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리 홈 컴패니언 (1disc) - 할인행사
로버트 알트만 감독, 메릴 스트립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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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스런 캐릭터들 각자의 사연이 드러나는 따뜻한 영화. 탐정캐릭터는 특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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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08-2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모르는 영화예요. 궁금

다락방 2010-08-30 09:25   좋아요 0 | URL
엄청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더군요. 메릴 스트립은 역시 노래를 잘 불러요! 이 영화에서는 린제이 로한의 노래도 들을 수 있답니다. 흐흣
 

오늘은 그와 데이트가 있는 날이었다. 사실 말이 좋아 데이트지 우리는 그저 '둘이' 만나는 것 뿐이었다. 또, 사실, 말이 좋아 '둘이 만나는 것' 이지 정확하게는 내가 속한 모임에서 오늘따라 아무도 나오지 않겠다고 했을 뿐이다. 그를 빼고는. 그리고 나를 빼고는. 뭐 특별할 주제랄 것도 없고 공통적인 취미도 없는 그저 맛있는거나 함께 먹자는 모임이었을 뿐인데 그 많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빠지기 시작했고 몇명 남지 않았을 때 조차 제대로 그 인원들이 다 모인적도 없었다. 그러더니 급기야 이번 모임에는 그와 나, 둘 뿐이었다. 그러면 이번 달 모임은 취소할까요, 하고 묻는 내게 그는 그냥 만나죠, 둘이서, 라고 했던거였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래요, 라고 대답했지만 사실은 뛸 듯이 기뻤다. 단 둘이 만난다는 건 내가 그토록 바라왔던 일이고 그러나 용기를 내지 못해 한번도 말을 꺼내보지 못했던 일이다.  

낮에 볼까요, 하는 그에게 아니요 저녁에 봐요, 라고 나는 대답했다. 낮에 만나면 분주할 것 같았다. 나는 충분히 공을 들여 샤워를 하고 싶었고, 충분히 공을 들여 화장을 하고 싶었고, 충분히 공을 들여 옷을 입고 싶었고, 여유롭게 도착하고 싶었고,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모임이 있을 때마다 그가 유독 내게 다정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유독 나에게 더 많이 시선을 던진다고 생각했다. 가끔 그는 모임이 있지 않을 때도 내게 전화했다. 우리는 모임에 관련된 사람들 얘기며 또 일상적인 얘기들을 했지만, 그러니까 그는 뭔가 내게 은밀한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가 우리 관계를 은밀하게 만들고 싶은건 아닐까, 라고 종종 생각해왔던 터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일있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보려고 하는건지도 몰랐다. 그러나 나는 만약 그가 우리 은밀해져요, 라고 말한다면 기꺼이 네, 라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약속시간이 됐다. 나는 우리가 만나서 무얼 할지 모르겠다.  평소에 모임에서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형태였는데 사람이 줄고 나서는 사실 그다지 적극적이지 못해서 갔던 맛집중 그날 상황에 따라 가고 싶은 곳을 가곤 했다. 친구를 따라 그 모임에 참석했긴 했지만 사실 나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질색팔색이었다. 왜 줄까지 서가며 그것들을 먹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걸까 싶었던거다. 두번째 참석하고 나서, 그날 따라 유독 기다리는게 신물이 나서, 이런 모임은 하지 않겠다고 나는 그만 두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를 봤다. 그 뒤로는 그가 거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임에 나갔다. 사람들에게 끌려 다니면서 그리고 음식점 밖에서 먹기 위해 기다리면서, 이 모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행위들' 은 모두 그를 보는 것 하나로 상쇄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가 아니면 그를 보지 못하니까. 그런데 그와 단 둘이 만나는거다. 그가 어떤 새로운 맛집을 찾아가자고 한들 나는 좋다고 할 것이고 갔던곳에 가자고 해도 좋다고 할 것이지만, 부디 그가 나에게 은밀해지자는 말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것이 내 기대였다. 

날씨가 화창한 토요일이었다. 나는 일어나서 눈꼽을 떼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았다. 둔한 몸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조금쯤 유연해진 상태로 나가고 싶었다. 한시간쯤 자전거를 타고 들어와서는 샤워를 했다. 향이 좋은 바디클렌저였다. 그리고 피부를 진정시켜준다는 아주 비싼 석고팩을 얼굴에 발랐다. 십오분쯤 지나 다시 세수를 했다. 피부가 하얗게 된 것 같았다. 슬며시 웃음이 났다. 그리고는 화장을 시작했다. 톡톡톡, 나는 아주 경쾌하게 화장품들을 얼굴에 펴바른뒤에 두드리기 시작했다. 골고루 스며들어라, 골고루. 핑크빛 볼터치를 볼에 톡톡 두드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화장을 마치고 나는 옷을 갈아 입었다.  

오늘은 속옷을 셋트로 입을거야. 

나는 결심했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며칠전 우리가 둘이 만난다는게 결정되자마자 백화점에 가서 셋트 가격이 10만원에 다다르는 팬티와 브라셋트를 구입해두었다. 새것인게 너무 티나면 안되니까 한번 빨아 입어야지, 싶어 빨아두기까지 했다. 자꾸만 콧노래가 나왔다. 위 아래가 셋트인 팬티와 브라를 입고 거울을 봤다. 잠깐 한숨이 나왔다. 셋트인 속옷을 입었다고 해서 빛나는 몸매가 될 순 없었다. 셋트인 속옷을 입었다고 해서 예뻐보이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괜찮다. 나는 만약 내가 속옷을 그에게 보이게 되는 기회가 온다면, 그러니까 오늘 밤 혹시라도 그와 내가 옷을 벗고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렇게 말할 참이었다. 

나 위 아래 셋트로 처음 입어봐요.  

 

그를 만났다. 나는 여유롭게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가 활짝 웃으며 걸어오는 그를 보았다. 쿵쿵쿵쿵.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의 손을 잡고 내 심장위에 손을 대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거, 당신 때문에 그래요, 라고. 그러나 나는 그저 마주 웃어줄 뿐이었다. 어디 갈래요? 뭐할까요? 하고 묻는 그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맛집 찾아 다니지 말고 갔던 맛집에 가지도 말아요. 사실 나, 맛집 찾아다니는 거 싫고 줄 서서 기다리다가 먹는 거 싫어해요. 

그는 웃으며 알았다고 했다. 그럼 우리 근처에 가서 맥주나 한잔 할까요, 라고 하면서 그러면 그동안 그렇게 싫은데 왜 이 모임에 있었느냐고 했다. 아 어쩌지 말을 할까 말까. 당신이 있어서요, 라고 할까 말까.  

당신이 있어서요. 

해버렸다. 결국 말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나도요. 나도 음식점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거 싫어해요.  

아 또 심장이 빠르게 뛴다. 그런데 나도요, 는 뭐지? 음식점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게 싫다는 거에 대한 나도요, 인가? 아니면 당신이 있어서요 에 대한 나도요, 인가? 물어볼까? 나는 내가 듣고 싶어하지 않는 대답을 듣게 될까 두려워 묻지 못한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러 가까운 호프집에 들어갔고 즐겁게 대화를 했다. 나는 대화를 하는 동안 눈을 마주치는 그가 좋았고, 내 말을 듣고 있을 때 움직이지 않는 그의 입술이 좋았으며, 웃을 때 드러나는 못생긴 이빨이 좋았다. 병맥주의 물기를 냅킨으로 닦아내는 손짓도 유혹적이었고 화장실을 간다고 일어서서 나갈 때 보이는 그의 등도 좋았다. 머리통은 왜 저렇게 예쁘지? 애기때 짱구베개 베고 잔건가? 

웃고 이야기하며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점점 더 초조해졌다. 그러나 그는 은밀해지자는 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초조하다. 나 오늘 속옷 셋트로 입었는데. 밤이 자꾸 깊어간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그런데 그는 나에게 어떤 다른말도 하지 않는다. 버스정류장까지 함께 걸었다. 그는 내 셋트 속옷을 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셋트 속옷이 다 뭐람. 그는 내 머리털 하나도 건드리지 않는다. 그는 내 손도 쳐다보지 않는다. 그는 그냥, 그냥, 모임이어서 나온 것 뿐인가. 버스정류장까지는 좀 멀었다. 우리는 십분 정도를 함께 걸었다. 그러나 그동안 그는 내 옆에 바싹 서지도 않았고 나는 그에게 팔짱 한번 껴보질 못했다. 아, 이대로 집으로 가는건가. 또 언제 볼지 모르는데. 단 둘이 만나는 기회는 앞으로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는 나를 그저 모임의 여자회원쯤으로 보는걸까. 버스정류장에 나란히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즐거웠다고 그는 작별 인사를 한다. 아 제기랄. 말 해볼까? 나 오늘 속옷을 셋트로 입었어요, 보고 싶지 않아요? 라고 말 해볼까? 자꾸만 손톱을 깨물고 싶다. 도저히 말이 되어 입밖으로 나오지를 않는다.  

그의 집으로 가는 버스가 먼저 도착한다. 타고 가세요, 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보내고 가겠다고 한다. 아뇨 됐어요 타고 가세요, 라고 나는 다시 말한다. 그러자 그는 그럼, 이라고 말하고 버스를 탄다. 나는 그를 태운 버스가 출발하는 것을 바라본다.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갑자기 버스가 멈추어 서고 그는 내려서 내게로 뛰어 오지 않을까? 뛰어 와서는 당신의 속옷을 보고 싶어요, 라고 말해주지 않을까?  

그러나 버스는 자꾸만 멀어지고 멀어지고 멀어지더니 끝끝내 보이지도 않는다. 

한참후에 내 버스가 온다. 탔다.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자꾸만 눈물이 난다. 속옷과 내가 내동댕이쳐진 기분이다. 나는 집을 몇정거장 남겨두고 중간에 버스에서 내린다. 그리고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내린다길래 우산을 챙겨왔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어 펼쳐들었다. 그러나 우산을 들고 있을 힘도 없다. 내가 비를 맞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나는 우산을 접어 손에 들고 간다. 비오는 늦은 밤에 거리에는 사람이 없다. 나는 이때다 싶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이 얼굴에서 마구 흐르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거세어졌고 나는 이때다 싶어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젖어 버려 몸에 찰싹 달라붙는다. 나의 비싼 셋트 속옷도 흠뻑 젖어버린다. 울면서 비를 맞았더니 지친다. 집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고 싶지만 이렇게 젖어버린 사람을 태워줄 리 없겠지. 나는 그저 마지막 힘까지 끌어모아 집에 도착한다.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벗고 속옷만 남긴채 욕실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본다. 오늘 낮에 비춰보았을 때는 그토록 신이 났었는데, 같은 차림으로 밤에 비춰보았을 때는 한없이 슬프기만 하다. 속옷을 벗어서 빤다. 빨면서 내내 서운한 마음이 사라지질 않는다.  

내가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나 보여주지 못했던 건,  

셋트로 된 속옷을 입은 내가 아니라, 셋트로 된 속옷을 입고 나가고 싶었던 내 마음이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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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선택 2011-01-26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찮게 들어왔다가 단편들 읽으면서 온 몸으로 웃다가 지금, 배고파요.ㅋㅋ
정말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글들이네요~
락방님의 다음 단편도 넘넘 기다려져요~~

다락방 2011-01-27 09:27   좋아요 0 | URL
오와, 반갑습니다, 나의선택님. ㅎㅎ
다음 단편은 언제 쓸지 기약없지만, 계획도 없지만, 사실 소설 쓰기는 나와 거리가 먼 일이었구나, 싶어지고 있지만, 나의선택님의 격려에 힘입어 다시 한번 구상해 보도록 해야겠어요. 헤헷.

2011-05-0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남자는 선수로군요.
선수는 뭐든 처음이란 말을 그지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어째서인지 확정형의 말투입니다만.

다락방 2011-05-04 11:56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말하지 않는게 나았군요.

나비종 2014-01-1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 묘사가 치밀하시군요. 마지막 결론이 참 깔끔합니다^^
속편으로, '보여준 것- 남자편'은 어떠신지요? ㅎㅎ

다락방 2014-01-14 09:38   좋아요 0 | URL
에로틱한 단편이 되겠네요. ㅎㅎㅎ

책읽어주는 여자 2014-12-10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슴설레며 읽었어요... 일상을 적으신건가? 하다가 읽어내려갔더니 단편 소설인가보네요..
오랜만에 가슴설렌 글을 읽었어요~^^

다락방 2016-08-25 07:53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가슴 설레게 해드렸다니 제가 다 기쁩니다. 그런데... 무려 2년이나.. 후에 제가 댓글을 다네요. 이제야 봤어요. ㅠㅠ

2016-08-24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8-25 07:52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책도 읽어주시고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생각하신 것처럼 책 많이 읽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책, 재미있는 책 많이 많이 읽으세요! 같은 책을 읽게 된다면 분명 할 수 있는 대화도 많아질 겁니다. 히힛 :)

태주랑은수랑 2016-08-29 22: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답글 주시다니 ㅠㅠ 애타게 기다리던 가을!! 올해는 유독 더웠던 것 같아요... 하루 사이에 달라진 기온에 당황스럽기도 해요.. 이렇게 더울 거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고 , 갑자기 가을이 올 줄도 몰랐는데..
변덕스런 병신년의 날씨..ㅎㅎ
감기 조심하세요..다락방님!! 여름옷으로 다니시면 감기 걸리기 좋을 날씨예요 ㅠㅠ
여름엔 하늘을 올려다 보지 않고 , 뜨거워서 가리기 급급했는데 가을이 되니 길을 걷다가도 문득 올려다 보는 하늘.. ㅎㅎㅎ 소제목 책으로 엮은 인연에서 쓰신 소설 표현 하나하나에 감탄했어요
저는 아직 일부만 본 건데 다락방님의 블로그에 더 많은 책과 쓰신 글들을 볼 생각에 행복해요ㅎㅎㅎ

저 정말 글 못 쓰죠? ..순서를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어요..ㅎㅎㅎ
답글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ㅠㅠ !! 안녕히 주무세요

clavis 2020-10-05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네이버 블로그 링크 타고 와서 보게 됐는데 너무 재밌어요
고맙습니다

다락방 2020-10-06 13:48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 귀염뽀짝한 글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10-06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0년 ˝나 위 아래 셋트로 처음 입어봐요.˝

2020년 ˝나 위 아래로 남성 드로즈랑 난닝구 세트로 처음 입어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사이에 우리의 여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0-06 13:49   좋아요 1 | URL
10년 사이에 우리의 여주에게 정말이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입니까... 앞으로 10년 후도 무척 기대되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0-07 20:50   좋아요 1 | URL
이 분, 이 분! 이 분 조심하세요! 세상에~~~~~ 다락방님을 속속들이 알고 계시네요. 까악!!!
우리 10년 뒤에 이 뒤에 댓글 같이 달아요. 다들 어디 가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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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펜더블 - The Expendable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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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상영


거칠고 화려하며 잔인한 그러나 명분 없는 액션. 잔인액션코믹극, 그들의 로망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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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8-2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잔인한 영화 못보시는 분들께는 특히 비추천.

머큐리 2010-08-24 13:39   좋아요 0 | URL
잔인하다기 보담 웃길거 같아서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다락방 2010-08-24 13:43   좋아요 0 | URL
네 웃기긴 되게 웃겨요. 영화 보면서 사람들이 동시에 빵 터진적도 여러번이에요. 전 제가 사랑하는 '재이슨 스태덤'의 대머리에 샬롯의 거미줄 문신을 하면 어떻겠냐는 미키 루크 아저씨때문에 정말 눈물나게 웃었네요.

그런데 잔인해요. 잔인한거 못 보시는 분들은 조심하셔야 해요. 칼이 슝슝 날아와서 목에 턱턱 박히고 뭐 암튼 그래요. 저는 잘 보긴 하지만 여자가 물 고문 당할때는 아, 끔찍하더라구요. 어휴.


moonnight 2010-08-24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보면서 다락방님 생각했어요. ^^ 제이슨 스태텀 정말 멋지더만요. +_+;
저도 물고문은 너무 힘들었어요. ㅠ_ㅠ 그치만 목 잘리고 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하는지라 -_-;;;;; 재미있게 잘 봤답니다. 워낙 혹평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괜찮더라구요. ^^;

다락방 2010-08-24 14:09   좋아요 0 | URL
저도 엄청나게 웃으면서 보긴 했는데 말이죠, 한 섬의 군대를 초토화 시키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더라구요. 저렇게 다 죽일 필요가 있는걸까? 애초에 브루스 윌리스가 부탁한 건 그 지도자를 없애는 거였잖아요.

재이슨 스태덤은 정말 멋지죠, 정말. 부디 재이슨은 이 영화속의 실베스타 스탤론이나 아놀드 슈왈제네거처럼 몸만 거대해지고 얼굴은 추루룩 흘러내리는 노년을 맞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흑흑

moonnight 2010-08-24 14:1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반가와요!!! ^^
그쵸. 에라 모르겠다. 는 듯 -_- 섬을 싹쓸이하더만요.
제이슨 스태텀은 그렇게 나이들진 않을 거에요. 절대로요. ㅠ_ㅠ(왜 울고 있는 건지 ;;;)
영화 속 대사에서 미키루크가 스태텀 머리는 근육질 축구공 같다고 그러잖아요. 전 그 장면에서 쿠하하 하고 웃었어요. 머리가 벗겨져도 멋진 사람은 확실히 멋진 거 같아요. 호홋 ^^

다락방 2010-08-24 14:25   좋아요 0 | URL
전 제가 대머리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걸 재이슨 스태덤때문에 깨달았어요. 재이슨 스태덤도, 브루스 윌리스도 저는 무척 좋아요 무척 ♡

그런데 재이슨 스태덤이 연인의 집에 가서 벨을 누르고 연인이 누구세요? 했는데 "당신 잠든 모습만 봐도 행복한 사람" 이럴때는 손발이 오글오글 ㅎㅎㅎㅎㅎ
 

'항상'은 아니지만 나는 가끔 친구를 만날 때 책을 선물한다.  책을 선물하는 것은 퍽 즐거운 일이고 상대가 그 책을 재미있게 읽는 것도 행복하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책을 친구에게 선물 함으로써 그 책은 책 자체에 친구와 나의 사연을 포함하게 된다. 서점에서 혹은 길에서 우연히 내가 선물한 책을 보게 된다면 나는 저 책은 내가 누구에게 선물한 책이지, 라고 그 친구를 생각하게 될테고, 그 친구 역시 저 책은 다락방에게 선물 받아 읽은 책이지, 할 것이다. 물론 그 뒤에 정말 재미 없었어, 짜증나는 책이었지, 왜 이런 책을 준걸까, 라는 생각이 섞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생각을 할 때 조차도 그 책과 나를 연관짓고 있을것이다. 오늘은 갑자기 일을 하다 말고 책과 친구들이 생각났다.

 

 

지난 토요일 만난 친구에게는 이 책을 선물했다. 

우리는 여섯시에 만나기로 했고 나는 다섯시반에 도착해서 삼십분간을 구두굽을 간다고 그 동네를 돌아다녔다. 오분전에 도착해보니 친구는 와 있었고 언제 왔냐는 물음에 친구는 한시간 전, 이라고 대답했다. 아뿔싸. 구두 굽 간다고 돌아다니지 말걸. 그냥 와 볼걸. 

친구는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핸드폰이 있었다면 우리는 도착했다고 말해둘 수 있었을텐데, 그러면 나는 구두굽을 간다고 돌아다니지 않았을테고, 친구도 한시간을 내도록 기다리지 않았을텐데, 안타까웠다. 더운데 낯선 동네라 커피숍이 어디 박힌지도 모르고 길에서 기다렸을 생각을 하니, 어휴. 

만나기도 전부터 친구는 혹시라도 늦게 되면 미안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더니 결국은 한시간전에 도착했다. 나는 이 책을 친구에게 건네면서 이런 친구라면 이 책의 화숙을 이해할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울거나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화숙이를 미워할 수는 없을거라고.   

나는 이 책을 앞으로 어딘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더운날의 을지로와, 한시간 전부터 기다린 친구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나는 그에게 책 선물하기를 즐겨했다. 우리는 이제 자주 보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를 만날 약속이 있는 날은 책을 사뒀다가 선물했고, 그가 갑자기 집앞에 온다고 하면, 책장에서 내가 읽던 책을 꺼내어 갔었다. 이거 읽어봐요, 하고. 그는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들을 파일로 주거나 시디로 구워주거나 했었다. 나는 컴퓨터로 영화를 잘 보지 않지만 그가 주는 영화 만큼은 기를 쓰고 앉아서 봤다. 그래도 하나는 다 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주었던 날을 기억한다. 그와 나는 서로 먼 곳에 살았지만, 강남에서 만나 집에 갈때는 잠실까지 지하철을 같이 탔다. 나는 그 시간이 무척 좋았다. 이 책을 주었던 그날도 우리는 지하철을 함께 탔고 그리고 자리가 나서 나란히 앉았다. 그는 이거 보면서 가야겠다며 책장을 넘겼고, 우리는 나란히 앉아 이 책을 보았다. 웹툰을 엮은 책인데, 이 웹툰을 보면서 그는 내게 "락방씨 이렇게 찌질한 남자 좋아해요?" 했더랬다. 나는 "어휴, 내가 이 주인공 좋아서 준게 아니라 사랑하고 이별하고 친구로 지내고 하는게 남 얘기 같지 않아서 준거죠." 했다. 좋아하는 남자와 지하철을 타는 것도 좋고, 좋아하는 남자와 같은 책을 보는 것도 좋고, 좋아하는 남자와 이야기 하는 것도 좋은데 그날 나는 이 세가지를 한꺼번에 하고 있었다. 그와 지하철을 타고, 같은 책을 함께 보고, 이야기하고 웃고. 이 책은 좋은 책이라고 누구에게 추천할만한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을 그와 함께 읽었던 그 날은 좋았다.  

 

 

내가 나의 후버까페에게 가장 최근에 선물한 책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이다. 후버까페는 내가 준 책을 한번도 허투로 읽은 적이 없고 감상을 적을때도 언제나 추천하거나 선물한 나보다 더 멋진 감상을 적어내기 때문에 나는 나의 후버까페에게 책 선물하는 게 퍽 즐겁다. 일례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선물했을 때에는 '전 인생의 가장 숭고한 위치에 다다른 할아버지 한분 모시고 인생 상담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미 돌아가신, 생면부지의 외국인에게 이렇게 큰 감사함을 느껴본 적이 전에 없었던 것 같아요' 라고 얘기했더랬다. 아- 멋지기도 하지. 후버까페는 아직 내가 준 책들을 다 읽지는 못했다고 했지만, 그 책들을 읽으면 그 먼 곳에서 많은 위안이 된다고 했다. 

오늘은 후버까페가 네이트온에 로그인을 했다. 나는 그가 로그인 하는걸 보자마자 어어, 나한테 말걸고 싶어서 로그인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내 네이트온 친구들 중에는 '나' 때문에 로그인 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이 로그인 했을 때는 나를 보려고 한거라고 생각하면 사실 대부분 틀리지 않는다. 오늘의 후버까페 역시, 자신의 시간으로 새벽 두시가 다 된 시간, 내게 말을 걸었다. 

우리는 대화를 하다가 우리가 항상 여름에만 만났다는 걸 알게됐고, 나는 그에게 나는 여름에 인기가 많다고 얘기했다. 그는 자신은 겨울남자라고 했다. 당신은 겨울에 더 멋져져요? 그는 그렇다며 겨울에 자신은 '장난 아니'라고 했다. 하하. 그 뒤에 이어지는 대화를 다 쓰고 싶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은밀하고 사적이라 패쓰. 그는 며칠전부터 내가 보고싶더니 엊그제는 꿈에 내가 나왔다고 했다. 하하. 심지어 그는 꿈속에서 나를 짝사랑했고 나는 그에게 관심도 없었다고 했다. 아 감동 ㅠㅠ 무슨 꿈이 그렇게 멋진걸까. 나는 살다보니 별 일이 다있다며, 어쩌면 그렇게 감동스런 꿈을 다 꿨느냐고 했다. 오와- 라고 했다, 나는. ㅎㅎ 젊고 멋진 남자의 꿈에 등장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스런 일이구나. 흑흑 ㅠㅠ 새벽 세시가 다 되는 시간 나는 그에게 잘 자라고 말하고 메신저를 끊으면서 오늘도 내 꿈을 꾸라고 했다.  

 

 

이 책을 선물 받던 날을 생각한다.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그날,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회사에서 나갈 수가 없어 초조했고, 친구는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고 했다. 초조함이 극에 달하는데 그는 서점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고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세상에, 그렇게 이쁜 말을 하는 친구라니. 나는 아직 약속장소에 도착하지도 않고서도 마음이 흐물흐물 해져버렸다.  

결국 우리 둘다 약속시간을 조금 넘겨 도착했고, 친구는 내가 먼저 도착했다는 걸 알고는 역에서 뛰어왔다. 그리고 그날 친구가 내게 준 선물은 [J.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이었다. 두권을 사고 싶었는데, 그래서 나 한권 주고 본인도 한권 읽고 싶었다고 했는데, 그런데 서점에 이 책은 단 한권 뿐이었다며 그것을 내게 내밀었다.  

나에게 '샐린저'를 주려고 했던 마음과 내가 읽는 걸 본인도 읽겠다는 그 마음이 너무 좋아서 그때의 감정을 잊고 싶지 않았다. 이 책은 겨울에 선물 받았는데 내내 가지고 다니다가 (나는 집착하는 여자사람) , 어제서야 비로소 가방에서 빼고 책장에 꽂아 두었다. 마치 부적처럼 내내 지니고 싶었는데 몇개월간 가지고 다니다보니 표지가 너덜너덜 해졌기 때문에 빼어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끼고 싶은데, 이렇게 금세 낡아버리면 안되잖아, 하면서. 억지로 생각하지 않아도 그날의 친구와 그날의 감정은 저절로 떠오른다.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고 잊혀질 수 없는 친구다.

 

 

역시 여름은 끈적이는 계절이다. 그러나 혼자 끈적이기엔 아까운 계절. 이 여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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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yours 2010-08-23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다락방님한테 선물받은 책을 잊지 못해요 :D

다락방 2010-08-24 12:54   좋아요 0 | URL
어젯밤은 불멸인거죠!
:)

마노아 2010-08-23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끈적거려 불편한 게 아니라 훈훈해졌어요. 이 따뜻함이 이 더운 날에 좋으네요.^^

다락방 2010-08-24 12:55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그러면 일루 와요 마노아님. 내가 아주 화끈하게 해줄 테니까! (어떻게? ㅎㅎ)

우리 아주아주 야한 영화 개봉하면 그거 한번 같이 보러 갑시다. 알았죠? 끝내주게 야해야 할텐데..

yamoo 2010-08-23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책 선물 많이 합니다...ㅎㅎ 주로 그냥 나눠주죠~~ 좋은 책만 선물해 주셨네요.. 전 욕심쟁이라서 저한테 필요없는 책만 나눠준답니다..ㅋㅋ

다락방 2010-08-24 12:56   좋아요 0 | URL
저도 가끔 두번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을 방출하곤 하지만 친구를 만나 선물 줄 때는 새로 사서 주곤 해요. 그럼요, 선물인데, 읽고 좋아하라고 주는 책인데 좋은 책만 골라야죠! 흣 :)

무스탕 2010-08-23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끈적이다 못해 떨어지지 않아도 좋아요. 다음에 만나면 우리 10분은 프라이펜에서 늘어진 인절미처럼 찰싹 안아보아요 ^^

다락방 2010-08-24 12:57   좋아요 0 | URL
아아아 그렇지만요 무스탕님, 여름의 저는 무척 냄새 날 텐데요. 냄새 나는 다락방이라도 괜찮으시겠어요? 흑흑 ㅜㅡ

moonnight 2010-08-23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치게 은밀하고 사적인 대화'는 도대체 어떤 대화란 말입니까!!! 그런 이야기는 패쓰하시면 안 되잖아욧. 흑흑. 궁금해라. ㅠ_ㅠ
게다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는 어제밤에 문득 꺼내들었던 책이라 눈이 번쩍 했어요. +_+;

다락방 2010-08-24 12:5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지나치게 은밀하고 사적인 대화에는 이런 단어들이 등장해요. 살림, 설거지, 청소, 책읽기..등등. 저는 한껏 잘난척 하고 쓰고 싶지만, 그것은 저의 후버까페의 앞으로 다가올 연애들을 방해할지도 모르니까 꾹 참겠어요. 사생활 보호에 힘써주는 다락방입니다. 흐흐흐흣

blanca 2010-08-24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버까페...은근히 기대되요^^ 그가 나오는 대목은 항상 유념해서. 다락방님이랑 더 발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요^^ 제 주변에는 다 책을 싫어합니다. 너무 슬프지요. 다락방님이 참 부럽네요.^^

다락방 2010-08-24 13:01   좋아요 0 | URL
오, 지금보다 더 발전할 만한 관계같은 건 아니에요. 우리는 '좋아하는 블로그 지인'쯤입니다.

저는 책 별로 안읽는 친구들에게도 책 선물을 했었어요. 그러면 의외로 좋아하는 거에요! 내가 너 때문에 책을 다 읽는구나, 하면서요. 그 중에 한명은 또 읽고 싶다면서 서점에서 만나서는 책 좀 골라달라고 하기도 하더라구요.

그런데 책 선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한 번 해보고 그 여자에게 다시는 책 선물 하지 않았어요. 선물 한 사람조차 기분 나쁘게 만들었었죠.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유형의 여자사람이었어요.

2010-08-24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8-24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페이퍼 보니까 락방님한테 '책'을 선물로 받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슬며시 새나오는데요..^^

다락방 2010-08-24 13:02   좋아요 0 | URL
길이나 서점에서 저를 종종 생각하고 싶으신거죠? ㅎㅎ

머큐리님, 언젠가는 제가 머큐리님께 책 선물 하는 날이 오겠죠!
:)

머큐리 2010-08-24 13:38   좋아요 0 | URL
저런 따끈한 사연이 넘치는 책선물을 받고 싶다는 거였어요..ㅎㅎ

다락방 2010-08-24 13:4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책 선물을 하고 나면 그 순간 따끈한 사연이 생길거 아녜욧!! ㅎㅎ

pjy 2010-08-25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여름 땡볕에 끈적거려도 좋은 여자사람, 다락방님^^

다락방 2010-08-25 13:27   좋아요 0 | URL
으응? 나 끈적거리면 완전 별로에요! 막 냄새나고 그러는데요? ㅎㅎ
 

내 인생의 영화 『더티 댄싱』에서는 부잣집에서 자란 여자 '프란시스 하우스만' 이 휴가를 보내는 리조트의 댄스 강사 '쟈니'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닥터인 프란시스의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의 딸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그녀에게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프란시스가 일개 댄스강사랑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의 아버지는 몹시 분노한다. 그런 아버지에게 프란시스는 말한다. 

아버지도 나빠요.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고 저한테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아버지는 지금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시잖아요.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에서도 이와 비슷한 대화가 나온다. 어린 소녀, 스카우트와 오빠와의 대화. 

"게이츠 선생님은 좋은 분이시지. 안 그래?"
"물론이지. 그 선생님 반에 있을 때 좋아했어."
"히틀러를 엄청 싫어하시는데......"
"그게 뭐가 잘못이야?"
"그게 말이야. 오늘 히틀러가 유대인들을 그렇게 취급하는 게 얼마나 나쁜 일인지 말씀하셨거든. 오빠, 누구라도 박해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지. 안 그래?"
"스카웃, 물론 옳지 않고말고. 한데 왜 그렇게 안달하는 거야?"
"그게 말이야. 그 날 밤 게이츠 선생님이 법정에서 나오고 계셨거든-우리 앞에서 계단을 내려가셨기 때문에 오빠는 선생님을 볼 수 없었지-선생님이 스테파니 아줌마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어. 누군가가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때가 되었다고. 점점 분수도 모르고 주제넘게 군다고. 이러다가는 우리하고 결혼할 생각까지 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거든. 오빠, 히틀러를 그토록 끔찍하게 미워하면서도 돌아서서는 바로 자기 나라 사람에 대해서는 비열하게 대할 수 있냔 말이야-"
(p.464)  

 

어른들은 말이다, 말로는 그런다. 말로는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 하고, 누군가에게 편견을 갖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그들이 하는 말과는 달라서 아이들은 혼란스럽다. 아이들이 말로 들었던 것은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지만, 아이들이 실제로 직접 보게 되는 것은 어른들이 차별하는 모습이고, 구박하는 모습이고, 편견을 갖는 모습이고, 폭력을 일삼는 모습이다. 그런 모습들을 너무 많이 봐와서 아이들은 결국 어른이 되었을 때, 늘 주변에서 보던 어른처럼 되고야 만다.   

 

 

 

 

 

 

 

 

 

재스퍼 존스는 사실 한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그러나 재스퍼 존스가 원주민과의 혼혈아라는 이유만으로, 온 마을의 모든 범죄는 마치 그가 저지른 것 처럼 부풀려진다. 우체국에 불을 지른것도 재스퍼 존스가 되고, 로라가 실종되었을 때는 재스퍼 존스가 경찰들에게 죽도록 얻어 터진다. 로라의 죽음을 가장 슬퍼한게 재스퍼 존스인데, 사람들은 재스퍼 존스의 말을 들으려고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월남전에 자신의 아들이 참전했다며 같은 마을에 사는 베트남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도 어른들이고, 마음을 다쳐 숲 속에서 살고 있는 노인네를 살인마로 둔갑시킨 것도 어른들이고, 약하디 약한 로라를 다치게 한 사람도 어른들이고, 그런 로라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던 것도 어른들이다. 세상은 온통 이런 어른들 투성인데, 어디에서도 인정 받지 못하고, 심지어 박해를 받는 아이들이 괜찮은 어른이 되는게 가능할까?  아이들은 누구를 믿고 누구에게 의지해야 할까? 

재스퍼 존스는 말한다. 

   
 

"찰리, 나한테 누군가를 믿는다는 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사람을 믿는다는 자체가 위험한 일이지. 난 지금 너한테 나를 믿어 달라고 부탁하는 중이야. 강요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만은 내 편에 서서 이 문제를 봐 주길 기대했어. 그렇게 하고 있는 거 맞지? 넌 책을 읽는 아이라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도 생각하는 법을 알잖아." (p.41) 

 
   

 

재스퍼 존스가 왜 이렇게 말했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지만, 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도 생각하는 법을 안다면, 세상은 얼마나 더 좋아졌을까.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저 위에, 프란시스의 아버지는 의사였고 그 밑에, 스카우트의 앞에서 자기 나라 사람에 대해 비열하게 말하는 사람은 교사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책을 더 읽었으면 더 읽었지 덜 읽진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책을 읽는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게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열린 마음'도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지식을 머릿속에 넣어봤자, 그것을 수용하는 열린 마음이 없다면, 책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이 대체 무슨 차이가 있을까. 남들보다 '똑똑'하다는거?  

물론, 찰리는 재스퍼 존스가 믿을만한 좋은 아이다. 다름 사람들 입장에서도 생각할 줄 아는 그런 아이. 찰리는 눈앞에서 자신의 아빠가 마을 사람들에게 심하게 구타당하는 것을 목격한 친구를 위로할 줄 아는 아이다.  

 

   
 

아빠를 따라가기 전 나는 제프리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내 엄지로 그의 쇄골을 지그시 누른다. 내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끄덕이며 입술을 꽉 다문다. 그러고는 집 안으로 들어간다. (p.348) 

 
   

 

고개를 끄덕인 제프리는 필시 찰리의 마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찰리는 엉망진창인 어른들 틈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서서히 깨달아가고, 이제 친구의 진심이 무엇인지도 깨닫는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데 어떤 것들은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되기도 한다.  누구보다 힘이 세 보였던, 강해보였던 재스퍼 존스, 그 아이의 감춰진 마음같은 것. 

 

   
 

그제야 나는 알게 된다. 그를 알게 된다. 가장 슬픈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버려진 아이. 나는 항상 재스퍼를 랜들 맥머피라고 여겼고 나 자신은 힘없고 겁 많은 따개비라고, 그래서 그에게 붙어 공생하면서 용기를 위장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스퍼도 나와 같은 이유로 내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되었다. 내가 똑똑하거나 믿을 만하거나 충성스럽거나 착해서가 아니라 그냥 누군가, 아무라도 필요했던 것이다.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재스퍼가 그날 밤 내 방 창문으로 찾아온 것은 완전히 겁에 질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p.451)

 
   

 

재스퍼도, 찰리도, 제프리도, 그리고 일라이저도. 모두 상처받은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은 어른들의 부조리를 목격했고, 어른들의 폭력을 목격했고, 어른들의 부당함을 목격했으며, 어른들의 편견도 목격했다. 그리고 그 모든것들이 옳지 못한것들이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그러니 그들만큼은 그 '옳지 못한' 어른들처럼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말도 안되는 이유로 고통받는 이들의 편에 서 주는 그런 어른들로 자라줬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친구의 말을 들어주면서, 친구를 위로하면서, 친구의 감춰진 마음을 깨달으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적어도 그들만큼은 말과 행동이 다른 어른으로 자라지는 말기를.  

 

덧붙여,

 

찰리는 일라이저와 결혼하고 싶어한다. 나는 며칠 전 이 책을 읽다가, 친구에게 '너는 내가 가진 패중 가장 좋은 것' 이라고 문자메세지를 보냈는데, 이 책에서 인용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 친구가 이 책을 읽지 않아야 할텐데. 나의 창작인줄 알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일라이저에게 나와 결혼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사람은 싫다. 그 애만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애 없이는 견딜 수 없다. 내 손에 쥔 패 중 유일하게 좋은 것이다. 나는 이것을 손가락에 감아 반지로 만들고 싶다. 언젠가 내 안에 용기가 더 생기면 말하리라. 그때는 적절한 단어를 몽땅 모아서 말할 것이다. 그럼 그 애도 내게 똑같이 말해 줄지도 모른다. (p.477)  
   

 

 

언젠가는 이렇게도 말하고 싶다. 

 

   
 

"그럼, 난 맨해튼에 살 테니 넌 브루클린에 살아. 그럼 우린 플라자 호텔에서 만나서 영국 차를 즐기는 거야. 나는 여우 털로 만든 코트를 입고 페니로퍼를 신을게. 너는 타탄체크 무늬의 스카프를 두르고 가느다란 줄무늬가 있는 갈색 정장을 입어. 파이프도 물고." (p.151)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어쩐지 조금쯤 신나는, 그래서 재스퍼와 찰리와 제프리와 일라이저에게도 좀 나누어 주고 싶은,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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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0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2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바다 2010-08-20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요일이군요! ^^

다락방 2010-08-22 19:04   좋아요 0 | URL
일요일이에요. ㅠㅠ

푸른바다 2010-08-23 09:17   좋아요 0 | URL
이제 월요일이 됐군요.^^
금요일을 향한 첫걸음이죠 ㅎㅎ

다락방 2010-08-23 10:02   좋아요 0 | URL
잘 보내 봅시다! 후아-

머큐리 2010-08-20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락방님의 페이퍼는 사랑스러우면서도 힘이 있어요.. 나? 락방님 팬!! 추천 꾸욱~
즐거운 금요일 되시길~~

다락방 2010-08-22 19:05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흐흐흐
팬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무척 신나요.
저는 이제 일요일을 보내며 일주일간 미뤄왔던 방 청소를 시작할거에요. 방 청소 하려고 걸레를 가지고 들어왔는데 넷북켜고 알라딘에 들어온...어휴.
일요일이 더는 가지 못하도록 좀 잡아주세요. 제 팬이라면 그정도는 해주셔야죠. 네?

pjy 2010-08-20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문자메세지로 청혼하신건가요^^?

다락방 2010-08-22 19:05   좋아요 0 | URL
문자메세지로 청혼해봤자 예스라고 말해줄 남자가 제 주변엔 하나도 없어요. -_-

2010-08-20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2 1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0-08-21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금요일을 제게도 좀 나눠주세요. 어멋 벌써 토요일이네 ^^;
근무중인 토요일입니다. 다락방님은 좋은 주말 계획 가지고 계신지요. 멋진 글 고마워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다락방 2010-08-22 19:08   좋아요 0 | URL
어멋 벌써 일요일이에요, 문나잇님. ㅠㅠ
행복한 주말 보내셨어요? 저는 가는 일요일을 어떻게 해야 붙잡을 수 있나를 고민하고 있답니다.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만 흑 ㅠㅠ

자자, 더위 먹지 말고 기운내자구요 우리!!

Arch 2010-08-22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추천은 다락방의 너무 많은 추천 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래도 추천해요.
일요일의, 뭔가 했고, 뭔가 지나갔구나란 느낌도 괜찮지 않아요?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도! 걸레질 하면 알통 나오는 기분 들어요^^

다락방 2010-08-23 08:30   좋아요 0 | URL
오우 더워서 엄청나게 잠을 깼어요. 그러더니 또 새벽에 비가 와서 잠을 깨고. 괴로운 여름밤을 보내고 있어요, Arch ㅠㅠ
난 여름을 원래 좋아하는데, 여름마다 남자를 사귀곤 했는데(응?) 이번 여름은 지옥같아요. 어떻게 남자가 하나도 없어요, 하나도. 더워서 다들 집 구석에 처박혀 있나봐요. 이번 여름은 남자들이 나를 가만 놔두는 여름이에요. 이런 여름이라니. ㅠㅠ

Arch 2010-08-25 10:23   좋아요 0 | URL
크~ 다음 여름에, 아니면 이번 가을, 겨울에 짠짜라한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떻게 안답니까.

다락방 2010-08-25 13:28   좋아요 0 | URL
남은 여름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싶어요. ㅎㅎ
그런데 덥네요.

poptrash 2010-08-25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생겼어요!

다락방 2010-08-25 17:16   좋아요 0 | URL
어서 읽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