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비씰 요원들을 다룬 '수잔 브럭맨'의 할리퀸 로맨스 소설 시리즈 중에, 제목은 기억 안나는데 (왜 할리퀸 시리즈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을까?), 옆집에 사는 네이비씰 요원에게 자꾸만 연정을 품게되는 여자가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 뭔들 안그렇겠느냐만, 어쨌든 그 여자도 멋진 여자고, 그 남자도 멋진 남자인데, 이 남자와 그 여자는 이웃해 살면서 자꾸 친해지고 호감을 갖게 되고 반하게 되고 끌리게 되고 그런다. 그러다가 하루는 이 남자가 네이비씰 모임이 있어서 제복을 차려입고 그녀에게 뭔가 전할 말이 있어 그녀의 집 문을 노크하게 된다. 그녀는 문을 열고, 매일 사복 차림의 그를 보다가, 제복을 차려 입은 그를 보고 홀딱 반하게 된다. 그의 모습을 보고 눈이 부셔서 아무 말도 못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그가 말한다. 

"당신 표정을 당신이 봐야하는데!" 

하하하하. 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을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제복을 입은 멋진 남자의 모습이 그녀에게 엄청나게 각인된 건 사실인데, 모두에게는 각자의 로망이 있겠지만, 여자들에게는 이 제복에의 로망도 어느정도는 있는 것 같다.  

중학교시절 영어선생님도 첫연애에 대해 얘기해줄때, 돌이켜보면 자신이 사랑했던 건 그 남자가 아니라 그 남자의 제복이라고 말했었다. 제복을 입고 자신을 만나러 나오는 그를 보면 아주 뿌듯했다고. 그래서 나는 그때 아, 그럴수도 있는거구나, 라고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면서, 어렴풋이 짐작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었다. 

 

대학교시절 미팅을 했었다. 아마도 3학년때였던 것 같다. 여자 네명, 남자 네명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해군이었고, 하얀 제복을 입고 우리랑 마주 앉았다. 우리는 즐겁게 이야기를 했고 술을 마셨고 많이 웃었으며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러나 연락처 교환은 형식일뿐, 사실 나는 내가 미팅에서 어필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우리는 자리가 파하고 다같이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제복을 입은 남자 네명과, 평범한 여대생 네명이 한 버스 안에 타서 수다를 좀 떨고 그리고 그렇게 헤어졌으며, 역시나 짐작했던 대로 아무도 내게 애프터를 신청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나는 미팅자리 내내 그 누구의 눈길도 받지 못했고, 그 누구의 특별한 관심도 받지 못했으니까. 나한테는 그럴 일이 없다는 것 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며칠 뒤였다. 며칠 뒤 친구중 한명이, 그들 중 한명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며 강의실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오, 그래? 하고 미팅멤버들이 모여 우르르 편지를 돌려 보려는데, 그 친구가 나를 보며 이런 말을 했다. 

"야 근데, 여기, 너한테 보내는 편지도 들어있었어." 

응? 그 놈이 나한테도 편지를 썼어? 아니, 다른 애가. K 가 너한테 보내는 편지야. 나는 K 가 너한테 보내는 편지라길래 뜬금없어서 뻥인줄 알고 읽어봤는데 정말 너한테 보내는거더라.  

나는 깜짝 놀랐다. 나에게 편지가 온 것도 놀라운데, 보낸 놈이 K 라니, 그건 더 놀라웠다. 모두 동갑인 그 미팅에서, K 는 그 자리에서 혼자만 어렸었다. 나랑은 미팅자리에서 말을 한 기억도 없던 친구였다. 미팅 자리에서도 그는 조용했었다. 나도 놀랐고 친구들도 모두들 놀랐으며 아마 그 남자아이들도 놀랐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뭔가 엽기적인 내용이 아닐까 생각하며 편지를 읽어보는데 아, 세상에, 거기엔 나를 좋게 봤다는 말이 당연히 들어있었고(그러니까 편지를 썼겠지!), 그런데 그 내용들 뒤에 그가 전하고자 하는 요점은 이거였다. 단 한 문장으로 그는 앞서 했던 말을 요약했다. 

"누나랑 의남매 맺고 싶습니다!" 

하아-  

난 진짜 정말 별 소리를 다 듣는구나. 나는 지나치게 털털한 성격 때문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학교에 간 날에는 친구들에게 학교에 놀러 다니냐는 소리도 들었었고, 늘 만나 술을 마시던 남자사람친구들 한테는 불알친구라는 소리도 들었었고, 남자사람선배한테서는 너는 남자보다 편해, 라는 말도 들어봤지만, 하아, 의남매라니. 대체 의남매는 뭐야. 옆에서 내 편지를 같이 읽던 친구들은 배를 잡고 웃어댔다. 야, 세상에 남자한테 의남매 하자고 편지 받는애는 너밖에 없을걸, 의남매가 뭐냐? 이게 좋다는거야 싫다는거야? 까르르.. 

뭐 어쨌든 그녀석과 나는 그때부터 연락을 자주 했다. 다른 멤버들 모두 서로서로 전화도 하고 편지도 하고 그랬다. 어려서였는지 딱히 누가 누구랑 사귄다는 개념없이 그렇게 다들 잘들 지냈다. 아마 그들중에는 서로 마음에 더 들어온 상대도 있고 그랬겠지만 표면적으로 우리는 모두 친구였다. 위아더월드.  

그러나 K 는 달랐다. K는 다른 여자멤버들에게는 전화하지 않았다. 다른 여자멤버들에게는 편지 쓰지 않았다. K 는 나에게만 전화했고, 나에게만 편지를 썼다. 그리고 나에게는 소포도 잔뜩 보냈다. 그가 군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소품들을 커다란 박스에 넣어 보냈다. 우리는 모두들 서로의 안부를 다른 멤버에게 물을 수 있는 사이었지만, K의 안부에 대해서는 나에게만 물어야 했다. K 가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아서 다른 여자멤버들도 K 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다. 사실 다들 K에 대해서는 그다지 친근함을 느끼지 못했다. K는 모두에게 다정하거나 살가운 스타일은 아니었다. 나는 전화를 자주 거는 편은 아니었는데, 전화를 걸면 가끔 K 가 받을 때가 있었다. 

"네 통신보안 *********"  

하는 K 의 목소리를 들으면 나는 

"K야, 나야." 

했다. 

그때 아! 하며 전화를 받는 그의 음성은 정말이지 전화기 너머로 그 반가움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여서, 나는 그에게 전화하는 것이 좋았다. 순번대로 통신보안이 정해져 있다고 했는데, 나는 그녀석이 당번인날에만 전화를 걸었다. 그게 그러니까 저절로 그렇게 됐다. 내 전화를 그렇게까지 반갑게 맞아주는 녀석은 또 없었으니까. 그녀석의 반가움은 다른 녀석들의 반가움과는 뭔가 급이 달랐달까. 나야, 할때 그 녀석은 수화기 너머로 웃고 있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도 아주 활짝.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그때 내 전화를 받던 그 녀석의 표정을 내가 한번 봤어야 하는건데! 

 

나는 할리퀸 로맨스의 여주인공처럼 제복을 입은 남자라고 반하지는 않고, 중학교시절 영어선생님 처럼 제복을 입은 남자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지도 않다. 소설이든 누군가의 일화든, 나는 제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때 그 녀석의 표정을 보지 못했었던 것이 내내 아쉽다.  

 

그런데 그때 우리는 그러니까, 의남매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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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10-07-1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왠지 루시드폴의 '그건 사랑이었지~' 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걸요 ㅎㅎ

다락방 2010-07-13 13:25   좋아요 0 | URL
제대하고도 한동안 연락했었는데, 제가 직장생활하면서 스트레스 받아서 가출했거든요. 그래서 그녀석한테 가기로 했었는데, 중간에 아빠한테 붙잡혀서 집에 질질 끌려갔어요. 그 뒤로 우리의 연락은 끊어졌죠.

웽스북스 2010-07-13 14:00   좋아요 0 | URL
난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제목만? ㅋㅋㅋㅋ

다락방 2010-07-13 14:46   좋아요 0 | URL
난 그 노래요. 아마도 그건 사랑이었을거야~

그 왜..가수 이름은 생각 안나는데 눈 크고, 거울속으로인가 뭐 그런 미니시리즈 나왔던..그 가수의 노래요. 음, 니나님과 웬디양님은 어려서 모르려나? 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0-07-13 15:03   좋아요 0 | URL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 사랑이었을꺼야'...
89년에 나온 노래죠.
으윽~~
이노래 들으면...그냥 저절로 눈물이 나는구마는....ㅠㅠ

다락방 2010-07-13 15: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최용준!
나름대로 잘생겼다고 인기 있었던 가수였는데 말입니다. 저는 그 가수 눈이 너무 거시기해서 안좋아했지만 말이죠. 역시 마기님은 아시는군요!

비로그인 2010-07-13 15:18   좋아요 0 | URL
다락님께 드리는 선물!

다락방 2010-07-13 15:20   좋아요 0 | URL
아, 제목은 '아마도 그건' 이었군요. 사랑이었을거야, 는 제가 갖다 붙인거구요. ㅎㅎ

마노아 2010-07-1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는 그렇게 완벽하게 다락방님과 관계를 맺고 싶었나봐요. 이건 연애보다 더 강력한 걸요.
그렇지만 연락이 끊어졌다니... 안타까워요...ㅜ.ㅜ

다락방 2010-07-13 14:48   좋아요 0 | URL
제가 가출만 안했어도! 하아...
천안에서 잡혀서 집에 질질 끌려갔어요. 회사도 다시 다니게 됐구요. K는 부산 남자였는데, 부산에 오면 델꾸 있어주겠다고 했거든요. 걱정말고 오라고. 그런데 천안에서 잡혔어요, 천안에서! 하아-

가출만 안했어도 우린 계속 연락했을지도 모르는데, 뭐, 인생은 그런건가봐요.

건조기후 2010-07-13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복에 대한 로망이 깨진 지 오래됐어요. 육사와 가까운 여대를 다녔는데 육사생도들이 그 멋진 제복을 입고 (늘 들고 다니는 서류가방같은) 가방에서 새우깡을 꺼내 먹는 모습을 버스에서 본 이후로 완전.ㅋㅋㅋㅋㅋ 심지어, 포장된 떡볶이를 가방에 어떻게 균형을 맞춰 넣을 지 고심하는 모습도 봤죠! 가방은 폭이 좁고 떡볶이 포장그릇은 넙덕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어찌나 진지한지 정말 반하겠더군요.ㅋㅋㅋ

그 이후로 제 눈에는 폼나는 제복 뒤로 항상 새우깡과 떡볶이가 날아다닙니다.ㅎㅎㅎㅎㅎ

2010-07-13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13 14:52   좋아요 0 | URL
저는 원래 제복에 대한 로망은 없었어요. 지금도 없구요.ㅎㅎ
저는 벗은 남자 로망도 없어요. 저 좀전에 홈피에 일기썼는데 제목이 새우깡이었거든요. 그런데 건조기후님 여기서 막 새우깡 얘기하시고..ㅎㅎㅎㅎㅎ

그나저나 그 여대라면, 오오오오, 저 거기 한번 가봤습니다! 시험기간이었거든요. 외대앞에서 학교 가려고 버스 기다리다 탔는데, 아 글쎄 그 버스가 우리 여대앞에 세우는게 아니고 말씀하신 그 여대앞에 서는게 아니겠습니까! 저 내려서 완전 벙쪘죠. 여긴 우리학교가 아닌데.. 시험시간 다가오고 애들한테 막 전화오고. 야 일찍 와서 시험 공부 좀 하랬더니 너 왜 안와? 응, 나 **여대 앞이야. 우리 학교 가는줄 알고 탔더니 여길 왔네. 결국 저는 택시 타고 가서 시험 봤어요. 하하하하. 저는 뭐 늘 짱구였습니다.


아니 그리고 속삭이신님, 오, 거기였어요? 전 거기서 멀지 않은 학교였어요! ㅎㅎ


(쓰고보니) 여대 나온 여자사람들 많군요!

2010-07-13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0-07-13 16:58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런 로망이 좀 있었는데, 그 놈의 새우깡과 떡볶이 때문에.ㅋㅋ
솔직히 지금도 제복빨 제대로 받는 모습 보면 쫌 움찔하긴 하지만 금방 정신차려요.
저렇게 멋진 척 해봤자 결국 새우깡과 떡볶이다. 하고.ㅋ

pjy 2010-07-13 18:33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제복에 대한 로망을 산산히 부셔주시는군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7-14 08:45   좋아요 0 | URL
전 제복에 대한 로망은 별로 없었어요. 움화화핫

보석 2010-07-1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락이 끊겼다니! 이렇게 안타까울수가!

다락방 2010-07-13 15:13   좋아요 0 | URL
삶은 언제나 안타까움의 연속이죠.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만 편지..

보석 2010-07-13 17:1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오늘 흘러간 옛노래에 삘 받으신듯 ㅋㅋ

다락방 2010-07-14 08:45   좋아요 0 | URL
자고로 삘은 옛노래에서 받는거죠. 훗 :)

paviana 2010-07-1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로그인 하게 만드는 페이퍼에요.

제가 대신 찾아봐 드리고 싶네요.ㅎㅎ

근데 왜 아무도 가출이야기를 안 물어보실까요? 가출이야기도 궁금한데요.^^

다락방 2010-07-13 15:20   좋아요 0 | URL
제가 정신나가서 사춘기때도 안했던 가출을 스물네살에 했습니다. 그래봤자 잡혀가지고 질질 끌려왔지만. ㅎㅎㅎㅎ 뭐 언젠가 할 때가 오겠죠.

음 그렇지만 이제는 K군을 찾으면 안되는거 아닐까요? 저보다 두살 어린데, 지금쯤 아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함께 잘 살고 있겠죠. 가끔 의남매 하고 싶었던 저를 떠올리기도 하면서요. ㅎㅎ
담배를 보내가지고 제가 완전 뒤로 넘어갔었어요. 담배를 피우던 때였고, 집에서는 몰랐는데, 아 글쎄 선물로 집으로 담배를 보내가지고...집안이 발칵 뒤집혔었죠. 둘러대느라 죽을뻔 했어요. 어휴. 군담배를 ㅎㅎ

비로그인 2010-07-13 15:41   좋아요 0 | URL
푸하하~~
것두 군담배를....

다락방 2010-07-14 08:45   좋아요 0 | URL
그 담배를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요. 군88 이었는데..

... 2010-07-1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K군보단 다락방님 가출이야기가 더 궁금해요!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아서 가출............ㅠㅠ 너무 슬퍼요.........ㅠㅠ 엉엉엉.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으면 직장을 뛰쳐나가야지 왜 집을 뛰쳐 나가셨어요...... 부산 근처까지도 못가고 천안에서 잡히다니..........

다락방 2010-07-14 08:47   좋아요 0 | URL
아! 그것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스토리입니다. ㅎㅎ

회사에서 과장과 차장이 집으로 찾아와서는 부모님께 저를 설득해서 다시 회사 좀 다니게 해달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전 가출1박2일만에 아빠께 잡혀갔어요. 하아- 집에 가서는 한의원에 갔고 머리에 침 좀 맞았죠. 머리에 침 맞으면서 엄청 울었네요. 세상이 너무 더러워서..

젊은 남자애 집에서 며칠이고 묵을 수 있었는데, 제기랄, 다시 회사라니...

레와 2010-07-1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사우나 가자'는 말은 아직 안 들어 본거죠?! 이 말까지 들어야 되는데..ㅋㅋ




아까운 인연들이 많다.. 다락방..

다락방 2010-07-14 08:47   좋아요 0 | URL
으응? 사우나? 사우나는 왜요? ㅋㅋㅋㅋㅋ

moonnight 2010-07-13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 K군 너무 멋진 친구네요. 두 분 사이의 풋풋한 감정들이 막 느껴지는 거 같아요. 다락방님 이야기는 침 꼴딱꼴딱 삼키면서 읽게 돼요. 아우. 부러워라. ^^

그러면서, 수잔 브럭맨의 할리퀸 로맨스를 검색. -_-;

다락방 2010-07-14 08:51   좋아요 0 | URL
수전 브럭맨의 할리퀸 로맨스는 수잔 브럭맨을 최고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빌려줘서 읽게 된 거에요. 그런데 어찌된게 제목이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아요. 하나 아주 그냥 엄청나게 에로틱해서 던져버릴 뻔한 책 있었는데요. ㅎㅎ 폰섹스가 나오는데 와 정말, 어휴, 엄청나서. ㅎㅎ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관계를 만들어가고 하는 것은 단순히 우연은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음, 운명이란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K 군을 지금 만났다면 조금 다른 사이가 됐을수도 있었을텐데, 그때 그렇게 만났던건 결국 뭐 옆에 있으려는 인연은 아니었던거겠지 싶고 말입니다. 지금 제 곁에 있는 사람들중 많은 사람들은 또 앞으로 십년후에 곁에 없겠죠. 그리고 그때는 다른 사람들이 있을테구요.

L.SHIN 2010-07-1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남매를 가장한 무언가가 뒤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ㅎㅎ
하지만 이해가 되는 걸요. '사귀고 싶다'라고 말했을 때는 거절당할 수 있다는 염려와 서먹해지는 관계가 생길 수도
있지만 '친구' 혹은 '의남매' 이런 사이라면..말이죠. 음, 그래요. 자연스럽게 가까이 지낼 수가 있겠죠.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말입니다.(웃음)

다락방 2010-07-14 08:53   좋아요 0 | URL
음 (끄덕끄덕) L.SHIN님. 무슨뜻인지 알겠어요. 그건 마치 제가 좋아하는 남자의 옆에 '친구'라는 이름으로 붙어 있는 것과 같은거에요. 그쵸? 괜히 나랑 연애나 하자, 했다가 거절 당하면 옆에 있지도 못할테니,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그냥 우리는 좋은 친구야, 라고 하면서 옆에 있는 그런 마음. 그렇게라도 옆에서 지내고 싶은 그런 마음.

L.SHIN 님의 생각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요. 음, 어쩐지 조금 답답해지기도 하고 말이죠.

새초롬너구리 2010-07-13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에서 구할 수 있는 소품을 박스에 넣어 보냈다'에서 알아챘습니다. 그의 마음은 핑크색이였네요.

다락방 2010-07-14 08:54   좋아요 0 | URL
보냈던 마음에 비해 받았던 사람의 태도가 그다지 정중하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워요. 그것들이 어디있는지 전혀 모르겠거든요.

순오기 2010-07-14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노래 좋아요, 89년이면 첫딸 낳아 키우느라 무슨 노래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시절.
다락방님 기억창고의 이야기는 더 좋고요~~~~~~아, 안타까워라~ 그렇게 소식이 끊겼다니...

다락방 2010-07-14 08:56   좋아요 0 | URL
분명 그 친구와의 인연은 안타깝지만, 안타깝지 않은 다른 인연들이 생기고 있으니까요. 인생은 그런거라고 생각합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0-07-14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제가 우리집 골목 초입에 들어서면 벌써 대문을 긁어대며 미친듯이 꼬리를 흔들며 기다리던 우리집 강아지가 생각나네요..

맞아요.. 절 그렇게 환영해준 사람은 없어요.. ㅠ.ㅠ

다락방 2010-07-14 13:24   좋아요 0 | URL
(토닥토닥) 휘모리님, 휘모리님.

아마도 그래서 저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잘 하지 않는가봐요. 저는 제가 전화했을 때 정말 반갑게 받아주는게 좋거든요. 그런데 아마 반가움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서 전화통화를 안하나봐요. 제 핸드폰 요금중에 통화료는오천원도 안나와요. 목소리만으로도 반가움이 전해지는데, 실망하고 싶지 않으니까 안하게 되나봐요. 오천원어치의 통화는 제 가족들과 해요.

날 그토록 환영해주고, 반가워해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쉽지 않은 일이죠. 울지말고 언제 우리 소주나 일병 합시다.

무해한모리군 2010-07-14 18:28   좋아요 0 | URL
하지만 소주를 한병이나 마시면 제가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지도 모르는데! ㅎㅎㅎ

따라쟁이 2010-07-14 18:40   좋아요 0 | URL
나도.. 휘모리님께서 꼬리 흔드는걸 보고 싶어요+_+

다락방 2010-07-15 09:09   좋아요 0 | URL
컹컹.
어쩐지 짖고 싶어요.

바이런 2010-07-1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편의 단막극 같아요ㅜㅜ

다락방 2010-07-15 09:09   좋아요 0 | URL
바이런님 울지 않게 조만간 기쁜 단막극도 올려야겠네요. 뭐, 지금 딱히 생각나는 건 없지만 말입니다. 흣 :)

자하(紫霞) 2010-07-1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출 사건을 말해 달라!!
그것이 궁금하다!!

다락방 2010-07-15 10:25   좋아요 0 | URL
흠흠. 그것은 그러니까 흠흠. 에...좀 찌질해서 패쓰에요. ㅎㅎ
 

토요일 오후 외출, 지하철 안에서 읽은 단편은 『밤눈』이란 제목을 달고 있었는데, 와- 이 몇장 안되는 단편에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였다. 지하철 안에서 그 단편 한편을 시작하고 끝냈는데, 전문을 다 옮겨오고 싶은 그런 글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꼭 읽어보라고 선물하고 싶은 그런 단편이랄까. 

 

 

 

 

 

 

 

이제는 나이 들어 버린 여자가, 과거의 남자를 회상한다. 그 남자와 사랑했던 기억을 추억한다.  

   
  정이란 것이 그런 겁디다. 아무리 단속을 해도 모기장에 모기 들어오듯이, 세 벌 네 벌 진흙 처바른 벼락박에 물 새듯이 그렇게 생깁디다. 말했듯이 손구락 하나 안 잡았는디, 새벽에 그 사람 갈 때까지 잠도 안 잤는디, 세상에, 한 지붕 아래 한방에 누웠다는 이유로, 날밤을 같이 샜다는 똑 그것 때문에 그 사람이 남 같지가 안 합디다. (p.49)    
   

그러니까 정이란 그런 것. 아무리 단속을 해도 모기장에 모기 들어오듯 하는 그런 것. 손구락 하나 잡지 않아도 한 공간에 함께 날밤을 새웠다는 이유로 그가 특별해지는 그런 것. 아 젠장. 새벽에 이 글을 쓰고 있노라니 진짜 죽을맛이다. 밤은 자꾸 깊어가고 있으니까. 나는 이 공간에 홀로 있으니까. 아무리 열 손가락 활짝 펴봤자 손구락 하나 누가 잡아주질 않고 있으니까. 아니, 손구락 긴장 할 일도 없으니까. 하아- 

그러니까 사랑이란 그런 것. 밤을 나누는 것이 특별해지는 것, 걸음을 나누는 것이 특별해 지는 것.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특별해 지는 것.

   
  그 사람이 하던 말이 그렇게나 좋았단 말이요. 밤새 나를 껴안고 조근조근 하던 그 말들. 그 여고생을 못 잊어 낙엽 진 길을 몇 날 며칠을 걸었다는 그 말. 내 눈을 들여다보며 눈동자 색깔이 어떻고, 머리카락 만지며 채석강 노을빛이 어땠더라고 속닥이던 말. 술만 취하면 마누라를 패고 기억도 못 하는 사내가 있었는디 탁발 온 스님 말이 남편은 전생에 소였고 마누라는 주인이었다, 그때 맞은 매를 되갚으려고 그러니 홍두깨는 버리고 커다란 싸리빗자루를 만들어놓으면 싸릿대 하나씩 한 대로 쳐서 몇 번 만에 업보가 풀릴 것이다, 했다는데 우리는 서로 아끼고 사랑만 하니 전생에서도 애타게 좋아만 하다가 죽었을 것이다, 내 손을 만지며 하던 그런 말이 그렇게 좋았단 말이요. 그렇게 재미나고 정답던 말을 인자 누가 또 할란고.. (p.51)   
   

  

그때 그가 하던 말들이 무엇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밤새 나를 껴안고 조근조근 하던 그 말들은, 그러니까 이 얘기여도 좋고 저 얘기여도 좋았을 것이다. 그가 무슨 얘기를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람. 나를 껴안고 조근조근 말하는데. 엄지 발톱 만한 바퀴벌레를 때려잡아 죽인 이야기여도 좋았을 것이고, 밤을 새며 일을 하느라 눈알이 빨개졌었다는 이야기여도 좋았을 것이다. 조근조근 들려주는 그의 말을 들으며 여자는 그에게 취해버렸을테지. 얘기하는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얘기하는 그의 눈동자를 마냥 바라보다가 그냥 그렇게 그 밤들을 보내보렸겠지. 그 밤들이 그렇게 그녀에게 켜켜이 쌓였겠지.

 

   
 

둘 다 음악을 좋아했는데, 밤에 잘 때는 어떤것 안 듣고 주로 [아들을 낳기 위한 발라드], 이런 것만 들었소, 우리는. 

[아들린을 위한 발라드]라는 피아노곡을 떠올린 나는 헤헤 웃었고 그는 깔깔댔다. (p.51)

 
   

  

하하하하 아들을 낳기 위한 발라드. 그렇다면 딸을 낳기 위해서는 무엇을 들어야 할까? 하하하하  

 

헤어진 사람, 헤어진 사랑. 그러나 그 사랑을 성공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는 우리 사랑이 성공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헤어졌지마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이 말이요. 연애를 해봉께, 같이 사는 것이나 헤어지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디다. 마음이 폭폭하다가도 그 사람을 생각하믄 너그러워지고 괜히 웃음이 싱끗싱끗 기어나온단 말이요. 곁에 있다면 서로 보듬고 이야기하고 그런 재미도 있겄지만 떠오르기만 해도 괜히 웃음이 나오지는 않지 않겄서라우. 아, 곁에 있는디 뭐 하러 생각하고 보고 싶고 하겄소. 그러니 결혼해서 해로한 것만큼이나 우리 사랑도 성공한 것 아니겄소. (p.61) 

 
   

떠올리면 괜히 웃음이 나는 것, 아아, 그걸 대체 어쩌면 좋아. 생각하다 보면 괜히 히죽히죽 웃게 되고, 혼자서 걷다가도 실실 쪼개고 있고. 만약 그를 떠올리며 걷고 있는 나를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손가락질 했겠지. 정신이 살짝 나간 여자사람인가, 하고.  히죽히죽 실실 히죽히죽 실실. 그것은 사랑의 주문 같은 것. 싱끗싱끗 기어나오는 웃음은 사랑의 증거같은 것. 

만약 내가 그에게 "당신을 떠올리면 싱끗싱끗 웃음이 기어나와요." 라고 한다든가, "당신을 떠올리면 자꾸 실실 쪼개게 되요."라고 한다든가, "당신을 떠올리면 자꾸 히죽히죽 거려요." 라고 한다면, 그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되묻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 그것을 그것 자체로 사랑한다는 고백임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그렇게 말했는데, 그게 사랑이 아니고 대체 뭐겠어?  

밤눈은 짧고 여름밤은 길다. 밤눈은 따뜻했고 이 여름, 이 새벽에 부는 바람은 시원하다. 밤눈은 여름에 읽어도 좋고 겨울에 읽어도 좋을 소설, 밤눈은 낮에 읽어도 밤에 읽어도 좋을 소설. 

쓰고 나니 가슴이 두근두근, 자꾸만 밤이 깊어가고 있다. 도무지 이 밤을 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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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7-1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 뿌듯. 밤눈은 정말 다락방님이 좋아할 줄 알았어요
누구는 성석제랑 비교하기도 한다는데, 나는 성석제랑은 비교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성석제를 안좋아해서? ㅎ)

다락방 2010-07-11 18:58   좋아요 0 | URL
밤눈도 좋고 바로 뒤에 있는 단편 [올라인네코]도 좋았어요! 올라인네코도 엄청 재미있어요! 이 작가의 이 단편들을 읽는데 정말로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 처럼 내내 좋았어요. 다 읽었어요. 정말 좋은 소설집이었어요! 충분히 뿌듯해하셔도 되요! 전 이 책 여기저기 선물도 할 예정입니다!

니나 2010-07-11 20:08   좋아요 0 | URL
제가 밑줄 긋기 한거 보신거예요!!! 발 담그기 ㅋㅋㅋㅋㅋ 물론 웬디가 저에게 추천해주고 무려 빌려준 책입니다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0-07-11 20:35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언제읽을까 정해놓지 않았었는데, 니나님의 밤눈 밑줄긋기보고 완전 삘받아서 읽은거에요! 양쪽 발 다 담그셔도 되요, 니나님!
올라인 네코 완전 좋죠? 저 그것도 좋아서 정말 기절할 뻔 했어요!! >.<

stillyours 2010-07-1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난 지난 겨울에 읽었어요. <밤눈>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울컥했답니다.
내가 접은 페이지와 다락방님의 페이지가 겹쳐요.
겨울이 따뜻할 수 있구나, 싶게 만들었던 소설.
겨울이 오면 또 읽어야지 했는데- 여름에 봐도 폭폭한 구절들이군요!

다락방 2010-07-11 18:5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소설은 겨울에 읽어도 참 스산하면서 따뜻하기도 한 그런 묘하게 매력있는 소설이었을 거에요. 그런데 여름에 읽어도 아주 좋더라구요. 밤눈이라는 제목만으로는 겨울밖에 생각나질 않지만, 아, 여름밤에도 이 소설은 정말 딱이란 말입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어요. 한창훈의 소설을 조금 더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까지 생겨버렸다니까요.

비로그인 2010-07-1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도 안한 처녀가 이런 거 읽고 감동에 젖는다........

잉~~ㅠㅠ

다락방 2010-07-11 18: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그러게요. 결혼도 안한 처녀가 나이 든 여자의 추억 같은거에 괜시리 가슴 찡해지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소설의 힘인거지요.
:)

비로그인 2010-07-1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보관함으로 고고, 월급 들어오는 월말엔 바로 장바구니로 고고, 땡스투는 물론 다락방님께!
다락방님께서 소개해 주신 저 몇 구절만으로도 콧잔등이 괜히 시큰해지네요. 근데 입가는 또 씽긋 웃고 있어요 ㅎㅎ

다락방 2010-07-11 19:01   좋아요 0 | URL
좋아하실 거에요, girlever님.
정말 좋아하실 거에요. [밤눈]과 [올라인네코]는 정말 재미있어요. 아주 맛있게 읽혀요. 입에 척척 달라붙는다는 표현은 바로 이런 때 쓰는 것 같아요. 단편들이 모두 좋아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주 정겹게 읽힙니다.
읽으시면 분명 좋아하실 거에요!

moonnight 2010-07-11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앗. 저도 읽어볼래요. 다락방님이 느꼈던 두근두근. 그거 저도 느껴보고 싶어요오오오오...........(절규;;;)

다락방 2010-07-11 19:02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정말 좋은 소설이에요! 저는 국내에 좋아하는 작가가 별로 없는데, 한창훈의 글을 좀 더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살아있고 따뜻하고 또한 스산하면서 외롭기도 하고 콧잔등이 시큰해지기도 하고 구수하기도 해요. 문나잇님, 여름밤, 잠이 오질 않는 밤에 읽어보세요.

니나 2010-07-11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밤눈이랑 올라인 네코 너무 좋았어요
올라인 네코는 다 옮겨적어야 될 거 같아서 밑줄긋기에는 그저 마지막 부분만 ㅎㅎ

다락방 2010-07-11 20:35   좋아요 0 | URL
용철이 무척 마음에 들어요, 무척.
역시 남자는 저돌적이어야 해요! ㅎㅎ

레와 2010-07-1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미경 만큼 좋아요?? ㅋㅋ

좋은 책 추천, 고마와요 다락방~^^

다락방 2010-07-12 09:27   좋아요 0 | URL
이 책 정말 좋아요, 레와님. 특히 [올라인 네코]는 읽으면 반하게 될걸요, 레와님? 용철이 멋져요. ㅋㅋㅋㅋㅋ 정미경과는 아주 달라요, 정말 달라요. 그런데 진짜 좋아요. 이 책은 별 다섯이에요. 나 정미경의 책은 별 넷 줬음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0-07-1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이 공간에 이리 오래 함께 있었으니 얼마나 정이 들었겠어요 ㅎ
정다운 우리.
봄날의 곰같이 사랑스런 다락방님.

다락방 2010-07-12 09:57   좋아요 0 | URL
저는 봄날의 돼지같단 말입니다! ㅎㅎ

보석 2010-07-12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열 손구락 중에 한 개는 제가 잡아드리겠습니다..ㅋ
발췌한 부분 읽고 있으니 어쩐지 근질근질해지네요.

다락방 2010-07-12 10:01   좋아요 0 | URL
아! 제 손구락을 잡아준다 하시니 넓적다리가 떨립니다. ㅎㅎ

춘희 2010-07-12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너무 좋군요. 한창훈과 성석제는 정말 다르죠. 한창훈은 더 무게가 깊어요. 정말 좋아요. 저런 문장을 쓸려면 뭘 먹어여 할가요.

다락방 2010-07-12 15:32   좋아요 0 | URL
저는 성석제의 글을 좋다고 생각한적이 별로 없었는데(저한테는 뭔가 와닿지를 않더군요. 제 친구들은 많이들 좋아하던데요. 심지어 제 여동생도.) 한창훈의 글은 달랐어요. 이 단편 [봄눈]을 읽고 완전 인상깊어서 페이퍼를 썼는데, 바로 뒤의 단편 [올 라인 네코]도 최고였어요, 최고.

읽어보세요, 춘희님.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2010-07-12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7-12 15:33   좋아요 0 | URL
네, 읽으세요, 읽으세요.
[봄눈]뒤의 [올라인네코]까지 다 읽으시고 우리 함께 서로의 넓적다리를 긁어주도록 해요. ㅎㅎ

귓가에서 조근조근 들려오는 말들, 이라는 표현 자체가 어쩐지 사랑을 부르지 않습니까?

자하(紫霞) 2010-07-12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원래는 성석제의 글 좋아했는데 이번 책은 좀 별로...
다락방님 글 읽으니 연애 시작할 때의 그 두근거림 있잖아요 그게 생각나네요.

다락방 2010-07-13 08:29   좋아요 0 | URL
사실 [봄눈]자체는 좀 쓸쓸한 글인데 그 쓸쓸함을 말하기 까지 저런 설레이는 과정을 잘 표현해놨더라구요. 그 설레임은 [봄눈]뒤의 단편[올라인 네코] 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거에요. 안심이 되고 따뜻해지는 단편이죠. 헤헷 :)

새초롬너구리 2010-07-13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라리 두근두근해서 잠못잤으면 좋겠어요. 좀전에 모기물렸더니 으악, 살의를 느껴요 ㅡ.ㅡ*

다락방 2010-07-14 09:07   좋아요 0 | URL
저는 어제 맥주집에서 종아리에 모기 물렸어요. 아, 정말 신경질나요! ㅠㅠ

헤스티아 2010-08-26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 이 책 읽고 있는 중이예요. 글쎄.. 빨리 읽지 않고 아껴서 읽고 싶은 책인것 같아요. 전 원래 책 천천히 읽는 편이 아니고 몰아서 ~~ 읽거든요. 안읽는 날은 10페이지도 안읽으면서 오늘 읽어야겠다 싶으면 2권도 좋고 3권도 좋고.. 앉은자리에서 책만 읽는 편인데.. 이책은 그렇지가 않네요.
밤눈을 읽고 나서 일단 책을 덮게 되더라구요. 그냥.. 새로운 이야기를 읽지 않고 밤눈 이야기를 생각하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그 다음 "올 라인 네코" 와 "바람이 전하는 말" 까지.. 너무 좋아요.
바람이 전하는 말을 보면서 라면과 회가 너무 땅기는 바람에 참느라.. 근데 왠지 오늘 저녁에 라면먹을것 같아요. ㅋㅋ
암튼 이제 단편 2개 남았는데 책이 끝나간다는게 아쉽네요. ^-^ 항상 다락방님의 추천은 뭔가 다른것 같아요.
알라딘 MD로 일하셔야 하는데 ㅋㅋ 그럼 이만 ^^

다락방 2010-08-27 11:44   좋아요 0 | URL
라면 드셨어요, 헤스티아님?

와, 헤스티아님. 처음에 오셔서 제게 댓글 남겨주셨을 때도 고마웠는데, 이번 댓글도 역시 엄청 감동이에요. 제 추천이 뭔가 다르다니, 알라딘 MD로 일해야 한다니, 와- 고마워요 ㅠㅠ 감동감동 ㅠㅠ 알라딘이 이런 저를 MD 로 좀 데려가 줬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헤스티아님 뿐인가 봐요. 흑흑.

이 책 정말 좋죠, 정말?
이 책은 한글을 읽을 줄 아는 누구나가 읽어도 다 좋다고 할 만한 그런 책인것 같아요. 정말 좋아요. 헤스티아님도 아껴읽고 싶으셨다니 좋습니다!!

헤스티아 2010-08-2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쓰고 다른 댓글을 쭉 읽어보는데 역시.. 다락방님도 올라인네코를 좋아하셨군요. ㅎㅎ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다는 생각에 외롭지가 않네요 ^-^

다락방 2010-08-27 11:44   좋아요 0 | URL
밤눈 읽고 완전 쑝 가가지고 페이퍼 썼는데 올라인네코도 대박이더라구요! ㅎㅎ

나랑 같은 책을 읽고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건 꽤 소중한 경험인 것 같아요.
:)
 
이클립스 - The Twilight Saga: Eclips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꽃밭에서의 에드워드와 벨라는 한편의 그림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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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07-1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랑 벨라 너무 예쁘죠. 두 번 봤는데 계속 보게 될 듯. 이상하게 트왈라잇 시리즈는 자꾸 반복해서 보게 되어요. 중독중독;;; 근데, 회가 거듭될수록 에드워드 비중이 약해져서 슬퍼요. -_ㅠ;

다락방 2010-07-11 18:56   좋아요 0 | URL
뉴문에서 엄청 실망했었거든요. 에드워드가 트와일라잇에서는 엄청 잘생겼는데 뉴문에서 인물을 확 버려서 말이죠. 이클립스도 좀 별로의 인물로 나오긴 했는데 마지막 꽃밭신에서는 또 비쥬얼이 괜찮더라구요. ㅎㅎ 벨라는 그런데 1,2,3편 내내 예뻐요.

브레이킹던은 나올까요? 어쩐지 영화로 꾸미기에 브레이킹던은 지나치게 영화스럽지 않을까요? 결혼 허락 받을때까지 결혼해달라고 말하는 에드워드라니! 아, 정말 벨라는 지구를 구했나요! ㅠㅠ

레와 2010-07-1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거 2번은 더 보고, 디비디도 살꺼에요!! ㅋ

금요일 저녁 극장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것도 처음봤고(매진), 씬마다 관객들과 함께 호흡&감탄하며 본것도 오랜만이라 두고두고 생각날듯.. ㅋㅋ 제이콥이 처음 등장했을때, 여자 관객들의 반응 최고! ㅋㅋㅋ

다락방 2010-07-12 09:29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창원이랑 서울이랑 좀 관객반응 다른거?
나는 강남에 있는 극장에서 봤는데 나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관객들이 뭐랄까 좀 음 우습군, 하는 투였던 것 같아요. 물론 재미있었지만요. ㅎㅎ 그리고 벨라도 제이콥도 뭔가 발음도 션찮고.. ㅎㅎ

토탈 별 세개 주려다가 마지막 꽃밭 씬 때문에(훈훈한 에드워드는 오랜만이라!) 별 한개 더 줬어요. 확실히 뉴문 보다는 나았지요. 그러나 트와일라잇을 따라가진 못하네요.

moonnight 2010-07-1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레이킹던은 두 편으로 나눠서 나온다던데요. +_+;
벨라는 정말 지구를 구한 게 맞아요. 흑 -_ㅠ 에드워드 침실에서 무릎꿇고 구애하고 벨라가 예스 했을 때요. 에드워드가 너무 기뻐하면서 벨라를 들어올려 꼭 껴안았을 때, 감동해서 저는 막막 울컥했다는. 주책이야. 이러면서도요. ;;;;

다락방 2010-07-12 12:57   좋아요 0 | URL
아 브레이킹던도 나오나요? 저는 어쩐지 브레이킹던은 나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흑. 벨라의 아기요, 도대체 걔를 누가 할것이며, 마지막의 그 시시한 대결(차마 일어나지도 못하는)은 대체 어떻게 표현한단 말입니까! 그리고 애들 보는건데 벨라와 에드워드의 그 엄청난 신혼기간은요? 그건 어떻게 표현한대요? 아아 상상도 안되요, 라고 쓰면서 무척 기대하고 있어요! 19금으로 만들어줬으면..

moonnight 2010-07-12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실은 댓글 쓰면서 내용이 야한데 걱정돼요. 했다가 지웠다는. -_-;;;;; 그리고 원작의 그 아기 말인데요. 르네즈미인가 하는 이름부터도 손발이 오그라들구요. 아기 태어난 이후로 에드워드는 완전 뒷전 된 것 같아서 또 맘에 안 들었어요. 그리고 아무리 '각인'이란 말을 써도 제이콥에 대한 이야기전개도 맘에 안 들구요. 흥흥흥!!! 결국 저의 결론은 에드워드랑 벨라의 샤방샤방 얼레리꼴레리만 내도록 보고 싶다는 거 -_-;;;;;;;;; (19금, 맘에 들어욧;;;)

다락방 2010-07-12 15:35   좋아요 0 | URL
신혼기간만 따로 추려내어 19금으로 만들어 달라고 건의 한번 해볼까요? ㅋㅋㅋㅋㅋ 아 뭔가 참 거시기한 기분이네요.
전 상상이 안되요, 정말. 르네즈미를 어떻게 표현할지, 더 예뻐진 벨라(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갖게 되잖아요!)를 어떻게 표현할지, 제이콥이 각인된 표정을 어떻게 연기할 수 있을지, 그게 과연 가능하긴 할런지. 이 모두를 제대로 표현하는게 바로 감독의 역량이겠죠. 기대반 걱정반으로 한번 기다려봐야 하는걸까요?

19금을 원합니다!
 

내가 가진 몇개 안되는 로망들 중 하나는, 

어깨가 단단한 남자(말캉거리는 어깨는 남자 어깨 아니잖아요)와 푸른 밤, 초원에 나란히 누워, 쏟아지는 별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것. 

 

 

 

 

 

 

 

   
 

"밤에 텐트 바깥으로 나가실 땐, 한 가지만 잊지 않으시면 됩니다. 꼭 광주리를 들고 나가세요. 크고 작은, 푸르고 흰 별들이 밤새 무더기무더기 쏟아져내릴 겁니다. 담고 싶은 만큼 마음껏 담아가세요. 많고도 아름다운 별을 오늘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메르주가의 밤은 소란스러워요. 이곳의 별은 어깨까지 내려와 떠들어댑니다." (p.123) 

 
   

 

나란히 누워 쏟아지는 별들을 고스란히 받아내다가 한쪽 팔을 괴고는 그의 얼굴을 한참을 쳐다본 후에, 그의 입을 벌려서, 그 입 안으로, 쏟아지는 별들중 몇개를 나꿔 채서 넣어줘야지. 그가 자꾸만 자꾸만 별들을 삼키느라 정신이 혼미해지면, 그 틈을 타,  

별 대신,  

내 혀를 넣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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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9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이런 2010-07-09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시집 하나 내시죠 ㅋㅋ

다락방 2010-07-11 02:15   좋아요 0 | URL
시집가기 전에 말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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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던 책 '정미경'의 『아프리카의 별』을 출근할때 깜빡잊고 들고 나오질 못해서 출근길에 음악들으며 멍 때렸는데, 퇴근길에도 멍때리긴 싫어서 강남역 가판에서 [시사 IN] 을 샀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뒤에서부터 읽어나가다가 문화 in 코너의 [금주의 저자]에서 '김진혁'을 만나게 된다. 지식e 의 김진혁 피디가 책을 냈구나, 하고 반페이지 정도 되는 그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 당장 그의 책을 사고 싶다고 생각했다. 

김 PD는 항상 지식의 '프레임'을 경계했다. 가끔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나갈 때면 항상 마지막에 "내 말 역시 특정 프레임이 담겨 있으니 반드시 의심하라"고 말한단다. 이 책에서도 무엇이든 함부로 정의내리고 해석하지 않았다. "내가 [지식채널 e] 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어떤 느낌을 받았듯이, 독자들도 이 책으로 스스로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다."  -시사 IN 147호 中에서 

(일부만 발췌한 것이니 더 읽고 싶다면 시사 IN을 사서 읽어보도록 하자.) 

나는 이 부분을 읽고 정말 그가 무척이나 좋아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지? 내 선택이 얼마나 현명한지 알지?  내가 하는 말은 진실이지, 하고 자만에 가득차 살고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이 때에, 그러니까 곳곳에 나만 믿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깔려있는 이 때에 '내 말도 의심해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니. 그런 그의 책이라면 당장 사도 좋을 것 같았다. 나는 그 기사를 읽고 잠실역에 내려서 교보문고로 향했고, 그렇게 그의 책을 샀다. 

 

 

 

 

 

 

 

 

그리고 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프롤로그부터 나는 밑줄을 긋기 시작한다. 

   
  세상엔 두 가지 지식이 있다. 하나는, 알면 알수록 신비하고 오묘한 지식. 다른 하나는, 알면 알수록 답답하고 먹먹해지는 지식. 전자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을 채워주고 상식을 풍부하게 해준다. 그것들을 배움으로써 더 똑똑해졌음을 느끼게 된다. 반면 후자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드러내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것들을 배움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를 느끼게 된다. 전자는 '몰랐던 지식'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이고 후자는 '몰랐던 나'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몰랐던 지식이야 배우지 않아서 그랬겠지만 나는 나에 대해서 '어째서 몰랐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수많은 답변 중 하나다. (프롤로그 中)   
   

나는 자라면서 몰랐던 나에 대해 하나씩 알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식이란 것은 역시 상식을 풍부하게 해주고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우리의 무지를 드러내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지식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 그래 그것도 지식이었지, 하게 된것이다. 그래, 그것도 지식이었다. 아니, 그것이야말로 지식인 것이다. 나는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졌다. 그는 앞으로 어떤 말을 하려는걸까. 

그리고 그가 하는 말을 들어보노라니, 그는 점점 더 마음에 드는 말만 한다. 내가 자꾸만 받아들이고 싶어지는 것들을 그가 말하고 있다. 

   
  요즘은 사안들이 대부분 '극단적 대결'로 벌어진다. 즉 어느 하나가 주장하는 의견이 다른 한편에서 주장하는 의견과 절충이나 타협을 하지 못하다 보니, 한쪽이 살면 다른 한쪽은 죽어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상대가 하는 말 모두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것으로만 보이고 당연히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우선 이런 생각에서 양쪽 모두가 벗어나야 한다. 손을 맞잡고 벗어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다. 따라서 그 물꼬를 먼저 틀 수 있는 쪽은 더 많은 힘을 가진 쪽이다. 약한 쪽에 '양보'를 말할 수 있지만 '굴복'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pp. 68-69)   
   

 

그는 방송장악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언론은 권력과 불편한 관계에 있어야만 정상이다. 언론본연의 기능이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귀찮고 불편하다고 해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권력이 못마땅하다고 해서 언론 스스로 권력이 되려고 나서서는 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언론을 통제하려는 권력, 스스로 권력이 되려고 하는 언론, 둘 다 불행해진다. 언론의 자유는 곧 국민의 자유고, 국민의 자유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다. (p.69)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김진혁 피디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김진혁 피디 한명 뿐인걸까? 도대체 어째서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해야 하는 상황, 이런 말을 해서 책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만걸까? 

내가 가끔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를 깨닫고 먹먹해질때가 있다. 그런데 내가 뭘 어찌할 수가 없어서 더 답답해지고 속이 상할때. 그런 상황에 대해서 김진혁 피디는 이렇게 얘기한다. 

   
  일부 분노는 승화되지도 못하고 배설되지도 못한 채로 내면에 남는데 그건 일종의 '무기력함'일 것이다. 아무리 문제의식을 가져봤자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는 데서 느끼는 절망 말이다. [지식채널e]를 보고 느끼는 '먹먹함'이라는 감정도 바로 이게 아닐까. 그러나 이 '무기력함'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느낌은 다름 아닌 소외된 이들이 체험하는 아픔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소외된 이들을 단순히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나마 그 입장에서 그들이 느끼는 고통과 절망, 그리고 무기력함을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체험할 수 있다. 소외 문제에 있어서도 백 마디 말보다는 한 번 경험하는 것이 훨씬 나은 법이고, 이는 문제의식이나 비판의식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핵심적이다. (pp.102-103)   
   

사실 나는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 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김진혁 피디의 이 말만으로는 위로를 조금 얻었을 뿐,  역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것 보다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쪽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부분일테고. 그러나 김진혁 피디가 말한것처럼,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작일 수 있다. 

중간에는 [지식채널e]의 작가들과 인터뷰한 부분도 실려있는데, 그중에 한 작가의 말은 이렇다. 

   
 

이전까지 나에게 지식이란 '나만 아는' 지식이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나만 알고 있는 지식, 나 자신만을 위한 지식은 쓸모도 생명력도 없는 지식이라는 것을. 나도 살고, 너도 살고, 우리가 사는 지식, 많은 사람들을 위한 지식이야말로 꼭 필요한 지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팔딱팔딱 살아 있는 지식 말이다. (p.112) 

 
   

 

나는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 좋다. 그 생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노력에 대한 것일때는 더욱 좋다. 소외된 사람들을 같이 한번 생각해보자고 말을 하니까 한번 같이 생각해 보고 싶다. 나 혼자 잘먹고 잘 살자, 라는게 아니라 나는 얼마나 잘났는지 니가 아니, 라는게 아니라 '우리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 조차 몰랐다는 것을 깨닫자'고 하니까, 어디 한번 그래볼 참이다. 내가 얼마나 모르고 살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아보려고 한다. 

다 읽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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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7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7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라쟁이 2010-07-0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자꾸만 지름질 하게 만들지 말아요 ㅠㅠ
나 작은방에 아직 박스채로 풀지도 않은것들이.. ㅠㅠ

다락방 2010-07-07 13:32   좋아요 0 | URL
지름질 좀 참아요, 따라쟁이님.
그 돈 모아 삼겹살이나 먹읍시닷!

무해한모리군 2010-07-07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다락방 2010-07-07 13:33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머리 쓰다듬어 주고 싶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7-07 17:20   좋아요 0 | URL
이힛 꼭 읽어야겠는데요 ㅎㅎㅎ

다락방 2010-07-08 08:38   좋아요 0 | URL

레와 2010-07-0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찌뽕!
오늘 아침 메일 확인하면서 이 책 광고를 보고, 보관함에 담았는데..^^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 (그게 진실이라도)는 피하게 되요.
그래서 지식e-1을 읽다가 포기하고 2권은 사놓고 먼지만 입히고 있는지도 몰라요.

언제부터 지식(앎)이 혹은 진실이 고통이 되고, 불편해서 피하고 싶은 이야기가 되어버렸을까요.
차라리 모르고 살거나, 알아도 모른척하고 사는게 나은 방법일까요.
...

다락방 2010-07-07 13:35   좋아요 0 | URL
저는 사서 읽었는데 알라딘에서 이 책 나왔다고 메일와서, 이봐라, 나는 벌써 다 읽었느니라, 했지요. 움화화핫.

지식e 를 아직 다 안읽었군요! 저는 5권까지 다 읽었어요. 그것들은 '사실'인데, 그 사실들 때문에 참 아팠죠. 오와- 지식이 힘든거라는걸 그 책들로 알았죠.

모른척하고 사는게 더 나은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른척 산다고 하면 그냥 모른척 살게 두어야 할 것 같아요. 깨달음은, 그리고 행동은 늘 본인이 결정해야 하는거니까요.

보석 2010-07-0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또 뭔가 행동을 하게 만드는 다락방님의 글!
정말 좋아요.^^

다락방 2010-07-07 13:35   좋아요 0 | URL
제가 뭔가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면, 오, 제가 영광이죠!
고맙습니다!

moonnight 2010-07-0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볼래요. 세상엔 멋진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우리 다락방님처럼 ^^

다락방 2010-07-07 13:35   좋아요 0 | URL
세상엔 문나잇님처럼 예쁜 사람들도 많구요!
:)

2010-07-07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7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07-0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지? 내 선택이 얼마나 현명한지 알지? 내가 하는 말은 진실이지
저도 언제 그런 적이 있었나 가슴에 손 한 번 올려보고 갑니다.ㅠ

다락방 2010-07-07 13:37   좋아요 0 | URL
전 늘 그러고 사는걸요, stella09님.

며칠전에도 친구에게 "나를 믿으나리깐요!" 했어요. 하하.

2010-07-07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8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0-07-07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다락방님은 트윗 안할지라도 기뻐서 ^^ RT @aladinbook [오늘의 알라딘 서재] 다락방님의“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겠다.” http://goo.gl/isFu 즐거운 퇴근시간 되세요~

2010년 7월 7일 오후 7:02:42
from TwitBird
[오늘의 알라딘 서재] 다락방님의“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겠다.” http://goo.gl/isFu 즐거운 퇴근시간 되세요~
2010년 7월 7일 오후 6:34:43
by aladinbook

다락방 2010-07-08 08:40   좋아요 0 | URL
치니님. 고마워요. 근데, 이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ㅎㅎ
그러니까 트윗에 제 서재가 오늘의 알라딘 서재로 떴다는 거죠? 위에껀 뭐고 밑에껀 뭔지..
볼 줄을 몰라서..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암튼 저 좋은거죠? ㅎㅎ

치니 2010-07-08 09:44   좋아요 0 | URL
맞아요. ^-^ 트위터에 알라딘북님께서 매일 [오늘의 알라딘 서재]라는 걸 선정하는데 알라딘북님은 소위 팔로워가 되게 많은 지라 어제 다락방님의 글이 불특정다수에게 촤르르 알려진 거죠. 저는 그걸 또 RT(Retweet)해서 저를 팔로우 하는 사람들에게 촤르르 알렸고요. :)
지금 제가 근데 뭐하는거죠? ㅋㅋ 다락방님 트위터 하라고 꼬시기?

다락방 2010-07-08 09:5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는 여기서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있는데, 제 글이 간접광고가 됐군요. 므흣
뭔가 뿌듯한데요!

그런데 어려워보여요, 치니님. ㅎㅎ

건조기후 2010-07-08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봐라, 나는 벌써 다 읽었느니라 ㅎㅎㅎㅎㅎ
전 PD수첩 책이 그랬어요. 메일 삭제하면서, 나 읽었다고. 했지요.ㅋ

다락방 2010-07-08 08:4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느린 알라딘 ㅋㅋ 저보다 느려요 알라딘이 ㅎㅎ

저 우유 마시고 있어요. 다 마시고 일할거에요. 우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