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화이자 2차 접종을 했는데 어제는 괜찮더니 오늘은 아침에 눈 뜨는게 괴로웠다. 어제는 하루 백신 맞겠다고 연차를 냈고 오늘은 아니었는데 정작 내야 하는 건 오늘이었던 것 같다. 꾸역꾸역 출근준비를 하고 가는 내내 바람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아팠다. 내가 내 손으로 살며시 내 팔위에 얹으면 그 팔이 또 아팠다. 친구들이 안부를 물어주고 조금 괴롭네, 답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는데 그것도 백신의 부작용일까? 회사에 도착해 보쓰의 출근 후, 내가 아프니 집에 가겠노라 말했다. 그리고 조퇴를 했다. 집에 오는 길 내내 몸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머리도 멍해지고. 집에 와서는 얼른 밥을 챙겨먹고 타이레놀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깊은 잠을 내리 자고 싶었는데 얼마 안가 깼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지만 아까보다 몸 상태가 나은 것 같아 일어났다. 이건 타이레놀의 힘인것 같다. 아마 약발이 다 떨어지면 다시 아파지겠지. 자기 전에 타이레놀을 또 먹고 자야겠다. 그리고 책을 펼쳤다. 하루종일 어떤 글자도 읽고 싶지 않았엇는데, 이제 좀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샐리 루니의 책 Conversations with friends (친구들과의 대화)를 읽는 일이 썩 유쾌하진 않다. 대체 왜 그러는걸까 에 대해서 연신 생각해야 하니까. 지난주 할당량에서는 프랜시스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녀는 하혈을 했고 병원에서는 임신 가능성을 묻는다. 덩어리 같은 것도 보였기 때문에 어쩌면 임신을 하고 유산을 했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병원에서는 피임에 대해 물었고 피임을 했지만 항상 완벽한 건 아니었다고 프랜시스는 답한다. 프랜시스는 아프고 고통스럽고 그렇게 병원 침대에서 나에게 아기가 생긴걸까 그런데 유산되는걸까 고민하면서 닉에게 전화를 한다. 그런데 닉은 너한테 전화온 걸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전화했냐, 날 난처하게 만들려고 작정한거냐면서 짜증을 낸다. 프랜시스는 자신을 임신하게 했을지도 모를 남자, 그런데 유산했다면 역시 그 절반의 몫을 가진 남자에게, 내가 지금 아프고 고통스럽고 이런 상황이라는 걸 알릴 겨를도 없다. 그가 짜증을 내는 통에.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전하지도 못하고 끊는다.


내 고통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 아니라 그와 내가 함께 한 일 때문에 벌어진 것일수도 있는데, 그런데 아픈건 지금 나 혼자만의 몫인데, 그런데 상대는 내 말을 들을 생각조차 못하고 자기 상황이 난처하게 됐다며 짜증을 낸다. 너무 화나잖아? 나는 이 부분에서 너무 짜증이 나서 미쳐버릴 것 같은 거다. 왜 이런 관계를 견디고 있는 거냐고 프랜시스의 어깨를 잡고 흔들고 싶었다. 아무리 사랑하고 아무리 친해도 우리가 항상 급박한 순간에 상대의 옆에 있어줄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삶의 영역을 가지고 있으니까. 회사를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고 또 가족도 있다. 그러니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해서 늘 당신이 필요할 때 언제나 달려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건 성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당신의 아이를 임신했을 지도 모르고 또 유산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고통스러운데 당신에게 이걸 전할수조차 없다면, 내가 전하기 위해 말을 걸었는데 자기가 지금 곤란하다고 짜증을 내면,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내 사랑은 그간 어떤 것이었나? 그리고 앞으로 어떤 것이 되려나? 이 사랑은 지속할 '가치'가 있나? 사랑의 가치는 오로지 네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에만 있는 건 아니지않나? 이런식으로 나를 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버리는데 그 사랑을 왜 계속하는가. 며칠 뒤 닉이 다정하게 다가오면 프랜시스는 또 녹아버린다. 이런 걸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 역시도 애인에게 싦망하거나 서운하거나 서러웠다가 다시 풀어지곤 햇던 일들이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나를 바닥으로 내팽개치는데에야 그 다음의 다정함으로 끌어올려질 수 있단 말인가?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해놓고?


Go ahead, I said. Live your life. -p.188


닉에게 니 삶을 살아라, 가라, 라고 통화중에 말할때 닉의 삶에 프랜시스는 없다. 프랜시스는 최근에 닉과 가장 많이 섹스하는 사람인데 정작 닉이 live my life 할 때는 프랜시스가 없다. 그렇다면 프랜시스는 닉의 어디쯤에 있는 것인가. 그토록 친밀하게 옷을 벗기고 툭하면 섹스하고 한 침대에 들고 웃지만, 그렇지만 나를 배제한 채 너의 삶을 살러 가라고 말하는 그런 기분과 그런 상황은 대체 왜 스스로에게 허락해야 하는것인가.



What did they talk about? Did they amuse each other? Did they discuss their emotional lives, did they confide in one another? Did he respect Melissa more than me? Did he like her more? If we were both going to die in a burning building and he could only save one of us, wouldn't he certainly save Melissa and not me? It seemed practically evil to have so much sex with someone who you would later allow to burn to death. -p.201


무슨 이야기를 할까? 즐거운 시간을 보낼까?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서로 비밀을 털어놓을까? 닉은 나보다 멀리사를 더 존중할까? 그녀를 더 좋아할까? 멀리사와 내가 불타는 건물에 갇히면 닉은 분명 내가 아니라 멀리사를 구하지 않을까? 나중에 불에 타서 죽게 놔둘 사람이랑 이렇게 섹스를 많이 한다는 것은 정말 나쁜짓 같았다. -p.201



그녀와 내가 함께 불에 타고 있다면 그녀를 구하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를 사랑하는 건 .. 뭘까? 사랑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일까? 프랜시스는 닉 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하지 않을까? 이 모든 구절구절들이 진짜 너무 스트레스인거다. 내가 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아닌걸 알면서도 그를 사랑하는게, 친구들이 알게 될까봐 조마조마하면서도 그를 사랑하는게.


이 사랑은 대체 어디서 온것일까. 닉은 프랜시스에게 프랜시스가 갖지 못한 그 모든것의 실현이었다. 알콜중독인 아버지는 집을 쓰레기통처럼 해놓고 살고-그래서 아버지 집에는 가기가 싫다-,다정한 사람도 아니다. 엄마랑도 살가운 모녀관계가 아니며 친구라고는 전애인이었던 보비와, 같이 인턴쉽을 하고 있는 필립이 전부이다. 자기가 혐오하는 아버지로부터 용돈을 받아 쓰고 있고 보비 아니면 다른 인간관계도 없고, 항상 보비랑 함께 다니는데 예쁜 보비는 언제나 인기가 많고 사람들을 웃게 한다. 프랜시스와 함께 있는 보비는 언제나 더 돋보이는 존재이다. 그런데 닉은 어떤가. 매우 잘생겼고 어릴 때 영재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고 무엇보다 영화배우고 그래서 검색하면 이미지나 기사를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부자이며 좋은 집에 산다. 프랜시스가 갖지 못한 모든 걸 가진 사람. 프랜시스가 닉에 대해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된 데에는 주변에 프랜시스를 제대로, 깊게 봐주는 사람이 없는 외로움과, 그런 상황에서 자기랑 대화를 시도하는 닉에 대한 고마움과 호감이 섞였을 것이고, 게다가 자기가 갖지 못한 잘생김과 인기와 부유함. 이 모든 것이 거기에 섞였을텐데 게다가 섹스를 할 때면 자기가 주도권을 쥔 것 같은 느낌까지.  게다가 보비도 닉도 프랜시스를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인정하고 봐주는 사람이라 그 안에서 허우적대는걸까. 



프랜시스도 다른 남자를 만나 섹스를 해봤다. 그 섹스의 경험 자체가 별로였는데 이 일에 대해 얘기하자 닉은 화를 낸다. 너가 다른 남자랑 잤다고??????????????


 You're fucking married, I said. -p.216


나는 결혼했고 아내가 있고 아내를 사랑하지만, 뭐, 니가 다른 남자랑 자??? 그걸 내가 알게 해???



프랜시스는 자해를 한다. 나는 그녀가 왜 자해를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다치고 아픈거에 늘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혹여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아플까봐 늘 걱정이 많다. 그런데 프랜시스는 자기가 자기를 할퀴고, 급기야 닉에게 나를 때려달라고(hit me) 말한다. 닉은 그게 니가 원하는 거냐고 하지만, 프랜시스는 당신이 원한다면 나를 때려도 된다는 거에요, 라고 말한다. 닉은 당황스러워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Do you think I want to hurt you? -p.215


내가 널 아프게 만들고 싶을 것 같아?



닉은 프랜시스를 때리지 '않는다'.

나는 샐리 루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설거지를 하면서 계속 생각했다. 왜냐하면 샐리 루니는 자신의 다른 소설 [노멀 피플]에서도 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나를 때려달라고 말하고 남자는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라면서 거기에 응하지 않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번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나를 때려줘, 니가 원한다면 때려도 돼, 라고 말하는 여자와 내가 너를 상처입히고 싶을 것 같니? 라고 말하면서 그에 응하지 않는 남자. 

이 장면에서 샐리 루니는 뭘 말하고 싶을까? 자신의 소설에 연달아 이런 장면을 넣었다는 것은 이 장면이 무언가를 말해주기 때문일텐데, 그게 뭘까? 대체 왜 노멀 피플에서도 이 책에서도 이런 장면을 그린걸까? 그렇게 한 이유가 뭘까? 이 장면을 통해 샐리 루니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나는 잘 모르겠는 거다. 그런데 노멀 피플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왔었다. 여자는 실제로 자신을 섹스중에 때리는 남자와 연애한 적이 있는 거다.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섬뜩한 짓을 하면서, 정말로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믿는 걸까? 사랑이라는 게 가장 비열하고 가장 모욕적인 형태의 폭력과 구분이 안 될 만큼, 세상은 그렇게 사악한 곳일까?  (p.246)








때리는 건 폭력이라는 건 아는데 나를 때려줘, 니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도 돼, 라고 말하는 심리는 도대체 무슨 심리인걸까? 게다가 프랜시스는 섹스중에 닉의 손을 자신의 목에 갖다 대기도 한다. 나는 이 마음이, 이 심리가 뭔지 모르겠다. 나를 고통스럽게 하면서 너를 행복하게 하라는걸까, 내 고통이 드러나야만 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걸까. 이 마음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뭘까, 자신이 자신을 학대하는 것도 보는게 괴로운데, 섹스중에 남자에게 그렇게 하라고 하는 건 더 보기가 괴롭다. 나에 대한 타인의 폭력을 오케이 할 수 있다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섹스를 해야 하는걸까? 때리고 맞는 것에서 섹스의 쾌락이 더 크게 온다면, 기꺼이 그 길을 선택해야 하는걸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아나스타샤는 변태새끼 그레이를 사랑하게 됐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가 하자는대로 다 내버려두었다. 그러다 급기야 그가 채찍이었나 혁대로 그녀의 벗은 엉덩이를 때리겠다고 하고 그걸 하게한 뒤에, 아나스타샤는 울면서 그에게 말한다. 이게 니가 정말 원하는거냐고, 나를 때려서 아프게 하는게 진짜 니가 원하는 거냐고. 


내 목을 졸라서 나를 한동안 숨막히게 하는일-설사 그게 남녀 모두에게 쾌락을 가져온다해도-, 나를 때려서 나에게 상처를 내는 일, 내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는 일을, '나를 사랑하는 당신'이 원하는 일이라고? 그러면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렴, 두어야 하는건가? 


프랜시스는 잘생기고 돈많은 유부남을 만나면서 자신을 정서적으로 학대하고 (나 아내랑 있는데 전화하면 어떡해!) 그 순간순간 자신을 육체적으로도 학대한다. 그런데 그게 그녀 자신의 선택이면 타인이 학대라 이름 붙여서는 안되는걸까? 내가 원하는 때에 전화할 수 없어도 괜찮아 내가 사랑하니까... 라고 하면 그래 파워 오브 러브.. 가 되는걸까. 그리고 왜, 원한다면 때리라고 할까? 왜? 왜 전화했냐고 닉이 짜증낼 때가 최고 스트레스인줄 알았는데 원한다면 날 때려요 할 때 최고 스트레스 갱신했다. 하아. 후...잘 모르겠다. 여성에 대한 남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을 구해야 한다고, 그런 일이 없어야 된다고 열심히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데, 그런데 섹스에서는 원한다면 그래도 되는거라고 해야되는걸까? 어느 순간에는 허용되는 폭력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걸까? 샐리 루니는 닉이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무엇을 보여주려고 한걸까? 여자가 때려달라고 해도 때리지 않아야 된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걸까? 노멀 피플에서도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남자주인공들은 여자의 때려달라는 말에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때리지 않는다. 모름지기 남자 주인공이라면 그래야 한다는걸까? 그래야 주인공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범죄자 조연으로 빠진다는 걸까? 나는 여자들이 나를 때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고, 너를 때려도 되냐고 묻는 남자들에게 그래도 된다고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나를 때리는 사람을 멀리했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을 만나고 또 내 스스로 나를 귀하게 여겨도 살아봤자 백년인 것을.... 

돌이켜보면 내가 가장 나쁜 사랑을 했을 때는 내 자존감이 가장 바닥에 가 있었다.



하아-

머리가 아프다. 타이레놀을 또 먹어야겠다.


며칠전에 알라딘 중고샵 가서 책을 샀고 또 어제 주문한 책들이 오늘 도착해서 이렇게 작고 귀여운 책탑이 생겼다. ㅋㄷㅋㄷ




그런데 정작 내가 읽겠다고 꺼내온 책은 몇 년전에 사둔 책이니 내가 책을 사는 것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과연 있기는한건가........

약 먹고 잠이나 자야겠다. 


10월 첫째주면 샐리 루니도 완독할 수 있게 된다. 유후~ 그러면 나 원서 완독 네 권. 영어 실력은 어떻게 됐나요? 모르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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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9-14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유다>고민했는데 다락방님 구매하셨네요. <헤드헌터> 생각보다 두껍..다락방님 리뷰보고 결정해야겠어요~😎

다락방 2021-09-14 20:40   좋아요 5 | URL
저도 폴스타프 님 리뷰 보고 사려고 넣어놓고서도 살까말까 막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줄거리 읽어보니까 끊임없이 구애하는 남자가 나온다고 해서 갑자기 너무 궁금해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한구애 하기 때문에.. 물론 과거의 일이지만 ㅋㅋ

잠자냥 2021-09-14 22:24   좋아요 3 | URL
한구애 다부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5 07:37   좋아요 2 | URL
저는 늘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나름의 로망이 있기도 했는데요. 그것은 나의 자식에게 ˝엄마가 아빠를 엄청 따라다녀서 이렇게 되었단다~˝ 말해주는 것이었어요. 하하하하. 근데 그 새끼가 다 망쳤습니다.

이만 총총.

유부만두 2021-09-14 20: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노멀 피플에서 여주인공이 자학적 관계에 빠지는 게 싫었어요. ㅠ ㅠ

다락방 2021-09-15 07:40   좋아요 1 | URL
아마 자라온 환경이라든가 성격의 차이같은 것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하겠지만, 상대를 만나면서 내가 바닥으로 내팽개쳐지는 사랑에서는 벗어나는게 궁극적 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스틸하우스 레이크]라는 소설에서는 남편이 섹스중에 자꾸 아내의 목을 조르고 싫다니까 때려가면서 목을 조르죠. 결국 그 남편은 여성 연쇄살인범이었어요. 이건 극단적인 경우지만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섹스와 일상에 녹여낸다는 것은 그 자극을 더 확장시키는 결과를 불러오는게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내팽개쳐지는 관계라면 사랑이든 우정이든 빠져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ㅠㅠ

PersonaSchatten 2021-09-14 20: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은 안 가지만 읽다보니 그런 거 같아요. 아닐 수도 있지만 주사때문에 아픈 걸 알지만 간호사가 찰싹찰싹 해서 아프다고 생각할 수도 있듯이, 닉은 나를 너무 정신적으로 속상하게 하고 이루어지기도 어렵고 내가 너무 많이 사랑하니깐 거기서 생기는 부조화를 차라리 물리적으로 나쁜 행동을 남자가 하면 정신적으로 덜 불편한 거…? 그런 거 아닐까요. 남자들은 항상 모르니까요. 강화길 책에선 (ex.음복) 남편이 단순하고 맑게 평생 모르길 바라는 주인공이 있지만 남편도 사실은 모르지 않는 어떤 묘한 상황들이 있는거 같은데 여자는 그게 너무 스트레스인데 자꾸만 드러나는 물증이 없어서 여자를 궁지에 몰고 더 예민하고 까탈스런 사람으로 만들어 소외시키고 남자는 그런 문제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되게 안 좋은 방법이지만 그걸 또 혼자서 납득하고 감당하기 위해서 프랜시스는 그런 슬픈 짓을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어떤 면에선 견디기가 어려워서? 여자만 책임지게 되는 어떤 상황들이요. 거기다가 자기도 유부남이면서 다른 남자랑 경험 이야기 했다고 화를 내는 사람이라면…; 왜 만날까요? 대체.
음 제가 뭔말하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다락방 2021-09-15 08:28   좋아요 1 | URL
일단 프랜시스는 저 유부남을 만나기 전부터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 행동을 해왔던 걸로 보여요. 그러다가 유부남 만나 섹스하면서 급기야 날 때려줘까지 가게 된거고, 그 유부남은 그걸 거부하면서 그녀의 몸에 상처가 난 걸 보고 혹시 이거 네가 그런거야? 묻죠.
이 유부남이 다른 남자 만났다고 화를낸건, 아마도 지금 자기도 아내랑은 자고 있지 않아서일까..잘 모르겠어요. 프랜시스 입장에서는 닉을 사랑하니 닉이 질투해주길 바라서 부러 말한 걸 수도 있고요. 옛말에 첩이 첩질 꼴을 못본다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닉의 경우는 자신이 유부남이니까 이 경우도 아닌것 같고.. 어쩌면 인간이란 욕심 많은 동물이라 저런 반응 자체가 당연한 걸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어요. 만약 내가 결혼했는데 총각 애인이 있는데 그 애인이 다른 여자랑 잤다고 하면 나는 거기다 대고 ‘괜찮아 나 유부녀니까‘ 하게될까, 라고 한다면 또 그건 아닐 것 같거든요. 뭐라고? 하면서 버럭할 것 같은데 그건 인간이 갖는 기본적 욕심일까요? 나만 봐주고 나만 사랑해주길 바라는게 인간의 기본적 욕심인가..

여하튼 저는 때리는게 싫습니다.. ㅜㅜ

PersonaSchatten 2021-09-15 12:00   좋아요 0 | URL
정말 이해가 안가네요 ㅠㅠ

Falstaff 2021-09-14 20: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 저도 모레 화이자 2차 접종입니다. 은근히 쫄고 있는 중이예요. ㅠㅠ

잠자냥 2021-09-14 22:24   좋아요 2 | URL
금주하시오! 동무

다락방 2021-09-15 08:36   좋아요 0 | URL
폴스타프 님, 오늘은 제가 겨드랑이가 붓고 아픕니다. 이게 화이자 부작용 중 하나라네요. 어휴 2 차 저에겐 혹독한데, 부디 폴스타프 님은 무사히 넘어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ㅠㅠ

Falstaff 2021-09-15 11:03   좋아요 0 | URL
흑흑.... 금주도 못 하겠고, 겁은 나고, 이거 우짤꼬....
다락방님, 얼른 회복하시고 와인 한 병 벌컥벌컥 하셔요!

다락방 2021-09-15 11:39   좋아요 0 | URL
저의 음주생활은 토요일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으르렁-

잠자냥 2021-09-15 12:10   좋아요 0 | URL
비록 1차 맞았을 때였지만 저도 6일은 금주했습니다요. ㅋㅋㅋㅋ 폴스타프 금주 화이팅! ㅋㅋㅋ

다락방 2021-09-15 12:20   좋아요 0 | URL
와 잠자냥 님의 자제력은 세계 최고네요. 어떻게 6일을 금주하셨어요? 전 1차 맞고는 그 날 하루 금주했어요.아, 다음날도 한 것 같네요. 수요일에 주사 맞고 금요일에 술마신듯요.

그럼 이만..

Falstaff 2021-09-15 15:08   좋아요 1 | URL
크하하하하.....
울 마누라는 내일 백신 2차 힘든 거 맞는다고, 오늘 잘 먹고 힘내라는 의미에서 소고기 안심 3백 그램하고 진로 골드 한 병 샀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열분, 열심히 금주하셔요!!!!!!!

다락방 2021-09-15 15:17   좋아요 1 | URL
아니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소고기 안심이 있으니까 다 괜찮을거니다, 폴스타프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9-14 21: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들 가볍게 넘어가시길...!

다락방 2021-09-15 08:39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 아침 일어나니 겨드랑이 통증까지 왔는데 다른 분들은 부디 가볍게 넘어가시기를 바랍니다. 흑 ㅜㅜ

단발머리 2021-09-14 22: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더 반가운 책 <미국의 목가>로 해야하나 <오이디푸스 왕>으로 해야하나 고민되고, 어떤 책이 중고책인가요? 다들 너무 상태 좋은데요.
아프지 마요, 다락방님.... 젊음은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아프지 마요. 얼른 나아요....

다락방 2021-09-15 08:41   좋아요 0 | URL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유다>, <헤드헌터> 가 중고입니다. 헤드헌터는 가까이서 보면 중고 티 너무 나긴해요. 이렇게 책등만 찍어 놓으니 누가누가 중고인가 내기내기 해보자 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이자 2차 저에게는 혹독하네요. 부디 다른 분들은 아프지말고 넘어가시기를 바랍니다. 저 왜케 젊어가지고 왜케 아파요.. 하아-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수이 2021-09-14 2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야기할 게 너무 많아지는데 이건 도저히 글로 쓰면서 못할 거 같아요 나중에 할게요. 아니 아픈데 왜 이렇게 길게 썼어요?! 얼른 타이레놀 한알 더 먹고 자요 내일은 아프지 말자!!!

다락방 2021-09-15 08:43   좋아요 0 | URL
어제 집에 와서 밥 먹고 타이레놀 먹고 좀 자다 깼더니 책 읽고 글 쓰는게 가능하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진짜 글씨라고는 꼴도 보기가 싫었었는데 말예요. 역시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인듯 합니다. 몸이 아프니 다 귀찮았어요. 휴..

비타 님도 샐리 루니 책 읽고 글 써주세요. 저는 이번주 분량 좀 읽다가 자해하는거, 닉에게 때려달라는 거 읽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이 장면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때려달라고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고요. ㅠㅠ

새파랑 2021-09-14 2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백신 맞자마자 타이레놀을 먹어야 안아프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6시간 간격으로 계속 먹고~! 다락방님 괜찮아지시길 바랍니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좀쎄(?)네요. <노멀 피플>은 좋았는데 ㅎㅎ 필립로스가 눈에 띄네요 ㅋ 오이디푸스왕 한권 읽음 😆

책은 사는거 따로, 읽는거 따로 인것 같아요 ㅋ

다락방 2021-09-15 08:45   좋아요 2 | URL
저는 자기 전에만 먹었기 때문에 이렇게 혹독하게 아픈걸까요 ㅠㅠ 어쨌든 약기운으로 지금은 괜찮은 컨디션이 된 것 같아요. 휴..

저는 노멀 피플에 좋았던 장면들이 있었지만 막 좋지는 않았거든요. 지금도 읽으면서 샐리 루니가 왜그렇게 인기인걸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오이디푸스 왕은 새파랑 님 리뷰 보고 땡투 드리고 산겁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얄라알라 2021-09-14 2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많이 힘드셨나봐요. 평소와 조금 톤이 다른 도입부여서 긴장했습니다. 2차 맞고 더 힘들다고 하는 분들 많던데 머리 아프신 와중에 책을 읽으시다니! 백신 핑계대로 땡땡이 치시고 푸욱 쉬시어요.^ ^ 내일은 가뿐!!! 화이팅입니다용

다락방 2021-09-15 08:46   좋아요 1 | URL
네 어제는 정말 컨디션이 엉망 진창이었어요. 오늘은 그나마 어제보다 나아서 한결 살 것 같아요. 역시 아프지 않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몸이 안좋으니 모든게 다 싫고 짜증나고 의욕도 없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어제는 괴로웠어요 ㅠㅠ 다행히 오늘은 어제보다 낫습니다. 그런데.. 겨드랑이 통증이 찾아왔어요. 하하하하하. 화이자 2차 저에게 좀 너무한 경향이 있습니다. 흠흠.

잠자냥 2021-09-14 2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샐리 루니는… 제 느낌엔 정신적으로 좀 아픈 사람 같아요. <노멀 피플> 읽을 때 쎄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 포스팅을 읽으니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다락방 2021-09-15 08:54   좋아요 1 | URL
읽다보니 어떤 부분들은 좋기도 하고 또 이것은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이고 만들어낸 인물들이니 제가 그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지만, 저는 왜 노멀피플과 친구들과의 대화 모두에 날 때려달라고 말하고 그걸 거절하는 남자가 나오는지, 그렇게 한 이유가 뭔지 너무 궁금해졌어요. 샐리 루니가 연달아 작품에 그런 장면을 그려낸 이유가 뭘까.. 젊은 여성 작가 특유의 짜릿한 지점들이 분명 있거든요. 한예로 이 책에 등장하는 백인남성들이 스스로를 ‘억압하는 백인 남성‘이라고 칭하는데, 그런 용어 자체가 책 속에 드러난다는 게 저는 좋더라고요.

저는 그 생각도 많이 했어요. 사랑이란게 물론 나의 환경과 여태 살아온 나의 성향에 영향을 받는거지만, 만약 닉이 인기가 없거나, 부자가 아니거나, 잘생기지 않았다면, 그래도 프랜시스는 그를 사랑했을까? 뭐 여튼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 2021-09-14 2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두 내일 백신 맞아요 ㅠㅡㅜ 근데 아프다는 다부장님의 이야기에 오소소소 소름이 돋는다…? 샐리루니의 또다른 책은 그런 내용이군요. 음 작가가 표현하는 그런 관계를 내심 알것 같기도 또 전혀 모르겠다 싶기도해요. 무튼 저도 한번쯤 읽어볼….(이번달은 아님)
다락방님 오늘은 이불덮구 코자요~ 뭐 하지말구!’

다락방 2021-09-15 08:55   좋아요 2 | URL
저는 이 책은 저보다 공쟝쟝님이 더 잘 읽어내고 더 좋아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주인공과 세대가 비슷하니까? ㅋㅋㅋㅋㅋ 저는 이미 너무 꼰대라 답답한 지점이 너무 많아요. 자꾸 꼰대의 시점으로 ‘너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마!‘, ‘그 남자 만나지마!‘ 막 이렇게 되어버려가지고 힘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절레절레)

- 2021-09-15 10:5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아닠ㅋㅋㅋ 나 알라딘 밀레니얼 대표여??? 다락방님의 시점이 꼰대의 시점일까요?ㅋㅋㅋ 당연한 반응 아녀?? 별로인 연애를 반복하는 건 모든 시대 세대 인간의 특징이지 않을까요? ㅋㅋㅋ 그 시기를 떠나 보내는 건 … 으음..? 책 읽어봐야겠다 ㅋㅋ

독서괭 2021-09-15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구 다락방님 오늘은 몸이 나아지셨길 빌어요.
프랜시스라는 인물은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것 같네요. 바운더리 심리학에서 미분화-순응형으로 설명되는 대표적 인물같은? 마지막에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다락방 2021-09-15 09:01   좋아요 2 | URL
오늘은 어제보다 한결 나아요. 그렇지만 겨드랑이가 아픕니다. 흑흑 ㅠㅠ

프랜시스는 항상 보비와 다니면서 보비는 언제나 나보다 예쁘고 나는 뒤쳐지니까, 보비는 언제나 나보다 인기가 많고 나는 아니니까, 를 의식하거든요. 그런 지점에서 잘생기고 돈 많고 이미 지명도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건 그 자체가 자신을 좀 끌어올린다고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유부남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이 사랑을 말할 수 없지만, 그러나 니네가 아는 인기 있는 저 잘생기고 부자인 닉이 나를 사랑한다는 걸 또 누구보다 알리고 싶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러고보면 어떤 열등감에서 시작된 관계가 아닌가 싶어요. 만약 자존감이 높고 나 잘났다는 맛에 사는 캐릭터였다면 닉과 그런 사이가되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저는 읽다가 너무 궁금해서 마지막 장을 보았거든요? 하하하하. 제가 추리소설 읽어도 마지막 장 안보는 사람인데.. 하아. 이건 프랜시스 너무 답답이여서 봤는데.. 절 행복하게 해주는 결말은 아니었습니다. 흠흠.

책읽는나무 2021-09-1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백신 2차 맞고 후유증 있는데도 책을 읽고 이렇게 긴 글까지 쓰시다니....ㅜㅜ
아...걱정되어 그런지....글도 좀 어둡게 읽혔네요ㅜㅜ
다락방님은 진짜 독서인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울아들도 지난 주 2차 맞고 와서 담날부터 열 나고 몸살까지 겹쳤는지 춥다고 옷 껴입고..확실히 1차 때하고는 완전 다르더라구요.대부분 주변 사람들 미열에 근육통을 겪고 지나가더군요.3일 정도 지나면 괜찮다곤 하던데...그래도 이번 주 다음 주까지는 조심하세요.^^
아..저는 담달 초에 2차 맞아야 하는데....미리 미리 체력관리 해둬야 겠네요!!

다락방 2021-09-15 10:29   좋아요 0 | URL
겨드랑이가 붓고 아파서 접종한 병원에 전화했더니 타이레놀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소염제를 먹으면 항체 생기는걸 좀 방해한다고요. 제 여동생도 겨드랑이 부었었는데 지금 많이 괜찮아졌대요. 나아지겠거니 하며 기다려야겠어요.

시간이 딱 있으면 저는 다른 할 게 생각이 안나서 책을 읽게 돼요 ㅋㅋ 뭐랄까, 제가 또 가만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너무 못해요. 멍 때리는 것도 못하고 멍 때릴려면 그것도 작정해야 해서, 저는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시간이 주어지면 책을 읽는 것 밖에는 생각나지 않습니다. 하핫 ;;

책나무님, 잘 드시고 잘 주무세요. 잘 먹고 잘 자는게 체력관리에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체력이 있어야 백신 2차 후유증도 잘 넘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부디 별 탈 없이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1-09-15 10:48   좋아요 0 | URL
림프절 붓는게 일반적인 증상인가봐요,,,
지금부터 림프 마사지 열심히 하면 괜찮으려나?

책읽는나무 2021-09-15 11:12   좋아요 0 | URL
겨드랑이 미리 한 번씩 때려줘야 겠군요ㅜㅜ
여튼 다락방님도 몸 관리 잘하시길요^^

다락방 2021-09-15 11:39   좋아요 0 | URL
겨드랑이 때리면 아플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여러분 무탈하세요!! >.<
 
아무튼, 산 - 이제는 안다. 힘들어서 좋았다는 걸 아무튼 시리즈 29
장보영 지음 / 코난북스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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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를 다 찾아읽는 것도 아니고 다 좋은 것도 아닌데 이 산은 참 좋았다. 작가 글솜씨도 너무 좋고 산에 대한 애정도 퐁퐁거리고 산에 대한 진심이 절절한데 그걸 읽는게 참 좋더라. 히말라야나 몽블랑까지 내가 따라가진 못해도 흙을 밟고 초록초록한 나무를 보는 일을 당장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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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21-09-1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비오는 날 숲길이 걷고 싶어.

다락방 2021-09-14 19:15   좋아요 0 | URL
거긴 비왔구나. 여기는 너무 더웠어 낮에 계속. ㅠㅠ
 


주말에는 엄마 아빠를 모시고 영화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를 보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엄마를 모시고 보기에 정말 최고의 영화였다. 이 영화는 여자들의 연대를 보여줌과 동시에 엄마와 딸을 보여준다. 중년의 여성과 젊은 여성 그리고 어린 여성까지 한 자리에 있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나올 때면 너무 좋아서 영화 내내 울컥울컥 했는데, 옆에서 아빠는 이 영화는 코미디구나 하고 웃기만 하셨다. 결국 중간 어느 지점에서 나는 훌쩍거리고 울다가 손수건 까지 꺼내 눈물을 닦아야 했는데 아빠는 야 울 부분이 어디있다고 우냐고 하셨고... 아빠의 저 공감하지 못함에 답답해버려.. 그런데 영화 끝나고 엄마는 내게 '너 아주 신나게 울더라, 나도 몇 번 울 뻔했는데 참았어' 하셨다. 아 엄마.. ㅠㅠ



영화는 킬러들의 이야기고 등장하는 모든 여자들이 킬러다. 엄마도 킬러고 딸도 킬러가 됐고 이모들(물론 진짜 피를 나눈 이모는 아니다)도 죄다 킬러다. 킬러로 살다 보니 어떤 거대한 범죄 조직의 아들을 죽이게 되었고 그래서 그 조직이 이제 우리의 주인공 '샘'(카렌 길런)을 죽이러 온다.  


킬러, 조직, 싸움.. 이다보니 이 영화에서는 숱한 살인이 벌어진다. 목이 잘리는 장면들도 있어 잔인한다. 액션 영화에서 무자비하게 살인이 일어나는 걸 볼 때면 여기엔 어떤 의미가 있나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종류에는 액션은 없었다. 게다가 조직폭력배 영화는 제쳐두고 보지 않는다. 진짜 너무 싫어. 남들이 다 본 영화도 보려고 했다가 십분도 못 보고 꺼버리고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드립치는 많은 한국 조폭 영화를 안본게 허다하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런데 이 영화속에서 이 킬러들이 적들과 맞서 싸우면서 죄다 죽이는 걸 보는데, 이건 뭔가 여기에 의미가 뭐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들기보다 다른 스토리가 보이는거다. 여덟살(정확히는 8년9개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샘이 뛰어들고, 그런 샘을 구하기 위해 샘의 엄마가 뛰어들고, 그런 그들의 편에 도서관 사서 이모들-그들도 모두 킬러, 킬러!-이 뛰어드는데, 이 매 장면들마다 소름 끼치게 좋은 거다. 으앗, 너무 좋아, 도와준다, 으앗, 구하려고 애쓴다 흑흑 ㅠㅠ 하면서 그냥 매번 자꾸 울컥 하게 되는거다. 최근에 이렇게 여성들이 여성들을 구하는 영화들을 보게 되는데, 건파우더밀크셰이크는 터미네이터 바로 다음으로 좋은 영화 되시겠다. 


게다가 이영화의 가장 절정액션은 무려 도서관에서 일어난다! 무기는 도서관 책들에 숨겨져있고 그래서 샘에게 싸우라고 책들을 주는데, 아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는데 제인 오스틴이 있었고 또 .. 아무튼 그 책들을 하나씩 주면서 그 책을 열면 무기가 나오는데, 그러니까 당연히 그 책들은 보통의 책들보다 사이즈가 큰데, 마지막으로 이모들이 '버지니아 울프' 하면서 책을 던져주는 거다. 그런데 그 책의 사이즈는 작고, 정말 책 사이즈. 다들 의아하게 그 이모를 쳐다보는데 그 이모가 '이건 읽어보라고' 하는거다.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너무 좋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린 시절 댈러웨이 부인 읽고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흥미를 잃었던 그 오랜 시간이 애석하다..안타까워. 내가 나를 원망한다. 왜그랫니.. 그러다가 자기만의 방과 3기니 몇해전에 읽고 아아 나 바보, 나 똥개, 나 멍충이, 나 세상 똥멍충이 이렇게나 좋은데!! 하였었고, 그러면서 오래전 알라딘 활동하시던 분 중에 버지니아 울프 좋아하시고 공부하시는 분 있었는데, 그 분 생각도 엄청 많이 했다. 아아, 진작에 알아보고 현명한 길 가신 분인데 내가 몰라뵀구나.. 이러면서 내가 나를 원망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그 먼 곳에서? 


자, 다시.

그렇게 도서관에서 싸울 때 적들은 샘을 죽이기 위해 어마어마한 수의 조직원들을 데리고 왔다. 그 때 그 조직원의 우두머리가 샘에게 항복하라고 말한다. 


"너는 빠져나갈 길이 없어, 나는 군대를 이끌고 왔거든. "


그때 우리의 샘이 말한다.


"나는 엄마랑 있어."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쉬바 눈물이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폭풍 오열이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그리고 문학 중년의 나는, 피로 물든 방을 생각한다. 앤젤라 카터를 생각한다. 일찍이, 엄마가 구해주는 이야기를 써낸 우리의 앤젤라 카터!!

















용기. 용기를 생각하자 엄마가 떠올랐다. 그때 연인의 얼굴 근육 하나가 꿈틀하는 것이 보였다.

"말발굽 소리!" 그가 말했다.

나는 최후의 필사적인 시선을 창문으로 던졌고, 기적처럼 말과 기수가 현기증 나는 속도로 바닷길을 따라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이제 말발굽 뒤쪽까지 파도가 밀려오는데도 말이다. 기수는 힘차게 빨리 달리려고 검은 스커트를 허리춤에 말아넣은 채 미망인의 상복을 입고 미친듯이 달리는 훌륭한 여자 기수였다.

전화가 다시 울렸다.

"아침 내내 기다려야 하나?"

매순간 엄마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p.64)



<피로 물든 방> 앞에서 젊은 신부가 신랑으로부터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그 때 그녀를 위해 달려오는 게 엄마다. 훌륭한 기수가 여자다. 미친 듯이 달리는 여자가 엄마다. 왕자도 기사도 아닌 엄! 마! 엄 to the 마!

그때의 짜릿함을 내가 기억하는데, 그런데 건파우더밀크셰이크에서도 엄마가! 엄마가! 그녀의 옆에서 그녀랑 싸워준다. 아아, 딸인 내가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내가 저 부분, 저 이야기 너무 좋아해서 피로 물든 방 원서를 샀는데, 첫 문장 읽어보고 책 덮었다. 엄청 어려워서 도무지 볼 수가 없어. 번역본을 읽어도 모르겠더라. 



엄마처럼 거센 사람은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모자가 바람에 실려 바다로 날아가서 엄마의 머리카락은 마치 흰 갈기털 같았고, 검은 망사 스타킹을 신은 다리는 허벅지까지 드러나고, 스커트 자락은 허리춤에 찔러넣고, 한 손은 뒷다리로 일어서는 말의 고삐를 잡고 다른 한 손은 아버지의 권총을 잡고 있었으며, 엄마 뒤에는 거칠고 무정한 바다의 파도가 맹렬하게 정의가 행해지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는 것 같았다. -p.67



열여덟 살 생일날 엄마는 하노이 북쪽 산에 있는 마을을 습격한 식인 호랑이를 처치한 적이 있었다. 지금 엄마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아버지의 권총을 들어 겨냥한 다음 흠잡을 데 없는 단 한 방의 총알로 내 남편의 머리에 구멍을 냈다. -p.67
















You never saw such a wild thing as my mother, her hat seized by the winds and blown out to sea so that her hair was her white mane her black lisle legs exposed to the thigh, her skirts tucked round her waist, one hand on the reins of the rearing horse while breakers of the savage, indifferent sea, lite the witnesses of a furious justice. -p.43


On her eighteenth birthday, my mother had disposed of a aneating tiger that had ravaged the villages in the hills north of Hanoi. Now, without a moment's hesitation, she raised my father''s gun, took aim and put a singel, irreproachable bullet through my husband's head. -p.44


엄마는 총을 들고 나를 죽이려던 남편의 머리통을 날려버렸어!! 꺄울 >.<



 아, 건파우더밀크셰이크 너무 좋다.  피로 물든 방이 생각나는 영화라니, 진짜 너무 좋지 않은가!!




샐리 루니 프랜시스 얘기도 해야 되는데 오늘은 이만 줄여야겠다. 리뷰 하나에 페이퍼 하나. 두 개나 썼어. 프랜시스와 닉의 얘기는 다음으로...


일요일 밤이 가고 있다. 열어둔 창문을 닫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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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2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 이 영화 감독님도 책과 버지니아 울프 마니아인가 봐요. 다락방님 글 보니 영화 완전 재미있을거 같아요. 꼭 봐야지~~!!

다락방 2021-09-12 23:29   좋아요 2 | URL
중간에 나오는 영화음악까지 진짜 너무 좋았어요. 새파랑 님, 놓치지 말고 꼭 보세요, 꼭이요!!

PersonaSchatten 2021-09-13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카터 책이랑 울프 책들 읽고 싶어졌어요. ㅎㅎㅎ

다락방 2021-09-13 00:16   좋아요 1 | URL
추천추천합니다!! >.<

유부만두 2021-09-13 0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장면 때문에 이 영화 보고싶어요!

다락방 2021-09-13 20:07   좋아요 1 | URL
도서관에서 싸우고 책에 무기가 숨겨져 있다니 진짜 너무 좋지 않나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 제대로 취향저격했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1-09-13 0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앤젤라카터는 생각만해도 마음 떨리게 하는 작가에요. 엄마 말 타고 달려오실 때 자동으로 기립하게 되지요!!!!
근데 원서 표지 어쩔꺼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3 20:08   좋아요 1 | URL
저 원서 표지 진짜 갖기 싫은 표지에요. 와 저거 사기 전에 엄청 망설였네요. 갖기도 싫은데 펼치면 첫문장부터 무슨 소린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번역본 나란히 놓고 봐도 눈이 팽팽 돌아가요. 진짜 어렵습니다 ㅠㅠ
그렇지만 말타고 구하러 오는 엄마라니요. 와 진짜 진리에요 진리.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을까요, 단발머리님? ㅜㅜ

붕붕툐툐 2021-09-13 0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락방님은 영화 선정도 탁월하시네용!! 도서관에서 싸우는 영화라닛!ㅎㅎ
그리고 영화 연결해서 소설을 떠올리시고~ 많이 멋지심다~👍

다락방 2021-09-13 20:09   좋아요 1 | URL
저는 사실 도서관에서 싸우는 건 모르고 보았지 말입니다? ㅋㅋㅋ 여성 여러명의 액션이다 정도만 알고 보러 갔다가 완전 취향 제대로 저격 당했어요. 게다가 영화 내내 어찌나 울컥울컥한지.
피로 물든 방을 읽은 사람들이 저 영화를 봤다면 분명 저처럼 다 떠올릴 수 있엇을 거에요!!
물론 제가 멋지긴 하지만요. 으하하핫

독서괭 2021-09-13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못 보는 처지에, 다락방님의 영화이야기가 제게 즐거움을 줍니다^^ 도서관 장면 너무 멋질 것 같아요. 버지니아 울프는 읽으라고 던져주다니 ㅋㅋㅋ
예전에 <피로 물든 방> 읽고 저 부분 좋다고 글 쓰셨던 것도 기억나요.

다락방 2021-09-13 20:10   좋아요 1 | URL
내 안의 작은 사랑 같은거 보고 대체 이 영화의 의미가 뭔가.. 이러고 있다가 엄마랑 딸이랑 이모들이 적과 맞서 씐나게 싸우는 거 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후훗.
피로 물든 방 단편 진짜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아요. 엄마가 구하러 오는 정말이지 역대급 단편소설인 것입니다. 게다가 나를 죽이려던 내 남편의 머리를 구멍내는게 나의 엄! 마! 으하핫.

syo 2021-09-13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맞죠? ˝엄 to the 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4 07:40   좋아요 0 | URL
둠칫 두둠칫 둠칫 두둠칫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메시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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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를 도대체 어째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뭘 어쩔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까,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작가에 필립 로스는 속하지 않는다. 나는 누가 좋아하는 작가를 물을 때 필립 로스를 답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아마 앞으로도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가 쓴 소설을 여러권 읽었고 그중에는 진짜 기막히게 감탄이 나올만큼 좋은 작품들도 있었지만, 그러나 동시에 어떤 불편함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휴먼 스테인]이라는 그 놀라운 작품에서 그가 젊은 여자 페미니스트를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난다. 그 글솜씨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나 생각하면 진짜 속상하다. 후.. 그래서 어떤 미운 마음이 내게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책 [네메시스]를 읽으면서는 정말이지 필립 로스를 미워할 수가 없다고 체념해야 했다. 이 소설은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좋다. 이 사람 뭐야 진짜, 뭔데 이렇게 글을 잘 쓰는거야.



소설의 배경은 아직 '폴리오'라는 전염병에 대해 백신이 발명되기 전이다. 폴리오의 공식 명칭은 'poliomyelitis'(회백척수염) 이고 우리가 소아마비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이 병에 걸리면 열이 나고 몸에 마비가 일어나며 오랜 시간이 걸려 회복이 되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버키 캔터'는 학교의 놀이터 선생님이다. 놀이터 선생님이라는 게 내가 대한민국에서 본 적이 없어 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노라니 체육교사와 방과후 교사를 합친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치고 편을 먹고 게임을 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더 나은 동작과 바른 자세를 가르치고 또 태도를 가르친다. 그는 키가 작고 시력이 아주 나쁘지만 그러나 강인한 신체를 가지고 있고 운동을 잘하며 정직하고 용기있는 사람이라 학생들 모두가 그를 따르고 좋아한다. 그는 일찍 부모를 잃고 조부모의 손에 자랐지만 조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되는, 삶을 대하는 바른 자세를 교육 받아 무척 '바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폴리오라는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이 동네를 잠식해갈 때에도 그는 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지, 이런 상황에서 더 나은 태도는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안전에 대해 철저하게 신경쓴다. 


이렇게나 용맹하고 정직한 청년인 캔터는 사실 참전하고 싶었다. 자신의 친구들이 그랫던것처럼 참전하고 싶었고 그게 누구보다 자기가 원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것이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것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력이 너무 나빠 참전할 수 없었고, 친구들과 다른 젊은 남자들은 모두 전쟁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데 자기는 여기에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너무나 수치심이 들게 했다. 누구보다 자신의 남성성을 키워왔고 누구보다 남자답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타인도 그렇게 보는데, 그런데 마을에서 보이는 참전하지 않은 몇 안되는 젊은 남성인거다. 자신 안의 그 수치심을 누르며 그는 그러나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 아이들을 폴리오로부터 지키는 것, 늘 그랬듯이 건강한 생활을 하게 하는 것. 그러나 폴리오는 여지없이 이 학교 놀이터에도 찾아왔고 그가 함께 운동하는 아이들 중에서도 폴리오 전염병 환자가 생기며 사망하는 아이들도 생긴다. 캔터는 절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아이들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캔터에게 여자친구인 '마샤'가 자신이 머물고 있는 여름 캠프에 와 일하라는 제안을 한다. 여기는 안전해, 여기에 오면 나랑 둘이 있을 수도 있고, 여기에는 폴리오가 찾아오지 않아. 캔터는 고민 끝에 그러겠다고 해서 그곳으로 갔고, 거기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캪프를 즐기는 건강한 아이들의 움직임을 보고 또 그들의 밝음을 느끼면서 바로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구나, 여기가 너무 좋다, 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는 틈틈이 그에게는 자신이 폴리오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을 두고 왔다는 죄책감이 수시로 밀려든다. 그러다, 이 캠프,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같았던 이 캠프에도 폴리오 환자가 나타난다. 이 안전한 청정 지역에 어떻게 폴리오 환자가 생겼을까? 그건 나다, 폴리오 환자가 생겨났던 곳에 있었던 나, 내가 이곳에 폴리오를 가지고 왔다, 내가 그런 것이다, 라는 생각이 그를 괴롭히고 그래서 그는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건강한 감염자라는 확진을 받는다. 그는 격리되고 그 후에도 48시간 동안 아무 증상이 없었지만, 이윽고 예의 증상들이 찾아와 그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그가 자부하던, 다른 사람들 모두가 우러러보던 그의 건강한 신체는 힘없이 축 쳐지고 만다. 그는 재활훈련을 멈추지 않지만 끝내 그전의 몸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그런 그의 곁을 언제나 그의 할머니가 지킨다. 


마샤. 그의 여자친구 마샤는 그를 찾아와 우리가 원래 하려고 했던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러나 캔터는 그녀를 놓아주겠다고 한다. 아니, 너를 불구자의 아내가 되게 하지 않겠다. 좋은 집에서 밝게 자란 너에게 그런 고통을 줄 수 없다, 너는 나와 헤어져야 한다, 고 그는 말한다. 마샤는 그것이야말로 이기적인 거라고, 왜 나의 진심을 몰라주냐, 우리가 함께할 수 있다고 항변하지만 캔터는 자신이 그녀를 위하는 길은 그녀를 떠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녀를 밀어낸다. 그처럼 꼿꼿한 사람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후의 그의 삶은 결국 혼자 지내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 부분에서는 나 역시 캔터의 선택이 옳았다고 보고,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내가 만약 캔터의 입장이었다면을 생각했을 때 같은 결정을 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샤의 반박을 읽노라니, 내 선택이 과연 상대를 위한 것이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네가 폴리오에 걸렸다고 해서 터무니없는 소리를 해도 되는 권리가 생긴 건 아니야. 너는 하느님이 뭐하는 분인지 알지도 못해! 누구도 모르고 알 수도 없어! 너는 우둔하게 굴고 있지만-사실 너는 우둔하지 않아. 너는 아주 무지한 소리를 하고 있지만-사실 너는 무지하지 않아. 너는 미친 사람처럼 굴고 있지만-사실 너는 미치지 않았어. 너는 한번도 미친 적이 없어. 너는 완벽하게 제정신이야. 제정신이고 건전하고 강하고 똑똑해. 하지만 이걸 봐! 너는 지금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걷어 차고, 내 가족을 걷어차고 있어. 나는 그런 제정신이 아닌 짓을 거들지 않겠어!" -p.261



나는 일전에 내가 알츠하이머 초기가 아닐까 의심했던 적이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병원을 찾아가면서 혼자 생각했었다. 그때 연애중인 애인, 그는 내가 살면서 가장 좋아한 가족 아닌 남자사람이었는데, 만약 내가 알츠하이머 초기라고 병원에서 말한다면, 그에게 헤어지자고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던 거다. 나의 육체적 고통으로 그 역시 고통스럽게 만들면 안된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그렇게 병원에 가 상담을 받은 나는 닥터로부터 '너는 알츠하이머와 가장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안심해 병원을 나오면서 애인에게 전화했다. 이러이러했는데 아니래~ 라고. 또 머릿속에서 소설 썼다고 지청구를 들었지만, 그때의 나는 진심이었고, 그래서 캔터와 같은 결정을 내렸을것이 분명한데, 그런데 내가 하는 결정이 오히려 나를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걷어차게 되는 것이었을까. 상대를 위한다는 게 상대를 위한 게 아닌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거다.



내 확신에 의문을 갖게 하는 것, 그게 이 책이 한 일이었다. 


그의 남성성에 대한 이상, 그렇게 남성으로 자라온 자부심, 그의 조부모에 대한 감사, 그리고 그에게 이제 롤모델이 되어주는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주는 안정감까지. 그가 얼마나 한 남성으로서 잘 자라고자 했는지 그리고 그렇게 되었는지를 너무나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그의 강한 신념과 자신이 더 강하지 못했다는,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과 죄책감은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더 강하게 찾아든다. 이 세상 모든 고통이 그의 책임이 아닐것인데, 그는 자신이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인 것으로 생각한다. 도대체 신은 뭐하길래 아이들을 고통에 빠져 죽게 하는건지도 모르겠다고 신을 원망하다가, 내가 아이들에게 폴리오를 옮겨 죽게했다는 생각으로 평생을 괴로워한다. 캔터의 이 내면이 너무나 잘 드러나서 그의 기쁨도 그리고 그의 꼿꼿함과 죄책감도 생생하다. 캔터라는 인물이 전염병이 창궐하는 여기 살아숨쉬는 바로 하나의 인간인 것이다. 그가 그의 신념을 지켜나가기 위해 그리고 더 나은게 무언지 끊임없이 찾기 위해 어른을 찾아가 우리가 이 전염병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묻고 또 그 대답을 얻는 대화를 읽는 것도 나는 좋았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이기 때문에 그들의 대화가 더 절실하게 느껴진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를 묻고, 위험을 과장하지 말고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들은 대화한다. 



이 소설은 지독히 남성적이다. 지독히 남성적이지만 읽는 맛이 대단하다.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가끔 좋은 소설을 만났을 때 읽으면서 으앗 좋다, 하고 흥분하게 될텐데, 이 책의 60페이지 남짓에서부터 나는 흥분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모르면서 모든 문장들이 다 너무 좋았다. 캔터라는 한 사람에 대해 읽는 것이 좋았고 그 사람이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읽는 게 좋았다. 게다가 중간부터 갑자기 말하는 화자가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뭐라고? 그 줄만 세번을 읽었다. 내가 지금 제대로 본 게 맞아, 그럼 뭐가 된거지?  하고 놀라워했는데, 이 책 끝에 실린 <옮긴이의 말>에서 이런 구절을 본다.


'게다가 이야기의 전달자를 나중에야 밝히는 경우도 있어, 작가에게 듣는 이야기인 줄 알고 읽어나가던 독자가 중간에 당황하여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보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옮긴이의 말, p.285


진짜 내가 딱 그랬다.


이 소설 너무 좋다. 지독하게 남성적이라고 툴툴 대면서도 이 소설이 너무 좋았다. 특히나 이 책의 마지막, 그의 가장 건강했던 육체적 아름다움을 읽노라면 아아, 눈앞에 생명이 살아 숨쉰다. 팔딱거린다. 그렇기에 캔터의 지금 입장이 더 혹독하게 다가오고, 어쩔 수 없이 '조조 모에스'의 [미 비포 유] 생각도 났다. 가장 강한 것, 가장 자랑스러운 것, 가장 나를 살게하는 것을 잃었을 때, 그때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 너무 좋다 진짜 좋다 이래서 소설을 읽는 거야 계속 생각했다. 얼마전에 윌리엄 트레버 읽으면서 베셀이 줬던 불만을 싹 다 씻어주었던 것처럼, 이 책이 못난 소설 읽고 짜증났던 마음 다 씻어준다. 아, 그래, 소설은 이래야지, 이래야 하는거야. 진짜 짜릿하게 읽었다. 역시 나는 소설이 좋다. 좋은 소설이 진짜 너무 좋다.



"나는 정신이 멍했어. 크나큰 행복 때문에 정신이 멍했던 거야. 너무 정신이 멍해서 수화기에 대고 소곤거렸어. '네가 정말 이렇게나 멋진 거야?' 그런 여자가 존재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남자였어. 게다가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었지. 내 말 이해하겠어? 마샤의 그런 사랑이 있는데 누가 나를 막을 수 있겠어?"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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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9-12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참~ 이러면 빨리 읽고 싶잖아요~ 그나저나 락방님 글만 잘 쓰면 다 용서 해주는 그런 사람이었어. 나도 글 잘 쓰고 싶게 만들다닛!!ㅎㅎㅎ

다락방 2021-09-12 22:32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툐툐님, 글만 잘 쓰면 다 용서해주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건 오해입니다. 글 잘 써도 용서 안되는 사람 엄청나요!!
근데 이 책에서의 필립 로스가 뭔가 한 인간의 내면을 너무 잘 그려서 그만 ㅠㅠ

잠자냥 2021-09-12 2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ㅋㅋㅋㅋㅋ 나 필립 로스 싫어하는데 이건 읽어야 하나요!? 그런가 봅니다. ㅎㅎㅎㅎ

다락방 2021-09-12 22:51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 님도 별로 필립 로스 안좋아하시고 게다가 이 소설은 더 안좋아하셨던 것 같거든요? 그 때 별 셋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아 저는 처음부터 너무 좋아서 진짜 흥분했어요. 저는 이 사람 내면이 너무 그냥 다 이해가 되고 알 것 같고 다 좋았어요. 소설 읽는 참재미를 오랜만에 또 느꼈습니다. 흐엉-

붕붕툐툐 2021-09-12 22:58   좋아요 0 | URL
오~ 다락방파와 폴스타프파 중 어디로 갈지 궁금해서 읽어야겠네용~ 잠자냥님도 읽고 얘기해 주세용!!ㅎㅎ

그레이스 2021-09-12 23:08   좋아요 1 | URL
저는 필립로스 좋아해요!

다락방 2021-09-12 23:09   좋아요 4 | URL
참고로 저는 물감님 리뷰 덕에 읽게된건데 물감님은 별 넷을 주셨습니다.

폴스타프 님-별셋(이건 제 기억이 잘못됐을 수 있어요)
물감 님-별넷
다락방- 별다섯

별 하나 나하나 별 둘 나둘 별 다섯 나 다섯...별 일곱....(그만해!)

붕붕툐툐 2021-09-12 23:12   좋아요 3 | URL
앗! 그럼 그레이스님은 다락방파?
지금까지는 세 개파로 나뉠 수 있군요!
폴스타파(별3), 물감파(별4), 락방파(별5)!

다락방 2021-09-12 23:19   좋아요 3 | URL
이왕이면 다락방 파가 많았으면 좋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3 10:03   좋아요 1 | URL
여러분, 폴스타프 님은 네메시스 안읽으셨답니다! 으하하핫 별 셋파는 없습니다! 으하하핫

단발머리 2021-09-13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필립 로스 좋아하지만, 좋아하지만, 좋아하지만.... 하는 사람으로서 다락방님의 이 절절한 ‘이 사람 왜케 잘 써?!?‘ 페이퍼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 읽을 때 ‘이 깨끗한 곳에 폴리오를 가져온 게 바로 나다‘라고 인식하는 순간이 특별히 기억에 남아요. 여자친구와의 대화는 기억 안 나네요. 다시 읽어야겠어요 ㅎㅎㅎ
필립 로스라는 이름만으로도 별 다섯 주는 사람으로서, 아버지와의 이야기를 다룬 자전적 이야기 <아버지의 유산>과 소설가로서의 자전 에세이이자 자기변명에 충실한 <사실들> 역시 추천드립니다. 소설만 잘 쓰지 않고 에세이도 잘 씁니다. 흐미.

다락방 2021-09-13 13:43   좋아요 1 | URL
저는 여기에 폴리오 가져온 게 나일 것이라는 의심과 확신 거기에 대한 죄책감과 자책이 너무 생생하게 이해가 되는거에요. 더불어 자신의 신체가 건강함을 믿고 그것을 무척 잘 활용하던 젊음이에게 닥친 고통도요. 저는 그래서 이 소설의 맨 마지막 페이지가 진짜 슬프도록 찬란했어요. 흑흑 진짜 울고 싶을 정도로 마지막 페이지가 정말이지 ㅠㅠ
저는 나름 필립 로스 몇 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단발님 글 보니 안읽은 게 많아서 너무 좋네요. 아 세상에 읽을 책 많아서 좋으면서 싫고 싫으면서 좋고 그렇습니다!!

Falstaff 2021-09-13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미국의 목가>를 읽고 필립 로스에게 푹 빠져 그의 작품을 집중해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우, 좋잖아요, 야하고.
그런데 로스를 너무 많이 읽어나봐요.
어느 날, 로스 선생이 조금 과대포장되어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들더라고요. 한 번 의심을 품으니까 계속해서 약간 비판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읽게 되고, 이미 읽은 것도 저절로 다시 생각하는 단계까지 갔는데, <미국의 목가>를 제외하고는 그리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랍니다. 그러다가 <유령퇴장> 이전에 로스는 확실하게 은퇴를 했어야 했다, 라고 마음먹게 되었습지요.
ㅋㅋㅋㅋㅋ <네메시스>는 안 읽었습니다. 로스는 유령과 함께 퇴장해버렸거든요.

다락방 2021-09-13 10:11   좋아요 1 | URL
제가 폴스타프 님의 필립 로스에 대한 과대평가 란 평을 일전에 본 적 있거든요. 은퇴, 과대평가..라는 기억으로 마지막 작품인 네메시스를 별 셋 주셨다 라고 잘못 기억하고 있었는가 봅니다. 읽지 않으셨네요. 후훗. 저는 휴먼 스테인이 너무 놀라웠거든요. 그러면서 에이씨.. 하는 아쉬움도 있었고요. 폴스타프 님이 결국 로스는 과대평가됐다 라 평하셔도 미국의 목가는 좋다 하시니 저는 너무나 씐나요! 왜냐하면 저는 아직 미국의 목가를 읽지 않았거든요!! 으하하하. 안그래도 필립 로스 더 읽겠다 하던 참인데 당장 미국의 목가 지릅니다! 꺄울!!

그레이스 2021-09-13 10:51   좋아요 2 | URL
미국의 목가 좋았어요
사람의 마음이 걷잡을수 없이 멀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야하다?는 생각은 안했는데...
오히려 참담하다?는 느낌만 남았었는데...

Falstaff 2021-09-13 10:2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미국의 목가> 말고요, 필립 로스의 다른 책들이 야~한 걸로 또 유명하거든요!

그레이스 2021-09-13 10:32   좋아요 1 | URL
아버지의 유산도 아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그렇지 않은것만 읽었을까요?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휴먼스테인?

Falstaff 2021-09-13 10:39   좋아요 1 | URL
<죽어가는 짐승>, <포트노이의 불평>이 확실하고요, <휴먼 스테인>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혹시 안 그런가요?
<포트노이의 불평>은 제가 2016년에 읽은 책들 가운데 ˝최우수 빨간책 상˝을 수여하기도 했답니다. ^^;;;

그레이스 2021-09-13 10:42   좋아요 1 | URL
헉! 제가 안 읽은 책들만^^
휴먼스테인은 아니었던것으로..
혹시 그런 장면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필립로스는 어둡고 비참한 느낌으로 읽게 되던데...

Falstaff 2021-09-13 10:48   좋아요 1 | URL
포트노이는 아주 경쾌한 작품입니다. ^^
거기서 나오는 야한 씬도 윤리적으로 더럽거나 하지 않고, 비교적 산뜻한 장면들입니다.
그래서 ˝최우수˝를 딸 수 있었습지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3 13:40   좋아요 2 | URL
죽어가는 짐승과 포트노이 다 읽었는데 저는 왜 야한 기억이 없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에로틱이 아니었나 봅니다. 흐음.. 포트노이는 확실히 제 취향 아니었어요 ㅋㅋ

단발머리 2021-09-13 13:50   좋아요 2 | URL
제 기억엔 <죽어가는 짐승>이 젤 야하고요 ㅎㅎㅎ 야하다고 평가되는 <포트노이의 불평>은 폴스타프님 말씀처럼 산뜻합니다. 전 포트노이의 불평, 일부분 아이들에게 읽어주기도 했죠(인간이냐? 쥐냐?) <미국의 목가>가 전 어렵더라구요. 다 읽고 나서 @@ 이런 분위기요. 과대포장 말씀 일면 이해가 됩니다. 직접 읽어보는게 좋죠. 근데 읽어보면 좋아하게 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3 14:24   좋아요 0 | URL
저 2015 년에 죽어가는 짐승을 읽고 페이퍼를 썼는데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네요.

<그래서 힘들었다. 이 책이 야해서가 아니라, 나의 야한 기억들을 불러 일으켜서. 아 정신 사나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13 14: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다락방님, 진짜 못말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 네스뵈'의 《헤드헌터》를 읽지 않은 상태로 영화를 먼저 보았다. 영화로 나온줄 몰랐는데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이 추천해주셔서 부랴부랴 네이버 다운로드 받아서 보았는데, 오 재미있어서, 게다가 나름 반전도 있어서 책을 읽어볼까 싶다. 책에서 어떤 문장들로 이 이야기를 진행할지 너무 궁금한거다. 책 사야지 눈누난나~ 그래서 난 눈누난나~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는 '로저(엑셀 헨니)'는 헤드헌터로도 능력 있어서 돈을 잘 벌고 있기는 하지만 미술품을 훔쳐 팔아서 더 큰 돈을 벌어들인다. 월급쟁이로 살아도 충분한데 굳이 절도까지 하는 이유는 그에게 돈이 더 많이 필요해서이고 그에게 돈이 더 많이 필요한 이유는 아주 좋은 집을 얻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며 그가 굳이 좋은 집을 얻은 이유는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이고, 아내를 행복하기 해주기 위해서는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는 키가 170도 안될뿐더러 딱히 잘생긴것도 아니기 땜시롱, 돈을 갖다 들이부어야만 이 아름답고 지적인 여성이 계속 자기 아내로 남아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비싼 선물을 수시로 해야만, 그녀가 일하는데 돈을 보태줘야만, 이렇게 큰 집을 유지하고 살아야만 그녀가 나를 떠나지 않을것이다... 하는 생각. 그야말로 열등감에 찌들어서 여자를 인간으로 안보고 자기 머릿속에서만 여자는 이럴것이다.. 에 갇혀 있는 지구상의 숱하게 많은 남자들 중 하나 되시겠다.


그러다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되고 그림 훔치는게 발각되어 도망치는 신세가 되고 그와중에 살인도 하게 되고 그렇다. 도망치다가 그가 재래식 변소에 몸을 숨기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왜 그러냐면 사냥개가 그를 쫓는거야..그러니까 그가 냄새를 없애야 되고 피할 곳은 화장실 뿐이고 거기 똥더미.. 아니 그걸 뭐라고 해야해.. 그냥 똥통 속에 나를 던져... 버린 것이다. 요케요케해서 숨을 쉴수 있게한 다음에 똥통에 나를 던졌.. 는데, 살기 위해서임을 알고 아마도 나 역시도 그 상황이었다면 그러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이보세요 로저, 제가 점심 먹으면서 보고 있었단 말입니다. 로저.. 오, 마이, 갓... 똥냄새.. ㅠㅠ


아무튼 재미잇게 보았고 그래서 책을 사야겠다. 재미없게 보았어도 책을 사지 않았을까?

자, 문제는 이 영화가 아니라 어제 본 바로 이 영화다.





넷플릭스에셔 이 영화의 제목은 《내 안의 작은 사랑》이다. 세상에 이 제목 어쩔거야. 저런 제목이라니. 도대체 원제가 뭔데, 하고 봤더니 원제가 <this little love of mine> 이다. 원제 그대로 번역이네. 아니, '내 안의 작은 사랑'이라니 너무 오글거리잖아. 도대체 '내 안의 작은 사랑' 이런 제목 가진 영화를 대체 누가 본다고 만드냐.



내가 본다.

내가 봤다.

쉬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지금 보는 영화 뭐냐고 물어볼까봐 쫄아서 봤다. 누가 지금 뭐봐? 이러면


"응. 내 안의 작은 사랑~"


이래야 되는데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너무 쫄려. 이거 보는 동안 아무도 나에게 말걸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근데 아무도 말 안걸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웃사이더.. 세상의 왕따. 아니, 내가 세상을 왕따시킨다. 아무도 나 따위 관심없어!!


아니야, 거기 아니야, 그리로 가지마 돌아와..


그래 돌아와서 영화 얘기를 하자면, 아니, 내 안의 작은 사랑 같은 제목 가진 영화를 대체 왜봤을까, 무엇이 나를 이끌었을까, 충동적으로 본건데, 아마도 리조트..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호텔, 리조트 이런거 나오면 좀 흐물해져버리는 게 있어. 어쨌든.


'로라'는 도시에서 잘나가는 변호사이다. 변호사를 고용하기도 힘든 작은 기업들을 찾아 도와주는게 직업적 목표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 그런 그녀에게 '핀리' 기업에서 일을 요청한다. 핀리 기업의 손자가 이 기업의 경영자 되기를 마다하니 경영자가 되게끔 설득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달라는 거다. 핀리 기업의 손자인 '칩'은 역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서 대기업 경영자 하기 싫다며 자신이 나고 자란 섬에서 집 지으면서 또 배를 운전하면서 살고 있는 거다. 로라도 이 섬의 출신이고 칩과 로라는 어릴적 단짝 친구였다. 도시에 나와 일적으로 성공하던 로라는 이 일을 하기위해 섬으로 가고 거기에서 칩을 만나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고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 순간 기뻐하다가, 아 그러나 나는 사실 이 섬이 좋아.. 이러면서 대형 로펌을 그만두게 된다는거다.


참...

그래, 사람이 조용한 시골에서 살 수도 있고 섬에서 살고 싶을 수도 있고, 다른 곳에 가보니 오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여기였어! 하게될 수도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나 봐라, 베트남 갔다오고 나서 베트남에서 살아보고 싶다~ 이러잖아. 그런데 왜 로맨스 영화에서는 꼭 그런 곳에 갔다가 남자 만나고 비로소 내가 원하는 건 여기라고 깨달으면서 대기업의 승진자리 버리고 오는걸까???????????????????????????????????????? 왜??????????????????????????? 대기업에서 승진하기까지, 비로소 높은 위치에 가게 되기까지 숨도 안쉬고 달려오고 누구보다 노력했으면서, 게다가 여자라는 성별으로서 그런 위치에 가기까지는 남자들보다 더한 고난이 있었을건데, 왜 거기까지 가놓고는 '응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나는 소박한거 원해' 이러는걸까??????????????????????????왜 그러면서 거기서 남자랑 사랑하며 사는걸까?????????????????? 응 내 꿈이 파트너 변호사인줄 알았는데 이 섬에 와서 너 만나니까 그게 아니었어~ 이러는거.. 뭘까?????????????????? 졸라 주저앉히네 진짜...



아무튼 이 영화를 보았다는게 부끄러운 그런 영화였다. 이거 보면서 '대체 이 영화를 만든 의미가 뭘까??????????????' 생각했지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이 영화 끝까지 보고 나서 생각한건데, 중학생들도 이 영화는 보다가 유치하다고 할 것 같다. 히융 부끄러워. 내 안의 작은 사랑... 하아. 제목도 이게 뭐야. 내 안의 작은 사랑.


최근에 네가 본 영화가 뭐야?

내 안의 작은 사랑.


윽-


내 안에는 큰 사랑이 있다.. 빅 럽..



아니 근데 여기 남자주인공 ㅋㅋㅋ 뭐랄까. 잘생긴 근육질의 백인남이란 말이야? 뭔가 분위기가 하버드대 나왔을 것 같은데 어째서 멍충미.. 가 나는 느껴지는걸까. 잘생기고 매력적이니까 영화배우가 됐을 것이고 로맨스 영화의 남주인공 되었을 것인데, 어째서 나는 이렇게 생긴 남자를 보면 '하버드대 나왔을 것 같은데 멍충미가 흐른다'고 생각하게 될까?





이런 특유의 남자들이 몇 있는데, 넷플리스에서 2편까지 보다가 도저히 짜증나서 3편은 십분 보다 말았던 영화 <키싱 부스> 의 남주도 딱 그렇다.



잘생기고 몸도 좋고 하버드대 다니게 생겼는데(영화속에서 하버드 대학 간걸로 나옴), 이상하게 나는 특유의 멍충미가 느껴져. 그리고 며칠전 봤던 헤드헌터에서도 그런 남자 나온다.



잘생기고 몸 좋고 하버드대 나오게 생겼고 이 남자는 심지어 카리스마까지 느껴지는데 어쩐지 멍충미가 있지 않나...



미안합니다 백남 여러분.. 이런거 느껴서 미안합니다.. 이런거.. 속으로만 생각해야 되는건데... 미안합니다...  도무지가 말이 되지가 않잖아요. 하버드대 나왔을것 같지만 멍충미.. 라니. 흠흠. 그렇습니다.



아무튼 금요일이고 월급날이고 책 살거다.

월급날 아니었을 때도 그랬던 것처럼. 샤라라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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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9-10 1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보고 싶은 영화가 한 편 더 늘었어요 ^^

다락방 2021-09-10 10:28   좋아요 4 | URL
헤드헌터 재미있어요. 나름의 반전도 있고요. 저는 책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후훗.

잠자냥 2021-09-10 11: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다부장님 정말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실망이다...

내 안의 작은 사랑........

쉬바............

다락방 2021-09-10 11:24   좋아요 6 | URL
저 내 안의 작은 사랑 보는 사람입니다. 어디서나 당당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청아 2021-09-10 11: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ㅋㅋㅋㅋㅋㅋ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저도 헤드헌터 책으로 만나고 싶어요👍

다락방 2021-09-10 11:26   좋아요 3 | URL
요네스뵈 변태.. 굳이 똥통에 집어넣다니 ㅜㅜ 너무해요 ㅠㅠ

청아 2021-09-10 11:2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그런 역경들도 그렇고 소지섭 많이 닮아서 한번씩 섬뜩,놀람요ㅋㅋ

다락방 2021-09-10 11:49   좋아요 3 | URL
맞아요 키작은 금발의 소지섭 느낌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9-10 13: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쉬바 ㅋㅋㅋㅋ 눈누난나 ㅋㅋㅋㅋ
내안의작은사랑 이라니 다락방님… 요즘 작은사랑이 필요하신 건가요 ㅜㅜ 근데 이 영화 내용 뭔가 익숙한데요..? 얼마전에 다락방님이 보신 영화 중에도 잘나가는 여주인지 남주인지가 무슨 섬에 출장가고 그런 거 있지 않았어요?🙄

다락방 2021-09-10 13:55   좋아요 3 | URL
맞아요, 독서괭 님! 그때 본 영화는 [마이 크리스마스 인] 이라는 영화였거든요. 고모님이 물려주신 유산으로 시골의 작은 호텔을 처분하러 갔다가 거기서 인생 사랑 만나는 영화였어요. 도시에서 아주 바쁘게 살고 능력 있어서 승진까지 하는데 갑자기 소박한 곳의 행복 깨닫고 도시를 포기하는..
이건 거대한 백래시인가.. 그러니까 도시에서 잘나가는게 진정한 행복이 아니야, 진정한 행복은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남자랑 함께 사는거야~ 이러는거 같아서 불쾌합니다. 대도시에서 잘나가지 않는 9to6 직장여성이 칼퇴하고 40평대 아파트 가서 혼술 하며 행복해하는 영화가 시급합니다. 가끔 남자 만나 원나잇도 하고 뭐 그런걸로다가..

독서괭 2021-09-10 14:29   좋아요 2 | URL
아닛 그것은 다락방님의 미래??

잠자냥 2021-09-10 14:43   좋아요 1 | URL
그런데 그 원나잇 상대는 하루는 늑대인간이고 하루는 뱀파이어고 하루는 하버드대 다니게 생긴 멍뭉미 넘치는 백인이고..... 하루는 드디어 잭 리처인데......

다락방 2021-09-10 14:51   좋아요 1 | URL
아.. 되게 피곤하네요? 한 달에 딱 한 번만 해야겠다 원나잇. 체력 딸리네요. 어휴..

독서괭 2021-09-10 14:53   좋아요 1 | URL
원나잇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ㅋㅋ

다락방 2021-09-10 14:55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머릿속에서 이미 한번씩 했더니 지쳐 나가떨어지겠어요. 오늘 꿀잠자겠다..

- 2021-09-10 14: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닠ㅋㅋㅋㅋ 쉬바 ㅋㅋㅋㅋ 아니야 거기 아니야 그리로 가지마 돌아와 ㅋㅋㅋㅋㅋ 진짜 ㅋㅋㅋㅋㅋ 아 다채로운 다부장님의 자아들 ㅋㅋㅋ 와플먹으면서ㅠ읽다 크림튀며 웃었다…

다락방 2021-09-10 14:55   좋아요 1 | URL
내 손에 의식이 있어가지고 손이 막 지멋대로 글을 쓴다. 내가 다시 데리고 와야 돼요. 내가 나로 살기 힘들다..

와플 천천히 먹어요. ♡

syo 2021-09-10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안의 작은 사랑> ㅋㅋㅋㅋㅋㅋㅋ
와, 단어 하나하나가 부끄러운데 뭉쳐놓으니까 말도 못하게 부끄러워! 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2 22:33   좋아요 1 | URL
그렇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는 용기 있게 페이퍼를 써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9-10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음표 최대 등장 리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진실을 알아버린 저는 다부장님의 월급 드립에 그저 코웃음을 칩니다. 방점은 월급날이 아니었을 때도 그랬던 것처럼에 있음을 플친님들은 모르시겠죠? 훗!

다락방 2021-09-12 22:33   좋아요 1 | URL
툐툐님, 그것은 우리만의 비밀 아닙니까. 소문내시면 안됩니다. 저 재벌의 딸인거는 진짜 비밀이에요, 비밀. 쉿!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