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척 좋아하는 다정한 벗 J는 가끔 내게 메신저로 쪽지를 보낸다. 오늘은 어때요? 하고. 그러니까 하루의 시작에 '잘 보내라'도 아니고 '잘 지내라'도 아니고 '오늘은 어때요?' 라고. 난 참 이 말이 좋다. 오늘 하루 잘 보내요, 라고 하는건 음, 뭔가 접대성같기도 하고 딱히 할 말이 없는듯도 한데 아침부터 오늘은 어때요, 하고 내 기분을 물어주면 무언가 몽글몽글 다정함이 샘솟는다.  

알라딘 말고는 다른 블로그는 잘 가지 않는데, 그나마 몇 안되는 즐겨찾기, 그중에 자꾸자꾸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좋아지기만 하는 C님의 블로그에는 블로그 메인에 이렇게 써있다.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난 그 말이 좋아서 자꾸자꾸 거기를 가는걸까. 그래서 자꾸자꾸 그분이 좋아지는걸까? 아, 좀 부끄럽네. 게다가 오늘은 C님이 나때문에 아침부터 스타트가 좋다고 했다. 히죽히죽 ^__^ 여튼, 거기를 갈때마다, 그리고 다정한 벗으로부터 오늘은 어떠냐는 쪽지를 받을때마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데뷔곡 『day by day』가 떠오른다. 오늘은 쫌 미친 조증이 또 찾아와서 그만,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말았다. 이때만 해도, 이 아이들, 소년이었는데. 이때는 참 좋았는데. 

오늘 하루 어땠나요 괜찮았나요
어제는 너무 늦어서 전화 할 수 없었죠
괜스레 수화길 들었다 또 놨다
그렇게 밤을 지새웠어요 조금 우습죠

당신 하루 생활이 난 궁금했어요
잠잘 땐 나처럼 베갤 끌어안고 자는지
가끔은 잠에서 깨보면 TV만 외로이 홀로
켜져 있는지 별거 아닌데

나는 궁금했어요 당신이 좋아지는 거겠죠
그런데 난 이 말을 하기가
Oh baby~ 힘이 든 건지
아님, 용기가 없어서 자꾸만 피하는지

사랑해요 아니 모자라지요 내 안에
사랑 보여 줄 수 있는 날 기다려요
아주 천천히 많이 꺼내 들고서
앞에 서 있을 그날

손을 뻗어 당신께 난 갔어요
꿈인 줄 알았지만 멈출 수는 없었지요.
내 몸에서 느껴지는 떨림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요
난 당신께 솔직히 내 맘을 털어놔요.

Day by day 나보다 더 소중한
I still long for your love, day by day

 

 

 

 

day by day라고 하면 또 애즈원 의 노래도 그냥 넘길수가 없다.  

i never knew i could fall in love again
cause my heart was weak and worn
but you promised me, that you would love me
and that we'd be one forever
nothing compares to the love that you and i share
just be careful with my heart and i'll love you always

조심스레 다가오는 널 처음으로 알게됐던 날
기쁨대신 한숨에 며칠 밤을 새웠었지
아주 오래 걸릴지 몰라 누군가 받아들이긴
아직 부족한 날 알아주겠니

너무 소중했던 사랑이 떠나버린후로
사랑할 수 없다고 난 믿어왔는데
나의 상처까지도 안아주는 널 위해 매일

<조금씩 보여줄게 내일 조금더 친해질 꺼야
지금의 모습 이대로는 너를 사랑하긴 모자라
나의 마음 모두 너에게 내어 줄 수 있도록 준비
하는 날 기다려 주겠니>

다시 너를 잃지 않을까 두려운 생각이 앞서
선뜻 너에게 다가설 수 없고
떠난 그의 생각 때문에 아직 눈물 많아
니 앞에서 운적도 난 많았었는데
그런 나의 눈물도 닦아주는 널 위해 매일

다만 이것만은 기억해 많이 힘들던 날들에
지친 내맘 열어준 사랑 너 하나였다는걸
너의 커다란 사랑만큼 아니 그보다

잘해줄꺼야 지금 니모습 그대로만
그냥 편안히 날 지켜봐 고이 아껴둔 내 사랑이
네게 전해지는 날
그때 말할께 널 사랑한다고 준비하는 날
기다려주겠니

 

 

  

그리고 일요일 오후, 쉬면서 내내 들었던 캐서린 맥피의 『My Destiny』. 아메리칸 아이돌 Final 무대에서 그녀가 불렀던 노래. 지금의 캐서린 맥피는 화보를 찍을 수 있을정도로 날씬해졌고, 세련되어졌고, 헐리우드에 집을 살 정도로 부자가 됐지만, 난 이때의 캐서린 맥피가 가장 사랑스럽다. 드레스가 너무 꽉 조여서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모습의 캐서린 맥피. 가끔은 드레스 위로 살이 삐죽삐죽 튀어나오기도 하는 통통한 캐서린 맥피. 그녀가 이 노래를 부를때 나는 그녀가 참말로 좋았다. 정말 예뻤다, 정말. 

 

 

 

 

이건 가사를 못찾겠네, 젠장. -_- 

이라고 썼더니 누군가 가사를 찾아 적어주셨다. 고맙습니다. :) 

My Destiny

I have always dreamed of this
I'll admit that there was something I missed
Wonderin' if it is for real
Every mistake, every wrong turn
Every time I lost my way
Led me to this, moment of bliss, tonight

[CHORUS:]
With you, finally I can break free
With you, I saw a changing in my destiny
Dream come true, it's so funny now that I see
How different life turned out to be

You were always by my side
That you believed in me was enough reason why
I didn't stop, didn't give up
Even if I sometimes lost hope
I did my best, and I am blessed
In life

[CHORUS:]
With you, finally I can break free
With you, I saw a changing in my destiny
Dream come true, it's so funny now that I see
How different life turned to be

Can I get any higher
Tell me, does it get any stronger?
I owe it to you, that I made it through
I never could've done it, without you

[CHORUS:]
With you, I can break free, yeah
With you, I saw a changing in my destiny
Dream come true, it's so funny now that I see
How different life turned out to be

[CHORUS:]
Oh, cause of you, I saw a changing in my destiny
Dream come true, it's so funny now that I see
How different life turned out to be
I've realized that it's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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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0-03-15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군요.. ^^

다락방 2010-03-15 22:08   좋아요 0 | URL
레와님은 그들중 으뜸이구요! :)

치니 2010-03-15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군요 2 ^-^ (야호 ~ 신난다, 전 조증이 아니고 진짜루 신나요 ~ 헤헤, 마침 퇴근시간 4분 남은 참에 이 글을 보다니 ~ !)

다락방 2010-03-15 22:11   좋아요 0 | URL
퇴근후 지금까지는 잘 보내고 있어요, 치니님? :)

L.SHIN 2010-03-15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솔직히 앨범의 노래들보다는 가창력이나 매력이 덜 한 듯...
그러나 그녀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건, 사람들이 저렇게 환호할 수 있었던 건 너무나 행복해보이는 저 표정,
정말이지 얼굴에 다 드러나는 저 기분좋음을 도대체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요?
마치, 노래는 그녀 자신을 위한 것 같아요.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니까 행복하고 그래서 생기는
자신감으로 인해 편하게 부르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눈이 부셔요. 너무 예뻐요.

다락방 2010-03-15 22:12   좋아요 0 | URL
중간에 보이는 여인은 캐서린 맥피의 엄마에요. 엄마의 눈에도 딸의 모습이 아주 좋아 보이는 것 같죠? 저도 이 노래 부를때의 캐서린 맥피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져요. 정말 예뻐요. 그리고 캐서린 맥피의 이 예쁜 모습을 알아봐주어서 고마워요, L.SHIN 님!
좋은 밤 보내요!

하늘바람 2010-03-15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C님은 누구일까요? 오늘 하루 생각해보고 뒤돌아보니 나름 괜찮았네요

다락방 2010-03-15 22:13   좋아요 0 | URL
알라딘 말고 다른 블로그를 얘기한거였어요, 하늘바람님.
오늘 하루 괜찮았다니 다행이에요. 저도 괜찮은 하루였어요. 하늘바람님의 내일도 괜찮은 하루이길 바랄게요.
:)

순오기 2010-03-15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늘은 어때요?' 나도 잘 기억했다가 써먹어야지!^^
아줌마는 처음 듣는 노래지만 좋군요.
오늘은 거실 창가 쪽 가구와 책장을 좀 옮기고 모처럼 봄맞이를 했어요.
남아돌아가는 식탁을 창가로 배치하고 종일 CD걸어 음악들으면서 일하니까 좋았어요.
흘러간 팝송과 장기하 노래, 박강수 앨범을 종일 들었어요.
아~ 이젠 정말 봄이에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0-03-15 22:15   좋아요 0 | URL
저는 혼자 영화를 보고 막 신나서 돌아오는데 말이죠, 순오기님. 날씨가 갑자기 몹시 추웠어요. 배도 고팠고 날도 추웠고 손도 시려웠어요. 아직 가방에서 빼지 않은 장갑을 껴야 할 정도였답니다. 내일도 꽃샘추위라 춥대요. 그래고 봄이 오니까 좋아요. 계절이 바뀔땐 언제나 저마다의 설레임을 가지고 오는 것 같아요.

잘 지내세요, 순오기님!!

2010-03-15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5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turnleft 2010-03-16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제가 전에 언급했던 것 같기도 한데, [멘털리스트] 라는 드라마가 있거든요.
오늘 신문 기사 보니까 한국에서도 케이블에서 한다네요. 티브이엔 월,화 8시 라고 나와 있군요.
우울한 날에는 이 남자가 눈웃음 살살 흘리는 것 보면 풀어지실 듯!


다락방 2010-03-16 09:12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TurnLeft님. 완전 좋아요. 저는 오늘 하루 괜찮고, 오늘 하루 어떠냐는 글을 썼는데, 아니, 이 남자의 눈웃음을 보라니!!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텔레비젼을 잘 안보기 때문에 이걸 본다고 약속드릴 수는 없지만(약속은 지켜야 하니까요!!),
혹여 텔레비젼 앞에 안게 된다면, 이 남자의 눈웃음을 유심히 지켜보도록 할게요.

아, 그런데 저는 어쩌다가 친절한 알라디너에게 이렇게 남자를 소개받게 되어버렸을까요? 하하하하

비로그인 2010-03-16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궁금했어요 당신이 좋아지는 거겠죠



아 마음을 막 콕콕 찌르는 가사로군요. 그땐 왜 몰랐을까요.

다락방 2010-03-16 09:35   좋아요 0 | URL
당신 하루 생활이 난 궁금했어요
잠잘 땐 나처럼 베갤 끌어안고 자는지
가끔은 잠에서 깨보면 TV만 외로이 홀로
켜져 있는지 별거 아닌데


별거 아닌데 궁금해지는거, 좋아지는 거겠죠. 아 말랑말랑 달콤해요. 잘 보내고 있어요? 하고싶은 말이 아주 많아요, Jude님! :)

yamoo 2010-03-19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들으시는 곡들이 제가 아주 엔날에 듣던 노래와 비슷합니다..전 대학교때부터 줄창 메탈을 듣다가 3년전부터 고딕메탈만 듣고 있습니다.
나는 궁금했어요 당신이 좋아지는 거겠죠...맞아요..궁금하면 좋아지는거...가사가 참 좋네요^^

다락방 2010-03-20 12:37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대학교때 이 노래 듣고 가사가 참 좋다고 생각했었어요. 잠잘땐 나처럼 베갤 끌어안고 자는지~

별거 아닌데 궁금해지는거, 그게 좋아지는거겠죠.
:)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라 쿠트너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2월
절판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니까. 난 그 이상을 원해요. 당신을 정말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난 몇 주 전과 똑같은 육체적 관계를 원해요. 그게 날 행복하게 해주니까. 친구라면 당신 말고도 남아돌아요. 난 당신을 친구로 만난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친구 사이로 지내자는 당신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어요!" -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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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3-15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친구는 많아요!!

다락방 2010-03-15 13:3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누가 친구 하자고 했습니까!! 아주 웃겨요 그냥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3-15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제안 너무 싫어욧!

다락방 2010-03-15 13:35   좋아요 0 | URL
엿이나 먹으라고들 해줍시닷! ㅎㅎ

머큐리 2010-03-15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요... 이 분위기는... --;

다락방 2010-03-15 14:0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 분위기는 대체 뭘까요? ㅋㅋ
 
쉘 위 키스 - Kiss Pleas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키스의 영향력엔 공감하지만 스토리도, 키스신도, 로맨스로도 모두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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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3-14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요, 마지막에 금발머리의 그녀가 한숨 쉬듯 돌아서는 그 모습 하나로 이 영화가 살았다고 생각했더랬어요. 중간 이야기는 그닥이었는데 마지막의 그 표정 하나로 영화를 살렸구나, 하구요. 종종 생각나는 표정입니다.

다락방 2010-03-14 18:19   좋아요 0 | URL
저도 마지막 장면만큼은 좋았어요. 정말로 남자가 저 문밖으로 나갈것인가 정녕 다시 돌아오지 않을것인가 하고 말이지요. 그 장면만큼은 정말 정말 좋았답니다. :)

일전에 [브로큰 잉글리쉬]라는 영화를 봤을때요, 프랑스 남자랑 키스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남자가 키스를 무척 잘하는거에요. 마음을 빼앗길만큼 관능적인 키스를요. 그런데 이 [쉘 위 키스]에서는 남자들이 그렇지 못한 키스를 해요. 흐음..프랑스 남자라고 키스를 다 잘하는게 아니구나, 굳이 프랑스까지 가서 할 필요는 없겠구나, 뭐 그런 생각을 했어요.

레와 2010-03-1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근사하게 지어놓고, 영화는 안습.

다락방 2010-03-15 14:03   좋아요 0 | URL
이렇게 키스를 멋대가리 없게, 섹시하지 않게 하는 영화는 또 드물죠.
 
디어 존 - Dear Joh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내 취향엔 맞지 않는 러브스토리지만 여운은 남는다. 그놈의 사랑사랑사랑사랑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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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3-14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ㅡ 놈의 사랑 사랑 사랑 사랑' 하고 푸념해봤으면...ㅡ.,ㅡ

다락방 2010-03-14 13:20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이지 그놈의 사랑이라니! ㅎㅎ
 

 

 

 

 

 

 

 

 



 

"수집한 것중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 뭐예요?"
"61년산 슈발 블랑이요."
"와우. 그걸 어떻게 마시지 않고 두고만 있을 수 있죠?"
"특별한 순간에 특별한 사람과 마시고 싶어서요."
"당신이 그걸 마시는 순간이 특별한 순간인거예요."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보잘것 없다고 느꼈던 마일스는 와인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이다.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을 앞두고 마일스는 와인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길에서 마야란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와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장 좋아하는 와인 '61년산 슈발 블랑'을 특별한 순간에 특별한 사람과 마시고 싶다는 마일스. 그런 그에게 마야는 당신이 그걸 마시는 순간이 특별한 순간이라고 얘기한다. 

마일스에게 곧 61년산 슈발 블랑을 마실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나 그가 61년산 슈발 블랑을 마시는 그 특별한 순간은, 그가 가장 작고 초라하고 볼품없게 느껴진, 가장 쓸쓸했던 순간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61년산 슈발 블랑을 허락함으로써, 그 바닥으로 떨어진 비참한 순간을 순식간에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물론, 그 특별한 순간을 경험했다고 해서 마일스의 상황이 변한것도 아니고, 마일스가 갑자기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낀것도 아니다. 다만 그는 자신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물함으로써, 자신에게 그정도의 사치를 허락함으로써, 조금쯤 더 살아갈 힘을 얻었을 뿐이겠지. 조금쯤 더 힘을 얻고 살아가게 될 순간이 다만 몇시간이든 혹은 몇년이든 괜.찮.다. 좌절과 쓸쓸함과 외로움이 또다시 마일스를 휘청거리게 하면, 그때는 또다시 61년산 슈발 블랑을 잔에 따라 마시면 되니까. 

나에겐 아직 61년산 슈발 블랑이 없다. 내가 아주 약해지고 아주 작아지고 아주 쓸쓸해질때를 대비해서 61년산 슈발 블랑을 만들어 두어야 겠는데, 대체 내게는 무엇이 61년산 슈발 블랑이 되어줄 수 있을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누군가가 나의 61년산 슈발 블랑이 되는것이 가능할까? 혹은 내가 누군가의 61년산 슈발 블랑이 되는것은, 그것은 가능할까?

내가 좋아하는 한 친구는 이 영화속에서 마일스가 61년산 슈발 블랑을 마시는 순간을 '내가 본 모든 영화 중 가장 멋진 부분' 이라고 말했었다. 내 생각도 별로 다르지 않다.
 

 


댓글(32) 먼댓글(2) 좋아요(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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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이 암스테르담에 있다면 나도 그러고 싶어요.
    from 마지막 키스 2011-11-28 09:26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차를 마시고 혼자서 영화를 보고 혼자서 쇼핑을 하는 시간들이 내게는 무척 좋고 완벽하게 느껴진다. 그 시간들이 내게는 자유롭고 행복하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영화를 보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매장에 가서 내가 사고 싶은 걸 산다는 것은 쾌감까지 선사한다. 백화점의 푸드코트에서 혼자 앉아 먹는 순대볶음은 일종의 위로다. 이런 내가 아직도 하지 못한 것이 혼자서 스테이크 먹기 이다. 영화 『사이드 웨이』에서 마일스
  2. 옷장 속 와인
    from 마지막 키스 2015-06-11 09:51 
    어제 퇴근전까지는 기분이 좋았는데 사무실을 나서면서부터 급격하게 기운이 쫙 빠지더라. 역시 회사를 다닌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뭐 꼭 회사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기운이 쫙 빠져버린 나는, 퇴근후 역삼역까지 걷겠다는 호기로움을 뒤로한 채, 양재역에서 그냥 지하철을 타버렸다. 아 기운없어. 걷기 싫어. 지하철 타자. 지하철을 타서는 이번호 시사인을 읽다가 꾸벅꾸벅 졸았고, 아, 와인을 마셔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려 마트에 들
 
 
2010-03-14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4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10-03-14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크닉 사진 너무 근사해요!

전 이 영화 너무 좋아해요.
대략 10번은 봤을 거예요.
마야 역의 배우도 너무 멋지고 마일스의 동그란 대머리도 넘 귀엽고
무엇보다 술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대박 좋아해요.ㅋㅋ

유머, 낭만, 쓸쓸함, 아이러니, 허무, 희망이 동시에 다 들어 있어요, 이 영화엔.

다락방 2010-03-14 13:31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영화 무척 좋았어요. 페이퍼에 쓴 것처럼 그 와인을 마시던 순간이 자지러지게 좋아서 뒤로 넘어갈 뻔 했어요. 친구들을 만날때마다 그 장면을 예찬하기도 했답니다.
무엇보다 마일스를 비롯한 영화속의 등장인물들이 그렇게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어서 더 좋았어요. 그냥 내가 사는 것 처럼 뭐하나 이뤄놓은 것도 없고 스스로를 볼품없다 여기고 쓸쓸해하고 그런 모습들이 말이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저렇게 피크닉을 하다니! 아, 정말 근사하죠?

저도 좋아해요, 이 영화. 좋아하는 사람과 와인농장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도 생각했어요. 영화보는 내내.

2010-03-14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4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4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4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0-03-14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나의 61년산 슈발 블랑'이라... 왠지 멋져요.
다락님의 글이 멋져서 모니터에 얼굴 가까이 대고 보고 있었습니다.(웃음)
나도 뭔가 찾아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락방 2010-03-14 13:38   좋아요 0 | URL
모니터에 얼굴 가까이 대면 눈 나빠져요, L.SHIN 님. 좀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도록 해요.
뭔가를 찾지 않아도, 언젠간 그 뭔가가 나를 찾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해요.

그래도 나의 61년산 슈발 블랑이 생긴다는건 참 근사한 일이에요. 그쵸?
:)

L.SHIN 2010-03-14 21:21   좋아요 0 | URL
'언젠가 그 뭔가가 나를 찾지 않을까' 라니!
아, 정말이지...하루에 두 번 감동은 심장에 무리인데 말이죠. ㅜ_ㅡ

다락방 2010-03-15 09:04   좋아요 0 | URL
좋은 아침이에요, L.SHIN님.

비가 와요. 멜랑꼴리 해질까요, 말까요? :)

L.SHIN 2010-03-15 11:52   좋아요 0 | URL
좋은 점심, 다락님. (오전에 알라딘 접속이 안 되서..-_-;)

나는 이미 멜랑꼴리 해졌어요.

다락방 2010-03-15 11:59   좋아요 0 | URL
나는 몰랑몰랑해요 ㅎㅎ

2010-03-14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4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3-14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걸 마시는 순간이 특별한 순간이라니,멋져라~~~

다락방 2010-03-14 18:22   좋아요 0 | URL
그쵸, 순오기님? 정말 멋진 영화랍니다!!

마노아 2010-03-14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느끼는 순간은 매번 61년산 슈발 블랑이에요!!!

다락방 2010-03-15 08:55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그렇다면 나를 좀 안아주세요!!

Kitty 2010-03-15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발을 보고 뭔가 다른 걸 상상한 저는 61년산 슈발 블랑을 마실 자격이 없는거죠? ㅠㅠ

다락방 2010-03-15 08:56   좋아요 0 | URL
다른 슈발은 무얼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서야 슈발 블랑을 알게 되서요. 물론 와인샵에서 본다고 한들 다시 알아볼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자격이 있고 없고는 자신이 결정하는거에요. Kitty님이 원하면 마시면 되는거구요. 슈발 블랑을 선택하는건 Kitty님의 몫이죠. :)

2010-03-15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5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5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3-15 14:31   좋아요 0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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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0-03-15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은 나에게 61년산 슈발 블랑!!



이 디비디 틀어놓고, 와인 마시고 싶은 오후예요.

다락방 2010-03-15 14:09   좋아요 0 | URL
나는 레와님의 61년산 슈발 블랑 ♡

비연 2010-03-15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영화 넘 좋았어요! 나오는 와인마다 다 먹어주고 싶었어요..ㅋㅋ ...아..와인 먹고 싶어지는 밤이네요..냠.

다락방 2010-03-16 09:35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저도요. 정말이지 좋은 사람과 이렇게 와인여행을 가고 싶다고도 생각했어요. 가다가 와인마시고 멈춰서 허름한 모텔에 들어가 요란하게 잠도 자고. 그렇게 말이지요. 와인 마시고 싶어지는 아침이에요.
:)

2010-03-17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7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