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생애 - 정찬 소설집
정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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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마다 모두 천착하는 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예술로 표현할 것이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정치로 드러내려 할 것이다. 정치도 예술도 하지 않는다면 일상을 사는 중에 드러날 것이고, 혹여라도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내내 머릿속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표현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나와 함께 살아간다고 나는 생각한다.


정찬 의 소설집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이승우가 떠올랐다. 책의 말미 '홍정선'의 해설을 읽노라면, 정찬은 국내 다른 소설가와는 다른 소설을 쓴다고 했는데, 나 역시 그 해설에 적극 동의한다. 내게는 그런 작가가 정찬으로 인해 둘이 생긴 셈이다. 국내의 여느 작가들과는 다른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나는 이승우만 생각해오고 있었는데 정찬 역시 그러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다르다'는 것은 내게는 좀 더 긍정적 평가다. 나는 이승우를 많이 읽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읽을 것인데, 이 작가는 다르다, 는 생각을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하기 때문이다. 정찬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이 작가는 다르다, 마치 이승우 같다, 했다. 글을 쓰는 것, 글에 담는 생각, 그것을 표현하려는 것이 모두 독보적인 것에서도 그렇지만, 이 둘이 뭔가 한가지에 천착하는 것도 그렇고 깊이 생각하고 공부하다보니 그것은 단순히 자기들이 먹고 사는 일에 관련된 문학 뿐만이 아닌 신앙까지 닿는 것, 들이 그렇다. 이승우야 신앙인이 되려고 했던 사람이지만 정찬의 약력을 보니 딱히 그렇진 않았다. 공부라는 건, 그것이 어떤 분야가 됐든 결국에는 철학에 닿는 것이고 그러다보면 종교(신앙)도 지나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승우가 '아버지와 나'에 대해 천착하며 그것을 놓지 못하고 있다면 처음 읽는 정찬은 그것이 '폭력'이었다. 정찬은 계속해서 폭력에 대해 말한다. 폭력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계속해서 말한다. 내가 이 책에서 제일 처음 읽었던 단편 <희생>은 한 여성이 국가로부터 당한 폭력을 얘기하고 있다. 1980년대가 배경이고 사랑하는 남자가 수배중인데 경찰들은 여자를 잡아가 그 남자의 행방과 평소 태도를 묻고 잘 모른다고 대답하는 여자를 잔혹하게 고문하며 강간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임신을 하는데, 그래서 사랑하는 남자에게 갑자기 자기 행방을 알리지 않은 채로 이별을 고한다. 그 아이를 낳기로 하고 의학을 공부하고 난민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은, 그녀가 자신이 당한 폭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많은 희생자와 피해자들의 곁에 서서 다른 사람들은 이런 아픔을 겪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작품 속 여자는, 인간이란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행동하는 거다.



슬픔이 폭력에 대한 분노를 지운다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분노와 원한은 달라요. 폭력에는 분노해야 해요. 폭력에 분노하지 않는다는 것은 폭력을 인정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예요. 그 분노를 껴안으면서, 분노를 넘어서는 감정이 슬픔이에요. 분노가 또 다른 폭력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 고귀한 감정이지요. 세상은 폭력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럼에도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슬픔에 감싸여 있기 때문이에요. 예수를 보세요. 예수가 가시 면류관을 쓴 순간 그는 여성적 존재로 변화했어요.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순간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성적 존재로 변화 했어요. 그 여성적 존재에서 흘러나오는 슬픔의 눈물이 세상을 적셨어요. 그러니 세상이 아름다울 수밖에요. -<희생>, p.120



내가 정찬이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정희진' 선생님 때문이었다. 워낙 극찬을 하시고, 심지어 절판될까봐 같은 책을 몇 권씩 사둔다고 하셨던 바다. 도대체 그 작가가 왜? 하는 마음으로 정찬의 소설을 한 권 사두고 미루었다가, 이번에 이 《두 생애》를 사서 먼저 읽게 된 것. <희생>이란 작품을 읽으면서, 아, 이래서 정희진 쌤이 정찬을 좋아하는구나, 했다. <희생>은 세번째 단편이었는데 그 후에 바로 읽은 첫번째 단편 <두 생애>는 늙어가는 교황과 아무 이유없이 고통에 희생된 어린 소년의 삶을 대비시키며 고통에 대해 얘기한다. 와, 이 작가는 폭력과 고통을 놓지 않는구나. 그런 한편 어떤 '간절한 마음' 같은 것도 역시 놓지 않는다. 이해하려고 하고 받아들이려하고 깊이 보려고 하는 시선이 있구나, 했다. 그 뒤에 차례대로 읽은 다른 단편들은 좀 애매했고, 마지막에 읽은 <폭력의 형식> 에서 나는 너무나 끔찍함을 느끼고 만다 ㅠㅠ


<폭력의 형식>은 위의 인용문에서 지칭한 '분노가 다른 폭력으로 치닫게'된 경우를 썼다고 할 수 있다. 얼마전 뉴스에서 보았던 기사가 바로 오래전의 이 소설에 담겨 있었다. 보육원에 맡겨진 어린 손녀를 데려다 성폭행 한 사건이 뉴스에 나왔다면, 이 <폭력의 형식>에서는 보육원에 맡겨진 어린 남매들중에 여자 조카만 데려온 이모와 이모부가 있다. 그 뒤의 이야기는 기사에 대해 언급했으니 짐작 가능할 것이고, 보육원에 어린 여동생보다 좀 더 머물렀던 소년도 결국 이모부 집에 가게 되는데 그 사이에는 몇 년의 시간이 있었고, 낯선 이모부는 자신에게 검정고시로 교육을 좀 받으면 어떻겠느냐 제안한다. 어릴 적에 부모를 잃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어른들이 없던 소년에게 이건 너무나 감사한 제의였고 그는 눈물을 흘리며 이모부를 존경한다. 그러다 이모부가 어린 자신의 여동생에게 계속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걸 알게 되는데, 이 때 그의 분노는 그 가해자인 이모부를 향하는 게 아니라 어린 희생자이자 피해자인 여동생을 향한다. 이 소년에게는 자신에게 따뜻하게 해줬던, 자신에게 공부를 하라고 해줬던 저 어른을 미워할 의지와 마음이 좀처럼 생겨나질 않는 거다. 미워해야 하는 건 저 가해자인데 그걸 알지만 미워할 수 없고, 그러나 일어난 이 일은 너무나 부조리하고 분노해야 할 일이고, 그렇게 소년 안에 자라게 된 폭력적인 성향은 절대 그렇게 나와서는 안되는 방향으로 나오게 된다. 


나는 이 단편이 너무 읽기에 힘들었고, 와 이 책을 내 책장에 꽂아둬야 하나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앞의 <두 생애>를 두고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데 이 <폭력의 형식>이 너무 힘든 거다. 자라나는 아이에게 폭력적인 환경이 주어지고 부당한 폭력이 그 아이에게 연속해 가해지고 그런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그리고 어른이 되고 나서도 폭력을 제 안에서 숨길 수 없게 되는 이야기는, <희생>에서 용서하고 세상을 바꿔보려는 여자와는 다른 결로 흘러가지만, 그러나 폭력이 허용되는 안된다는 이야기의 맥락은 같다. 그렇지만 이건 읽기에 진짜 너무 힘들었다. 만약 정찬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읽는 단편이 <폭력의 형식>이었다면, 나는 다른 작품들을 읽지 않았을 것 같다. 이 단편을 읽고서는 '정희진 쌤은 어느 지점을 좋아한걸까' 하고 생각해보았지만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이 단편은, 읽을 때 주의를 요한다. 



왜 우리가 천착하는 주제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살아오면서 어떤 일이 우리에게 있었기 때문인건지 도대체 왜 어떤 것에 그렇게 집착하면서 파고 들어가고 계속 알아보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엔 어떤 말을 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듯하다. 정찬에게 그것은 폭력이었던 것 같다.



읽기에 쉬운 소설은 아니다. 읽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소설이다.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권할 수도 없다.




어머니의 빈소는 쓸쓸했어요. 생전에 어머닌 외로운 분이었지요. 삶이 쓸쓸해으니 죽음의 자리도 쓸쓸할 수밖에요. 저는 산 자로서 죽어 누운 어머니를 내려다보았어요. 산 자가 아무리 몸을 낮추어도 죽은 자와 나란히 할 수 없어요.-<희생>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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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5-3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궁금한데 너무 힘들까 봐 망설여지고...저는 이승우 작가에 대한 다락방님 마음을 그의 인터뷰를 읽고 정말 십분 이해하게 됐어요. 정말 정말 다른 사람(좋은 의미에서)이구나...이런 사람도 있구나...이승우 같은 작가라니 정말 끌리네요.

다락방 2022-05-31 09:40   좋아요 0 | URL
네 그렇지만, 저는 거침없이 둘 중 누구냐 물어보면 이승우라고 답할 겁니다. 저에게는 이승우의 문장이 더 좋고 뭐랄까, 이승우의 문장이 더 고급져요. 그리고 저를 더 깊은 내면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이승우인것 같아요. 이승우 같지만, 그러나 이승우가 더 좋다, 라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일단 다른 단편들을 읽고난 뒤에 <폭력의 형식>은 읽을지를 결정하셔도 될 것 같아요. 다른 단편은 그렇게 막 힘들진 않거든요. 좀 가라앉아 있긴 하지만. 그런데 폭력의 형식은 정말 힘들었어요 ㅠㅠ

라파엘 2022-05-31 09: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은 다 좋은데, 특히 소설을 읽고 써주시는 글이 진짜 좋아요. 항상 더 생각하게 되고 많이 배우게 됩니다 😊

다락방 2022-05-31 09:49   좋아요 3 | URL
아이고, 라파엘 님 감사합니다. 어휴 ㅠㅠ 칭찬은 다락방을 춤추게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춤을 추지는 않습니다. ㅎㅎ

잠자냥 2022-05-31 11:17   좋아요 2 | URL
칭찬은 다락방을 먹게 할뿐..... :p

다락방 2022-05-31 11:2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생선까스를 좀 먹어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5-31 13:13   좋아요 1 | URL
제가 아는 다락방님은 춤을 추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아니면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춤을 추고 있었다에 제가 100원 걸어요~

잠자냥 2022-05-31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찬이라는 작가는 정희진 쌤 때문에 알게 되었고, 정희진 쌤 때문에 읽어보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아직 읽지 못했어요.
<폭력의 형식>은 정말 이야기가 괴롭네요... 그런데 <희생>에서도 강간당해서 임신한 아이를 낳는다는 설정이.... 걸립니다. -_-;;; 이것은 결국 남 작가의 한계인가 뭐 이런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작품을 읽지 않았으므로 제 짧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다락방 2022-05-31 11:28   좋아요 2 | URL
정찬 작가는 폭력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안된다는 메세지를 던지지만, 남자라는 종에 대해서도 그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걸로 보였어요. 발기된 성기가 폭력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강간 설정이 다른 남자 작가들이 그러는 것처럼 어떤 ‘빻음‘으로 이해되지는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괴롭긴 괴로워요. 특히 <폭력의 형식>은 너무 괴로워요 ㅠㅠ 저는 정희진 선생님이 도대체 이 작가를 왜그렇게 좋아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이래서 그런가‘, 하다가 ‘도대체 왜그러지‘ 하고 있어요. 정찬의 다른 책을 더 갖고 있으니 더 읽어봐야 알 것 같아요. 확실한 건, 현재의 다른 국내 작가들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줍니다. 확실히요.

근데.. 음.. 좀 오글거리는 게 있어요. 이렇게나 폭력적이고 우울한 글인데 이상하게 오글거리는 지점들이 툭툭 튀어나와요. 그 부분이 더 적응이 안돼요 ㅎㅎㅎㅎㅎ

잠자냥 2022-05-31 12:07   좋아요 1 | URL
아, 제가 도서관에서 정찬 작가 책 빌려 읽다가 우울하기도 한데, 오글거려서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거든요.... 다락방 님이 말씀하신 그게 무엇인지 대충 알겠습니다.

암튼 도서관에 반납하면서 정희진 쌤하고 나랑 소설 취향은 안 맞나보다 ㅋㅋㅋㅋ 했습니다.

희진쌤 강연에서 정찬 작가는 고통에 끊임없이 사유하는 점이 좋았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다락방 2022-05-31 12:33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희생>도 오글거리는 지점들이 있어서 ㅋㅋㅋ 아니 이건 뭣이람? 했답니다. 제가 별 하나 뺀 게 오글거림 때문이었어요. 아놔 ㅋㅋㅋ 저만 느끼는 게 아니었군요!
저는 정희진 선생님 때문에 더 읽어볼 생각이 있는 작가입니다.

- 2022-05-31 13:41   좋아요 2 | URL
ㅇ ㅏ.... 그거 오글거리는 거.... 촌스러운 거.. 그거 저 좀 고통인.... 데..... 저 MZ라서 좀 그런거 용납못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리뷰 참 좋아요.. 책도 읽어보겠사옵나이다..
천착...... 맞아요. 천착하는 주제.... 다 포기해도 포기가 안되는 어떤 지점이 있고, 거기서 사유가 나오고 문학이 나오고 창작이 나오고 철학이 나오고 그런 것 같아요. 그것이 나를 찾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나를 고유하게 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 합니다. 다정한 이웃들의 각자의 천착 지점에 대해 둥근 물음표가 지어지는 점심먹고 아메리카노 타서 앉은 화요일. 콜드블루 냠!ㅋㅋ

잠자냥 2022-05-31 14:22   좋아요 3 | URL
요즘 천착에 굉장히 천착하고 있는 공천착

다락방 2022-06-02 08:20   좋아요 3 | URL
맞아요, 우리는 각자가 다 자기만의 과제를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걸 풀기 위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니고 그러는게 아닐까 합니다. 좀 더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인생이 아닐까..
저는 다시 작업실에 나와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오늘도 월급 루팡!
 
hard body 와 로맨스, 그리고 균형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은 번역서로 읽었을 때에도 나쁘진 않았지만 막 좋지도 않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짜증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고(그것은 주인공들의 성격 때문이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현재에 필요한 젊은 작가로구나 하기도 했는데, 원서로 만나는 샐리 루니는 번역서로 만난 샐리 루니보다 더 좋다. 감정들이 더 섬세하게 와 닿는다. 코넬이 메리앤과 정서적으로도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교감을 느끼면서 그것을 숨기고자 하는 것,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것, 그리고 코넬이 그렇다는 것에 대해 코넬의 엄마가 아들에게 실망하는 것. 이 감정들이 더 잘 느껴진다. 그리고 성추행을 당했을 때에도 그 분위기가 너무 와닿아서 괴로웠다. 파티에서, 남자 동급생이 메리앤의 가슴을 공개적으로 한 번 쥐었다 놓는다. 이에 메리앤은 당황하고 그 자리를 빠져나가 주저앉는다. 다른 아이들은 그 장면에서 웃었다. Karen 은 메리앤을 따라나와 너 괜찮냐고 묻는다. 메리앤은 미안해,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셧나봐, 라고 한다. 왜 자신을 추행한 놈이 아니라 자신을 탓해야 하는가. Rachel 이 따라나온다. 코넬을 좋아하는 래이첼은 메리앤이 성추행한 그 곳에서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함께 웃는다. 코넬이 어쩌면 신경쓰는지도 모를 메리앤의 편에 서지 않는다. 여러 가능성이 있다. 래이첼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자신의 경쟁 상대일지도 모를 여자로 우습게 만들고 싶었거나, 래이첼은 어쩌면 너무 남자들의 관점에 길들여졌던 걸지도 모른다. 남자애들이 웃어? 나도 웃어. 래이첼은 그 때 모두 웃었다고 말한다.



We were all laughing at the time, says Rachel. -p.41


모두가 웃었으면 괜찮아지는건가. 모두가 웃었으면 그 장면은 일종의 농담이 되는건가? 성추행을 '당한' 사람이 고통스러워하고 주저앉아도 모두 웃었으면 다 괜찮은 일이 되는건가. 그리고, 정말, 그 장면에서 모두 웃었는가. 그게 웃긴가. 코넬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That's not true, says Connell.

Everyone looks around at him then. Marianne looks at him. Their eyes meet.

Are you okay, are you? he says.

Oh, do you wnat to kiss her better? says Rachel. -p.41


코넬은 메리앤에게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하며 데리고 나간다. 이 장면에서 코넬은 메리앤의 구원자인가? 

아니다. 사실 코넬이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 가장 우선적으로 했어야 할 일은, 그 장소에서 그 일이 벌어질 때 '안돼', '그러지마', '아니야' 라고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때는 거기의 일원이었다. 비록 웃지 않았다고 해도. 


어쨌든 코넬은 메리앤을 데려다준다고 했고 그리고 그들은 그날 함께 자고, 그런데 코넬은 졸업파티에 레이첼에게 함께 가자고 한다. 미친놈이다. 용서할 수 없는 놈이다. 이 일에 대해 코넬의 엄마는 코넬을 비난한다. 메리앤은 상처받는다. 버림받은 느낌마저 든다. 메리앤은 학교가기를 그만둔다. 졸업파티에 래이첼을 데려간 코넬은 졸업 파티가 즐거울까? 래이첼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래이첼은 인기 많은 여자아이이니 졸업 파티에 데려가고(이거야 말로 트로피 파트너다), 정작 자신이 항상 자신을 알고 또 너를 알겠다고 느끼는 상대인 메리앤에게는 졸업 파티에 대한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다. 메리앤이 그 뒤로 코넬의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메리앤 없는 졸업식을 마치고, 코넬은 메리앤을 그리워한다. 졸업식에 메리앤이 오지 않아 유감이네, 친구가 코넬에게 말하고, 그리고 말한다. 너가 걔랑 자는 걸 알고 있었다고. 아마 모두들 알았을 거라고.



Eric grinned and his teeth glittered wetly in the light.

Do you think we don't know you were riding her? he said. Sure everyone knows. -p.77



이에 코넬은 충격을 받는다. 아이들이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것보다, 그 사실을 알았어도 자신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에. 그래서 뒤늦은 후회를 한다. 이거 별거 아니었는데 그냥 말할걸. 그랬다면 우리는 손잡고 걸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데 그게 뭐라고 감춰서 결국은 메리앤을 떠나게 만들었다.

코넬은 학교의 인기 많은 남자애였고 그런 만큼 친구라곤 아무도 없는 아웃사이더가 자신의 애인이라고 밝힐 수는 없었다. 자신이 사귀는 사람으로 자신까지 그렇게 이상한 애가 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졸업파티에 마음에도 없는 인기 많은 여자애를 데려갔다. 뒤늦은 후회를 해봤자 자신은 이미 메리앤에게 큰 상처를 입힌 터다.


그런데 나는 위의 문장에서 ride 를 보고 당황했다. ride ? 이건 내가 아는 뜻으로는 '타다' 이다. 말을 타다, 오토바이를 타다, 할 때 그 타다. 나는 어학연수를 가본 적도 없고 미국에서 생활해본 적도 없으니, 어쩌면 ride 가 '타다'라는 동사이면서 동시에 '섹스를 하다' 라는 뜻을 품고 있을까 싶어 검색해보았다.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저 동사는 '타다'의 뜻이었고, 저 문장에서는 섹스하는 걸 뜻했다. 번역본에는 이렇게 되어있다.



에릭이 씩 웃자 그의 이빨이 불빛에 젖어 희미하게 반짝거렸다.

네가 걔를 올라타고 있었다는 걸 우리가 모를 줄 알아? 다들 알고 있어. -책속에서



그러니까 에릭과 코넬은, 친구였고, 남자라는 같은 성별을 가지고 있었다. 저기에서는 '섹스하다'를 '올라타다'로 쓰고 있었다. 남자들 사이에서 오가는 천박하고 상스러운 단어. 섹스를 비하하고 마치 여자를 정복했다고 말하는 듯한 단어. 남자들끼리는 상스럽고 천박한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나 역시 알고 있는 터다. 한국에서는 '따먹었다'고 자기들끼리 쑥덕대니까. 물론 '올라타다'라는 것도 쓰고 있고. 그러니 영어권 남자들이 ride 를 쓴다고 해서 더 천박한 것도 아니다. 더 비하한 것도 아니다. 여기에서 남자들이 비하하는대로 저기에서 또 자기네들 언어로 섹스를 비하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것일 뿐. 이게 너무 지긋지긋한거다. 게다가 '올라타다' 라거나 '따먹다' 는, 남성이 주체적임을 뜻한다. 남성이 주체이고 행동을 하는 사람이고 저 말들의 상대어를 반영하는 여자들은 수동적이 된다. 여성을 놓고 저 단어를 쓰려면 '따먹혀야' 하고 '태워야' 한다. 아, 대주다 라는 것도 있다. 이 모두가 여성은 남성이 이끄는대로 행동하는 수동성을 의미한다. 남자들끼리는 역시 이런 말들을 웃으면서 한다. 마치 그것이 자연스럽고 또 자랑스럽다는 듯. 익숙하게. 너 걔 올라탔냐? 그리고 듣는 남자는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자연스럽게 대응한다. 말에 사람이 올라탄다면, 그 말의 방향과 속도를 정하는 이는 사람이다. 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먹을' 때 그것을 열매가 정하지 않는다. 열매는 다만 탐스럽게 열릴 뿐, 그것을 따서 먹을지 말지는 그것을 따는 사람이 결정한다. 지배하고 주체가 되는 남성. 섹스에서 남성은 지배가 되고 주체가 되고, 그래서 여성은 지배를 당하고 수동적이 되고, 저런 말들이 여성인 내가 없는 곳에서 수도 없이 오고갈 것이고, 나는 그렇게 성적 대상이 된다. 징그러운 것들. 주체이고 지배이고 그걸 또 누구보다 잘 아는 것들. 징그러운 것들.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 그렇다면 '여성들끼리' 있을 때 섹스에 대해 상스럽고 천박하게 말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일단 남자들의 주체 용어인 저 단어들은 여자들에게로 오면 절대 주체가 될 수 없는 단어들이었다. 나는 내 의지로 '따먹히지' 않고 내 의지로 '태우지' 않으니까. 그러면 여자들인 우리들끼리는 어떤 말을 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가장 속되게 표현하는 건 '잤지?' 밖에 없는 것 같다.


"너 그남자랑 잤지?"


이것밖에 생각이 안났다. 나의 여자친구들에게 물었다. 이런 경우 우리 여자들끼리는 어떻게 속되게 말할까, 어떻게 비하하며 깔보며 말할까. 친구들도 대답했다. 잤지, 섹스했지, 밤을 보냈지. '사랑을 나누다'는 말도 나왔는데 실질적으로 현실에선 사랑을 나누다를 쓰지는 않는다. 친구에게 '어제 그 남자랑 사랑을 나눴니?' 처럼 물어보진 않으니까. 왜 우리는 그렇게 말할 수 없을까. 그것은 우리에게는 침략의 도구인 고추가 없기 때문일까? 나는 일전에도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던 침략, 지배, 고추에 대해 생각하고, 그 당시 친구가 댓글에 달아주었던 (먼댓글 링크 참조) 인용문이 실린 단편 소설을 꺼내 읽는다.


















'정찬'의 소설집 《두 생애》에 실린 단편소설 <희생>은 여자가 남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자는 남자를 그리워한다고 편지를 시작하고, 그리고 남자는 여자의 편지가 이끄는대로 여자의 집을 찾고 여자의 딸을 만나 또다른 편지를 건네받고, 그녀의 딸이 여자가 고문당시 강간을 당해 낳은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누가 영서의 아버지죠? 남성이에요. 단순하고 막연한 대답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에겐 단순하지도 않고 막연하지도 않아요. 생명의 문제에서 여성은 가해자가 될 수 없어요. 신은 여성에게 남성의 발기된 성기와 같은 폭력의 무기를 주지 않앗어요. 이런 점에서 여성은 숙명적으로 희생자예요. 저는 영서가 여성이었음을 알았을 때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어요. 기쁨의 이유는 가해자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며, 슬픔의 이유는 희생자적 존재라는 사실 때문이었어요. 모든 남성이 가해자라는 뜻은 아니에요. 가해자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죠. 마찬가지로 모든 여성이 희생자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지요. 저는 어떤 집단이나 사회를 평가할 때 이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아요. 나쁜 집단, 나쁜 사회는 가능성을 방치해요. 더 나쁜 집단, 더 나쁜 사회는 가능성을 확장시키죠. -<희생>, p.115~116



'타다', '따먹다' 모두 폭력의 무기를 가진 자신을 인지하는 단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단어를 사용하고 그렇게 말하고 그리고 그걸 듣고 있는 것 보두, 정찬의 소설대로라면, 가능성을 방치하고 있는 것에 다름아니다. 나쁜 사회로 나쁜 집단으로, 더 나쁜 집단으로 더 나쁜 사회로 가는 것을 돕는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나를 말한다. '타다', '따먹다'를 말하는 자는 정말로 '타고' '따먹는' 사람일 따름이다.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런 사람인 것이다. 거기엔 어떤 다른 이유도 핑계도 그리고 다른 모습도 없다. 타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타는 사람이고 따먹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따먹는 사람인 것이다. 고작 그런 사람들인 것이다. 고작 그따위 것들인 것이다. 그 말을 직접 내뱉지 않는다고 해서 그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느냐. 아니다, 그거 듣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사람, 나쁜 사회가 되는것을 내버려두는 사람, 가능성을 방치하고 확장하는 사람이다. 고작 그따위 인간인 것이다. 그 언어를 쓰는 당신은, 바로 그런 사람인 것이다.




책을 샀다. (갑자기 분위기 전환)

















<댈러웨이 부인>은 이십대 중반에 아주 힘들게 읽은 기억이 있다. 며칠간 질질 끌었고 다 읽고 나서는 다른 느낌보다도 '드디어 다 읽었다'는 해방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어땠냐고 묻는 친구에게 지루했다, 그리고 동성애 코드가 있다, 라고 답했던 기억만 나고 사실 다른 기억은 전혀 없는 바, 일전에 독서괭 님 리뷰보고 내가 완전히 잘못 읽었었다는 걸 깨닫고 다시 읽어봐야지 하던 참에, 이번에 《우연한 생》읽다가 당장에 질러버렸다.

《침묵》은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의 리뷰를 읽고 오오~ 하던 차에 '같이 읽자'고 ㅈㅈㄴ 님이 뽐뿌 넣으시는 바람에... 샀다.











































사진 맨 밑의 학회지 두권은 친히 발행처에 연락해 구입한 책이다. 논문 읽어볼게 있어서 샀다. 이젠 사다사다 별 걸 다 사네..

그나저나 ,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이걸 사버렸으니 나를 어쩌면 좋은가.. 박정자 님 책이라서 읽어볼라고 샀다. ㅋㅋㅋ 도나 해러웨이 읽고 데리다 궁금해졌는데, 데리다 입문서 다른 것보다 박정자 님의 글로 읽으면 이해가 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른 책들은 뭐 다 이차저차 이러저러해서 샀다. 이제 그만 살거다.



점심엔 마라탕 먹어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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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e can‘t do it.
    from 마지막 키스 2022-05-31 09:19 
    '릴리스'의 책 《내 팔자가 세다고요?》를 읽다 보면 '폴리아모리'(두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다자간 사랑)를 할 수 있는 사주팔자가 있고 그걸 할 수 없는 팔자가 있다고 했다. 오, 이것도 사주팔자로 가능한 것이구나. 나로 말하자면 폴리아모리는 내 얘기로 만들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혹여 상대가 내게 제안한다면 오, 그렇다면 다른 사람하고 폴리아모리를 하든지 뭘하든지 나는 너랑 쌩~ 이렇게 되어버리는 사람인데, 내심 내가 그걸 싫어하는 이유가
 
 
- 2022-05-30 1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진짜 이거 다 읽으니까 식사 끝났어요 ㅎㅎㅎㅎㅎ 아 댈러웨이부인 저도 계속 읽고 싶다고 말만 하는데, 저 빨강책이 최신 번역일랑가요? 머지 않은 시점에 읽어보아야겠습니다…

다락방 2022-05-30 15:23   좋아요 0 | URL
저게 최신번역인줄은 모르겠는데 저 시리즈로 제가 두 권 가지고 있더라고요.(뭐였는지 기억이 잘 안남) 그래서 이왕이면 깔맞춤.. 으로 샀습니다. ㅋㅋㅋㅋㅋ

수이 2022-05-30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찬 소설 읽어봐야겠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대! 맛점하세요.

다락방 2022-05-30 15:24   좋아요 1 | URL
정희진 샘으로부터 극찬만 들어왔던 작가인데 저 인용문 실린 소설은 단발머리 님이 댓글로 알려주셨어요.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와 엄청 폭력에 대한 얘기들이라 읽기가 쉽진 않네요.

잠자냥 2022-05-30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갑분전책에서 빵 터짐요~ ㅋㅋㅋ
근데 진짜 다부장님 이젠 정말 사다사다 별걸 다 사는군요? ㅋㅋㅋㅋ

그나저나 ride...... 이 색휘들아 여자들도 너놈들 올라탈 수 있거든! -_-;
(이게 아닌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30 15:25   좋아요 2 | URL
ride 얘기도 써야했고 책 산 얘기도 써야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님, <침묵> 6/7 에 시작할까요? 어떠세요?

잠자냥 2022-05-30 15:44   좋아요 1 | URL
연휴 끝나고 시작 아주 좋습니다!

다락방 2022-05-30 15:50   좋아요 1 | URL
굿굿 그러면 그 때부터 시작하는 걸로 합시다. 훗.

건수하 2022-05-30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ric grinned 하는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올라오더니.. ride에서 역시 했다는.
고딩들이긴 한데.. 그걸 감안해도 별로네요.

갑분전 책샀다에서 저도 깜놀... :)

건수하 2022-05-30 16:47   좋아요 1 | URL
(학술지 궁금해서 사진 클릭)

젠더와 문화는

https://kiws.jams.or.kr/co/com/EgovMenu.kci?s_url=/sj/search/sjSereClasList.kci&s_MenuId=MENU-000000000053000&accnId=null

여기서 다운로드해서 보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건수하 2022-05-30 16:50   좋아요 1 | URL
문화과학은 여기서 (100호까지만)

https://culturescience.kr/51/?q=YToy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zOjQ6InBhZ2UiO2k6NDt9&page=1


다락방 2022-05-30 16:58   좋아요 1 | URL
아마도 고딩들이니까 더 허세에 가득차서 저런 용어들을 썼겠지요. 저런 말을 하는 고딩들이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 청년이 되면 어느 순간 달라질까요? 달라지는 인간들은 소수겠지요? 답답합니다.
페이퍼에 쓰진 않았는데 저 친구들 중 한 명은 여자친구 사진 몰래 찍어서 돌려보기도 합니다. 휴.. 불법촬영은 세계 모든 남자들의 공통인가봐요. 이해할 수 없는 족속들...

오오, 학술지 전체 다운 가능한지 전혀 몰랐어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저는 책으로 읽고 싶어서 사긴 했지만 ㅋㅋ 앞으로는 다운 받아야 겠네요. 감사드려요! 저는 넘나 아날로그라 일단 책으로 사고 보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5-30 17:00   좋아요 0 | URL
혹시? 해서 찾아봤어요. 물론 종이책이 더 보기 좋지만? 빨리 읽고싶을 땐 다운로드해서 읽으셔도 좋을거예요.

다락방님 덕분에 모르던 학회지들을 알아갑니다. 읽을 일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

바람돌이 2022-05-30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라탕은 잘 드셧나요? 저는 저녁에 봉골레파스타를 조개랑 오징어 잔뜩넣고 해서 너무 많이 먹어버렸습니다. 배가 빵빵.....ㅠ.ㅠ 부담스러워요. ㅠ.ㅠ ㅎㅎ
혹시 논문 볼 일있으면 요 사이트 검색 먼저 한번 해보세요.
https://www.kci.go.kr/kciportal/main.kci
왠만한 논문은 거의 검색이 가능해요. 공짜구요. ^^

다락방 2022-05-31 08:18   좋아요 1 | URL
오오 바람돌이 님, 링크 감사드려요. 지금 들어가보고 소리 지르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알고 있는 논문 검색 사이트는 대학에 소속되어 있어야 무료더라고요. 아니, 이런 감사한 일이. 덕분에 잘 볼게요! 안그래도 구하지 못한 학술지 중에 읽고 싶은 논문이 있었거든요. 후훗.
감사합니다!!

에이바 2022-06-01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잘 지내셨어요? 오랜만에 서재 들어와서 이웃들 글을 보는데 노멀 피플 글이라서 더 즐겁게 읽었습니다.ㅎㅎ 먼 댓글 페이퍼에 써야하는 댓글이긴 한데 저도 폴리아모리나 오픈 릴레이션십 정말 이해할 수 없어서 더 공감하면서 봤네요. 엔도 슈샤쿠 침묵 저도 읽고 이런 저런 생각을 했던 책이라 다락방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해져요. 예전에 제가 썼던 리뷰도 찾아봐야겠어용 ㅎㅎ

다락방 2022-06-02 08:22   좋아요 0 | URL
에이바 님의 침묵 리뷰 잘 읽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오셔서 좋은 리뷰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좀 자주 오세요, 에이바 님 ㅠㅠ
제가 침묵 읽을 때 에이바 님의 리뷰를 읽은게 도움이 될듯 합니다. 침묵을 얼른 읽고 싶네요. 저는 6/7 부터 읽을 계획입니다. 호홋.
노멀 피플은 원서로 읽는게 번역서로 읽는것보다 더 좋네요. 아마 다른 책들도 그렇겠지만요. 얼른 영어 잘하는 사람이 되어서 번역서 도움 없이 쭉쭉 읽어나가고 싶어요.
에이바 님, 자주 만나요!
 
우연한 생 - 우리가 살지 않은 삶에 관하여
앤드루 H. 밀러 지음, 방진이 옮김 / 지식의편집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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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의 내 마음가짐이나 생각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다고, 정말 열심히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를 열다섯살로 돌려놓으면, 아마도 내 정신상태 역시 딱 그 때의 나일 것이고, 그렇다면 나는 그때 내가 행동했던 대로 공부하지 않는 삶을 살아오다가 결국 지금에 이르게 됐을 것이다.


만약 몇 년전 그때, 내가 그의 손을 놓기 싫어서 그에게 안녕을 말하는 대신 그의 손을 잡고 있기를 선택했다면, 그 당시에는 그를 내 옆에 두었다는 안도감을 가졌을지 몰라도 결국 이틀 뒤나 한달 뒤, 혹은 일년 뒤에 결국 안녕을 말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종류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그 당시의 선택을 바꿀 수 있다 해도 결국 그 선택으로 돌아올것이었다. 다만, 이별의 순간을 좀 늦췄을 뿐, 결과는 같을 터였다.


나는 수많은 선택들에 있어서 뒤를 돌아보곤 한다. 만약 그 때 그랬다면,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러다가도 이내 '나는 나'이기 때문에 결과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마찬가지로 하게 된다. 순간의 선택은 미래를 크게 바꾸기도 하지만, 그러나 결국 같은 방향을 보게 된다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애초에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되는 게 아니라, 그저 나인데 그 상황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다른 선택을 했다 해도 결과적으로 인생의 이 시점에는 이 정도의 모습으로 와있을 것 같다. 그러니 나는, 내 동생이 내게 늘 말하는 대로, 내가 가질 수 있는 최상, 최선의 모습일것이다.



인생은 수많은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가능성 이라는 것은 그 단어가 미래를 뜻한다. 만약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하는 가능성. 그것은 희박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가능성이 또 미래에 있기도 하다. 그 날 그 시간에 너를 거기서 우연히 만나게 되다니. 그것은 그야말로 '앤드루 H.밀러' 가 말한 '우연의 필연성'(P.100) 이겠지.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우리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이루거나 이루지 못한 채, 그리고 미처 상상해보지도 못했던 일을 수없이 맞닥뜨린 채 지금의 내가, 우리가 되었다.


그러나 가능성은 과거에 대한 것을 돌이키게도 한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것이 아닌, 훌쩍 저 과거로 넘어가 '그 때 내가 그랬다면' 하고 조건을 바꾸며 그 뒤에 일어날 일에 대해 상상하는 것. 앤드루 밀러는 이 책에서 그 과거의 조건에 대한 가능성을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만약 내가 이 남자랑 결혼했다면 지금쯤 웃으면서 살겠지? 하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상상. 그렇게 상상해볼 수 있는 건, 혹은 상상해보고자 하는 건, 지금의 내 삶이 아닌 다른 삶 그리고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나를 생각해보기 때문이다. 앤드루 밀러는 이 책에서 중년의 관심사가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말하는데, 정말 그렇다. 앤드루 밀러가 말한 것처럼 '살지 않은 삶이 있으려면 먼저 삶을 어느 정도 살아야만'(P.47) 하기 때문에 중년의 이 시점에 우리는 과거의 선택들을 꺼내 보고 이리 바꾸고 저리 바꿔보기도 하고, 그렇다면 지금은? 하고 자꾸 묻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한 번이상씩 해보았을 상상, 가능성에 대해 앤드루 밀러는 이 책에서 소설과 시를 통하여, 그리고 영화를 통하여 얘기해준다. 앤드루 밀러가 소개해주는 작품들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이 살지 않았던 삶, 선택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언급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수단 자체가 원래 그렇게 다른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던가. 소설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나의 것이 아니다.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하는 일이라고는 그들의 삶을 상상하고, 그리고 '만약'을 덧붙이는 일이다. '만약 나라면' 을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안나 카레니나라면 나는 기찻길에 내 몸을 던졌을까?' 는 물음. 


안나 카레니나의 삶은 내 것이 아니다. 브론스키는 나의 연인이 아니다. 안나 카레니나의 초반으로 가면, 사실 나는 브론스키랑 사랑에 빠졌을지도 확신이 없다. 그 사랑은 내 것이 아니므로. 그러니 나는 안나가 될 수 없고 안나는 내가 될 수 없지만, 그러나 소설을 읽으면 언제나 그런 일들이 가능해진다. 


만약, 나라면?



앤드루 밀러가 들려주는 수많은 문학 작품과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이 미국인의 삶This American Life> 이라는 라디오쇼 를 통한 것이다. 1990년대 보스니아 전쟁이 터졌을 때 사라예보를 탈출한 소년 '에미르'가 운이 좋아 미국에 정착하게 되지만 학교에서 차별을 당했고, 영어에 서투른 그가 에세이 숙제에 보스니아 책의 에세이를 영어로 번역해 냈더니 선생님이 너는 이 학교에 있기 아깝다며 사립학교로 전학 시킨다. 그 소년은 그렇게 하버드에 들어가고 박사 학위를 따고 결혼을 하고 대학 교수가 되었다. 라디오쇼 진행자는 표절 에세이가 그의 미래를 바꾼거라고 얘기하는데, 그렇게 에미르의 당시 선생님을 찾아 얘기를 들어보니 이야기는 아주 달랐다. 다른 선생님들도 에미르의 학업 성적이 뛰어남을 얘기했고 그 에세이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으며, 워낙 우수한 아이었으니 설사 사립학교로 전학가지 않았어도 어떻게든 성공했을 거라는 거다.


에미르에게는 인생을 바꾼 에세이, 그리고 선생님인데 선생님에게는 다른 기억으로 적혀 있었다. 그러니 돌이키는 것 역시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에미르는 '만약 내가 그 에세이를 내지 않았다면', '만약 그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으로 조건을 바꿔볼 수 있을 테지만, 선생님의 기억에서는 굳이 그 에세이를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거다. 아예 기억에도 없으니까. 



앤드루 밀러는 책의 마지막 즈음, 다시 댈러웨이 부인을 소환한다.



그런 것이 우리 시각의 방식이다.

클라리사다, 그는 말했다.

왜냐하면 거기 그녀가 있었으니까.

그래, 여기 있었네. -댈러웨이 부인 中


글쓰기를 가르치는 여느 선생들처럼 나도 학생들에게 "있다be" 동사 사용을 피하라고, "있다", "있었다"를 사용하지 말라고 말한다. "진짜 동사를 쓰세요!"하고 나는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있다'가 무슨 말을 하나요?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냥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게 전부예요!" 그런데 거의 25년 동안 그렇게 말해오다 올해 들어 갑자기 이런 말을 덧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안 하지만 그게 모든 것일 수도 있긴 하죠." -p.269

 


우리의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인한 삶과, 그리고 돌이켜보는 인생과, 다를 수 있었던 선택들이 가져올 삶과, 그런 상상을 하는 지금의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 세상의 시인들과 소설가들이 가보지 않은 길과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면, 앤드루 밀러는 그 작품들을 통해서 덧붙인다. 우리가 지금에 이를 때까지 우리는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내려놓았음을. 우리의 선택이 우리를 만들었다면 또한 우리의 포기가 우리를 만들었다. 지금의 우리를. 우리는 지금의 삶을 바꿀 수 없고 우리 자신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끊임없이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해 떠올리며 결국 해야 할 일은 지금의 삶을 더 잘 들여다보고 현재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일테다.



소설을 읽으면 그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만으로도 좋은데, 앤드루 밀러는 이 책을 통해서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게다가 그걸 쪼개서 동사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나는 '있다'는 동사가 그 자체로 완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게 바로 책을 읽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아쉬운 건, 예시로 들었던 수많은 시에 대한 것. 시이니만큼 원문도 함께 실려있었다면 더 이해하기가 쉬었을텐데.


문득,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오거나 상상했던 것들 그리고 느끼거나 깨달은 것들이 중년에게 다가오는 당연한 수순의 것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존 치버는 중년이 되니 인생은 외로움이 전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데, 어느 순간 나도 나의 외로움을 인지하고 받아들였던 말이다. 아아, 중년이란 이렇게 오는 것이다. 나는 중년인 것이다. 지금의 내 모습, 이 중년의 내 모습은, 내가 만들어온 나다. 이 삶은 내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그리고 최상의 삶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는 매우 만족스럽다. 

나는 나 자신과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친밀하고, 그 친밀함 안에서 나는 혼자다. 내 기억은 나만의 것이다. 그해 초봄 어느 저녁에 리치먼드가家의 들판을 가로질러 막 꽃망울을 터뜨린 개나리들을 헤치고 달렸고, 친구가 바로 등 뒤까지 바짝 따라붙었고, 종아리가 터질 것 같았고, 휘어진 가지가 날아들어 온몸을 때렸고,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굴렀고… 나 이외에는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억들이다. 그런 경험들이 곧 나다. 그렇게 말하고 싶다. - P18

그런데 그 경험들은 아주 다를 수 있었고, 그랬다면 나도 지금과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중 하나만 달랐어도 나는 다른 방향으로 굴렀을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로, 이 도시로, 이 집으로, 이 방으로, 이 책상 앞으로, 이 문장으로 이어진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걸었을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의 내 삶은 기막힌 우연이면서도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삶이다. - P18

프로이트와 릴케는 그날 산책을 하면서 인간의 필멸성과 그런 필멸성이 우리가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엇다. - P20

성공한 예술 작품이란 아무리 손을 봐도 지금보다 더 좋게 만들 수 없는 작품을 의미한다. 어떻게 바꿔도 현재보다 못한 작품이 되는 상태에 이르면 그 작품은 완성된 것이다. - P39

완성된 예술 작품에는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주장은 매력적이다. 그런 작품에서는 전혀 부조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에는 성공적인 예술 작품 뒤에는, 마치 수도 없이 버려진 옷이나 연인들처럼, 버림받은 가능성들의 잔해가 수도 없이 쌓여 있을 거란 생각이 뒤따른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뭔가를 잃어버림으로써 아름다움이 완성된다고 생각하고, 상실을 뭔가 아름다운 것으로 만든다. - P39

이런 말을 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살지 않은 삶은 중년의 관심사다. 살지 않은 삶이 있으려면 먼저 삶을 어느 정도 살아야만 한다. - P47

중년에는 불가해함이, 당혹스러움이 있다. 이 시간 내가 가까스로 알아낸 것은 일종의 외로움이 전부다.
(존 치버, 존 치버의 일기 中 재인용) - P47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에서는 한 등장인물이 이렇게 논평한다. 젊은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부글부글 끓고 요동쳤다.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변화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 우리는 묶였다…. 우리는 지금을 선택했다. 때로는 누군가 우리를 대신해서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집게 같은 게 목 아래쪽을 꽉 잡고 있는 게 느껴진다." - P49

화자도 신과 같은 역할을 한다. 화자의 관심에서 의미가 생겨난다. 어떤 참새가 떨어졌다면 화자는 반드시 그 참새를 기억한다. 왜냐하면 애초에 화자가 하늘에 띄운 참새였으니까. - P60

「당신을 사랑하는 신」의 결말에서 편지를 쓰라는 데니스의 호소와 함께 나는 다시금 살지 않은 삶은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나의 주제로 돌아온다. - P63

한 주 한 주 클라리사는 그녀의 삶을 살았고, 그는 바다 너머에서 그의 삶을 살았다. 이제 나란히 앉아 있는 그들은 밀접하게 분리되어 있다. 각자의 울타리 안에 있지만, 그러면서도 최대한 붙어 있다. 서로 닿아 있지만 분리되어 있다. 서로에게 닿으려면 분리되어 있어야만 한다. - P66

살지 않은 삶에 대한 생각은 우리 언어의 가장 작은 단위조차 문제를 만들고 대명사를 혼돈에 빠뜨린다. - P76

물론 아무도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신이 되겠냐고 묻지 않았고, 라이프니츠에게 중국의 왕이 되겠느냐고도 뭊디 않았다. 귿르은 아무도 주겠다고 하지 않은 역할을 거절하고 있다. 사실 철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모습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진짜 가능성이 아닌 진짜 현실, 즉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현실에 대해 그들이 내놓은 답변 이라고 생각한다. - P78

철학 저술가 윌리엄 해즐릿William Hazlit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대리인으로 존재하기"가 돼버릴 테니까. 과연 그 누가 "선택할 수 있다면 당장 내일 대천사 가브리엘이 되겠는가? 가브리엘은 단지 멋진 광경에 불과하지 않은가?" 우리는 다른 사람이 가진 어떤 특성을 가지고 싶어할 수 있다. 이 사람의 예술적 감각이나, 저 사람의 통찰력을 부러워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우리 자신인 채로 이를 소유하고 그런 특성과 재능을 누리고 싶어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처럼 해즐릿은 행복과 불행 등 모든 감정들보다 우리에게 더 근원적인 감정은 우리 자신에 대한 원초적인 애착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허영심과는 달라서 더 근본적이며 더 뿌리가 깊다. - P79

그러나 충만한 마음이 때로는 갈구하는 마음이 되기도 한다. 기분이 살짝만 가라앉아도 내가 상상한 삶들이 지금 이 삶을 부족하다고 느끼게 한다. 살지 않은 삶이 내 세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대신 내 세계를 갉아먹는다. - P86

앤절라는 피부가 하얗고, 지니는 검다. 앤절라는 어머니를 닮았고, 지니는 아버지를 닮았다. 앤절라는 무신론자이고, 지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독자는 두 사람이 다르다는 사실을 즉시 알아챌 수 있지만, 자매들이 그런 차이점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너와 내가 별개의 두 사람이고, 각자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뿐이야." 지니가 말한다. "샴쌍둥이도 아니잖아. 우리는 각자가 선택한 길을 가야만 해." (제시 레드먼 포셋, 「플럼번Plum Bun」 - P89

『설득』은 다른 모든 소설과 마찬가지로 우연의 필연성에 관한 소설이다. - P100

포터의 휠체어가 영화감독의 의자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한 세계의 모든 사항을 지휘하지만 그 세계 안에서 활동하지 못하는 사람의 의자라는 것이다. 체험을 포기하는 대신 권력을 얻은 셈이다. (영화, <멋진 인생>) - P108

<멋진 인생>은 「당신을 사랑하는 신」처럼 한 사람(어떻게 보면 조지도 중개업자라고 할 수 있다)에게 다른 삶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삶에 안주하도록 권한다. 칼 데니스처럼 카프라는 대안을 떠올리고 우리에게 그 대안을 맛보게 한 뒤 그 대안을 잊으라고 말한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실과 화해하라고 권한다. 조지의 과제는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스크루지와는 다른 과제를 받았다. 조지는 이미 선한 사람이며, 그래서 자신이 선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 P118

순서가 주어지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앞서 일어난 일보다는 나중에 일어난 일을 바꾸려고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다른 논문들은 우리가 실행에 옮기지 않은 일보다는 실행에 옮긴 일을 후회하고, 우리가 머릿속으로 통제할 수 없었던 측면보다는 통제할 수 있었던 측면을, 그리고 일상적인 사건보다는 예외적인 사건을 되돌리려 하고, 적절하다고 여기는 행동보다는 부적절하다고 여기는 행동을 바꾸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 P127

우리는 과거 사건을 아무렇게나 바꿔서 상상하지 않는다. - P128

"나라면, 내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절대로 남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유혹에 빠지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러나 당연한 말이지만 에밀리는 인생을 다시 살 수 없다. (앤서니 트롤럽, 『그는 자신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 P155

리처드 카스톤이 죽기 전까지 다양한 직업을 넘나든 반면, 그가 사랑한 여자 에이다 클레어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결혼을 하느냐 안 하느냐, 두 가지뿐이었다. 물론 19세기에는 이런 선택 기회 조차 없는 여자들도 있었다. 아마도 에이다는 중산층 여성에게 열린 몇 안 되는 길인 가정교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P166

"남자는 직업을 선택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나이에 직업을 선택한다"라고 니체는 말했다. "그는 다양한 직업에 대해 알지 못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모른다. 그런 다음 그 직업에 온정신을 집중해 경험을 쌓으면서 가장 활동적인 시기를 낭비한다." 우리는 무지한 상태에서 선택한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과 비교해보면 직업을 선택할 당시에 우리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했다. 니체는 이런 점에서 직업은 사랑과 같다고 말한다. "성공적인 결혼생활 같은 성공적인 사례는 예외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런 예외조차 이성적인 선택의 결과는 아니다." - P170

어째서 그를, 지금,
내가 알 수 없고, 내가 볼 수 없고,
내가 들을 수 없고, 내가 만질 수 없는데,
다른 사람은 알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걸까. (샤론 올즈, 「2001년 9월, 뉴욕September 2001, New Yokr City」 - P171

키에르케고르는 이렇게 말했다. "결혼하면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거나 결혼하지 않거나, 어느 쪽이든 후회할 것이다." - P175

모든 좋은 길은 나머지 길을 배제한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매기 넬슨Maggie Nelson이 말한다. "나는 글을 쓰면서 동시에 아이를 안아줄 수 없다." 그녀가 쓴 모든 문장은, 내가 읽는 그녀의 모든 문장은 그녀가 아이를 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전달한다. 결과물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바로 내려놓기인 듯하다. (넬슨의 저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내 책을 한 줄로 요약했다고 느꼈다.) - P186

줄리엣 미첼Juliet Mitchell은 형제자매가 "자신이 유일하지 않으며 누군가 자신과 똑같은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 P209

비교는 울프에게 다른 세계를 욕망하게 만들었다.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원한 것이 아니라, 이 세계에 더해진 다른 세계를 원한 것이다. 이것 대신 저것이 아니라, 이것과 저것이다. 나는 다른 세계에 대한 그녀의 갈망이 이 세계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 P263

글쓰기를 가르치는 여느 선생들처럼 나도 학생들에게 "있다be" 동사 사용을 피하라고, "있다", "있었다"를 사용하지 말라고 말한다. "진짜 동사를 쓰세요!"하고 나는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있다‘가 무슨 말을 하나요?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냥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게 전부예요!" 그런데 거의 25년 동안 그렇게 말해오다 올해 들어 갑자기 이런 말을 덧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안 하지만 그게 모든 것일 수도 있긴 하죠."
- P269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관념은 청소년기의 고통이자 위안의 출처다. 어른이 되어서 얻는 유일한 이득은, 그런 가능성의 세계를 포기함으로써 얻은 유일한 정의는 실재, 현실을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일한 세계의 진실, 그 세계가 존재하며, 내가 그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 주는 고통과 위안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스탠리 카벨, 『눈에 비치는 세계』) - P282

나는 하나의 삶, 이 삶을 산다. 이 삶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삶 이외의 다른 삶도 없다. 나는 나 자신일 수밖에 없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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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5-30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어떤 책들은 독자로
하여금 물들게 해서 책만큼
좋은 리뷰를 쓰게 하나봐요.
다락방님의 글은 항상 근사한
에세이들이지만 이 글은 유독 마음을 울리네요! 잎사귀랑 이책 땡투했어요~♡♡

다락방 2022-05-30 12:12   좋아요 2 | URL
저는 리뷰 써놓고 아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엉망인 글이다 ㅠㅠ 하고 있었는데 이런 다정한 댓글이라니, 위로와 힘이 됩니다, 미미 님.
미미 님도 이 책 좋아하실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도 책들을 또 사게 되겠죠. 저는 그렇게 댈러웨이 부인을 샀거든요. 껄껄.

- 2022-05-30 1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선리플 후감상) 길어서 밥먹으면서 읽겠습니다. 오늘 점심은...... 순대국밥입니다.

다락방 2022-05-30 12:11   좋아요 3 | URL
긴 페이퍼도 하나 또 썼다. 내가 오늘 올린 글 두 개 다 읽으면 밥도 다 먹을듯요. ㅋㅋㅋㅋㅋ
저는 마라탕 먹을 거예요!

- 2022-05-30 12:30   좋아요 2 | URL
저는 제 외로움이 좋아요.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삶은 어느 정도 살아’서 획득한 살아보지 않은 삶들에 대한 희구를 이해할 수 있어서 제 나이들어감이 좋고요, 무엇보다 커서 내가 될 사람이 자기 삶이 최상이라고 말하는 내 안목이 좋습니다. ㅋㅋㅋㅋ 그러므로 내가 짱이다!!!! 💕

다락방 2022-05-30 15:26   좋아요 3 | URL
쟝님은 나이 들어서도 인생에 만족하게 될거예요. 지금 성실히 살고 있으니까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깨달은 건, 성실한 인생은 후회할 리 없다...는 것입니다. 성실히 살면 결국은 만족이 오는 것 같아요.
공쟝쟝 님의 인생 화이팅!!

mini74 2022-06-10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사해서 우와!! 했던 글이네요 ㅠㅠ 다락방님 축하드려요 *^^*

새파랑 2022-06-10 1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옆에 메달이 화려하네요~!! 축하드립니다~!!
 


어제 퇴근길에 넷플릭스에서 영화 <토스카나>를 보기 시작했다. 아직 다 보진 못했는데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갈지는 너무 잘 알겠다.


덴마크에서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 '테오'는 새로운 식당을 오픈하기 위해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 때 자신앞으로 온 편지를 받아보게 된다. 편지에는 이탈리아에 사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테오 앞으로 이탈리아의 성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거다. 아버지랑 어릴 때 헤어지고 사이가 좋지 않아 그 뒤로 만나지 않아서 굳이 그 성을 물려받아야 하나 생각도 들고 찾아가보고 싶지도 않지만, 이 편지로 인해 기분이 구려진 테오가 투자자들을 만나 대접하는 일에 실패하여 투자가 수포로 돌아가자, 레스토랑 동업자가 가서 성을 팔아 그 돈이라도 가져오라고 하는거다. 이에 테오는 이탈리아로 떠난다.


이탈리아에 도착해 성을 보니 낡았고 성의 레스토랑은 지저분하고 게다가 쓸모없는 땅 취급을 받아 땅값은 얼마 나가지도 않는다. 성에서 자면서 샌드위치라도 하나 먹으려고 부엌에 내려가니 너무 지저분해 세시간이나 치워야 했고. 다 못마땅한 가운데 성에서는 성을 팔지 않기를 바라는, 아버지가 오래 돌보아준, 그리고 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여자 '소피아'를 만나게 된다. 소피아의 결혼식을 앞두고 가난한 소피아를 위해 그리고 이 성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테오는 결혼식 음식을 자신이 준비해주기로 하고 덴마크에 자기가 데리고 있던 요리사들을 불러 요리를 시작한다.


내가 본게 이 부분까지인데 요리가 나오는 거 너무 좋고 이탈리아 풍경도 너무 좋다. 다만 줄거리는 너무나 예상 가능하다는 것. 이 작고 외진 성에서 테오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지 않을까. 덴마크의 고급 음식점을 포기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당장 결혼을 앞둔 소피아랑 사랑에 빠져버렸으니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탈리아가 배경인 영화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게 아니고, 이 영화 다 보긴 해야 되는데, 아니 그런데 내일이 소피아 결혼식인데 결혼식 전날 소피아랑 키스를 해버리면... 아아, 모르겠다. 왜 소피아 인생의 이 시점에 테오가 나타난건지, 테오 인생의 이 시점에 소피아를 만난건지. 당장 내일이 소피아 결혼식인데.. 아니, 진짜 근데 내가 하려는 얘기는 그게 아니고, 


덴마크에 있는 요리사들이 이탈리아에 도착해서 차에서 한 명씩 내리는데, 어? 어? 혹시 당신은? 설마? 설마....


크리스토퍼???



영화의 정보를 전혀 모르고 봤던 터라 크리스토퍼의 얼굴을 보았을 때 너무 당황했고, 아니, 크리스토퍼 영화도 찍는 사람이었나? 아니면 닮은 사람인가? 가만있자, 이 영화에 덴마크가 나오는데 크리스토퍼가 덴마크 가수 니까 크리스토퍼가 맞을 수도 있겠어? 


크리스토퍼, 당신이에요?


나는 얼른 화면을 멈추고 이 영화를 검색해본다. 정말 이 영화에 내가 아는 바로 그 크리스토퍼가 나오는건지 궁금해서. 그래서 검색어를 '토스카나 크리스토퍼' 라고 넣었는데 누군가 이미 해놓은 검색어더라. 아, 맞구나! 그리고 찾은 이 영화 후기들에는 '덴마크 가수 크리스토퍼가 나온다'고 되어있더라.


크리스토퍼, 당신이군요!



맨 왼쪽이 크리스토퍼.

아니, 그런데 왜 영화의 중간이 지나서야 내가 알게 됐지? 당연히 그 레스토랑 안에서 일했을텐데? 앗, 그러고보니 영화 초반에 여긴 쿠킹클래스가 아니라고 셰프한테 혼나는 요리사가 있었는데 혹시 그가? 하고 돌려봤더니 맞았다. 혼나는 요리사. 그런데 그 때 뒷모습밖에 안나오고 있어서 전혀 몰랐네. ㅎㅎ 


이 영화에 크리스토퍼 나온다. 그렇다면,

크리스토퍼가.. 다른 영화에도 나오는걸까? 오.. 

이 영화에는 로맨스가 들어가는데(사실 좀 쓸데없다, 굳이 내일 결혼하는 사람과 로맨스 시작될 일 무엇), 그 로맨스의 주인공이 위 사진에서 왼쪽에서 두번째 남자인 걸 보면, 사랑이란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드는 것이고, 로맨스의 주인공이라고 꼭 크리스토퍼처럼 생길 필요도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런 한편, 내가 요즘 《우연한 생》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 만약 소피아가 성에서 테오를 만나기 전에 크리스토퍼를 만났다면.. 그래도 테오를 사랑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는 것. 물론 뒤늦게 크리스토퍼를 봤어도 오옷! 하고 사랑에 빠질 수도 있겠지. 그러나 우린 이쯤에서 야광토끼의 노래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만약에 내가 너를 그녀보다 먼저 알았더라면

그래도 넌 그녀를 택했겠지 난 그냥 아닌거지



그래, '먼저' 만나서가 아니라 '너여서' 택한 거였다. 내가 너를 '늦게' 만나서가 아니라 난 그냥 '아닌거'인거다. 유 가 릿? 

이걸 알면서도, 그래도 크리스토퍼를 먼저 만났다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사랑은 참 신기한거다.

인생도 겁나 신기하다.

아니,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내일 결혼할 여자에게 새로운 로맨스가 찾아드는가. 신이시여,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아아,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아멘.

그렇지만 인생 사랑이... 지금 온거라면? 나의 과거의 결정(내일 결혼식)이 잘못된 거라면? 그러나 그 잘못됐다는 판단은 누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결혼하기로 한 예비신랑은... 뭐지? 그에게 약혼녀가 인생 사랑이라면... 이 모든 이야기는 뒤죽박죽...

사랑...

이렇게 시작하는 가사가 있는데..


사랑 상쾌한 숨결로 날 잠들게 하던 사랑

그건 내게 지상의 웅장한 음악이었고

은밀한 축복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혼미한 상념을 피해

영원히 잠을 자야 한다

바다 및 고요속으로 찬란한 내 사랑의 빛을 간직한 채로

먼훗날 날 슬퍼할 이유들이 사라진 날

난 노래하리라

눈물없는 그리움으로 여전할 나의 사랑을



(장동건 꼴보기 싫어서 얼굴 안나오는 걸로 가져옴 -.-

내가 그 때 일기 쓰면서 살라고 충고했는데, 일기 쓰면서 살고 있니?)



오늘 아침 내 서재에 달린 댓글에 답글을 쓰다가 도나 해러웨이의 책을 샀다는 걸 언급하려고 했다. 그런데 제목이 생각이 잘 안나는거다. 내가 오늘 아침 택배 박스에서 꺼내 방바닥에 부려놓고 왔는데, 아 뭐였더라. 나뭇잎.. 처럼? 아무튼 나뭇잎 들어가는데, 하고 답글 쓰다 말고 알라딘 검색창에 '나뭇잎'을 넣었더니 책이 너무 우수수 쏟아지는 거다. 아이쿠야, 안되겠다 싶어서, '도나 해러웨이 나뭇잎' 했더니 검색 결과가 없다는 거다. 읭? 내가 샀는데...왜 없어? 하고는 다시 내가 그 책을 산 계정으로(엄마 계정) 로그인을 해서 주문조회를 해보니 ㅋㅋㅋㅋㅋㅋ 제목은 한 장의 '잎사귀' 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이없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여러분, 크리스토퍼 유부남인거 알았어요? 아니, 여기 계신 분들은 크리스토퍼도 나 땜에 알았겠지 ㅋㅋㅋㅋ 크리스토퍼에 관심 없는 분들이지.. 그런데 이 크리스토퍼가 세상에 유부남이래요. 아놔 ㅋㅋㅋㅋㅋ 아무튼 페이퍼에 언급된 만큼, 노래 한 곡 듣고 가실게요. 그 뭐더라, 도나 해러웨이 책 읽을 때였나, 유독 '아이러니' 라는 단어가 나왔었는데, 그 때도 나는 크리스토퍼의 아이러니 를 떠올렸다..







나의 아버지도 나에게 이탈리아 성을 유산으로 좀 남겨줄 수 있으면 좋겠네. 그러면 나도 이 성을 팔지 어쩔지 가볼텐데... 인생이란 무엇인가. 다, 까닭이 있을 것이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돈없는 부모밑에서 태어난 까닭, 그 까닭이 있을 것이야.. (그 까닭.. 뭘까?)

그럼 이만.



아 맞다. 게이샤 커피 새로 나왔더라고요? 사야지 ㅋ













그리고 이것도 사야지. ㅋㅋㅋㅋㅋ
















왜 자꾸 사기만 하는가,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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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5-27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리스토퍼 말씀하신대로 처음 알았고요^^; 유부남 같아보이진 않는데 그렇군요ㅎㅎ
야광토끼 이 음반 전부 다 좋아하는데 반갑네요. 전 시점도 중요했을 것 같아요. 너를 만나기 전 또 다른 괜찮은 누구를 만났더라면 흔들릴 수 있지 않을까요ㅎㅎㅎ 알라딘 커피의 홍수… 지난번 산 원두 아직도 못 먹어봐서 리뷰를 못 적고 있네요ㅋㅋ

다락방 2022-05-27 09:49   좋아요 1 | URL
1992년생의 덴마크 가수에요. 저도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라이브를 보고 홀딱 반해가지고 ㅋㅋ
야광토끼 저 노래는 정말 최고죠!
맞아요. 시점이라는 것도 아예 무시할 순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시점에 누구냐이냐도 또 중요할테고요. 그래서 굉장히 여러가지가 맞물려야 이루어지는 게 사랑인 것 같아요.
저 게이샤 원두 3만원 이더라고요. 너무 비싸요 ㅠㅠ

- 2022-05-27 0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아니 덴마크에 사는 크리스토퍼!! 유부남 이라고? ㅋㅋㅋㅋ 괜찮아 ㅋㅋㅋ
다락방은 너에게 쏘울메이트 하자고 했어!!!! 로맨스하잔말 안했어 ㅋㅋㅋㅋㅋ!!! 푸하하하하하 안심해요 크리스토퍼 부인님 ㅋㅋ 근데 부인님보다 먼저 만났으면 또 모르지 ㅋㅋㅋㅋ 인생 ㅋㅋㅋㅋ

다락방 2022-05-27 09:51   좋아요 3 | URL
세상에, 덴마크 슈퍼모델하고 결혼했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그렇지 슈퍼모델이라니. 하아-
그렇습니다! 저는 육체가 쇠잔하여 저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소울메이트, 정신적 사랑! 그런데 어째서, 왜때문에 이 정신적 사랑, 소울메이트 만나기가 이렇게 힘든걸까요? 소울 메이트 간절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인보다 먼저 만났어도, 내가 나이가 너무 많아... 나이 많은 내가 젊은이한테 로맨스를 바라는 건 진짜 주책이야. 안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동생들도 정신 차리라고 할거에요. (여동생은 응원할지도..)

- 2022-05-27 10:29   좋아요 2 | URL
저도 응원해요! 왜때문이냐면 나도 응원하니까 ㅋㅋㅋㅋㅋㅋ 근데 소울메이트 간절하지만 다락방님이 찾기 어려운 이유 나는 알 거 같은데…. 무슨 소울메이트가 얼굴을 이렇게 따지냐 ㅋㅋㅋㅋ 크리스토퍼 최소 지구인 0.2% 얼굴 천재…
다락방은 영혼천재 … 크리스토퍼는 얼굴천재… 그런데 크리스토퍼에게 영혼을 바라지…

다락방 2022-05-27 11:40   좋아요 2 | URL
근데.. 영화에서 크리스토퍼 보는데 좀.. 바보 같았거든요? 그래서 좀.. 별로야 ㅋㅋㅋㅋㅋㅋㅋ 난 역시... 지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5-27 11:45   좋아요 2 | URL
왜그래요, 한국의 슈퍼모델 다부장! 기운 내요! 자신감을 가지라!

당신은 한 끼에 두 가지 메뉴 먹는 먹방 본보기왕. Super ~~~Mode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27 11:56   좋아요 3 | URL
저 오늘부터 점심에 두메뉴 안먹으려고 결심했어요. 잘 지켜져야 할텐데. 제발..

- 2022-05-27 11:57   좋아요 2 | URL
그럼 다락방은 나 좋아하겠다… 나 지적으로 성숙하고ㅋㅋㅋ 잘생겼고ㅋㅋㅋ 조만간 날씬해질 예정인데 ㅋㅋㅋㅋㅋ (술만 끊으면ㅋㅋㅋㅋㅋ 언제끊냐 ㅋㅋㅋㅋ)
잠자냥// 다락방 크리스토퍼 찼어요 ㅋㅋㅋ 머가리비어 싫대 ㅋㅋㅋㅋ

다락방 2022-05-27 12:01   좋아요 3 | URL
쟝님 여기서 더 살빠지면 안돼. 그러면 너무 허약체질 된다. 날씬해지지 마요. 운동만 열심히해. 이미 당신은 지적으로도 충분하면서 외모적으로도 충분한 사람이다. 잘생긴 사람..........

크리스토퍼가 설마 이 글 보진 않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쫄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5-27 12:10   좋아요 2 | URL
맞아요… 전 지금으로도 충분해요…. 크리스토퍼 안부러운 참 인생 ㅋㅋㅋㅋ 부족함이 없이 자신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 다 해줄 수 있는 훌륭한 영혼천재 (그러나 아이패드는 차마 사주지 못하는..) 다락방의 글 친구😤 바로나다. 크리스토퍼 네 미모는 내 지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blanca 2022-05-27 1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저 어제 넷플 추천에 저 영화 떠서 볼까 말까 하다 말았는데....나뭇잎 ㅋㅋ 저도 요새 맨날 그래서 너무 공감 가요. 고유명사 지우개라도 들어있나 봐요.

다락방 2022-05-27 10:12   좋아요 2 | URL
젊은 시절에는 어느 책이 어느 작가의 책인지 좍 읊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책 제목 들어도 내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슬퍼요 ㅠㅠ
블랑카 님, 요리 만드는 장면 나오고 이탈리아 풍경 나와서 영화 보기에 좋더라고요. 이탈리아 풍경은 정말 예술이에요!

잠자냥 2022-05-27 11: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다부장님은 나뭇잎으로 검색했군요. 저는 자꾸 이파리로 검색하게 되더라고요.
한 장의 이파리, 한 장의 나뭇잎, 한 장의 잎사귀TM... ㅋㅋㅋ

- 2022-05-27 11:10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잎사귀였구나 ㅋㅋㅋ 근데 정말 어려운 제목이네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2-05-27 11:37   좋아요 3 | URL
아? 이파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파리는 생각도 못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파리도 있네요? 어쨌든 답은 잎사귀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5-27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토퍼는 한국에서의 공연때 떼창 Bad로 더 많이 들었어요.ㅋㅋ
크리스토퍼를 검색하면 그 동영상이 윗쪽에 항상 떠서...
<토스카나> 알것 같은 그런 스토리지만 저는 그런 영화를 좋아해요~^^

다락방 2022-05-30 07:41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레이스 님. 저도 유튭에서 공연 영상 보다가 연결된 영상으로 크리스토퍼 알게 됐어요. 배드 떼창요 ㅋㅋ 그거 보고 오오 저런 가수가 있나? 하고 알게 되고 매력을 느꼈어요 후훗.
<토스카나> 다 봤어요. 저는 딱히 좋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주인공이 레스토랑 오픈하는 이탈리아 장소에 대해서는 너무 낭만적이어서 그곳에 가서 식사도 하고 하루 묵고 싶더라고요.
 

주말에 화이트와인을 마시면서 티비를 시청했다. 다시보기로 <세계테마기행>을 봤는데, 에콰도르 편이었다. 에콰도르에는 '침보라소산' 이라고 휴화산이 있는데 맨 꼭대기에는 빙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빙하를 캐서 파는 얼음장수가 있었다. 이제는 단 한 명만 남은 얼음장수라는데 그는 매번 이 높은데까지 올라와 얼음을 캐고 그 얼음을 시내로 가져가 팔고 있었다. 시내에서는 그 얼음을 사서 과일쥬스에 넣고 만들어 손님들에게 파는데, 이 얼음은 인공 얼음보다 더 오래가고 건강에도 좋다고 했다. 산에서 캐오는 얼음이다보니 이물질이 있었는데 그걸 물로 한 번 휙 헹구고 식용하는 거였다.

산에 올라가 얼음을 캐고 그것을 가지고 내려오는 일은 힘든 일이라 구매자가 있다고 해도 이제 판매자가 없다는데, 그 노동의 장면들을 보노라니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얼음을 얼마에 팔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생스런 일에 비해 부자가 될 만큼 돈을 벌지는 못할터였다. 게다가 빙하로 덮인 곳이다 보니 차를 끌고 갈 수가 없었다. 그러면 얼음을 캐서 어떻게 가지고 내려오느냐? 이왕 올라간 거 손에 들 만큼만 캘 수는 없을 터, 한 번에 30kg 짜리 덩어리로 캐던데, 그 얼음을 도대체 어떻게 가지고 산을 내려오느냐, 하면, 맙소사, 당나귀였다. 당나귀에 등에 그 얼음을 싣는 거였다. 녹지 않게 짚이었나, 뭔가로 싼 다음에 그걸 당나귀 등에 얹더라. 그런데 그 한덩어리가 아니라 한 덩어리를 더 싣는 거였다. 그러니 당나귀 한 마리가 빙하산에 올라와 싣고 가지고 내려가는 얼음 덩어리는 60kg 이었다. 당나귀는 거기까지 올라와서 인간 대신에 그 짐을 싣고 내려가는 거였다. 티비에서는 얼음장수가 얼마나 고된 일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 당나귀야말로 고되지 않은가 싶었다. 싫다는 말도 못하고 인간 대신 짐을 싣고 내려가는 그 일은 당나귀가 태어나서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은 아니지 않았을까. 그러나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되었을 터였다. 나는 당나귀에 커다란 얼음 두 덩이를 싣고 빙하산을 내려가는 장면이 몹시 부조리하게 보였다. 그 장면을 보면서 되게 부조리한 느낌이 들면서, 자연스레 아직 사지 않은 책이 생각났다. 그 책을 읽어봐야겠다.
















나는 고기를 먹으면서 그러니까 여전히 육식을 하면서, 그것은 심지어 동물을 죽여야 가능한 일인데, 그것과는 또 다른 형태로 당나귀가 얼음을 싣고 가는 것이 부조리하게 보였다. 몹시 마음이 불편했다. 김영하는 책을 읽으면 미처 표헌하지 못하는 내 마음을 책에서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마음을 나는 아마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그러니까, 즉,


책 사겠다는 얘기다. 흠흠.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책 구매에 대한 변.. 같은 것인가. 



알림을 해놨더니 박정자 쌤의 책이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후훗. 여러분 이 책 개정판 나왔어요!!

이 책 품절이어서 나도 중고로 사고 친구에게도 중고로 선물 햇었는데, 개정판이 나왔다. 만세!















이 책의 구판을 읽고 내가 쓴 글은 여기 ☞ [알라딘서재]연휴가 끝난게 진짜일 리 없어.. (aladin.co.kr)



그리고 구입을 망설이면서 장바구니에 넣은 책은 존 쿳시의 소설이다.

















이 책 역시 일전에 나왔던 책이 새로 나온건데, 한참 존 쿳시 읽고 싶을 때 체크해뒀던 책이다. 

하아- 존 쿳시에 대해서라면 내가 사두고 안읽은 책들도 있는데, 내가 이제 존 쿳시를 읽는다면 좋아할 수 있을까,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좀 괴롭다. 나는 존 쿳시를 <추락>으로 만났는데, 이 책이 내게는 진짜 너무 좋았던거다. 그런데 당시 나의 친구도 그렇고, 그리고 그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두고 다른 많은 페미니스트들도 이 작품에 대해 비난했던 터다.















아놔 저 띠지 보니까 ㅋㅋㅋ 또 빡치네. 내가 저거 읽을 당시에도 띠지에 대해 겁나 씹었는데 ㅋㅋ 아니 김혜수가 읽고 있는 책이 도대체 뭔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 어쩌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걸 띠지로 쓰니까 몇년간 김혜수는 저것만 읽고 있잖아. 김혜수가 읽고 좋아한 책도 아니고 읽고 있는 책이래. 진짜 돌았어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문제가 된 장면은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이다. 딸이 집단 강간 당하는 걸 보는 남자주인공이 나오는 장면. 당시에 나는 그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만약 지금 다시 읽는다면...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게다가 이 책의 주인공인 남자는 교수이면서 여대생과 섹스를 했고, 그러나 교수라는 직업을 잃었을 때는 나이들고 뚱뚱한 하녀와 섹스를 하게 된다. 이런 장면들을 지금 다시 읽는다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나는 이 책을 읽고 정말 긍정적으로 충격이었었기 때문에 존 쿳시의 다른 책들도 내처 읽었더랬다.
















그리고 좋아했단 말이다. 그런데 존 쿳시의 책을 읽은지는 한참 되었고,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읽어도 그를 좋아할 수 있을것인가... 히융. 엘리자베스 코스텔로 로 한 번 확인해볼까? 물론, 집에 사두고 안읽은 존 쿳시도 있지만... 아직 안 산 존 쿳시도 있다. (어쩌라긔?)

















아니, 문동에서 언제 저렇게 다 나왔대??



그리고, 이 책을 사고 싶고 읽고 싶다.
















내게는 읽지 않은 헝거 게임 셋트가 있다. 내 취향이 아니라 읽을 생각 딱히 현재까지 들고 있진 않은데, 일전에 제부가 이 책 셋트가 생겼는데 본인은 안읽을 거라길래 그럼 내가 가져갈게요~ 하고 들고왔건만 나 역시 몇 년째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만 있는 책. 그러다 몇달 전에 조카가 빌려갔었다. 딱히 되찾을 생각 안한 채로 있었는데, <헝거 게임으로 철학하기>라는 책의 존재를 알고 나니까, 뭐여.. 그것으로 철학을 해? 하고는 갑자기 너무 궁금해져서, 아니 그렇다면 이걸 읽기 위해 헝거 게임을 읽어야겠다! 하게 되었고, 지난 주에 안산에 갔을 때 조카 방 책장 앞에 서서 이 책을 찾은 뒤, '조카야, 이모 이거 다시 가져가도 되겠니?' 물었더니 그래도 된다고 해서 헝거 게임을 들고온 것이다! 그러니까 헝거 게임은 읽히지 못한 채로 제부-나-조카-나 이렇게 여행중이여. 헝거 게임, 기다려라, 내가 읽어줄게.


근데 <헝거 게임으로 철학하기> 절판.. 중고로 사야되는데 흐미.. 상태 <상>인거, 괜찮은걸까? 쩝...


근데 나 해리 포터도 읽다가 재미 없어서 말았는데, 헝거 게임은 재미있을까? 근데 <헝거 게임으로 철학하기> 부제가 '순수 저항 비판' 이야.. 너무 흥미롭지 않습니까, 여러분...


















그러니까 뭐, 어쨌든, 책 사겠다는 얘기다. 6월 중순까지 기다릴라고 했는데, 꾹 참을라고 했는데, 아니 글쎄, 친애하는 알라디너 ㅈㅈㄴ님이 저에게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같이 읽자고 하시는거예요. ㅈㅈㄴ 님은 제가 살 때까지 기다린다고 하셨지만, 아니, 다른 사람을 우리는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되는 거잖아요. 그게 이 세계의 의리잖아요? 너무 오래 기다리시지 않게 제가 빨리 사야겠다... 라고 본성이 강렬하고 진지한 도덕관념으로 꽉 차 있는 저는 결심합니다. 흠흠.
















평일인 어제 술 마셔가지고 오늘 또 으윽, 역시 평일 음주는 안되는 것이야!! 다짐하며 피곤해하고 있는데, 이럴 때 상콤하게 책을 지르는 걸로.. 슝-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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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Schatten 2022-05-26 0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책 저도 읽고 싶었던 책이에요. 어떨지 궁금하네요. ㅎㅎㅎ

다락방 2022-05-26 09:48   좋아요 2 | URL
네, 읽다 보면 아마도 제 마음을 대변하는 표현들을 만나게되지 않을까 싶어요.

잠자냥 2022-05-26 0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괜찮아요. 저 오래 기다릴 수 있어요. 좀 천천히 사봐 이 사람아! 내 핑계 대고 지르지 말고! 도덕관념 좀 내버려도 내가 용서해줄게!ㅋㅋㅋㅋㅋ

그나저나 김혜수가 읽고 있는 책 ㅋㅋㅋ 아 정말 빵터졌어요. 혜수 언니 아직도 이 책 읽고 있는 거예요? 언제 다 읽어요? 무덤에서도 읽고 있는 책으로 나오는 거 아니에요? ㅠㅠ 아 증말 저게 뭐람...뭐예요. 띠지도 문제지만, 쿳시의 <추락> 증말 그런 내용이에요? 전 이 작가 책 안 읽다가 <야만인을 기다리며>로 시작해서 저 문동에서 나온 3권은 다 챙겨뒀는데, <야만인>도 다부장님이 읽으면 싫어할 내용(부분) 좀 있어요.

암튼 침묵 6월 중순 이후에 읽어요. 우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26 09:50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 나 샀어요.. 이미 샀다고. 며칠후 인증하리다. ㅋㅋㅋㅋㅋ

추락 읽으면서 저는 존 쿳시가 눈치 보지 않고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지금 읽으면 어떤 느낌을 받게 될지 모르겠어요. 근데 야만인 도 읽고 싶네요. 흐음. 오늘 산 책 중에 쿳시는 없습니다. 나보코프 러시아 문학 강의도 이번엔 뺐어요. 다음에 넣어야지. 제발 다음아, 늦게 오렴...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5-26 09:58   좋아요 1 | URL
아니 벌써 샀다고요?! 이런 도덕관념 없는 인간을 보았나!!!!!!!ㅋㅋㅋㅋ

다락방 2022-05-26 10:06   좋아요 2 | URL
도덕관념이 있으니까 산겁니다. 잠자냥 님을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그 마음! 그걸 반드시 알아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5-26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늘 다락방님의 결론은 책을 사겠다는, 샀다는 재미나고도 알찬 결론입니다.
더분에 몰랐던 책들 눈에 담아가게 되구요^^
저도 어제 김영하 작가의 인터뷰 보다가 갑자기 책을 사고 싶다는 생각들이 막 솟구치더라구요. 읽는 행위라는 게 참 신성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작가들의 쓰는 행위라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보다 보니...책을 사서 읽어야 하는 거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좀 하다가...해러웨이를 읽다가...졸다가...ㅜㅜ
오늘은 북플 접속해 책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니 또 심기일전!!!^^
그런데 글을 읽다 보니 누군가 독서 취향이 비슷하여...우리 같이 책 읽어보지 않을래? 하며 제의해 오는 건 참 설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약속을 꼭 지키셔서 감상 나누는 모습 기대 됩니다. 두 분 알콩달콩 보기 좋아요^^
문득 저도 몇 달 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생각이 나네요. 저도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다락방 2022-05-26 14:39   좋아요 2 | URL
이렇게 살 거라는 페이퍼 쓰자마자 책을 샀습니다. 어휴 나란 인간.. 어째서 사야지 생각하면 참지를 못하고 사버리고야 마는건지. 이제 진짜 그러지 말아야겠어요. 근데 이제 안그러겠다는 말은 또 얼마나 자주 하는건지, 원 ㅋㅋㅋㅋ

저는 워낙에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책 읽는 게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 효과가 많다고 생각해서 책 안읽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김영하 작가의 말을 들으니 더 사람들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더라고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를 만나는 일은 너무 짜릿하잖아요. 이제 그걸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게 되었으니 내가 직접 내 입으로 말할 수도 있을테고요. 이 좋은 책을 사람들이 좀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청아 2022-05-26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육식에 대해 늘 고민이예요
얼마전 오바마가 제작했다는 다큐에서 정부가 어떤 일들을 하는지 보여주는데 첫 편이 축산업계였거든요? 거기있는 소들에게 물도 주고 스트레스 안받게 신경 쓰는것처럼 보여주고 단계별로 소개하는데 예상대로
어떻게 죽이는지는 나오지 않더라구요. 저는 그게 제일 궁금한데ㅠㅠ 그부분이 인도적이지 않아(죽이는것 자체가 인도적이진 않겠지만)문제라고 읽었는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장면이 가장 공개되어야할 부분이고 또 가장
숨기고싶은 부분일꺼라고 생각해요. 다락방님 글 읽으니 또 생각이 많아집니다.

다락방 2022-05-26 14:42   좋아요 1 | URL
육식에 대해서라면 굉장히 자주 생각하고 또 자주 접하게 되잖아요. 저도 주변에 비육식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아주 자주 채식에 대해서도 접하게 되고 육식을 줄여야 하지 않을까도 생각하게 되는데요. 저렇게 짐을 싣고 가는 당나귀를 보니 저 당나귀가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은 원래 당나귀의 삶은 아니지 않을까, 그것은 인간이 억지로 부여한 짐이 아닌가 싶어서 부조리한 느낌이 들었었어요. 이건 동물을 죽이는 것과는 또 다른 부조리함 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짐을 여기서 저기로 옮기는 게 필요한 건 인간인데, 그리고 그 짐으로 인해 돈을 벌게 되는 것도 인간인데, 그런데 당나귀는 왜 저기에서 옮기고 있는가. 그걸 옮기고나면 당나귀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답을 얻고 싶어요. 그리고 답을 얻기 위해서는 책만한 게 없죠.

청아 2022-05-26 14:53   좋아요 0 | URL
그쵸! 그런것도 있고 표지를 잘보시면 (스포일러가 되려나요)우측은 장애인이 휠체어에 앉은 모습인데 잘보면 앞쪽의 짐을 끄는 짐승의 뒷모습으로 연결되어요. 이 부분이 감동적이었어요. 동물과 장애인, 여성 이런 연결적 관점에서 해결책도 나오지 않을까하는 상징같은거요.

다락방 2022-05-26 14:56   좋아요 1 | URL
그렇다면 도나 해러웨이의 책과도 연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미 님.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이 아닌 다른 종, 반려종에 대해서요. 안그래도 제가 당나귀가 짐을 싣고 가는 걸 부조리하다고 생각한게 도나 해러웨이를 읽고난 후였거든요. 역시, 열심히 읽고 써야겠어요!!

물감 2022-05-26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헝거게임은 그리 기대하지 말고 읽으셔야 볼만합니다...
영화는 생략된 게 많아도 눈은 즐거웠어요 ㅋㅋㅋㅋ

저도 쿳시 읽어볼라고 <추락>이랑 <철의 시대> 사놨어요.
또 레삭매냐님이 한때 쿳시를 엄청 칭찬하셨거든요.
조만간 추락먼저 도전해볼려고요 ㅋㅋㅋ

다락방 2022-05-26 14:44   좋아요 1 | URL
아 벌써 헝거게임 읽기 싫으네요? ㅋㅋㅋㅋㅋ 그래도 저걸 읽어야 헝거게임으로 철학하기를 읽을 수 있으니까 억지로 참고 시작해봐야 겠어요. 아 그런데 진짜 읽기 싫다 ㅋㅋㅋㅋㅋ

저도 존 쿳시가 되게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추락을 읽고 충격 받으면서도 좋은 쪽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 읽으면 제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또 좋아할지 혹은 싫어할지 모르겠어요. 물감 님의 추락 에 대한 리뷰 기다릴게요.

blanca 2022-05-26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쿳시의 <추락> 만큼은 해외에서도 논란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락방님 말씀 들어보니 제가 좀 읽어봐야겠습니다. ^^;; 한 권도 안 읽어봤어요. 저는 채식주의에 근접한 식단을 2년 정도 실천했다 빈혈 와서 철분제 먹고 나서 다시 고기를 먹어요. 하지만 뭔가 거리낌은 계속 있어요.

다락방 2022-05-26 14:5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블랑카 님. 그래서 존 쿳시의 노벨상 수상을 두고도 되게 논란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블랑카 님, 꼭 읽어봐주세요. 그리고 리뷰 써주세요. 블랑카 님이 쓰신 리뷰를 꼭 읽고 싶어요. 저도 조만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책은 여전히 집에 있거든요. 존 쿳시 책은 읽고 하나도 팔질 않았어요. 다 보관중입니다.

저는 육식과는 좀 다른 시선으로 나귀에게 짐을 싣는게 불편했어요. 음, 뭐랄까. 동물을 이용하는 느낌이랄까요? 왜 이게 불편하고 또 육식과는 다른 식의 불편함인건지에 대해서 알아봐야겠어요.

독서괭 2022-05-26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구매의 변이 점점더 세련되어지는 것 같습니다. 김혜수가 읽고 있는 책, 김혜수는 계속 이 책만 읽고 있잖아! 에서 저도 빵 터졌네요 ㅋㅋ 진짜 김혜수도 싫을 듯요 ㅋㅋ
당나귀, 정말 부조리하게 느껴지네요. 인간이 부려먹는 게 당나귀만은 아니지만, 당나귀가 순하고 참을성이 좋아서 일시키기 좋다는 얘길 들었던 것 같아요 ㅠㅠ
<헝거게임> 옛날에 1권만 읽었는데 쏘쏘 였어요. <해리포터> 재미없으셨어요? 저는 옛날에 1, 2권까지는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뒤를 못 읽었네요. 그 뒤를 안 읽은 걸 보니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았던 건가...?

다락방 2022-05-26 14:53   좋아요 1 | URL
김혜수는 몇년간 계속 추락을 읽고 있습니다. ㅋㅋㅋ 띠지 문구로 너무 어처구니 없죠. ㅋㅋ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김혜수가 읽고 있는 책. 다락방이 읽고 있는 책도 있다, 왜, 뭐!! ㅋㅋㅋㅋㅋ

어쩌면 제가 도나 해러웨이의 반려종 선언을 읽어서 뭔가 더 부조리하게 느낀게 아닐까 싶어요. 인간과 다른 종에 대해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게 아니라 인간 편의에 맞게 이용한다는 느낌인데, 그것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싶어졌어요.

저는 해리포터가 너무 재미없어요, 독서괭 님. 조카랑 대화하고 싶어서 읽으려고 한건데 도저히 못읽겠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저도 2권까지 읽고 3권을 준비해두고 처박아뒀어요. 아놔 ㅋㅋ 헝거게임도.. 그렇게 될까요? 아니면 시작조차 안하게 될까요? 껄껄. 저는 판타지는 영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러면서 뱀파이어에 환장함 -.-)

건수하 2022-05-26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짐을 끄는 짐승들에 짐 끄는 얘기는 안 나왔던 것 같지만… 어쨌든 다락방님도 좋아하실 겁니다. 사신 거죠? (아 아니구나 ㅎㅎ)

다락방 2022-05-26 16:09   좋아요 2 | URL
앗, 짐을 끄는 짐승들에 짐을 끄는 얘기는 안나오나요? 어엇.. 이게 아닌데...
이 페이퍼는 사겠다는 예고 페이퍼지만, 이 페이퍼 쓰자마자 샀습니다. 네, 샀어요. ㅋㅋㅋㅋㅋ

하이드 2022-05-26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헝거게임 원서와 오디오도 추천합니다. 영어 쉽고, 글 재미있으니 쑥쑥 읽히죠.

다락방 2022-05-27 07:37   좋아요 1 | URL
오, 이 댓글 읽고 검색해보니 헝거 게임 원서 지금 40% 할인이네요. 사야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