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년 전쯤 이 영화를 친구와 극장에 가 보았던 기억이 난다. 어렴풋한 내용은 기억나지만 당연히 제대로 기억은 안났고, 최근에 안젤리나 졸리 보고싶다~ 하면서 왓챠랑 넷플릭스 뒤져보다가 이 영화 있길래 다시봐야지, 하고 다운 받았다. 현재 한시간 가량 보았는데 중간 이후부터를 보고 싶은가 보고싶지 않은가 잘 모르겠다.

첫부분이 그나마 제일 잘 기억나는데 하하하하 다시 보면서 와 이거 진짜 로맨스 쩌는구나! 싶었다. 역대급 로맨스 장면이다. 초반은 로맨스로 진짜 불타오르는데 지금 읽고 있는 책 브리저튼 시리즈의 앤서니도 생각나고, 마스룸도 생각나고 뭐 그렇다. 그러니까,


하바나에서 커피 사업을 아주 크게 하고 있는 엄청난 부자 '루이스'(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싱글인데 주변 사람들이 '너도 아내가 있어야 한다'(왜?)고 하도 그래서 알겠어, 하고는 자신과 결혼할 여자를 찾는 광고를 내고, 미국에 사는 여자 '줄리아'가 '내가 너랑 결혼할게' 해서는 서로 사진을 교환한다. 그렇게 하바나에 도착할 줄리아를 맞이하러 루이스가 항구에 나가서 도착하는 배를 기다리는데, 루이스는 신부를 구한다고 했지만 자신의 직업을 '커피공장 직원'이라고 소개해둔 터였다.

돈 아주 많이 벌고 있고 돈 버는데 재미들린 루이스는 자신이 거느리는 사람들에게 '오늘 아침에 신부 데리러 갈거고 데려와서 후딱 결혼한 다음에 다시 일할게~' 이러고서 나간단 말이다. 그렇게 짜짠. 드디어 배가 들어왔고 결혼하기로 한 줄리아를 마주치는데!! 사진으로 이미 그녀의 얼굴을 봤던 바 그녀가 딱히 예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고, 루이스는 어차피 예쁜 여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으므로 그냥 아내 역할을 잘 해줄 여자이기만 하면됐는데, 오. 마이. 갓. 거기에 나온 줄리아는 세상에, 안젤리나 졸리인 것입니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세상에.

당연히 루이스는 사진과 다른 그녀의 모습에 깜짝 놀라는데, 이 때 우리의 줄리아, 안젤리나 졸리는 말한다.


"미안해요. 사진은 속였어요. 사람들이 내 외모를 보고 다가오길 원치 않았어요."


라고 하는거다. 그러면서,


"혹시 속여서 싫다면 그냥 결혼 없던 일로 하고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갈게요."


하는게 아닌가. 세상에 어떻게 거기서 안젤리나 졸리를 가게할 수 있겠어요? 이에 우리의 루이스는 아니라고 괜찮다고 그러면서 자신도 속인게 있다고 말한다. 기억을 더듬어 써보겠다.


루이스: 나도 사실은 속인게 있어요.


줄리아:(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당신은 사진하고 똑같은데요?


루이스: 커피공장 직원이라고 했지만, 사실 내가 사장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세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서 얘네 하는 짓좀 봐.


루이스: 나같은 부자를 감당할 수 있겠어요?


줄리아: 네. 당신은 이런 미인을 감당할 수 있겠어요?


루이스: 노력해볼게요.


이러고들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나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웃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예전에도 폰팅으로 만나게 되는 영화 《ps 아이 러브 유》얘기하면서도 언급한 적 있다. 모르고 만났는데 상대가 지성이고 모르고 만났는데 상대가 김아중일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고. 그런데 맙소사, 오리지널 신에서는 모르고 만났는데 상대가 안젤리나 졸리고 상대가 안토니오 반데라스다. 아니 이건 안토니오 반데라스라고 하면 안되고 엄청난 재벌이라고 해야한다. 모르고 만났는데 상대가 엄청날 재벌일 확률은? 나의 경험으로 보자면 빵프로다. 지로우. zero.

나 상대 모르고 만난적 디게 많은데(온라인 월드의 우리는 모두 그런 경험 있잖아요?) 상대가 지성인 적 진짜 한 번도 없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상대가 재벌인 적 한 번도 없었다. 물론, 나를 만난 상대도 어디가서 역시 상대가 김아중일 확률은 없는 거였어... 하겠지만.


그러고보니 내가 사귀었던 남자중에 한 명은 나를 처음 만나고 나서 친구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고 했다.


"역시 온라인으로 만나면 예쁜 여자가 안나와. 근데 친하게 지내고 싶어."


나 역시 그 남자를 만나고 친구에게 말했었다.


"못생겼어. 근데 너무 매력적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뭐 다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둘다 월급쟁이었다. 쪼꼬미 월급쟁이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사실 현실은 리처드와 린다... 가 훨씬 많지 않을까? 이쯤에서 우리 리처드와 린다 다시 소환해볼까욤?

















우리 누구나 다 린다가 아니고 싶었던 적... 있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은 다 리처드랑 린다 투성인데 어떻게 안젤리나 졸리가 나오고 어떻게 커피회사 사장이 나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저 부분 보면서 리처드랑 린다 나오는 이 스토리가 떠올라서 찾아보는데 인용문 가져와야지, 하면서 떠오른 이름은 로버트였다. 그러니까 저 일화속 남자 이름이 로버트라고 생각한 것. 그래서 아침에 내 서재에서 '로버트' 검색했더니 엉뚱한 것들만 나와. 그래서 '에리카'로 검색했다. 에리카가 위 스토리 속 여자 이름이라고 생각한건데 아니 그래도 아니야. 그래서 하는수없이 저 책을 찾자 하였지만 저 책의 제목이 생각안나는 거다. 저 책인건 알겠는데 제목이 생각안나. 아, 몇해전까지만 해도 이런 경우 책 제목 똭 생각나고 작가도 똭 생각나고 그랬는데 이제는 아, 그거 어떤 책인지 알겠는데 제목도 생각 안나고 작가도 생각 안나네.. 이렇게 되어버려가지고 아무튼간에 내가 스맛폰에 가진 독서기록 앱으로 죽죽 넘겨 표지 보면서 그래 이거야, 마스룸! 했다. 그런데 찾고보니 로버트랑 에리카가 아니라 리처드랑 린다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해 리처드랑 린다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로버트랑 에리카 왜때문에 튀어나왔지?


여튼 그래서 오리지널 신의 저 장면을 넘기고 나면 어떻게 되냐면. 세상에.


루이스의 집이 겁나 큰 거다. 우리 회사 빌딩보다 더 큰 저택을 갖고 있더라. 당연히 집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고 방도 막 여기에서 저기로 막 이어지고 이 테라스에서 저쪽 테라스로 소리치면서 불러야되고 막 그래. 여튼 그렇게 결혼 첫날밤 줄리아는 자기에게 좀 시간을 달라고 하고 매너 좋은 루이스는 얼마든지, 네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는 것이다. 아아, 브리저튼. 얼마전에 나는 브리저튼 읽으면서 꼭 이런 대화를 만난 적이 있다. 우리 한 번 보자꾸나.


















"I think we should wait."

He nibbled on her ear. "Wait for what?"

She tried to wiggle away. He didn't understand. If he'd understood, he'd be furious, and he didn't seem particularly upset.

Yet.

"For the wedding night." she clarified. -p.255


그러니까 케이트는 앤소니랑 결혼식은 올렸는데 결혼첫날밤을 미루자고 하는 거다. 앤소니는 왜냐고 묻고 케이트는 결혼을 하면서 아주 많은 게 바뀌었고 결혼 첫날밤을 위해 준비를 하고 싶다는 것. 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앤소니가 묻는다.


He leaned forward, the very devil in his eyes. "How, precisely, do you plan to prepare?" -p.25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빵터졌는데, 아니 그러니까 나도 궁금한거다. 뭘 어떻게 준비할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겨. 내가 예전에 애인이랑 통화하면서 "나 (섹스)잘 못하는 것 같아서 너 만나기 전에 과외를 좀 받아볼까 해." 했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너 지금 그게 할말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지간에 그러니까 케이트가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지. 왜냐하면 케이트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사실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데 모르면서 뭘 준비해. 모르니까 뭘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눈동자에 악마 담고 어떻게 준비할 계획이니? 이러는데 너모 웃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그러면 줄리아와 루이스는 어떻게 됐냐. 줄리아와 루이스는 결혼 첫날밤에 방을 따로 쓰고 그러나 그 다음날부터는 여느 부부들처럼 함께 외출하고 함께 시간을 지내다가 그러다가 서로 눈빛이 막 거시기저시기 해져가지고 어느 순간이 똭 되니까 키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키스를 하다보니까 그 다음 장면은 요케요케 이케이케 저케저케 막 그러고 있는거다.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그렇게 단단히 사랑에 빠져버리고 마는 것이야. 아아, 이것은 얼마나 훌륭한 로맨스인가! 모르는 채로 만났는데 보자마자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가 섹스를 하게 되고 그러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기대치 않았던 이 결혼생활이 루이스에겐 행복 그 자체다. 너무 행복해. 그래서 일하는 동료에게도 난 요즘 너무 행복해! 이러면서 해피해피 모드로 지내는거다. 매일 아침 아내를 보는게 너무 즐겁고 혹여라도 아내가 악몽이라도 꿀라치면 괜찮다고 내가 여기있다고 달래주는 장면들도 모두 좋다. 여기에서도 역시나 앤소니랑 케이트 생각나는데, 나는 악몽을 꿀 때, 바로 그 때 옆에 누가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악몽 꾸다 깼을 때 달래주는 장면은 세상 달콤하게 느껴진다. 아무튼 그래서 행복행복한데, 어느 하루 출근하는 루이스에게 줄리아가 '나 오늘 양장점에 갈거야' 라고 하자 루이스는 '그렇다면 돈이 필요하겠군' 하면서 그녀를 은행으로 데리고 가서 그녀가 그의 모든 계좌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 해주는거다. 내 아내니깐요, 이러면서 막 다 쓸 수 있게 해줘버리는 것이여.




자, 그러면 우리는 거짓말은 얼마만큼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세상 살면서 거짓말 안해본 사람이 없을테고, 그 거짓말이 얼마나 자기 신경을 좀먹는지도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알것이다. 일단 거짓말을 시작하면 그 거짓말을 계속 기억해야 한다. 오, 피로해..

줄리아는 거짓된 사진을 보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줄리아가 아니었다. 그녀의 이름은 따로 있었고 원래 루이스가 만나야 할 자리에는 진짜 줄리아가 나오기로 되어있었던 거다. 그렇다면, 진짜 줄리아는 어디갔는가?

잘생긴 부자남자랑 결혼하러 와서 결혼해 사랑을 심어주고 행복함을 주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가 줄리아가 아닐거라는 단서들이 튀어나온다. 그녀의 언니로부터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고 소식을 묻는 편지가 오고, 사설탐정은 줄리아가 사라진것 같다고 그를 찾아오는 거다. 이런 압박이 가해져오는 걸 아는 가짜 줄리아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나 역시 보다가 같이 스트레스 받아서 어쩌려고 그러나, 만약 언니나 탐정이 집으로 찾아오면 가짜인게 바로 들통날텐데 들통날 거짓말을 대체 왜 한것인가.. 이렇게 되어서 보고 있는데, 마침내 줄리아의 언니를 사무실에서 맞닥뜨렸던 루이스는 '아! 아니구나!' 해서는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집으로 향한다. 그 큰집에 가서 자신의 아내 줄리아를 찾아 어찌된 영문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아아, 줄리아는 사라지고 옷장을 열어보니 줄리아의 옷도 사라졌고, 은행에 가보니 통장에 잔고는 지로우... zero.....는 아니고 쪼끔 남겨놓았고 모두 인출해갔다........ 오, 마이, 갓.


나는, 나탈리를 떠올린다. 나탈리, 도망가는 게 좋을거야!







Natalie, she ran away with all my money
And she did it for fun
Natalie, she's probably out there thinking it's funny
Telling everyone
Well, I'm digging a ditch for this gold digging bitch
Watch out, she's quick
Look out for a pretty little thing named Natalie
If you see her, tell her I'm coming
She better run


나탈리만 브루노 마스의 all my money 가지고 간건 아니고,

사라 코너의 남자친구도 사라 코너의 money 와 time 을 가져갔지.. 너 어젯밤에 어디서 잤니??





위의 노래가 실린 사라 코너의 앨범은 무려 <19금> 으로 알고 있는데 품절이네.














자, 그래서 루이스는 이제 브루노 마스처럼 줄리아를 찾으러 간다. 으.. 나는 그 뒤부터 안보고 있다. 어렴풋한 이십년전의 기억에 의지한다면, 아마 줄리아를 조정하는 남자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루이스가 그랫던 것처럼, 줄리아도 루이스를 정말 사랑했던 것 같다. 이건 다시 봐야 알겠지만 내가 후반부를 볼지.. 잘 모르겠다. 보고싶으면서 안보고싶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이 그게 사랑이 아니었단 말인가, 가 되는 순간은 너무 슬프니까. 뜨겁게 열정을 나누고 함께 웃었고 그래서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돈 갖고 튀는 순간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던 게 되지않나. 그런걸 생각하면 너무 고통스러워. 내가 그동안 번 돈을 가져간 것도 너무 싫지만 그러기 위해서 내게 접근한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나는 사랑을 줬으되 상대는 사랑하는 척 했다는 거잖아. 나는 거기에서 오는 배신감을 어떻게 견디나 ㅠㅠ 사랑이었을 때는 행복이었지만 사랑이 사랑이 아닐 수 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가슴은 얼마나 아플것인가.


오, 루이스여...



사랑은 참 기쁘고 좋고 재미있고 그럴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아프고 그런걸까. 아프고 배신감 느끼고 울고 속상하고.. 사랑..뭘까? 그러게. 사랑 뭘까?

그러고보니 앤소니는 케이트랑 결혼하면서 자신이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사랑할 여자는 필요치 않다고, 이 결혼은 사랑으로 하는 결혼이 아니라고, 우정과 섹스만 있다고 하는 거다.


His marriage to Kate had sent his life down an alternate path, no matter how much he tried to convince himself that he could restrict their marriage to nothing but friendship and sex. -p.293


아무리 그들의 결혼이 우정과 성관계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려고 해 봐도, 케이트와 결혼함으로써 그의 인생은 계획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 <나를 사랑한 바람둥이> 中



nothing but friendship and sex 라니. 어떻게 우정과 섹스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우정과 섹스가 함께 있다면, 사실 전부 아닌가. 그것이 사랑 아닌가? 우정과 섹스를 제외하면 사랑 안에 도대체 뭐가 남는가. 물론 사랑에 반드시 섹스가 전제되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우리는 사랑안에 반드시 우정을 담아내야 하지 않는가? 가장 큰 축을 이루는 게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 친밀한 우정이 있고 게다가 바디 프렌드가 되어서 섹스까지 나누는데, 그것들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면, 도대체 사랑을 뭐라고 생각하는걸까.


바로 이 지점이 문제다. 자신이 하는게 뭔지 모른다는 거. 자신이 하는게 뭔지 아직 깨닫지 못한다는 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게 사랑인줄 모르고 아주 늦게 깨닫고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게 사랑이 아니라는 걸 또 늦게 깨닫는다. 어떤 깨달음은 너무 늦게 오고, 너무 늦게 깨달아서 우리는 상처주고 상처받고 울고 다치는 것이여... 우정을 나누고 섹스를 나누는데 다른 어떤 걸 더 기대하고 있는걸까. 그거면 상대와 내가 나눠야 할 것들을 이미 다 나눈거 아닌가. 사람은 다른 사람과 우정을 나누기도 그리고 섹스를 나누기도 쉽지 않으며, 그것들을 결코 아무나와 나누지도 않잖아.















《프렌즈 위드 베네핏》,《친구와 연인사이》에서도 여자와 남자는 우정과 섹스를 나눈다. 우리는 섹스하는 친구사이지, 라면서 각자 연애할 상대가 생기면 그 연애를 축복해주자고 하는데, 그러니까 연애를 하게 될때까지 우정과 섹스를 나누자고 하는데, 우정과 섹스를 바로 내 옆의 당신과 나누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는 도대체 더한 무엇을 찾겠다는 걸까? 뭘 더 찾고 싶은거야? 우정도 섹스도 여기있는데? 도대체 연인하고 나누는 게 뭐라고 생각하는거지? 우리 모두 연인과 우정 그리고 섹스를 나누지 않나? 너랑 섹스하고 우정 나눠 그런데 애인은 따로 만들게~ 이건 너무 기만 아닌가...


아무튼 안젤리나 졸리 나오는 영화 하나 또 다운 받아 봤다. 《테이킹 라이브즈》















이거 포스터 이따위여서 그동안 에로물인줄 알고 안봤다. 뭔가 짜증나.. 근데 줄거리 읽어보니 수사물 이었던 거다. 졸리가 FBI 로 나오고, 남자 주연이 에던 호크인데, 와 에던 호크 너모 젊네요.. 여튼 마지막이 좀 억지스럽긴 했지만 재미있게 봤다. 보고나면 막 스릴러/추리/미스터리 소설 읽고 싶어진다. 그래서 중고로 그런 책 몇 권 더 사뒀다. (  ")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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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7-27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이케이케 저케저케ㅋㅋ이제보니 <테이킹라이브즈> 표지가 좀 많이 그렇게 보이네요ㅋㅋㅋㅋ에단호크 넘나 좋아해서 몇번 봤는데 악역도 잘어울리는 배우. 오늘 밤에는 <오리지널 씬>!

다락방 2021-07-27 10:08   좋아요 2 | URL
오리지널 씬도 저런 포스터인데 졸리를 너무 저렇게 내세우는 것 같아서 테이킹 라이브즈 표지 보고 그냥 짜증이 확 나더라고요. 졸리 육체로만 포스터 해야되냐? 이래서 뭔가 짜증스러웠는데 아니, 수사물이었다니 ㅋㅋ 수사물인제 저런 표지 왜죠? 재미있게 봤습니다. 도입부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저에겐 나름대로 반전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청년1이 나쁜 놈일 것인다, 뭔가 일어날 것 같다.. .하고 봤는데 아니었던 거지요!! >.<

잠자냥 2021-07-27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리지널 씬 예전에 정말 재미나게 본 기억이 나요. 그런데 전 그 시절 안토니오 반데라스 싫어해서(못생겼다고 생각했음;; 요즘이 더 나은 거 같기도 ㅋㅋ) 졸리가 넘나 아까웠지만..그래도 재미났었어요. 그런데 마지막은 뭔가 심장을 후벼팠던 느낌. ㅠ

그나저나 과외 좀 받지 그랬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7 10:22   좋아요 1 | URL
저는 오히려 안토니오 반데라스 그 때 되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와 되게 강하게 생겼다 하면서요. 조로 .. 나올 때까지 좋았던 것 같은데. 뭔가 나이 들면서 싫어졌어요. ㅋㅋㅋㅋㅋ

마지막에 심장을 후벼팠던 느낌.. 주는 영화였나요? 아 그러면 봐야겠다. 끝까지 봐야겠네요. 아 보기싫으면서 보고싶다..

과외.. 받을 걸 그랬나봐요. 과외 받았다면.. 저는 헤어지지 않았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7-27 16:00   좋아요 2 | URL
우아~~ 진짜!!! 잠자냥님 다시 봤어요.
안토니오 반데라스 못 생겼다고 생각했음.... 에서 저 소름 돋음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7 16:06   좋아요 1 | URL
아 대박 ㅋㅋㅋㅋㅋㅋㅋ 아 단발머리님 댓글 반전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어떻게 반데라스를 못생겼다 할 수가 있어요?˝ 나올줄 알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고등학생 때 영화 <필라델피아> 상영했었는데요. 거기에서 조연으로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게이 애인으로 나왔었거든요. 제 앞자리에 앉았던 친구가 그 영화 보고와서 완전 흥분해가지고 세상에 그렇게 섹시한 남자를 처음봤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안토니오 반데라스였다고요!! 아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그런 평가를 받기도 했다.. 뭐 이런 얘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27 16:06   좋아요 1 | URL
어머어머! 못생겼죠?! *박수박수* 박수치며 좋아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7 16:11   좋아요 1 | URL
아 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박수치며 좋아하신다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7-27 16:13   좋아요 1 | URL
그니까 정확히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못생겼다기 보다는 (수습 중) 그냥 그 영화에서 못생겨 보였구요. 글구 전체적으로는 계속해서 일관되게 어느 각도에서나 잘생겼다는 느낌을 주는 배우는 아니지 않은가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수습 실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7 16:15   좋아요 1 | URL
‘전체적으로는 계속해서 일관되게 어느 각도에서나 잘생겼다는 느낌을 주는 배우는 아니지 않은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겨요 단발머리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은 그러면 어느 배우가 잘생겼다고 생각하시나요? (궁금궁금)
.
.
현빈?

단발머리 2021-07-27 16:19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죄송하지만... 현빈은 아니구요. 제가 좋아하는 공유도 아니구요. 네, 제가 많이 좋아하는 조인성도 아니구요.
이런 말씀 드리기 곤란하지만, 일단 각도가 중요하잖아요. 참고로 각도는 360도 기준으로 해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장동건, 원빈, 김수현.... 요 정도가 어느 상황 어느 각도에서든 잘생겼습니다. 그냥 정면, 왼쪽, 오른쪽 다요.

다락방 2021-07-27 16:27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진짜 남자 얼굴 안보는 사람인가봐요. 각도.. 는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역시 저는..남자 볼 때 전완근 보는것 같아요.

그럼 이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27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진짜 모르는 채 나갔는데 안젤리나 졸리가 앞에 딱 있으면 세상 남자/여자 다 기절할 듯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로또네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7 10:23   좋아요 2 | URL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의 존재를 눈앞에서 본다면 정말 기절할 것 같아요. 무슨말을 어떻게 걸어야할지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7-27 12:50   좋아요 2 | URL
묻지 않으셨으나 저는 주디스 버틀러 언니라면 기절각 바로 ㅋㅋㅋ

다락방 2021-07-27 13:49   좋아요 1 | URL
저는 졸리 님의 강렬한 눈빛이 너무나 좋습니다. 갖고싶어요... 샤라라랑 ♡

바람돌이 2021-07-27 1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사실 나 재벌집 아들이야 할 가능성은 몇퍼센터일까요? ㅋㅋ

다락방 2021-07-27 10:57   좋아요 3 | URL
그동안의 제 삶의 경험으로만 추측해보자면,

지로우..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7-27 12:50   좋아요 1 | URL
상상만 해도 두근거리는군요 바람돌이님 하지만 락방님이 지로우..... 라고 하셔서 오늘은 로또를 한번 사볼까 싶은 마음 ㅋㅋ

다락방 2021-07-27 13:49   좋아요 1 | URL
내 남편이 재벌일걸 기대하는 것보다 로또가 더 나은 선택이라고 확신합니다. 엣헴-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7-27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라면... 저의 신혼집에 놀러 온 친구가 이거 보고 싶다고 해서 보여줬는데(디브이디로 영화 보던 옛날임) 너무 야해서 전 제대로 보지도 못 했음요. (야한 거 못 보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뜨거운 그날밤이 새록새록 기억나네요.
연인과의 우정과 섹스, 동의합니다. 맞는 거 같아요. 섹스보다는 우정 쪽이 더 중요하다고 보지만요 (나 오늘 왜 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7 16:14   좋아요 1 | URL
아아 이거.. 아마 지금 보시면 별로 안야하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그저 졸리는 정말 너무 .. 엄청난 사람인것 같아요. 그 한사람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가 진짜 어마어마한듯요. 나는야 졸리같은 사람 될테야!! ㅋㅋㅋㅋㅋ
저 점심시간에 조금 더 봤는데 아오, 루이스가 너무 .. 찐사랑해서 미치겠네요. 이거 앞으로 가슴 아파서 어떻게보지 싶어요. ㅠㅠ

우정은 연인에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 아닌가 싶어요. 섹스는 없어도 우정은 있어야하지 않나. 그런데 거기에 섹스까지 있다면 대체 그게 연인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싶어요. 물론 작은 다른 감정들도 있긴 하겠지요. 설레임이라든가... 음 또...... 설레임밖에 생각이 안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설레임이 없으몬 초큼 재미는 없는 것 같긴해서. 두근두근 좀 좋아하는 편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케이트는 언제나 뒷전이었다. 동생인 에드위나의 미모가 워낙 빛나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에드위나에게 쏠리는 것도, 수많은 남자들이 에드위나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도 그러나 케이트는 괜찮았다.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열등감에 가슴을 졸이거나 하지도 않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동생이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게다가 에드위나의 미모라는 것은 케이트 자신도 인정하는 바였다. 에드위나는 빛나는 외모를 가졌고 태도도 우아했다. 케이트는 결코 에드위나처럼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정말로 괜찮았다. 케이트는 에드위나가 자랑스러웠고 에드위나를 사랑했다. 여기에 있어서는 한 점 거짓이 없다. 그러니까, 앤소니에게 마음이 생기기 전까지는.


Kate had never minded it much. If Edwina had been spoiled or bad-tempered it might have been difficult, and in all truth, most of the men she‘d met were shallow andsilly, and she hadn‘t much cared if they only took the timeto acknowledge her after her sister.
Until now.
She wanted Anthony‘s eyes to light up when she entered the room. She wanted him to scan a crowd until he saw her face. She didn‘t need him to love her—or at least that‘s what she was telling herself—but she desperately wanted to be first in his affections, first in his desires.
And she had an awful, terrible feeling that all this meant she was falling in love. - P258


케이트는 원래 별로 신경 쓰지 않았었다. 만일 에드위나가 성질이 나쁘거나 거만한 아이였더라면 좀 힘들었을 테지만, 게다가 그녀가 만났던 대부분의 남자들은 어리석고 경박했기에, 그녀는 남자들이 에드위나에게 한참 넋이 나가 있다가 그녀에게 인사해도 개의치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녀는 자신이 방 안으로 들어설 때 앤소니의 눈이 빛나기를 원했다. 그가 자신의 얼굴을 찾을 때까지 방 안을 둘러봐 준다면, 그가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그렇게 타이르고 있었지만, 그의 관심을 가장많이 받는 여인, 그가 가장 많이 갈구하는 여인이될 수만 있다면.
갑자기 그 말의 뜻은 자신이 사랑에 빠진 증거일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느낌이 들었다.


평생 뒷전이고 나중이었던 그녀는, 앤소니를 알고 나서는 뒤로 밀리고 싶지 않다. 그가 가장 먼저 찾고자 하는 얼굴이 자신의 얼굴이길 바라고, 그가 원하는 첫번째 여성이 자신이기를 원한다. 한동안 그가 난봉꾼이라고 생각해서 동생이 혹여라도 그와 결혼하게 될까봐, 그렇게 불행한 결혼생활로 들어가게 될까봐 걱정했는데, 앤소니를 여러차례 만나고난 지금은 자신이 첫번째가 되고 싶다고 욕망하게 된다. 그녀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가장 먼저에 대한 욕망. 가장 우선시되고자 하는 욕망. 케이트는 늘 세컨드로 살아왔지만 거기에 크게 불만도 없었고 앞으로 그렇게 산다해도 딱히 신경쓰지 않을 터였지만, 그러나 앤소니에게 있어서만큼은 세컨드이고 싶지 않다.
















나는야 세컨드 1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번째,

첫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 이 아니라 늘 다음,

언제나 나중, 인 홍길동 같은 서자, 인 변방,

부적합, 인 그러니까 결국 꼴지,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고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 늘 세컨드가 되고 싶다는 세컨드로 지낼거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었다. 세상 살기 편한 포지션은 세컨드라고 생각해왔다. 가장 절실하지 않고 우선순위가 되지도 않는 세컨드는 그야말로 얼마나 편안한가. 세컨드는 가장 중요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적당히 중요한 자리가 세컨드라고 생각해왔고 그러므로 책임감 역시 적당한 정도 가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세컨드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포지션이었다. 세컨드라면, 네가 세컨드고 내가 세컨드라면 우리는 서로에게 그다지 집착하지 않을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사실, 많은 연애를 세컨드의 포지션으로 해왔다. 너는 나의 세컨드야가 잘 되었는데, 내가 그들의 세컨드가 아닐라치면 신경이 곤두섰다. 아니아니, 나를 제일 처음으로 두지마, 나는 세컨드가 편해,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지마, 나는 좀 더 뒷전으로 미뤄둬, 하다보니 그게 조율이 잘 안되면 어김없이 이별이 와야했다. 나는, 누군가의 세컨드가 아닌 가장 우선시 되는 자리, 가장 처음, 가장 강한 상대가 되고 싶지 않았더랬다. 케이트 식으로 말하자면,


Until now.



가끔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한적이 있었다. 호감가는 이성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세컨드로 지내도 좋을 것 같다고, 혹여 상대가 세컨드를 제안해온다면 나는 덥석 수락할 것 같다고, 어쩌다가 만나서 얼마만큼의 사랑과 다정함만 주고 받고 돌아서서 집착하지 않고 또 어쩌다가 만나는 것은 얼마나 이상적인가. 나는 상대의 가장 우선순위가 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상대 역시 나로부터 그걸 기대하지 않을 터이니 우리의 관계는 자유로울 것이며 그러나 적당한 친밀함이 그 안에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때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너 그 사람이 너를 세컨드 취급할까봐 헤어지자고 했잖아. 왜 그건 용납하지 못했어?"


그때 나는 고민없이 대답했다.


"나한테 그사람이 세컨드가 아니니까."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상대에게 세컨드가 좋아, 라고할 수 있는 건 내가 그들을 세컨드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내가 너를 가장 우선시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뒤로 밀쳐지는 건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케이트가 에드위나에게 모두가 달려드는 걸 보면서도 괜찮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모두중에 자신이 원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뭘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가 될 수 있었다. 케이트 역시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으니까. 또한 케이트는 자신감있고 똑똑하고 당당한 여자였다. 에드위나의 빛나는 미모가 사람을 끌어들인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기죽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스스로의 잘난 맛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것은 그동안 케이트를 열등감에 휩싸이지 않고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도록 했지만, 그런데 그녀가 원하는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 남자 역시 다른 남자들처럼 케이트가 아닌 에드위나를 원한다면, 그건 너무 가슴이 아플 것 같은 거다. 나이기를, 그가 먼저 찾는 게 나이기를, 그가 이 많은 사람들속에서 내 얼굴을 찾아야 비로소 시선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기를. 케이트는 바라는 것이다. 나 뭐야, 나 저 남자 사랑하나봐 우앙 ㅠㅠ 이렇게 되어버리는 것이여.. 케이트여...



세컨드는 당연히 견딜 수 있는 포지션이다. 단, 내가 상대를 세컨드로 생각할 때에만.

나에게 네가 세컨드가 아닌데 네가 나를 세컨드로 대하려고 한다면 문제는 시작된다. 그걸 오래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처음은 이정도도 괜찮아, 이게 어디야, 하다가도 종국에는 이런식으로 살 수 없어가 되어버린다. 사람은, 내 마음의 크기와 꼭 같은 크기가 아니라도 비슷한 크기로 맞춰 받기를 원한다. 상대의 애정이 나에게 있다는 확신, 그러니까 나에게 네가 우선순위인 것처럼 나 역시 너에게 우선순위라는 확신이 있어야 우리는 그 관계를 우정이든 혹은 사랑이든 그것을 뭐라 부르든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이다.



지난주 어느 하루, 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채널을 돌리다가 드라마를 보게 됐다. 시즌2 인걸 보니 아마도 1이 인기가 많았는가보다. 화면에는 박주미와 이태곤이 나오고 있었다. 그전을 전혀 보지 않아 어떻게 여기까지 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이태곤과 박주미는 부부였고 이태곤이 젊은 싱글 여자와 바람을 피워 그것이 들통났으며 그로 인해 이 부부가 이혼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이태곤은 자신이 어릴 적에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해 애정결핍이었고 그것이 이렇게 만들었다고 눈물로 미안하다고 호소한다. 그러면서 이혼 정식으로 해서 재산 분할 제대로 다 하자, 그리고 너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그리고 우리 딸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약속해달라, 나를 가장 우선순위로 떠올리는 걸로. 내가 어디든 언제든 달려가겠다,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언제든 달려갈테니 꼭 연락해달라, 말하는 거다. 박주미는 이태곤에게 우리는 좋은 부부가 될 수 있었는데 왜 일을 이렇게 만들었냐고 말하고 그렇게 둘은 운다. 이태곤은 여전히 박주미가 제일 소중하고 박주미같은 사람은 없다고 말하고 거기에는 이태곤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고 보여진다). 언제나 박주미와 딸 옆에 있어줄 것을 약속하고 있었다. 자신이 불륜을 저지른 것에 대한 치사한 변명은 차치하고라도, 저렇게 진심을 담아 아내에게 절절하게 사죄하고 무릎을 꿇고 앞으로도 충실한 것을 맹세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의 젊은 애인, 내연녀는 대체 뭔가??? 그의 애인은 너무나 분명한 세컨드가 아닌가. 나의 우선순위는 너야, 라고 말하면서 세컨드를 만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 왔지만, 그의 애인에게는 그 누구보다 이 남자가, 다른 여자의 남편이 첫번째였다. 그와 함께하기를 꿈꾸었기 때문에 굴욕들도 참아냈고 앞으로도 참아낼 예정이었다. 도대체, 그녀는 뭐가 되는건가.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의 배신에 상처입었지만 애인은 애인대로 세컨드의 포지션만 차지할 수 있다. 이 두 여자를 모두 함부로 취급하는 이 태도는 뭔가? 이 애인은 자신의 애인이 아내에게 어떻게 말했는지 어디까지 말했는지 어떤 행동까지 했는지를 알지 못한다. 애인이 바라는 것, 알고 있는 것이라곤,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하고 아내와 이혼한 뒤 나와 함께할 것이라는 사실뿐이다. 그러니까 아직 자신이 명백히 세컨드라는 것을, 앞으로도 세컨드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걸 알게될 날이 올것이고, 그걸 알게 되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케이트는 앤소니가 에드위나를 원한다고 생각했다. 앤소니가 결혼하려고 했던 사람은 에드위나였으니까. 그러나 운명은 앤소니와 케이트가 결혼하도록 만들었고 그래서 케이트는 '이 남자가 나랑 결혼은 하지만 나를 원하는 건 아닐것이다'를 내내 생각하면서 지내야한다. 그렇게 결혼 첫날밤이 되었을 때, 욕망에 이끌리고 서로가 원하는게 확실한 중간에도, 앤소니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바람에 케이트의 집중력은 흐트러진다. 나한테 아름답다는거야? 나는 아름답지 않은데? 넌 대체 누구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케이트의 욕망은 순간 멈칫하며, 그래서 앤소니에게 이렇게 묻고야 만다.


"Who do you think of when you make love to me?" - P273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케이트여 ㅜㅜ

내가 두번째라고 생각해 그런데 두번째인게 도무지 받아들여지질 않아. 나는 이걸 짚고 넘어가야 해. 나는 나를 안다. 나는 내가 있는 곳을 알아야한다. 케이트여, 그래서 이렇게 묻고 마는데,

나는 케이트가 이렇게 물었던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면 저렇게 물었을 사람이니까. 실제로 나는 저렇게 물었던 경험이 있다. 너 지금 누구랑 있는지 알고 있어? 나는 상대가 누구랑 있는건지, 누구랑 뭘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가끔 확인하곤 했다. 나는 케이트의 저 물음을 이해한다. 그러나 다음 앤소니의 대답이 이 책을 로맨스 '소설'로 만든다. 현실이 아니라 로맨스 '소설'. 나는 현실에서는 아무도, 그 누구도 이렇게 답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줄리아 퀸이 써낸 로맨스 소설이고 그리고 이것이 드라마나 영화여야 가능해지는 바로 그 장면 되시겠다.



"Listen to me," he said, his voice even and intense, andlisten well, because I‘m only going to say this once. Idesire you. I burn for you. I can‘t sleep at night for want-ing you. Even when I didn‘t like you, I lusted for you. It‘sthe most maddening, beguiling, damnable thing, but thereit is. And if I hear one more word of nonsense from yourlips, I‘m going to have to tie you to the bloody bed andhave my way with you a hundred different ways, until youfinally get it through your silly skull that you are the mostbeautiful and desirable woman in England, and if every-one else doesn‘t see that, then they‘re all bloody fools."
Kate wouldn‘t have thought it possible for her mouth tofall open while she was lying down, but somehow it did.
One of his brows arched into what had to be the mostarrogant expression ever to grace a face. "Is that under-stood?"
She just stared at him, not quite able to form a response.
He leaned down until his nose was a mere inch fromhers. "Is that understood?"
She nodded. - P274


"잘 들으라고, 이번 한 번만 말할 거니까. 나는 당신을 원해. 당신을 보면 몸이 들끓어. 당신을 안고싶어서 밤에 잠도 못 자.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을때조차도 당신에게 욕정을 느꼈어. 정말 미치게 우습고, 망할 노릇이지만 사실이야. 그러니 한 번만 더 당신 입술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으면, 당신이 영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유혹적인 여자고, 그것을 다른 이들이 못 알아본다면 그것은 그놈들이 바보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당신의 그 어리석은 머릿속을 뚫고 들어갈 때까지, 망할 침대에 당신을 묶어 놓고 수백 가지 방법으로 당신을 내마음대로 요리할 거야."
케이트는 예전에 누워서는 입을 벌리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도입이 저절로 벌어져 있었다.
인간의 얼굴이 저렇게 오만해 보일 수 있을까 싶게 앤소니의 한쪽 눈썹이 곡선을 그리며 치켜져 올라갔다.
"내 말 알아들었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당신을 묶어 놓고 수백 가지 방법으로 당신을 내 마음대로 요리할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해봐라 그게 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앤소니 자기 체력 과신하는 부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해보시든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수백 가지 방법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허세 쩔기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케이트는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를 사랑하는 자기를 깨닫게 된다. 사랑하게 되고야 말았다.


He pulled his hand away, of course, and assumed a dig-nified mien, but she‘d seen him. And in that moment, sheknew she loved him. With every thought, every emotion,
every piece of her being, she loved him.
And if he never loved her back-well, she didn‘t wantto think about that. Not now, not in this profound moment.
Probably not ever. - P307


물론 그는 금세 손을 치우고 체면을 차렸지만 그녀는 이미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자신이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모든 지성과 감정, 자신의 모든 존재로 그를 사랑했다.
만일 그가 영원히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면...
글쎄, 그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다이 뜻깊은 순간에만큼은.

아마도 영원히 하고 싶지 않을 것이었다.



지금은 자신의 사랑이 커서 사랑만 인정하고도 가슴 벅차겠지만, 그러나 그 사랑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주는 만큼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if he never loved her back) 그 상태에서 그녀가 행복해질 순 없다. 이렇게나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이 나의 우선순위인데, 내가 당신에게 그렇지 못한다면, 그걸 감당하면서 살아가기에는 케이트가 약하지 않다. 케이트는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다. 그녀는 결국은 love 가 back 하기를 바랄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세컨드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는 것이다. 세컨드이면서 만족한다면 상대 역시 내가 세컨드로 대하고 있거나, 세컨드이면서 만족한다면 아직 내가 세컨드라는 자각을 못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세컨드이면서, 세컨드임을 너무나 잘 알면서, 그러면서도 상대의 옆에 있는 걸 선택할 수도 있다. 그편이 차라리 덜 힘들 것 같아서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도 그럴까를 여러차례 갈등햇었으니까. 왜 휘성도 노래하지 않는가.


아니면 그 사람 사랑하면서~살아가도 돼요 ~ 내 곁에만 있어 준다면  -안되나요 中



저런걸 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는 아니고. 케이트도 아닐 것이다.

뭐, 그렇다.



브리저튼 시리즈 2권 원서읽기도 끝을 향해 달려간다. 움화화화하화화화화홧. 나이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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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7-26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백가지 방법이라굽쇼???? 해봐라 그게 되나222222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6 11:28   좋아요 2 | URL
하여간 섹스에 대해서라면 특히 더 허세떠는 남자들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웃기고 있어 아주 그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진짜 남자 몇명 만나봤는데 말이죠..... 이만 줄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7-26 11:51   좋아요 2 | URL
왜 줄이시나요? 줄이지 말고 이야기해주세요 락방님 🙄

다락방 2021-07-26 12:43   좋아요 1 | URL
어..그게...그러니까.....

=3=3=3=3=3=3=3=3=3=3=3=3=3=3=3
 
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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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들 읽다가 이게 뭥믜?? 하고 지쳤던 사람들이라면 오라, 윌리엄 트레버에게로!
펠리시아의 여정과 함께 하는 동안, 바보들아 이게 바로 문학이야, 문학이란 이런 것이라고! 몇 번이나 외치고 싶었다.
문학을 알고 싶으십니까?
펠리시아의 여정을 읽으세요.
왜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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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7-25 2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빨리 읽고 싶어욤~ 아직 문학을 모르는 바보라 깨우침 얻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6 09:48   좋아요 1 | URL
툐툐님, 얼른 읽고 리뷰 아름답게 써주세요!! >.<
문학이여, 오라. 컴온!!

새파랑 2021-07-25 2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 책 북플에서는 베스트 셀러가 맞는것 같아요 ~!!

다락방 2021-07-26 09:49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새파랑 님. 제 생각에 이 책은 알라디너들 사이에서만 읽히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ㅎㅎ

독서괭 2021-07-26 03: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북플베스트 목록에 있네요. 베스트셀러랑 북플베스트의 목록 차이 보면 깜짝 놀랍니다. 이책 정말 재밌어요~

다락방 2021-07-26 09:50   좋아요 2 | URL
네 정말 즐거이 읽었습니다. 책을 즐겁게 읽는다는 건 뭘까요? 내용 자체는 어두운데도 뭔가 책장이 잘 넘어가면서 문장을 제대로 잘 읽어내고 싶은 욕망도 생기고. 아오 좋은책을 읽는 건 너무 즐겁습니다!!

- 2021-07-26 0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 저 알라딘 마법사가 얼마전 부터 계속 달러구트 추천해주는데 이 글을 보니 자존심이 상합니다 ㅋㅋ

다락방 2021-07-26 12:44   좋아요 3 | URL
달러구트 읽어봐야 쟝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쟝님은 달러구트에서 또 뭔가를 발견할지도 모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7-26 12:27   좋아요 1 | URL
아니, 쟝쟝님께 왜 달러구트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낮잠 때문에 그럴 수도..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6 12:44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왜 쟝쟝님께 마법사가 달러구트를....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an22598 2021-07-26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을 알고 싶은 사람이니...이 책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ㅎㅎ

다락방 2021-07-26 13:45   좋아요 1 | URL
아아 한님. 저는 정말로 문학이 너무 좋습니다. 소설은 최고에요!!

유리열쇠 2021-07-28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싶다는 욕망에 불을 지르시네요.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에 나오는 방화사처럼. 이런 선동이라면 언제고 대환영입니다.

다락방 2021-07-28 17:59   좋아요 1 | URL
유리열쇠 님! 책 내용은 즐거운 것과 거리가 멀었지만 정말 즐겁게 읽었거든요. 고민없이 추천합니다!!
 
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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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아 일자리를 잃은 펠리사아는 다른 풀타임 일자리를 구하고 싶었지만 좀처럼 일을 구할 수가 없었다. 아빠와 오빠들은 펠리시아가 파트타임 잡을 구해 가사노동을 온통 펠리시아가 도맡아 주기를 바랐다. 백살이 된 할머니를 돌보는것 까지도. 이런 답답한 펠리시아의 삶에 사랑은 한줄기 빛이었고 구원이었다. 나 같은 사람을 누가 바라봐줄까 했던 펠리사아에게 다가와 사랑을 속삭이는 남자 '조니'가 나타난 것이다. 일주일간 매일 만나서 사랑을 속삭이고 혹시 모를 임신에 대한 걱정을 할라치면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이 다 알아서 한다고 조니가 말했기 때문에, 펠리시아는 사랑에 빠져 조니를 믿었다. 조니와 펠리시아는 사랑하니까 앞으로 이 사랑으로 서로에게 행복이 되어줄 터였다. 펠리시아의 나이 열일곱이었다.


그러나 어쩌다 몸이 아픈 엄마를 방문하기 위해 고향에 들르는 것이 전부였던 조니는 다시 자신의 직장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했다. 주소를 알려달라고 편지를 쓰겠다고 펠리시아는 요구했지만 주소를 알 수 없었고 그는 자신이 먼저 편지를 보내겠다고 했지만 펠리시아의 주소를 알려준 적이 없었다. 내내 애를 태우던 펠리시아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깨닫고 조니의 엄마를 찾아가 조니가 사는 곳의 주소를 알려달라고, 나에게는 그가 필요하다고 애원해보지만 조니의 엄마는 그녀에게 내 아들을 그냥 두라고 말하며 그녀를 쫓아낸다. 열일곱 펠리시아의 임신은 펠리시아의 아버지도 알게 되고, 아버지는 펠리시아에게, 자신의 딸에게 창녀라고 소리친다. 펠리시아는 집을 나온다.


너무나 전형적인 나쁜 놈이 나온다. 피임하지 않았으면서 그러나 걱정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이 임신하지 않는 육체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빈번히 생각하지만, 만약 임신이 섹스후에 랜덤으로 오는 것이었다면, 그러니까 반드시 여자만 임신하는 게 아니라 남자도 임신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남자들은 지금보다 콘돔 쓰는데 더 열심이었을 것이고, 세상에 섹스의 횟수는 지금보다 적었을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임신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섹스하지 않는 것이니까. 그러나 임신은 여자만의 몫이고 아이를 배안에서 키워가거나 혹은 병원에 가 낙태를 하는 일도 여자만의 몫이기 때문에 남자들은 때로는 귀찮아서, 콘돔 사는 걸 까먹어서, 콘돔을 끼면 느낌이 살지 않아서, 너무 욕망이 강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피임에 소홀한다. 그들에게 섹스는 절실하지만 임신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그러면서도 괜찮아, 내가 다 조심하고 있어, 라고 말하고 그러다 여자가 임신을 하면 그야말로 세상 찌질한 남자가 된다. 조니는 펠리시아가 임신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로 임신시켜두고 떠났고 사실 펠리시아랑 다시 또 관계를 이어나갈 생각도 전혀 없었다. 펠리시아는 그것을 사랑이라 불렀지만 조니에게 그것은 잠시잠깐 고향에 내려가서 욕구를 해소한 것 뿐이었다. 아, 하나의 모험담으로 추가될 순 있겠다. 동료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내가 말야 이번에 고향에 내려갔다가~ 하고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시면서 얘기하겠지. 친구들은 껄껄 웃을테고. 그런 모험담속의 소재가 펠리시아였다. 



초반에 한 남자의 모험담 속에 등장하는 여자라면, 그 후에는 힐디치 씨라는 평범해 보이는 중년 남자의 트로피 여친이 된다. 아니, 펠리시아는 자신의 정체성이 그 남자의 여자친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고 그럴 의도도 아니었으며 또한 자신이 그렇게 보일 거라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한다. 그러나 누가 봐도 집을 나왔으며 갈 곳 없어 보이는 듯한 열일곱 펠리시아에게 중년의 퉁퉁한 사내 힐디치 씨는 다가왔고, 온갖 선함을 가장하며 그녀에게 선의를 베푼다. 네가 원하는 곳에 데려다줄게, 너를 배불리 먹여줄게, 나의 집에서 쉬게 해줄게, 너의 남자친구를 찾아줄게 등등. 그러면서 그는 수시로 그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길 원하고 그것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그녀와 함께 병원에 가서는 '나의 여자친구'라고, 물론 펠리시아가 자리에 없는 틈을 타 그녀와의 관계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그는 그녀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것이 너무 짜릿하고 즐겁다. 그녀가 인정하지도 알지도 못하는 관계를 설정하고서는 그 혼자 그 관계에 뿌듯해하고 그리고 그것을 지속시키고 싶어한다. 나는 너에게 잘하고 있으니 너는 나랑 오래 잘 지내고 나에게 고마워해야지. 그러나 이 젊은 여성은 사실 처음부터 그가 두렵긴 했다. 누군가의 선의를 이렇게 단번에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못하며 그것은 반드시 되갚아야할 것이라는 자명한 이치를 간직한 채로, 그것에 앞서 이 중년의 남자가 '혼자서', '혼자인' 나에게 선의를 베푸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나는 이것을 받아들여도 되는가, 이 사람의 차에 타도 되는가, 이 사람의 집에 발을 들여놓아도 되는가. 이런 불안감을 가지면서도 그러나 그곳에 발을 들이는 까닭은 펠리시아가, 그리고 그전에 펠리사아 같았던 다른 젊은 여성들 모두가 다른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폭력으로부터 도망치고, 돈이 없고 그렇게 갈 데가 없으므로 어쩔 수 없었고, 그리고 시간이 좀 흐르면 더이상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본인의 갈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그렇지만 이제 가야겠어요.



이 관계에 만족하고 있었으며 뿌듯했고 무엇보다 자신이 베푼 것이 선의라고 믿었던 힐디치 씨는 자신이 돌봐주고 도와주었던 그녀들이 그렇게 말을 할 때마다 너무나 너무나 서운했다. 왜 이 관계를, 이 집 안에서 너와 나의 단단한 관계를 너는 더 유지하려 하지 않지? 자신이 베푼 선의에 대해 자신이 기대한 답을 받지 못하는 힐디치 씨는 그래서 자신 안의 악에 몸을 푹 담근다. 한 발은 원래 담그고 있었던 터다.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일상이, 그녀들의 떠나겠다는 말에 무너지는 거다. 뭐라고? 날 떠나? 내가 널 그냥 떠나게 둘 수 있겠니?



힐디치 씨에게 관계-그는 그것을 우정이라 말한다-란 그런 것이었다. 직장에서 성실히 일 잘하는 사람이었고 그러므로 두루두루 좋은 사람인 듯, 평범한 사람인 듯 보였지만, 그가 맺는 관계라는 것, 친밀함이라는 것은, 이 밀폐된 집 안에서 단 둘이 있으면서 서로 결속되는 것이어야 했다. 바깥으로 나가서는 안되고 이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갇혀사는 삶. 필요한 걸 모두 자기가 해주고 있으니 상대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만족해야 했다. 내가 아껴주잖아. 그가 그런 관계를 자꾸만 시도하고 실패에 절망했다 또 상대를 물색해 시도하는 것은, 그가 어릴적부터 맺어왔던 관계라는 것이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감금되어지고 그 안에서 일어난 일을 목격하고 그러면서 입 닥치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여야 했던 삶. 그 삶은 힐디치 씨를 어른이 되어 자신이 당한 일을 그대로 하게 만들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어느 순간 바뀌어버린 것. 거기에, 자신의 길을 찾고자 나섰던 펠리시아가, 그리고 펠리시아 이전의 베스, 샤론, 보비, 게이, 엘시, 재키가 걸려들었다. 그저 자신의 길을 가려고 했던 것뿐인데 중간에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여자가 길을 떠난다는 것은 왜 이다지도 어렵고 험난한걸까.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고 선의는 선의가 아닌 길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자꾸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왜 이다지도 힘든가. 나아가지 않으면 가사노동으로 허리가 휘면서 꿈도 희망도 없는 삶이 기다리고, 사랑을 찾아 그것이 구원이 되겠다 싶으면 사실 남자는 임신시키고 도망쳐버린다. 늙은 남자의 선의는 그저 나를 장식용으로 데리고 다니는 것이었고, 길을 다니면서도 숱하게 바로 악의 구렁텅이로 직행하는 손길이 자꾸만 뻗쳐온다. 거기에서 열일곱살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며 간신히 하나를 피해 도망쳤다한들 또 만나게 될 위험에서도 도망친다는 보장은 어디에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또 오늘의 희망과 빛을 끌어안으려 노력하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에너지일까. 어떻게 펠리시아는 햇볕을 쬘 수 있을까.



윌리엄 트레버는 책의 말미에서 선의를 얘기한다. 보통 사람들의 크지 않은 선의. 그러나 햇볕을 쬐도록 도와주는, 고통을 덜어주는 진정한 선의. 선의를 가장한 악의로부터 빠져나와서 다시 햇볕을 쬘 수 있는건, 그 선의들을 보고 받았기 때문에 가능햇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후의 펠리시아는 어떻게 됐을까. 나는 그간 살아오며 다른 사람의 삶의 형태에 대해 내 기준으로 단정지어서는 안된다는 걸 배웠지만, 그런데 그 후의 펠리시아는 어떻게 됐을까를 자꾸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쬘 수 있는 건 다행한 일이지만,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을까. 책의 해설에서 정부는 펠리시아 같은 사람들을 위한 구제책을 마련해 성공했다는데, 펠리시아는 그 수혜를 받았을까. 내가 어릴 적에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이제는 남자의 안심해도 된다는 말을 믿지 말라고 말하는 어른 여자가 되었을까. 


열입곱살 여자에겐 더 많은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 그 남자를 따라 숲에 가지 말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필요하고, 그 남자를 따라 차에 타지 말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물론 열일곱살 남자에게도 그런 어른은 필요하다.  힐디치 씨에게도 방향을 알려주고 끌어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우정이란 어떤건지 몸소 보여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 뒤에 다른 소녀들에게 가해질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자아이들이 길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면 그 길을 안전하게 떠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걸 원한다면 원하는 걸 이루어내는데에 있어서 악의가 끼어들어 길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 길을 펼쳐 보여주고 혹은 길을 물었을 때 옳은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하는 몫이다. 길을 떠나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주저 앉혀서는 안된다. 떠나는 걸 원한다면 가도록 해야한다. 여정을 떠난 여자아이들이 밑바닥 인생이 되어서는 안된다. 여자아이들의 여정은 힘차게 계속되어야 한다. 원하는 것을 비로소 찾아낼 때까지.



여아자이들은 엉망진창이 된 삶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혹은 그냥 뭔가 다른 것을 원해서 길을 떠난다. 여정중인 그들을 본 이들은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대도시나 여자를 사고파는 일이 있을 만한 큰 동네에서는 랜드로버나 폭스바겐, 도요타의 차문이 열리며 아이들을 태운다. 

콘스 씨 집에 그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들은 상점 입구에 머물러보기도 한다. 모든 일에는 다 처음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하며 노상의 잠자리에 자리잡는다. 한동안은 실종으로 처리되지만 나중에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다. 밑바닥 인생, 이제 그들은 그렇게 불린다. -p.306-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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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7-25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트레버 단편집을 끝까지 못 읽었지만 트레버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알라딘 이웃님들이 극찬하시는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을 만난다는 건 정말 좋은 거 같아요. 그 시대에 새롭게 쓰여진 것도 소중하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을 새롭게 만나게 되면 그야말로 횡재 아니겠습니까. 이게 바로 문학이야!의 다락방님의 외침이 귀에 울리는 듯 합니다^^

다락방 2021-07-26 09:47   좋아요 1 | URL
이래서 소설을 읽는거지, 오랜만에 소설 읽는 기쁨에 젖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되는지 궁금해서 책장을 빨리 넘기게 되기도 했고요. 저는 윌리엄 트레버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닌데 근데 이 책 참 좋았어요. 책장을 덮고나서도 자꾸 생각하게 돼요. 힐디치 씨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여자에게는 여정을 떠나는 것 뿐만 아니라 떠나지 않을 때조차도 위험한 삶이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좋은 독서의 시간이었습니다.

독서괭 2021-07-26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트 100개요❤️❤️❤️❤️❤️

다락방 2021-07-26 09:47   좋아요 0 | URL
하트 백개 접수요! 후훗.
 
[젠더 트러블] 남자는 남자를 사랑해서

 

 

 

 

 

 

 

 

 

 

 

 

 

 

아니 어제 도대체 이게 뭣여 왜 검색해도 안나와, 했던 '조앤 리비어의 「가면으로서의 여성성 Womanliness as a Masquerade」'은 이 책 읽다보니 논문이라고 다시 언급된다. 아니 그러면 처음 나왔을 때 논문이라고 해주지 왜 실컷 이것이 뭣이여 하고 검색한 뒤에 없네? 뭔데? 이러고 답답해하는데 나중에 논문이라고 언급하는 것이여. 진짜루 친절하지 않은 글쓰기다 버틀러..증맬루 뭐여...

 

어제도 인용하면서 생각한거지만 버틀러는 그렇다면 이 책을 쓰기 전에 임 푸코, 레비 스트로스, 이리가레, 조앤 리비어,프로이트,라캉 다 읽었다는 거잖아. 오늘 출근길에는 라캉을 인용한 부분을 만났다.

 

 

라캉은 그 특유의 대명사의 위치들 사이의 미끄러짐 때문에, 누가 누구를 거절할 것인지를 명확히 밝히는 데 실패한다. 그러나 독자로서 우리는 이 자유롭게 떠다니는 '거절(refusal)'이 중요한 방식으로 가면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든 거절이 결국, 현재 혹은 과거에 있었던 다른 어떤 관계에 대한 충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거절은 동시에 어떤 것의 보존이기도 하다. 가면은 이와 같은 상실을 감추지만, 그것을 감춤으로써 그 상실을 보존(하고 부정)한다. (p.180-181)

 

 

나는 이 가면 부분이 너무 재미있다. 라캉이 실망한 이성애로부터 동성애가 나타난다고 한다면 이성애 역시 실망한 동성애에서 나타나는 게 아니겠느냐고 버틀러가 말하는데 진짜 젠더에 트러블을 일으키고 있는 버틀러 되시겠다. 성적 '지향' 역시 고정관념에서 출발하는 거 아니겠냐고 말하고 그러다가 라캉이 《도덕의 계보학》쓴 니체의 통찰까지 이어지면서 노예 얘기 나오는데, 그러다가 주석으로 푸코가 언급된다. 푸코는 또 라캉을 비판했대.

 

 

30) 노예의 도덕에 대한 니체의 분석을 보려면 『도덕의 계보학』에 나오는 첫번째 소론을 참고할 것. (Friedrich Nietzsche, "First Essay", The Genealogy of Morals, trans.
walter Kaufmann, New York, Vintage, 1969) 다른 글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니체는 신은 자신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인 권력의지에 의해 창조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 복종의 구조에서 권력의지를 회복하는 것은, 신에 대한 생각과,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무력함에 대한 생각을 생산하는 바로 그 생산적 권력을 교화함으로써가능해진다. 푸코의 『감시와 처벌 Discipline and Prunish』은 니체의 여명 Daybreak 뿐아니라 분명 『도덕의 계보학』, 그중 무엇보다도 두번째 소론에 기초한다. 그의 생산적인 권력과 사법적인 권력 간의 구분은 의지의 자기 복종에 대한 니체의 분석에도 기초하고 있다. 푸코의 관점에서 사법적인 법의 생산은 생산적인 권력의 결과이지만, 그 안에서 생산적인 권력이 그 법의 은폐와 복종을 제도화한다. 푸코의 라캉에 대한 비판( (Michel Foucault, "Right of Death and Power over Life", The History of Sexuality,
Volume I, An Introduction, trans. Robert Hurley, New York, Vintage, 1980, p. 81)과 억압가설에 대한 비판은 일반적으로 사법적인 법의 중층결정된(overdetermined)위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
- P195

 

 

저 구절 읽다가 푸코 도대체 뭔데 여기저기서 다 나와, 성의 역사가 그중 제일 재미없었다는데 그렇다면 나 감시와 처벌 읽어볼까, 하고 갑자기 핸폰 꺼내 북플에 감시와 처벌 읽고싶어요 표시를 했다.

 

 

 

 

 

 

 

 

 

 

 

 

 

 

 

감시와 처벌에 대한 다른 분의 리뷰에서 판옵티콘 얘기도 나온다길래 어쩌면 재미있지 않을까, 성의 역사보다 잘 읽히지 않을까, 이걸 사서 꽂아두면 나 나름대로 푸코 책장 한 칸을 마련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니 왜 나는 뜻한바가 아니었는데 푸코 책까지 담고 있는가..하게 되었고, 이게 다 버틀러 때문이다.. 이러면서 도대체 버틀러 무엇인가.. 하게되었다.

 

버틀러가 언급하는 이리가레, 라캉, 프로이트, 푸코.. 읽은 것도 있고 읽고 싶은 것도 있고 그러한데, 이렇게 엄청난 이론들을 가져와서 비판하고 비판을 가져와서 반박하고 이러는 걸 보다보니 오늘 출근길에는 근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지는거다. 내가 버틀러를 읽는것에 푸코를 읽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나? 이게 세상 사는데 어떤 쓸모가 있나 싶어지는 거다.

 

푸코도 그렇지만 특히나 주디스 버틀러의 경우 아예 주디스 버틀러의 이름을 들어본 적조차 없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나는 뭐라고 버틀러 읽다가 푸코 쓸어담고 이리가레 읽자고 이러고 있는가. 이리가레와 버틀러와 푸코 읽어서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 싶어지는거다. 여성혐오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버틀러 책을 읽는 것보다 나가서 시위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여성혐오의 말들을 쏟아내는 사람들과 맞짱 떠서 싸우는 게 더 나은게 아닌가. 성범죄 저지르는 놈들을 죽여버리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나.  이성애 연애도 섹스도 결혼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 땅에서 여성혐오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최전방이며 또 가장 나은 방법이 아닌가 싶어지는거다. 쓸모는 그런것에 있지 않나. 버틀러 읽어서 나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나? 세상 바꾸는데 어떻게 일조를 하나? 내가 버틀러 읽고 이리가레 읽는다고 세상이 달라지나? 도대체 이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겨? 올해 11월에 이리가레 가고 내년에 스피박 가야겠다고 얘기하면서, 그런데 스피박 읽으면 대한민국이 여성차별이 없어지나? 나는 도대체 이 책을 왜 읽고 있나? 주변의 남자들하고 싸우기 위해서라면 잘 싸우는 법에 대한 책을 읽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도대체 내가 이러는 게, 3년간 계속 으쌰으쌰하며 여성학 책 읽어오는게, 그렇게 어렵다는 버틀러까지 닿아서 건드리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나 싶어지는 거다. 여기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거야? 나는 이걸 왜 읽고 있지? 왜 이거 읽다가 좋아, 이리가레 도전이다, 좋아, 푸코를 더 읽어보자..왜 이러고 있는거지? 이것들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지? 버틀러의 이름을 알고 버틀러의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내용을 다 파악하지도 못했지만 다 파악한다고 해도, 도대체 이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느냔 말이다.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무슨 의미야....푸코 책장은 뭐하러 만들어.... 푸코는 감시 그런 책 왜 썼어? 막 이렇게 되어버려서 내 머릿속에 트러블 생겨버린 것이다. 내 머릿속에 트러블, 내 독서 의욕에 트러블, 글쓰기에 트러블, 내 통장에 트러블...트러블 메이커가 되어버린 젠더 트러블인 것이여.......

 

 

의미. 의미. 쓸모. 쓸모.

나는 의미있고 쓸모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도대체가 모르겠네?

 

의미는 뭐고 쓸모는 뭐냐..이러면서 성의 역사 옆에 감시와 처벌 꽂으면 예쁘겠다...하고 있다. 아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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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22 11: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트러블 라임 떨어지는 것 보소.. 트트러블 메이커!!! 음. 충분히 이해가 되다 못해 감읍하게 되는 고민인 것입니다. 여성혐오를 하는 놈들 뚝배기를 젠더트러블 모서리로 때리면 아플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책은 양장이죠. 감시와 처벌을 사셔서, 감시와 처벌 모서리로 때리면 잘 때리기에 따라서 죽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물론 뚝배기 깨는 데에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만한 책이 없겠지요. 확실합니다. 그걸로 뚝배기 후려치면 머리 마이아파...

다락방 2021-07-22 14:45   좋아요 4 | URL
저 진짜요 쟝님, 그냥 성범죄자들 죽이면서 다니는게 여성들을 위해 더 나은게 아닌가 생각해요. 버틀러 읽을 시간에 닥치는대로 성범죄자 죽이는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확실히 도움되지 않을까.. 도대체 버틀러를 왜 읽어야 합니까. 왜요. 푸코는 읽어서 뭐하게요. 진짜 환장하겠네요. 아 오늘 너무 의욕 없어요. ㅠㅠ
여성혐오 사회만 아니었어도 제가 공부할 일이 없었는데 세상이 원망스럽네요. ㅠㅠㅠㅠㅠㅠㅠ

청아 2021-07-22 15:28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전복 끝판왕이십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복에 소주 한잔 사드리고 싶....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2 16:50   좋아요 4 | URL
크 저는 전복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소주라면 사랑합니다. 소주 마시고 싶네요. 버틀러 때문에 온 몸과 영혼이 트러블 덩어리가 되어버려서 소주만이 저를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ㅜㅜ

유수 2021-07-22 11: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젠더트러블 책장은 넘어간다..와 부럽다.. 저 맹세컨대 어제 폈어요 펴기는 정말 폈어요…

다락방 2021-07-22 14:45   좋아요 3 | URL
아마도 이번 젠더 트러블 일등은 아래 ↓ 미미님이 하실 것 같습니다. 벌써 200쪽 넘게 읽으셨더라고요. 저는 몇 장 넘기지도 못하면서 아 뭐래 아이건 또 뭐야 이러다가 오늘은 급기야 왜 읽는가, 이것은 무슨 쓸모인가... 이러고 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인생은 뭐죠? ㅜㅜ

청아 2021-07-22 1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면에 관한 얘기가 끌렸는데 저의경우 다락방님보다 기초적인 측면에서 끌린것 같아요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2 14:46   좋아요 3 | URL
저 가면 논문 되게 읽고 싶은데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번역본 버틀러도 못읽고 있는데 원서 논문은 무슨 수로 읽는단 말인가. 머리 팽팽 돌아요. 이해되는 부분은 재미있는데 그런 부분이 현저히 적다는 게 함정입니다. ㅠㅠ 미미님처럼 조현준 교수의 그 얇은 책을 봐야겠어요. 아놔...

청아 2021-07-22 15:24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이 책 너무 좋아요! 저에게는 이 책도 좀 어렵지만(ㅋㅋㅋㅋㅋㅋ) 그럼에도 좋았거든요. 다락방님은 저보다 쉽게,더 많이 보시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아담하고 100몇 페이지 밖에 안되는데 조현준교수님이 버틀러를 열심히 연구한 흔적이 보입니다~♡♡

다락방 2021-07-22 16:51   좋아요 2 | URL
버틀러에게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네요. 이왕 가기로 한 거 잘 가기 위해서라도 미미님 링크하신 책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흑흑. 버틀러 미워!! ㅠㅠ

단발머리 2021-07-22 12: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런 것이 진짜 공부의 맛 아니겠습니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지식의 향연, 인용은 인용을 부르고, 밑줄은 구매를 부르고, 구매는 책장으로 완성된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건 몰라도 푸코 책은 꽂아두면 늠름하잖아요. 키가 크고 반짝반짝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그렇다고요. 그냥 그렇다는 건만 말하는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2 14:48   좋아요 3 | URL
오늘은 왜이렇게 버틀러가 저를 바닥으로 내팽개치는지 모르겠어요. 공부란 무엇인가, 왜 공부해야 하는가, 책은 왜 읽는가, 이게 정녕 세상을 바꾸는데 무슨 도움이 되는가..제 의욕이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어요. 오늘은 뭔가 할 생각을 말고 잠 푹 자고 일어나서 내일 희망차게 보내야겠어요. 내일은 버틀러 님과 반갑게 만날 수 있어야 할텐데요. 이러다가 내일 의욕 뽝- 생겨서 푸코 질럿!! 이러고 있는것은 아닐지... 인생.....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