위의 책들. 유럽의 어느 마을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다락방 2021-02-10 13:12   좋아요 1 | URL
일명 양재동 캐나다뷰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가 여기서 사진 찍어 보내주면 캐나다뷰라고 해줘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언젠가 진짜 캐나다에가서 사진 찍어 올릴 수 있도록 할게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흑흑.

그리고 저 오늘도 또 책이 올거랍니다? 하하하하핫

붕붕툐툐 2021-02-10 17:27   좋아요 0 | URL
오~ 맞네~ 캐나다 뷰~ㅎㅎ 오늘 책도 기대할게용~😉

ilovebooks 2021-02-13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걸요.
두번이나 있는걸요 ㅋㅋㅋ
다 그런거죠 뭐~^^

다락방 2021-02-14 17:5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모두의 경험이군요. 보편적 경험이요 ㅋㅋㅋㅋㅋ
 

바쁜게 너무 싫다...



성경 읽기는 계속되고 있다. 친구랑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모든 것들을 뒤로 미루면서도, 그래도 약속이니까, 하면서 성경 읽기는 거르지 않았다. 덕분에 지금은 <민수기>를 읽는다.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모두 끝내고 민수기.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여호수아~ 라는 차례를 잘 아는 까닭은 어릴적에 교회를 다니면서 이 순서로 된 노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 부분은 따라불러서 성경을 읽어본 적도 없으면서 순서만큼은 외우고 있었던 터다.
















창세기와 출애굽기는 재미있었는데, 그것은 뭐가 어찌됐든 이야기가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막장드라마 보는 듯한 이야기가 그 안에 있었기에 나는 욕하면서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는데 레위기와 민수기는 너무 재미없다. 상과 벌 그리고 제사 지내는 방법과 규칙 같은게 나와 있어서 지루하기 짝이 없어. 어서 민수기도 끝났으면 좋겠다. 사람 사는 이야기, 신의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는 거다.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 성경에 대한 나의 백자평은 이렇다.


'부조리하고 불완전한 인간의 이야기, 그러나 신도 불완전했다.'



각설하고,


성경을 읽으면서부터 나에게는 걸리적거리는 내용들이 많았다. 이미 예전에 쓴 적 있지만 여자를 돕는 존재로 만든것부터 그러하고, 생명을 만들어냈기에 그것을 없애버리기도 하는 신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나는 불편한 감정을 토로했었다. 엄마에게도 성경을 읽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종종 얘기하곤 하는데, 엄마는 그럴 때마다 목사님들의 성경 말씀을 찾아 들어보면 다 이해가 될거라고 하셨다.


레위기 부분에서부터는 또 새롭게 걸리는게 있다. '부정하다'는 단어가 그것이다. 레위기에서도 언급된 바 있어서 흐음, 하고 넘어가다가 민수기에서 또 언급이 되길래 이번엔 어쩔 수 없이 영어본을 찾아보았다. 그러니까 민수기 5장 2절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모든 나병 환자와 유출증이 있는 자와 주검으로 부정하게 된 자를 다 진영 밖으로 내보내되 남녀를 막론하고 다 진영 밖으로 내보내어 그들이 진영을 더럽히게 하지 말라 내가 그 진영 가운데에 거하느니라 하시매 -굿데이 성경, 민수기 5:2-3>


나는 '부정'이라는 단어가 너무 걸리적거리고 불편해서 다른 성경도 찾아보았다.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하여 모든 문중병환자와 유출병이 있는 자와 주검으로 부정케 된 자를 다 진밖으로 내어 보내되 남녀를 막론하고 다 진영 밖으로 내보내어 그들이 진영을 더럽히게 하지 말라 내가 그 진영 가운데에 거하느니라 하시매 -갓피플 성경, 민수기 5:2-3>


역시 부정이라고 되어 있다. 나병은 전염성이 있는 병이고 그 증세가 심각하니 다른 사람들에게 옮기지 않도록 그들을 분리하는게 필요하다는 것은 내가 잘 알겠다. 그렇지만 진영밖으로 '내보낸다'는 것이,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한 거다. 보통 나병환자들만 따로 사는 곳이 있고 그곳은 그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이 가서는 안될곳이고, 그러니까 옮길까봐 그런것이라는 건 잘알겠는데, 나였어도 옮을까봐 그곳에 가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부정하다'고 '내보내라'고 하는 것은 너무 혐오와 차별의 바탕이 되는게 아닌가 싶은거다. 아직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그렇다면 부정해 내보낸 나병 환자들, 그리고 시신과 가까이 했던 자들에 대해서는 따로 어떤 방법이 마련되어 있을까? 그들도 신이 창조한 인간의 한 명인데, 부정한 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시려고 하는걸까. 나는 이 부정이란 단어가 도대체 어떤 영어단어인지 궁금해 영어본을 찾아보았다.



<Command the people of Israel to remove from tha camp anyone who has a skin disease or a discharge, or who has become ceremonially unclean by touching a dead person.

This command applies to men and women alike. Remove them so they will not difile the camp in which I live among them.>



부정은 unclean 을 번역한 것이로구나. 깨끗하지 않은, unclean. 나는 네이버에 넣고 unclean 을 검색해보았다.



나는 더럽다고 그들을 내보내는게 너무 이상하다. 그것도 신이 그런다는게 이상하다. 어쩌면 성경이 처음 쓰여진 원문에서는 더럽다, 부정하다는 단어 대신 다른 단어를 쓰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부정하다는 한글 번역과 unclean 은 너무 걸리적거린다. 신이라면 다른 식으로 대응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게다가 영어를 보면 그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걸 remove 란 단어를 쓴다. remove 라니, 내가 아는 그 단어의 뜻은 '제거하다' 인데. 나는 다시 영어사전을 찾아본다.



remove 라는 단어에 나는 울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병이 옮을까봐 분리해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러니까 내가 뭐 인류애가 넘쳐서 그들 모두와 사랑하고 포용하며 함께 살아요, 하자는 건 아니지만, unclean 하니까 remove 하라는 것은 정말이지 '그러면 안돼'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브를 아담의 뒤를 이어 만든 것부터 시작해서 나병 환자들을 부정하니 캠프 바깥으로 내보내라고 하는 것은, 그러니까 '혐오하라' 고 가르친 건 아니었겠지만, 그 후에도 혐오들이 이어질 때 성경을 펼쳐 보이며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거다. '이거봐, 하나님도 부정하다고 그들을 내보냈잖아' 하면서. 마치 지금의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것처럼 말이다.


창세기랑 출애굽기 읽으면서도 불편한 지점이 많았지만, 나는 이 '나병' 에 걸려 '부정한' 자를 캠프 바깥으로 '내보내라'고 하는게 너무 아프다. 하나님, 이러시면 안되는 거잖아요, 하게 되는거다. 그렇지만 아직 내게는 민수기가 남아있고 신명기와 여호수아도 남아있다. 사사기, 룻기, 사무엘상, 사무엘하... 등도. 그 어딘가에는 이들을 감싸고 혐오해서는 안된다는 신의 말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읽어볼것이다.



나병, 을 성경에서 읽기 시작한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아주 오래전에 읽은 '로맹 가리'의 단편을 떠올린다.
















2010년에 국내에 나온 책이고 나는 2012년에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에 실린 제일 처음 단편 <폭풍우> 에는 섬에 사는 부부가 나온다. 읽은지 벌써 십년 가까이 되니 정확한 내용은 기억 안나지만, 당시에 이 단편을 꽤 놀랍게 읽고 역시 로맹가리다, 투썸즈업 했었는데, 이 부부중에 남편은 의사이고 오랜만에 섬에 배를 타고 이방인 남자가 나타난다. 아내는 남편 몰래 이 남자랑 섹스를 했고, 남자는 아내랑 섹스를 한 뒤 폭풍우 치는 바다로 다시 배를 타고 떠나는데, 아내는 이에 남편을 원망하는 거다. 왜 이 폭풍우 속에 저 남자를 그냥 가게 하는거냐고, 저러다 죽으면 어떡하냐고. 그 때 남편이 아내에게 그러는거다. 어차피 그는 말려도 소용없다, 나병 환자라 죽을 것이다, 는 거다. 소설은 그렇게 끝나는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의 불륜 사실을 알릴 수도 없고 그러나 나병이 옮을 것임을 확 깨닫는 그런 마지막이었던 거다.


이 소설 진짜 너무 놀랍게 읽었었는데, 그래서 그 때도 엄청 대단하다 이러면서 좋아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게 뭔가 싶기도 하다. '남편 몰래 바람 피면 벌받는다~' 이렇게 생각되어서 뭔가 기분 참 거시기해지네? 이건 아마도 집에 있을테니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바람 핀 여성에 대한 벌이라면 민수기에도 등장한다.







내용인즉슨, 남편이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여 제사장에게 고하면 제사장이 그 여인을 심판한다는 거다. 물에 티끌을 넣고 그걸 마셔서 해를 입으면 남편을 두고 탈선한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해를 당하지 않고 임신할 것이라고. 그런데 이렇게 아내를 의심해서 고한 남편은, 아내의 정절이 드러나도 벌을 받지 않는다는 거다. 무죄.. 하여간 예부터 남자들은 엄청 무죄 무죄.. 무죄선고 엄청 잘 받는구나. 아내의 불륜이 드러나면 아내가 벌을 받고 그렇지 않아도 의심한 남편에게는 1의 해도 없으니, 아내 신고하는데 신중할 게 무언가. 일단 아내가 스스로 떳떳하다고 해도, 그걸 스스로 알고 있어도, 남편의 의심으로 제사장 앞에 나서서 먼지 들어간 물을 마실 적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여자에게 죄가 없다고 밝혀졌으면 거기서 여자는 '아 내가 정절을 지킨 것이 알려저서 이제 망신을 당하지 않을 수 있어, 행복해' 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페미사이드의 저 오랜 기원, 드라우닝 풀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Drowning Pool '익사의 웅덩이'라는 뜻으로, 봉건 시대 스코틀랜드의 법에 따라 여성 범죄자들을 처형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 웅덩이나 우물을 가리킨다. 16-17세기 마녀 재판이 횡행하던 시절에는 마녀로 고발당한 여성의 유무죄를 시험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물에 빠뜨려진 여성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닌 것으로, 물 위로 뜨면 마녀로 간주되었다. 어느 쪽이든 결국엔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p.7)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라 이르고 인간을 물로써 휩쓸어버린 신은, 이제 다시 물로는 심판않겠다 약속하셨지만, 16-17세기에 여자들에게는 물로써 심판이 이루어졌다. 답답하다.





사람일은 한치 앞도 알 수 없고 그것이 나 자신에게 대한 것이어도 그렇다. 내가 어느 부분에서 가슴 아파할지 어느 부분에서 행복해할지는, 과거에 대해서는 이러이러했다 말할 수 있어도 미래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나는 성경에서 나병 환자를 remove 하는 것에 대해 너무 마음이 아픈데, 내가 이럴 줄을 몰랐다. 얼마전에 '장 지글러' 책을 읽고 난민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는 나에 대해서도 그 때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 생애 어느 순간은 다르게 좀 살아야겠다고 그 뒤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그것은 계속 생각하다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어떤 식으로든 구체적인 답으로 나오게 되지 않을까. 나도 몰랐는데 나는 반다나 시바의 글을 오래 생각하고 장 지글러의 글을 오래 생각한다. 앞으로는 내가 무얼 더 오래 생각하게 될지 모르겠다. 성경에서 여성혐오를 지적하게 될거라고는 짐작했지만, 생명을 만들고 다시 거두어들이는 신에 대해 내가 화를 낼 줄도 몰랐었고, 이렇게 unclean 하다고 remove 하는 것에 오래 가슴이 아플 줄도 몰랐다. 나는 나에 대해 계속 들여다보고 알려고 하는데도 아직도 내가 모르는 내가 너무나 많다.



요즘 회사 일이 너무 바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책이 통 읽히지 않았다. SNS 도 통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성경에서 이런 것들을 검색해보고 찾아보면서 내 옆으로는 내가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데, 언제쯤이 되어야 나는 모든 시간을 내가 원하는 책을 읽는데 투자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지금은 회사에서 업무를 보는 시간이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이라 짬을 내야 책을 읽을 수 있는데, 출퇴근 시간에 읽으면서 짜릿해하는데, 언제쯤이면 해가 들어오는 대낮 거실에 앉아서 쌓아둔 책들을 읽고 또 거기에 대한 글을 쓰면서 살 수 있을까?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지난 주에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주말 동안 내내 아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입술에 헤르페스가 생기려다가 도로 들어갔다. 잔뜩 긴장했네, 헤르페스 올라올까봐. 히융.



나는 책 읽는 게 너무 좋다. 이렇게 뭔가 화나는 지점이 생겨도 거기에 대해 생각해보고 찾아보고 그러는 시간들이 너무 좋다. 그럴 책들이 쌓여있는데(네, 2월달에 벌써 몇 번이나 구매를 하였습니다...) 내 양껏 하질 못해서 진짜 욕구불만이야 ㅠㅠ


덧붙이자면, 여러분, 폴라 호킨스는 <걸 온 더 트레인> 보다 <인투 더 워터>가 더 좋습니다. 그럼 이만..



아, 맞다. 여러분.. 소설 읽어요. 소설 많이 읽어요. 다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고 막 그런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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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2-08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약 읽어보니까, 창세기하고 출애굽기, 그리고 크게 마음 쓰면 열왕기까지가 재미있었고, 나머지는 의지력 테스트였습니다. 흑흑... 확실한 건 저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검은 양입니다.

다락방 2021-02-08 13:03   좋아요 1 | URL
맞아요, 폴스타프님. 의지력 테스트.. 맞습니다. 무슨 보석을 어떻게 준비하고 옷을 어떻게 준비하고 제사는 어떻게 지내고 막 그런식의 나열만 계속 읽노라니 집중력이 확 떨어져요. 이거 언제 끝나나 .. 그 생각만 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그래도 열왕기는 재미있다 하시니 계속해보겠습니다!!

얄라알라 2021-02-08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젤 박하게 시간 투자하는 장르가 소설인데......다락방님의 피가되고 살이 되는 충고를 받아, 최소 1달에 1권이라도^^!!!!

다락방 2021-02-08 13:10   좋아요 4 | URL
북사랑님, 소설에 진짜 다 있어요. 우리가 살면서 알아야하고 갖춰야 할 모든 것들은 소설에 이미 다 있습니다. 고전은 물론이고 스릴러 소설, 추리 소설에도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지, 소설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읽기 전보다 더 큰 사람이 될거에요. 그러니 소설에 시간을 더 투자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소설 만세입니다!!

얄라알라 2021-02-08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세까지는 소설만 주구장창 읽었는데, 점점 취향이 잡식이 되면서 멀어졌네요. 그래도 몇 권씩 읽는 소설은 모두 알라디너 분들 사이에 ‘명예훈장‘받은 책들이네요. 다들 소설 많이 추천해주시니 어부지리 ^^

다락방 2021-02-08 13:36   좋아요 2 | URL
사실 저도 말은 저렇게 했지만 요즘엔 통 소설을 많이 읽지 못하고 있어요. 사둔 소설 한가득인데 자꾸 이것도 읽고 싶고 저것도 읽고 싶고 하다보니 소설하고 예전보다 멀어지더라고요. ㅠㅠ 예전엔 백프로 소설만 읽었는데 이젠 소설 비율이 절반도 안될것 같아요. 그래도 어쩌다가 소설을 읽으면 또 참 좋더라고요. 맞아, 소설을 이래서 내가 좋아했지!! 하면서요. 후훗.
북사랑님, 좋아하는 책 계속 열심히 읽으면서 지냅시다. 무슨 책을 읽든 사실 다 자기가 좋아하니까 읽게 되는거잖아요. 좋아해서 읽는 책읽기를 멈추지 말고 계속합시다!!

Redman 2021-02-08 13: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레위기랑 민수기는 당시 문화 종교적 배경에 조금은 익숙해야 재밌어지는데 제대로 걸리셨군요 ㅋㅋㅋ 최근 나온 김근주 <오늘을 위한 레위기>나 유투브에 저자 강의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김회권의 <하나님 나라 신학으로 읽는 모세오경>도 괜찮습니다

다락방 2021-02-08 13:59   좋아요 1 | URL
오, 레위기랑 민수기를 읽는 꿀팁이네요. 정보 감사합니다. 언급하신 것들중 <하나님 나라 신학으로 읽는 모세오경>이 끌리네요. 이것도 읽어봐야겠어요.

- 2021-02-08 1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피곤해서 어쩐대유.. 근데 또 약속한거 열심히 읽으시구 쓰시구 대단👍
다락방님의 출애굽기에서 전 뜬금없지않개도 치아바타굽기 시나몬롤 굽기를 떠올렸다... 굽기? 뭘또 굽기?

다락방 2021-02-08 19:4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출애굽기 치아바타굽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쟝님 왜케 재미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02-08 19:50   좋아요 1 | URL
나 원래 재미진 사람이었어요 ㅋㅋㅋㅋ 이 미친야근이 날 노잼으로 만들었어요 ㅋㅋㅋ 요새 야근안해서 ㅋㅋ 그리고 얼마뒤엔 실업급여로 낮에 햇살받으며 다락방님이 원하는 것 처럼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책읽을거라서 ㅋㅋㅋ 인생 룰루룻 입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1-02-08 19:52   좋아요 1 | URL
힝.. 그때 막 낮의 독서 빛독서 인증하고 그러면 저 막 부러워서 어쩐대유? 🥺

- 2021-02-08 19:56   좋아요 1 | URL
엄청 자랑하고 싶겠지만 제가 참아야쥬 .. 1/10만 자랑할께유 ㅋㅋㅋㅋ

다락방 2021-02-08 19:57   좋아요 1 | URL
아냐 자랑해.. 쀨받아서 나도 퇴사할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02-08 20:02   좋아요 1 | URL
그럼 우리집 앞에 빵집 내자 ㅋㅋㅋ

붕붕툐툐 2021-02-0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새해가 되면 성경 1독을 항상 계획에 넣었던 예전의 저는 창세기, 출애굽기 신나게 읽다가 레위기부터 우울해지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래도 재독을 많이 한 책은 성경이 유일한 거 같아요!ㅋㅋㅋ
요즘 예전보단 소설을 많이 읽고 있는데, 왠지 잘하고 있는 거 같아서 기분 업이네용!!
락방님의 성경 완독을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1-02-09 07:42   좋아요 1 | URL
저도 항상 성경을 읽어봐야할텐데 생각만 했지 본격 실천을 하지 못했던 사람으로서 이번에는 드디어 실행에 도전했습니다. 으하하하. 빨리 지루한 민수기 부분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으흐흐흐. 신약은 재미있겠죠? 창세기랑 출애굽기는 재미있었는데 말예요. 붕붕님도 레위기부터 우울해지셨군요. 보편적 감상인가 봅니다. 으하핫.

저는 붕붕님의 혼불 필사를 응원하고 붕붕님은 저의 성경 완독을 응원하고, 매우 좋은 2021년 이라고 생각합니다!! >.<

붕붕툐툐 2021-02-09 13:02   좋아요 0 | URL
꺅!! 매우 좋은 2021년 동감!! 신약은 완전 재미나죠!! 구약도 지금 읽으시는 부분이 재미 없음의 초절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ㅎㅎㅎ
 

내가 돌아가고 싶어 한 것은 창원에서의 삶이 아니었다. 바로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 있던,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는 안온한 생활이었다. 내가 자꾸만 매달리고 싶었던, 그곳으로만 가면 뭐라도 해결될 것 같은 기대감의 실체는 도망치고 싶다는 두려움이었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한 사람 몫의 삶이 너무도 컸고, 그걸 뒤늦게 깨닫고는 겁에 질린 것이다. - P21

평전 맨 뒤에 실리는 연보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 인물의 행적과 행적 사이에 상당한 햇수가 생략된 걸 발견할 때가 있다. 이 사람은 이때 뭘 했지? 의아하기도 하다. 내 변변찮은 인생을 굳이 연보로 정리해 본다면 어떨까. 아마 대학원졸업과 취직 이후 몇 년이 그 공백 기간이 될 것이다. 원룸으로 독립하고, 분갈이 달인이 되고, 사내 동호회에서 악기를 배운 건 연보에 들어가지 않을 테니까. 그럼 매달 칼럼을 쓰고,
매주 한 편씩 짧은 소설을 쓰게 된 것은 어떨까. 나는 넣을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넣을 것이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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