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는 좀 나이 든 여자와 십대의 어린 여자가 등장한다. 어린 여자(소녀)는, 나이 든 여자의 아들의 여자친구. 그런데 나이 든 여자가 보기에 이 소녀가 동네의 한 청년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그녀는 그 사실이 못마땅하다. 그녀도 그 청년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청년이 소녀에게 다른 감정을 품고 있을까봐 전전긍긍한다. 그녀는 어린 여자와 요트 항해를 하면서, 니가 그 청년을 좋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엄마투로 훈계하려 한다. 너는 어리니까, 라면서 그 어른 남자랑 묘한 관계가 되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좋은 투로 얘기하려 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소녀를 위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그녀는 사실 신경쓰고 있는거다, 소녀를.  

대수롭잖게 그녀의 말을 받아들이던 소녀가 요트안에서 머리를 부딪치고, 기분이 좋지 않다며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데도 그녀는 소녀의 말을 무시한다. 소녀로부터 그 청년을 만나지 않겠다는, 이상한 관계가 되지 않겠다는 확신을 듣고 싶다. 결국 소녀는 뇌를 다쳐 죽고 만다. 

 

여자와 여자사이에는 남자들이 알 수 없는, 그러니까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들이 흐르곤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체적으로 그 중간에는 남자가 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저 여자가 신경쓰여' 라고 한다면 그건 그 안에 아주 미묘한 어떤 감정들이 숨어있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무슨 소리하는거야, 저 여자는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무신경한 남자들은 말을 하지만, 여자는 그게 아니다. 물론, 여자의 입장에서 그런 감정들을 입 밖으로 꺼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찌질해보일까봐 두렵다. 그런 미묘한 감정들을 잘 표현해내서 내가 무척 좋아하는 이 영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에서 그녀도 소녀에게 "너 당장 그남자에게서 떨어져, 나는 그 남자를 갖고 싶어!"라고 말하는 대신에 엄마인 듯, 어른인 듯 훈계하고 조언하는 걸 택한게 아닐까. 그런데 그 영화에서는 극단적으로 소녀의 죽음으로 이어졌고.  또 있다.  

 

이 영화에서의 산드라 블럭은 휴 그랜트 회사의 변호사다. 그녀의 이름은 루시. 그녀는 이러저러해서 휴 그랜트의 회사를 떠나기로 한다. 자기 대신 맡아줄 변호사 '준'을 구했고, 루시는 준과도 사이가 좋다. 그러나 루시는 어느날 휴 그랜트와 준이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상태로 한 공간에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루시는 휴 그랜트를 사랑한다고 한 적이 없다. 게다가 휴 그랜트와 친하기는 하지만 연인 사이인 것도 아니다. 그러니 준에게 나는 그 남자를 사랑해, 너는 꺼져, 라고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사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으니 좀 조심해 주겠니, 라고 말을 할 수도 없다. 이런 루시의 마음을 준이라고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겉으로 준과 루시는 계속 좋은 사이를 유지한다.  

루시가 회사를 떠나는 날 짐을 싸는데, 준은 루시에게 농담을 한다. "스태플러는 회사것이지만 가져가는 걸 못본 척 할게요." 라고. 그러나 농담은, 상대도 받아들일 수 있고 함께 웃을 수 있을 때 농담이다. 루시는 그 말에 참았던 감정을 터뜨리면서 "10달러를 주고 이 스태플러를 가져가겠다!" 고 한다. 그러다 결국 루시와 준은 스태플러를 두고 싸우게 된다. 그때 그들이 싸운 이유가 정말, 스태플러 때문일까? 

 

갑자기 이 두 영화를 떠올리게 된 건, 오늘, 비오는 아침 출근길의 내가 예민했기 때문이다. 

비오는 출근길, 버스 안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나는 버스의 뒷문에서 시작되는 두명 앉는 자리의 통로쪽에 앉아있었고, 내 옆의 창가쪽에는 어떤 청년이 앉아있었다. 버스가 정차하고 사람들이 내릴때마다 가방이며 몸으로 자꾸 나를 치고 갔다. 사람이 많고 비도 오니 분주하여 그럴 수 있는 일이겠지만 오늘의 나는 사람들이 자꾸 나를 건드리는 것이 몹시도 못마땅했다. 그래서 내 옆의 청년에게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야, 너 저리 비켜, 거기 내가 앉을테니까! 라고.  

물론, 그러지 않았다.  

 

[투 윅스 노티스]를 떠올릴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누군가 내게 어느 학교를 졸업했냐고 물어오면, 혹은 전공이 뭐였냐고 물어보면 나는 진심으로 이런 대답을 하고 싶다. 

"하버드 법대요." 

혹은  

"발레를 전공했어요." 

라고.  

 

그러나 뜬구름 잡는 소리다. 현실의 나는 공부를 못했고, 발레는 커녕 스티븐 시걸 닮았다는 소리나 듣는 걸. (엄마는 캐서린 제타존스라고 했어, 엄마는 캐서린 제타존스라고 했어, 엄마는 캐서린 제타존스라고 했어, 엄마는 캐서린 제타존스라고 했어..) 

 

예민해지지 말자, 금요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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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0-09-1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토닥토닥, 이리와요. 내가 좀 안아줄께. 고구마 껍질도 까줄게. 다락방은 먹기만 해요.

토닥토닥토닥토닥..

다락방 2010-09-10 12:54   좋아요 0 | URL
안아주고 고구마 껍질도 까주고, 복숭아 껍질도 까주고, 맥반석 계란 껍질도 좀 까줘요, 레와님. 응?
:)

마늘빵 2010-09-1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스탬플러 얘기 나와서 깜짝 놀랐잖아요. 이 스탬플러가 그 스탬플러가 아니었구나. 다행이에요. 그건 라이브로만 해야 해요. (뭘?)

다락방 2010-09-10 12:55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니까요, 뭘? 뭘 라이브로 하라는 거에요, 이 남자사람아!! 하하하하하하하하

네꼬 2010-09-10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비오는 날 아침이면 꼭 다락님 생각 나요. 출근 잘 했나? 이 예민한 여인이.. 진심이야.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요. (캐서린 제타존스가 아니고 안젤리나 졸리인데..)

다락방 2010-09-10 12:56   좋아요 0 | URL
ㅎㅎ 예민한 여인... 좋다.... 어쩐지 성숙한 여자로 다시 태어난 느낌이에요. 예민한 여인. 닉네임을 예민한 여인으로 바꾸고 싶어지네요. 흐흐.

출근을 잘했죠. 잘 하고 이렇게 페이퍼까지 쓰고.

점심은 먹었어요, 네꼬님? 나는 차돌박이된장찌개 먹었어요. 아주 맛있었어요. 엄청나게 배가 부르네요. 므흐흐흐

카스피 2010-09-10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 윅스 노티스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비오는 아침 출근길 예민하시기도 하겠지만 내일은 즐거운 주말이니 기분 활짝 푸세용^^

다락방 2010-09-10 14:58   좋아요 0 | URL
네, 금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는데 이젠 기분은 좀 나아질 것 같아요. 아마도 그건 점심밥이 준 효과겠지만. 하핫.

잘 보내세요, 카스피님도!

2010-09-10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0-09-10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비가 안 오고 햇빛이 쨍 ;;;
저도 아주 옛날옛날 어렸던 시절, 그런 감정싸움을 했던 일이 있었죠. (먼 산;;)
맞아요. 내가 찌질해보일까 두렵다. 그 말이 딱 정답이에요. ㅠ_ㅠ
흐그~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이 안 생겼음 좋겠어요. (현실적으로 생길 확률이 0%에 가깝습니다만은 ^^;;;;)
점심 든든하게 드셨다니 반가와요. 밥심이 최고죠. 우울한 마음 뻥 차버려요. 오늘은 금요일이니까요. ^^

다락방 2010-09-10 14:58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대체적으로 여자들이 그런 느낌을 가질때는 '괜히' 그런게 아닌 것 같더라구요.

일전에 남자를 사귀고 있을 때, 그 남자의 주변 여자중 유독 신경 쓰이는 여자가 있었어요. 괜히 입밖에 냈다가 초라해질까봐 아무말도 못하다가 나중에 이래저래 알게된건데, 나를 만나기 전에 그여자랑 므흣한 관계였다고 하더군요. 그 뒤로 그는 나를 만났고 나랑 사귀면서 나랑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그녀는 자꾸만 그를 데리고 쇼핑을 가려고 하고 그를 데리고 운동을 하려고 하고 그러더라구요. 모두들 알고 있는 모임에서 사귀는거라 그와 내가 사귀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고, 그래서 그녀도 몰랐기 때문에 아마도 계속 과거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아, 뭔가 구질구질하게 더 막 말하고 싶은데, 찌질해 질것 같네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저는 그에게 '다시는 당신 입에서 그 여자 만났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남녀사이는 가끔 지나치게 유치하고 치사해요. 그리고 저는 더더군다나 남녀관계에서는 쿨함이란게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네네, 오늘은 금요일이에요, 문나잇님!!

2010-09-10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2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9-12 16:26   좋아요 0 | URL
:)

시장 가서 복숭아를 사왔어요.

치니 2010-09-10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둘 다 안 본 영화지만, 마치 반은 본 거처럼 생생하네요.
오늘은 어째 금요일인데도 금요일 기분이 안 난다는 이들이 많아요, 저도 그렇고. 힝.
하지만 두둥 - 5시가 넘으면 기분이 날 듯! 우리 그 때 활짝 웃어요, 다락방님 ~

다락방 2010-09-10 15:01   좋아요 0 | URL
비 때문에 그럴까요? 그래서 금요일이 금요일 같지 않은걸까요?

치니님, 저 손톱이 너무 길어서 손톱을 잘라야 되는데 너무 귀찮아가지고 안잘랐거든요. 내일 잘라야지 내일 잘라야지 하다가 오늘에 이르렀는데, 손톱이 너무 길어가지고 키보드 치기 불편해요. 치니님, 잠깐 오셔서 제 손톱 좀 잘라 주세요! 네? 손톱 잘라주시면 고기 사드릴게요!! 으흐흐흑


빨리 집에 가서 손톱 좀 자르고 싶어요. ㅠㅠ
(이건 무슨 미친댓글 ㅎㅎ)

Alicia 2010-09-10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분노는 말하자면, 이를테면 사랑같은 것. :)
하버드 법대는 제 꿈이기도 했어요 후후.
비오는 금요일 저녁이네요.


다락방 2010-09-11 20:07   좋아요 0 | URL
분노와 사랑은 한끗차이? 혹은 분노는 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 뭐 이런건가요. ㅎㅎ
하버드 법대는 말하는 순간 뭔가 확 뒤로 후광이 비추어질 것만 같아요. 하핫. 이 영화 속에서도 하버드 법대라고 말하는 산드라 블럭을 휴 그랜트는 다시 보죠.

비오는 토요일입니다. 하핫

미드나잇 레이 2010-09-1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스티븐 시걸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 다방님이 좋았던거군요.

다락방 2010-09-11 20:07   좋아요 0 | URL
미드나잇 레이님.
사람 잘 보셨어요. 절 좋아하셔도 됩니다. 네, 저는 스티븐 시걸과 다를바 없습니다. 므흣

yamoo 2010-09-11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두편의 영화 얘기를 자알~~보다가 갑자기 하버드 법대요..발레를 전공했어요..에서 빵~ 터졌습니다..ㅋㅋㅋㅋㅋㅋ
하하, 아이고 배야..ㅎㅎ

다락방 2010-09-11 20:08   좋아요 0 | URL
하버드 법대와 발레는 저의 로망이죠! ㅎㅎ

로망은 로망 그 자체로 가장 아름다운 법, 저에게는 전혀,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그저 꿈같은 일입니다. ㅎㅎ

2010-09-11 0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1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YLA 2010-09-11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하버드 법대에서 빵 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9-11 20:10   좋아요 0 | URL
저는 왜 여대를 나와가지고 .. 어휴......남녀공학 다녔으면 장학금 받고 다니는 모법생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여대를 다녀가지고 학교 다니기 엄청 싫어서.....저는 과에서 꼴찌했었어요. 전 제가 꼴찌를 할 수도 있다는 걸 여대에 가서야 깨달았죠. ㅎㅎ


그나저나 LAYLA님, 고생 많았네요. 길에서 이상한 또라이를 만나셔서 ㅠㅠ
저도 길에서 어떤 여자한테 맞은 적 있어요. 그때 처음으로 경찰차 뒤에 타봤네요. ㅠㅠ

LAYLA 2010-09-11 21:36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좋은분 100분은 넘게 만나니 길거리에서 또라이 1명 쯤 인내해야죠^^ ㅎㅎㅎ

다락방 2010-09-12 16:27   좋아요 0 | URL
오, 긍정적인 사고방식! 역시 멋진 분이세요. 그런 사고방식을 저도 좀 본받아야겠어요. 그러면 하루하루 살기가 좀 더 수월하겠죠.

일요일, 잘 보내고 있어요?
:)

비로그인 2010-09-12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녀공학을 다니셨음. 모대학 법대생("모법생")으로서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후에 발레를 하기도 하는 다락방님(왠지 그렇게 되면 알라딘에 다른 닉네임으로 등장 하셨거나 아예 등장하지 않으셨을지도..)이 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그러면 이런 유쾌하고 놀랍게 재미있는 글들을 볼 수 없어서 무척 아쉬웠을 거예요.

예민한 날 보내시고, 지금은 기절중이신가요?

왠지 술이든 잠이든 지금은 기절중이실듯 합니다만.. ^^

다락방 2010-09-12 16:29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바람결님, 제가 말이죠, 금요일에 술을 4차까지 마시고 집에 와서 기절을 했었거든요. 덕분에 토요일은 오후까지 뒹굴뒹굴 했어요. 그랬더니 바람결님이 댓글을 그 남긴 시간은 물론, 새벽 네시까지 잠을 못자고 남자 생각만 했네요. 하핫 ;

그런데 전 정말 남녀공학 다녔으면 진짜 장학금 받고 다녔을텐데, 아쉬워요. 여대는 붙어도 안갈라 그랬는데 여대만 붙어가지고. 에잇. 젠장. 인생은 늘 이런식이죠!

니나 2010-09-12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일요일이 가구있다용. 4차의 추억... 삐롱삐롱삐로롱~

다락방 2010-09-12 20:4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니나님. 붙잡을수만 있다면 붙잡고 싶어 돌아버릴 지경입니다요.
잘 보냈어요, 오늘?

조만간 우리 또 4차까지! 근데 우리 좀 웃겨 ㅋㅋㅋㅋㅋ 술 마시다가 에스프레소 생각난다고 당장 마시러 가고, 술마시다가 읽고 싶은 책 있다고 또 집에와서 당장 주문하고 ㅋㅋㅋㅋ 완전 여자들이 충동적이야 ㅋㅋㅋㅋㅋ

기억의집 2010-09-14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 여름휴가의 나이든 아줌마는 어떻게 되었어요? 사실 방치나 다름없는데....

지하철에 사람 많죠. 비도 연달아 계속 내리고... 저의 애아빠는 7호선 타고 다니는데 그 지하철은 말 그대로 지옥철이거든요. 사람이 콩나물 시루처럼 너무 빡빡해서 단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어요. 그런데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의 빗물까지 다 받아들여야하는 기분은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어요. 다락방님 글 읽고. 그렇다고 회사를 때려치울 수도 없고.

다락방 2010-09-14 12:50   좋아요 0 | URL
굉장히 자책하죠. 그런데, 그래서라고 할까, 아들과 동거남을 두고 그 청년과 그 마을을 떠나요. 그리고 나중에 그 소녀의 가족으로부터 소녀가 죽기전에 가족에게 띄웠던 편지를 읽게 되거든요. 거기에는 소녀의 마음이 나타나있어요. 그게 참, 가슴아프죠. 소녀는 '청년을 사랑하는' 게 아니었거든요.

출퇴근은 언제나 힘들어요. 아무것도 아닌 일인 것 같은데, 먹고 살기 위해 이 많은 사람들과 부데껴가며 한시간동안 시달려야 한다는 것은 때때로 꽤 지치는 일이에요. 어떤날은 정말이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어휴, 하고 한숨을 쉬게 된다니까요.

그러게요, 때려칠수도 없고!!
 
애프터 라이프 - After Life
영화
평점 :
현재상영


나를 사랑하는 모두가 나를 보낸다 해도 삶을 포기하지 말자. 내가 사랑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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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10-09-0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나 리암 리슨 좋아하는데~

있잖아요 엉뚱한 질문인데, 나 다락님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요.
아침에 구두를 꺼내 신으려고 봤더니 죄다 뒤축이 요리조리 까져 있는 거예요.
아아 저는 왜 구두 뒤축을 얌전히 간수 못하는 걸까요. 구두를 깨끗이 신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걷지를 말아야 하나??)
그래서 나는, 아침 출근길에, 문득, 다락님의 구두가 궁금해졌어요 ^^ 왠지 구두가 다 예쁠 것만 같아!

다락방 2010-09-08 10:23   좋아요 0 | URL
또치님 ㅎㅎㅎㅎ
저는 구두를 사자마자 뒤축이 다 까져버려요. 심지어 앞축도 다 까져버리죠. 구두 굽 갈때마다 무슨 아가씨가 구두를 이렇게 험하게 신냐며 본드로 붙여주기도 하시고, 이렇게 신을거면 비슷한 색 매니큐어를 사서 앞축 뒤축에 바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면 덜 헤진다면서.

아침 출근길에, 문득, 제 구두를 궁금해 하는건 몹시 괜찮지만, 제 구두는 죄다 엉망진창이에요. 으하하하하하하핫

sslmo 2010-09-08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녕 저 영화가 별 세개짜리란 말입니까?
용기를 내어 혼자 영화보기에 도전해 보려고 하는데 말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모두가 나를 보낸다 해도 삶을 포기하지 말자. 내가 사랑하면 되니까!
근데,40자평은 멋지구리 하여...혹하게도 하는 걸요~^^

다락방 2010-09-08 10:47   좋아요 0 | URL
네개 줄까 망설이다가 별 3.8개쯤의 세개에요.
다른 분들은 네개를 많이 주신듯 해요.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하는 모두가 나를 보냈다고 해서 삶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는게 참 안타깝더라구요. 다른 사랑을 찾을수도 있고 나 혼자 계속 사랑해도 되는데 말이죠. 양철나무꾼님이 보시면 어떤 감상이 나올지 궁금한데요!
:)

moonnight 2010-09-08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영화 보고 싶어요. 다락방님 감상을 읽으니 더 궁금하네요.
아직 시간이 안 되어서 못 보고 있는데 일찍 내려갈까봐 걱정돼요 ㅠ_ㅠ;
저는 저스틴 롱이 맘에 들더라구요. 장난꾸러기 같아서. ^^

다락방 2010-09-08 22:59   좋아요 0 | URL
오옷 우리 남자취향이 바로 여기서 달라지는 군요, 문나잇님! 저는 그간 그가 나온 영화에서 언제나 뭐랄까, 약하고 순한것 같아서 영 마음에 들질 않더라구요. 저는 역시 에드워드처럼 다정함과 짐승같은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 ㅎㅎ

이 영화, 오늘 점심 먹으면서 회사 동료에게 얘기해주다가, 제 얘기에 제가 빠져가지고 별 네개로 고칠 뻔 했네요. 네개 줄까 세개 줄까 내내 갈등하고 있었거든요.

잘자요!

기억의집 2010-09-09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암 리슨보다도...저도 구두를 험하게 신는데..그게 우리나라 길(보도)가 울퉁불통해서 그런거 아닐까요? 반듯한 길이 없어요. 저도 보면 구두굽이 다 까져 있어서 속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에요. 길가다가 굽이 보도 사이에 끼기도 하고. 나라에다 구두 보상해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다락방 2010-09-10 09:14   좋아요 0 | URL
근데요 같은 길을 걷고 있는데 분명 구두를 험하게 신지 않는 여자사람들도 많잖아요! 저는 유독 심하게 험하게 신어서요 ㅠㅠ
맞아요. 길가다가 굽이 보도 사이에 끼는 일도 많죠. 주저 앉아서 굽 뺄 때마다 챙피해서 정말 orz

바이런 2010-10-2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사랑하면 되니까! <- 이거 너무 멋져요 ㅠㅠ

다락방 2010-10-20 15:15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흐. 한달도 더 된 글에 멋지다는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완전 뽀뽀 날리고 싶네요, 바이런님. ㅎㅎ
 

 

 

아직도 지난주에 시작했던 『갈라파고스』를 다 읽지 못하고 있는데, (다 읽지도 않고 쓴 페이퍼를 보고 이 책을 산 moon님께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오늘 출근길 버스안에서 오랜만에 읽다가 이 부분을 보고 뿜어버렸다. 

 

 

 

 

   
 

나는 웨이트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열여섯 살 때 내가 어땠는지 지금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흥분되면 정말 죽을 맛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몇 차례 오르가슴을 느껴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한 차례 오르가슴을 겪은 뒤 다시 10분쯤 지나면, 어땠을 것 같은가? 또 한 번 하는 것말고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숙제할 것은 많은데! (p.154) 

 

 
   

하하하하. 열여섯 살, 이 그렇단 말이지, 응? 무척 마음에 드는  '또 한 번 하는 것말고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라는 문장. 게다가 바로 그 뒤에 숙제할 것이 많다니! 하하하하. 아니, 그러니까 응? 숙제를 좀 하고, 그리고 나서 오르가즘을 느껴야지. 나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오르가즘을 느끼려던 찰나에 아, 숙제!, 하고 기쁨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할텐데. 사람이, 응,  할 건 하고 쾌락을 누려야지. 숙제를 하고, 그리고 흥분을 해도 하란 말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뭐, 자기 재량껏 하기에 달렸지만.  

숙제할 것은 많은데, 를 보며 버스 안에서 실실 쪼개다가 갑자기 하루키의 해파리 생각이 났다. 

 

『하루키 일상의 여백』은 곳곳에 유머가 가득가득한데, 여기서도 숙제에 대한 말이 나온다. 해파리 얘기를 하다가 뜬금없이...해파리라면, 내가 개미핥기 공주였을 때 인간 남자를 사랑해서 왕국에서 쫓겨나가지고 인간의 모습을 가진채 개미를 핥아먹고 있을때, 아빠가 소개시켜 주려고 했던, 바로 그 생명체인데. 해파리랑 결혼하면 다시 개미핥기 공주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이건 아침에 하는 미친소리)  

어쨌든, 해파리와 숙제는 바로 이렇게. 

 

 

   
  바다의 집이 해체될 무렵이 되면, 여름 방학도 슬슬 끝장이다. 파도가 높아지고 해파리도 나온다. 숙제도 마무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해파리는 물론 숙제를 도와 주거나 하지 않는다.( p.60)
 
   


해파리는 왜 숙제를 도와주지 않을까? 그건 숙제는 자기가 해야하기 때문이다. 해파리가 도와주지 못해서가 아니다. 왜 해파리가 도와주기를 바라는가! 숙제는 각자의 몫.   

 

 

이경자의 『황홀한 반란』에서도 숙제는 나온다. 아주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희미한데, 남편이 있는 여자가 병원에 갔다가 자신을 진찰했던 의사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다음에 또 그 의사를 찾아가서는 쪽지를 건네는데, 그 쪽지에는  

'선생님은 제게 풀지못할 숙제에요.' 라고 써있었다. 

이게 내가 기억하는 내용인데, 밑줄을 그어놓거나 적어놓은 것도 아니고 그저 기억에만 의존한 것이니 패쓰.  

어쨌든,

  

 

 

오르가즘도, 해파리도, 숙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법이다. 그것이 이 사회의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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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7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7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7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7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0-09-07 16:21   좋아요 0 | URL
응.. 부끄러워서..ㅎㅎ

다락방 2010-09-07 16:24   좋아요 0 | URL
뭐가 부끄러워요. 나는 페이퍼도 썼구만 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0-09-0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무척 분주한 나머지 다락방님 페이퍼도 못읽었지 뭡니까. 지하철에서 기어이 이곳에 들어와 버렸군요. 보고 싶은 다락방님. (아이폰으로 처음 써보는 댓글이에요)

다락방 2010-09-08 08:22   좋아요 0 | URL
오, 저 지금 막, 스마트폰 부러워집니다! 읽고 싶은 글을 지하철에서 읽을 수 있다니! 멋지잖아요! 이 댓글을 보는 순간, 후다닥 뛰어나가서 스마트폰을 살까 하게 되는걸요.

오늘도 분주하시려나요? 정신 챙기고 삽시다, Jude님! 차도 한잔 마시구요, 알았죠?
:)

네꼬 2010-09-07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다락님. 그 순간에 숙제가 웬말이야! 으하하하하. 얼레리꼴레리.

다락방 2010-09-08 08:22   좋아요 0 | URL
으응? 숙제가 있으면, 응? 숙제를 먼저 하고, 응? 그런 다음에 뭘 해도 해야죠! 느끼기를 먼저 하면..안되잖아요? 왜냐하면, 나는 수퍼에고가 이드를 족치는 여자사람. ㅎㅎ

stillyours 2010-09-08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요즘 아무것도 안 읽히는 시기인가봐요. 시작도 못 했어요.
얼른 시작해서 나도 좀 뿜어봐야겠어요.ㅋ

다락방 2010-09-08 09:35   좋아요 0 | URL
아 다행. 나 moon님보다 먼저 읽어야 된다는 미친 의무감에 압박 작렬했었어요. ㅎㅎ

하양물감 2010-09-08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렇게 다른 책에서 읽었던 부분을 잘 찾아내는 분이 신기해요^^

다락방 2010-09-08 14:31   좋아요 0 | URL
어딘가에 재미있어서 적어두었던 부분인데, 우연히 읽다가 생각이 나서 옮겨온 겁니다. 하핫 :D

2010-09-08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8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0-09-0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나이라도 숙제는 걱정스러운법이군요~~아이고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9-09 15:02   좋아요 0 | URL
숙제는 반드시 다 하고 놀아야 합니다. 안그러면 안돼요. ㅎㅎㅎㅎㅎ

yamoo 2010-09-09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라파고스 재밌나요?? 전 이 책을 97년판인 세계인출판본으로 갖고 있어서, 맨 첨 전혀 다른 책인줄 알았는데...보니, 제가 갖고 있는 책이군요..워낙 오래전에 산 책인데...여전히 읽지않고 있습니다만..ㅎㅎ

다락방 2010-09-10 09:15   좋아요 0 | URL
저보다는 yamoo 님이 더 재미있게 보실 책인 것 같아요. 한번 읽어보세요! ㅎㅎ
저는 괜찮았습니다만, 제가 읽은 몇권의 커트 보네거트의 책 중에서는 가장 별로이긴 했어요.
 

 

 

캐서린 맥피의 2집을 사기로 마음먹었던 이유는 바로 이 Brand new key 라는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 너무 예뻐.. 리메이크 곡이라고 하는데, 원곡을 찾아보니 이렇게 밝고 사랑스럽지는 않다. 이 밝고 사랑스런 노래가 대체 어떤 가사를 갖고 있나 싶어서 가사를 찾아보았다. 

I rode my bicycle past your window last night
I roller skated to your door at daylight
It almost seems like you're avoiding me
I'm okay alone, but you got something I need

Well, I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think that we should get together and try them out you see
I been looking around awhile
You got something for me
Oh! I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ride my bike, I roller skate, don't drive no car
Don't go too fast, but I go pretty far
For somebody who don't drive
I been all around the world
Some people say, I done all right for a girl

Well, I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think that we should get together and try them out you see
I been looking around awhile
You got something for me
Oh! I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asked your mother if you were at home
She said, yes .. but you weren't alone
Oh, sometimes I think that you're avoiding me
I'm okay alone, but you've got something I need

Well, I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think that we should get together and try them out to see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Oh! I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아 예쁘다. 근데 이노믄 시키, 왜 나를 피하는거야. 뭐, 괜찮다. I'm okay alone. 

 

오늘 출근길. 강남역 계단을 걸어 올라와 회사를 향해 걷고 있는데 갑자기, 순간적으로, 코끝에 풀냄새가 실려왔다. 어어, 대체 이 강남대로에서 무슨 풀냄새지? 주변을 둘러보니 은행(bank)앞에 얼마쯤의 작은 나무들이 있기는 하다. 저기에서 나는 냄새인가 싶어 근처로 가보니 더이상 나질 않는다. 내가 잠깐 착각한건가, 냄새를? 

그러나 착각이었든 뭐든, 아, 이 금요일, 지내기 어렵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저 영상 속의 캐서린 맥피는 광대뼈도 예쁘고 눈도 예쁘고 머리도 예쁜데 바지가 살짝 민망하구나. 음.. 차라리 똥꼬바지를 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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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03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짝이 아니라 많이 민망이요~ㅠㅠ

다락방 2010-09-03 09:22   좋아요 0 | URL
차라리 핫팬츠를 입지 말예요. ㅎㅎ

turnleft 2010-09-03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요 부분, 가성으로 치고 올라갔다가 급격하게 떨어져 내리는 부분이 간질간질해서 좋아요 >.<

다락방 2010-09-03 09:21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저도 그부분이 너무 좋아요. 어쩜 요렇게 맛깔스럽고 예쁘게 부를까 싶더라구요. 간질간질 예뻐요.

람혼 2010-09-03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망한 것보다도 우선 패션에서의 색채와 조화에 대한 감각이 좀 부족한 듯이 느껴집니다.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런 가수도 있었군요. 컨트리 쪽에서 음악적 자양분을 섭취하고 있는 가수인 듯.
이 노래 중간에 George Michael의 'Faith'를 슬쩍 끼워넣어 부르고 있는 걸 보고, '도대체 왜?'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즐거운 금요일 보내시길.

다락방 2010-09-03 12:43   좋아요 0 | URL
분명 바지를 입었는데 뭔가 안입은 듯한 민망함을 주고 있어요 ;;

그러게요. 다른 영상을 봐도 faith를 중간에 끼워 넣어 불렀더군요. 비슷비슷 하게 쏙 들어가서 그런걸까요? 저도 그걸 왜 끼어넣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오늘은 일 하십니까? 즐거운 금요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꿈꾸는섬 2010-09-03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정말 예쁜 금요일이에요.^^
캐서린 맥피의 노래로 전 오늘 하루를 열었어요.^^

다락방 2010-09-03 12:43   좋아요 0 | URL
오늘이 생각처럼 예쁘게 진행되고 있나요, 꿈꾸는 섬님?
오전은 벌써 지나가 버렸습니다.
:)

꿈꾸는섬 2010-09-03 15:54   좋아요 0 | URL
예쁘다 지냈던 오전과 달리 오후엔 현수가 침대방에 들어가 우유 쏟아놓았어요.ㅜㅜ
잠깐 한눈 파는 사이 아이는 제멋대로에요. 다행히 바닥에만 흥건히...매트는 젖지 않았답니다.
다락방님도 예쁜 금요일 보내고 계시죠?

다락방 2010-09-03 17:22   좋아요 0 | URL
예쁜 금요일이라기 보다는, 술 안깨는 금요일을 보내고 있어요.
어젯밤에는 세가지 종류의 술을 퍼마셨더니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오늘은 겔겔거리고 있어요. 오후가 되면 나아지려나 했는데 어림도 없네요. 집에 가서 좀 푹 자야겠어요. 그래야 내일 또 술을 마실 수 있죠!

기억의집 2010-09-0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전 민망보다는 저런 허벅지 갖고 싶다는 생각이 더 굴뚝 같아요.부럽다!

흐흐 노래는 제 스탈이 아니라서.. 전 요즘 mp3에 vivalavida 하고 마돈나와 가가 노래 몇곡만 줄기차게 듣네요^^

다락방 2010-09-03 12:44   좋아요 0 | URL
저도 저런 허벅지 갖고 싶어요. 저런 허벅지를 가졌다면 저 역시 저런 바지를 입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ㅎㅎ

저는 요즘 캐서린 맥피 들으며 다녀요. 그치만 노래들이 다 썩 좋지는 않아요.

레와 2010-09-03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 들으면 그냥 지나치는 노래도 다락방이 올려주면 다시 보고 듣게 되요.

즐감요! :)

다락방 2010-09-03 12:45   좋아요 0 | URL
이 노래는 노래 부를때 캐서린 맥피가 너무 예뻐요. 하긴 워낙 예쁜 얼굴이긴 하지만.
그리고 노래도 저 위에 TurnLeft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간질간질하니 이쁘구요. 가성을 절묘하게 섞어서. 예뻐요.

비로그인 2010-09-0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더 예뻐요 :)


그런데 우린 정말 듣는 음악도 하나부터 열까지 확 다르군요! ㅎㅎㅎ

다락방 2010-09-03 12:45   좋아요 0 | URL
므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흣

그래도 우리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로 겹치고, 에드워드가 겹치니까, 그걸로도 충분해요, 우린!

라로 2010-09-0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바지가 입고 싶은 저는 뭔가요?ㅎㅎㅎ;;;
저런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그녀의 롱다리에 그저 질투를,,,파샤

다락방 2010-09-03 12:46   좋아요 0 | URL
저도 입고 싶어요. ㅋㅋㅋㅋ 저도 그녀의 롱다리와 예쁜얼굴에 질투가 마구 타올라요!!

책가방 2010-09-0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망하다고 잔소리 듣더라도 저런 바지 입을 몸매나 한번 되어보고 싶네요..ㅋ
책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들 음악도 좋아하는군요.
물론 책 취향만큼이나 다양한 취향으로...^^

다락방 2010-09-03 12:4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민망하다고 잔소리 듣더라도 저런 바지를 입을 몸매나 되어보고 싶네요. 다음생에서나 가능하려는지, 원.

캐서린 맥피의 음악 보다는 저는 캐서린 맥피 쪽을 더 좋아해요. 예뻐서 막 좋아요. 헤헷

따라쟁이 2010-09-0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 플레이가 되는 컴터를 지원해 주는 회사를 다니고 싶어요ㅠㅠ

다락방 2010-09-03 12:47   좋아요 0 | URL
스마트폰 스마트폰, 따라쟁이님은 스마트폰이 있잖아요!! 그걸로 들으면 돼요!!

따라쟁이 2010-09-04 10:17   좋아요 0 | URL
스마트폰은 스마트 하나 유저가 스마트 하지 못하군요.

다락방 2010-09-04 11:34   좋아요 0 | URL
좀 더 스마트해지도록 해욧!!

곽수철 2010-09-03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아마 바지 때문에 끝까지 다 본 것 같습니다. 듣지 않고 보다니!^^

그나저나 베이시스트가 입고 있는 웃옷, 내가 겨울 되면 가끔 입는 옷인데.
기분 좋은 쪽은 아니네요. 무슨 이유인지. ㅋ

다락방 2010-09-03 17:23   좋아요 0 | URL
그 바지로 가려진 허벅지 때문에 끝까지 다 '본'건 아닐까요? ㅎㅎ

하하. 저는 입지 않는 옷이네요.
암튼 좋아요 곽수철님. ㅎㅎ 곽수철님 왔다~ 얼쑤~

무스탕 2010-09-03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옆에 풀내나는 향수를 뿌린 남정네가 휙- 지나간거 아닐까요?
주변을 둘러볼때 남정네 위주로 둘러봤어야죠!
아.. 이쁜 금요일을 멋진 금요일로 만들수도 있었는데.. 아까비~~~ ^^

다락방 2010-09-04 11:35   좋아요 0 | URL
맨날 다니는 이 길, 언제나 둘러보지만 눈에 띄는 남정네는 없어요.
강남에는 세븐이 없어요! -_-

토요일이에요, 무스탕님!!

비로그인 2010-09-03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 2초정도 지났을때는 이제 아주 과감한(?) 동영상도 올리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더 지나니 뭔갈 입긴 입었네요. 그나저나 저렇게 노래도 올리고, 제목도 무려 "예쁜 금요일" 이라면서

왜 잠만자욧?

다락방 2010-09-04 11:38   좋아요 0 | URL
저도 안 입은 줄 알고 완전 놀랐어요. 어쩐지 저 위에 치마나 바지를 하나 더 입어줘야 할 것 같더라구요. 하핫.

음, 근데요 바람결님, 제가 잠만 잔건 어떻게 아셨죠? 진짜 어떻게 아셨죠? 저 금요일에 완전 기절해가지고 밤 열시도 되기전부터 새벽 네시까지인가 한번도 안깨고 계속 잤네요. 새벽 네시에는 동네 고삐리 폭주족들이 제 창문밖에서 하도 저 나오라고 소리를 질러서...는 뻥이고 하도 시끄럽게 오토바이 시동 걸고 수다들을 떨어대서 화들짝 깼는데 말입니다. 그랬더니 열시 넘어서 핸드폰에 문자가 세통이 들어와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기절했었어요. 전 가끔 기절을 하죠. 아니 근데 그걸 어떻게 아셨죠? 바람결님은 정말 바람이 되어 제가 자는걸 보고 가셨나요?

왜 잠만 잤냐면..음...토요일에 술 마실라고? ㅎㅎ

비로그인 2010-09-04 23:56   좋아요 0 | URL
네. 저는 가끔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때는 잠자기 전에 십자가를 그린다음 주문을 외우는 버릇이 있거든요. 수산나 타마로가 <마음가는대로> 에서 어떻게 하는지 알려줬어요

근데 제가 막 불렀는데도 엄청나게 조용히 주무시고 있더라고요.. 부른다고 한것이 바람소리만 났나..근데 기절하신 줄은 몰랐어요. 기절이라함은 평소 입은 옷 그대로 입고 쓰러지는 것이 "기절" 이라 생각했거든요.(..이거 19금 스럽네요)

그나저나 다락방님은 동네 고삐리 들이 아무리 불러도 나가지 않는, 그런 Do Do 한 여자사람이군요 !! 아님 나갔다가는 미모스러움으로 인해 봉변을 당하실까봐? 나가지 않으신것이 다행이예요.

원래 한 문장만 남기려 했는데 말이 길어졌습니다. 어떻게 잠만 잤는지? 뭘 보고 갔는지 궁금해하실까봐서 덧붙이다 보니. 맑은 "하늘"을 닮은 소주와 "바람과" "별"을 닮은 이뿐 사람들과 한입 물면 "시" 가 절로 나올듯한 상추에 싼 삼겹살을 맞이하시는 토요일 밤이 되시길.
(지금쯤 또 기절상태는 아니시죠?) ㅎㅎ

다락방 2010-09-06 09:01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바람결님! 아 글쎄 어제 폭주족 고딩들이 창밖에서 또 수다를 떨지 않았겠어요? 와서 어떻게 좀 해주세요. 시끄러워요. 흑흑. 그렇다고 나가서 혼내주자니, 그 아이들이 한번 휙 째려보면 저는 기절할것 같아요. 너무 무서워서. 흑흑.

기절했을 때의 제 옷차림에 대해서는 역시 19금 스러우니 노코멘트 ㅎㅎ


댓글 남기신 9월4일 토요일 밤이라면, 전 역시 또 기절해 있었습니다. 파전과 동동주와 치즈돈까스와(맞나? 기억이 잘...) 뭐 암튼 무슨 다른 안주와(아 소세지였나?) 그런거에다가 맥주를 잔뜩 마시고 집에 와서 기절. 기절은 저의 일상이에요.

moonnight 2010-09-0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서린 맥피 엄청 날씬해졌네요. +_+;;; 아메리칸 아이돌 봤을 땐 오동통한 귀여운 아가씨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근데 바지는 사실 민망해요. 첨엔 안 입은 줄 알았어요. 헉. -_-;;;;
그나저나, 내일 토요일인데 별로 안 기뻐요. 근무해야 하는데다가 근무후에도 몇가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_-;
근데, 중간에 나오는 노래, faith 맞죠? 순간, 놀랐다는. +_+;

사랑스런 우리 다락방님. 행복한 주말 맞이하세요 ^^

다락방 2010-09-04 11:40   좋아요 0 | URL
맞죠? 저래서 방송물 먹는다고 하나봐요. 저도 아메리칸 아이돌 시절 통통한 모습을 보고 귀엽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누가 뭐래도 예쁘고 아름답고 성숙하고 섹시한 여자가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저 위에 람혼님도 말씀하셨는데, 중간에 faith 는 왜 삽입한건지 모르겠어요. ㅎㅎ

문나잇님, 토요일인데도 업무상 스케쥴이 가득가득 하시군요. 저는 아까 여덟시에 일어나서 친구랑 전화로 한시간 동안 수다를 떨고 다시 자려다가 잠이 안와서리 DVD 잠깐 봤어요. 한 30분. 그리고 지금은 밥 먹고 있어요. 이제 씻어야 되는데...귀찮아요. 점심엔 쟁반짜장을 먹을까 생각중이에요. 하핫

꽃핑키 2010-09-0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는 바지보다 손에 들고 휘휘~ 돌리는 저 롤러스케이트가ㅋ 참 무겁겠단 생각이ㅋㅋㅋㅋ
예쁜 금요일은 지났지만 ㅋㅋ다락방님은 더 예쁜 주말 보내고 계시겠죠? ~♪

다락방 2010-09-06 08:5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 얇은 몸으로 무거운 롤러스케이트는 왜 돌리는건지, 원. 팔뚝 휘겠어요. ㅎㅎ 저런건 저나 되야 휙휙 돌릴 수 있는건데.

예쁜 금요일도 지났고 토요일도 일요일도 지났어요. 핑키님, 우리 예쁜 월요일을 보내봅시다!

yamoo 2010-09-04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는 제가 키우는 노래와 많이 다르군요..ㅎㅎ

저 가수는 한미모 하는군요...근데, 진짜 저 레깅스같은 바지는 뭔지...보기 민망할 정도에요..ㅋㅋ

다락방 2010-09-06 08:5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바지는 깜놀 ;;

원피스 입고 부른 영상도 있고 그건 엄청 예쁜데 노래 음질이 별로라 이걸 올렸거든요. 그런데 올리면서 보니까 정말 민망해요. 하하하핫. 정말 예쁘죠! 사랑스럽고 예쁜 아가씹니다.

pjy 2010-09-04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알라딘서재 메인에 들어갔더니 인기 최고봉 다락방님^^
오홋~~~부럽군요! 가수의 미모따위야 다락방님의 인기를 따라올 수 없어욧ㅋ

다락방 2010-09-06 08:58   좋아요 0 | URL
인기란 부질없죠. 금세 사그라들어요. 인기는 사는데 별 도움이 안되요. 그보다는 미모쪽이 사는데 훨씬 이롭죠. 예쁜 여자들은 세상 살기 편하거든요. 저는 역시 성형수슬을 좀 고려해봐야 겠어요. 캐서린 맥피 사진을 들고 가서 이렇게 좀 해주세요, 할까봐요. ㅎㅎ
 

 

 

 

 

 

 

 

『렉싱턴의 유령』은 내가 하루키의 책 중 세번째로 읽게 된 책이었다. 대학 재학중이었고, 『렉싱턴의 유령』을 읽기 전까지 나는, 『상실의 시대』를 읽고 어리벙벙 했었으며, 『양을 쫓는 모험』을 읽고 어려워했었다. 그래서 하루키는 나랑 친해질 수는 없는 작가일거라고,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 책 몇권이 새로 들어온거다. 그때 들어온 것 중에 하나가 『렉싱턴의 유령』이었고, 그렇다면 나는 오만년만에 하루키를 다시 읽어볼까, 하면서 이 책을 꺼내들었던 것이다. (내가 읽은건 왼쪽의 구판이다.) 

와- 정말 대단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실린 단편 중, [일곱번째 남자]를 읽고 나는 특히 특히 좋아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어릴때 바닷가에 살던 아이가 태풍의 눈에 휩쓸려 죽게 되는 친구를 목격하게 된다. 그때의 충격으로 이 아이는 어릴때 살던 고향을 떠나고 오십대가 다 되어도 고향에 한번도 돌아가지 않는다. 그것은 이 남자에게 내내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태풍의 눈을 같이 맞았는데 친구는 죽고 자신은 살아있다는 것. 그는 오십대가 되어서야 그때 이후로 처음 다시 그 고향을 찾는다. 그리고 다시 그곳에 서서 파도를 보며 그 파도에 자신의 상처가 휩쓸려가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때, 바로 그 때. 나는 마치 내 상처가 씻겨져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상에, 이 작가는 뭐지? 어떻게 이런 글을 쓰지?  

나는 『상실의 시대』를, 『양을 쫓는 모험』을 다시 읽었고, 대학 졸업때 선물을 사주겠다는 친구에게 『스푸트니크의 연인』과 『댄스댄스댄스』를 사달라고 했다. 하루키의 문장은 『렉싱턴의 유령』그 이후부터 나에게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상실의 시대』에서 내가 놓쳤던 아주 많은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이를테면 와타나베가 '내 시간을 좀 내어 미도리에게 주고 싶다'고 말하는 부분 같은 것들. 그때 미도리는 아마도 잠이 부족하다고 했던가.  

오늘 태풍을 뚫고 출근하면서 『렉싱턴의 유령』이 생각났고,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 버렸다는 친구가 떠올라서 나도 와타나베처럼 말해주고 싶었다.  

내 여유를 당신에게 좀 나누어 주고 싶어요. 원한다면, 다 가져가도 좋구요. 

 

그러나, 여유라는 걸 내가 줄 수 있는게 아니란걸 안다. 『렉싱턴의 유령』의 일곱번째 남자가 상처를 치유한 건 다른사람들이 도와줘서가 아니라 파도를 다시 보았기 때문이다. 와타나베는 미도리에게 시간을 좀 내어서 미도리를 자게 해주고 싶지만 시간을 내어줄 수 없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 '어쩔 수 없는 일' 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중학교시절, 『여명의 눈동자』를 읽었다. 총 열권짜리였는데, 나는 7권까지밖에 읽지 못했다. 내게 계속 그 책을 빌려주던 친구가 전학을 가버렸기 때문이다. 여옥(채시라), 대치(최재성), 하림(박상원)이 나왔던 드라마 와 책의 내용은 좀 달랐는데, 책속에서 박상원은 드라마에서처럼 그렇게 부드럽기만 한 남자는 아니었다. 책 속에서 박상원은 일본인들에게 끌려가 그 앞에서 여옥이와 어쩔 수 없이 성관계를 맺게 되는데(그러지 않으면 일본군이 직접 한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박상원은 채시라와 전혀 육체적인 관계가 없다. 최재성이 거친 남자로 채시라를 사랑했다면, 박상원은 부드러운 남자로 채시라를 사랑했다. 채시라는 최재성을 사랑했는데, 그런 채시라를 박상원은 바라보기만 하고, 이런 박상원을 고현정이 사랑한다. 

고현정은 박상원과 함께 살게 되는데, 박상원이 자신과 함께 살면서도 언제나 모든 우선순위를 채시라에게 맞추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고현정은 박상원에게 묻는다. 

"그녀는 당신에게 조국 같은 존재인가요? 그런거에요?" 

나는 박상원이 아니라고 해주길 바랐지만, 거짓말을 해주길 바랐지만, 박상원은 조금쯤 대답을 망설이다가, 고현정에게  

"그런것 같아." 

라고 얘기한다.  

 

아! 그 때 고현정의 기분은 어땠을까. 박상원을 살려주려고 노력한 것도 고현정이고, 옆에서 박상원을 도와준 것도 고현정이고, 박상원을 사랑해주는 것도 고현정이다. 고현정의 조국은 박상원이다. 그런데 박상원은 고현정에게 당연히 고마워하고 잘 대해주면서도 사실은 늘 채시라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고현정이 박상원에게 아무리 아무리 모든걸 갖다 퍼부어 봤자 채시라를 당해낼 수 없었다.왜냐하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니까. 내 옆에 있는것도, 나한테 잘해주는 것도 고현정이라는 걸 박상원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채시라를 사랑하는거다. 어쩔 수 없이. 아무리 애를 써봐도 박상원이 사랑하는건 채시라라는 걸 잘 알면서도, 고현정은 박상원을 사랑한다. 어쩔 수 없이. 제기랄. 

 

나는 오늘, 그런 기분을 느꼈다. 고현정 같은 기분. 나는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너를 위로하고 싶고, 너에게 힘을 주고 싶고, 너를 좋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누군가의 한방을 당해낼 수가 없는것 같은 그런 기분. 그래서 결국은 당신에게 그사람은 조국 같은 존재인가요? 라고 물었는데, 그런 것 같아요, 라는 대답을 들은, 그런 기분. 

내가 아무리 아무리 애를 써도 안되는, 그런게 있는거다. 그사람의 마음이 이미 다른 쪽을 향해있다면, 그 사람의 조국은 이미 다른 사람이라면, 내가 아무리 그를 살리려고 애를 써서 목숨을 구해내도 나는 어차피 내쳐지고 마는 것이다.

 

그럴때는, 그러니까 그의 조국이 내가 아니라 다른 곳이라면, 나 역시 내 조국을 버리고 이민을 가는 수 밖에 없다.  

이민을 가기 위해서는 역시 삼겹살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는 작은 의식이 필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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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0-09-02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기 좋은 곳으로 이민가요. 따뜻하고 때론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는 곳으로..

다락방 2010-09-03 09:04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나 저는 충성스런 여자. 이민 갈거였으면 벌써 갔겠죠! 헤헷
삼겹살 있는 이 나라가 좋아요. (응?)
:)

비로그인 2010-09-0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든 얻을 수 있을거라 늘 생각해 왔어요. 이건 하지만 각자의 세계관이 다르듯, 상이할 수 밖에 없는 문제죠. 늘 그게 문제였다가, 실마리였다가, 합니다.

다락방 2010-09-03 09:06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친구랑 대화를 했는데요 친구는 가지지 못한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대요. 그런데 저의 경우엔 가지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힘을 들여야 한다면 포기를 하는쪽이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거든요.
친구는 원하는걸 항상 가질 수 있었던 환경을 지나왔고, 저는 숱하게 포기해야했던 환경을 지녀왔어요. 각자의 환경과 세계관이 다른건 정말이지 어쩔 수 밖에 없는 일인거죠.

2010-09-02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3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0-09-02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겹살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는 작은 의식이 필요하겠지 -> ㅇㅎㅎㅎ 맞아요. 이게 제일이에요.

다락방 2010-09-03 09:08   좋아요 0 | URL
치니님은 언제나 제가 유머를 넣은 문장을 아주 정확하게 꼬집어내세요! 좋아요! ♡.♡

2010-09-02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3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3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0-09-02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시라보다 고현정이 더 예뻐요. (심퉁난 댓글-_-;)

그 기분 쫌 알 것 같아요. 한 방을 당해낼 수 없는 거요.
이민을 가야 겠단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내 맘엔 내 조국 뿐이란 걸 이미 알고 있단 게 너무 슬프고.ㅠ_ㅠ

다락방님이랑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고 싶네요. ^^

다락방 2010-09-03 12:41   좋아요 0 | URL
전 채시라를 훨씬 더 예쁘다고 생각했던 1人 입니다만,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음, 안젤리나 졸리가 제일 예뻐요. 제시카 알바도 예쁘고. ㅎㅎ

그런데요 문나잇님. 문나잇님 진짜 짱이에요. '이민을 가야 겠단 생각을 하면서도 내 맘엔 내 조국 뿐이란 걸 이미 알고 있단 게' 와, 이거 무슨 제가 쓴 글 같아요. 제 마음을 완전 들여다보셨어요. 최고에요, 최고.

저도 문나잇님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는 날을 기대해볼래요. :)

2010-09-02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3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춘희 2010-09-02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 나는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너를 위로하고 싶고, 너에게 힘을 주고 싶고, 너를 좋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누군가의 한방을 당해낼 수가 없는것 같은 그런 기분-------->저 이 문장에 심장이 툭 둘로 나뉘는 것 같아요. 내가 여름내내 아,아 이건 뭔가 했던. ㅎㅎ

다락방 2010-09-03 13:19   좋아요 0 | URL
안되는 건 역시 안되는구나, 나는 이사람한테는 안되겠구나, 뭐 이런 기분을 느꼈어요. 그런데 어떡하나요. 그렇다고 해서 이쯤해서 그만두자, 고 결심하는일은 쉽질 않으니 말입니다. 전 역시 충성파인가봐요.

툭, 둘로 나뉜 심장은 좀 붙였어요, 춘희님?
저랑 맥주 마실 생각 하면서 심장 붙여요!! 쫀득쫀득하게요! :)

yamoo 2010-09-02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현정 보단 채시라..아, 엔날에요~~ㅎㅎ

다락방 2010-09-03 13:19   좋아요 0 | URL
저도 한동안 채시라 엄청 좋아했었는데 어느 순간 화악 별로가 되더군요. ㅎㅎ

비로그인 2010-09-03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국이 딴 데 있는 사람만 사랑했던 저는 그 마음 백 번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결론으로 끝나면 좋겠지만...꼭 자괴감이니 비참한 자기 연민에 빠진다는 게 문제더라구요.
음~~내 짝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됩니당~
인연을 아직 못 만난 거라고...
내가 빌어준다니까요~
울 다락님을 벽에 붙여놓고 "얼마믄 돼?" 외쳐줄 남자를 올해 안에 만나게 해달라고...
ㅋㅋ내가 염력이 좀 된다니까~~푸히히~

다락방 2010-09-03 13: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상상만해도 좋아요. 완전 잘생긴 청년이 저를 벽에다 붙여버린 다음에 얼마면 돼, 하고 말하는 장면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전 그렇다면 아니 그냥 나를 가져주기만 하면 되요, 할텐데 말이지요. 움화화홧.

마기님의 염력을 제가 믿어볼까요? 믿어도 되겠습니까? 네?!

비로그인 2010-09-03 13:52   좋아요 0 | URL
아니쥐 아니쥐~~
아무리 고기를 먹어서 쌓아둔 막강체력이라고 해도...
"얼마믄 돼?" 의 반응으로 "나를 그냥 가져주기만 하면 되요"는 아니져~
그 자리에서 걍 쓰러져 줘야죠.
혜교는 그랬잖아요~
주저 앉았다고요. "나 돈 필요해요, 얼마 줄 수 있어요? 얼마 줄 수 있는데요?"
눈물 뚝뚝 흘리면서....ㅠ
얼른 응용해봐요~
푸히히^^

다락방 2010-09-03 17:24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제가 어떻게 송혜교를.........감히..................
제가 송혜교처럼 말하면 원빈이 화나서 벽을 부수고 도망가버릴 지도 몰라요. ㅎㅎ

(도리도리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안돼요, 전 그걸 못하겠어요. 흑.

기억의집 2010-09-03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침묵이라는 작품이 좋았어요. 다락방님이 일곱번째 남자를 꼽았지만... 저는 침묵한편으로 소름이 돋았어요. 그 책을 읽으면 왠지 제 자신이 든든해져요. 내면적 든든함이랄까. 그런 느낌이 나요. 글구 하루키 자신의 자전적인 면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하핫.

다락방 2010-09-03 13:22   좋아요 0 | URL
[침묵]이 어떤 작품인지 전혀 기억도 안나요, 기억의집님.
오늘 집에 가서 기억의집님이 좋아하신다는 [침묵]을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어떤 소설을 언제 만나느냐 하는 타이밍도 중요한 것 같아요. 대학시절 일곱번째 남자는 정말 소름 돋는 작품이었고, 그것 때문에 하루키를 죄다 읽게 됐는데, 몇해전에 다시 읽은 일곱번째 남자는 그때의 그 소름돋는 느낌을 주질 못하더라구요. 역시, 글과 만나는 타이밍도 있는가봐요.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건가요?